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말이다. 한 번쯤 그 긴 혀를 뽑힐 날이 있을 것이다. 언제나 번지르르하게 늘어놓고 그 실천은 엉망이다. 오늘도 너는 열여섯 시간분의 계획을 세워놓고 겨우 열 시간분을 채우는 데 그쳤다. 쓰잘 것 없는 호승심에 여섯 시간을 낭비하였다. 이제 너를 위해 주문을 건다. 남은 날 중에서 단 하루라도 그 계획량을 채우지 않거든 너는 이 시험에서 떨어져라. 하늘이 있다면 그 하늘이 도와 반드시 떨어져라. 그리하여 주정뱅이 떠돌이로 낯선 길바닥에서 죽든 일찌감치 독약을 마시든 하라.”이문열의 소설 <젊은 날의 초상>의 주인공은 시험 합격을 위해 이렇게 스스로 다짐합니다. 꽤 독하죠. 이 사례는 극단적이지만, 수험생들이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독한 쓴소리를 하며 의지를 다지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19세기 러시아 출신의 다재다능한 학생 마리 바쉬키르체프도 그랬습니다. “나는 위대한 사람이 되기 위해 태어났어. … 나는 반드시 유명해질 거고, 그렇지 않으면 죽어버릴 거야.” 1875년 12월 4일, 열일곱살의 그녀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습니다.하지만 마리는 다른 대부분의 젊은이와 달랐습니다. 실제로 불과 스물여섯 살에 요절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그녀는 명성을 얻게 됩니다. 마리가 남긴 진솔한 일기가 유럽 각국의 언어로 번역돼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게 계기였습니다. 영국의 총리 윌리엄 글래드스톤, 세계적인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 프랑스의 소설가 옥타브 미르보…. 수많은 명사와 예술인들이 마리의 일기에 울고 웃었고, 그녀가 남긴 작품을 되돌아보며 죽음을 안타까워했습니다.간절히 명성을 꿈꿨
형태 없이 색(色)만으로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색면(色面) 회화의 거장 마크 로스코와 자신만의 푸른색을 개발한 이브 클라인에서부터 한국의 단색화가들까지, 수많은 현대미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이 질문에 저마다의 답을 내놨다. 장승택(66·사진)도 그 중 하나다.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와 파리국립장식미술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그는 여러 색을 층층이 쌓아 그린 ‘겹 회화’로 인기가 높은 작가다.장승택이라는 이름 뒤에는 ‘단색화 2세대’라는 말이 종종 따라붙곤 한다. 멀리서 봤을 때 작품이 단색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수십 가지의 색이 담겨 있다. 특수 제작한 대형 붓으로 가지런히 색을 칠하고 말리기를 반복한 결과물이다. 찰나가 쌓여 인생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겹쳐 쌓은 색을 통해 삶의 깊이를 표현하는 게 작가의 의도다. “내 작품을 단색화라고 규정할 수 없다”고 작가가 말하는 이유다.살아봐야 인생이 무엇인지 알 수 있듯이 그의 작품도 직접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화면으로는 여러 겹친 색들의 은은한 조화를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거의 푸르른’은 장승택의 작품 여러 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4년 만의 개인전이다. 전시장에는 그의 신작 20여점이 걸려 있다. 전시 제목처럼 푸른색이 주를 이루는 작품들이다. 작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소멸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고, 그런 우울감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투명 플라스틱 위에 그렸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전시에서는 캔버스에 그려낸 색채들이
만해 한용운의 대작 병풍과 안중근 의사의 유묵 ‘녹죽(綠竹·사진)’ 등 독립운동과 관련된 작품들이 4월 경매에 대거 나온다.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미술시장에서도 한국 근현대사와 관련된 유물이 집중적으로 조명되고 있다.서울옥션은 오는 22일 서울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제183회 미술품 경매’를 연다. 132점(약 110억원 규모)이 나오는 이번 경매의 대표작은 만해가 10폭 병풍에 시를 쓴 ‘심우송’이다. 불교 수행 과정을 소재로 삼아 독립에 대한 열망을 담은 이 시에는 만해 특유의 개성 넘치는 필치가 잘 드러나 있다. 추정가는 15억원 이상이다.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되는 안 의사의 유묵 녹죽(추정가 3억~6억원)도 주목할 만하다. 녹죽은 푸른 대나무라는 뜻으로, 안 의사의 지조와 절개가 글씨에 녹아 있다. 저항시인 윤동주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000만~2000만원)도 출품됐다.좀처럼 경매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기록들도 나온다. ‘조일수호조규 관련 외교문서 일괄’(5000만~1억원)은 일제와 맺은 불평등조약인 강화도조약 체결 과정을 담은 문서들이다.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전범재판) 속기록 349권 일괄’은 일제 패망 이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전범재판 내용을 담은 속기록이다. 미술품 중에서는 박수근의 1963년작 ‘목련’, 쿠사마 야요이의 ‘인피니트 네츠’, 인기 작가 이배의 회화 ‘불로부터’ 등 굵직한 몇 작품이 나온다.경쟁사인 케이옥션은 오는 23일 경매를 연다. 서울옥션과 대조적으로 미술품에 집중했다. 이번 경매에 나오는 작품은 110점(약 104억원 규모). 일본 작가 로카쿠 아
서울 오장동 디휘테갤러리에서 광복 80주년과 시인 윤동주의 순국 80주기를 기념하는 단체전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다. 김정배, 김태철, 송필용, 신철, 윤영화, 이용석, 이태량, 임진성, 조병완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 9인의 작품 20점이 나온 전시다.전시 제목인 '새로운 길'은 윤동주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된 시다. 해당 시에는 고난 속에서도 신념과 예술에 대한 의지를 지키며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갤러리는 “윤동주 시인의 서정적 다짐을 그림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통해 관람객들이 삶을 헤쳐나갈 용기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18일까지.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만해 한용운의 대작 병풍과 안중근 의사의 유묵 ‘녹죽’(緑竹) 등 독립운동과 관련된 작품들이 4월 경매에 대거 나온다.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미술시장에서도 한국 근현대사와 관련된 유물이 집중적으로 조명되고 있다.서울옥션은 오는 22일 서울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제183회 미술품 경매’를 연다. 132점(약 110억원 규모)이 나오는 이번 경매의 대표작은 만해가 10폭 병풍에 시를 쓴 ‘심우송’이다. 불교 수행 과정을 소재로 삼아 독립에 대한 열망을 담은 이 시에는 만해 특유의 개성 넘치는 필치가 잘 드러나 있다. 추정가는 15억원 이상이다. 처음으로 일반 대중에 공개되는 안 의사의 유묵 녹죽(추정가 3억~6억원)도 주목할 만하다. 녹죽은 푸른 대나무라는 뜻으로, 안 의사의 지조와 절개가 글씨에 녹아 있다. 저항시인 윤동주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000만~2000만원)도 출품됐다.좀처럼 경매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기록들도 나온다. ‘조일수호조규 관련 외교문서 일괄’(5000만~1억원)은 일제와 맺은 불평등조약인 강화도조약 체결 과정을 담은 문서들이다. 반면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전범재판) 속기록 349권 일괄’은 일제 패망 이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전범재판 내용을 담은 속기록이다. 미술품 중에서는 박수근의 1963년작 ‘목련’, 쿠사마 야요이의 ‘인피니트 네츠’, 인기 작가 이배의 회화 ‘불로부터’ 등 굵직한 작품들이 몇 나온다.경쟁사인 케이옥션은 오는 23일 경매를 연다. 서울옥션과 대조적으로 미술품에 집중했다. 이번 경매에 나오는 작품 수는 110점(약 104
실력만 있다면 미술 세계에서 국적은 중요치 않다. 최재은 작가(72·사진)가 단적인 예다. 한국 출신인 그는 1970년대부터 일본에서 활동하며 두각을 드러냈고, 1995년 베네치아비엔날레 미술전에 일본관을 대표하는 작가로 참여했다. 2016년에는 비무장지대(DMZ)의 생태계를 주제로 제작한 작품을 통해 베네치아비엔날레 건축전 본전시에 초청받기도 했다.지금 서울 사간동 국제갤러리 2,3관에서 열리고 있는 ‘자연국가’는 최재은이 어떤 작가인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전시다. 3관 전시장에 들어서면 병풍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데, 그 안에 작가가 숲을 산책하며 수집하고 말린 풀과 꽃잎들이 들어있다. DMZ의 생태계와 관련된 설치 작품과 드로잉들도 함께 나와 있다.2관에서는 자연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업들을 만날 수 있다. 2관 1층에서 만날 수 있는 회화 작품들에는 낙엽과 꽃잎 등을 재료로 직접 만든 안료가 칠해져 있다. 가운데 적혀 있는 ‘Sarrr’(사르르), ‘Huuuu’(후우우) 등은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 바람소리 등을 음차한 것이다. ‘나무’를 주제로 한 2층 전시장에서는 작가가 쓴 시와 함께 흑백 영상 작품이 상영된다. 작가는 “자연은 인간이 필요 없지만 인간에겐 자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11일까지.성수영 기자
그 남자는 사형을 선고받은 범죄자였습니다. 죄명은 병역 기피. 조국을 버렸다는 이유였습니다. 외국으로 도망간 남자는 ‘도피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자신이 억울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국적도 없는 무(無)국적자 신세였던 남자는 어떤 나라의 보호도 받지 못했습니다. 자신을 쫓아오는 사람들을 피해 남자는 산에 올랐고, 점점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하지만 그는 세계적인 인기인이자, 많은 돈을 버는 유명 인사이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볼 때마다 반가워했습니다. 남자를 가엾게 여기고 그에게 공감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에게 어떤 사정이 있었던 걸까요. 운명의 장난으로 고향 땅을 다시 밟지 못했던, 19세기 최고 인기 화가 조반니 세간티니(1858~1899)의 짧은 삶과 그의 아름다운 그림 이야기. 수용소에 들어가다세간티니는 1858년 알프스 산기슭의 작은 마을 아르코에서 태어났습니다. 언어도, 핏줄도, 쓰는 말도 이탈리아였지만 그의 국적은 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였습니다. 지금 이탈리아 북부에 속한 이 지역은 그때까지만 해도 오스트리아의 땅이었기 때문입니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이탈리아 사람. 어쩌면 세간티니의 비극이 시작된 건 여기서부터였을지도 모릅니다.세간티니의 운명은 잔혹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보따리장수였습니다. 집은 찢어지게 가난했고, 어머니의 건강은 좋지 않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세간티니가 태어난 해 어린 형이 세상을 떠나면서 어머니는 마음의 병까지 얻게 됐습니다. 세간티니는 우울증에 빠진 어머니와 함께 초라한 집 안에서 어린 시절을 보
“혹시 여기서 이우환 선생님 작품 전시가 열리나요? 제가 팬이라서요.”요즘 일본 주오사카 한국문화원 앞에서는 이런 질문을 하는 행인을 자주 볼 수 있다. 입구 너머로 이우환 등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모여든 일본인들이다. 오는 12일 개막하는 한국미술 전시 ‘타임리스 헤리티지’(한국미술전)를 기획한 김미라 예술감독은 “한국미술에 일본인들의 관심이 생각보다 더 높아 놀랐다”고 말했다.지금 오사카는 13일 개막을 앞둔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준비로 분주하다. 엑스포 기간에 맞춰 수많은 전시가 동시에 개막을 준비 중이라 “일본 전시업체가 지금 오사카에 다 모여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중에서도 한국미술전은 현지에서 가장 많은 기대를 모으는 전시 중 하나다.엑스포는 세계 각국이 자랑하고 싶은 자국의 문물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문화와 기술을 교류하는 행사.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주오사카 한국문화원이 엑스포 기간에 맞춰 한국미술전을 야심 차게 준비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문체부 관계자는 “전시를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예술 교류를 더욱 활성화할 적기라고 본다”고 했다.한·일 미술 교류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다섯 명의 한국 작가를 소개한다.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미술 거장 이우환(89). 1960년대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양국을 오가며 활동해왔다. 김 감독은 “이우환은 여백의 미 등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통해 서양 미술의 미니멀리즘(최소주의) 미술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작품 세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
“혹시 여기서 이우환 선생님 작품 전시가 열리나요? 제가 팬이라서요.”요즘 일본 주오사카 한국문화원 앞에서는 이런 질문을 하는 행인을 자주 볼 수 있다. 입구 너머로 보이는 이우환 등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모여든 일본인들이다. 오는 12일 개막하는 한국미술 전시 ‘타임리스 헤리티지’(한국미술전)를 기획한 김미라 예술감독은 “한국 미술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이 생각보다 더 높아 놀랐다”고 말했다.지금 오사카는 13일 개막을 앞둔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준비로 분주하다. 엑스포 기간에 맞춰 수많은 전시가 동시에 개막을 준비중이라 “일본의 전시 업체가 지금 오사카에 다 모여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 중에서도 한국미술전은 현지에서 가장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전시 중 하나다.엑스포는 세계 각국이 자랑하고 싶은 자국의 문물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문화와 기술을 교류하는 행사.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주오사카 한국문화원이 엑스포 기간에 맞춰 한국미술전을 야심차게 준비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문체부 관계자는 “전시를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예술 교류를 더욱 활성화할 적기라고 본다”고 했다.한·일 미술 교류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다섯 명의 한국 작가를 소개한다.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미술 거장 이우환(89). 1960년대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양국을 오가며 활동해왔다. 김 감독은 “이우환은 여백의 미 등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통해 서양 미술의 미니멀리즘(최소주의) 미술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작
지난해 글로벌 미술시장이 12% 역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미술시장은 15% 쪼그라들었다. 2023년 나홀로 성장으로 글로벌 미술시장을 떠받치던 중국 미술시장이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아 급격하게 위축된 여파다. 시장 위축으로 미술품 가격이 하락하자 미술품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크리스티와 소더비 등이 채무자에게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을 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올해 전망은 더 암울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급진적인 관세정책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져 미술품 가격이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고꾸라진 中, 세계 시장 끌어내렸다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투자회사 UBS가 8일 발표한 ‘글로벌 아트 마켓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미술시장 거래액은 전년 대비 12% 줄어든 575억달러(약 84조5000억원)였다. 전년도(-4%)보다 감소폭이 더 커졌다. 글로벌 미술시장 거래액은 코로나19 직후인 2022년 681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지난해 글로벌 미술시장이 위축된 것은 중국 경기가 고꾸라진 영향이 컸다. 중국 미술품 거래액은 84억달러(약 12조3200억원)로 전년 대비 31% 급감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23년 다른 나라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홀로 9% 성장하며 세계 미술시장을 떠받친 것과 대조적이다. 2023년 2위에 올랐던 글로벌 미술시장 점유율은 영국에 다시 역전당했다. 아트바젤은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부동산시장이 지속적인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한국도 중국 시장 악화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아시아 컬렉터 전반의 소
지난해 세계 미술시장이 12% 역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나홀로 성장으로 세계 미술시장을 떠받쳤던 중국 미술시장이 경기둔화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급격하게 쪼그라든 여파다. 미술품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크리스티와 소더비 등이 미술품 가격이 하락하자 채무자에게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을 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올해 전망은 더 암울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급진적인 관세정책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져 미술품 가격이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꾸라진 中, 세계 시장 끌어내렸다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투자회사 UBS가 8일 발표한 ‘글로벌 아트 마켓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미술시장 거래액은 전년 대비 12% 감소한 575억달러(약 84조5000억원)였다. 전년도(-4%)보다 낙폭이 더 커졌다.중국 경기가 고꾸라진 영향이 컸다. 중국 미술품 거래액은 84억달러(약 12조3200억원)로 전년 대비 31% 추락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5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23년 다른 나라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홀로 9% 성장하며 세계 미술시장 경기를 떠받쳤던 것과 대조적이다. 전년도 2위에 올랐던 글로벌 미술시장 점유율도 영국에 다시 역전당했다. 아트바젤은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부동산 시장이 지속적인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한국도 중국 시장 악화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아시아 컬렉터 전반의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한때 1조원대를 터치했던 한국 미술시장 거래액은 전년 대비 15% 급감한 8000억원대에 그쳤다. 반면 미국(-9%)
에어컨과 손풍기(휴대용 선풍기)가 등장하기 전 옛사람들은 부채에 의지해 여름철을 견뎌냈다. 바람으로 더위를 쫓는 본연의 기능 외에도 부채의 쓸모는 많았다. 따가운 햇빛을 가리는 양산, 잠시나마 비를 가리는 우산, 얼굴을 가리고 멋을 내는 ‘패션 아이템’…. 그래서 조선시대 선비들은 부채에 팔덕선(八德扇·여덟 가지 덕을 가진 부채)이라는 별명을 붙이며 소중히 여겼고, 글과 그림을 그려넣어 늘 곁에 두고 펼쳐 보려 했다.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9일 열리는 특별전 ‘선우풍월(扇友風月)’은 이렇게 옛사람들이 부채에 그려넣은 선면(扇面) 서화를 선보이는 전시다. 이번에 공개되는 55점 중 23점은 대중과 최초로 만나는 작품이다. 전시 제목인 선우풍월은 ‘바람과 달을 함께 나누는 벗’이라는 뜻으로, 부채를 의미한다.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은 “부채는 실용적 기능을 가진 생활용품일 뿐만 아니라 글씨와 그림을 넣어 소유자의 품위와 위상을 드러내는 미술품이었다”며 “간송미술관에서 부채 그림을 주인공으로 전시를 연 건 1977년 이후 48년 만”이라고 설명했다.전시장에서 가장 익숙한 이름은 추사 김정희(1786~1856)와 단원 김홍도(1745~1806)다. 추사의 작품 ‘지란병분’(芝蘭竝盆·사진)은 영지와 난초가 함께 향기를 낸다는 뜻이다. 추사는 ‘쓰다 남은 먹으로 그려보았다’고 적었지만 울퉁불퉁한 영지버섯과 날렵한 난꽃에 특유의 필치가 잘 드러나 있는 수작이다. 최완수 미술사학자는 “영지와 난꽃을 각각 둘씩 좌우에 배치해 조화로운 구성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단원이 46세 때 그린 작품 ‘기려원
에어컨과 손풍기(휴대용 선풍기)가 등장하기 전, 옛 사람들은 부채에 의지해 여름철을 견뎌냈다. 바람으로 더위를 쫓는 본연의 기능 외에도 부채의 쓸모는 많았다. 따가운 햇빛을 가리는 양산, 잠시나마 비를 가리는 우산, 얼굴을 가리고 멋을 내는 ‘패션 아이템’…. 그래서 조선시대 선비들은 부채에 팔덕선(八德扇·여덟 가지 덕을 가진 부채)이라는 별명을 붙이며 소중히 여겼고, 글과 그림을 그려넣어 늘 곁에 두고 펼쳐 보려 했다.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오는 9일 개막하는 특별전 ‘선우풍월(扇友風月)’은 이렇게 옛 사람들이 부채에 그려넣은 선면(扇面) 서화를 선보이는 전시다. 이번에 공개된 55점 중 23점은 최초로 대중과 만나는 작품이다. 전시 제목인 선우풍월은 ‘바람과 달을 함께 나누는 벗’이라는 뜻으로, 부채를 의미한다.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은 “부채는 실용적인 기능을 가진 생활용품일 뿐만 아니라 글씨와 그림을 넣어 소유자의 품위와 위상을 드러내는 미술품이었다”며 “간송미술관에서 부채 그림을 주인공으로 전시를 연 건 1977년 이후 48년 만”이라고 설명했다.전시장에서 가장 익숙한 이름은 추사 김정희(1786~1856)와 단원 김홍도(1745~1806)다. 추사의 작품 ‘지란병분(芝蘭竝盆)’은 영지와 난초가 함께 향기를 낸다는 뜻이다. 추사는 ‘쓰다 남은 먹으로 그려보았다’고 적었지만, 울퉁불퉁한 영지버섯과 날렵한 난꽃에 특유의 필치가 잘 드러나 있는 수작이다. 최완수 미술사학자는 “영지와 난꽃을 각각 둘씩 좌우에 배치해 조화로운 구성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단원이 46세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가장 아름다운 산. 조선시대 선비들에게 금강산은 그런 이상향의 장소였다. 하지만 금강산 여행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시간과 체력이 절대적이었다. 한양(서울)을 출발해 금강산과 인근 명승지를 둘러보려면 최소 한 달이 걸렸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막대한 여행 경비였다. 그럼에도 선비들은 마치 성지를 순례하듯 재산을 털어 금강산으로 향하고 또 향했다. 그렇게 금강산을 다녀온 선비들도 겸재 정선(1676~1759)의 ‘금강전도’를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금강산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겸재의 작품을 감상하는 게 더 낫다.”겸재가 남긴 수많은 금강산 진경산수화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금강산의 수많은 봉우리를 하늘에서 내려다본 형식으로 묘사한다. 그만큼 겸재가 금강산이 품고 있는 ‘아름다움의 본질’을 잘 잡아내 탁월한 실력으로 표현했다는 찬사다.국민 화가, 조선의 화성(畵聖·그림의 성자), 조선 회화의 전성기 18세기를 대표하는 화가, ‘인왕제색도’를 그린 진경산수화의 대가. 이렇듯 겸재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그의 작품은 교과서와 1000원권 지폐 등 일상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수묵 풍경화 외에 무슨 그림을 그렸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지금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겸재 정선’은 우리가 몰랐던 겸재를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삼성문화재단이 간송미술문화재단과 공동 기획한 전시다. 리움미술관과 간송미술관은 물론 국립중앙박물관 등 유수의 박물관 19곳에서 작품을 빌려온 덕분에 국보·보
캔버스에 두개의 이미지를 중첩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더블 팝아트 작가’ 김중식이 기획전을 연다. 오는 18일 서울 신논현역에 문을 여는 ‘갤러리 카페 아트플러스’에서다.김 작가는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다. 추계예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 리모주 국립미술학교와 파리 그랑쇼미에르 아카데미에서 공부했고, 1985년부터 전업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프랑스 재불작가협회 회장, 한국미술협회 회원, 버즐국제미술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했다.김 작가는 두 개의 이미지를 겹치는 독특한 기법을 쓴다. 우리의 전통적 미감과 정서가 담긴 조선 백자와 달 항아리를 배경으로 역사적 인물, 명배우, 명화 속 인물 등을 이중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그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물과 인물,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대중문화와 순수예술을 아우르는 조화를 꾀한다.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달항아리의 이미지를 겹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작가는 “ 무명의 도공이 빚어낸 달 항아리는 우리의 혼이 깃든 순수한 존재이자, 강한 생명력과 순수한 아름다움을 지닌 소우주와도 같다”며 “각양각색의 세상을 넉넉하게 품을 수 있는 그 포용성 때문에 달항아리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아트플러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4월 18일부터 한 달간 진행된다. 아트플러스 관계자는 "김중식 작가의 작품은 현대 미술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것"이라며 "많은 분들이 오셔서 그의 작품 세계를 직접 체험하시길 바란다"고
관심 없는 사람이 보면 파블로 피카소의 입체파 작품은 괴상한 그림에 불과하고,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의 작품은 그저 골동품 TV 더미일 뿐이다. 현대미술의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고 즐기려면 작품에 담긴 뜻과 작가의 스토리를 공부한 뒤 ‘직접’ 봐야 한다. 하지만 이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모두에게 인정받는 작가의 작품은 너무 비싸서 작품 세계 전반을 조명하는 전시를 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하종현 화백(90·사진)의 개인전 ‘하종현’은 한국 현대미술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귀한 기회다.때로 예술은 결핍에서 태어난다. 종이를 살 돈이 없었던 이중섭이 담배를 싸는 종이에 뾰족한 도구로 그림을 그려 은지화(銀紙畵)를 만든 것처럼 하종현의 ‘접합’ 연작도 가난에서 탄생했다. 시작은 1974년이었다. 캔버스를 살 돈이 없던 그는 시장에서 파는 마대에 그림을 그리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올 사이의 구멍이 너무 커 도저히 그림을 그릴 수가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차라리 뒤에서부터 물감을 칠해 앞으로 밀어붙여 보자.’그저 궁여지책은 아니었다. 하종현이 그간 천착해온 화두는 ‘입체와 평면’. 마대 뒤에서 물감을 밀어낸 결과물은 ‘평면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대라는 물질과 물감을 결합한 하나의 입체 작품이기도 했다. 평면과 입체의 만남, 마대라는 재료와 유화물감의 만남, 배채법(그림의 뒷면에서 채색해 그림 앞면으로 배어 나온 발색 효과를 이용한 전통 화법)이라는 한국의 전통 수묵 초상화 기법과 글로벌 현대미술의 만남…. &
379만 명.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한 관람객 수다. 아시아권에서 1위, 전 세계 모든 미술관과 박물관을 통틀어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기록이다. 주목할 만한 건 외국인 관람객이다. 2023년 17만2000여 명에서 지난해 19만8000여 명으로 1년 만에 13%가량 급증하는 동안 만족도(92.6%→92.7%)는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유례 없는 성과다. 지난해 7월 취임해 국립중앙박물관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을 만나 박물관의 현안과 나아갈 방향을 들었다. 그는 “건조한 설명, 연대표 위주의 전시를 지양하고 누구나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위주의 전시를 하겠다”며 “실감 영상,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융합해 모든 세대와 국적의 관람객이 즐겨 찾는 박물관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취임 후 9개월이 흘렀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가 뭔가요.“이달 초 폐막한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비엔나전)입니다. 폐막 직전에는 전시실부터 지하철역 입구까지 줄이 늘어섰어요. 에곤 실레와 구스타프 클림트는 대단한 거장이지만 사실 인상주의 화가들에 비해서는 국내 인지도가 떨어지잖아요. 그런데도 관람객들의 관심이 이렇게 높은 걸 보고 ‘한국인의 문화에 대한 관심과 소양이 이렇게 높아졌구나’ 생각했습니다.”▷박물관이 왜 해외 작가의 전시를 하느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해외에서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묶어 뮤지엄(museum)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부릅니다. 모든 것이 뒤섞이는 융합 시대인데 박물관이라고 해서 전통문화, 우리 유물만 보여줘야 한다는 법은 없어요. 시너지 효과도 있습니다. 비엔나
관심 없는 사람이 보면 파블로 피카소의 입체파 작품은 그저 괴상한 그림에 불과하고,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의 작품은 그저 골동품 TV 더미일 뿐이다. 현대미술 작품의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고 즐기려면 작품에 담긴 뜻과 작가의 스토리를 공부한 뒤 작품을 ‘직접’ 봐야 한다. 하지만 이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모두에게 인정받는 작가의 작품은 너무 비싸서, 작품 세계 전반을 조명하는 전시를 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들도 예외는 아니다.이런 점에서 서울 소격동에서 지금 동시에 열리고 있는 하종현 화백(90)의 전시 두 개는 한국 현대미술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귀한 기회다. 지난달부터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하종현 5975’는 초기 실험적 작품세계를 돌아보는 전(前)편 격. 최근 국제갤러리에서 개막한 후(後)편 격의 전시 ‘하종현’은 그의 대표작 ‘접합’ 연작을 조명하는 전시다. 그의 접합 연작이 탄생한 배경과 그 의미, 하종현이 세계 미술계에서 높이 평가받는 이유를 정리했다.접합, 모든 것을 잇다때로 예술은 결핍에서 태어난다. 종이를 살 돈이 없었던 이중섭이 담배를 싸는 종이에 뾰족한 도구로 그림을 그려 은지화(銀紙畵)를 만들었던 것처럼, 하종현의 접합 연작도 가난에서 탄생했다. 시작은 1974년이었다. 15년간 실험미술의 최전선에서 주목받으며 활약하던 그였지만 여전히 형편은 넉넉지 못했다. 시장에서 파는 마대에 그림을 그리려고 시도한 것도 캔버스를 살 돈이 없어서였다. 하지만 올 사이의 구멍이 너무 커서 도저히 그림
풍경화가 꼭 ‘그림 같은 아름다운 풍경’만 그려야 한다는 법은 없다. 인도네시아 출신 화가 마리안토(48)의 풍경화는 날카롭고 어둡다. 그는 무분별한 산림 벌목과 천연자원 개발 등으로 몸살을 앓는 자연을 독특한 화풍으로 그려 주목받은 작가다.마리안토의 고국인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열대 우림을 비롯해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유했지만 난개발로 국토 곳곳이 급속히 황폐화하고 있는 나라다. 그는 이런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독특한 기법을 쓴다. 전공인 판화를 응용해 캔버스 전체를 검정 아크릴로 덮은 후 표면을 긁어내는 것. 그 과정은 마치 눈앞의 이익을 위해 외면한 자연 파괴 모습을 그림으로 불러내 상기시키는 것 같다.흑백 화면과 날카로운 선으로 표현한 난개발의 풍경은 사뭇 강렬하고 메시지는 명쾌하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여러 국제 미술 비엔날레에 출품돼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2년에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열리는 단체전을 통해 한국 관람객과 만났다.서울 청담동 지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마리안토의 개인전 ‘저 밑에 깔린 서사들: 변화하는 풍경과 기억’은 그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가로 3m에 달하는 대작, 한국에 머물며 작업한 신작 등 총 9점이 나와 있다. 전시는 4월 12일까지.성수영 기자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수채화를 그려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 추억이 언제나 행복한 건 아니다. 예상치 못하게 번지는 붓 터치, 서로 섞이면서 탁하고 더러워지는 색, 덧칠하면 표면이 일어나는 싸구려 도화지. 웬만큼 재능이 있는 학생이 아니면 결과물은 엉망이 되기 십상이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은 훗날 해외 거장들이 유화물감으로 그린 명화를 보며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수채화는 유화보다 뒤떨어지는 그림이구나.’하지만 이는 오해다. 수채화는 유화 못지않은 깊이를 품고 있고, 그리기는 오히려 더 어려운 그림이다. 맑고 부드러우면서도 투명하고 경쾌한 수채화의 아름다움은 다른 어떤 장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충북 청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열리고 있는 ‘수채: 물을 그리다’는 이중섭, 장욱진 등 거장을 비롯한 34명 작가의 작품 100여 점을 통해 수채화의 이런 매력을 소개하는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채화를 주제로 한 전시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한국 수채화의 역사는 근대 미술의 역사와 함께한다. 1900년대 초 국내에 처음으로 알려진 수채화 기법은 서양 미술을 국내에 앞장서서 퍼뜨리는 역할을 했다. 종이에 물감이 흡수된다는 점, 물의 번짐 표현이 전통 동양화와 비슷하다는 게 첫 번째 이유. 붓과 물감, 팔레트만 있으면 그릴 수 있어 재료비가 적게 들고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게 두 번째였다. 수채화 교육이 1910년대 미술 교육 과정에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10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런 장점들 덕분이다.근대기의 한국 미술 대가들도 수채화를 즐겨 그렸다. 천재 화가 이인성이 대표적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전시 중 1
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수채화를 그려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 추억이 언제나 행복한 건 아니다. 예상치 못하게 번지는 붓터치, 서로 섞이면서 탁하고 더러워지는 색, 덧칠하면 표면이 일어나는 싸구려 도화지. 웬만큼 재능이 있는 학생이 아니라면 결과물은 엉망이 되기가 십상이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은 훗날 해외 거장들이 유화물감으로 그린 명화를 보며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수채화는 유화보다 뒤떨어지는 그림이구나.’하지만 이는 오해다. 수채화는 유화 못지 않은 깊이를 품고 있고, 그리기는 오히려 더 어려운 그림이다. 맑고 부드러우면서도 투명하고 경쾌한 수채화의 아름다움은 다른 어떤 장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충북 청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열리고 있는 ‘수채: 물을 그리다’는 이중섭·장욱진 등 거장을 비롯한 34명 작가의 작품 100여점을 통해 수채화의 이런 매력을 소개하는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채화를 주제로 한 전시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근대 서양미술의 첨병, 수채화한국 수채화의 역사는 근대 미술의 역사와 함께 한다. 1900년대 초 국내에 처음으로 알려진 수채화 기법은 서양 미술을 국내에 앞장서서 퍼뜨리는 역할을 했다. 종이에 물감이 흡수된다는 점, 물의 번짐 표현이 전통 동양화와 비슷하다는 게 첫 번째 이유. 붓과 물감, 팔레트만 있으면 그릴 수 있어 재료비가 적게 들고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게 두 번째였다. 수채화 교육이 1910년대 미술 교육 과정에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10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런 장점들 덕분이다.근대기의 한국 미술 대가들도 수채화를 즐겨
올해로 43회째를 맞은 국내 최고(最古) 아트페어인 화랑미술제가 다음달 16~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A·B홀에서 열린다. 국내 대표 화랑들이 엄선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16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펼쳐지는 이번 행사는 가나아트, 갤러리현대, 국제갤러리, 학고재 등 한국화랑협회 소속 화랑 168곳이 참여한다. 역대 최대 규모다. 늘어난 참가 화랑 수에 맞춰 장소도 예년(B·D홀)보다 넓은 A·B홀로 바뀌었다. 화랑협회 관계자는 “1~3층을 오가며 관람해야 했던 예년보다 더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업들의 행사 지원이다.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앞다퉈 후원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달리 화랑미술제에는 이때까지 스폰서가 거의 붙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리드파트너로 리딩금융네트워크, 특별전 파트너로 KB금융그룹이 참여했다. 이성훈 한국화랑협회장은 “앞으로도 국내외 여러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해 더욱 충실한 행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국내 주요 아트페어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열리는 화랑미술제는 한 해 미술시장 흥행의 척도 역할을 해왔다. 미술계 관계자는 “화랑미술제 결과를 통해 올해 미술시장 전망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입장권은 2만원, 초·중·고등학생 입장권은 1만5000원.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그려라. 뉴욕의 브루클린 다리가 로마의 콜로세움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라.”미국 화가 차일드 하삼(1859~1935)은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하던 시절 선배 화가인 장레옹 제롬에게서 들은 이 조언을 평생 마음에 새겼다. 인상주의란 지금 이 순간, 내가 있는 곳의 빛과 풍경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것. 하삼이 그려야 할 것은 프랑스 남부의 화사한 풍경이 아니라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미국 보스턴의 잿빛 하늘과 길거리였다.미국으로 돌아간 하삼은 미국을 주제로 한 인상주의 화풍의 그림을 평생 3000점 가까이 그렸다. 그가 선택한 주제는 철저히 ‘미국적’이었다. 자신이 살던 대도시의 풍경을 그렸기에 작품 색감은 다소 어둡고 짙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칙칙한 그림을 대중이 좋아하겠느냐”는 동료들의 핀잔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하삼은 그림을 통해 자신이 사는 나라와 도시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끈질기게 전했고, 결국 ‘미국의 모네’로 불리며 미국 인상주의의 대표 화가로 자리 잡았다.지금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ALT.1에서 열리는 인상파 특별전 ‘모네에서 미국으로: 빛, 바다를 건너다’에서 ‘비오는 콜럼버스 애비뉴’ 등 하삼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5월 26일까지. 성수영 기자
겉으로는 고상한 척하면서도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계산적이고, 도덕을 입에 달고 살면서 뒤로는 막장 불륜을 벌이는 위선자들. 스위스 출신의 젊은 화가 펠릭스 발로통(1865~1925)이 바라본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상류층은 그야말로 돈과 욕망의 노예였습니다. ‘저 부자들의 위선을 그림으로 비웃어줘야겠다.’ 발로통은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집안에서 불륜을 벌이는 상류층 남녀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아내 몰래 애인을 만나고 다니는 남편, 그러는 동안 몰래 애인을 집에 초대하는 아내…. 사람들은 그가 그린 그림에 흐르는 긴장감과 숨 막히는 침묵에 빨려들었습니다. 덕분에 발로통은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아이러니하게도 이 그림으로 명성을 얻은 그는, 가난한 애인을 버리고 아주 돈이 많은 여성과 결혼하게 됩니다. 그녀는 아이가 셋 딸린 과부였습니다. 자신이 그토록 조롱하던 부잣집. 발로통은 이제 그 그림 속의 등장인물이었습니다. 그는 과연 행복했을까요. 발로통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파리의 스위스인발로통은 1865년 스위스 로잔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집은 큰 부자는 아니었지만, 미술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아들을 유학 보낼 수 있을 만큼은 넉넉했습니다. 열일곱 살에 파리에 도착한 그는 미술학교에서도 단연 뛰어난 실력으로 주목받았습니다. 발로통의 아버지가 미술학교 선생님에게 “아들이 화가로 먹고살 수 있겠냐”는 편지를 보내자, 선생님은 이렇게 답장했습니다. “아드님은 탁월한 학생입니다. 만약 저에게 발로통 같은 아들이 있다면 저는 아들의 미래를 전혀 걱정하지 않을 것이고, 아들의 예술을 돕기 위해 어떤
메리 카사트(1844~1926)의 그림 ‘벌거벗은 아기를 안고 있는 렌 르페브르’는 지금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ALT.1에서 열리고 있는 인상파 특별전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빛, 바다를 건너다’에서 단연 눈에 띄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생기 넘치는 아이와 달리 어머니 얼굴에는 피로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그림에 현실감과 매력을 더합니다. 어머니도 누군가의 어머니이기 전에 한 인간이니까요.단순한 모성(母性)을 넘어 어머니와 아이에게서 인간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건 카사트 자신도 여성 화가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철저히 남성이 지배하던 19세기 프랑스 파리 미술계에서 작가로 살아남아 인상주의라는 미술 사조에 여성의 존재를 깊이 새긴, 카사트의 삶과 작품을 소개합니다.카사트, 화가가 되다카사트는 미국 필라델피아의 부잣집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과 유럽으로 자주 해외여행을 다녔고, 그곳에서 마주한 예술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세계 문화의 중심이 유럽이던 시절이었습니다. 미국에서 다른 부잣집 딸들과 함께 받는 미술 수업의 수준은 그에게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카사트는 스물한 살 때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파리로 유학을 다녀오고 싶어요.”아버지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유학?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네가 화가가 된답시고 유럽에 가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내가 죽는 게 낫겠다.” 하지만 카사트는 끈질기게 아버지를 설득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저도 결혼을 선택했을 거예요. 하지만 제가 지금 사랑하는 건 미술이라고요.” 어머니도 거들었습니다. “이 아이는
도넛을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다. 황금빛 도넛 위 흰 눈이 내린 듯한 설탕 코팅과 그 위에 뿌려진 형형색색의 사탕 장식은 마치 보석처럼 빛난다. 막 구운 따뜻한 도넛을 받아들어 베어 무는 순간, 입안에서 느껴지는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질감과 달콤함이 주는 행복감. 김재용(50·서울과학기술대 도예학과 교수)은 도넛의 매력을 도자기 작품으로 만드는 작가다.김 작가의 개인전 ‘런 도넛 런’이 열리는 서울 삼청동 학고재갤러리는 80점 넘는 ‘도넛 연작’ 덕분에 도넛 가게처럼 변했다. 미국 하트퍼드아트스쿨 조각과를 졸업하고 블룸필드힐스 크랜브룩아카데미오브아트에서 도자과 석사를 받은 그가 도넛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건 2010년 무렵.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김 작가는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평소 좋아하는 도넛을 도자기로 빚어 벽에 걸었다. 작업실에 들른 미술계 사람들이 이 작품을 호평하자 깨달았다. “내가 즐거운 일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자.”밀가루 대신 흙을 구워 도자기 도넛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어느새 그는 1000점 넘는 도넛 작품을 제작해 ‘완판’시킨 인기 작가가 됐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신작 ‘런 도넛 런’은 작가이자 교수로 쉼 없이 달려온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초등학생 때 미술학원 선생님이 제가 그린 수채화를 보고 ‘넌 앞으로 학원에 나오지 말라’고 하셨어요. 제가 색약(色弱)이라 색을 이상하게 쓴다는 이유였습니다. 그 후에도 작가의 길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여러 번 있었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니 이렇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
책꽂이 속 책과 귀중품을 그린 조선 후기 회화 책거리(冊巨里·사진)가 국내 경매에 나왔다. 미술시장 불황 속에서도 최근 고미술품 판매는 선방하고 있어 이번 경매 결과가 주목된다.케이옥션은 오는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총 142점(약 109억원어치)의 작품을 경매에 올린다. 경매 대표작은 조선 후기인 19세기 제작된 8폭 병풍(가로 396㎝, 세로 139㎝) 책거리다. 책과 기물을 그린 책거리는 조선 고유의 정물화로, 지난해 12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약 9억3000만원에 낙찰되는 등 국내외에서 인기가 뜨거운 고미술 장르다. 서양화의 투시도법과 명암법을 적용해 다른 전통 회화에 비해 공간감과 입체감이 뛰어난 게 특징이다.이번 작품에 나온 책거리의 책꽂이 칸 수는 73칸, 그려진 사물은 230개에 달한다. 정병모 전 경주대 교수는 “이때까지 대중에 알려진 책거리 중 가장 칸이 많은 작품”이라며 “유실된 부분 없이 8폭이 모두 온전히 남아 있어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낙찰 추정가는 3억~8억원이다.최근 미술시장에서는 고미술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호황기에 비해 현대미술 작품 판매가 급감한 반면 고미술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지난달 서울옥션이 연 경매에서는 160년 된 대동여지도가 3억2000만원에 낙찰되며 화제를 모았다. 고미술 전문 경매회사인 마이아트옥션도 지난달 열린 경매에서 낙찰률 69%, 낙찰총액 32억8000만원이라는 호성적을 거뒀다. 미술계 관계자는 “고미술은 마니아층이 뚜렷해 현대미술에 비해 경기를 덜 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경매에는 유영국의 ‘워크’(추정가 3억4000만~8억원), 천경자의 ‘여인’(4억
책꽂이 속 책과 귀중품을 그린 조선 후기 회화 책가도(冊架圖)가 국내 경매에 나왔다. 미술시장 불황 속에서도 최근 고미술품 판매는 선방하고 있어 이번 경매 결과가 주목된다.케이옥션은 오는 19일 서울 신사동 본사에서 총 142점(약 109억원어치)의 작품을 경매에 올린다. 경매 대표작은 조선 후기인 19세기 제작된 8폭 병풍(가로 396cm, 세로 139cm) 책가도다. 책과 기물을 그린 책가도는 조선 고유의 정물화로, 지난해 12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약 9억3000만원에 낙찰되는 등 국내외에서 인기가 뜨거운 고미술 장르다. 서양화의 투시도법과 명암법을 적용해 다른 전통 회화에 비해 공간감과 입체감이 뛰어난 게 특징이다.이번 작품에 나온 책가도의 책꽂이 칸수는 73칸, 그려진 사물은 230개에 달한다. 정병모 전 경주대 교수는 “이때까지 대중에 알려진 책가도 중 가장 칸수가 많은 작품”이라며 “유실된 부분 없이 8폭이 모두 온전히 남아 있어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낙찰 추정가는 3억~8억원이다.최근 미술시장에서는 고미술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호황기에 비해 현대미술 작품 판매가 급감한 반면 고미술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지난달 서울옥션이 연 경매에서는 160년 된 대동여지도가 3억2000만원에 낙찰되며 화제를 모았다. 고미술 전문 경매회사인 마이아트옥션도 지난달 열린 경매에서 낙찰률 69%, 낙찰총액 32억8000만원이라는 호성적을 거뒀다. 미술계 관계자는 “고미술은 마니아층이 뚜렷해 현대미술에 비해 경기를 덜 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이 밖에도 경매에는 유영국의 ‘워크’(추정가 3억4000만~8억원), 천경자의 ‘여
30년을 함께 살며 이미 삶의 일부가 된 여인. 그리고, 가슴을 뛰게 만드는 젊고 매혹적인 여인. 두 사람의 애인 사이에서 한 명을 선택해야 했던 남자는 결국 오랜 사랑과의 결혼을 택했습니다. 대가는 컸습니다. 남자의 결혼 소식이 들리고 3주가 지난 뒤, 젊은 여성은 호텔 방에서 권총으로 자신의 목숨을 끊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수군댔습니다. “그 남자가 죽인 거나 다름없어.”하지만 남자는 입을 꾹 다문 채, 그 일에 대해 죽을 때까지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릴 뿐이었습니다. 남자의 이름은 피에르 보나르(1867~1947). ‘색채의 마술사’, ‘일상의 시인’으로 불리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유명 화가였습니다. 말 대신 색채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던 그의 삶과 예술, 비밀스러운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내향형 화가들의 모임, 나비파전설이 될 운명을 타고나는 화가들이 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나 파블로 피카소 같은 화가들이 그렇습니다. 작품이 탁월하다는 것 외에도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①화풍이 강렬하고 ②삶이 드라마틱하다는 것이지요.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은 그 강렬한 작품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발길을 멈춰 세우고, 사랑과 눈물이 교차했던 화가의 극적인 삶을 이야기하게 됩니다.보나르는 아닙니다. 그의 삶은 대체로 순탄했습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젊은 나이에 탁월한 화가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래서 얘깃거리가 별로 없습니다. 화풍이 강렬한 것도 아닙니다. 연한 색채에 여러 미묘한 의미와 상징을 담아내는 게 보나르의 특기였거든요. 앙리 마티스가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국립현대무용단, 국립심포니 등 5개 국립예술단체의 지방 이전을 추진한다. 서울예술단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으로 옮긴 뒤 국립아시아예술단으로 확대·개편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문체부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문화 분야 중장기 비전 ‘문화한국 2035’를 발표했다. 지역 문화 균형 발전을 위해 국립예술단체와 문화·예술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보내는 게 골자다. 내년 상반기에는 서울예술단을 ACC로 이전시키고, 하반기부터는 5개 국립예술단체를 단계적으로 각 지역에 보낸다는 게 문체부 계획이다.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국가 균형 발전과 지역 주민의 문화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벌써 광주를 비롯한 각 지역에서는 무척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유 장관은 “국립예술단체는 대의적으로 균형 발전에 기여할 의무가 있다”며 “소속 예술가나 직원 입장에서는 불편이 있을 수 있겠지만 1~2년 지나면 적응할 수 있을 것이고, 새로운 피가 수혈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예술단체 지방 이전으로 서울의 문화 인프라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시립 예술단체를 세울 수 있도록 돕고 민간에서도 새로운 단체가 생겨날 수 있게 장려하겠다”고 했다.이 밖에 문체부는 국립민속박물관을 세종시로 이전하고 충북 충주에 국립충주박물관, 대구에 국립근대미술관을 세우는 등 각 지역의 미술관·박물관 인프라를 대폭 확충할 방침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한국영상자료원 등 관련 공공기관도 지방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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