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살면서 이런저런 보험에 든다. 보험은 일정한 보험료를 내다가 ‘사고’가 나면 약정한 조건에 따라 목돈을 받는다. 반대로 보험회사는 사고가 터졌을 때 계약자에게 한꺼번에 큰돈을 지급하는 리스크를 진다. 요즘 90% 넘는 손실이 나서 문제가 된 파생결합증권(DLS)·파생결합펀드(DLF)는 투자자들이 일종의 ‘보험사’가 되는 구조의 금융상품이다. 확률이 낮은 어떤 사고(예를 들어 만기...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상무부에 일본의 반도체 덤핑 조사를 명령했다. NEC 히타치 도시바 등 일본 기업이 급성장하며 미국 반도체산업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도 덤핑과 특허 소송을 제기하며 가세했다. 당시 일본 외무상이 현재 일본 총리인 아베 신조의 부친 아베 신타로였다. 일본은 미국의 압력을 못 버티고 1986년과 1991년 두 차례에 걸쳐 ‘미·일 반도체협정’을 체결했다...
요즘 밝은 뉴스가 없다. 경제 쪽은 특히 그렇다. 쏟아지는 지표는 전부, 아니 대부분 암울하다. 4월 실업률 4.4%. 19년 만의 최악이다. 지방직 공무원시험이 4월로 미뤄져 응시생들이 실업자로 잡힌 탓이라는데, ‘공시족’이 41만 명에 달해 실업률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웃픈’ 현실이다. 취업준비생과 아르바이트를 하며 더 나은 일자리를 찾는 사람까지 포함한 체감 청년실업률은 25%에...
“한국에선 기업가 하면 큰 제조업체 사장이나 벤처 창업가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요즘은 증권사 사장들도 기업가예요.” 얼마 전 만난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의 말이다.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란 위험을 감수하고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대형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키우고, 새로운 금융 기법을 개발해 활용하는 증...
증시가 흔들릴 때면 꼭 나오는 얘기가 있다. 대외 불확실성과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 지난달도 예외는 아니었다. 외국인은 한 달간 4조원 가까이 순매도했고, 코스피지수는 13.4% 급락했다. 외국인에 울고 웃는 한국 증시. 하루 이틀 얘기는 아니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언제까지 그래야 하나. 외국인에 울고 웃는 증시 한국 증시의 외국인 투자자 보유 비중은 36%다. 높은 편이긴 하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대만은 40% 수준이고, 일본도...
지난주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한 애플의 자산(6월 말 기준)은 3491억달러다. 이 중 현금과 각종 금융상품이 2435억달러이고, ‘전통적 자산’인 공장과 설비는 381억달러에 불과하다. 자산의 11%, 시가총액의 4% 수준이다. 다음 번 ‘시총 1조달러’ 후보인 아마존은 주가수익비율(PER)이 144배에 달한다. 통상적인 자산과 이익 기준 가치평가로는 잘 설명이 안 되는 수치다.이들의 기업 가치엔 기술개발에서 비롯한 아이디어와 노하우, 디자인, 브랜드, 모방하기 힘든 내부 프로세스, 훈련받은 인재 등 회계상 수치로는 잡히지 않는 무형자산들이 반영돼 있다. 이런 자산이 생산에 투입되는 ‘자본’으로서 향후 회사 성장과 이익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린다.자본 없는 자본주의조너선 해스컬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비즈니스스쿨 교수와 스티언 웨스틀레이크 영국 혁신재단 네스타 정책연구팀장은 무형자본 투자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고, 나라 경제에 점점 더 기여하는 세상을 ‘자본 없는 자본주의(capitalism without capital)’로 칭했다. 신기술이나 인력 등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는 성과를 단기간에 측정하기 어렵고, 성공 불확실성도 크다. 그러다 보니 미래를 내다보고 무형자산에 적극 투자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당장의 이익에 급급한 곳도 있다. 대부분 지식기반 산업에서 인재는 핵심 자산이지만, 회계적으론 이익에 부담을 주는 ‘비용’일 뿐이다. 유형자본 시대에 만들어진 회계시스템이 현실과의 연관성을 잃어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국내에선 정보기술(IT)과 함께 대표적 성장업종으로 꼽히는 바이오 분야에서 회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진행 중인
아마존에서 과거 구매한 책을 다시 클릭하면, 언제 구매한 기록이 있는데 또 구입하는 게 맞느냐는 질문이 뜬다. 이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유통기업의 성패를 좌우할지도 모르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집착’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아마존은 ‘고객 후회’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생산하는 데이터를 활용하며 미래 유통의 모습을 그려 가고...
가맹사업을 뜻하는 프랜차이즈는 ‘속박으로부터의 자유’ ‘특권을 주다’는 뜻의 프랑스어에서 유래했다. 누군가의 성공한 사업 모델을 다른 사업자들이 일정한 비용을 내고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보면 프랜차이즈는 태생적으로 ‘상생’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 지금 한국 프랜차이즈들은 부정적인 ‘갑을(甲乙) 관계’의 대명사가 돼 십자포화를 맞...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 모기업) 회장은 닛케이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니클로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의류업체가 아니라 구글과 아마존을 꼽았다. 야나이 회장은 “옷은 정보”라며 “아마존과 구글은 패션업계의 다음번 주요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 세계 소비자의 취향과 구매패턴 등의 정보가 쌓이고, 인공지능(AI)이 이를 분석해 활용하면 충분히 위협적이라는 얘기다. 2015년 160억...
지난 2월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이자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이 한국경제신문사를 방문했다. 작년에 한경과 재단이 공동으로 ‘경제 자유와 미국 경제의 회복’이란 주제의 포럼을 연 것을 계기로 향후 협력 등을 강화해 나가자는 취지에서였다. 당시 국제부장으로서 “올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를 어떻게 예측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은 약점이 많아 대통령이 되기 어렵고, 도널드 트럼프는...
벌써 한참 전이다. 외국 공항에서 삼성 광고를 ‘발견’하고는 뿌듯한 마음에 카메라 셔터를 눌렀던 기억. 2000년대 초 일본 친구들을 만나면 다들 겨울연가와 욘사마(배우 배용준) 얘기를 했고, 홍콩이나 중국에 가면 택시기사들부터 드라마 대장금을 언급하며 한국에 친밀감을 나타냈다. 이렇게 시작된 한류는 유튜브를 휩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거치면서 아시아를 넘어섰다. 이제는 K드라마와 K팝뿐 아니라 K뷰티 K푸드 등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CJ 문화산업과 한류 확산KOTRA와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한류로 인한 총 수출액은 70억3000만달러(약 8조원)에 이른다. 한류는 단순한 문화 전파가 아니라 수출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변화 뒤에는 한 발 앞서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K팝 스타들을 키워낸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방송사들이 있고, 문화를 산업 차원으로 끌어올린 CJ 같은 기업이 있다. CJ가 2012년부터 해외에서 개최하고 있는 케이콘(K-CON)은 공연을 통해 한국 문화를 알릴 뿐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이 자사 제품을 소개할 수 있는 장을 마련, 기업의 현지 진출에 도움을 주고 있다. 민간 기업이 자국 문화 홍보에 앞장서고, 이를 영화와 외식업 등 사업 포트폴리오와 연계하는 CJ의 문화사업 모델은 미국 하버드비즈니스스쿨 학생들이 사례연구로 배우고 있다.한류가 수출에 기여하는 ‘무형의 인프라’라면, 해외에 진출한 백화점 마트 홈쇼핑 등 유통사들은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실질적 플랫폼’이다. 많은 유통사가 해외 진출을 하면서 초기에 비싼 수업료를 내기도 했지만 동남아시아 각국과 중국 몽골
요즘 아파트 분리수거장엔 명절 때가 아니어도 박스가 많이 쌓인다. ‘로켓배송’ 박스, 이마트 박스, 우체국택배 박스 등. 휴대폰 화면을 몇 번 톡톡 치면 필요한 물품을 집에서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나타난 변화의 단면이다.아직은 아날로그가 더 친숙한 기자도 예전엔 제품의 질을 눈으로 확인할 필요가 없는 책 정도를 온라인으로 주문했지만 이젠 딸아이 옷도 인터넷 쇼핑몰에서 산다. 급한 책이 있는데 구하기 어려우면 인터넷 서점에서 e북을 구매한다. 과일 야채 같은 신선식품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유통'이 신기술 도입 최전선유통환경 변화는 각국에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가장 선도적인 기업이 미국의 아마존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출발한 아마존은 3억7000만여개 제품을 전 세계 소비자에게 판매해 ‘모든 것을 파는 상점(the everything store)’으로 불린다. 아마존은 드론(무인항공기) 배송에도 가장 적극적이다. 2.3㎏ 이하 물품이면 16㎞ 범위 내에서 30분 안에 배송하는 것을 목표로 ‘프라임 에어’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버튼만 누르면 휴지나 세제가 바로 주문되는 아마존 ‘대시(Dash)’는 센서를 활용한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사례다. 버튼도 필요 없이 프린터에서 토너가, 애완동물 급식기에서 사료가 떨어질 때쯤 알아서 자동으로 아마존에 주문되는 서비스도 시행 중이다.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 역시 ‘프로젝트 윙’이란 이름으로 드론 배송을 연구 중이다. 자율주행 트럭을 이용한 물품 배송 기술특허도 받았다. 무인 배송 트럭이 집 앞에 도착하면 온라인 주문 때 정한 비밀번호 등을 활용해 트럭 소포함에서
참가 기업 2100개, 참관자 10만여명.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이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복합전시장 피라그란비아는 개막 첫날(22일)부터 세계에서 몰려온 통신·모바일 관련 기업 관계자로 넘쳐났다. 11만㎡에 달하는 드넓은 행사장은 오가는 사람들의 어깨가 부딪칠 정도로 좁아보였다. 기업들이 별도로 마련한 미팅룸뿐 아니라 각 전시관에서, 휴게공간과 이동 통로에서 열띤 상담과 질문들이 오갔다. 세계에서 몰려온 수많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단 하나의 기회도 놓치지 않기 위해 눈과 귀를 활짝 열었다. 말 그대로 급변하는 모바일시대에 생존을 위해 절치부심하는 기업들의 ‘거대한 각축장’이었다.올해 MWC의 주제는 ‘모바일이 모든 것(Mobile is everything)’.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6년 전 이 행사에서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접속이 PC를 앞서는 ‘모바일 우선(mobile first)’ 시대를 외쳤다. 이제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송금하고,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하고, 이메일도 주고받는다. PC가 있는 사무실에서도 그렇다.‘MWC 2016’은 모바일이 제조 금융 물류 미디어 관광 스포츠 등 모든 산업 영역으로 침투해가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견인해내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실감하게 했다. MWC 행사를 주최한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양현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금융업을 예로 들면 정보통신기술(ICT)이 중심이 되는 시대엔 100만달러를 벌기 위해 10억달러의 자산을 버려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은행들 스스로 기존 틀을 깨지 못하는 사이에 새로운 주자들이 핀테크(금융+기술) 영역에서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미래 산업지도 먼
올해 주요 글로벌 관심사 중 하나는 ‘슈퍼 파워’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는 것이다. 아직 11개월가량 남았지만 현재로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권에 가장 가깝다는 분석이 많다. 8년 전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데 이어 올해는 첫 여성 대통령이 나올지 주목된다.여성 대통령이나 총리의 등장이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작년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있고, 한국도 여성 대통령이다. 이번 주말 대만 총통(대통령) 선거에서 제1야당인 민주진보당의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승리하면 대만 최초의 여성 총통이 된다. 차기 UN 사무총장으로도 여성이 거론되고 있다.美서 첫 여성 대통령 나올까정치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여성의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에선 작년에 처음으로 여성 대졸 취업자 수가 남성 대졸 취업자 수를 추월했다. 언론사에도 여기자들이 꽤 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우리 부엔 여기자를 받지 않겠다”고 대놓고 말하는 부장들이 있었지만, 머릿수가 늘자 그런 말들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이젠 ‘여기자라서 어떻다’라기보다는 ‘누구는 일을 잘하고, 누구는 별로다’는 개인 능력에 대한 평가들이 나온다.기업마다 여성 임원이 나오는 것도 이전보다 덜 화제다. 물론 아직 한국 기업에서 여성 임원은 극히 적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코스피200 상장회사의 여성 임원 비율은 작년 상반기 기준 2.34%, 사내이사는 1.17%다.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기업이 86.5%에 달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100대 상장사 여성 비상임이사 비율은 31.4%, 사내이사는 9.6%
지난달 미국과 일본 등 12개국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타결되자 일본 언론은 멕시코를 주목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을 인터뷰했고,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TPP의 숨은 주역, 가려진 국가 멕시코’라는 커버스토리를 통해 멕시코를 집중 조명했다.니에토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TPP는 참가국 모두에 혜택”이라며 “2020년엔 멕시코가 생산 대수 500만대의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자동차공업연합회에 따르면 멕시코는 지난해 7위 자동차 생산국(336만대)이다. 5년 내 인도(6위·386만대)와 한국(5위·452만대)을 따라잡겠다는 것이다.급성장하는 멕시코 車산업일본이 멕시코에 주목하는 이유는 일본 기업들의 멕시코 활용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례로 그동안 멕시코에 공장이 있는 일본 자동차회사들은 현지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미국이나 캐나다에 무관세로 수출하려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원산지 기준 62.5%를 맞춰야 했다. 북미산(産) 부품 사용이 불가피했다. TPP 체제에선 미국 일본 멕시코가 모두 ‘역내’로 묶이기 때문에 일본 자동차회사가 멕시코 공장에서 일본산 부품을 활용해 완성차를 생산해도 관세혜택을 받는다.멕시코는 46개국과 맺은 FTA, 정부의 친(親)시장적 규제완화 노력에 힘입어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기지로 급부상했다. 멕시코에서 이뤄지는 투자의 60%가량이 외국인 투자다. 중남미 국가 중 그 비율이 가장 높다. 북미와 중남미 수출 거점으로 보고 진출하는 기업들이 많다. 예컨대 기아자동차도 내년 5월 완공을 목표로 연간 생산 3
미국 뉴욕의 금융 중심지 월가에 월스트리트저널이 있다면 영국 런던의 금융 중심지 ‘시티(The City of London)’에는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있다. 최근 영국의 대표 경제지 FT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전격 매각됐을 때 영국인들이 충격으로 받아들인 것은 FT가 127년간 영국 금융산업과 함께 성장해 온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영국은 1801년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인 런던증권거래소가 설립된 이후 줄곧 세계 금융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1970년대 들어 각종 규제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됐고, 런던증권거래소의 거래 규모는 한때 미국 뉴욕시장의 6%, 일본 도쿄시장의 18%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시티의 경쟁력을 다시 살린 것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였다. 1986년 소위 ‘빅뱅’으로 불리는 대대적인 금융개혁을 했다. 핵심은 규제 철폐였다. 은행과 증권의 겸업 허용, 최저수수료제 폐지 등으로 거래 비용이 줄고 효율성이 높아지자 외국 금융회사들이 몰려들었다.대처의 ‘빅뱅’ 후 금융허브化요즘 다시 “시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강점을 가진 채권과 외환시장에서 거래 규모가 줄고 있다. 은행세 등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금융규제 때문에 상대적으로 세금이 낮고 규제가 느슨한 아일랜드나 룩셈부르크 등으로 빠져나가는 금융회사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금융시장의 근간인 신뢰를 떨어뜨리는 문제들도 자꾸 불거지고 있다. 환율과 리보(런던은행 간 금리) 조작사건으로 바클레이즈를 비롯한 대형 은행들이 영국과 미국 금융·사법당국으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건들을 조사 중이다.투자은행(IB)업
대만의 TSMC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다. 그런데 이 회사는 기업설명회에서나 투자자들을 만나면 “TSMC는 서비스회사”라고 소개한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는 한 정보기술(IT)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제조업 벤처캐피털”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TSMC는 반도체 설계회사들이 설계디자인을 가져오면 이를 위탁받아 생산해주는 제조업체인데 벤처캐피털이라니?IT 분야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TSMC는 생산능력의 일정 부분을 작은 신생업체들에 할당한다. 이들이 아이디어와 설계를 들고 오면 기존 위탁생산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비슷한 성능을 구현하면서도 더 싼값에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준다. 그리고 이를 ‘비용’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업체들에서 나오는 매출이 전체의 10~20%가량 된다고 한다.미래고객 확보를 위한 先투자중국 스마트폰업체 샤오미는 ‘짝퉁 애플’로 불린다. 애플 제품을 거의 비슷하게 모방하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설립 5년 만에 삼성과 애플의 뒤를 이어 세계 3위 스마트폰업체로 급성장했다. 중국에선 지난해 삼성을 제치고 판매 1위를 차지했다.샤오미 제품은 한국 네티즌 사이에서 ‘대륙의 실수’로 통한다. 중국 제품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품질 떨어지는 싸구려 제품이 아니라 가격 대비 성능과 디자인이 괜찮아 ‘중국에서 실수로 이런 제품이 나왔을 것’이란 뜻에서 붙여진 말이다. 그냥 베끼는 것에 그쳤다면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배경으로 했더라도 이렇게 단기간 내 크진 못했을 것이다. 제품 사양은 별 차이가 없고, 가격은 훨씬 싸고,
그리스는 지난주 유로존 재무장관들과의 협상을 통해 구제금융을 오는 6월 말까지 4개월 연장 받았다. 그리스는 새 경제개혁안을 채권단에 제출했고, 개혁안이 잘 이행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 4월 말 나머지 72억유로의 분할지원금을 받게 된다. 그리스 정부가 스스로 작성한 개혁안을 제출한 모양새라 체면치레는 했지만 어쨌거나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에서 ‘생각보다 덜 위험한 남자’가 됐다.그리스가 제출한 개혁안에는 탈세 방지를 통한 재정 확충과 정부조직 축소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최저임금 인상엔 신중하고,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공기업 민영화는 되돌리지 않기로 했다. 탈세 방지를 강조한 것 등은 선거 때 치프라스가 이끄는 시리자(급진좌파연합)가 특권 부유층을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하며 손보겠다고 했던 공약과 맥을 같이한다. 약속했던 빈곤층 지원 내용도 들어 있다. 그렇긴 해도 구제금융 중단과 긴축정책 철폐, 재협상을 통한 채무탕감 등을 호기롭게 주장했던 치프라스로선 ‘백기’를 든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다.空約된 긴축철폐·부채탕감 公約‘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우려까지 낳았던 시리자의 공약과 현실적으로 타협한 개혁안을 보면서 궁금해졌다. 치프라스는 빚을 깎아 달라고 채권단을 설득하는 게 진짜 가능하다고 생각했을까. 돈을 빌려줄 때부터 그리스의 ‘도덕적 해이’를 염려했던 독일과, 똑같이 구제금융을 받고서도 허리띠를 졸라매 돈을 갚은 아일랜드 같은 나라가 있는데 말이다. 또 이제 공약을 믿고 찍어 준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하면서 개혁을 추진해 나갈까.
1980년대의 대표적 공상과학(SF)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만든 이 3부작 영화의 2편에서 주인공 마티는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후 미래로 날아간다. 마티가 도착한 미래가 바로 올해, 2015년 10월21일이다.영화 속 2015년과 지금을 비교하면 꽤 비슷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TV를 이용한 영상통화, 음성이나 지문인식 가전제품, 안경형 웨어러블 기기 등은 낯설지 않다. 주인공이 타는 공중부양 스케이트보드도 초보 단계이긴 하지만 비슷한 ‘호버보드’가 지난해 선보여 미국 타임지 선정 ‘2014 베스트 발명품 25가지’에 선정됐다. 물론 아직은 구리 알루미늄과 같은 전도성 물체 위에서 2~3㎝가량 뜰 수 있을 뿐이라고 한다. 저절로 크기가 조절되고 건조되는 옷이나 초 단위까지 맞히는 일기예보 등은 여전히 영화 속 얘기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달속도를 보면 머지않아 실현되지 말란 법도 없을 듯하다.영화 속 미래가 지금의 현실만약 지금, 30년 후로 ‘백 투 더 퓨처’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2045년은 미국의 미래연구가 레이 커즈와일이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부르는 시점이다. 구글의 엔지니어링 이사이기도 한 커즈와일은 그때가 되면 뇌를 비롯한 인체 각 부분이 컴퓨터와 연결돼 인간의 수명과 능력이 한계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반면 독일의 미래학자 마티아스 호르크스는 그의 저서 ‘메가트렌드 2045’에서 30년 후 세상은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각종 기술이 개선되고 재조합돼 새로운 도구와 효율적 생산방식들이 쏟아져 나오겠지만 과거 철도나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처럼 인간의 생활을 획
18명의 ‘형제’가 한집에 살고 있다. 가장 부자인 맏이는 검소하고 원칙주의자다. 둘째는 삶을 즐기는 데 더 가치를 두는 편이다. 셋째도 둘째와 성향이 비슷하다.몇 년 전 동생 한 명이 사고를 쳤다. 돈을 빌려 흥청망청 쓰는 바람에 부도가 날 지경에 몰렸다. 몇몇 빚 많은 다른 형제들도 덩달아 어려움에 처했다. 사고 친 동생이 집을 나가네 마네 하다가 결국 형제들이 급한 돈을 꿔 줘 같이 살기로 했다. 대신 나중에 비슷한 문제가 또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각자 일정 수준 이상의 빚을 지지 말아야 한다는 규칙을 정했다.아껴 써야 vs 돈 풀어야요즘 이 집 사정이 썩 좋지 않다. 탄탄했던 맏이의 사업이 예전같지 않다. 친구들은 신용도 좋고 이자도 싼데 돈을 빌려 투자를 늘리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맏이는 빚 얘기엔 알레르기 반응이다. 기본적으로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사업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다.둘째는 집안의 새로운 ‘문제아’로 거론되고 있다. 사업은 내내 부진하다. 내년까지 가족끼리 정한 한도를 넘는 빚을 줄이겠다는 약속을 형편상 못 지키겠으니 봐 달라고 하는 중이다. 상황이 비슷한 셋째는 둘째 편이다. 맏이는 ‘원칙대로’를 강조하지만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안팎의 악재들을 고려할 때 집안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냥 “알았다”고 하면 둘째가 생활방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할까봐 걱정이다.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얘기다. 경제 규모에 따라 맏이는 독일, 둘째는 프랑스, 셋째는 이탈리아, 사고를 쳤던 동생은 그리스다. 유로존은 지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남유럽 재정위기를 거쳐 세 번째 경
아르헨티나의 디폴트(채무불이행)에도 불구하고 신흥국 채권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올 들어 지정학적 불안정, 브라질을 비롯한 신흥시장 대표국의 경기침체, 아르헨티나 디폴트 등 3대 악재에도 신흥국 채권의 인기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JP모간 신흥국 채권지수에 따르면 올 들어 투자자들은 모두 9.4%의 수익(이자수익와 평가차익 포함)을 챙겼다. 미 국채지수 수익률(3.27%)을 크게 ...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카드로 지은 집)’란 미국 드라마가 있다. 미국 수도 워싱턴DC를 배경으로 정치권의 암투를 그린 드라마다. 카드로 지은 집이니 언제 무너질지 모를 아슬아슬함이 있다. 그렇다면 ‘하우스 오브 데트(House of Debt·빚으로 지은 집)’는 어떨까.‘빚으로 지은 집’은 얼마 전 미국에서 출간된 경제학 서적의 제목이다. 아티프 미안 프린스턴대 교수와 아미르 수피 시카고대 교수가 함께 썼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그 이후의 ‘대침체기(Great Recession)’가 왜 발생했으며, 위기 재발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룬 책이다.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쓴 서평에서 이 책을 ‘올해 가장 중요한 경제학 서적’으로 꼽았고, 국내의 한 경제관료도 페이스북에서 토마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론’ 이후 또 하나의 화제작으로 언급했다.미국 금융위기 근원은 빚이 책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을 금융시스템 붕괴가 아니라 가계부채라고 진단한다. 과도한 부채 때문에 극심한 소비위축과 경기침체가 발생했고, 금융 시스템이 복구된 후에도 ‘부채의 덫’ 때문에 경기회복이 지지부진했다는 것이다.또 자산가치(집값) 하락의 위험을 돈 빌린 사람이 우선 떠안는 부채 특성 때문에 사회의 소득불균형이 심화된다고 분석한다. 2만달러를 가진 사람이 8만달러를 대출받아 10만달러의 집을 산 경우 집값이 20% 떨어지면 집주인은 투자한 돈을 전부 잃게 되지만 은행, 경제 전체로 봐서 돈을 빌려준 여유 있는 사람들은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리먼브러더스 파산 충격이 워낙 커 이때를 기준으로
얼마 전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과학자들을 영입했다는 기사가 났다. 무인항공기(드론)와 인공위성을 띄워 전 세계 어디서나, 오지에서도 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기사를 본 한 지인의 반응은 이랬다. “생각하는 스케일이 다르네.” 저커버그는 이에 앞서 가상현실기기 제작사인 오큘러스를 20억달러에 인수했다. 지금은 페이스북으로 ‘친구’들끼리 문자와 사진을 주고받는 정도지만 앞으론 가상현실을 통해 ‘경험’까지 공유토록 하겠다는 게 그의 야심찬 목표다. 영화 ‘토탈 리콜’이나 ‘인셉션’처럼 현실과 가상이 구별되지 않는 세상이 머지않아 펼쳐질지도 모를 일이다. 어릴 적 공상과학(SF) 영화에나 나오는 것으로 생각했던 ‘선 없는 전화기’가 이젠 생활필수품이 됐다. 몇 년, 또는 몇 십년 뒤 친구들과 가상현실 속에서 생일파티를 하지 말란 법도 없을 듯싶다. 관심, 몰입과 끈기 현실의 변화는 종종 상상 속에 먼저 존재했다. 그리고 그런 상상을 현실 속에서 구현해 내려고 시도한 ‘괴짜(geek)’들에 의해 세상은 바뀌었다. 이들의 특징은 뭔가에 대한 남다른 관심, 몰입과 끈기다. 가상현실 헤드셋 ‘오큘러스 리프트’를 개발한 파머 러키는 가상현실에 푹 빠져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시중에 나와 있는 40여개의 헤드셋을 전부 사모았다. 어느 것도 만족스럽지 않자 직접 제작에 나섰고, 기존 것보다 싸고 뛰어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자 19세 때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했다. 지금은 게임을 좀 더 실감나게 하는 정도지만 적용 범위가 더 확대될 수도 있다. 저커버그가 열두 살 때 치과 의
언젠가 한국경제TV 와우넷이 주최한 투자관련 행사에 한 할머니가 며느리를 데리고 참석했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듣고 세상을 넓게 봐야 한다’고. 돈이 무척 많은 분인데 다들 ‘진주 할머니’라고 불렀다더군요. 행사 담당자가 강연이 끝나고 개인적으로 물어봤다고 합니다. 주식투자는 어떻게 하느냐구요. 그분 답변이 “1년에 한두 번씩은 꼭 주변에서 투자한 사람들의 ‘곡소리’가 나는데 그때 거래하는 금융회사에 쭉 전화를 돌려 뭘 사면 좋겠냐고 물어보고 골라서 투자한다”는 것이었답니다. 그리고 큰 욕심내지 않고 어느 정도 오르면 팔고 다음 번 ‘곡소리’가 날 때를 기다린다고. 최근 이 이야기를 들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진주 할머니’의 단순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투자원칙이었습니다. 증시가 곤두박질치고 다들 망연자실할 때 투자 타이밍으로 여기고 움직인다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몸’으로 실천하기 쉽지 않은 게 바로 이것입니다. 얼마나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공포심 때문이죠. 연초부터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습니다. ‘예고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다’고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가 막상 시작되자 ‘약한 고리’라 할 수 있는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 증시도 기업실적 우려까지 겹쳐 살얼음판을 걷는 듯합니다. 올해는 국내외 금융시장 전반이 테이퍼링이란 단어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베터라이프는 ‘테이퍼링시대 금융투자상품 점검’을 주제로 잡았습니다. 최근 몇 년간 증시가 일정 범
연초부터 증시가 지지부진하다. 꽁꽁 얼어붙은 투자자들의 마음은 더 움츠러들고 있다. 거래량이 급감하고 증시의 활력이 떨어지자 거래소는 주식거래 시간을 늘리자는 ‘고육지책’까지 내놨다. 언제 어디서나 휴대폰으로 거래할 수 있는 모바일 시대에 증시 개장 시간이 짧아 주식거래를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지만 오죽하면 이런 아이디어를 짜냈을까 싶다. 올해도 증시 환경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작년보다 나아질 것이란 희망 섞인 기대가 있긴 하지만 강하게 치고 올라가는 증시를 예상하는 목소리는 찾기 어렵다. 맥빠진 증시에 투자자들의 관심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한편에선 거래량 감소를 일시적 현상이 아닌 사회구조적 이유로 설명한다. 투자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젊은 세대는 돈이 없고, 늘어나는 은퇴 세대는 모아둔 자산을 까먹지 않기 위해 보수적으로 돈을 굴리기 때문에 주식에 투자할 ‘여윳돈’이 없다는 것이다. 일상화된 뒷북 조정 증권사들도 투자자를 증시에서 쫓아내는 데 한몫하고 있다. 장밋빛 실적 전망을 쏟아내다가 결과가 예상을 크게 벗어나 주가가 급락하면 뒤늦게 실적과 목표주가 조정에 나선다. 이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닌데다 애널리스트들끼리 오십보백보이다 보니 ‘뒷북치기’가 일상화된 듯하다. 짭짤한 수수료 수입 때문에 직원들에게 대주(공매도에 필요한 주식을 빌려주는 것) 영업을 독려하는 증권사도 있다고 한다. 공매도 규모가 커지면 주가는 힘을 내기 어렵다. 한쪽에선 주식을 사라고 ‘매수’ 추천을 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셈이다. 만약 대상이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코스닥시장 중소형주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연말입니다. 2013년도 이렇게 저물어가네요. 여기저기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할 준비하느라 분주합니다. 올해 재테크 환경은 최근 우리나라를 뒤덮은 중국발 스모그처럼 뿌옇기만 했습니다. 주식시장만 본다면 선진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펄펄 날 때 한국 증시는 맥을 못췄습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신흥국 증시가 휘청이자 경상수지 흑자 등 상대적으로 탄탄한 경제체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엔저 공습에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2년 내내 증시가 지루한 박스권에서 움직이면서 이에 적응한 투자자들의 매매패턴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장수익률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하단으로 내려가면 매수하고 상단으로 올라가면 매도하는 식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죠. 내년은 어떨까요. 일단 올해보다 나쁘진 않을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들이 많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면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예상이죠. 다만 다들 내년 언제가쯤으로 예상하는 양적완화 축소가 막상 진행됐을 때 시장이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인가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이번 베터라이프에선 내년도 주식 및 채권시장 전망을 전문가들에게 들어봅니다. 또 예상되는 내년 재테크 환경에선 어떤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유망한지도 알아봅니다. 2014 갑오년(甲午年)엔 땅을 박차고 달리는 말처럼 투자자들도 힘을 낼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완 증권부 차장 psw@hankyung.com
지난 주말 가을비가 내리더니 날씨가 쌀쌀해졌습니다. 올 여름 한참 무더울 땐 추운 날이 올까 싶었는데 계절의 약속은 어김이 없네요. 기업들은 내년도 사업계획을 준비하고, 연말 일정이 바쁜 사람들은 올해가 가기 전에 얼굴 한번 보자며 연락이 옵니다. 아직은 노란 은행잎이 발걸음에 차이는데 백화점 외벽엔 이른 크리스마스 연말장식이 반짝입니다. 다소 빠른 감은 있지만 베터라이프도 올해 어떤 금융투자상품이 관심을 받았고, 또 성적이 괜찮았는지 되돌아보려고 합니다. 올해도 ‘저금리 시대’라는 큰 틀의 재테크 환경은 작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동양’ 사태로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생기면서 재테크 심리는 한층 더 움츠러든 모습입니다. 증시가 크게 오르지도 않고 내리지도 않는 지루한 움직임을 이어가면서 국내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주식 거래량이 뚝 떨어진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채권(채권형 펀드)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이슈가 불거지면서 투자 리스트에서 밀리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면 그에 맞는 투자상품들이 나오고, 발빠르게 대응하는 투자자들은 돈을 법니다.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펀드팀은 올해의 투자상품으로 절대수익추구형 펀드, 가치주 펀드, 선진국주식형 펀드, 글로벌소비재 펀드, 주식연계증권(ELS), 상장지수펀드(ETF)를 꼽았습니다. 이번 베터라이프에서는 이들 상품의 올해 성과를 정리하고 내년 전망은 어떨지 전문가들에게 들어봅니다. 그리고 연말을 앞두고 꼭 챙겨봐야 할 절세 전략과 관련 상품에 대해서도 알아봅니다. 돈을 번
KDB대우증권이 채권 트레이딩에 집중돼 있던 해외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부실채권, 부동산, 사모펀드(PEF) 등 다양한 자산에 자기자본을 직접투자(PI)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 중이다. 이를 주도하는 것이 홍콩법인. 대우증권은 지난해 홍콩법인의 자본금을 3억달러로 늘렸다. 국내 20~30위권 중소형 증권사 수준이다. 홍콩법인에 투자관리(IM)팀도 신설했다. 이 팀은 홍콩법인이 자체적으로 발굴하거나, 뉴욕 싱가포르 런던 현지법인이 찾아서 보고한 ...
“한국과 호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데 다음 세대를 짊어질 젊은이들이 어울려 교류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18일까지 3일간 한국을 방문한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사진)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50년대 '콜롬보 플랜'에 따라 아시아 유학생이 호주에 와서 공부했다면 이젠 호주 학생들이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대해 알아야 할 때”라며 호주 정부가 추진 중인 '뉴콜롬보 플랜'을 소개했다. 이 플랜은 호주 대학생을...
제가 아는 사람 얘기를 해 드릴게요. 2004년 은행에 적금을 들러 갔다가 창구 직원이 권하는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습니다. 그리고 2007년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자 환매를 했습니다. 지수가 800대에서 2000대까지 올랐으니 수익률이 꽤 좋았습니다. 환매한 돈은 저축은행 예금에 넣었습니다. 똑같이 5000만원까지 예금보장이 되는데 시중은행 예금 금리보다 연 1~2%포인트 정도 더 높았으니까요. 후순위채·CP 고금리의 유혹 만기가 지나자 그 저축은행에선 3개월마다 이자를 주는 만기 5년3개월짜리 후순위채가 발행되니 청약을 하라고 권했습니다. 금리는 연 8.5%. 후순위채는 발행한 회사가 망하면 원금을 돌려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좀 알아봤습니다. 그 저축은행은 당시 재무상태가 양호하다고 평가받는 소위 ‘88클럽’에 속해 있었습니다. 부실여신비율이 8% 미만이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8%가 훨씬 넘었습니다. 겉으론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청약경쟁률이 높아 아쉽게도(?) 절반 정도만 배정받았습니다. 그런데 투자 부실이 커지면서 이 저축은행도 지난해 영업정지를 당했습니다. 후순위채는 휴지 조각이 됐죠. 불완전판매 논란과 투자자 소송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뭔가 해볼까 싶었지만 솔직히 위험을 알고 투자한데다 들여야 하는 품과, 손실액, 보상 가능성 등을 저울질해보고는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자세히 아느냐고요. 어, 친하거든요.) 요즘 동양그룹 계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투자자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들 중에는 위험을 알면서도 연 7~8%대 수익에 솔깃해 투자한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개인투자자의 60%는 CP 등에 2회 이상 투자했고,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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