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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과학계는 과학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트랜스포머티브(변형적) 연구’에 주목하고 있다. 변형적 연구라는 말은 기존에 존재하던 개념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고 나가는 연구라는 뜻이다. 미국국립과학재단(NSF)은 고위험, 불확실성이 큰 연구지만 고수익으로 되돌아오는 연구를 대상으로 이 용어를 쓰고 있다.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는 2008년 이런 연구를 미국의 경쟁우위 유지 측면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유럽연합(EU) 연구위원회는 ‘프런티어 연구’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일부 학자는 이론 수립형 연구, 분야 창출형 연구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만큼 독창성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되 실패 확률이 높은 분야다.전문가들은 인류가 쌓은 지능정보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꿀 양자정보과학과 유전자를 마음대로 편집할 수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분야를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꿈의 컴퓨터로 불리는 양자컴퓨터, 해킹이 불가능한 양자암호통신에 근거를 제시하는 양자정보기술의 기초 개념이 되는 ‘양자 얽힘’ 현상 연구자들은 2012년 노벨상을 받았다. 하지만 국가적인 육성 계획을 가진 미국, 유럽, 중국은 물론 구글과 인텔, IBM 등 주요 기업도 아직 양자정보기술을 실현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1960년대 DNA를 자를 효소를 발견하면서 유래됐다. 2012년 면역방어 기술로 확대됐다. 식물과 동물, 인간의 유전병 치료에서 지금까지 개발된 어떤 방법보다 가장 싸고 획기적인 방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중력파 분야 역시 여전히 도전적인 영역으로 남아 있다. 중성미자를 검출한 고시바 마사토시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와 중성미자의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는 세계적 연구소들은 연구원의 창의성을 증진할 여러 가지 방법을 찾고 있다.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솔크생물학연구소는 미국 내에서도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생물학 연구를 하는 기관으로 꼽힌다. 이 연구소가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만 6명이다. 2009년 사이언스워치는 신경과학과 행동연구 분야에서 세계 1위 연구소로 평가했다.솔크연구소는 독특한 건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3m에 달하는 연구실 천장 높이. 일반적인 건물의 천장(2.4~2.7m)보다 높게 지어졌다.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연구소 설립자 조너선 솔크 피츠버그대 교수의 특별한 주문에 따른 것이다.솔크 교수는 1960년 연구소를 지으면서 최고 건축가인 루이스 칸 예일대 교수에게 오래된 성당에서 자신의 연구 아이디어가 떠오른 점에 착안해 “천장이 높은 곳에서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솔크 교수의 말은 맞았다. 미네소타대 연구진은 2008년 천장 높이가 인간의 창의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사람들에게 천장 높이가 각각 다른 방에서 문제를 풀게 했고, 천장이 높은 방에서 창의적인 문제 해결력이 높아진다는 결과를 얻었다.미국의 무인 우주탐사를 주도하는 미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는 자유로운 토론 문화를 조성해 난제 해결에 나서는 대표적 기관이다. 최소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고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우주탐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토론 문화를 보장해야 한다는 기본철학이 연구소 설립 초기부터 적용됐다.2012년 화성 탐사로봇 큐리오시티는 앞서 화성에 착륙을 시도한 다른 탐사로봇과는 다
창의성이 발현되는 연구문화가 정착되려면 연구실 책임자의 리더십과 소통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전령RNA와 마이크로RNA(miRNA)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기초과학연구원 RNA연구단장·사진)의 연구실 분위기는 어떨까. 홍성욱 서울대 교수 연구진은 2010년 과학기술학연구지에 김 교수가 운영하는 RNA실험실 구성원 18명을 대상으로 실험실 내 소통 구조, 행동 방식, 갈등 해소 과정을 지켜보는 관찰실험을 진...
기초연구의 인력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주력인 대학 전임교원의 고령화가 심각하지만 ‘젊은 피’ 수혈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기초연구 분야에서 ‘조로증’에 걸린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점점 일본 닮아가는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전국 422개 대학 중 4년제 대학의 전임교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2012년 ...
미국 대학원에서 박사후연구원을 거치며 사이언스 로보틱스 등 유명 국제학술지에 로봇 분야 논문을 발표했던 K교수. 그는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한국 대학으로 돌아왔다. 그의 연구 분야는 지금도 해외에서 경쟁자가 거의 없는 로봇산업의 첨단 신기술이다. 그러나 K교수는 귀국 후 기존 로봇기술을 검증하는 실용화 연구에 더 신경쓰고 있다. 정년을 보장받으려면 새 분야를 개척하기보다는 논문을 빨리, 또 많이 내야 하는 한국적인 연구 풍토에 적응해야...
한국 과학계는 고령화와 ‘인구절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따르면 2018~2021년 정부출연연구기관 25곳에서 1198명이 연구현장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190명에 달했던 출연연 은퇴자(정년 61세) 수는 해마다 늘어 2021년 338명에 이를 전망이다. 대부분 책임연구원급(박사급)으로 각 분야에서 오랜 기간 잔뼈가 굵은 연구자다. 이들은 1980~1990년대 출연연이 증가하면서 ...
“뛰어난 과학자의 업적을 축하하는 건 언제나 필요합니다. 모든 미래는 그들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죠.” 러시아 벤처투자자 유리 밀너는 지난해 1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브레이크스루상 시상식에서 혁신적 연구에 열정을 바친 수상자들을 이렇게 치켜세웠다. 브레이크스루상은 소셜미디어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투자해 큰돈을 번 밀너가 아이디어를 내 제정됐다. 기초과학 분야의 획기적 성과를 응원하자는 취지에서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그동안 과학자들이 찾지 못한 지구형 행성을 일반인이 5개나 찾았다고 지난 1월 발표했다. 일반인이 참여한 시민과학플랫폼인 주니버스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운용하는 케플러우주망원경 사진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 이런 성과를 냈다. 2009년 발사된 케플러우주망원경은 외계행성이 별 표면을 지나가면 빛이 달라지는 점을 포착하기 위해 3개월에 1억 장씩 사진을 찍는다. 우주에서 동일한 지점의 사진 수백 장을 보고 행성이 별...
세계 양서류를 멸종 위기로 몰고 가고 있는 공포의 곰팡이가 한국에서 처음 유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에 있던 곰팡이에 감염된 양서류가 국제 교역을 통해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멸종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적인 양서류 생태 전문가 브루스 월드먼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를 비롯해 영국과 스페인, 스위스, 스웨덴 등 38개 기관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세계 곳곳에서 양서류들을 위협하는 병원성 항아리곰팡이가 한국에서...
방사성 물질을 내뿜어 논란이 제기된 라돈 침대에서 나온 방사선이 국내외 허용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는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당장 인체에 미치는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장기간 매트리스에서 가깝게 생활할 경우 내부피폭(몸속에 들어온 방사성 물질이 일으킨 피폭)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0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 원자력안전재단 등 관련기관과 함께 해당 침대와 원료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원...
세계 최강의 바둑고수 커제 9단을 누른 인공지능(AI)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가 이번에는 낯선 곳에서 빨리 지름길을 찾는 동물의 본능적인 위치 감각에 도전장을 냈다. 까마귀가 날아가며 위치와 거리를 계산하듯이 동물의 감각을 능가하는 주행기술이 머지않아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영국의 딥마인드와 런던칼리지대 연구진은 동물 뇌에서 위치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세포 기능을 모방해 포유류와 같은 길찾기 능력을 가진 AI를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사람은 복잡한 미로나 낯선 공간에 가면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면서 스스로 길을 찾는다. 가장 짧은 길을 본능적으로 찾아내기도 한다. 쥐와 같은 다른 포유류도 마찬가지다. 과학자들은 포유류가 처음 들어간 공간에서 길을 찾는 원리를 연구해 왔지만 이를 모방하지는 못했다. 사람의 뇌를 모방한 인공신경망은 바둑과 같은 게임이나 물체 인식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만 공간 파악에선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동물의 길찾기 능력은 뇌의 ‘격자 세포’라는 특수한 신경세포에서 나온다. 이들 신경세포가 글로벌위치확인시스템(GPS)처럼 동물들이 자신의 위치를 계속해서 파악하도록 규칙적인 신호를 쏜다. 거리와 방향을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두 지역을 이동하는 경로를 계획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격자 세포라는 말은 2014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마이브리트 모세르, 에드바르 모세르 노르웨이과학기술대 교수 부부가 처음 쓴 말이다. 이들은 쥐가 특정한 위치를 지나갈 때마다 활성화하는 신경세포들이 특정한 패턴이 있음을 처음 알아냈다. 격자 세포의 활성화가 일어나는 지점들
서울 연구용 원자로를 해체한 뒤 정부 출연연구기관에서 보관하던 방사성 폐기물이 무단으로 외부에 유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9일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조사해 서울 공릉동의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 3’와 핵연료 국산화 기술개발 시설을 해체한 뒤 대전 유성 연구원에서 보관해 오던 차폐용 납과 구리 전선, 밀봉용 금 소재를 무단으로 외부로 유출하거나 폐기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대한민국 엔지니어상’ 5월 수상자로 이희철 세메스 책임(왼쪽)과 안정원 오켈케이블 이사(오른쪽)를 7일 선정했다. 이 책임은 두께 5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이하의 웨이퍼 칩을 전자기판에 붙이기 앞서 접착테이프에서 떼어 내는 초박형 칩 박리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물리적으로 힘을 가하는 기존 방식과 다르게 공기를 불어넣어 칩을 떼어 내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5...
과학자들은 작은 질량차가 갖는 의미가 의외로 크다고 입을 모은다. 단 1g 차이만 나도 큰 손해를 보기도 하고 이득도 보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운영하는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5월 초 수도권에 판매된 적상추 4㎏ 가격은 1만3000원으로, 이를 그램(g)으로 환산하면 1g에 3.25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같은 기간 한국금거래소가 공시한 순금 1g 가격은 4만8800원으로 나타났다. 상품에 따라 1g 차이가 만들어내는 가치는 크게 다르다.각국은 이런 이유로 질량을 비롯해 길이, 시간, 질량, 온도, 광도, 전류, 물질의 양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7가지 기본단위를 만들어 엄격히 지키고 있다. 이 중 질량 단위인 킬로그램(㎏)을 비롯해 전류 단위인 암페어(A), 온도 단위 켈빈(K),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몰(mol)의 정의가 내년에 바뀐다. 표준연에 따르면 오는 11월13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국제도량형총회에서 이들 4개 국제단위계(SI)를 재정의하는 안건이 의결될 예정이다. 바뀐 정의는 내년 5월20일 ‘세계 측정의 날’부터 적용된다.불변의 상수로 기본단위 재정의측정의 척도인 기본단위를 재정의하는 건 단위 자체가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kg만 해도 그동안 프랑스의 국제도량형국에서 보존 중인 국제 킬로그램 원기(原器) 질량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원기는 백금 90%와 이리듐 10%로 이뤄진 높이와 지름이 각각 39㎜인 원기둥 모양을 하고 있다. 각국은 1889년 제작한 이 원기와 똑같은 국가 원기를 만들어 통일된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원기는 다른 물질에 비해 정도는 작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질량 변화가 생기는 건 피하기 어렵다. 실제 원기는 지난 100년간 1년에 1㎍씩 100㎍ 정도 가
북한이 5일 0시를 기해 한국보다 30분 느렸던 표준시를 30분 앞당겼다. 북한은 2015년 8월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제의 잔재를 청산한다며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하던 표준시를 30분 늦췄다. 북한이 표준시를 되돌리면서 남과 북은 3년여 만에 다시 같은 표준시를 쓰게 됐다.조선중앙통신은 “(자체 표준시인) 평양시간을 동경 135도를 기준 자오선으로 하는 9경대시(종전 시간보다 30분 앞선 시간)로 고침에 따라 4일 23시30분이 5일 0시로 됐다”며 “이로써 북과 남의 표준시간이 통일됐다”고 밝혔다. 북한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도 한국시간으로 5일 0시, 기존 평양시간으로 4일 오후 11시30분에 “0시를 알려드리겠습니다”는 방송을 송출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30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평양시간을 30분 앞선 시간으로 고치기로 결정하면서 이뤄졌다.사실 1초라는 시간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육상이나 수영 같은 기록경기에서는 100분의 1초 차이로 승부가 갈린다. 음속의 다섯 배인 마하 5의 속도로 날아가는 패트리엇 대공미사일은 불과 0.1초 차이로 목표를 170m 빗나간다. 수많은 휴대폰 단말기와 신호를 주고받는 기지국, 분초를 다투는 금융 거래를 하는 은행권, 정밀 기계가 작동하는 공장에선 정확한 시간 정보가 요구된다. 전자상거래에서 시간에 오차가 일어나면 큰 손실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만큼 30분이란 시간차는 상징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남북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은 장벽이었다.각국은 시간 오차가 생기지 않도록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국제도량형국은 1967년부터 세계 시간을 표준화하기 위해 세슘133 동위원소가 91억9263만1770회 진동한 시간을
지난달 25일 개봉한 영화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가 관객 수 800만 명을 돌파했다.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을 내세운 이 영화 흥행의 배경에는 수학, 그중에서도 공간의 수리적 성질을 연구하는 기하학의 역할이 한몫하고 있다. 사실감 넘치는 캐릭터의 동작과 색상을 화소에 담기 위해 벡터, 곡면과 다각형의 근삿값 등 기하학 원리를 이용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때에 따라 한 장의 화면에 4000만 개 이상의 다각형이 사용되기도 한...
영국 런던 큐가든 왕립식물원의 상징인 ‘템퍼러트 하우스(온대식물 온실)’가 5년간의 복원 공사를 마치고 5일(현지시간) 다시 문을 열었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 양식으로 지은 이 온실은 세계 곳곳의 온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흰색 철골구조와 수많은 유리창으로 상징되는 온실은 건축가 데시머스 버튼이 설계해 1863년 처음 문을 열었다. 현재는 영국 정부가 보호하는 1등급 보호 건물로 분류돼 있다.하지만 150년이 흘러 지붕이 새고 철골이 부식되면서 온실 곳곳에 문제가 발생했다. 2013년 시작된 큐가든 프로젝트는 가장 복잡한 온실 복원사업으로 불릴 정도로 대공사였다. 온실 소속 원예사와 공사 작업자들은 온실이 문을 연 이후 처음으로 건물의 페인트를 모두 벗겨냈다. 건물을 다시 칠하는 데 사용한 페인트만 축구장 네 곳을 칠하는데 필요한 양인 5280L에 이른다. 온실의 대표적 상징인 1만5000장에 달하는 유리창도 교체했다. 작업자들이 설치한 작업대 길이가 180㎞에 이른다. 공사비는 4100만파운드(약 600억원)가 들어갔다. 새로 단장한 온실은 예전보다 빛이 더 많이 든다. 식물원 측은 지붕에 닿았던 높은 나뭇가지를 치고 짧은 나무들을 옮겨 심었다.과학자들은 큐가든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식물 연구소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템퍼러트 하우스 역시 단순한 온실이 아니다. 실제 이 온실에는 세계 곳곳의 온대지역에서 가져온 1만 종 이상의 식물이 살고 있다. 거의 모든 골디록스 영역(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곳)에서 가져다 심은 식물이다.이 온실은 단순히 식물을 보호하고 키우는 공간이 아니라 지진과 산불 같은 자연재해로 사라지는 식물을 지켜낼 보루 역할도 하고 있다.
성윤모 특허청장(55)은 소통 능력과 기획력을 갖춘 산업기술정책 전문가로 통한다. 일 얘기를 할 때는 거침이 없지만 개인사를 말할 땐 소박하고 상냥한 학교 선배 같은 인상을 준다. 오랜 공직생활에서 몸에 밴 특유의 진지함이나 권위는 찾아보기 어렵다. 늘 상대방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공무원 후배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텁다. 30년 공직생활 3분의 1을 해외와 청와대, 국무총리실 등 다른 정부기관을 돌며 쌓은 균형감이 원천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
한국의 과학자들이 꽃잎이 지는 원리를 처음으로 알아냈다. 곽준명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전 기초과학연구원 식물노화·수명연구단 그룹리더)와 이유리 기초과학연구원(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 연구위원 연구팀은 꽃잎과 나뭇잎이 몸체에서 분리되는 위치에서 ‘리그닌’이란 물질이 잎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국제학술지 셀이 4일자에 소개했다. 식물은 번식을 위해 싹을 틔워 ...
국내 연구진이 유산균에서 항생제 내성 등 부작용이 없는 천연항균물질인 박테리오신을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알아냈다.서울대 농생명공학부 최윤재 교수(왼쪽)와 같은 과 조종수 교수(오른쪽) 연구진은 3일 몸에 이로운 유산균에 프리바이오틱스(유산균 먹이가 돼 효능을 높여주는 물질)로 만든 고분자나노물질을 결합해 천연항균물질인 박테리오신을 더 많이 생산하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발표했다.과학자들은 최근 항생제 남용으로 인체와 가축에 항생제 내성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이를 대체할 천연물질 발굴에 나서고 있다. 세계적으로 축산 분야에서 가축 성장 촉진용 사료에 항생제를 넣는 것에 제동이 걸리면서 심각한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연구자들은 장내 미생물이 향균 능력뿐 아니라 염증과 비만, 아토피 등 각종 질병에 관련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이 가운데 프로바이오틱스(몸에 이로운 균)와 그 분비물인 박테리오신, 유기산 등 천연 항균물질을 발굴하고 있다.연구진은 이 가운데 유산균이 내는 천연항균물질인 박테리오신의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방법을 이번에 찾았다. 유산균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 고분자 나노입자를 유산균이 먹게 해 천연항균물질인 박테리오신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더 많이 작동하게 하는 원리다. 프리바이오틱스 고분자 물질이 유산균 안에 들어가 스트레스를 주면 방어 메커니즘이 작동하면서 박테리오신이 분비된다.이렇게 유산균 몸 바깥으로 분비된 박테리오신은 외부 병원균을 죽이거나 성장을 가로막는 작용을 한다. 연구진은 이 방식을 활용하면 기존 유산균에서 생산된 것보다 4배 많은 박테리오신을 분비한다는 사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과 입체(3D) 이미지 기술을 이용해 질병 진단에 활용되는 적혈구 상태를 관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상준 포스텍 교수(사진) 연구진은 AI와 디지털 홀로그래픽 기술을 이용해 적혈구 노화를 진단하는 기법을 개발했다고 30일 발표했다. 혈액 성분 중 하나인 적혈구는 몸속 곳곳에 산소를 운반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사람 혈액이 빨갛게 보이는 것도 적혈구 때문이다. 적혈구는 질병을 가늠하고 혈액 보관 상태를 판별하는 ...
사료나 비료로 사용되거나 폐기물처럼 버려지던 쌀겨(미강)에 수면을 돕는 성분이 들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승목 한국식품연구원 기능성식품연구본부 책임연구원 등은 쌀겨에 포함된 성분이 수면을 돕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내고 이를 선택적으로 추출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쌀겨에 수면 증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건 처음이다. 쌀 도정 과정에서 나오는 쌀겨는 국내서 해마다 70만t 가량 나온다. 쌀겨는 국내 농업에서 나오는 ...
과학기술계 종사자 10명중 8명은 국내 연구 현장에서 활동하는 외국인이 한국의 연구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작 한국 생활에 익숙지 않는 외국인 동료를 돕는 일에는 부담을 느끼며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포스텍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브릭)와 민간 과학단체 ESC 열린정책위원회는 29일 이런 내용을 담은 ‘국내 다문화 연구실 인식도’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월 17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설문 조사에는 전국 이공계 대학과 기관, 기업에서 일하는 교수와 연구원, 대학원생 1240명이 참여했다.과학기술 경쟁력이 높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연구 현장과 관련 일자리를 자국민 외에도 외국인 연구자에게 적극 개방해 앞선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에도 외국인 대학원생과 연구자들이 늘고는 있지만 현장에선 언어와 연구 풍토,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이번 조사 결과만 살펴봐도 국내 과학기술 종사자와 외국인이 연구 현장에서 접촉할 기회는 크게 늘었다. 설문에 응답한 연구자 10명 중 7명(72%)은 최근 5년간 연구실에서 외국인과 함께 생활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 외국인과 생활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들은 언어 소통(36%), 문화적 차이(34%)에 가장 불편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또 전체 응답자 중 48%는 외국인에 비교해 ‘한국인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고 답했다. 외국인과 생활해본 응답자의 83%는 은행 업무나 행정 업무, 의식주 문제를 돕는 일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럼에도 응답자의 90%는 앞으로 국내 연구 현장에서 활
인간의 뇌는 죽음의 문턱 앞에서 마지막을 준비한다. 심지어 숨이 멎고 심장이 더는 뛰지 않는 신체적 사망판정을 받은 뒤에도 뇌가 작동한다는 결과도 나오고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사망한 뒤 5분 동안은 뇌가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최근 큰 고민에 빠졌다. 몸은 죽었지만 이처럼 한동안이라도 살아 있는 뇌를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으로 떠올랐다.◆돼지 뇌 조직 사후 36시간 살려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25일 니타 패러허니 미국 듀크대 교수와 네너드 세스턴 예일대 교수를 포함해 미국의 신경과학자와 법학자 17명이 함께 쓴 논평 하나를 실었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생명윤리학자 현인수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교수, 신경과학자인 송홍준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등 한국 과학자 2명도 저자로 참여했다. 과학자들은 논평에서 “만에 하나 인간 뇌 기능을 하는 조직을 실험실에서 만든다면 이 조직을 어떻게 보호할지 윤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발단은 3월28일 미국 메릴랜드 미국립보건원(NIH)에서 열린 국제뇌과학윤리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번 논평에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세스턴 교수는 이 자리에서 머리만 잘라낸 돼지 100마리 뇌에 혈액을 순환시켜 뇌 조직을 살아 있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연구진은 이런 방식으로 뇌세포의 생존이 유지된다면 36시간 동안 뇌가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의 궁극적인 목표는 신경 질환을 연구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손상되지 않은 인간 뇌를 유지할 방법을 찾는 데 있다. 새로운 신경 치료 물질을 실제 인간 뇌 조직을 대상으로 실험할 경우 동물 실험보다
핀셋처럼 DNA에서 원하는 염기 하나만 콕 집어 편집하는 유전자 가위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사진)이 이끄는 연구진은 생쥐 배아에서 멜라닌 색소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 염기 한 개를 다른 염기로 바꿔 온몸이 하얀 백색증(알비노)에 걸린 생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28일자에 발표했다. 생명 정보를 담은 DNA는 아데닌(A) 티민(...
지난해 11월 일어난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소가 유발했다는 내용의 학술 논문 두 편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됐다. 정부의 정식 조사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지열발전소가 다시 한 번 지진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26일(현지시간) 포항지열발전소 시추 과정에서 주입한 물이 지진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결과를 담은 유럽과 국내 연구진의 논문 두 편을 공개했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지난해 11월 일어난 규모 5.4 포항 지진의 원인으로 지열발전소를 지목한 학술 논문 두 편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됐다. 사이언스는 26일 포항 지열발전소 시추 과정에서 주입한 물이 지진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 결과를 담은 유럽과 국내 연구진의 논문 두 편을 발표했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와 독일 포츠담대, 영국 글래스고대 등 유럽 과학자로 구성된 디스트레스 연구팀은 포항 지진이 땅속에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땅이 갈라져 일어...
KAIST가 교수의 은퇴로 특정 분야의 연구가 중단되지 않도록 중견 교수와 신진 교수가 함께 연구하는 초세대 협업 연구를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도입했다.KAIST는 26일 대전 유성 본교에 ‘초세대 협업연구실’을 열었다. 초세대 협업연구실은 중견 교수 1명과 신진 교수 2~3명이 함께 연구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신성철 총장은 “협업연구실 제도를 통해 원로 및 중견 교수의 축적된 학문적 유산을 후세대에 넘겨주고 신진 교수는 세대를 뛰어넘는 학문적 연속성을 바탕으로 세계적 성과를 이루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그동안 국내 학계에선 교수 한 명이 은퇴하면 해당 분야의 연구성과와 노하우가 함께 사라지는 사례가 많아 학문의 맥이 끊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해외에선 노벨상 수상자 출신 교수 밑에서 연구를 이어받아 노벨상을 받는 사례가 자주 보고된다.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1972년까지 미국의 노벨상 수상자 92명 중 절반 이상인 48명이 노벨상 수상자 밑에서 연구를 했거나 지도를 받았다. 1909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독일 화학자 빌헬름 오스트발트는 1923년 화학상을 받은 발터 네른스트를 가르쳤고 이후 1960년까지 총 5대에 걸쳐 제자가 노벨상을 받으며 학문적 계보를 이었다.KAIST는 지난달 심사위원회를 열어 첫 초세대 협업연구실로 ‘시스템 대사공학 및 시스템 헬스케어’ 연구실과 ‘헬스케어 음향미세유체’ 연구실을 선정했다. 198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클라우스 폰 클리칭 독일 막스플랑크 고체물리연구소 교수 등 국내외 석학 5명이 선정 과정에 참여했다.시스템 대사공학 및 시스템 헬스케어 연구실은 시스템 대사공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이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와 천재원 영국 엑센트리 공동창업자 겸 대표가 정부의 스마트시티 사업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는다.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위원장 장병규)는 정 교수와 천 대표를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 마스터플래너(총괄책임자)로 선임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신도시 개발 총괄책임자를 도시계획 전문가가 아니라 뇌 과학자와 벤처 육성 전문가에게 맡기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착수한 스마트시티 국...
전자제품 보급이 늘면서 각국은 폐기물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존 로저스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연구진은 시간이 흐르면 녹는 생체분해성 소재를 이용해 전자기기나 의료기기 안에서 스스로 소멸되는 집적회로를 만들고 있다. 연구진은 일정 시간이 되면 소멸되는 소재로 무선통신 장치용 배터리와 심장 운동에서 전기를 얻는 장치를 만들어 동물 실험에서 그 안전성을 입증했다. 로저스 교수는 심장박동기를 비롯해 몸에 들어가는 각종 의료기기들이 &ls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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