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달’(2012), ‘구르미 그린 달빛’(2016), ‘킹덤’(2019)까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K드라마’가 세계적 인기를 끌 때마다 해외 시청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게 있다. 바로 극 중 인물들이 쓰던 ‘갓’이다. 현대물도 아닌 한국 사극 드라마가 해외에서 돌풍을 일으킨 데는 전통 한복의 매력을 한껏 살려주는 ‘K모자’도 한몫했다.조선 사람들에게 모자는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었다. 모자는 곧 명예의 상징이었다. 인사할 때 모자를 벗는 서양인과 달리, 조선 사람들은 왕 앞에서도 모자를 갖춰 썼다. 역사연구가 이승우 씨가 조선을 ‘모자의 나라’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가 펴낸 <모자의 나라 조선>은 조선 사람들이 왜 그렇게까지 모자를 사랑했는지, 조선의 모자가 어떤 변천사를 거쳤는지, 왜 갑자기 자취를 감추게 됐는지 등을 다룬다.‘어떻게 모자만으로 책 한 권을 썼나’ 싶지만 조선 모자의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신분에 따라, 성별에 따라, 상황에 따라 쓸 수 있는 모자가 각기 달랐다. 특히 모자는 신분사회 유지를 위한 도구로도 쓰였다. 사극에 자주 등장하는 흑립(갓)은 사대부나 선비만 쓸 수 있는 명품 모자였다.서민들이 양반의 모자를 부러워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은 갓과 비슷한 모자를 만들어 쓰고 다니곤 했다. 오죽하면 성종 때 서인이 갓을 쓰는 것을 금해야 한다는 기록까지 있을까. “근래 민풍과 사습이 지나친 사치를 날로 더 해 가서, 서인 중에 무뢰한 무리가 함부로 모라(毛羅)로 만든 갓을 쓰고, (…) 청컨대 율문에 따라 엄하게 징계하소서.”일제의 식민지배를 거치면서 조선의 모자는 급
“억수로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항아리는 더욱 싱싱해지고, 이슬에 젖은 청백자 살결에는 그대로 무지개가 서린다. 어찌하면 사람이 이런 백자 항아리를 만들었을꼬.”추상미술의 거장 고(故) 김환기 화백은 생전에 조선 백자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눈처럼 희고 깨끗한 백자가 자연의 빛과 물을 만나 빚어내는 아름다움을 예찬한 것이다.서울 안국동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리는 ‘백자: 어떻게 흙에다가 체온을 넣었을까’ 전시에서 김 화백이 극찬한 백자를 볼 수 있다. 티끌 하나 없는 하얀 표면 위에 청색 유약으로 그려진 꽃잎이 조명 빛을 받아 반짝인다.이 백자의 특이한 점은 ‘항아리’가 아니라는 것. 뭔가를 담을 수 있는 3차원의 입체적인 백자가 아니라 사각형의 평면 틀에 놓인 2차원의 백자다. 그렇다고 물감으로 그린 회화도 아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일반 백자와 똑같은 매끈한 표면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도예가 이승희(64·사진)의 ‘평면 도자’다.이 작가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2008년 ‘도자기의 도시’로 불리는 중국 징더전으로 건너간 뒤 줄곧 그곳에서 작품 활동을 해왔다. 내년에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에 징더전에서 개인전을 열고, 2024년에는 미국 디트로이트의 한 대학 미술관에서 전시를 개최하는 등 벌써 전시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다. 지금도 일본 시가현립도예미술관의 초청으로 시가현에 머무르며 전시를 준비 중이다.평면 도자는 그의 오랜 고민에서 탄생했다. “우리 세대만 해도 모두 서양미술에 심취했었죠. 동양미술은 관심 밖이었을 때 ‘한국적인 것이 무엇일까’ 많이 고민했어요. 제가 찾은 답은 아버지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기로 마음먹은 자식들은 대개 이렇게 생각한다. 아버지를 닮고 싶지만, 아류가 되지는 않겠다고. ‘미니멀리즘 조각의 대가’ 토니 스미스의 딸 키키 스미스(68)도 그랬다. 아버지의 대표작인 단순하고, 딱딱하고, 무거운 사각형 모양의 조각을 보고 자란 그는 어린 시절 이렇게 다짐했다. “아버지가 강한 예술을 했다면, 나는 약한 예술을 하겠다.”이후 키키 스미스는 ‘약한 예술’로 세계 조각계의 별이 됐다.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스미스의 아시아 첫 미술관 개인전 ‘자유낙하(Free Fall)’를 관통하는 키워드도 바로 ‘취약함’이다. 조각, 판화, 사진, 태피스트리 등 14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스미스는 연약하고, 더럽고, 금기시된 인체의 본모습을 내보인다.스미스는 여성의 몸을 다뤘다. 내장, 생리혈, 배설물…. 도저히 예술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소재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왔다. 그의 초기작인 ‘소화계’(1988)를 보면 알 수 있다. 혀부터 항문까지 이르는 사람의 내장을 주철로 만들어 벽에 그물처럼 걸어놓은 작품이다. 사람 몸 안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미술관 2층에 있는 조각 작품 ‘무제Ⅲ(구슬과 함께 있는 뒤집힌 몸)’(1993)도 마찬가지다. 허리를 구부린 사람 주변에는 구슬이 꿰어진 실이 펼쳐져 있다. 인간의 몸에서 나온 배설물을 구슬로 표현한 것이다.소재뿐만이 아니다. 딱딱한 철, 나무 등을 사용하는 보통 조각가들과 달리, 스미스는 부드럽고 망가지기 쉬운 재료를 사용한다. 태아처럼 몸을 웅크리고 있는 여성의 몸을 본뜬 조각 작품 &ls
세계적 박물관인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소장품 중에는 꽃과 식물의 잎, 줄기가 그려진 인테리어 벽지가 있다. 제목은 ‘핑크 앤 로즈’(1890). 콧대 높은 메트로폴리탄이 평범해 보이는 벽지를 소장하고 있다니…. 언뜻 이해가 안 가지만, 벽지를 만든 사람 이름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바로 영국 디자이너 윌리엄 모리스(1834~1896)다. ‘현대 디자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모리스는 1880년대 영국의 아트&크래프트(미술공예) 운동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당시 영국에선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공장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찍어내는 저품질 공산품이 넘쳐났다. 이런 상황에서 모리스는 잃어버린 수공예의 가치를 되찾기 위해 미술공예 운동을 시작했다.모리스는 ‘모리스 마셜 앤드 폼커’라는 회사를 세우고 스테인드글라스, 태피스트리, 가구 등 여러 수공예품을 제작했다. 그중에서도 벽지는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이었다.특히 그는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야생화를 벽지에 그려 넣곤 했다. 벽지의 섬세한 묘사와 반복되는 패턴에서 수공예에 대한 그의 열망을 엿볼 수 있다.이선아 기자
갤러리들이 모여 있는 서울 삼청동 팔판길. 이곳을 걷다 보면 한 건물 옥상 난간에 놓인 나무 의자(사진)가 눈에 들어온다. 다리 두 개만으로 겨우 중심을 잡은 의자 위엔 육중한 바위가 놓여 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그 아슬아슬한 풍경에 지나가는 사람들은 시선을 빼앗긴다.서울 삼청동 초이앤초이갤러리에서 열리는 이태수 작가(41)의 개인전 ‘그리고 시간이 멈추었다’는 이처럼 ‘진짜 돌로는 만들 수 없는 비현실적인 작품’으로 가득하다. 1층에 들어서면 보이는 ‘스톤 컴포지션 006’(2019)은 지름 1.5m짜리 거대한 돌이 공중에 떠 있는 작품이다. 무거운 돌을 떠받치고 있는 건 얇은 유리판뿐이다.2층에 있는 ‘스로잉 스톤’ 연작도 마찬가지다. 하얀 콘크리트 벽면 곳곳에는 마치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돌들이 박혀 있다.눈치챘겠지만, 모두 스티로폼으로 만든 ‘가짜 돌’이다. 이 작가는 스티로폼 안을 파낸 뒤 겉면을 ‘스톤 코팅’(돌처럼 보이도록 하는 소재를 뿌리는 과정) 처리하는 식으로 바위를 ‘창조’했다. 진짜 바위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실적이다. 난간에 걸쳐진 의자와 돌 모양의 ‘스톤 컴포지션 019’(2021)를 설치한 뒤 “위험하게 돌을 올려놓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민원을 수차례 받았다.이 작가가 ‘재료의 반전’을 꾀한 건 고정관념을 뒤집고 싶어서였다. “조소를 배울 때 가장 많이 사용한 재료가 금속이었어요. 어느 순간, ‘무겁고 보관하기 어려운 금속을 왜 굳이 써야 하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료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남들이 하던 대로 했던 거죠.”그래서 그는
2014년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에선 주인공 쿠퍼(매슈 매코너헤이)가 블랙홀을 거쳐 시공간이 뒤섞인 5차원 세계에 도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미지의 공간’인 블랙홀을 빠르게 소용돌이치는 빛으로 연출했다. 강한 중력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비슷한 장면이 서울 을지로7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재연되고 있다. 서울시가 내년 1월 1일까지 DDP 서쪽 벽면을 무대로 펼치는 초대형 미디어아트 쇼 ‘서울라이트’(사진)다. ‘우주적 삶’이라는 올해 주제에 맞춰 엔자임, 자이언트스텝 등 여러 미디어 아티스트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매일 저녁 7시에 222m에 달하는 세계 최대 곡선형 미디어 파사드(건물의 정면 외벽) DDP 벽면은 캔버스가 된다. 하이라이트는 3개 파트로 구성된 메인 쇼 ‘랑데-부’다. 빠르게 흘러가는 빛을 통해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주는 ‘여정의 시작’(자이언트스텝), 우주 비행사가 행성과 성운 사이를 유영하는 모습을 담은 ‘유니버셜 트래블러’(엔자임), 캐릭터 헬로맨이 다양한 행성을 탐험하며 친구를 만드는 여정을 그린 ‘헬로맨: 하트 비트’(범민)까지. 평면 스크린이 아닌 곡선의 벽에 흐르는 빛은 우주 한가운데 떠 있는 느낌을 관람객들에게 선사한다.DDP라는 거대한 공간에 걸맞은 작품을 준비하는 건 작가들에게도 도전이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작품을 만든 엔자임 작가는 “DDP처럼 큰 화면을 AI를 활용해 채우려면 현재 가장 좋은 컴퓨터로도 턱없이 부족했다”며 “그래서 오랜 시간을 들여 작은 영상을 만든 뒤 해상도를
‘조각’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대리석 돌 나무 등을 깎아 만들거나 쇳물을 틀에 부어서 제작하거나. 이것이 보통의 생각이다. 세부적인 제작 기법은 작가마다 다르지만 모두 겉이 딱딱하고 형태가 고정돼 있다.오스트리아 조각가 에르빈 브룸(68)은 이런 ‘조각의 상식’을 깼다. 그의 조각은 때로는 바람에 나부끼고, 때로는 시간에 따라 모양이 바뀐다. 심지어 연약하고 말랑말랑한 사람의 신체나, 그 신체의 행위마저도 조각이 된다. 최고 권위의 국제미술제 베네치아비엔날레(2017년)에서 오스트리아 국가관 작가로 선정된, 유럽을 대표하는 현대 조각가다.수원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개인전 제목이 ‘나만 없어, 조각(Sculpture is Everywhere)’인 이유가 여기 있다. 그에게 조각은 대형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일상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수원시립미술관에 전시된 사진, 영상, 회화, 퍼포먼스 등 61점의 작품을 찬찬히 보다 보면 브룸이 생각하는 조각의 본질이 무엇인지 느껴진다. 살찌고, 빠지는 것도 조각그의 독특한 작품세계는 단순한 계기에서 시작됐다. 1954년 오스트리아 브루크안데어무르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적부터 드로잉을 하곤 했다. 수사관이던 아버지는 브룸이 법조인이 되기를 원했지만 그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고교를 졸업할 때쯤 브룸은 잘츠부르크의 한 미대 회화과에 지원서를 냈다. 하지만 회화과는 브룸을 받아주지 않고 대신 조소과에 그를 넣었다. 조각의 ‘조’자도 모르던 그에겐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그의 마음속에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 “조각이 도대체 뭐길래.&rdqu
음원 유통·콘서트 기획 등 음악사업이 CJ ENM,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콘텐츠 기업들의 ‘실적 버팀목’으로 거듭나고 있다. 주력인 영화·드라마 부문이 제작비 인상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동안 K팝 열풍에 힘입어 음악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해서다.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J ENM의 지난 3분기 음악 부문 매출은 1405억원으로 1년 전(658억원)보다 113.5%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40억원으로 전년(109억원)보다 세 배 넘게 뛰었다. CJ ENM 매출(3분기 1조1785억원)의 11%를 차지하는 음악 부문에서 영업이익은 전체 합산(255억원)보다 더 많이 벌어들인 것이다.다른 부문의 수익성이 일제히 악화한 가운데 음악 부문이 버팀목이 됐다는 분석이다. CJ ENM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디어 부문은 3분기에 141억원의 적자를 냈다. 영상 콘텐츠 제작비가 큰 폭으로 오른 데다 미국 할리우드 제작 스튜디오 피프스시즌을 인수한 여파다. 홈쇼핑 등 커머스 부문도 소비심리 위축으로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78.8% 줄어든 57억원에 그쳤다. 1년 전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어난 건 음악 부문뿐이다.음악 사업이 성장한 건 자체 아티스트 발굴·육성 시스템을 통해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을 여럿 확보한 덕분이다. 몇 년 전만 해도 CJ ENM은 소속 아티스트 없이 음반 유통·제작사업만 했다. 하지만 2016년 ‘프로듀스 101’을 시작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자체 아티스트 IP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걸스플래닛999’, 댄서 경연 프로그램 ‘스트릿우먼파이터’ 시리즈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IP
“영화 ‘영웅’을 만들면서 두 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뮤지컬을 먼저 본 사람도 실망시키지 않을 것, 다른 나라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것. 쉽지 않은 목표였지만,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자부합니다.” 14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제균 영화감독(53·사진)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해운대’(2009)와 ‘국제시장’(2014)에 각각 1000만 명 넘는 관객을 끌어들이면서 ‘쌍천만 감독’이란 타이틀을 갖게 된 그는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웅’을 알리기 위해 이날 기자들을 만났다. 안중근 의사의 삶을 그린 이 작품은 윤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복귀작이다. 원작은 뮤지컬 ‘영웅’이다. 하지만 줄거리는 다소 다르다. 윤 감독은 “뮤지컬을 보면서 저의 마음이 가장 많이 움직인 대목은 안중근과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얘기였다”며 “그래서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할 때가 아니라 조 여사가 일본군에 붙잡힌 아들을 떠올리며 노래를 부를 때로 잡았다”고 했다. ‘영웅’은 그에게도, 한국 영화계에도 새로운 도전이다. 국내 관객에게는 생소한 ‘뮤지컬 영화’라는 점에서 그렇다. 게다가 배우들의 노래를 별도로 녹음하지 않고, 현장에서 라이브로 부른 걸 그대로 담았다. 윤 감독은 “뮤지컬을 본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라이브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재촬영의 연속이었다. 그는 “연기는 잘했는데 음정이 나가는가 하면, 노래는 좋았는데 연기가 아쉬운 사례가 허다했다”며 “연기와 노래 모두 만족스러울 때까지 반복하다 보니 한 장면을 30번 넘게 촬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야외 촬영 땐 멀리서 들려오는 자
현대미술의 살아있는 거장,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시 관람객을 동원한 예술가, 여성으로는 작품이 제일 비싸게 팔리는 작가….모두 구사마 야요이(93)를 가리키는 말이다. 아흔을 넘긴 고령의 예술가지만 미술계에서 그의 존재감은 여전히 확실하다. 최근 홍콩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구사마의 회화작품이 90억원에 팔렸다. 아시아 최대 시각예술 박물관인 ‘홍콩 M+ 뮤지엄’도 개관 1주년 기념 전시로 구사마의 대규모 회고전을 택할 만큼 인기가 뜨겁다.국내에서 이런 ‘스타 작가’ 구사마의 작품을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범계역 근처의 평화공원이다. 활짝 핀 빨간색 꽃 옆에 다섯 마리의 강아지가 활기차게 뛰놀고 있는 조각이 바로 그의 작품이다. 제목은 ‘헬로, 안양 위드 러브’(2007). 제2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의 일환으로 제작한 이 작품을 설치하기 위해 구사마는 안양을 여러 차례 찾았다고 한다.작품에서 눈에 띄는 건 꽃과 강아지를 뒤덮고 있는 동그란 물방울 모양 점무늬다. 하얀색, 노란색, 초록색…. 점무늬는 그의 정신병에서 시작했다. 1929년 전쟁통에 태어난 구사마는 어린 시절 군수공장에 강제 동원되면서 정신질환을 앓게 됐다. 부모님에게 학대까지 받으면서 결국 빨간색 점이 자신의 손과 온몸을 뒤덮는 것처럼 보이는 환각 증세를 보인다. 이후 점무늬는 구사마를 끊임없이 따라다니며 그를 괴롭혔다.점무늬는 구사마의 불우한 어린 시절의 결과였지만, 그는 거기에 굴복하지 않았다. 환각에서 본 점무늬를 예술로 승화한 것. 점무늬로 새겨진 형형색색의 호박부터 점으로 가득 찬 방까지. 그는 끝없이 증식하는 듯한 점
1923년 여름, 독일 중부의 소도시 바이마르에선 세계 디자인사에 남을 만한 기념비적 전시회가 열렸다. 디자인 전공생들이 만든 직물·장난감·가구·건축물 등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졸업도 안 한 학생들이 여는 전시인 데다 미완성 작품도 많았지만 전시회는 1만5000여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대성공을 거뒀다.‘근현대 건축·디자인의 요람’ 바우하우스의 전시회다. 1919년 독일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세운 바우하우스는 처음엔 공예 장인을 육성하기 위한 학교로 출발했다. 이후 교사로 임명된 모더니즘 예술가들은 점차 ‘산업과 예술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1923년 전시회는 바우하우스가 ‘예술과 기술의 조화’를 공식 선언한 자리였다.전시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다. 바우하우스 교사였던 요스트 슈미트(1893~1948)는 간결한 선과 면으로 포스터를 제작했다. 기본적인 조형 요소들과 타이포그래피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이 포스터처럼 바우하우스는 예술성과 실용성을 모두 아우르는 모던 디자인의 새 지평을 열었다.이선아 기자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은 외로움과 상처가 반드시 따르죠. 하지만 제가 장애인이라는 고통을 이겨내고 삶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그림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전하고 싶어요.”지난달 중외학술재단의 ‘2022 JW 아트 어워즈’ 대상을 수상한 청각장애인 양진영 작가(18·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인간의 고통스러운 삶을 상처받은 동물에 빗대 그린 작품 ‘기묘한 짐승들의 삶’으로 대상을 받았다.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나름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흑사병으로 고통받는 코끼리, 왕자병에 걸려 오만하게 행동하는 기린, 식물로 변해버린 사자….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작품 한가운데 있는 호랑이다. 강렬한 주황빛으로 그린 호랑이는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은 존재를 뜻한다. 양 작가는 “호랑이는 보통 인간에게 위협적인 동물로 여겨지지만, 이번 작품에선 거꾸로 사람들의 사냥으로 인해 상처받는 존재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JW 아트 어워즈 심사위원들은 그의 그림을 두고 “두꺼운 물감 표현과 다채로운 색감이 눈에 띈다” “동물을 통해 인간의 고독을 표현한 게 독특하다” 등으로 평가했다.동물이 겪고 있는 고통을 그리며 양 작가가 표현하고 싶었던 건 고뇌로 가득 찬 인간의 삶이다. 그 자신도 그랬다. 생후 15개월 때 장애 진단을 받은 양 작가는 처음엔 일반 초등학교에 다녔다. 하지만 청각장애가 있다 보니 생활이 쉽지 않았다. 의사소통이 어려워 친구들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특수학교인 에바다학교로 옮긴 뒤에도 지적
CJ ENM이 북미지역의 5대 동영상 무료 스트리밍 시장 유통망 확보 작업을 마무리했다.CJ ENM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서비스되는 콘텐츠 플랫폼 ‘투비’와 ‘로쿠’에 콘텐츠 공급을 시작했다고 13일 발표했다. 투비와 로쿠는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TV(FAST) 플랫폼이다. 월 구독료를 내야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의 일반적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달리, 광고를 보면 콘텐츠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구독료 부담이 없어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미국의 FAST 광고 시장은 2025년 60억달러(약 7조8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CJ ENM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미국 미디어그룹 폭스코퍼레이션이 운영하고 있는 투비에는 ‘K드라마’ 섹션을 만들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안에 CJ ENM 브랜드관을 별도 신설해 콘텐츠 제공 범위를 영화, 예능, K팝 콘텐츠로 넓힌다. 미국에서만 6300만여 명이 사용하는 로쿠에선 ‘어바웃 K콘텐츠 바이 CJ ENM’이라는 채널을 통해 인기 예능 ‘윤식당’, ‘환승연애’ 등을 매달 공개할 예정이다.이번 콘텐츠 공급으로 CJ ENM은 북미 ‘톱 5’ 무료 스트리밍 플랫폼에 모두 입점하게 됐다. CJ ENM은 지난해부터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플루토 티비’, NBC유니버설의 ‘피콕’, ‘삼성TV 플러스’ 등을 통해 북미에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CJ ENM은 유료 구독 스트리밍 시장에서도 유통 채널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애플TV 내에 ‘CJ ENM 셀렉츠’라는 채널을 출시했다. 월 4.99달러의 비용을 내면 북
인공지능(AI)이 그린 그림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단순히 ‘AI 그림’을 예술로 봐야 하느냐는 차원을 넘어 이제는 AI가 화가들의 일자리를 없앨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AI가 세계 미술계의 ‘핫 이슈’가 된 건 클릭 한 번으로 텍스트나 사진을 그림으로 바꿔주는 서비스가 상용화된 여파다.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은 누구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미술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AI가 무단으로 작품 훔쳐 써”12일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CNN 등에 따르면 사진·비디오 편집 앱 렌사(Lensa)는 최근 신규 서비스 ‘매직 아바타’를 내놨다. 매직 아바타는 인물 사진을 여러 가지 스타일의 그림으로 바꿔주는 유료 서비스다. 일정 비용을 낸 뒤 사진 10~20장을 올리면 20분 뒤 수채화, 만화 등 다양한 스타일의 그림이 나온다.매직 아바타 덕분에 렌사는 지난달 말 출시 이후 SNS를 휩쓸고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매직 아바타가 만든 이미지를 올린 포스트가 수백만 건 올랐다. 매직 아바타 서비스 출시 직후 렌사는 미국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매직 아바타의 핵심 경쟁력은 ‘스테이블 디퓨전’이란 이름의 AI 알고리즘이다. 미국 스타트업 스태빌리티AI가 개발한 이 알고리즘은 인터넷에서 수십억 개의 이미지와 텍스트를 스크랩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재창출한다. WP는 “매직 아바타는 사용자들이 머릿속에 갖고 있는 이미지를 시각화해주고, 예술가들이 그리거나 쓰고 싶은 것들을 개념화하는 것도 돕는다”고 설명했다.문제는 저작권이다. 예술가들은 렌사의 AI 알
샤넬, 루이비통, 디올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서울 청담동 명품거리. 이곳을 걷다 보면 난데없이 유리창 너머로 낡은 여행가방들이 보인다. 주변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1950~1960년대 빈티지 트렁크 가방들이 천장에 매달린 채 서로 붙어 있다. 전시장 안은 더 특이하다. ‘윙윙’거리는 벌 소리가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여행가방을 관통하고 있는 거대한 철제 관 안에는 가상세계를 연상시키는 사이버틱한 푸른빛이 흐른다. 미디어 아티스트 차민영 작가(45)가 장디자인아트에 설치한 ‘수트케이스 체인’(2022)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사람, 데이터, 사물 등이 모두 연결되는 ‘초연결사회’를 시각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다. 서로 붙어 있는 여행가방들은 하나로 연결된 우리 자신을 뜻한다. 디지털 사회에선 내가 한 행동이 자신도 모르는 새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하나의 관으로 연결된 여행가방처럼 서로 붙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가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전시장 안에 울려 퍼지는 벌 소리는 어린 시절 벌에 쏘인 경험이 있는 차 작가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그는 이 벌 소리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사회에서 내가 도태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작품에 담았다. 관람객들은 여행가방 안을 들여다보며 작가의 메시지를 시·청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차 작가의 작품은 직관적이다. 많은 미디어아트 작품이 ‘난해하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의 작품은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깨닫도록 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을 ‘셔레이더(Charader): 전달자’로 정한 이유도 그래서다. 전시를 기획한 장혜순 장디자인아트 대표
31년차 발라드 가수 장혜진(57·사진)이 우울증에 걸린 것은 2년 전이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연과 뮤지컬이 모두 취소되면서다. 꽉 차 있던 일정이 한꺼번에 사라져버렸다.무력감과 우울감으로 예전 사진들을 훑어보다가 문득 2016년 방문한 미국 자이언캐니언이 눈에 들어왔다. 황량하고 메마른 거대한 바위산, 그 속에서도 생명을 꽃 피우는 동식물을 보고 있노라니 위로가 됐다.그래서 그는 붓을 들었다. ‘미술 선생님’은 유튜브였다. 장혜진은 최근 그의 개인전 ‘소요인상-FLOW(플로우)’를 연 서울 논현동 갤러리치로에서 기자와 만나 “코로나19 전까진 틈틈이 색연필로 그림을 그렸지만 제대로 미술 정규교육을 받은 적은 없었다”며 “유튜브를 보면서 화구를 사는 법부터 색을 칠하는 법, 유화·수채화 그리는 법 등을 하나하나 익혔다”고 했다.정식으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아웃사이더’의 시각은 오히려 강점이 됐다. 그는 자신이 본 자이언캐니언의 풍경을 다양한 색깔로 새롭게 해석했다. “언뜻 보면 자이언캐니언은 죽어 있는 바위산 같아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 다양한 생명이 살고 있죠. 그게 제게는 다양한 색깔로 느껴졌어요. 노랑, 빨강, 보라, 주황…. 다채로운 색깔을 통해 자이언캐니언이 좀 더 생동감 넘치고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죠.”자이언캐니언 그림은 첫 개인전을 여는 계기가 됐다. 평소 알고 지내던 이정권 갤러리치로 대표는 그의 그림을 보고 당장 전시회를 열자고 했다. “이 대표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느냐’며 깜짝 놀라더라고요. 나중에 미술계 사람들이 전시에 와서
“넬라 판타지~아. 요 베도 운 문도 주스또~(Nella fantasia io vedo un mondo giusto)”지난 3일 서울 화곡동 KBS아레나. 세라 브라이트먼의 청명한 고음이 울려퍼지자 객석에선 나지막한 탄성이 터졌다. 음계 하나하나를 짚는 듯한 섬세한 목소리에 일부 관객은 눈을 감았다. 노래 제목 그대로 ‘환상 속으로(넬라 판타지아)’ 빠져드는 듯했다.‘팝페라의 여왕’ 브라이트먼(사진)이 ‘크리스마스 심포니’ 공연으로 한국을 찾았다. 2016년 내한공연 이후 6년 만이다. 3옥타브가 넘는 음역대를 가진 브라이트먼은 클래식과 팝, 오페라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세계적인 크로스오버 가수다.두 시간 동안 이어진 이날 공연은 마치 여러 편의 짧은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다채로웠다. 브라이트먼은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Ave Maria)’로 1부 공연을 열었다. 이후 히트곡인 ‘넬라 판타지아’부터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네슨 도르마(Nessun Dorma)’, 팝그룹 아바의 ‘어라이벌(Arrival)’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을 소화했다. 2부에서는 ‘캐럴 오브 더 벨스(Carol of the Bells)’ 등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캐럴로 공연을 채웠다.총 20여 곡을 부르는 동안 브라이트먼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었다. 62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맑은 목소리로 완벽하게 고음을 소화했다. 팝이나 가곡을 부를 땐 청아한 미성이 돋보였고, 오페라를 부를 땐 풍부한 음색을 구사했다.이태원 참사 추모를 위한 곡 ‘자비하신 예수님(Pie Jesu)’도 별도로 준비했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으로 유명한 뮤지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나에게는 세상 그 어떤 것도 디자인이 아닌 게 없다. 디자인은 인간이 만든 창조물의 본질이다.”애플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스티브 잡스는 디자인을 이렇게 정의했다. 디자인은 단순히 커튼·소파의 표면이나 인테리어 장식 등 ‘겉치장’이 아니다.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활동이다.로봇, 메타버스 등 미래 신기술도 결국 디자인이 핵심이다. <디자인교육이 꿈꾸는 미래>는 코로나를 기점으로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진 ‘뉴노멀 시대’에 디자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모색한다. 김효정 이화여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전공 교수, 김태선 한양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가 함께 썼다.저자들은 ‘불확실성의 시대’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면 틀에 박힌 사고가 아니라 창의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때 필요한 게 ‘디자인 사고’다. 디자이너들은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사안을 분석하면서도 직관적인 통찰을 통해 문제를 바라본다. 기술적·사업적 타당성을 따지는 동시에 시각적 아름다움을 고민한다.휴머노이드 로봇이 대표적인 예다. 과거 엔지니어들은 ‘어떻게 로봇이 인간을 잘 인식하도록 할 것인지’만 따졌다. 하지만 ‘불쾌한 골짜기(인간과 닮은 로봇을 볼 때 호감도가 높아지지만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끼는 것)’ 이론을 적용해 ‘인간이 어떻게 로봇을 잘 받아들이게 할 것인지’까지 고민하는 게 디자이너의 역할이다.책은 디자인 사고가 무엇인지부터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미래 기술을 활용한 디자인 교육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까지 다룬다. 미술·디자인 교사나
“교황님께서 최근 이태원 참사 소식을 듣고 ‘디지털 강국인 한국에서 어떻게 저개발국가에서 일어날 만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느냐’며 많이 놀라셨어요. 매우 슬프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유흥식 추기경(71·사진)은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를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유 추기경은 한국 천주교 역사상 네 번째 추기경이다. 올 8월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추기경은 가톨릭교회 교계제도에서 교황 다음으로 큰 권위와 명예를 가진 자리다. 지난해부터는 전 세계 모든 성직자와 신학생을 관장하는 교황청 성직자부의 장관도 맡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유 추기경이 바티칸 입성 후 1년4개월 만에 휴가차 한국을 방문하면서 마련됐다.유 추기경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위로로 간담회를 시작했다. 그는 “‘(관계자들이) 각자 임무를 다했다면 이렇게까지 큰 참사로 이어지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다음에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합당한 사후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올해 그는 개인적으로 “모험이 지속되는 나날들”을 보냈다고 했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을 맡으면서 두렵고, 떨리고,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이 났어요. 그래서 교황님께 ‘도대체 제게 무엇을 원하시느냐’고 물어봤는데 딱 한 마디만 하시더군요. ‘십자가’. 어려운 길이 하나님이 원하는 나의 길이라고 생각하고 걷되, 아니라면 빨리 제가 알아채고 바뀔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는 거죠.”교황의 방북 가능성
임대기 제일기획 고문(66·사진)이 40여 년간 광고산업 세계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은탑산업훈장을 받는다.문화체육관광부는 광고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유공자 16명을 선정해 정부 포상을 수여한다고 1일 밝혔다. 최고 수훈인 은탑산업훈장은 임 고문이 받는다. 임 고문은 40년 넘게 광고·홍보 분야에 종사하면서 국내 광고산업 성장과 세계화에 기여했으며 고객 데이터 기반 디지털 광고, 전자상거래 콘텐츠 사업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일기획 대표로 재직하며 제작한 캠페인들도 국제광고제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산업포장은 김정아 이노션 전무가 받는다. 김 전무는 현대자동차의 ‘조용한 택시’, 한화그룹의 ‘클린업 메콩’ 등 국내 대기업의 브랜드 캠페인을 총괄했다. 기업의 사회적·공익적 가치를 광고를 통해 잘 표현했다는 평가다.강도원 인컴이즈 대표, 유광석 리서치애드 대표, 유재원 사진가는 대통령 표창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이선아 기자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28)이 세계적 미술전문매체가 선정한 ‘아트 이노베이터(혁신가)’ 35인에 포함됐다. 미술전문매체 아트넷뉴스는 지난달 30일 ‘2022 아트 이노베이터 35인’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아트넷은 미술시장 발전을 위해 파괴적인 혁신을 시도한 예술가, 큐레이터, 딜러, 투자자 등을 중심으로 아트 이노베이터를 선정한다. RM은 투자자(Investors) 부문 혁신가로 뽑혔다. 아트넷은 “RM이 소셜미디어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미술 후원가로서 많은 BTS 팬이 다양한 종류의 전시를 방문하도록 영감을 줬다”고 소개했다.RM은 세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의 최고경영자(CEO) 노아 호로위츠, 홍콩의 억만장자 컬렉터인 에이드리언 청 뉴월드개발 CEO 등 미술계 유명 인사들과 함께 명단에 올라 어깨를 나란히 했다. 1994년생인 RM은 ‘미술 애호가’로 익히 알려졌다. 김환기 윤형근 박수근 김창열 등 국내 대표 작가의 작품을 구입했고, 틈날 때마다 전시장을 찾는 등 미술에 애정을 보였다. 그가 왔다 간 전시장에는 방문객이 크게 늘어나기도 했다.이선아 기자
노란 패딩을 입은 채 쇼핑백을 들고 가는 남자, 캡 모자를 눌러쓴 채 테니스 라켓이 들어있는 백팩을 메고 걸어가는 여자….일러스트레이터 김정윤(35)의 작품 속 인물을 보다 보면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평범한 차림새의 인물들은 나름의 사연을 갖고 어디론가 걷고 있다.김 작가의 개인전 '리:플레이(Re:play)'가 서울 한남동 알부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그는 작품을 통해 '자기 자신'을 보여준다. 청춘의 어느 시기를 지나고 있는 인물을 통해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담는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마치 '자기 고백'과도 같다.그는 이번 개인전을 두고 마치 '긴 일기를 내 보이는 듯하다'고 했다. 수많은 경험을 거치며 겪었던 감정들, 여러 여행지에서 각인된 풍경들을 김 작가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재구성했다.전시 제목을 '리플레이'로 정한 것도 그래서다. 이번 전시는 지금까지 기록해온 김 작가의 그림 여정을 다시금 새기는 자리다. 다수의 신작을 포함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협업 작업, 원화 등도 공개된다. 전시는 31일까지 이어진다.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12월은 미술 전시의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힌다. 사람들의 문화생활이 화려한 공연이나 영화에 집중되고, 갤러리들은 내년 전시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조금 다르다. 수년간 볼 수 없었던 국내 유명 작가들의 개인전이 서울 삼청동 거리를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만들고 있다.한국이 낳은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 탄생 90주년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백남준 전시, 이중섭 등 거장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이건희 컬렉션 전시도 여전히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명작을 마주하며 지난 1년을 되돌아보고 담담하게 내년을 준비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선 이기봉 작가(65)의 개인전 ‘웨어 유 스탠드(당신이 서 있는 곳)’가 열리고 있다. 2012년 아르코미술관 전시 이후 꼭 10년 만에 열리는 이 작가의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선 안개가 낀 듯한 몽환적인 풍경화 50여 점을 선보였다. 캔버스 위에 풍경을 그린 뒤 폴리에스테르 천을 씌운 것. 인간이 세상을 인지할 때 언어, 감각 등 ‘막’을 통해서만 어렴풋이 인식한다는 것을 표현했다. 전시는 이달 31일까지 이어진다.세계적 설치미술가 강익중 작가(62)도 12년 만에 국내 개인전으로 돌아왔다. 삼청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개인전(사진) ‘달이 뜬다’에서 그는 ‘달항아리’를 화폭에 담았다. 달항아리는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만든 뒤 붙인다. 강 작가는 이를 통해 달항아리를 ‘연결’ ‘소통’의 매개체로 사용했다. 전시는 이달 11일까지다. 갤러리현대는 전시 준비기간을 거쳐 21일부터 박민준 작가(51)의 전시를 연다. 서양 고전풍
에너지는 폭발적이었고, 무대매너는 노련했다. 하지만 공연의 핵심인 라이브 실력은 아슬아슬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미국 팝 밴드 마룬파이브(마룬5)의 내한공연에 대한 평가다. 마룬파이브는 한국을 자주 찾는 해외 가수다. 이번이 여섯 번째 내한공연이다. 2019년 2월 고척스카이돔 공연 이후 약 3년 9개월 만에 같은 곳에서 공연을 열었다. 이날 영하 5도를 밑도는 한파에도 고척스카이돔은 마룬파이브를 보기 위한 관객들 2만2000명으로 가득 찼다. '내한 단골' 가수인 만큼 관객들의 '떼창'을 여유롭게 이끌어냈다. 검정색 가죽자켓을 입고 등장한 마룬파이브 보컬 애덤 리바인은 락 버전으로 편곡한 '무브스 라이크 재거(Moves Like Jagger)'로 공연을 열었다. 다음곡 '디스 러브(This Love)'에서는 자켓을 벗어던지고 관중석에 가까이 다가서서 노래했다. 허밍 부분에선 손짓하면서 관객들이 노래를 따라부르도록 유도했다. 리바인은 첫 곡부터 '스테레오 하츠(Stereo Hearts)', '원 모어 나잇(One more night)', '애니멀스(Animals)' 등 히트곡 10곡을 쉼 없이 불렀다. '하더 투 브리드(Harder To Breathe)'까지 부른 뒤에는 무대 앞으로 나와 관객들에게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리바인은 "당신들이 우리와 함께 노래 부를 때가 너무 좋다"며 한국 팬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뒷편에 있는 관객들을 직접 보기 위해 무대 스태프들에게 조명을 환하게 켜달라고 하기도 했다. 관객들도 별 모양 응원봉을 흔들면서 화답했다. 라이브 실력은 아쉬움을 남겼다. 리바인의 날카롭고 얇은
전통 가면극 ‘한국 탈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됐다. 유네스코는 30일 모로코 라바트에서 열린 제17차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정부간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 회의에서 한국 탈춤을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 올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양주별산대놀이 △북청사자놀음 △하회별신굿탈놀이 등 13개 국가무형문화재와 △강원 속초사자놀이 △경기 퇴계원산대놀이 △경북 예천청단놀음 등 5개 시·도무형문화재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됐다.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11월 초 한국 탈춤에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다. 당시 평가기구는 한국 정부가 제출한 신청서를 모범 사례로 선정하며 “탈춤의 사회적 기능과 문화적 의미를 명확하게 설명했다”고 평가했다.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되면 해당 국가가 유산을 제대로 관리하기 어려울 경우 유네스코로부터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한국 탈춤은 연극 무용 음악이 모두 들어있는 종합예술이다. 사회 부조리라는 어려운 주제를 춤, 노래, 말, 동작을 통해 재치 있게 풍자한다. 과장된 연기로 관객의 동조와 야유를 이끌어내고, 이를 공연의 한 부분으로 사용하는 것도 탈춤의 특징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탈춤이 강조하는 보편적 평등의 가치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 있는 주제라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고 말했다.이로써 한국은 22개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한국은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을 시작으로 △판소리 △강릉단오제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등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2020년 불교 행사 연등회
물총새 깃털처럼 은은하고 맑은 비취색. 고려인들은 청자의 색을 ‘비색(翡色)’이라고 일컬었다. 당시 중국인들은 청자의 색을 ‘황제만 쓸 수 있는 비밀스러운 색깔’이라는 뜻의 ‘비색(秘色)’으로 불렀다. 고려인들이 ‘숨길 비(秘)’ 대신 ‘물총새 비(翡)’를 쓴 건 청자의 원조인 중국보다 오묘하고 청명한 색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했다. 실제 그런 평가를 받았다. ‘고려도경’에서 “고려의 기술은 송나라에 미치지 못한다”고 한 수 아래로 내려다본 송나라 사신 서긍도 고려청자의 비색만큼은 극찬했다.이런 고려 비색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전시가 찾아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이 3층 상설 도자공예실을 개편하면서 새로 단장한 청자실을 공개한 것. 청자실이 새 집을 얻은 건 9년 만이다. 작년 2월 개관한 분청사기·백자실과 연결해 한국 도자 역사를 한꺼번에 관람할 수 있도록 꾸몄다. 비 갠 뒤 하늘 아래에서 보는 청자새로운 청자실에는 국보 12점, 보물 12점을 포함해 총 250여 점의 고려청자가 전시됐다. 하이라이트는 전체 전시장 면적(136㎡)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몰입형 전시장 ‘고려비색’이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청자실에서도 특별히 더 어두운 곳이다. 프랑스 미디어 아티스트 다니엘 카펠리앙이 작곡한 음악 ‘블루 셀라돈’이 잔잔하게 흐르고, 그 속에서 자연광에 가까운 조명이 국보 5점, 보물 3점을 비롯한 ‘상형청자’(식물·동물의 모습을 본떠 만든 청자) 18점을 비추고 있다.관람객들이 온전히 상형청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을 어둡게 하고, 자연광에 가까운 조명을 달았다. 전시
“바다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의 총체다. 세상이 나를 알기 전부터 나는 바다를 사랑했다.”할리우드 거장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어릴 적 꿈은 영화감독이 아니라 해양생물학자였다.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어린 캐머런은 푹 빠졌다. 훗날 영화감독으로 방향을 튼 그는 ‘어릴 적 꿈’을 영화로 풀어냈다.그렇게 나온 영화가 ‘어비스’(심연·1989년)다. 학창 시절 구상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600m 해저에 침몰한 미군 잠수함과 심연 속 미지의 존재를 다룬 공상과학(SF) 스릴러 영화다. 캐머런 감독은 이후 영화 ‘타이타닉’을 만들 때는 직접 잠수함을 타고 대서양에 수장된 타이타닉호를 관찰하기도 했다.그는 다음달 14일 국내 개봉하는 ‘아바타 2’에도 물을 입혔다. 역대 흥행 1위인 전편이 나온 지 13년 만에 선보이는 후속작에 ‘물의 길’이란 부제를 붙였다. 스펙터클한 수중 장면이 나오는 이 영화에 대해 캐머런 감독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았다”고 했다.그래서 영화계에선 이런 얘기를 한다. 캐머런 감독이 물을 배경으로 만든 아바타2를 제대로 즐기려면 다큐멘터리 ‘딥씨 챌린지’(사진)를 먼저 봐야 한다고. 2014년 개봉한 이 다큐멘터리는 영화감독이 아니라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소속된 ‘해양 탐험가’ 캐머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최종 목적지는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딥’. 지구에서 가장 깊은 곳(수심 11㎞)이다. 에베레스트산 위에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네 개 올린 것보다도 깊다. 그는 7년 동안 챌린저 딥에 도달할 수 있는 1인 잠수정을 만든다.말 그대로 ‘목숨을 건
세련된 외관의 미술관, 그 안의 하얀 벽면을 가득 채운 그림과 조각품들…. 2년마다 열리는 미술축제인 ‘비엔날레’의 이미지는 대개 이렇다. 개최국이 어디든, 언제 열리든, 미술 애호가들은 비엔날레란 단어를 들으면 ‘화이트 큐브’로 불리는 실내 전시회를 떠올린다. 짧아도 2개월, 길면 7~8개월씩 열리는 비엔날레의 특성상 야외에 전시하면 비와 바람에 작품이 훼손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지난 16일 개막한 제주비엔날레는 이런 상식을 깼다.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뿐 아니라 가파도, 삼성혈(三姓穴) 등 제주 곳곳에 위성전시관을 두고 ‘자연과 예술이 함께 호흡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전시해서다. 제주의 비바람으로부터 작품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노출함으로써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역발상이다. 올해 비엔날레의 주제는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 예술을 통해 흐르는 자연의 시간을 담고, 인간과 자연의 간극을 좁히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날씨 따라 변하는 작품이번 제주비엔날레는 2017년 1회 개최 후 5년 만에 열렸다. 이름대로 2년마다 열어야 했지만, 부실 운영 논란과 내부 갈등,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존폐 위기에 몰렸다. 그래서 미술계는 올해 비엔날레에 주목했다. 전시가 별 볼 일 없으면, 다음 제주비엔날레는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이번 비엔날레의 작품성과 흥행성이 떨어지면 곧바로 ‘인공호흡기’가 떼어질 수 있다는 의미였다. 박남희 예술감독은 그 해법을 ‘자연과의 공생’에서 찾았다. 제주에서 만난 박 감독은 “인간이 아니라 자연의 시각으로 본 제주의 신화, 문화, 역
박찬욱 감독(사진)의 영화 인생 30년이 담긴 책이 만들어진다. 25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 따르면 박 감독의 데뷔 30주년 기념 도서 <마침내, 박찬욱>은 목표 금액 6500만원을 초과 달성해 다음달 제작될 예정이다.약 600페이지 분량의 책에는 박 감독이 연출한 장·단편 영화부터 기획, 제작, 각본 등 작업에 참여한 모든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의 인터뷰,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은 제75회 칸국제영화제 현장 등도 만나볼 수 있다. 단행본 제작에는 ‘헤어질 결심’의 박해일·탕웨이,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 등 박 감독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뿐 아니라 국내외 유명 인사들도 참여했다.박 감독을 비롯해 ‘아가씨’의 히데코와 숙희, ‘헤어질 결심’의 해준과 서래 등 영화 속 등장인물 10명을 재현한 피규어, 대표작 10편의 공간을 입체 슬라이드로 구현한 ‘디오라마 씨어터’ 등 굿즈도 함께 제작, 판매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2022 충무로영화제-감독주간’이 기획을, 영화엔터테인먼트미디어 더 스크린이 제작을 맡았다.이선아 기자
브뤼헐 가문은 16~17세기 플랑드르 지역(현 네덜란드)의 유명한 화가 가문이었다. 피터르 브뤼헐 1세는 농민의 삶을 그린 풍속화로 북유럽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가 됐고, 그의 차남인 얀 브뤼헐 1세는 정물화로 이름을 날렸다.얀 브뤼헐 1세의 장남으로 태어난 얀 브뤼헐 2세(1601~1678)도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공방에서 지내며 일찌감치 ‘화가 교육’을 받았다. 그는 초기엔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작품을 모방하다가 점차 수채화에 가까운 자신만의 화법을 구축했다. 1626년 이후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는 얀 브뤼헐 2세의 화법이 드러난 작품이다.전경의 두 모자(母子)는 선명하게, 원경의 풍경은 옅게 그리는 식으로 대비를 이뤘다.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둘러싸고 있는 꽃과 수풀은 그가 ‘꽃 브뤼헐’로 불리는 아버지를 닮아 꽃 정물화에 능했다는 것을 보여준다.얀 브뤼헐 2세는 할아버지나 아버지만큼 이름을 알리진 못했지만 꽤 성공한 화가의 인생을 보냈다. ‘바로크 미술의 대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가 활동했던 예술인 협회 세인트 루크 길드의 조합장이었고, 1651년부터는 오스트리아 황실의 의뢰를 받아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이선아 기자
기자를 구독하려면
로그인하세요.
이선아 기자를 더 이상
구독하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