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프랑수아즈 질로와 파블로 피카소. / Robert Capa,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Magnum Photos "나는 내 사랑의 노예이지, 당신의 노예가 아니다." '바람둥이'였던 파블로 피카소를 찬 유일한 여인이자, 예술가였던 프랑수아즈 질로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101세. 뉴욕타임즈는 "피카소의 명성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했지만, 질로는 훌륭한 화가였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즈, AFP연합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질로는 6일(현지시간) 심장·폐 질환을 치료하다가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1921년 프랑스 파리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미술에 끌렸다. 아버지는 딸이 법조계로 가기를 원했지만, 질로는 법학과에 진학한 후에도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다. 화가인 어머니는 질로에게 힘이 돼 줬다. 그는 "나는 화가로 태어났고, 어렸을 적부터 예술가가 될 것이란 사실을 늘 알고 있었다"고 했다. 2021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 출품된 질로의 작품. 이 작품은 130만달러에 팔렸다. /소더비 질로가 피카소를 만난 건 22세 때다. 당시 62세였던 피카소는 프랑스의 한 식당에서 질로를 보고 자신의 스튜디오에 초대했다. 그 당시 연인이었던 사진작가 도라 마르도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후 두 사람은 40세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미술이라는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연인이 됐다. 두 사람은 10년간 딸과 아들도 낳았지만, 결국 피카소의 바람 때문에 헤어졌다. 피카소가 자신의 지인과 바람을 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질로는 피카소에게 먼저 이별을 고했다. 피카소는 "그 어떤 여자도 나같은 남자를 떠나지 않는다"며 화를 냈다. 그러자 질로는 "내가 그런 여자가 될 것이다"고 맞
가고시안, 데이비드 즈위너 등과 함께 '글로벌 메가 갤러리'로 꼽히는 영국 화이트큐브가 한국에 온다. 화이트큐브가 아시아에 갤러리를 여는 건 홍콩에 이어 두 번째다. 화이트큐브는 오는 9월 서울 신사동 호림아트센터 1층에 갤러리를 연다고 8일 발표했다. 전시장은 약 300㎡ 규모다. 전시 공간, 프라이빗 뷰잉룸, 오피스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화이트큐브 서울을 이끌 디렉터 자리엔 2018년 화이트큐브에 합류한 양진희 디렉터가 선임됐다. 개관전 작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명성의 작가를 비롯해 갤러리 소속 작가들을 다양하게 선보일 것이라고 화이트큐브 측은 설명했다. 런던에서 시작한 화이트큐브는 현재 홍콩, 파리, 뉴욕, 웨스트 팜 비치 등 세계 주요 도시에 지점을 두고 있다. 조만간 뉴욕 어퍼이스트 사이드, 매디슨 에비뉴 1002 등에 공공 갤러리도 열 예정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2017년 개봉한 영화 ‘블랙팬서’에는 부산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한 추격 장면이 나온다. 20여 분짜리 장면을 찍기 위해 마블이 부산에서 고용한 인력은 스태프·보조출연·통제요원 등 3000명에 달했다. 영화·드라마 등 영상콘텐츠 산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다. 콘텐츠 산업의 고용 창출 효과는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콘텐츠 산업의 취업유발계수(생산·투자·소비 등 경제활동이 10억원 늘어날 때 직·간접적으로 창출되는 고용자 수)는 14명으로 반도체(2.1명)의 7배에 달한다. 영화 한 편을 제작하려면 감독·배우·편집 등 영상 관련 인력뿐 아니라 녹음·작곡(음악), 무대·그래픽·조명(미술) 등 여러 분야의 인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촬영장 뒤편에서 일하는 분장사, 로케이션 매니저, 푸드스타일리스트 등 이색 직업까지 더하면 대작 한 편을 만들 때마다 수천 명이 달라붙는다. 해외 국가들이 앞다퉈 영화·드라마 제작비의 세액공제율을 높인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은 2007년 영화 제작비의 세액공제율을 20~25%로 올린 뒤 13만7340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똑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2020년 콘텐츠진흥원이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율을 2배로 올렸을 때 나타날 경제효과를 분석한 결과, 5년 동안 새로운 일자리가 1만3684개 생길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기간 생산 유발효과는 2조6142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9973억원이었다. ‘대박’이 터지면 그 경제효과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커진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K콘텐츠 수출액이 1억달러 증가할 때마다 소비재 수출을 포함한 생산 유발효과는 5억1000만달러(약 6000
2000년대 중·후반, 미국 캘리포니아 할리우드는 더 이상 ‘세계 영화 산업의 중심’이 아니었다. 대형 영화제작사들이 세금 혜택을 좇아 미국 내 다른 주나 캐나다, 호주 등으로 떠나서다. 2008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제작된 영화는 2003년의 절반으로 줄었다. 캘리포니아가 내놓은 카드는 ‘세금 인센티브’였다. 2009년 아널드 슈워제네거 당시 캘리포니아주지사는 주 내에서 촬영하는 영화·TV 프로그램에 5억달러(약 6000억원)의 세금을 공제해주는 법안을 채택했다. 2012년에는 제작비의 최대 25%를 지원해주는 정책을 추가로 내놨다. 이를 통해 할리우드가 얻은 경제효과는 4조원에 달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세액공제 정책을 시행한 후 2년간 캘리포니아주에는 2만여 개의 일자리가 생겼고, 주정부가 확보한 세금은 2000억원이었다. 콘텐츠진흥원은 “세액공제 정책을 시행한 뒤 할리우드를 떠난 제작사들이 돌아왔을 뿐 아니라 고용 창출, 관광 등 전반적인 지역 경제가 활성화됐다”고 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지금도 세액공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 제작비의 75% 이상을 주 내에서 지출할 경우 20~25%를 환급해준다. 시각특수효과(VFX) 비용이 1000만달러를 넘으면 추가로 5%를 공제해준다. 이 정책을 통해 2021년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캘리포니아주정부에서 돌려받은 세금은 각각 6000만달러(약 845억원), 1600만달러(약 225억원)였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앤디 워홀과 함께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로 불리는 키스 해링(1958~1990)의 초기 무대는 길거리였다. 1978년 뉴욕 시각예술학교에 입학한 그는 지하철, 클럽 등을 돌아다니며 벽화를 그렸다. 굵고 단순한 윤곽선, 만화를 연상시키는 표현 기법, 눈길을 사로잡는 원색…. 마치 어린아이의 낙서 같은 해링의 벽화는 뉴욕 시민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1982년 해링을 눈여겨본 토니 샤프라지 갤러리가 그의 개인전을 열면서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해링이 미술계에 남긴 가장 큰 성과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고급문화’와 ‘하위문화’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길거리 벽화에서 시작한 그림이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갤러리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시 자신의 작품을 갤러리 밖으로 꺼내 티셔츠, 장난감, 포스터, 벽화 등으로 제작했다. 갤러리 안팎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또다시 고급·하위문화의 장벽을 무너뜨린 것이다. 성소수자였던 해링은 에이즈에 걸려 32세에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인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더브로드 미술관은 해링의 대규모 회고전 ‘예술은 모두를 위한 것’을 열었다. 오는 10월 8일까지 해링의 작품 120점을 선보인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앤디 워홀과 함께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로 불리는 키스 해링(1958~1990)의 초기 무대는 길거리였다. 1978년 뉴욕 시각예술학교에 입학한 그는 지하철, 클럽 등을 돌아다니며 벽화를 그렸다. 굵고 단순한 윤곽선, 만화를 연상시키는 표현기법, 눈길을 사로잡는 원색…. 마치 어린아이의 낙서 같은 해링의 벽화는 뉴요커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1982년 해링을 눈여겨본 토니 샤프라지 갤러리가 그의 개인전을 열면서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해링이 미술계에 남긴 가장 큰 성과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고급문화'와 '하위문화'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길거리 벽화에서 시작한 그림이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갤러리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시 자신의 작품을 갤러리 밖으로 꺼내 티셔츠, 장난감, 포스터, 벽화 등으로 제작했다. 갤러리 안팎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또 다시 고급·하위문화의 장벽을 무너뜨린 것이다. 성소수자였던 해링은 에이즈에 걸려 32세에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인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더브로드 미술관은 해링의 대규모 회고전 '예술은 모두를 위한 것'을 열었다. 오는 10월 8일까지 해링의 작품 120점을 선보인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밤만 되면 동상이 깨어나 움직이고, 말을 한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학교 괴담'이다. 이런 괴담의 기저엔 '조각은 원래 가만히 고정돼있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서울 원서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열리는 백정기 작가(42)의 개인전에선 이런 학교 괴담 같은 일이 벌어진다.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라토너 손기정, 전태일 열사 등 실제 동상을 본따 만든 작품 사이로 누군가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첼로 연주와 함께 들려온다. 자세히 보면 작품 밑에 송신기가 있다. 미리 녹음해놓은 파일을 송신기를 통해 틀고, 금속 캐스팅으로 만든 작품을 안테나 삼아 전시장 한쪽 구석에 놓인 라디오에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마치 동상이 말하는 것 같은 상황이 연출된다. 백 작가가 작품 제목을 '능동적인 조각'(2023)으로 정한 이유다. 백 작가는 이 작업을 2011년부터 해왔다. 처음엔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상들을 수신 안테나 삼아서 라디오 주파수를 감지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공원 한가운데 있는 동상, 폐교 안에 버려진 동상…. 실제 장소에 있는 동상을 갖고 만들다보니 경찰이 오거나, 민원을 받을 때도 있었다. 그래도 그는 상식을 깨기 위해 꾸준히 작업을 해왔다. 백 작가는 "일반적으로 동상은 어떤 상징과 맥락을 담고 있는데, 그런 이미지가 아닌 재료의 물질성에 주목하기 위해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같은 곳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동양화가 박웅규 작가(36)도 마찬가지다. 흔히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지만, 그는 반대로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그린다. 이번에 영감을 준 건 '순대'였다. 그는 "평소 동물 창자를 잘 먹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의 겉모습. 밖으로 노출된 에스컬레이터 밑에 빨간색 뼈대가 눈에 띈다. "저런 흉물이 다 있나…. 아직 공사도 다 안 끝난 거 같은데, 저게 국립미술관이라고?" 1977년 프랑스 파리. 갓 문을 연 미술관을 두고 파리지앵들은 이런 혹평을 쏟아냈다. 그럴 만했다. 건물 안에 있어야 할 철골, 배수관, 에스컬레이터까지 그대로 밖에 노출됐으니. 이렇게 손가락질을 받은 미술관은 훗날 파리의 대표 '랜드마크'가 된다. 바로 세계적 현대미술관 중 하나인 '퐁피두센터'다. 퐁피두센터를 가로지르는 빨간색 에스컬레이터를 보다 보면 서울 여의도 '파크원'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다. 맞다. 두 개 건물 모두 2007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 리처드 로저스(1933~2021)의 작품이다. ◆난독증 왕따, 건축에 빠지다 1979년 스튜디오에서 찍은 리처드 로저스의 모습. /헐튼 아카이브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모더니즘 건축가, 하이테크 건축의 거장…. 로저스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화려하지만, 그의 어린시절은 '엉망진창'이었다. 난독증에 걸린 탓에 11살이 다 되도록 글을 못 읽었다. 성적은 형편없었고, 숙제는 까먹기 일쑤였다. 또래 아이들은 로저스를 '바보'라고 놀리며 괴롭혔다. 친구들에게 맞고 온 날이면, 로저스는 집에 돌아와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진짜 멍청한 놈이구나." 그랬던 그가 건축에 빠진 건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다. 2년간 군대에서 복무하는 동안 유명 건축가인 사촌 어네스토 로저스와 가까워졌다. 그와 시간을 보내면서 그는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때 그를 괴롭혔던 난독증은 '기회'가 됐다. 로저스는 나중에 회고록에서 "난독증은 다른 길이 아닌,
60년 전, 가난했던 한국을 살린 건 선진국이 내민 ‘도움의 손길’이었다. 이들이 내어준 원조금은 전쟁통에 파괴된 다리와 공장을 새로 짓고 아이들을 먹일 음식을 사는 데 쓰였다. ‘한강의 기적’은 이런 국제 원조 덕분에 가능했다. 비슷한 시기 한국처럼 국제 원조를 받고도 가난에서 못 벗어난 곳이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이곳에선 빈곤과 기아가 일상이다. 도대체 무엇이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의 운명을 가른 걸까. 경제학자 로버트 칼데리시가 내놓은 답은 ‘정부’다. 해외에서 돈이 들어오면 어떤 정책에 먼저 쓸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하지만 아프리카엔 이런 정부가 거의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선진국이 준 돈은 독재자, 정치인, 행정가의 금고만 불릴 뿐이었다. 칼데리시가 쓴 책 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수십 년간 국제 원조를 받고도 제자리걸음인 이유를 분석한다. 그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아프리카 전문가로 꼽힌다. 세계 최대 원조기구인 세계은행에서 아프리카 대변인과 탄자니아·코트디부아르 지부장을 맡았다. 아프리카가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직접적 원조를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빈민국을 살리려면 돈을 적게 줘야 한다니, 언뜻 들으면 이상한 제언이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글로벌 원조 예산을 줄이면 소수 국가에만 돈이 돌아간다. 당연히 원조 조건은 엄격해지고, 아프리카 국가들은 그 구멍을 뚫기 위해 스스로 발전을 꾀하게 될 것이다. 특히 원조 조건에 ‘공정한 선거와 공개적인 정치토론’을 넣으면 아프리카의 뿌리 깊은 정치적 부패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서울 지하철 이태원역과 한강진역 사이, ‘힙스터들의 성지’ SPC 패션파이브 앞에는 사람보다 훌쩍 큰 3m 높이의 ‘돌탑’이 있다. 거대한 형광빛 빨간색 돌 위에 작은 노란색 돌이 아슬아슬하게 올라가 있는 모습이다. 강렬한 색깔 덕분에 이 돌탑을 보고 ‘아이언맨’을 떠올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미술 좀 아는 사람’들은 한눈에 알아챈다. 이 거대한 ‘아이언맨 돌탑’이 바로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인 설치예술가 우고 론디노네(59)의 ‘옐로 레드 몽크(Yellow Red Monk)’라는 것을. 론디노네는 현대 미술계에서 가장 ‘핫’한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작품은 글로벌 경매에서 수억원대에 거래된다. 2019년 소더비 경매에선 네 개의 돌로 이뤄진 ‘옐로 레드 화이트 블루 마운틴(Yellow Red White Blue Mountain)’이 110만달러(약 14억원)에 팔렸다. 이쯤에서 드는 궁금증. 형광빛 페인트를 칠한 돌로 론디노네는 어떻게 세계적인 작가가 된 걸까. 도대체 이 돌들은 어떤 의미가 있길래 ‘억대’에 팔리는 걸까.○RM도 반한 무지개색 돌탑 답을 찾으려면 론디노네의 대표작을 먼저 알아야 한다. 그를 세계적 작가로 만든 건 미국 서부의 대표적 관광지인 ‘세븐 매직 마운틴스’다. 라스베이거스 근처 네바다 사막 한가운데 높이 솟아오른 10m 높이의 형형색색 돌탑이다. 작품을 만드는 데만 꼬박 4년이 걸린 대형 프로젝트였다. 론디노네는 돌 가운데 구멍을 뚫은 뒤 쇠기둥을 넣어 돌들을 연결했다. 어찌나 인기가 많은지, 2016년 설치 후 2년만 전시될 예정이었던 세븐 매직 마운틴스는 2027년까지 전시기간이 연장됐다. 미술 애호가로 소문난 BTS의 리더 RM도 지난해 이곳을 방문해 ‘인증샷’을 남겼다. 론디노네의 돌
60년 전, 가난했던 한국을 살린 건 선진국이 내민 '도움의 손길'이었다. 이들이 내어준 원조금은 전쟁통에 파괴된 다리와 공장을 새로 짓고, 아이들을 먹일 음식을 사는 데 쓰였다. '한강의 기적'은 이런 국제 원조 덕분에 가능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한국처럼 국제 원조를 받고도 가난에서 못 벗어난 곳이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이곳에선 빈곤과 기아가 일상이다. 삐쩍 마른 몸의 아이와 노인들은 당장 오늘 끼니를 걱정하고, 피비린내 나는 내전에 살아남는 걸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도대체 무엇이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의 운명을 가른 걸까. 경제학자 로버트 칼데리시가 내놓은 답은 '정부'다. 해외에서 돈이 들어오면 어떤 정책에 먼저 쓸 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하지만 아프리카엔 이런 정부가 거의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선진국이 준 돈은 독재자, 정치인, 행정가들의 금고만 불릴 뿐이었다. 칼데리시가 쓴 책 '왜 아프리카 원조는 작동하지 않는가'는 이처럼 아프리카 국가들이 수십 년간 국제 원조를 받고도 '제자리 걸음'인 이유를 분석한다. 그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아프리카 전문가'로 꼽힌다. 세계 최대 원조기구인 세계은행에서 아프리카 대변인과 탄자니아·코트니부아르 지부장을 맡았다. 실제 아프리카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곳에 만연한 독재정치, 잘못된 정치적·행정적 관행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아프리카가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직접적 원조를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빈민국을 살리려면 돈을 적게 줘야 한다니, 언뜻 들으면 이상한 제언이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글로벌 원조 예산이
“올해 프랑스에서 가장 큰 행사인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회사를 홍보하고 싶소. 이 벽을 다 ‘전기 그림’으로 채워주시오.” 프랑스 화가 라울 뒤피는 1937년 파리 박람회 개막을 앞두고 프랑스 전력공사로부터 이런 요청을 받았다. 세계 각국이 첨단기술과 국력을 뽐내는 박람회 기간에 맞춰 전력공사 건물 외벽에 전기의 중요성을 알리는 그림을 그려달라는 것이었다. 가로 60m, 세로 10m. 뒤피는 10개월에 걸쳐 이 거대한 벽을 ‘전기의 위대한 역사’로 채웠다. 고대 그리스 신 제우스의 벼락부터 산업화 초기의 공장과 기차, 찬란하게 빛나는 현대 프랑스의 야경까지…. 전기를 통해 발전한 인류의 문명을 특유의 밝고 경쾌한 색채로 표현했다.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를 홀린 뒤피의 걸작 ‘전기 요정’(1937)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 그림을 축소해서 판화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곳곳에서 쇄도했다. 뒤피는 2년에 걸쳐 이 작품을 석판화로 제작했다. 이때 제작된 ‘전기 요정’ 석판화가 한국을 찾았다. 그것도 두 점씩이나. 서울 여의도 더현대 알트원(ALT.1)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각각 열리고 있는 뒤피 전시를 통해서다. 같은 작가의 전시가 다른 곳에서 동시에 열리는 건 이례적이다. 프랑스의 심장부 파리시립현대미술관에 전시돼 있는 ‘전기 요정’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두 곳에 있는 ‘전기 요정’은 다르다. 원본도 같고, 크기도 비슷한데 도대체 뭐가 다르다는 걸까. ○대표작은 더현대가 ‘한수 위’결론부터 말하면 더현대에서 볼 수 있는 길이 6m의 ‘전기 요정’이 미술사적으로 더 가치가 높다. 예술의전당의 작품은 판화지만, 더현
지난 28일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 2층 고미술품 상설전시장. 국빈급 인사들이 한국을 찾을 때마다 들른다는 이곳에 고미술품과는 어울리지 않은 광경이 펼쳐졌다. 정선, 김홍도 등의 국보급 서화 옆에 가상현실(VR) 기기를 쓴 사람들이 거닐고 있었다. 허공에 손을 뻗는 사람도 있고, ‘와’ 하는 탄성을 내지르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권하윤 작가의 관객 체험형 VR 작품 ‘영원한 움직임-이상한 행렬’을 감상하는 사람들이었다. VR 기기를 쓰면 김홍도의 대표작이자 국보인 ‘군선도’가 실감 나게 펼쳐진다. 군선도 속 신선들이 3차원(3D) 세상에서 살아 움직이고,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얼굴과 몸이 조각조각나면서 새로운 차원으로 관객을 이끈다.삼성문화재단은 권 작가를 시작으로 전통과 현대의 접점을 탐구하는 특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30일 밝혔다. 무대는 리움미술관과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이다. 먼저 리움미술관 상설전시장 2층에선 권 작가의 VR 작품을 오는 9월 10일까지 전시한다. 11월부터는 한국·콜롬비아계 작가인 갈라 포라스 킴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남북한 국보를 소재로 식민과 분단의 시대 속에서 국보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보여줄 예정이다.미술관 로비도 작가들의 전시장으로 변한다. 리움미술관에선 7월 18일부터 존 제라드가 대형 미디어 월을 통해 3D 컴퓨터 그래픽과 알고리즘을 사용한 ‘농장(카운슬 블러프, 아이오와)’(2015)을 선보인다. 같은 달 25일부터는 박보마 작가가 디지털 이미지, 설치 사운드, 향, 퍼포먼스 등을 통해 로비 자체를 작품으로 뒤바꾼다.호암미술관은 아예 전통 한국식 정원인 ‘희원’을 전시장으로 내줬다. 6월 2
프랑스 예술가 라울 뒤피(1877~1953)는 ‘흙수저’였다. 가난한 음악가 집안의 아홉 남매 중 첫째로 태어난 그는 10대 때부터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채 커피 수입회사 종업원으로 일했다. 고통은 계속됐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그의 고향을 파괴했다. 손가락을 제대로 펴지 못할 정도로 심각했던 관절염은 그를 죽을 때까지 괴롭혔다.하지만 뒤피의 그림에선 삶의 고통을 찾아보기 힘들다. 유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맑고 화사한 색채 덕분이다. ‘고통을 딛고 어떻게 이런 밝은 그림을 그렸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나의 눈은 태어날 때부터 추한 것을 지우도록 돼 있다.”1937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그린 가로 60m, 세로 10m의 대형 프레스코 벽화 ‘전기 요정’은 이런 뒤피의 경쾌한 색채를 잘 보여준다. 그는 파스텔톤 물감으로 고대부터 중세, 현대까지 전기와 관련된 인물 111명을 그렸다. 문명의 발전을 이끈 전기의 역사를 아름다운 색채로 그려낸 것이다.이 벽화를 국내에서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뒤피의 전시가 각각 열리고 있다. 두 곳에서 ‘전기 요정’의 석판화를 볼 수 있다.이선아 기자
파리시립현대미술관에 설치된 라울 뒤피의 '전기 요정'(1937). “올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행사인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우리 회사를 홍보하고 싶소. 이 벽을 다 ‘전기 그림’으로 채워주시오.” 프랑스 화가 라울 뒤피는 1937년 파리 박람회 개막을 앞두고 프랑스 전력공사로부터 이런 요청을 받았다. 세계 각국이 첨단기술과 국력을 뽐내는 박람회 기간에 맞춰 전력공사 건물 외벽에 전기의 중요성을 알리는 그림을 그려달라는 것이었다. 가로 60m, 세로 10m. 뒤피는 10개월에 걸쳐 이 거대한 벽을 ‘전기의 위대한 역사’로 채웠다. 고대 그리스 신 제우스의 벼락부터 산업화 초기의 공장과 기차, 찬란하게 빛나는 현대 프랑스의 야경까지…. 전기를 통해 발전한 인류의 문명을 특유의 밝고 경쾌한 색채로 표현했다. 프랑스는 물론 전세계를 홀린 뒤피의 걸작 ‘전기 요정’(1937)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 그림을 축소해서 판화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곳곳에서 쇄도했다. 뒤피는 2년에 걸쳐 이 작품을 석판화로 제작했다. 이 때 만들어진 ‘전기 요정’ 석판화가 한국을 찾았다. 그것도 두 점씩이나. 여의도 더현대 알트원(ALT.1)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각각 열리고 있는 뒤피 전시를 통해서다. 프랑스의 ‘심장부’ 파리시립현대미술관에 전시돼있는 ‘전기 요정’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두 곳에 있는 ‘전기 요정’은 다르다. 원본도 같고, 크기도 비슷한데 도대체 뭐가 다르다는 걸까. ◆대표작은 더현대가 '한수 위' 더현대 알트원에서 볼 수 있는 길이 6m의 '전기 요정' 석판화. 결론부터 말하면 더현대에서 볼 수 있는 길이 6m의 ‘전기 요정’
지난 28일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 2층 고미술품 상설전시장. 국빈급 인사들이 한국을 찾을 때마다 꼭 들른다는 이곳에 고미술품과는 어울리지 않은 광경이 펼쳐졌다. 정선, 김홍도 등 국보급 서화 옆에서 가상현실(VR) 기기를 쓴 사람들이 거닐고 있었던 것. 허공에 손을 뻗는 사람도 있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와~'하는 탄성을 내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권하윤 작가의 관객 체험형 VR 작품 '영원한 움직임 - 이상한 행렬'을 감상하는 사람들이었다. VR 기기를 쓰면 김홍도의 대표작이자 국보인 '군선도'가 실감나게 펼쳐진다. 군선도 속 신선들이 3차원의 세상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얼굴과 몸이 조각조각나면서 새로운 차원으로 관객을 이끈다. 삼성문화재단은 권 작가를 시작으로 전통과 현대의 접점을 탐구하는 특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30일 밝혔다. 무대는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이다. 우선 리움미술관 상설전시장 2층에선 권 작가의 VR 작품을 9월 10일까지 전시한다. 11월부터는 한국-콜롬비아계 작가인 갈라 포라스-킴이 배턴을 이어받는다. 남북한의 국보를 소재로 '식민과 분단의 시대 속에서 국보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보여줄 예정이다. 미술관 로비도 작가들의 전시장으로 변한다. 리움미술관에선 7월 18일부터 존 제라드가 대형 미디어 월을 통해 3차원(3D) 컴퓨터 그래픽과 알고리즘을 사용한 '농장(카운슬 블러프, 아이오와)'(2015)를 선보인다. 같은달 25일부터는 박보마 작가가 디지털 이미지, 설치 사운드, 향, 퍼포먼스 등을 통해 로비 자체를 작품으로 뒤바꾼다. 호암미술관은 아예 전통 한국식 정원인 '희원'을 전시장으로 내줬다. 6월 27일부터 강재원
동네 레스토랑을 가니 옆 테이블에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앉아 있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쿠엔틴 타란티노, 박찬욱 등 전설적인 영화감독들이 스쳐 지나간다. 상상 속 얘기가 아니다. 매년 5월마다 프랑스 동남부의 소도시 칸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세계 영화계를 좌지우지하는 감독과 배우들은 5월이면 일제히 칸으로 향한다. 이유는 딱 하나, 세계 최고 권위의 ‘칸 국제 영화제’ 때문이다. 영화제가 열리는 ‘5월의 칸’은 도시 전체가 영화가 된다. 에메랄드빛 바다를 끼고 있는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은 ‘영화계의 별’들로 북적이고, 도시 곳곳에 설치된 상영관에선 ‘스타 감독’들의 신작이 베일을 벗는다. 칸이 ‘영화의 도시’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기서 질문. 프랑스 변두리의 작은 도시는 어떻게 세계 영화계의 중심이 된 걸까. 칸 영화제는 뭐가 그렇게 뛰어나길래 베니스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를 누르고 ‘세계 최고’가 됐을까. 전쟁이 낳고, 예술이 키운 축제시작은 전쟁이었다. 세계 2차대전 발발을 앞둔 1932년, 이탈리아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는 베니스 영화제를 만들었다. 영화를 이용해 ‘파시즘’ 사상을 퍼뜨리기 위해서였다. 이때 “영화가 정치적 수단이 되는 것을 막자”고 나선 게 프랑스 정부다. 그렇게 칸 영화제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1946년 처음 막을 올렸다. 전쟁통에서 태어난 영화제를 세계 최고 반열에 올려둔 건 ‘예술영화’들이었다. 수중사진을 영화에 최초로 사용한 ‘침묵의 세계’(1956), 전쟁의 참상과 혼돈을 고발한 전설적 영화 ‘지옥의 묵시록’(1979)…. 세계 영화계의 한 획을 그은 작품들은 모두 칸을 거쳤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칸 영화
칸이 있는 남프랑스는 예술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연중 내내 따뜻하고 온화한 날씨, 한 가지 색으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바다, 수백 년의 역사를 품은 성벽과 교회, 이를 비추는 햇살까지 칸이라는 지역 그 자체는 수많은 예술가의 ‘영감의 원천’이 됐다. 고흐, 세잔, 샤갈 등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이 남프랑스로 모여들었던 이유다. 칸 영화제에선 영화만 즐기기엔 아깝다. 칸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니스’. 도시 전체가 한 폭의 그림 같은 곳이다. 이곳에 있는 마르크 샤갈 국립미술관에선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샤갈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아담과 이브를 그린 ‘천국’을 비롯한 구약 성서 연작 17점을 비롯해 모자이크, 스테인드글라스 등 다채로운 작품을 볼 수 있다. ‘엑상 프로방스’ 지역에선 정물화의 대가 폴 세잔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세잔의 도시’로 불릴 만큼 곳곳에서 세잔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세잔이 40여 년간 머물렀던 ‘자 드 부팡’ 저택부터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스튜디오 ‘세잔 아틀리에’까지, 세잔이 실제 눈에 담았던 공간들을 둘러보며 그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다. 이곳에선 바닷속으로 들어가 작품을 구경하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다. 칸에서 배로 15분 거리인 ‘생트 마르그리트’ 섬에서 스노클링 장비를 입고 3~5m 밑으로 잠수하면 영국 출신의 조각가 제이슨 디케리스 테일러가 설치한 2m 높이의 거대한 조각상이 나타난다. 초등학생 소녀 등 칸에 사는 시민들의 얼굴을 본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메시지를 나타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지난해 독립영화 '카시오페아'로 호평을 받은 배우 안성기가 제10회 들꽃영화상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들꽃영화상 측은 지난 24일 서울 원서동 은덕문화원에서 시상식을 열고 안성기에게 공로상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후배 배우 유지태가 안성기에게 직접 공로상 트로피를 전달했다. 들꽃영화상 측은 안성기를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60년에 이르는 배우 생활 동안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대중 예술가의 삶을 살아왔다"며 "'카시오페아'는 물론, '필름시대 사랑' '아들의 이름으로' 등 꾸준히 독립영화에 출연해 영화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설명했다. 대상은 '수프와 이데올로기'의 양영희 감독에게 돌아갔다. 제주 4·3 사건 생존자인 양 감독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들꽃영화상 운영위원회 관계자는 "3대에 걸친 가족사와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가 잘 맞물려 있는 영화"라고 평가했다. 올해로 10회째인 들꽃영화제는 저예산·독립영화를 대상으로 한 시상식이다. 지난 10~20일 상영회를 연 뒤 24일 시상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국내 유명 영화 번역가인 달시 파켓이 집행위원장으로, 오동진 영화평론가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바다 밖 세상을 동경하는 인어, 그녀의 목소리를 빼앗으려는 마녀, 곤경에 처한 인어를 구해주는 왕자…. 누구나 다 아는 ‘인어공주’ 얘기다. 1989년 디즈니가 장편 애니메이션을 내놓은 이후 가족 영화로 사랑받아온 인어공주가 24일 실사판으로 돌아온다. 메가폰은 인기 뮤지컬 영화 ‘시카고’를 만든 롭 마셜이, 음악감독은 인어공주 애니메이션 원작의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킨 앨런 멘켄이 맡았다. 개봉하기 전부터 이 영화가 유명해진 것은 실력파 제작진 때문이 아니었다.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가 인어공주(‘에리얼’) 역을 맡아서다. 원작 인어공주의 흰 피부는 어두운 갈색으로, 풍성한 생머리는 레게머리가 됐다. 디즈니 팬들 사이에선 “과도한 ‘PC(정치적 올바름)주의’ 때문에 원작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작품을 ‘흑인 인어’로만 설명하기엔 아쉽다. 에리얼의 외모 말고도 원작과 차별화한 요소가 많아서다. 실사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을 세 가지로 추렸다. (1) 멀미 날 정도로 실감 나는 영상미실사판 인어공주의 압권은 실제 바닷속을 헤엄치는 듯한 영상미다. 에리얼과 물고기 친구 ‘플라운더’가 상어와 추격전을 벌이는 첫 장면부터 바다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명곡 ‘언더 더 씨’까지, 영화는 바다의 다채로운 모습을 실감 나게 구현했다. 아이맥스 화면으로 보면 4차원(4D)이 아닌데도 멀미가 날 만큼 현실적이다. 바닷속을 헤엄치는 인어들의 움직임도 어색하지 않다. ‘드라이 포 웨트(dry-for-wet)’라는 촬영기법 덕분이다. 블루스크린 앞에서 배우를 와이어에 매단 채 찍는 기법이다. 이렇게 하면 물속에서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연출할 수 있다. 하
바다 밖 세상을 동경하는 빨간색 머리의 아름다운 인어, 그녀의 목소리를 빼앗으려고 하는 사악한 바다 마녀, 마녀의 꾀임에 빠져 곤경에 처한 인어를 구해주는 왕자…. 여기까지만 말해도 십중팔구는 무슨 영화인지 단번에 알아챈다. 1989년 개봉 이후 지금까지도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디즈니의 장편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얘기다. 어른들에게는 가슴 뭉클한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가슴 설레는 상상을 안겨주는 빨간 머리 인어공주 '에리얼'이 24일 실사판으로 돌아온다. 메가폰은 인기 뮤지컬 영화 '시카고'를 만든 롭 마샬이, 음악감독은 인어공주 애니메이션 원작의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킨 알란 멘켄이 맡았다. 화려한 라인업에도 영화는 제작 전부터 잡음이 많았다.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가 주인공인 에리얼 역을 맡아서다. 원작 에리얼의 흰 피부는 어두운 갈색으로, 풍성한 생머리는 레게머리가 됐다. 디즈니 팬들 사이에선 "과도한 PC(정치적 올바름)주의 때문에 원작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흑인 인어'라는 한 단어로만 설명하기엔 아깝다. 이 영화엔 에리얼의 외모 말고도 원작과 차별화되는 요소가 많다. 실사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가득하다는 뜻이다.① 멀미날 정도로 실감나는 영상미 먼저 실제 바닷속을 헤엄치는 듯한 영상미. 에리얼과 그의 친구인 물고기 플라운더가 상어과 추격전을 벌이는 첫 장면부터 바닷속 세상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명곡 '언더 더 씨'까지, 영화는 바다의 다채로운 모습을 실감나게 구현했다. 거대한 아이맥스 화면을 통해 보면 4D가 아닌데도 멀미가 날 만큼 현실적이다. 바닷속을 헤엄치는 인어들의 움직임도 어색하지 않다. '드
형태가 고정된 조각이 움직일 수 있을까. 일반적으론 불가능한 얘기다. ‘현대미술의 거장’ 알렉산더 칼더가 조각에 움직임의 개념을 더한 ‘모빌’을 창시하긴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조각이 움직이는 건 아니다. 가느다란 철사나 실에 조각을 매달아 공기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도록 만든 거니까. 부산 망미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 팝아트의 거장’ 줄리언 오피의 개인전에선 이런 불가능한 일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사람 키보다 큰 조각상이 자유롭게 춤을 추고, 비둘기 모양 조각들이 바닥을 쫀다. 바로 오피가 선보인 ‘가상현실(VR)’ 작품이다. VR 고글을 쓴 관람객은 2차원 평면에 갇힌 회화가 3차원 세상으로 튀어나오고, 고정된 형태였던 조각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작가 스스로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도전적이고 색다른 작품들이다.‘춤추는 사람’으로 돌아온 英 거장오피의 ‘새로운 도전’을 이해하려면 그의 영감의 원천인 ‘걷는 사람들’부터 머리에 담아야 한다. 그는 굵고 단순한 선으로 그린 걷는 사람들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저녁마다 서울역 건너편 서울스퀘어 빌딩의 외벽을 수놓는 발광다이오드(LED) 미디어파사드 작품 ‘군중’이 그의 작품이다. 그에게 걷는다는 건 ‘살아있음을 느끼는 행위’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행동이지만, 저마다의 보폭과 걸음걸이로 걷는 것이야말로 ‘나라는 팔레트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걷기’를 ‘춤추기’로 진화시켰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 벽면엔 경쾌한 음악과 함께 평평한 LED 스크린 속 사람들이 춤을 춘다. 10
서울 지하철 이태원역과 한강진역 사이, '힙스터들의 성지' SPC 패션파이브 앞에는 사람보다 훌쩍 큰 3m 높이의 '돌탑'이 있다. 거대한 형광빛 빨간색 돌 위에 작은 노란색 돌이 아슬아슬하게 올라가있는 모습이다. 강렬한 색깔 덕분에 이 돌탑을 보고 '아이언맨'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미술 좀 아는 사람'들은 한눈에 알아챈다. 이 거대한 '아이언맨 돌탑'이 바로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인 설치예술가 우고 론디노네(59)의 '옐로우 레드 몽크(Yellow Red Monk)'라는 것을. 론디노네는 현대 미술계에서 가장 '핫'한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작품은 글로벌 경매에서 수억원대에 거래된다. 2019년 소더비 경매에선 네 개의 돌로 이뤄진 '옐로우 레드 화이트 블루 마운틴(Yellow Red White Blue Mountain)'은 110만달러(약 14억원)에 팔렸다. 이쯤에서 드는 궁금증. 형광빛 페인트를 칠한 돌로 론디노네는 어떻게 세계적인 작가가 된 걸까. 도대체 이 돌들은 어떤 의미가 있길래 '억대'에 팔리는 걸까. RM도 반한 무지개색 돌탑 답을 찾으려면 론디노네의 대표작을 먼저 알아야 한다. 그를 세계적 작가로 만든 건 미국 서부의 대표적 관광지인 '세븐 매직 마운틴스'다. 라스베이거스 근처 네바다 사막 한가운데 높이 솟아오른 10m 높이의 형형색색 돌탑들이다. 작품을 만드는 데만 꼬박 4년이 걸린 대형 프로젝트였다. 론디노네는 돌 가운데 구멍을 뚫은 뒤 쇠기둥을 넣어 돌들을 연결했다. 어찌나 인기가 많은지, 2016년 설치 후 2년만 전시될 예정이었던 세븐 매직 마운틴스는 2027년까지 전시기간이 연장됐다. 미술 애호가로 소문난 BTS의 리더 RM도 지난해 이곳을 방문해 '인증샷'을 남겼다. 론디노네의 돌탑이 '핫 플레이스'가 된
형태가 고정된 조각이 움직일 수 있을까. 일반적으론 불가능한 얘기다.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 알렉산더 칼더가 조각에 움직임의 개념을 더한 '모빌'을 창시하긴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조각이 움직이는 건 아니다. 가느다란 철사나 실에 조각을 매달아 공기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게 한거니까. 부산 망미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줄리안 오피의 개인전에선 이런 불가능한 일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에선 사람 키보다 큰 조각상이 자유롭게 춤을 추고, 비둘기 모양 조각이 여기저기 흩어져서 바닥을 쪼아먹는다. 바로 오피가 선보인 '가상현실(VR)' 작품이다. VR 고글을 쓴 관람객들은 그동안 평면에만 갇혀있었던 회화가 3차원의 세상으로 튀어나오고, 고정된 형태였던 조각이 살아 움직이는 생경한 모습을 보게 된다. 작가 스스로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도전적이고 색다른 작품들이다. ◆'춤추는 사람'으로 돌아온 英 거장 오피의 '새로운 도전'을 이해하려면 오랫동안 그의 영감의 원천이었던 '걷는 사람들'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는 굵고 단순한 윤곽선으로 사람들이 걷는 모습을 그리면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저녁마다 서울역 건너편 서울스퀘어 빌딩의 외벽을 수놓는 LED 미디어파사드 작품 '군중'이 바로 그의 작품이다. 그에게 걷는 행위란 '살아있음을 느끼는 행위'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행위지만, 저마다의 보폭과 걸음걸이로 걷는 것이야말로 '나라는 팔레트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 라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걷기'를 '춤추기'로 진화시켰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 벽면엔 경쾌한 음악과 함께 평평한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 속 사
‘네덜란드 거장’ 렘브란트 반 레인의 초상화 2점이 경매에 나온다. 200년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이다. 두 그림의 가치는 626만~1000만달러(약 84억~134억원)를 호가한다. 작품은 세계적 경매사인 크리스티에 의해 발견됐다. 경매는 오는 7월 영국 런던 크리스티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16일 미술 전문지 아트뉴스 등에 따르면 크리스티는 최근 한 가문의 미술품 컬렉션을 정기 평가하던 과정에서 렘브란트가 그린 8인치짜리 초상화 두 점을 발견했다. 작품은 1635년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초상화의 주인공은 네덜란드 라이덴에 살던 노부부인 얀 빌렘스 반 데르 플럼과 야헨 카렐이다. 두 부부는 렘브란트와 먼 가족 관계였다. 이들의 아들인 도미니쿠스가 렘브란트의 사촌과 결혼했다. 크리스티는 작품이 진짜 렘브란트가 그렸다는 증거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에 있는 전문가들도 작품이 ‘진품’이라고 결론내렸다. 이들 작품이 대중에 공개되는 건 약 200년 만이다. 작품은 1760년까지 반 데르 플럼 가문이 소유하고 있다가 1820년까지 여러 가문을 전전했다. 현재 작품 소유자의 조상이 1824년 6월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작품을 사들인 후 200년간 보관한 것으로 전해졌다.이들 작품은 미국 뉴욕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전시된 뒤, 오는 7월 6일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 출품될 예정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오스트리아는 오랫동안 한국 사람들에게 낯선 나라였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우리나라와 산업·경제적인 교류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 인구보다 적은 900만 명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소국(小國)이다 보니, 국제 뉴스에 나오는 일도 거의 없다. 국내에서 ‘존재감’이 없다 보니 오스트리아를 오스트레일리아로 잘못 아는 사람이 적지 않을 정도다.이랬던 오스트리아 위상이 최근 들어 확 높아졌다. 유럽을 600년 동안 호령한 합스부르크 왕가 스토리와 구스타프 클림트 등 오스트리아 출신 예술인, 세계 최고 교향악단으로 꼽히는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대한민국을 매료시켜서다.얼마 전 서울 세종로 오스트리아대사관에서 만난 볼프강 앙거홀처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63)에게 이런 얘기를 들려줬더니, 얼굴 가득 미소가 번졌다. 그러더니 숫자 하나를 보여줬다. 지난해 오스트리아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의 평균 체류 기간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 25%나 늘었다는 지표였다. 앙거홀처 대사는 “오스트리아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관심이 이렇게 높아진 건 131년 수교한 이후 처음일 것”이라며 “문화의 힘이 세다는 걸 다시 한번 절감했다”고 말했다.▷한국에서 ‘오스트리아 붐’이 일고 있습니다.“정말 뿌듯합니다. 한국에서 오스트리아가 인기 있다는 건 관광 분야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2019년엔 오스트리아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의 평균 체류 기간이 1.6일이었는데 지난해엔 2.0일로 늘었습니다. 과거 한국 관광객에게 오스트리아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사이에서 ‘잠시 지나쳐가는 곳’이었다면, 이제는 오스
‘글로 만나는 예술’ 아르떼의 매력 포인트는 날카로운 리뷰와 100명이 넘게 쓰는 풍성한 칼럼만이 아니다. 평소 경험하기 힘든 ‘알짜 이벤트’들도 예술 애호가가 매일 아르떼를 들러야 할 이유 중 하나다. 아르떼는 리움미술관·송은에 이어 ‘밤의 미술관’ 3탄으로 아트선재센터의 ‘하이디 부허: 공간은 피막, 피부’를 준비했다. 오는 25일 오후 6시30분부터 아르떼 회원 20명을 초청해 전문 도슨트가 스위스 설치미술가 부허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설명해준다. 홈페이지와 앱에 있는 이벤트 배너를 누른 뒤 기대평이 담긴 댓글을 달면 추첨을 통해 선발한다.‘국내 톱 클래식 공연장’으로 꼽히는 롯데콘서트홀의 뒤편을 둘러볼 기회도 있다. 이달 30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무대에 직접 올라서 객석과 무대 간 거리를 체감해보고, 연주자들의 분장실과 리허설 룸을 둘러볼 수 있다. 대형 파이프 오르간도 눈앞에서 볼 수 있다.새로운 방식의 미술 감상법도 회원들에게 건넨다. 미술 강연을 들으면서 식사도 할 수 있는 ‘아트&다이닝’에 아르떼 회원 6명을 초청한다. 21일 CGV용산 씨네드쉐프에서다. ‘오페라의 유령’ 테마에 맞춰 파인다이닝을 즐기는 샤롯데씨어터의 ‘몽드샬롯’ 기대평 이벤트도 곧 시작한다.인기 클래식 공연 초청권도 대거 푼다. 그래미상을 아홉 번이나 받은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의 은퇴 무대와 룩셈부르크 필하모닉 공연, 첼리스트 김두민×피아니스트 김태형 협연,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의 ‘더 클래식 2023’ 다섯 번째 공연 티켓 등이 이벤트 선물 리스트에 올라 있다.이선아 기자
"여기 그려진 레몬이 총 몇 개인지 아시는 분 계신가요?" 지난 11일 저녁 7시30분 서울 청담동의 복합문화공간 송은. 정규 운영시간이 끝난 까닭에 고요한 전시장 안에 정승현 큐레이터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질문을 받은 관람객 10여명이 재빠르게 손가락으로 그림 속 레몬을 센 후 저마다 "50개", "60개"를 외쳤다. 정 큐레이터가 "정답은 79개입니다. 중국 예술가 허샹위가 2014년 홍콩에서 '노란 우산 혁명'이 79일간 지속했다는 것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에요."라고 설명하자, 관람객들 사이에선 '아~' 하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일반 관람객들이 모두 빠져나간 이날 저녁 7시, 송은은 10여명만을 위해 '울리 지그 중국현대미술 컬렉션' 문을 다시 열었다. 문화예술 플랫폼 아르떼가 회원들을 위해 마련한 이벤트 '밤의 미술관'이다. 이번 울리 지그 컬렉션 전은 지난 10일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마우리치오 카텔란, 위(WE)',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에 이어 아르떼가 두 번째로 준비한 밤의 미술관 행사다. 아르떼 회원들은 이날 글로벌 '큰손'들도 스위스로 날아가서 본다는 '슈퍼 컬렉터' 울리 지그가 끌어다 모은 작품들을 약 2시간 동안 '프라이빗'하게 즐겼다. 난해하고 어려운 게 현대미술이라지만 밤의 미술관은 예외였다. 송은에서 도슨트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정 큐레이터가 한 시간에 걸쳐 3개층에 펼쳐진 작품의 의미와 배경을 자세히 설명해줘서다. 정 큐레이터가 1층 로비에 걸린 주황색 옷 작품 앞에 선 회원들에게 "중국의 대표적 반체제 예술가인 아이 웨이웨이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사장 옷을 통해 '누구나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하자, 하나둘씩
한국경제신문이 만든 문화예술 플랫폼 ‘아르떼’(arte.co.kr)를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편리하게 볼 수 있게 됐다. 이달 초 나온 안드로이드용 앱에 이어 iOS(애플 운영체제)용 앱이 출시돼서다. 11일부터 애플 앱스토어에서 ‘아르떼’를 검색하면 손쉽게 내려받을 수 있다.아르떼는 예술인, 비평가, 애호가들이 한데 모여 정보와 의견을 나누는 ‘예술 놀이터’다. 어제 본 공연, 지금 꼭 봐야 할 전시, 주말에 읽어볼 만한 책에 관한 리뷰가 매일매일 새롭게 올라온다. 외신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해외 공연·전시 리뷰, 조수미·김연수 등 ‘국가대표급’ 예술인의 품격 있는 칼럼도 터치 한 번으로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다. ‘아르떼 맵’ 기능을 이용하면 주변 공연·전시장에서 열리는 문화행사도 빠짐없이 챙길 수 있다.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아르떼 회원으로 가입하면 특별한 선물을 받을 수 있다. 각종 이벤트에 댓글을 남긴 회원 가운데 추첨을 통해 공연·전시 티켓부터 ‘밤의 미술관’ ‘뮤지컬·클래식 공연 백스테이지 투어’ 초대 등 다양한 혜택을 준다.이선아 기자
사람 키를 훌쩍 뛰어넘는 수 미터(m) 이상의 대형 회화에는 두 가지 매력이 있다. 일단 압도적인 크기로 시선을 단숨에 잡아끈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크기가 큰 만큼 부분부분을 뜯어보며 작품을 여러 각도로 즐길 수 있다는 것. 서울 용산동 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2023 호반미술상 수상자 강운·홍순명 2인전'은 이런 대형 회화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전시다. 호반미술상은 호반문화재단이 중견·원로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만든 상이다. 강 작가와 홍 작가가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강 작가의 구름 대작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뭉게뭉게 핀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치는 순간을 높이 3m, 너비 2m가 넘는 거대한 캔버스에 실감나게 담아냈다. 멀리서 봤을 땐 청명한 하늘의 색감에, 가까이서 봤을 땐 구름을 표현해낸 섬세한 기법에 감탄하게 된다. 구름이 가득한 첫 전시장을 지나고 나면 강 작가의 최근작인 '마음산책' 시리즈가 나온다. 역시 수m가 넘는 대작이다. 언뜻 보면 단색화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터운 질감 너머로 무언가 쓴 후 지운 자국이 역력하다. 실제 작업과정이 그랬다. 9년 전 아내와 사별한 강 작가는 사랑, 이별, 죽음 등 주변에게도 말 못할 이야기를 캔버스에 글로 적었다. 그리고 그 위를 여러 색으로 다시 덮었다. 이런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며 두텁게 질감을 쌓는 작업은 강 작가에게 내면의 상처를 끌어내어 마주하는 과정이었던 셈이다. 다음 전시장에 있는 홍 작가의 '사이드스케이프'(sidescape) 연작 역시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한다. 특이한 점은 폭 50~60㎝의 작은 캔버스 여러 개가 모여 6~8m의 거대한 작품을 만들어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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