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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아 기자
    이선아 기자 유통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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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과 대중문화를 다룹니다. 정확하게, 재밌게, 깊게 쓰겠습니다.

  • "72개국 중 최고 명작"…극찬 받은 잠실 조각 작품

    "세계 72개국, 191명 조각가 중 최고 명작입니다!" 1988년 9월 미국 방송사 NBC는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에 세워진 한 조각상을 카메라에 담으며 이렇게 표현했다. 당시 정부는 역사적인 '88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각국을 대표하는 조각가들에게 올림픽공원을 빛낼 조각상을 의뢰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수많은 작품 가운데 '최고'라는 찬사를 받은 건 한국의 조각가 문신(文信·1923~1995)이 만든 '올림픽 1988'이었다. 미디어뿐 아니라 해외 평론가, 미술관장 등 업계 사람들까지 '대단하다'고 입을 모은 작품이다. 다른 작품을 '압살'한 탓에 기분이 상한 프랑스 대표 조각가 세자르 발다치니가 개막식 행사에 불참한 건 유명한 일화다. 이렇게 조각가들의 칭송과 질투를 한 몸에 받은 올림픽 1988은 아직도 올림픽 조각공원에 남아있다. 한성백제역 2번 출구 근처 남4문에 있는 높이 25m, 무게 54t의 거대한 조각상이 바로 그것이다. 약간씩 어긋나게 겹쳐진 스테인리스 스틸 반구(半球) 55개가 하늘을 향해 힘차게 뻗어오른다. 워낙 크고 무거워서 장정 30~40명이 달라붙어 작품을 만드는 데만 100여일이 걸렸다고 한다. 왜 이 거대한 조각은 그렇게도 많은 사람한테 칭송을 받았을까. 단순히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프랑스 평론가인 피에르 레스타이는 그 원인을 "우주와 생명의 음률을 시각화했다"는 점에서 찾는다. 문신의 작품은 대부분 좌우가 똑같다. 그는 대칭성(symmetry·시메트리)이야말로 자연과 생명의 근원이라고 생각했고, 조각에 담고자 했다. 올림픽 1988에서도 대칭성이 돋보인다. 묵주처럼 이어진 거대한 두 줄의 기둥이 완벽한 좌우대칭을 이루며 용처럼 솟구친다. 그 주위를 4분의 1씩 잘려나간 구 4개가 감싸고

    2023.02.14 10:36
  • 이 꽃은 시각장애 아티스트가 마음으로 그린 '복사꽃'입니다

    회색 빌딩들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서울 을지로에 모처럼 화사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SKT타워의 겉면이 분홍빛 복숭아꽃으로 물들면서다. 타워 외벽에 설치된 53m짜리 미디어 월은 이달부터 만개한 꽃들을 보여주고 있다. 화려하게 피어난 복숭아꽃들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게 된 것은 SK텔레콤이 장애 예술가 소속사 ‘에이블라인드’와 함께 준비한 전시회 덕분이다.전시회 무대는 SKT타워 건물 외벽과 1층 로비에 설치된 미디어 월. SK텔레콤은 미디어 월을 통해 매월 새로운 미디어아트 전시를 선보인다. 이달에는 에이블라인드 소속 작가인 박환(사진) 허은빈 한희주 강금영 박정인 등 5명의 작품을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해 소개한다.전시를 더 특별하게 해주는 것은 작품을 만든 예술가들이 모두 ‘시각장애인’이라는 점이다.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 미디어아트를 한다니. ‘이게 가능할까’ 싶지만 건물 외벽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앞을 잘 볼 수 없다는 것이 특별한 차이를 만들어낸다.손끝의 감각으로 작품을 만드는 박환 작가가 대표적이다. 그는 일찍이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다섯 차례 입선하는 등 촉망받는 화가였다. 그러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빛조차 인지할 수 없는 전맹 시각장애인이 됐다. 절망스러운 시기였지만, 장애는 그의 예술혼을 없애지 못했다. 그는 연필 대신 실, 구슬핀을 들었다. 각종 재료로 스케치해서 위치, 방향, 두께, 색채 등을 표시한 뒤 그 위에 물감을 덧댄다.이번에 전시하는 ‘복숭아꽃’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박 작가는 세상을 다시 보고 싶다는 간절함을 담아 시력을 잃기 전에 본 복숭아꽃을 캔버스에 담아냈다. 그

    2023.02.13 18:37
  • [이 아침의 화가] 장소와 장소 혼합해 새로운 공간을 창조

    영국 런던의 코톨드갤러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힌다. 이곳에 걸려 있는 고흐, 마네, 고갱 등 거장의 작품들이 지난 10일 ‘새 이웃’을 맞았다. 주인공은 스코틀랜드 출신 화가 피터 도이그(1959~). 코톨드갤러리가 3년간의 재단장을 마치고 2021년 재개관한 뒤 처음으로 여는 현대미술 작가의 전시다. 세계적 명성의 코톨드갤러리가 중견 작가를 불러들인 이유는 풍경화 때문이다. 도이그는 ‘전통 회화는 이제 한물갔다’는 인식이 팽배하던 1980년대 전통적인 풍경화로 미술계에 발을 디뎠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설치작품 등 개념미술이 유행하던 시기였지만, 도이그는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서정적인 풍경을 캔버스에 담았다.그는 실제 존재하는 장소를 소재로 삼지만 있는 그대로 그리지는 않는다. 세계 곳곳에 있는 다른 장소와 혼합해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낸다. 그래서인지 도이그의 그림 속 풍경은 익숙해 보이는 동시에 다른 세계를 보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수십 년간 풍경화를 고집해온 그의 작품은 수백억원에 거래된다. 하얀 배 한 척이 떠 있는 호수를 그린 ‘늪에 빠진(Swamped·1990)’은 2021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3990만달러(약 500억원)에 팔렸다.이선아 기자

    2023.02.12 18:10
  • "누가 SM 품나" K팝 지각변동…하이브 인수 땐 '11兆 엔터왕국'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된 겁니다. 하이브든, 카카오든 물러설 리가 없거든요. SM을 직접 손에 넣기 위해, 최소한 경쟁업체가 품지 못하도록 뭐든 할겁니다.”‘K팝 강자’ 하이브와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강자’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두고 맞붙었다는 소식에 국내 콘텐츠 전문가들은 이런 평을 내놨다. SM엔터가 워낙 괜찮은 지식재산권(IP)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하이브와 카카오 모두 사력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하이브가 SM엔터 인수에 성공하면 1990년대부터 한국 가요계를 이끌어온 ‘K팝의 본류’와 방탄소년단(BTS)을 필두로 K팝의 무대를 세계로 넓힌 ‘글로벌 K팝의 주역’이 하나가 된다. 시가총액 11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공룡 기획사’가 탄생하는 셈이다. 하지만 SM엔터가 웹툰, 드라마, 인터넷TV(카카오TV), 음원서비스(멜론) 등 여러 콘텐츠와 플랫폼을 갖추고 있는 카카오 품에 안기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CJ ENM에 버금가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IP·플랫폼 동시에 노리는 하이브유리한 고지를 잡은 건 하이브다. 하이브는 10일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18.46%) 가운데 14.8%를 422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단숨에 SM엔터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이 전 총괄과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이날 공동 입장문을 통해 “SM과 하이브를 세계 대중음악의 ‘게임 체인저’로 도약시키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고 말했다.두 기획사가 협력할 수 있는 지점은 먼저 아티스트 IP다. 하이브에는 BTS를 비롯해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엔하이픈 뉴진스 르세라핌 등

    2023.02.10 18:29
  • [책마을] RM이 '좋아요' 누른 작품, 왜 내눈엔 평범해 보일까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피카소의 그림은 뭐가 그렇게 특별하길래 ‘세기의 명화’가 된 걸까.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은 거장의 작품을 보고 ‘스탕달 증후군’(뛰어난 예술작품을 보고 순간적으로 호흡곤란, 현기증 등을 겪는 것)을 경험했다고 하는데, 나는 왜 아무런 느낌이 안 드는 걸까. 수많은 그림 속에서 ‘좋은 작품’을 골라내는 기준은 무엇일까.아무리 미술 전시를 찾는 애호가가 늘어났다지만, 그 속에서도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렇다 보니 유명한 전시를 가도 소셜미디어에 올릴 사진만 찍을 뿐 가슴을 울리거나 기억에 오래 남는 작품은 그다지 없다.<그림 감상도 공부가 필요합니다>는 이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인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은 좋은 작품과 나쁜 작품을 가려내는 능력은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30년 가까이 미술관을 운영해온 이 관장은 대중과 미술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여러 권의 책을 쓴 ‘베테랑 작가’다. 작품을 제대로 보는 눈을 기르려면 프랑스어나 골프를 배우는 것처럼 작가의 생애, 표현기법, 그 안에 담긴 의미 등을 공부해야만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책은 빈센트 반 고흐,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에드바르 뭉크 등 미술사에서 거장으로 꼽히는 이들의 작품을 분석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여기에 프란스 할스, 아르놀트 뵈클린, 장 시메옹 샤르댕 등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화가들도 소개한다. ‘걸작이 왜 걸작인지’를 공부하다 보면 작품을 보는 눈이 생긴다.예컨대 이런 식이다. 고흐의 ‘붓꽃-아이리스’는 고흐가 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때 ‘기쁜 소

    2023.02.10 18:28
  • "누가 버킨백으로 NFT 만들래"…에르메스 '회심의 일격'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무단으로 '버킨백 대체불가토큰(NFT)'를 만든 미국 예술가와의 소송에서 승소했다. 미국 법원은 버킨백 NFT를 예술작품으로 볼 수 없고, '표현의 자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 "버킨백 NFT, 예술 아니다"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미국 디지털 아티스트 메이슨 로스차일드가 에르메스의 상징인 버킨백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배심원의 평결에 따라 로스차일드에게 13만3000만달러(약 1억6700만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로스차일드는 2021년 버킨백의 이미지를 활용한 NFT 시리즈 '메타버킨'을 선보였다. 디지털 이미지를 활용해 버킨백에 원하는 색과 재질을 입혔다. 메타버킨은 NFT 경매에서 2만3500달러(약 3000만원)에 낙찰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그러자 에르메스는 메타버킨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브랜드 동의 없이 자사의 상품권을 침해해 수익을 창출했고, 버킨이라는 상품명으로 소비자를 오도했다고 주장했다.재판의 쟁점은 '표현의 자유'였다. 로실드는 자신의 작품이 미국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에르메스는 NFT가 비싸게 팔린 건 '버킨백'이라는 후광 때문이라고 주장했다.배심원단 9명은 에르메스의 손을 들어줬다. 로실드의 NFT가 예술작품이라기보다 상품에 가까워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로실드 측 변호인은 재판 후 "대형 패션업체에겐 좋은 날이지만, 예술가와 표현의 자유에는 끔찍한 날이 됐다"며 "이번 소송이 끝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NFT 아티스트 위축

    2023.02.09 10:52
  • 이중섭부터 기안84까지 한 곳에…서울국제아트엑스포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장부터 떠오르는 신예작가까지 다양한 예술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제1회 서울국제아트엑스포'가 9~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C홀에서 열린다. 국제조형예술협회 한국위원회(IAA)가 주최하는 서울국제아트엑스포는 150여개의 갤러리, 미술 관련 기관들이 대중에게 다양한 미술 분야를 선보이기 위해 마련됐다. 이광수 IAA 이사장은 일반 공개에 앞서 8일 진행된 개막식에서 "앞으로 문화예술이 한국의 세계적인 경쟁력으로 떠오를 것"이라며 "미술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고, 대중들에게 문화예술 향유권을 돌려주는 세계적인 행사로 키워 나가겠다"고 했다. 김교식 서울국제아트엑스포 조직위원장도 "그동안 한국 작가들을 세계 시장에 소개할 기회가 드물었는데, 이번 행사가 한국 미술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이중섭, 박서보, 김환기, 이우환, 이배, 우국원 등 굵직한 한국 작가들은 물론, 피카소, 샤갈, 르누아르 등 서양 미술 거장들의 작품도 전시된다. 웹툰 작가 기안84, 가수 송민호 등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인기있는 작가들의 작품들도 볼 수 있다. 서울국제아트엑스포 조직위원회는 온라인 예선투표 결과를 거쳐 선정된 작가들을 대상으로 금·은·동메달을 시상하는 '올림피아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행사기간 내 매출 실적 △전문가 평가 △사전 투표결과 등을 바탕으로 순위를 매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2023.02.08 18:54
  • 차곡차곡 말아 붙여…한지로 만들어낸 작은 우주

    동양화가에게 한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재료다. 거칠면서도 따뜻한 질감은 전통 수묵화나 채색화를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하지만 그런 동양화에서조차 한지 자체가 ‘주인공’인 경우는 드물다. 그저 그 위에 그려진 그림을 묵묵히 받쳐주는 배경 역할을 할 뿐이다. 지정연 작가는 한지를 작품의 ‘주연’으로 내세웠다. 그는 한지를 원통 모양으로 얇게 말거나 꼬아서 캔버스에 붙인다. 한지를 빼곡히 붙이다 보면 평면의 캔버스는 어느새 별 무리로 가득한 밤하늘 같은 3차원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8일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개막한 지 작가 개인전을 보다 보면 ‘캔버스 위에 공간을 창조한다’는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건축가 김동주 역시 “지 작가의 작업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고 했다. 건축가가 한옥을 지을 때 못 한 개, 나이테 속에 숨은 옹이 하나까지 흐트러짐 없이 맞아떨어지도록 신경 써야 하는 것처럼 지 작가의 한지 작업에서도 그런 섬세함이 빛난다는 것이다. 실제 작업 방식도 건축 못지않게 노동집약적이다. 수백~수천 장의 한지를 일일이 손으로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 색에 변주를 주기 위해 불로 그을리거나 여러 각도로 색을 칠해야 한다. 그런 뒤에는 캔버스에 한지를 하나하나 붙이면서 공간을 차곡차곡 쌓아나간다. 형형색색의 한지로 촘촘히 메운 캔버스에선 마치 무한하게 확장하는 우주와 같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종이를 말고, 자르고, 세워서 붙이는 과정은 고되지만, 지 작가는 오히려 그 속에서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캔버스를 가득 메우는 시간은 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수행과도 같아요. 그러면서 얻는 에너지가 저를 예술의 세계

    2023.02.08 17:24
  • 그래미도 러브콜…일상에 들어온 'AI 미술'

    지난 5일(현지시간) 미술계에선 ‘제65회 그래미 어워즈’가 화제에 올랐다. 미술인들의 시선이 꽂힌 것은 ‘무대 뒷배경’. 비욘세, 해리 스타일스, 배드 버니 등 팝스타가 등장할 때 뒤에 나온 배경이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작품이어서다. 터키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38)이 AI를 활용해 만든 ‘머신 홀루시네이션’ 시리즈였다.아나돌은 자기 작품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미국 최고의 대중음악 시상식을 화려하게 장식하자 트위터에 작품을 공유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역사적인 순간을 위해 우리의 AI 데이터 그림을 선택해준 주최 측에 깊이 감사드린다.”아나돌의 AI 작품은 이미 미술계에서 예술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말 뉴욕 현대미술관에 전시됐다. 1층 로비의 높이 8m짜리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에서 현란하게 펼쳐지는 3차원 영상이 바로 아나돌의 작품이다.뉴욕 현대미술관이 소장한 근현대 작품 데이터를 AI가 학습한 뒤 창작해낸 이미지다. 당시 미술계에선 세계 현대미술의 정수로 꼽히는 미술관이 AI로 탄생한 작품을 예술로 받아들인 역사적 순간이라며 흥분했다.국내에서도 AI가 만들어낸 이미지가 점차 상업용으로 쓰이고 있다. 최근 카카오브레인의 AI 이미지 생성 모델 ‘칼로’가 만든 이미지가 글로벌 경제 전문지 포천의 한국판 ‘포춘 코리아’ 2월호 표지가 됐다. 칼로는 1억8000만 장 규모의 이미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입력한 키워드를 이미지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이다.머지않아 동네 카페·음식점, 인터넷 쇼핑몰 등 일상 곳곳에서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

    2023.02.07 18:31
  • 그래미 어워드까지 뚫었다…'AI' 아티스트 "역사적 순간"

    지난 5일(현지시간) 미술계에선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대형 경기장 크립토닷컴아레나에서 열린 '그래미어워즈'가 화제가 됐다. 미국 최고의 대중음악 시상식에 미술계의 시선이 꽂힌 건 다름아닌 '무대 뒷배경' 때문.비욘세, 해리 스타일스, 배드 버니 등 팝스타들이 등장할 때 뒤에 나온 배경이 인공지능(AI)이 만든 작품이어서다.이 작품은 터키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38)이 AI를 활용해 만든 '머신 홀루시네이션(Machine Hallucinations)' 시리즈다. 아나돌은 이날 트위터에 작품을 공유하며 "역사적인 순간을 위해 우리의 AI 데이터 그림을 선택해준 주최 측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아나돌의 작품은 이미 미술계에서 예술로 인정받았다. 그의 AI 작품은 지난해 말 뉴욕 현대미술관(MoMA·모마)에 전시됐다. 1층 로비의 높이 8m짜리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에서 현란하게 펼쳐지는 3차원 영상이 바로 아나돌의 작품이다.모마가 갖고 있는 근현대 작품 데이터를 AI가 학습한 뒤 창작해낸 이미지다. 당시 미술계에선 세계 현대미술의 정수로 꼽히는 모마가 AI가 만든 작품을 예술로 받아들인 역사적 순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그런 아나돌의 작품이 그래미어워즈의 배경으로 쓰인 건 AI 그림이 미술관의 문턱을 넘어 일상으로 퍼지고 있다는 증거다.국내에서도 AI가 만들어낸 이미지가 점차 상업용으로 쓰이고 있다. 최근 카카오브레인의 AI 이미지 생성 모델 ‘칼로’가 만든 이미지가 글로벌 경제전문지 포춘의 한국판 '포춘 코리아' 2월호 표지가 됐다.칼로는 1억8000만장 규모의 이미지 데이

    2023.02.07 15:02
  • BTS·블핑 이어 TXT도 '빌보드200' 정상 올랐다

    빅히트뮤직의 아이돌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사진)가 소속사 선배인 방탄소년단(BTS)에 이어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인 ‘빌보드200’ 정상에 올랐다. 빅히트뮤직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두 팀 이상의 ‘빌보드 정상 가수’를 보유한 소속사가 됐다. 빌보드는 5일(현지시간) TXT의 다섯 번째 미니음반 ‘이름의 장: 템테이션(Temptation)’이 빌보드200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빌보드200은 단일 곡 차트인 ‘빌보드핫100’과 함께 메인 차트로 꼽힌다. 실물 음반 판매량, 스트리밍 횟수 등을 고려해 순위를 정한다. TXT의 앨범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1주일 동안 미국에서 16만1500장 팔렸다. 이 중 대부분(15만2000장)은 실물 음반 등 전통적 앨범 판매량이었다. TXT는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다섯 번째 K팝 가수가 됐다. 2018년 BTS가 정규 앨범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빌보드의 벽을 깬 것을 시작으로 슈퍼엠(2019년), 스트레이키즈(2022년), 블랙핑크(2022년)도 차례로 빌보드200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차트에서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TXT 미니앨범의 타이틀곡 ‘슈가 러쉬 라이드’와 수록곡 ‘티니터스(돌멩이가 되고 싶어)’는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의 ‘위클리 톱 송 글로벌 차트’(1월 27일~2월 2일)에 진입했다. 슈가 러쉬 라이드는 빌보드와 함께 세계 양대 팝 차트로 불리는 ‘영국 오피셜 차트’의 싱글 다운로드 차트 톱100에서 65위를 기록했다. TXT는 이날 소속사를 통해 “꿈에 그리던 목표였는데 이뤄질 줄 몰랐다”며 “이런 값진 위치를 만들어 준 모아(팬덤명)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2023.02.06 18:31
  • [리뷰] '미디어아트 거장'은 60년 전 스마트폰 등장을 예견했다

    현란한 빛과 묘한 음악으로 가득 찬 전시장, 그곳에서 살아 움직이는 동서양의 명화, 그걸 배경으로 SNS용 사진을 찍는 관람객들…. 요즘 곳곳에서 열리는 ‘미디어아트’는 대개 이런 식이다. 고흐, 클림트 등 옛 거장의 작품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점이 부각되면서 이런 ‘몰입형 전시’는 언제나 사람으로 넘쳐난다. 하지만 지난 3일부터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미디어아트 전시는 다르다. 아름다운 이미지도 없고, 그 흔한 ‘SNS 인증샷 스폿’ 하나 없다. 한눈에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작품도 많다. 그런데도 이 전시를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1960년대부터 인간이 컴퓨터, 비디오 등을 통해 어떻게 현실을 인식하는지를 예술로 표현해낸 ‘미디어아트계의 거장’ 페터 바이벨(79) 작품전이어서다. “미디어는 관점을 생산한다”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세계적 미디어아트 센터인 독일 ZKM의 교류전이다. 작년까지 ‘ZKM 수장’을 맡은 바이벨의 회고전과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김순기 개인전을 맞바꿔 여는 방식이다. 바이벨은 예술과 과학을 자유롭게 넘나든 개념미술가다. 1960년대 오스트리아 빈대에서 의학과 수리논리학을 공부한 그는 ‘인간이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관심을 두게 됐다. 그는 곧 이런 인식 과정을 사진, 영화, 비디오 등 미디어 장치를 통해 풀어내기 시작했다. 바이벨에게 미디어아트란 인간의 ‘인식 과정’을 깊이 고찰하는 것이다. 회고전 제목이 ‘인지 행위로서의 예술’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이벨은 지난 2일 영상을 통해 “미디어는 감각기관의 연장선으로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생산한다”고 말

    2023.02.05 18:28
  • 방시혁 '빌보드 파워 100' 특별상 수상

    그룹 방탄소년단(BTS) 등을 발굴한 방시혁 하이브 의장(사진)이 ‘빌보드 파워 100’ 시상식에 참석해 특별상인 클라이브 데이비스 비저너리상을 받았다.3일 하이브에 따르면 방 의장은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시상식에 초청됐다. 이 시상식은 세계 음악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높은 인물을 꼽는 ‘2023 빌보드 파워리스트 100’ 등재를 축하하고 기념하는 자리다.이 가운데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이들에게는 특별상을 준다. 클라이브 데이비스 비저너리상은 음악산업의 성장과 혁신에 기여한 공로자에게 주는 상이다.방 의장은 “프로듀서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음악과 엔터테인먼트산업의 경계를 확장하기 위한 내 여정은 오직 사랑하는 음악과 함께하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됐다”며 “이 상의 첫 수상자인 클라이브 데이비스처럼 음악산업의 지평을 넓히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선아 기자

    2023.02.03 17:49
  • 포항서 떠나는 크루즈…한숨 자고 일어나면 울릉도 아침풍경이 쫙~

    ‘울릉도는 하늘이 허락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배를 통해서만 입도(入島)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파도가 높아지는 겨울철엔 경북 포항 영일만신항에서 울릉크루즈를 타는 게 울릉도에 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1200여 명이 탈 수 있는 대형 카페리다. 매일 밤 11시50분에 영일만신항에서 떠난다. 운항 시간은 6시간30분~7시간이다. 한숨 자고 나면 오전 7시께 울릉도 사동 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한다. 포항으로 돌아오는 선박은 매일 낮 12시30분 출항한다.운항 시간은 다소 길지만, 규모가 큰 덕분에 파도가 거칠지만 다소나마 멀미를 피하면서 침대에 누워 갈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날이 맑으면 선상에서 일출·일몰을 감상하는 특별한 경험도 할 수 있다. 배에는 객실 외에 편의점 노래방 식당 카페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다. 1~6인실에는 객실에 간단히 샤워할 수 있는 화장실도 있다.가격은 가장 비싼 2인 로열스위트룸이 연령 구분 없이 80만3000원(편도 기준)이다. 4인실(편도 10만원대), 6인실(편도 7만원대)은 객실 내 창이 있는 바다뷰와 창이 없는 방으로 나뉘며 창이 있는 방이 성인 기준 1인당 5000~1만원가량 더 비싸다. 가장 저렴한 다인실은 성인 1명당 6만6500원. 20명 이상 단체는 10~20% 할인받을 수 있다. 교통비를 줄이려면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예매하는 ‘울릉크루즈 KTX 통합할인’인 레일십을 추천한다. 울릉크루즈는 10~50% 할인받을 수 있고, KTX도 최대 40% 싸게 이용할 수 있다. 차량을 배에 싣고 울릉도에 가려면 차종과 제조사에 따라 편도 기준 8만3900~24만9400원을 내야 한다.울릉크루즈는 포항 영일만신항에서 포항 도심, 또는 KTX 포항역까지 셔

    2023.02.02 17:31
  • [이 아침의 화가] 1억1100만 달러에 팔린 재스퍼 존스의 '깃발'

    살아있는 예술가 가운데 ‘몸값’이 가장 높은 작가는 누구일까. 많은 사람이 제프 쿤스를 첫손에 꼽지만, 작품 판매 가격으로 따질 때 정답은 재스퍼 존스(1930~)다.그가 미국 성조기를 모티브로 그린 ‘깃발(Flag·1958)’은 2010년 1억1100만달러(약 1370억원)에 미국 헤지펀드 매니저 스티븐 코언의 손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매처럼 공식 판매 기록이 있는 건 아니다. 코언이 딜러로부터 샀는데, 구입가를 비밀에 부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미술계에 거래 가격이 알려졌다. 2019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9110만달러(약 1120억원)에 낙찰된 쿤스의 ‘토끼’(1986)보다 높았던 까닭에 오랫동안 보안이 유지되기 힘들었다.존스는 국기, 지도, 알파벳, 숫자 등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기호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왔다. 그는 기호의 상징과 의미를 배제하고, 그 자체로 미학적 가치를 가진 대상으로 그렸다. 1950년대부터 시작한 깃발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국기가 상징하는 가치와 애국심을 배제한 그의 그림은 ‘이것은 국기인가, 아니면 단순한 깃발 그림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이선아 기자

    2023.02.01 18:28
  • 38만원에 산 샹들리에…알고 보니 거장 작품이었다

    골동품점에서 싼값에 구입한 물건이 나중에 거장의 작품으로 밝혀져 거액에 팔리는 상상을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이런 꿈 같은 일이 최근 영국에서 벌어졌다.31일 미술전문매체 아트뉴스에 따르면 영국 화가 존 크랙스톤이 1960년대에 런던 골동품점에서 250파운드(약 38만원)에 산 샹들리에가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으로 밝혀졌다. 샹들리에는 2월 크리스티 경매에 나올 예정이다. 자코메티의 비슷한 작품이 2018년 경매에서 930만달러(약 114억원)에 팔린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낙찰가가 수백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미술계는 보고 있다.얇고 가느다란 청동 인물상이 ‘시그니처’인 자코메티는 미술시장에서 작품이 가장 비싸게 팔리는 조각가다. 그의 대표작인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남자’(1947)는 2015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4130만달러(약 1700억원)에 팔렸다.샹들리에를 비롯한 장식품은 자코메티에게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었다. 자코메티는 1929년부터 그의 동생인 디에고와 장식품 및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크랙스톤이 구매한 샹들리에는 1946년께 자코메티의 친구인 컬렉터 피터 왓슨이 그에게 의뢰해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왓슨은 1949년까지 자신이 설립한 잡지사 ‘호라이즌’의 사무실에 샹들리에를 걸어놨다. 이후 샹들리에는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런던의 골동품 가게에서 크랙스톤의 눈에 띄었다.샹들리에는 한때 ‘진품 논란’을 겪기도 했지만 2021년 프랑스 파리 자코메티재단이 진품이라는 것을 인증하면서 논란이 일단락됐다. 미술품 감정사인 제임스 글래니는 가디언과의 인터

    2023.01.31 18:24
  • 트와이스, K팝 첫 '빌보드 위민 인 뮤직' 수상

    걸그룹 트와이스(사진)가 K팝 아티스트 최초로 ‘빌보드 위민 인 뮤직 어워즈’에서 상을 받았다.미국 빌보드는 30일(현지시간) 트와이스가 빌보드 위민 인 뮤직 어워즈의 ‘브레이크스루 아티스트(Breakthrough Artist)’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빌보드가 주최하는 시상식인 빌보드 위민 인 뮤직 어워즈는 한 해 동안 음악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 여성 아티스트, 프로듀서 등에게 상을 수여한다.브레이크스루 아티스트는 음악 시장에서 의미 있는 도전을 이뤄낸 가수에게 준다. 브레이크스루 아티스트 역대 수상자 중에는 ‘현대 브로드웨이의 디바’로 불리는 이디나 멘젤과 가수 토리 켈리, 마렌 모리스, 카밀라 카베요 등이 있다.이날 빌보드는 트와이스의 영어 신곡 ‘문라이트 선라이즈’가 빌보드 메인 차트인 ‘핫 100’ 84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2021년 10월 발매한 ‘더 필즈’ 이후 두 번째로 핫 100에 진입했다. 시상식은 다음달 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유튜브 시어터에서 열린다.이선아 기자

    2023.01.31 18:08
  • [이 아침의 화가] 美 첫 여성 전업 화가, 사라 미리암 필

    미국의 첫 여성 전업 화가인 사라 미리암 필(1800~1885)은 미국 미술의 뼈대를 이룬 필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의 삼촌은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를 그린 ‘미국 미술의 거장’ 찰스 윌슨 필이었다. 그의 아버지 제임스 필 역시 정물화로 이름을 날렸다.사라 필도 재능을 물려받았다. 여성을 위한 교육이라곤 신부수업이 전부였던 시절에 그는 전문 미술 교육을 받았다. 선생님은 아버지와 삼촌이었다. 그는 정물화와 초상화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섬세하고 사실적인 기법 덕분에 국회의원, 사업가 등 고위층이 그에게 초상화를 맡겼다. 사라 필은 평생 독신으로 살며 그림을 그렸다.그의 작품이 최근 들어 재조명받고 있다. 이달 초 열린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사라 필의 대표작인 ‘수박’(1822)이 27만7200달러(약 3억4300만원)에 낙찰되면서다. 2018년 그가 그린 초상화가 고작 750달러에 팔린 점을 감안하면 몇 년 새 값이 수백 배 오른 셈이다. 캐럴라인 시볼트 크리스티 미국 미술 판매총괄은 “마침내 사라 필이 화가이자 선구자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관심을 받게 됐다”고 했다.이선아 기자

    2023.01.26 17:54
  • 호텔에 뜬 은하수…5만개 비즈가 빚은 '빛의 향연'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는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급 호텔을 꼽을 때 항상 첫손에 드는 곳이다. 최근 몇 년 사이 ‘6성급’이라고 스스로 칭하는 호텔이 여럿 나왔지만, 명품 호텔이 갖춰야 할 디테일에서 호텔신라를 따라잡은 곳은 거의 없다.로비에 있는 7m 너비의 초대형 샹들리에(사진)는 호텔신라의 품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호텔신라를 방문한 사람들마다 찍는 ‘인증샷’의 배경이 되는 이 샹들리에 이름은 ‘조합체(An Aggregation) 130121’이다. 박선기 작가(56)가 제작했다. 연약한 투명 낚싯줄에 몸을 맡긴 5만여 개의 아크릴 비즈는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조명 빛을 반사한다. 그 아름다움에 넋 놓고 바라보게 된다. 은하수가 따로 없다.이 작품이 처음 호텔신라 로비에 걸린 건 2006년이다. 2013년 호텔을 리뉴얼하면서 작품의 전체적인 모양도 약간 바꿨다. 작품 제목에 붙은 숫자 ‘130121’은 박 작가가 수정한 모습을 그린 날짜다.한국 최고 호텔의 로비를 장식한 뒤 박선기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로비를 아름답게 꾸미고 싶은 건물주들이 앞다퉈 그를 찾았다. 대표적인 곳이 2년 전 여의도에 들어선 고급 백화점 더현대서울이다. 백화점 중심을 관통하는 ‘조합체 180609’가 그의 작품이다. 동그란 비즈가 유리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을 만나 반짝인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서울 용산 사옥 1층에도 그가 만든 작품이 놓여 있다.박선기의 손에 처음부터 비즈가 놓였던 건 아니다. 그는 원래 ‘숯의 작가’로 불렸다. 지금도 그의 대표작 목록에는 ‘낚싯줄에 매달린 숯’이 적혀 있다. 박선기에게 숯은 자연을 상징하는

    2023.01.24 16:58
  • 신라호텔·더현대 '인증샷' 핫플된 이곳의 정체는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은 '호텔 좀 다녀본' 사람들도 국내에서 '톱'으로 꼽는 호텔이다. 세계 각국 정상들도 묵는 럭셔리한 객실 인테리어에 다양한 부대시설까지. 이런 신라호텔을 방문하는 사람마다 '인증샷'을 찍는 곳이 있다. 호텔 로비, 그 중에서도 5만 여개의 아크릴 비즈로 이뤄진 거대한 샹들리에다.바로 박선기 작가(56)의 '조합체(An Aggregation) 130121'다. 연약한 투명 낚시줄에 몸을 맡긴 아크릴 비즈는 공기의 흐름에 따라 나부끼며 반짝인다. 마치 무수한 별들이 만들어낸 은하수처럼. 너비 7m에 달하는 빛의 은하수는 호텔 로비를 더욱 고급스럽게 만들어준다.이 작품은 2006년 박선기와 신라호텔의 협업으로 설치됐다. 그러다 2013년 신라호텔이 전면 리뉴얼되면서 작품의 전체적인 모양도 약간 수정됐다고 한다. 작품 제목 뒤에 붙어있는 숫자 '130121'은 박선기가 이 작품을 구상한 날짜다.박선기의 작품은 누가 봐도 '아름답다'는 말이 나온다. 그래서인지 그를 찾는 곳이 많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의 중심을 관통하는 '조합체 180609'도 그의 작품이다. 동그란 비즈가 백화점 유리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을 만나 반짝인다.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용산 사옥 1층에도 그가 레이저와 빛을 소재로 만든 작품이 있다.예전부터 이런 작업을 해왔나 싶지만, 박선기는 원래 '숯의 작가'로 불리던 사람이다. 그의 대표작은 낚시줄에 매달린 숯이었다. 그에게 숯은 '자연'을 상징하는 소재다. 인간이 생활하는 건축물에 숯을 매단다는 것은 인간과 자연의 만남, 그 자체였던 것이다.낚시줄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

    2023.01.23 15:18
  • [이 아침의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 18K 금으로 변기 빚고…현대사회 꼬집은 괴짜

    2019년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유명 아트페어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세계 미술계를 들썩이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은색 테이프로 벽에 붙여진 평범한 바나나 한 개가 1억4000만원에 팔린 것. 미술계에선 작품 제목 ‘코미디언’처럼 “코미디 같은 일”이라는 비난과 “현대미술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었다”는 찬사가 동시에 쏟아졌다.이 작품을 만든 사람은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1960~·사진)이다. 그는 이런 도발적인 작품으로 현대사회를 풍자한다. ‘코미디언’은 작품의 예술성보다는 작가의 유명세가 작품값을 좌우하는 현대미술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작품이었다.그래서 카텔란에겐 ‘가장 논쟁적인 작가’란 별명이 따라붙는다. 그는 18K 금으로 세상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변기를 만드는가 하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운석에 깔린 조각상을 내놓기도 했다. 언뜻 보면 우스꽝스럽고 황당하지만, 그 안에 담긴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은 신랄하고 날카롭다.호불호가 엇갈리는 카텔란의 작품이 올해 처음 한국을 찾는다. 리움미술관이 새해 첫 전시로 준비한 ‘마우리치오 카텔란: WE’를 통해서다. 이달 31일 개막한다.이선아 기자

    2023.01.19 18:09
  • 미술관들 "모셔야 이긴다"…귀한 몸 된 전시해설가

    “여기 조각상에 천이 씌워져 있죠? 다음에 오시면 다른 조각상이 천으로 덮여 있을 거예요. 사소한 변화지만 이 천 하나가 없다면 이곳은 항상 고정된 공간이 되는 거죠. 하지만 올 때마다 다른 조각상이 하나씩 가려져 있으면 ‘다음엔 이걸 못 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현재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 겁니다.”지난 16일 오전 11시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7층 롯데뮤지엄. 여러 개의 조각상 중 하나에 천이 씌워진 작품 앞에서 김찬용 도슨트(전시해설가·38)가 작가의 의도를 설명하자 관람객 사이에선 ‘아~’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평일 오전인데도 이곳에서 열리고 있는 ‘마틴 마르지엘라’ 전시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듣기 위한 관람객으로 항상 북적인다. 김 도슨트는 “주말이면 한 타임에 50명 넘게 참석하기도 한다”고 했다.마틴 마르지엘라 전시는 미술관들이 ‘도슨트 모시기’에 열을 올리는 이유를 단번에 보여준다. 도슨트를 고용하는 것 자체가 전시회의 품격을 높여준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데다 유명 도슨트의 강력한 팬덤으로 전시 흥행에도 도움을 얻을 수 있어서다. ○전시 문턱 낮춰주는 도슨트도슨트는 예술가와 일반 관람객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작가나 큐레이터의 창작·기획 의도를 대중이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서 설명해준다. 7년째 전업 도슨트로 활동하는 정우철 도슨트는 “3~4년 전만 해도 도슨트는 자원봉사나 단기 아르바이트로 하는 게 대다수였지만, 미술품 전시 수요가 커지면서 전업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롯데뮤지엄에서 열고 있는 마르지엘라의 대규모

    2023.01.18 18:25
  • "기대 못미친 아트SG…흥행·다양성 서울이 압승"

    “싱가포르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컨벤션센터에서 12~15일 열린 ‘제1회 아트SG’를 앞두고 지난 5일 이렇게 보도했다. 처음 데뷔하는 행사에 대해 세계적인 언론이 이런 전망을 내놓은 것은 아트SG의 든든한 ‘뒷배’를 봤기 때문이다. 프리즈와 함께 세계 양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아트바젤의 모기업 MCH그룹이 싱가포르를 새로운 ‘아시아 미술 허브’로 만들기 위해 준비한 행사가 아트SG다. 싱가포르의 탄탄한 인프라와 지리적 이점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 서울, 도쿄, 홍콩과 벌일 아시아 미술 허브 경쟁에서 싱가포르가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을 점쳤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아트페어만 놓고 보면 서울이 한 수 위’란 평가가 많았다. 지난 11~15일 아트SG 행사장에서 만난 국내외 미술계 인사들은 “프리즈 서울-KIAF(한국국제아트페어)가 아트SG보다 VIP 고객·전시 구성 면에서 뛰어났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이 싱가포르에 비해 갖고 있는 장점은 무엇인지, 아시아 미술의 허브로 거듭나려면 어떤 과제가 남아 있는지 등을 미술계 인사들에게 물었다. 고객층·행사 구성은 韓 ‘승리’흥행 측면에선 서울의 ‘압승’이었다. 유럽 명문 갤러리 타데우스로팍의 타데우스 로팍 대표는 기자와 만나 “싱가포르에선 중국·일본·동남아시아·호주 등 다양한 국적의 컬렉터를 만날 수 있지만, 진짜 작품을 구매하는 VIP 고객은 서울에 더 많다”며 “VIP 오프닝 첫날 판매 실적만 봐도 프리즈 서울이 아트SG보다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2023.01.15 18:15
  • 서울·싱가포르·도쿄·홍콩…'亞 미술 수도' 경쟁 막올랐다

    “행사장을 죽 둘러보니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축이 유럽과 미국에서 아시아로 옮겨가는 게 눈에 확 들어옵니다.” 11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컨벤션센터. 이날 개막한 동남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아트SG’에서 만난 한 미국인 컬렉터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시아의 미술 챔피언인 홍콩이 ‘중국화(化)’하면서 힘을 잃자 그 빈틈을 한국 일본 싱가포르가 치고 들어가는 모양새”라며 “올해 처음 개최했는데도 참여 갤러리와 출품작 등을 볼 때 유럽의 웬만한 아트페어에 뒤지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미술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아트페어의 주 무대가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다. 아트바젤(스위스), 프리즈(영국), FIAC(프랑스) 등 세계 3대 아트페어의 ‘종주국’인 유럽에서만 움직이던 글로벌 갤러리와 컬렉터가 하나둘 아시아로 향하고 있어서다. 서울 도쿄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 주요 도시가 앞다퉈 대형 아트페어를 열면서 이런 현상에 불을 붙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동남아 취향’ 작가들 강세 올해는 아시아에서 ‘아트페어 대전’이 벌어지는 첫해다. 포문은 싱가포르가 열었다. 이날 아트SG에서 만난 세계 각국의 컬렉터들은 “싱가포르가 제대로 이를 갈았다”고 입을 모았다. 질과 양 모든 면에서 그랬다. 가고시안, 데이비드 즈워너, 화이트큐브 등 정상급 갤러리를 포함해 30여 개국의 164개 갤러리가 출전했다. 지난해 9월 열린 프리즈 서울(110여 개)보다 많다. 장소도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마리나베이샌즈 컨벤션센터 1층과 지하 1층을 통째로 빌렸다. 프리즈 서울은 피카소, 에곤 실레 등 옛 거장의 작품이 중심이었다면, 아트SG는 ‘요즘 뜨는’ 동시대 작

    2023.01.11 18:13
  • K아트에 푹빠진 해외 갤러리, 韓작가 직접 키운다

    지금까지 외국계 갤러리의 ‘한국 상륙’은 국내 갤러리에 ‘비보’나 다름없었다. 국제적 영업 기반을 갖춘 해외 갤러리가 세계 유명 작가들을 앞세워 국내 미술 컬렉터를 ‘싹쓸이’해 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외국계 갤러리가 많아지면 한국 미술시장이 ‘서양 미술의 텃밭’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다.하지만 요즘 외국계 갤러리의 움직임은 국내 미술계의 걱정이 상당 부분 ‘기우’에 그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해외 전속 작가를 한국에 소개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신진 작가를 발굴해 세계 무대로 진출시키는 ‘교두보’ 역할까지 자처하면서다. 한국 작가들의 실력이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만큼 성장한 데다 한국 전통의 미(美)를 살린 ‘K아트’의 위상이 커지자 지구촌 컬렉터에 한국 미술을 소개하려는 유인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韓 작가로 전시회 여는 외국 갤러리유럽 명문 갤러리인 타데우스로팍 서울은 새해 첫 전시로 한국인 작가 두 명(정희민·한선우), 한국계 캐나다인 한 명(제이디 차) 등 세 명의 그룹전 ‘지금 우리의 신화’를 택했다. 지난해 서울 한남동에서 아시아 처음으로 지점을 낸 이후 한국 작가로만 구성한 첫 번째 전시다. 황규진 타데우스로팍 디렉터는 “지금까지는 소속 작가들을 한국에 소개하는 전시였다면, 이번엔 한국 로컬 작가들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지금 우리의 신화’ 작가들은 타데우스로팍 갤러리의 창업주인 타데우스 로팍 대표가 2년 가까이 작업실을 돌아다니며 선정했다. 로팍 대표는 “한국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2023.01.09 18:11
  • 김교식 조직위원장 "엘리트 중심 미술, 생활속 대중 미술로 바꿀 것"

    “한국이 ‘아시아 미술 허브’가 되려면 미술을 즐기는 사람이 지금보다 훨씬 늘어야 합니다. 다음달 처음 개최하는 월드아트엑스포(WAE)를 통해 지금의 ‘엘리트 미술’을 ‘생활 미술’로 넓히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김교식 WAE 조직위원장(70)은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음달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여는 ‘제1회 WAE’를 국내 대표 종합 미술박람회로 만들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한 김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과 여성가족부 차관을 지낸 뒤 아시아신탁 회장으로 일했다.30년 가까이 공직자로 살아온 그가 미술에 눈에 돌린 것은 2011년께다. ‘민간인’이 된 뒤 중학교 때부터 가슴 속에 품어왔던 그림을 본격적으로 배워보자고 결심한 것. 그렇게 10년간 여러 화가를 찾아 그림을 배웠고, 지난해엔 첫 개인전도 열었다.WAE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한국미술협회에서 주최한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으면서다. 미술협회는 4만여 명의 화가 조각가 판화가 등이 가입한 국내 대표 예술인 단체다. 이광수 미술협회장은 화가인 동시에 ‘베테랑 행정가’인 김 위원장에게 WAE를 함께 기획하자고 제안했다.김 위원장은 “수많은 아트페어가 ‘그들만의 리그’라는 지적을 받는 건 갤러리와 몇몇 유명 작가 중심이기 때문”이라며 “유명 작가는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누구나 쉽게 미술을 즐길 수 있는 기반을 닦자는 WAE의 취지에 공감해 조직위원장을 맡게 됐다”고 했다.미술협회는 우선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미술대회를 열기로 했다. 온라인 미

    2023.01.09 17:36
  • [책마을] 獨 에르하르트 前총리 보면, 尹 경제정책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대부분 국가는 패전국인 독일이 ‘재기불능’일 것으로 봤다. 전쟁을 거치면서 산업시설이 파괴되고, 국가 자본도 메말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예측이 무색하게 서독은 1950년대 들어서 급속도로 경제 성장을 이뤘다. 이른바 ‘라인강의 기적’이다.그 중심에는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총리의 시장경제 정책이 있었다. 그는 소득세 감면, 가격통제 철폐 등의 정책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했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현재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이 이런 에르하르트 총리의 기조와 비슷하다고 분석한다. 저성장, 양극화 심화 등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의 처방을 ‘자유’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민 교수가 최근 펴낸 <자유를 통한 한국경제 읽기>는 경제학에서의 자유주의는 무엇인지, 현실 정책에서 자유주의가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그가 한국경제신문에 10년 가까이 실은 다산칼럼과 대학지성 인앤드아웃(In&Out)에 발표한 논설 가운데 일부를 엄선했다. 경제정책에 있어서 자유는 무엇일까. 민 교수의 답은 간단하다. 그는 “특정한 사회적 목표를 위한 수단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유가 분배, 복지, 성장 등 특정한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순간 진정한 자유주의는 실현될 수 없다. 자유는 그 자체로 목표가 돼야 한다. 저자는 “시장은 정부보다 똑똑하고, 시장의 자생적 질서가 이런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한다”고 설명한다.저자는 자유주의에 대한 오해에 관해서도 반박한다. 흔히 자유주의가 경제적 불평등을 방임한다고 생각하지만, 기업가의 경쟁을 촉진하는 자유주의는

    2023.01.06 17:33
  • 백화점 1층에 서 있는 이 노인…세계서 가장 비싼 화가입니다

    백화점업계의 불문율 가운데 ‘1층에는 명품 화장품’이 있다. 백화점에 들어서는 순간 고급스러운 인상을 주면서도 가방이나 의류에 비해 저렴한 화장품으로 지갑을 일단 꺼내게 하겠다는 뜻이 담겼다.롯데백화점 동탄점은 공식과도 같은 판매 전략을 과감히 깨뜨렸다. 화장품 매장이 들어설 자리에 식품과 음료, 생활용품 매장을 넣었다. 무엇보다 예술작품을 곳곳에 배치했다. 유행을 선도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에서다. 미술품을 통해 ‘돈을 쓰는 공간’보다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되겠다는 노력이다.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1층 메인아트월에 있는 가로 7.6m, 세로 2.8m에 이르는 대형 작품이다. 작품 속엔 캔버스로 가득 찬 작업실 한가운데 줄무늬 카디건을 입은 한 노인이 서 있다. 바로 ‘팝아트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85)다.호크니는 ‘수영장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수영장을 배경으로 한 ‘예술가의 초상’(1972) 덕분에 세계에서 그림값이 가장 비싼 생존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예술가의 초상’은 2018년 11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9030만달러(약 1020억원)에 낙찰됐다.백화점에 걸린 호크니 작품의 배경은 작업실이다. 작품 제목은 ‘2017년 12월, 스튜디오에서’(2018).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힐스에 있는 호크니의 실제 작업실을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은 뒤 3000장을 골라 디지털로 합성했다. 작업실에 걸려 있는 그림들은 실제 호크니의 작품들이다. 사진과 그림이 뒤섞여 있는 ‘포토그래픽 드로잉’ 작품인 셈이다.눈여겨볼 것은 왼쪽 벽면에 걸려 있는 그랜드캐니언 그림이다. 호크

    2023.01.05 18:13
  • [이 아침의 건축가] '공중에 공연장' 지은 건축계 노벨상 수상자, 이소자키 아라타

    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은 말 그대로 폐허였다. 단게 겐조, 안도 다다오와 함께 일본 대표 건축가로 꼽히는 이소자키 아라타(1931~2022·사진)는 그때를 “건축도, 빌딩도, 도시도 없는 ‘제로 그라운드’였다”고 회상했다. 어린 시절 ‘건축의 부재’는 역설적으로 그를 건축가의 길로 이끌었다. 이소자키는 특정 문화권이나 지역성에 매몰되지 않고, 세계 어디에 내놔도 먹힐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 거대한 풍선처럼 공기를 주입해 이동할 수 있는 콘서트홀(일본 아크노바)을 짓는가 하면, 건물 밑에 소음과 진동을 흡수하는 용수철을 설치해 공중에 떠 있는 공연장(중국 상하이 심포니홀)을 건축하기도 했다. 독특한 건축물로 2019년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이소자키가 지난달 28일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별세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이소자키는 결코 자기 자신을 복제하지 않는, 변화의 주체이자 전달자였다”고 평가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2023.01.04 18:26
  • '출판보국' 박영사 70년…책의 도시에 심은 미술 DNA

    출판보국(出版報國: 출판으로 나라에 보답한다). 한반도가 전쟁의 포화에 휩싸인 1952년, 안원옥은 대중문화사를 세우면서 이렇게 다짐했다. 주변에선 “전쟁통에 무슨 출판사냐”고 했지만, 국민이 책을 통해 지식과 문화적 소양을 쌓지 않으면 전쟁이 끝나도 희망이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문화가 곧 힘’이라는 안원옥 회장의 믿음은 출판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2년 뒤 출판사 이름을 박영(博英)으로 바꿨다. ‘넓게 인재를 양성한다’는 이름에 걸맞게 가난한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가업을 이은 안종만 회장은 한술 더 떴다. 신진 작가를 돕겠다며 파주출판단지에 갤러리를 세웠다. 최근 창립 15주년을 맞은 갤러리박영은 이렇게 탄생했다. 안중근 유묵부터 불상 조각까지경기 파주시 문발동 갤러리박영은 지난달 29일부터 박영사 창립 70주년 기념 특별전 ‘두레문화’를 열고 있다. 박영사는 경제·정치·법률 관련 학술서를 주로 펴내는 중견 출판사다. 안종만 회장의 딸인 안수연 갤러리박영 대표는 “15년 전 개관할 때만 해도 ‘출판단지에 무슨 미술 갤러리냐’는 핀잔을 듣곤 했다”며 “오래 못 갈 것이란 일각의 우려에도 갤러리를 죽 이어올 수 있었던 건 할아버지부터 내려온 ‘예술 사랑 DNA’ 덕분”이라고 말했다.그래서일까. 박영사 창립 70주년전은 기업 역사만 줄줄이 읊는 통상의 기념전과 달리 대신 박영가(家)의 ‘예술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꾸몄다. 하이라이트는 창업주의 고미술품 컬렉션이다. 고종 어진을 그린 궁중화가 심전 안중식부터 서양 화풍의 영향을 받아 실경산수화를 그린 청전 이상

    2023.01.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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