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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아 기자
    이선아 기자 유통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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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과 대중문화를 다룹니다. 정확하게, 재밌게, 깊게 쓰겠습니다.

  • 청담동 미술관에 우주가 펼쳐졌다

    서울 청담동에 있는 복합문화예술공간 송은. 이 건물 지하 2층으로 내려가면 40m 길이의 벽에 광활한 우주가 펼쳐진다. 군데군데 수놓은 반짝이는 행성 위를 인공위성이 조용히 가로지른다. 잠시 뒤 푸른 지구와 함께 천천히 떠오르는 글자들. “1968년 12월 24일 아폴로 8호가 달 주위를 네 번째 공전하고 있을 때 우주선의 작은 창문 밖으로 놀라운 것을 보았다. ‘오 세상에! 저기 좀 봐!’ 마치 거울로 자기 얼굴을 처음 본 사람처럼, 그날 저녁 지구로 송출되는 방송에서 우주 비행사는 성경의 창세기를 읽었다.” 미디어 아티스트 권혜원의 신작 ‘궤도 위에서’(2023)는 이렇게 9분짜리 영상을 통해 인류가 어떻게 처음으로 지구를 마주했는지 조명한다. 그는 2019년 송은미술대상을 받은 작가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권 작가는 “우리가 알고 있는 풍경 중 많은 것은 기계의 눈으로 바라본 것”이라며 “인류가 기계의 힘을 빌려 자신이 발 딛고 있는 곳을 마주한 순간, 그 관점과 시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작품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 이후 지구는 관객이 없는, 모두가 배우인 극장이 됐다’는 미디어 학자 마셜 매클루언의 말처럼, 권 작가는 3개 층에 걸친 송은 전시장을 ‘거대한 극장’으로 만들었다. 그 안에서 전시를 보러 온 관람객은 객관적인 제3자의 눈이 아니라, 기계라는 필터를 통해 자연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배우가 된다. 전시 제목이 ‘행성 극장’인 이유다. 권 작가는 이런 식으로 시공간을 잡아 비튼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선형적 시간을 헝클어뜨리는가 하면,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을 전복한다. 3층 전시장에 있는 영상 작품 ‘불가능한

    2023.06.28 18:22
  • 네 살 때 미국 건너간 입양아, 한국인의 '恨'을 AR에 담다

    요즘 미국 뉴욕에서 가장 ‘핫’한 전시 중 하나는 록펠러센터에서 열리는 ‘기원, 출현, 귀환(Origin, Emergence, Return)’이다. 아트페어와 경매 등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서다. 박서보, 이배 등 익숙한 이름 사이로 외국인 이름이 하나 끼어 있다. 진 마이어슨(51·사진)이다. 인천에서 태어나 네 살 때 미네소타주 가정에 입양된 한국계 미국 작가다. 뉴욕, 파리, 홍콩 등 세계 16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작품 활동을 하다가 몇 년 전 한국인과 결혼하면서 서울에 정착했다. 궁금했다. 미국에서 보낸 시간이 훨씬 많은데 한국 미술을 알리는 전시에 굳이 참여한 이유가 뭘까. 최근 서울 문래동 작업실에서 만난 마이어슨에게 물었더니 명쾌한 답을 들려줬다.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오래 산 이우환도, 프랑스에서 30년 살았던 이배도 다 ‘한국 작가’잖아요. 중요한 건 ‘한국에 얼마나 있었느냐’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그 안에 담긴 것이 중요하죠. 저는 그게 ‘한(恨)’이라고 생각해요.” 마이어슨은 그래서 자신도 ‘한국 예술가’라고 했다. 입양아로서 항상 머릿속에 담고 있었던 ‘나는 누구인가’란 고민과 한을 그림에 담아서다. “애초 그림을 시작한 것도 한국과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서였어요. 미국에 입양되기 전 고아원에서 항상 그림을 그리곤 했거든요. 그림은 제가 한국을 기억하는 방법이었죠.” 어렸을 때부터 쭉 그림을 그렸다지만, 예술가가 되는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가 전업 작가 생활을 시작한 1990년대 후반 뉴욕에서 활동하는 아시안 예술가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더구나 회화는 ‘한물간 장르’로 여겨졌다. 살아남으려면 뭔가 달

    2023.06.27 17:46
  • 육해공 넘나드는 '팔순 액션'…"전설은 죽지 않아"

    할리우드엔 적잖은 나이에도 위험천만한 액션을 소화하는 ‘베테랑 배우’가 많다. 환갑이 된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7’에서 오토바이와 함께 절벽에서 떨어졌고, 70대인 마이클 키튼은 최근 개봉한 ‘플래시’에서 원조 배트맨다운 화려한 비행 장면을 선보였다.하지만 둘 다 해리슨 포드(81)만큼은 아니었다. 팔순이 넘은 나이에 액션 영화의 주인공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냈으니 말이다. 땅 위에선 말을 타고 뉴욕 도심을 질주했고, 바닷속에선 난파선을 찾기 위해 물살을 갈랐다. 시칠리아 상공에선 비행기 문짝 밖으로 악당들을 헤치우는 고난도 액션도 선보였다. 말 그대로 ‘육·해·공’을 아우르는 액션의 향연이다.블록버스터 액션의 대명사인 ‘인디아나 존스’가 돌아왔다. 1981년 첫 개봉한 이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자 완결편이다. 제목은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1~4편을 연출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뒤를 이어 이번 편의 감독을 맡은 제임스 맨골드의 어깨는 무거웠다. 42년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는 작품인 데다 전작인 ‘인디아나 존스 4: 크리스탈 해골 왕국’이 흥행에 실패해서다.옛 영웅의 화려한 귀환을 알리기 위해 그가 택한 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나이듦’이었다. 영화 배경은 1969년. 카리스마와 여유로움이 넘치던 ‘꽃중년’ 존스는 어느새 정년퇴직을 앞둔 고지식한 교수가 됐다. 머리는 하얗게 셌고, 얼굴엔 주름이 한가득이다. 미국의 달 탐사 성공 소식에 도시 전체가 들떴지만, 존스는 아무도 관심 없는 옛 유물에만 파묻혀 있다. 그렇다. 존스도 나이를 먹은 것이다.이렇게 한물간 인물처럼

    2023.06.27 17:43
  • "전설은 죽지 않아"…42년 전으로 다이얼 돌린 해리슨 포드

    할리우드엔 적잖은 나이에도 위험천만한 액션을 소화하는 '베테랑 배우'들이 많다. 환갑이 된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7'에서 오토바이와 함께 절벽에서 떨어졌고, 70대인 마이클 키튼은 최근 개봉한 '플래시'에서 '원조 배트맨'다운 화려한 비행 장면을 선보였다. 하지만 둘 다 해리슨 포드(81)만큼은 아니다. 팔순이 넘은 나이에 액션영화의 주인공을 완벽하게 소화해냈으니 말이다. 땅 위에선 말을 타고 뉴욕 도심을 질주하고, 바닷속에선 난파선을 찾기 위해 물살을 가른다. 심지어 시칠리아 상공에선 비행기 문짝 밖으로 악당들을 헤치우는 고난도 액션도 선보인다. 말 그대로 '육·해·공'을 아우르는 액션의 향연이다. '블록버스터 액션'의 대명사인 '인디아나 존스'가 돌아왔다. 1981년 첫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자 완결편인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이다. 1~4편을 연출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뒤를 이어 이번 편의 감독을 맡은 제임스 맨골드의 어깨는 무거웠다. 42년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는 작품인데다 전작인 '인디아나 존스 4: 크리스탈 해골 왕국'이 흥행에 실패해서다. 옛 영웅의 화려한 귀환을 알리기 위해 그가 택한 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나이듦'이었다. 영화의 배경은 1969년. 특유의 카리스마와 여유로움을 자랑하던 미중년 존스는 어느 새 정년퇴직을 앞둔 고지식한 교수가 돼 있다. 머리는 하얗게 새고, 얼굴엔 주름이 가득하다. 미국의 달 탐사 성공 소식에 도시 전체가 들떠있지만, 존스는 아무도 관심 없는 옛 유물에만 파묻혀있다. 그렇다. 존스도 나이를 먹은 것이다. 이렇게 '한물간' 인물처럼 여겨지던 존스 앞에 옛 친구의 딸인 헬레나 쇼(피비 월러브

    2023.06.27 13:49
  • 청담동 미술관에 우주가 펼쳐졌다…송은 권혜원 개인전

    서울 청담동에 있는 복합문화예술공간 송은. 이 건물 지하 2층에 내려가면 40m 길이의 벽에 광활한 우주가 펼쳐진다. 군데군데 수놓은 반짝이는 행성 위를 인공위성이 조용히 가로지른다. 잠시 뒤 푸른 지구와 함께 천천히 떠오르는 글자들. "1968년 12월 24일 아폴로 8호가 달 주위를 네 번째 공전하고 있을 때 우주선의 작은 창문 밖으로 놀라운 것을 보았다. '오 세상에! 저기 좀 봐!' 마치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처음 본 사람처럼, 그날 저녁 지구로 송출되는 방송에서 우주 비행사는 성경의 창세기를 읽었다." 미디어 아티스트 권혜원의 신작 '궤도 위에서'(2023)는 이렇게 9분짜리 영상을 통해 인류가 어떻게 처음으로 지구를 마주했는지를 조명한다. 그는 2019년 송은미술대상을 받은 작가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권 작가는 "우리가 알고 있는 풍경 중 많은 것들은 기계의 눈으로 바라본 것"이라며 "인류가 기계의 힘을 빌려 자신이 발딛고 있는 곳을 마주한 순간, 그 관점과 시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작품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 이후 지구는 관객이 없는, 모두가 배우인 극장이 됐다'는 미디어 학자 마셜 매클루언의 말처럼, 권 작가는 3개층에 걸친 송은 전시장을 '거대한 극장'으로 만들었다. 그 안에서 전시를 보러 온 관람객은 객관적인 제3자의 눈이 아니라, 기계라는 필터를 통해 자연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배우가 된다. 전시 제목이 '행성 극장'인 이유다. 권 작가는 이런 식으로 시공간을 잡아비튼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선형적 시간을 헝클어뜨리는가하면,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을 전복시킨다. 3층 전시장에 있는 영상 작품 '불가능한 세계'(2023)가 그렇다. 2

    2023.06.27 08:42
  • '중국계 루키' 리슈잉 "업그레이드 된 느낌"

    “처음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치르면서 저 스스로 업그레이드됐다고 느꼈습니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란 확신도 들었고요.” 25일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최종 라운드를 막 마친 리슈잉(20·사진)의 얼굴엔 흥분과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이날 리슈잉은 버디 4개,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를 엮어 이븐파로 마무리했다. 전날 5언더파 67타로 공동 선두에 올랐지만 최종 순위는 공동 6위에 그쳤다. 하지만 리슈잉은 이번 대회를 통해 ‘슈퍼 루키’로 거듭났다. 정규 대회 최고 성적을 낸 데다 홀인원(2라운드 4번홀)도 기록했다. 중국 국적인 리슈잉은 한국인 아버지와 중국동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일곱 살 때 상하이에서 한국으로 왔다.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한국에서 다닌 덕분에 한국어도 유창하다. 처음 채를 잡은 건 열 살 때였다. 취미로 시작했는데, 재미를 붙여 선수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지난해부터 외국인에게도 입회를 허용하기로 결정하자 곧바로 도전장을 냈다. 리슈잉은 점프투어(3부)와 드림투어(2부)를 거쳐 1년 만에 1부 투어 시드를 따내며 문호 개방에 따른 ‘1호 외국인 선수’가 됐다. 리슈잉은 이번 대회 캐디백을 전문 캐디가 아니라 골프아카데미에서 만난 친구에게 맡겼다. 그 친구와 수시로 대화하면서 긴장을 풀었다. 포천힐스CC=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2023.06.25 18:40
  • 강남에서 대회장 40분…주차장서 셔틀버스 운행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3’이 열리는 포천힐스CC는 수도권 골퍼들이 가장 선호하는 골프장 가운데 하나다. 골프장 관리 상태가 좋은 데다 접근성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구리~포천 간 고속도로를 타면 강남·여의도·마포 등 서울 주요 지역은 물론 경기 성남·고양 일산 등지에서도 1시간 만에 올 수 있다. 차를 갖고 오는 갤러리는 전용 주차장인 ‘대진대학교 학군단 운동장’에 주차하면 된다. 정확한 주소는 ‘경기도 포천시 호국로 1007’이다. 갤러리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타면 포천힐스CC 대회장으로 바로 갈 수 있다. 토요일(24일)은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15분 간격으로 셔틀버스를 왕복 운행한다. 일요일(25일)은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운행한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2023.06.23 18:26
  • [단독] "韓 미술시장 성장세 놀랍다"…日 갤러리 첫 상륙

    아시아의 ‘메이저 갤러리’ 중 하나인 일본 화이트스톤이 한국에 진출한다. 오는 9월 ‘프리즈 서울’ 개최에 맞춰 서울 남산 옛 힐튼호텔 건너편에 지하 1층~지상 4층, 700㎡ 규모로 갤러리(사진)를 조성한다. 일본 갤러리가 한국에 정식으로 지점을 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화이트스톤 서울 개관 준비를 위해 방한한 고에이 시라이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미술만 놓고 봤을 때 아시아는 이제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큰 시장이 됐다”며 “서울점을 통해 한국의 유망 작가들을 발굴하고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1967년 화이트스톤을 설립한 유키오 시라이시의 아들이다. 2013년부터 화이트스톤을 이끌고 있다. ○韓 단색화와 日 건축 거장이 꾸민 공간서울점은 화이트스톤이 아시아에 내는 일곱 번째 지점이다. 화이트스톤은 일본(도쿄·가루이자와), 중국(베이징·홍콩), 대만(타이베이), 싱가포르에 지점을 두고 있다.시라이시 CEO는 서울 진출을 오래전부터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시장 조사에만 3년이 걸렸고, 갤러리를 내기로 결정한 후에도 여러 차례 한국을 오가며 직접 장소를 알아봤다”며 “오랜 고민 끝에 서울 야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남산을 택했다”고 설명했다.화이트스톤은 서울점을 한국문화와 일본문화가 섞인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건물의 검은색 외관은 한국 ‘단색화’에서 따왔다. 시라이시 CEO는 “단색화를 매우 좋아하는데, 여기서 영감을 받아 외관을 미니멀하게 디자인했다”고 했다. 내부 디자인은 일본 유명 건축가인 구마 겐고가 맡았다. 자연친화적 소재를 즐

    2023.06.21 18:22
  • 日 유명 갤러리 화이트스톤, 한국 온다…“한국 작가 적극 알릴 것”

    아시아의 '메이저 갤러리' 중 하나인 일본 화이트스톤이 한국에 진출한다. 오는 9월 '프리즈 서울' 개최에 맞춰 서울 남산 옛 힐튼호텔 건너편에 지하 1층~지상 4층, 700㎡ 규모로 갤러리를 낸다. 일본 갤러리가 한국에 정식으로 지점을 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화이트스톤 서울 개관 준비를 위해 방한한 코에이 시라이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미술만 놓고 봤을 때 아시아는 이제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큰 시장이 됐다"며 "서울점을 통해 한국의 유망 작가들을 발굴하고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1967년 화이트스톤을 설립한 유키오 시라이시의 아들이다. 2013년부터 화이트스톤을 이끌고 있다.韓 단색화와 日 건축 거장이 만나는 공간▲올 9월 서울 남산에 개관 예정인 화이트스톤 서울의 렌더링 이미지. 검정색 외관은 한국의 단색화에서 영감을 얻었고, 내관은 일본의 유명 건축가 구마 겐고가 디자인했다. ©Kengo Kuma and Associates 서울 갤러리는 화이트스톤이 아시아에 내는 일곱 번째 지점이다. 화이트스톤은 현재 일본(도쿄·카루이자와), 중국(베이징·홍콩), 대만(타이페이), 싱가포르에 지점을 두고 있다. 시라이시 CEO는 화이트스톤의 서울 진출을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다. 그는 "한국 시장 조사에만 3년이 걸렸고, 갤러리를 내기로 결정한 이후에도 여러 차례 한국을 오가며 직접 장소를 알아봤다"며 "오랜 고민 끝에 서울 야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남산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화이트스톤은 서울점을 한국문화와 일본문화가 섞인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건물의 검정색 외관은 한국의 '단색화'에서 따왔다. 시라이시 CEO는 "한국의 단색화를 매우 좋아하는데, 여기서 영

    2023.06.21 15:41
  • 사진 한 장으로 경계를 넘은 신부들, 그걸 카메라에 담은 김옥선 작가

    김옥선, '아다치 초상'(2023)1910년 어느 날, 조선에 살던 23세 여성 최사라 씨는 흑백사진 한 장을 들고 미국 하와이로 떠났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진 속 하와이 교포 이내수 씨와 결혼하기 위해서다. 한국 1호 '사진 신부'(picture bride) 사례다.20세기 초 하와이 한인 이주민들은 이런 방식으로 결혼을 했다. 나이, 성격, 집안도 모른 채 달랑 사진 하나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 외로운 타지에서 일하던 남자들은 고국에서 온 신부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젊은 여자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떠났다.그렇게 14년간 하와이로 건너간 사진신부 1000여 명은 중견 사진작가 김옥선(56)의 영감이 됐다. 그는 사진신부가 낯설지 않았다. 그 자신도 외국인과 결혼한 후 서울을 떠나 제주에 정착한 이방인이었기 때문이다. 30년간 섬에서 경계인으로 살아온 나날은 자연스레 100년 전 사진신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외화벌이' '독립운동' 등 거시적인 맥락 속에서 지워져버린 한 명 한 명의 삶이 궁금했다.김옥선, '신부들, 사라'(2023)그래서 그는 '오늘날의 사진신부'를 찾기 시작했다. 베트남, 몽골, 중국 등 곳곳에서 한국으로 온 결혼 이주여성들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서울 경희궁 뒷편,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평평한 것들'에서 볼 수 있는 '신부들, 사라'(2023) 연작은 그 결과다. 때로는 경계에서 부유하고, 때로는 그 속에서 땅에 발을 딛으려고 부단히 애쓰는 사람들의 순간을 묵묵히 기록했다.아오자이 등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들의 모습은 어딘지 촌스러워보인다. 보라색, 노란색 등 원색이 돋보이는 레트로한 배경과 인

    2023.06.21 08:36
  • 32만 명이 본 '제주 핫플' 포도뮤지엄 전시, 2개월 연장

    뿔뿔이 흩어진 광대를 통해 인간의 고독함을 표현한 우고 론디노네, 20세기 초 흑백사진 한 장 들고 신랑을 찾으러 하와이로 떠난 '사진신부'에게서 영감을 얻은 정연두,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이 고국으로 보낸 생활용품을 활용해 탑을 쌓은 부부 작가 알프레도&이자벨 아퀼리잔…. 이주민과 소수자가 겪는 아픔을 다룬 제주 포도뮤지엄 전시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의 관람객이 32만 명(온라인 포함)을 넘어섰다. 지난해 7월 5일 개막한 지 약 1년 만이다. 포도뮤지엄은 이런 인기에 힘입어 다음달 5일부터 전시를 무료로 개방하고, 전시 기간도 2개월 연장한다고 20일 밝혔다. 7월 5일부터 9월 3일까지 포도뮤지엄을 방문하는 관람객은 무료로 전시를 볼 수 있다. 네이버 해피빈이나 네이버 플레이스 앱을 통해 사전 예약하면 된다. 제주에 가지 않아도 온라인을 통해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포도뮤지엄 홈페이지에서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미술관 입구부터 전시장 전경을 둘러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동거인인 김희영 포도뮤지엄 총괄디렉터가 기획했다. 김 디렉터는 "많은 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여름방학 기간 무료 개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2023.06.20 17:36
  • 리움·국현·중박이 한 자리에…ESG 위해 뭉친 미술관들

    리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등 한국의 '대표 미술관'들이 한 자리에 모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해 논한다. 삼성문화재단은 오는 23일 오후 2시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문화예술기관 ESG 교류 프로그램 '크리에이팅 서스테이너블 체인지(Creating Sustainable Change)'를 진행한다고 20일 밝혔다. 삼성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총 두 세션으로 이뤄진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전영백 홍익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가 문화예술 분야의 지속가능경영이 무엇인지에 대해 강연을 진행한다. 이어 리움미술관 전시기획실·보존연구실·운영실에서 각각 분야별 ESG 전략을 공유한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아르코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한국민속촌박물관 등 4개 기관의 실무 담당자들이 차례로 지속가능경영 활동 사례를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일반 대중에게도 열려있다. 리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참가 신청을 하면 된다. 참석자들은 '내 가방 안의 친환경 아이템'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한 사진'을 등록데스크에 내면 소정의 친환경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텀블러를 가져온 참여자들에게는 커피를 제공한다. 삼성문화재단은 지속가능경영 활동의 일환으로 이달 말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도 발간할 예정이다. 이달 30일부터 삼성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보고서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류문형 삼성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프로그램이 문화예술계의 지속가능경영 정착을 위한 플랫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2023.06.20 16:43
  • 회화에 증강현실 입힌 화가 진 마이어슨 "AR은 내가 그림에 부여한 '출생기록'"

    전세계 '핫한' 전시는 모두 모이는 '예술의 도시' 미국 뉴욕. 그 중에서도 맨해튼 록펠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현대미술 전시 '기원, 출현, 귀환'(Origin, Emergence, Return)은 요즘 뉴요커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데다 지난해 글로벌 아트페어(미술품 장터)인 '프리즈'가 서울에 진출하면서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서다. 전시 참여 작가 리스트를 보면 박서보·이배 등 익숙한 이름 사이로 낯선 외국인 이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진 마이어슨'이다. 인천에서 태어나 네 살 때 미국 미네소타주 가정에 입양된 한국계 미국 작가다. 뉴욕, 파리, 홍콩 등 세계 16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작품활동을 하다가 몇 년 전 한국인과 결혼하면서 서울에 정착했다. 자연스럽게 이런 궁금증이 떠오른다. '한국보다 미국에서 지낸 기억이 더 많을텐데, 왜 한국 미술의 흐름을 되돌아보는 전시에 참여한 걸까?' 최근 서울 문래동 작업실에서 만난 마이어슨에게 묻자 명쾌한 답이 돌아왔다. "한국보다 일본에 더 오래 산 이우환도, 프랑스에서 30년간 살았던 이배도 모두 한국 작가이듯, 중요한 건 한국에 얼마나 있었느냐가 아니에요. 그보다는 그 안에 담긴 것이 중요하죠. 저는 그게 '한(恨)'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마이어슨은 자신도 '한국 예술가'라고 했다. 입양아로서 항상 지니고 살았던, '내가 누구인가'라는 고민과 한이 담겨있어서다. "애초 그림을 시작한 것도 한국과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서였어요. 미국에 입양되기 전 고아원에서 항상 그림을 그리곤 했거든요. 그림은 제가 한국을 기억하는 방법이었죠." 어렸을 때부터 쭉 그림을 그

    2023.06.20 09:48
  • [이 아침의 화가] 그림 배운적 없는 천재…'中 우표 화가' 황융위

    중국에서 우표 수집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귀한 우표는 한 세트에 수천만~수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부자들의 투자 대상이 되기도 한다. 1980년 원숭이의 해를 맞아 발행된 우표가 대표적이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원숭이를 그린 붉은색 우표는 현재 거래가가 세트당 2억~3억원에 달한다. 원숭이의 털을 한 올 한 올 섬세하게 묘사한 것 등도 돋보이지만 무엇보다 당시 우표 발행량이 450만 장밖에 안 돼 희소성을 높였다. 우표 속의 그림을 그린 건 ‘중국의 국민 화가’ 황융위(1924~2023)다. 그는 독학으로 중국 대표 화가 자리에 오른 ‘천재’다. 정규 미술 교육을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데도 스스로 그림을 배워 28세 때 중국 중앙미술학원 미술관의 최연소 교수가 됐다. 황융위는 동양화, 유화, 조각 등 분야를 넘나들며 작품활동을 펼쳤다. 그의 주특기는 판화였다. 재치있는 그림체와 세필로 그린 듯한 세밀한 묘사 덕분에 그의 판화는 중국을 넘어 세계에서 인기를 얻었다. 1978년 영국 더타임스는 신문 6개 면을 할애해 그의 작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황융위가 지난 13일 9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눈을 감기 전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 올해 토끼의 해를 맞아 발행된 우표도 그의 작품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2023.06.19 18:17
  • 우표 한 세트가 3억원이라고?...중국 '국민화가' 황융위

    중국에서 우표 수집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귀한 우표는 한 세트에 수천만~수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부자들의 투자 대상이 되기도 한다. 1980년 원숭이의 해를 맞아 발행된 우표가 대표적이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원숭이를 그린 붉은색 우표는 현재 거래가가 세트당 2억~3억원에 달한다. 털 한올한올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데다, 당시 우표 발행량이 450만 장밖에 안 돼 희소성이 높다는 점이 가격을 억대로 밀어올렸다. 이 그림을 그린 건 '중국의 국민 화가' 황융위(1924~2023)다. 그는 독학만으로 중국 대표 화가 자리에 오른 '천재'다. 정규 미술 교육을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데도 스스로 그림을 배워서 28세 때 중국 중앙미술학원 미술관의 최연소 교수가 됐다. 황융위는 동양화, 유화, 조각 등 분야를 넘나들며 작품활동을 펼쳤다. 특히 그의 주특기는 판화였다. 재치있는 그림체와 세필로 그린 듯한 세밀한 묘사 덕분에 그의 판화는 중국을 넘어 세계에서 인기를 얻었다. 1978년 영국 더 타임스는 신문 6개면을 할애해 그의 작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황융위는 지난 13일 9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눈을 감기 전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 올해 토끼의 해를 맞아 발행된 우표도 그의 작품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2023.06.19 10:23
  • 말이 필요없는 '팝의 제왕'…무대를 갖고 놀았다

    “안녕, 코리아! 안녕, 서울!” 지난 17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화려한 불꽃과 함께 서툰 한국말이 공연장에 울려 퍼지자 5만 명의 관객이 함성을 질러댔다. 황금 같은 토요일 저녁에 수만 명을 잠실로 이끈 주인공은 세계적 팝스타 브루노 마스(38). 그는 2010년 데뷔 후 내놓는 음반마다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렸고, 그래미어워즈를 15번 받은 ‘스타 중의 스타’다. 마스의 내한 공연은 2014년 후 9년 만이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의 27번째 공연으로 기획된 이번 행사는 시작 전부터 화제였다. 10만1000여 석(17·18일 공연)에 달하는 좌석 티켓이 예매 시작 한 시간도 되지 않아 팔려나갔다. 100분간의 공연은 마스가 왜 ‘팝의 제왕’으로 불리는지 증명하는 자리였다. 첫 곡 ‘24K 매직’부터 ‘피니스’ ‘트레저’ ‘빌리어네어’ 등 10여 곡을 내리 불렀는데도 가창력은 흔들림이 없었다. 흔한 말로 ‘CD를 집어삼킨 것’ 같은 실력이었다. 마스는 그 흔한 토크 시간도 없이 공연에만 집중했다. ‘런어웨이’ 등 댄스곡을 부를 때는 관중과 흥겹게 몸을 흔들었고 ‘리브 더 도어 오픈’ 등 R&B 곡에선 호소력 짙은 애드리브를 선보였다. 하이라이트는 마스가 건반을 치며 부른 ‘히트곡 메들리’였다. 마스는 히트곡을 육성으로 듣고 싶어 하는 한국 팬들을 위해 ‘토킹 투 더 문’ ‘그레네이드’ ‘나싱 온 유’ 등을 짧게 짧게 불러줬다. 관객과의 호흡도 ‘톱스타’다웠다. ‘메리 유’에선 “헤이 서울, 아이 싱크 아이 워너 메리 유”로 부르고, ‘콜링 올 마이 러블리스’에선 가사에 “보고 싶어요”를 넣는 등 한국 관객만을 위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중간중간 한국말로 “재미있어요?”라

    2023.06.18 17:40
  • '자연스러운 이야기 있나요'…국립생태원 29초영화제, 19일부터 한달간 응모

    환경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29초짜리 영상에 담아내는 ‘국립생태원 29초 영화제’가 열린다. 국립생태원 개원 10주년을 맞아 개최하는 행사다. 주제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우리의 자연스러운 이야기’다. 자연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올리는 모든 것을 소재로 삼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나의 생태로움은 [ ]다’. 생태를 이롭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각종 에피소드를 29초 안에 담으면 된다. 완성작은 29초 영화제 홈페이지에 온라인으로 내면 된다. 신청 기간은 19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다. 한 사람당 여러 작품을 출품해도 된다. 심사는 네티즌 20%(댓글, 조회수, 추천수), 전문가 80% 비율로 반영된다. 최종 수상자에게는 상금 1500만원을 준다. 작품은 국립생태원 홍보 콘텐츠로 쓰일 예정이다. 시상식은 오는 8월 열린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2023.06.18 17:40
  • 29초에 담긴 환경보호… 국립생태원 29초영화제 열린다

    환경보호, 탄소중립, 멸종위기 동식물 보호…. 이런 주제를 다루는 몇 시간짜리 다큐멘터리는 수도 없이 많다. 이제 웬만한 내용으로는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한다. 중요한 건 짧은 시간 안에 신선하고 재미있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런 무거운 주제를 29초짜리 영상에 참신하게 담아내는 '국립생태원 29초영화제'가 열린다. 국립생태원 개원 10주년을 맞아 개최하는 이 행사는 국립생태원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한다. 주제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우리의 자연스러운 이야기'다. '자연'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올리는 모든 것을 소재로 삼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나의 생태로움은 [ ]다'. 생태를 이롭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각종 에피소드를 29초 안에 담으면 된다. 완성작은 29초영화제 홈페이지에 온라인으로 내면 된다. 신청 기간은 19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다. 한 사람당 여러 작품을 출품해도 된다. 심사는 네티즌 20%(댓글·조회수·추천수), 전문가 80%의 비율로 반영된다. 최종 수상자에게는 상금 1500만원을 수여한다. 작품은 국립생태원 홍보 콘텐츠로 쓰일 예정이다. 시상식은 8월 중 열린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2023.06.18 11:13
  • 브루노 마스의 '슈퍼 콘서트'는 끝내줬다… 옥에 티는 음향

    "안녕, 코리아! 안녕, 서울!" 17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화려한 불꽃과 함께 서툰 한국말이 공연장 안에 울려퍼지자 5만 명의 관객들이 함성을 질러댔다. 황금같은 토요일 저녁, 이들을 잠실로 이끈 주인공은 바로 팝스타 브루노 마스(38).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의 27번째 공연이자, 그의 두 번째 내한공연이다. 이번 내한공연은 2014년 이후 9년 만인 만큼 시작 전부터 화제였다. 17~18일 이틀간 10만1000여석에 달하는 좌석 티켓은 1시간도 채 안 돼 팔려나갔다. 이날 공연장 밖에는 '티켓팅'엔 실패했지만 멀리서나마 마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팬들로 길게 줄이 늘어섰다. 100분간의 공연은 마스가 왜 '팝의 제왕'으로 불리는지 증명하는 자리였다. 첫 곡 '24K 매직'부터 '피니스', '트레저', '빌리어네어' 등 10여 곡을 쉼없이 내리 불렀는데도 가창력은 흔들림이 없었다. 말 그대로 CD를 삼킨 것 같은 실력이었다. 마스는 그 흔한 토크 시간도 없이 공연에만 집중했다. '런어웨이' 등 댄스곡을 부를 때는 관중들과 흥겹게 몸을 흔들었고, '리브 더 도어 오픈' 등 R&B 곡에선 호소력 짙은 애드리브를 선보였다. 하이라이트는 마스가 직접 건반을 치며 부른 '히트곡 메들리'였다. 마스는 2010년 데뷔 이후 내놓는 음반마다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그래미 어워즈를 15번이나 받은 '스타 중의 스타'. 그런 만큼 히트곡이 많은데, 한국 팬들이 아쉬워하지 않도록 '토킹 투 더 문' '그레네이드' '나띵 온 유' 등 관객들에게 친숙한 히트곡을 짧게짧게 불렀다. 마스만 놓고 보면 흠 잡을 데가 없었지만, 아쉽게도 '역대급 공연'은 되지 못했다. 잠실주경기장의 음향 탓이다. 마스의 고음과 밴드 연주 소

    2023.06.18 11:04
  • 이우환·박서보 수미터 대작, 새 주인 찾는다

    이우환, '다이얼로그'(2007) '한국 미술계 거장'으로 꼽히는 이우환과 박서보의 수미터 대작이 나란히 경매에 오른다. 케이옥션은 오는 28일 서울 신사동 본사에서 6월 정기경매를 연다고 16일 밝혔다. 국내외 근현대 작품 72점이 출품되며, 금액으로 따지면 80억원에 달한다. 경매의 하이라이트는 300호짜리 이우환의 '다이얼로그'(2007)다. 가로 2.2m, 세로 2.9m에 달하는 초대형작이다. 캔버스 여백을 통해 무한한 시공간을 나타냈다. 작품 추정가는 13억5000만~20억원이다. 박서보, 묘법 No. 88912(1988) 150호짜리 박서보 '묘법 No. 88912'(1988)도 경매에 나온다. 초기 한지 드로잉에서 벗어나 한지의 물성을 살린 '지그재그 기법'이 돋보인다. 추정가는 6억2000만~12억원이다. 최근 국내외 전시로 주목을 받고 있는 근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도 총출동한다. 먼저 국립현대미술관 실험미술전에 참여한 김구림(음양 8-S. 130·1500만~3000만원), 이강소(프롬 언 아일랜드-02021·6000만~1억2000만원), 이건용(더 메소드 오브 드로잉·1억~1억5000만원) 등의 작품이 경매에 부쳐진다. 이건용, 더 메소드 오브 드로잉(2011)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 채널가든 광장에 높이 6.8m 숯 조각을 세워 이목을 끈 이배의 작품도 여러 점 나온다. '불로부터-46F'는 1억6000만~4억원, '무제'는 8000만~1억5000만원, '붓질 4-56'은 6500만~9000만원이다. 호암미술관 대규모 회고전의 주인공인 김환기 작품 3점도 새 주인을 찾는다. 해외 작가로는 조엘 메슬러의 대형 작품 '선라이즈 선셋'이 경매에 오른다. 추정가는 4억~7억원이다. 이 밖에도 아야코 록카쿠, 패트릭 휴즈, 치하루 시오타, 에가미 에츠 등의 작품이 출품된다. 이배, 불로부터-46F(2001) 모든 출품작은 17일부터 28

    2023.06.16 10:30
  • 뉴욕 심장에 꽂힌 3t 숯덩이…세계가 깜짝 놀란 한국 미술

    “내년 여름에 뉴욕 록펠러센터에서 한국 문화를 홍보하는 축제를 열 겁니다. 한국 예술가들이 얼마나 깊이가 있는지 뉴요커들에게 알릴 좋은 기회인데, 어때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록펠러센터를 소유한 글로벌 부동산운용사 티시만스파이어의 공동창립자이자 ‘메가 컬렉터’인 제리 스파이어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진 마이어슨(51)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2004년 스파이어에게 판매한 작품을 보수해주기 위해 마이어슨이 잠시 미국에 들렀던 때였다. 한국 입양아 출신인 마이어슨의 머릿속에 ‘한국 현대 미술의 본질을 보여줄 기회’란 생각이 스쳤다. 마이어슨은 스파이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요즘 뉴욕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한국 작가들의 전시 ‘기원, 출현, 귀환(Origin, Emergence, Return)’은 이렇게 시작했다. 마이어슨의 소속 갤러리인 조현화랑이 기획한 이 전시는 7월 26일까지 록펠러센터 내 링크레벨 갤러리와 야외 정원에서 열린다. 전시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이배(67)가 록펠러센터 가운데에 설치한 높이 6.8m의 거대한 숯덩이 조각 때문. 하지만 그렇게만 바라보기엔 아깝다. 이 전시는 총 세 가지 파트로 이뤄져 있는 그룹전이다. 박서보(기원), 이배(출현), 마이어슨·윤종숙(귀환) 등 네 명의 예술가가 각 파트를 맡았다. 미국의 ‘심장부’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조명하는 전시를 자세히 뜯어봤다. 첫 번째 ‘기원’ 파트의 주인공은 ‘단색화 거장’ 박서보(92)다. 20대부터 70년간 단색화를 고집해온 그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건 단연 ‘묘법(Ecriture)’. 프랑스어로 ‘쓰는 행위’란 뜻의 제목처럼 선을 긋고, 물감으로 지우고, 그 위에 또 선을 긋는

    2023.06.15 17:44
  • 클림트가 그린 연꽃·봉황 그림...1000억원에 나온다

    '황금빛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가 생전 마지막으로 그렸던 초상화가 이달 말 소더비 경매에 나온다. 추정가는 최소 8000만달러(약 1020억원)로 유럽 회화 경매 사상 최고가를 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아트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경매사 소더비는 오는 27일 런던 경매에서 클림트의 1917년작 '부채를 든 여인'(Dame mit Fächer)을 선보인다. 가로세로 길이가 각각 1m인 이 작품은 1918년 클림트가 숨진 후 그의 작업실에서 발견됐다. 이 그림은 원래 클림트와 친한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에르빈 뵐러 집안이 갖고 있었다. 그러다 오스트리아 빈의 아트 컬렉터인 루돌프 레오폴드를 거쳐 1994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현재 소장자가 1160만달러에 구매했다. 소장자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미술계에선 이 작품을 두고 "유럽 경매에 나온 예술품 중 가장 가치있고 아름답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소더비는 이 작품의 추정가를 8000만달러 이상으로 잡았다. 30년 전 경매에서 이미 수천만달러에 팔렸다는 점, 클림트가 '황금 시기'에 그린 초상화 대부분이 미술관에 소장돼있어 시장에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클림트의 초상화는 미술시장에서 수억달러에 거래된다. 미국인 사업가인 로널드 로더는 2006년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I'을 1억3500만달러에 구매했다.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도 2016년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II'를 중국인 컬렉터에게 1억5000만달러에 팔았다. 헬레나 뉴먼 소더비 유럽 회장은 "이번 작품은 배경에 연꽃, 봉황 등 동양적 상징물이 돋보인다"며 "아시안 컬렉터들이 많은 관심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2023.06.15 16:31
  • 뉴욕 심장에 '숯덩이'…슈퍼 컬렉터 '말 한마디'로 시작됐다

    “내년 여름에 뉴욕 록펠러센터에서 한국 문화를 홍보하는 축제를 열 겁니다. 한국 예술가들이 얼마나 깊이가 있는지 뉴요커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어때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록펠러센터를 소유한 글로벌 부동산운용사 티시만스파이어의 공동창립자이자 ‘메가 컬렉터’인 제리 스파이어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진 마이어슨(51)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2004년 스파이어에게 판매한 작품을 보수해주기 위해 마이어슨이 잠시 미국에 들렸던 때였다. 한국 입양아 출신인 마이어슨의 머릿속에 ‘한국 현대 미술의 본질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란 생각이 스쳤다. 마이어슨은 스파이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요즘 뉴욕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한국 작가들의 전시 ‘기원, 출현, 귀환(Origin, Emergence, Return)’는 이렇게 시작했다. 마이어슨의 소속 갤러리인 조현화랑이 기획한 이 전시는 7월 26일까지 록펠러센터 내 링크레벨 갤러리와 야외 정원에서 열린다. 전시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이배(67)가 록펠러센터 가운데 설치힌 높이 6.8m의 거대한 숯덩이 조각 때문. 하지만 그렇게만 바라보기엔 아깝다. 이 전시는 총 세 가지 파트로 이뤄져있는 그룹전이다. 박서보(기원), 이배(출현), 마이어슨·윤종숙(귀환) 등 네 명의 예술가가 각 파트를 맡았다. 미국의 ‘심장부’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조명하는 전시를 자세히 뜯어봤다. ‘선’으로 韓 현대 미술을 열다, 박서보 첫 번째 ‘기원’ 파트의 주인공은 ‘단색화 거장’ 박서보(92)다. 20대부터 70년간 단색화를 고집해온 그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건 단연 ‘묘법(Ecriture)’. 프랑스어로 ‘쓰는 행위’란 뜻의 제목처

    2023.06.15 11:02
  • CG 없이 오직 맨손으로 만든 착시와 판타지

    누군가 떨어뜨린 듯한 아이스크림이 바닥에 거꾸로 처박혀 있다. 이걸 찍은 사진을 가까이 보려고 다가간 관람객의 얼굴엔 놀라움이 한가득이다. 떨어진 게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꽃잎과 흙이어서다.눈을 의심케 하는 사진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과와 바나나의 일부가 모자이크로 가려져 있는 듯한 작품은 자세히 보면 과일을 정사각형 모양으로 조각낸 뒤 쌓아 올린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갈변한 조각들이 더욱 사실적인 모자이크를 만들어낸다.서울 부암동에 자리잡은 석파정 서울미술관은 이렇게 ‘자연이 만든 착시현상’으로 가득 차 있다. ‘일본 광고계의 천재’로 불리는 아트디렉터 요시다 유니(43·사진)의 작품이다. 요시다는 광고뿐 아니라 영상,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아티스트다.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해외 첫 개인전 ‘알케미(Alchemy·연금술)’를 열고 15년간 작업해온 작품 230여 점을 선보였다. 100% 손으로 만든 ‘착시’이번 전시는 개막 전부터 국내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얼리버드 티켓만 1만 장 넘게 팔렸을 정도다. 올초 요시다가 만든 일본 드라마 ‘엘피스’ 포스터가 SNS에서 알려진 게 계기였다.평범한 포스터가 화제의 중심에 선 건 등장인물 주변에 지직거리는 ‘글리치’ 효과를 컴퓨터그래픽(CG)이 아니라 100% 수작업으로 구현했기 때문. 일반적으로 글리치 효과는 CG로 만들지만 요시다는 CG 대신 손을 썼다. 검은색, 회색, 살구색 서류철을 하나씩 엇갈리게 쌓아 마치 특수효과 같은 연출을 완성했다.요시다의 작품이 단순한 광고, 그 이상인 이유다. 그는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물을 재조합해 완

    2023.06.13 18:05
  • '꽃과 흙' 아이스크림...현미경을 사랑한 日 '광고 천재'의 서울 전시

    누군가 떨어뜨린 듯한 아이스크림이 바닥에 거꾸로 처박혀있다. 이걸 찍은 사진을 가까이 보려고 다가간 관람객들의 얼굴엔 놀라움이 한가득이다. 떨어진 게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꽃잎과 흙이어서다. 눈을 의심케하는 사진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과와 바나나의 일부가 모자이크로 가려져 있는 듯한 작품은 자세히 보면 과일을 정사각형 모양으로 조각낸 뒤 쌓아올린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갈변한 조각들이 더욱 사실적인 모자이크를 만들어낸다. 서울 부암동에 자리잡은 석파정 서울미술관은 이렇게 '자연이 만든 착시현상'으로 가득 차 있다. '일본 광고계의 천재'로 불리는 아트디렉터 요시다 유니(43)의 작품이다. 유니는 광고뿐 아니라 영상,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아티스트다. 서울미술관에서 해외 첫 개인전 '알케미(Alchemy·연금술)'를 열고 15년간 만들어온 작품 230여 점을 선보였다. 100% 손으로 만든 '자연의 착시' 이번 전시는 개막 전부터 국내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얼리버드 티켓만 1만 장 넘게 팔릴 정도였다. 올 초 유니가 만든 일본 드라마 '엘피스' 포스터가 SNS에서 알려진 게 계기였다. 평범한 포스터가 화제의 중심이 선 건 등장인물 주변에 지직거리는 '글리치' 효과를 컴퓨터그래픽(CG)이 아닌 100% 수작업으로 만들었기 때문. 일반적으로 글리치 효과는 CG로 만들지만, 유니는 CG 대신 손을 썼다. 검은색, 회색, 살구색 서류철을 하나씩 엇갈리게 쌓아 마치 특수효과 같은 연출을 완성했다. 유니의 작품이 단순한 광고, 그 이상인 이유다. 그는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물을 재조합해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바꾼다. 그 안에는 유니의 손길이 하나하나 숨어있다.

    2023.06.13 15:44
  • "70代에도 발전할 수 있다 보여주려 그라피티 도전했죠"

    지하철 역사나 길거리 벽 등에 낙서처럼 휘갈겨 그리는 그라피티. 기성문화에 대한 저항과 도전 과정에서 피어난 까닭에 그라피티는 젊은 예술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진다.하지만 환갑이 지나 데뷔한 ‘늦깎이’ 화가이자 올해 71세인 노(老)작가는 이런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는 게 싫었다. 1980년부터 2011년까지 32년 동안 공직에서 일할 때 ‘하던 대로 하자’는 것에 진절머리를 냈던 것처럼.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틈틈이 그린 그라피티와 유화 등을 14~20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인사1010에서 여는 개인전 ‘2023 시간과 공간의 재현’에서 선보인다.김 작가의 개인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첫 개인전이 풍경화와 인물화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그라피티, 실크스크린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최근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이 나이에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서양미술 대가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그라피티 포’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김 작가가 전시 사흘 전까지 붙들고 수정에 수정을 거쳐 완성한 작품이다. 캔버스 가운데에 아름답게 포즈를 취한 발레리나를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새긴 뒤 그라피티와 회화를 더했다.‘그라피티 포 미켈란젤로’에는 선글라스를 쓴 다비드상과 함께 ‘Where is my father, Michelangelo(내 아빠는 어디 있죠, 미켈란젤로)?’라는 글을 적고, ‘그라피티 포 다빈치’에는 커피를 마시는 모나리자를 그리는 식이다.김 작가는 화가로 치면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청년’이지만, 인생 내공으로 보면 중앙부처 차관까지 지낸 ‘베테랑’이다. 행정고시 23회인 그는 기획재정

    2023.06.12 18:47
  • "고흐 그림서 감자 냄새가"…코와 귀로 즐기는 신개념 미술관람

    "고흐가 초기에 그린 '감자 먹는 사람들'에선 어떤 향기가 날까요. 매일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선 아마 흙냄새가 났을 겁니다. 흙의 향이 느껴지는 '베티버'와 '파촐리'를 맡으면서 그림을 한 번 보실까요." 지난 10일 오후 6시30분 서울 지하철 뚝섬역 근처 성수아트홀 공연장. 노인호 조향사의 말에 관객들이 시향지를 일제히 코에 댔다. 향기를 맡으면서 스크린에 띄워진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얼굴엔 이내 미소가 번졌다. 곳곳에서 "신기하다", "진짜 감자 냄새가 난다"란 말이 들렸다. 고흐를 주제로 한 '감각주의' 공연의 현장이다. 정우철 도슨트, 노 조향사, 민시후 피아니스트가 함께 만든 이 공연은 누구나 다 아는 명화에 스토리와 향기, 음악을 입혔다. 이번 공연에선 '감자 먹는 사람들'을 시작으로 '열다섯 송이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에', '고흐를 위하여' 등 고흐의 대표작을 소개했다. 이런 식이다. 고흐의 초기작인 '감자 먹는 사람들'에선 정 도슨트가 선도사가 되려고 했던 고흐가 빈민촌에 가서 하층민의 소박한 삶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뒷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이어서 등장한 노 조향사는 그 작품에 맞는 흙 향기를 선보이고, 마지막으로 민 피아니스트는 잔잔한 분위기를 더해주는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연주한다. 명화를 새롭게 해석한 덕분일까. 공연 때마다 좌석은 매진이다. 이날 공연도 300석이 넘는 좌석이 관객들로 꽉 찼다. 예술의 즐거움을 알려주기 위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부모들도 많았다. 감각주의 공연의 누적 관객은 2년 만에 5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2023.06.12 17:17
  • 그라피티를 그리는 71세 화가…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 개인전

    지하철 역사나 길거리 벽 등에 낙서처럼 휘갈겨 그리는 '그라피티'. 기성문화에 대한 저항과 도전 과정에서 피어난 까닭에 그라피티는 젊은 예술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환갑이 지나 데뷔한 '늦깎이' 화가이자 올해 71세 노(老) 작가는 이런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는 게 싫었다. 1980년부터 2011년까지 32년 동안 공직에서 일할 때 '하던대로 하자'는 것에 진절머리를 냈던 것처럼.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틈틈이 그린 그라피티와 유화 등을 14~20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인사1010에서 여는 개인전 '2023 시간과 공간의 재현'에서 선보인다. 김 작가의 개인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첫 개인전이 풍경화와 인물화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그라피티, 실크스크린 등으로 영역이 확대됐다. 최근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이 나이에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서양미술의 대가들에게 영감을 받은 '그라피티 포'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김 작가가 전시 시작 사흘 전까지 붙들고 수정에 수정을 거쳐 완성한 작품이다. 캔버스 가운데에 아름답게 포즈를 취한 발레리나를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새긴 뒤 그라피티와 회화를 더했다. '그라피티 포 미켈란젤로'에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다비드상과 함께 'Where is my father, Michelangelo?(내 아빠는 어디 있죠, 미켈란젤로?)'라는 글을 적고, '그라피티 포 다빈치'에는 커피를 마시는 모나리자를 그리는 식이다. 김 작가는 화가로 치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청년'이지만, 인생 내공으로 보면 차관까지 지낸 '베테랑 공무원'이었다. 행정고시 23회인 그는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2011년 여성가족부 차관을 끝으로 공직을

    2023.06.12 15:37
  • 피카소·렘브란트 '걸작', 영화관에서 본다...시네 도슨트 시즌 2

    유럽은 미술 애호가들에게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힌다. 피카소 고흐 렘브란트 페르메이르…. 미술사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걸작을 볼 수 있는 미술관들이 곳곳에 있어서다. 유럽에 가지 않고도 세계적인 미술관들의 작품을 심도 있게 살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국내에서 열린다. 메가박스가 이달 12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진행하는 '2023 시네 도슨트 시즌 2'다. 시네 도슨트는 세계 유수의 미술관들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감상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시즌 1이 그리스 신화를 다뤘다면, 이번 시즌 2의 주제는 '유럽 아트 투어'다. 네덜란드, 독일,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 5개 국가의 문화예술을 심도있게 다룰 예정이다. 강연은 안현배 미술사학자가 맡는다. 프랑스 파리1 대학교에서 역사학과 문화사를 전공한 후 현재 예술의전당에서 서양 예술사와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국가별 강연은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 화요일 오후 7시30분 두 차례씩 진행된다. 12~13일에는 바로크 시대 번영기를 누렸던 네덜란드에 대해 강연한다. 암스테르담 네덜란드국립미술관, 헤이그 마우리츠하이스미술관이 소장한 렘브란트와 페르메이르 작품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19~20일에는 독일 쾰른에 있는 미술관 두 개를 통해 '독일의 번영과 재건'을 논한다. 26~27일에는 스페인 톨레도 대성당 박물관,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 피카소 박물관이 소장한 작품을 중심으로 스페인의 역사·문화를 설명한다. 다음달 3~4일은 프랑스 파리의 근현대 미술관의 숨겨진 걸작을 탐구한다. 10~11일에는 로마 보르게세 갤러리,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을 통해 이탈리아가 어떻게 오랫동안 유럽

    2023.06.09 18:01
  • '피카소에 가려졌던 뮤즈' 101세에 눈 감은 프랑수아즈 질로

    1948년 프랑수아즈 질로와 파블로 피카소. / Robert Capa,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Magnum Photos "나는 내 사랑의 노예이지, 당신의 노예가 아니다." '바람둥이'였던 파블로 피카소를 찬 유일한 여인이자, 예술가였던 프랑수아즈 질로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101세. 뉴욕타임즈는 "피카소의 명성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했지만, 질로는 훌륭한 화가였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즈, AFP연합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질로는 6일(현지시간) 심장·폐 질환을 치료하다가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1921년 프랑스 파리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미술에 끌렸다. 아버지는 딸이 법조계로 가기를 원했지만, 질로는 법학과에 진학한 후에도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다. 화가인 어머니는 질로에게 힘이 돼 줬다. 그는 "나는 화가로 태어났고, 어렸을 적부터 예술가가 될 것이란 사실을 늘 알고 있었다"고 했다. 2021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 출품된 질로의 작품. 이 작품은 130만달러에 팔렸다. /소더비 질로가 피카소를 만난 건 22세 때다. 당시 62세였던 피카소는 프랑스의 한 식당에서 질로를 보고 자신의 스튜디오에 초대했다. 그 당시 연인이었던 사진작가 도라 마르도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후 두 사람은 40세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미술이라는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연인이 됐다. 두 사람은 10년간 딸과 아들도 낳았지만, 결국 피카소의 바람 때문에 헤어졌다. 피카소가 자신의 지인과 바람을 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질로는 피카소에게 먼저 이별을 고했다. 피카소는 "그 어떤 여자도 나같은 남자를 떠나지 않는다"며 화를 냈다. 그러자 질로는 "내가 그런 여자가 될 것이다"고 맞

    2023.06.0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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