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중앙은행(SBV)의 권능은 무소불위에 가깝다. 한국의 정부 조직에 비춰보자면, 한국은행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기능을 더하고, 그것도 모자라 기획재정부의 재정정책 총괄하는 곳이 SBV다. 이런 이유로 레 밍 흥(Le Minh Hung) SBV 총재는 당서기를 제외하고, 베트남에서 가장 만나기 힘든 관료로 꼽힌다. 그와 독대하려면 수억달러짜리 투자확약서를 들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헝 총재는 베트남 경제라는 신흥 오케스트라를...
지난 8월 26일 인도네시아 조코위(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수도를 지금의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섬으로 알려진 칼리만탄섬 동부로 옮기는 조치를 전격 발표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수도 이전은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 때부터 이어져온 묵은 의제다.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4월 재선에 성공,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제2기 정부가 출범하는 올 10월이 되기도 전에 수도 이전을 전격 발표한 것이다. 아직은 발표만 한 상태이지만 이것만으로도 50년 묵은 숙제를 해치운...
한·일전(戰)은 늘 흥미롭다. 하다못해 어린이 야구도 상대가 일본이면 관심 지수가 치솟기 마련이다. 일단 붙으면 이겨야 하는 게 한·일전이다. 이런 점에서 베트남은 극일의 통쾌함을 선사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베트남 제1의 투자국은 한국이고, 1등 기업도 삼성전자다. 게다가 베트남 축구를 동남아시아 최강으로 만든 이는 한국인 박항서다. 적어도 전반전은 한국의 압승이라 할 만하다. 1945년 이후 동남아시아가 일본의 ...
베트남 남부 고원 지대에 있는 달랏(Dalat)은 요즘 ‘투자 관광’으로 뜨는 지역이다.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제2의 다낭’을 찾고 있는 한국 투자자들도 달랏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중견 건설사인 K사가 이곳에서 호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베트남 일대가 프랑스의 식민지이던 20세기 초, 프랑스인들은 북부와 남부에 각각 그들만의 휴양지를 개발했다. 북부엔 베트남과 중...
베트남 총리의 공식 월급은 1800만동(VND)이다. 한화로는 약 90만원이다. 베트남 삼성전자 단지의 현지인 과장급 월급이 2000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직과 민간의 급여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베트남 내에서도 이 같은 비현실적인 공무원 보수 제도가 부패의 뿌리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공직자의 ‘얇은 월급봉투’ 현상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됐다. 사회주의 국가 특유의 전문직 홀대가 첫번째다. 육체 노동...
‘부패 척결’ 칼 빼든 베트남, ‘국격’ 높이기에 총력 내년 NU 안보리 비상임이사, 아세안 의장국 반부패법 이달 첫 시행, 베트남판 ‘김영란법’ 공(公)과 관련된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선물 못 받아 우리 기업들 “올 추석 선물 어떻게 하나” 전전긍긍 뇌물 문화 없앨 신호탄 VS 용두사미로 끝날 것 아시아의 ‘뜨는 별’ 베트남이...
미딩(My Dinh)은 베트남 하노이의 ‘한인 타운’으로 불리는 곳이다. 한식당과 마사지샵들이 즐비해 하노이를 방문한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다. 얼마 전 미딩의 한식당에서 식사하던 중에 저절로 눈쌀이 찌푸려지는 광경을 목격했다.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건장한 청년들이 서로를 향해 폭언을 퍼붓고 있었다. 만취한 듯, 주변의 손님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관광객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옆에 있던 동석자(A은행 지점장)는...
‘히즈라’. 선지자 무함마드가 서기 622년 메카를 떠나 메니다로 이주한 ‘사건’을 일컫는 말이다. 당시 메카는 이슬람을 탄압했다. 초기 이슬람 세력은 새로운 근거지가 필요했다. 이런 의미에서 메니다로의 이전은 이슬람의 실질적인 출발점이다. 히즈라가 이슬람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 의의를 지닌 사건으로 불리는 이유다. 얼마나 중요하던지 이슬람 달력은 히즈라가 일어난 해를 원년으로 삼고 있다. 이 단어가...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에서 ‘학교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에서부터 빨래방 프랜차이즈까지 다양한 형태의 기업들이 진출하는데 정작 주재원 자녀들이 다닐 학교가 부족해서다. 하노이 유일의 한인학교인 한국국제학교(이하 하노이 한인학교) 학생수는 정원의 2.5배 규모인 2030명에 달할 정도다. 정원 초과로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은 예년의 절반밖에 뽑지 못했다. ○ 주재원들의 최대 고민 하노이 한인학교는 2006년에 문을 ...
베트남에서 ‘베트남 전쟁(1960~1975)’은 금기어에 가깝다. 통일이라는 명분 아래 동족끼리 총뿌리를 겨눴던 비극을 어느 누구도 들춰내려하지 않는다. 하노이 땅을 밟은 지 며칠 안되는 한국인이 간혹 ‘과거사’를 꺼내기라도 하면 좌중은 어색함에 압도되곤 한다. 사석에서 만난 한 베트남 관료는 그들의 감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베트남에서도 철없는 전후 세대나 전쟁을 입에 올린다”....
“국민을 담보로 자신만의 싸움을 하고 있다”. 한 전직 외교부 장관의 쓴소리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전직 외교부 장관은 “정치가 외교의 자리를 불살랐다”고 비판했다. 윤영관, 송민순, 유명환, 김성환 장관 등 4명의 전직 외교부 수장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갈수록 전면전으로 치닫는 한·일 갈등을 풀 수 있는 해법을 묻기 위해...
북한이 미국과의 핵협상을 앞두고 ‘시간 벌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이 돌연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들고나온 것과 관련해 미국의 ‘핵동결 입구론’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18일 설명했다. 연구원은 북한의 새로운 협상팀이 비타협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혁철이 주도한 ‘하노이 협상팀’이 처벌받...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북핵 협상에 대해 “시간에 쫓기지 않겠다(time is not of the essence)”며 ‘속도 조절론’을 다시 꺼냈다. 북한이 실무협상 재개의 조건으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한 데 대한 응수로 해석된다. 북핵 실무협상 늦어지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대북 제재 유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
과학기술계가 국방부의 전문연구요원 축소 움직임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대학과 중소·중견기업의 인적 기반이 붕괴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등 4개 과학기술단체는 15일 “전문연구요원제도 축소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냈다. 전문연구요원은 병역법에 따라 연구기관 등에서 군복무를 대체하는 제도다...
국방부는 해군 2함대 사령부 영관급 장교가 부하 병사에게 ‘거동수상자’ 발견 상황에 대한 허위자백을 종용한 사건과 관련, “대가성은 없었다”고 확인했다. 15일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 결과에 따르면 지휘통제실에 근무하는 A장교는 부대 내 탄약고 근처에서 거동 수사자가 초병에게 목격되는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인 지난 5일 오전 6시, 지휘통제실 근무 병사 10명을 휴게실로 불렀다. A장교는 이들에게 사건이...
해군 2함대의 ‘간첩 침입’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탄약고 근처에 나타났다가 암구호 요구에 도망친 ‘거동수상자’는 부대 내 장병이었다. 간첩 논란은 종결됐지만, 사건 조사과정에서 해군이 은폐와 허위 보고를 한 것이 드러나면서 군(軍)의 기강 해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14일 사건 발생 9일 만인 지난 13일 거동수상자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당시 합동 병기탄약고 초소 인근에서 경...
경기 파주시에 있는 육군 2기갑여단에서 ‘첨단과학기술군과 청년 드림(dream), 국군 드림’ 설명회가 지난 12일 열렸다. 이날 행사엔 황대일 1군단장과 최종환 파주시장을 비롯해 박정 파주시 국회의원, 손배찬 파주시의회 의장, 박한진 상공회의소 부회장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손석민 준장(사진)이 지휘하는 2기갑여단은 ‘청년 드림, 국군 드림’이라는 국방개혁 과제를 가장 선두에서 실천하는 부대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오는 10일 독일 베를린에서 만난다. 이달 중순께로 예정돼 있는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에 앞서 사전 조율을 위한 만남이다. 비건 대표의 카운터파트로 지목된 김명길 전 북한 베트남 대사와의 3자 대면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외교부는 7일 이 본부장이 9~12일 독일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나 레펠 독일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총국장과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협의를 ...
일본이 ‘경제 보복’의 칼을 뽑은 지 7일로 사흘이 지났다. 청와대의 대응 전략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의 보복조치에 대한 맞대응을 자제하면서 자유무역 원칙이라는 명분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 차원의 특사 파견 등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 3대 대응 원칙 강조 청와대는 지난 4일부터 시행된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3개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
한·일 갈등이 확전일로다. 일본은 경제 보복을 ‘준법 행위’로 포장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청와대는 신중론에서 ‘맞불’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다간 한·일은 돌이킬 수 없는 공멸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한목소리로 우려하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양국 기업과 국민들의 몫이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두 정상이 외교를 통해 결자해지해야 할...
“대통령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돕던 변호인의 눈으로 외교를 봐선 안 됩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67)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국익이 무엇인지를 최우선에 놓고 행동해야 한다”며 정부의 대일외교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과거 부산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돕던 변호사의 모습이 아른거린다고 했다. 천 전 수석은 “경제적 재앙이 코앞에 닥쳤는데 ...
청와대와 군이 북한 목선의 ‘대기 귀순’과 관련해 ‘거짓’과 ‘안이한 판단’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국가정보원, 군, 해경 등이 벌인 12일간의 합동조사 결과 군 수뇌부는 내부 협의 아래 “경계작전이 정상적으로 시행됐다”는 허위 브리핑을 내도록 했음이 드러났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판단 착오’도 밝혀졌다. 국방부의 거짓말을 알고도 이를 묵...
노무현 대통령은 조지 부시 대통령을 ‘그 사람’이라고 칭했다. 물론, 사석에서다. 그 시절 청와대 참모들의 증언이다. 두 정상은 생래적으로 맞지 않았다. 귀족과 서민의 거리만큼이나 간극이 컸다. 특히 두 정상의 대북관은 도저히 공통점을 찾기 어려워보였다. 부시 대통령은 김씨 세습 정권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 계승을 자임한 노 정부를 부시 대통령은 ‘가재는 게 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북한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이 7월 중순께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6·30 판문점 회담’에 미국 측 인사로는 유일하게 배석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이 매우 중요한 것을 진짜 해결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북한 매체들도 1일 미&mid...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담판’ 재개를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김정은과의 비무장지대(DMZ) 단독 회동 직후 “양측 전담팀이 실무 조율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실무 협상에 대해선 “2~3주 정도 진행될 것”이라며 결과에 따라 “(3차 미·북) 정상회담이 가능할지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
“정치가 군(軍)을 좀먹고 있습니다.” 한 예비역 고위장성의 하소연이다. 북한 목선의 ‘대기 귀순’은 그 결과물일 뿐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지휘관을 맡았던 또 다른 장성은 25일 “이념으로 무장한 정치 공세 앞에 서서히 잠식된 군기(軍紀)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군 전문가들은 ‘목선 사태’를 빌미로 군대를 비난만 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경계작전...
‘무기’는 지난 수만 년간 인류의 삶과 죽음을 결정지었다. 신석기라는 신형 무기의 등장이 그랬다. 구석기에 의존하던 수많은 종족은 절멸했다. 고고학적 증거물들이 이를 증명한다. 혁신적인 무기들은 때로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기도 했다. 몇 날 며칠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몽골 기마병의 말이 대표적이다. 요즘으로 치면 초고속 탱크부대를 몰고 칭기즈칸은 유럽을 정복했다. 이 같은 역사는 앞으로도 되풀이될 것이다. 미래의 혁신을...
한국 방위산업은 만년 추격자다. 세계를 선도하는 무기는 개발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요원하다. 국방과학기술도 방위 선진국 10개국 중 최하위권이다. 올해 46조원이 넘는 국방 예산을 쓰면서도 군이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 전쟁의 핵심으로 불리는 인공지능(AI), 드론봇 등은 아직도 ‘개념 연구’ 중이다. 드론봇만 해도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이달 말 완료를 목표로 드론봇의 개념과 전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 북한 매체는 이를 즉각 공개했다. “훌륭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평한 김정은의 반응을 담았다. 미·북 간 ‘친서 외교’가 재가동되면서 3차 ‘핵담판’ 기대가 커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어보고 만족을 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l...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1일 오찬 회담에서 “이번 방문이 원만한 성공을 이뤘다”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강조하며 “여러 합의를 잘 실천하고, 북·중 관계 로드맵대로 한 걸음씩 결실을 보자”고 했다. 시 주석은 취임 후 첫 방북을 마무리하고 이날 오후 베이징으로 복귀했다. 인민일보는 이번 방북에 대해 “새로운 시대의 중&m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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