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얼굴에 큰 눈을 가진 소녀. 언뜻 보면 귀여운 캐릭터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다. 손에는 칼이나 담배가 들려 있고, 날카로운 눈매와 웃음기 하나 없는 입매는 어쩐지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일본의 대표 팝 아티스트인 나라 요시토모(1959~)의 ‘시그니처 캐릭터’다. 그는 반항기 가득한 악동 소녀 그림으로 세계 미술시장의 ‘스타’가 됐다. 만화에서나 볼 법한 그림체에 고독감, 반항감, 잔인함 등 인간의 심오한 감정을 절묘하게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작품 스타일은 나라의 성장 배경과 관련이 깊다. 그는 2차 세계대전 후인 1959년 일본 본섬(혼슈) 북쪽에 있는 작은 마을인 아오모리현 히로사키에서 태어났다. 어린 나라는 맞벌이하는 엄마와 아빠를 기다리면서 홀로 시간을 보냈다. 이때 나라의 친구가 돼준 건 애니메이션과 펑크 록 음악이었다. 1988년에는 독일로 건너가 뒤셀도르프예술아카데미에서 지금의 대표 캐릭터인 소녀 그림을 완성해 나갔다. 나라의 그림은 ‘어린아이는 가장 순수한 존재’라는 일반적인 통념을 거부한다. 소녀가 등 뒤에 칼을 숨기고 있는 모습의 ‘Knife Behind Back’(2000)은 2019년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약 300억원에 팔렸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2026년 5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앞마당에 3000㎡ 규모의 지하 전시장 및 수장고가 들어선다. 내년 하반기엔 서울 도봉구·금천구 등 도심 곳곳에 시립미술관 분관이 문을 연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23일 서울 서소문동 본관에서 열린 언론간담회에서 이같은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최 관장은 "서울시립미술관이 개관 35주년을 맞아 활동을 본격화하는 청년기에 접어들었다"며 "향후 30년을 위해 서소문 본관 리모델링, 신규 분관 개관에 따른 네트워크형 미술관 등 외형적 성장을 비롯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우선 서소문 본관은 오는 11월~12월 설계공모를 거쳐 내년 9월부터 리모델링 및 증축 공사에 들어간다. 전시동은 전면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앞마당에는 3000㎡ 규모의 지하 공간을 만든다. 지하 공간은 전시장(1000㎡), 수장고(1200㎡), 편의시설(800㎡)로 구성될 예정이다. 완공 시점은 2026년 5월이다. 서울 도심 곳곳에 새로운 시립미술관도 만든다. 먼저 내년 10월 서울 도봉구 마들로에 서울사진미술관이 들어선다. 한국 사진사와 사진 문화 등을 다루는 사진·영상 특화 미술관이다. 한 달 뒤인 내년 11월에는 금천구 시흥대로에 서서울미술관이 들어선다. 과거부터 이어져온 공업과 정보기술(IT), 패션 등 미래산업이 공존하는 서남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뉴미디어, 융·복합 예술을 주로 다룰 예정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날 내년도 미술관 전시 계획도 공개했다. 내년 전시 키워드를 '건축'으로 잡고, 2024년 4~7월 서소문 본관에서 '건축 해외 거장전'과 '건축 주제전'을 동시에 열 예정이다. 2024년 8월부터는 '소장품 주제 기획전'과 함께 '박광진 기증특별전'도 연다. 서울 중계동
숟가락, 냄비, 컵, 칫솔, 의자…. 일상에서 흔히 볼 법한 사물들이 싱가포르아트뮤지엄(SAM) 천장에 걸려있다. 언뜻 보면 불규칙하게 놓여있는 것 같지만, 작품 곁에서 들려오는 배경음악과 함께라면 달라진다. 일상의 소리를 중첩되게 녹음한 음악과 함께 작품을 보노라면, 저마다의 높이로 걸려있는 사물들은 금세 공중의 오선지에 그린 음표처럼 느껴진다. 한국인 안예윤 작가(29)가 만든 설치작품이다. SAM은 우리나라로 치면 '국립현대미술관' 격인 곳. 싱가포르 사람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 작가도 아닌 '토종 한국인' 신인 예술가가 이곳에서 작품을 전시한 건 드문 일이다. 안예윤은 어떻게 SAM에서 전시를 하게 됐을까. 최근 화상으로 만난 안 작가에게 묻자 그는 "남들이 잘 안 가는 길을 선택한 결과"라며 웃었다. 그는 원래 한국에서 미대 입시를 준비했다. 하지만 곧 기계적이고 틀에 박힌 입시 미술에 실망해 한국 대신 해외 대학으로 눈을 돌렸다. "자유로운 예술을 하고 싶었어요. 정물화나 석고, 소묘 같은 미술을 배워도 늘 자유로움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싱가포르로 눈을 돌리게 된 이유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 으레 그렇듯, 쉽지만은 않았다. 싱가포르의 한 예술대학에 진학했지만, 생소한 싱가포르식 영어를 알아듣는 것부터가 힘들었다. 수업을 따라잡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서 논문을 읽고 필사하는 게 일상이 됐다. 그는 "그야말로 절박했다"며 "내가 선택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마음에 남들보다 몇 배는 노력했다"고 했다. 모든 게 낯설었지만, 그게 오히려 부담 없이 경계를 넘나드는 원동력이 됐다. 그에게 장소나 장르의 한계는 없다. 어떨 땐 극장에서 자신이 직접 만
벌거벗은 채 축 늘어져 있는 남자, 그를 포근하게 안고 있는 어머니. 서울 청담동 송은 3층에 올라가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켈란젤로 불멸의 명작 ‘피에타’ 속 모습이 펼쳐진다. 구도부터 디테일까지 영락없는 ‘피에타’다. 단 한 가지, 이 그림이 ‘불화(佛)’라는 것만 빼면. 송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파노라마’를 위해 불교화가 박그림 작가(36)가 선보인 작품이다. 파노라마는 다음달 초 열리는 국내 미술계 최대 행사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에 발맞춰 송은이 준비한 중견·신진 작가 그룹전이다. 16명 작가의 작품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건 박 작가의 그림이다. 불화를 전공한 박 작가는 전통 고려 불화의 방식을 따라 비단 위에 그림을 그린다. 실이 촘촘하게 엮인 비단을 여러 번 염색한 뒤 그 위에 세밀한 붓으로 그림을 그린다. 마지막으로 금박을 얹어 섬세하고 화려한 탱화를 완성한다. 사실 이 그림은 ‘퀴어’(성소수자)인 박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다. 호랑이와 벌거벗은 남자는 작가 자신이고, 그림 속 여성은 그의 어머니다. 박 작가는 쑥과 마늘을 먹지 못해 인간이 되지 못한 호랑이에게 소수자인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그 호랑이가 점차 인간으로 변해 어머니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통해 가족 간 포용과 화해를 나타냈다. 전시장에서 만난 박 작가는 “최근 대중매체에서 성소수자가 스스럼없이 등장할 만큼 열린 분위기가 됐지만, 여전히 성소수자의 가족 이야기는 다뤄지지 않는다”며 “성소수자의 가족이 겪는 갈등과 포용을 전통 불화를 통해 색다르게 나타내고 싶었다”고 했다. 3층 전시장 가장 안쪽에 걸린 이진주 작가(42)의 작품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다
벌거벗은 채 축 늘어져있는 남자, 그를 포근하게 안고 있는 어머니. 서울 청담동 송은 3층에 올라가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켈란젤로의 불멸의 명작 '피에타' 속 모습이 펼쳐진다. 구도부터 디테일까지 영락없는 '피에타'다. 단 한 가지, 이 그림이 '불화'(佛畫)라는 것만 빼면. 송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파노라마'를 위해 불교화가 박그림 작가(36)가 선보인 작품이다. 파노라마는 다음달 초 열리는 국내 미술계 최대 행사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에 발 맞춰 송은이 준비한 중견·신진 작가들의 그룹전이다. 16명의 작가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박 작가의 그림이다. 불화를 전공한 박 작가는 전통 고려 불화의 방식을 따라 비단 위에 그림을 그린다. 실이 촘촘하게 엮인 비단을 여러 번 염색한 후, 그 위에 세밀한 붓으로 그림을 그린다. 마지막으로 금박을 얹어 섬세하고 화려한 탱화를 완성한다. 사실 이 그림은 '퀴어'(성소수자)인 박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다. 호랑이와 벌거벗은 남자는 작가 자신이고, 그림 속 여성은 그의 어머니다. 박 작가는 쑥과 마늘을 먹지 못해 인간이 되지 못한 호랑이에 소수자인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그 호랑이가 점차 인간으로 변해 어머니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통해 가족 간 포용과 화해를 나타냈다. 전시장에서 만난 박 작가는 "최근 대중매체에서 성소수자가 스스럼 없이 등장할 만큼 열린 분위기가 됐지만, 여전히 성소수자의 가족 이야기는 다뤄지지 않는다"며 "성소수자의 가족이 겪는 갈등과 포용을 전통 불화를 통해 색다르게 나타내고 싶었다"고 했다. 3층 전시장 가장 안쪽에 걸린 이진주 작가(42)의 작품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다. 홍대에서 동양화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는 이유는 자신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서다. 회사원 김모미 씨는 다르다. 그는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마스크를 쓴다. 콤플렉스인 얼굴은 숨기고, 자신있는 몸매만 드러낸 채 인기 BJ ‘마스크걸’로 활동한다. 지난 1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7부작 시리즈 ‘마스크걸’ 얘기다. 이 작품은 5년 전 네이버에서 인기를 끈 동명의 웹툰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정식 공개 전 기자들을 대상으로 선공개된 1~6화를 보는 동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넷플릭스 ‘대박 작품’ 리스트가 한 줄 더 길어지겠구나.” 시리즈는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 밤에는 마스크를 쓴 인기 BJ로 활동하는 김모미가 자신의 정체를 눈치챈 주오남(안재홍 분)과 갈등을 일으키는 얘기로 시작한다. 작품의 분위기는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확 바뀐다. 살인을 저지른 뒤 도망가려는 자, 그걸 쫓는 자 간의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이 이어진다. ‘외모지상주의’란 뻔한 소재 때문에 망설여진다면 그럴 필요 없다. 이 드라마는 비슷한 소재를 다룬 기존 작품들과는 다르다. ‘외모가 인생의 다가 아니다’란 어줍잖은 충고를 던지는 대신 살 떨리는 스릴러로 풀어냈다. 원작에는 없는 드라마 ‘마스크걸’의 매력은 대략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화자’. ‘마스크걸’은 회차마다 화자가 바뀐다. 1회는 ‘김모미’, 2화는 ‘주오남’, 3화는 주오남의 엄마인 ‘김경자’(염혜란 분), 이런 식이다. 등장인물 간 일어나는 같은 일을 다각도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다. 회차가 지나갈수록 새롭게 밝혀지는 이야기는 시청자가 탐정처럼 사건의 진실을 밝혀나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두 번째는 같은 역할을 하는 배우가 바뀐다
1977년 프랑스 파리. 예술의 도시에 이제 막 새로 문을 연 미술관을 두고 파리지앵들은 혹평을 쏟아냈다. “저런 흉물이 다 있나…. 아직 공사도 다 안 끝난 거 같은데, 저게 국립미술관이라고?” 그럴 만했다. 건물 안에 있어야 할 철골, 배수관, 에스컬레이터까지 그대로 밖에 노출됐으니. 이렇게 손가락질을 받은 미술관은 훗날 파리의 대표 ‘랜드마크’가 된다. 바로 세계적 현대미술관 중 하나인 ‘퐁피두센터’다. 퐁피두센터를 가로지르는 빨간색 에스컬레이터를 보다 보면 서울 여의도 ‘파크원’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다. 맞다. 두 개 건물 모두 2007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 리처드 로저스(1933~2021)의 작품이다.난독증 왕따, 건축에 빠지다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모더니즘 건축가, 하이테크 건축의 거장…. 로저스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화려하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난독증에 걸린 탓에 열한 살이 다 되도록 글을 못 읽었다. 그랬던 그가 건축에 빠진 건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다. 2년간 군대에서 복무하는 동안 유명 건축가인 사촌 어네스토 로저스와 가까워졌다. 어네스토와 시간을 보내면서 그는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때 그를 괴롭혔던 난독증은 ‘기회’가 됐다. 로저스는 나중에 회고록에서 “난독증은 다른 길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전역하자마자 런던에 있는 영국 건축협회 건축학교로 향했다. 이후 예일대 건축대학원에도 합격해 ‘건축가의 길’을 걸었다.‘빨간색 철골’, 공간을 혁신하다그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세계에 알린 건 1971년이다. 38세의 나이에 680개 후보작을 당당
마스크의 목적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론 자신을 숨기는 것이다. 회사원 김모미 씨는 다르다. 그는 자신을 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매일 밤마다 마스크를 쓴다. 컴플렉스인 외모를 숨기고, 자신있는 몸매만 드러낸 채 인기 BJ '마스크걸'로 활동한다. 1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7부작 시리즈 '마스크걸'의 얘기다. 이 작품은 5년 전 네이버에서 인기를 끌었던 동명의 웹툰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정식 공개 전 기자들을 대상으로 선공개된 1~6화를 보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의 넷플릭스 걸작이 탄생했구나." 시리즈는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 밤에는 마스크를 쓴 인기 BJ로 활동하는 김모미가 자신의 정체를 눈치 챈 주오남(안재홍 분)과 갈등을 일으키는 얘기로 시작한다. 작품의 분위기는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확 바뀐다. 살인을 저지른 뒤 도망가려는 자, 그걸 쫓는 자 간의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이 이어진다. '외모지상주의'란 뻔한 소재 때문에 감상을 망설이고 있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 이 드라마는 비슷한 소재를 다룬 작품들과는 다르다. '외모가 인생의 다가 아니다'란 어줍잖은 충고를 던지는 대신, 스릴러라는 장르를 입체적으로 풀어냈다. 원작이나 다른 시리즈물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마스크걸'만의 3가지 매력을 정리했다. 우선 '화자'. '마스크걸'은 회차마다 화자가 바뀐다. 1회는 '김모미', 2화는 '주오남', 3화는 주오남의 엄마인 '김경자'(염혜란 분), 이런 식이다. 등장인물 간에 일어나는 같은 일을 다각도로 보여주기 위한 효과적인 장치다. 특히나 회차가 지나갈수록 새롭게 밝혀지는 이야기는 시청자가 탐정처럼 사건의 진실을 밝혀나가는 듯한 느낌을 준
‘다크나이트’(2008), ‘인터스텔라’(2014) 등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작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1970~)은 엄격한 가톨릭 기숙학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보수적이고 답답한 분위기에서 유일한 낙은 공상이었다. 그는 홀로 여러 가지 상상을 하면서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다.놀런 감독은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영문학과에 진학한 뒤에도 꿈을 놓지 않았다. 영문학보다 영화 동아리에 더 열정을 갖고 활동했다. 졸업 후에는 카메라 기사로 일하면서 주말마다 틈틈이 각본을 쓰고, 영화를 찍었다.그렇게 탄생한 게 첫 데뷔작 ‘미행’(1998)이다. 제작비가 6000달러밖에 안 되는 저예산 영화였지만, 큰 호응을 얻었다.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등에서 상을 받고, 북미에선 제작비의 8배에 달하는 수익을 냈다. 이후 ‘메멘토’ ‘다크나이트’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을 줄줄이 흥행시키면서 거장 반열에 올랐다.놀런은 컴퓨터그래픽(CG)을 멀리 하는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필름의 화질과 질감을 잘 살리기 위해 ‘아날로그 제작 방식’을 고수한다. 그래서 그는 관객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꼭 아이맥스로 봐달라고 당부하기도 한다. 15일 개봉한 ‘오펜하이머’에서도 CG 없이 버섯구름 등 명장면을 구현했다.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흑백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작품이다.이선아 기자
“이제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어둠의 세계에서 살아온 남자 수혁(정우성 분)은 ‘형님’ 응국(박성웅 분)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이에게만큼은 평범한 아빠였으면 좋겠다”는 연인의 마지막 말을 지키기 위해. 가만히 듣고 있던 응국은 눈썹을 꿈틀거리다가 묻는다. “평범한 게 뭔데?”배우 정우성이 처음 메가폰을 잡은 영화 ‘보호자’를 보면 절로 이런 대답이 나온다. “평범한 건 다름아닌 이 영화”라고. 영화의 큰 줄거리가 어디선가 본 듯한 뻔한 내용이어서다.줄거리는 이렇다. 폭력조직에 있다가 10년 만에 출소한 수혁은 몰랐던 딸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평범한 아빠’가 되기 위해 손을 씻으려 한다. 하지만 조직은 그를 가만 놔두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딸은 납치된다. 수혁은 위험에 빠진 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납치된 어린아이를 구하는 서사는 관객들이 ‘테이큰’, ‘아저씨’ 등에서 지겹도록 본 줄거리다. 정 감독 스스로 “클리셰”라고 할 정도니, 말 다 했다. 뻔한 내용을 특별하게 만들려면 인물에 대한 내밀한 분석과 서사가 더해져야 했는데, 이것도 부족했다. 조직에 충성했던 수혁이 왜 응국과 척을 지면서까지 평범해지기를 원하는지, 2인자 성준(김준한 분)은 왜 수혁에게 질투심을 느끼는지 등 수많은 궁금증이 생기지만, 영화는 끝내 풀어주지 않는다.그래서 더 돋보인 건 우진(김남길 분)의 연기다. ‘세탁기’로 불리는 우진은 잔혹한 살인청부업자와 철없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쉴 새 없이 오간다. 진지할 수밖에 없는 줄거리를 너무 무겁지 않게 이끌고, 중간중간 웃음도 선사한다. 우진이
엄태화 감독의 재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개봉 7일째인 15일 누적 관객 수 2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밝혔다. 이 영화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주민들의 생존기다. 이병헌이 주연을 맡았으며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서며 흥행을 예고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전날에도 28만7000여 명을 동원해 ‘밀수’(11만7000여 명) ‘엘리멘탈’(4만9000여 명) ‘비공식작전’(3만여 명) 등을 누르고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극장가의 관심은 이날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에 쏠린다.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를 다룬 ‘오펜하이머’의 예매 관객 수는 전날 50만 명을 넘겼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이제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어둠의 세계에 몸 담으며 살아온 남자 수혁(정우성 분)은 '형님' 응국(박성웅 분)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이에게만큼은 평범한 아빠였으면 좋겠다"는 연인의 마지막 말을 지키기 위해. 가만히 듣고 있던 응국은 눈썹을 꿈틀거리다가 이내 묻는다. "평범한 게 뭔데?" 배우 정우성이 감독으로서 처음 선보인 장편영화 '보호자'를 보면 절로 이런 대답이 나온다. 평범한 건 다름아닌 이 영화라고. 영화의 큰 줄거리가 어디선가 본 듯한 뻔한 내용이어서다. 줄거리는 이렇다. 폭력조직에 있다가 10년 만에 출소한 수혁은 자신도 몰랐던 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평범한 아빠'가 되기 위해 손을 씻으려 한다. 하지만 조직은 그를 가만 놔두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딸은 납치된다. 수혁은 위험에 빠진 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납치된 어린 아이를 구하는 서사는 관객들이 '테이큰', '아저씨' 등에서 지겹도록 본 줄거리다. 정 감독 스스로 "클리셰"라고 할 정도니, 말 다 했다. 뻔한 내용을 특별하게 만들려면 인물에 대한 내밀한 분석과 서사가 더해져야 했는데, 이것도 부족했다. 조직에 충성했던 수혁이 왜 응국과 척을 지면서까지 이토록 평범해지기를 원하는지, 2인자 성준(김준한 분)은 왜 수혁에게 질투심을 느끼는지 등 수많은 궁금증이 생기지만, 영화는 끝내 풀어주지 않는다. 이런 클리셰 속에서 그래도 돋보이는 건 우진(김남길 분)의 연기다. '세탁기'로 불리는 우진은 잔혹한 청부살인업자와 철 없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쉴 새 없이 오간다. 진지할 수밖에 없는 줄거리를 너무 무겁지 않게 이끌고, 중간중간 웃음도 선사한다. 우진이 만든 못이 발사되는 총은 색다른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리움미술관에는 불문율이 하나 있었다. 작고한 거장들의 개인전만 연다는 것이다. 2012년 리움미술관이 처음 ‘살아있는 작가’의 개인전을 연다고 했을 때 미술계가 떠들썩했던 건 그래서다.그 작가가 설치미술가 서도호(61·사진)였다. 젊은 나이(당시 50세)에 이미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 영국 런던 서펜타인갤러리,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 등에서 전시할 정도로 인정받는 예술인이다.지금은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서도호가 지난 9일 서울 용산CGV에 등장했다. CJ문화재단이 제작한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 ‘서도호의 움직이는 집들’ 상영회 겸 대담회를 위해서다. 다큐가 끝난 뒤 무대에 오른 서도호는 관객 앞에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큐레이터와 약 30분간 대담했다.다큐는 2012년 리움에서 연 전시회를 중심으로 서도호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담았다. 11년 전 리움이 그를 택한 건 ‘집’ 때문이다. 그는 어렸을 적 지낸 서울 성북동의 한옥, 미국 뉴욕 유학 시절 묵은 아파트 등의 공간을 폴리에스터 천으로 한땀 한땀 꿰매 작품으로 만들었다. 복도, 문고리, 세면대, 가스레인지, 욕조 등 그와 함께한 모든 공간의 디테일이 실제 크기 그대로 전시장에서 되살아난다.기억을 따라 어림잡아 만들 법도 한데, 그는 대충 하는 법이 없다. “뉴욕에 세 들어 살던 집을 구현하기 위해 집주인에게 실측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죠. 6년이 걸리더군요. 작품을 위해 사적인 공간을 개방해달라고 부탁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그 집을 더욱 압도적으로 만들어주는 건 재료다. 그는 폴리에스터 천이나 여름용 한복을 지을 때 쓰는 은조사로 집을 짓는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리움미술관에는 '불문율'이 하나 있었다. 작고한 거장들의 개인전만 연다는 것이다. 2012년 리움미술관이 처음으로 살아있는 작가의 개인전을 연다고 발표했을 때 미술계가 떠들썩했던 건 그래서였다. 설치미술가 서도호(61)가 바로 그 작가다. 당시 50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미 미국 뉴욕 휘트니 미술관, 영국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일본 도쿄 모리 미술관 등 세계 유명 미술기관에서 전시를 열 정도로 인정받던 작가다. 지금은 현재 뉴욕에서 살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서도호가 지난 9일 저녁 서울 용산CGV에 등장했다. CJ문화재단이 만든 다큐멘터리 '서도호의 움직이는 집들' 상영회 겸 대담회를 위해서다. 1시간에 걸친 다큐멘터리 상영 후 무대에 오른 서도호는 관객 앞에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큐레이터와 약 30분간 대담했다. 300석에 달하는 상영관 좌석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부부부터 어린아이까지 세계적인 예술가를 만나기 위한 관객들로 가득 찼다. 이날 상영된 다큐멘터리는 2012년 리움미술관에서 열었던 개인전을 중심으로 그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담았다. 11년 전 리움미술관이 그를 택한 건 '집' 때문이었다. 그는 어렸을 적 서울 성북동에서 지냈던 한옥, 미국 뉴욕 유학 시절 묵었던 아파트 등의 공간을 폴리에스터 천으로 한땀한땀 꿰매 작품으로 만든다. 복도, 문고리, 세면대, 가스레인지, 욕조, 전등 스위치 등 그가 몸 담았던 모든 공간의 디테일이 실제 크기 그대로 전시장에서 되살아난다. 기억에 의존해 어림잡아 만들 법도 한데, 그는 대충 하는 법이 없다. "뉴욕에 세 들어 살던 집을 구현하기 위해 집주인에게 전체 집 크기를 실측하게 해달라
기원전 어느 날 밤, 이스라엘의 도시 베툴리아에 살고 있는 과부 유디트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밖을 내다보니 이웃집은 불타고 있고, 사람들은 온통 피범벅을 한 채 길거리에 쓰러져 있었다. 아시리아 군대가 베툴리아를 침공한 것. 모두들 적의 눈을 피해 숨기에 급급했지만, 유디트는 달랐다. 그는 손에 칼을 쥐고 결심했다. “적장을 죽여 고향을 지켜내겠다.”유디트는 ‘미인계’로 적장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했다. 홀로페르네스가 자신의 옆에서 술에 취해 잠들자, 그는 하녀의 품속에 숨긴 칼을 꺼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그의 목을 벴다. 칼날에 짓눌린 홀로페르네스는 깨어나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늦었다. 눈앞에 다가온 죽음에 굴복할 수밖에.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전쟁 영웅’ 유디트의 일화는 수많은 화가의 영감 원천이 됐다. 바로크 시대의 여성 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의 대표작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는 유디트가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고, 홀로페르네스가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극적인 순간을 담았다. 눈에 띄는 건 유디트와 하녀의 포즈다. 둘은 다부진 팔로 홀로페르네스를 완벽히 제압한다. 연약하고 수동적인 여성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엔 젠틸레스키의 개인적 경험도 반영돼 있다. 그는 10대 때 아버지가 붙여준 미술 강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설상가상으로 재판부는 젠틸레스키에게 “성폭행을 당하기 전 순결을 지켰다는 점을 증명하라”며 그에게 더 깊은 상처를 입혔다. 젠틸레스키는 이런 복수심과 분노를 그림에 반영했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거침없이 베는 유디트에 자신의 모습
배우와 감독은 가깝고도, 먼 사이다. 촬영 현장에선 함께 일하지만 배우는 극중 인물과 하나가 된 듯 장면에 몰입해야 하고, 감독은 한 발짝 떨어져서 극 전체를 봐야 하니까. 30년차 배우 정우성(50)은 서로 다른 이 역할들을 동시에 해냈다. 이달 15일 개봉하는 영화 '보호자'에서 총감독과 함께 주연 '수혁'을 맡았다. 정우성이 장편영화 감독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배우로선 30년차 '베테랑'이지만, 감독으로선 '신인' 위치에 선 것이다. 1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은 "영화를 제작하는 내내 스스로를 입증하는 기분이었다"며 "그 어떤 사람에게도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로지 내 것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제작에 임했다"고 말했다. '보호자'는 액션 장인이라고 불리는 정우성의 색깔을 그대로 드러낸 영화다. 큰 줄거리는 어둠의 세계에 살던 수혁이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딸을 납치한 우진(김남길 분)과 진아(박유나 분), 자신을 질투하는 2인자 성준(김준한 분)과 격렬한 액션을 벌인다. 맨몸 격투, 칼싸움, 총격씬은 물론이고, 폭탄 폭발과 자동차 추격씬까지 등장한다. 정우성은 영화를 만들면서 '레퍼런스'(참고자료)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전체 줄거리나 액션 장면을 구성할 때, 연출 스탭들이 레퍼런스 자료를 이것저것 가져오더라고요. 그걸 보고 '이제 찾지 말라'고 했어요. (기존에 있는 것을) 구현할 수도 없고,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수혁의 감정에 몰입하고 고민하면 자연스레 액션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탄생한 게 '호텔 로비 씬'이다. 호텔 로비에서 역동적인 드리프트로 자동차를 빙빙 돌리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응원하기 위해 시작했던 신한 29초영화제가 어느덧 9회를 맞이했네요. 해를 거듭할수록 뛰어난 작품이 탄생하는 것을 보면서 ‘신한 29초영화제가 영화인들과 함께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사진)은 9일 ‘제9회 신한 29초영화제’ 시상식 개최를 맞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금융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기 위해 시작한 신한 29초영화제는 금융 분야 대표 영화제로 자리잡았다. 2015년 첫 개최 이후 9년간 출품된 작품 수가 6405편에 달한다. 이번 영화제에도 985편의 출품작이 쏟아졌다. 올해 주제는 ‘영화 같은 돈 이야기’였다. 진 회장은 “돈은 일상에서 우리와 기쁨과 아쉬움을 함께하고, 영화는 우리 인생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둘 다 우리 삶에 밀접한 존재”라며 “그만큼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진 회장은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일반부 대상을 받은 주현웅 감독의 ‘시간은 돈이다’를 꼽았다. 저승에 간 부자가 환생 심사원과 대화하며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는 내용이다. 그는 “돈과 연관된 속담으로 주제를 확장해 풀어나간 점이 흥미롭다”며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다시 한번 알려주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주 감독의 작품을 포함한 수상작들은 신한은행 공식 유튜브 계정과 SNS 채널에 소개된다. 신한은행 임직원과 은행을 방문하는 고객들도 볼 수 있도록 사내방송으로 수상작과 시상식 하이라이트 장면을 송출할 계획이다. 진 회장은 “대외 박람회 행사에서도 수상작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신한금융그룹
기원전 어느 날 밤, 이스라엘의 도시 베툴리아에 살고 있는 과부 유디트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밖을 내다보니 이웃집은 불타고 있고, 남자건 여자건 피범벅을 한 채 길거리에 쓰러져 있었다. 아시리아 군대가 베툴리아를 침공한 것이다. 모두들 적의 눈을 피해 숨기에 급급했지만, 유디트는 달랐다. 그는 손에 칼을 쥐고 결심했다. "적장을 죽여서 고향을 지켜야겠다." 유디트는 '미인계'로 적장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했다. 홀로페르네스가 자신의 옆에서 술에 취해 잠들자, 그는 하녀의 품 속에 숨긴 칼을 꺼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그의 목을 벴다. 칼날에 짓눌린 홀레페르네스는 깨어나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늦었다. 눈 앞에 다가온 죽음에 굴복할 수밖에.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전쟁 영웅' 유디트의 일화는 수많은 화가들의 영감의 원천이 됐다. 바로크 시대의 여성 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도 그 중 하나였다. 그의 대표작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는 유디트가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고, 홀로페르네스가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극적인 순간을 담았다. 눈에 띄는 건 유디트와 하녀의 포즈다. 둘은 다부진 팔로 홀로페르네스를 완벽히 제압한다. 연약하고, 수동적인 여성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엔 젠틸레스키의 개인적 경험도 반영돼있다. 그는 10대 때 아버지가 붙여준 미술 강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설상가상으로 재판부는 젠틸레스키에게 "성폭행을 당하기 전 순결을 지켰다는 점을 증명하라"면서 그에게 더 깊은 상처를 입혔다. 젠틸레스키는 이런 복수심과 분노를 그림에 반영했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거침없이 베는 유디트에도 자신의 모습
이탈리아 영화 ‘붉은 사막’은 수식어가 많은 고전이다.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명작이라는 것, 유럽에서 ‘영화를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은 거장’으로 불리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대표작이라는 것, 지금도 세계적인 감독들이 영화를 만들 때 떠올리는 작품이라는 것 등이다. 이 영화가 제작 60주년을 기념해 한국 극장가를 다시 찾았다. 60년 전 필름으로 찍은 영화를 ‘디지털 리마스터링’(색감, 음악 등을 디지털로 구현한 것)을 거쳐 더 선명하고, 더 깨끗한 화질로 구현해냈다. 무엇보다 그 옛날 촬영됐다고는 믿기 어려운 세련된 테크닉과 강렬한 메시지가 최신 영화들과 비교해도 놀랍다. 도대체 ‘붉은 사막’의 어떤 매력이 이 작품을 60년 세월을 건너 우리 앞에 다시 서게 했을까. 박찬욱도 반한 ‘예술영화 거장’‘붉은 사막’의 진가를 알려면 감독이 누군지부터 알아야 한다. 영화의 감독은 이탈리아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다. 그는 ‘영화를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은 거장’이란 평가를 받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존재론적 갈등을 겪는 인간의 내면을 독특한 연출로 그려낸 작품들로 칸(황금종려상), 베니스(황금사자상), 베를린(황금곰상) 등 세계 3대 영화제의 최고상을 모조리 거머쥐었다. 그에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안겨준 영화가 바로 ‘붉은 사막’이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치정 영화’다. 매력적인 미모의 주인공 줄리아나(모니카 비티 분)는 화학공장에 다니는 남편 우고와 귀여운 아이를 둔,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여인이다. 하지만 뒤에선 남편의 친구 코라도(리처드 해리스 분)와 복잡미묘한 관계를 이어간다. 줄리아
최근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미국 뉴욕의 한 스튜디오를 8년간 임차했다는 소식에 미술계의 시선이 쏠렸다. 졸리가 자신의 브랜드 ‘아틀리에 졸리’ 론칭을 위해 빌린 스튜디오가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와 앤디 워홀이 생전에 함께 살았던 곳이어서다. 고작 만 27세의 나이에 요절한 바스키아가 눈을 감은 곳이기도 하다. 바스키아에게는 수많은 별명이 따라붙는다. ‘검은 피카소’ ‘천재 낙서화가’ ‘자유와 저항의 예술가’…. 그의 인생은 짧았지만,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넘은 지금도 그의 예술은 여전히 ‘시대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1960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바스키아는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미술관에 다니면서 예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바스키아가 ‘스타’가 된 데는 워홀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1982년 한 갤러리스트의 소개로 만난 두 사람은 곧바로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둘은 함께 제작한 작품으로 1985년 뉴욕 토니 샤프라지 갤러리에서 공동 전시회를 열었다.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1987년 워홀이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자 바스키아는 깊은 슬픔에 빠졌다. 결국 바스키아는 1988년 헤로인 과다 복용으로 숨을 거뒀다. 그가 8년간 남긴 작품은 3000점에 달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북미를 중심으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바비'가 전세계 누적 매출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돌파했다. 여성 감독이 혼자 연출한 영화 중에서 매출 10억 달러를 넘긴 첫 사례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바비'는 개봉 셋째주에 북미에서 5300만 달러, 그 외 지역에서 74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누적 매출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 중 절반가량(46%)은 미국·캐나다 등 북미에서 나왔다. '바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텔 사의 바비 인형을 소재로 삼은 영화다. 주인공인 바비(마고 로비)가 이상적 세계인 '바비랜드'를 떠나 현실 세계로 오면서 겪는 모험담을 유쾌하게 그렸다. ▶(영화 '바비' 리뷰) "남자는 찬밥"…여자 인형들만 힘을 갖는 이곳은 바비랜드 바비는 올해 최고 흥행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올 들어 전세계에서 개봉한 영화 중 가장 흥행한 작품은 지난 4월 개봉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매출 13억5000만 달러)다. 박스토피스닷컴의 숀 로빈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몇 주간 경쟁작이 거의 없기 때문에 바비가 성공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북미에서 '바비'와 같은 날 개봉한 후 '동반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는 누적 매출이 5억529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살아있는 팝아트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86)가 그린 '글로벌 팝스타' 해리 스타일스(29)의 그림이 오는 11월 영국 런던 내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에 걸린다. 4일 아트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11월 2일부터 내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에서 호크니의 개인전 '드로잉 프롬 라이프(Drawing from Life)'가 열린다. 이 전시는 2020년 같은 곳에서 열렸다가 코로나19로 인해 3주 만에 폐막했다. 미술관 측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해 전시를 다시 열기로 했다. 전시에는 호크니가 60년에 걸쳐 그린 초상화 150여 점이 전시된다. 초상화의 모델은 호크니의 어머니인 로라 호크니, 그의 전 파트너이자 큐레이터 그레고리 에반스, 그의 친구인 모리스 페인과 실리아 버트웰, 그리고 호크니 본인 등이다. 여기엔 호크니가 코로나19 기간에 그린 스타일스의 초상화 신작도 포함될 예정이다. 두 '영국 스타'의 만남은 지난해 5월 프랑스 노르망디의 호크니 스튜디오에서 이뤄졌다. 만남을 주선한 건 음악 프로듀서 클리브 데이비스였다. 처음에 데이비스가 호크니에게 스타일스의 새 앨범 '해리의 집'(Harry’s House)을 소개해줬고, 호크니의 조수가 스타일스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스타일스는 초대장을 받자마자 요청을 수락했다. 호크니는 빨간색과 노란의 스트라이프 가디건을 입은 스타일스가 소파에 걸터앉아 있는 모습을 이틀에 걸쳐 캔버스에 담았다. 스타일스는 영국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호크니는 수십년간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재창조해왔다"며 "그의 그림의 모델이 된다는 건 엄청난 특권"이라고 했다. 호크니는 "해리가 얼마나 유명한지 알지 못했다"며 "내 스튜디오에 온 사람 중 하나였을
K팝 걸그룹 뉴진스(사진)가 지난달 발매한 미니 2집 ‘겟 업’이 2일(현지시간)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200에서 1위에 올랐다. 뉴진스가 빌보드200에 진입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차트 데뷔와 동시에 1위를 움켜쥐었다. K팝 걸그룹이 이 차트 정상에 오른 건 작년 9월 블랙핑크의 정규 2집 ‘본 핑크’에 이어 두 번째다. 메인 싱글 차트 핫100에는 타이틀곡 ‘슈퍼 샤이’ ‘ETA’ ‘쿨 위드 유’ 3곡을 동시에 진입시켰다. 핫100은 대부분의 미국 가수에게도 진입 자체가 큰 성과로 여겨질 만큼 경쟁이 치열한 차트다. 지금까지 여기에 3곡 이상을 동시에 진입시킨 K팝 가수는 방탄소년단(BTS)과 뉴진스뿐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지구촌에 이는 ‘K팝 붐’을 타고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K팝 전문 공연장’ 건립에 나서고 있다. 올 하반기 인천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경기 고양, 서울에 K팝 공연장이 줄줄이 들어선다. 3일 인천시에 따르면 하반기에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1만500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문을 연다. 공항 근처에 건립 중인 카지노 복합시설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 속한 시설이다. 공연장에는 모든 객석에서 무대가 잘 보이도록 다양한 각도로 모니터를 설치하고, 최첨단 음향시설을 구축한다. 고양 일산에선 CJ라이브시티가 내년을 목표로 K팝 전문 공연장 ‘CJ라이브시티 아레나’를 짓고 있다. 2만 석의 실내 좌석과 4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야외 공간을 각각 갖출 예정이다. CJ라이브시티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에이지(AEG)와 손잡고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의 공연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CJ라이브시티 관계자는 “매년 190회 이상의 대형 공연과 이벤트를 열 것”이라고 했다. 서울 도봉구 창동에는 2027년 말 2만8000석 규모의 K팝 전문 공연장 ‘서울 아레나’가 들어선다. 서울시가 지하철 1·4호선 창동역의 환승주차장 등 약 5만㎡ 부지를 제공하고, 카카오가 3000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지원한다. 인천 청라에서도 공연뿐 아니라 야구 경기, e스포츠 국제대회를 열 수 있는 ‘스타필드 청라’가 2027년 말 개관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렇게 기업과 지자체가 대규모 공연장 건설에 적극 나서는 건 국내에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K팝 스타는 물론 내한 해외 가수들의 공연은 주로 고척스카이돔이나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등에서
공포영화 포스터조차 제대로 못 쳐다보는 ‘극강의 겁쟁이’들이 있다. 갑자기 귀신이 튀어나와 깜짝 놀라게 하거나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기괴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눈을 질끈 감는 사람들 말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가끔은 으스스한 공포영화의 매력이 궁금할 때가 있다. ‘호러의 계절’ 여름이 오면 더욱 그렇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디즈니 영화 ‘헌티드 맨션’은 이런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유령을 믿지 않는 주인공 벤과 싱글맘, 어린아이, 심령술사, 퇴마 의식 전문가인 신부, 역사학자가 999명의 유령이 사는 저택 안에서 펼치는 모험 이야기다. 영화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놀이기구’ 같다. 영화 제목과 아이디어도 디즈니랜드의 유명 어트랙션에서 따왔다. 저택의 벽과 바닥이 뒤틀리고 움직이는 장면, 유령들과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 등은 디즈니랜드에서 3차원(3D) 안경을 끼고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느낌을 준다. 12세 관람가인 만큼 지나치게 잔인하거나 무서운 장면은 없다. 적당히 깜짝 놀랄 만한 연출에 유쾌한 코미디를 한 스푼 넣었다. 가족이 함께 충분히 재밌게 즐길 만한 수위다. 영화는 나름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랑하는 아내를 사고로 잃은 벤은 현실 세계에 남아있을지, 아니면 유령이 사는 세계로 가서 아내를 만날지 선택해야 한다. 뜻밖의 이별을 겪은 사람들이 어떻게 슬픔을 극복하고 현실에 발붙이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눈에 익은 배우들을 만나는 것도 이 영화의 재미다. 주인공인 벤은 2017년 미국을 휩쓴 공포영화 ‘겟 아웃’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나이브스 아웃’에 출연한 키스 스탠필드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에 나온 오언 윌슨도
“아버님이 쓰시던 영문 타자기를 보니, 살아 꿈틀대는 듯합니다. 외교 인프라가 부족하던 그 시절에 아버님은 한·미동맹과 관련된 문서를 직접 작성하셨어요.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한·미동맹이 대한민국 발전과 국민 통합의 출발점이었죠.” 지난 29일 청와대 본관. 이승만 전 대통령의 며느리 조혜자 여사가 시아버지가 쓰던 영문 타자기 앞에서 이렇게 말하자 같은 자리에 있던 윤보선 박정희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의 가족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섯 대통령의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건 한국 정치사상 처음이다. 이들은 이날 청와대 개방 1주년을 맞아 다음달 28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를 함께 관람하기 위해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초청으로 청와대를 찾았다. 윤보선 전 대통령의 아들 윤상구 동서코포레이션 대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EG 대표이사 회장,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윤 대표는 “아버지가 경무대라는 이름을 청와대로 바꾸셨다”며 “여기 전시실에는 여당도 야당도 없다. 나라 발전의 집념, 국민 사랑과 통합의 대한민국만이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그린 반려견 스케치를 보고 “젊은 세대에게 아버지 시대의 이야기는 멀고 어려웠는데, 반려견 스케치를 통해서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것 같다”고 했다. 노 이사장도 노 전 대통령의 퉁소 앞에서 “아버지가 멕시코 방문 때 ‘베사메무초’를 부르셨는데, 윤
미국 할리우드의 배우들과 작가진이 63년 만에 동반 파업을 벌이면서 굵직한 영화·드라마 이벤트가 차질을 빚고 있다. TV 시상식 분야에서 미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이 연기되는가 하면, ‘듄: 파트 2’ 등 대작들의 개봉도 미뤄질 조짐이 보인다. 이들의 파업은 영화·드라마 제작 과정에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침투하면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30일 대중문화 전문매체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오는 9월 18일 열릴 예정이었던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어워즈’의 일정이 연기됐다.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ATAS)가 주관하는 에미상은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미국 최고 권위의 TV 시상식이다. 에미상이 연기된 건 2001년 9·11 테러 이후 처음이다. 에미상 연기는 할리우드 양대 노조인 미국작가조합(WGA)과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의 동반 파업 때문이다. 지난 5월 WGA는 “영화·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면 작가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반발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이달부터는 SAG-AFTRA도 총파업에 들어갔다. 두 노조가 함께 파업을 시작한 건 1960년 영화산업 종사자 처우 개선을 요구한 것 이후 처음이다. 파업 여파에 시달리고 있는 건 에미상뿐만이 아니다. 최근 버라이어티는 워너브러더스가 영화 ‘듄: 파트 2’의 개봉일을 올해 11월에서 내년으로 미루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버라이어티는 “파업으로 인해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인 마블의 ‘더 마블스’, ‘헝거게임’ 시리즈 속편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도 개봉일이 미뤄질 수 있다”고 했다. 이미 개봉에 나선 작품들도 홍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아버님이 쓰시던 영문 타자기를 보니, 살아 꿈틀대는 듯 합니다. 외교 인프라가 부족하던 그 시절에 아버님은 한미동맹과 관련된 문서를 직접 작성하셨어요.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한미동맹이 대한민국 발전과 국민 통합의 출발점이었죠." 지난 29일 청와대 본관. 이승만 전 대통령의 며느리 조혜자 여사가 이 전 대통령이 쓰던 영문 타자기 앞에서 이렇게 말하자 같은 자리에 있던 윤보선·박정희·노태우·김영삼·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의 가족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섯 대통령의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건 한국 정치사상 처음이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주최한 이날 모임엔 조 여사를 비롯해 윤보선 전 대통령의 아들 윤상구 동서코포레이션 대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박근혜 동생인 박지만 EG 대표이사 회장,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 개방 1주년을 맞아 열린 특별전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를 함께 관람하기 위해서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마련된 이 전시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스케치한 반려견 그림, 노 전 대통령이 즐겨 불었던 퉁소, 김영삼 전 대통령의 조깅화 등 역대 대통령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소품이 전시돼있다. 개막한 지 2개월 만에 23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았다. 이들은 함께 전시장을 돌면서 역대 대통령들을 상징하는 소품을 관람했다. 박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그린 반려견 스케치를 보고 "젊은 세대에게 아버지 시대의 이야기는 멀고 어려웠는데, 반려
지난해 '제74회 에미상 어워즈'에서 시상자로 나선 배우 이정재와 정호연. /AP 63년 만에 들고 일어난 '작가·배우 동반파업'에 미국 할리우드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 최고 권위의 TV 시상식 에미상이 연기되는가하면, 마블 등 굵직한 대작들의 개봉도 미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중문화 전문매체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오는 9월 18일 열릴 예정이었던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어워즈'의 일정이 연기됐다.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ATAS)가 주관하는 에미상은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미국 최고 권위의 TV 시상식이다. 에미상이 연기된 건 2001년 9·11 테러 이후 처음이다. 할리우드 양대 노조인 미국작가조합(WGA)과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의 동반파업 때문이다. 지난 5월 WGA는 "영화·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작가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반발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이달부터는 SAG-AFTRA도 총파업에 돌입했다. 두 노조가 함께 파업한 건 1960년 이후 63년 만이다. 파업의 후폭풍을 겪고 있는 건 에미상 뿐만이 아니다. 최근 버라이어티는 워너브라더스가 영화 '듄: 파트 2'의 개봉일을 올해 11월에서 내년으로 미루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버라이어티는 "파업의 여파로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인 마블의 '더 마블스', '헝거게임' 시리즈 속편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도 개봉일이 미뤄질 수 있다"고 했다. 스타 배우들 역시 파업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바비'의 주연 마고 로비는 파업 동참을 위해 다음달 2일 예정돼있었던 일본 현지 홍보 행사에 불참하기로 했다. '미션 임파서블 7'의 톰 크루즈도 같은 이유로 일본
프랑스의 대표 현대미술관인 퐁피두센터가 서울 분점 개관 시점을 2025년 10월로 확정했다. 한화는 퐁피두센터와 ‘퐁피두센터 한화 서울’ 설립 운영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한화가 소유한 63빌딩의 별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2025년 10월 미술관으로 개관할 계획이다. 한화는 계약을 맺은 4년간 퐁피두센터 한화 서울의 운영을 맡는다. 퐁피두센터는 루브르, 오르세와 함께 ‘프랑스 3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매년 300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 칸딘스키, 샤갈, 마티스, 피카소 등 20~21세기 미술사조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거장의 작품을 다수 소유하고 있다. 퐁피두센터 한화 서울에선 거장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를 연 2회 연다. 그동안 국내에 소개된 적 없는 세계적 거장의 대표작을 대거 전시하겠다는 구상이다. 전시 외에도 퐁피두센터와 협력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신현우 한화문화재단 이사장은 “퐁피두센터 한화 서울 설립이 한국과 프랑스 간 문화 협력의 상징적인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성공적인 사례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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