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의 한국 진출 소식이 전해진 2021년, 한국 미술시장의 미래를 전망하는 시각은 선명하게 둘로 나뉘었다. 낙관론자들은 “프리즈 서울 덕분에 한국 미술의 전성시대가 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중국화(化)된 홍콩 대신 서울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로 떠오르면서 그간 저평가돼왔던 국내 갤러리와 작가들도 세계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외국 화랑들이 밀려들면서 한국 미술시장이 식민지처럼 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KIAF는 프리즈 서울에 밀려 동네 장터로 전락하고, 국내 화랑들과 작가들은 외국 화랑의 화려한 작가 라인업에 밀려 외면당할 것이라는 얘기였다.3년이 흘러 KIAF-프리즈가 3회째를 맞은 지금, 한국 미술시장은 어디쯤에 와 있을까. 프리즈 서울 개최 이후 달라진 국내 시장의 모습과 올해 행사에서 눈여겨볼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불황 속 찾아온 기회미술시장은 경기가 나빠질 때 가장 먼저 침체되고, 경기가 호전될 때 가장 늦게 달아오르는 시장이다. 2022년 이후 조정기에 들어선 미술시장의 어려움은 ‘세계 미술 수도’ 미국 뉴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뉴욕에서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문을 닫은 갤러리는 총 20곳. 폐업한 갤러리들의 업력은 모두 7년 이상이었고, 이 중 업력이 20년을 넘는 갤러리는 7곳에 달했다. 살아남은 갤러리들도 인력을 줄이고 신사업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KIAF-프리즈 개최 직전인 8월,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확산되면서 세계 주식시장이 급락한 건 갤러리들에게 커다란 악재다.반대로 컬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성북동에서는 1년에 두 번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간송미술관 전시가 열릴 때마다 관람객의 긴 줄이 성북동 큰길까지 늘어섰기 때문이다. 한국 최초 사립미술관인 간송미술관은 1971년부터 2014년까지 봄·가을 무료 전시를 열었다. 전시 기간은 각각 보름. 그 귀중한 국보와 보물들을 불과 2주 동안만 볼 수 있으니, 문화재 애호가와 연구자들이 기꺼이 2~3시간씩 줄을 선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하지만 전시 건물인 보화각의 노후화가 갈수록 심해져 어려움이 컸다. 보화각은 간송 전형필 선생(1906~1962)이 1938년 미술품 소장과 전시를 위해 건립한 건물. 건물을 지은 지 70년이 넘어가면서 전시 관람은 물론 항온·항습 등 유물 보존조차 힘들어졌다. 간송미술관이 2015년부터 신관 설립을 추진하고, 오는 9월 3일 대구 삼덕동 대구시립미술관 옆에 대구관을 개관하는 이유다.훈민정음 해례본·미인도 나왔다27일 찾은 간송미술관 대구관 전시실에서는 고개를 돌릴 때마다 국보와 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개관 기념 전시인 ‘여세동보(與世同寶)-세상 함께 보배 삼아’에 나온 작품은 총 66점. 이 중 국보와 보물이 40점으로 절반을 넘는다. 전인건 대구간송미술관 관장은 “간송미술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보와 보물이 나온 전시”라고 소개했다.유물들의 이름값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일단 국보 제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이 나왔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 창제 원리와 그 과정을 담은 문서로, 간송이 6·25전쟁 당시 피난길에 잠을 잘 때도 베개 밑에 넣어둘 정도로 애지중지하며 지킨 유물로 전해진다. 이 유물이 서울 바깥에서
일본의 스타 작가인 나라 요시토모의 전시가 모처럼 한국에서 열린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기간을 맞아 서울옥션이 서울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여는 전시 행사를 통해서다. 26일 서울옥션은 오는 9월 13일까지 나라의 회화, 조각, 드로잉 등 작품 30여점을 강남센터 5층에서 전시한다고 밝혔다. 커다란 녹색 눈을 가진 아이를 그린 ‘그린 아이’(Green Eyes)를 비롯해 국내 전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그의 대형 회화들이 눈길을 끈다. 그의 대형 원화가 나오는 본격적인 전시는 올 들어 국내에서 처음이다.같은 공간에서 도예가 박영숙과 이우환의 2인전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도 열린다. 박영숙의 백자와 이우환의 회화, 그리고 두 작가의 협업 작품 등 40여점을 만날 수 있는 전시다.이 전시들은 서울옥션이 KIAF-프리즈 기간 전후 여는 전시 행사 '2024 Connect Seoul'의 일환이다. 이와 관련해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에 참가하는 갤러리 레정뤼미뉘르는 앤틱 보석 등을 30일부터 9월 7일까지, 홍콩의 K11 아트재단은 LG OLED와 함께 달을 테마로 한 미디어아트 전시를 9월 3일부터 7일까지 각각 강남센터 전시공간에서 선보인다.9월 10일 열리는 서울옥션 9월 경매에 나온 작품들도 프리뷰 전시를 통해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서울옥션에 따르면 이번 경매에 나온 작품은 총 78점(총액 약 116억원)이다. 국내 작가의 작품 중에서는 유영국의'Work'(추정가 8억~12억원), 박서보의 붉은색 묘법(6억5000만~9억원), 김환기의 십자구도 작품(3억~4억5000만원)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해외 작가 작품 중에선 알렉스 카츠의 꽃 그림(7억~10억원), 나라 요시토모의 회화 'Winter Long'(6
“제가 잘못한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미술을 안다고 까부는 평론가들, 돈만 아는 부자들, 그리고 더러운 나치 놈들의 콧대를 눌러 주고 싶었어요.”1947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지방법원 재판정에 선 남자가 말하자 방청석에서는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 남자의 죄목은 위작(僞作) 제조.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베르메르), 프란츠 할스 등 미술 역사에 남은 네덜란드 출신 거장들의 작품을 위조해낸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는 평론가들과 감정가들을 속였고, 부자나 권력자들에게 작품을 비싼 값에 팔아넘겼습니다.그렇게 속은 이들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바로 헤르만 괴링. 인류 역사상 최악의 학살자 중 한 명인 히틀러, 그의 오른팔 역할을 한 남자였습니다. 소문에 따르면 당시 감옥에 갇혀 있던 괴링은 자신이 구입했던 베르메르의 그림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분노로 울부짖었다고 합니다.그래서 사람들은 그 남자에게 환호했습니다. 괴링은 네덜란드를 침략한 독일군의 최고 사령관이자, 학살 등 수많은 전쟁 범죄에 연루된 끔찍한 범죄자. 그런 사람을 감쪽같이 속여넘겼다니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다른 피해자들도 있었지만 그건 대부분의 사람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위작의 피해자라고 해봐야 평소에 거들먹거리던 부자들과 미술계 사람들입니다. 그런 유식하고 고상한 척하던 사람들이 가짜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덥석 사버렸다니, 내심 고소한 기분이 들었지요.남자는 1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일반적인 위작 범죄보다 훨씬 낮은 형량으로, 남자의 높은 인기가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그 해 네덜란드 신문의 ‘가장 좋아하는 인물’ 설문조사에서 남
사람들이 지금 가장 갖고 싶어하는 그림은 뭘까. 요즘 사람들에게 피카소가 20세기 대표 작가로 기억되듯, 먼 훗날 ‘21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로 기억될 사람은 누구일까. 100년 뒤 한국 미술 교과서에는 어떤 작가의 이름이 실릴까.오는 9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은 그 답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다. 아트바젤 홍콩과 함께 아시아 양대 아트페어이자, 9월 세계 미술계에서 열리는 가장 큰 행사로 꼽히는 KIAF-프리즈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프리즈 서울, 현대미술 최전선을 보다2022년 처음으로 열린 프리즈 서울은 올해로 3회째를 맞는다. 프리즈 서울에서 누구나 아는 해외 근대 거장의 수십억~수백억원대 작품 출품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 시장의 체급이 그만한 작품을 소화할 만큼 크지는 않다는 게 해외 화랑들의 결론이다. 대신 눈여겨볼만한 건 세계 시장에서 잘나가는 현대미술 생존 작가의 수억원대 작품이다. 이런 작가들의 작품은 프리즈가 아니면 한국에서 좀처럼 보기 어렵다. 한국 전시가 잘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그래서 프리즈는 ‘블루칩 작가’의 작품을 살 기회일 뿐만 아니라, 해외 현대미술 최전선의 수작들을 한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훌륭한 전시이기도 하다. 올해 프리즈 서울에는 국내외 110여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가고시안과 하우저앤워스, 데이비드 즈원, 리만머핀, 리슨, 페이스, 타데우스 로팍 등 세계 정상급 갤러리들이 눈에 띈다. 국내 갤러리로는 갤러리현대, 국제갤러리, 가나아트, 학고재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등이 부스를 낸다.지난해 프리즈에서 이성자 작가의 단독 부스로
오는 9월 해외 미술계 주요 인사 12명이 한국의 유망한 작가 총 9팀의 작업실을 찾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준비한 '2024 Dive into Korean Art: Seoul'(다이브 인투 서울) 프로그램을 통해서다.다이브 인투 서울은 해외 미술관 관장, 큐레이터, 시각예술 매체 기자 등 해외 미술계 전문가들에게 한국 작가의 작업실 방문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국내 작가들의 해외 진출 발판을 마련하는 행사다. 문체부 관계자는 “해외 미술계 인사들이 한국 작가 작업실에 직접 방문해 작가와 작품 철학에 대해 대화하는 프로그램”이라며 “한국 미술을 이해하고 해외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올해 행사에는 비비안 크로켓 뉴욕 뉴뮤지엄 큐레이터, 안토니아 카버 두바이 자밀 아트센터 디렉터, 제이넵 오즈 아랍에미리트 사르쟈비엔날레16 공동 큐레이터 등 12명의 해외 미술계 인사가 참여한다. 남화연,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RBSC), 양유연, 우한나, 이유성, 임민욱, 전소정, 정은영, 제시천 등 작가 9명(팀)의 서울-경기권 작업실 및 광주-부산비엔날레까지 방문하는 고강도 일정이다.9월 5~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2층 스튜디오159에서는 국내외 미술계 관계자 37명이 모이는 국제 미술시장 담론의 장 '2024 Kiaf SEOUL x KAMS x Frieze Seoul' 토크 프로그램이 열린다. 3일간 총 9개 세션으로 구성돼 있다. 주제는 동시대 미술과 시장을 형성하는 비엔날레의 역할, 갤러리와 비영리 기관의 콜라보레이션, 아시아 페미니즘 미술 등이다.주요 발제자로는 클라라 김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최빛나 2025 하와이 트리엔날레 큐레이터, 조
올해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낙찰총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 넘게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반적인 미술시장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26일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의 ‘2024년 상반기 미술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9개 경매사의 낙찰총액은 695억7100만원으로 2023년 상반기(803억8100만원) 대비 13.4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출품 수량도 1만4664점에서 1만2422점으로 줄었다. 다만 서울옥션과 케이옥션만 따로 떼서 봤을 때는 낙폭(3.6%)이 확 줄어든다. 두 회사는 국내 경매 시장의 80% 이상(낙찰총액 기준)을 점유하고 있다. 중소 경매사들이 크게 고전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미술시장 침체는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김환기의 작품 경매이력만 봐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옥션 경매에 나와 50억원에 낙찰된 전면점화 ‘3-V-71 #203’(1971)는 2016년 5월 서울옥션 경매에 나왔던 작품이다. 당시 낙찰액도 50억원이었다. 8년만의 거래에도 불구하고 작품 값이 전혀 오르지 않은 것이다. 경매에 작품을 맡기는 수수료, 8년 간의 물가상승률, 관리 비용을 생각하면 상당한 손해다.2013년 서울옥션 경매에 나와 2억8000만원에 낙찰됐던 1960년대 작품 ‘산월’은 지난 5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2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가격이 28.6% 하락했다. 그만큼 시장이 좋지 않고, 미술품을 사기에는 좋으나 팔기엔 부적절한 상황일 수 있다는 뜻이다.다른 시장에 비하면 한국 미술시장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상반기 크리스티와 소더비, 필립스 등 세계 3대 경매사의 매출액이 전년
이달 말부터 9월 첫째주까지 한국은 ‘세계 미술의 중심’이 된다. 지구촌에서 가장 큰 미술 행사인 KIAF-프리즈 서울(4~7일)과 광주비엔날레(7일 개막)가 동시에 열리면서다. 국내 미술 애호가들이 전시 보기 가장 좋은 시기도 이 때다.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역량 과시를 위해 ‘간판 작가’들로 멋드러진 전시를 꾸미기 때문이다. 대개는 국제 무대에서 잘 알려진 원로 작가들의 작품이 많다. 하지만 이런 전시를 본 해외 미술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의외로 미적지근하다. “기껏 한국까지 왔으니 유명 작가들보다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유망 작가들을 원한다”는 게 이들의 솔직한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민간 미술관과 갤러리에게 신진 작가 전시를 강요할 수도 없다. 수요는 있지만 공급은 없는 상황.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예경)가 직접 나서서 ‘한국 미술의 내일’을 보여주는 전시를 열게 된 이유다.‘한국 미술 얼굴’, 어떻게 뽑혔나지난 16일 서울 가회동의 한옥 휘겸재에서 개막한 ‘다이얼로그:경계인간’은 국내 신진·중견 현대미술 작가 7명의 작품을 전통 한옥에서 소개하는 전시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관계자는 “삼청동 일대는 인기 관광지이자 국립현대미술관 등 주요 미술 기관이 운집한 미술 1번지”라며 “KIAF-프리즈 기간 한국 작가들을 소개할 가장 좋은 위치”라고 설명했다. 그 말대로 개막일 찾은 이곳에는 외국인 관람객이 끊이지 않았다. 대부분은 삼청동 일대를 구경하다 한옥 공간과 현대미술의 조화에 이끌려 들어온 사람들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외국인은 “
이달 말부터 9월 첫째주까지 한국은 ‘세계 미술의 중심’이 된다. 지구촌에서 가장 큰 미술 행사인 KIAF-프리즈 서울(4~7일)과 광주비엔날레(7일 개막)가 동시에 열리면서다. 국내 미술 애호가들이 전시 보기 가장 좋은 시기도 시기도 이 때다.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역량 과시를 위해 ‘간판 작가’들로 멋드러진 전시를 꾸미기 때문이다. 대개는 국제 무대에서 잘 알려진 원로 작가들의 작품이 많다. 하지만 이런 전시를 본 해외 미술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의외로 미적지근하다. “기껏 한국까지 왔으니 유명 작가들보다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유망 작가들을 원한다”는 게 이들의 솔직한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민간 미술관과 갤러리에게 신진 작가 전시를 강요할 수도 없다. 수요는 있지만 공급은 없는 상황.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예경)가 직접 나서서 ‘한국 미술의 내일’을 보여주는 전시를 열게 된 이유다.‘한국 미술 얼굴’, 어떻게 뽑혔나지난 16일 서울 가회동의 한옥 휘겸재에서 개막한 ‘다이얼로그:경계인간’은 국내 신진·중견 현대미술 작가 7명의 작품을 전통 한옥에서 소개하는 전시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관계자는 “삼청동 일대는 인기 관광지이자 국립현대미술관 등 주요 미술 기관이 운집한 미술 1번지”라며 “KIAF-프리즈 기간 한국 작가들을 소개할 가장 좋은 위치”라고 설명했다. 그 말대로 개막일 찾은 이곳에는 외국인 관람객이 끊이지 않았다. 대부분은 삼청동 일대를 구경하다 한옥 공간과 현대미술의 조화에 이끌려 들어온 사람들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외국인은&nbs
19세기 말 러시아 제국 서쪽 끝의 작은 마을에, 가난하고 순박한 화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화가는 마가리타라는 이름의 여배우를 사랑했습니다.마가리타가 화가의 마을에 찾아온 어느 날. 마가리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화가는 집을 팔아 장미를 백만 송이나 샀습니다. 마가리타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 장미였거든요. 그리고 화가는 그 장미로 마가리타가 머무는 숙소 앞부터 광장까지 온 마을을 뒤덮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그 광경을 본 마가리타는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화가에게 웃으며 가볍게 키스해 주었습니다. 화가의 삶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하지만 만남은 너무나도 짧았습니다. 그날 밤 마가리타는 기차를 타고 파리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는 만나지 못했습니다.수십 년 동안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던 이 사랑 이야기는, 1982년 러시아 인기 가수가 부른 노래 가사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제목은 ‘백만 송이 장미’. 핀란드·스웨덴·헝가리·일본 등에서도 번안돼 불렸고, 한국에서는 심수봉이 가사를 고쳐 불러 큰 사랑을 받았던, 바로 그 노래입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조지아의 ‘국민 화가’. 샤갈과 피카소에게도 큰 영감을 줬던, 니코 피로스마니(1862~1918)의 이야기를 풀어 봅니다. 8살에 고아가 되다아시아의 서쪽 끝, 러시아와 튀르키예 사이에 있는 나라 조지아(옛 이름 그루지야). 이 나라가 러시아 제국의 지배를 받던 시절인 1862년, 피로스마니는 가난한 농민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시작부터 그의 삶은 쉽지 않았습니다. 8살 때 부모님이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거든요.
햇볕에 붉게 탄 얼굴, 강인한 눈빛과 굳게 다문 입매. 미국 출신 화가 카일리 매닝(41)의 첫인상은 강렬하다. 미대 학비를 벌기 위해 연어잡이 배의 선원과 500t급 선박의 항해사로 일하며 거친 파도와 바람을 견딘 경험 때문이다. 매닝은 망망대해 위에서 자신이 보고 느낀 것들을 배에서 내린 후 화폭에 그대로 옮겼다. 그리고 세계적인 갤러리 페이스의 주목을 받으며 미술계에서 떠오르는 유망 작가가 됐다.서울 마곡동 스페이스K에서 열리고 있는 ‘황해’는 매닝의 작품 20여 점을 만날 수 있는 전시다. 전시 제목인 황해는 한반도 서쪽에 있는 서해를 의미한다. 작가는 “한국 전시를 준비하다가 황해의 만조와 간조의 차가 최대 9m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여기서 구상과 추상의 밀고 당김을 떠올렸다”고 말했다.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구상화와 추상화는 정반대의 개념으로 쓰일 때가 많다. 하지만 모든 작품은 사실 구상과 추상이 뒤섞여 있다. 구상의 요소가 많으면 구상화, 추상이 더 많으면 추상화로 분류되는 식이다. 작가는 “바다에서 파도와 밀물, 썰물 등을 바라보며 항상 ‘반대되는 개념이 섞이는 것’에 대해 생각해왔다”며 “그런 고민을 이미지로 표현하다 보니 구상과 추상이 뒤섞인 형식의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했다.매닝의 작품을 보다 보면 파도가 휘몰아치는 듯한 붓질 속 희미한 인물들의 형상에 눈길이 간다. 유행이나 감정과 같은 일시적이고 덧없는 ‘파도’가 지나간 뒤에도 남아 있는, 사람과의 관계 등 소중한 존재들을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직접 봤을 때는 가벼운 붓 터치와 질감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이장욱 스
고암 이응노(1904~1989)는 ‘미술 한류(韓流)’의 원조로 꼽히는 화가다. 식민지 조선에서 정통 문인화를, 일본 동경에서 서양화를 배운 그는 1958년 54세에 프랑스 파리에 진출해 현지 미술계의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그가 잡지를 찢어 붙여 만든 콜라주 작품이 ‘동양적 추상미술의 정수’라는 찬사를 받으면서다.이 화백이 세계 미술계의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한 가지 화풍에 정착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꾀했다는 것이다. 파리 진출 이후 추상화를 그리던 그가 구상화인 ‘군상’ 연작을 그리기 시작한 건 말년인 1980년대다. 그는 사람이 악기를 연주하거나 두 손을 높이 들고 춤을 추고 상모를 돌리는 등 환희의 춤을 추는 사람들을 통해 인류 전체의 평화와 화합에 대한 염원을 표현했다.하지만 이 화백의 국내 인지도나 전시 빈도는 이 같은 국제적 위상에 한참 못 미친다. 사연 많은 그의 인생 탓이다. 이응노는 1967년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동백림(동베를린) 사건으로 2년이 넘는 옥고를 치렀다. 아내 박인경 주도로 1977년 윤정희·백건우 부부가 납북될 뻔한 사건에 연루된 적도 있다. 정부가 그의 입국과 국내 전시 및 작품 거래를 한때 금지하기도 했다.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이 화백 탄생 120주년 기념전 ‘고암, 인간을 보다’는 군상 연작을 비롯해 100여점에 이르는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9월 8일까지. 성수영 기자성수영 기자
마르크 샤갈의 그림이 올 들어 처음으로 국내 경매에 선을 보인다. 케이옥션이 2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여는 ‘8월 경매’에서다. 경매에는 에르메스 가방, 까르띠에 시계 등 명품도 나온다.15일 케이옥션에 따르면 이번 경매에는 122점(총 75억원 규모)이 출품됐다. 프랑스 파리에서 주로 활동한 작가들의 작품이 눈에 띈다. 가장 눈여겨볼 만한 것은 샤갈의 ‘연인들’(Les Amoureux·사진). 추정가는 3억8000만~10억원이다. 샤갈과 부인 벨라 사이에서 태어난 딸 이다 샤갈(1916~1994)이 생전 소장한 작품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마리 로랑생(추정가 2000만~3500만원)의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특유의 옅은 색조와 유려한 붓놀림이 돋보인다.파리에서 지금도 활동하는 노장(老將)들의 작품도 나온다. 장 피에르 카시뇰(89)의 작품은 추정가 7000만~2억원에 출품됐다. 만개한 수국 화분 옆에서 턱을 괴고 정면을 바라보는 여성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까지 열린 예술의전당 전시에서 16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미셸 들라크루아의 작품도 선보인다. 강가의 마을에서 펼쳐지는 전원생활 장면을 그린 그림의 추정가는 1500만~5000만원이다.국내 작가 중에서는 유영국의 1986년작 ‘Work’(3억~4억5000만원), 김환기의 미국 뉴욕 시기 작품 ‘14-IX-71’(1971·5000만~1억원), 단색화 거장 윤형근의 1990년대 ‘Burnt Umber & Ultramarine’ 연작 세 점(1억5200만~8억원)을 주목할 만하다.최근 해외 미술계에서 뜨거운 러브콜을 받는 작가들의 작품도 나온다.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에 작품을 출품한 조각가 김윤신의 회화 작품 ‘환희’, 베네치아비엔날레 공식 병행 전시 &ls
햇볕에 붉게 탄 얼굴, 강인한 눈빛과 굳게 다문 입매. 미국 출신 화가 카일리 매닝(41)의 첫인상은 강렬하다. 미대 학비를 벌기 위해 연어잡이 배의 선원과 500t급 선박의 항해사로 일하며 거친 파도와 바람을 견딘 경험 때문이다. 매닝은 망망대해 위에서 자신이 보고 느낀 것들을 배에서 내린 후 화폭에 그대로 옮겼다. 그리고 세계적인 갤러리 페이스의 주목을 받으며 미술계에서 떠오르는 유망 작가가 됐다. 서울 마곡동 스페이스K에서 열리고 있는 ‘황해’는 매닝의 작품 20여점을 만날 수 있는 전시다. 전시 제목인 황해는 한반도 서쪽에 있는 서해를 의미한다. 작가는 “한국 전시를 준비하다가 황해의 만조와 간조의 차가 최대 9m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여기서 구상과 추상의 밀고 당김을 떠올렸다”고 말했다.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구상화와 추상화는 정 반대의 개념으로 쓰일 때가 많다. 하지만 모든 작품은 사실 구상과 추상이 뒤섞여 있다. 구상의 요소가 많으면 구상화, 추상이 더 많으면 추상화로 분류되는 식이다. 작가는 “바다에서 파도와 밀물, 썰물 등을 바라보며 항상 ‘반대되는 개념이 섞이는 것’에 대해 생각해왔다”며 “그런 고민을 이미지로 표현하다 보니 구상과 추상이 뒤섞인 형식의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했다. 매닝의 작품을 보다 보면 파도가 휘몰아치는 듯한 붓질 속 희미한 인물들의 형상들에 눈길이 간다. 유행이나 감정과 같은 일시적이고 덧없는 ‘파도’가 지나간 후에도 남아 있는, 사람과 관계 등 소중한 존재들을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직접 봤을 때는 가벼운
“그놈이 아까 여기에 다녀갔어? 어쩐지 유황 구린내가 나더라니. 그 녀석은 인간의 탈을 뒤집어쓴 악마야.”프랑스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천재 화가’가 사람들 앞에서 막말을 내뱉자,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듯 가라앉았습니다. 화가의 라이벌이 몇 시간 전 이곳 루브르 박물관에 다녀갔다는 소식을 들은 후 나온 말이었습니다. 화가는 아랑곳하지 않고 창문으로 다가가며 말했습니다. “창문 좀 열어야겠다. 더러운 냄새를 빼야지.” 사람들은 생각했습니다. ‘또 시작이네.’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화가와 그의 라이벌.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 않고 밥만 먹는 두 사람 때문에, 다른 참석자들은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커피가 나오면서 모두가 ‘그래도 오늘은 조용히 넘어가는구나’ 생각하던 그때. 성질을 참지 못한 화가가 결국 라이벌에게 성큼성큼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이봐요! 선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건 말이에요. 정직한 겁니다! 명예로운 거라고요!” 자기 성질을 못 이긴 화가는 손을 부들부들 떨다가 자기 옷에 커피까지 엎질렀습니다. “정직하고 명예로운 거다, 이 말입니다!” 사람들은 또다시 생각했습니다. ‘아, 또 왜 저래….’그 성질 더러운 화가의 이름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1780~1867), 라이벌의 이름은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 프랑스 미술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두 사람의 라이벌 관계는, 이렇듯 보는 사람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과열돼 있었습니다. 당대 프랑스를 대표하는 거장이었던 두 사람 사이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있
세계 주식시장을 강타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미술시장에도 드리우고 있다. 세계 미술 수도인 미국 뉴욕에서는 업력 20년 이상의 중견 갤러리들이 지난 1년 새 줄줄이 문을 닫았고, 유럽의 세계적인 갤러리들에는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여기에 미국 실물경기 침체 우려와 자산시장 폭락까지 겹쳐 국내 미술시장도 불황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년간 호황 이후 갤러리 줄폐업6일 미술계에 따르면 뉴욕에서 지난해 8월부터 이달 초까지 문을 닫은 갤러리는 총 20곳으로 집계됐다. 폐업한 갤러리들의 업력은 모두 7년 이상이었다. 이 중 업력이 20년을 넘는 갤러리는 7곳에 달했다. 78년 전통의 말버러갤러리, 53년 업력의 워시번갤러리가 단적인 예다.2021~2022년 전례 없는 호황을 맞은 세계 미술시장은 2023년(650억달러) 전년 대비 총매출이 4% 감소(아트바젤 UBS 글로벌 아트마켓 보고서)하며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선 호황기의 여파로 아트페어 등 미술 관련 행사는 전보다 되레 늘었다. 매출은 급감했는데 부담할 비용은 커진 것이다.호황기에 규모를 키우고 지점을 늘린 갤러리들의 타격은 더 컸다. 미술계 관계자는 “남에게 보이는 이미지가 중요한 갤러리업계 특성상 아트페어 참가를 포기하는 등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러는 사이 손실이 누적되고 시장 전망이 계속 악화해 이를 견디지 못한 갤러리들이 폐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살아남은 곳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세계 미술시장을 주름잡는 유명 갤러리들도 예외는 아니다. 페이스갤러리에서는 고위직들이 짐을 쌌다. 최근 글로벌 및 운영
“이상하다, 이 사람이 수학을 못 할 리가 없는데….”그 남자에게 과외를 해 준 수학자들은 모두 이런 말을 하며 당황스러워했습니다. 학자들이 보기에 남자의 그림은 어려운 기하학 이론을 알아야 그릴 수 있는, ‘미술 역사상 가장 수학적인 그림’이었거든요. 많은 수학자들이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중에서는 훗날 노벨 물리학상을 받게 되는 영국의 로저 펜로즈 경(수학자 겸 이론물리학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남자는 “나는 수학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겸손의 표현일 거야.’ 수학자들은 웃어넘겼습니다. 다르게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제대로 배우지도 않았는데 본능적으로 수학 이론을 알아냈다고? 천재가 틀림없어. 수학을 제대로 배운다면 더욱 놀라운 작품들을 만들 수 있을 거야. 그에게 특별 과외를 해 줘야겠어.”하지만 이런 기대는 늘 실망으로 돌아왔습니다. 수학자들의 열정적인 강의를 들을 때마다 남자는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강의가 끝나면 남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혀 모르겠어요. 나는 수학을 정말 못 했다니까요! 계산을 못 해서 낙제한 적도 있단 말이에요.”누구보다도 수학을 잘할 것 같은데 사실은 ‘수포자’(수학 포기한 사람)였던 이 남자는,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판화가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1898~1972). 오늘은 그의 신비로운 작품 세계를 돌아봅니다. 달을 바라보는 네 가지 방법여러분은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볼 때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1960년 에셔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달을 바라보는 관점에
‘한국화의 현대화’를 추구하는 화가는 수없이 많아도 김선두(66·중앙대 한국화과 명예교수)만큼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는 작가는 드물다. 중앙대 한국화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그는 1994년부터 30년간 같은 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화의 지평을 넓혔다. 장지, 먹, 분채 등 전통 기법에 서양 미술의 콜라주와 역원근법을 결합하는 건 기본. 전통적인 미감(美感)을 유화와 사진 등 아예 다른 장르의 매체로 풀어내는 시도도 서슴지 않는다.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그룹전 등 여러 미술관 전시에 작품을 출품한 그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이기도 하다.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 표지를 그린 작가, 임권택 감독 영화 ‘취화선’에서 오원 장승업의 그림 대역으로 특히 유명하다. 지난해에는 인기 유튜버 침착맨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동양화를 소개했다. 젊은 세대와 접점을 늘리기 위해서였다.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푸르른 날’은 김 작가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감상할 수 있는 전시다. ‘밤길’ ‘낮별’ 등 그의 주특기인 자연 풍경화에서는 고요하면서도 강렬한 색감이 돋보인다. 전통 초상화를 그리듯 촘촘하고 두꺼운 장지에 분채를 여러 번 쌓아 올리는 기법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 밖에 설치 작품, 초상화 등 다양한 작업이 나와 있다. 전시는 오는 8월 17일까지. 성수영 기자성수영 기자
지난 27일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 공연 중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부분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공식 후원사인 미국 대형 통신업체 C스파이어는 “공연이 종교를 모독했다”며 올림픽 광고를 철회했다. 올림픽조직위원회는 공식 사과 성명을 냈고, 개회식 하이라이트 영상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삭제됐다.29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C스파이어는 28일 공식 SNS를 통해 “최후의 만찬 장면을 패러디한 공연에 충격받았다”며 광고 철회를 선언했다. C스파이어 본사가 있는 미국 미시시피의 테이트 리브스 주지사는 SNS에서 “신은 조롱당하지 않을 것이다. (광고 철회는) 상식적이고 적절한 일”이라며 회사의 결정을 지지했다.이 공연에는 성인의 후광(後光)을 상징하는 듯한 왕관을 쓴 여성과 여장 남성 모델(드래그퀸), 트랜스젠더 모델 등이 등장했다. 예수가 수난을 당하기 전날 밤 열두 제자와 함께한 저녁 식사를 다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직후엔 전신을 푸르게 칠한 프랑스 남성 가수 필리프 카트린이 거의 나체로 나타나 노래를 불렀다.조직위는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비판하고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한 공연”이라고 의도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종교계에서는 신성 모독이라고 비판했다.논란이 가열되자 29일 조직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올림픽 개회식 연출을 두고 불쾌감을 느낀 모두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설명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유튜브 채널에서 파리올림픽 개회식 관련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성수영 기자
지난 27일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 공연 중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부분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공식 후원사인 미국의 대형 통신업체 C 스파이어는 “해당 공연이 종교를 모독했다”며 올림픽 광고를 철회했다. 올림픽조직위원회(조직위)는 공식 사과 성명을 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개회식 하이라이트 영상을 삭제했다. 29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C 스파이어는 지난 28일 공식 SNS를 통해 “최후의 만찬 장면을 패러디한 공연에 충격을 받았다”며 광고 철회를 선언했다. C 스파이어의 본사가 있는 미국 미시시피주 주지사 테이트 리브스도 SNS에 “신은 조롱당하지 않을 것이다. C 스파이어는 상식적이고 적절한 선을 그었다”며 회사의 결정을 지지했다. 해당 공연에는 성인의 후광(後光)을 상징하는 듯한 왕관을 쓴 여성과 여장 남성 모델(드랙 퀸), 트랜스젠더 모델 등이 등장했다. 예수가 수난을 당하기 전날 밤에 자신의 12제자와 함께 한 저녁 식사를 다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직후엔 전신을 푸르게 칠한 프랑스 남성 가수 필리프 카트린이 거의 나체로 등장해 노래를 불렀다. 조직위는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비판하고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한 공연”이라고 의도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종교계에서는 “신성 모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종교 뿐 아니라 정치권 등 각계 유명인사들도 논란에 가세했다. 우파 성향 인사들은 앞다퉈 “전통적인 가치를 파괴한 형편없는 공연”이라
“제가 아드님이 생전 만나던 여자입니다. 아드님의 아들을 키우고 있어요.”아들이 세상을 떠난 다음 날, 처음 보는 여자가 아기를 안고 불쑥 찾아와 들려준 이야기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아들을 떠나보낸 슬픔마저 순간 잊을 정도로, 어머니는 깜짝 놀랐습니다. ‘뭐? 내 아들이 자식이 있었다고? 그럼 이 아기가 내 손주란 말이야? 그런데 왜 그걸 나한테 말도 안 하고….’아들은 과묵한 사람이었습니다. 매일같이 함께하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만나는 사람은 있느냐”고 물어봐도 말없이 빙그레 웃기만 하던 아들. 그런데 사실은 자식까지 있었다니. ‘아무리 말이 없어도 그렇지, 매일 사이좋게 같이 밥을 먹었는데….’ 어머니는 그저 황당할 뿐이었습니다.아들의 이름은 조르주 쇠라(1859~1891). 점묘법의 창시자이자 신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프랑스 화가로서 한국 중고등학교 미술 교과서에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그는, 사실 자신의 어머니와 친구들에게 자식의 출산 소식조차 얘기하지 않을 정도로 비밀이 많은 독특한 사람이었습니다새로운 길을 내다 미술에 관심이 없더라도 쇠라의 이름이나 점묘법이라는 기법을 한 번쯤 들어봤거나 그의 작품 이미지가 눈에 익은 분이 많을 겁니다. 그만큼 쇠라와 그가 남긴 작품들이 미술의 역사에서 중요하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반 고흐 등 비슷하게 유명한 다른 화가들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편입니다. 생전 엄청나게 과묵했고 자신에 관한 기록도 거의 남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쇠라는 이런 성격을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습니다. 법원 공무원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필요한
미국 작가 다니엘 아샴(44)은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인기 있는 작가’ 중 하나다. 2007년부터 조각·회화·건축·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해온 그는 퍼렐 윌리엄스 등 세계적 뮤지션, 티파니·디올·포르쉐 등 명품 브랜드, 포켓몬스터 등 대중문화 브랜드와 끊임없이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144만여명에 달한다. “상업성이 지나치다”는 비판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누구나 쉽게 예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철학이다.”상업적 성공도 독창성과 작품성이 받쳐 줘야 가능한 법. 아샴이 즐겨 다루는 주제는 ‘상상의 고고학’이다. 휴대폰과 카메라처럼 일상적인 현대 물건들이 수백~수천 년이 흐른 뒤 유물로 취급받는 상황을 표현한 회화나 조각 등을 제작하는 것이다. 자칫 허황돼 보일 수 있는 주제지만, 그의 작품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작품이 뉴욕현대미술관(MoMA)를 비롯한 수많은 권위 있는 미술관에 소장돼 있는 이유다.서울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7층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 3024-발굴된 미래’는 아샴의 작품세계를 전체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전시다. 250여점에 달하는 작품이 전시장에 나왔다.‘3024년 북한산에서 발견된 헬멧 쓴 아테나상’은 아샴이 이번 서울 전시를 위해 그린 신작이자 그의 대표적인 화풍이 반영된 그림이다. 작품 제목처럼 1000년 뒤 북한산에서 서양 고대 유물이 발견된 장면이 그려져 있다. ‘발굴 현장’도 같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설치 작품이다.
모두가 꺾이는 가운데 홀로 우뚝 서 있다. 미술시장 불황이 무색하게 컬렉터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우국원 작가(48) 얘기다.2021~2022년 한국 미술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맞았을 때 가장 수혜를 본 이들은 30~40대 구상화가들이었다. 이들의 작품은 불과 2년만에 가격이 최대 20배 가까이 뛸 정도로 시장에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그만큼 골도 깊은 법. 지난해 불황이 닥치자 이들 중 대다수의 작품 값은 수직 하락했다. 오직 우국원만 빼고.지난 2월 우 작가의 2022년작 ‘Leader’는 서울옥션 경매에서 작가 최고가인 2억400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달 초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아트페어 ‘도쿄 겐다이’에서도 그의 그림은 개막 첫날 9만달러(약 1억2400만원)에 팔렸다.이제 그의 작품을 가져가려는 국내외 컬렉터들은 ‘대기 번호’를 뽑는 게 필수다. 국내 작가 전체를 통틀어도 현 시점에서 이렇게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작가는 그 외에 찾기 힘들다. 우 작가는 자신의 이런 인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의 영감의 원천은 무엇이고, 다음 목표는 뭘까. 7월 20일부터 8월 24일까지 서울 청담동 탕컨템포러리아트에서 열리는 개인전 ‘나의 우주’를 계기로 우 작가를 서면 인터뷰했다.▷인기가 대단합니다.“기이한 일입니다. 사실은 나와는 큰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MZ세대 컬렉터들이 특히 내 작품을 좋아한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나는 그저 내 작업을 계속 이어가는 데만 관심이 있습니다.”▷아기자기한 도상, 텍스트가 들어간 감각적인 구성이 MZ세대의 마음을 특히 잡아끄는 듯합니다.“텍스트는
남자의 마음은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남자는 어린 시절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골칫덩이 취급을 받으며 친척 집에 맡겨졌습니다. 병이 나은 뒤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뭘 시켜도 서투른 그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곤 했습니다. 어머니는 활달하고 재능 있는 형만 예뻐하며 그를 아예 없는 사람 취급했습니다. 학교에도, 사회에도 남자의 자리는 없었습니다. 그의 나이는 어느새 30대. 이룬 건 없는데 앞날은 막막했습니다. 그를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남자는 쌓인 울분을 풀듯 그림을 그렸습니다. 칙칙하고 우울한 그의 흑백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무섭고 꺼림칙하다”는 반응만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남자는 몰랐습니다. 머지않아 본인의 작품 세계가 꽃을 피우고 많은 이들의 인정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모네, 고흐, 세잔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찬사를 받게 된다는 것을. 그리고 먼 훗날에는, 꽃 그림을 그리며 “인생은 아름답다”고 말하게 될 미래를. 그 남자,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거장 오딜롱 르동(1840~1916)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실패, 실패, 실패르동은 1840년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중산층 가정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는 발작 증세를 보였습니다. 뇌전증(간질)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이런 그를 부모님은 멀리 페이를르바드라는 지역에 있는 친척 집에 맡겼습니다. 한적한 곳에서 르동을 요양시킨다는 명목이었지만, 아이가 아프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유럽에는 뇌전증에 대해 잘못된 생각이 퍼져 있었거든요.
유명인의 자식으로 태어나 ‘누군가의 아들·딸’로 불리며 살아가는 사람은 어떤 기분일까. 천경자 화백(1924~2015)의 차녀 수미타 김(김정희·70)은 자신의 삶이 “나 자신을 찾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한다. 미국으로 이민을 택한 것도, 연방공무원으로 1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한 것도 ‘천경자의 딸’이 아닌 ‘수미타 김’으로서의 독립적인 주체성을 찾는 여정의 일환이었다.하지만 40대에 접어들어 그가 마침내 도달한 곳은, 어머니와 똑같은 화가의 길이었다.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뒤늦게 미술 공부를 한 뒤 1999년부터 미국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피 때문인지, 어머니가 예술혼을 불태우던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갈 길이 미술에 있다는 사실만큼은 알 수 있었다.”서울 역삼동 맨션나인에서 열리고 있는 ‘VESTIGE_존재의 리좀’은 수미타 김이 1999년 이후 25년간 그려온 작품 세계를 펼친 전시다. 김 작가의 첫 번째 한국 전시로, 총 35점의 작품이 나왔다. 그는 “모국인 한국과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녹아 있는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올해는 천 화백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김 작가는 “과거에는 ‘천경자의 딸’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었지만, 막상 서울 전시가 결정됐을 때는 어머님의 탄생 100주년을 한국에서 기념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며 “작품을 할 때는 그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았던 어머니의 작가정신을 존경하고 배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7월 26일부터 8월 20일까지.성수영 기자 syoung@h
미국 작가 다니엘 아샴(44·사진)은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인기 있는 작가’ 중 하나다. 2007년부터 조각, 회화, 건축,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해온 그는 퍼렐 윌리엄스 등 세계적 뮤지션, 티파니·디올·포르쉐 등 명품 브랜드, 포켓몬스터 등 대중문화 브랜드와 끊임없이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144만여 명에 달한다. “상업성이 지나치다”는 비판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누구나 쉽게 예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철학이다.”상업적 성공도 독창성과 작품성이 받쳐줘야 가능한 법. 아샴이 즐겨 다루는 주제는 ‘상상의 고고학’이다. 휴대폰과 카메라처럼 일상적인 현대 물건들이 수백~수천 년이 흐른 뒤 유물로 취급받는 상황을 표현한 회화, 조각 등을 제작하는 것이다. 자칫 허황돼 보일 수 있는 주제지만 그의 작품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우면서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작품을 뉴욕현대미술관(MoMA)을 비롯한 수많은 권위 있는 미술관이 소장한 이유다.서울 롯데월드타워 7층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 3024-발굴된 미래’는 아샴의 작품세계를 전체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전시다. 250여 점에 달하는 작품이 전시장에 나왔다.‘3024년 북한산에서 발견된 헬멧 쓴 아테나상’은 아샴이 이번 서울 전시를 위해 그린 신작이자 그의 대표적인 화풍이 반영된 그림이다. 작품 제목처럼 1000년 뒤 북한산에서 서양 고대 유물이 발견된 장면이 그려져 있다. ‘발굴 현장’도 같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설치 작품이다. 폐허가 된 서울의 지하를 구현한 공간을 만든 뒤 부식
‘시간의 예술.’ 옻나무 수액을 기물에 발라 제작한 공예품인 칠기를 일컫는 말이다. 옻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하고 정제하는 과정만 수개월. 옻칠을 할 때도 칠하고 건조하기를 반복하며 인고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나전칠기의 제작 과정은 더 길고 고되다. 전복 껍데기나 거북 등 껍데기 등을 오리고 갈아 작게는 1㎜ 미만 조각을 수천~수만 개 만들고, 이를 일일이 붙여 원하는 문양을 이루는 ‘극한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결과물은 이 모든 수고를 잊을 만큼 아름답고 오래간다.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삼국삼색(三國三色)-동아시아의 칠기’는 나전칠기를 비롯한 다양한 칠기를 만날 수 있는 전시다. 전시장에서는 12~19세기 제작된 한·중·일의 칠기 46점을 통해 각국 칠기 장식의 차이점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014년 시작해 2년에 한 번씩 열고 있는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중국 국가박물관 공동특별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붙이고 뿌리고 새기다세계에서 칠기를 만들고 사용한 지역은 동아시아뿐이다. 한·중·일 세 나라에서는 신석기시대부터 칠기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칠기를 장식하는 방식은 세 나라가 판이했다. 전인지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이번 전시는 삼국 칠기의 ‘장식 기법’ 차이를 집중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차이의 핵심은 ‘붙이고(한국) 뿌리고(일본) 새겼다(중국)’는 말로 요약된다. 한국 나전칠기는 진줏빛이 영롱한 자개로 꾸몄다. 나전이란 조개 등을 붙여서 장식하는 공예기법이다. 전시장에 나온 고려시대 나전칠기들은 그야말로 화려함의 극치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사인 케이옥션과 서울옥션이 하반기 첫 경매를 연다. 여름을 맞아 케이옥션은 시원한 느낌을 주는 김종학의 여름 그림들을 경매의 ‘얼굴’로 내세웠다. 반면 서울옥션은 ‘한여름의 축제’를 콘셉트로 다양한 종류의 상품과 부대 행사를 준비했다.케이옥션은 오는 24일 서울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7월 경매를 열고 75점(총 64억원 규모)의 미술품을 경매에 올린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전면에 내세운 김종학의 가로 2.5m 대작 ‘여름 설악’. 경매 시작가는 4억5000만원이다. 이 밖에도 ‘여름 폭포’를 비롯해 총 4점의 김종학 작품이 경매에 나왔다.이중섭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편지지에 그린 ‘물고기와 게와 아이들’(추정가 1억4000만∼3억5000만원)도 주목할 만하다.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 나왔던 작품이다. 윤형근의 ‘무제’(6억500만~8억원), 이우환의 ‘조응’(6억9000만~9억5000만) 등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은 이번 경매에도 어김없이 출품됐다. 오는 24일까지 케이옥션 본사 전시장에서 출품작들을 관람 가능하다.서울옥션은 오는 23~24일 이틀에 걸쳐 ‘아트 라이프 밸런스’ 경매를 연다. 23일 열리는 ‘데이(Day) 1 경매’는 미술품 위주의 일반적인 경매다. 노은님, 이배, 전광영, 정영주 등 국내 인기 작가들의 작품이 새 주인을 찾는다.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색 호박(7억~10억원), 살보의 풍경화(1억2000만~2억원) 등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 ‘청자참외주자형연적’, ‘백자투각포도문필통’ 등 고미술품들도 함께 나왔다. 이날 경매는 현장 참석자 없이 온라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어요. 지금 당장 선택해요. 그 여자를 버리고 나랑 결혼할 건지, 계속 그 여자랑 살 건지.”카미유 클로델의 말에 거장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가슴은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클로델은 로댕의 수제자이자, 천재적인 재능의 조각가면서, 로댕이 그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 반면 로댕이 함께 살고 있는 그 여자는 젊지도, 똑똑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평범한 중년 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로댕이 가장 가난하고 힘들었을 때 로댕을 지탱해준 사람이었습니다. 오랜 침묵 끝에 로댕은 입을 뗐습니다. “나는 도저히 그녀를 떠날 수 없어.”클로델의 표정은 차갑게 굳었습니다. 곧이어 클로델이 말했습니다. “나와 결혼한다는 그 말은 역시 다 거짓말이었군요. 그럼 우리는 여기까지네요.” 돌아서서 떠나는 클로델의 뒷모습을 보며 로댕은 조용히 눈물을 흘렸습니다.하지만 로댕은 몰랐습니다. 자신의 선택이 불러온 결과로 20년 뒤 클로델은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하고 만다는 것을요. 그리고 클로델은 그곳에서 30년을 갇혀 살다 쓸쓸하게 세상을 떠나고 만다는 사실을요. ‘세기의 천재 조각가 커플’이었던, 그 여자와 그 남자의 이야기.조각을 한다는 것“조각가가 되는 건 미친 짓이다.” 19세기 프랑스 예술계에는 이런 말이 나돌았습니다. 재료를 깎아내는 고되고 지저분한 작업 과정, 오랜 제작 기간과 막대한 재료비보다도 조각가들을 더 괴롭게 했던 건 ‘먹고 살기 힘들다’는 사실. 조각은 그림보다 비싸고 전시하기도 어려워서, 작품을 사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당시 조각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신 화가 티치아노 베첼리오(1488~1576)는 세계 최초 ‘월드 클래스’ 화가였다. 지금은 ‘르네상스 3대 천재’로 불리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조차 당대 국제적인 명성은 티치아노에게 한참 못 미쳤다.신성로마제국 황제이자 스페인 왕인 카를 5세,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 등 유럽 각국의 왕은 그의 그림을 한 점이라도 더 갖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티치아노가 떨어뜨린 붓을 카를 5세가 주워주며 했다는 말은 지금까지도 유명하다. “자네 정도면 황제의 시중을 받을 자격이 있어.”티치아노는 ‘캔버스에 유채’ 기법을 발전시키고 널리 보급한 화가 중 한 명이다. 그전까지 유화는 주로 나무판에 그렸는데 티치아노 등 베네치아 화가들이 배의 돛을 만드는 천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캔버스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그의 그림은 풍부하고 생기 있는 색채로도 유명하다. 최고의 물감 재료를 입수해 풍부한 색채를 표현해냈고, 물감을 얇게 여러 번 바르는 기법(글레이징)으로 유화 표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티치아노의 작품은 300여 점이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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