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여성들이여! 그대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은 전부 보부아르 덕택이다!"시몬 드 보부아르가 사망한 1986년, 프랑스 철학자이자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옹호자 엘리자베스 바댕테르는 그를 추모하기 위해 시사 주간지에 이같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페미니즘은 보부아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보부아르는 페미니스트의 상징과도 같다. 그는 저서 <제2의 성>을 통해 전통 사회에서 만들어진 모성과 여성성을 과감하게 해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론에 그친 것이 아니라 생전에 페미니즘 관련 사회운동과 시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김복래 안동대 교수가 쓴 <급진적 페미니즘>은 바댕테르를 비롯해 보부아르를 과도하게 우상화하는 태도에 반기를 든다. 이 책은 보부아르를 바라보는 신화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비판적인 시선으로 그의 삶과 사상을 추적해 나간다.저자는 보부아르가 개인적으로 방탕한 삶을 살았다고 지적한다. 양성애자였던 그는 생전에 자신의 학생들과 동성애 관계를 맺었다. 보부아르가 만난 상대는 계약결혼을 맺은 사르트르의 문하생부터 미국 작가, 기록영화 감독 등 저명인사, 자신의 여제자들까지 다양했다. 그는 "미성년자를 방탕의 길로 선동했다"는 죄질로 고소돼 교직을 박탈당하기도 했다.보부아르에 대한 비판은 급진적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급진적 좌파 페미니즘이 남성 중심 사회의 괴물과 싸우는 동안 또 다른 괴물로 성장했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여성 운동이 지나치게 호전적이고 윤리적 기반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페미니즘이 여성 문제에 대한 실용적인 해결책을 모색
치약이 나왔을 때 처음엔 쓰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아무 맛이 없어서 치약을 묻혀 닦아도 물만 적신 칫솔로 닦는 것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금처럼 입안 가득 시원한 향이 퍼지는 민트 맛 치약이 처음 나왔다. 민트 맛은 세정력과 관계가 없지만, 시원한 향은 사람들로 하여금 치아가 더 깨끗해진 느낌을 줬다. 이는 칫솔에 치약을 묻히는 습관이 대중화하는 계기가 됐다.일본의 한 광고대행사가 쓴 <본능 스위치>는 소비자로 하여금 상품의 장점을 극적으로 느끼게 만들고, 자꾸만 쓰고 싶어지게 만드는 히트 상품의 비결을 파헤친다. 책은 소비자의 본능을 자극하는 히트 상품의 요소를 이른바 '본능 스위치'라고 부른다.민트맛 치약과 유사한 본능 스위치는 땀 닦이 시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땀 닦이 시트는 끈적한 피부를 청결하게 만드는 게 기본 기능이다. 제조사 측은 여기에 순간적인 냉각 효과를 더했는데, 이는 시원한 느낌으로 제품이 주는 청결한 느낌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다. 맥주잔과 비슷하게 디자인된 하이볼잔은 '세리머니형 본능 스위치'다. 1970년대, 일본 주류업체 산토리는 저조한 위스키 판매량을 늘리고자 하이볼을 마케팅에 활용했다. 원래 하이볼잔은 날씬한 유리잔이었지만, 산토리는 맥주 대신 하이볼 소비를 늘리기 위해 생맥주잔과 유사한 하이볼 전용잔을 개발했다. 소비자들이 커다란 생맥주잔을 들고 건배를 위친 뒤 꿀꺽꿀꺽 마시는 행위에 쾌감을 느낀다는 점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다. 무인양품에서 출시해 큰 인기를 끈 벽걸이형 CD 플레이어도 마찬가지다. 이 CD 플레이어는 일본 주택의 환풍기 모양으로 디자인됐다. 환풍
국내 최초 아동 도서전인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오는 28일 개막한다.19일 서울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열린 2024 부산국제아동도서전 기자간담회에서 윤철호 출협 회장은 “지난 6월 흥행한 서울국제도서전은 성인 독자를 위한 책이 주를 이뤄 아동 도서 출판사와 작가의 아쉬움이 컸다”며 “이번 도서전은 국내 아동도서를 일반 독자와 해외 출판인에게 소개하는 플랫폼”이라고 밝혔다.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은 다음달 1일까지 나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출협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시가 후원하는 이번 도서전에는 총 16개국에서 193개(국내 136개·해외 57개) 출판 관련 단체가 참여한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은 이수지 작가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은 백희나 작가, 올해 칼데콧상 명예상을 수상한 차호윤 작가 등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를 비롯해 총 118명의 작가 및 연사가 도서전을 찾는다.올해 도서전 주제는 ‘라퓨타’다. <걸리버 여행기>에서 걸리버가 세 번째로 여행한 곳으로, 하늘에 떠 있는 상상의 나라다. 주일우 부산국제아동도서전 집행위원장은 “원작자 조너선 스위프트는 라퓨타를 과학 기술을 맹신하는 사람들을 풍자하는 뜻으로 사용했지만 후대 작가들에겐 무한한 상상력의 원천이 됐다”며 “어린이의 상상력을 자극해 즐거운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주제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도서전에선 400권의 책으로 이뤄진 도서 전시도 열린다. 라퓨타 주제에 맞춰 어린이가 자유롭게 책을 읽고 경험할 수 있도록 체험 공간도 마련된다. 이번 도서전에 전시 큐레이터로 참여한 김지은 아동문학평론
국내 최초 아동 도서전인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오는 28일 개막한다. 19일 서울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열린 2024 부산국제아동도서전 기자간담회에서 윤철호 출협 회장은 "지난 6월 흥행한 서울국제도서전은 성인 독자를 위한 책이 주를 이뤄 아동 도서 출판사나 작가의 아쉬움이 컸다"며 "이번 도서전은 국내 아동도서를 일반 독자와 해외 출판인들에게 소개하는 플랫폼"이라고 밝혔다.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은 다음달 1일까지 나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출협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시가 후원하는 이번 도서전에는 총 16개국에서 193개(국내 136개·해외 57개)의 출판 관련 단체가 참여한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은 백희나 작가, 올해 칼데콧상 명예상을 수상한 차호윤 작가 등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를 비롯해 총 118명의 작가 및 연사가 도서전을 찾는다. 올해 도서전 주제는 '라퓨타'다. <걸리버 여행기>에서 걸리버가 세 번째로 여행한 곳으로, 하늘에 떠 있는 상상의 나라다. 주일우 부산국제아동도서전 집행위원장은 "원작자 조너선 스위프트는 라퓨타를 과학 기술을 맹신하는 사람들을 풍자하는 뜻으로 사용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등 후대 작가들에겐 무한한 상상력의 원천이 됐다"며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즐거운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주제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아동도서전 중 하나인 이탈리아 볼로냐아동도서전은 관람객으로 아동을 받지 않는다. 출판 관계자나 작가 등이 참여해 주로 저작권을 거래하는 플랫폼이라
‘한강 열풍’ 속 신간 도서가 약진했다. 11월 둘째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에 따르면 국내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가 각각 1~3위를 차지했다. 이어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의 새로운 시대를 분석한 <트럼프 2.0 시대>가 전주 대비 세 계단 상승한 4위를 기록했다. 내년 소비 경향을 주도할 키워드를 전망한 <트렌드 코리아 2025>는 7위다. <사피엔스> 등 글로벌 베스트셀러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넥서스>는 10위에 올랐다.신연수 기자
고대의 어느 랍비가 이런 말을 남겼다. “인간은 서른에 힘의 정점에 도달한다. 마흔이 되면 지혜를 얻고, 쉰엔 조언을 줄 수 있게 된다. 예순과 칠순엔 각각 노년과 만년에 도달한다.”헨리 올리버가 쓴 <세컨드 액트(Second Act)>는 말년의 잠재력을 탐구한 책이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뒤늦게 성공한 사람들, 세상의 늦깎이를 응원하고 찬양한다.인생 후반기에 성공한 다양한 사례가 실렸다. 워싱턴포스트를 세계적인 신문으로 키운 캐서린 그레이엄은 40대 중반에 경영을 시작했다.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말년에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등 대표작을 남겼다. 50대에 캘리포니아의 작은 햄버거 가게를 세계적인 브랜드 맥도날드로 성장시킨 레이 크록도 있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게으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성공을 거두기 전까지 대부분 오랜 기간 공부와 실험을 거쳤다. 토대를 마련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인생 후반기에 꽃이 만개할 수 있었다.책은 노화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인용한다.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하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노화를 늦춘다는 연구 등이다. 저자는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인지 능력 저하에 대한 두려움이 과장됐다고 말한다. 우리가 노년기의 지혜와 경험을 지나치게 과소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성취란 단순히 정신 능력이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가진 능력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적응하는 데 달려 있다고 설명한다.인생의 궤적은 예측하기 어렵다. 우연한 만남이나 운 등에 영향을 받는다. 저자는 예측할 수 없는 요소들이 인생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삶의 공간을 만들어놔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심리
<때로는 개가 사람보다 낫다>엔 사람보다 나은 개의 이야기가 모여 있다. 이종묵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조선시대 선조들이 남긴 개에 관한 이야기 31편을 모았다. 사람을 사랑한 개, 개를 사랑한 사람의 이야기가 섞여 있다.우리 조상은 개를 통해 인간을 꾸짖는 교훈적인 글을 많이 썼다. 주인을 화재에서 구하고 죽은 개, 다른 개의 새끼에게 젖을 나눠 먹이는 개, 불심이 있어 몸에서 사리가 나온 개 이야기 등이다.개를 정성 들여 키우는 방법을 기록한 글도 있다. 19세기 실학자 이규경은 ‘오주연문장전산고’의 ‘구변증설’에서 개 키우는 여러 방법을 소개했다. 개가 여위면 미꾸라지 한두 마리를 먹여주면 된다. 생흑임자를 개 발에 바르고 비단으로 싸주면 천 리를 갈 수 있고, 개에 파리가 붙을 땐 향유를 두루 발라주면 된다. 오늘날 개를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우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신연수 기자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인공지능(AI)을 연구한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두 사람은 AI의 기반이 된 인공 신경망과 머신러닝 등에 대해 기초적 발견을 한 물리학자다. 수상 소식에 물리학계는 깜짝 놀랐다. 그간 노벨물리학상이 천체물리나 입자물리 등 순수과학 성과를 주로 인정해왔기 때문이다.과학 저널리스트 조지 머서가 쓴 <우리를 방정식에 넣는다면>은 홉필드·힌턴 교수를 비롯해 인간의 의식과 마음을 연구하는 최신 물리학의 움직임을 소개한다.기존에 물리학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은 물리학과 마음이 전혀 다른 영역에 속해 있다고 믿었다. 물리학이 원소로 이뤄진 물질의 위치와 운동을 숫자로 나타내는 과학이라면, 마음은 방정식이나 그래프로 나타낼 수 없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여겨졌다.변화가 시작된 건 양자역학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양자역학은 입자가 관찰됨으로써 비로소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관찰하기 전까지 입자는 특정한 위치도 없고, 빈칸을 채워 넣지 않은 규정되지 않은 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관찰하고 들여다보는 순간에야 입자를 특정한 위치에서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자 물리학자들은 “입자에 모호한 위치성을 지우고 정확한 위치를 갖게 하는 요인은 단 하나, 관찰자의 마음뿐”이라고 말한다.이는 인간이 의식함으로써 실재를 만들어간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우리가 인식하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우리가 관찰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우리가 기대한 대로 인지한다. 인간의 뇌는 우리가 눈을 뜨거나 시선을 돌릴 때마다 새로 정보를 처리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인공지능(AI)을 연구한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두 사람은 AI의 기반이 된 인공 신경망과 머신러닝 등에 대해 기초적 발견을 한 물리학자다. 수상 소식에 물리학계는 깜짝 놀랐다. 그간 노벨물리학상이 천체물리나 입자물리 등 순수과학 성과를 주로 인정해왔기 때문이다. 과학 저널리스트 조지 머서가 쓴 <우리를 방정식에 넣는다면>은 홉필드·힌턴 교수를 비롯해 인간의 의식과 마음을 연구하는 최신 물리학의 움직임을 소개한다. 기존에 물리학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리학과 마음이 전혀 다른 영역에 속해 있다고 믿었다. 물리학이 원소로 이뤄진 물질의 위치와 운동을 숫자로 나타내는 과학이라면, 마음은 방정식이나 그래프로 나타낼 수 없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여겨졌다. 변화가 시작된 건 양자역학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양자역학은 입자가 관찰됨으로써 비로소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관찰하기 전까지 입자는 특정한 위치도 없고, 빈칸을 채워 넣지 않은 규정되지 않은 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관찰하고 들여다보는 순간에야 입자를 특정한 위치에서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자 물리학자들은 "입자에 모호한 위치성을 지우고 정확한 위치를 갖게 하는 요인은 단 하나, 관찰자의 마음뿐"이라고 말한다. 이는 인간이 의식함으로써 실재를 만들어간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우리가 인식하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우리가 관찰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우리가 기대한 대로 인지한다. 인간의 뇌는 우리가 눈을 뜨거나 시선을 돌릴 때마
서점가에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열풍이 불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정치와 경제, 외교안보 등 다양한 측면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전망하는 책이 쏟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 맞닥뜨리는 환경도 아니지만 워낙 과격하고 불확실한 행동을 해온 인물인 터라 대비하려는 독자가 급증한 영향이다. ○한강 아성 넘보는 트럼프13일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종합 베스트셀러에서 <트럼프 2.0 시대>가 종합 7위에 올랐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책(1~6위)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순위다. 미국 대선 결과가 확정된 지난 6일 판매를 시작한 이후 하루 만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예스24 관계자는 “구매층 중 3040세대가 66.4%를 차지해 주로 장년층 독자가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책은 트럼프 2기를 ‘슈퍼 트럼프 시대’라고 부른다. 1기보다 더욱 강력해진 권력으로 트럼프가 강경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펼 것이란 이유에서다. 책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방식과 한국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산업이 어떻게 위태로워질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트럼프 집권의 나비효과가 국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도 분석한다.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려는 트럼프 경제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이럴 경우 미국 중앙은행(Fed)은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한국 금리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폭탄이 터질 수도 있다.<트럼프 코리아>는 이번 대통령선거 유세 기간 동안 트럼프가 한 주요 연설을 해설과 함께 엮은 책이다. 트럼프는 이번 유세에서도 북핵 문
"만약 제가 지금 대통령이었다면 한국은 우리에게 연간 100억달러를 지불하고 있을 겁니다. (한국은) 진짜 '머니 머신'이라니까요." (도널드 트럼프, 지난달 16일 일리노이주 시카고 경제인 클럽 대담에서) 미국 대선 이후 국내 서점가에서 '트럼프 열풍'이 불고 있다. 기존 정치문법에서 벗어난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답을 찾으려는 독자들이 잇따라 서점을 찾으면서다. '트럼프 2기'가 정치·경제·외교안보적 측면에서 어떻게 흘러갈지 분석하고 전망하는 책이 발빠르게 쏟아지고 있다.트럼프 책 내자마자 베스트셀러13일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이번달 첫째주 종합 베스트셀러에서 <트럼프 2.0 시대>가 종합 7위에 올랐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책(1~6위)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순위다. 이 책은 미국 대선 결과가 확정된 지난 6일 판매를 시작한 이후 하루만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예스24 관계자는 "구매층 중 3040세대가 66.4%를 차지해 주로 중장년층 독자가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다가올 트럼프 2기를 '슈퍼 트럼프 시대'라고 부른다. 1기보다 더욱 강력해진 권력으로 중무장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트럼프의 강경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미중 패권 경쟁이 가열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리나라는 주요 산업인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 분야에서 강력한 파고를 맞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트럼프 집권의 나비효과가 국내 부동산 시장에 미치게 될 영향도 경고한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미국의 재정 적자를 악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의 부활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한강이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상을 받은 건 문학계가 공정한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희망을 줍니다.”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기고문을 냈다. 스미스는 12일 연합뉴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노벨문학상이 주로 백인 남성에게 수여됐다는 사실은 얼마나 오랫동안 유럽중심주의와 성차별이 만연했는지 보여준다”며 이같이 밝혔다.스미스는 한강이 세계 문학 시장에 알려지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채식주의자> 영어 번역본 기획부터 홍보까지 앞장선 그는 2016년 한강과 공동으로 영국 맨부커상(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스미스는 “한강의 작품을 사랑하는 세계의 무수히 많은 독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한강의 뛰어난 작품이 인정받는 것을 지켜보는 건 기쁜 일”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문학상의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한강은 종전과 완전히 다른 수준의 인정을 받는 작가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 비평가는 최근 ‘한강의 문학적인 공헌은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울려 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며 “많은 사람이 이에 동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신연수 기자
한국 근대 소설의 효시로 평가받는 이광수의 <무정>엔 여주인공 영채를 지키는 개가 등장한다. 고아에 가까운 처지가 돼 외가에 의탁한 영채는 심한 구박을 받고 결국 가출하는데, 이때 개가 영채를 따랐다. 영채가 악한에게 붙잡혀 욕을 당하게 됐을 때 이 개가 영채를 위해 악한과 처절하게 싸우다 죽고 말았다. 이 이야기를 들은 노파는 "개가 도리어 사람보다 낫지"하며 눈물을 흘린다. <때로는 개가 사람보다 낫다>엔 사람보다 나은 개의 이야기가 모여 있다. 이종묵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이 남긴 개에 관한 이야기 31편을 모았다. 사람을 사랑한 개, 개를 사랑한 사람의 이야기가 섞여 있다.우리 조상들은 개의 감동적이거나 올바른 행동을 통해 잘못된 인간의 행위를 꾸짖는 교훈적 성격의 글을 많이 썼다. 주인을 화재에서 구하고 죽은 개 이야기도 있고, 어미 개가 죽자 따라 죽은 새끼 개의 이야기도 있다. 다른 개의 새끼에게 젖을 나눠 먹이는 개, 불심이 있어 몸에서 사리가 나오는 개 등의 일화도 있다.개 짖는 소리에 관한 흥미로운 글도 있다. 조선 시대 문인 박종경은 '개를 용서하다'란 글을 썼다. 그가 집에서 키운 개 두 마리는 피부병으로 몰골이 흉한 데다 아무렇게나 똥을 싸는 사고뭉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박종경이 병이 났는데, 개들이 짖어대는 통에 숙면을 취할 수 없어 병이 더 심해질 지경이었다.화가 난 박종경은 하인을 불러 내일 아침 개를 잡아 죽이라고 했다가, 문득 다시 생각에 잠겼다. "개가 짖는 것은 개의 본성이다. 저놈이 제 본성을 따르는데 내가 죽인다면, 이는 내가 동물의 본성을 완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어찌
"한강이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상을 받은 건 문학계가 공정한 시대로 나아가고 있단 희망을 줍니다." 한강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기고문을 내고 입장을 밝혔다. 스미스는 12일 연합뉴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노벨문학상이 주로 백인 남성에게 수여됐단 사실은 얼마나 오랫동안 유럽 중심주의와 성차별이 만연했는지 보여준다"며 이같이 말했다.스미스는 한강이 세계 문학 시장에 알려지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채식주의자> 영어 번역본 기획부터 홍보까지 앞장 선 그는 앞서 2016년 한강과 공동으로 영국 맨부커상(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스미스는 "한강의 작품을 사랑하는 세계의 무수히 많은 독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한강의 뛰어난 작품이 인정받는 것을 지켜보는 건 기쁜 일"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문학상의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한강은 종전과 완전히 다른 수준의 인정을 받는 작가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 비평가는 최근 '한강의 문학적인 공헌은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울려 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며 "많은 사람이 이에 동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미스는 한강 작품 번역가는 전세계적으로 50명이 넘는다며 본인의 공이 과장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영어는 세계의 중심이 아니다"며 "많은 번역이 한국어에서 직접 해당 언어로 이뤄졌고, 영어는 이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작인 <작별하지 않는다>는 이미 스웨덴어, 프랑스어, 노르웨이어,
중국 대학엔 ‘쥐바오(擧報)’ 문화가 있다. 교수가 수업 시간에 민감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 말하거나, 공산당 정책에 어긋나는 발언을 하면 학생이 당국에 신고하는 문화다. 시진핑에 관한 발언은 특히 위험하다. 충칭사범대의 한 교수는 강의 도중 무심코 시진핑의 슬로건 중 표현 하나가 거칠다고 말했다가 ‘쥐바오를 당해’ 도서관에서 일하는 직책으로 강등됐다. ○강의실 지키는 감시카메라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 기자이자 중국 전문 논픽션 작가인 피터 헤슬러가 쓴 <젊은 인민의 초상>에는 그가 2020~2021년 2년간 쓰촨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경험하고 만난 중국과 그곳 젊은이들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헤슬러는 직접 쥐바오를 당한 경험을 털어놓는다. 수업 시간 한 학생의 에세이 초안에 남긴 코멘트가 문제가 됐다. 헤슬러는 정부의 공식 정보가 개인 정보보다 항상 더 빠르고 정확하다고 쓴 학생의 글에 이렇게 적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미디어의 역할 중 하나는 정부가 숨기고 싶어 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해 보도하는 것입니다. 공식 정보가 항상 정확하거나 시의적절하진 않습니다.”강의실에는 항상 감시카메라가 있었다. 작동 여부를 알 순 없었지만 카메라의 존재 자체가 강의실 분위기를 압도하는 것은 분명했다. 수업 시간엔 누군가 본인이 하는 말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제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강의실뿐만이 아니다. 부서 미팅을 하는 방 천장에도 카메라가 있었고,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캠퍼스 정류장 기둥 꼭대기에도 흰색 감시카메라가 달려 있었다.저자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주의를 체험하며 자란 1990년대 학번과 시진핑 집권기 2020년대 학번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에 관한 책이 주목받았다. 11월 첫째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에 따르면 박종훈 지식경제연구소장의 <트럼프 2.0 시대>가 7위를 기록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변화할 국제 정세와 한국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한 책으로, 지난 6일 판매를 시작한 직후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종합 1위부터 6위는 모두 한강 작가의 책이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4주 연속 1위를 유지 중이다. 내년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예측하는 <트렌드 코리아 2025>와 생성형 인공지능 등 정보기술 혁명을 다룬 <넥서스>가 각각 8위와 10위다.신연수 기자
“문학 번역은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라 뇌와 심장이 협동해야 합니다. 문장이 담은 풍자와 아이러니, 함축적 의미를 챗GPT 등 인공지능(AI)이 따라 하긴 역부족이죠.”국내 폴란드 문학 번역 1인자로 꼽히는 최성은 한국외국어대 교수(53·사진)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민음사 사옥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얼마 전 방한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으로부터 폴란드어와 폴란드 문학을 한국에 널리 알린 공로로 십자장교 공훈훈장을 받았다.최 교수는 1989년 한국과 폴란드가 수교를 맺은 이듬해 한국외대 폴란드어과에 입학했다. 폴란드로 유학을 떠나 한국인 최초로 폴란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까지 그가 한국어로 번역한 폴란드 문학은 40권에 달한다.201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올가 토카르추크 작품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이도 최 교수다. 그는 “토카르추크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들 중 하나”라며 “세상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것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가”라고 했다. 이어 “토카르추크는 특히 ‘단편의 장인’이라고 불릴 만큼 단편소설에서 그의 시적인 문체가 더욱 빛이 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토카르추크의 단편집 <기묘한 이야기들>을 번역했다.폴란드어는 7개의 격(품사)과 3개 성(性)을 지녀 배우기 쉽지 않은 언어로 알려져 있다. 단어 하나가 나타내는 정보가 많다. 한국어로 풀어 설명하면 분량이 늘어날 정도다. 최 교수는 “같은 유럽 문화권이라면 문화와 용어가 비슷해 번역할 단어를 찾기 쉬운 편이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며 “번역하다가 중간에 늘 길
“무리하지 말고 푹 쉬어.”암 경험자가 자주 듣는 말이다. 어디 가든, 누굴 만나든 걱정 어린 시선을 받는다. 정상적인 삶으로 복귀하고 싶은 암 경험자를 오히려 괴롭게 만든다.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는 30대 중반에 급성골수성백혈병에 걸린 저자의 경험을 담았다. 치료 후 일상에 복귀한 암 경험자가 누려야 할 존엄과 자유에 대해 고민한 내용을 전한다.암 환자 혹은 경험자는 걱정의 이름으로 포장된 강요와 통제의 대상이 된다. 술, 담배는 물론이고 격한 운동과 스트레스도 금기시된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몸만 생각하라는 게 그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조언은 지나치게 통제적이다. 종종 서로 어긋나기도 한다.사회가 규정한 환자 역할에서 벗어나려는 저자의 시도는 ‘자기 마음대로’ 아플 수 있단 가능성을 보여준다. 저자는 가족의 맹목적인 사랑에 의존하는 대신 가까운 이웃의 돌봄을 받는다. 절대 안정이란 통제에 순응하는 대신 맥주 한잔의 자유를 누린다. 내 몸만 생각하는 대신 사회를, 이웃을 염려한다.신연수 기자
최근 국내에 처음 번역 출간된 단편집 <기묘한 이야기들>의 저자이자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올가 토카르추크(62·사진)는 현재 폴란드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하나다.토카르추크는 폴란드 바르샤바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심리상담사로 일했다. 이때의 경험이 훗날 그의 소설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타자를 향한 공감과 연민은 토카르추크 작품의 본질적 특징이다.등단 초기부터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1993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책의 인물들의 여정>은 폴란드 출판인 협회로부터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태고의 시간들>(1996)은 폴란드 시사 잡지 폴리티카의 ‘올해의 추천도서’로 뽑혔고, <방랑자들>(2007)로 폴란드 최고 문학상인 니케 상을 받았다. 이 책은 2018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당시 스웨덴 한림원은 토카르추크의 작품 세계를 두고 “삶의 한 형태로서 경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해박한 열정으로 그려 낸 서사적 상상력”이라는 찬사를 보냈다.신연수 기자
중국 대학엔 '쥐바오' 문화가 있다. 교수가 수업 시간에 민감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 말하거나, 공산당 정책에 어긋나는 발언을 하면 학생이 당국에 신고하는 문화다. 시진핑에 대한 발언은 특히 위험하다. 충칭사범대의 한 교수는 강의 도중 무심코 시진핑의 슬로건 중 표현 하나가 거칠다고 말했다가 '쥐바오를 당해' 도서관에서 일하는 직책으로 강등됐다.강의실 지키는 감시카메라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 기자이자 중국 전문 논픽션 작가인 피터 헤슬러가 쓴 <젊은 인민의 초상>엔 그가 2020~2021년 2년 간 쓰촨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만나고 경험한 중국과 그곳의 젊은이들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헤슬러는 직접 쥐바오를 당한 경험을 털어놓는다. 수업 시간 한 학생의 에세이 초안에 남긴 코멘트가 문제가 됐다. 헤슬러는 정부의 공식 정보가 개인 정보보다 항상 더 빠르고 정확하다고 쓴 학생의 글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미디어의 역할 중 하나는 정부가 숨기고 싶어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해 보도하는 것입니다. 공식 정보가 항상 정확하거나 시의적절하진 않습니다." 강의실엔 항상 감시카메라가 있었다. 작동 여부를 알 순 없었지만 카메라의 존재 자체가 강의실의 분위기를 압도하는 것은 분명했다. 수업 시간엔 누군가 본인이 하는 말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제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강의실 뿐만이 아니다. 부서 미팅을 하는 방 천장에도 카메라가 있었고,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캠퍼스 정류장 기둥 꼭대기에도 흰색 감시 카메라가 달려 있었다. 저자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주의를 체험하며 자란 1990년대 학번과 시진핑 집권기 2020년대
지난해 10월 28일, 전세계적 인기 시트콤 '프렌즈'에서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챈들러 빙'을 연기한 스타 매튜 페리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사인은 급성 약물 부작용. 54세의 이른 나이에 갑작스러운 죽음은 동료 배우들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친구와 연인, 그리고 무시무시한 그것>은 페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긴 자서전이다. 어린 시절의 결핍부터 프렌즈에 캐스팅돼 인기와 부를 누리기까지 크고 작은 일을 비롯해 술과 약물에 중독된 과정 등이 솔직하게 고백돼 있다.페리가 태어나고 9개월 쯤 됐을 때,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혼했다. 다섯살 때 아빠를 만나기 위해 혼자 비행기를 타고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한 기억은 평생 그를 옭아맸다. 당시 '동반자 없는 어린이'란 명찰을 달고 기댈 어른 없이 흔들리는 비행기를 탄 외로움과 막막함, 불안은 어른이 돼서까지 페리를 괴롭혔다. 자신은 누군가의 사랑을 받기엔 충분하지 않은 존재라고, 누구든 언제라도 자신을 버리고 떠날 거라고 생각했다.결핍을 채우기 위해 페리가 택한 건 유명해지는 것이었다. 1994년, 페리는 시트콤 프렌즈에 캐스팅된다. 시트콤은 방영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페리는 부와 명예, 인기를 거머쥐었다. 일주일에 백만 달러를 벌고 훌륭한 전망을 가진 멋진 집에 살며, 아름다운 연인이 있었다. 하지만 페리가 느끼는 외로움과 괴로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홀로 밤을 지샐 생각을 하면 무서웠다. 아무것도 그를 구원해주지 못했다. 오직 술과 알약만이 그의 기분을 잠시나마 달래줬다.술과 약에 중독돼 살아가다가 2018년, 페리는 생사를 오고가는 경험을
"무리하지 말고 푹 쉬어."암 경험자라면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무엇을 하든 걱정 어린 시선을 받는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근거 없는 항암 정보와,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는 강요 아닌 강요는 정상적인 삶으로 복귀를 원하는 암 경험자를 오히려 괴롭게 만들기도 한다.<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는 30대 중반에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은 저자가 쓴 책이다. 치료 후 일상에 복귀한 뒤 암 경험자로서 누려야 할 존엄과 자유의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내용을 담았다. 저자는 암 경험자를 지나치게 통제하고 죄책감을 강요하는 암 치유 문화를 비판하며 "몸에 대한 윤리는 나를 잘 돌보는 데도 있지만 나를 즐겁게 하는 데도 있다"고 강조한다.암 환자 혹은 경험자는 현실에서 걱정의 이름으로 포장된 강요와 통제의 대상이 된다. 건강한 사람들은 아픈 사람의 행동거지와 마음가짐까지 통제하려 든다. 술, 담배는 물론이고 격한 운동과 스트레스도 금기시된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내 몸만 생각하라는 게 그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조언들은 지나치게 통제적이며 종종 서로 어긋나기도 한다.저자는 비판적 어조로 암 치유 문화의 실상을 파헤친다. TV에서 나오는 생활 정보 프로그램에선 온갖 항암식단이 각축을 벌이지만, 한데 모아놓으면 결국 골고루 먹으란 결론이 나온다는 식이다. 암 환자를 비련의 주인공이나 재앙의 희생양으로 묘사하는 미디어의 재현 방식에도 의문을 제기한다.암 치료 및 간병 문화를 둘러싼 제도적인 문제도 지적한다. 환자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는 병원의 '3분 진료', 민간보험이 있어도 감당하기
“소설가의 의무는 목소리가 없거나 너무 작은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글을 써 왔습니다.”5일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빌딩에서 열린 제32회 대산문학상 수상자 기자간담회에서 소설 부문을 수상한 김희선 소설가(가운데)는 이같이 말했다.약사이기도 한 김 소설가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영감받은 소설 <247의 모든 것>으로 상을 받았다. 그는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시간이 멈춘 듯 적막한 병실에 누워 있는 환자들과 눈이 마주치고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됐을 때 격리된 그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소설엔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다는 핑계로 폭력과 야만을 정당화한 우리의 흔적이 기록돼 있다.시 부문 수상자는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를 쓴 강은교 시인(왼쪽)이다. 수많은 여성의 고달프고 쓸쓸한 현실과 환상을 교차하는 기법으로 형상화한 시집이다. 강 시인은 “사회와 너무 동떨어져 있지 않은, 공감과 따뜻함을 주는 문학을 하겠다”고 말했다.평론 부문은 비평집 <우정의 정원>을 낸 서영채 서울대 교수(오른쪽), 번역 부문은 정보라의 <저주토끼>를 스페인어로 번역한 알바로 트리고 말도나도(36)가 받았다.대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대산문학상은 총상금 2억원의 국내 최대 규모 종합문학상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2년 전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이 상을 받았다.신연수 기자
"소설가의 의무는 목소리가 없거나 너무 작은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글을 써 왔습니다." 5일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빌딩에서 열린 제32회 대산문학상 수상자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소설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김희선 소설가(52)는 이같이 말했다. 김 소설가는 "이 상이 제가 지금껏 걷고 있는 길이 틀리지 않다는 걸 확인해줬다"며 "큰 용기를 얻고 앞으로도 그들의 목소리를 왜곡되지 않게 옮겨쓸 수 있는 작가의 길을 걷겠다"고 말했다.약사이기도 한 김 소설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소설 <247의 모든 것>으로 상을 받았다. 그는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병동 복도를 지나가다 시간이 멈춘 듯 적막한 병실에서 누워 있는 환자들과 눈이 마주치고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시작됐을 때 격리돼 있는 그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그의 소설엔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단 핑계로 폭력과 야만을 정당화한 우리의 흔적이 기록돼 있다.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 선정 이유를 "바이러스의 상상력을 역동적으로 펼친 흥미롭고 의미심장한 작품"이라고 밝혔다.시 부문 수상자는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를 쓴 강은교 시인(79)이다. 수많은 여성의 고달프고 쓸쓸한 현실을 환상과 현실을 교차하는 기법으로 형상화한 시집이다. 강 시인은 수상소감으로 "이번 시집을 내고 더 이상 시집을 내지 못할 것 같다는 무력감에 빠져 있었는데, 문학적 에너지를 다시 불어넣어줘 감사하다"면서 "사회와 너무 동떨어져 있지 않은, 공감과 따뜻함을 주는 문학을 하겠다"고 말했다.평론
"문학 번역은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라, 뇌와 심장이 협동해야 합니다. 문장이 담고 있는 풍자와 아이러니, 함축적 의미를 챗GPT 등 인공지능(AI)이 따라하긴 역부족이죠." 국내 폴란드 문학 번역 1인자로 꼽히는 최성은 한국외대 교수(53·사진)는 서울 신사동 민음사 사옥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얼마 전 방한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으로부터 폴란드어와 폴란드 문학을 한국에 널리 알린 공로로 십자장교 공훈훈장을 수훈했다. 그는 최근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올가 토카르추크의 단편집 <기묘한 이야기들>을 번역했다. 최 교수는 1989년 한국과 폴란드가 수교를 맺은 이듬해 국내에서 유일한 한국외대 폴란드어과에 입학했다. 폴란드 바르샤바대로 유학을 떠나 한국인 최초로 폴란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 교수는 "당시 소개하고 싶은 좋은 작품이 많았는데 국내에 번역된 건 영어나 일어, 독어 등을 중역한 작품이 대부분이었다"며 "한국에 돌아와 출판사 여러 곳의 문을 직접 두드렸다"고 말했다. 최 교수가 2007년부터 17년 동안 번역한 폴란드 문학은 40권에 달한다. 국내 문학을 폴란드어로 번역한 책도 8권이다. 토카르추크 작품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것도 최 교수다. 유학 시절 인연을 맺어 2006년 국내로 그를 직접 초청해 한강 작가를 비롯해 국내 여성 작가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토카르추크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들 중 하나"라며 "세상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것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토카르추크는 특히 '단편의 장인
“믿지 못할 사람이 되세요. 맡은 일을 대충 하세요.”“역경을 만나 좌절했을 때, 엎드린 채 그대로 누워 있으세요.”“다른 사람의 경험으로부터 얻는 간접적인 교훈을 최소화해야 합니다.”198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한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찰리 멍거 전 벅셔해서웨이 부회장(1924~2023)은 이 같은 독특한 축사를 남겼다. 대부분 졸업식 축사는 행복하게 사는 법이나 성공하는 법 등을 늘어놓기 바쁘지만 멍거는 반대였다. 비참하고 불행한 삶으로 이끄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역설적으로 그 길을 피하기를 강조하는 수사법을 사용했다. 이 축사는 약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가난한 찰리의 연감>은 명연사로 알려진 멍거의 강연 중 유명한 11개 강연을 엮은 책이다. 그 밖에 청중과의 질의응답, 소년 시절부터 엄청난 재정적 성공을 거두기까지의 생애, 투자 원칙과 동업자 워런 버핏의 회고 등이 담겼다. 2005년 초판 출간 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으나 한국어판 출간은 이번이 처음이다.멍거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하다가 버핏으로부터 동업 제안을 받고 투자 세계로 입문했다. 두 사람은 망해가던 섬유공장 벅셔해서웨이를 시가총액 1조달러(2024년 9월 기준)가 넘는 투자사로 성장시켰다.멍거는 강연을 통해 본인의 투자 원칙을 설파했다. 그는 투자하기 전에 자신이 잘 알고, 자기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뭔지부터 파악했다. 예컨대 멍거는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다며 하이테크 분야엔 좀처럼 발을 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일단 분야를 선택한 뒤엔 큰돈을 투자했다.이는 널리 알려진 멍거의 투자 성향으로 이어진다. 통 크게 사고
세계적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 주목받았다. 10월 다섯째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에 따르면 하라리의 <넥서스>가 10위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여러 위험성을 경고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의 책이다. 국내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채식주의자>와 <작별하지 않는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흰>, <희랍어 시간> 등이 각각 2~6위에 올랐다.신연수 기자
양귀비의 즙액을 말리면 아편으로 불리는 마약이 된다. 어떤 나라는 아편으로 막대한 부를 일궜지만, 반대로 착취와 중독에 시달린 나라도 있다. 이 작은 식물은 어떻게 세계사에 재앙을 불러일으켰을까.<연기와 재>는 메디치상을 받고 맨부커상 최종 후보 등에 오른 인도 출신 세계적 소설가 아미타브 고시가 아편전쟁에 관한 고문서를 연구해서 쓴 역사 에세이다. 고시가 <양귀비의 바다> <연기의 강> <쇄도하는 불> 등 아편전쟁 직전을 다룬 역사 소설 3부작을 쓰면서 조사한 자료가 이 책을 쓰는 데 바탕이 됐다.아편이 세계사에 처음 등장한 것은 차(茶) 때문이다. 영국 국왕 찰스 2세의 부인 캐서린이 영국에 들여 온 중국 차는 상류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18~19세기 차에 부과한 세금이 영국 세수의 10%에 달할 만큼 영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영국 상선은 대부분 중국에서 영국, 영국에서 여러 식민지로 차를 실어 나르는 데 관여했다.영국이 불만을 가지게 된 건 중국 차의 수입이 늘어나는 반면 자국은 그 대가로 중국에 수출할 만한 품목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인은 대부분 서양 제품에 관심이 없었을뿐더러 필요성도 거의 느끼지 않았다.이 같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영국이 찾아낸 게 바로 아편이다. 그들은 식민지 인도에서 대량으로 재배한 양귀비를 아편으로 가공해 중국 밀수업자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인도 수입의 5분의 1이 아편에서 나올 정도로 영국은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 늘어나는 아편 중독자로 골머리를 앓던 중국이 아편을 불태우고 영국인을 내쫓으면서 발발한 게 아편전쟁이다.영국은 아편전쟁으로 홍콩섬을 얻었고, 주룽반도를 확
"믿지 못할 사람이 되세요. 맡은 일을 대충 하세요.""역경을 만나 좌절했을 때, 엎드린 채 그대로 누워있으세요.""다른 사람의 경험으로부터 얻는 간접적인 교훈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198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하버드 스쿨 졸업식에서 찰리 멍거 전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1924~2023)은 이같은 독특한 축사를 남겼다. 대부분 졸업식 축사는 행복하게 사는 법이나 성공하는 법 등을 늘어놓기 바쁘지만, 멍거는 반대였다. 비참하고 불행한 삶으로 이끄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역설적으로 그 길을 피하기를 강조하는 수사법을 사용했다. 이 축사는 약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가난한 찰리의 연감>은 명연사로 알려진 멍거의 강연 중 유명한 11개 강연을 엮은 책이다. 그밖에 청중과 질의응답, 소년 시절부터 엄청난 재정적 성공을 거두기까지의 생애, 투자 원칙과 동업자 워런 버핏의 회고 등이 담겼다. 앞서 2005년 초판 출간 후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으나 한국어판 출간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목은 멍거가 생전에 존경한 벤자민 프랭클린의 <가난한 리처드의 연감>에서 영감을 받아 지었다. 멍거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하다, 버핏으로부터 동업 제안을 받고 투자 세계로 입문했다. 두 사람은 망해가던 섬유공장 버크셔 해서웨이를 시가총액 1조 달러(2024년 9월 기준)가 넘는 투자사로 성장시켰다. 멍거는 강연을 통해 본인의 투자 원칙을 설파했다. 그는 투자하기 전에 자신이 잘 알고, 자기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뭔지부터 파악했다. 예컨대 멍거는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다며 하이테크 분야엔 좀처럼
양귀비의 즙액을 말리면 아편으로 불리는 마약이 된다. 어떤 나라는 아편으로 막대한 부를 일궜지만, 반대로 착취와 중독에 시달린 나라도 있다. 이 작은 식물은 어떻게 세계사에 재앙을 불러일으키게 됐을까. <연기와 재>는 메디치상을 받고 맨부커상 최종후보 등에 오른 인도 출신의 세계적 소설가 아미타브 고시가 아편전쟁에 관한 고문서를 연구해서 쓴 역사 에세이다. 고시가 <양귀비의 바다>, <연기의 강>, <쇄도하는 불> 등 아편전쟁 직전을 다룬 역사 소설 3부작을 쓰면서 조사한 자료가 이 책을 쓴 배경이 됐다.아편이 세계사에 처음 등장한 건 차(茶) 때문이다. 영국 국왕 찰스 2세의 아내 캐서린에 의해 영국에 들어 온 중국 차는 상류층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18~19세기 차에 부과한 세금이 영국 세수의 10퍼센트에 달할 만큼 영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의 영국 상선도 중국에서 영국, 영국에서 여러 식민지로 차를 실어 나르는 데 관여했다. 영국이 불만을 가지게 된 건 중국 차의 수입량이 늘어나는 반면, 자국은 그 대가로 중국에 수출할 만한 품목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인은 대부분의 서양 제품에 관심이 없었을뿐더러 필요성도 거의 느끼지 않았다. 더구나 차를 수입할 때 대개 은으로 그 값을 치러야 했기 때문에 막대한 양의 은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갔다.이 같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영국이 찾아낸 게 바로 아편이다. 그들은 식민지 인도에서 대량으로 재배한 양귀비를 아편으로 가공해 중국 밀수업자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인도 수입의 5분의 1이 아편에서 나올 정도로 영국은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 늘어나는 아편 중독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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