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에서 유리천장을 뚫은 여성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중 외국계 기업 출신이 많을까?’오랫동안 품은 의문이다. 통계적 증명이나 깊이 있는 연구 결과는 아니지만 한 가지 가설이 가능하다. 한국 기업과 외국 기업의 문화 차이, 좀 더 구체적으론 일과 가정의 양립이 제도적으로, 그리고 실질적으로 보장되느냐 여부가 아닐까 싶다. 출산과 육아가 커리어의 공백이 되는 한국. 이 문제가 한국이 초저출산 국가가 된 배경 중 하나임은 분명해 보인다.한국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까지 ‘인구 붕괴’를 걱정할 정도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취업률 하락, 집값 폭등 등 경제적인 이유와 함께 가치관 변화, 특히 여성들의 인식 변화가 출산율 급감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출산율은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2016년 이후 뚝뚝 떨어지고 있다. 이른바 MZ세대, 그중 M(밀레니얼)세대가 결혼 및 출산 시기에 접어드는 시점과 맞물린다.그들은 왜 출산을 기피할까. 그들의 엄마 세대는 공부도 할 만큼 했고, 사회생활을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중 많은 사람이 출산·육아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엄마들로부터 딸들이 들었던 말은 이런 것이다. “너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라.” 아들들의 생각도 달라졌다. 아빠 세대의 나 홀로 부양 부담이 싫어졌다. 20대 절반은 결혼 후 아이 없이 사는 것에 동의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그 결과가 대한민국 합계 출산율 0.81명이다. 우리나라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1명도 안 된다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에도 못 미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지금
교육제도와 관행의 변화는 아이들보다 부모 세대의 인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교육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근본적 논란을 제외하면 부모 세대가 교육제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한국 사회에서 부모들이 생각하는 자녀교육 성공은 명문대 합격이었다. 모든 교육제도와 관행이 명문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최근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명문대학에 들어갔다’는 것을 자녀교육의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2010년 22.1%에서 지난해 8.7%로 뚝 떨어졌다. ‘자녀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를 꼽은 비율은 13.5%에서 23.7%로 크게 늘었다. ‘자녀가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컸다’(25.8%)는 응답 다음이었고, ‘자녀가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22.5%)는 답변보다도 높았다. 밀레니얼 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밀레니얼 세대의 자녀를 흔히들 ‘알파 세대’라고 부른다. 몇 년 전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개념이다. 알파 세대는 2010년 이후 태어난 아이들로 X세대, Y세대(밀레니얼 세대), Z세대의 뒤를 잇는다. Z 다음 알파벳이 없어 처음으로 돌아간 것인데, A세대가 아니라 알파 세대로 부르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종족이란 의미가 있다.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와 함께한 첫 세대다. 여덟 살만 되면 부모 세대보다 디지털 활용 능력이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디지털 네이티브’ 외에 알파 세대의 또 다른 특징으론 자기 중심성이 꼽힌다. 각자 세상의 주인공이다. 형제자매가 줄고 외동이 많아진 영향이 클 것이다. 돌이켜보면 새로운 세대가 등장할 때마다 개인의 개성과 다름을 존
최근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의 <사피엔스> 출간 10주년 특별판 서문이 화제가 됐다. 서문 도입부에 실린 인공지능(AI)이 쓴 글 때문이었다. GPT-3라는 AI가 ‘하리리처럼 써달라’는 주문을 받고 그의 책과 논문, 인터뷰를 비롯해 온라인에 떠도는 글을 ‘학습’해 작성했다. 허술한 구석이 있지만 하리리 교수조차 “충격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그럴듯했다.AI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급격히 높아진 것은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 때였다. 당시 알파고는 4승1패로 이세돌 9단을 이겼다. 기계가 학습을 통해 복잡한 수를 쓰는 바둑에서 인간을 능가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AI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아리아, 기가지니, 시리, 빅스비와 같은 AI 기반 음성인식 서비스들이 대표적이다. 구글 번역기나 네이버 파파고는 해외에 나갈 때 든든한 친구다. 물론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얼마 전엔 AI 그림 앱에 상류로 헤엄치는 연어를 그려 달라고 했더니 마트에서 파는 선홍색 연어 필렛이 강물에 줄지어 떠 있는 괴상한 그림이 결과물로 나와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지만 기술의 발달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예측 가능한 미래에 인간은 AI를 활용하며 AI와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AI가 고도화하고 확산할수록 생산성 향상이란 긍정적 측면과 함께 단순노동의 대체, 윤리적인 문제 등 많은 이슈도 따라 등장할 것이다.큰 변화의 시기엔 늘 도전과 기회가 함께 온다. 이럴 땐 얼마나 빨리 그 변화에 대응할 능력을 갖추느냐가 중요하다. 한 나라 차원에선 국가 경쟁력에 관한 문제이
지난 추석 연휴 내내 꼼짝없이 방에서 지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당한 탓이다. 그동안 잘 피해 다녀 타고난 슈퍼 항체가 있나 보다 생각했는데 자만이었다.혼자만의 긴 시간을 함께한 것은 넷플릭스였다. ‘수리남’ 6편을 몰아봤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무엇인가를 고치는 사람, 아니면 일종의 ‘해결사’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드라마를 보면서 수리남이 남미에 있는 나라 이름인 것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사실 여부를 떠나 마약 환승국으로 그려진 수리남 사람들은 기분이 썩 좋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나라 외교부 장관이 항의했다고 한다. 이 또한 ‘수리남’이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 싶다.재택근무 기간 중 또 다른 한국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비영어권 작품에는 한없이 벽이 높았던 에미상 문턱을 한국 드라마가 처음으로 넘은 것이다. ‘오징어 게임’은 드라마 기술 분야 등에 수여하는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에서 게스트상, 시각효과상, 스턴트퍼포먼스상, 프로덕션디자인상을 수상해 올해 에미상 6관왕의 기록을 세웠다. 작품상은 비록 불발됐지만, 엄청난 성과다. ‘오징어 게임’은 수상을 못 했다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작년 9월 17일 공개된 직후 4주간 기준으로 세계 누적 시청 시간이 무려 16억5045만 시간에 달한다. 넷플릭스 사상 최고의 기록이다. 2위 흥행작과도 10억 시간 이상 차이가 난다.성공한 영화나 드라마는 감독과 배우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게 마련이다. 이번엔 ‘에
초·중·고교 여름방학 막바지였던 지난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3층은 초등학생과 중학생, 그리고 학부모들의 ‘경제 공부’ 열기로 뜨거웠다. 어린이·청소년 경제신문인 ‘주니어 생글생글’ 독자를 대상으로 사흘간 연 여름방학 경제캠프에 참석자들의 호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서울뿐 아니라 대전, 부산, 광주, 심지어 제주에서 올라 온 참가자도 있었다. 이미 개학해 교외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참석했다는 이들도 있었다. 제조회사, 은행,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직접 경제와 금융에 대한 강의를 듣고, 질문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 더 관심이 컸을 것이다.아이들의 경제 지능을 키우고, 문해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주니어 생글생글’을 창간한 지 6개월이 됐다. 그동안 매주 신문을 제작하고, 어린이 기자단을 뽑아 운영하고, 경제캠프 등 각종 행사를 치르면서 몇 가지 느낀 점이 있다.우선 경제교육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가 확실히 커졌다. 관심의 폭도 달라졌다. 예전엔 ‘돼지 저금통’이 경제·금융 교육의 상징이었다. 아빠 구두를 닦고 용돈을 받으면 빨간 돼지 저금통에 넣고 흔들어 보며 뿌듯해했다. 지금도 저축은 금융 교육의 기초다. 다만 금리를 이해하는 아이들은 저금통 대신 은행에 가서 통장을 만든다. 기업 활동과 주식 개념을 공부한 친구들은 부모와 함께 증권 계좌를 만들어 주식투자도 한다. “돈을 빌려 간 사람이 안 갚을 수도 있는데 은행은 뭘 믿고 돈을 빌려주나요?” “펀드에 손실이 나도 펀드매니저에게 수수료를 내야 하나요?”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요즘 초등학생들이다.경제 공부에는
밴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 두 사람의 쾌거가 전해졌을 때 대한민국 엄마들의 관심은 대번에 ‘부모가 어떻게 키웠을까’로 쏠렸다. 임윤찬은 남들보다 좀 늦은 일곱 살에 상가 피아노학원에서 처음 피아노를 배웠다는 점이 부각됐다. 허준이 교수는 ‘수포자(수학 포기자)’까지는 아니지만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구구단을 잘 못 외웠고, 시인이 되겠다며 고등학교를 자퇴한 사실이 화제가 됐다. 시작의 평범함에 잠시 주목하다가 결론은 ‘타고난 재능과 머리가 특출하다’로 귀결된다. 그럼에도 이들의 스토리는 일반적인 ‘교육’이란 측면에서 생각해볼 만한 점들이 있다.어느 분야에서든 경지에 오른 사람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무엇보다 그 일을 정말로 좋아한다는 것이다. 하루 12시간씩 피아노를 치는 것은 그 일에 빠져들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일반인은 쳐다만 봐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수학공식을 들여다보면서 답을 찾아가는 수학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좋아하는 것이 충분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좋아한다는 것은 지치지 않고 남다른 노력을 쏟게 만드는 에너지의 원천이다.또 다른 공통점은 인문학적 소양이다. 임윤찬은 인터뷰에서 리스트의 ‘단테 소나타’를 이해하기 위해 단테의 신곡을 외울 만큼 읽었다고 했다. 그는 클래식 작곡가들에게 영향을 준 괴테와 실러의 작품을 스승으로부터 추천받아 읽었고, 윤동주와 릴케, 하이네의 시도 스스로 찾아봤다고 한다. 그의 연주가 세계인의 마음을 뒤흔든 것은 뛰어난 연주 기교뿐 아니라 이
학생들은 필수과목에다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는다. 성적은 절대평가다. 90점 이상은 A, 80점 이상은 B, 70점 이상은 C 이런 식이다. 과목별로 일정 점수에 미달하면 다시 시험을 볼 수 있다. 다만 재시험을 보려면 추가 숙제를 해야 한다. 학생들은 숙제를 하면서 다시 공부한다. 재시험에서 100점을 받아도 최대 B학점까지만 올릴 수 있다. 처음부터 열심히 공부해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을 고려한 것이다.미국식 교육과정을 따르는 한 국제학교 얘기다. 보통 시험이라고 하면 성적과 등수를 떠올리는데 여기선 시험 목적이 학생에 대한 변별보다 학업 성취도를 끌어올리는 데 있음이 명확하다. 이 사례를 떠올린 것은 최근 기초학력 저하 문제가 다시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교육부가 발표한 ‘2021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평가 대상인 중 3과 고 2 학생들에서 중위권 이상으로 볼 수 있는 ‘우수’와 ‘보통’ 학력 비율이 코로나로 역대 최저였던 전년도 수준에 머물렀다. 학업 성취도 평가는 절대평가로 우수, 보통,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 4단계로 나뉜다.더 큰 문제는 다음 학년에 진학해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정도를 뜻하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고 2의 경우 국어 7.1%, 수학 14.2%, 영어 9.8%로 2년 연속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 비율은 2013년만 해도 각각 2.9%, 4.5%, 2.8%였다. 3배 안팎으로 늘었다. 중 3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학력 저하엔 코로나 영향이 크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시작됐다는 지적이 많다. ‘OECD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 결과를 봐도 한국 학생들의 수학, 읽기, 과학 소양 평가에서 2015년부터 2수준 미만(1이 최저, 6이 최고) 하위 학생 비율이
교육 분야에서 보수와 진보가 이견 없이 ‘동의’하는 정책이 있다. 바로 디지털 인재 양성이다.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중 교육 분야와 관련해 “창의적 교육으로 미래 인재를 키우겠다”며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을 맨 앞에 내세웠다.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소프트웨어(SW)와 인공지능(AI) 교육을 필수화하고, 대학 학과와 정원도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5년간 디지털 인재 100만 명 양성’을 디지털 혁신 공약 1호로 내걸었다.문재인 정부가 작년 11월 발표한 ‘2022 교육과정 개편’ 총론의 핵심 중 하나도 디지털 기초소양 강화 및 정보교육 확대였다. 2년 뒤 초등학교부터 적용될 개편안은 디지털을 언어, 수리와 같은 기초소양으로 보고, 모든 교과에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 SW뿐 아니라 AI 등 신기술 분야도 학교에서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정보교육 시간은 지금보다 2배로 늘어난 각각 34시간과 68시간이 되고, 고등학교엔 별도의 정보 교과가 신설된다.디지털 교육에 대한 사회적 공감은 충분히 이뤄져 있다. 관련 인재 수요가 급증하고, 프로그램 개발 같은 실무가 아니더라도 모든 업종에서 디지털 이해력은 문제 해결과 업무 진행에 필수가 됐다. 우리나라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늘어난 초·중등 학교 정보수업 시간도 미국(416시간), 일본(405시간), 영국(374시간), 인도(256시간), 중국(212시간) 등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학교에서 SW와 AI 교육을 강화한다고 하니 문득 영어 교육 생각이 났다. 둘은 ‘언어’라는 연관성이 있다. SW의 기초인 코딩을 하려면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야 한
한국의 교육열은 대단하다. 대학 진학률이 70%를 넘는다. 청년층 대학 진학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이다. 그런데 대학교육의 경쟁력은 그리 높지 않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경쟁력 평가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64개국 중 23위, 대학교육 경쟁력은 47위에 머물렀다. 얼마 전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기관인 QS가 발표한 ‘전공별 세계 대학 순위’에서도 ‘톱 10’에 드는 국내 대학 학과는 한 개도 없었다. 51개 전공별 1위의 절반 이상이 미국 대학이었고, 아시아에선 싱가포르가 23개, 중국이 4개, 일본이 3개 전공에서 10위 안에 들었다.대학교육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 찾을 수 있겠지만 결국 재원 문제다. 좋은 교수를 모셔 와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좋은 시설에서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선 돈이 있어야 한다. 특히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엄청난 속도의 기술 변화를 좇아가는 데만도 투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많은 대학, 특히 지방 사립대는 투자는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전등을 끄면서 학교 지출을 아낀다는 ‘웃픈’ 얘기들이 나온다. 근본적인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다. 게다가 주요 수입원인 등록금이 2009년 이후 동결돼 대학 재정은 더 크게 악화했다.이상적으로 생각하면 정부 예산은 국공립대에 집중되고, 사립대는 재정적으로 자립하기 위해 등록금 책정이든 학생 선발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전체 대학의 85%가 사립이다. 학생 수로 보면 78%가 사립대에서 교육받고 있다. 대학교육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전제하면 정부가 국
“농부는 꼭 아저씨여야 하나요?” 지난달 말 나온 초중생 경제신문 ‘주니어 생글생글’ 2호를 보던 초등학교 6학년생 딸이 했다는 말을 한 지인이 전해줬다. ‘옥에 티’라는 지적과 함께.학교 급식이 어떤 절차로 만들어지는지 그림과 함께 설명한 기사로, 제목은 ‘농부 아저씨의 쌀이 학교 급식의 밥이 되기까지’였다. 아이들이 읽는 신문을 만들면서 표현이나 용어, 심지어 일러스트레이션의 손 모양까지 나름 신경을 쓰는데도 이런 실수(?)가 나왔구나 싶었다. 요즘 아이들의 ‘성평등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다시 한번 깨달은 순간이었다.필자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반장은 남학생, 부반장은 여학생’이었다. 누가 정한 규칙인지 모르지만, 그냥 그렇게 받아들여졌다.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요즘은 딸을 키우면서 여자라고 한계를 짓는 부모를 찾기 힘들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에게 남녀 불문하고 성별이 ‘차이’일 뿐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지난주 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선거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20대 젊은 층에서 성별로 지지 후보가 확연히 갈린 점이다. 20대 이하 여성은 58.0%가 이재명 후보를, 33.8%가 윤석열 당선인을 지지했다. 반면 20대 남성은 58.7%가 윤 당선인을, 36.3%가 이 후보를 찍었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았던 이번 대선에서 예상보다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것과 관련해 2030 여성들이 막판 이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원래 젊은 여성들은 진보 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성평등 의식은 높아졌는데, 사회에 나와 보면 여전히 남성 중심의 기성세대 논리와 문화가
지난 설 연휴 KBS 2TV에선 파일럿 프로그램 형태로 ‘자본주의 학교’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10대들의 ‘진짜 돈 공부’를 표방한 이 프로그램엔 중학생 트로트 가수 정동원과 농구인 현주엽 씨의 두 아들, 방송인 현영 씨의 딸, 가수 고(故) 신해철 씨의 아들과 딸 등 6명이 출연했다.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부모로부터 100만원씩 받았다. 각각 주식투자와 푸드트럭 운영, 직접 그린 이모티콘 그립톡 판매 등으로 돈을 버는 과정을 그렸다. 여기에 수익금 기부 등의 내용도 더해졌다.‘자본주의 학교’라는 다소 노골적인 제목이 눈길을 끌기도 했지만, 10대가 주인공인 경제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시청률도 꽤 나왔다는 것은 자녀 경제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졌음을 잘 보여준다. 부산 송수초 옥효진 교사가 쓴 《세금 내는 아이들》이란 경제동화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도 비슷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돈의 중요성을 잘 알면서도, 대놓고 돈 이야기 하길 터부시했던 사회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이다.유대인 가운데 세계적인 부자가 많은 것이 돈과 경제에 대한 교육 때문임은 잘 알려져 있다. 유대인들은 일찍부터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을 가르친다. 심부름 등 ‘노동’의 대가로 용돈을 주고, 적은 돈부터 소중하게 모으는 습관을 길러준다. 학교 행사 등에서 쿠키를 팔며 ‘사업’ 개념을 익힌다. 유대인은 12~13세 때 성대한 성인식을 치르는데, 이날 친인척 등으로부터 받은 축의금은 자녀 몫이다. 이를 예금 주식 채권 등에 넣어둔다. 성인이 돼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종잣돈으로 쓰인다.돈의 원천은 기본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다.
요즘 일을 하다 보면 IT(정보기술)에 대한 이해력이 왜 중요한지를 절실히 느낀다. 어떤 일이든 ‘온라인’과 ‘모바일’을 빼고는 말할 수 없다. 직접 프로그램을 짜진 않더라도, 개발자들의 ‘언어’를 이해하면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발자들도 IT를 모르는 사람과 일하면 어떨까. 매우 답답해할 게 분명하다. 말 그대로 소통이 안 되기 때문이다.소통은 상대방의 말이나 글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알면 관련 분야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 소통이 쉬울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학교에서 코딩과 AI(인공지능) 교육 등이 강화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런데 정보교육이 강화되는 한편에선, 문해력(文解力)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해력이란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맥락에서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이다.문해력 약화는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년마다 약 80개국 만 15세 학생들의 읽기·수학·과학 실력을 평가한다.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다. 코로나 탓에 지난해 실시하지 못해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최근 결과가 2018년 것이다. 이 평가에서 한국은 79개국 가운데 읽기(514점)가 6∼11위, 수학(526점)이 5∼9위, 과학(519점)이 6∼10위였다.읽기 능력은 2006년 1위(556점)를 차지한 뒤 계속 하락세다.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PISA 2009와 PISA 2018 결과를 비슷한 상위권 4개국(싱가포르, 에스토니아, 일본, 핀란드)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일본 핀란드와 함께 읽기, 수학, 과학 세 영역에서 모두 평균점수가 하락했다. 한국은 읽기
우리나라에선 초등학교 5~6학년 때 처음 ‘선거’에 대해 배운다. 초등학교 5학년 사회교과서에서 헌법 내용을 소개하면서 기본권으로서의 참정권과 선거권을 언급한다. 초등학교 6학년 땐 우리나라의 정치발전과 민주주의를 다루면서 국민이 자신을 대표할 사람을 직접 뽑는 선거를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가르친다. 그래서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으로 부른다고 설명한다. 학생들은 수업뿐 아니라 학급 반장, 전교 회장을 뽑으면서 실전 선거를 경험한다. 입후보한 친구들이 공약을 내걸고, 이를 비교해 뽑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대의민주주의를 익힌다. 그리고 만 18세가 넘으면 누구나 자기 판단에 따라 ‘국민의 대표자’를 뽑게 된다.교과서에서 배우는 선거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신성한 절차’다. 현실에서도 제도, 절차 등 형식적인 면에선 별문제가 없다. 선거의 4대 원칙(보통·평등·직접·비밀투표 원칙)에 따라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을 선출한다. 그런데 국민이 투표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펼쳐지는 선거전은 전혀 아름답지가 않다. 이번 대선은 특히 여야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이 치열하다. 선거운동이 격해지다 보면 상대 약점 들추기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하지만 양측 모두 본인은 물론 가족문제까지 이처럼 시끄러운 선거는 없었던 것 같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남 관련 불법 도박 논란과 성매매 의혹 등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고발 사주’ 논란에다 부인의 허위이력이 문제가 되고 있다.상대 진영 후보의 치부를 드러내고 자유롭게 욕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우
교육부가 지난주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주요사항을 발표했다. 2024년 초등학교 1~2학년, 2025년 중·고교 1학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될 국가 교육과정의 ‘큰 틀’이 제시된 것이다. 이번 교육과정이 학교 교육을 통해 길러내고자 하는 인간상은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이다. 이를 위해 생태 전환, 민주시민 교육을 강조하고, 디지털을 언어·수리와 함께 기초소양으로 봐, AI(인공지능) 등 정보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런데 주도적인 인간상을 추구한다면서, 정작 살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선택적 상황에서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제·금융 교육은 이번에도 뒷전으로 밀렸다.개정 교육과정을 보면, 고등학교 일반선택 과목에서 ‘경제’가 빠졌다. 수능 범위에 속하는 일반선택 과목 수를 현재 9개에서 4개로 줄이면서 정치, 경제 등의 과목을 ‘진로선택 과목’으로 돌린 것이다. 수능에서 제외되면 이들 과목은 교육현장에서 완전히 외면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물론 확정된 것은 아니다. 새 교육과정이 반영되는 2028년 대입은 2024년이 돼야 정해진다. 이번 교육과정의 큰 방향은 2025년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에 따라 학생들의 과목 선택 기회를 넓히고 학교현장의 자율성을 확대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취지의 교육과정이 도입돼도 대입과 연계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는 게 한국 현실이다. 학생들의 과목 선택폭이 넓어져도 입시가 지금과 비슷하다면 어차피 수능에 포함되는 과목들만 살아남을 것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현행 수능 체제가 그대로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 결정은
매년 11월 ‘그날’만 되면 온 나라가 긴장한다. 출근시간이 조정되고, 증시 개·폐장도 한 시간씩 늦춰진다. 항공기 이착륙도 일시적으로 멈춘다. 바로 대입 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날이다. 예비고사, 학력고사, 수능으로 명칭과 성격은 달라졌지만 그날의 풍경은 비슷하다. 올해는 코로나 방역 때문에 수능(18일) 1주일 전부터 모든 고등학교가 원격수업으로 전환된다. 이미 고3 학생들이 집에서 수업받는 학교 주변 아파트엔 소음 나는 인테리어 공사를 자제해달라는 공지문까지 붙어있다. 이렇듯 수능은 온 국민이 함께 겪는 ‘큰일’이다.한국 부모의 교육열이 남다르다. 올해 일반계 고등학교 기준 대학진학률은 아직도 80%에 육박할 정도다. 입시는 사교육 시장과 연결돼 집값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역대 정부가 학생들의 입시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대책을 내놨지만, 또 다른 부작용들이 나타나면서 땜질식 처방이 이어졌다.수시와 정시를 병행하는 지금의 입시 틀이 갖춰진 것은 김영삼 정부 시절이다. 첫 문민정부답게 획일화에서 벗어난 다양성과 자율성을 강조했다. 학력고사가 단편 지식 암기평가에 그친다는 비판이 높자 1994년 통합교과형 문제로 사고력을 평가하는 수능을 도입했다. 이듬해 ‘5·31 교육개혁안’을 발표했고, 1997년 입시부터는 각 대학교가 학생들의 성적뿐 아니라 학교활동 등도 반영해 뽑을 수 있도록 학교생활기록부와 수시전형을 도입했다. ‘한 줄이 아니라 여러 줄을 세운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학교 수업만으로 수능을 대비할 수 없게 되자 학생들은 학원으로 향했다.이후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교육 실험’이 이뤄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란 걸 새삼 확인한다. 이젠 음식점에 들어가면서 휴대폰을 흔들어 QR코드를 찍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다. 마스크를 안 쓰면 화장 안하고 민낯으로 밖에 나가는 것처럼 어색할 정도다. 작년엔 확진자가 100명만 넘어도 잔뜩 움츠러들었는데, 지금은 1000명대에도 그런가 보다 한다. 그럼에도 코로나 때문에 제약받는 일상이 1년 반 넘게 이어지자 다들 인내심이 임계점까지 차오른 듯하다. 아직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아니지만,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은 벌써 인파로 북적인다.공식적인 위드 코로나는 다음달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출범시킨 정부는 이달 말까지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했다. 위드 코로나는 명확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확진자 발생 억제보다 중증환자 관리 중심으로 방역체계를 갖추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점차 완화해가면서 일상을 회복하는 것을 뜻한다. 정부는 백신접종 완료자 70%를 기준으로 잡고 있다.코로나 시대엔 곳곳에 명암이 엇갈렸다. 자영업은 줄폐업이 이어졌지만 특수를 누리는 업종도 생겼다. 골프산업이 대표적이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졌다. 그 와중에 ‘오징어 게임’ 같은 K콘텐츠 메가히트작이 나왔다. 미·중 갈등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공급망은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타격을 입은 기업도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과 미래형 포트폴리오를 갖춘 한국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3분기 주요 상장사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50% 가까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코로나 명암은 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시대가 막을 내린다. 16년 만이다. 독일에선 메르켈 후임을 정하게 될 연방 하원의원 총선거가 치러졌다. 압도적 다수당이 없어 1위 사회민주당(SPD)과 2위 기독민주(CDU)·기독사회(CSU)연합 가운데 녹색당과 자유민주당을 끌어들여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당이 후임 총리를 내게 된다.CDU 소속인 메르켈은 2005년 독일 역사상 첫 여성이자 첫 동독 출신 총리가 됐고, 네 번 연임했다. 동·서독 통일을 이뤄낸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함께 독일 최장수 총리로 기록된다. 전후 독일 역사에서 최초로 스스로 퇴임하는 총리이기도 하다. 물러나는 순간까지 독일 국민들로부터 70%가 넘는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의 전직 대통령 대부분이 불행하거나 존경받지 못하는 처지라는 점에서, 국민 대다수가 아쉬워하며 떠나보내는 지도자를 가진 독일이 부럽기도 하다.메르켈 총리는 ‘무티(엄마)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정치노선과 상관없이 포용적인 리더십을 보여줬다. 갈등이 있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설득과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의사결정이 느리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이 같은 끈기를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시리아 난민 사태, 코로나 대유행까지 온갖 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처해왔다. 10년 연속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푸틴과 같은 ‘스트롱맨’ 틈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았다.메르켈의 정치적 유산(legacy)에 대한 평가 중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띈 것은 매슈 크보트럽 영국 코벤트리대 교수가 BBC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앙겔라 메르켈: 유럽에서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였다. 학교 친구의 엄마라며 전화가 왔다. 흥분해 있었다. 어딘가 손톱에 좀 긁힌 사진을 이어서 보냈다. 우리 아이가 그랬다고 따졌다. 아이가 폭력적인 듯 말해 기분이 상했다. 하지만 무조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리고 딸 아이를 혼냈다. 표정에는 억울함이 배어 나왔다.다음날 같이 놀았다는 다른 친구의 엄마에게 연락했다. 아이에게 당시 상황을 물어봐 달라고 했다. 그 친구는 잘 몰랐다고 했다. 큰 싸움은 아닌 것 같았다. 항의한 엄마가 좀 유별나구나 하고 넘어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엄마들도 비슷한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 아이는 결국 전학을 갔고 엄마 때문이란 얘길 들었다. 당시엔 꽤나 활발했던 아이 성격 때문에 선입견을 갖고 야단부터 친 것을 반성했다.10년이나 지난 아이 일을 떠올린 이유는 최근 강성국 법무부 차관의 ‘황제 우산 의전’ 논란 때문이다. 지난주 아프가니스탄 특별 입국자들이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입소한 직후 강 차관이 현장에서 브리핑하는 사진이 문제가 됐다.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브리핑한 10여 분간 한 직원이 뒤에서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야당에선 “강 차관은 물에 조금이라도 닿으면 녹아내리는 설탕인가” “눈을 의심케 하는 황제 의전”이란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강 차관은 사과했다.처음 사진을 봤을 땐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공직사회 의전은 익히 알고 있지만 누가 봐도 과한 장면이었다. 지시가 없었고, 차관은 몰랐다는 어설픈 해명은 차관이 뒤를 돌아보고 누군가 뒤에서 손으로 직원을 눌러 앉히는 영상에 의해
5년 전, 회사가 알아서 굴려주던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에서 가입자가 직접 운용상품을 선택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으로 전환했다. 회사의 권장사항이었고, 나름 금융상품을 이해한다고 생각해 굴릴 자신도 있었다. 회사에서 매년 신규로 들어오는 돈은 배당주 펀드 등으로 들어가게 했다. 일종의 적립식 투자라 부담이 적었다. 그동안 쌓아놓은 목돈은 좀 달랐다. 더 신중하게 투자하고 싶어 일단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에 넣어뒀다.2년이 그냥 지나갔다. 2018년 증권부장이 돼 퇴직연금 기사를 다루면서 그제야 계좌를 들여다봤다. 예금 수익률은 연 1.6%, 펀드 수익률은 연 17%였다. 예금을 쪼개 투자상품으로 옮겼다. 하필 그 직후에 미·중 갈등이 본격화했다.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지만, 10년을 내다보면 ‘투자’가 답이라고 생각해 덮어뒀다. 지난해 코로나로 급락했던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한국경제신문 증권면에 주요 운용사 CEO들이 추천하는 퇴직연금 펀드 기사가 실렸다. 부진한 일부 펀드를 추천 펀드로 갈아탔다. 현재 5년간 굴린 퇴직연금 수익률은 연 6%대다.개인적인 퇴직연금 운용 경험을 밝힌 것은 최근 한경에 실린 ‘당신의 퇴직연금은 안녕하십니까’라는 기획 시리즈를 보며 몇 가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은 직장인들이 은퇴 후 써야 하는 소중한 노후자금이다. 그런데도 자신의 투자 비중을 모른다는 가입자가 15%, 가입 후 상품을 한 번도 교체해본 적이 없다는 사람이 68%에 달하는 게 현실이다.원리금 보장 상품 비중도 지나치게 높다. 지난해 국내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2.58%에 그친 것은 연금자산의 89%가 예금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스웨덴의 유명 슈퍼마켓 체인 '쿱(Coop)'이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500여개 매장을 닫아야했습니다. 결제시스템이 마비됐기 때문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해커들이 미국에 있는 IT기업 카세야를 공격해 랜섬웨어를 심었는데, 카세야의 고객사인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해당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쿱이 피해를 입은 겁니다. 랜섬웨어는 컴퓨터 시스템을 감염시켜 접근을 제한하고, 이를 풀어주는 댓가로 일종의 몸값(랜섬)을 요구하는 악성 소프트웨어의 한 종류입니다. 카세야는 전체 3만6000여 고객 중 40곳 미만이 피해를 봤다고 밝혔지만, 다수가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회사라 1000여개 기업이 타격을 입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 사태의 주범으론 러시아계 랜섬웨어 갱단인 레빌(REvil)이 지목됐습니다. 이들은 암호를 푸는 댓가로 7000만달러 (약 790억달러)를 요구했습니다. 해커들이 사이버공격이 점점 잦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5월엔 미국 송유관회사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공격을 받아 미국 동부해안 지역에 원유공급이 차질을 빚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유가가 급등하고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랜섬웨어 공격 피해를 입은 국내기업이 78곳에 달합니다.이처럼 늘어나는 해킹사고와 관련해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눈에 띄는 기고문이 하나 실렸습니다. 제목은 '나이든 근로자들이 사이버 공격의 비밀 병기다(Older workers are a secret weapon against cyber attacks)'입니다. 미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 엘리자베스 브로 연구원의 글인데요. 브로 연구원은 디지털 시대에 저평가돼
1991년 공산권 맹주인 소련이 붕괴하자 서방 학자들은 그 다음이 중국 차례라고 예상했다.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와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시장경제가 양립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중국은 1978년 덩샤오핑 주도로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한 뒤 자본주의식 경제성장을 꾀하고 있었다. 서방의 이런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중국은 이후 고도성장을 이뤘고, 미국과 함께 G2로 불릴 정도로 강대국이 됐다.오늘은 중국공산당(中共) 창당 100년 기념일이다. 중국 곳곳에선 대대적인 행사가 열리고 있다. 중공 창당일은 엄밀히 말하면 7월 1일이 아니라 7월 23일이다. 지하 정당으로 출발한 탓에 한동안 정확한 ‘생일’을 몰랐는데, 1938년 마오쩌둥이 한 강연에서 “올해 7월 1일은 중국공산당 건립 17주년 기념일”이라고 언급해 1일이 창당기념일이 됐다. 나중에 정확한 날짜가 밝혀졌지만 여전히 1일을 창당일로 챙긴다. 신격화된 마오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다.중공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 72년간이나 최대 인구대국을 이끌어 왔다. 창당 때 고작 53명이던 당원은 9200만 명이 됐다. 중공이 이처럼 오래 권력을 유지하고, 번성한 비결은 뭘까.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냉혹함과 이념적 민첩성, 실질적인 중국인의 삶 개선을 꼽았다. 중공 지도부는 1989년 톈안먼 사태를 유혈진압했다. 1976년 마오쩌둥 사망 뒤 덩샤오핑은 인민을 굶주리게 한 마오의 노선을 버리고 ‘실용주의’를 택했다. 이후 빠른 경제성장과 함께 부패가 늘고, 사상적으로 느슨해지자 지금 시진핑 체제 들어 이념의 고삐를 조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자유, 인
한국에서 대졸 여성들은 1990년대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당시 조직 내에서 ‘소수’였기 때문에 남성중심 문화에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입사 면접 때 부모님이야 잦은 야근을 이해하겠지만, 결혼하면 남편이 이해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기업에서 여성 임원은커녕 부장급도 찾아보기 힘들 때였다. 맞벌이라도 육아는 여성 몫이었다. 여성들은 결혼을 뒤로하고 일에만 집중하거나, 결혼 후 가족 도움을 받아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슈퍼우먼’이 됐다.요즘은 달라졌다. 지금 20~30대는 성별 때문에 뭐가 되고 안 되고 하는 얘기를 별로 안 듣고 자란 세대다. 여성들은 졸업 후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남성들도 가부장적 사고에서 많이 벗어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8년 조사에 따르면 “가족 생계는 남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질문에 20대 남성의 41.3%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맞벌이가 늘면서 육아도 공동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여성이 가사업무에 쏟는 시간이 길긴 하지만, 젊은 세대의 양성 평등에 대한 인식은 확실히 높아졌다.그런데 한편에선 젠더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한경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20~30대 남녀 모두 “우리가 더 차별받는다”고 생각한다. 젠더 갈등이 실재하긴 하지만 과거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던 ‘극단적 성향의 남녀 전투’가 마치 일반적인 현상인 듯 확산된 것은 정치권이 이를 하나의 프레임으로 활용하며 공론화한 측면이 있다. 물론 갈등 확산의 기저엔 일자리가 줄어 취업이 어려워진, 그래서 한층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젊은이들의 현실이 존재한다.경쟁이 격화하면 &ls
네이버 계열사 라인플러스가 얼마전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재택근무제를 이어간다고 발표했습니다. ‘라인 하이브리드 워크 1.0’로 이름 붙여진 이 제도는 완전 재택부터 부분 재택까지 직원들이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의 조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7월부터 1년동안 시험운영을 거쳐 확산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스타트업 직방은 기존 사무실을 없애고 전면 재택근무에 나서고 있고, 통신사들도 재택근무를 지원하기 위해 분산 오피스를 운영중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트위터, 페이스북, 애플등이 코로나 시기의 재택근무제를 이어간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백신접종이 늘면서 코로나 시기 풀타임으로 재택근무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는 거죠.재택근무의 효율성에 대해선 이런저런 평가들이 많습니다. 초기엔 출퇴근 시간이 낭비되지 않으면서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조사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꼭 그렇지 않다는 연구자료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미국 시카고대 베커프리드먼 연구소에서도 관련 주제에 대한 논문("Work from Home & Productivity: Evidence from Personnel & Analytics Data on IT Professionals")이 나왔는데요. 2019년 4월과 2020년 8월사이 아시아 IT기업에서 근무하는 약 1만여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이전과 재택근무 때의 생산성을 비교한 겁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하면서 전체 근무시간은 약 30%가 증가했습니다. 일반적인 회사 근무시간 외에 일하는 것도 18%가량 늘었습니다. 일하는 시간이 늘었으니 생산량(아웃풋)도 늘지 않았을까 싶은데,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시간당 생산성은 20%가
정치는 '이미지'와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정당도 정치인들도 각종 미디어를 활용해서 이미지를 만들고 그 안에서 비전과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요즘은 TV뿐 아니라 유튜브등 다른 영상 채널들도 많아져서 그 영향력이 더 커진듯 합니다. 선거 때 유권자들의 선택에도 이미지는 큰 역할을 합니다. 1960년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이 맞붙은 미국 대통령 선거를 통상 최초의 '이미지 선거'라고 합니다.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케네디는 정치적 신망이 더 높았던 공화당의 닉슨을 꺾고 미국의 제 35대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케네디가 TV토론을 통해 젊고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여준 것이 닉슨의 노쇠한 모습과 대비되면서 당선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이후 정치, 특히 선거에선 정치인들의 이미지 관리가 중요한 선거전략이 됩니다. 그런데 '이미지'라는 것도 뭔가 알맹이가 있어야 합니다. 어떤 제품이 나왔을때 아무리 열심히 홍보하고 마케팅을 해도,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없으면 '약발'은 곧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이 예쁘게 올라오는 레스토랑도 '핵심'인 음식 맛이 별로면 한번 정도 혹해서 가볼 순 있어도,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정치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정치인들의 이미지를 위한 '마케팅'도 전략적으로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정치인 자체의 '콘텐츠'입니다. 그 콘텐츠는 미래에 대한 비전일 수도 있고, 구체적인 정책일 수도 있고, 인간적인 매력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콘텐츠와 어울리는 마케팅 전략으로 이미지 메이킹이 이뤄질 때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억지스러
2041년부터 국민연금은 적자로 전환될 전망이다. 2056년에는 완전 고갈된다. 만 65세부터 연금을 받는다면 지금 30세가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연금이 고갈돼 유럽처럼 바로 걷어 그해에 나눠 주는 방식으로 바뀌면, 일하는 사람들이 소득의 약 25%(현재는 9%)를 연금보험료로 내야 한다. 사실상 세금이다. 사학연금은 2029년 적자전환이 예상되고, 만성 적자인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이미 수십 년째 재정으로 메워 주고 있다.먼 미래 얘기가 아니다. 지금의 저출산·고령화 추세라면 연금 고갈 속도가 훨씬 빨라질 수도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4명이다. 올해는 0.7명대, 내년엔 0.6명대가 전망된다. 유엔인구기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8개국 중 꼴찌다. 전체 인구 중 0~14세 어린이 비율(12.3%)도 최하위다.작년엔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앞질러 인구가 감소하는 이른바 ‘인구 데드크로스’에 진입했다. 정부가 지난 15년간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305조원이나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더 떨어졌다. 저출산을 현실로 인정하고 이민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당장 영주권자 자녀의 국적 취득을 쉽게 하려는 정책도 중국인에게 한국 국적을 주려는 시도라는 반발에 직면해 있다.국가가 늙으면 성장잠재력이 하락하고 경제 활력이 떨어진다. 가만히 있어도 복지 지출이 급증해 재정 부담은 커진다. 기획재정부의 ‘장기 재정전망’을 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45년 100%에 육박한다. 4대 공공연금 적자 등을 재정으로 감당해야 하기
리걸테크. '법(Legal)'과 '기술(Tech)'을 접목한 말입니다. IT기술을 활용한 각종 법률 서비스를 뜻합니다. 각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이뤄지고 AI(인공지능)가 접목되는 현실이니 법률시장이라고 예외는 아니겠죠. 의뢰인들 입장에선 자신에게 맞는 변호사를 찾거나, 간단한 법률서류를 작성하는데 도움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생각해볼 수 있을 테고, 법조인들한테는 판례나 법령 등을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 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해외에선 새롭게 뜨는 리걸테크 시장을 놓고 경쟁이 치열합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법률 서비스와 컨설팅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노리고 있는 대형 회계법인들까지 적극 뛰어들고 있습니다. 리컬테크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를 하는가 하면, 이들 기업으로부터 유능한 경영진을 스카우트해 오기도 합니다. 반대로 리걸테크 기업들이 서비스를 키우기 위해 대형 로펌이나 회계법인 등에서 인재를 끌어옵니다. 리걸테크 기업들은 처음엔 재판 관련 키워드를 찾아주는 등의 보조적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점점 법률자문 기능 등을 강화하며 로펌과 경쟁하기도 합니다. 리걸테크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투자도 늘고 있습니다. 2019년 톰슨로이터 등에 따르면 영국 리걸테크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은 해마다 늘어나 2억6000만유로(약 3500억원)에 달했다고 추정했습니다. 한 글로벌 데이터분석회사는 전세계 리걸테크 시장 투자금액을 2018년 약 16억6300만달러(약 1조9000억원) 규모로 봤습니다. 이는 3년만에 약 7배로 커진 수치입니다. 캐나다에 근거를 두고 있는 클리오(Clio)처럼 이미 기업가치를 10억달러(약 1조원)이상 평가받는 유니콘들도 있습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생물이 진화할 때 유전자가 복제되듯, 문화가 전파될 때도 유전자 같은 복제 단위가 있다고 봤다. 도킨스는 이를 ‘밈(meme)’이라고 명명했고, 1976년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사용했다. ‘복제된 것’이란 뜻의 그리스어 ‘mimeme’를 유전자(gene)와 비슷한 한 음절 단어로 만든 것이다. 언어, 사상, 유행처럼 대체로 모방 형태로 사회 구성원 간에 문화가 전달되는 방식을 의미한다.온라인 시대가 열리면서 밈은 색다른 의미로 확장됐다.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는 생각, 스타일 등을 뜻하는 ‘인터넷 밈’으로 파생된 것이다. 좁게는 SNS 등에서 복사되고 변형돼 퍼지는, 재미있는 문자·사진·동영상 등을 가리킨다.2013년 호주 젊은이들이 ‘할렘 셰이크’라는 노래에 맞춰 춤추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뒤, 세계적으로 관련 춤 동영상들이 올려진 게 대표적이다. 우리 말로는 ‘짤, 짤방’이라고도 한다.최근 미국 증시에서 ‘밈’ 현상이 확산돼 눈길을 끈다.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 개인투자자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며 유행하는 주식을 ‘밈 주식(meme stock)’이라고 부른다. 올초 미국 개미들이 집중 매수한 게임스톱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토론방에서 뭉친 이들은 공매도 헤지펀드에 맞서 매수에 나섰다. 월가를 조롱하는 사진과 동영상(밈)을 올리며 서로 매수를 독려했다. 연초 17.25달러였던 주가는 한때 500달러까지 폭등했고, 공매도를 걸어놓은 헤지펀드들은 혼쭐났다. 게임스톱 주가는 이후 40달러대로 폭락했다가 반등해 200달러대에서 거래 중이다.영화관 체인업체 AMC엔터테인먼트도
새로운 밀레니엄에 대한 기대가 넘치던 2000년, 미디어업계 최대 뉴스는 타임워너와 아메리카온라인(AOL)의 합병이었습니다. 합병금액만 무려 1650억달러(약 181조원).역대 최대였습니다. 최고의 콘텐츠 회사(타임워너)와 최강의 인터넷회사(AOL)와의 합병뿐 아니라 신·구미디어의 결합으로도 주목받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닷컴버블 붕괴비와 두 회사간 문화 차이로 인해 그야말로 대실패로 끝났습니다. '세기의 잘못된 만남'이란 말까지 나왔습니다. 결국 합병 9년만에 타임 워너가 AOL를 분사시켰고, AOL는 2015년 미국 1위 통신회사인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에 인수됐습니다. 버라이즌은 2017년 야후를 인수한뒤 AOL과 합쳐 구글,페이스북에 맞먹는 미디어기업으로 키우려했지만 실패했습니다. 한편 AOL를 떼어낸 타임워너는 2018년 854억달러에 미국 2위 통신사 AT&T에 인수됐고, 회사명이 워너미디어로 바뀌었습니다. 21년전 타임워너와 AOL합병 건이 떠오른 것은 최근 이들의 '후손'이 다시 미디어업계 M&A에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버라이즌은 이달초 AOL과 야후가 속한 미디어사업부를 50억달러에 사모투자회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에 매각했습니다. 또 지난 17일엔 AT&T가 자회사인 워너미디어를 '다큐왕국'으로 유명한 케이블TV사업자 디스커버리와 합병키로 했습니다. 곧이어 아마존이 영화 '007 시리즈' '터미네이터'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 영화사 메트로-골드윈-마이어(MGM)가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미 언론들은 NBC유니버설을 보유한 컴캐스트와 비아콤CBS가 비슷한 선택에 직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2019년 디즈
매일 오전 사설 주제와 필자를 정하는 논설위원실 회의는 화상으로 진행된다. 부분적으로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가능했지만 시도해 본 적이 없다.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많은 것을 바꿔놨다. 많은 회사가 현장 근무가 필수적인 곳을 빼곤 재택근무를 병행한다. 집단면역이 생기고 생활이 정상화돼도 근무 형태가 예전 같진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출장은 줄고, 전시회 포럼 등 행사도 온·오프라인...
영화 '다이 하드 4.0'를 보신 적이 있나요. 브루스 윌리스가 주인공 존 맥클레인 형사로 나오는 다이하드 시리즈 4번째 작품입니다. 2007년 개봉됐습니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미국 정부의 네트워크 시스템을 설계한 천재 과학자 토마스 가브리엘(티머시 올리펀트)이 시스템 결함을 주장하는 자신의 의견이 묵살당하자 정부에 불만을 품고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4일에 '파이어 세일'이라는 음모를 꾸밉니다. 자신의 계획을 제어할만한 해커들을 죽이는 동시에 미 정부의 네트워크 전산망을 공격합니다. 교통, 통신, 전기, 방송 등 모든 기간시설들이 초토화되죠. 물론 결론은 "역시 할리우드 영화" 입니다. 맥클레인 형사가 가장 아날로그적으로, 영화 제목처럼 '여간해선 죽지 않고(Die Hard)' 싸우며 미국을 지켜냅니다. 현실에서 발생하는 일이 가끔은 비현실적인 영화를 떠오르게 합니다.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해킹사건이 그랬습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송유관업체인 콜로니얼 이프라인이 사이버 공격을 당해 시스템이 마비됐습니다.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은 미국 멕시코만에 밀집된 정유시설에서 생산한 휘발유 디젤유 향공유를 미국 동부해안 지역까지 운송하는 8850km의 송유관을 운영하는 곳입니다. 동부 해안 전체 석유 운송량의 약 45%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공급 차질이 빚어지면서 지금 미국 동부 일원에선 휘발유값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사이버 공격의 범위와 대담성이야 영화에 비할바 못되고 콜로니얼은 민간기업이지만, 송유관이라는 일종의 기간망이 마비됐다는 점에서 영화 '다이 하드' 가 떠올랐습니다. 이번 사이버 공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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