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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아 기자
    이선아 기자 유통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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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과 대중문화를 다룹니다. 정확하게, 재밌게, 깊게 쓰겠습니다.

  • 영화관에서 클라이밍 해봤니?

    서울 종로3가역과 구로역에는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에 편한 운동복 차림의 ‘클라이머’들이 속속 등장한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영화관. CGV가 영화 상영관을 개조해 만든 실내 스포츠 클라이밍장인 ‘피커스’에 가기 위해서다. 피커스는 ‘정상(peak)을 오르는 사람들’이란 뜻이다.영화관과 클라이밍장의 만남은 생소하게 느껴진다. CGV는 둘의 연결고리를 ‘층고’에서 찾았다. 영화관 상영관이 일반 매장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이용해 상영관의 한쪽 벽면에 클라이밍 홀드(인공암벽)를 설치했다. CGV는 이런 방식으로 올해 초 서울 돈의동 CGV피카디리1958에 300여 석 규모의 상영관을 허물고 피커스 1호점(피커스 종로)을 열었다. 이달에는 서울 구로동 CGV구로에 2호점(피커스 구로)을 냈다.피커스에선 높이 4~5m의 볼더링을 즐길 수 있다. 볼더링은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같은 색깔의 홀드만 밟으며 가장 높은 곳까지 이르는 종목이다. 난이도에 따라 8개 코스로 나뉜다. 쉬운 코스는 초보자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다.피커스는 어느 새 ‘클라이머들의 성지’가 됐다. 피커스 구로의 월평균 이용객은 3000명에 달한다. 일반 클라이밍장에 없는 피커스만의 장점이 ‘매력 포인트’가 됐다. 우선 영화관이 지하철역과 바로 연결돼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영화 상영관이 바로 옆에 있어 영화 관람 전후로 틈틈이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CGV 관계자는 “영화를 보러 온 사람이 대기시간 동안 클라이밍을 즐기고, 클라이밍을 하러 온 사람이 영화를 관람하기도 한다”며 “이용객 연령대가 높았던 CGV피카디리1958에선 피커스를 만든 후 젊

    2022.11.24 18:02
  • "캔버스 아래를 비워둔 이유…뿌리에 대한 無知 표현했죠"

    네모난 캔버스 안에 크기가 제각각인 사각형이 여러 개 있다. 검은색, 회색, 분홍색의 물감으로 그려낸 사각형을 들여다보면 투박한 붓질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서로 이어지지 않는 부분도 있고, 미처 마르지 못한 물감이 흘러내린 자국도 그대로 남아있다. 이 알쏭달쏭한 그림을 떠받치고 있는 건 캔버스 하단에 있는 20~25㎝ 높이의 ‘빈 공간’이다.이 그림을 그린 마거릿 리(42)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다. 그는 최근 서울 창성동 리안갤러리에서 기자와 만나 “내 ‘그라운드(기반)’이자 뿌리인 한국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여백’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했다. 마거릿은 1980년 뉴욕에서 태어난 이후 그곳을 떠난 적이 없다. 그래서 그에게 ‘부모님의 나라’인 한국은 항상 ‘미지의 세계’였다. 마거릿은 “부모님으로부터 1960~1970년대 한국의 모습이 어땠는지 종종 들긴 했지만, 한국에 직접 살아본 적이 없어서 이곳의 현대 미술이 어떤지 항상 궁금했다”고 말했다.그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여는 전시 ‘잇 푸시스 백(IT PUSHES BACK)’에서 선보인 신작의 밑부분이 비워져 있다는 건 그래서다. 마거릿은 캔버스 밑을 젯소칠(캔버스에 물감이 잘 발색되도록 하는 흰 바탕칠)만 한 채 비워뒀다. 정체성의 근간인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자신을 빈 공간으로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비해 캔버스의 윗부분은 그가 잘 알고 있는 뉴욕의 모습으로 채웠다. 아파트 안이나 지하철에서 네모난 창문을 통해 본 뉴욕 풍경의 잔상을 사각형으로 추상화했다.캔버스를 그림으로만 채우는 작업은 평범해 보이지만, 그에겐 ‘도전’이었다. 마거릿은 원래 캔버

    2022.11.22 18:18
  •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얽혀있는 '인간지네'

    지난 7월 국내 트위터 사용자 사이에서 난데없는 ‘기괴한 조형물 배틀’이 벌어졌다. 어떤 조형물이 가장 희한하게 생겼는지 마치 대결이라도 하듯,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작품 사진이 잇따라 올라왔다.이때 가장 주목받은 작품이 서도호(60·사진)의 ‘카르마(karma)’다.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입구에 있는 이 작품 사진은 1만 번 넘게 ‘리트윗(퍼가기)’됐다.높이 7m가 넘는 이 조각은 동서남북 방향으로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4명의 사람 위로 수많은 사람이 쪼그려 앉은 모습을 형상화했다. 어깨 위에 올라탄 사람은 밑에 있는 사람의 눈을 두 손으로 가리고 있다. 거대한 ‘인간 띠’는 기괴하기 짝이 없다. 일본 공포만화에서 나오는 ‘인간지네’란 별명은 이래서 붙었다.하지만 이 작품에는 상당한 철학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현재의 삶은 과거의 수많은 행동과 연관돼 있다’는 동양적인 사고를 시각화했다는 설명이다. 작품 제목인 ‘카르마’는 산스크리트어로 ‘업보’라는 뜻이다. 목말을 타고 있는 사람들은 ‘수많은 과거 속의 나’다. 과거에 어떤 행동을 했는지에 따라 현재와 미래의 나는 열매를 맺기도 하고, 벌을 받기도 한다. 이른바 인과응보다. 눈을 가린 건 한 치 앞의 미래조차 내다볼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뜻한다.그래서일까. 서도호는 미술계에서 ‘공간에 시간을 담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 리움미술관에서 선보인 작품도 그랬다. 당시 백남준 등 작고한 거목들의 전시만 열었던 리움미술관은 이례적으로 ‘젊은’ 서도호의 단독 개인전 ‘집 속의 집’을 열었다. 그는 얇고 반투명한

    2022.11.20 18:22
  • [합스부르크, 매혹의 걸작들] 황금술잔에 담긴 그리스신화 비극

    여인의 팔에서 나뭇가지가 돋아난다. 머리카락은 나뭇잎으로 바뀐다. 그녀는 두 다리가 땅에 박힌 채 나무가 되고 있다. 그 옆에선 한 남자가 여인을 향해 다급하게 손을 뻗고 있다.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수집품에는 이런 장면이 새겨진 ‘황금 술잔’도 있다. 그 기이한 모습이 잔에 박혀 있는 루비, 에메랄드, 토파즈, 다이아몬드 등과 어우러져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금 세공인이자 판화가인 요한 안드레아스 텔로트는 17세기 말 이 잔을 만들면서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아폴로와 다프네의 비극적 이야기를 부조로 새겨넣었다. 신화에 따르면 태양신 아폴로는 큐피드의 황금 화살에 맞아 님프 다프네에게 한눈에 반한다. 하지만 상대방을 싫어하게 만드는 큐피드의 납 화살에 맞은 다프네는 아폴로를 피해 달아난다. 아폴로가 다프네를 따라잡은 순간, 다프네의 아버지 페네오스는 딸을 보호하기 위해 그녀를 월계수 나무로 만들어버린다.정교하게 새겨진 신화 속 한 장면은 호화로운 잔의 품격을 한층 높인다. 술잔 뚜껑에는 아폴로가 다프네를 짝사랑하기 이전의 모습도 함께 조각돼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이선아 기자

    2022.11.20 17:51
  • [합스부르크, 매혹의 걸작들] 바로크 미술 大家의 제자, 코르넬리스 데 포스가 그린 '기름 부음을 받는 솔로몬'

    바로크 양식 건축물에서는 나뭇잎 무늬로 장식한 나선형 수직 기둥을 자주 볼 수 있다. 구약성경에서 솔로몬이 세운 예루살렘 성전 앞의 기둥을 본떠 만든 ‘솔로몬의 기둥’이다. 바로크 건축의 거장으로 꼽히는 잔 로렌초 베르니니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을 솔로몬의 기둥으로 꾸몄다.코르넬리스 데 포스(1584~1651)가 1630년께 그린 ‘기름 부음을 받는 솔로몬’에서도 바로크 건축물의 상징인 솔로몬의 기둥을 볼 수 있다. 그림 속에서 솔로몬은 왕위 계승 의식인 ‘기름 부음’을 받고 있다. 그는 다윗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 왕이 됐다. 뒷배경에 있는 나선형 기둥은 기름 부음을 받는 사람이 솔로몬이라는 것을 알려준다.그림을 그린 초상화가 데 포스는 바로크 미술의 대가인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제자였다. 그의 작품 곳곳에는 루벤스의 화풍이 녹아 있다. 이 그림 역시 18세기까지는 루벤스의 작품으로 여겨졌다.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이선아 기자

    2022.11.18 18:28
  • [책마을] 치매환자에게 "오늘 뭐 드셨어요?"라고 묻지 마세요

    “오늘 점심에 뭐 드셨어요?” “지금 몇 시예요?” “이 블라우스 새로 사셨어요?”일상 속에서 상대방에게 흔하게 건네는 질문들이지만, 이런 질문을 쉽게 해서는 안 되는 대상이 있다. 바로 치매 환자들이다. 치매 환자의 기억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특정한 대답을 요구하는 이런 질문은 환자들에게 압박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질문 폭탄’보다는 “블라우스가 참 예쁘네요”처럼 환자가 어떤 대답이라도 할 수 있는 말로 대화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치매의 모든 것>은 이처럼 치매 환자를 가족이나 지인으로 둔 사람들을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치매의 종류부터 증상, 원인, 진행 단계 등 기본적인 정보뿐 아니라 치매 환자와의 대화법, 문제 행동 대처법, 간병 가족이 기운을 잃지 않는 법 등 유용한 팁도 들어있다. 치매를 위한 ‘종합 안내서’인 셈이다.책은 네덜란드의 유명 임상심리학자인 휘프 바위선이 썼다. 그는 40년 가까이 치매 환자를 가까이서 지켜봐왔다. 그가 열다섯 살 때 외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후 아버지·어머니·막내 이모도 잇따라 치매 환자가 됐다.오랜 시간 치매 환자를 돌보며 저자가 마침내 찾아낸 것은 ‘치매에 걸려도 잃지 않는 것’이다. 치매에 걸리더라도 사람의 감정, 바람, 욕망은 아주 늦게까지 유지된다. 치매는 뇌의 바깥 부위인 대뇌피질이 망가지면서 생기는데, 감정을 관할하는 부분은 이보다 더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저자는 “심장은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며 “사라지지 않는 이런 능력이야말로 우리가 치매 환자를 대할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지

    2022.11.18 17:26
  • [합스부르크, 매혹의 걸작들] 대리석 조각상 헤라클레스, 신성로마제국 카를 5세 닮았네

    로마의 대표적 유적지인 카라칼라 목욕탕에서 높이 3m가 넘는 거대한 석재 조각상이 1540년께 발굴됐다. 그리스신화 영웅 헤라클레스를 본떠 서기 216년에 만들어진 이 조각상은 파르네세 가문 출신 교황 바오로 3세가 매입하면서 ‘파르네세의 헤라클레스’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사자 가죽이 걸려 있는 기둥에 기대어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파르네세의 헤라클레스는 당시 큰 인기를 끌며 다양한 방식으로 복제됐다.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의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특별전에서 볼 수 있는 대리석 조각상 ‘헤라클레스’도 그중 하나다. 높이 28.5㎝의 작은 조각상은 초기 르네상스 시대에 네덜란드 작가가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조각상의 얼굴이 신성로마제국 황제인 카를 5세를 연상시킨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를 5세는 용맹한 헤라클레스를 자신과 연결 지으며 스스로를 우상화했다.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이선아 기자

    2022.11.17 18:40
  • 28억 그림 '얼굴 없는 화가'…정체 들통날 위기 또 넘겼다

    정체가 밝혀질 뻔했던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가 간신히 '얼굴 공개'를 면했다. 뱅크시의 작품을 두고 일어난 상표권 분쟁에서 유럽연합(EU) 항소위원회가 뱅크시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예술 전문 매체 아트뉴스페이퍼는 EU 항소위원회가 최근 뱅크시의 '트레이드마크'인 침팬지 이미지의 상표권 취소 신청을 기각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5월 EU 지적재산청(EUIPO)이 뱅크시의 회사 '페스트 컨트롤'이 출원한 유인원 이미지 상표권이 적합하지 않다고 한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이 상표권 분쟁은 2019년 연하장 업체인 '풀 칼라 블랙'이 페스트 컨트롤에 상표권 취소를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이 업체는 두 가지 이유를 들어 뱅크시 작품의 상표권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뱅크시의 이미지가 상표권을 취득할 만큼 독특하지 않고, '악의적(in bad faith)'으로 등록돼있다는 것이다. 상표권의 취지는 소비자가 상품의 출처를 알 수 있도록 한 것인데, 뱅크시가 타인의 상표 등록이나 사용을 아예 막기 위해 악의적으로 상표를 등록했다는 게 업체의 주장이다. 풀 칼라 블랙은 뱅크시의 작품 이미지 일부를 자사 연하장에 사용하기도 했다.EUIPO는 이 업체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앞서 EUIPO는 '뱅크시가 익명의 인물이라 상표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레이더 쥐(Rader Rat)', '우산을 든 소녀(Girl with Umbrella)' 등의 상표권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상표권을 지키려면 뱅크시가 자신의 신원을 밝혀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EU 항소위원회는 다시 뱅크시

    2022.11.17 11:44
  • '코마'에서 깨어난 그는 '숨결'을 그렸다

    “앞으로 이 환자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을 겁니다.”병상에 의식 없이 누워 있었던 미국 현대미술 작가 호세 팔라(49)에게 지난해 의사가 내린 진단이다. 팔라는 작년 2월 코로나19에 걸려 석 달간 혼수상태에 빠졌다. 의사는 만약에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더라도 마비 때문에 더 이상 작품활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남은 삶을 집에서만 보낼 줄만 알았던 팔라가 최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를 총 23점의 작품으로 꽉 채웠다. 이 가운데 21점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뒤 만든 신작이다. 전시회 이름은 ‘브리딩(Breathing)’.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그가 생명의 숨결을 담아 만든 작품들이다. 숨결로 나타낸 삶에 대한 의지쿠바 이민 2세대인 팔라는 원래 도로 주변 벽에 그림을 그리는 ‘길거리 예술가’였다. 열 살 때부터 비보이로 활동했고 ‘액션 페인팅의 대가’ 잭슨 폴록처럼 이리저리 춤을 추며 즉흥적으로 선을 휘갈기거나 물감을 뿌리는 작품으로 이름을 알렸다. 아무리 높고 거대한 벽도 그에겐 한 폭의 캔버스일 뿐이었다.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 1층 로비에 있는 약 27m 길이의 대형 벽화도 그의 작품이다.40년 가까이 미술 작업을 해온 ‘베테랑’ 작가지만 작년에는 그림 그리는 법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혼수상태에 빠져 병상에 누워 있는 동안 그의 몸에 있는 근육이 상당 부분 빠져나가면서다. 몸무게도 석 달 만에 30㎏ 넘게 줄었다. 그림은커녕 걷기조차 쉽지 않았다.거대한 벽에다 춤을 추며 그림을 그리는 건 당연히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는 붓과 물감을 놓지 않았다. 재활치료를 받는 틈틈이 작은 크기

    2022.11.15 17:45
  • 한방에 2조원어치나 팔린 미술품 경매…뭐가 불만이라는 걸까

    단일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 낙찰액을 기록하며 '세기의 경매'가 된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고(故) 폴 앨런의 컬렉션 경매를 두고 미술계 일각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대중이 미술작품을 보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앨런의 생전 신념과 달리, 경매에서 초고가에 팔린 작품들은 부유한 개인 컬렉터에게 낙찰돼 한동안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뉴욕타임즈(NYT)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술비평가 블레이크 고프닉이 쓴 칼럼 '폴 앨런과 그가 팔지 않은 예술작품(Paul G. Allen and the Art He Didn’t Sell)'을 게재했다.그는 칼럼에서 "10년 전 가을, 앨런과 대화를 나눴을 때 그는 예술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계속해서 중요하게 강조했다"며 "그는 런던 테이트의 첫 방문이 '엄청나게 놀라웠고(mind-blowing)',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네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하는 등 공공 미술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고 했다.앨런은 특히 어린이들의 삶에 예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강조했다고 했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박물관에 데려가 '여기에 있는 게 지루하고 비디오 게임을 하고 싶은 건 알겠지만, 이건 엄청난 작품이야'라고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최근 열린 앨런 컬렉션 경매는 이런 그의 신념과 반대된다는 게 고프닉의 지적이다. 그는 "많은 걸작들이 앞으로 수십년간 억만장자들의 요트나 개인 소유의 섬에 숨어있게 될 것"이라며 "(경매 전) 수천 명의 뉴요커들이 앨런의 소장품을 감상하기 위해 크리스티에 길게 줄을 선 건 그들이 아마 작품을 다시 볼 수 있기까지 반평생이 걸릴 것을

    2022.11.15 11:29
  • 불황에도 뜨거운 경매 열기…서울·케이옥션도 가세

    국내외 미술 경매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해외에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인 고(故) 폴 앨런의 컬렉션 경매가 사상 최고 낙찰기록을 썼다. 거장의 작품을 앞세워 이달 말 잇따라 경매를 여는 국내 경매사들도 흥행을 기대하는 분위기다.글로벌 경매업체 크리스티는 지난 9~10일 이틀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앨런 컬렉션의 총낙찰액이 16억달러(약 2조11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개인 컬렉션 경매 역사상 최고 금액이다. 올초 미국 부동산 재벌 해리 매클로 부부의 컬렉션 기록(9억2200만달러)을 훌쩍 넘었다.경매에 출품된 155점 모두 팔렸다. 낙찰가가 1억달러를 넘어선 작품도 5개 있었다. 최고가는 조르주 쇠라의 ‘모델들, 군상-작은 버전’(사진)으로 1억4920만달러를 기록했다. 폴 세잔의 ‘생트 빅투아르 산’(1억3770만달러), 빈센트 반 고흐의 ‘사이프러스가 있는 과수원’(1억1710만달러)이 그 뒤를 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경제 불황에도 초고가 작품에 대한 경매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고 분석했다.국내 경매사들도 이달 말 잇따라 경매를 연다. 케이옥션은 23일 백남준 김환기 박수근 등 국내 거장들의 작품 104점을 경매에 출품한다. 백남준이 1991년 제작한 2개의 아기로봇, 김환기가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후 그린 ‘북서풍 30-VIII-65’ 등이 새 주인을 찾는다. 서울옥션도 오는 29일 일본 현대미술의 거장 구사마 야요이의 80호짜리 초록색 ‘호박’을 앞세워 2년 반 만에 홍콩 경매를 재개한다. 서울옥션은 호박의 낙찰가를 80억~180억원 정도로 추정했다.이선아 기자

    2022.11.13 17:19
  • 이곳은 병원인가, 갤러리인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갤러리 SP.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소독약 냄새가 진하게 느껴진다. ‘삐익~삐익~.’ 응급실 바이털 사인 소리를 연상시키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전시장 곳곳엔 소화기내과, 피부과 등의 표지판이 붙어 있다. 병원인지 갤러리인지 헷갈리는 이곳은 지난 11일부터 열리고 있는 ‘아르스 롱가’ 전시회 현장이다.전시장을 병원처럼 꾸민 것은 전시의 주제가 ‘예술과 의술의 만남’이어서다. 언뜻 생각하면 예술과 의술은 거리가 멀지만 사실 둘 사이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인간의 상처를 치유하고, 생명과 죽음을 깊이 고찰하기 때문이다. 전시 제목도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Ars Longa, Vita Brevis)’는 히포크라테스의 말에서 따왔다. 예술의 힘을 강조하는 데 많이 쓰는 격언이지만 사실 아르스(Ars)는 예술보다는 기술이나 의술에 가깝다. ‘아르스 롱가’는 예술의 영원함을 기리는 찬양이라기보다 오히려 배워야 할 의술이 많은데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사 히포크라테스의 한탄이었다.전시에서는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 25명이 각 분야에 맞는 공예 작품을 선보인다. 유방외과를 맡은 박지은 작가는 아크릴로 만든 작은 비즈(구멍이 뚫린 작은 구슬)를 일일이 실로 이어 붙여서 여성 유방 모양의 브로치를 만들었다. 여성의 신체는 숨겨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작품이다. 대다수 여성이 그렇듯 양쪽 유방의 크기를 다르게 제작했다. 세포연구실의 박소영 작가는 현미경으로 관찰한 세포의 모습을 본떠 보석 브로치를 제작했다. 세포들이 죽어가고, 분열하고, 새로 태어나는 모습을 작은 은구슬과 보석으로 재현했다.아예 병원에서

    2022.11.13 17:18
  • [합스부르크 매혹의 걸작들] 네덜란드의 김홍도 作…'바람난 신부를 둔 신랑'

    17세기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 얀 스테인(1626~1679)을 두고 국내 미술계 사람들은 ‘네덜란드의 김홍도’로 부른다. 당시 농민들과 중산층의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는 풍속화를 많이 남겨서다. 서민들의 삶을 꾸밈없이 그려낸 그의 작품에는 도덕적 교훈도 담겨 있다.1670년께 그린 ‘바람난 신부를 둔 신랑’도 그렇다. 한 여관에서 열린 결혼식 피로연 모습을 담은 이 그림에서 신랑과 신부는 위층으로 통하는 계단 앞에 서 있다. 신부의 배를 자세히 보면 약간 불룩한 것을 알 수 있다. 신랑은 결혼식용 화관 대신 지푸라기가 꽂힌 초라한 모자를 쓰고 있다. 이들 뒤에 있는 한 남자는 ‘조용히 하라’는 듯 입술에 손을 대고 있다. 신부가 바람을 피웠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들이다. 주변 사람들은 둘을 바라보며 조롱 섞인 웃음을 띠고 있다.스테인은 ‘부부 사이에 간통을 삼가라’는 교훈을 퍼뜨리기 위해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는 종종 작품 속에 자기 자신을 그려넣었다. 신부 왼쪽에서 북 모양의 네덜란드 전통 악기 ‘롬멜폿’을 연주하고 있는 남자가 바로 스테인이다.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이선아 기자

    2022.11.11 18:05
  • 문화재 근처 500m 내 아파트 못 짓게 한 규제…200m로 대폭 완화된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아파트, 공장을 지을 수 없도록 한 규제가 ‘문화재 반경 500m 이내’에서 ‘반경 200m 이내’로 대폭 완화된다.문화재청은 9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문화재 외곽경계로부터 반경 500m 이내’로 규정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범위는 주거·상업·공업지역에 한해 ‘반경 200m 이내’로 축소된다.정부가 문화재 보호 규제를 완화한 이유는 두 가지다. 해당 지역의 개발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국민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문제를 해소하는 게 첫 번째다. 자체적인 문화재보호조례를 통해 이미 문화재 보존지역 기준을 200m로 완화한 서울시 등과의 형평성도 고려했다. 문화재청은 2025년까지 전국의 보존지역 1665곳을 조사해 불필요하게 넓게 지정된 규제 구역을 해제할 계획이다. 재검토 대상 면적은 총 2577㎢로 서울시 면적의 4.3배에 해당한다.사업시행자의 매장문화재 지표조사 의무도 면제된다. 문화재청은 이번 조치를 통해 지표조사 절차가 40~50일가량 단축되고, 이자비용도 약 66억원 절약될 것으로 전망했다.이선아 기자

    2022.11.09 18:20
  • "강한 건축 가고 약한 건축의 시대 온다"

    “20세기 건축이 자연을 파괴하는 ‘강한 건축’이었다면 앞으로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약한 건축’의 시대가 올 겁니다.”일본 현대건축의 거장 구마 겐고(68·사진)는 ‘미래 건축의 방향’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8일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다. 이번 강연은 리움미술관의 기획전 ‘구름산책자’ 연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렸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거대한 척추 모양 조형물 ‘숨(SU:M·2022)’이 바로 그의 작품이다. “강한 건축은 지속 불가능”구마는 ‘자연과 소통하는 건축가’로 불린다. 콘크리트, 철 등 인위적인 소재를 거부한다. 대신 나무와 돌, 종이, 천 등을 쓴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서다. 전통적인 동아시아 건축양식에 자연친화적인 재료를 접목해 ‘지속 가능한 건축’ 패러다임을 만든 그는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에 뽑히기도 했다.그는 건축가로서 자연과 만난 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1990년대 일본 경제에 낀 거품이 터지면서 대도시 건축 일감이 사라지자 10년 동안 지방을 돌아다녔다. “시골에서 크고 작은 건축 일을 하면서 숨은 장인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도쿄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하더군요. 콘크리트 대신 그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흙과 나무를 쓰는 등 자연에 스며드는 건물을 짓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이런 경험은 구마에게 ‘약한 건축’ 아이디어를 안겼다. 그는 지난해 출간한 자서전에서 철과 콘크리트로 만든 인공적·환경파괴

    2022.11.08 18:02
  • 직장과 가정이 완벽히 나뉜다면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 [별 볼일 있는 OTT]

    사방이 가로막힌 방 한가운데 여자 한 명이 테이블 위에 누워 있다. 여자가 눈을 뜨자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 “당신은 누구입니까.”여자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하지 못한다. “태어난 곳은 어디입니까.” 이어지는 질문에 어느 것 하나도 대답하지 못한다. 마침내 스피커에서 “완벽하군요”라는 말이 흘러나온다.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 플러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세브란스: 단절’(사진)은 이렇게 알쏭달쏭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미국 할리우드 비평가협회 TV어워즈에서 ‘오징어 게임’을 제치고 주요 부문 5관왕을 차지한 드라마다. 지난 9월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의 에미상 작품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제작사는 피프스시즌(옛 엔데버콘텐트)으로 CJ ENM이 1조원을 들여 인수한 스튜디오다.스피커에서는 왜 완벽하다는 평가를 내렸을까. 대기업 루먼 인더스트리는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직원들의 자아를 나누려고 했다. 인간의 전체 자아에서 직장인으로서 자아만 분리해 회사의 비밀을 완벽하게 보호할 목적이다. 단절 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퇴근하는 순간 회사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출근하면 가족과 지인 등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잊게 된다. 드라마의 첫 장면에 등장한 여자가 자신의 이름마저 까먹어버린 이유다. 드라마 이름 세브란스는 부제로 달려 있는 단절이라는 뜻이다.‘자아의 분리’는 집에 돌아와서도 회사일에 시달리는 직장인에게 솔깃한 제안일 수 있다. 퇴근 후에는 완벽하게 자신의 삶을 즐길 수가 있다.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회식도 사라진다. 진정한 ‘워라밸(직장과

    2022.11.08 17:59
  • 180억원짜리 '호박' 경매 나온다

    서울옥션이 코로나19 사태로 중단했던 홍콩 경매를 약 2년반 만에 재개한다. 구사마 야요이,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현대미술 거장을 비롯해 박서보 하종현 윤형근 등 한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 84점이 경매에 부쳐진다.서울옥션은 오는 29일 홍콩 컬렉터와 기관을 대상으로 경매를 한다고 7일 밝혔다. 경매는 서울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리며, 홍콩 현지에 마련한 실시간 응찰 카운터를 통해 전화 및 온라인 응찰을 받을 예정이다.출품작의 전체 예상 가격은 211억원이다. 최고가는 구사마 야요이가 그린 80호(112㎝×145.5㎝) 크기의 그린색 ‘호박’(2014·사진)이다. 국내 경매회사가 출품한 그의 호박 시리즈 가운데 가장 크다. 작품 추정가는 80억~180억원이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 경매사가 호박 시리즈를 출품한 경우는 많지만, 이 정도 크기의 작품이 경매에 나온 적은 없었다”며 “무수한 점과 그물 패턴으로 호박의 무게감을 더한 게 특징”이라고 했다.이 밖에 리히터가 일본 후지산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후지’(1996·추정가 6억3000만~10억원), 요시모토 나라가 미국 재즈 거장 마일스 데이비스의 앨범을 본떠 만든 ‘카인드 오브 블루’(2005·추정가 9억~14억원) 등도 출품된다.한국 작가를 해외에 알리기 위한 ‘K-아트 나우’ 경매 섹션도 마련됐다. 박서보 하종현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부터 우국원 김선우 하태임 정영주 등 한국 현대 작가 18명의 작품이 새 주인을 찾는다. 출품작은 29일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이선아 기자

    2022.11.07 17:55
  • [합스부르크, 매혹의 걸작들] 그림 아닌거 같은데? 상류층을 위한 '트릭'

    진짜 도구가 걸려 있는 걸까, 아니면 그림일까. 손을 뻗으면 실제로 도구가 손에 잡힐 듯 사실적인 세부 묘사와 명암법으로 그려진 이 작품은 요하네스 레이만스(1633~1688)의 ‘사냥 도구’다.이 그림은 당시 유럽에서 유행한 ‘트롱프뢰유’라는 눈속임 기법으로 그려졌다. 실제와 분간이 어려운 착시효과를 유발하는 사실적인 묘사가 특징인 트롱프뢰유는 원래 정물화의 하위 장르였다. 레이만스는 사냥용 도구가 벽에 걸려 있는 이 그림을 그릴 때 이 기법을 사용했다.사냥은 당시 네덜란드에서 자주 등장하는 그림 주제였다. 귀족들과 부르주아 계층은 자신의 부와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사냥을 즐겼다. 그중에서도 매 사냥이 가장 고상한 취미로 여겨졌다. 작품 가운데 있는 작은 새장과 오른쪽에 있는 주름진 가죽 주머니는 매의 미끼를 담을 때 쓰였다. 상단부에 있는 호루라기는 다른 새들과 동물의 울음을 흉내낼 때 사용됐다. 사냥용 나팔, 사냥개를 위한 목줄 등도 눈에 띈다.사냥을 주제로 한 트롱프뢰유 작품은 당시 상위계층 사이에서 사냥이 유행하면서 수요가 매우 많았다고 한다. 때로는 초상화나 역사화보다 가격이 비쌌다.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이선아 기자

    2022.11.06 18:08
  • [책마을] 악령 씌인 유럽 마을…원인은 호밀에 퍼진 곰팡이?

    2019년 개봉한 공포영화 ‘미드소마’에선 마을 사람들이 단체로 기이한 춤판을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춤을 추는 건지, 팔다리가 뒤틀리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이 괴상한 움직임은 모든 사람들이 쓰러질 때까지 이어진다. 공포영화 속 한 장면은 실제 유럽에서 종종 일어났다. 1518년 프랑스에선 수백여 명이 온몸을 정신없이 흔드는 ‘무도광’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들이 악령에 씌었다고 수군댔다.공학박사이자 공상과학(SF) 소설가인 곽재식 작가는 이 오싹한 이야기의 원인을 ‘맥각병’에서 찾는다. 곰팡이의 한 종류인 맥각은 사람의 뇌와 신경을 망가뜨려 착란증세를 유발하는데, 당시 유럽 사람들의 주식이었던 호밀에 맥각병이 퍼졌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곽재식의 유령 잡는 화학자>는 이처럼 과학 지식을 사용해 초자연적인 현상의 허점을 찌른다.책 목록도 흥미롭다. ‘악령 들린 인형을 물리치는 열팽창’ ‘유령의 발소리를 물리치는 타우 단백질’ 등이다. 해병대가 용맹함과 패기로 귀신을 때려잡는다면, 저자는 과학 지식으로 유령을 잡는다. 오싹한 괴담을 좋아하는 ‘공포 마니아’뿐 아니라 과학 지식을 재밌게 배우고 싶은 사람도 읽어볼 만하다.이선아 기자

    2022.11.04 18:03
  • 둥둥 떠다니는 칸딘스키 추상화…살아 움직이는 클림트의 여인

    미디어아트의 힘은 ‘작품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에서 나온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르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은 가로·세로 1.3m의 캔버스를 뚫고 나와 거대한 전시장 안에서 관람객과 마주하고, 바실리 칸딘스키의 조형적 요소들은 마치 우주를 유영하는 우주선처럼 유유히 흐른다.미디어아트는 감각의 확장이기도 하다. 자연 풍경에 기술을 덧입힌 미디어아트는 관람객들에게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다. 항상 신기함과 경이로움만 주는 건 아니다. 때로는 도심 속에서 우연히 마주친 정체 모를 영상이 죽음과 종말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런 미디어아트의 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전시회가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이 중 가볼 만한 전시를 국내 대표 미디어아트 기업 디스트릭트와 선별했다. 앉아서, 누워서 즐기는 거장의 작품프랑스 파리는 그 자체로 ‘예술의 역사’다. 설립 100년이 훌쩍 넘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적지 않다. 2018년에 생긴 디지털 아트센터 ‘아틀리에 데 뤼미에르’는 이들과 비교하면 신생아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세계적 명성의 미술관 틈에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끊이질 않는다.아틀리에 데 뤼미에르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건 미디어아트다. 3000㎡ 규모의 거대한 전시장이 곧 거장들의 캔버스가 된다. 지금은 폴 세잔과 칸딘스키의 전시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세잔이 남긴 자화상과 풍경화, 칸딘스키의 추상화가 전시장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인다. 다른 미술관과는 다르게 이곳에선 앉아서, 누워서 작품을 감상해보자.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가득 차 있는 거장들의 작품을 바라보

    2022.11.03 17:00
  • 새벽 바다의 냄새까지 연출…그저 느끼기만 하면 됩니다

    경기 양평군 강하면 남한강 강자락에 들어선 복합문화공간 이함캠퍼스의 전시2관. 짙은 어둠과 함께 습한 공기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빗소리와 천둥소리가 얼마나 들렸을까. 어느새 나타난 등대에서 한 줄기 빛이 비친다. 빛은 점차 강해지고, 안개 속에 숨어 있던 등대와 함께 공간의 전모가 모습을 드러낸다. 전시2관의 전체 관람시간은 총 8분40초. 관람객들은 저마다 깊은 사색에서 돌아온 모습이다.이함캠퍼스에서 열리는 ‘사일로랩 앰비언스’ 전시는 느린 호흡의 작품으로만 채워져 있다. 한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려면 10분은 족히 걸린다. 7개 작품 모두 마찬가지다. 관객들은 때로는 짙은 안개 속의 등대를, 때로는 잔잔한 수조 위에 일렁이는 파동을 응시하며 ‘멍을 때린다’. 전시를 기획한 사일로랩의 이영호 대표(38·사진)는 “작가나 작품에 대한 아무런 설명 없이도 직관적으로 감동을 줄 수 있는 전시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사일로랩은 예술가 19명으로 이뤄진 미디어아트 그룹이다. 2013년 결성됐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이 대표와 미디어 공학을 공부한 박근호 대표가 친구들을 삼삼오오 불러 모아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사일로랩이란 이름은 ‘격납고’라는 뜻의 ‘silo’에서 따왔다. 작업실에 항상 미디어아트에 필요한 전선과 장비들이 무기처럼 널려 있어서다. 아직 10년도 되지 않았지만 업계의 ‘유명인사’다. 나이키 포르쉐 벤츠 현대자동차 롯데월드타워 넷플릭스 젠틀몬스터 등 유명 기업과 협업했기 때문이다. 예술과 상업의 경계 무너뜨린 사일로랩사일로랩 사람들은 회사를 세울 때만 해도 예술과 상업은 별개의

    2022.11.03 16:53
  • [합스부르크, 매혹의 걸작들] 라파엘로의 태피스트리 '기적의 물고기 잡이'

    가로세로 4m가 넘는 천 위에 성경 속 한 장면이 한 땀 한 땀 수놓여 있다. 배는 갓 잡은 물고기로 가득 차 있고, 어부 베드로는 경외감에 사로잡혀 예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의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들은 예수의 기적을 다룬 거대한 태피스트리 작품 ‘기적의 물고기 잡이’ 앞에서 어김없이 발걸음을 멈춘다.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라파엘로 산치오(1483~1520)가 밑그림을 그리고, 야코프 괴벨스 1세가 1600년께 직조물로 구현한 작품이다. 원래 이 작품은 시스티나 예배당 벽면 밑을 덮기 위한 용도로 설계됐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대표적 금융가문인 메디치가(家)의 교황 레오 10세는 예수의 가르침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자신이 아끼던 라파엘로에게 태피스트리 연작 디자인을 맡겼다고 한다.기적의 물고기 잡이는 라파엘로 특유의 입체적 묘사와 섬세한 직조기술이 조화를 이룬다.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이선아 기자

    2022.11.02 18:19
  • 땅에 그린 작품, 그대로 들어내 미술관으로

    땅을 캔버스 삼아 그리는 대지(大地) 예술가들은 대개 이런 식으로 작품을 만든다. 땅바닥에 그림을 그린 다음 울타리를 쳐서 보호하거나 작품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긴 뒤 철거하거나. 임옥상 화백(72)의 접근법은 완전히 다르다. 그는 경기 파주시 장단평야 한쪽에 그림을 그렸고, 그 땅을 들어내 미술관 안에 들였다.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6전시실에 설치된 임 화백의 신작 ‘여기, 일어서는 땅’(2022) 얘기다. 현재 이곳에서 열리고 있는 임 화백의 개인전 제목이기도 하다. 임 화백은 장단평야 땅을 가로·세로 2m짜리 패널 36개로 나눈 뒤 미술관 벽면에 붙였다. 그렇게 1주일 동안 정교하게 짜 맞춘 흙벽은 높이만 12m에 달하는 대작이 됐다. 말 그대로 땅을 ‘일으켜 세운’ 것이다. 땅을 일으켜 세운 대지 예술가작품 앞에 선 관람객은 땅과 마주하는 생경한 경험을 하게 된다. 임 화백은 “땅은 인간의 근원이자 삶의 터전이지만, 막상 땅을 오랫동안 바라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그래서 땅을 일으켜 세워 사람과 대면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임 화백은 지난해 추수가 끝난 직후부터 올봄까지 매일 장단평야를 찾았다. 곡괭이와 삽을 들고 논밭에 그림을 그렸다. 소나 새 같은 동물도 그렸고, 한반도 지도도 담았다. 폭우로 그림이 지워지면 남은 흔적에 곡괭이질을 더했다. 그렇게 그림이 완성되자 우레탄을 부어 탁본하듯이 땅을 떠냈다.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볏단의 흔적, 농기계가 지나간 자국, 동물 발자국 등이 그대로 남아있다. 미술재료용으로 가공된 흙이 아니라 자연의 흙을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김형미 학예연구사는 “

    2022.11.02 17:37
  • 눈 모양 의자에 앉으니…작품의 시선이 닿는 곳이 보였다

    백화점들이 마련한 내부 정원은 삭막한 도심에서 잠시나마 청량감을 느낄 수 있는 ‘자연의 공간’이다.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6층에 있는 트리니티가든도 그렇다. 이곳에 들어서면 탁 트인 하늘과 함께 푸른 잔디밭이 펼쳐진다. 트리니티가든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세계적 예술가들의 조각 작품이다. 헨리 무어, 호안 미로 등 각국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그중에서도 돋보이는 건 20세기 조각 거장으로 꼽히는 프랑스계 미국인 예술가 루이즈 부르주아(1911~2010·사진)의 ‘아이 벤치’(왼쪽 사진)다. 화강암을 사람 눈 모양으로 깎아 제작한 의자 조각품이다. 만지기 조심스러운 다른 예술작품과 달리 아이 벤치는 실제로 방문객이 앉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주름진 눈꺼풀 사이로 상대를 꿰뚫어보는 듯한 동공. 아이 벤치는 방문객을 ‘시선의 대상’으로 만든다. 하지만 벤치에 앉는 순간, 방문객은 ‘시선의 주체’로 바뀐다. 부르주아는 ‘바라본다’는 행위를 통해 세상을 지각하고, 세상과 교류하는 느낌을 예술 작품을 통해 관람객에게 직접 느끼도록 했다. 부르주아는 생전에 이 작품에 대해 “그 누구도 내가 ‘본다’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부르주아는 눈과 귀, 손과 발 등 인체의 일부분을 따로 떼어내 만드는 작품을 많이 남겼다. 그는 여성의 신체에 많은 관심을 뒀다. 여성의 가슴, 성기 등을 추상화한 파격적인 작품을 다수 선보였다. 오명란 신세계갤러리 큐레이터는 “부르주아는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며 느낀 감정을 인체를 통해 표현하곤 했다”며 “눈 모양 벤치도 부르

    2022.11.01 18:04
  • 어느덧 50만명…갤러리의 새 역사 쓴 백화점

    전시장 한쪽에는 5m짜리 해골 풍선이 환하게 웃고 있다. 천으로 만든 풍선은 기괴한 모습과 화려한 무지개색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잡아 끈다. 주변 모습도 정신이 사납기는 마찬가지. 바닥은 형형색색의 도형들이 난무하고 벽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기하학적으로 해석한 그림이 걸려 있다.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의 인증샷 ‘핫 스폿’으로 등극한 ‘무지개 해골’은 스페인의 길거리 예술가 오쿠다 산 미겔(42) 작품이다. 해골 풍선만큼이나 색다른 것은 작품이 전시된 장소다. 미술관 또는 갤러리가 아니라 서울 여의도 한복판의 백화점이다. 더현대서울 6층에 있는 ALT.1(알트원) 뮤지엄.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더현대서울 개점과 함께 연 전시공간으로 개관 2년 만에 누적 50만 명을 불러모으며 예술과 상업공간의 성공적 결합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앤디 워홀부터 MZ세대 작가까지백화점과 예술이 새로운 조합은 아니다. 예술 마케팅의 일환으로 일회성 ‘아트 페어’를 열거나, 남는 공간 및 벽면을 활용해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백화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현대백화점은 다르게 접근했다. 아예 백화점을 설계할 때부터 별도의 전시공간을 마련한 것. 전시장 규모도 여느 중소형 미술관(약 1160㎡) 못지않게 크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 매장 면적이 일반적으로 66㎡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브랜드 10여 개가 들어갈 만한 크기”라고 했다.규모가 크다 보니 회화부터 설치예술,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전시가 가능하다. 지난해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대규모 회고전을 열 때는 전시장이 워홀의 작품 150여 점으로 가득

    2022.10.30 18:07
  • [책마을] 80년 뒤엔 1300만명 '小한민국' 된다는데

    2100년의 한국은 그야말로 ‘대재앙’이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한때 5000만 명을 웃돌던 총인구는 1300만 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경제활동인구도 덩달아 줄었다. 노동력이 감소하면서 산업 경쟁력은 저하됐고, 국내 경기는 악화했다. 소득이 감소한 가구들은 아이를 낳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출산율은 더 추락하는 ‘악순환’에 빠졌다.어느 소설에 나오는 상상 속 얘기가 아니다. 소프트웨어 기업 코나아이의 연구팀이 통계 예측 프로그램을 통해 전망한 약 80년 뒤의 한국이다. 이들은 미래예측·의사결정 분석방법론으로 활용되는 시스템 다이내믹스 분석방법론을 활용해 자체 인구 예측 시뮬레이션 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에 따르면 한국의 총인구는 2020년 5100만 명에서 2060년 3500만 명, 2100년 1300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인구 감소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통계청은 한국의 총인구가 2020년(5182만9000명)보다 9만1000명 줄었다고 발표했다. 총인구가 감소한 것은 통계를 집계한 이후 72년 만에 처음이다. 인구 감소는 그 자체로도 국가의 지속성을 위협하지만, 국가의 재정 부담 증가, 교육시스템·생산인력·내수시장 붕괴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코나아이 연구팀이 <대한민국의 붕괴>를 통해 “대한민국이 실제로 붕괴하고 있다”는 섬뜩한 분석을 내린 배경이다. 이렇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실효성 있는 인구 증가 정책은 아직 없다.이런 비극적 미래가 오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은 ‘여성이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와 의식을 변화해 나가야 한다’ 등 선언적이고 뻔한

    2022.10.28 18:42
  • 명작 앞에만 서면…클래식이 춤추네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은 600년 넘게 유럽을 호령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유일한 여성 통치자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특별전에 걸린 그의 초상화 앞엔 바이올린과 오보에, 호른이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선율이 흐른다.‘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이 그를 위해 작곡한 48번 교향곡 ‘마리아 테레지아’ 2악장이다. 하이든은 1773년 에스테르하지 후작 가문을 방문한 테레지아 여왕을 환영하기 위해 이 곡을 작곡했다. 부드러우면서도 위엄 있는 교향곡에 귀 기울이다 보면 테레지아 여왕이 통치하던 18세기 오스트리아 궁정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진다.전시 작품과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건 이번 전시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왜 이 음악이 이 그림이 있는 데서 나오는지 알아 가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막시밀리안 1세의 초상화를 지나 각양각색의 갑옷이 진열된 공간이 나온다. 그곳에선 중세시대 수도원에서 들렸을 법한 웅장하고 장엄한 미사곡이 울려퍼진다.신성로마제국 황제 루돌프 2세의 궁정 악장 필리프 드 몽테가 작곡한 ‘인시피트 도미노(Incipite Domino)’다. 예술 애호가로 알려진 루돌프 2세는 미술뿐 아니라 음악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는 합스부르크 제국의 수도를 오스트리아 빈에서 체코 프라하로 옮기면서 음악 거장들을 불러모았다. 황금색 리본 장식이 돋보이는 ‘리본 장식 갑옷’이 그가 입던 것이다.2부와 3부 사이에 있는 통로에선 서정적인 바이올린 소리가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요제프 2세가 후원했던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41번 교향곡 &ls

    2022.10.28 18:22
  • 강릉이 '아트 도시'로 변한다…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 개막

    강릉 최대 규모의 페스티벌인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GIAF)이 다음달 4일부터 한 달간 개최된다.GIAF는 바이오·제약업체 파마리서치가 설립한 파마리서치문화재단이 주최 및 주관한다. 강릉에 기반을 둔 기업으로서 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예술 축제를 기획했다는 설명이다.이번 GIAF는 강릉시 중심부를 시작으로 반경 5~10㎞ 이내 공간을 가로지르며 개최된다. 노암터널, 서부시장, 고래책방, 대추무파인아트, 크리에이티브1230가 대표 장소로 지정됐다.축제 기간에는 체계적 교육을 받은 시민들이 도슨트(작품 설명)를 진행한다. 축제에 포함된 전시와 프로그램은 모두 무료이며, 온가족이 즐길 수 있도록 전체이용가로 구성됐다.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2022.10.28 09:30
  • 밀림 액션신, 사막 추격신…'버추얼 스튜디오' 한곳서 다 찍는다

    지름 20m, 높이 7.3m짜리 초대형 LED(발광다이오드) 화면이 오색 단풍으로 가득 찼다. 버튼을 누르자 가을 숲은 순식간에 사하라 사막이 되고, 다시 미국 맨해튼 ‘빌딩숲’으로 변신했다. CJ ENM이 최근 경기 파주에 설치한 ‘가상 스튜디오’의 모습이다.시각특수효과(VFX), 언리얼엔진 등 ‘퓨처테크’ 덕분에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버추얼 프로덕션(가상 제작)’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지난 14일 방문한 ‘할리우드 최고(最古·110년) 스튜디오’인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파라마운트픽처스에서도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이 감지됐다.CJ 파주 스튜디오에서 본 것과 비슷한 LED 화면이 등장한 것.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버추얼 프로덕션 시장 규모는 지난해 16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서 2030년 67억9000만달러(약 9조8000억원)로 네 배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판타지 공간도 VFX로 구현버추얼 프로덕션은 디지털 기술과 특수 시각효과를 활용해 현실과 가상 공간을 잇는 제작 방식이다. 배우가 거대한 LED 화면 앞에 서면 엔지니어들이 ‘인카메라 시각특수효과(ICVFX)’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화면을 합성한다. 이 기술 덕분에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아마존 밀림, 사하라 사막은 물론 우주와 심해, 판타지 공간에 직접 가지 않고도 순식간에 영화의 배경을 구현할 수 있다. 그 안에서 움직이는 배우와의 합도 어색하지 않다. 배우의 시선과 걸음 속도 등에 맞춰 영상에 나오는 풍경도 움직이도록 설계된 덕분이다.현재 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크로마키 기법보다 한 단계

    2022.10.24 17:59
  • 잘 만든 드라마 하나, 게임·공연 등 10개 장르로 재탄생

    ‘기묘한 이야기’ ‘종이의 집’ ‘퀸스갬빗’…. 이들 작품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점과 넷플릭스가 이들 작품을 모바일 게임으로 만들거나,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에 빠진 이들을 게임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로 유입시키기 위해서다. 하나의 지식재산권(IP)을 영상·게임·음악·공연 등 다양한 매체로 활용하는 ‘원 소스 멀티유스(OSMU)’ 전략을 보여주는 사례다.24일 업계에 따르면 게임 사업은 넷플릭스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부터 넷플릭스 앱의 홈 화면에 게임 탭을 넣고, 자체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넷플릭스 구독자라면 광고나 추가 결제 없이 모든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현재 28개인 게임 콘텐츠를 올해 말까지 50개로 늘릴 계획이다. 리앤 룸브 넷플릭스 글로벌 게임사업 총괄은 “게임 초보자부터 게임 마니아까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 라인업을 갖추는 게 목표”라고 했다.넷플릭스만의 콘텐츠 IP을 활용해 플랫폼 안에 구독자를 묶어두기 위한 전략이다. 지난해 말 출시한 기묘한 이야기 게임이 대표적이다. 시즌4 출시 후 한 달간 누적 시청 시간이 10억 시간을 넘을 정도로 인기 있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TV 드라마다. 넷플릭스는 이 콘텐츠를 어드벤처 게임으로 만들었다. 기묘한 이야기 캐릭터 중 한 명이 돼서 퍼즐을 풀며 모험을 떠나는 게임이다. 기존 콘텐츠에는 나오지 않는 신규 캐릭터와 스토리도 숨어 있다. 이 게임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1400만 회를 넘어섰다. 넷플릭스의 콘텐츠와 게임 사업을 연결하는 것이 팬들에

    2022.10.2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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