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과 인기 있는 대통령은 같은 시기에 등장했다. 과거 대공황이 미국을 강타했을 때 대통령은 허버트 후버였다. 백악관 입성 당시만 해도 널리 존경받은 그는 몇 년 새 국민의 신망을 완전히 잃어버렸고, 그 결과 1932년 대선에서 역대 가장 큰 표차로 프랭클린 D 루스벨트에게 패했다. 이후 루스벨트는 미국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4선에 성공하고 최장기 대통령을 지냈다.역사학자 모식 템킨 미국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는 <다시, 리더란 무엇인가>에서 “1930년대 대공황은 위기의 순간에 어떤 리더를 찾아야 하는지를 알게 해준 특이한 기회였다”고 말한다. 이 책은 템킨 교수가 케네디스쿨에서 10여 년간 가르친 ‘역사 속 리더들과 리더십’ 강의를 바탕으로 썼다.템킨 교수는 후버가 융통성과 공감 능력이 부족해 좋은 리더가 되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전통적 보수주의자인 후버는 대공황이 닥쳤을 때 대통령의 역할은 경제를 지원하는 것이지, 전면에 나서서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보수주의적 원칙을 내세우며 재정 건전성을 지키고자 정부 지출을 대폭 줄였다. 굶주린 참전용사들의 시위엔 무력 진압으로 일관했다.평소 대중과의 접촉을 꺼린 후버는 연설을 통해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도 실패했다. 그는 대공황의 심각성을 최대한 줄이고자 “저 모퉁이만 돌면 번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등의 낙관적인 발언을 내놨지만, 이는 오히려 대중에게 냉혹하고 무심하게 느껴졌다. 사회 전체가 어마어마한 고통을 느끼고 있을 때 그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리더의 모습은 신임을 잃기에 충분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에 구멍을 낼 수 있는 것은 ‘꾸준함’ 때문이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사소한 노력도 끈기 있게 계속한다면 큰일을 이룰 수 있다.국내 1호 기록학자인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쓴 <하루 한 장, 작지만 큰 변화의 힘>은 삶을 변화시키는 작지만 꾸준한 실천의 힘을 강조하는 책이다. 한국기록학회장과 한국국가기록연구원장 등을 지내며 국가기록관리 제도의 근간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 김 교수는 이 책에서 매일의 작은 생각 습관이 지금의 본인을 만들었다고 말한다.이 책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요일마다 습관, 태도, 생각, 관계, 성장, 의미, 쉼 등 7가지 키워드를 다루고 있다. 월요일은 ‘습관’을 키워드로 아침 정리 루틴, 시간 관리 노하우 등 크고 작은 습관을 기르고, 나아가 일간·주간·월간 계획을 효율적으로 짜는 법 등을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화요일은 일상에서 조급함을 버리고 당당하고 여유로운 삶을 유지하는 ‘태도’를 다룬다. 수요일 ‘생각’을 통해선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짧고 강렬하게 글쓰기, 인공지능(AI) 시대의 독서법 등을 익힐 수 있다.목요일 ‘관계’에서는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타인과 새롭게 관계를 맺으며, 공동체 감각을 길러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금요일 ‘성장’은 작심삼일과 지지부진을 딛고 내 안의 거인을 깨워 탁월한 성과를 내는 법, 나만의 속도로 성공에 이르는 법을 제시한다. 토요일은 불안과 우울을 극복하고, 소모되지 않고 축적하는 삶을 사는 ‘의미’를 다룬다.일요일은 기록하는 날이다. 1주일간
‘그린 커리’로 알려진 태국 전통 음식 ‘껭 키아오 완’은 희망을 상징한다. 태국에서 초록색은 새로움을 뜻한다. 1932년 태국은 혁명을 통해 절대군주제를 폐지하고 입헌군주제로 전환했다. 당시 태국인들이 약초와 초록색 고추, 미래의 희망을 재료 삼아 만든 음식이 껭 키아오 완이다. 현시내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가 쓴 <미식 동남아>는 음식에 녹아 있는 동남아시아 역사와 문화를 설명한다.볶음밥 ‘나시고랭’을 두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간 종주국 논쟁이 불거지곤 한다. 세 나라는 종교와 음식을 공유한 말레이 문화권에 속했다. 그러다 서구에 의해 강제 분할됐다.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 식민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영국 식민지가 돼 서로 다른 정체성을 키웠다. 한 문화권에 속하던 음식도 각자의 사정에 맞게 발전했다.세계 어디를 가나 베트남 쌀국수 ‘포’를 파는 식당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배경엔 아픈 역사가 있다. 1975년 베트남전이 북부 베트남의 승리로 끝나자 다수의 남부 베트남인이 해외로 망명하거나 난민이 돼 미국과 제3국으로 이주했다. 이 과정에서 포가 전 세계로 퍼졌다.감각은 특정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강렬한 기억을 남긴다. 음식을 먹는 것은 후각과 미각, 촉각 등이 결합한 감각의 집합체다. 동남아 음식에 녹아든 역사를 알면 미식의 순간이 더욱 강렬하고 새롭게 다가올 수 있겠다.신연수 기자
소설 원작으로 만든 영화가 개봉하면서 덩달아 소설도 인기를 끌었다. 12월 셋째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내 번역 출간된 클레어 키건의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9위를 차지했다. 얼마 전 이 책을 원작으로 만든 동명의 영화가 개봉하면서 소설을 찾아 읽는 독자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책은 전자책 분야에서도 4위를 기록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10주 연속 1위를 유지했다. <채식주의자>와 <작별하지 않는다>는 각각 2, 3위다. 인기 크리에이터 흔한남매의 일상 코믹북 <흔한남매 18>은 4위에 올랐다.신연수 기자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73)의 번역을 거쳐 국내에 소개된 독일 고전은 70권이 넘는다. 국내 독일 문학 번역의 1인자로 꼽히는 전 교수의 별명은 '괴테 할머니'다. 평생을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연구에 바친 그는 2011년 아시아 여성 최초로 '괴테 금메달'을 받았다.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은 경기 여주시에서 괴테마을을 운영하고 있는 전 교수의 새 에세이집이다. 전 교수는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낮에는 정원의 잡초를 뽑고 밤엔 괴테의 글을 번역하는 소박한 일상을 공개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에세이집엔 전 교수의 잔잔하고 따뜻한 목소리가 실려 있다. 그는 자신의 전공 분야인 괴테를 언급하며 삶의 문제를 헤쳐나가는 자세를 설명한다. 전 교수는 "괴테가 문제를 감당해가는 방법은 그 문제와 정면 대결을 하는 것"이라며 "수학 문제와는 달리 인생의 문제엔 답이 잘 없지만,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면 그것을 감당하는 힘이 생긴다"고 강조한다. 괴테는 맞닥뜨린 문제와 정면 대결을 하면서 그것을 감내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뛰어넘어 훌쩍 성장해 나갔다는 설명이다. 바르게 사는 것의 가치도 강조한다. 전 교수는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아도 살아지고, 작은 결단들에서 언제나 선한 결단 쪽을 택해서 묵묵히 가노라면 그것이 쌓여 마지막에는 무엇이든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나이 들어감의 소중함을 전하기도 한다. 전 교수는 나이들면서 가장 좋은 점이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라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에 구멍을 낼 수 있는 건 '꾸준함' 때문이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사소한 노력도 끈기 있게 계속한다면 큰일을 이룰 수 있다. 국내 1호 기록학자인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쓴 <하루 한 장, 작지만 큰 변화의 힘>은 삶을 변화시키는 작지만 꾸준한 실천의 힘을 강조하는 책이다. 한국기록학회장과 한국국가기록연구원장 등을 역임하며 국가기록관리 제도의 근간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 김 교수는 이 책에서 매일의 작은 생각 습관이 지금의 본인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요일마다 습관, 태도, 생각, 관계, 성장, 의미, 쉼 등 7가지 키워드를 다루고 있다. 월요일은 '습관'을 키워드로 아침 정리 루틴, 시간 관리 노하우 등 크고 작은 습관을 기르고, 나아가 일간·주간·월간 계획을 효율적으로 짜는 법 등을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화요일은 일상에서 조급함을 버리고 당당하고 여유로운 삶을 유지하는 '태도'를 다룬다. 수요일 '생각'을 통해선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짧고 강렬하게 글쓰기, 인공지능(AI) 시대의 독서법 등을 익힐 수 있다. 목요일 '관계'에서는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타인과 새롭게 관계를 맺으며, 공동체 감각을 길러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금요일 '성장'은 작심삼일과 지지부진을 딛고 내 안의 거인을 깨워 탁월한 성과를 내는 법, 나만의 속도로 성공에 이르는 법을 제시한다. 토요일은 불안과 우울을 극복하고, 소모되지 않고 축적하는 삶을 사는 '의미'를 다룬다. 일요일은 기록하는 날이다. 일주일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과 인기 있는 대통령은 같은 시기에 등장했다. 과거 대공황이 미국을 강타했을 때 대통령은 허버트 후버였다. 백악관 입성 당시만 해도 널리 존경받았던 그는 몇년 새 국민들의 신망을 완전히 잃어버렸고, 그 결과 1932년 대선에서 역대 가장 큰 표차로 프랭클린 D. 루스벨트에게 패했다. 이후 루스벨트는 미국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4선에 성공하고 최장기 대통령을 지냈다. 역사학자인 모식 템킨 미국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는 <다시, 리더란 무엇인가>에서 "1930년대 대공황은 위기의 순간에 어떤 리더를 찾아야 하는가를 알게 해준 특이한 기회였다"고 말한다. 이 책은 템킨 교수가 케네디스쿨에서 10여 년 간 가르친 '역사 속 리더들과 리더십' 강의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템킨 교수는 후버가 융통성과 공감 능력이 부족해 좋은 리더가 되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전통적 보수주의자였던 후버는 대공황이 닥쳤을 때 대통령의 역할은 경제를 지원하는 것이지, 전면에 나서서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보수주의적인 원칙을 내세우며 재정 건전성을 지키고자 정부 지출을 대폭 줄였다. 굶주린 참전용사들의 시위엔 무력 진압으로 일관했다. 평소 대중과의 접촉을 꺼렸던 후버는 연설을 통해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도 실패했다. 그는 대공황의 심각성을 최대한 줄이고자 "저 모퉁이만 돌면 번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등의 낙관적인 발언들을 내놨지만, 이는 오히려 대중에게 냉혹하고 무심하게 느껴졌다. 사회 전체가 어마어마한 고통을 느끼고 있을 때 그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
토마스 에디슨은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땀으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세렌디피티: 우연의 과학>의 저자인 텔모 피에바니 이탈리아 파도바대 교수는 여기에 하나 더, '우연'을 추가했다. 그는 이 책에서 우연한 상황이 과학적 발견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세렌디피티'(우연한 발견·행운)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 이 책은 '준비된 사람'들이 다른 것을 찾고 있다가, 우연한 발견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순간에 주목한다. 피에바니 교수는 "우연한 발견을 하기 위해선 행운도 중요하지만, 상관 없어 보이는 것들에서 인과관계를 발견하는 능력과 예리한 관찰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벨크로다. 1941년 스위스 엔지니어 조르주 드 메스트랄은 알프스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자신의 옷과 강아지 털에 우엉 씨앗이 달라붙은 것을 발견했다. 현미경 관찰 결과 씨앗엔 무수히 많은 작은 고리가 달려 있었다. 메스트랄은 우엉 씨앗을 통해 고리가 달린 표면과 작은 고리가 달린 표면을 결합하면 접착제 없이도 물체가 서로 달라붙을 수 있고, 쉽게 분리도 가능하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는 벨크로의 발명으로 이어졌다.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견한 페니실린도 마찬가지다. 1928년 미생물학자 플레밍은 페트리 접시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을 배양하고 있었다. 어느 날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배양물 중 하나가 페니실리움 곰팡이에 오염돼 주변 박테리아를 죽인 것을 발견했다. 1차 세계대전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하면서 많은 병사들이 박테리아 감염으로 죽은 것을 목격한 플레밍은,
최근 드라마와 영화로 동시에 제작된 ‘대도시의 사랑법’은 2019년 박상영 작가(36·사진)가 발표한 동명의 소설집이 원작이다.성균관대에서 프랑스어문학과 신문방송학을 공부한 박 작가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잡지사, 광고 대행사, 컨설팅펌 등 다양한 업계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넘나들며 일했다. 2016년 문학동네신인상에 단편소설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등단 후에도 한동안 회사를 다니며 글을 썼다고 한다. 젊은작가상, 허균문학작가상, 신동엽문학상 등을 받았다.<대도시의 사랑법>은 박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성소수자의 정체성과 사랑을 다룬 이 책은 국내에서 ‘퀴어 문학’(성소수자 문학)을 주류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듣는다. 젊은 작가 특유의 감각과 재치가 돋보인다. 영국 부커상, 아일랜드 국제 더블린 문학상, 프랑스 메디치상 등 권위 있는 문학상 후보에 연달아 올랐다. 박 작가는 소설집에 실린 연작소설 네 편 전체를 직접 극본화해 드라마 작업에 참여했다.신연수 기자
'그린 커리'로 잘 알려져 있는 태국의 전통 음식 '껭 키아오 완'은 희망을 상징한다. 태국에서 초록색은 새로움을 뜻한다. 1932년 태국은 인민당 혁명을 통해 절대 군주제를 폐지하고 입헌 군주제로 전환했다. 당시 태국인들이 약초와 초록색 고추,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재료로 삼아 만든 음식이 껭 키아오 완이다.현시내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가 쓴 <미식 동남아>는 껭 키아오 완을 비롯해 음식에 녹아 있는 동남아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한다. 현 교수는 "음식은 역사의 거울"이라며 "요리의 기원과 변천사, 재료와 조리법, 맛과 특색을 살펴보면 그 요리가 탄생하고 퍼져 나간 지역 사람들의 역사와 애환을 엿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동남아시아는 한 나라 안에서도 역사와 민족, 언어, 문화, 풍습이 다양하다. 15세기 말부터 이 지역에 몰려든 서구 열강은 부를 독점하고자 해외 시장 개척과 식민지 건설에 열중했다. 그 결과 20세기가 되기 전에 거의 전 지역이 서유럽과 미국의 지배를 받게 됐다. 인도와 중국의 문명이 교차하고 아랍 상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던 지역에 서구 문물까지 더해지면서 동남아시아의 역사는 하나의 문명이나 구조로는 이해하기 어려워졌다. 음식에도 그 다양성이 녹아 들어 있다는 설명이다. 필리핀의 볶음면 '빤싯'은 쌀국수, 달걀면, 녹두면, 메밀면 등으로 만든 국수를 고기와 해산물, 채소와 함께 볶은 요리다. 7640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에서 빤싯은 다양성과 조화를 상징한다. 필리핀 루손은 약 7세기부터 중국과 유럽의 상인들이 모여드는 동서양 문화 교류의 거점 지역이었다. 필리핀에선 "필리핀 음식은 말레이 정착민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예술가 미켈란젤로는 화가이자 조각가인 동시에 300편이 넘는 시를 쓴 시인이었다. ‘모나리자’를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시를 썼다. 단편소설 ‘변신’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는 100점이 넘는 그림을 남긴 화가이기도 했다.최근 에세이집 <먼 산의 기억>을 번역 출간한 튀르키예 출신의 세계적 소설가 오르한 파무크(72·사진)는 국내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들의 사례를 들며 “문학과 그림의 간극이 벌어진 건 비교적 현대의 일”이라며 “내 마음속에도 화가가 살고 있다”고 말했다. <먼 산의 기억>은 파무크가 14년 동안 쓴 일기와 그 옆에 직접 그린 그림을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일종의 ‘그림 일기장’인 셈이다.파무크는 튀르키예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건축가 집안에서 태어나 건축가 겸 화가를 꿈꾸며 이스탄불 공과대학에 진학했지만 자퇴하고 소설가가 됐다. 추리소설 <내 이름은 빨강> 등으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파무크는 모친으로부터 일기장을 선물받은 일곱 살 때부터 일기를 써왔다고 했다. 요즘은 작은 몰스킨 다이어리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틈이 날 때마다 메모를 한다고. 일기장엔 전 세계를 여행하며 겪은 일, 가족에 관한 일화, 글 쓰는 과정, 고국과의 복잡한 관계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파무크는 “일기는 가장 비밀스러운 나만의 세계이자, 나 자신으로서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라며 “일기를 쓰다 보면 스스로와 대화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강조했다.파무크는 독자들에게도 일기 쓰기를 권했다. 그는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예술가 미켈란젤로는 화가이자 조각가인 동시에 300편이 넘는 시를 쓴 시인이었다. '모나리자'를 그린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시를 썼다. 단편소설 '변신'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는 100점이 넘는 그림을 남긴 화가기도 했다. 최근 에세이집 <먼 산의 기억>을 번역 출간한 튀르키예 출신의 세계적인 소설가 오르한 파묵(72)은 국내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들의 사례를 들며 "문학과 그림의 간극이 벌어진 건 비교적 현대의 일"이라며 "내 마음속에도 화가가 살고 있다"고 말했다. <먼 산의 기억>은 파묵이 14년 동안 쓴 일기와 그 옆에 직접 그린 그림을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일종의 '그림 일기장'인 셈이다. 파묵은 튀르키예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건축가 집안에서 태어나 건축가 겸 화가를 꿈꾸며 이스탄불 공과대학에 진학했지만 자퇴하고 소설가가 됐다. 추리소설 <내 이름은 빨강> 등으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파묵은 모친으로부터 일기장을 선물받은 일곱 살 때부터 일기를 써왔다고 고백했다. 요즘은 작은 몰스킨 다이어리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틈이 날 때마다 메모를 한다고. 일기장엔 전 세계를 여행하며 겪은 일, 가족에 관한 일화, 글 쓰는 과정, 고국과의 복잡한 관계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파묵은 "일기는 가장 비밀스러운 나만의 세계이자, 나 자신으로서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라며 "일기를 쓰다 보면 스스로와 대화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강조했다. 파묵은 독자들에게도 일기 쓰기를 권했다. 그는 "자신이 하
노벨문학상 시상식을 계기로 한강 작가의 책이 더 많이 팔렸다. 12월 둘째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에 따르면 <소년이 온다>가 9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흰> 등이 각각 2~5위를 차지했다. 지난 7일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 등이 화제가 돼 한강 책은 판매량이 지난주보다 90.9% 늘었다. 그 밖에 내년 소비 트렌드를 전망하는 <트렌드 코리아 2025>는 8위에 올랐다. 에세이스트 태수의 신작 에세이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가 10위다.신연수 기자
“미국 뉴욕에 와서 길거리 핫도그도 못 먹어보고 떠난다니!”뉴욕 고급 레스토랑 ‘일레븐 매디슨 파크’의 주인 윌 구이다라(45)는 뉴욕에서 마지막 식사를 하던 여행객 테이블의 대화를 듣고 바로 뛰쳐나갔다. 근처 핫도그 트럭에서 2달러짜리 핫도그를 산 뒤 주방에 가져가 접시에 담아달라고 부탁했다. 고급 식기 위에 정성스럽게 소스와 핫도그를 올려 손님에게 갖다주자 손님은 뉴욕 여행을 통틀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거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일레븐 매디슨 파크를 11년 만에 세계적인 레스토랑으로 키워낸 구이다라는 저서 <놀라운 환대>에서 경영 노하우의 핵심이 ‘특별한 친절함’이라고 밝혔다. 이 레스토랑은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별 세 개(식당 방문을 위해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을 정도로 훌륭한 식당이라는 뜻)를 받고 2017년 ‘세계 최고 레스토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이 책의 원래 제목을 직역하면 ‘말도 안 되는 친절함’(Unreasonable Hospitality)이다. 구이다라는 음식 맛을 신경 쓰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이 ‘VIP로서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도록 노력했다. 저자는 “‘놀라운 환대’의 반대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하고 합리적인 환대”라며 “세계 최고가 되려면 평범한 수준을 뛰어넘는, 합리적이지 않을 만큼 높은 수준의 환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환대는 식당에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예약 전화를 받은 직원이 직접 “며칠 전에 통화했는데 실제로 만나 반갑다”고 웃으며 손님을 맞이한다. 지배인은 영업시간 전 예약 명단에 적힌 손님
나무는 죽어서 ‘두 번째 삶’을 산다. <고목 원더랜드>를 쓴 일본 학자 후카사와 유는 고목(枯木)을 “수많은 객실을 갖춘 호텔”에 비유한다. 저자는 자기 집 마당에서 죽은 졸참나무를 사례로 든다.나무가 죽으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건 균류와 곰팡이다. 흔히 버섯이라고 하는 곰팡이, 목재부후균은 나무를 분해한다. 나무에 자란 곰팡이를 먹기 위해 톡토기, 쥐며느리, 노래기, 진드기 등 곤충이 찾아온다. 이어 선충과 지렁이, 버섯을 먹는 다람쥐까지 온다. 나무가 분해되면서 습기를 머금으면 이끼 같은 하등식물이 자라기 시작하고, 분해가 더 진행되면 그 위에 대를 이을 나무가 자라난다.저자는 “고목이 사라지면 생물 다양성을 잃게 된다”며 “그중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도 많다. 고목에만 서식하는 어떤 균류가 암이나 감염증의 특효약이 될지 모른다”고 말한다.고목은 ‘탄소중립’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목은 분해되면서 리그닌 등의 성분이 토양에 남아 탄소를 저장한다. 고목은 천천히 분해되기 때문에 고농도 탄소를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목질 바이오매스에 비판적이다. 목질 바이오매스를 태우면 삼림에 축적된 탄소가 방출되는 만큼 숲속 고목은 가능한 한 그대로 두고 자연스럽게 분해되게 하자고 주장한다.학술적인 내용을 다룬 책이지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동식물 스케치와 현장 관찰 기록이 실려 있어 글만 읽고 떠올리기 어려운 균류와 곰팡이, 곤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신연수 기자
"뉴욕에 와서 길거리 핫도그도 못 먹어보고 떠난다니!"미국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 '일레븐 매디슨 파크'의 주인 윌 구이다라(45)는 뉴욕에서 마지막 식사를 하고 있던 여행객 테이블의 대화를 듣고 바로 뛰쳐나갔다. 근처 핫도그 트럭에서 2달러짜리 핫도그를 산 뒤 주방에 가져가 접시에 담아달라고 부탁했다. 고급 식기 위에 정성스럽게 소스와 핫도그를 올려 손님에게 갖다주자, 손님은 뉴욕 여행을 통틀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거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일레븐 매디슨 파크를 11년만에 세계적인 레스토랑으로 키워낸 구이다라는 저서 <놀라운 환대>에서 경영 노하우의 핵심이 '특별한 친절함'이라고 밝혔다. 이 레스토랑은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별 3개(식당 방문을 위해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을 정도로 훌륭한 식당이라는 뜻)를 받고, 2017년 '세계 최고 레스토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을 직역하면 '말도 안되는 친절함'(Unreasonable Hospitality)이다. 구이다라는 음식의 맛을 신경쓰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이 'VIP로서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저자는 "'놀라운 환대'의 반대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하고 합리적인 환대"라며 "세계 최고가 되려면 평범한 수준을 뛰어넘는, 합리적이지 않을 만큼 높은 수준의 환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대는 식당에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예약 전화를 받은 직원이 직접 "며칠 전에 통화했는데 실제로 만나 반갑다"고 웃으며 손님을 맞이한다. 지배인은 영업 시간 전 예약
“한국 독자라면 처음이 <소년이 온다>면 좋겠어요. 이어서 이 책과 연결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면 좋겠고요.”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사진)은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한국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서 계엄군의 손에 목숨을 잃은 중학생 동호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한강의 대표 장편소설 중 하나다. 그는 “이 소설은 실제 일어난 사건을 다루는 만큼 더 조심스러웠다”며 “광주를 이해하는 데 어떤 진입로 같은 것이 돼 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최근 비상계엄 사태로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 상황에 관해 묻자 한강은 “스웨덴에 도착한 뒤로 일이 너무 많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며 “어떤 말을 할 만큼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자신의 책을 번역해준 번역가들에게 고마움도 전했다. 한강은 “제 작품의 번역가 수는 50명 정도인데, 개인적으로 아는 분도 있지만 모르는 분이 훨씬 더 많다”면서도 “모든 문장마다, 문장 속에 함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일본, 중국에 비해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배출이 늦었다는 지적에 “국가적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번역된 작품이 있어야 심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더 많이 번역되면 좋겠다”고 답했다.언어와 문학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한강은 “글을 쓰려면 최소한의 믿음이 항상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언어가 연결될 것이란 믿음이 없다면 한 줄도 쓰지 못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l
"한국 독자라면 처음이 <소년이 온다>이면 좋겠어요. 이어서 이 책과 연결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면 좋겠고요."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은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한국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서 계엄군의 손에 목숨을 잃은 중학생 동호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한강의 대표 장편소설 중 하나다. 그는 "이 소설은 실제 일어난 사건을 다루는 만큼 더 조심스러웠다"며 "광주를 이해하는 데 어떤 진입로 같은 것이 돼 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최근 비상계엄 사태로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 묻자 한강은 "여기(스웨덴) 도착한 뒤로 일이 너무 많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며 "어떤 말을 할 만큼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강은 지난 6일 국내외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에선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자신의 책을 번역해준 번역가들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한강은 "제 작품의 번역가 수는 50명 정도 되는데,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분도 있지만 모르는 분들이 훨씬 더 많다"면서도 "모든 문장마다, 문장 속에 함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배출이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국가적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번역된 작품이 있어야 심사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앞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소개하게 돼 영광입니다. 오서(author) 한강!”10일(현지시간) 노벨상 기념 연회가 열린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 블루홀에 서툰 한국어 발음이 울려 퍼졌다. 사회자가 한국어로 한강을 부르자, 검은색 긴 드레스를 입은 한강이 옅은 미소를 띠고 단상에 올랐다.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입에 1200명 청중의 눈길이 집중됐다. ○서툰 한국어로 ‘오서 한강’ 호명한강이 광주에 살던 여덟 살 때 이야기로 운을 떼자 시끌벅적하던 연회장이 조용해졌다. 한강은 영어로 “어느 날 오후, 산수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아이들과 건물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한 기억이 난다”며 “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건물의 처마 아래에 비를 피하는 사람들이 보였는데,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쏟아지는 비와,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느끼며 어린 한강은 문득 깨달았다. ‘세상엔 수많은 1인칭이 존재하는구나.’ 한강은 “나와 함께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이들을 비롯해 길 건너편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나’로서 살고 있었다”며 “각자의 시선으로 비를 보고 있었고, 촉촉함을 느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많은 1인칭 시점을 경험한 경이로운 순간이었다”고 덧붙였다.1인칭으로 이뤄진 세상에 대한 깨달음은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로 이어졌다. 한강은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이런 경이로운 순간을 되새기고 또 되새겼다”며 “언어의 실을 따라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다른 내면과 마주하곤 했다”고 밝혔다. 이어 &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소개하게 돼 영광입니다. 오써(Author) 한강!" 10일(현지시간) 노벨상 기념 연회가 열린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 블루홀에 서툰 한국어 발음이 울려 퍼졌다. 사회자가 한국어로 한강을 부르자, 검은색 긴 드레스를 입은 한강이 옅은 미소를 띠고 단상에 올랐다.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입에 1200명 청중의 눈길이 집중됐다.○"세상은 수많은 일인칭으로 이뤄져"한강이 광주에 살던 여덟 살 때 이야기로 운을 떼자 시끌벅적하던 연회장이 조용해졌다. 한강은 영어로 "어느 날 오후, 산수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아이들과 건물 처마 밑에서 비를 피했던 기억이 난다"며 "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건물의 처마 아래에 비를 피하는 사람들이 보였는데,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비와,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느끼며 어린 한강은 문득 깨달았다. '세상엔 수많은 일인칭이 존재하는구나.' 한강은 "나와 함께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이들을 비롯해 길 건너편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나'로서 살고 있었다"며 "각자의 시선으로 비를 보고 있었고, 촉촉함을 느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많은 일인칭 시점을 경험한 경이로운 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일인칭으로 이뤄진 세상에 대한 깨달음은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로 이어졌다. 한강은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이런 경이로운 순간을 되새기고 또 되새겼다"며 "언어의 실을 따라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다른 내면과 마주하곤 했다"고 밝혔다. 이
나무는 죽어서 두 번째 삶을 산다. 균류부터 곰팡이, 곤충, 인간까지 말라 죽은 나무는 어떻게 다른 생물과 더불어 화려한 두 번째 삶을 시작할까.<고목 원더랜드>는 고목(枯木)에서 펼쳐지는 생태계를 다룬 책이다. 죽어서 썩은 것처럼 보이는 고목은 천천히 분해되는 동안 다양한 숲속 생물의 보금자리가 된다. 책의 저자인 일본의 고목 연구자 후카사와 유는 이를 "수많은 객식을 갖춘 호텔"에 비유한다. 저자는 자신의 집 마당에서 말라 죽은 졸참나무를 실제 사례로 들며 이야기를 시작한다.나무가 죽으면 가장 먼저 찾아 오는 건 각종 균류와 곰팡이다. 흔히 버섯이라고 하는 곰팡이, 목재부후균은 나무를 분해한다. 나무에 자란 곰팡이를 먹기 위해 톡토기, 쥐며느리, 노래기, 진드기 등 곤충이 찾아온다. 이어 선충과 지렁이, 버섯을 먹는 다람쥐까지 온다. 나무가 분해되면서 습기를 머금으면 이끼 같은 하등식물이 자라기 시작하고, 분해가 더 진행되면 그 위에 대를 이을 나무가 자라난다.저자는 "고목이 사라지면 고목에 사는 생물의 다양성도 잃게 된다"며 "생물다양성을 잃으면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그중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도 많다. 고목에만 서식하는 어떤 균류가 암이나 감염증의 특효약이 될지 모른다"고 말한다.고목은 인간에게도 다양한 혜택을 준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일치시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탄소중립'에 고목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목은 분해되는 과정에서 리그닌 등 일부 성분이 토양에 남아 탄소를 저장한다. 고목은 천천히 분해되기 때문에 고농도 탄소를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다. 기후위기를 막고 탄
"문학을 읽고 쓴다는 건,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것과 같습니다."국내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은 10일(현지시간) 노벨상 시상식이 끝난 뒤 열린 연회에서 이같은 수상소감을 밝혔다.한강은 노벨상 연회가 열린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 블루홀에서 단상에 올라 영어로 소감을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 오후 주판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더니 하늘이 열렸다"며 "비가 너무 강해서 아이들이 건물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이어 "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고, 그 처마 아래에도 여기에서처럼 만큼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았다"며 "쏟아지는 비와 내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다"고 덧붙였다.세상이 수많은 일인칭으로 구성돼 있음을 깨달은 순간이었다고 한다. 한강은 "나와 함께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이 모든 사람, 그리고 길 건너편에 있는 저 모든 사람은 권리를 가진 '나'로 살고 있었다"며 "저와 마찬가지로 각자 이 비를 보고 있었고, 촉촉함을 느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너무나 많은 일인칭 시점을 경험한 경이로운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이 경험은 한강이 소설을 쓸 때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한강은 "읽고 쓰는 데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저는 이 경이로운 순간을 반복해서 경험했다"며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마음 깊은 곳으로, 다른 내면과의 만남,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질문을 그 실에 맡기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그는 "우리가 태어난 이
"친애하는(dear) 한강, 국왕 폐하로부터 상을 받기 위해 나와주시기 바랍니다."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 한강의 이름이 울려퍼지자 1500명의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시상식에서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에 이어 네 번째로 호명된 한강은 검은색 긴 드레스를 입고 무대 가운데로 향했다. 스웨덴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으로부터 메달과 증서를 받아 들고 악수하자 장내를 박수소리가 가득 채웠다. 한강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이날 아스트디르 비딩 노벨재단 이사장은 시상식 개회사에서 문학상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인간의 나약함을 심오하게 탐구한 작품에 수여됐다"고 소개했다.한림원 종신위원인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은 시상에 앞서 약 5분간의 연설을 통해 한강의 작품세계를 상세히 설명했다. 맛손은 "한강의 주요 작품을 관통하는 색상은 흰색과 빨간색"이라며 "흰색은 그녀의 많은 작품에 등장하는 눈(雪)으로 화자와 세상 사이 보호막을 긋는 역할을 하지만, 슬픔과 죽음의 색이기도 하다"면서 "빨간색은 삶, 그리고 한편으로는 고통과 피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흰색과 빨간색은 한강이 작품 속에서 되짚는 역사적 경험을 상징한다"고 강조했다.맛손은 제주 4·3사건을 다룬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두고 "한강의 작품은 결코 잊어버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라며 "소설 속 인물들은 상처를 입고 부서지기 쉬우며 어떤 면에선 나약하지만, 그들은 또 다른 발걸음을 내딛거나 질문을 던질 만큼 충분한
"그럼 어떤 어른이 돼야 할까요?"4년 전 <어린이라는 세계>로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김소영 작가가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이 책은 김 작가가 독서교실을 운영하며 만난 어린이들 특유의 생각과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해 쓴 에세이 모음집이다. 20만부 이상 팔린 이 책은 2021년 온라인 서점 알라딘이 독자 투표를 통해 뽑은 '올해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최근 새 에세이집 <어떤 어른>을 발표한 김 작가는 서울 중림동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전작에서 어린이의 세계를 만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어른이 돼야 할까, 어른으로서 무슨 역할을 해야할까 고민하는 독자들을 많이 만났다"며 "그들과 대화하고 함께 고민한 내용을 공유하고자 이번 책을 냈다"고 설명했다. 어른이 어린이를 보듯, 어린이도 어른을 본다. 어린이는 어른이 사는 모습을 보면서 산다는 게 어떤 건지를 배운다. 김 작가는 이번 책에 어린이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어른의 모습을 담았다. 동네 어린이들이 주인 잃은 강아지를 맡기러 갑작스레 들이닥쳤을 때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세탁소 사장님도 있고, 아침마다 등교하는 어린이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녹색 어머니'도 있다. 김 작가는 "어떤 어른이 좋은 어른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다"며 "어린이가 다양한 어른을 만나 다양한 형태의 롤 모델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김 작가는 졸업 후 출판사에서 13년 간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했다. 편집자를 그만두고 독서교실을 연 지 올해로 11년차다. 김 작가는 "자녀가 없기도 하고, 편집자로 일할 땐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사랑이란 무얼까?/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국내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은 7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수상 기념 강연을 이 같은 시 구절로 시작했다. 1979년 여덟 살의 한강이 쓴 시다. 한강은 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가 낡은 구두 상자에 담긴 유년 시절 일기장 사이에서 이 시를 발견했다고 한다.한강은 “일기장과 책자를 원래대로 구두 상자 안에 포개어 넣고 뚜껑을 덮기 전, 이 시가 적힌 면을 휴대폰으로 찍어뒀다”며 “그 여덟 살 아이가 사용한 단어 몇 개가 지금의 나와 연결돼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년시절 일기장에서 시 발견한강은 자신의 작품이 언제나 ‘사랑’을 향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2021년 가을까지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란 두 질문이 나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왔다”며 “하지만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고,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음이었다”고 말했다.한강은 “1979년 4월의 아이는 사랑이 ‘나의 심장’이란 개인적인 장소에 위치한다고 썼고, 그 사랑의 정체에 대해선 ‘우리의 가슴과 가슴을 연결하는 금실’이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느끼는 생생한 감각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 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사랑이란 무얼까?/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 국내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은 7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수상 기념 강연을 이같은 시 구절로 시작했다. 1979년 여덟 살의 한강이 쓴 시다. 한강은 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 낡은 구두 상자에 담긴 유년 시절 일기장 사이에서 이 시를 발견했다고 한다. 한강은 "일기장과 책자를 원래대로 구두 상자 안에 포개어 넣고 뚜껑을 덮기 전, 이 시가 적힌 면을 휴대폰으로 찍어뒀다"며 "그 여덟 살 아이가 사용한 단어 몇 개가 지금의 나와 연결돼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강은 자신의 작품이 언제나 '사랑'을 향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2021년 가을까지,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란 두 질문이 나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왔다"며 "하지만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고,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음이었다"고 말했다. 한강은 "1979년 4월의 아이는 사랑은 '나의 심장'이란 개인적인 장소에 위치한다고 썼고, 그 사랑의 정체에 대해선 '우리의 가슴과 가슴을 연결하는 금실'이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느끼는 생생한 감각들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 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고 감동한다"며 "언어가
제임스 리가 미국의 플러스사이즈 흑인 여성 의류업체 애슐리스튜어트의 최고경영자(CEO)로 왔을 때 회사는 파산 직전이었다. 원래 그의 역할은 투자자들을 위해 회사 자산을 적절히 팔아치우는 일이었지만 침몰하는 회사를 살려보기로 결심했다. 제임스는 3년 만에 2000만달러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6개월로 예상했던 CEO 임기는 7년 동안 이어졌다.제임스는 미국으로 이민 온 한국인 가정에서 태어난 이민 2세다. 미국 하버드대와 같은 학교 로스쿨을 졸업한 뒤 투자은행과 사모펀드 회사 등에서 일했다.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그가 망해가는 흑인 여성 의류업체의 경영을 맡아 회사의 체질과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데 성공한 과정이 자서전 <레드 헬리콥터>에 담겨 있다. 레드 헬리콥터는 어린 시절 받았던 선물 가운데 하나다.애슐리스튜어트에 가자마자 제임스는 사장실을 없애고 미국 전역의 매장을 돌아다녔다. 사무실엔 직원들과 수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낮은 칸막이를 뒀다. 그 옆에 놓은 저렴한 합판 소재의 작은 타원형 탁자가 임원 회의실이었다. 제임스는 낡은 닛산 세단을 타고 매일 뉴욕, 뉴저지, 필라델피아와 그 주변 매장을 방문했다. 비행기를 타고 댈러스, 애틀랜타, 디트로이트 등의 매장도 돌았다.매장에서 제임스는 애슐리스튜어트가 가진 무형자산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다정함’. 애슐리스튜어트 매장은 지역 사회 흑인 여성들의 커뮤니티센터이자 사랑방 역할을 했다. 점장들은 대개 그들의 고객과 마찬가지로 흑인 여성이었는데, 그들은 매장을 찾는 손님을 소비자가 아니라 친구로 대했다. 많은 고객이 꼭 쇼핑하지 않아도 1주일에 두세 번씩 매장
인기 영화 ‘청설’의 각본집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진입했다. 12월 첫째 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에 따르면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영화 ‘청설’의 각본이 담긴 <청설 각본집>이 9위에 올랐다. 이 영화는 대만의 청춘 로맨스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오는 10일 노벨문학상 시상식을 앞둔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8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작별하지 않는다>가 각각 2·3위를 기록했다. 코미디언 겸 작가 고명환의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는 ‘나만의 책 만들기 에디션’으로 다시 출간돼 5위에 올랐다.신연수 기자
우울과 자기혐오가 만연한 시대, 어쩌면 요즘 사회가 우리로 하여금 자신을 싫어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데번 프라이스는 저작 <수치심 버리기 연습>에서 ‘체제적 수치심’이란 개념으로 이를 설명한다. 수치심은 인류 진보 전체에 관해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예컨대 환경오염을 비닐봉지를 사용하고 에코백과 텀블러를 쓰지 않는 개인 탓으로 돌리면 기업들이 끼치는 막대한 환경 피해, 대중을 속이는 그린워싱 등 사회와 정부의 책임이 어느새 옅어진다.1920년대 역사상 최초로 자동차가 길에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때 운전면허가 도입되기 전 미숙한 운전자가 도로에 쏟아져 나와 교통사고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늘어나는 교통사고에 대한 비판이 날로 높아지자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무단횡단’이란 신조어를 내놨다. 보행자 사망 사고에서 자동차의 역할을 축소하고 개인의 책임을 강조할 방법을 생각해 낸 결과다. 그들은 로비를 통해 무단횡단을 처벌 가능한 범죄로 규정하고 체제의 부재로 부상 또는 사망하는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교통조례를 제안했다.체제적 수치심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 견해와 태도를 남에게 똑같이 들이대려 하기에 더 무섭다. 저자는 우리가 모두 연결돼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자기 혐오와 무력감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신연수 기자
제임스 리가 미국의 플러스사이즈 흑인 여성 의류업체 애슐리스튜어트의 최고경영자(CEO)로 왔을 때 회사는 파산 직전이었다. 원래 그의 역할은 투자자들을 위해 회사 자산을 적절히 팔아치우는 일이었지만 침몰하는 회사를 살려내보기로 결심했다. 제임스 리는 3년만에 2000만 달러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6개월로 예상했던 CEO 임기는 7년 동안 이어졌다. 제임스는 미국으로 이민 온 한국인 가정에서 태어난 이민 2세다. 미국 하버드대와 같은 학교 로스쿨을 졸업한 뒤 투자은행과 사모펀드 회사 등에서 일했다.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그가, 망해가는 흑인 여성 의류업체의 경영을 맡아 회사의 체질과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데 성공한 과정이 자서전 <레드 헬리콥터>에 담겨 있다. 레드 헬리콥터는 어린 시절 받았던 선물 가운데 하나다. 애슐리스튜어트에 가자마자 제임스는 사장실을 없애고 미국 전역의 매장을 돌아다녔다. 사무실엔 직원들과 수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낮은 칸막이를 뒀다. 그 옆에 놓은 저렴한 합판 소재의 작은 타원형 탁자가 임원 회의실이었다. 제임스는 낡은 닛산 세단을 타고 매일 뉴욕, 뉴저지, 필라델피아와 그 주변 매장들을 방문했다. 비행기를 타고 댈러스, 애틀랜타, 디트로이트 등의 매장도 돌았다. 매장에서 제임스는 애슐리스튜어트가 가진 무형자산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다정함'. 애슐리스튜어트 매장은 지역 사회 흑인 여성들의 커뮤니티센터이자 사랑방 역할을 했다. 점장들은 대개 그들의 고객과 마찬가지로 흑인 여성이었는데, 그들은 매장을 찾는 손님을 소비자가 아닌 친구로 대했다. 많은 고객이 꼭 쇼핑하지 않아도 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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