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도시의 네온사인과 그랜드캐니언의 광활한 협곡.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수도’로 불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절경이 한국 기업의 손에서 몰입형 미디어아트로 다시 태어난다.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제작사 디스트릭트는 29일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인 스트립의 상업 복합시설 ‘63 라스베이거스’에 3300㎡(1000평) 규모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장 ‘아르떼뮤지엄’을 연다고 27일 밝혔다. 아르떼뮤지엄의 해외 진출은 올 4월 중국 쓰촨성 청두에 이어 두 번째다.디스트릭트가 운영하는 아르떼뮤지엄은 제주, 강원 강릉, 전남 여수 등 국내 세 개 지점과 청두에서 600만 명을 끌어모은 ‘미디어아트 핫플레이스’다. 프로젝션 매핑, 다면영상제어 등 디지털 기술로 전시장의 천장, 바닥, 벽에 거대한 폭포와 파도, 소나무 숲 등을 실감 나게 구현한다.이번 라스베이거스 전시장의 주제는 ‘영원한 자연’이다. 화려한 도시의 거리와 빛, 인근에 펼쳐진 광활한 협곡 등을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했다. ‘비치 오로라’ ‘플라워 카멜리아’ 등 기존에 국내에서 선보인 14개 작품도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현지 반응은 뜨겁다. 미국 신문·방송사 200여 곳이 이미 ‘아르떼뮤지엄의 미국 진출’을 기사로 다뤘다. 지난 9일부터 운영한 프리뷰는 1주일 만에 구글 리뷰 수 1000개 이상, 평점 5점 만점에 5점을 기록했다.디스트릭트의 기술력은 이미 미국에서 인정받았다. 2021년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을 통해 선보인 102.5m 높이의 가상 폭포 ‘워터폴엔와이씨’가 대표적이다. 빌딩숲 사이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물줄기가 ‘포토 스팟’이 되자 타
화려한 도시의 네온사인과 그랜드 캐니언의 광활한 협곡. '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절경이 한국 기업의 손에서 몰입형 미디어아트로 다시 태어난다.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제작사 디스트릭트는 오는 29일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인 스트립의 상업 복합 시설 '63 라스베이거스'에 3300㎡(1000평) 규모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장 '아르떼뮤지엄'을 연다고 27일 밝혔다. 아르떼뮤지엄의 해외 진출은 올 4월 중국 쓰촨성 청두 이후 두 번째다. 디스트릭트가 운영하는 아르떼뮤지엄은 제주, 강원 강릉, 전남 여수 등 국내 세 개 지점에서 450만 여명을 끌어모은 '미디어아트 핫플레이스'다. 프로젝션 맵핑, 다면영상제어 등 디지털 기술로 전시장의 천장, 바닥, 벽에 거대한 폭포와 파도, 소나무 숲 등을 실감나게 구현한다. 이번 라스베이거스 전시장의 주제는 '영원한 자연'다. 화려한 도시의 거리와 빛, 인근에 펼쳐진 광활한 협곡 등을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했다. '비치 오로라', '플라워 카멜리아' 등 기존에 국내에서 선보였던 14개 작품도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현지 반응은 뜨겁다. 미국 신문·방송사 200여 곳이 이미 '아르떼뮤지엄의 미국 진출'을 기사로 다뤘다. 지난 9일부터 운영한 프리뷰는 일주일 만에 구글 리뷰 수 1000개 이상, 평점 5점 만점에 5점을 기록했다. 디스트릭트의 기술력은 이미 미국에서 인정받았다. 2021년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을 통해 선보인 102.5m 높이의 가상 폭포 '워터폴엔와이씨'가 대표적이다. 빌딩숲 사이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물줄기가 '포토 스팟'으로 거듭나자, 타임스퀘어 건물주가 "대여료를 받지 않을테니 전시 기간을 연장하자"고 요청하기도 했다.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 고미술 상설전시장에 색연필로 그린 현대 드로잉 작품이 들어섰다.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길이 12m의 대작 이름은 ‘국보 530점’(2023). 한국과 북한의 국보 530점을 등재 순서대로 교차해서 그린 작품이다. ‘숭례문(한국 국보 1호)-평양성(북한 국보 1호)-서울 원각사지 10층 석탑(한국 2호)-안학궁 성터(북한 2호)’ 이런 식이다. 콜롬비아와 한국 혼혈인 갈라 포라스-김 작가(39·사진)가 그렸다. 포라스는 아버지의 성에서, 김은 어머니의 성에서 따왔다. 그는 고대 유물이 현재의 역사적·사회적 맥락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분류되는지를 탐구한다. 그는 “역사에는 다양한 요소가 층층이 쌓여있고 유물도 마찬가지”라며 “유물을 발굴한 상황이나 지정한 사람들의 의견 등을 생각해보면 여러 레이어를 마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라스-김이 ‘국보’ 전시회에서 내놓은 국보 그림 530점은 한국의 국보 지정 흐름과 남북의 특징을 한눈에 보여준다. 리움미술관은 포라스-김의 국보 드로잉과 리움이 보유한 국보들이 서로 마주하도록 배치했다. 가야시대 금관, 고려시대 청동은입사 보상당초봉황문 합, 청동은입사 용문 향완 등 그림 속 이미지와 실물을 비교해보는 것도 전시의 재미다. 전시는 내년 3월 31일까지.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신체성이 소멸되는 시대.' 일본의 대표 미술관 중 하나인 모리미술관의 큐레이터 츠바키 레이코는 우리가 사는 시대를 이렇게 진단한다. 그럴 만하다. 기술의 발달로 서로 직접 마주하지 않고도 일은 물론, 연애까지 하는 시대가 됐으니까. 예술도 예외는 아니다. 예술가는 아이디어만 내고 실제 작품은 스튜디오 직원들이 만드는 '개념미술'은 이미 흔해졌고, 컴퓨터와 인공지능(AI)의 힘을 빌려 만드는 작품도 늘고 있다. 레이코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기획한 전시 주제를 '신체성'으로 정한 건 그래서다. 전시 제목은 '바디, 러브, 젠더'. 국내 대표 갤러리 가나아트와 함께 공동 기획한 전시다. 최근 전시 개막식에서 만난 레이코는 "인간의 신체성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신체성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장에 있는 100점의 작품은 지금 일본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성 작가 7명이 직접 손으로 만들어낸 것들이다. 말 그대로 '신체성'이 녹아있는 작품이다. '네온사인 화가' 요코야마 나미가 대표적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LOVE'를 손으로 써보라고 한 뒤, 그 손글씨를 네온사인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걸 다시 자신의 손으로 그려낸다. 나미는 "같은 단어라도 저마다 손글씨가 다른 것처럼, 그 사람만이 갖고 있는 유일한 사랑의 의미를 나타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사람의 신체를 과일에 빗댄 신선한 작품들도 있다. '우웅' 하는 소리를 내는 사과, 바나나, 파인애플 설치작품이 그렇다. 파리 퐁피두센터, 홍콩 엠플러스 등 유수 기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모리 유코의 '디컴포지션(Decomposition)'이다. 과일에 전극을 꽂고, 그 안에 있는 수분을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얼마 전부터 이곳 잔디 언덕에 풍선 인형들이 쭉 들어섰다. 아이 몸집만 한 1m짜리부터 8m 높이 초대형 풍선까지. 언덕 위쪽으로 갈수록 풍선의 키가 크다.풍선 인형이 뜻하는 건 ‘한국인 기대수명’이다. 1900년 20세를 겨우 넘었던 기대수명이 120년 동안 80세로 늘었다는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설치 작품이다. 작가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세계적 그래픽디자이너 스테판 사그마이스터(61·사진). 상업적으로 성공한 디자이너인 동시에 뉴욕 현대미술관(MoMA), 필라델피아 아트뮤지엄 등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실력 있는 예술가다.롤링스톤즈, 제이지 등 팝스타들의 앨범 표지와 리바이스, 스와로브스키 등 글로벌 브랜드의 광고가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08년 대선 당시 선거 포스터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하자 “안식년이라 안 된다”고 거절한 배짱 좋은 예술가이기도 하다. 몸에 칼로 글자를 새긴 ‘괴짜 예술가’DDP에서 개인전 ‘나우 이즈 베터(now is better)’를 열기 위해 방한한 그를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16일 만났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왜 과거보다 지금이 낫냐”고. 그러자 사그마이스터가 입고 있던 코트를 벗었다. 코트 안에는 칼 모양 그래픽과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중세 이후 유럽의 살인 사건 건수 변화 추이예요. 살인 사건 건수가 이렇게 점점 줄어듭니다. ‘나우 이즈 베터’ 맞죠?”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것도 ‘칼’이었다. 1999년 미국그래픽디자인협회(AIGA)가 그에게 포스터를 의뢰하자 자신의 상반신 전체에 칼로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서울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최근 이곳 잔디언덕에 주유소 앞에서나 있을만한 풍선 인형들이 들어섰다. 아이 몸집만한 1m짜리부터 8m 높이의 초대형 풍선까지. 언덕 윗쪽으로 갈수록 키 큰 풍선이 서 있다. 풍선 인형의 정체는 다름아닌 '한국인 기대수명'이다. 1900년 20세를 겨우 넘었던 기대수명이 120년 만에 80세까지 늘었다는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보여준 설치 작품이다. 이 작품을 만든 건 오스트리아 출신의 세계적 그래픽 디자이너 스테판 사그마이스터(61)다. 그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디자이너인 동시에 뉴욕 현대미술관(MoMA·모마), 필라델피아 아트 뮤지엄 등 유수 기관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예술가다. 롤링스톤즈·제이지 등 팝스타들의 앨범 표지와 리바이스·스와로브스키 등 글로벌 브랜드의 광고들이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08년 대선 당시 선거 포스터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하자, "안식년이라 못 만들겠다"고 거절한 '괴짜 예술가'이기도 하다. 지난 16일 DDP에서 열린 개인전 '나우 이즈 베터(now is better)'를 위해 방한한 그를 한국경제신문이 만났다. '옛날이 좋았지'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가 '과거보다 지금이 낫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몸에 칼로 글자를 새긴 '괴짜 예술가' 전시장에서 만난 그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자, 갑자기 자신이 입고 있던 코트를 벗었다. 코트 안에는 칼 모양 그래픽과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중세 이후 유럽의 살인 사건 수를 시기별로 정리한 그래픽이에요. 시간이 지날수록 살인이 점점 줄어들고 있죠. 이것만 봐도 우리가 지금보다 더 나은 시대에 살고 있
2016년 7월, 서울 신논현역 식당가. 그 얼마 전 한국에 상륙한 미국 햄버거 브랜드 쉐이크쉑 매장 앞에 1500여 명이 긴 줄을 만들었다. 햄버거 하나 먹겠다고 점포 문을 열기도 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고, 그중엔 서너 시간 기다린 사람도 있다는 소식은 당시만 해도 ‘황당 뉴스’에 가까웠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2020년 7월, 쉐이크쉑은 다시 한번 뉴스의 중심에 섰다. 이번 주인공은 햄버거가 아니라 매장 한쪽 벽에 걸린 대형 그림이었다. 여러 사람이 버거와 콜라를 먹는, 평범한 그림을 보러 사람들이 몰려든 것. 이유는 이걸 그린 이가 장 줄리앙(사진)이어서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 등이 ‘주목해야 할 그래픽 디자이너’로 꼽은 바로 그 작가다. 그림 한 장으로 무명에서 스타로줄리앙의 그림은 단순하다. 동그란 눈과 길쭉한 코, 슬그머니 올라간 입꼬리. 어린아이의 낙서 같기도 하고, 만화 캐릭터 같기도 하다. 그래서 줄리앙 작품을 본 이들에게서 나오는 가장 흔한 첫 반응이 ‘이 정도는 나도 그릴 수 있다’이다. 그런 줄리앙을 세계적 스타로 만들어준 건 2015년 인스타그램에 올린 그림 한 장이었다. 그해 11월 13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 조직원은 파리 시내와 인근의 축구장 및 공연장 식당 등에서 총기 난사와 자살 폭탄 공격을 감행했다. 줄리앙은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테러 소식을 접하고 3분 만에 ‘피스 포 파리(Peace for Paris)’란 그림을 그렸다. 파리 에펠탑과 평화를 상징하는 ‘피스 마크’를 합친 그림이었다.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이 그림은 ‘파리 테러’ 추모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소셜미디어를 타고 순식간에 세계로 퍼져나갔다. 줄리앙은 순식간에 인스
아이돌 그룹 세븐틴(사진)이 K팝 아티스트 최초로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연설했다.소속사 플레디스에 따르면 세븐틴 멤버들은 14일(현지시간)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13회 유네스코 청년포럼’에서 연단에 올랐다. 청년포럼은 유네스코 총회와 함께 2년마다 열린다.이번 연설은 지난해 8월 플레디스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함께 진행한 ‘고잉 투게더’ 캠페인을 계기로 성사됐다.이날 세븐틴 멤버들은 연단에 올라 연대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민규는 2016년 데뷔 후 첫 정산을 받고 나서 아프리카 탄자니아 어린이들에게 멤버 이름을 딴 13마리 염소를 선물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한 아이가 사진과 함께 ‘꿈을 위해 염소를 잘 키우겠다’고 쓴 편지를 보고 꿈을 위해 달려온 과정들이 생각났다”며 “어린 세대 누구도, 어떤 환경에서도, 꿈을 잃거나 좌절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이선아 기자
‘붓 몇 개와 캔버스만 있다면 언제든, 어디든 떠날 수 있는 삶.’ 76세 강명희 작가(사진)의 삶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그는 1972년 스물다섯 나이에 한국을 떠나 프랑스에 정착했다. 1986년엔 한국 여성 작가 최초로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전시를 열 만큼 파리 미술계에서 인정받았다. 그는 거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고비사막부터 파타고니아 빙하까지 계속해서 낯선 곳을 찾아다녔다. 서울 성수동 키르서울에서 열린 전시 ‘시간의 색’에 등장한 그림 50여 점은 이렇게 그려졌다. 강 작가가 50여 년간 세계를 돌아다니며 탐구한 색(色)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다. “세상을 떠돌게 된 계기는 우연히 본 여행 책자였어요. 프랑스에 살면서 유럽 고전 작품을 많이 봤지만 어느 순간 그림의 반쪽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동양의 참모습을 찾기 위해 무작정 몽골로 떠났어요.” 여행은 인도, 중국, 칠레, 남극 등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곳에서 마주한 시간과 감정을 색으로 나타냈다. 명확한 선 대신 색을 주로 사용한 까닭에 추상화처럼 느껴진다. 거기엔 그 장소의 모습뿐 아니라 시간과 분위기, 당시 강 작가가 느낀 감정까지 녹아 있다. “파란 하늘과 하얀 담 색을 계속 보다 보면 하늘 색과 담 색이 똑같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와요. 가슴이 너무 설레고 놀라워서 붓을 잡게 되죠. 내가 결정한다기보다 자연스럽게 순간순간을 따라가며 그림을 그리는 겁니다.” 강 작가는 한 작품에 계속해서 색깔을 덧입힌다. “오랜 시간이 지나 그림을 보다 보면 ‘그림이 익어가고 있다’는 말이 딱 느껴져요. 내가 그리는 대상이 계속해서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시간이
1986년 일본의 유명 출판사 도쿠마쇼텐에 각본이 한 편 들어왔다. 소녀와 도깨비가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였다. 도쿠마쇼텐은 각본을 혹평했다. “요즘에 누가 도깨비에 관심이나 있나.” 훗날 일본의 대표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의 상징이 된 ‘이웃집 토토로’(1998) 얘기다. 영화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든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토토로 인형은 일본에서만 200만 개 넘게 팔릴 정도로 열풍을 일으켰다. 미야자키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이란 칭호를 얻었다. 그는 1941년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 태어났다. 항공사에서 일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비행기 그림을 자주 그렸다. 그래서인지 그의 영화엔 어릴 적 겪었던 전쟁의 참혹함, 원시 자연에 대한 동경 등의 메시지가 자주 등장한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 ‘붉은 돼지’(1992), ‘모노노케 히메’(1997) 등이 그렇다. 그의 영화는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일본에서만 2400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았고, 애니메이션 최초로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2013년 은퇴를 선언했던 그가 10년 만에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로 돌아왔다. 줄거리가 난해하다는 혹평 속에서도 국내에서 2주 만에 관객 150만 명을 불러 모았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붓 몇 개와 캔버스만 있다면 언제든, 어디든 떠날 수 있는 삶.' 76세 강명희 작가의 삶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그는 1972년 스물다섯 나이에 한국을 떠나 프랑스에 정착했다. 1986년엔 한국 여성 작가 최초로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전시를 열 만큼 파리 미술계에서 인정받았다. 거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고비사막부터 파타고니아 빙하까지, 그는 계속해서 낯선 곳을 찾아다녔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경이로운 자연과 야생의 삶은 영감의 원천이 됐다. 그리고 마침내 그곳에서 마주한 시간과 감정을 '색(色)'으로 나타냈다. 서울 성수동 키르서울에서 열린 전시 '시간의 색'에 등장한 그림 50여 점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강 작가가 50여년간 세계를 돌아다니며 탐구한 색을 한 자리에 모은 전시다. 기획은 강 작가와 오랜 기간 인연을 맺은 도미니크 드 빌팽 전(前) 프랑스 국무총리와 그의 아들이 맡았다. 지금이야 성별이 장애물이 되지 않지만, 당시만 해도 홀로 세계 방방곡곡을 다니는 여성은 보기 드물었다. 무엇이 그를 이끌었을까. 강 작가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우연히 보게 된 여행책자가 계기였어요. 프랑스에 살면서 유럽 고전 작품들을 많이 봤지만, 어느 순간 그림의 반쪽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동양의 참모습을 찾기 위해 무작정 몽골로 떠났어요." 그렇게 떠난 여행은 인도, 중국, 칠레, 남극 등으로 이어졌다. 때로는 사막을 그리기 위해 아예 몽골 현지인들과 함께 지냈고, 때로는 남극 마리안 소만 근처 빙하의 얼음이 떨어지는 걸 그리기 위해 몇날며칠을 가만히 앉아있기도 했다. 그렇게 태어난 그의 그림은 여느 풍경화와는 다르다. 명확한 선 대
국내 1위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 3분기 ‘깜짝 실적’을 냈다. 매출 2174억원, 영업이익 219억원으로 2분기(매출 1634억원, 영업이익 162억원)보다 각각 33%와 34.4% 늘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추정한 평균치보다 매출은 360억원, 영업이익은 40억원을 웃돈 수치다. 국내 콘텐츠 시장이 침체에 빠진 것은 물론 드라마 콘텐츠 부문 세계 최강인 넷플릭스도 뒷걸음질 치는데, 스튜디오드래곤은 이 많은 돈을 어디서 끌어모은 걸까. 비밀의 열쇠는 지난 9월 끝난 tvN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소용없어 거짓말’에 있다. 국내에선 시청률이 2~3%대에 그쳤지만, 해외 141개국에서 시청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소용없어 거짓말’의 무대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콘텐츠(OTT)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이 드라마는 권역별로 ‘라쿠텐비키’(북미·유럽 등) ‘뷰’(동남아시아) ‘유넥스트’(일본), ‘프라이데이비디오’(대만) 등 로컬 OTT에 단독으로 공급됐다. 한국으로 치면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왓챠 같은 지역 OTT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확보한 게 어닝 서프라이즈를 불렀다는 얘기다. 3년 새 K드라마 가격 3배↑스튜디오드래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76.6%(약 1665억원)는 해외에서 나왔다. 2021년 35.1%, 지난해 56.1%였던 걸 감안하면 3년째 21%포인트씩 오른 셈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그 이유를 ‘로컬 OTT’로 설명한다. 라쿠텐비키, 뷰, 유넥스트 등 권역별 OTT에 판매하는 드라마 계약 단가가 높아진 덕분이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로컬 OTT에 판매한 신작 드라마 평균 판매 단가가 최근 3년 새 세 배 넘게 올랐다”고
국내 1위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 3분기에 '깜짝 실적'을 냈다. 매출 2174억원, 영업이익 219억원으로 2분기(매출 1634억원·영업이익 162억원)보다 각각 33%와 34.4%씩 늘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추정한 평균치보다 매출은 360억원, 영업이익은 40억원 웃돈 수치다. 국내 콘텐츠 시장이 침체에 빠진 것은 물론 드라마 콘텐츠 부문 세계 최강인 넷플릭스도 뒷걸음질치는데, 스튜디오드래곤은 이 많은 돈을 어디서 끌어모은걸까. 비밀의 열쇠는 지난 9월 끝난 tvN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소용없어 거짓말'에 있다. 국내에선 시청률이 2~3%대에 그쳤지만, 해외 141개국에서 시청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특이한 건 '소용없어 거짓말'의 무대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콘텐츠(OTT)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이 드라마는 각 권역별로 '라쿠텐비키(북미·유럽 등)', '뷰(동남아시아)', '유넥스트(일본)', '프라이데이비디오(대만)' 등 로컬 OTT에 단독으로 공급됐다. 한국으로 치면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왓챠와 같은 지역 OTT들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확보한 게 '어닝 서프라이즈'를 불렀다는 얘기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올인'했던 K드라마 제작사들이 각 나라의 '로컬 OTT'로 공략 대상을 넓히고 있다. 국내 드라마 내수시장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망을 다각화할 수 있는데다 수익성 제고·지적재산권(IP) 확보까지 '일석삼조'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다. ◆3년 새 K드라마 가격 3배↑ 스튜디오드래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76.6%(약 1665억원)는 해외에서 나왔다. 2021년 35.1%, 지난해 56.1%였던 걸 감안하면 3년째 21%포인트씩 오른 셈이
수많은 사람이 ‘인생 영화’로 꼽는 ‘해리포터’에는 살아 움직이는 그림과 사진이 등장한다. 초상화 속 인물이 확 튀어나와 말을 건네고, 뒷배경도 휙휙 바뀐다. 서울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럭스: 시적 해상도’에선 이런 영화 같은 일이 현실이 된다. 눈이 소복하게 쌓인 소나무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갑자기 붉은색, 보라색 꽃이 피어난다. 소나무 뒤 새하얀 설산은 이내 황금빛 햇살로 노랗게 물든다. 분명 회화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 작품은 스위스 출신 작가 피필로티 리스트가 영사기를 통해 유화 위에 영상을 덧입힌 것이다. 한 번 완성하면 바뀌지 않는 회화의 특성과 시시각각 변화하는 영상의 특성이 절묘하게 녹아든 작품을 보다 보면, 왜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 그렇게 호평받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미디어아트 전시 ‘럭스: 시적 해상도’가 요즘 ‘몰입형 전시’와 차별화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요즘 유행하는 몰입형 전시는 누구나 다 아는 유명 화가의 작품을 그대로 디지털로 제작해 전시장에서 틀어주는 게 대부분이다. 쉽게 볼 수 없는 거장의 작품을 거대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단순 복제품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와 달리 ‘럭스: 시적 해상도’는 생소한 이름의 작가들로 라인업을 꾸리긴 했지만 신선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볼 수 있다. 이 전시는 국내 전시 기획사 숨엑스가 2021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선보였다. 코로나19 기간에도 1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방문하며 흥행했다. 런던 이후 2년 만에 열린 서울 전시에서는 당시 런던에서 소개한 작가뿐 아니라 국내외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
2016년 7월, 서울 신논현역 인근의 한 패스트푸드 식당. 개장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점포 앞에 1500여명이 장사진을 이뤘다. 한국에 첫 진출한 미국 대표 햄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을 맛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이었다. 지금이야 어느 상점에서든 ‘오픈런’이 흔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당시는 달랐다. 버거 맛 한번 보겠다고 서너시간씩 기다리는 사람들이 나타난 건 세간의 화제였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2020년 7월. 쉐이크쉑은 다시 한번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이번엔 매장 한쪽에 벽에 걸린 대형 작품 때문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버거와 콜라를 먹는, 평범하기 그지 없는 그림이었다. 버거 가게에 버거 먹는 그림이 걸린 것에 관심이 쏟아진 이유는 장 줄리앙 때문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 등 세계의 유수 언론들이 앞다퉈 주목해야 할 그래픽 디자이너로 꼽은 작가다.그림 한 장으로 무명에서 스타로 줄리앙의 그림은 단순하다. ‘쉐이크쉑’만 그런 것이 아니다. 동그란 눈과 길쭉한 코, 슬그머니 올라간 입꼬리. 어린 아이가 그린 낙서 같기도,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 같기도 하다. ‘이런 건 나도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줄리앙을 세계적 스타로 만들어 준 건 2015년 인스타그램에 올린 그림 한 장이었다. 파리 에펠탑과 평화를 상징하는 ‘피스 마크’를 합친 그림. 그해 11월 13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 조직원들은 파리 시내와 인근의 축구장과 공연장 식당 등에서 총기 난사와 자살 폭탄 공격을 감행했다. 줄리앙은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테러 소식을 접하고 3분 만에 ‘피스 포 파리’라는 그림을 그렸다. 줄리앙의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그림은 ‘파리 테러
국내외 미술시장이 조정기를 넘어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대표 이호숙·정준모)는 8일 발간한 '2023년 3분기 미술시장분석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분석결과를 내놨다. 센터가 집계한 결과 올 3분기 서울옥션·케이옥션·마이아트옥션 등 국내 경매사의 낙찰 총액은 25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6% 줄었다. 낙찰율 역시 65.51%로 1년 전보다 약 10.23%포인트 하락했다. 해외 경매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5~6일 열린 소더비와 필립스의 홍콩 경매 판매 총액은 10억5900만 홍콩달러였다. 작년 가을에 열렸던 경매와 비교하면 5.45% 감소했다. 올 봄 경매에 비해선 반년 만에 28.11% 줄어들었다. 센터는 컬렉터들의 구매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달 아트바젤과 UBS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술품을 수집하는 고액 자산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다른 금융 자산에 비해 미술품에 들어가는 자금 비중을 지난해 24%에서 올해 19%로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감안해 센터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경합을 이루며 거래됐던 작품들이 하한가에서 겨우 낙찰되거나, 유찰이 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결국 가격을 조정해서라도 팔겠다는 판매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가락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센터는 이런 상황을 '위기'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센터 측은 "2000년부터 미술시장의 흐름을 뒤돌아보면 뚜렷한 호황기 이후에 일정 기간 보합세를 이루다가 급격히 하락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이후 다시 정점을 찍는 양상이 반복됐다"며 "따라서 현재 시장은 놀랄 만큼의 위기도 아니며, 오히려 다시 일상적인 시장
풍성한 머릿결에 굴곡진 몸매.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올 법한 고대 여신상이 전시장에 놓여 있다. 조금만 한 발짝 비켜서 보면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여신의 몸은 조각조각 해체되고, 그 사이로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고명근 작가(59)가 제작한 ‘스톤 바디 36’(2008)이다. 작품은 보이는 것만큼이나 제작 과정이 특이하다. 조각상 사진을 투명한 필름에 인화한 뒤, 이를 조각내 마치 집을 만들듯 서로 붙이고 쌓아 올렸다. 여기서 질문. 그렇다면 이 작품은 사진일까, 조각일까, 건축일까.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최근 막을 올린 전시 ‘투명한 공간, 사이 거닐기’ 현장에서 만난 고 작가에게 직접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제 작품은 ‘사진조각’이에요. 사진의 평면성, 조각과 건축만이 갖는 입체성을 하나에 녹여냈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사진작가협회, 조각가협회 둘 다 절 특이하게 보더라니까요. 하하.” 시작은 아버지가 대학 입학 선물로 준 ‘엄청나게 비싼’ 니콘 카메라였다. 카메라를 얻은 뒤 그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은 후 투명한 OHP(오버헤드 프로젝터) ‘비닐’ 필름에 출력하고, 방탄유리에 쓰이는 ‘플렉시글라스’를 양면에 붙였다. 이렇게 만든 각 패널의 모서리를 뜨거운 인두로 지져서 이어 붙였다. 고 작가는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처음부터 새로 해야 해서 인두 작업을 할 땐 초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 작가는 이런 방식으로 무겁고 딱딱한 것을 가볍고 투명하게 만든다. 각 나라의 오래된 건축물(건물 연작)부터 고대 조각상(몸 연작)까지, 투명한 필름을 겹쳐서 만든 작품은 마치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엑스레이로 건물과 조각상을 찍은 듯
"안녕하세요! 전 테일러예요. 전 1989년도에 태어났어요." 지난 3일 오후 6시. 서울 용산구에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곧 이어 스위프트의 7집 곡 '미스 아메리카나 앤 더 하트브레이크 프린스'의 전주와 함께 화려하고 거대한 깃털 사이로 스위프트가 등장했고, 하늘을 찌를 듯한 관객들의 함성이 이어졌다. 이곳은 공연장이 아니다.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에서 개봉한 스위프트의 월드투어 공연 실황 영화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 상영 현장이다. 스위프트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펼친 공연을 영화로 제작한 것이다. 올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진행한 스위프트의 월드투어 '디 에라스 투어'는 '스위프트노믹스'(테일러 스위프트+이코노믹스)란 신조어까지 만들 정도로 '역대급 흥행' 기록을 썼다. 티켓 값만으로 1조원 넘게 벌어들였고, 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는 지난달 13일 북미 개봉 후 열흘만에 1억7900만달러의 매출을 냈다. 하지만 한국 팬들은 이 공연을 유튜브 화면으로밖에 접할 수 없었다. 공연장 부족으로 인해 월드투어 리스트에서 한국이 빠져서다. 그래서 국내 '스위프티'(테일러 스위프트 팬덤명)들에게 이 영화의 개봉 소식은 '가뭄의 단비'였다. 이달 3일을 시작으로 2주간 매주 목, 금, 토, 일요일마다 전국 41개 CGV 극장에서 상영한다. 아이맥스 기준으로 티켓 값은 3만원이다. '실제 공연도 아닌데 3만원이나 주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영화는 꽤나 실감난다. 우선 가로 31m, 세로 22m에 달하는 큼지막한 스크린에서 스위프트의 무대를 여러 각도로 즐길 수 있다. 전문가들이 잘 편집한 무대 영상을 통해 공연장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는 한국인들에게 ‘문화예술의 나라’ 오스트리아의 매력을 알리는 최고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 전시 덕분에 오스트리아를 찾는 한국 관광객이 늘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볼프강 앙거홀처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는 3일 서울 성북동 오스트리아대사관저에서 김정호 한국경제신문 사장과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에게 오스트리아 정부가 수여하는 ‘학술·예술 명예십자훈장’을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오스트리아 연방 대통령이 수여하는 이 훈장은 경제·예술·과학 등 각 분야에서 두드러진 업적을 남긴 오스트리아인과 외국인에게 준다. 김 사장과 윤 관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합스부르크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양국 교류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국경제신문이 기획해 빈미술사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과 공동 주최한 합스부르크전은 140일간 33만여 명이 관람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회화부터 갑옷, 공예품 등 600년간 유럽을 지배한 합스부르크 가문이 세계에서 긁어모은 걸작 96점을 전시하며 ‘합스부르크 열풍’을 이끌었다. 이날 수여식에는 사비나 하그 빈미술사박물관장을 비롯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이기정 한양대 총장, 김희근 한국메세나협회 회장, 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 박종범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회장 겸 영산그룹 회장 등 40여 명이 함께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배경으로도 잘 알려진 영국 잉글랜드 게이츠헤드. 이곳 로펠 언덕엔 높이 22m, 무게 209t의 거대한 조형물이 있다. 천사가 날개를 펼친 채 푸른 언덕을 굽어보고 있는 듯한 모습의 조각상이다. 이름은 ‘북방의 천사’. 처음엔 주민들 사이에 흉물이라며 반대가 만만찮았지만, 이 조각상으로 쇠락한 탄광도시였던 게이츠헤드는 관광 명소가 됐다. 조각상을 제작한 이는 영국 예술가 앤터니 곰리(73)다. 그는 인체가 주변 환경과 맺는 관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조각한다. 그의 작품세계 뒤엔 독특한 이력이 있다. 1968년 케임브리지 트리니티칼리지에 입학해 고고학과 인류학,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인도와 스리랑카로 넘어간 후에는 불교에 심취했다. 영국으로 돌아온 뒤에야 비로소 런던 골드스미스칼리지와 슬레이드 미술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곰리는 작품이 설치되는 공간과 함께 호흡한다. 2003년 중국 광저우에선 지역민과 함께 1만2000개의 소형 점토상을 제작했고, 2012년엔 해발 2000m에 달하는 오스트리아 산악지대에 인체 조각상 100개를 설치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조명했다. 내년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 곰리가 만든 ‘바다의 미술관’이 문을 연다. 신안군이 추진하는 ‘1도 1뮤지엄’ 사업의 일환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는 한국인들에게 '문화예술의 나라' 오스트리아의 매력을 알리는 최고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 전시 덕분에 오스트리아를 찾는 한국 관광객이 늘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볼프강 앙거홀처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는 3일 서울 성북동 오스트리아대사관저에서 김정호 한국경제신문 사장과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에게 오스트리아 정부가 수여하는 '학술·예술 명예십자훈장'을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오스트리아 연방 대통령이 수여하는 이 훈장은 경제·예술·과학 등 각 분야에서 두드러진 업적을 남긴 오스트리아인과 외국인에게 준다. 김 사장과 윤 관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합스부르크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양국 교류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한국경제신문이 기획해 빈미술사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과 공동 주최한 합스부르크전은 140일간 33만여명이 관람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회화부터 갑옷, 공예품 등 600년간 유럽을 지배한 합스부르크 가문이 전세계에서 긁어모은 걸작 96점을 전시하며 '합스부르크 열풍'을 이끌었다. 김 사장은 "전시회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줄 선 관람객을 보면서 한경이 국내 문화예술 진흥에 한몫했다는 성취감을 느꼈다"며 "이번 전시가 한국과 오스트리아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의미있는 발걸음이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윤 관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이 줄었는데, 합스부르크전을 계기로 이런 우려를 씻어낼 수 있었다"며 "빈미술사박물관과 한국경제신문의 협력과 리더십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날 수여식에는
CJ ENM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갖고 있는 기업 '망가프로덕션'과 손 잡고 콘텐츠 공동 제작 및 인력 교류에 나선다. CJ ENM은 사우디아라비아 기업 '망가프로덕션'과 콘텐츠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2일 발표했다. 망가프로덕션은 빈 살만 왕세자가 세운 미스크 재단의 100% 자회사다. 애니메이션과 게임 제작·유통이 주 사업이다. 두 회사는 애니메이션, TV 시리즈, 영화, 웹툰, 인프라 등 산업 전 분야에 걸쳐서 콘텐츠 공동 기획, 제작, 유통 등을 함께하기로 했다. 인력 교류와 인재 양성 분야에서도 협력한다. CJ ENM은 지난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문화 교류 강화를 위한 MOU를 체결한 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CJ ENM의 대표 K팝 페스티벌 '케이콘(KCON)'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했다. 이쌈 부카리 망가프로덕션 대표는 "이번 협약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다양한 콘텐츠를 한국에 최초로 소개하고, 아랍권에 K-콘텐츠를 더욱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창근 CJ ENM 대표는 "중동 지역의 대표 콘텐츠 기업인 망가프로덕션과의 협약을 통해 CJ ENM의 중동 진출을 가속화하고 중동 지역에서 K-컬처 확산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가야시대 때 만들어진 화려한 금관, 사람 키 만한 고려 금동 대탑, 김홍도가 그린 '군선도'….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 고미술 상설전시장은 한반도의 수백년 역사가 살아숨쉬는 곳이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시절부터 모아온 국보 10점, 보물 7점이 전시돼있다. 한국을 찾는 해외 VIP들이 이곳을 '필수 방문코스'로 꼽는 이유다. 최근 이곳에 색연필로 그려낸 현대 드로잉 작품이 들어섰다. 네 개의 캔버스를 이어붙여 벽 한면을 가득 채운 길이 12m의 대작 이름은 '국보 530점'(2023). 우리나라 국보와 북한의 국보 530점을 등재 순서대로 교차해서 그린 작품이다. '숭례문(한국 국보 1호) - 평양성(북한 국보 1호) - 서울 원각사지 십층 석탑(한국 국보 2호) - 안학궁 성터(북한 국보 2호)', 이런 식이다. 갈라 포라스-김 작가(39)가 그린 작품이다. 이름도 독특한 그는 콜롬비아와 한국인 혼혈이다. 포라스는 아버지의 성에서, 김은 어머니의 성에서 따왔다. 그는 고대 유물이 현재의 역사적·사회적 맥락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분류되는지를 탐구한다. 미국 해머뮤지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 등 유수기관의 전시에 참여했다. 최근엔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하는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도 올랐다. "역사는 층층이 쌓이는 레이어와 같아요." 지난달 31일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아티스트 토크에서 포라스-김 작가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이렇게 요약했다. "우리가 미술관에서 보는 유물 하나하나엔 발굴 당시의 상황, 역사학자와 보관·관리사의 해석 등 여러 관점이 겹겹이 쌓여있어요. 국보도 마찬가지죠. 왜 이 유물이 국보로 지정됐는지, 왜 어떤 유물은 국보였다가 다시 해제됐는지 등을 생각해보면 하
1945년 한반도에 거주하는 서양인은 대부분 미국인이었다. 광복 후 미 군정이 들어서면서 수많은 미군이 한국으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20세기 미니멀리즘의 대가’ 도널드 저드(1928~1994)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1946년 6월부터 1947년 11월까지 주한미군으로 근무했다. 전쟁 속에서 고통받는 어린아이들,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힘든 가난한 사람들이 마음에 걸렸던 저드는 1991년 40여 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그때 그를 사로잡은 게 ‘한지’였다. 그는 자신의 목판화 신작에 한지를 활용하기로 마음먹고 작품에 쓸 색깔부터 목판 종류까지 모두 정했다. 하지만 1994년 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저드의 한지 목판화는 미완성 작품이 돼 버렸다. 저드가 마무리하지 못한 작품이 30년 만에 한국에서 공개됐다.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로팍 2층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저드의 개인전 공간에 가로 80㎝, 세로 60㎝인 목판화 20점이 걸려 있다. 그가 생전 구상한 내용을 바탕으로 도널드저드재단이 2020년 제작한 작품들이다. 한지 위에 그어진 반듯한 격자, 그 공간을 채우는 감각적인 색깔. 30년 전에 구상한 것이라곤 믿기 힘들 정도로 작품은 현대적이다. 단조로움 속에 세련됨이 돋보인다. 선 면 색깔 등 단순한 요소로 공간을 변주하던 그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이 전시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드의 시그니처인 ‘3차원 오브제’뿐 아니라 그의 작품에선 보기 드문 회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저드는 “네모난 캔버스에 갇힌 회화는 완전한 사물의 모습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3차원 조각을 주로 만들었다. 전시장 안쪽에 있는 그의 초기작 ‘무제’(1950)는 그래서 회화인데도 평면
내년부터 제작된 지 50년이 지난 미술품이라도 작가가 살아 있으면 문화재청 허가 없이 자유롭게 해외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문화재청은 이 같은 내용의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30일 밝혔다. ▶본지 10월 16일자 A2면 참조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제작 50년이 지난 미술품은 문화재청 허가 없이 해외에 반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1973년 이전에 만들어진 작품은 문화재청 심사 절차를 밟아야만 해외에 갖고 나갈 수 있다. 심사 과정에서 역사·예술·학술적 가치가 높고, 희소성·명확성·특이성·시대성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하면 ‘일반동산문화재’로 지정돼 국외 반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일반동산문화재는 제작된 지 50년 이상의 상태가 양호한 문화유산으로, 보물·국보 등 지정문화재와 달리 비지정문화재다. 일반동산문화유산이 되면 문화 교류 차원에서 열리는 해외 전시 등은 문화재청장 허가를 받아 반출할 수 있지만, 해외 아트페어(미술품 장터)나 경매에서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 대상에서 생존 작가가 만든 미술·책·생활 공예품을 제외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작한 지 50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작가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 및 작품 거래를 막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문화재청은 다음달 29일까지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법제처 심사를 거칠 계획이다.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되면 개정안은 2024년부터 시행된다. 다만 작고 예술가의 작품은 여전히 규제 대상이다.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등 근대 예술가나 최근 별세한 ‘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의 1960~1970년대 초기
내년부터 제작된 지 50년 이상이 지난 미술품이라도 작가가 살아있으면 문화재청의 허가 없이도 자유롭게 해외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문화재청은 이같은 내용의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제작 50년이 지난 미술품은 문화재청 허가 없이 해외에 반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1973년 이전에 만들어진 작품은 문화재청 심사 절차를 밟아야만 해외에 갖고 나갈 수 있다. 심사 과정에서 역사·예술·학술적 가치가 높고, 희소성·명확성·특이성·시대성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하면 '일반동산문화유산'으로 지정돼 국외 반출이 금지된다. 문화 교류 차원에서 열리는 해외 전시 등은 문화재청장 허가를 받아 작품을 반출할 수 있지만, 해외 아트페어(미술품 장터)나 경매에서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화재청은 이 문화재보호법 대상에서 생존 작가가 만든 미술·책·생활 공예품은 제외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작 50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작가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 및 작품 거래를 막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생존 작가 작품의 국외 반출과 해외 매매가 자유로워지면 미술품 시장을 더욱 활성화하고, 작가들의 활발한 창작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작고 예술가의 작품은 여전히 규제 대상이다.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등 근대 대표 예술가나 최근 별세한 '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의 1960년대~1970년대 초기작은 문화재청 허가 없이는 해외에서 판매할 수 없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문화예술이 살아숨쉬는 낭만과 영광의 시대, 벨 에포크(belle poque). 역사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의 프랑스 파리를 이렇게 기억한다. 에펠탑과 알렉상드르 3세 다리 등 파리를 대표하는 건축물이 이때 태어났고, 모네 르누아르 고갱 피카소 등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은 일제히 파리로 모여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시대에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시절’이란 뜻의 ‘벨 에포크’라 이름 붙였다. 당시 파리의 위상은 1886년 파리에 도착한 고흐가 친구에게 적은 편지에서도 알 수 있다. “파리는 역시 파리야(Paris is Paris). 파리는 유일한 곳이지. 생활이 아무리 힘들어도 이곳만 오면 공기가 내 머리를 맑게 해.” 150여 년 전의 벨 에포크가 요즘 미술계에서 화두다. 파리가 다시 세계 예술의 중심에 서면서다. 세계 컬렉터, 갤러리스트, 아트 딜러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지금, 파리의 벨 에포크가 다시 찾아왔다”고. 그 중심엔 지난해 파리에 상륙한 세계 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이 있다. ‘파리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이달 중순 두 번째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하지만 단순히 아트페어 하나 때문에 하는 말은 아니다. 이곳에선 수백 년 역사를 지닌 미술관, 시대의 명작을 수집해온 재벌들의 컬렉션, 세계적 럭셔리 브랜드들이 갖고 있는 공간이 ‘한 몸’으로 움직인다. 고흐의 마지막 70일(오르세), 근대 조각 거장 로댕과 현대 조각가 곰리의 만남(로댕미술관), 모딜리아니와 그를 세상에 알린 아트딜러(오랑주리)….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거장들을 새롭게 보는 전시들이 이달 들어 파리에서 한꺼번에 개막했다. 또 하나의 축은 문화예술의 오랜 후원자이자 동반자 역할을 해온 럭셔리 브
영국 런던의 ‘최고 부촌’ 메이페어 뉴 본드 스트리트. 이곳을 걷다 보면 ‘본햄스’라고 적힌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다가서면 자동문이 열리면서 화려한 꽃과 식물로 장식한 입구가 나타난다. 정글 같은 통로를 지나면 르누아르 등 옛 거장부터 트레이시 에민 등 동시대 인기 작가들의 작품이 보인다. 전 세계 22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경매사 본햄스의 전시장. 230년 전통의 본햄스가 이달 7~13일 런던의 중심에서 한국 작가의 개인전을 열었다. 그것도 영국 미술계의 최대 행사인 ‘프리즈 런던’이 열리는 기간에, VIP에게만 문을 여는 ‘프라이빗 전시장’에서다. 본햄스에서 한국 작가의 전시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 주인공은 혜명 김성희(60)다. 서울대 동양화가 교수인 김 작가는 서울대미술관장, 서울대 미대 학장 등을 역임했지만 본업은 ‘예술가’다. 혜명은 그의 호다. 본햄스 전시장에서 만난 그에게 소감을 묻자 수줍은 미소와 함께 돌아온 말. “정말 꿈만 같은 일이죠. 동시에 한국 미술을 세계 무대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하니 어깨가 무거워요.” 이번 전시는 우연히 이뤄졌다. 평소 김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던 영국인 컬렉터가 본햄스에 김 작가의 작품을 보여준 것. 아시아 미술에 관심이 있던 본햄스는 김 작가에게 작품 실물을 보내달라고 했다. 작품을 보내고 얼마 안 돼 본햄스에서 연락이 왔다. 모든 비용을 다 댈 테니 전시를 열자고 했다. 본햄스를 사로잡은 건 ‘별자리’였다. 김 작가는 한지에 먹과 천연염료로 별을 만들고, 선을 그어 이들을 잇는다. 한지를 밤하늘 삼아 만들어진 별무리는 때로는 사람이 되고, 때로는 새와 나무가 된다. “
외국에서 오래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하는 고민이 있다. 경계인으로서의 '정체성'이다. 1995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30년 가까이 살고 있는 이현정 작가(51)는 다름아닌 '한지'에서 그 답을 찾았다. 닥나무 종이를 수시간씩 삶고 찐 후 얇게 펴서 만든 가장 한국적인 재료, 한지. 이 작가는 그 위에 세필로 섬세하게 선을 그려낸다. 그는 이런 작품으로 요즘 여러 아트페어에서 주목받고 있다. 1월 아트SG, 4월 화랑미술제, 5월 아트부산, 7월 도쿄겐다이, 9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서 작품이 모두 '완판'됐다. 최근 파리에서 열린 '아시아 나우'에서도 그의 작품은 인기였다. 궁금했다. 페어장에서 오고 가며 본 이 아름다운 작품 뒤에 어떤 얘기가 숨어있을지. 최근 파리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파란색 문을 두드리자, 거실 옆 작은 작업실에서 한창 작업 중이던 그가 환하게 웃으며 나왔다. '어떻게 작품을 시작했는지'를 묻자, 그는 "잠깐만요" 하더니 작은 상자를 갖고 왔다. 은과 진주로 만든 브로치와 목걸이였다. "한국에서 미대를 나온 후 무작정 파리로 왔어요.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생계를 위해 선택한 게 보석 디자인이었죠. 보석 회사에 들어가서 디자이너로 수년간 일했어요. 거기서 전시도 열고, 나름 인정받았어요. 하하." 돌고 돌아 그림이었다. 보석 공예도 즐거웠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엔 그림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거기에 불을 붙힌 건 2013년 팔레 드 도쿄에서 열린 보석 공예 전시였다. "집에서 혼자 그린 작은 그림을 보석 작품 옆에 걸어뒀는데, 여성 세 분이 오더니 그림을 사겠다고 하더라고요. 내 그림도 팔릴 수 있구나. 그 때 용기를 얻었어요." 결국 이 작가는 회사를 그만
영국 런던의 '최고 부촌' 메이페어 뉴 본드 스트리트. 이곳을 걷다 보면 '본햄스'라고 적힌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다가가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면서 꽃과 식물로 화려하게 장식한 입구가 나타난다. 정글 같은 통로를 지나자 르누아르 등 옛 거장부터 트레이시 에민 등 동시대 인기 작가들의 작품이 보인다. 전세계 22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경매사 본햄스의 전시장이다. 230년 전통의 본햄스가 이달 7~13일 런던의 중심에서 한국 작가의 개인전을 열었다. 그것도 영국 미술계의 최대 행사인 '프리즈 런던'이 열리는 기간에, VIP들에게만 문을 여는 '프라이빗 전시장'에서다. 본햄스에서 한국 작가의 전시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 주인공은 혜명 김성희(60)다. 서울대 동양화과 교수인 김 작가는 서울대미술관장, 서울대 미대 학장 등을 역임했지만, 본업은 '예술가'다. 혜명의 그의 호다. 본햄스 전시장에서 만난 그에게 소감을 묻자, 수줍은 미소와 함께 돌아온 말. "정말 꿈만 같은 일이죠. 동시에 한국 미술을 세계 무대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하니 어깨가 무거워요." 이번 전시는 우연히 이뤄졌다. 평소 김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던 영국인 컬렉터가 본햄스에 김 작가의 작품을 보여준 것. 아시아 미술에 관심이 있던 본햄스는 김 작가에게 작품 실물을 보내달라고 했다. 작품을 보내고 얼마 안 돼 본햄스에서 연락이 왔다. 모든 비용을 다 댈테니 전시를 열자고. 본햄스를 사로잡은 건 '별자리'였다. 김 작가는 장섬유로 만든 한지에 먹과 천연염료로 별을 만들고, 선을 그어 이들을 잇는다. 한지를 밤하늘 삼아 만들어진 별무리는 때로는 사람이 되고, 때로는 새와 나무가 된다.
기자를 구독하려면
로그인하세요.
이선아 기자를 더 이상
구독하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