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의사인 A씨는 ‘하노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지금도 오싹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엘도라도’를 꿈꾸며 베트남 파트너와 함께 하노이 도심에 클리닉을 개업했던 그는 불과 1년 여 만에 의료장비조차 제대로 갖고 나오지 못한 채 쫓기듯 하노이를 떠나고 말았다. 한국은 베트남 투자 1위국이다. 2018년 잠깐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지난해 되찾았다. 한국의 베트남 투자가 양적으로는 계속 팽...
2019년 12월28일 하노이에 있는 베트남 최고인민법원은 향후 베트남 미래의 가늠자가 될 만한 ‘세기의 판결’을 내렸다. 1986년 ‘도이모이’ 개혁을 통해 ‘사회주의 지향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한 이래 사실상 첫 정경유착에 대한 판결이라는 점에서다. 이번 재판에서 최고인민법원은 응우옌 박 선 전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국영 통신사인 모비폰이 민영 페이 퍼 뷰(...
크리스마스 이브가 이처럼 떠들썩할 줄은 몰랐다. 사회주의공화국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는 지난 24일 밤 그야말로 불야성이었다. 빈컴몰 등 대형 쇼핑센터 입구는 사람과 오토바이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작고 귀여운 빨간색 산타복을 입은 아이는 양손을 부모의 손에 맡긴 채 거대 크리스마스 장식을 신기한 듯 바라봤다. 성탄절이 근무일이라는 건 까맣게 잊은 듯, 청춘들은 베트남 특유의 낮고 작은 의자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맥주를 홀짝였다. 하노이의 성탄...
‘2019 한·베 동반성장 사업 챌린지’ 시상식이 지난 23일 베트남 하노이 국립대(VNU) 경제비즈니스 대학에서 열렸다. 사단법인 한베동반성장교류협회(회장 염운주)가 주최하고 중소기업중앙회, 우리은행 베트남, 동반성장연구소 등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한국과 베트남의 동반성장을 위한 사업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8월부터 베트남 대학생과 일반인(39세 이하)을 대상으로 사업 아이디어를 접수해 이날 ...
저녁 무렵 닌쭈 해변의 하늘은 형형색색으로 물든다. 매일 서쪽으로 기울건만, 태양이 수놓는 노을의 빛과 문양은 날마다 다르다. 반달 모양으로 넓게 퍼진 약 4㎞ 백사장을 걷는다. 들리는 것이라곤 바람과 내 안의 심장 소리뿐이다. 날 것 그대로를 간직한 베트남 남동부의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클리셰’처럼 구태의연한 베트남 여행에 지쳤다면, 닌투언에 가봐야 한다. 그곳엔 바다, 산, 모래, 돌, 바람, 태양, 꽃들이 빚어내는...
“대우의 성공과 실패는 역사 속에 남겠지요. 이제 저는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려고 애썼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지난 9일 타계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생전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그가 타계 직전까지 베트남에서 ‘제2의 청년 김우중’을 키워내기 위해 ‘글로벌 청년 사업가 양성(GYBM)’ 사업을 해온 이유다. 김 전 회장은 2009년 대우세계경...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 감독은 유니폼 왼쪽 가슴 높이에 그려진 붉은색 바탕의 노란 별을 힘차게 두드렸다. 필리핀 리잘 메모리얼 스타디움 한 켠을 가득 메운 베트남 응원단을 향한 그의 눈빛은 이렇게 말하려는 듯 했다. ‘박항서가 아니라 베트남이 우승을 만들었습니다’. 베트남 U-22 축구대표팀이 인도네시아를 꺾고, 2019 동남아시안게임(SEA) 남자 축구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12월10일은 한·베트남 관계...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 감독은 유니폼 왼쪽 가슴 높이에 그려진 붉은색 바탕의 노란 별을 힘차게 두드렸다. 필리핀 리잘 메모리얼 스타디움 한 켠을 가득 메운 베트남 응원단을 향한 그의 눈빛은 이렇게 말하려는 듯 했다. ‘박항서가 아니라 베트남이 우승을 만들었습니다’. 베트남 U-22 축구대표팀이 인도네시아를 꺾고, 2019 동남아시안게임(SEA) 남자 축구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12월10일은 한·베트남 관계...
호찌민시를 강타한 반부패 칼날 아파트 개발 사업서 대규모 비리 적발 베트남 정부, 호찌민 부동산 프로젝트 ‘올 스톱’시켜 한국 기업 등 자금 묶인 외국 투자자들 북부 정치권력의 남부 경제권력 길들이기라는 시각도 통일궁은 호찌민시의 유명 관광 명소 중 하나다. 길할 길(吉)자를 형상화, 음과 양의 조화를 구현한 6층짜리 건물은 동서양의 건축미를 절묘하게 결합시켜 건물 자체로도 보는 맛이 좋다. 아침 일찍부터 정문 앞...
지정학은 국제 정치를 인문지리학의 눈으로 바라보는 학문이다. 동아시아를 분석할 때 지정학은 아주 유용한 분석 도구다. 예컨데 지도상에서 한반도와 베트남, 중국의 경계선을 지워보자.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떠오르는 동물이 하나 있다. 닭이다. 한반도는 중국이란 거대한 닭의 주둥이쯤에 있고, 베트남은 다리에 해당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대륙을 차지한 중국의 역대 왕조들은 주둥이와 다리를 잃지 않으려 치열한 정복 전쟁을 벌였다. 한나라 무제가 ...
베트남은 ‘South China Sea(남중국해)’라는 표현에 매우 민감하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그 바다는 동해(東海)일 뿐이다. 외신이나 외국 지도에 일본해라는 표기만 나와도 울분을 참지 못하는 한국의 정서와 비슷하다. 베트남은 한(漢)의 무제가 한9군을 설치한 이후 약 1000년간 중국 왕조의 지배를 받았다. 1979년엔 중·베트남 전쟁으로 불리는 국경 분쟁이 발발했다. 베트남 사람들은 미국과의 전쟁으로 지...
1953년생인 이정빈 원일티엔아이 대표가 ‘이달의 무역인상’을 받은 건 2013년이다. 국내 기업 불모지였던 고압연소식기화기(SCV), 터빈용 연료주입시스템(FGSS) 분야에 뛰어들어 국산화에 성공했다. 6년이 지난 요즘, 이 회사는 고체수소연료로 또 한 번의 ‘수출 대박’을 준비 중이다. 토종 잠수함인 장보고함에 장착할 정도로 기술력을 입증했다. 유일한 경쟁 상대는 독일 기업뿐이다. 오랜 연구와 과감...
국내 굴지의 자동차 부품 업체인 A사는 최근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하려다 난관에 부딪혔다. 베트남 과학기술부가 ‘첨단 기술 증명서’를 요구해서다. 외국인직접투자(FDI) 주무 관청(투자계획부)도 아닌 곳에서 전에 없던 증빙 서류를 요구한 터라 A사 실무진은 배경을 파악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2010년 이후 최고치를 찍을 정도로 베트남 경제가 질주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베트남이 돈과 기업을 가려 받...
베트남 중북부의 응에안성은 ‘가난의 대명사’로 불리던 곳이다. 베트남 속담에 ‘응에안의 개는 돌을 먹고, 닭은 모래를 쫀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척박한 토양 탓에 주산물이라고 해봐야 땅콩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요즘 응에안은 베트남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상징과 같은 곳으로 떠올랐다. 성도인 빈(Vinh)은 탄탄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벤츠 매장이 들어설 정도다. 베트남의 가...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토지 임대료를 면제해드립니다.” 지난 8일 베트남 중부의 다낭시 하이테크파크&산업단지 관리청 청사. 이곳의 실무를 총괄하는 팜쯔엉손 부국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수출 ‘엘리트’ 기업들을 설득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달의 무역상’을 받은 기업들의 모임인 한빛회 회원사 대표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다낭이 수출기지가 되려면 물류, 인재, 내수를...
사파(Sapa)는 베트남 북부 여행의 백미다. 해발 1650m 고원이 빚어낸 ‘안개 속 마을’에 가면 도시의 세파쯤은 눈녹 듯 사라진다. 베트남과 중국의 접경 지역에 태고적부터 터를 잡고 살아왔을 소수민족의 삶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다는 것도 사파 여행의 매력이다. 하노이와 하롱베이 여행의 부록 정도로 사파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궤도를 바꾸는 게 상책이다. 사파는 라오까이(Lao Cai)성에 있는 산악 마을...
CMC그룹은 베트남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전위부대 중 하나다. 호찌민에 빅테이터 센터를 운영 중이고, 최근엔 ‘C오픈’이라는 개방형 디지털 플랫폼도 구축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의 성장에 힘입어 작년 매출은 약 2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에 CMC의 존재가 알려진 건 지난 7월 삼성SDS가 CMC에 500억원을 투자, 약 25%의 지분을 인수하면서다. CMC를 ‘삼성의 간택’을 받은 기업...
베트남을 얘기할 때 자주 쓰는 비유가 하나 있다. ‘타임머신’이다. 한국에서 ‘개발 연대’ 시절을 보낸 5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하노이나 호찌민시 곳곳을 다니다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한국의 1980~1990년대 같구만’. 자전거 대신 오토바이가 도로에 가득하고, 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휴대폰 화면에 꽂혀 있다는 정도만 다를 뿐, 베트남은 모든 것이 개발과 발전을 위해 쉼없이...
요즘 하노이 부자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스타레이크 시티’다. 하노이 도심의 가장 큰 호수인 호떠이 서쪽에 대우건설이 조성 중인 대규모 복합단지로, 지난달부터 2차 빌라 분양이 진행 중이다. 빌라 한 채당 가격은 100만달러를 웃돈다. 만만치 않은 가격임에도 2차 분양 역시 대성공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16일 “신청자가 이매 배정 물량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1차...
싱가포르는 사막에 버금가는 물 부족 국가다. 빗물을 가둘 땅이 부족해서다. 하지만 오늘날 싱가포르는 글로벌 물산업의 메카로 인정받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산·학·연 협력이다. 글로벌 수처리 연구개발(R&D) 센터만 26개다. 지멘스, 니토덴코, 도시바, 베이징수자원공사 등 해외 유수의 기업들이 싱가포르의 대학 연구진과 첨단 수처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싱가포르 내 물(水) 기업은 작년 말 200여 ...
싱가포르 산·학·연 협력의 특징은 설계자로서의 정부 역할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가 6개 대학과 교수 사회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기업과의 협업을 이끌어낸다. 국립대 체제라는 특성을 십분 활용한 전략이다. 아래로부터의 혁신을 추구하는 실리콘밸리의 생태계와는 작동 방식 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혁신성만큼은 실리콘밸리 못지않다. 그 비결의 핵심은 공정한 평가 시스템이다. 산·학·연 생태계의...
첸츠한 싱가포르국립대(NUS) 부총장(사진)은 싱가포르 산학협력의 경쟁력을 “끊임없는 토론”이라고 했다. 코퍼릿랩이라 불리는 산학 연구소만 해도 기업과 대학 간 장기 교류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첸 부총장은 “연구소를 하나 세우려면 2년 정도의 토론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는 테크놀로지 컨소시엄(TC)이다. 스핀트로닉스(스핀을 디지털신호로 활용하는 전자공학), 광자학, ...
‘잔존 기간 40년 남은 아파트 팝니다’. 베트남의 한 부동산 사이트에 올라 온 매물 소개 문구다. 국가로부터 받은 아파트 토지 사용권 50년 중 40년이 남은 아파트를 팔겠다는 의미다.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에 투자할 때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 무엇인 지를 새삼 일깨워주는 사례다. 베트남 투자엔 유효 기한이 있다는 얘기다. 베트남에서 모든 토지의 주인은 국가다. 원칙적으로 인민은 토지에 대한 ...
베트남에 살다 보면 이곳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때가 있다. 국명에 ‘사회주의공화국(The Socialist Republic)’을 명기한 나라임을 실감할 일은 거의 없다. 하노이의 일상은 자본주의에 훨씬 가깝다. 하노이가 세계 최악의 미세먼지 도시로 올라선 것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듯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각자의 오토바이로 자신만의 이익을 좇아 도로 위를 질주한다. 베트남 정부가 웬만한 자본주의 국가 뺨칠 만한 친...
빈패스트는 ‘베트남의 현대자동차’를 꿈꾸는 기업이다. 동남아시아 어느 기업도 하지 못한 ‘자동차 독립’에 도전하고 있다. 하이퐁 생산공장 기공식도 베트남 독립기념일인 9월2일(2017년)로 잡았다. 그리곤 21개월만인 올 6월에 첫 양산차인 파딜(Fadil)을 출시했다. 모기업인 빈그룹은 1200여 개의 산업용 로봇들로 채워진 최첨단 자동차 공장을 짓는데 35억달러(약 4조1800억원)를 쏟아 부었다....
까버이산(Ca Voi Xanh)은 베트남 중부 해안에서 동쪽으로 88㎞ 가량 떨어진 대륙붕이다. 약 1500억 입방미터(ft3)의 가스가 매장돼 있는 베트남 최대 가스전이다. 2017년 1월 엑손모빌이 페트로베트남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개발에 뛰어들었다. 총 사업비 규모만 100억달러(약 12조원)에 달한다. ‘푸른 고래’라는 뜻을 갖고 있어 ‘블루웨일’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에 미·중 갈등의 ...
베트남은 GDP(국내총생산)의 5.7% 가량을 인프라 개발에 투자하는 나라다.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에 따르면 인도보다도 높고, 동남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전국 도로 포장률은 약 20%에 불과하다. 북부 하노이에서 남부 호찌민까지 약 1500㎞를 육로로 이동하려면 하루를 꼬박 쉬지 않고 운전해야 갈 수 있다. 구글맵 기준으로 소요시간이 26시간에 달한다. 남북을 잇는 대동맥이 끊어져 있다는 얘기다. 인프라 개발은 베트남이 중진국으...
베트남 달랏(Dalat)에 가면 누구나 세 가지에 놀란다.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과 물빛, 솔향 가득한 신선한 공기, 그리고 에어컨 없이도 잠들 수 있는 한밤의 정적이다. 여느 대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자연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달랏이다. 리엔크엉 국제공항에 내리는 누구나 감탄을 연발할 수밖에 없다. 인도차이나반도를 점령한 프랑스가 달랏에 그들만의 안식처를 설계한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가족 여행객은 택...
8월 26일 인도네시아 조코위(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수도를 지금의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섬으로 알려진 칼리만탄섬 동부로 옮기는 조치를 발표했다. 자카르타 지역의 과밀을 해소하고 국토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결단으로 평가된다. 자카르타는 순다 끌라빠라고 하는 어촌으로 시작하여 3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확장을 거듭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으나, 이제는 한계에 부딪혀 난개발로 인한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인도네시아 ...
주베트남 대사에 박노완 전 호찌민 총영사(사진)가 내정됐다. 베트남 근무 경력만 10년가량인 ‘베트남통(通)’이다. 박 내정자는 2017년 ‘최순실 사태’가 터졌을 때 최씨의 ‘낙하산 인사’로 낙인 찍혀 자리에서 물러나 전북 국제관계대사로 근무 중이다. 4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와 외교부는 5~7명의 주베트남 대사 후보 가운데 박 전 총영사를 1순위로 정한 것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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