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성수영 기자
    성수영 기자 문화부
  • 구독
  • 쉽고 재미있게 쓰겠습니다.

  • 기계도 동물도, 모두 우리가 되는 100년 뒤의 미래

    20대 때부터 자신만의 특이한 화풍을 미술계에 각인시킨 작가가 있다. 한지형 작가(30)다.서울 성북동 제이슨함에서 열리는 ‘사치스런 뼈’는 한지형 작품 14점을 소개하는 개인전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 학·석사를 마친 그는 지난해 종근당 예술지상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데 이어 올해 서울시립미술관 단체전에 참여하는 등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강렬한 인상이다. 주제부터 독특하다. 100년 뒤인 22세기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한 가상의 세계를 그린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동물 귀를 달고 기계 몸을 부착하는 등 신체를 극단적으로 변형시킨 채 살아간다. 전시 서문을 쓴 고원석 라인문화재단 디렉터는 “지금도 사람들은 사회가 원하는 ‘아름다움’을 갖추기 위해 성형 등으로 스스로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며 “이 같은 현대사회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은유한 게 한지형의 작품”이라고 해석했다.한지형의 작품 가운데 ‘침대 위의 점심식사’에서는 기계 몸을 한 젊은 여성들이 어른 흉내를 내는 아이처럼 우스꽝스러운 화장을 하고 있다. 함윤철 제이슨함 대표는 “기계가 인간처럼 되고 싶어 하는 장면을 통해 성장과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다룬 작품”이라고 설명했다.에어브러시로 물감을 뿌리는 제작 기법은 작품 특유의 미래적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핵심 요소다. 에어브러시의 특성 덕분에 안개가 낀 것처럼 몽환적인 효과가 나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컴퓨터그래픽으로 착각할 정도로 표면이 매끈하고 섬세하다. 전시는 12월 21일까지.성수영 기자

    2024.11.18 18:36
  • "이걸 돈 받고 팔아?"…'사기 논란' 수백억짜리 작품 뭐길래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파란 말이 도대체 세상에 어딨어?” “애들도 이것보다 잘 그리겠다.” “전시회에 이런 그림을 낸다고? 게다가 돈을 받고 팔겠다는 거야? 미쳤구먼.” 1911년 12월 독일 뮌헨의 한 갤러리. 젊은 화가 몇 명이 모여 전시를 연 이곳은, “이것도 그림이라고 걸어 놓았느냐”고 아우성치는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사람들은 비웃고, 화내고, 그림에 침을 뱉어 댔습니다. 식탁 기둥이나 접시처럼 생긴 말과 동물들, 부자연스러운 색상, 여기에 아예 알아볼 수 없는 기괴한 도형들까지. 이들의 그림은 언뜻 봤을 때 아이들이 아무렇게나 해놓은 낙서처럼 보였거든요. 화가들에게 전시 장소를 빌려준 갤러리 주인은 이렇게 불평했습니다. “사람들이 그림에 침을 너무 많이 뱉어서 매일 저녁 그걸 닦느라 너무 힘들어.”하지만 이런 대접은 수십 년이 흘러 180도 바뀝니다. 전시의 주인공인 바실리 칸딘스키(1866~1944) 등 여러 화가는 인류의 미술 역사에 길이 남은 거장으로 대우받게 됐습니다. 실제 세상의 물건이나 사람을 그대로 그리지 않고, 화가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사 가지 않았던 이들의 작품들은 경매에서 무려 수백억 원에 낙찰되는 귀한 몸이 됐지요. 그렇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뀐 걸까요?몇 년째 미술을 담당하는 기자로 일하며 지켜본 결과 내린 결론은 ‘아니다’입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은 추상미술, 나아가 ‘뭘 표현했는지 알 수 없는 미술 작품’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 추상미술 작품을 다룬 기사들의 댓글들만 봐도 그렇습니다. &ld

    2024.11.16 09:38
  • 100년 뒤 우리는 누굴까… 어쩌면 로봇도 우리, 동물도 우리

    화가의 삶은 자신만의 화풍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 누구와도 다른 자신만의 스타일, 수많은 작품 속에서도 ‘아, 그 화가!’하고 알아볼 수 있는 화풍은 좋은 작가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요건이다. 하지만 이런 화풍을 갖추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젊은 나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20대 때부터 자신만의 특이한 화풍을 미술계에 각인시킨 한지형 작가(30·사진)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서울 성북동 제이슨함에서 한지형의 작품 14점을 소개하는 개인전 ‘사치스런 뼈’가 열리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 학·석사를 마친 그는 지난해 종근당 예술지상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데 이어 올해 서울시립미술관 단체전에 참여하는 등 최근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작가다.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강렬한 인상이다. 여러 개성 넘치는 작품들 가운데서도 한지형의 그림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주제부터 독특하다. 100년 뒤인 22세기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한 가상의 세계를 그린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동물 귀를 달고 기계 몸을 부착하는 등 신체를 극단적으로 변형시킨 채 살아간다. 그저 황당한 상상 같지만, 따져보면 그 속에 숨겨진 본질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전시 서문을 쓴 고원석 라인문화재단 디렉터는 “지금도 사람들은 사회가 원하는 ‘아름다움’을 갖추기 위해 성형 등으로 스스로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며 “이 같은 현대 사회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은유한 게 한지형의 작품”이라고 해석했다. 전시 제목인 ‘사치스런 뼈’도 이처럼 사회의 요구에 맞춰 자신의 모습을 변형하는 행동을 암시한다

    2024.11.15 09:30
  • [이 아침의 예술가] 유머로 일깨운 사회부조리…미카 로텐버그

    우리가 누리는 풍요는 제3세계의 값싼 원료와 노동력에 일부 빚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평소에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피부에 와닿지 않는 데다 너무 많이 들어서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출신 미디어아트 작가 미카 로텐버그(48·사진)는 유머를 통해 여러 ‘익숙한 부조리’를 다시 일깨웠다. “세상에 대해 비평할 때는 진지하게 명령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 유머가 필요하다.”로텐버그는 미국 시카고 현대미술관과 뉴욕 뉴뮤지엄 등 여러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세 번이나 작품을 출품한 세계적인 작가다. 그가 자주 다루는 주제는 이해하기 어려운 글로벌 경제 시스템과 현대사회 속에서 발생하는 부조리. 2015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출품한 대표작 ‘노 노스 노스(No Nose Knows)’는 중국의 한 공장에 여성 여러 명이 쪼그려 앉아 인공 진주를 만드는 영상. 로텐버그는 저임금 노동과 환경 파괴 등 여러 주제를 은유한다. 지금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이 작품을 비롯해 작가의 지난 20여 년간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2일까지 열린다.성수영 기자

    2024.11.14 17:32
  • 김환기 희귀한 '청록색 점화', 새 주인 찾을까

    침체의 늪에 빠진 국내 미술시장은 언제쯤 되살아날 수 있을까.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이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11월 경매 결과에 미술계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은 오는 19일과 20일 각각 11월을 맞아 대규모 경매를 연다. 주목할 만한 중량급 작품이 더 많이 나온 건 서울옥션이다. 지난 7,8월 오프라인 정규 경매를 쉬면서 체급이 높은 출품작들을 비축해둔 영향이다.총 91점(추정가 약 83억원)이 나오는 이번 서울옥션 경매의 대표작은 김환기의 청록색 점화 ‘18-II-72 #221’. 김환기 작품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청록색이 쓰였고, 다른 거대한 전면점화와 비교했을 때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가로 145.3cm, 세로 48.1cm) 소장 및 전시가 수월한 게 특징이다. 이 작품은 과거 두 차례 서울옥션 경매에 나와 2017년 21억원, 2019년에는 22억원에 낙찰된 적이 있다. 이번 경매에서 추정가는 24억~40억원이다.일본의 인기 작가 요시토모 나라가 30대 초반 독일 유학 시절 제작한 ‘덕클링, 더 타넨바움 앰배서더’는 추정가 8억∼15억원에 나왔다. 일본 화가 우메하라 류자부로(1888∼1986)가 일제강점기 한국 최초의 여성 무용가 최승희를 그린 ‘무당춤을 추는 최승희’도 주목할 만하다.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된 작품으로, 시작가는 2억원이다.럭셔리(사치품) 중에서는 까르띠에 시계 중 가장 희소가치가 높은 ‘크래시’를 주목할 만하다. 초현실주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의 대표작 ‘기억의 지속’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제품이다. 남성용 시계 중에서는 오데마 피게의 로얄오크가 눈에 띈다.케이옥션 경

    2024.11.13 14:33
  • 선명한 꿈 속과 조각난 하늘의 가을 삼청동

    한국 미술은 바야흐로 ‘1980년대생 여성 작가’의 시대를 맞고 있다. 영국 런던의 세계적인 현대미술관 테이트모던과 글로벌 화랑 타데우스로팍에서 각각 전시 중인 이미래(36)와 정희민(37)을 필두로 이진주(44) 우한나(36) 김조은(35) 작가 등에게 해외 미술관과 갤러리의 전시 제안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서울 삼청동에서 전시하는 두 작가도 같은 그룹에 속한다. 백아트에서 개인전 ‘틈, 연결 너머’를 열고 있는 안현정(38)과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 ‘루시드 드림스’를 하고 있는 이진한(42)이다.백아트에서 전시하는 안현정은 미국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작품 활동 중인 작가다. 구름이 떠 있는 하늘, 비행기 창 밖으로 바라본 하늘, 달과 별이 뜬 밤하늘 등 하늘을 추상화한 다채로운 색의 작품을 만든다. 제작 과정이 특이하다. 캔버스에 물감을 칠하는 게 아니라 조각난 천을 재봉해 캔버스를 채운다. 그래서 작품 속 형상들을 구분하는 윤곽선은 캔버스 표면에서 안쪽으로 들어가 살짝 파여 있다. 그 파인 자국 즉 ‘틈’이 작품의 특별함을 만들어낸다.한국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뉴욕 프랫인스티튜트에서 공부할 때까지만 해도 작가는 일반적인 추상 회화를 그렸다. 2018년 재봉에 눈을 떴다. 미국 매사추세츠 현대미술관 스튜디오 작업실을 공유하던 동료 미국 작가들이 재봉으로 작업하던 방식,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재봉틀로 옷을 만들어주던 기억 등이 계기가 됐다.재봉으로 만들어낸 작품은 현대적이고 단순한 모양인데도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유선 전시기획자는 “형상들을 ‘선을 그어서’ 나눈 게 아니라 나뉘어 있던 것을 ‘꿰매서&

    2024.11.12 18:13
  • 가을 삼청동엔 바느질로 꿰맨 하늘, 추상으로 만든 꿈이 있다

    지금 한국 미술은 바야흐로 ‘1980년대생 여성 작가’의 시대를 맞고 있다. 영국 런던의 세계적인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과 글로벌 화랑 타데우스 로팍에서 각각 전시중인 이미래(36)와 정희민(37)을 필두로, 이진주(44)· 우한나(36)·김조은(35) 등 작가들에게 해외 미술관과 갤러리들의 전시 제안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지금 서울 삼청동에서 전시를 열고 있는 두 작가도 같은 그룹에 속한다. 백아트에서 개인전 ‘틈, 연결 너머’를 열고 있는 안현정(38)과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 ‘루시드 드림스’를 열고 있는 이진한(42)이다.백아트에서 전시를 연 안현정은 미국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작품 활동 중인 작가다. 구름이 떠 있는 하늘, 비행기 창 밖으로 바라본 하늘, 달과 별이 뜬 밤하늘 등 하늘을 추상화한 다채로운 색의 작품을 제작한다. 제작 과정이 특이하다. 캔버스에 물감을 칠하는 게 아니라 조각난 천을 재봉해 캔버스를 채운다. 그래서 작품 속 형상들을 구분하는 윤곽선은 캔버스 표면에서 안쪽으로 들어가 살짝 파여 있다. 그 파인 자국, 즉 ‘틈’이 작품의 특별함을 만들어낸다.한국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뉴욕 프랫인스티튜트에서 공부를 할 때까지만 해도 작가는 일반적인 추상 회화를 그렸다. 그러다 2018년 재봉에 눈을 떴다. 미국 메사추세츠 현대미술관 스튜디오 작업실을 공유하던 동료 미국 작가들이 재봉으로 작업하던 방식,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재봉틀로 옷을 만들어주시던 기억 등이 계기였다.재봉으로 만들어낸 작품은 현대적이고 단순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도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유선 전시기획자는&nbs

    2024.11.11 10:22
  • 100살 다 돼 '몸값 수십억'…"90년 기다렸다"는 스타 사연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계속 버스를 기다리면, 언젠가는 버스가 반드시 도착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거의 100년을 기다린 셈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버스가 왔네요.”2010년 쿠바 출신의 95세 화가 카르멘 에레라(1915~2022)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가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건 20대 후반이던 1940년대 초. 미국 뉴욕의 미술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회화를 공부한 그는 학교를 떠나자마자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시원찮았습니다. 돈을 주고 그의 그림을 산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에레라의 그림이 유행과 달랐던 데다, 그가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이민자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에레라는 꺾이지 않고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습니다.세월이 흐르고, 결국 성공은 찾아왔습니다. 마침내 그의 그림이 팔린 겁니다. 하지만 기다림은 길었습니다. 60여년이 흐른 2004년, 에레라가 89세 때의 일이었거든요.이후 에레라는 세계적인 화가로 떠올랐습니다.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전시가 열렸고,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테이트 모던 등 세계적인 현대미술관들이 앞다퉈 그의 작품을 사들였습니다. 수백만 원에 불과했던 그림 값은 2009년 수천만 원, 2019년에는 수십억원대로 뛰었고, 2016년 휘트니 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은 극찬을 받았습니다. 평론가들은 말했습니다. “그녀처럼 훌륭한 화가를 그토록 오랫동안 알아보지 못했던 건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잠재력을 가진 예술가가 90년의 무명 생활을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요. 오늘은 그녀처럼 뒤늦게 자신의 예술을 인정받은 화가 세 명의 이야기를 풀어 보겠습니다. 94년의 기다림 끝에 : 카르멘 에레라에레라는

    2024.11.09 00:12
  • 서울의 가장 어두운 곳으로 런던의 가장 화려한 곳에 간다

    어느 도시에든 가난이 드리운 곳이 있다. 화려한 도심의 조명이 닿지 않는 초라한 그늘에서 사람들은 전구불과 가로등을 밝힌다. 그 희미한 불빛들이 모여 동네를 포근하게 비춘다. 미국의 슬럼, 브라질의 파벨라, 튀르키예의 게제콘두, 한국의 달동네…. 부르는 이름은 달라도 초라한 삶을 따뜻하게 데우는 ‘빛의 풍경’은 모두 똑같다. 정영주(54·사진)가 그린 한국 달동네의 야경이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다.한국의 스타 중견 작가 정영주의 그림이 유럽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글로벌 명문 화랑 알민레쉬의 영국 런던 지점에서 오는 14일부터 열리는 개인전 ‘웨이 백 홈’(집으로 가는 길)이 그 첫걸음이다.정영주가 달동네 연작을 시작한 건 2008년 무렵부터다. 1997년 프랑스 에콜데보자르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작가로서 자리를 잡기도 전에 급히 귀국해야 했다. 1998년 터진 외환위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불안과 고립을 부르면서 10년에 걸친 방황이 시작됐다. 그러다가 달동네 풍경을 만났다. 어린 시절 부산에서 숱하게 봐온, 초라하지만 가족의 온기를 간직한 그 불빛에서 정영주는 아름다움을 봤다. 캔버스 위에 한지를 오려 붙여 판잣집을 만든 뒤 물감으로 색과 빛을 그려 넣는 작업을 시작했다.2020년대 들어 정영주는 한국 미술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 중 하나다. 2020년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작품을 구입했고, 지난 3월에는 미술시장 불황에도 작품이 작가의 경매 신고가(1억7000만원)를 쓰며 화제를 모았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그의 작품에 열광하는 덕분에 이런 상승세가 가능했다. 영국의 저명한 예술작

    2024.11.04 18:16
  • 서울의 가장 어두운 곳으로 런던의 가장 화려한 곳에 간다

    어느 도시에든 가난이 드리운 곳이 있다. 화려한 도심의 조명이 닿지 않는 초라한 그늘에서, 사람들은 전구불과 가로등을 밝힌다. 그 희미한 불빛들이 모여 동네를 포근하게 비춘다. 미국의 슬럼, 브라질의 파벨라, 튀르키예의 게제콘두, 한국의 달동네…. 부르는 이름은 달라도 고단한 삶을 따뜻하게 데우는 ‘빛의 풍경’은 모두 똑같다. 정영주(54)가 그린 한국 달동네의 야경이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다.한국의 스타 중견 작가 정영주의 그림이 유럽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글로벌 명문 화랑인 알민 레쉬의 영국 런던 지점에서 오는 14일부터 열리는 개인전 ‘웨이 백 홈’(집으로 가는 길)이 그 첫걸음이다.정영주가 달동네 연작을 시작한 건 2008년 무렵부터다. 1997년 프랑스 에콜 데 보자르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정영주는 작가로서 자리를 잡기도 전에 급히 귀국해야 했다. 1998년 터진 외환위기(IMF) 때문이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불안과 고립을 부르면서 10년에 걸친 방황이 시작됐다. 그러다 달동네의 풍경을 만났다. 어린 시절 부산에서 숱하게 봐온, 초라하지만 가족의 온기를 간직한 그 불빛에서 정영주는 아름다움을 봤다. 캔버스 위에 한지를 오려 붙여 판잣집을 만든 후 물감으로 색과 빛을 그려넣는 작업을 시작했다.2020년대 들어 정영주는 한국 미술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 중 하나다. 2020년엔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작품을 구입했고, 지난 3월에는 미술시장 불황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작가의 경매 신고가(1억7000만원)를 쓰며 화제를 모았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그의 작품에 열광하는 덕

    2024.11.04 09:55
  • 한국으로 날아온다, '가장 예술적인 도시' 오스트리아 빈의 1900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 빈은 1900년 세계에서 가장 예술적인 도시였다. 제국 수도의 넘실대는 풍요 속에서 예술가들은 재능을 꽃피웠다. 극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이렇게 썼다. “빈은 축제의 도시였다. 매일이 새로웠고, 듣지 못했던 것과 보지 못했던 것들이 도처에 가득했다. 무엇이 아름다운가를 아는 것, 인생을 즐기는 것, 그리고 축제를 여는 것이 빈 사람들의 특별한 재능이었다.”하지만 그 속은 곪아 들어가고 있었다. 600여 년간 유럽을 호령한 합스부르크 가문의 영광은 영국과 프랑스, 독일의 약진에 빛이 바랜 지 오래. 10개 넘는 민족을 한데 묶어온 제국의 힘은 노(老)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의 목숨과 함께 사그라들고 있었다. 부패한 사회 지도층은 향락에 몰두했고, 도시의 뒷골목은 극심한 빈부격차로 신음했다.풍요와 향락, 빈곤과 멸망에 대한 예감이 공존하는 이 도시의 모순적인 풍경은 다양한 생각과 예술을 낳았다. ‘빈 분리파’를 이끈 황금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청춘의 초상을 그린 에곤 실레, 20세기 그래픽아트를 바꾼 콜로만 모저, ‘오스트리아의 반 고흐’ 리하르트 게르스

    2024.10.31 09:36
  • 세계에 선보일 '올해의 작가' 찾기 시작됐다

    작가나 작품에 순위를 매기는 건 미술계의 금기지만 예외도 있다. 미술관이나 예술 재단들이 선정하는 ‘올해의 작가상’이다. 영국 유명 미술관 테이트 브리튼이 해마다 주는 터너상이 대표적이다. 수상자가 발표되는 매년 12월 초가 되면 영국 미술계는 흥분으로 달아오른다. 경쟁의 형식을 빌려온 탓에 미술계 관계자들은 물론 일반 관객들까지 저마다 우승자를 점쳐보고 응원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평가다.국립현대미술관이 주는 ‘올해의 작가상’(올작)은 ‘한국의 터너상’ 격인 국내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상이다. 12년째를 맞은 올해 행사에는 권하윤(43)과 양정욱(42), 윤지영(40)과 제인 진 카이젠(44) 등 4명이 후보에 올랐다. 이들의 작품은 서울 사간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중견 작가 중에서 특별히 유망한 작가를 뽑아 세계 무대로 도약할 계기를 마련해주는 게 상의 취지”라고 말했다.권하윤은 가상현실(VR)로 작품을 만드는 작가다. 지난해 스위스 제네바 국제영화제의 몰입형 작품 부문에서 금상을 받고 리움미술관에서도 소규모 전시를 여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가 VR 작품을 만드는 건 ‘개인의 경험’을 관객에게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어서다. 권 작가는 “전쟁이나 식민 지배 등 거대한 역사적 사건에 휘말린 평범한 사람들의 경험을 VR로 실감 나게 보여주고, 이를 통해 ‘적군’과 ‘아군’의 구분이 생각보다 뚜렷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은 VR 기기를 차고 대나무 등을 든 채 권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

    2024.10.30 18:10
  • 고흐, 모네, 베이컨... 런던을 달구는 전시들

    “100년에 한 번 있는 전시.”이런 평가를 받으며 런던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전시가 있다.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반 고흐 : 시인과 연인’이다. 모두가 이 전시를 극찬하고 있다. 타임스, 가디언, 텔레그래프, 인디펜던트 등 영국 주요 매체부터 아트뉴스페이퍼, 아트뉴스 등 글로벌 미술 전문 매체까지 입을 모아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전시장은 발디딜 틈 없이 붐빈다.그럴만도 하다. 이번 전시에 나온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작품 61점은 모두 찬찬히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명작들. 우리에게 익숙한 대표작들도 상당수 나와 있다. 프랑스 오르세미술관이 소장한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의 ‘해바라기’ 등 각국 주요 미술관을 대표하는 소장품이라 외부에 좀처럼 빌려주지 않는 그림들이 단적인 예다.반 고흐의 가장 뜨거웠던 2년고흐의 말년은 그야말로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사르는 시간이었다. 3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는 삶의 대부분을 방황하며 흘려 보냈다. 미술품을 거래하는 판매원 일도 했고, 책방 점원으로 일하거나 탄광촌에서 전도사 일을 하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에겐 ‘못 써먹을 사람’ 취급을 받았다. 그랬던 고흐가 화가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 건 27세였던 1880년. 그중에서도 우리가 아는 고흐의 명작 대부분은, 마지막 3년(1880~1890)에 집중돼 있다. 전시는 고흐가 1888~1889년의 2년 동안 그린 작품만을 다룬다.이 시기 고흐는 총 200점에 달하는 그림을 그렸다.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덧없는 아름다움을 그림에 담으려고 했던 인상주의자들을 넘어, 고흐는 예술을

    2024.10.30 09:34
  • 세계 현대미술의 중심지 런던에서 만난 한국인 예술가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의 영광은 저문 지 오래지만 미술 분야에서만큼은 영국이 여전히 초강대국이다. 고흐와 모네를 비롯한 수많은 서양미술 거장의 작품과 데이미언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등 현대미술 스타들이 공존하는 미술 강국이자, 미국에 이어 세계 미술시장 점유율 2위(2023년 기준)를 지키는 거대 시장이라서다. 그 폭발적인 역량을 체감할 수 있는 기간이 바로 10월 첫째주인 ‘런던 아트 위크’다. 런던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규모 아트페어 ‘프리즈 런던’을 맞아 세계적인 미술관과 화랑들이 자신들을 대표하는 작가의 전시를 열기 때문이다.세계 최대 현대미술관인 테이트모던, 런던 최고의 현대미술관 중 하나인 헤이워드갤러리가 올해 ‘얼굴’로 택한 건 한국 작가. 글로벌 명문 화랑인 타데우스로팍의 런던 지점과 런던현대미술관(ICA), 하이드 파크의 미술관인 서펜타인갤러리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엔 어떤 사전 협의나 지원도 없었다. 한국 예술가들이 오로지 실력으로 미술관과 화랑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런던 아트 위크에 열린 이들의 전시를 다녀왔다.국가대표 작가 양혜규, 헤이워드를 메우다양혜규(53)는 세계 미술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를 말할 때 가장 먼저 꼽히는 이름이다. 그는 베네치아비엔날레와 카셀 도큐멘타 등 미술제를 비롯해 영국 테이트모던과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등 최고 권위의 미술관에서 숱하게 전시를 연 ‘월드 클래스 작가’다. 서양 매체들이 뽑는 ‘세계&nbs

    2024.10.30 09:30
  • 아프리카 아트페어 1-54의 런던 점령기

    전 세계 미술계의 눈이 영국 런던으로 몰리는 10월 초 ‘런던 아트위크’. 템즈강 북쪽에 위치한 400여년 역사의 문화공간 서머셋 하우스에서는 세계 유일의 아프리카 미술 전문 아트페어인 ‘1-54’가 열린다.1-54의 1은 아프리카라는 하나의 거대한 대륙, 54는 아프리카를 구성하는 54개의 국가를 뜻한다. 같은 시기 열리는 유럽 최대 아트페어 프리즈 런던의 위성 페어 격인 행사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서양 미술계에서 이 아트페어는 세계 최고의 아프리카 관련 미술 행사로 꼽힌다. 2013년 시작된 이 아트페어는 매년 급성장을 거듭해 지금은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모로코 마라케시에서도 열리는 글로벌 주요 미술행사가 됐다.전시 규모와 그림값만 보면 1-54는 프리즈 런던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작가들과 갤러리, 관람객들의 눈빛과 패션이 보여주는 행사장의 활기는 프리즈 런던을 가볍게 압도한다. 매해 방문객은 2만5000여명 수준. 방문객 6만여명의 프리즈 런던이 막대한 자본과 훨씬 넓은 공간을 쓰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그만큼 아프리카 미술시장이 끝없는 잠재력을 가진 ‘미지의 대륙’이고, 1-54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훌륭한 무대라는 방증이다. 이 행사를 창립해 세계 미술계의 주요 행사로 지금까지 키워온 투리아 엘글라위 1-54 창립이사(50)를 아트페어장에서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하다 어떻게 1-54 아트페어를 만들게 됐나요.“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아트페어가 미술 장터인 걸 생각하면, 거짓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진심이었습니다. 항상 아프리카 예술이 저평가받는 게

    2024.10.30 09:13
  • 상속자들 파워…세계 미술시장 하락세 멈춰

    미술시장의 가파른 경기 하락세가 올 들어 점차 진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투자회사 UBS가 미술품을 수집하는 고액순자산보유자(부동산을 제외한 금융자산이 100만달러 이상인 개인 고객) 366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29일 아트바젤과 UBS가 최근 공동 발간한 ‘2024년 컬렉터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올해 상반기 미술품 구입 액수 중간값은 2만5555달러(약 3535만원)였다. 지난해 지출액 중간값이 5만달러(약 6918만원)고, 반기별로 나눴을 때 2만5000달러(약 3459만원)라는 점을 고려하면 하락세가 멈춘 것으로 보인다. 중기(향후 6개월) 동안 글로벌 미술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 것이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91%가 “낙관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말(77%)보다 눈에 띄게 증가한 수치다.다만 초고가 작품의 판매는 아직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미술 시장 매출은 650억달러로 전년 대비 4% 감소했는데, 고가 작품 판매가 줄어든 게 주요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는 “1000만달러(약 132억원) 이상 연매출을 기록하는 대규모 화랑의 매출이 같은 기간 7% 감소한 것도 고가 작품 거래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국가별 미술시장 점유율에서는 여전히 미국(42%)이 독주 양상을 보였다. 홍콩을 포함한 중국(19%)은 영국(17%)을 제치고 다시 2위로 올라섰다. 프랑스(7%)는 4위에 머물렀다. 미술품의 주요 판매 채널을 보면 아트페어의 비중 하락(35%→29%)이 눈에 띄었다. UBS 관계자는 “큰손들이 미술품을 살 때 전보다 신중한 자세로 검토에 임하고 있고, 해외 미술 행사도 전보다 덜 다니고 있다”며 “갤러리 사

    2024.10.29 18:37
  • 70년간 조용히 그리고 또 그렸다...97세에 주목받은 화가 [이 아침의 화가]

    이달 초 미국 뉴욕에서 크리스티가 연 경매 ‘전후에서 현재까지’에서 가장 화제가 된 작품은 로이스 도드(97)의 ‘리플렉션 오브 더 반’(1971)이었다. 당초 추정가는 6만~8만달러(약 8300만~1억1100만원)에 불과했는데 경합이 붙으며 37만8000달러(약 5억2000만원)까지 낙찰가가 뛰었다. 경매에 나온 도드의 작품 중 최고가 기록이었다. 아트뉴스 등 주요 미술 전문지는 “마침내 도드의 작품이 진가를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썼다.도드는 뉴욕의 사립 단과대학인 쿠퍼유니언에서 미술을 공부한 뒤 1950년대부터 화가로 활동하며 일상의 풍경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신과 친구들의 그림을 전시해줄 곳이 없자 그는 직접 갤러리를 열었고, 1971년부터 1992년까지 브루클린칼리지와 스코히건 회화 조각 학교에서 그림을 가르쳤다. 하지만 화가로서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남성 작가가 그린 추상화를 선호하는 당시 미술계 분위기에서 구상화를 그리는 여성 작가인 도드가 설 곳은 없었기 때문이다.알아주는 이가 없어도 도드는 70여 년간 꾸준히 그리고 또 그렸다. 그리고 90대에 들어선 2020년대 마침내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요즘도 거의 매일 작업한다. 지난해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도드는 이렇게 말했다. “무시당해도 괜찮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잖아요.”성수영 기자

    2024.10.29 17:41
  • 슈퍼리치 부의 대물림이 글로벌 미술시장 뒤흔든다

    미술시장의 가파른 경기 하락세가 올 들어 점차 진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투자회사 UBS가 미술품을 수집하는 고액순자산보유자(부동산을 제외한 금융자산이 100만달러이상인 개인 고객) 36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다. 28일 아트바젤과 UBS가 최근 공동 발간한 ‘2024년 컬렉터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올해 상반기 미술품 구입 액수 중간값은 2만5555달러(약 3535만원)였다. 지난 한 해 지출액 중간값이 5만달러(약 6918만원)고, 반기별로 나눴을 때 2만5000달러(약 3459만원)라는 점을 고려하면 하락세가 멈춘 것으로 보인다. 향후 여섯 달 동안 글로벌 미술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91%의 응답자가 “낙관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말(77%)보다 눈에 띄게 증가한 숫자다.다만 초고가 작품의 판매는 아직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미술 시장 매출은 650억 달러로 전년 대비 4% 감소했는데, 고가 작품 판매가 줄어든 게 주요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는 “1000만달러(약 132억원) 이상 연 매출을 기록하는 대규모 화랑의 매출이 같은 기간 7% 감소한 것도 고가 작품 거래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국가별 미술시장 점유율에서는 여전히 미국(42%)이 독주 양상을 보였다. 홍콩을 포함한 중국(19%)은 영국(17%)을 제치고 다시 2위로 올라섰다. 프랑스(7%)는 4위에 머물렀다. 미술품의 주요 판매 채널을 보면 아트페어의 비중 하락(35%→29%)이 눈에 띄었다. UBS 관계자는 “큰손들이 미술품을 살 때 전보다 신중한 자세로 검토에 임하고 있고, 해외 미술 행사도 전보다 덜

    2024.10.29 14:01
  • 한국 미술 '올해의 작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맞혀보세요

    작가나 작품에 점수를 매겨 순위를 정하는 건 미술계에서 금기시되는 일이지만, 유일하게 이런 행동이 환영받는 곳이 있다. 주요 미술관이나 유력 재단에서 ‘올해의 작가’를 뽑아 상을 주는 행사다. 영국 대표 미술관인 테이트 브리튼이 매년 수여하는 터너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영국 거장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1775~1851)의 이름을 딴 이 상은 매년 네 명 안팎의 후보를 뽑아 전시 기회를 준 뒤 최종 수상자를 선정한다.수상자가 발표되는 매년 12월 초가 되면 영국 미술계는 흥분으로 달아오른다. 경쟁의 형식을 빌려온 탓에 미술계 관계자들은 물론 일반 관객들까지 저마다 우승자를 점쳐보고 응원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평가다.국립현대미술관이 주는 ‘올해의 작가상’(올작)은 ‘한국의 터너상’ 격인 국내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상이다.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중견 작가 중 특별히 유망한 작가를 뽑아 세계 무대로 도약할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게 이 상의 취지”라고 설명한다. 12년째를 맞은 올작이 올해 꼽은 네 명의 최종 후보는 권하윤(43)과 양정욱(42), 윤지영(40)과 제인 진 카이젠(44). 이 네 사람이 각자 구축해온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지금 사간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VR·움직이는 조각에 담긴 이야기권하윤은 가상현실(VR)로 작품을 만드는 작가다. 지난해 스위스 제네바 국제영화제의 몰입형 작품 부문에서 금상을 받고 리움미술관에서도 소규모 전시를 여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가 VR 작품을 만드는 건 ‘개인의 경험’을 관객에게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어서다. 권 작가는 “전

    2024.10.28 14:20
  • "아, 끔찍해" 부잣집 사모님 '충격'…잔인한 실험의 정체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아…. 끔찍해. 더는 못 보겠어요.”여기는 18세기 영국의 한 부잣집. 창문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달빛과 촛불에 의지해 과학자의 실험을 관람하던 한 여성은 고개를 돌리고 말았습니다. ‘공기 펌프 실험’ 견학이란 이름으로 열린 이 행사의 내용은, 유리로 된 새장 안에 새를 가둬 놓고 공기를 빼내 새를 기절시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지금의 상식으로는 말도 안 되는 동물 학대지요. 여성 옆에 있는 소녀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새를 지켜보고 있네요.반면 앉아 있는 두 남성과 소년은 이 실험에 푹 빠져 있습니다. 왼쪽에 있는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실험에는 아예 관심이 없고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네요.불행 중 다행인 건, 적어도 새의 생명이 무사할 거란 사실입니다. 당시 앵무새는 굉장히 몸값이 비쌌거든요. 강연장과 부잣집을 돌며 실험을 보여주는 일로 먹고 사는 이 과학자가 새를 죽게 둘 리가 없습니다. 곧 과학자가 유리에 다시 공기를 불어 넣으면 앵무새는 깨어날 겁니다.당시에도 이런 실험이 충격적이고 잔인하다는 비판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영국에서는 왜 이런 실험이 반복됐을까요. 그때의 상황, 인류 역사상 가장 급격하게 기술이 발전했던 그 시기에 있었던 빛과 어둠을 그린 거장 조셉 라이트(1734~1797)의 삶과 작품을 풀어 봅니다. 기술의 빛과 어둠새로운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할 때는 늘 빛과 어둠이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사회가 전체적으로 풍요로워지는 건 사실입니다. 효율이 올라가면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게 늘어나니까요. 하지만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거대한 변화가 닥치면서 여러 예상치 못

    2024.10.26 05:01
  • '오스트리아 천재 화가' 에곤 실레의 데스마스크, 3400만원에 낙찰

    오스트리아 출신의 천재 화가 에곤 실레(1890~1918)의 데스 마스크(사람이 숨진 뒤 얼굴을 석고 등으로 본뜬 안면상)가 영국 경매에서 약 3400만원(1만9000파운드)에 판매됐다. 사전 추정가의 10배에 가까운 가격이다.25일 아트넷뉴스 등 미술 전문지에 따르면 이 데스마스크는 지난 23일 영국 경매 회사인 슬론 스트리트 옥션이 런던에서 연 경매에 출품됐다. 당초 예상 낙찰가가 180만~360만원(1000~2000파운드)이었지만 치열한 호가 경쟁 끝에 3400만원에 낙찰됐다. 해당 데스마스크는 오스트리아 조각가 구스티누스 암브로시가 만든 것으로, 석고 틀은 1918년 실레가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하고 이틀이 흐른 뒤 제작됐다. 평소 암브로시는 실레를 ‘표현주의의 라파엘로’라 부르며 깊이 존경했다고 한다. 훗날 암브로시는 인터뷰에서 석고 틀을 제작할 때의 기억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1918년 11월의 어느 아름다운 날, 저는 실레의 관을 열고 그의 넥타이를 풀었습니다. 그리고 푸른 하늘 아래 햇살 속에서 그의 데스마스크를 위한 틀을 만들었습니다.”암브로시는 이 석고 틀을 이용해 총 네 개의 데스마스크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나는 실레의 어머니를 위해, 하나는 자신을 위해, 하나는 실레의 재능을 처음 알아본 미술 평론가인 아서 뢰슬러를 위해, 하나는 실레의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리하르트 라니를 위해서였다. 석고 틀은 현재 오스트리아 빈의 레오폴트 미술관에 보관돼 있다. 슬론 스트리트 옥션은 “출품된 데스마스크가 이 중 어떤 버전인지는 모른다”고 했다.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2024.10.25 13:59
  • 안중근 의사가 쓴 두 글자 '독립'…15년 만에 日서 왔다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1879~1910)가 삶의 마지막에 남긴 건 자신의 뜻을 담은 글씨였다.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 의사는 이틀 뒤 중국 뤼순 감옥에 수감됐다. 그리고 이듬해 3월 26일 순국하기 전까지 이 감옥에서 많은 글씨를 썼다. 현재 남아 있는 그의 유묵(遺墨·생전 남긴 글씨나 그림) 대부분이 이때 작품이다. ‘위국헌신 군인본분’(나라 위해 몸 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다), ‘국가안위 노심초사’(국가의 안위를 걱정하고 애태운다), ‘지사인인 살신성인’(지사와 어진 사람은 자신을 희생해 인(仁)을 이룬다)…. 그 내용과 필체만으로도 안 의사의 독립에 대한 열망과 높은 기상, 절개가 그대로 느껴지는 유묵들이다.안 의사의 이런 유묵 18점이 나오는 전시 ‘안중근 書’가 오는 24일 서울 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개막한다. 하얼빈 의거 115주년을 맞아 열리는 특별전이다. 전시된 유묵 중 보물로 지정된 작품만 13점에 달한다. 안중근의사숭모회,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 홍익대학교 박물관 등이 전시를 위해 작품을 흔쾌히 빌려줬다.안 의사의 유묵 여러 점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이 같은 기회는 흔치 않다. 곳곳에 흩어져있기 때문이다. 유묵 중 대부분은 수감 생활을 하는 안 의사의 기개를 존경하게 된 일본인 관리와 간수들이 “글씨를 하나 받고 싶다”고 부탁해 받은 것. 시간이 흐르며 이 유묵들은 제각기 다른 곳에 소장됐다.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인 ‘독립 獨立’도 마찬가지다. 이 유묵은 뤼순 지역에 파견돼 있다가 안 의사를 만나 교감을 나눴던 정심사(淨心寺)의 주지

    2024.10.23 14:00
  • 한강이 '채식주의자' 표지로 에곤 실레 그림 고른 이유

    스산한 하늘 아래, 낮게 뜬 해가 희미한 온기를 전하는 벌판에 나무 네 그루가 서 있다. 나뭇잎을 거의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 한 그루가 유독 눈에 밟힌다. 스물여덟 살에 요절한 천재 화가 에곤 실레(1890~1918)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그린 풍경화 ‘네 그루의 나무’다. 문화예술계 전반에 ‘한강 신드롬’이 거세게 이는 가운데, 소설가 한강(54)의 대표작 <채식주의자> 표지를 2007년부터 2022년까지 15년간 장식했던 이 그림도 함께 조명을 받고 있다. 해당 작품은 가로 141cm, 세로 110.5cm의 대형 풍경화로 현재 오스트리아 빈 벨베데레 궁전에 소장돼 있다. 그림은 책 표지 앞뒷면에 걸쳐 있다. 출판사 관계자는 “작가가 실레 작품을 직접 표지 이미지로 골랐다”며 “2022년 개정판을 내며 이옥토 작가의 사진으로 표지를 바꾸긴 했지만, 이 표지일 때 작품이 맨부커상을 받았던 만큼(2016년) 문학 애호가들에게는 ‘채식주의자’ 하면 여전히 떠오르는 이미지”라고 말했다.한강이 실레의 그림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실레의 삶과 작품세계 전반을 알면 그 이유를 추측해볼 수 있다. 실레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가다. 강렬한 선으로 고독이나 욕망 등 청춘의 감정들을 표현해 ‘청춘의 아이콘’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젊은 나이에 요절한 탓에 화가로서 활동한 경력은 10년 남짓에 불과하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누구보다도 강렬하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이룩했다는 평가다. 사후 100년이 지난 그가 지금도 전 세계인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이유다.실레

    2024.10.22 14:00
  • 비엔나展 얼리버드 티켓, 28일부터 30% 할인판매

    지난 10여 년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서양 명화 특별전이 열릴 때마다 걸작들의 높은 수준은 물론이고 탁월한 전시 구성으로 구름 관중을 불러 모았다.전시의 질에서 다른 ‘블록버스터 전시’들을 압도하는데 티켓 값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도 관람객들이 꼽는 장점이다. 티켓 가격은 1만8500원으로 책정됐다. 비슷한 시기 열리는 다른 민간 전시들은 티켓 값이 2만원대 초중반이다. 오는 28일부터 한정 판매가 시작되는 얼리버드 입장권 가격은 더욱 저렴하다. 1만3000원으로 성인 정가인 1만8500원, 청소년 정가인 1만6000원보다 20~30% 저렴하다. 티켓링크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개막일인 11월 30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 기간 중 관람 일자와 회차를 지정해 온라인으로만 구매가 가능하다. 역대 최대 관람객이 예상돼 구입 수량은 1인당 4매까지로 제한한다. 전시 종료일은 내년 3월 3일이다.성수영 기자

    2024.10.21 17:44
  • '황금빛 화가' 클림트, '청춘 아이콘' 에곤 실레…드디어 韓 온다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와 에곤 실레(1890~1918)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를 꼽을 때 언제나 가장 먼저 불리는 이름이다. ‘황금의 화가’로 불리며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그림을 남긴 클림트가 중장년층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다면, 젊은 층은 실레에 열광한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젊음의 고독과 욕망을 가장 탁월하게 표현한 작가가 실레여서 젊은이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다”며 “막 입학할때는 고흐나 고갱을 좋아하던 미술대학 신입생들도 졸업할 때는 클림트와 더불어 에곤 실레를 최고의 작가로 꼽는다”라고 말했다.하지만 이런 인기에 비해 두 작가의 원화를 한국에서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전 세계 미술관이 두 작가의 그림을 빌려달라고 아우성치는 데다, 대여료가 워낙 비쌌기 때문이다. 특히 실레의 그림은 ‘반쪽짜리’ 미디어아트 전시가 고작이었을 뿐 제대로 된 원화가 온 적은 사실상 없다. 실레의 대표작인 ‘꽈리열매가 있는 자화상’과 클림트의 ‘수풀 속 여인’ 등 걸작 원화들이 나오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경제신문사의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전시를 미술 애호가들과 미술계 관계자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이유다. 전설의 ‘합스부르크전’ 넘는 감동 찾아온다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11월 30일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하는 특별전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비엔나전)의 얼리버드 티켓 판매를 21일 예고했다. 얼리버드 티켓은 오는 28일부터 살 수 있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는 지난해 3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폐막한 

    2024.10.21 15:20
  • [이 아침의 화가] 낮과 밤이 함께 있다면…초현실적 상상을 담다

    벨기에 출신 화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는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낯익은 존재들을 재구성한 그림을 통해 보는 이의 허를 찌르고자 했다. 밤의 거리 위에 대낮의 하늘이 펼쳐진 그의 ‘빛의 제국’ 연작이 단적인 예다. 이를 통해 그는 관람객을 생각에 빠지도록 하고, 인간의 인지로 이해할 수 없는 신비를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터무니없는 상상이 담겨 있는데도 마그리트의 작품은 결코 우습거나 유치하지 않다. 철학과 인문학적 통찰, 섬세한 상상력과 뛰어난 그림 실력을 모두 갖춘 덕분이다. “나는 서로 다른 개념, 즉 밤의 풍경과 낮의 하늘을 재현했다. 이 풍경은 우리에게 밤에 대해, 낮의 하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낮과 밤이 이렇게 동시에 존재한다는 건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홀리게 한다. 나는 이런 힘을 시(詩)라고 부른다.” 작가 생전부터 인기 높았던 그의 작품은 갈수록 가격이 오르고 있다. 세계 양대 경매사 중 하나인 크리스티는 애틀랜틱레코드 공동창립자의 부인 미카 에르테군이 남긴 컬렉션을 오는 11월 미국 뉴욕에서 경매에 부친다. 그중 핵심이 마그리트의 1954년작 ‘빛의 제국’이다. 작품 추정가는 약 1300억원으로, 기존 기록이던 1961년작 빛의 제국(약 109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성수영 기자

    2024.10.20 18:30
  • "삶은 놀랍고 좋은 것…그래서 축제이자 선물"

    스위스에서 태어나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주로 활동하는 우르스 피셔(51)는 지금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작품은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다. 그가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하고 베네치아 비엔날레에도 단골로 참여하는 비결이다. 경매 낙찰가는 수십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막상 “피셔는 어떤 작품을 하느냐”고 물으면 대답할 말이 마땅치 않다. 김환기의 점화, 쿠사마 야요이의 물방울 무늬처럼 피셔를 정의하는 ‘대표적인 작풍’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서울 성북동 제이슨함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피셔의 개인전 ‘Feelings’는 그 답을 찾아볼 수 있는 자리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0여 년간 피셔가 만든 주요 조각, 사진, 회화, 설치작품을 전시했다. 피셔가 국내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한경과 만났다. 그는 이번 전시에 대해 “‘나’라는 작가를 처음으로 소개한다고 생각하고 작품 세계 전반을 폭넓게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고 소개했다. 키워드는 ‘낯설게 보기’전시장 외관부터 관객의 시선을 잡아끈다. 마치 낡은 건물에 흰색 페인트를 엎은 듯하다. 함윤철 제이슨함 대표는 건물을 허물고 갤러리를 새로 지으려 했지만 계획을 바꿨다. 피셔가 “독특해서 오히려 좋다”며 흰 페인트를 칠해 건물을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켰다.1층 전시의 주요 주제는 ‘사랑’. 입구에 설치된 펭귄 네온은 작가의 딸이 쥐고 다니는 펭귄 인형이다. 거창해 보이는 예술도 일상적으로 우리가 느끼는 사랑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전시장 문을 열면 피셔

    2024.10.20 17:04
  • 400년 전 '웹툰 작가'…아버지의 원수 갚은 사연이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그놈들은 아버지의 원수였습니다.남자의 아버지는 그들에게 평생 쌓아온 성과를 빼앗기고 감옥에 갇혀야 했습니다. 수년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는 그 후유증으로 시름시름 앓다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그 남자, 윌리엄 호가스를 노리고 있었습니다.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몬 이들의 정체는 출판업자들. 그들은 아버지의 책을 무단 복제해 헐값에 팔아, 아버지의 꿈과 평생의 노력을 무참히 짓밟았습니다. 그러고도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을 만큼 그들의 힘은 강력했습니다. 반면 호가스가 가진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호가스는 싸워야 했습니다.악착같이 노력한 끝에 결국 그는 아버지와 같은 불행한 사람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세상을 바꾸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호가스가 살던 18세기 영국 사회의 명암을 영원히 세상에 남긴 위대한 화가가 됐습니다. 오늘 ‘그때 그 사람들’에서는 세계 최초의 ‘미술 저작권법’을 만든 영국의 미술 거장, 호가스의 이야기를 풀어 봅니다. 아버지는 왜 감옥에 갇혔나호가스의 아버지인 리처드 호가스는 학자이자 선생님이었습니다. 잉글랜드 촌구석 출신인 리처드는 20대 초반의 나이에 런던으로 건너온 인물. 가슴 속에는 언젠가는 서양 고전을 연구하는 학자로 성공하겠다는 큰 꿈이 있었습니다. 비록 가난했지만 리처드에게는 재능과 열정이 있었습니다. 그는 영어 외에도 라틴어와 그리스어에 능통했고 여러 서양 고전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인품도 훌륭했습니다.결혼해서 가정을 꾸린 그는 학교를 세우고 열심히 문법책과 사전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수업료로는 큰돈을

    2024.10.19 10:08
  • [이 아침의 작가] 전쟁·이민자의 아픔 생생…영상예술 대가, 아캄프라

    지난 9~13일 영국 런던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규모 아트페어 ‘프리즈 런던’에서 가장 붐빈 부스 중 하나는 LG전자가 설치한 ‘LG 올레드 라운지’였다. 이곳에서는 영화감독 존 아캄프라(66)의 27분 길이 신작 ‘비커밍 윈드’(Becoming Wind·바람이 되는 것)가 상영됐다. 행사 기간 내내 160㎡ 규모의 이 부스는 작품을 감상하려는 미술 애호가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그만큼 아캄프라의 인기는 높다. 세계적 작가 겸 영화감독인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뉴욕대, 프린스턴대 등에서 교편을 잡았고 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미술 올림픽’으로 불리는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올해 영국관을 꾸민 영국 대표 작가기도 하다.그의 성공 과정은 한 편의 영화 같다.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던 1958년의 가나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다섯 차례 연달아 벌어진 쿠데타 과정에서 아버지를 잃었다. 목숨만 건져 영국으로 건너간 게 그의 나이 일곱 살 때 일이다. 성장 과정에서 심각한 인종차별을 겪었고, 그 아픔을 토대로 작품을 제작하며 영상 예술의 대가로 떠올랐다.아캄프라는 전쟁과 이민자의 삶,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 등 현대미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제를 다룬다. 하지만 서정적인 울림을 주는 영상미와 세련된 주제 표현이 그의 작품을 차별화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수영 기자성수영 기자

    2024.10.18 18:24
  • 폐가·블라인드로 펼친 상상력…'런더너' 홀린 韓설치미술 대가

    양혜규(53)는 세계 미술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를 말할 때 가장 먼저 꼽히는 이름이다. 베네치아비엔날레와 카셀 도큐멘타 등 미술제를 비롯해 영국 테이트모던과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등 최고 권위의 미술관에서 숱하게 전시를 연 ‘월드 클래스 작가’다. 서양 매체들이 뽑는 ‘세계 100대 예술가’ 목록에 단골로 이름을 올리는 유일한 한국 작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열렬한 사랑에 비해 국내 대중의 인지도는 높지 않다. 양혜규 작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라서다.한 가지 화풍과 재료, 주제에 집중하는 보통의 작가와 달리 그의 작품은 주제와 모양이 천차만별이다. ‘의 작가’처럼 명쾌한 별명이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다루는 주제 하나하나가 묵직하다. 한국 전통과 서양 현대 문화의 결합, 일상 속 평범한 것들의 특별함, 정체성의 혼란, 세계 각지의 원시 종교가 가진 신비로운 매력 등 인류학자의 연구 목록을 방불케 한다. 양혜규 특유의 방대한 연구가 더해지면서 작품에는 각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녹아든다. 그의 작품이 ‘아는 만큼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지금 영국 런던 현대미술관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양혜규의 개인전 ‘윤년(Leap Year)’은 그가 누구인지를 제대로 조명한 전시다. 작가의 전체적인 작품 세계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일종의 회고전이다. 양혜규와 오랜 인연을 맺어온 큐레이터 융 마가 전시 구성을 도맡아 미술관 전체를 가득 채웠다 “4년에 한 번인 윤년처럼 특별한 전시이자 양혜규의 작품 세계로 뛰어든다(Leap)는 뜻으로 제목을 정했다”고. 주요

    2024.10.17 17:17
/ 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