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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지만 100년 전 독일의 상황은 상상을 초월한다. 1921~1923년 사이 독일의 월평균 물가상승률은 300%를 웃돌았고, 2년간 물가는 40배 넘게 치솟았다. 하루에 물가가 두 배로 뛰는 날도 있어 상점의 가격 표시가 매시간 바뀌었다.초인플레는 전쟁 배상금이 근본 원인이었다. 1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이 영국 프랑스 등에 지급해야 할 배상금은 총 1320억 ‘골드마르크(당시 금본위제)’였다. 당시 국민총소득의 3배를 웃도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재정이 빈약했던 독일 정부는 국채 발행을 통해 배상금 재원을 마련하려고 했다. 중앙은행이 국채를 인수하기 위해 마르크화를 대량으로 찍어냈다. 배상금 협상 때 영국 재무부 대표로 참석한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배상금이 가혹한 데다 통화가치를 하락시킨다”며 반대했지만 묵살됐다. 역사는 그의 경고대로 ‘화폐의 타락’이 시작됐다.밀턴 프리드먼은 “인플레는 아주 위험해 적기에 수습하지 않으면 사회를 파멸시킬 수 있는 병폐”라고 일갈했다. 저서 <선택할 자유>에서 “1차 대전 직후 러시아와 독일에서 나타난 초인플레는 한 나라를 공산주의화했고, 한 나라를 나치즘 득세하에 몰아넣었다”고 했다. 1973년 칠레의 아옌데 정권과 1976년 아르헨티나의 이사벨 페론 정권도 극심한 인플레를 잡지 못해 민심을 잃고 결국엔 군부에 무너졌다.“자본주의를 무너뜨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돈을 타락시키는 것”이라는 레닌의 말이 적중한 것이다. 현재 세계 각국이 초스피드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인플레의 역사적 트라우마 때문이다.경제학계는 인플레 원인과 관련해 통화량
경제 기자로서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고 취재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칙이 하나 있다. 큰 위기는 늘 경상수지 적자를 동반했다는 점이다. 경상수지는 한 나라가 해외에서 얼마나 돈을 벌었느냐를 나타낸다. 상품수지(무역), 서비스수지(여행·운송), 소득수지(배당·이자)로 구성된다. 우리나라처럼 수출주도형 국가에서 경상수지는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펀더멘털이다.한국은 1980년대 중반까지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국이었다. 1986~1988년의 ‘3저(저달러·저유가·저금리) 호황’ 때 처음으로 흑자로 전환했다. 수출 호조로 달러가 물밀듯 들어왔다. 당시 3년 연속 10%가 넘는 고성장을 기록했다. 3저 호황이 끝나자 경상수지는 적자로 돌아섰고, 증시는 대폭락했다. 1990년대 중반 ‘반도체 호황’ 덕분에 경상수지가 개선됐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1995~1997년 3년간 누적된 경상수지 적자는 외환위기의 도화선이었다.금융위기 때도 그랬다. 위기의 파도가 닥치기 전에 경상수지부터 흔들렸다. 2007년 상반기 적자로 전환했고, 2008년 1~3분기 연속 적자였다. 큰 위기를 두 번 겪은 우리에게 경상수지 불안은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서 재정은 경상수지와 함께 대외 신인도를 지키는 양대 기둥이다. 과거 두 번의 위기를 이겨낸 데는 재정의 역할이 컸다. 외환위기(1997년)와 금융위기(2008년)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11%(60조원)와 27%(309조원)로 재정이 비교적 튼튼했다. 정부가 금융 부실을 정리하기 위해 대규모 공적자금을 신속히 투입하고, 재정을 풀어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었다.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세금 퍼주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반등하고 있다. 20%대까지 떨어졌다가 2주 연속 올라 30%를 회복했다.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선 것인지, 단기 낙폭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정권 초반에는 더욱 그렇다. 새 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고, 국정운영의 동력도 상실하기 때문이다. 노동·연금·교육개혁과 같은 절체절명의 국가적 아젠다는 정부에 대한 신뢰와 강력한 리더십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행하기 어렵다. 지지율 추락이 정치적 변수 또는 진영 간 희비를 떠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이유다.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부실 인사, 여당 내 갈등, 정책 혼선, 잦은 말실수, 김건희 여사 행보 논란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결국 대통령 본인 책임으로 귀결된다. 필자는 그 가운데 어설픈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이 결정적인 패착이었다고 본다.전 정권의 불통을 반면교사로 삼아 언론과 자주 소통하겠다는 소신과 용기는 높이 평가해야 한다. 기자들의 날 선 질문을 받는 대통령 모습은 신선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취지와 형식은 100점이지만 내용은 낙제점이었다. 검찰총장을 떠올리게 하는 거친 발언과 진중하지 못한 태도 등 지지율을 갉아먹은 요인 대부분이 도어스테핑에서 불거졌다.대선 이후 국민은 ‘정치 신인’ 윤석열에 거는 기대가 컸다. 기존 정치권에 빚진 게 없는 만큼 정파적 이해를 떠나 오로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몸을 던질 것으로 기대했다. 전 정권에서 무너진 공정과 상식을 되찾고, 미래를 위한 개혁에 뚜벅뚜벅 나설 것이란 바람이었다.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짓는 현대자동차가 주정부로부터 큰 선물을 받았다. 법인세 재산세 등을 포함해 총 18억달러의 세금 감면이다. 좀 과장하면 55억달러를 투자하고 18억달러를 돌려받는 것이다. 조지아주 역대 최대 규모의 인센티브도 놀랍지만, 더욱 눈길을 끈 대목은 법인세 감면액을 산정한 방식이다. 5년간 일자리 1개당 5250달러로 계산했다고 한다. 일자리와 세금을 맞교환한 셈인데, 현대차가 창출할 일자리가 8000개여서 법인세 감면액은 2억1200만달러가 된다. “왜 대기업에 세금을 깎아주느냐”는 특혜 시비가 나올 리 없다.미국은 주마다 세율이 다르다. 기업과 일자리를 유치하기 위해 주정부가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테슬라는 지난해 본사를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이전했다. 텍사스는 주 법인세와 개인소득세가 전혀 없다. 기업 유치 측면에서 법인세는 경쟁 조세 성격이 강하다. 국경 없는 시대에 기업들은 세금 부담이 낮은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미국(35%→21%) 프랑스(33.3%→27.5%) 등이 최근 몇 년간 법인세를 꾸준히 내린 이유다. 영국의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는 19%인 법인세율을 더 내리겠다고 공약했다.윤석열 정부도 최근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리는 세제 개편안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가 글로벌 추세에 역행해 22%에서 25%로 올린 것을 정상화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돕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거대 야당이 ‘부자 감세’라며 비난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근거가 없고, 현 정권이 재벌과 부자 편을 들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워 공격하려는 정치적 의도로 읽힌다.법인세는 기업의 소득(영업이익)에 부과
모두 해맑은 표정이었다. 왁자지껄한 웃음과 활기가 넘쳐났다. 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고졸인재 채용엑스포’ 행사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현장학습의 날을 맞아 전국에서 온 직업계고 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삼삼오오 손을 잡고 200여 개 기업의 채용 부스를 돌아다니는 학생들, 윤석열 대통령과 셀카를 찍는 여고생들, 전역을 앞둔 장병들. ‘청춘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말이 떠오른 행사였다.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왠지 모르게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열여덟, 열아홉 청춘들이 1~2년 뒤 취업 전선에서도 웃을 수 있을까. 높은 취업 문턱 앞에서 혹여 절망하지는 않을까.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같은 직업계고는 전국에 570여 개가 있다. 한 학년에 8만여 명이다. 졸업 후 맞닥뜨려야 할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17년 50%를 웃돌던 직업계고 취업률은 지난해 28%로 떨어졌다.과거 공고, 상고로 불리던 직업계고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직업교육을 받고 빨리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경로였다. 은행은 상고 출신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이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살아 있는 고졸 신화다. 학력보다 능력이 우선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능력보다 학력과 스펙을 중시하는 사회 풍조가 확산하면서 고졸의 사회 진출이 힘들어졌다. 취업이 예전 같지 않자 졸업 후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 비율이 2017년 32.5%에서 지난해 45.0%로 높아졌다.직업계고의 위기다. 누구를 원망할 것도 없이, 우리 경제의 구조적 대전환과 맞물려 있다고 봐야 한다. 제조업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전통적인 고졸 일자리인 생산직
최근 한국경제신문이 단독 보도한 ‘농협생명보험 1.6조원 자본 실종 미스터리’(4월 28일자 A1, 8면)는 국내 보험산업의 갈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농협생명은 올해 대형 보험 사고가 발생한 것도, 투자를 잘못해 손실을 본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석 달 만에 1조6000억원의 자본이 증발한 것은 회계 장부에 손을 댄 게 화근이었다.초저금리가 지속되던 2020년 9월. 농협생명은 재무제표에 35조원 규모의 보유 채권을 ‘만기보유증권’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고쳐놨다. 회계 처리상 만기보유채권은 시장금리 변동과 무관하게 채권가격(취득 원가)이 만기까지 그대로 유지되는 데 비해 매도가능채권은 현재 가치, 즉 시가(時價)로 평가한다. 금리 하락 때 채권의 시가가 올라 평가이익이 생겨 회계상 자본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당시 자본 확충이 시급했던 농협생명은 유상증자, 후순위채 발행 같은 자금 수혈 없이 ‘회계 마사지’만으로 자본을 늘릴 수 있었고,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을 193%에서 단숨에 314%로 끌어올렸다.그런데 올 들어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작년 말 연 2.1%대였던 국고채 10년 만기 금리가 최근 연 3.3%대로 치솟았다. ‘금리 발작’이었고 ‘채권 대학살’이 벌어졌다. 채권에서 대규모 평가손이 발생해 자본이 감소했다. 농협생명은 부랴부랴 1조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했지만, RBC 비율은 당국의 권고치인 150% 아래로 떨어졌다. 재분류한 채권은 3년간 재변경이 불가능해 손을 쓸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면 RBC 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이 경우 금융당국이 적기시정
금융권에 또다시 ‘고졸 신화’가 탄생했다. 지난달 말 하나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함영주 회장이다. 그는 충남 논산의 강경상고를 졸업하고 옛 서울은행에 고졸 행원으로 입사해 행장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상고 출신 천재’(공인회계사, 행정고시 차석 합격)로 불린 윤종규 KB금융 회장, 국내 금융계 최고 ‘일본통’ 진옥동 신한은행장까지 이제 고졸 신화는 세 명으로 늘어났다.KB금융에 두 번 영입됐다가 두 번 물러난 뒤에야 회장에 오른 윤종규의 스토리 못지않게 함영주의 회장 등극도 한 편의 드라마였다. 하나금융 이사회와 주주들은 일찌감치 그를 김정태 전 회장을 이어갈 차기 리더로 꼽았다. 독보적인 영업력과 부드럽고 친화적인 리더십으로 초대 KEB하나은행장을 맡아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다. 직원들의 마음을 사고, 주주들의 신뢰를 얻었다.그런데 그는 6년간 2인자(부회장)로 머물러야 했다. 부정 채용 사건 재판과 금융당국의 징계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하나은행장 시절 신입사원 채용에 부당 개입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4년간의 재판 끝에 지난달에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회장 선임 2주일 전의 낭보였다. 하지만 사흘 뒤 악재가 터졌다. 함 회장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낸 징계 취소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것이다. 하나은행장 재직 때 파생결합펀드(DLF)를 불완전 판매했다는 이유로 문책 경고를 받았다. 최종 확정되면 3년간 금융사 임원으로 취업할 수 없는 중징계였다. 같은 사안으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취소 소송에서 이긴 전례가 있어 함 회장도 승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정반대 판결이 나온 것이다. 돌발변수가 생겼지만 하나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됐다. 축하드린다. 압승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박빙 끝의 신승이었다. 표 차이는 24만7077표(0.73%). 김대중·이회창이 맞붙은 15대 대선(39만 표·1.6%)보다 더 적은 역대 최소 격차다. 민심이 두 동강 나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코로나는 끝이 안 보이고 우크라이나 사태, 북한의 미사일 도발, 유가 폭등과 인플레이션 공포, 금리 인상 등 ‘퍼펙트 스톰’이 한반도를 강타하는 위기 상황이다. 이처럼 윤 당선인의 앞날이 순탄치 않겠지만 국민들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윤 당선인은 정치 신인이다. 기존 정치권에 진 빚이 거의 없다. 민주노총 등에도 신세를 지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 “우리 총장님”이라고 불렀던 문재인 정권의 인물이기도 하다. 국정 운영에 정치공학을 배제하고 국민만 바라보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그리고 시장경제 원칙을 지키겠다”는 초심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갈 것으로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이번 대선은 문재인 정권의 총체적 실정에 대한 심판장이었다. 문재인 정권은 최저임금 인상 과속으로 자영업 생태계를 붕괴시켰고, 탈원전으로 세계 최고의 원전산업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이념에 치우친 헛발질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 폭등을 불러와 젊은 층과 서민들을 절망시켰다. 그에 대한 분노와 실망이 정권교체로 이어졌다. 그런데 근소한 표 차이, 그리고 양당 후보 모두 최악의 비호감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반(反)문재인 정부’ 표심이 윤 후보에게 몰렸다는 해석이 더 타당할지도 모른다.더구나 정책 대결은 실종됐고, 네거티브와
탈모 치료를 국민건강보험으로 보장하겠다는 대선 공약이 득표로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일단 흥행은 성공한 것 같다. 단번에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고, 일본 언론들도 주목했을 정도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탈모인들이 겪는 불안, 대인기피 등은 결코 개인적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면서 탈모치료, 모발이식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같은 당 의원들도 “탈모는 질병이다. 그 스트레스, 그 눈길들,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른다. 1000만 탈모인 여러분, 이재명으로 단결하자”고 거들었다.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이마선이 넓어지고 있는 기자도 탈모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탈모 치료를 국가가 지원해야 하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현행 건강보험은 피부염에 의한 탈모 등 일부 병적인 탈모(2020년 23만 명)를 제외한 일반적인 탈모는 보장하지 않는다. 질환 치료가 아니라 ‘미용’으로 보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유전성 탈모, M자형 탈모는 자연스런 노화현상이며 방치한다고 해서 생명이나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탈모 인구가 더 늘고, 스트레스로 인한 사회적 비용 등을 고려해 언젠가는 질환으로 간주해 건보적용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설사 그렇다 해도 문제는 그 부담을 누가 지느냐는 것이다. 건강보험은 국민이 매달 세금처럼 내는 건강보험료로 운영된다. 소득(직장가입자)과 재산(지역가입자)에 따라 차등 부과된다. 전체 직장가입자가 낸 건보료가 근로소득세를 넘어설 정도로 부담이 커졌다. 문재인 정부의 보장확대 정책(문재인 케어)으로 건보 재정은 4년 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그걸 메우느라 건보료를 올리고 그것도 모자라 정부 예산
새해 들어 대선 판세가 요동을 치고 있다. 주식시장처럼 예측불허 장세다. 이재명 후보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후보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고, 그 와중에 안철수 후보가 급부상하고 있다. 다자대결, 야권단일화를 가정한 양자대결 등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최근 후보들의 지지율이 급변하는 것을 주식시장에 빗대 풀어보자면, 펀더멘털보다 외부 요인에 더 좌우되는 것 같은 모습이다. 기업의 실적이나 성장성 등 기초체력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긴 게 아니라 일시적인 수급이나 투자심리가 단기적으로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대형주(株) 윤석열의 급락세는 구설에 오른 최고경영자의 헛발질 사과와 경영진 내분을 보고 뿔난 기관투자가들이 ‘팔자’로 응징한 꼴이다. 바닥에서 기고 있던 안철수의 급등세는 대형주에 대한 실망매물이 ‘저평가 가치주(?)’로 매기(買氣)가 옮겨붙은 양상과 같다. 또 다른 대형주 이재명은 ‘바이 앤드 홀드’ 전략을 고수하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장기투자자들이 버티고 있어 주가변동이 안정적이다.그런데 현재 시장참여자들의 15~20%는 관망세다. 마땅히 살 만한 종목이 없기 때문이다. 장세가 불안할 때 현금을 갖고 때를 기다리는 것도 현명한 투자전략이다. 현금보유는 2030세대에서 두드러진다. 이들의 매수세 향방이 결국 승부를 가를 최대 변수일 것이다.선거도 그렇지만 주식시장도 생물이라고 한다. 너무 복잡하고 변수가 많아 예측불허다. 끝없이 오를 것 같던 주식도 한순간에 꺾인다. 한때 2030의 ‘최애주’였던 카카오 관련주가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
“자산과 이익 규모에서 많은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KB금융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의 이런 냉정한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새해를 이런 ‘반성문’으로 시작했다. 고객과 임직원, 주주에게 전하는 신년사를 통해서다.KB금융은 고객 수(3600만 명), 총자산(650조원), 순이익(작년 3분기 누적 3조7700억원) 등에서 카카오뱅크(총자산 35조원, 순이익 1700억원)보다 훨씬 앞서고 있다. 그런데 기업 가치(시가총액)는 24조336억원(1월 10일)으로 카뱅 24조2806억원보다 적다. 한때 그 격차가 10조원 이상이었지만 최근 카뱅 주가가 떨어지면서 크게 좁혀졌다.윤 회장의 반성문에서 ‘카뱅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나 ‘KB금융이 저평가돼 있다’는 논리로 시장의 평가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연간으로 4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사상 최대 규모이지만 그룹 안팎에서는 ‘최후의 만찬’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돌고 있다.카뱅에 이어 올해부터는 케이뱅크와 토스뱅크의 대대적인 침공이 예고돼 있다. 전열을 정비한 케뱅과 토뱅은 연초부터 낮은 가격(저금리)의 신용대출로 KB금융의 안방을 정조준하고 있다. 카뱅은 조만간 100%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내놓는다. 인터넷은행 3인방의 공세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이 바로 소매금융의 리딩뱅크인 국민은행이다. 대형 은행이 사이좋게 나눠먹었던 ‘파이’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5대 은행이 ‘과점 형태’로 장악하고 있는 시장 판도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윤 회장은 지난 7일 그룹 상반
“규제의 불확실성이 핀테크산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 출현을 막고 있습니다.”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며칠 전 협회 기자간담회에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수년간 규제완화와 특례를 주며 육성해 오더니 갑자기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을 꺼내 규제의 칼날을 세우는 것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플랫폼 서비스가 획일화되고, 이대로 가다간 핀테크 후진국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핀테크 업계가 부글부글 끓게 된 건 두 달 전 금융위원회가 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플랫폼 기업들이 해오던 금융상품 비교 추천 서비스에 브레이크를 걸면서다. 당국은 상품 추천이 단순 광고가 아니라 ‘중개’ 행위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별도의 라이선스를 취득할 때까지 서비스를 금지했다. 핀테크들은 부랴부랴 금융감독원에 대출모집인 등록을 거쳐 어렵게 서비스를 재개했다.그런데 보험상품은 아직 막혀 있다. 보험대리점 자격을 따야 하는데 현행법상 플랫폼(전자금융업자)은 보험대리점 자격을 취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맵 해빗팩토리 등 보험에 특화된 핀테크들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핀테크 업계엔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지만 당국의 조치 배경도 충분히 수긍이 간다. 불완전 판매로 ‘라임펀드 사태’ 같은 대형 금융사고가 핀테크에서 터지지 말란 법은 없다. 그 여파로 규제가 더 강화되고, 혁신 동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동일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빅테크로 불리는 카카오 토스 등 대형 플랫폼이 금융사를 위협할 정도로
2012년 9월 새누리당의 박근혜 대선후보는 이명박 정부와 충돌했다. 예산안 편성을 놓고서다. 새누리당은 10조원 규모의 추경을 요구했고, 박 후보의 공약인 양육수당 확대, 반값 등록금 등을 위해 1조원 이상을 본예산에 더 편성하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표하자 박 후보는 이 대통령을 만나 직접 부탁했다. 그 후에도 박재완 기재부 장관은 “재정에는 한계가 있다”고 버텼다.정치권의 압박이 거칠어지자 박 장관은 묘수를 짜냈다. 전직 장관들을 초청해 공개 행사를 열고 “재정 건전성을 정부의 힘만으로 지키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무책임한 재정 포퓰리즘에 대항할 수 있도록 지성인들이 국민적인 공감대를 만들어 달라”고 읍소하면서 대여론전을 펼쳤다.현재 ‘이재명표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당·정 간 충돌은 9년 전 ‘박근혜표 예산 소동’의 데자뷔다.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이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요구하고, 기재부는 “재정 여력이 없다”고 거부하는 모양새가 9년 전의 판박이다. 사족이지만 그때는 ‘친이친박’, 지금은 ‘친문비문’으로 여권 내 묘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이번엔 김부겸 국무총리까지 나섰다. 여권 내 합리적 소신파로 평가받는 김 총리는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막 뒤진다고 돈이 나오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이 후보를 점잖게 꾸짖으며 기재부에 힘을 실어줬다. 정부가 완고하게 버티자 여당은 꼼수를 꺼냈다. 올해 예상되는 초과세수를 내년에 걷어 연초에 1인당 20만~25만원씩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초과세수의 일정 부분은 공적자금 및 채무상환에
꽉 막혔던 은행 대출 창구에 다시 생기가 돌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전세자금 대출이 중단되지 않도록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전세대출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다락같이 오른 전세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던 사람들은 한시름 놓게 됐다.정부는 그 대신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규제를 더 죄기로 했다. 실수요자는 구제하되 ‘빚투’와 ‘영끌’은 철저히 차단해 집값을 안정시키고 가계부채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1800조원 가계부채의 경고음과 ‘대출난민’들의 아우성 사이에서 금융당국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당국자들 눈앞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주창한 ‘기본 대출권’이 아른거릴 것이다. 만약 이 후보가 당선되고, 공약이 실행되면 가계부채 억제 노력이 말짱 도루묵이 되기 때문이다. 기본대출은 이 후보의 ‘3대 기본 시리즈(기본소득·주택·금융)’ 공약 가운데 기본금융에 등장하는 ‘신개념’이다. 대출에도 기본권이 있다는 생소한 논리다. 정부가 보증을 서고 은행들이 모든 국민에게 1인당 1000만원까지 저금리로 빌려준다는 게 골자다. 만기 10~20년 동안 마이너스통장처럼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저신용자들에게 기본대출권을 보장함으로써 금융불평등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국민 절반만 기본대출을 받아도 그 규모가 250조원이다. 이 후보는 “가계부채 문제를 고려해 만 19~34세 청년(약 1014만 명)부터 시작하겠다”고 한다. 또 대출이자를 은행 우대금리보다 높게 설정하면 신용 1~2등급자는 대출 유인이 없을 것이고, 실제 이용자는 3등급 이하 청년 750만 명 안팎이 될 것
신용경색은 금융회사들이 돈을 떼일까봐 대출을 꺼려 시중의 유동성이 갑자기 마르는 현상이다. 경기불황이나 기업의 연쇄도산 시기에 주로 나타난다. 경제의 ‘피’와 같은 돈줄이 꽉 막혔다고 해서 ‘돈맥경화’로도 불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지독한 신용경색을 경험했다.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실물경제의 침체가 가속화됐다.그런데 지금처럼 시중에 돈이 넘쳐나고, 기업파산 소식이 없는데도 가계에 돈줄이 막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가계대출을 억제하라”는 정부의 압박에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부터다. 전세자금 입주잔금 등을 제때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은 저축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을 전전한다. 졸지에 ‘대출난민’ 신세가 된 이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며 분통을 터뜨린다. 이자를 꼬박꼬박 잘 내고 있는 고신용자도 예외가 아니다. 신용대출 한도는 줄어들고, 이자도 치솟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발(發) 신용경색이다.가계부채는 최근 2년간 많이 늘긴 했다. 2019년에는 58조원(전년 대비 증가율 4.0%) 증가했는데 2020년 128조원(8.5%), 올 상반기에만 벌써 74조원 늘어 잔액이 1705조원에 이른다. 코로나19 이후 초저금리가 1차적인 배경이다. 여기에 집값 급등이 가세하면서 ‘영끌’과 ‘빚투’를 불러오고 이것이 다시 집값을 밀어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 고리를 끊어 집값을 잡겠다는 게 대출 규제의 숨은 의도일 것이다. 부실 위험이 더 큰 자영업자 대출(858조원)과 다중채무자 대출(77조원)에 대한 핀셋 대책은 없고, 대출 총량규제만 밀어붙이고 있는 데서도 드러난다.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큰 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여당은 말썽을 일으킬 정책을 잘 펴지 않는다. 자칫 표심(票心)을 건드릴 수가 있어서다. 그 대신 ‘퍼주기’ 같은 선심성 정책이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전 국민의 88%에게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는 5차 재난지원금이 그런 예다. 제대를 앞둔 ‘말년 병장’에게도 300만원의 구직수당 신청 자격을 주고, 중소기업 다니는 청년에게 2년간 1200만원의 적립금을 지원하는 것 역시 청년층 환심을 사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역대 정권들도 마찬가지였다.그런데 최근 이런 프레임으로 선뜻 이해하기 힘든 게 있다.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가계대출 규제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별로 대출 총량을 제한하자 은행부터 대출 문턱을 높였다. 몇몇 은행의 갑작스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중단에 세입자, 신혼부부 등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대출 난민’으로 전락했다. 관련 기사의 댓글은 전세금을 치르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연과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로 도배되고 있다.선거를 앞두고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법한데도 정부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 듯하다. ‘총량 증가율 6%’라는 획일적인 잣대만 앞세우지 말고, ‘실수요자 예외’ 같은 정교한 관리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지만 요지부동이다. “대출 억제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당국자의 강성 발언에 이제는 2금융권까지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민심이 폭발해도 정부가 꿈쩍하지 않는 걸 보고 일각에서는 금융관료들의 ‘뚝심’이라는 촌평도 나온다. 실제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가계부채 관리는 금융당국의 첫 번째 책무다. 코로나 시대 각국의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두고 중간배당까지 약속했지만 주식시장의 반응이 미지근하다. 시장의 관심은 온통 내달 6일 상장하는 카카오뱅크에 쏠려 있다. 공모 청약에 국내외 기관 1167곳에서 2585조원의 주문이 들어왔고, 개인투자자 186만 명이 58조원의 증거금을 쏟아부었다. 카뱅 증시 데뷔에 금융지주의 실적 모멘텀이 반감된 것이다.시장의 환호는커녕 일각에서는 은행의 실적호전을 비딱하게 보고 있다. 국민들은 코로나로 빚더미에 올라 어려운데 은행들이 탐욕을 부리며 돈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온당치 않고, 포퓰리즘적인 시각이다. 은행에서 뭔가 뜯어내려는 정치적 프로파간다에 가깝다. 대선 후보들이 ‘은행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걸고 빚 탕감 같은 포퓰리즘 공약을 내놓을지 걱정하는 금융인이 많다.은행들이 돈을 어떻게 벌었기에 억울한 비난을 받을까. 올 상반기 KB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44.6% 늘어난 2조4743억원, 신한금융은 35.4% 증가한 2조443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나금융(1조7532억원), 우리금융(1조4197억원), 농협금융(1조2819억원)도 신기록을 세웠다. ‘빅5’의 상반기 순이익은 모두 합쳐 9조3729억원이다. 불과 5년 전의 1년 치 순익(7조8246억원)을 훨씬 웃돈다. 수치상 호황을 누린 건 분명하다.금융업은 인허가 사업이다. 정부의 규제와 보호를 받는다. 그래서 은행들의 이익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과는 결이 다른 건 사실이다. 특히 수출 대기업은 주로 해외에서 달러를 벌어오지만 은행은 아직 내수 산업에 머물러 있다.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영업하고 있지만 그 비중은 미미하다. 은행 이익
미국 씨티은행이 한국 소매금융 시장에 뛰어든 지 35년 만에 철수하는 것을 두고 금융계에서 다양한 평가가 나온다. ‘토종은행의 승리’라는 평가도 있지만, 금융산업의 격변을 알리는 신호탄이란 해석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토종의 승리라는 관전평은 선진 금융기법을 전수하며 리테일뱅킹의 최강자였던 씨티가 결국 토종은행들과의 경쟁에서 밀렸다는 것이다. 씨티그룹은 1967년 씨티은행서울지점을 설립했다. 기업금융을 하다가 1986년 소매금융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막 5000달러를 넘어선 1989년에 부유층을 대상으로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내놓았다.1990년 24시간 ATM, 1993년 24시간 폰뱅킹 등으로 새 바람을 일으켰다. 외환위기 이후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 체제가 무너지자 2004년 한미은행을 합병해 한국씨티은행을 출범시켰다. 신용대출, 웰스매니지먼트(WM), 해외펀드 등을 내세워 고액자산가들을 충성고객으로 흡수했다.기업금융에 치중하던 토종은행들은 외환위기 시련을 겪은 뒤 새 수익원을 찾아 소비자금융에 뛰어들었다. ‘씨티 따라하기’가 유행이었다. 2005년 8대 시중 은행장 가운데 6명이 외국계 은행 출신 또는 외국인이었을 정도로 해외파가 득세했다. 신한은행의 라응찬, 하나은행의 김승유, 주택은행(국민은행)의 김정태를 주축으로 한 토종뱅커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은행을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증권 보험 신용카드까지 아우르는 금융그룹화였다. 시너지와 규모의 경제를 창출했다. 한국씨티은행의 설 자리는 좁아졌고, 한때 210개를 넘었던 점포수는 43개로 줄었다.그런데 이를 ‘토
은행산업을 휘젓는 ‘메기’가 세 마리로 늘어났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이어 토스뱅크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본인가를 받고 9월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노란 메기 카뱅은 출범 한 달 만에 300만 명, 3년 만에 1600만 명을 끌어모았다. 비결은 ‘빠르고 편리함’이었다. 스마트폰에서 손가락 몇 번의 터치로 돈을 빌리는 게 일상이 됐다. 2030세대가 카뱅과 케뱅으로 몰리자 ‘전통은행’들은 10년, 20년 뒤의 생존을 걱정하며 디지털 전환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메기 효과’였다. MZ세대 2000만 명을 회원으로 둔 토스의 은행업 가세는 카뱅 돌풍과 맞물려 금융의 판을 뒤흔들 수 있다.오는 7월께 증시에 상장하는 카뱅의 총자산은 27조원이다. 아직 국민은행(450조원)의 6%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업가치(시가총액)는 10조~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과 카드·증권·보험사 등을 아우르고 있는 KB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이 23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메기가 곧 상어가 될 것”이란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인터넷은행은 박근혜 정부에서 시동을 걸고 문재인 정부 때 속도를 낸 대표적인 금융혁신 성과물이다. 정권과 무관하게 정책의 일관성을 보여준 모범사례로 꼽힌다.메기 3인방이 이제 빠르고 편리함을 넘어 새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공언해 주목을 끌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취급하기 꺼리는 중금리대출이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불안해 보인다.중금리대출은 말 그대로 중간정도의 이자율로 빌려주는 대출을 일컫는다. 현재 시중은행 신용대출의 80~90%는 신용등급 1~3등급(신용점수 820점 이상)인 고신용자 대상이다. 이자는 연 2~3%대 수준이다. 4등급 이하는 시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망할 놈의 느림보(Damn, Bloody, Slow)’란 조롱을 받았다. 영업점 창구의 대기 시간이 너무 길었고 관료주의와 불친절함으로 악명 높았다. 그런데 7년 뒤 ‘세계 최고 디지털 은행’(유로머니, 2016~2017년)이란 찬사를 받더니 2019년엔 유수의 글로벌 은행을 제치고 ‘세계 최고 은행’(유로머니)에 올랐다. 요즘은 ...
새로운 산업이 싹틀 조짐이 보이면 늘 불청객이 찾아온다. 공무원들이다. 여러 부처가 달려들어 법을 만들겠다며 경쟁을 벌인다. 일종의 ‘나와바리’ 싸움이다. 수십 년 전 온라인교육산업이 등장하자 교육부, 산업부, 과학기술부 등이 서로 자기 영역이라며 법 제정 주도권을 놓고 싸웠던 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 돈과 사람이 몰리고 있는 암호화폐는 이상하게도 모든 부처가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블...
삼성전자가 오늘(16일) 주주에게 주당 1932원씩, 총 13조1242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한다. 사상 최대 규모다. ‘동학개미’ 주주 214만 명도 1인당 평균 35만원을 받는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3분기에 지급한 중간배당까지 합하면 2020년 사업연도에 푼 배당금 총액은 20조3380억원이다. 전년보다 10조719억원(111%) 많은 금액이다. 이런 역대급 배당은 실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위...
아무리 선거가 급해도 너무 나간 것 같다. 노점상 재난지원금 말이다. 전국 노점상 수가 몇 명인지도 모르고 어림잡아 4만 명 정도 되겠거니 하고 200억원을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했다고 한다. ‘퍼주기 끝판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지만 정부·여당도 스텝이 꼬였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었는지, 사업자 등록을 전제로 1인당 50만원을 주겠다고 하자 노점상들이 환영은커녕 불만을 쏟아냈다. “굶어 죽을 판인데...
주식 공매도 재개를 놓고 찬반양론이 뜨겁다. 찬성 쪽은 “증시 과열 얘기가 나오는 지금이야말로 공매도 금지 조치를 풀 타이밍이다. 마냥 이대로 놔둘 수 없다”고 지적한다. 반대 쪽은 “개인투자자들이 다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내몰릴 것이다. 동학개미의 투자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동학개미의 표 계산에 복잡하다. 여당은 반대쪽에 가세하고...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이 승리하고도 1주일 이상 법률상 당선인 지위를 못 누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하며 정권 인수에 협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인수위원회는 “정보 공유,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해 정권 인수 작업이 늦어지고 국가안보도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요지부동이다. ‘바이든 시대’가 열렸지만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는 것...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의 악몽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우편투표의 후폭풍 우려 탓이다. 2016년 대선 때는 미국 유권자의 약 25%가 우편투표를 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그 두 배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투표 방식은 주(州)별로 다르다. 용지 발송과 회수, 기한 내 도착 여부 등을 놓고 혼선이 불가피하다. 개표 작업에 수일, 수주가 걸릴 수 있다. 무효표 논란과 다툼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고, 대법원이 차기 대통령 취임일인...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1996년 12월 앨런 그린스펀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주식시장의 과열을 경고하면서 남긴 유명한 말이다. 당시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6400포인트대. 주가는 며칠간 급락했지만 다우지수는 그로부터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직전 11,750선까지 질주했다. 그린스펀의 바통을 이어받은 벤 버냉키. 2013년 5월 다우지수가 ...
서울에서 무역대리업을 하고 있는 외국인 K씨는 지난해 큰 곤욕을 치렀다. 일 처리가 엉망이고 업무 시간 중 수시로 스마트폰을 만지는 직원 한명에게 해고 통보를 한 것이 발단이었다. 얼마 뒤 관할 고용노동청에서 찾아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재고용을 권고했다. K씨는 해고 사유를 되풀이 설명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다시 고용된 그 직원은 더 게으름을 부리며 시위(?)를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K씨는 “한국이...
조국 사태가 청와대와 검찰의 대결로 치닫는 형국이다. 결말이 어떻게 날까 국민들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의혹은 차고 넘쳤고, 자질은 국민 눈높이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잃을 게 별로 없을 것’이란 정치공학적 판단을 보면 경제정책도 그런 식이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실제 탈(脫)원전은 환경단체,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는 노동계를 향한 배려라는 관측이 끊이지...
‘한 끼에 1만원도 엄두를 못 내는데 1인당 15만원이라니….” 최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만찬회동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총선을 10개월여 앞두고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여권 핵심 인사와 국가 최고정보기관 수장의 회동은 누가 봐도 이상했다. 그런데 기사 댓글에는 총선 개입 의혹에 관한 것보다 양 원장이 현금으로 냈다는 밥값에 화를 낸 사람이 더 많았다. 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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