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외교 안보 진용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물은 폭스뉴스 간판 앵커 출신 국방장관 지명자 피터 헤그세스다. 올해 44세에 군 경력이라곤 주방위군 소령이 전부인 그의 국방장관 지명은 그야말로 파격 인사다.트럼프는 지명 배경으로 헤그세스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진정한 신봉자”라는 점을 내세웠다. 헤그세스는 패션이나 몸치장에서부터 미국 우선주의자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2019년 폭스TV의 한 행사장에서 양복 안감으로 쓰인 성조기를 펼쳐 보이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캡틴 아메리카’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미국 대중 매체에서는 그의 몸 곳곳의 문신이 화젯거리다. 가슴에는 중세 십자군 문장이, 팔에는 기관단총과 성조기, 미국인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We the People’ 등의 문구가 새겨져 있다.헤그세스에게 정말 주목할 것은 대북관이다. 2018년 1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 방송에서 김정은에 대해 “데니스 로드맨을 만나길 원하고 NBA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마도 온종일 자기 주민을 살해해야 하는 사람이 되길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샀다. 그러면서 “세상을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면 김정은이 원하는 걸 주자”고도 했다.트럼프 1기 때는 군 장성 출신의 중량급 참모들이 트럼프의 럭비공 같은 의사결정에 충실한 견제 역할을 했다. 존 켈리 비서실장,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이 그런 사람들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들을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이라고 불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서한을 트럼프 방에서 들고나온 게리 콘 국
“미국인에게 총기류와 총기 로비가 있다면, 독일인에게는 가속 페달과 자동차 로비가 있다.” 독일 경제계에서 회자하는 유머다. 미국에서 총기 사고가 터져봤자 늘 총기협회의 로비에 가로막히듯, 독일에서 자동차 관련 문제가 발생해도 자동차업계를 흔들지 못한다는 의미다. 자동차가 곧 독일 경제라는 인식이 퍼져 있기에 가능한 얘기다.그 중심엔 폭스바겐그룹이 있다. 디젤 게이트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은 독일의 상징으로 통했다. 그런 폭스바겐이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처했다. 87년 역사상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세 곳을 폐쇄할 것이란 소식에 독일이 발칵 뒤집혔다. 디젤 게이트가 도덕적 문제라면, 현재 위기는 구조적이어서 상황이 더 심각하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얼마 전 독일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경쟁력 훼손 요인을 조목조목 열거한 ‘반성문’을 썼다. 핵심은 차이나 리스크와 미래 기술 전환 부진이다.폭스바겐을 도요타와 더불어 세계 자동차 양강으로 키운 건 중국 시장이다. 폭스바겐이 ‘다중(大衆)’이란 브랜드로 세계 자동차 기업 최초로 중국에 진출한 것은 1984년. 그해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50달러였다. 당시 유럽에서 자동차 보급률이 가장 낮았던 포르투갈 정도만 돼도 1억3000만 대의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데서 희망을 봤다. 폭스바겐의 장인 정신은 중국에서도 예외가 없었다. 운전자들이 자전거를 피하느라 경적을 과도하게 울리는 중국에서 차의 내구성을 위해 경적 성능 한도를 종전 5만 번에서 10만 번으로 늘릴 정도로 철저했다.중국 사업 전성기에 폭스바겐은 전 세계 판매량과 영업이익의 4분의 1을 중국 시장에서 거뒀다. 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 1기 첫해인 2017년 11월 한국 국회에서 연설했을 때다. 한국이 거둔 성공 사례를 열거하다가 갑자기 화제를 골프로 돌렸다. 그해 7월 본인 소유의 골프장에서 열린 US여자오픈에서 한국 선수들의 성적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박성현이 우승했고, 10위 내 8명, 1~4위를 모조리 한국 여자 골퍼가 휩쓸었다.트럼프의 국회 연설 뒤 저녁에는 청와대에서 환영 만찬이 있었다. 당신이 청와대 참모라면 만찬장에 누굴 초청하겠는가.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록 골프를 치지 못하더라도, LPGA에서 활약하는 우리 여자 골퍼들을 초대했다면 그야말로 얘깃거리가 넘쳐나는 만찬장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그날 자리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참석했고, 만찬 메뉴에는 이른바 ‘독도새우’가 올랐다. 386 운동권 출신 참모들이 국빈이 아니라 국내 지지자를 겨냥한 행사 기획을 한 것이다.트럼프는 방한 직전 일본을 방문해서는 아베 신조 총리와 골프를 쳤다. 아베가 트럼프와 페이스를 맞추려고 벙커에서 황급히 나오다가 뒤로 벌러덩 넘어져 벙커 안으로 데굴데굴 구른 그 우스운 모습이 이때다. 아베는 세간의 조롱에도 트럼프 재임 기간 중 총 다섯 번 골프 회동을 했다. 하루 세끼를 함께하면서 27홀을 돈 적도 있다. 트럼프가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PGA대회에서 우승한 아오키 이사오의 퍼팅 실력을 칭찬하자, 그를 끼워서도 같이 쳤다. 아베는 트럼프 당선 9일 만에 황금 혼마 골프 세트를 싸 들고 뉴욕 트럼프타워로 찾아간 사람이다.윤석열 대통령이 8년 만에 골프채를 다시 잡고 골프 연습에 나섰다고 한다. 아베가 트럼프와 ‘골프 도모다치(友達·
녹취 파문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1992년 12월 ‘초원 복국’ 사건이다. 14대 대통령 선거 1주일 전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 부산에 내려가 지역 주요 기관장들을 초원복국 식당에 불러 놓고 “우리가 남이가”라며 김영삼 민자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자고 모의한 사건이다. 정주영 국민당 후보 측에서 회동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식당에 도청 장치를 설치해 녹음한 내용을 터트려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왔다.그러나 사태는 예기치 않게 흘러갔다. 기관장들의 불법 선거 개입이 아니라 도청이 더 문제가 되면서 전국의 영남표를 결집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도청에 가담한 관련자들이 모두 기소됐는데, 적용된 혐의는 주거침입죄였다. ‘몰래 녹음’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곤 이듬해 통신비밀보호법이 제정됐다.통신비밀보호법에는 타인 간의 대화를 제3자가 녹음하는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화 당사자는 상대 동의 없이 녹음해도 형사 처벌받지 않는다. 바로 이 조항이 ‘몰래 녹음’을 확산한 합법적 근거가 됐다. 여기에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대화 내용을 녹음할 수 있게 되면서 상당수 사건에서 녹취가 ‘스모킹 건’ 역할을 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재명 위증교사 사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김명수 전 대법원장 거짓 해명 사건 등에서도 녹취가 결정적 증거로 작용하거나 거론되고 있다.‘몰래 녹음’은 곧바로 또 다른 ‘몰래 녹음’을 재생산할 정도로 만연해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 간 녹취 파문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몰래 녹음한 것을 지인
오타니 쇼헤이의 학창 시절 영웅은 같은 일본 이와테현 출신인 세 살 많은 야구 선수 기쿠치 유세이다. 기쿠치는 현재 메이저리그(MLB) 휴스턴 애스트로스 소속으로, 아시아 역사상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 투수다. 오타니는 기쿠치와 같은 학교로 진학하고, 등번호 17번도 물려받았다.오타니는 고교 시절 야구 선수로서 평생의 가이드라인이 될 ‘인생계획표’를 작성했다. 18세에 미국 리그에 진출한 뒤 42세 은퇴 때까지 매년 굵직한 목표 한두 개씩을 세워 놓았다. 고교 졸업 후 바로 미국으로 가지 않고 일본 리그에서 5년간 뛰는 바람에 계획표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지금까지 놀랄 만한 ‘싱크로율’을 보이고 있다.계획표상 27세 때의 목표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대표팀 선발과 더불어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하는 것이다. 실제로 29세 때인 지난해 일본을 WBC 우승으로 이끌고 MVP로도 뽑혔다. 더욱 소름 돋는 일은 어제 있었다. 30세인 올해 그토록 바라던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다. 계획표상 월드시리즈 우승 해는 26세 때다. MLB 진출이 5년 늦어진 것을 감안하면 거의 딱 들어맞은 셈이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일은 월드시리즈 첫 우승 해에 결혼도 하겠다는 소원까지 이뤘다는 것이다. 올 2월 농구 선수 출신 다나카 마미코를 아내로 맞았다.만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지만, 결코 요행으로 된 것은 아니다. 인생계획표상 목표를 이루는 과정은 ‘만다라트 자기계발법’이었다. 고교 때 일본 8구단 드래프트 1순위가 되겠다는 핵심 목표 아래 8개 중점 목표, 64개 실천 과제에 따라 자신을 갈고닦아 왔다. 8개 중점 목표에는 ‘제구’ ‘스피드 160㎞/h’와 같은
도널드 트럼프 정권 초기인 2017년 9월, 트럼프 집무실 프리패스 권한을 지닌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책상 위의 편지 한 장을 보고는 기겁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파기하겠다는 서한의 초안으로, 수신인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콘은 구국의 심정으로 편지를 치웠다고 한다. 한·미 FTA 폐기는 한·미 관계 전체를 무너뜨리는 일로,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 7초(알래스카에선 15분) 만에 탐지할 수 있는 주한미군의 첩보 자산을 상실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워터게이트 사건 특종의 주역 밥 우드워드가 쓴 <공포:백악관의 트럼프>로 알려진 얘기다. 만일 즉흥적 성향의 트럼프가 그 편지를 봤다면 서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책 제목대로 진정한 힘은 ‘공포’에서 나온다고 여기는 트럼프에게 한·미 FTA 파기 통보는 한국과의 무역적자와 방위비 분담 문제에 극단적 압박 카드가 될 수 있어서다.그 트럼프가 돌아올 조짐이다. 카멀라 해리스와 박빙의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핵심 경합주의 우세로 선거인단 수에서 의외로 낙승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삼성은 삼성글로벌리서치의 판세 분석을 토대로 이미 이달 초 그룹 전 임원들에게 트럼프 재집권을 가정한 대응 전략 마련을 주문했다고 한다.그의 복귀는 북·중·러와 이스라엘 정도를 제외하곤 대부분 국가에 끔찍한 시나리오다. 그중에서도 단단히 ‘찍힌’ 독일과 한국의 긴장감은 남다르다. 트럼프는 퇴임 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독일 수입차 관세를 인상하지 못한 것과 한국에서 방위비 분담금 50억달러를 받아내지 못한 것을 가장 후회했다.
미국 주요 신문은 대선 때마다 특정 후보 ‘지지 사설’(endorsement editorial)을 쓴다. 뉴욕타임스(NYT)는 1860년 10월 에이브러햄 링컨 공화당 후보 지지 사설을 실은 이후 164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특정 후보 지지 의견을 피력했다. 1956년 공화당 후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이후로는 1960년 대선 때부터 줄곧 민주당 후보만 지지했다.NYT는 이번에도 지난 9월 ‘유일한 애국적 대통령 선택’이라는 제목으로 카멀라 해리스 지지 사설을 게재했다. 앞서 7월에는 도널드 트럼프가 지도자가 될 수 없는 근거로 다섯 가지 자질상 결함을 조목조목 짚은 5000단어짜리 장문 사설을 쓴 적도 있다.미국 언론이 기계적 균형 대신 드러내 놓고 특정 후보에 대한 정치적 견해를 밝힐 수 있었던 것은 정치 보복의 폐습이 거의 없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선 과거와 다른 양상이 보이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사주인 워싱턴포스트와 의사이자 사업가인 패트릭 순시옹이 사주인 LA타임스가 오랜 전통을 깨고 지지 후보 사설을 싣지 않기로 했다. 이런저런 말이 많은 가운데 트럼프 눈치 보기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실제로 트럼프는 유세 중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비판 미디어와 자신을 ‘마녀사냥’한 세력을 응징하겠다는 말을 반복해 왔다. 기업인으로서는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해리스 측에 5000만달러의 거액을 지원하고도 쉬쉬하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 역시 주주들이 볼 피해를 의식해 해리스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을 피하고 있다.반대로 트럼프 지지 기업인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과잉
영국의 수도 런던은 단 한 번도 점령된 적 없이 2000년 이상 이어져 온 도시다. 런던이 사상 최대 외침을 겪은 것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공군의 런던 대공습(the Blitz) 때다. 100만 채 이상의 집이 파괴되고 2만 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독일어 번개에서 유래해 영어로 기습을 뜻하는 ‘blitz’라는 단어가 이때 생겼다.영국은 베를린 폭격으로 보복했으나, 실제로 몇 배 이상의 앙갚음을 한 것은 2차 대전 말기의 드레스덴 폭격 때다. 1945년 2월 13~15일 2000대 가까운 영·미 연합 폭격기가 바로크 문화의 본산지인 독일 작센주 주도 드레스덴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사망자 집계가 불가능해 추정 사망자가 3만5000명에서 13만5000명 설까지 나올 정도의 참사였다. 흥행 대박을 터뜨린 영화를 가리키는 ‘블록버스터(blockbuster)’란 용어가 이때 나왔다. 드레스덴에 투하된 폭탄이 도시의 한 구역(block)을 날려버릴(bust) 만큼 위력적이었다는 뜻에서 유래했다.이렇게 적으로 맞붙었던 두 나라가 처음으로 군사협정을 맺었다. 양국 국방장관이 런던의 트리니티 하우스에서 서명해 ‘트리니티 하우스 협정’이란 이름이 붙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내에서 국방비 지출 1, 2위 국가답게 양국 간 군사협정 내용은 광범위하다. 공동 정찰 활동에서부터 합동 군사훈련, 장거리 유도 미사일과 드론 등 첨단 무기까지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트리니티 하우스 협정에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이번에 영·독이 군사적으로 손을 잡게 된 것은 러시아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서다. 2차 대전 드레스덴 폭격 때 영국군이 내건 명분은 독일의 저항 능력 봉쇄와 함께 소련군의 진격을 돕는 것이었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서 1200명을 살해하고 250명을 인질로 납치한 하마스의 ‘알아크사 홍수’ 작전은 2명의 하마스 지도자가 배후 지휘했다. 총설계자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도시 칸 유니스의 ‘도살자’로 불리는 악명 높은 야히야 신와르, 군사 작전은 하마스의 군조직인 알카삼 여단 총사령관 무함마드 데이프가 주도했다.신와르에게는 40만달러(약 5억4000만원), 데이프에게는 10만달러의 현상금이 걸렸다. 데이프는 지난 7월 이스라엘 공군의 표적 폭격으로 사망했다. 자신이 설계한 길이 총 500여㎞의 터널에 숨어 있던 데이프는 건강상 며칠에 한 번은 터널 밖으로 나와야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보기관에 꼬리를 밟혔다.하마스 보안 수장 출신인 신와르는 훨씬 용의주도했다. 이스라엘은 신와르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그가 통신기기를 계속 사용하도록 가자지구 내 발전 연료까지 공급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이스라엘군의 급습에 신와르가 10억원 이상의 이스라엘 돈(셰켈)마저 버리고 황급히 피신한 적도 있었으나 결국 놓쳤다. 올여름부터는 신와르가 터널에서 나와 난민들 틈에 여장을 한 채 이동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그런 신와르가 그제 이스라엘군의 포격으로 사망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암살한 게 아니라 순찰 중이던 군부대, 그것도 훈련병 부대와 우발적 교전 끝에 숨졌다. 중동 지역을 온통 화약고로 몰아넣은 장본인의 죽음치고는 꽤나 허망하다.신와르는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 협력자들을 납치,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 선고를 받고 22년간 옥살이를 했다. 그때 히브리어를 배워 이번 피신 기간에도 이스라엘 신문과 TV 뉴스를 봤다고 한다. 그를 조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딥러닝의 대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77)는 58세 때인 2005년 이후 서거나 누워서만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고등학생 때 어머니 대신 벽돌이 가득 찬 난로를 옮기다가 생긴 허리 디스크 질환이 심해져 하루 한두 번 불가피한 생리적 현상을 해결할 때를 빼곤 아예 앉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실에는 서서 일할 수 있는 책상과 함께 간이침대에서 누워서 제자들과 대화하고, 식사는 식탁 아래 매트를 깔아 무릎을 꿇고 한다. 이동 시에는 택시나 버스 뒷좌석에 눕거나 열차 침대칸을 이용한다.힌턴은 ‘AI 메이커스’의 저자 케이드 메츠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자신이 앓고 있는 병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고는 이렇게 살고 있다고 했다. 병에 마음대로 하라고 해버리면 더 힘들어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대단한 정신력의 소유자다. 그의 삶은 상당수 노벨상 수상자가 그러하듯 열정과 집념으로 역경을 이겨내고 인류의 삶에 획기적 기여를 한 위대한 여정이었다.힌턴 가문은 영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학자 집안이다. 현대 대수학의 원조, 국민총소득(GNP) 개념 창시자, 정글짐 발명가,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가한 여성 물리학자 등이 그의 직계와 방계 친인척이다. 부친은 곤충학자로 영국 왕립학회 회원이었다. 그러나 가문은 영광이자 큰 압박이기도 했다. 힌턴은 “네가 정말 열심히 해야 나보다 2배쯤 나이를 먹었을 때 내 반만큼이라도 될 수 있을 거다”며 ‘4배 우월론’을 펴는 아버지를 피해 대학 졸업 후 한동안 목수 일을 했다. 대학에서도 물리학으로 시작했다가 수학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고 느끼곤 철학으로 바꿨다가 그
2011년 1월 21일 해군 청해부대는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 21명 전원을 구출하고, 해적 13명을 사살 및 생포했다. ‘아덴만 여명작전’은 우리 군이 군사작전을 통해 국민을 구출한 첫 사례이자, 세계적으로도 피랍된 상선을 군사적으로 구출한 다섯 번째 사례다. 4시간58분간 숨 가쁘게 펼친 구출 작전 끝에 임무 완료를 알리는 선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현 시간부로 대한민국 해군이 장악했습니다. 안심하고 갑판으로 나와 주십시오.”2021년 8월 미라클 작전은 우리 군이 분쟁지역에서 외국인 조력자들을 구출해낸 첫 사례다. 한국에 협력한 아프가니스탄 현지인 73가구 391명을 카불 공항에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수송한 뒤 다시 한국으로 데려오는 대규모 작전이었다. 현지 조력자들을 이끌고 카불 공항으로 가던 중 탈레반에 제지당해 버스 안에서 15시간이나 갇히는 등 긴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때 협력자들을 싣고 온 항공기가 해외 교민구출 작전 때마다 맹활약한 공군의 KC-330 시그너스 공중급유 수송기다.지난해에는 분쟁지역에서 우리 교민을 구출하면서 일본인들을 함께 구해내 화제가 됐다. 4월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교민 28명을 대피시켰을 때 일본인들도 함께 철수시켰다.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에 고립된 교민 163명을 구출하면서 남는 수송기 좌석에 일본인 51명을 함께 태워 일본 정부가 크게 사의를 표한 바 있다.지난 주말 레바논에 체류하던 국민 96명이 KC-330 시그너스를 통해 서울공항에 무사히 내렸다. 이들은 베이루트에서 출발해 중동 지역에서만 10개 영공을 넘은 끝에 고국 땅을 밟았다. 수송기를 타는 순간까지
미국 개미들의 성지로 불리는 주식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는 2021년 초 게임스톱을 둘러싼 월가 헤지펀드와 개인투자자 간 투자 전쟁에서 개미들의 본거지 역할을 하면서 유명해졌다. 당시 가장 유행한 말이 “Hold the line, Bros! (형제들이여 전선을 사수하라)”였다. 게임스톱에 대한 헤지펀드의 대규모 공매도에 개미들은 이 구호 아래 ‘존버’의 미국식 표현인 ‘diamond hands’를 외치며 주식 매집으로 맞섰다.미국에 월스리트베츠가 있다면 한국엔 디시인사이드 주식 갤러리가 있다. 이 온라인 커뮤니티는 2020년 가을 개미들을 미국 증시로 이끄는 일련의 유행어를 양산했다. “돈을 넣어두면 자동으로 돈이 더 생겨. 한마디로 돈이 복사가 된다고” 하는 ‘돈 복사기론’과 함께 “나스닥은 신이고, (나스닥에 투자하는) 나는 무적이다”라는 ‘나스닥 신론’이 대표적이다.서학 개미를 자극하는 유행어들은 한층 자극적으로 진화했다. 최근 증시의 최대 유행어는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다. 똑똑한 투자자들은 미장(미국 증시)으로 ‘주식 이민’을 가고, 멍청한 투자자만 국장(한국 증시)에 남는다는 참으로 자조적인 표현이다. 일본에도 자국 증시에 대해 ‘오와콘’(オワコン·한물간 콘텐츠)과 같은 말이 있지만, 자조의 강도가 우리 쪽이 훨씬 강하다.통계를 보면 국장 탈출론에 반론을 대기 어렵다. 올해 세계 주요 22개국 증시와 3분기까지 수익률을 비교하면 코스피는 20위, 코스닥은 꼴찌다. 전쟁 중인 러시아와 통화 가치가 폭락한 멕시코보다도 저조하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의 시가총액이 35조원 증가한 반면 유가증권시장·
스포츠 경매 사상 최고가는 홈런왕 베이브 루스의 유니폼으로 올 8월 2412만달러(약 318억원)에 팔렸다. 1932년 뉴욕 양키스와 시카고 컵스 간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양키스의 베이브 루스가 자신이 가리킨 방면으로 홈런을 친 전설적인 ‘예고 홈런’ 때 입었던 유니폼이다. 미술 작품으로 치면 모나리자급 대우다.베이브 루스만큼 스포츠 경매시장에서 대접받는 사람이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다. 조던은 운동화 경매 부문 신기록을 모두 가지고 있다. NBA 파이널에서 여섯 번 우승한 조던이 매번 파이널 시리즈에서 신었던 농구화 중 한 족씩, 총 6족 컬렉션이 소더비 경매에서 803만달러(약 105억원)에 낙찰됐다. 과거 조던의 챔피언 결정전 승리 이후 기념사진을 보면 농구화 한 짝만 신고 있는 사진이 많은데, 나머지 한 짝은 시카고 불스 홍보 담당자가 경기 직후 조던으로부터 직접 전달받아 보관하고 있었다. 조던이 시카고 불스 소속으로 뛴 마지막 해인 1998년 NBA 챔피언 결정전 때 신었다가 경기 후 친필사인을 해 볼보이에게 선물한 에어 조던 13 모델은 단일 운동화 최고가(220만달러)다.메이저리그(MLB) 사상 최초의 50홈런-50도루 대기록을 수립한 오타니 쇼헤이의 홈런볼이 여러 가지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홈런볼을 주운 행운아 남성 관중은 LA 다저스의 30만달러(약 4억원) 사례금을 거부하고 경매를 택했다. 최초 입찰가는 50만달러이나 450만달러(약 60억원)를 제시하면 경쟁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조건이다. 만일 이 가격에 곧바로 낙찰된다면 1998년 마크 맥과이어의 시즌 70호 홈런공(305만달러)을 넘어 홈런볼 경매가 신기록을 세운다.오타니 홈런볼은 경매 최고가 경신 여부와 함께 법적 이슈도
“법은 구멍이 나 있다. 내가 그 구멍을 메운다. 널 풀어준 법을 원망해라.” 웹툰 ‘비질란테’의 유명한 대사다. 낮에는 법을 수호하는 모범 경찰대생이지만, 밤이면 법망을 피한 범죄자들을 직접 심판하는 비질란테, 자경단 이야기다. 법의 구멍을 메우는 일이 바로 사적 제재다.사적 제재는 영상 콘텐츠의 단골 소재다. 현재 세계 영화계의 최고 거장 중 한 사람인 드니 빌뇌브는 유괴범을 향한 피해 아버지의 사적 복수를 다룬 <프리즈너스>, 사법 정의의 한계를 절감한 전직 검사의 가족 살해범 사적 보복을 그린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등 명작들을 찍었다. 최근 몇 년 새 한국 OTT 인기작들도 사적 제재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복수 대행을 하는 택시 운전사를 내세운 <모범택시>, 학교폭력의 사적 보복 이야기로 지난해 가장 흥행한 드라마 <더 글로리>, 올초 <살인자ㅇ난감>까지. 구멍 난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 풍조에서 즉각적이며 명쾌한 응징이 시청자의 카타르시스를 자아냈다.사적 제재 신드롬은 유튜브로도 옮겨 갔다. 지난 6월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신상 폭로건이 대표적이다. 집단 성폭행이라는 천인공노할 사건을 재조명해 대중의 환호를 끌어냈지만, 여러 유튜버가 경쟁적으로 달려들면서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와 무고한 사람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등 큰 부작용을 낳았다.이번에는 유튜버의 사적 제재로 인한 사망 유발 논란까지 일고 있다. 밤거리에 잠복해 있다가 음주운전 추정 운전자를 추적·응징하는 영상을 올리는 ‘음주운전 헌터’ 유튜버의 생중계 추적 과정에서 운전자가 대형 트레일러를 들이받아 숨진
옛 소련 위성국가였던 체코와 우리가 관계를 맺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90년 체코슬로바키아 시절 수교한 뒤 1993년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분리로 체코공화국이 수립됨에 따라 그해 재수교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미 100여 년 전 소중한 인연이 있었다. 1920년 10월 김좌진 장군이 이끈 청산리대첩의 숨은 공신은 체코군단의 무기였다. 1차 세계대전 때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지배를 받던 체코는 러시아 전선에 동원됐으나 이내 투항하고는 총구를 거꾸로 겨눠 오스트리아군과 전투를 벌였다.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붕괴로 독립을 얻은 체코군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조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뱃삯이 절실했고, 그들에게 더 이상 필요 없어진 무기가 간절했던 사람들이 한국 독립군이었다. 독립군은 체코군단에서 5만 정 이상의 총을 샀고, 그때 동포들이 군자금으로 지원한 금가락지, 은비녀, 비단, 놋요강 등이 1920년대 체코 골동품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독립군이 구매한 무기에는 러시아제 모신나강 소총과 더불어 체코산도 있었다. 그 체코 무기를 만든 곳이 스코다다. 메르세데스벤츠 등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인 스코다는 1차 대전 때는 거대한 군수기업이기도 했다. 과학·기술에 대한 체코인들의 DNA는 문학작품에서도 나타난다. 세계 최초로 로봇이란 말을 쓴 사람은 1900년대 초반 프란츠 카프카와 동시대의 체코 국민 작가인 카렐 차페크로 그가 쓴 희곡을 통해서다.한국에 한강이 있다면, 체코엔 블타바강이 있다. 유럽 10개국을 흐르는 다뉴브(도나우)강과 더불어 유럽의 대표적 강 중 하나인 엘베강의 체코 쪽 지류로, 독일어론 몰다우
요즘 외신이나 해외 저널들을 접하다 보면 ‘국뽕’이 차오르는 일이 자주 있다. 해외 저명 학자와 기업인, 언론인, 기관들이 우리 경제 발전과 한류 열풍, 기업 브랜드 파워를 극찬하는 글이 말 그대로 줄을 잇고 있다.얼추 기억나는 것만도 최근 석 달 새 네 건이 된다. 지난 6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는 ‘한국 브랜드의 성공 이면’이란 논문이 실렸다. 필자는 명문 비즈니스 스쿨 인시아드의 다비드 뒤부아 교수로 데이터 마케팅의 세계적 권위자다. 삼성, 아모레퍼시픽, 젠틀몬스터 등 K브랜드의 성공 요인을 한류 열풍과 관련지어 분석한 글에서 그는 한국의 경제·문화 발전을 얘기할 때 도외시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소환했다. 1994년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영화 ‘쥐라기 공원’ 수익이 자동차 150만 대를 수출한 것과 맞먹는다는 내용의 첨단영상산업 진흥 방안을 보고한 것을 오늘날 문화 강국 한국의 시발점으로 지목했다. 한국의 소프트 파워는 요행이 아니라 수십 년간의 전략과 실행의 산물이라는 게 요지다.지난달에는 세계적 브랜드 컨설팅회사인 울프올린스의 사이라 애시먼 CEO의 K예찬론이 미국 경제 주간지 포브스에 게재됐다. TED 고정 연사이기도 한 그는 ‘K의 모든 것(K-Everything)에 대한 전 세계적인 사랑이 엄청난 기회를 제공한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국은 글로벌 확장을 위한 청사진을 찾고 있는 신흥 개발도상국에 매력적인 케이스 스터디”라고 표현했다.압권은 세계은행의 연례 ‘세계 개발 보고서’다. 올해 주제인 ‘중진국 함정’보고서에선 276페이지 본문 중 한국을 100번 이상 언급하며 중진국 함정 극복의 대
뉴욕타임스는 얼마 전 ‘틱톡을 휩쓸고 있는 이 한국 치어리더들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상대 팀 타자가 삼진 아웃됐을 때 약을 올릴 요량으로 무심한 표정에 엄지손가락을 들고 몸을 흔드는 ‘삐끼삐끼 춤’을 추는 기아타이거즈 치어리더를 소개한 내용이다. 대만 진출설까지 도는 최고 인기 치어리더 이주은이 화장을 고치다 말고 일어나 춤추는 모습은 SNS 조회수가 8000만 회를 넘었다.프로야구 관중이 42년 만에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810만여 명에서 1년 새 200만 명 이상 급증한 것. 흥행 열풍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는 게 숏폼과 SNS다. KBO는 시즌 전 OTT 업체인 티빙과 중계권 계약을 새로 맺으며 2차 저작물을 허용하도록 했다. 일반 팬도 유튜브와 SNS를 통해 경기 영상 관련 숏폼 등을 자유롭게 올리고 공유하는 것이 가능해졌는데, 이를 통해 SNS와 ‘밈’ 문화를 즐기는 20대와 여성층이 신규 팬으로 대거 유입됐다.한국 프로야구는 그렇지 않아도 스포츠와 오락을 결합한 스포테인먼트의 세계적 성공 사례로 정평이 나 있다. 시즌 내내 세계 최대 야외 노래방이자 여름철에는 3시간짜리 워터밤 페스티벌을 연상케 한다. 신인 선수조차 저마다 응원송이 있고, 스케치북을 넘기며 응원 구호를 적고, 견제구를 던지면 전 응원단이 벌떼처럼 “마!”라고 윽박지르는 야구장이 또 어디 있겠는가. 치맥은 물론 물회 삼겹살 크림새우 뷔페까지 즐길 수 있는 야구장도 한국 아니면 찾아볼 수 없다.스포츠 마케팅 측면에서 경영학 교과서에 실릴 내용이지만, 야구 자체를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올해 야구 인기의 요인 중 하나는 전력 평준화인데,
“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1969년 7월 21일 아폴로 11호선의 사령관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한 유명한 말이다. 그로부터 55년이 지난 2024년 9월 12일, 인류의 우주탐험사에 길이 남을 또 하나의 어록이 탄생했다. “This(Earth) sure looks like a perfect world. (지구가 진짜 완벽한 세상으로 보이네요).”전문 우주비행사가 아닌 민간인 신분으로 세계 최초의 우주유영을 한 미국 핀테크업계 거부 재러드 아이작맨 시프트4 창업자(41)의 말이다. 아이작맨은 상공 700㎞ 고도에서 음속의 약 20배인 시속 2만5000~2만6000㎞로 비행하는 스페이스X의 우주선 크루드래건에서 기체 밖으로 나와 10분간 머물렀다. 전문 우주 비행사들처럼 우주선과 연결된 줄에 매달려 우주 공간에 떠 있지는 않았지만, 우주복을 입고 스카이 워커라는 이름의 해치에 부착된 구조물을 잡은 채 저 멀리 이글거리는 지구와 대비된 그의 실루엣 사진은 경외감을 자아냈다.아이작맨은 스페이스X 창업자 일론 머스크만큼 괴짜 기업인이다. 유대인 출신으로 16세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부모 집 지하실에서 결제 처리 업체 시프트4를 창업했다. 연간 2000억달러의 거래를 처리하는 시프트4는 미국의 식당과 호텔 중 3분의 1가량이 고객이다. 그의 재산은 19억달러(약 25조2000억원)로 추정된다. 그가 열광하는 분야는 우주와 비행이다. 취미로 비행을 시작해 전투기를 직접 조종할 실력을 갖췄다. 그가 운영하는 경전투기팀이 최단 시간 세계일주 비행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아이작맨의 꿈은 머스크처럼 지구 외에 또 다른 행성에서 인간이 살 수 있
‘아마추어 정신’의 상징 서울대 야구부의 통산 전적은 410전 2승 2무 406패다. 첫 승은 1977년 창단 후 27년 만인 2004년, 201번째 경기에서였다. 언론에 대서특필된 반면 희생양 송원대 야구부 감독은 이틀 동안 전화기를 끈 채 잠수를 타야 했다. 두 번째 승리는 올 4월, 첫 승 이후 20년 만에 따냈다.서울대 야구부처럼 20년 만에 승리를 추가해 화제가 되고 있는 스포츠팀이 있다. 유럽 최소국인 교황령 산마리노공화국 축구 대표팀이다. 산마리노 대표팀은 얼마 전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 리그 조별 예선전에서 리히텐슈타인을 1-0으로 이겼다. 2004년 역시 리히텐슈타인을 상대로 A매치 첫 승을 거둔 뒤 승수 하나를 더 쌓는 데 20년이 걸렸다. 1986년 대표팀 출범 이후 통산 전적은 215전 2승 11무 202패.산마리노는 국제축구연맹(FIFA) 210개 회원국 중 최하위 210위다. 인구 3만3000명에 축구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대부분 선수가 투잡을 뛰고 있다. 낮에는 그래픽디자이너, 학생, 식당 주인 등으로 일하다가 야간에 훈련한다. 주전 골키퍼가 경기 직전 부상을 당해 은행원인 후보 골키퍼가 근무 중에 달려온 적도 있다.그래도 월드컵 예선과 유로컵 예선에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개근 출전’하고 있다. FIFA 랭킹 198위로 산마리노와 같이 ‘승점 자판기’ 신세인 알프스 산중의 ‘우표의 나라’ 리히텐슈타인도 끊임없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영국의 한 작가가 2002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이 나라 경기만 쫓아다니며 제목을 우표에 빗대 'Stamping Grounds'란 책을 냈을 정도다.산마리노와 리히텐슈타인 축구팀, 서울대 야구부를 지켜주는 힘은 열정과 끈기, 자존감이다. 리히텐슈타
mRNA(메신저리보핵산) 코로나 백신 개발에 결정적 기여를 한 공로로 지난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커털린 커리코가 공동 수상자 드루 와이스먼을 처음 만난 건 대학 도서관 복사기 옆에서였다. 1997년, 과학 저널을 복사해서 읽을 당시, 복사실의 복사기 한 대는 사실상 그녀의 전용이었다.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복사기로 한 중년 남성이 열심히 복사를 하고 있었다. 논문 하나를 끝내곤 연이어 또 다른 논문을 복사하기 시작했다. 커리코는 짜증이 났지만, 인사를 나누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서로에 대해 몇 마디 오간 뒤 커리코는 온통 자신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던 mRNA 얘기를 초면부터 늘어놨다. 와이스먼은 백신 연구에 매달리고 있던 면역학자다. 둘은 대화 중 서로의 동공이 커지는 것을 느꼈다. 커리코는 mRNA의 치료적 가능성에만 몰두한 나머지 백신에는 관심이 없었다. 와이스먼은 항원을 세포에 전달할 방법을 찾아 모든 가능성을 시험했다고 생각했는데, 한 가지 빠진 것을 알았다. mRNA였다.인류를 대재앙에서 구해낸 역사적 연구는 그렇게 복사기 한편에서 시작됐다. 커리코의 표현대로 면역을 몰랐던 RNA 학자와 RNA 경험이 없는 면역학자가 자물쇠-열쇠처럼 결합한 순간이다. 노벨상에는 못 미치더라도 국내 제약사에 한 획을 그은 국산 1호 FDA 승인 항암제 렉라자의 개발 과정도 우연의 연속이었다. 과학자로 치열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우연한 만남은 그들의 마음속 절박함에 불을 붙여 필연의 업적을 일궈내는 모양이다.렉라자 주역 조병철 연세대 의대 교수는 2013년 렉라자의 신약물질 개발자인 바이오텍 제노스코의 고종성 대표로부터 메일을 받고 처음으로 만났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갈등을 빚을 때마다 소환되는 사람들이 김영삼 전 대통령(YS)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다. 권력 1, 2인자는 늘 애증의 관계지만, YS와 이 전 총재만큼 반목과 충돌을 되풀이한 사이는 좀체 찾아보기 힘들다. 덧붙여 한 대표와 이 전 총재는 데칼코마니처럼 닮은 구석이 많다.이 전 총재는 ‘이회창 신드롬’을 등에 업고 정계에 입문했다. 1989년 대법관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하던 그는 국회의원 재선거 때 여야 후보 전원을 불법 선거 혐의로 고발하고, 노태우 대통령과 여야 총재들에게까지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선거 뒤에는 부정선거 풍토를 막지 못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선관위원장직을 던졌다. ‘대쪽’ ‘법치’의 상징이 된 그는 김영삼 정부 감사원장에 이어 국무총리가 된 뒤 127일 만에 사퇴하곤 다시 신한국당 대표로 영입됐다.한 대표는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46세 최연소 검사장에 올랐다가 조국 수사 이후 1년 반 새 네 번의 좌천이라는 시련을 겪었다. 그의 법무부 장관 취임 100일 때에 ‘검수원복 감사’ 문구가 달린 축하 화환이 법무부 청사 앞을 뒤덮을 정도로 두꺼운 지지층이 형성됐다. 막강한 팬덤을 타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고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가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지지로 당 대표에 컴백했다.대통령 가족 문제로 마찰을 빚은 것도 공통점이다. 이 전 총재는 YS 차남 현철씨의 정계 진출을 거부해 YS의 미움을 샀고, 한보 사건에서도 엄정 대응 방침을 고수해 현철씨는 결국 구속기소와 함께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갈등도 김
미국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주문할 때면 한 번쯤 겪었을 고충이다. 세트 메뉴 달라고 하면 종업원은 못 알아들은 눈치다. ‘set’가 아니라 ‘meal’이기 때문이다. 가장 난감한 것은 종업원의 마지막 질문이다. “For here or to go?” 테이크 아웃이라고 하면 알아듣기 편했을 텐데. ‘take out’은 재료를 빼 달라는 전혀 엉뚱한 뜻이다.요즘은 이런 상황에 처할 일이 드물다. 무인 단말기 키오스크 덕이다. 종업원과 말 한마디 섞지 않고 터치스크린 화면에서 손동작 몇 번으로 주문, 결제를 단박에 끝낼 수 있다. 언어 장벽을 뛰어넘게 해준 키오스크의 힘이다. 과거 정부 기관이나 대형 기관의 정보 조회용으로 출발한 키오스크는 은행 자동입출금기(ATM)를 거쳐 패스트푸드점은 물론 이젠 웬만한 음식점에 필수 시설로 자리 잡았다. 공항 철도 극장 등 공공장소와 식당 테이블까지 장악한 키오스크는 국내에 45만 대(2022년)이상 보급된 것으로 추정된다.키오스크의 진화는 경조사 문화도 바꿔놓고 있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조의금 키오스크가 있다. 현금이 없어도 30만원까지 조의금을 신용카드로 낼 수 있다. 당연히 할부도 가능하다. 키오스크를 통한 조의금은 유족이 장례식장 비용을 결제할 때 차감되는 ‘신박한’ 정산 시스템이다.부의금 키오스크는 축의금 키오스크로도 발전했다. 결혼식장 축의금 접수대에 마련된 키오스크에 축의금을 넣으면 식권·주차권이 나오는 방식이다. 접수대를 맡길 친인척이 마땅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인기라고 한다. 축의금 절도나 빈 봉투를 내고 식권을 받아 가는 ‘얌체족’ 방지 효과도 있다.물론 신문화가 모
더불어민주당 새 강령에는 ‘기본사회론’ 외에도 이 당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들이 담겨 있다. 관심이 기본사회에 몰린 탓에 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을 뿐인데, 그 대표적 분야가 통일과 외교·안보 정강이다.민주당 통일 강령의 요체는 ‘전쟁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다. 이전 정강에선 한 번 비쳤던 이 표현이 신강령에는 세 군데에 걸쳐 부각되고 있다. 그 자체로는 누구도 시비 걸 수 없을 것 같은 이 말의 실제 의미는 위험천만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이어 이재명 대표가 누누이 주창하는 ‘나쁜 평화론’, ‘더러운 평화론’의 또 다른 수사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전쟁으로 수십 년 만에 다시 ‘전쟁의 시대’를 맞아 전 세계가 군사력 강화에 총력전으로 나서고 있는 이때 나 홀로 ‘반전’과 ‘평화’를 치켜들고 안보 갈라파고스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이 한국의 민주당이다.베트남 작가의 ‘나쁜 평화라도 좋은 전쟁보다 낫다’라는 말을 애용했던 문 전 대통령이 남긴 안보 유산을 되짚어 보자. 트럼프의 안보보좌관이던 존 볼턴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는 문 전 대통령을 ‘조현병 환자’에 비유한 대목이 있다. 트럼프와 비핵화 협상 시 김정은의 기만적 의도를 꿰뚫었던 볼턴의 입장에서 김정은의 메신저를 자처하며 협상 지속에 병적으로 집착한 문 전 대통령이 그렇게 보였을 법하다.두어 달 전 나온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를 보면 볼턴 표현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그의 심정에 꽤나 이해가 간다. 문 전 대통령은 책 곳곳에서 김정은에게 인정받았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싱가포르 회
방글라데시 사태는 국가 몰락의 전형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득권을 등에 업은 세력이 권력과 이익 독점을 위해 극단적 분열과 대결을 부추기고 경제는 파탄에 빠지는 경로다. 사태를 촉발한 건 독립유공자 공직 할당제다. 방글라데시에서 공무원은 각종 복지혜택을 받아 안정적인 데다 ‘부패 천국’에서 뇌물까지 보장된 ‘꿈의 직업’이다. 매년 대학 졸업생 40만 명에 공직은 고작 3000개. 그런 자리를 파키스탄 지배 시절 독립운동을 한 유공자 후손에게 30%를 강제 할당한다고 하니 청년들이 가만있을 리 만무하다.시위 학생들은 독립유공자 후손인 셰이크 하시나 총리(인도로 도피) 정권이 자신들의 후손을 공직에 ‘꽂기’ 위해 할당제를 부활시켰다고 보고 있다. 독립유공자 자녀 할당제라는 허울을 쓴, 실제론 기득권 대물림이라는 것이다. 하시나는 ‘방가반두’(벵골의 친구)로 불리는 방글라데시의 국부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의 장녀다. 그와 더불어 방글라데시 독립운동사의 양대 산맥이 독립군 총사령관을 지낸 지아우르 라만 전 대통령이고, 그의 부인이 하시나 이전에 총리를 지낸 칼레다 지아다. 두 가문은 같은 하늘에서 살 수 없는 원수지간이다. 서로 집권 때마다 피의 보복이 자행됐고, 칼레다 지아는 정적인 하시나 축출 하루만에 가택연금에서 해제됐다.총 5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사태에서는 대학생 간 집단 난투극도 있었다. 할당제를 놓고 찬반 양측이 충돌했는데, 경찰이 반대 학생들만 강경 진압한 게 사태를 키웠다.이번 사태로 방글라데시 총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의류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H&M, 자라, 유니클로 등이 공장을 폐
2004년 아테네올림픽 현지 적응차 아테네에 온 양궁 남녀 국가 대표 선수 6명은 담력 훈련으로 코린토스 운하 번지 점프대에 갔다. 서거원 감독이 솔선수범으로 높이 95m 점프대에서 제일 먼저 뛰고, 이어 선수들은 희망자 순으로 뛰기로 했다. 첫 번째로 한 여자 선수가 뛰었고, 두 번째와 세 번째도 여자 선수들이었다. 남은 남자 선수 3명은 자원이 아니라 연장자 역순으로 뛰기로 정하고 막내부터 뛰었다. 그해 올림픽 개인전 성적은 묘하게도 번지점프 순서대로였다. 가장 먼저 뛴 박성현이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두 번째 이성진이 은메달을 차지했다. 나머지는 모두 개인전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그렇게 배짱을 키운 박성현에게도 가슴 아픈 기억이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인 결승전에서 중국 선수에게 1점 차(총점제)로 패해 한국 여자 개인전 금메달 행진을 이어가지 못했디. 박성현이 분패한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응원단의 비매너 소음 방해였다. 화살을 놓기 직전 크래커 타임마다 중국 응원단에서 새어 나오는 호루라기 소리에 집중력이 흐트러진 탓이다. 이 일은 우리 양궁팀의 훈련 체계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잠실 야구장의 수만 관중 앞에서, 미사리 경정장에선 야유를 받아 가며, 심지어는 군인들이 함성을 질러대는 극한 상황을 설정해 놓고 훈련했다.이번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은 그야말로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5개 전 종목 금메달 석권에 김우진·임시현 두 명의 3관왕을 배출했다. 우리 양궁팀의 선전 비결을 정리하면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성공 조직의 요체와 상통한다.우선 처절한 목표 의식과 부단한 도전정신이다. 이번 대회를 포함해 총 5개의 금메달로 전 세계 양궁 올
동네방네 자랑질을 일삼는 사람을 ‘덜 떨어졌다’고 해서 팔불출(八不出)이라고 한다. 그 첫째는 물론 제 자랑이고 두 번째가 자식 자랑이다. 과도한 자식 얘기는 으레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옛사람들은 그래서 “부모는 자식 자랑하지 말고, 자식은 부모 흉보지 말라”고 했다.대화 중 피해야 할 화젯거리로 자식처럼 ‘ㅈ’으로 시작하는 두 음절 단어가 많다. 우선 ‘집안’이 있다. 우리 조상이 어떻고, 형제가 어떻고, 시댁·처가가 어떻고 하는 얘기다. 집안보다 더 광범위한 인맥이 ‘지인’이다. “내가 누굴 잘 아는데…” 하면서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이런 꼴불견의 특징은 자존심만 높고 자존감은 낮은 사람들이다.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이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 불안한 마음에 왜곡된 자기 포장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초면에 사는 곳부터 묻는 사람도 있다. 이어 아파트 평수, 자가인지 전·월세인지 파악하면서 대화를 ‘재산’ 얘기로 몰고 가려는 부류다. 고향을 확인하면서 ‘지역’ 갈라치기에 나서는 사람들도 기피 대상이다. ‘종교’ 역시 조심스러운 대화 항목이다. 자칫 세계관의 차이로 큰 싸움이 날 수 있다.그러나 위의 여섯 가지보다 가장 위험한 대화 주제는 ‘정치’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신념이라는 절대 선(善)을 건드려 불구대천 원수가 될 수 있는 게 정치 얘기다. 얼마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 58%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나 결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구·지인이더라도 정치 성향이 다르면 술자리를 할 수 없다는 응답도 3
20세기의 지성 이탈리아의 움베르토 에코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란 책에서 항공기 기내식에 한 장을 할애했다. 협소한 데다 흔들리는 공간에서 간편식 대신 포크와 나이프를 써야 하는 기내식을 내는 이유를 그는 이렇게 추론했다. “승객으로 하여금 호사를 누리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하려는 것”이라고.한국인 승객들에게 이런 느낌을 주는 기내식에 아주 값싼 메뉴가 있다. 라면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너무나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인데도 항공기만 타면 작심하고 라면을 시키는 사람이 적지 않다. 3만5000피트(1만m) 상공에서 라면을 먹는다는 것이 호사로 여겨지는 모양이다.대한항공이 오는 15일부터 일반석에 컵라면 제공을 중단한다고 한다. 난기류가 급증하자 승객과 승무원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올해 난기류 발생 건수는 2019년 대비 5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얼마 전 싱가포르 항공기가 난기류를 만나 승객 1명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다친 사고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뜨거운 라면을 옮기거나 먹고 있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겠는가.항공기에서 라면은 위험 식품이자 혐오 식품이기도 하다. 그러잖아도 자극적인 라면 냄새는 밀폐된 공간에서 다른 승객들의 신경을 더 건드린다. 샌드위치처럼 조용히 먹을 수 있는 음식과 달리 라면은 먹을 때 ‘후루룩’ ‘쩝쩝’ 소리를 내게 돼 옆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고 수면을 방해한다.이런 위험과 민폐에도 불구하고 기를 쓰고 먹을 만큼 기내식 라면이 맛있을까. 고도가 높을수록 기압이 떨어져 물의 끓는점이 낮아지기 때문에 면이 덜 익어 밀가루 맛은 더 난
올드팝 팬들에게 익숙한 해리 벨라폰테의 ‘마틸다’는 한 남성이 집과 땅을 사기 위해 침대 베개 속에 꿍쳐 놓았던 500달러를 마틸다라는 여성이 들고 튀었다는 게 가사 요지다. 마틸다가 도망간 나라가 베네수엘라다.독일의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23 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부패한 나라로 평가됐다. 베네수엘라의 독재자 우고 차베스는 1998년 기존 정치권의 부정부패를 비판하면서 정권을 잡았으나, 그의 집권 뒤에 부정부패는 개선은커녕 더 심해졌다. 차베스의 고향 바리나스주의 주지사 자리는 1998~2021년까지 23년간 그의 아버지와 형, 동생이 돌아가면서 차지했다. 동생은 직무 중 세 번이나 부정부패 혐의로 고발됐으나, ‘차비스모’로 불리는 차베스주의자가 장악한 법원이 매번 기각했다.차베스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사법 비상위원회를 두고 판사 수백 명을 교체하면서 사법부를 틀어쥐었다. 연동형 비례제로 입법부를, 제 식구 앉히기로 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한 뒤 친정부 언론에 12배나 많은 정부 광고를 배정하는 식으로 언론도 길들였다. 그는 일요일 아침마다 ‘알로 프레지덴테(안녕하세요 대통령)’라는 1인 TV쇼를 평균 6시간씩이나 진행했다.버스 기사 출신으로 노동 운동을 하다가 차베스와 연을 맺어 후계자가 된 사람이 지금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다. 지난해 베네수엘라에선 암호화폐로 거래된 30억달러(약 4조1200억원)의 석유 대금이 돈세탁 과정에서 증발한 초대형 부패 스캔들로 20여 명이 체포되거나 옷을 벗었다. 이에 연루된 석유부 장관이 마두로의 최측근이다.마두로의 3연임 당선을 놓고 베네수엘라가 다시 아노미 상태
최경주는 미국 진출 초기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내비게이션도 없던 시절 영어마저 짧은 그는 골프장 찾는 것부터가 큰일이었다. 한 번은 숙소에 같이 묵고 있던 미국 선수를 따라나섰는데, 20분쯤 달려 그 선수가 도착한 곳은 골프장이 아니라 슈퍼마켓이었다. 돌아갈 길도 몰라 아기 기저귀와 분유를 사 들고 나온 그 뒤를 따라 숙소로 돌아온 일도 있었다.그렇게 해서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는 큐스쿨을 통과해 2000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프로골프( PGA)에 데뷔했다. 영어라곤 ‘생큐’나 할 줄 아는 그가 어렵게 캐디에게 말을 걸면 ‘What?, what?’ 하면서 짜증을 내거나 심지어는 ‘You idiot!(돌대가리)’라고 무시했다. 클럽을 건네받지도 않은 채 먼저 앞으로 나가는 캐디도 있었다.그런 설움 속에서 최경주는 2002년 컴팩클래식에서 우승했다. 미국 진출 후 74번째 대회 만이다. 한국인 최초는 물론 아시아를 통틀어도 일본의 아오키 이사오와 마루야마 시게키에 이어 세 번째였다. 그 뒤 최경주는 일곱 번을 더해 아시아인 최다인 PGA 8회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검게 그을린 피부에 늘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그에게 매스컴은 ‘코리안 탱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올해 54세인 최경주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 탱크다. 지난해 50세 이상 선수들이 참가하는 PGA 챔피언스투어에서 한국인 첫 우승에 이어 올해는 54세 생일날에 ‘아일랜드 기적’ 샷으로 국내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웠다. 그러곤 어제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PGA 챔피언스투어 메이저대회인 ‘더 시니어 오픈’에서 꿈에 그리던 메이저 타이틀마저 거머쥐었다.최경주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ls
우디 앨런 감독, 오웬 윌슨·마리옹 코티야르 주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주인공은 자정이 되면 1920년대 파리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그가 만나는 사람의 리스트. <위대한 개츠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를 비롯해 어니스트 헤밍웨이, 살바도르 달리, 파블로 피카소, T S 엘리엇, 앙리 마티스, 코코 샤넬 등이다.예술가들이 모이는 곳은 예술 주 소비층인 부유층과 귀족이 만나는 곳이다. 파리를 예술의 도시로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은 1853~1870년까지 17년간 파리 시장을 지낸 조르주 외센 오스만이다. 그는 악취와 비좁은 골목길, 교통난으로 악명 높은 중세 유럽 도시 같던 파리를 유럽 부자들이 동경하는 계획도시로 개조했다.도시를 관통하는 50개 대로와 개선문·콩코르드 광장 같은 상징물 설치, 600㎞ 하수도 정비, 주요 건물 500m 내 공원 조성 계획에 따라 몽수리 공원 등 여의도 면적 두 배가 넘는 도심 숲과 28개 중소 녹지 조성, 7만5000동의 건물 건립에 이어 그의 사후인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건설된 에펠탑, 오르세, 알렉상드르 3세 다리 등으로 화룡점정을 찍는다.예술의 도시답게 파리올림픽에는 역대 올림픽 최초의 창의적 이벤트들이 마련됐다. 개회식부터 경기장이 아니라 파리의 상징 센강에서 선상 행진으로 열린다. 각국 선수단은 수백 척의 배에 나눠 타고 주변에 노트르담 대성당과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콩코르드 광장 등 명소들이 보이는 6㎞를 이동해 에펠탑 인근에 도착한다.경기장도 ‘예술’이다. 비치발리볼 경기는 에펠탑 아래의 마르스 광장에서, 스케이트보드와 브레이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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