지난 22일 오전 10시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중심가에 자리 잡은 메리어트 호텔.2층 연회장에 건장한 러시아 비즈니스맨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내년에 출시될 삼성전자의 디지털카메라 디자인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행사를 진행하는 이는 삼성전자 러시아 주재원 중 막내 격인 이화준 과장(38).몇 명의 현지 직원들을 대동한 채 100여명의 현지 유통업체 관계자들을 상대하며 신제품의 컨셉트와 시장성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한국외국어대 스페인어과를 졸업한 그는 영어와 러시아어에 모두 능통하다. 2006년부터 러시아 주재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 과장의 임무는 디지털카메라 판매.러시아 경제권 전역의 영업을 홀로 책임지고 있다. 이 과장은 "처음 왔을 때 삼성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3%대밖에 안 됐지만 지금은 30%까지 점유율을 늘렸다"며 "내년엔 100만대 이상 판매에 도전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혼자서 그 많은 물량을 팔 수 있느냐"고 놀라움을 표시하자 그는 "저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혼자서 1000만대가 넘는 휴대폰을 파는 선배님도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지난해 1250만대의 휴대폰을 팔아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받은 같은 법인의 김윤수 차장을 지칭하는 얘기였다. ◆10년반 만에 매출 15배 성장내년에 100만대 판매를 노리고 있는 주재원은 또 있었다. 노트북PC 판매를 맡고 있는 최병두 차장(43).내년 판매목표치를 올해(45만대)보다 두 배 이상 늘린 100만대로 잡고 있다고 했다. 다양한 신제품과 마케팅 역량을 앞세워 현지 3위에 머물고 있는 시장점유율을 단숨에 1위로 끌어올리겠다는 것."회식자리에서 보드카를 돌릴 때마다 '100만대 달성'을 구호로 외칩니다. 스트레스가 적지 않지만 충분
삼성전자 러시아 주재원들의 역량은 국내에서 듣던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록 일터는 옛 소련 지역으로 한정돼 있었지만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국제감각과 다양한 해외 근무 경험은 세계 어디서든 통할 것 같았다. 옛 소련 지역 내 생산 · 판매법인을 관장하는 서치원 CIS총괄(53 · 사진)도 해외영업 베테랑이다. 과장 시절이던 1994년 러시아에서 해외영업을 시작,우크라이나 지사장을 거쳐 최근엔 두바이를 거점으로 중동 · 아프리카지역 총괄까지 지냈다. 서 총괄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진 요인으로 "무엇보다 일하는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5년 이상 해외영업을 해왔는데 과거와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1990년대는 주로 오디오 비디오 같은 저가 제품들을 팔았어요. TV 같은 제품을 제값 받고 팔기는 어려웠지요. 당시엔 일본 · 유럽 유수의 기업들과 감히 경쟁한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하지만 1993년 신경영 효과가 가시화되던 2000년쯤부터 시장의 대접이 달라지더군요. 러시아인들은 이제 삼성을 국민브랜드로 생각할 정도로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이건희 전 회장이 '질경영'을 들고 나왔을 때 직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처음엔 그 뜻을 잘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시장점유율을 일정 수준에서 지켜야 하는데 질 때문에 양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2~3년 지나 본사의 실질적 매출 기준이 바뀌면서 '아 정말 우리 회사가 달라지는구나'하고 느꼈어요. "▼매출 기준이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과거에는 수출품을 배에 싣는 즉시 매출로 잡았어요. 최종 판매가 이뤄지느냐 여부는 따지지 않았죠.그런데 매출 기준이 선적에서 유통점에 도착하
"삼성 제품은 최고의 창의성과 영감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세계 일급 발레리나들도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모스크바 중심가에 자리잡고 있는 세계 최고의 공연장인 볼쇼이 극장.지난 23일 기자와 만난 아나톨리 익사노프 극장장(57)은 객석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삼성전자의 LED TV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볼쇼이 극장만 그런 게 아니다. 러시아의 유서 깊은 수도에 어둠이 깔리면 삼성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곳곳에 불을 밝힌다. 크렘린궁의 대통령 집무실 유리창 너머로 유일하게 보이는 광고판도 'SAMSUNG'이다. 삼성전자가 다음 달 1일 창립 40주년을 맞는다. 변방의 보잘 것 없는 흑백 TV 제조업체로 출발해 첨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TV,휴대폰을 아우르는 글로벌 톱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전자의 성장사는 현대 경영사에서 최고의 기업역전 사례로 평가받는다. 1992년 D램 반도체 분야 세계 1위를 달성해 이름을 알리더니 1998년 LCD,2002년 낸드 플래시 메모리,2006년 TV 1위로 이어지는 대약진을 거듭했다. 휴대폰 분야에서도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세계 시장을 질주하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은 출범 첫해(3700만원)의 350만배 수준인 130조원.10년 전만 해도 감히 넘볼 수 없었던 소니와 마쓰시타를 제친 데 이어 이젠 세계 1,2위 기업인 미국의 HP와 독일의 지멘스까지 박빙으로 추격하고 있다. 성장의 원동력은 제품력과 브랜드 파워다. 김윤수 삼성전자 러시아법인 차장(43)은 기네스북에 등재될 판매기록을 갖고 있다. 2003년에 러시아로 건너온 그는 지난해 단일 주재원으로는 최초로 연간 1250만대의 휴대폰을 팔았다. 지난 8월엔 현지 부동의 1위 업체인 핀란드의 노키아를 추월하는 기염을 토
1975년 겨울,통금을 불과 한 시간여 앞둔 심야.한 젊은이가 어머니 손에 이끌려 서울 신촌 골목길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바쁜 걸음만큼이나 어머니는 잔뜩 화가 나 있었다. 대학에 갓 입학한 아들이 연상의 여학생(4학년)을 쫓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여학생하고 같이 있던 아들을 찾아내 집으로 돌아가고 있던 중이었다. "도대체 너 어떡하려고 그러느냐"는 꾸지람이 매서운 칼바람에 흩어져 나갔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 1994년 LG전자 심사부장실.부하 직원들을 모아놓고 "도대체 회사가 어떻게 되려고 이 모양이냐.이대론 정말 안 된다"는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사무실을 메웠다. 일개 부장 신분으로 회사 최고위층의 의사결정에 정면으로 맞섰으니 뒤탈이 없을 수 없었다. 사표를 낼 각오를 하고 있던 그에게 떨어진 명령은 미국법인 근무였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채 추방당한 꼴이었지만 미국에서도 본사 경영에 대한 성토를 멈추지 않았다. #"내 사업은 안 한다"한때는 피가 끓고 가슴을 저미는 순간이었으되 이제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52)의 젊은 날들이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LG에서 탄탄대로를 달려온 인물 치고는 뜻밖의 스토리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권 사장의 이력은 무척 화려하다. 32세에 LG전자 최연소 부장,45세에 LG전자 CFO(재무담당 최고경영자)를 거쳐 50세가 되기도 전인 2006년에 사장이 됐다. 2007년부터 LG디스플레이 사령탑을 맡고 나서는 회사를 세계 최정상급으로 키웠다. 그의 부친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보안사령관을 지냈던 군부의 실세,장인은 한때 재계의 실력자로 군림했던 국제상사 양정모 회장(2009년 3월 별세)이었다.
"효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잘 알고 있지만,하이닉스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주인을 찾아야 합니다. "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8일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최근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효성이 반드시 하이닉스를 인수해야한다는 얘기는 아니었지만,국내 다른 원매자들이 없는 상황에서 효성이 나섰다면 잘 마무리되기를 바란다는 뜻이었다. 김 사장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위험을 감수하는 전략적 판단이 중...
빌딩 숲에 가려 어두컴컴한 거실이나 건물,단독주택의 지하실로 햇빛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됐다. 채광용 광케이블을 통해서다. 이 빛으로 집안에서 식물을 키우고 지하농원을 가꿀 수도 있다. 낮에도 어두컴컴한 대형 빌딩 주차장을 대낮같이 밝힐 수도 있다. 대한전선의 광섬유 전문제조 계열사인 옵토매직은 실내에서도 태양광 채광이 가능한 채광용 유리광섬유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건물(주택) 외부의 집광장치에서 모은 태양빛을 자연 채광용 광섬유를 통해 수십m 떨어진 건물의 실내나 지하로 전달하는 원리다. 실내로 들어온 직경 1.8㎜의 케이블은 광확산 렌즈(산광구)를 통해 햇빛을 뿌려주는 역할을 한다. 별도의 에너지원이 필요치 않아 에너지 절약형이면서도 친환경적인 조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개발된 광섬유는 빛의 투과율이 뛰어나기 때문에 거의 자연 그대로의 태양광을 공급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광섬유를 통해 나오는 빛의 스펙트럼이 자연상태의 빛과 동일하기 때문에 식물의 광합성을 촉진시켜 지하철 역사나 건축물 내부 공간에서도 식물을 자연상태로 키울 수 있으며 자연광이 갖는 살균 효과로 공기정화 기능도 얻을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태양이 떠 있는 낮에는 별도의 전기료가 들지 않아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이 가능하다"며 "지하 농원이나 도심지 내 공장형 영농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광섬유 제품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옵토매직은 서울 여의도 63빌딩 지하 2층과 서울지하철 5호선 장한평 역사에 자연채광용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설치 · 운영하고 있다. 이 케이블은 아직 국내외에서 보급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2013년부
반도체 회로는 의외로 많은 전기를 잡아먹는다.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할 때 뿐만 아니라 각종 전자기기들을 'on' 상태로 유지하는데도 적잖은 전기를 필요로 한다. 고용량 소프트웨어와 고사양 콘텐츠를 장착한 모바일 제품일수록 특히 그렇다. 넷북이나 스마트폰 같은 제품들은 고정 전원이 끊긴 상태에서 제 기능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량이 더 많다. 배터리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초점이 반도체에 있다면 모바일기기 업체들은 어떤 선택을 할...
삼성전자가 정보처리 용량과 속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면서도 전력 소모는 퀄컴 등의 제품보다 훨씬 적은 반도체 신제품들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22일 대만 웨스틴 타이베이 호텔에서 '삼성모바일솔루션(SMS) 포럼 2009'를 열고 고성능-저전력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모바일 반도체 신기술과 제품들을 공개했다. 삼성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1기가헤르츠(㎓) 모바일 중앙처리장치(CPU)는 45나노(1나노=10억분의 1m)급 초저전력 ...
정부가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세종시 문제를 풀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세종시 얘기만 나오면 청와대와 관련 부처는 "어떠한 수정안도 준비하지 않고 있다.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손사래를 쳐 왔지만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행정부 이전 규모를 줄이는 대신 정운찬 총리 후보자가 언급한 '충청도 분들이 섭섭지 않을 정도'의 여러 대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50만명의 자족도시를 만들기 위...
선진화시민행동 뉴라이트재단 국가발전연구포럼 등이 참여하는 '수도분할저지 국민 캠페인'은 10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종시로의 행정부 이전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성명에는 현승종 남덕우 노재봉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관계 학계 법조계 종교계 문화계 시민단체 등 각계 인사 1200여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행정부 이전계획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즉각 폐기돼야 하며 세종시는 나라와 충청권 모두에...
"세종시는 지난 노무현 정부가 충청권 표를 얻기 위해 펼친 선거전략의 결과물이다. 애당초 수도권 완화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니다. 인위적으로 수도를 분할하는 데 들어가는 재원을 국가 전체의 성장 잠재력 확충에 쓰는 게 온당하다. "(안병직 뉴라이트재단 이사장)"세종시 건설은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균형 개발에 오히려 역행하는 것이다. 서울~대전 축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인구 및 고용유출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대회의실.서경석 선진화시민행동 대표,강문규 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안병직 이사장,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 등 단상에 오른 사회 원로 및 지식인 10여명이 세종시 건설계획을 바꿔야 하는 이유에 대해 열변을 토하자 객석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강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정치논리를 떠나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성명을 준비했다"며 "세종시 건설 계획을 수정하는 문제가 정권에 부담이 된다면 국민투표에 부쳐 우리 국민들이 직접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동규 한나라당 의원은 "헌법에 명시된 국무총리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인데 300리 밖에서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이달 안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 수정 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서명에 참여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국가 경영의 비효율성만 초래할 행정부 이전 대신,충청권과 나라 경제 모두를 생각하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일훈/오상헌/박신영 기자 jih@hankyung.com
우리 사회의 원로와 각계 대표를 망라한 1100여명이 10일 '세종시 건설계획 수정촉구 지식인 성명'을 발표키로 해 세종시 건설을 둘러싼 논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로의 행정부처 이전 여부를 놓고 여야가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특히 그렇다. 그동안 세종시 건설계획을 철회하거나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간헐적이고 독립적으로 내왔던 인사들이 이번에 집단 서명에 나선 것은 행정부 이전을 강행할 경우 정부 업무의 비효율은 물론 국가경쟁력 전반에 엄청난 부작용이 야기할 것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세종시판 시국성명'을 통해 정당 간 · 지역 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부딪치고 있는 세종시 문제를 공론에 부침으로써 여론 형성을 주도하겠다는 뜻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 등 서명에 참여한 인사들은 세종시 건설을 "행정기관을 분리 배치해 막대한 행정 비효율을 야기하는 망국적인 조치"로 규정하고 "국가 장래에 대한 충분한 고려없이 오로지 포퓰리즘적 결정만으로 나라가 망쳐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나섰다"고 밝혔다. 서명자들은 행정부 이전에 따른 국가적 난맥상으로 △균형성장 논리의 허구 △행정 업무의 비효율 △도시경쟁력 저하 등의 문제점을 자세하게 설명하며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행정기관 분할 배치를 중단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만약 대통령이 감당하기 어려운 정치적 결정이라면 이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칠 것"을 제안했다. 우리나라 헌법은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는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명서는
삼성그룹 경영체제 개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조심스럽긴 하지만 현행 계열사 간 독립경영 체제를 허물고 과거 전략기획실 체제처럼 그룹 중심에 강력한 컨트롤 타워를 구축할 것이라는 관측이 삼성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실질적 의사결정권이 없는 현 사장단협의회의 한계,삼성특검과 관련한 일련의 재판 일정이 마무리된 점,점차 빨라지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행보,무엇보다도 그룹 내부에 퍼지고 있는 "이대로는 안 ...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이 21일 잇따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건희 전 회장은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함께 오후 9시께 국회 빈소를 찾았다. 박지원 의원의 안내를 받은 이 전 회장은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조의를 표했다. 5분여 동안의 조문을 마친 이 전 회장과 이 전무는 빈소를 떠나면서 자원 봉사자와 가벼운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이에 앞서 오전 11시께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을 비롯한 삼성 사장단도 빈소를 찾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이상대 삼성물산 부회장,김징완 삼성중공업 부회장,임형규 삼성전자 사장,최도석 삼성카드 사장 등이 동행했다. 정몽구 회장은 오전 6시45분께 임원 9명과 함께 국회에 마련된 김 전 대통령의 빈소에 도착,영전에 헌화하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정 회장의 조문에는 장남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현순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 부회장,설영흥 중국사업담당 부회장,김동진 현대모비스 부회장,윤여철 경영기획담당 부회장,정성은 기아차 부회장,이정대 경영기획 및 CL사업부담당 부회장,김원갑 현대하이스코 부회장,김용환 기획조정실담당 사장 등이 동행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오전 9시30분께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김성만 현대상선 사장 등 사장단 10여명과 함께 빈소에 도착해 김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었다. 현 회장은 이희호 여사의 손을 잡고 위로한 뒤 방명록에 이름을 남기고 빈소를 떠났다. 현 회장은 그러나 북한에서 파견된 조문단을 만날 계획이 있는지,새로운 대북사업 계획이 있는지 등을 묻는
조준웅 삼성특별검사팀은 20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재상고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 측도 재상고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13년간 이어진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논란은 종결됐다. 특검팀은 "재판부가 대법원 취지대로 이건희 전 회장에게 유죄를 선고했으므로 상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일훈/이해성 기자 jih@hankyung.com
삼성전자의 하반기 경영계획은 '위기 의식'과 '선제 대응'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요약된다. 글로벌 위기 속에서 움츠러들었던 노키아 소니 등 주요 경쟁회사들의 반격이 본격화할 것에 대비,공격적인 마케팅에 주력하기로 한 게 단적인 예다. 삼성은 올 상반기 TV부문에서 확고한 세계 1위를 차지했고,휴대폰 분야에선 사상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20% 문턱에 도달했다. 그런 회사가 위기의식을 강조한 경영방침을 내놓은 건 지나친 '엄살'로 보이는 측면도 있...
"LG는 일본 기업들보다 훨씬 무서운 경쟁자다. "(삼성전자 A사장) "삼성은 역시 삼성이다. 아직은 힘겨운 상대다. "(LG그룹 B부품사 사장)올 상반기 세계 전자시장의 주역은 단연코 한국의 삼성과 LG였다. 문자 그대로 종횡무진이었다. 휴대폰의 노키아,TV의 소니와 마쓰시타,디스플레이의 샤프,백색가전의 월풀이 죽을 쑤고 있는 동안 파죽지세로 시장을 점령해 들어갔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원투펀치'의 고지에 올라선 두 그룹은 이제야 서로를 괄목상대하고 있다. 눈을 먼저 씻고 긴장감을 내비치는 쪽은 삼성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LG는 백색가전 정도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LG전자의 휴대폰사업이 모토로라를 압도하고 TV 사업은 소니를 제쳐버릴 정도로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삼성의 인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LCD(액정표시장치) 사업에서 세계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는 LG디스플레이의 권영수 사장에 대해선 "LG에도 저렇게 저돌적인 인물이 있었나"라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올해 LG마이크론과 합병을 거쳐 탄생한 LG이노텍은 또 어떤가. 삼성전기와 견줄 수 있는 걸출한 부품사가 LG에도 생겨난 것이다. 삼성 내부에서 "비록 추격자이긴 하지만 우리도 LG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LG는 그들대로 삼성의 탁월한 경영역량과 집요한 승부근성을 부러워한다. LG화학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제휴로 한발 앞서나가던 하이브리드 배터리시장에 삼성SDI가 필사적으로 따라붙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과 올 상반기 실적을 꼼꼼하게 비교해 본 LG의 한 임원은 "TV 휴대폰 분야에서 진검승부를 겨루고 있는 지금에서야 삼성의 저력을 새
2001년 개봉된 영화 '스워드 피쉬(Swordfish)'에는 어느 천재 해커가 10억달러의 거액을 빼내기 위해 은행의 보안시스템을 뚫는 장면이 나온다. 관객들은 존 트래볼타의 교활한 연기와 함께 너무나 치밀하고 정교하게 인터넷뱅킹을 유린하는 해킹 솜씨에 혀를 내두른다. 영화 속의 상상에 불과하지만 지금처럼 해킹 기술이 '진화'해나간다면 현실화되지 말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대대적인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으로 인해 '사이버 테러'에...
'진정국면이냐 태풍전야냐….' 사흘간에 걸친 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이 일단 진정국면에 들어갔다. 정부가 10일 DDoS 공격의 원인이 된 악성코드를 배포한 숙주사이트 5곳을 발견,차단한 것이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밤 DDoS 공격의 새로운 유형으로 등장한 'PC 파괴' 악성코드도 위력이 급감하고 있다. 4만8000대로 추정되고 있는 '좀비 PC(악성코드에 감염된 PC)' 중 하드웨어가 파괴된 것은 400여대에 머무른...
묘한 우연의 일치다.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건설과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여러모로 비슷한 구석이 많다. 세종시는 노무현 전 정부,4대강 프로젝트는 이명박 현 정부의 핵심 국책과제다. 사업비도 22조5000억원과 22조2000억원으로 엇비슷하다. 정치적 공방을 동반한 우여곡절 끝에 당초 계획이 뒤틀리고 축소된 것도 두 사업의 공통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포함한 입법 · 행정 · 사법부를 모두 옮기는 '수도 이전'을 구상했지만,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에 따라 행정부만 옮기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한반도 대운하'를 기획했지만,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4대강 살리기로 후퇴했다. 때문에 전 정권에서 지역분권론을 주창했던 성경륭 한림대 교수나 대운하 프로젝트를 입안한 청와대 핵심 당국자조차 각각 "기형적인 모양새가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진실로 닮았다고 한다면,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는 두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당위다. 무엇이 성공이냐를 놓고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최소한 국민들의 혈세와 등가를 이룰 수 있는 과실이 뒤따라야 한다. 물론 이 대통령의 마음 속에 두 사업의 비중이 같을 수는 없다. 세종시 건설은 한때 정치적으로 대립했던 전 정부의 사업이다. 그럼에도 두 정부에 걸쳐 벌어지는 대역사(大役事)가 파행적 실패로 귀결될 경우 이 대통령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세종시와 혁신도시 건설은 따지고 보면 일정 부분 우리 사회가 겪어야 할 '홍역' 같은 것이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는 전 정부가 벌여놓은 사업을 설거지해야 한다고 푸
"경부고속철도(KTX) 건설비용은 당초 5조8000억원에서 22조원으로 4배가량 늘어났다. 이용객도 당초 하루 20만명으로 추정했는데 실제로는 8만명에 불과하다. 정부가 비용은 터무니없이 적게,수익은 지나치게 많이 추정한 것이다. 여기서 생긴 부채 4조5000억원을 철도공사가 고스란히 떠안았다. 그러나 그동안은 아무도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지 못했다. 누가 감히 정부 잘못을 지적할 수 있었겠나. "2006년 4월 이철 당시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얘기다. 당시 철도공사의 막대한 적자가 KTX 사업에 대한 정부의 과욕과 판단 착오에서 비롯됐다는 것.정부가 주도하는 국책사업의 실패는 이처럼 혈세를 허공에 뿌리게 되는,국민들의 막대한 부담으로 돌아온다. 세종시와 혁신도시 건설은 이보다 훨씬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정치적 고려가 경제적 타당성을 따지는 논리를 외면하고 압도해 버렸기에 특히 그렇다"고 꼬집었다. 엄청나게 넓은 땅을 수용해 건설되고 있는 이들 도시의 주인들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청사나 공기업들은 결코 지역 발전의 주역이 될 수 없다. 그들은 그저 몇개의 건물을 차지하고 들어가 자신들의 일을 할 뿐이다. 예나 지금이나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견인차는 민간의 폭발적인 역동성이다. 오늘날 울산경제의 기반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석유화학공단이 만들었다. 포항에 포스코,창원에 기계공단,구미엔 전자공단이 해당 지역의 발전을 이끌었다. 가깝게는 삼성과 LG의 액정표시장치(LCD) 클러스터가 아산 · 천안과 파주 경제에 유례없는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투자 여력을
한국과 미국의 주요 기관 인터넷 사이트를 노리고 지난 7일 오후부터 시작된 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이 8일에는 정보 보안의 최전선에 있는 국가정보원과 국내 최대 백신업체인 안철수연구소 사이트로 향하는 등 사이버 테러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이 악성코드는 또 전날 신한 농협 외환은행에 이어 KB 기업 우리 하나은행도 공격,인터넷뱅킹을 마비시키는 등 금융권 전반에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지난 7일 공격을 받았...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충남 연기군에 들어설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의 법적 골격에 대해 전격 합의했다. 지난 2일 행정안전위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명칭을 세종자치특별시로,지위는 광역자치단체로 각각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세종시 개발과 육성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 없이는 광역과 기초자치단체를 구분하는 법적 틀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지적한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떠밀려 내려온 공무원들과 그들을 따라온 몇 십개의 식당만 갖고는 광역자치단체에 걸맞은 자족 기능을 갖기 어렵다"며 "행정부처 이전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기업과 대학을 중심으로 도시발전 전략을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총 72.9㎢의 세종시 면적 중 행정부처가 들어설 행정타운의 면적은 100분의 1도 안 된다. 내려갈 공무원들의 숫자는 목표 인구의 5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중앙정부에 기대지 않을 정도의 재정자립도와 정상적인 도시 기능을 구현하려면 고용유발 효과가 큰 기업과 대학 · 연구소의 대규모 유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실적 여건은 녹록지 않다. KAIST를 제외한 어떤 기업이나 대학도 세종시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오히려 2007년 11월 세종시 건설청과 캠퍼스 설치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던 고려대학교는 최근 발을 빼는 모양새다. 고려대 관계자는 "당초 5개 단과대학과 3개 대학원을 세종시에 설치하는 방안을 생각했지만 도시 전망이 불투명해 검토작업을 전면 보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회 일각에서 논의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본교 이전에 대해서는 교육과학기술부부터 반대하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국립대인 서울대를 내려보내면
마치 장마철,손님 끊긴 해수욕장의 상인들 같은 표정이었습니다. 성하의 무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현장을 안내하던 건설 관계자들의 얼굴을 얘기하는 겁니다. 성실하고 묵묵해 보였지만,어딘가에 착잡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걱정과 의구심이었죠."이게 과연 제대로 결실을 맺을까"하는 것이었죠.취재팀이 찾아간 세종시 건설청,원주와 진천,나주와 전주,김천과 대구,진주와 울산의 혁신도시 건설 현장이 모두 그랬습니다. 사실 세종시와 혁신도시 문제는 언론조차 다루기를 꺼리는 분야입니다. 지방과 지역민들의 예민한 정서,정치권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죠.오죽하면 "이거 잘못 쓰면 한국경제신문의 지방 독자들 다 떨어진다"고 은근히 충고하는 사람들까지 있었을까요. 그래도 한국경제신문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로 한 것은 어떻게 하든 파행적 결말만은 막아야 한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우리는 세종시와 혁신도시 건설을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습니다. 기왕 시작한 사업이니 좋게 마무리하자고 예단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거꾸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모든 걸 백지화하자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처음에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고 해서 옷까지 엉터리로 입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초기 정책 입안이 잘못됐다고 해서 정책 관리와 집행 과정의 최종적인 실패를 용서받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한 취재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관련 인터뷰 요청에 청와대와 장관들은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습니다. 유일하게 현직 장관 한 사람과 인터뷰를 했지만 이렇다 할 만한 솔루션을 얻어내지는 못했습니다. 그 장관이 인터뷰 적임자라고 소
참 희한한 일이다. 33조원의 혈세가 들어가는 공사인데 정작 간다는 사람이 없다. 대통령은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하는데 공무원들은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한쪽에서는 '선물'이라고 하는데 또 다른 쪽에선 '재앙'이라고 한다.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와 지방 혁신도시 건설을 둘러싼 기묘한 풍경이다. 파국적 결말이 뻔히 보이는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뒷짐을 지고 있다. 건설현장의 덤프트럭과 포클레인만 먼지를 풀풀 내고 달릴 뿐이다. 유례없는 건설경기 불황 속에서도 매달 조(兆) 단위의 예산을 잡아먹는 토목공사다. 타이머는 이미 2012년에 맞춰져 있다. 건설이 끝나면 관청과 기업이 줄줄이 입주해야 한다. 하지만 이대로 간다면 1개의 행복시와 10개의 혁신도시 대신 11개의 황량한 신도시가 탄생할 수밖에 없다. 반듯하게 정리된 시가지와 최신식 건물,푸른 녹지를 갖추고도 텅 비어 있는 도시 말이다. 목표 인구는 총 77만명(세종시 50만명+혁신도시 27만명).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 지역 아파트를 분양받겠다고 나서는 이들은 없다. 법에 따라 강제 이주(?)해야 할 사람들은 고작 6만여명.그나마 대부분 '설마…'하는 심정으로 현실에 눈을 감고 있다. 혹자는 '매몰 비용(sunk cost)'을 거론하며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건설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들어간 돈보다 앞으로 부담해야 할 더 큰 비용을 떠올려보라는 얘기다. 타당한 의견일 수 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입을 열지는 않는다. 누군가 자신을 대신해 얘기를 하거나 실천해주길 바랄 뿐이다. 청와대 여당 정부의 책임있는 당국자들 모두 그렇다. 이명박 정부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과거 살벌한 대립각을 세웠던 노무현 정부가 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의 D램 판매가격이 제조원가 수준을 뛰어넘어 영업손익 분기점에 육박했다. D램 업계의 적자 행진이 시작됐던 2007년 4분기 이후 1년6개월여 만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가 해외 대형 PC업체들과 체결하는 고정거래가격은 지난 4월 10%,5월 20%가량 오른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7~10% 정도 상승했다. 이에 따라 한때 원가 대비 반토막까지 났던 D램 가격은 3분기에 영업 흑자를 내다볼 정도로 완연한 회복세를...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웃음이 많은 사람이다. 스스로 얘기를 하면서 거의 1분에 한 번꼴로 웃는다. 그것도 가벼운 쇳소리를 내며 한 호흡이 다할 때까지 웃는다. 별로 웃기는 얘기가 아닌데도 습관처럼 그런다. 본인만이 갖고 있는 일종의 리듬이다. 그 짧은 순간에 화제의 포인트를 잡아내고 얘기의 흐름을 정리한다. 웃는 습관 덕분인지 얼굴엔 별로 그늘이나 구김살이 없다. 흔히 성공한 최고경영자(CEO)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노회함도 없다. 담백한 인상에 언제나 밝은 표정이다. 하지만 임직원들이 바라보는 정 사장은 그렇게 온화한 사람이 아니다. 한번 걸리면 속된 말로 엄청나게 깬다.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 사장은 평소 임원이나 간부들에게 "부하들을 야단치지 못하는 상사는 자격이 없다"고 '야단'을 친다. 대신 30분을 야단치면 1시간은 달래줘야 한다고 주문한다. 애정이 담기지 않은 일방적인 질책으로는 진정한 소통을 이룰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몇 년 전 SK네트웍스 사장 시절,그는 점잖은 은행장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수행 임원에게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고 한다. 생사 여탈권을 쥐고 있는 채권단 앞에서 기선을 제압당하지 않으려는 나름의 전술(?)이었다. 그러고 보면 정 사장은 웃음과 호통을 묘하게 양립시키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실패는 없다"정 사장은 행정고시(21회)에 수석 합격했을 정도로 뛰어난 두뇌를 갖고 있다. "1983년 동력자원부 사무관 시절에 처음 봤는데 놀라울 정도로 머리가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 사장은 당시 석유정책과 사무관으로 유가와 관련된 각종 수치와 통계들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강남훈 지식경제부 자원개발원자력정책관)는 얘기도 있다. 물
두어달 전쯤,이번 시리즈를 기획하기 위해 첫 회의를 열었을 때의 일입니다. 올해로 탄생 200주년을 맞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과 작금의 경제위기,복잡하기 짝이 없는 사회 현상들과 기업 흥망의 세계를 접목시키자는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인문계 출신인 기자들로서는 다윈이 전개해 나간 생물학의 틀과 복잡계 경영의 베이스인 물리학의 기초 이론들을 선뜻 수긍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당장 시작한 일이 주제에 맞는 서적을 구입하는 일이었습니다...
1909년 미국의 통신사 AT&T에 근무하던 한 통계학자가 회사에 보고서 한 장을 올렸다. 당시 늘어나는 전화 통화량과 미국 인구 증가율 전망에 대한 것이었다. 이 학자는 이를 토대로 1925년이 되면 미국의 모든 여성이 전화교환원으로 근무해야 폭증하는 전화 수요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제시했다. AT&T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즉각 자동 전화교환기 개발에 나섰고,2년 만에 자동화 설비를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AT&am...
160억년 전에 탄생한 우주는 무수한 항성의 탄생과 죽음을 통해 장대한 물질 진화를 이룩했다. 그 결과가 태양계의 한 혹성인 지구의 생명이다. 이 생명은 또다시 수십억 년의 진화 프로세스를 통해 인간을 낳았고,그 인간이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 낸 것이 현대 문명이다. 문명은 지금도 진화를 계속하고 있으며 감히 그 종착역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경영이라는 행위는 현대 사회가 낳은 진화의 최첨단에 있다. 시간의 흐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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