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외국 클라이언트의 문의가 빗발치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해외 투자자들이 보는 한국 상황이 심각한 것 같다.”‘12·3 비상계엄’ 사태의 후폭풍이 온 나라를 강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발동한 45년 만의 비상계엄 사태의 상처가 너무 깊다. 해외 고객사가 있는 로펌 등에는 지난 4일 온종일 전화가 빗발쳤다. 해외 기업의 자문을 맡은 컨설팅사, 로펌뿐만이 아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라는 초현실적 상황을 밤새 마음 졸여가며 지켜본 국민들의 머릿속에는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남겨져 있다.“더불어민주당이 남발하는 탄핵 폭거를 막기 위한 경고성 비상계엄령이었다”는 대통령실 안팎의 해명에 대다수 국민은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평소 비공개 석상에서 발언과 비상계엄 선포 담화문에 담긴 일관된 메시지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잘못된 상황 인식이 빚어낸 자해극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지난해 대통령과 사석에서 만난 한 인사는 “야당과 노동계는 북한의 지령을 받는 종북 좌파세력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어 척결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공연히 드러내 깜짝 놀랐다고 전하기도 했다.3일 비상계엄 선포 담화문에서 윤 대통령은 야당의 정부 예산안 삭감 행태를 겨냥해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고,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지탄했다. 국회를 두고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로 규정했다. 이들 “파렴치한 종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11월 첫 방한 때 평택 미군기지를 찾았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50억달러’ 청구서를 내민 그를 설득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기획이었다. 50억달러(약 6조원)는 당시 분담금 9200억원의 6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한국 정부가 100억달러를 투입해 미군 해외기지 중 최대·최첨단 기지를 구축했다고 설명할 때는 몸을 뒤로 젖힌 채 도통 들으려 하지 않았다는 게 당시 참석자들의 전언이다.증액 규모가 너무 크다고 생각했는지 빈센트 브룩스 한·미 연합사령관은 평택기지를 워싱턴DC 지도 위에 겹쳐 놓고 6분의 1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라며 지원사격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분담금은 2020년부터 6년간 매년 1조1833억원씩 지원하는 것으로 결정났다. 퇴임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분담금을 대폭 늘리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미국 대선 기간에 ‘머니머신 한국’의 분담금을 100억달러로 증액하겠다고 호언장담했는지 모른다.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더욱 짙어진 미국 우선주의 정책뿐 아니라 그의 돌출성 캐릭터도 트럼프 1기를 경험해보지 못한 각국 지도자들을 긴장시키는 요인이다. 대선 전날인 지난 5일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트럼프 2기에 대비하는 각국 지도자들에게 팁이 될 수 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를 소개했다. 매체는 회고록 중 “무례하고 거칠다는 지적도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솔직해서 좋았다”는 평가를 언급하며 ‘관계의 거래적인 성격 인정’ ‘최초를 좋아하는 트럼프의 자존심 활용’ ‘강경한 행동을
서울의 한 대학 컴퓨터공학과 A교수는 지난 학기 말 프로그래밍 과제를 잘 수행한 한 학생에게 상을 주며 비결을 물었다.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잘 모르고요. 과제에 맞춰 프롬프트를 잘 짜서 챗GPT를 활용한 거예요.” A교수는 고민 끝에 이 학생에게 학점도 최고점을 줬다고 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능력도 실력이라는 판단에서다.컴퓨터공학 산학협력 전문가로 꼽히는 B교수는 “나였다면 학점을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프로그래밍 수업의 취지는 가장 기본이 되는 원리를 이해시켜 응용력을 키우는 것인데 AI를 이용한 과제 제출은 이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기본 원리를 배우는 단계에서부터 AI에 의존해서는 시행착오를 거쳐 지식을 체화하는 능력을 키울 수 없어 ‘사상누각’식 배움이 된다는 게 B교수의 지적이다. 하지만 그 역시 “요즘 같은 AI 기술 급변 상황은 처음 겪는다”며 “학생들을 기존 커리큘럼으로 가르칠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 3.5 모델을 선보인 뒤 채 2년이 되지 않은 기간 AI 기술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가장 최근 공개된 ‘GPT4-o1’ 모델은 인간의 명령어를 수행하는 단계를 뛰어넘어 추론 능력을 갖춘 새로운 차원의 AI로 불린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생각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추론 능력 외에 과학·기술·엔지니어링·수학(STEM) 분야에서는 대학원생 수준 이상의 능력을 갖췄다. 오픈AI가 공개한 벤치마크 기준에 따르면 ‘o1’의 수학 능력은 국제올림피아드 수학 문제 기준으로 83.3%의 정답률을 보였다. 기존 GPT 4o
지난 20세기는 평균의 시대, 표준화의 시기였다. 사회 현상과 정책에 처음 수학적 분석을 적용한 평균주의는 산업과 교육 현장의 표준화로 이어졌고 20세기 모든 산업화 국가의 기본 모델이 됐다. 미국 경영학자 프레더릭 윈즐로 테일러가 1911년 최초로 소개한 관리의 표준화는 테일러주의라는 이름으로 20세기 세계 산업계를 휩쓸었다. 테일러주의를 가장 먼저 채택한 미국은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세계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했다. 독일의 히틀러, 소련의 스탈린도 그의 열렬한 지지자 대열에 합류하며 전시 산업에 테일러주의를 도입했다. 외세 침탈과 전쟁으로 20세기의 절반을 잃어버린 한국은 1960년대부터 테일러주의를 전면 도입해 세계에서 유례없는 산업화를 이뤘다. 테일러를 두고 “20세기 남녀의 사적·공적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일지 모른다”는 평가가 결코 무리하다고 할 수 없다.테일러의 표준화 시스템의 대전제 조건은 교육받은 산업역군의 확보다. 1900년 고졸 이상 학력자가 인구의 6%에 불과한 미국이 테일러식 시스템을 교육에 전면 도입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늦깎이로 산업화에 합류한 한국도 같은 길을 걸었다. 1960년대 20%대에 그친 고교 진학률은 기술고 상업고 등의 등장과 함께 비약적으로 증가하며 산업 현장에 표준화된 인력을 쏟아냈다. 1980~1990년대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며 한국이 ‘아시아의 타이거’로 급부상한 원동력이다. 인재 표준화 전략으로 가장 빠른 산업화 이뤄“노동력 증대와 자본 축적에 의존한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성장모델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기술혁신이나 생산성 향상이 없기 때문이다.”고성장하던 한국 등을
내년부터 초·중·고교에 도입되는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두고 교육당국과 학부모들의 찬반 논란이 뜨겁다. 교육부는 AI 활용 디지털 교과서를 내년 3월부터 영어 수학 국어(특수교육)에 우선 적용하고 2028년에는 사회 역사 등 전체 과목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1조2000억원을 비롯해 매년 수조원대 교육예산을 투입한다. 전 세계에서 AI를 활용한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 현장에 전면 적용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챗GPT 등 생성형 AI 붐은 디지털 교과서 전면 도입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하지만 학부모에게 교과서 전면 디지털화가 마냥 반가운 소식은 아닌 듯하다. 교육부의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유보에 관한 청원은 지난 5월 28일 처음 올라온 지 1주일 만에 요건인 5만 명을 넘겨 국회 교육위원회에 정식 안건으로 회부됐다. 청원인은 “이미 수년 동안 학부모들은 자녀의 과도한 스마트기기 사용으로 이전에 없던 가정불화를 거의 매일 겪으며 살아가고 있으며 단지 ‘우리 가정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위안 아닌 위안으로 삼아 자포자기 심정으로 스마트기기들과 위험한 동거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교과서 전면 도입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묻고 있다.서울교육청이 2022년부터 중학교 1학년에게 보급한 ‘디벗’(디지털+벗)패드 정책의 부작용도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대한 반감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연 1784억원이 들어간 디벗 정책은 학생 한 명당 한 개의 디지털 디바이스를 제공해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몰래 게임, 유튜브, SNS에 접근하는 수단으로 이용돼 학부모들의 반발을 샀다.AI 시대에 교육현장의 디지
“반경 100㎞ 내 치과 50곳에 연락했지만 예약을 못해 치아 5개를 결국 집에서 뽑았다.”이달 초 총선을 앞두고 외신이 전한 영국의 의료서비스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BBC에 따르면 이 사연을 전한 동부도시 피트버러의 50대 여성처럼 ‘셀프 치과 진료’를 하는 영국 국민이 10%나 된다고 한다. 치과 의사들이 돈이 안 되는 NHS(국민보건서비스) 환자를 받지 않고 민간 클리닉으로 운영하는 것을 선호하는 탓에 NHS 치과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1946년 ‘베버리지 보고서’를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전 국민건강보험을 포함한 복지국가 모델을 구축한 영국에서 찰스 디킨스의 소설에 나올 법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해외에서 가족이 한 번이라도 병원 신세를 져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한국의 의료서비스가 꽤 괜찮은 수준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뜻하지 않은 결과일지 모르지만 국내 5대 대학병원의 임상 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병원의 엄청난 치료비와 끝없이 날아오는 청구서를 받아보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내 수술비와 일괄 청구 시스템에도 새삼 놀라게 된다.이런 의료서비스를 유지하면서 필수의료 인력 부족과 초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까지 해소하겠다며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게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다.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데 마다할 국민이 없었다. 의사들의 반발은 집단 이기주의 뭇매에 묻혔다. 그렇게 시작한 2000명 증원 정책이 다음달 초 발표한 지 6개월째를 맞는다. 대학병원을 박차고 나간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동맹 휴학한 의대생들은 요지부동이다. 한 달에
지난주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그 어느 해보다 우울한 회동이었다. 공교롭게도 회의에 참석한 G7 정상들은 모두 국내 정치 문제로 곤궁한 상황에 처해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의회 선거에서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정당 국민연합에 참패한 성적표를 받았다. 승부수로 띄운 이달 말 국내 조기 선거에서도 패배가 유력시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울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여당이 극우정당 AfD에 밀려 3위로 전락해 조기 선거 요구에 직면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다음달 4일 총선에서 2016년 브렉시트 이후 총리가 네 번이나 바뀌는 난맥상에 대한 국민적 심판에 직면할 전망이다. 현지 여론조사 업체들은 14년 만에 정권을 노동당에 내줄 것으로 보고 있다.11월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두고 6개 스윙스테이트 중 5곳에서 고전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G7 정상회의 참석 기간 중 지지율이 역대 자민당 총리 가운데 최저인 10%대로 떨어지는 굴욕을 겪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G7 정상들의 단체 사진이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닌’ 느낌으로 다가온 이유다.주요 선진국의 기성 정치권을 강타한 핵심 이슈는 이민정책과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다. 그중 갈수록 커지는 반이민 정서는 극우정당과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의 자양분을 넘어 기존 정치 지형을 뒤흔드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그동안 유럽 내 좌우파 정당은 암묵적 ‘봉쇄 전략’(Cordon sanitaire)을 통해 극우 정치인과 정당의 제도권 진입을 차단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양극화와 반이민 정서의 심화
한국은 전 세계에서 보기 드문 인터넷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구글, 아마존이 주요 선진국의 인터넷·e커머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예외다. 인터넷 트래픽 조사업체 스테이트카운터에 따르면 미국 영국 호주 등 영어권 국가에서 구글의 시장점유율은 80~90%에 달한다. 비영어권인 독일, 프랑스에서도 각각 94%, 92%를 점유하고 있다. 일본에선 야후와의 합작으로 출발한 야후재팬이 1위 사업자다. 토종 플랫폼이 시장 1위를 지키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e커머스 시장도 마찬가지다. 주요 국가에서 아마존은 25%에서 최대 40%의 점유율을 가진 절대강자다. 일본에서도 20%대 점유율로 라쿠텐과 1위를 다투고 있다. 한국에선 쿠팡, 네이버쇼핑이 시장의 40%를 지키며 아마존의 진격을 막아내고 있다.국내 플랫폼 기업은 글로벌 기업의 공세를 견뎌내며 자생력을 키웠다. 2000년 초반까지 한국 인터넷 시장에선 야후코리아가 절대 강자였다. 네이버 다음 등 후발 주자들은 생존을 걱정할 정도로 고전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네이버는 검색엔진과 한게임, 다음은 카페 등 커뮤니티 서비스를 통해 활로를 찾아냈다. 토종 플랫폼의 반격에 야후 이베이 라이코스 등은 한국에서 철수했다. 이때 얻은 자신감은 국내 플랫폼 기업의 해외 진출에 커다란 자산이 됐다. 첫 배달앱인 배달의민족, 일본과 미국 만화시장을 석권한 K웹툰 등 끊임없이 새로운 플랫폼이 출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네이버는 20년 전부터 일본 시장에 공을 들였다. 2004년 NHN재팬을 설립하면서다. 2005년 출장길에 도쿄 신주쿠 외곽의 일본 지사를 찾은 적이 있다. 매출 1000억원 달성 시기를 묻자 당시 대표는 가당치 않은 목표라며
지난주 별세한 대니얼 카너먼 전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행동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심리학자로는 처음으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는 인간을 합리적인 의사결정자인 ‘이콘(econ)’으로 정의한 기존 표준경제학 모델에서 설명할 수 없었던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휴리스틱’ 개념으로 풀어내 경제학사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휴리스틱은 고정관념에 기초해 정보를 받아들이고 추론하는 편향성을 의미한다.2012년 국내에도 소개된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은 <넛지>의 저자 리처드 탈러, <블랙스완>의 나심 탈레브 등에게 영감을 준 역작으로 꼽힌다. 노벨경제학상을 안긴 ‘전망이론’은 손실회피 성향, 이익과 손실을 달리 받아들이는 비대칭성 등을 통해 전통 이론에서 설명할 수 없었던 의사결정 현상을 풀어냈다. 지금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지만 논문이 발표된 1979년에는 획기적 개념이었다. 전망이론을 기초로 태동한 행동경제학은 이후 투자, 보험은 물론 의료 등의 공공정책 분야 의사결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카너먼 교수의 통찰은 의대 정원 증원을 놓고 2개월 가까이 진행 중인 갈등을 해석하는 데도 유효하다. 그는 전망이론을 설명하면서 동일한 정보라도 표현 방식에 따라 의사결정이 달라지는 프레이밍 효과를 강조했다. ‘수술 시 생존율 90%’와 ‘사망률 10%’는 같은 결과지만 환자의 수용 태도는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을 꺼내 든 논거는 10년 후 의사 1만 명이 부족하다는 ‘프레이밍’에서 비롯됐다. 이를 ‘10년 뒤 의사가 지금보다 9% 부족하다’고 내세웠다면 초반 여론
미국의 베스트셀러 <신경 끄기의 기술>의 저자이자 유명 인플루언서인 마크 맨슨의 유튜브 동영상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했다’가 연일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화려한 이면 뒤에 가려진 세계 1위 자살률, 청년세대의 극심한 불안감 등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병리 현상을 심리 전문가의 시각에서 분석한 내용이다.그는 “한국의 정신건강 위기는 산업·문화 분야에서 세계 역사상 가장 놀라운 성공을 거둔 나라의 부수적 피해”라고 진단했다. 스타크래프트 방정식으로 대변되는 치열한 경쟁시스템, ‘전부 아니면 전무’식 교육시스템, 유교적 전통 가치와 물질주의가 상충하는 모순이 한국 사회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키우는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다.맨슨은 “‘프로팀 하우스’ 등 합숙을 통한 치열한 경쟁으로 선수를 키우는 스타크래프트 공식이 K팝, 스포츠는 물론 삼성 등 기업문화에 이식되면서 경쟁력을 키웠지만 사회적 우울증이라는 낙진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노인 빈곤과 세계 1위 자살률, 이를 지켜본 젊은 세대의 경제적 안정에 대한 두려움이 사회 내부의 압력을 높인다는 것이다.그럼에도 맨슨이 주목한 것은 한국 특유의 복원력이다. 그는 “한국의 진정한 힘은 눈부신 경제성장과 커진 대중문화 지배력이 아니라 내부 문제를 인정하고 해결하는 남다르고 특별한 회복 탄력성”이라고 강조했다. 숨기지 않고 드러내서 해법을 찾으려는 개방성이 경쟁력의 본질이라는 얘기다.과거 허물을 쉬쉬하던 우리 사회는 2000년대 들어 치부를 과감히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영화 드라마 등 영상
“큰아이에 이어 둘째도 재수를 하겠다고 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재수가 필수 코스처럼 돼가네요.”얼마 전 만난 한 50대 대기업 임원은 대학입시 얘기가 나오자 하소연부터 늘어놨다. “킬러문항을 없애겠다”는 입시당국의 발표에 기대했던 고3 딸이 ‘불수능’으로 인한 성적에 낙담해 재수를 하겠다는 것이다. 고교 3년제가 사실상 4년제가 돼가고 있다는 푸념까지 더했다.재수·반수를 비롯한 ‘n수생’이 가계 사교육비 부담의 새로운 복병으로 떠올랐다. 2000년대 20%대에 머물던 n수생 비중은 지난해 35%까지 치솟으며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킬러문항’ 배제 기대에 멀쩡히 학교를 다니던 대학생들까지 반수 대열에 합류한 여파가 컸다는 게 입시 현장의 설명이다. 지방대에서 ‘인서울’ 대학으로의 진입, 의대·치대·약대 쏠림도 요인으로 꼽힌다. n수생 급증에 사교육비 부담 가중재수하는 자녀에게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게 늘었다. 메가스터디 등이 운영하는 기숙 재수학원의 학원비는 최소 월 300만원에 달한다. 어림잡아 연간 4000만~5000만원가량이 n수 비용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자녀를 재수학원에 보낸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원비 때문에 허리가 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결코 엄살이 아니다.최근 정부가 확정한 2028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 개정안에도 학부모들의 시름은 가시지 않고 있다. 현재 중학교 2학년부터 치르는 수능부터 문·이과 구분하지 않고 모든 수험생이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을 공통과목으로 치르게 하는 게 새 입시안의 핵심이다. 지금 수능은 국어는 2개 과목 중
지난 6월 일본 정부는 일명 ‘마이넘버카드법’을 개정해 공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우리의 주민등록증과 공인인증서를 합친 마이넘버카드에 내년 가을까지 건강보험증까지 합치겠다는 야심 찬 목표였다. 의무가 아니라 마이넘버카드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1인당 2만엔(약 18만원)의 인센티브까지 제시했다. 국가적으로 20조원의 예산을 당근책으로 내건 셈이다. 결과는 엄청난 역풍이었다.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통장과 마이넘버카드를 연계했는데 본인이 아닌 차명계좌가 시행 3개월 만에 13만 건에 달했다. 도쿄의 A씨와 오사카에 사는 B씨의 개인증명서가 뒤바뀌어 발급되는 등 정보 열람 사고도 수천 건이 터졌다. 부실 행정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증을 마이넘버카드와 일방적으로 연계하는 데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도 컸다. 재산내역을 속속들이 파악해 세금을 더 걷으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반대 의견이 60%까지 치솟았다. 마이넘버카드 일방 추진은 내각 지지율 급락의 단초가 됐다. 불안감 키운 행정망 관리 난맥상마이넘버카드는 ‘디지털 후진국’ 오명을 벗기 위한 일본 정부의 야심 찬 프로젝트다. 벤치마킹 대상은 한국의 디지털 행정망이다. 국민을 고유 번호로 식별할 수 있는 한국의 주민등록증 제도가 디지털정부의 핵심이라고 본 것이다.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처음 시행한 디지털정부 평가에서 한국은 33개국 가운데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5위에 그쳤다. 일본 정부가 마이넘버카드를 밀어붙인 데는 한국을 따라잡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 전 세계의 자랑이던 행정 전산망의 ‘먹통 사태’가 연일 터지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년에 한 번 있을 법한 사고가 1주일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260만 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통계청 공식 기준으로는 224만 명이지만 40만 명가량의 불법체류자가 통계 밖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60만 명 가운데 산업 현장의 일손 부족을 메우기 위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약 120만 명이다. 울산시 인구(110만 명)와 맞먹는 외국 인력이 일손을 구하지 못한 산업 현장에서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 근로 인력은 조선소, 중소기업, 아파트 공사장뿐 아니라 식당, 편의점, 병원 등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는 일상 속 필수 인력이 되고 있다.산업 현장 실핏줄 된 해외근로자외국인 근로자는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통한 비전문 취업비자(E-9) 외국 인력 규모를 올해 12만 명에서 내년에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용접공 등 숙련공이 절실한 조선업 분야의 숙원도 해결될 전망이다. ‘출국 후 재입국’ 제도가 폐지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숙련공이라도 최장 4년10개월간 일하면 본국으로 출국한 뒤 재입국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미복귀로 인한 인력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능력이 검증되면 숙련기능인력 비자를 받아 최장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고 영주권도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외국인 근로자의 다국적화는 지역 상권 지도마저 바꿔놓고 있다. 영화 ‘범죄도시’를 통해 익숙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는 과거 한국계 중국인(조선족) 밀집 거주지로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했지만 일대 상권은 호황을 누렸다. 대림역 인근 1층 상가는 2018년 기준 보증금 5000만원에 월 임대료가 350만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최근엔 반 토막 수준에도 주인을 찾지
지난달 23일 인도가 개발한 찬드라얀 3호가 세계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했다. 우주개발 강국인 러시아, 일본도 실패한 터라 인도의 성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찬드라얀 3호의 개발·발사에 든 비용은 총 7500만달러(약 900억원). 2013년 개봉한 조지 클루니 주연의 우주 재난 영화 ‘그래비티’의 제작비 1억달러에도 못 미친다. 미국 정부가 2021년 달 착륙선 예산으로 항공우주국(NASA)에 배정한 예산 8억5000만달러(약 1조1228억원)의 약 11분의 1이다. 최초 달 남극 착륙은 공대의 힘인도 우주개발의 ‘초 가성비’ 비결은 우수한 과학 인재들이다. 그 중심엔 인도공과대(IIT)가 있다.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 IBM 대표 아르빈드 크리슈나 등 실리콘밸리 거대기업의 여러 수장을 배출한 공대다. IIT는 인도 국부 자와할랄 네루가 1959년 “굶주림과 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과학”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설립한 대학이다. 아직도 카스트 제도가 엄존한 인도에서 IIT 입학은 지난 반세기 동안 가장 확실한 신분 탈출구였다. 입학과 동시에 신분의 추월차선에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고액 연봉과 꿈에 그리던 글로벌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문이 활짝 열린다. 매년 고3과 재수생을 포함, 2400만여 명의 수험생 가운데 최고의 인재 1만6000명만 입학한다. 2차 최종 시험과목은 수학, 화학, 물리 단 3개다. 1차 시험을 통과해야 볼 수 있는 2차 시험 응시 기회는 평생 단 두 번만 주어진다. IIT 한 해 졸업생 1만6000명 가운데 3000여 명은 정보기술(IT) 분야 인력이다. 인도에서 연간 배출되는 전체 IT 관련 대학 인력 10만 명의 약 3% 비중이다. 이들이 만들어낸 ‘저비용 고효율’이 인도 IT산업 경쟁력이 근간이다. 영화
전국이 극한 호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같은 장소에서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에 시선이 쏠려 있지만 사실 이번 호우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곳은 경북 북부지역이다. 현재까지 사망자 24명, 실종자가 3명이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지금도 진흙탕 길을 헤치며 실종자 탐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오송 참사는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만 봐도 관계기관의 무능이 빚은 인재가 명확하다. 사고 발생 3시간 전에 전달된 금강홍수센터의 대피 경보부터 사고 1시간 전 두 차례나 걸려온 시민의 지하차도 통제 요구까지 사전에 참사를 막을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충청북도·청주시·흥덕구청·경찰의 총체적 부실 행정으로 무고한 14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미연에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점에서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다. 극한 기후에 통계 효용 떨어져이번 집중호우 사태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경북 북부지역이다. 소백산맥을 등지고 있는 경북에는 산사태 취약 지역이 4900곳에 달한다. 하지만 예천·문경·영주·봉화 등 피해가 집중된 지역 대부분은 공교롭게도 산사태 취약지구가 아니다. 경북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나온 예천(사망 14명, 실종 3명)의 지난 15일까지 강수량은 475㎜였다. 보름 동안의 집계임에도 지난 10년간 7월 전체 강수량 중 1위를 기록했다. 하루 강수량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많은 비가 단기간에 내렸는지 더욱 확연해진다. 산사태 직전까지 예천의 7월 강수일수는 9일로 일 단위로 환산하면 하루에 52.7㎜의 비가 쏟아진 셈이다. 지난 10년 중 올해 다음으로 비가 많이 내린 2017년 7월 강수량은 469.1㎜, 강수일수는 15일이었다. 하루 단위로 31.2㎜다.
“당신은 사고 시 승무원을 도와 승객들의 탈출을 도와야 합니다. 괜찮겠습니까?” 승무원이 이행사항이 빼곡히 적힌 안내문을 내밀며 비상구 좌석 승객의 의무사항을 영어로 전할 때는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다. ‘별일 있겠어?’와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하지?’ 순식간에 두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간혹 해외 출장길에 ‘운 좋게’ 비행기 비상구 좌석을 배정받을 때 겪는 일이다. ‘설마’ 했던 일이 지난 26일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항공에서 발생했다. 비행기가 213m 상공에서 비상구가 열리고 탈출용 슬라이드가 노출된 채 착륙하는 사고는 전례가 없었다. 비상구에 손을 댄 30대 승객은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사고가 발생한 A321-200 항공기에 한해 만석에도 비상구와 가장 가까운 특정 좌석은 비워두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다른 비행기에는 적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A321-200 기종만 비상구 좌석에서 안전벨트를 풀지 않고도 개폐장치를 열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웃돈 받고 파는 비상구 좌석아시아나항공의 조치가 개운치 않은 것은 이번 사건이 비상구 안전에 대한 불안함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항공기 비상구를 조작해 운항을 방해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9월 인천공항에서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가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서 ‘비상구 에러 메시지’가 떠 긴급 회항한 적이 있다. 최신 기종인 에어버스 A321NEO였다. 비상구 좌석을 추가금액을 주고 구입한 60대가 비상구 레버를 조작해 발생한 사고였다. 연료가 가득 찬 상태에서는 착륙이 불가능해 3시간 동안 공중을 맴돌다 착륙했다. 미국연방항공청(FAA) 등 항공안전당국은 비상사
2008년 12월 터진 ‘메이도프 사건’은 역대 최악의 폰지 사기로 꼽힌다. 피해 규모 650억달러(약 86조원), 고객유치금 190억달러(약 25조원)에 달하는 메가톤급 사건이었다.버나드(버니) 메이도프의 사기행각은 불법 투자자문을 처음 시작한 1962년 발생한 손실을 숨긴 채 이익이 난 것처럼 포장하면서 비롯됐다. ‘메이도프는 항상 수익을 낸다’는 신화의 시작이었다. 폰지 사기의 유혹에 빠진 그는 고객 자금을 투자도 하지 않고 JP모간 은행 계좌에 넣어둔 채 수익률 신화를 이어갔다. 새 투자자 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전형적 폰지 모델로 수십 년간 월가의 ‘큰손’으로 군림한 것이다. 불법 운영을 책임지는 공모자들, 최소 다섯 차례 이상의 적발 기회를 놓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방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사기였다. 기만·공모·다수 피해자 닮은꼴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버니 메이도프: 월가의 괴물’은 금융시장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수백 가구의 연립·다세대주택을 돌려막기 한 ‘빌라왕’들의 사기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규모 전세 사기는 고객 기만, 내부 공모, 그리고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한 점에서 폰지 사기 모델과 닮은꼴이다.최근 불거진 대형 전세 사기 사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전세 사기의 경우 무자본 갭투자 방식이다. 임대인이 임차인을 속여 집값에 육박하는 시세에 전세를 놓고 이를 바지사장에게 넘기는 식이다. 최초 임대인, 공인중개사, 바지 임대인으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을 통해 수백 가구를 소유한 ‘빌라왕’이 만들어지는 구조다.인천 미추홀구
미국 연수 시절, 옆집은 아이가 넷이었다. 두 명의 중학생 딸과 중남미 국가에서 입양한 초등학교 1, 3학년 남자아이들이었다. 2017년 당시 20만달러 안팎이던 애틀랜타 외곽 소도시의 타운하우스, 축구클럽 가는 날 외에는 방과 후 하루 종일 야외에서 놀던 아이들, 맞벌이 부부에게 아이 넷이 버거워 보이지는 않았다.올초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한 보고서가 눈길을 끌었다. ‘주택가격 상승이 출산율 하락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는 2010년대 들어 국내에서 집값 상승 충격이 1~2개월 뒤 출산율에 즉각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다. 집값이 1% 오르면 향후 7년에 걸쳐 합계출산율이 0.014명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2019~2021년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률 48.3%를 단순 대입하면 합계출산율이 약 0.7명 감소하는 셈이다. 지난해 한국 합계출산율은 0.78명이었다. 세계 1위 저출산율 핵심은 집값통계청 국민이전계정 생애주기적자 구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자녀에게 들인 비용이 흑자로 전환하는 데는 출생 후 26년이 걸린다. 한 명당 비용은 6억1583만원이다. 집값과 출산율의 상관관계가 갈수록 커지는 이유는 비용 부담으로 출산을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창조적 파괴’로 유명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이미 80여 년 전 이를 예견했다. 1942년 저서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에서 그는 자본가는 자본주의 발전과 더불어 효용을 최대화하는 보통사람화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비용마저 냉정하게 계산하게 되면서 저출산이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경사회에서 빠르게 산업화한 국가들이 예외 없이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것을 보
“빚내서 집을 사라는 겁니까?”2014년 8월 정부가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동시에 70%까지 늘렸다. 미분양주택과 9억원 이하 집을 사면 5년간 한시적으로 양도세 100%를 면제하는 파격 안까지 꺼내 들었다. 그러자 정치권에서 “국민들한테 빚내서 집 사라는 얘기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그런 의도는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미분양 해소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전방위적이었다. 전년 6만1091가구였던 미분양 주택은 2014년 말에는 4만379가구로 줄었다.지난해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이 6만8107가구로 급증했다. 2013년 이후 근 10년 만에 최대로 쌓였다. 우려스러운 점은 증가 속도다. 11월부터 한 달에 1만 가구씩 쌓이고 있다. 2021년의 1만7700가구와 비교하면 1년 새 5만 가구가 늘었다. 한 해에 5만 가구 이상 늘어난 것은 2008년의 5만3345가구 이후 14년 만이다. 1년새 5만가구 급증미분양 직격탄을 맞은 건설업계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세제 완화와 미분양 주택 직접 매입까지 요청하고 있다. 위험선으로 정한 6만2000가구를 단숨에 넘어서자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국민 혈세를 투입하는 직접 구입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고가 매입 논란은 정부의 미분양주택 직접 매입이 야기할 수 있는 논란의 한 단면이다.LH는 지난해 말 이 아파트 전용면적 19~24㎡ 36가구를 약 79억원에 사들였다. 가구당 구입가는 2억1000만~2억6000만원으로 분양가의 12% 할인을 적용받았다. 장기 미분양으로 15% 할인 판매 중인 아파트를 12% 할인가에 구매한 것을 두고 원희룡 국토교
연말 송년회 풍경이 확연히 달라졌다. 집값 이야기가 사라졌다. 지난해만 해도 “어디 동네는 몇십억원을 찍었다더라, 누구네 집은 얼마가 뛰었다더라” 등 온통 아파트 얘기뿐이었다. 그런데 올 연말에는 집값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드물다. 수억원씩 떨어졌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아예 시세를 들여다보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전문가들조차 부동산 시장이 한 해 동안 이렇게 급변할지는 예견하지 못했다. 상반기까지도 ‘단기 조정론’을 내세운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14.1%로 15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서울(8.02%)도 2006년 후 최대 폭으로 뛰었다. 이런 시장이 불과 1년 새 ‘급전직하’할 것으로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올 들어 11월까지 전국과 서울 아파트 가격은 각각 4.79%, 4.89% 떨어지며 외환위기 후 최대 낙폭을 기록 중이다. 1년 새 사상 최고·최저 급등락실거래 시장에선 지난해 하반기에 18억원 안팎에 거래된 서울의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13억~14억원대에 매물로 나와 있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수요자들의 부동산 하락장 체감도는 통계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최고가보다 3억~4억원 낮은 가격대에도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이후 서울 아파트 월평균 거래건수는 900건 안팎에 그치고 있다. 2010년 이후 11년 동안 월평균 6350건이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거래절벽’을 넘어 ‘빙하기’에 가깝다.부동산 시장은 크게 수급과 규제 정책 그리고 금리에 의해 방향이 결정된다. 최근 시장은 이 가운데 금리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까지
요즘 부동산 업계의 화두는 집값이 아니다. 시행사 대표, 건설사 임원들이 만나면 한결같이 가장 먼저 꺼내는 주제는 ‘미국이 언제까지 금리를 올릴 것인가’다. 내년 전국에서 약 8000가구의 분양을 준비 중인 A시행사 대표도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는 “언제까지 금리가 오를지 알아야 구체적인 분양 일정을 짤 텐데, 답답하다”고 토로했다.지난 9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고작 856건이었다.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저치다. 월간 최대 거래량을 기록한 2020년 6월 1만5623건의 18분의 1 수준이다. 약 171만 가구인 서울 아파트는 부동산 침체기에도 월평균 3000~4000건이 거래됐지만 지금은 유례없는 ‘거래절벽’이다. 다락같이 오르는 금리에 모든 거래가 올스톱된 상황이다. 진짜 위기는 만기 몰린 내년 1분기강원도 레고랜드의 지급보증 거부 사태가 낳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혼란도 본질은 금리다. 레고랜드발(發) 자금 경색의 직격탄을 맞은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은 우여곡절 끝에 7000억원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차환에 성공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지난달 28일 만기를 앞두고 시장에서 차환에 실패했지만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나선 끝에 간신히 자금을 연장할 수 있었다. 모든 기업이 자금 때문에 아우성인 와중에 사상 최대의 조 단위 영업이익을 거둔 은행들이 당국의 눈치에 마지못해 둔촌주공 ABSTB를 인수했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그런데 금리가 시중 주택담보대출의 2배 수준인 연 12%다. 은행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라기보다 ‘도랑 치고 가재 잡은 격’이다.둔촌주공은 부동산 PF발 위기의 전초전이다. 일반분
“그녀의 죽음을 향한 감동적인 애도의 물결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1997년 9월 영국 왕실은 최악의 궁지에 내몰렸다. 찰스 왕자와 불화를 빚던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갑작스러운 사망에서 촉발된 국민적 분노는 자칫 왕가를 파멸로 몰아넣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상상을 초월한 애도 열기에 당황한 영국 왕실은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 은거했다.수일 만에 성에서 나온 여왕은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삼겠다”며 애도 열기 속에 숨어 있는 분노 정서를 보듬었다. 장례식에서는 며느리의 운구 차량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수백만의 인파와 전 세계 수억 명이 TV 중계로 이를 지켜봤다. 왕가를 향하던 분노는 한순간에 사그라들었다. 역사 비평가들은 “절제된 행동으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여왕의 능력을 보여준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기민한 소통으로 구심점 역할엘리자베스 여왕의 서거 소식을 접한 후 수년 전 봤던 6부작 다큐멘터리 ‘윈저이야기:영국 왕실의 비밀’을 다시 정주행했다. 최초로 공개된 왕실기록보관소의 미공개 기록물과 편지를 통해 드러난 왕실의 속살 못지않게 군주제를 지켜내기 위한 윈저가의 몸부림을 조명한 부분이 눈길을 끄는 다큐멘터리다.영국 윈저가는 1917년 새롭게 만들어진 명칭이다. 원래 이름은 독일계인 ‘작센 코부르크 고타’.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을 완성한 빅토리아 여왕의 독일계 남편인 앨버트 경의 이름에서 시작된 부계 성이다. 하지만 독일과의 1차 세계대전 중 영국 왕실은 전국적 반독 정서로 위기를 맞는다. 다큐멘터리에서는 “독일과 관련이 있다며 심지어 닥스훈트(독일 품종의 개)도 길
“보고서 분량 좀 줄여주세요.”2019년 4월 강원 고성군과 속초시 일대를 덮친 강원도 산불 진화 작업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과의 면담 시간에 색다른 주문을 받았다고 한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핵심 사안 중심이어야 하는데 수십 장의 별첨 자료까지 붙어 있어 다 읽느라 힘들었습니다.” 자신을 ‘활자중독’이라고 여기던 당시 문재인 대통령도 공직사회의 ‘보고서 폭탄’에는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첨부 자료까지 읽겠느냐’는 생각에 관성적으로 넣었는데 문 대통령은 다 읽었던 모양이다. 그 이후부턴 보고서를 핵심 중심으로 줄여서 올렸다”고 전했다.책이나 보고서 등 활자를 통한 정보 습득을 편하게 여긴 문 대통령의 성향은 청와대 바깥의 생생한 소식을 경청하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퇴근 후에도 보고서를 즐겨 읽어 집권 기간 내내 ‘바깥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만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따라다녔다. 물·기름처럼 이질적 보고 스타일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에게 긴급 현안 보고를 들어간 A장관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는 해당 부처 공무원들이 수일 동안 밤잠을 설쳐가며 마련한 보고서를 들고 갔다. 여러 경로를 통해 대통령의 보고 방식을 수소문해봤지만, 정부 출범 초기인지라 속 시원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일단 기존보다 분량을 줄이고 주요 내용 중심으로 정리한 보고서와 관련한 도표를 준비해갔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장관이 들고 온 도표 중 눈길을 끄는 내용에 대해서만 20여분 동안 물어봤다고 한다. 보고서는 첫 페이지조차 열어보지 않았다.이런 윤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어닝쇼크 트라우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얼마 전 만난 건설업계 전문가는 대·중소형사가 너나없이 국내 주택시장에 ‘올인’하는 건설산업의 현 상황을 ‘위기’라고 진단하며 이같이 우려했다. 그는 “국내 건설사들의 공격 본능이 사라진 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했다.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는 해외 수주 실적을 들여다보면 결코 기우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10년 716억달러를 찍었던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은 지난해 306억달러로 반 토막에도 못 미쳤다. 해외 수주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10대 건설사(시공능력평가 기준) 수주액 역시 2014년 503억달러에서 2019년엔 152억달러로 급락했다. 올해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수주 반토막에 주택사업 안주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움츠러드는 동안 세계 건설시장은 2015년 9조8405억달러 규모에서 올해 13조9419억달러로 매년 커지고 있다. 최근 7년 새 40%가량 시장 규모가 커졌지만 국내 건설사의 수주액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한때 간판 수출역군이던 국내 건설산업은 2013년 어닝쇼크를 기점으로 급격히 위축됐다. 국내 기업 간 제살깎기식 저가 수주, 수행 역량을 벗어난 과잉 수주 여파로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대우건설, DL건설 등은 2013년부터 5년간 어닝쇼크 충격에 시달렸다. 이들 회사가 해외 수주에서 낸 부실 규모만 8조7000억원에 달했다. 수주 중심의 왜곡된 인센티브제도 부실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저가 수주에 따른 인센티브는 즉각 이뤄진 반면 사업 부실화로 인한 책임은 한참 뒤에나 이뤄지는 왜
2019년 12월 청와대 춘추관에선 국민소통수석과 기자들 간 설전이 벌어졌다. 투기지역 내 1가구 2주택을 보유한 참모들의 주택 처분을 권고하기로 했다는 발표에 기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서울·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시장 불안이 핵심인데 다주택 참모들의 주택 처분은 본질과 상관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당시 윤도한 소통수석은 “투기 근절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는 두고두고 청와대의 발목을 잡는 자승자박이 됐다. 비서실장 민정수석 등 다주택 문제로 물러난 핵심 참모들이 줄을 이었다. 이후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부정 평가 항목에서 줄곧 1위에 오르며 국정 운영의 최대 부담이 됐다. 부동산은 전형적인 심리財부동산이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될 줄은 당시 청와대 참모들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고 지적하면 “일부 투기 세력들의 얘기만 듣는 것 아니냐”는 핀잔만 돌아왔다. 각종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이번에 진짜 센 놈이 나온다”며 규제와 세금 ‘쌍칼’로 제압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28번의 부동산 대책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마지막 부동산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일각에선 28번이었다고 지적하지만, 종합대책은 그 절반 수준”이라고 반박했으나 정책 수요자의 관점이 아쉬운 인식이다.청와대 고위 인사들이 부동산 문제에 대해 솔직한 속내를 드러낸 시점은 2020년 하반기께다. 당시 정책담당 핵심 인사는 “1인 가구가 아파트를 그렇게 많이 살 줄은 몰랐다”며 오판을 처음 인정했다. “
핀란드 헬싱키에서 출발한 상트페테르부르크행 열차가 러시아 국경을 넘어선 뒤 처음 기착하는 곳은 비보르크역이다. 국경을 넘자마자 확연히 달라지는 풍경만큼 두 나라의 역사가 얽혀 있는 지역이다. 핀란드명으로 비푸리로 불렸던 이곳은 1939년까진 러시아 영토가 아니라 핀란드 땅이었다.2차 세계대전에 묻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핀란드는 러시아에 맞서 전쟁을 치른 몇 안 되는 국가다. 1939년 11월부터 105일간 치러진 ‘겨울전쟁’이다. 핀란드 주변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을 병합한 옛 소련은 핀란드 역시 손쉽게 복속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1939년 11월 대대적 공습에 나섰다. 당시 핀란드 보유 전차는 33대, 소련은 641대, 항공기는 110대 vs 3380대 등 도저히 극복 불가능한 전력차였다. 누가 봐도 단기전으로 끝날 것 같은 전쟁이었다. 핀란드 지켜낸 겨울전쟁 데자뷔하지만 해를 넘긴 전쟁 결과는 사실상 소련의 패배로 끝났다. 압도적 전력에도 불구하고 핀란드 국민의 완강한 저항과 겨울 추위에 고전한 소련은 핀란드의 다섯 배에 달하는 13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평화협정 끝에 핀란드는 비푸리 등 국토의 11%를 내줘야 했지만 소련의 병합을 피해 독립국가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핀·소 간 겨울전쟁은 초강대국으로부터 약소국이 거둔 전략적 승리로 평가받는다.당시 소련은 겨울전쟁 후폭풍에 국제연맹에서 퇴출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이뿐만 아니라 1년 반 뒤엔 소련의 전투력을 얕잡아 본 독일 나치가 동부전선에서 대대적 침공을 감행하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겨울전쟁이 2차 세계대전 최장·최악의 전투로 약 400만 명의 사상자를 낳은
국내 유명 식품기업 A대표는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충청지역에 있는 생산공장으로 출근했다. 서울 본사 직원들도 처음으로 공장에 투입돼 생산라인에서 밀려든 주문의 포장과 적재를 도왔다.“150명을 뽑으려고 했는데 최종적으로 50명밖에 못 구했어요. ‘사람들 다 어디 갔느냐’고 물었더니 쿠팡 물류센터에 갔다네요. 본사 스태프까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연말연초 대목을 간신히 넘긴 A대표는 국내 공장의 자동화 비중을 높이는 계획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또 해외 공장에서 반가공된 제품을 들여와 국내 노동력 비중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이런 구인난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력 블랙홀 된 플랫폼 기업들비단 A대표만의 사례가 아니다. 커피 전문점 등 자영업에서부터 중소기업까지 사람을 제때 구하지 못해 애를 먹는 일이 허다하다.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아예 고착화돼가고 있다. 지난달 사람인이 중소기업 576곳을 대상으로 ‘2021 채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63.4%가 계획한 인원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사람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의견이 50.4%에 달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처우가 상대적으로 박한 중·저임금 노동시장의 인력난이 고질화되고 있다는 의미다.그렇다면 이들 시장에서 빠져나간 노동력은 어디로 갔을까. 상당수가 e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국민연금 가입자 기준 2만5307명이던 쿠팡의 전체 직원 수는 지난해 11월 6만350명으로 급증했다. 2년 동안 3만5000명을 새로 뽑았는데 그중 약 60%가 물류센터 인력이다
“배달료 때문에 현장 점주들이 난리예요.”(한 프랜차이즈 치킨 점주)“라이더를 붙잡아두기 위해선 웃돈을 줄 수밖에 없어요.”(배달앱 업체 관계자)외식 배달시장이 아우성이다. 코로나19 이후 급팽창한 음식 배달시장의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최근 한꺼번에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코로나 혹한기를 배달로 버텨온 외식 자영업자뿐 아니라 주요 배달앱 업체도 출혈경쟁을 힘겨워한다. 초기보다 부쩍 오른 배달료에 소비자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최근 만난 한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배달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돼버렸다. 시장 참여자 가운데 일부 라이더를 제외하고는 이익을 보는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식당·배달앱·손님 모두 '불만'코로나 초기 한 건에 3000원 안팎이던 배달료는 최근 5000~6000원 선으로 껑충 뛰었다. 여기에 배달앱에 지급하는 8~10%(대형 업체 기준)의 앱 수수료까지 주고 나면 2만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팔 경우 치킨집 사장님 마진은 이전엔 평균 2500원 선이었지만 요즘엔 500원 선으로 크게 줄었다고 한다. 지난달 교촌치킨 등 일부 프랜차이즈가 가격을 2000원가량 올린 데는 배달료 부담이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다.그렇다고 배달앱들이 이익을 보는 상황도 아니다. 국내 간판 배달앱 업체 경영자는 “이대론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털어놨다. 1, 2위 업체 간 단건 배달 경쟁이 격화된 뒤 매달 200억원 안팎의 마케팅 비용을 추가로 쏟아부은 출혈경쟁이 한계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평소엔 음식점과 주문 고객이 배달료를 부담하지만 단건 배달이나 피크타
“블랙핑크 아세요?”노르웨이 오슬로의 한 식당에서 이탈리아 청년으로부터 난데없는 질문을 받았다. ‘방탄소년단까지는 아는데 블랙핑크는 누구더라’ 하는 표정을 짓는 한국 아저씨에게 이 청년은 오슬로에서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사연과 함께 자기가 얼마나 ‘블핑 광팬’인지 한참 설명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왕궁 앞 광장에선 K팝을 틀어놓고 단체로 춤 연습을 하는 아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2019년 방문한 북유럽의 K팝 인기는 예상하지 못한 현상이었다. 귀국 후 블핑 다큐멘터리를 찾아봤다. 유튜브 구독자 5000만 명이 넘는 글로벌 1위 여성 아이돌그룹이었다. 수년 전 멕시코에서 우연히 만난 모녀가 한국의 모 연예인 팬이라며 말을 건네왔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달라진 K콘텐츠 위상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처음 공개된 9부작 드라마는 전 세계 83개국 전체 1위라는 전례 없는 기록을 달성한 이후 한 달이 지난 24일 현재 43개국에서 아직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넷플릭스가 서비스되지 않아 불법으로 다운받아 보는 중국을 포함하면 이미 수억 명이 시청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국가 미디어들은 디스토피아적 현실 세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작품이라는 비평과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조명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 같은 전 지구적 현상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주요 매체가 오징어 게임 현상을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수상했을 때 연일 앞다퉈 보도하던 때와 사뭇 다른 반응이다. 일각에선 전 세계를 강타한 K드
“물류센터 지하층도 용적률에 포함시켜야 한다.”지난 6월 경기 이천시 덕평의 쿠팡 물류센터 화재 이후 소방규제뿐만 아니라 용적률까지 손보겠다는 법안이 국회에서 쏟아지고 있다. 백혜련·송석준 의원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번 기회에 대형 물류센터의 규제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특히 백 의원이 발의한 ‘화재안전 기준 강화 5법’은 용적률 계산에서 빠졌던 지하 공간까지 포함시키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산업 격변에 갑을 바뀌고예를 들어 대지 1만㎡ 물류센터의 용적률이 100%라면 지금은 각 층의 바닥 면적이 5000㎡인 2층(지하 제외) 건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정안대로라면 지하층을 포함해 1층만 지을 수 있다는 얘기다. 덕평 화재를 계기로 대형 물류센터의 화재 관련 기준을 전면 점검해야 한다는 논의가 용적률 규제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업계는 “현실을 모르는 법안”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초대형화 추세인 물류센터의 화재 방지 조치로 용적률을 들고나온 것은 번지수가 한참 잘못된 대응이라는 논리다. 화재 방지 효과보다 물류 경쟁력 약화로 인한 비용 부담이 소비자 편익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란 반론이다. 일각에선 문제의 해법을 규제로 풀려는 전형적인 ‘입법 만능주의’ 접근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우리 국회의 입법 속도전은 해외에서도 놀랄 수준이다. 지난 25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앱에서 특정 결제방식만 요구하는 것을 막는 일명 ‘구글 갑질차단법’이다. 당장 국내 정보기술(IT)업계의 호응을 얻고 있다. 반면 구글, 애플 등 해당 글로벌 기업들은 미국무역대표부(US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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