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를 떠올리게 하는 길이 222m의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초대형 외벽. 매년 겨울이 되면 이곳은 미디어 파사드 쇼가 열리는 거대한 캔버스가 된다. 때로는 광활한 우주가 펼쳐지고, 때로는 대자연이 살아 숨쉰다. 올해는 DDP의 외벽이 푸른 바닷속과 울창한 숲으로 바뀐다. 22일 서울디자인재단에 따르면 새해 1월 1일 오전 1시30분까지 매일 저녁마다 DDP에서 '서울라이트' 미디어 쇼가 진행된다. 미디어 아트 스튜디오 자이언트스텝이 '자연과 인간의 질서를 찾는 디자인적 여정'이란 주제로 '디지털 아틀란티스'(2023)를 선보인다. 매일 오후 6시, 7시, 8시, 9시 정각에 작품을 볼 수 있다. 오후 6시 30분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매시 30분엔 인기 게임인 '쿠키런: 킹덤'의 주요 캐릭터들이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모습이 펼쳐진다. 서울라이트의 '하이라이트'는 올해 마지막날인 12월 31일 오후 11시에 시작하는 'DDP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이다. 해마다 12월의 마지막 날밤에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열리는 이벤트와 유사한 행사가 진행된다. DDP는 설립 이래 최초로 지붕 위에서 불꽃을 쏘아 올리기로 했다. 카운트다운 전에는 유명 DJ인 'DJ페너' 사전공연이, 직후에는 '궁' OST에 참여한 크로스오버 밴드 '두번째달'의 공연 등이 준비돼있다. 이경돈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는 "미디어 파사드와 화려한 불꽃 등 DDP만의 카운트다운 행사에서 가족, 친구, 연인 등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DDP에서 2024년 새해를 함께 맞이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초현실주의 대가' 살바도르 달리를 동경해 그가 뉴욕에 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호텔로 단숨에 달려간 소년, 조금이라도 예술과 가까이 있고 싶어서 뉴욕현대미술관(MoMA) 멤버십 데스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청년, 성인이 된 후 월스트리트 브로커로 이름을 날렸지만 "내 길은 예술"이라며 다시 예술가가 된 남자.'세상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예술가' 제프 쿤스(68)의 얘기다. 2019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대표작 중 하나인 '토끼'(Rabbit)가 9107만달러(약 1181억원)에 팔리면서 이런 타이틀을 얻었다.동시에 그는 '미술계 악동'으로 불린다. 고상하고 우아한 예술계에서 '싸구려' 취급을 받는, 소위 '키치 예술'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해 강아지·꽃 등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을 작품으로 만들고, 때로는 외설적인 작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런 작품은 그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로 만들어준 동시에 미술계에서 날선 비판을 받게 하는 '양날의 검'이 됐다.그는 이런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비싼 가격 뒤에 가려진 진정한 작품의 의미는 무엇일까. 최근 초고급 주거단지 부산 오르펜트해운대에 들어설 작품을 구상하기 위해 부산을 찾은 쿤스를 직접 만나 물었다. “부산에 중요한 작품 만들 것”▶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요.“한국에 처음 온 건 약 18년 전 리움미술관이 제 작품 ‘바로크 달걀’을 소장했을 때예요. 이후 서울 신세계백화점, 인천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 제 작품이 설치될 때마다 찾았죠. 올 때마다 느꼈지만 한국은 정말 환상적인 나라예요. 한국의 자연, 예술, 도자기, 그
현직 미술 교사 및 미술 교육 관련 종사자들로 이뤄진 한국미술교육공동대책위원회가 교육부에 교원 복수전공 인정 정책을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시 교육청이 미술 실기를 배우지 않은 중국어·일본어 교사가 6개월간 연수를 받으면 미술교사 자격을 주겠다는 공문을 보낸 데 따른 것이다.한국미술교육공동대책위원회는 21일 발표한 성명문에서 "(교원 복수전공 인정 정책은) 교사가 가진 전문교과 영역을 엄연히 침범하는 행위이자, 예비교사의 기회를 빼앗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정책"이라며 "중국어·일본어 교사가 미술교육을 위한 충분한 전문성을 6개월 만에 함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앞서 서울시 교육청은 중국어 및 일본어 예비교사가 미술, 정보·컴퓨터, 도덕·윤리 중 한 가지를 복수 전공할 수 있는 자격을 주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공립학교 기준 중국어와 일본어 교사가 과원이라는 이유를 들었다.위원회는 "미술은 미대 입시에 2~3년의 미술학원 실기 준비, 미술대학 4년, 교육대학원 3년 등 길면 10년간의 준비가 필요한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라며 "한 사람의 교사가 양성되기 위해 교과 관련 양성과정과 국가가 요구하는 수준의 정규시험인 임용고사를 치르는 절차를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그러면서 "교육부는 연수를 기획한 의도를 설명하고 복수전공 자격 인정 정책을 재고해 조속히 폐기해야 한다"며 "연수를 기획한 교육부의 사과와 재발 방지, 책임자 징계를 요구한다"고 밝혔다.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초현실주의 대가' 살바도르 달리를 동경해 그가 뉴욕에 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호텔로 단숨에 달려간 소년, 조금이라도 예술과 가까이 있고 싶어서 뉴욕현대미술관(MoMA) 멤버십 데스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청년, 성인이 된 후 월스트리트 브로커로 이름을 날렸지만 "내 길은 예술"이라며 다시 예술가가 된 남자.'세상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예술가' 제프 쿤스(68)의 얘기다. 2019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대표작 중 하나인 '토끼'(Rabbit)가 9107만달러(약 1181억원)에 팔리면서 이런 타이틀을 얻었다. 동시에 그는 '미술계 악동'으로 불린다. 고상하고 우아한 예술계에서 '싸구려' 취급을 받는, 소위 '키치 예술'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해 강아지·꽃 등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을 작품으로 만들고, 때로는 외설적인 작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런 작품은 그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로 만들어준 동시에 미술계에서 날선 비판을 받게 하는 '양날의 검'이 됐다.그는 이런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비싼 가격 뒤에 가려진 진정한 작품의 의미는 무엇일까. 최근 초고급 주거단지 부산 오르펜트해운대에 들어설 작품을 구상하기 위해 부산을 찾은 쿤스를 직접 만나 물었다. ◆"부산에 중요한 작품 만들 것"'악동'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는 1시간에 걸친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이날 새벽 김포공항에 도착해 곧장 부산으로 와 바쁜 일정을 소화했는데도 힘든 기색 하나 없이 차분한 말투로 자신의 예술세계에 대해 설명했다.▷이전에도 몇 번 한국에 방문했는데, 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
지난 9월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시선은 한국으로 쏠렸다. 550년간 비어 있던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외벽 벽감에 높이 3.77m의 한국 최초 사제 김대건 신부 성상(사진)이 들어서면서다. 동양 성인의 상이 이곳에 세워진 건 처음이다.이 성상의 제작을 맡은 건 한국 조각가 한진섭(67)이다. 프랑스 대통령궁과 툴루즈미술관, 일본 하코네미술관,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 시립모형미술관 등 세계 곳곳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을 만큼 인정받고 있다.그는 50여 년간 오로지 돌 하나만을 탐구해왔다. 화강암, 현무암, 대리석 등 자연 형태를 해치지 않으면서 그 돌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특히 그는 곡면을 잘 구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망치와 정을 사용하는 전통적 방식으로 둥근 곡면을 구현해 동양적 아름다움을 강조한다.김대건 신부 성상도 마찬가지다. 그는 김대건 신부를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채 두 팔을 벌려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부드러운 곡면을 통해 포용성과 자비로움을 나타냈다. 그는 이 조각상을 만들기 위해 대리석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카라라에서 5개월간 돌을 찾았다고 했다.이선아 기자
좋은 예술품은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사람들에게 휩쓸려 ‘보는 둥 마는 둥’ 급하게 볼 필요 없이 사적인 공간에서 내가 원할 때마다 작품을 시간 들여 감상할 수 있으니까. 컬렉터들이 전시장에서 좋은 작품을 마주치면 사들이는 이유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컬렉터가 될 순 없는 일. 돈도 돈이지만 작품들을 들여놓을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서다.서울 논현동 플랫폼엘에서 열리고 있는 ‘저스트 아트: 비욘드 보더스’는 이런 점에서 특별한 전시다. 이곳에선 25명의 작가가 각각 큰 설치예술품과 브로치, 귀걸이 등 작은 공예품을 함께 전시한다. 흔한 장신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하나하나 예술작품으로 분류해도 될 정도로 섬세하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데다 큰 공간도 필요 없다. 몸에 걸칠 수 있는 작품도 있으니…. 초보 컬렉터에게 안성맞춤 전시회인 셈이다. ○‘찍찍이’로 만든 파도와 꽃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김용주 작가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김 작가는 ‘찍찍이’로 불리는 벨크로 테이프로 작품을 만든다. 한 겹 한 겹 쌓아올린 검붉은 벨크로 테이프는 거대한 파도가 돼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 옆에는 작은 꽃 모양 브로치들이 있다. 김 작가가 벨크로 테이프를 하나하나 붙여서 만든 작품이다. 같은 재료, 같은 기법으로 거대한 설치작품과 자그마한 장신구를 만들었다.그 옆에는 성인 키보다 큰 거인이 서 있다. 섬유공예가 윤순란이 천을 감싸서 만든 사람 모양의 설치작품이다. 가늘고 긴 사람 조각으로 인간의 고독을 다룬 ‘조각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처럼 윤 작가도
좋은 예술품은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사람에 휩쓸려 '보는둥 마는둥' 급하게 볼 필요 없이, 사적인 공간에서 내가 원할 때마다 작품을 시간 들여 감상할 수 있으니까. 컬렉터들이 전시장에서 좋은 작품을 마주치면 사들이는 이유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컬렉터가 될 수는 없는 일. 돈도 돈이지만, 그 많은 작품들을 들여놓을 공간도 확보하기 어려워서다.서울 논현동 플랫폼엘에서 열리고 있는 '저스트 아트: 비욘드 보더스'는 이런 점에서 특별한 전시다. 이곳에선 25명의 작가들이 각각 큰 설치예술품과 브로치·귀걸이 등 작은 공예품을 함께 전시한다. 흔한 장신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하나하나 예술작품으로 분류해도 될 정도로 섬세하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담겨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데다 큼지막한 공간도 필요없다. 몸에 걸칠 수 있는 작품도 있으니. 초보 컬렉터에게 안성맞춤 같은 전시회인 셈이다. ◆'찍찍이'로 만든 파도와 꽃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김용주 작가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김 작가는 '찍찍이'로 불리는 벨크로 테이프로 작품을 만든다. 한 겹 한 겹 쌓아올린 검붉은 벨크로 테이프는 거대한 파도가 돼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 옆에는 작은 꽃 모양 브로치들이 있다. 김 작가가 벨크로 테이프를 하나하나 붙여서 만든 작품이다. 같은 재료, 같은 기법으로 거대한 설치작품과 자그마한 장신구를 만들었다.그 옆에는 성인 키보다 큰 거인이 서 있다. 섬유공예가 윤순란이 천을 감싸서 만든 사람 모양의 설치작품이다. 가늘고 긴 사람 조각으로 인간의 고독을 다룬 '조각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처
프랑스어로 ‘가장 아름다운 시기’란 뜻의 ‘벨 에포크’. 통상 문화·예술이 꽃피웠던 19세기 말부터 1차 세계대전 직전인 1914년 사이의 파리를 이렇게 부르지만, 프랑스 화가 미셸 들라크루아(90·사진)에게 벨 에포크는 1930년대 중후반의 파리다.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자신의 유년 시절 기억이 담긴 시기여서다.그래서 그는 지난 50여 년간 자신만의 벨 에포크를 화폭에 담았다. 에펠탑, 노트르담 성당, 개선문 등 파리의 랜드마크부터 어릴 적 눈 속에서 강아지와 뛰놀던 기억, 그리고 엄마와 나비를 잡았던 추억까지. 아이가 그린 것처럼 소박한 ‘나이브 아트’ 기법으로 1930~1940년대 파리를 그린 들라크루아의 그림은 ‘따뜻함’ 그 자체다. 세계 곳곳에서 300번 넘게 개인전을 여는 등 ‘러브콜’을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행복을 그리는 화가’ 들라크루아의 작품들이 한국에 상륙했다. 1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개막하는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 전시를 통해서다. 한국경제신문사와 2448아트스페이스가 공동 주최한 이번 전시에선 그가 2008년부터 최근까지 그린 그림 200여 점이 걸린다.전시는 파리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공간마다 ‘정거장’이란 이름을 붙였다. 총 8개의 정거장을 통해 파리의 명소와 들라크루아의 생애를 두루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첫 번째 정거장은 ‘미드나잇 인 파리’. 전시장에 들어서면 1930년대 파리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옛 파리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입구에서 들리는 마차 소리도 시간여행 느낌을 주는 데
16일 개막하는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4~5번 정거장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배경이 겨울이다.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파리 명소들,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사람들처럼 연말 느낌이 물씬 나는 작품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지금 보면 더 와닿는다.네 번째 정거장에 들어선 순간 전시장엔 함박눈이 쏟아진다. 그 옆에는 어린아이가 강아지와 뛰어논다. 전시장 벽면을 스크린 삼아 프로젝터로 눈이 내리는 동영상을 쏘는 ‘프로젝션 매핑’ 기법을 활용해 보다 실감 나는 파리의 겨울과 크리스마스를 표현했다. 4~5번 정거장이 매력적인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다른 정거장에선 작품 보호와 쾌적한 관람을 위해 금지하는 사진 촬영이 이곳에선 허용된다.들라크루아의 어린 시절 추억은 6~7번 정거장에 주로 담겨 있다. 무대는 파리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들라크루아만의 ‘꿈의 마을’ 이보르. 그는 어린 시절 친척이 살았던 이 동네를 방학 때마다 찾았다. 여섯 번째 정거장 ‘길 위에서’는 파리에서 이보르로 향하는 숲길의 노을진 풍경을 서정적으로 그려냈고, 일곱 번째 정거장 ‘우리의 사적인 순간들’에선 이보르에서 스키를 타고 나비를 잡던 어린 소년의 모습을 그렸다.이선아 기자
프랑스어로 '가장 아름다운 시기'란 뜻의 '벨 에포크'. 통상 문화·예술이 꽃 피웠던 19세기 말부터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인 1914년 사이의 파리를 이렇게 부르지만, 프랑스 화가 미셸 들라크루아(90)에게 '벨 에포크'는 1930년대 후반과 1940년대 초반의 파리다.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자신의 유년시절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긴 시기여서다.그래서 그는 지난 50여 년간 자신만의 '벨 에포크'를 화폭에 담았다. 에펠탑, 노트르담 성당, 개선문 등 파리의 랜드마크부터 어릴 적 눈 속에서 강아지와 뛰놀던 기억, 그리고 엄마와 나비를 잡았던 추억까지. 아이가 그린 것처럼 소박한 '나이브 아트' 기법으로 1930~1940년대 파리를 그린 들라크루아의 그림은 '따뜻함' 그 자체다. 세계 곳곳에서 300번 넘게 개인전이 열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행복을 그리는 화가' 들라크루아의 작품들이 한국에 상륙했다. 1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개막하는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 전시를 통해서다. 한국경제신문과 2448아트스페이스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전시에선 그가 2008년부터 최근까지 그린 그림 200여 점이 걸린다. ◆8개 정거장에서 펼쳐지는 파리 여행전시는 마치 파리를 실제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각 공간마다 '정거장'이란 이름을 붙였다. 총 8개의 정거장을 통해 파리의 명소와 들라크루아의 생애를 두루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첫 번째 정거장은 '미드나잇 인 파리'. 전시장에 들어서면 1930년대 파리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속 주인공처럼 옛 파리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입구에
“지금까지의 미술사는 잘못됐다. 미술사는 다시 쓰여야 한다.”오는 20일 국내 개봉하는 1시간34분짜리 다큐멘터리 ‘힐마 아프 클린트-미래를 위한 그림’을 짧게 요약하면 이렇다. 다소 발칙한 주장이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다큐 제목이자 주인공인 힐마 아프 클린트 때문이다.스웨덴 여성 화가인 클린트는 오랫동안 잊혀진 화가였다. 그의 이름을 보고 많은 사람이 “클림트를 잘못 쓴 거 아니야?”라고 얘기할 정도로. 사실 그는 남녀 통틀어 최초로 추상화를 그린 화가다. ‘추상화의 선구자’로 알려진 바실리 칸딘스키보다 5년 일찍 추상화를 그렸다. 그런데도 그는 세계 미술사 흐름에서 벗어나 있었다. 다큐는 후대 화가, 미술사학자, 과학사학자 등의 입을 빌려 클린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왜 지금껏 잘 알려지지 않았는지, 그의 작품이 왜 중요한지 등을 다룬다. 그가 남긴 1500점의 그림과 2만6000쪽에 달하는 노트가 다큐의 바탕이 됐다.클린트는 가난에 허덕이던 다른 예술가들과는 달랐다. 부잣집에서 태어났고, 스톡홀름 북쪽에 있는 카를베리성에서 자랐다. 해군이던 아버지는 클린트에게 수학, 천문학, 항해술 등을 가르쳤다. 이후 그는 스웨덴 왕립미술학교에 진학했다.풍족한 삶이었지만 그를 붙잡은 건 ‘성별’이었다. 당시 여성은 결혼하기 전까지만 예술을 할 수 있었다. 결혼을 하고 나면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했으니까. 그래서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그가 그린 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눈에 보이는 형태를 그린 것에 통달한 그는 원자부터 신지학(神智學: 영적 세계를 철학적·종교적으로 탐구하는 학문)까지
지난달 30일 서울 사간동 페레스프로젝트 갤러리. 한 여성이 무릎을 꿇은 채 아이들이나 갖고 놀법한 블록을 조심스럽게 쌓아 올렸다. 큼지막한 블록부터 새끼손톱만 한 작은 블록까지 차례대로 쌓아 올리는 그의 모습을, 사람들은 숨죽이며 지켜봤다.평범하기 그지없는 퍼포먼스에 사람들이 빨려든 것은 퍼포머가 시각장애인이어서다. 주인공은 멕시코 출신 예술가 마뉴엘 솔라노(36). 그는 남자로 태어나 여자의 삶을 살고 있는 트랜스젠더다. 26세 때 에이즈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었지만 회화, 비디오,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영화 같은 그의 스토리는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 등 유수 언론이 다뤘고, 그의 작품은 구겐하임 등 세계적 미술관들이 영구 소장하고 있다.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그림을 그린다는 걸까. 정말 자기가 그린 걸까. 그가 페레스프로젝트에서 한국 첫 개인전 ‘파자마’를 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여러 궁금증이 떠올랐다. 퍼포먼스가 끝난 뒤 만난 솔라노에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이라고 운을 띄우자, 그는 웃으며 받아줬다.“제일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예요. 저는 조수들과 함께 일합니다. 제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설명하면 조수들이 캔버스 위에 못과 핀, 줄을 놓죠. 그러고 나면 제가 손가락으로 그 위를 따라서 그림을 그려요. 시각 대신 촉각으로 작품을 만드는 거죠.”이번 전시 주제는 솔라노의 어린 시절이다. 파자마를 입고 뛰놀거나 친구와 귀여운 입맞춤을 했던 기억을 떠올려서 그렸다. 특히 사탕이 들어 있는 인형을 두들겨서 깨는 멕시코 전통놀이 피냐타를 그린 ‘빅 버드’(2023)는
"지금까지의 미술사는 잘못됐다. 미술사는 다시 쓰여야 한다." 오는 20일 국내 개봉하는 1시간34분짜리 다큐멘터리 '힐마 아프 클린트-미래를 위한 그림'의 짧게 요약하면 이렇다. 다소 발칙한 주장이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다큐 제목이자 주인공인 힐마 아프 클린트(1862~1944) 때문이다. 스웨덴 여성 화가 클린트는 오랫동안 잊혀진 화가였다. 그의 이름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클림트를 잘못 쓴 거 아니야?'라고 얘기할 정도로. 사실 그는 남녀를 통틀어 최초의 추상화를 그린 화가다. '추상화의 선구자'로 알려진 바실리 칸딘스키보다도 5년 일찍 추상화를 그렸다. 그런데도 그는 세계 미술사 흐름에서 벗어나있었다. 다큐는 후대 화가, 미술사학자, 과학사학자 등의 입을 빌려 클린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왜 지금껏 잘 알려지지 않았는지, 그의 작품이 왜 중요한지 등을 다룬다. 그가 남긴 1500점의 그림과 2만6000페이지에 달하는 노트는 다큐의 바탕이 됐다. 클린트는 가난에 허덕이던 다른 예술가들과는 달랐다. 부잣집에서 태어났고, 스톡홀름 북쪽에 있는 카를베리성에서 자랐다. 해군이었던 아버지는 클린트에게 수학, 천문학, 항해술 등을 가르쳤다. 이후 그는 스웨덴 왕립미술학교에 진학했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곳곳을 여행 다니기도 했다.풍족한 삶이었지만, 그를 붙잡은 건 '성별'이었다. 당시 여성은 결혼하기 전까지만 예술을 할 수 있었다. 결혼을 하고 나면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했으니까. 그래서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자신을 좋아하던 의사에게 청혼을 받았을 땐 이렇게 말하면서 거절했다. "내
그룹 방탄소년단(BTS·사진)의 멤버 RM과 뷔가 11일 육군에 현역으로 입대했다. 12일 지민과 정국까지 입대하면 BTS 멤버 모두 병역 의무를 이행하게 된다. RM은 전날 팬덤 플랫폼 위버스에 남긴 글에서 “지난 10년간 방탄소년단으로 살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며 “이 시기가 우리 모두에게 낯설고 새로운 영감과 배움의 시기가 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뷔도 입대 당일인 이날 위버스를 통해 “18개월이라는 긴 시간 정말 많이 건강해져서 돌아오겠다”며 “18개월 안에 여러 가지 좀 준비했다. 기대해달라”고 했다. 앞서 작년 12월 BTS의 맏형인 진은 멤버 중 처음으로 입대했다. 이어 제이홉은 올 4월 육군 현역으로 입대했고, 슈가는 지난 9월부터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이다. RM, 뷔, 지민, 정국의 전역 예정일은 2025년 6월이다. BTS의 완전체 활동 재개도 2025년 이후 가능할 것이라고 소속사는 설명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CJ ENM이 거느린 미국 할리우드 제작사가 일본 대표 엔터테인먼트 업체를 2대 주주로 영입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의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보유 콘텐츠를 다양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힘을 합치기로 한 것이다. CJ ENM은 이번 투자유치로 미국 자회사 피프스시즌(옛 엔데버콘텐츠)의 재무 건전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전세계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J(일본) 콘텐츠'도 손에 넣게 됐다. ◆CJ 손에서 다시 태어나는 日 콘텐츠CJ ENM은 피프스시즌이 도호 인터내셔널을 대상으로 2억2500만 달러(약 29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다고 11일 발표했다. 도호 인터내셔널은 도호의 미국 법인이다. 이번 투자가 마무리되면 도호 인터내셔널은 CJ ENM에 이어 피프스시즌의 2대 주주(25%)로 올라선다. 도호는 연 매출 2조원이 넘는 일본의 거대 엔터테인먼트사다. '고질라', '라돈' 등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연극 지적재산권(IP)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너의 이름은', '스즈메의 문단속' 등 일본 대표 애니메이션 배급도 맡고 있다. CJ ENM은 이번 투자 유치로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었던 피프스시즌이 다시 도약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초 CJ ENM은 피프스시즌의 지분 80%를 약 9200억원에 사들였다. '라라랜드', '콜미바이유어네임' 등 글로벌 히트작의 IP를 확보하는 동시에, 피프스시즌이 갖춘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K콘텐츠를 할리우드에 본격 공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콘텐츠 제작 일정이 줄줄이 밀리면서 피프스시즌은 매해 수백억원대 적자를 냈다. 여기에 할리우드 작가 파업까지 겹치면서 피프
부산시립미술관이 개관 25주년인 내년부터 3년간 전면적인 리노베이션을 시행한다. 부산시립미술관은 항온·항습 기능이 없고, 비가 오면 천장에서 물이 새는 등의 부실한 시설로 작품 파손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대규모 개조 작업의 목표는 미술관으로 갖춰야할 기본적인 시설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하나의 공간을 전시장이나 극장, 창고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미술관 안팎의 경계를 없앤 ‘미래형 미술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 신임 관장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미술관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시설이 될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에 리노베이션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총 430억원을 들여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 이르는 미술관 본관을 수리해 2026년 재개관할 계획이다. 당초 공사비는 260억원이었으나 물가가 오르고 계획이 일부 바뀌면서 비용이 늘어났다. 서 관장은 “미술관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바꿀 것”이라고 했다. 우선 하드웨어 측면에선 전시장 내부의 벽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해서 공간에 유연성을 높인다. 수시로 구조를 바꾸면서 전시장뿐만 아니라 공연장이나 창고 등 다목적으로 활용키로 했다. 서 관장은 “미술관 전면을 UV 유리로 바꿔서 밖에선 LED 칩을 활용한 미디어 파사드 작품을 전시하고, 안에서도 밖으로 조명을 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실내 공간과 실외 정원을 연결하는 공간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선 메타버스 전시를 확대한다. 리노베이션 기간엔 상설 전시장인 ‘이우환 공간’을 제외한 모든 전시장이 3년간 문을 닫는다는 점을 감안해 메타버스 전시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RM과 뷔가 11일 육군에 현역으로 입대했다. 12일 지민과 정국까지 입대하면 BTS 멤버 모두 병역 의무를 이행하게 된다. RM은 전날 팬덤 플랫폼 위버스에 남긴 글에서 "지난 10년간 방탄소년단으로 살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며 "이 시기가 우리 모두에게 낯설고 새로운 영감과 배움의 시기가 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잠시 동안 안녕"이라며 "미래에서 만나자"고 인사를 건넸다. 뷔도 입대 당일인 이날 위버스를 통해 "18개월이라는 긴 시간 정말 많이 건강해져서 돌아오겠다"며 "18개월 안에 여러 가지 좀 준비했다. 기대해달라"고 했다. 앞서 작년 12월 BTS의 맏형인 진은 멤버 중 처음으로 군에 입대했다. 이어 제이홉은 올 4월 육군 현역으로 입대했고, 슈가는 지난 9월부터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이다. RM, 뷔, 지민, 정국의 전역 예정일은 2025년 6월이다. BTS의 완전체 활동 재개도 2025년 이후 가능할 것이라고 소속사는 설명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김한민은 한국 영화계에서 ‘부동의 흥행 1위’를 지키고 있는 영화감독이다. 2014년 개봉한 ‘명량’이 무려 1762만 명을 끌어모았다. 약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명량’에 이은 이순신 장군의 두 번째 이야기 ‘한산: 용의 출현’(2022)은 코로나19 기간에도 728만 명이 보면서 선방했다. 이달 20일 개봉하는 ‘노량’은 그가 10년 넘게 준비한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퍼즐이다. 영화감독으로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김한민은 원래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졸업한 뒤엔 영화에 관심을 갖고 영화사에서 일했다. 이후 동국대 대학원에 진학해 연극영화학 석사 학위를 땄다. 그의 이름을 알린 건 병자호란을 소재로 한 ‘최종병기 활’(2011)이다. 활을 내세운 액션신으로 호평받으며 청룡영화상 기술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그의 강점은 ‘액션신’이다. ‘명량’에선 전무후무한 61분짜리 긴 전투신을 선보였고, ‘한산: 용의 출현’에선 거북선을 중심으로 한 웅장한 스케일의 해전을 그려냈다. 10년 넘게 이순신 장군을 파온 김한민은 다음 영화에 대한 부담감을 느낄 때마다 를 읽는다고 했다. 그는 “난중일기를 보며 내가 위안을 얻었듯, 이순신 3부작이 대한민국 관객들에게 위로나 용기,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안녕하세요! 저, 테일러예요. 1989년에 태어났죠." 지난 3월 17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 팜 스타디움.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34)의 목소리와 함께 7집곡 '미스 아메리카나 앤 더 하트브레이크 프린스'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곧 이어 스위프트가 등장하자, 7만석 짜리 공연장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이날 시작해 지난달까지 북미와 남미에서 66차례 연 스위프트의 월드투어 '에라스 투어'는 8개월동안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벌어들였다. 아직 일정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엘튼 존(페어웰 옐로브릭 로드투어·9억 3190만달러)을 제치고 '역대 월드투어 흥행 1위'에 올랐다. 아시아·유럽 등 내년 말까지 예정된 공연까지 더하면 티켓 매출은 2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스위프트에게 '걸어다니는 대기업'이란 별명이 붙고, 하버드대·스탠포드대·뉴욕대 등 미국 대학 10여 곳이 스위프트 관련 강의를 개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언론들은 '스위프트 공연이 열리는 곳은 경제가 살아난다'며 '스위프트노믹스'(스위프트+이코노믹스)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공연 한 번에 150억원씩 벌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지난 6일(현지시간) 스위프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찰스 3세 영국 국왕,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쳤다. 96년 역사의 '타임지 올해의 인물'에 연예인이 단독으로 이름을 올린 것도, 자선사업 등 다른 이유가 아닌 가수 본업으로 선정된 것도 모두 스위프트가 처음이다. 타임지는 선정 이유로 "예술적·상업적 분야에서 핵융합과 같은 에너지를 분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6년 18세의 나이로 데뷔
서울 도심에서도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꼽히는 시청역 한국프레스센터. 이 건물 앞에는 거대한 철판과 돌이 놓여 있다. 높이가 4m에 달할 만큼 크지만 마치 원래 이곳에 있었던 듯 어색함 하나 없이 주변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그래서 미술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조차 이곳에 이 작품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이렇게 말한다. “프레스센터 앞에 이우환의 조각이 있다고?” 맞다. 이 작품을 만든 건 세계적인 예술가 이우환이다. 그것도 그의 대표 연작인 ‘관계항’이다. 렘브란트와 어깨 나란히 한 ‘거장’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 이우환. 그는 명실상부한 한국 미술의 거목이다. 지금 독일 베를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회고전에서 이우환의 ‘관계항’과 렘브란트의 대표작 ‘벨벳 베레모를 쓴 자화상’이 나란히 놓인 것을 보면 그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프레스센터 앞 ‘관계항-만남의 탑’은 그런 그가 1985년 만든 작품이다. 당시 서울신문사와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신사옥인 프레스센터를 준공할 때 그에게 의뢰했다. 40년 가까이 프레스센터 앞을 지키고 있는 철판과 돌, 그 앞에 서면 여러 궁금증이 떠오른다. 이렇게 단순한 작품이 어떻게 세계적인 작가의 대표작이 된 걸까. ‘관계항’은 무슨 뜻일까. 3개월 만에 서울대 중퇴하고 일본으로이 질문에 답하려면 이우환이 어떻게 세계적인 예술가가 됐는지를 알아야 한다. 지금이야 ‘한국 대표 예술가’로 꼽히지만, 그의 무대는 오랫동안 일본이었다. 경남 함안에서 태어난 이우환은 1956년 서울대 미대 동양화과에 입학해 다니다가 3개월 만에 중퇴했다. 그가 향한 곳은 일본이었다. 그는 니혼대
지난달 30일 서울 사간동 페레스프로젝트 갤러리. 한 여성이 무릎을 끓은 채 아이들이 갖고 놀 법한 블럭을 조심스럽게 쌓았다. 큼지막한 블럭부터 새끼 손톱만한 작은 블럭까지, 차례대로 블럭을 쌓는 모습을 사람들은 숨 죽이며 지켜봤다. 평범한 퍼포먼스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 건 그가 시각장애인이기 때문. 주인공은 멕시코 출신 예술가 마뉴엘 솔라노(36)다. 그는 남자로 태어나 여자의 삶을 살고 있는 트랜스젠더다. 26세 때 에이즈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었지만 회화, 비디오,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국 뉴욕 구겐하임뮤지엄도 그의 작품을 영구 소장하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그림을 그린다는 걸까. 정말 자기가 그린 게 맞을까. 그가 페레스프로젝트에서 한국 첫 개인전 '파자마'를 연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여러 궁금증이 떠올랐다. 퍼포먼스가 끝난 후 만난 솔라노에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이라고 운을 띄우며 묻자, 그는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많이들 물어보곤 해요. 전 조수들과 함께 일해요. 제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설명하면 조수들이 캔버스 위에 못과 핀, 줄을 놓죠. 그러고 나면 제가 손가락으로 그 위를 따라서 그림을 그려요. 시각 대신 촉각에 의존해서 작품을 만드는 거죠." 이번 전시의 주제는 솔라노의 어린 시절이다. 파자마를 입고 뛰놀거나, 친구와 귀여운 입맞춤을 하던 기억을 떠올려서 그렸다. 특히 사탕이 들어있는 인형을 두들겨서 깨는 멕시코 전통놀이 '피냐타' 장면을 그린 '빅 버드'(2023)는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그렸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아이가 입고 있는 털옷과 인형의 재질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어렸을 때부
서울 도심에서도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꼽히는 시청역 프레스센터. 이곳 앞엔 거대한 철판과 돌이 놓여있다. 높이가 4m에 달할 만큼 크지만, 마치 원래부터 그곳에 있던 듯 어색함 하나 없이 주변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그래서 미술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조차 이곳에 이 작품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이렇게 말한다. "프레스센터 앞에 이우환의 조각이 있다고?" 맞다. 이 작품을 만든 건 바로 세계적인 예술가 이우환이다. 그것도 그의 대표 연작인 '관계항'이다.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프랑스 베르사유궁 등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그림 한 점이 수십 억원에 달하는 작가의 대표작을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다. ◆렘브란트와 어깨 나란히 한 '거장' 미술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 이우환. 그는 명실상부 한국 미술의 거목이다. 2000년 유네스코 미술상, 2007년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 2011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개인전, 2013년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 2014년 베르사유궁 개인전…. 그가 세운 업적은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지금 독일 베를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회고전에서 이우환의 '관계항'과 렘브란트의 대표작 '벨벳 베레모를 쓴 자화상'이 나란히 놓인 것을 보면 그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프레스센터 앞 '관계항-만남의 탑'은 그런 그가 1985년 만든 작품이다. 당시 서울신문사와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신사옥인 프레스센터를 준공할 때 그에게 의뢰했다. 40년 가까이 프레스센터 앞을 지키고 있는 철판과 돌, 그 앞에 서면 여러 궁금증이 떠오른다. 이렇게 단순한 작품이 어떻게 세계적인 작가의 대표작이 된 걸까. '관계항'은 도
미술 교육 관련 교수 및 현직 교사들이 "초등학교 통합 과목인 '즐거운 생활'에서 미술 과목을 분리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한국미술교육학회는 4일 발표한 성명문에서 "새로운 통합 교과로서 '즐거운 생활'의 성격, 방향성과 운영 방법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요구하며, 체육 과목과 더불어 미술 과목의 독립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음악·미술·체육이 통합돼 있는 '즐거운 생활' 교과에서 체육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현재 초등학교 1~2학년은 음악·미술·체육을 각각 별도로 배우지 않고, 통합 과목인 '즐거운 생활'로 배우고 있다. 학회는 "미술은 학생의 정신적·정서적·예술적 성장에 관여하는 중요한 교과"라며 "인간 성장에 중요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1학년 통합교과로 인해 온전히 운영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현행 초등 미술 교육이 진정한 예술 체험을 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이들은 지적한다. 학회는 "(현행 교육은) 놀이·활동 중심이라는 모호한 말로 색연필과 종이접기 등으로 일관한다"며 "적기를 놓치게 만드는 현재의 교육은 감성이 메마른 현대 사회 문제를 가속화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술은 지식으로 암기하거나 경험 한번 해 보는 것으로는 체험할 수 없는 인류의 소중한 예술"이라며 "미국, 일본 등 외국 어디에서도 미술 교육이 학교 교육의 초기인 초등학교 1학년 교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지난여름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한국 영화관 ‘빅3’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역대급 흥행을 이뤄낸 영화 ‘바비’와 ‘오펜하이머’가 잇따라 국내에 상륙하면서다. 코로나19 이후 긴 침체기를 겪던 국내 극장가도 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하지만 머지않아 그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 ‘바비’(58만 명)와 ‘오펜하이머’(323만 명)의 관객 수가 모두 기대치를 밑돌아서다. 올여름 성수기를 겨냥한 한국 영화 대작이던 ‘콘크리트 유토피아’(384만 명), ‘비공식작전’(105만 명), ‘더 문’(51만 명) 등도 줄줄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채 내려갔다.코로나19 이후 얼어붙은 국내 극장가가 올겨울에는 부활할 수 있을까.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이 빠른 속도로 관객을 끌어모으면서 이런 기대가 다시 커지고 있다. ‘나폴레옹’ ‘노량’ 등 수백억~수천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들의 개봉도 여기에 불을 지피고 있다. ‘서울의 봄’ 1000만 찍을까3일 배급사 플러스엠에 따르면 ‘서울의 봄’은 이날 밤 12시께 관객 425만 명을 기록했다. 개봉 12일 만에 관객 400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유일한 1000만 관객 영화인 ‘범죄도시 3’ 다음으로 관객 동원 속도가 빠르다.좀처럼 영화관으로 향하지 않던 관객들의 발걸음을 돌린 건 입소문이었다. ‘12·12 군사반란’이라는 역사적 소재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력에 호평이 이어지면서 SNS에선 ‘심박수 챌린지’(영화 관람 도중 스마트워치에 기록된 심박수를 인
“티켓값만 20만원 가까이 냈는데, 무대가 너무 멀어서 개미만 구경하다 온 것 같다.”국내에서 팝스타 공연이 열릴 때마다 관객 사이에선 이런 불만이 속출한다. K팝 주요 공연이 열리는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이나 고척스카이돔에서 자리가 조금만 위층이나 뒤로 밀리면 시야가 제한돼서다. 이들 공연장이 ‘대중음악 전문’이 아닌 ‘스포츠 경기장’이라서 벌어지는 일이다.지난 2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K팝 시상식 ‘멜론뮤직어워드(MMA) 2023’에서 베일을 벗은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달랐다. 1만2000여 명의 관객이 참석한 공연이 끝난 직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놀라울 정도로 무대가 잘 보였다”는 후기가 쏟아졌다.인스파이어 아레나는 ‘국내 1호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이다. 설계 때부터 해외 팝스타의 내한공연, K팝 아이돌 콘서트 등에 최적화된 무대·음향 시스템을 준비했다는 얘기다. 미국 코네티컷주 ‘모히건 선 아레나’의 운영사 모히건이 ‘미국 최고의 공연장’으로 7번이나 선정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작했다.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그 말이 실감 났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탁 트인 시야였다. 한쪽 벽면에 무대가 일자형으로 설치된 다른 공연장과 달리 객석이 무대를 360도로 감싸고 있는 형태라 어떤 각도에서든 무대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좌석 구조를 다양하게 바꿀 수도 있어 최대 1만5000명까지 들어갈 수 있다. 무대와 객석 간 거리도 가까웠다. 스탠딩석 앞줄은 무대와의 거리가 3~5m에 불과했고, 좌석 3~4층에서도 가수의 움직임이 세세하게 보일 정도였다.위아래로 움직이는 아레나 플로어는
지난 여름,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국내 영화관 3사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역대급 흥행을 이뤄낸 영화 '바비', '오펜하이머'가 잇따라 국내에 상륙하면서다. 코로나19 이후 긴 침체기를 겪던 한국 극장가도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 '바비(58만명)', '오펜하이머(323만명)'의 관객 수가 모두 예상을 밑돌아서다. 올 여름 성수기 한국 영화 대작이었던 '콘크리트 유토피아'(384만명), '비공식작전'(105만명), '더 문'(51만명) 등도 줄줄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채 내려갔다. 얼어붙은 국내 극장가가 올 겨울, 드디어 부활할 수 있을까.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이 빠른 속도로 관객을 끌어모으면서 이런 기대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여기에 '나폴레옹', '노량' 등 수백~수천억원대 대작들의 개봉도 기대감에 불을 지피고 있다. ◆'서울의 봄' 천만 찍을까 3일 배급사 플러스엠에 따르면 '서울의 봄'은 이날 자정께 관객 425만 명을 기록했다. 개봉 12일 만에 관객 400만 명을 돌파한 것이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유일한 천만 영화인 '범죄도시 3' 다음으로 관객 동원 속도가 빠르다. 좀처럼 영화관으로 향하지 않던 관객들의 발걸음을 돌린 건 입소문이었다. '12.12 군사반란'이라는 역사적 소재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력에 호평이 이어지면서 SNS에선 '심박수 챌린지'(영화 관람 도중 스마트워치에 기록된 심박수를 인증하는 놀이)'까지 등장했다. 영화계에선 이대로라면 손익분기점(460만명)을 뛰어넘어, 1000만 명까지 노려볼 만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의 봄'의 뒤를 잇는 굵직한 작품들도 출격 준비를 마
"티켓 값만 20만원 가까이 냈는데, 무대가 너무 멀어서 개미만 구경하다 온 것 같다." 국내에서 팝스타 공연이 열릴 때마다 관객들 사이에선 이런 불만이 속출한다. 올림픽체조경기장부터 고척스카이돔까지, 자리가 조금만 윗층이나 뒤로 밀리면 시야가 제한돼서다. 고질적인 음향 문제도 마찬가지. 모두 국내 주요 공연장들이 '대중음악 전문'이 아닌 '스포츠 경기장'이라서 벌어지는 일이다. 지난 2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K팝 시상식 '멜론뮤직어워드(MMA) 2023'에서 베일을 벗은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달랐다. 1만2000여 명의 관객이 참석한 공연이 끝난 직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놀라울 정도로 무대가 잘 보였다"는 후기가 쏟아졌다.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국내 1호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이다. 설계 때부터 해외 팝스타의 내한공연, K팝 아이돌 콘서트 등에 최적화된 무대·음향 시스템을 준비했다는 얘기다. 미국 코네티컷주 '모히건 선 아레나'의 운영사 모히건이 '미국 최고의 공연장'으로 7번이나 선정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그 말이 실감났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탁 트인 시야였다. 한쪽 벽면에 무대가 일자형으로 설치된 다른 공연장과 달리, 객석이 무대를 360도로 감싸고 있는 형태라 어떤 각도에서든 무대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좌석 구조를 다양하게 바꿀 수도 있어 최대 1만5000명까지 들어갈 수 있다. 무대와 객석 간 거리도 가까웠다. 스탠딩석 앞줄은 무대와의 거리가 3~5m에 불과했고, 좌석 3~4층에서도 가수의 움직임이 세세하게 보일 정도였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아레나 플로어는 무대를 더 화려하게 장식했다. LED(발광다이오드) 화
독일 경제지 캐피탈이 1969년부터 매년 11월마다 발표하는 ‘쿤스트 콤파스 100대 작가 명단’은 미술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다.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를 몇 번 열었는지, 작품을 얼마나 소장하고 있는지, 베네치아 비엔날레 등 주요 국제 미술 행사에는 얼마나 참여했는지 등을 따져 순위를 결정한다. 그런 쿤스트 콤파스 명단에서 2003년 이후 20년 연속으로 1등을 차지한 작가가 있다. 독일 예술가 게르하르트 리히터(91)다. 그는 올해도 1위에 올랐다. 리히터는 독일 미술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1960년대 후반 사진과 회화·추상, 구상 등 전통적 구분을 무너뜨리며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히터가 미술계에 이름을 알린 건 1962년 시작한 ‘사진 회화’(photo painting·포토 페인팅) 시리즈다. 프로젝터로 신문과 잡지에 나오는 사진을 캔버스 위에 비춘 뒤 붓으로 흐릿하게 이를 따라 그리는 것이다. 초점이 나간 사진 같기도, 꿈속 한 장면 같기도 한 작품은 사실성과 추상성을 넘나든다. 리히터의 작업은 다양하다. 극사실주의적 풍경화부터 유명인 초상화, 페인트 색상표에서 영감을 받은 ‘컬러 차트’, 물감을 대형 밀대로 밀어낸 ‘스퀴즈’ 시리즈까지. 그는 하나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양식으로 회화의 가능성을 탐구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19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평안감사향연도. 평안도에서 치러진 과거시험 급제자들을 위한 잔치 풍경을 비단에 그린 8폭짜리 병풍이다. 급제자들이 대동강을 건너 평양에 오는 모습, 평안감사가 급제자들을 만나는 모습 등 정교한 묘사로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낱장으로 분리되고 상당 부분 훼손됐다. 이 병풍이 리움미술관 연구원들의 손을 거쳐 원래 모습을 되찾는다. 삼성문화재단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미국 피보디에식스박물관에 있는 평안감사향연도를 복원하겠다고 29일 밝혔다. 국내 사립미술관이 해외에 있는 한국 문화유산 보존 처리를 맡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19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평안감사향연도. 평안도에서 치뤄진 과거시험 급제자들을 위한 잔치 풍경을 비단에 그린 8폭짜리 병풍이다. 급제자들이 대동강을 건너 평양에 오는 모습, 평안감사가 급제자들을 만나는 모습 등 정교한 묘사로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낱장으로 분리되고 상당 부분이 훼손됐다. 이 병풍이 리움미술관 연구원들의 손을 거쳐 원래 모습을 되찾는다. 삼성문화재단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해외 한국문화유산의 보존 및 복원을 지원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에 있는 평안감사향연도를 복원하겠다고 29일 밝혔다. 국내 사립미술관이 해외에 있는 한국 문화유산 보존 처리를 맡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평안감사향연도는 앞으로 16개월간 리움 보존연구실에서 보존 처리 과정을 거친다. 우선 그림 뒤에 덧댄 오래된 배접지를 제거한 후, 기존과 동일한 종이와 화견(그림을 그리는 비단)을 제작해서 앞뒤로 메운다. 이후 평안감사향연도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유사 작품을 조사해 각각 떨어진 작품을 조선시대 병풍 형태로 복원할 예정이다. 복원된 평안감사향연도는 2025년 5월 개관하는 피바디에섹스박물관의 한국실의 주요 작품으로 전시된다. 류문형 삼성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리움미술관이 축적한 보존 처리 기술을 통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일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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