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인상파 거장' 클로드 모네의 작품에 기후활동가들이 매시드 포테이토(으깬 감자)를 던지며 시위를 벌였다. 영국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에 토마토 수프를 던지는 등 명작들을 '공격'하는 환경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아트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환경단체 '레츠테 제너레이션(Letzte Generation)'의 활동가들은 23일(현지시간) 독일 포츠담의 바르베리니 미술관에서 모네의 '건초더미(1890)'에 매시드 포테이토를 던졌다. 이들은 손으로 매시드 포테이토를 집어서 그림에 뿌린 후, 그림 아래 앉아서 자신들의 손을 접착제로 벽에 붙이는 시위를 벌였다. 건초더미는 유명 콜렉터인 해쏘 플래트너가 2019년 경매에서 1억1070만달러(약 1585억원)에 구매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미술관은 플래트너로부터 작품을 대여했다. 작품은 유리 액자 덕분에 훼손되지 않았다. 레츠테 제너레이션은 성명을 통해 "홍수, 폭풍, 가뭄 등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과 대조적"이라며 "모네는 자연을 사랑했는데, 어떻게 사람들은 모네가 그토록 동경했던 우리의 세계를 파괴하는 것보다 이런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가"라고 밝혔다. 미술관은 오는 26일부터 이 작품을 다시 전시할 계획이다. 최근 들어 대중에게 충격과 경각심을 주기 위해 명작들을 공격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4일에도 '저스트 스탑 오일'이라는 이름의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고흐의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끼얹었다. 거장의 예술작품이 공격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
100호 규모의 캔버스 3개가 붉은색으로 뒤덮여 있다. 언뜻 보면 같은 색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톤의 붉은색들이 어우러져 있다. 윗부분은 주황빛, 바깥으로 갈수록 검붉은 빛이 도드라진다. 촛불을 막 켰을 때 심지에 붉은 띠가 생기는 찰나를 담아낸 그림이다.김지영 작가(35·사진)는 촛불의 일생을 그린다. 때로는 촛불이 막 ‘탄생’하는 순간을 그리고, 때로는 촛불이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휘청이는 모습을 캔버스에 담는다. 김 작가의 개인전 ‘산란하는 숨결’이 열리고 있는 서울 이태원동 갤러리 P21은 이렇게 촛불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붉은 시간’ 연작 72점(드로잉 69점, 페인팅 3점)으로 가득 찼다.모두 똑같이 촛불을 보고 그린 그림이지만, 작품에서 도드라지는 색상은 다 다르다. 온도에 따라 촛불이 띠는 색깔이 붉은색 푸른색 녹색 노란색 등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푸른색은 초가 활활 타오를 때 심지 가장 안쪽에서 보이는 색깔을 담은 것이고, 주황색과 노란색이 그러데이션을 이루며 어슴푸레 번지는 모습은 초의 가장 겉부분을 나타낸 것이다.이렇게 다양한 색깔을 담기 위해 김 작가는 매일 9시간 동안 작업실에 틀어박혀 일렁이는 촛불을 바라본다고 했다. 초에 불을 붙인 후 심지가 모두 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촛불 사진을 찍는 대신 직접 초를 태우는 건 다채로운 빛깔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다. 김 작가는 “붉은 시간 연작도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볼 때 더 다채로운 색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여러 색상이 서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대상의 윤곽선도 의도적으로 없앴다. 형상도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우중충하고 습한 날씨, 뻣뻣하고 유머감각이라곤 없는 사람들. 영국에 대한 흔한 고정관념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영국 사람들은 쾌활하고 유머를 좋아한다. 비즈니스 자리에서조차 명함을 쉽게 건네지 않을 정도로 신상을 밝히기를 꺼리는 습성 탓에 오히려 첫 만남에서 상대방을 판단하는 기준이 ‘유머’가 됐기 때문이다.영국인들의 유머감각을 대표적으로 보여준 사례는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이다. 개막식 영상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제임스 본드 역의 대니얼 크레이그와 함께 헬리콥터에 탄다. 헬리콥터가 런던탑을 지나 올림픽경기장에 도착한 그 순간, 모두의 예상을 깨고 분홍 드레스를 입은 여왕이 상공에서 갑작스레 뛰어내린다. 존 베리의 ‘007’ 테마곡이 울려퍼지면서 여왕은 낙하산을 펼친 채 유유히 내려온다. 헬리콥터에서 뛰어내린 건 실제 여왕이 아니라 대역이었지만, ‘올림픽 개막식은 진지하고 엄숙해야 한다’는 편견을 깬 이 영상에 관객들은 함께 웃고 손뼉을 쳤다.<핫하고 힙한 영국>은 이렇게 영국과 영국인이 지닌 매력을 샅샅이 파헤친다. 저자는 1982년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영국에 건너간 뒤 수십 년간 현지에서 산 권석하 칼럼니스트다. 그는 ‘영국인보다 영국을 더 잘 아는 사람’으로 불린다. 영국인도 따기 힘들다는 국가 공인 가이드 ‘블루 배지’도 땄다.수십 년간 영국에서 살아온 저자는 ‘신사의 나라’라는 별칭 뒤에 숨겨진 영국인들의 진짜 모습을 소개한다.그는 영국인이 “보기보다 겁이 많고 수줍다”고 말한다. 영국인 중에는 자동차나 보일러 보증 수리 기간을 원래보다 한참 더 연장해놓거나, 기차표
‘모노’는 독일을 대표하는 키친 디자인 브랜드다. 접시부터 나이프, 티포트 등 전문 디자이너들이 만든 주방도구를 판매한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건 커트러리다.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디자인의 스푼과 나이프, 포크는 모노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모노 커트러리의 역사는 1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노의 전신인 브리태니아 굿즈 팩토리가 만든 커트러리는 당시에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때 공식 커트러리로 선정되기도 했다.1959년 모노 커트러리는 한 차례 변화를 겪었다. 모노의 3세대 오너인 헤르베르트 사이벨은 당시 유행하던 바우하우스 디자인에 영향을 받아 디자이너 피터 라케에게 커트러리를 현대적으로 다시 디자인해달라고 의뢰했다. 그렇게 탄생한 ‘모노 A’는 이후 70년 가까이 독일의 대표 커트러리 디자인으로 자리 잡았다. 1999년 독일 정부는 모노 A를 독일 디자인의 대표 사례로 선정하고, 기념 우표도 발행했다. 독일인들은 어찌 보면 평범한 숟가락과 포크, 나이프에서 ‘현대 디자인의 뿌리는 독일’이란 자부심을 느낀다.이선아 기자
오는 25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하는 ‘합스부르크 왕가 600년-매혹의 걸작들’(합스부르크전) 입장권을 40%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얼리버드 티켓’ 5만 장이 예상보다 빨리 ‘완판(완전판매)’됐다. 얼리버드 티켓 구매 기회를 놓친 미술 애호가들의 추가 발행 요청이 이어지자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경제신문사는 1만 장을 추가로 내놨다.19일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판매한 합스부르크전 얼리버드 티켓 5만 장이 최근 다 팔렸다. 예상보다 1주일 빨리 완판됐다. 올 하반기 가장 주목받는 전시를 40% 싼 값에 관람할 수 있다는 게 매진을 불렀다는 설명이다. 얼리버드 티켓은 입장객 연령에 관계없이 모두 1만500원이다. 정상가(성인 1만7500원·청소년 1만5000원)보다 최대 40% 싸다. 구매한 티켓은 12월 말까지 사용할 수 있다.국립중앙박물관, 한국경제신문사, 빈미술사박물관(KHM)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스페인 프라도박물관과 함께 ‘유럽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빈미술사박물관의 대표 컬렉션을 볼 수 있는 기회다. 합스부르크 왕가가 600년 넘게 유럽 대륙을 지배하며 수집한 르네상스·바로크 시대의 걸작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흰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를 비롯해 피터르 파울 루벤스의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 얀 브뤼헐 1세의 ‘꽃다발을 꽂은 파란 꽃병’ 등 서양미술사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된다.이번 전시는 역사 교육의 현장이기도 하다. 1892년 조선과 오스트리아가 수호통상조약을 맺은 뒤 고종이 프란
국내 최대 디자인 축제인 '서울디자인 2022'가 19일 서울 을지로 DDP에서 개막했다. 다음달 2일까지 전시, 상점 등 다양한 K디자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디자인재단이 주관하는 서울디자인 2022는 시민 디자인 축제인 '서울디자인위크'와 디자인 신상품 출시 행사 'DDP디자인페어'으로 구성된다. 이번에는 '뷰티풀 라이프'라는 주제로 전시, 토론회, 상점 등 20여 개의 행사가 열린다.DDP 아트홀에서는 △높이 27m규모의 대형 디지털 설치작품 전시 △신세계까사, 코오롱FnC 등 기업 브랜드관 △소상공인과 디자이너가 협력해 개발한 신제품 120종 판매 등이 진행된다.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행사기간 중인 '반려동물의 날(10월 21~22일)'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도 준비돼있다. DDP 어울림광장에 조성되는 반려동물 놀이터 '펫 빌리지'에선 반려동물 맞춤형 가구인 '한솔 펫마루', '자코모 소파' 등을 체험할 수 있다.스누피 가든에서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유한양행의 반려동물 사료 '윌로펫' 증정 행사도 열린다. 반려동물과 동반 입장하면 DDP 아트홀 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입장권은 행사 홈페이지와 현장에서 모두 구매할 수 있다.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은 보호자가 동반하는 경우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중·고등학생은 오는 24~28일 학생증 지참 시 별도의 입장료 없이 행사를 즐길 수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가왕’ 조용필(72·사진)이 4년 만에 단독 콘서트로 돌아온다.콘서트 기획사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는 다음달부터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2022 조용필 & 위대한 탄생 콘서트’를 연다고 17일 밝혔다. 콘서트는 다음달 26~27일과 12월 3~4일 모두 4회 진행된다.조용필의 단독 콘서트는 2018년 데뷔 50주년 전국투어 콘서트 ‘땡스 투 유’ 이후 4년 만이다. 당시 조용필은 전국 10개 도시를 순회하며 2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후에도 콘서트를 개최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여의치 않았다.1968년 컨트리 웨스턴 그룹 ‘애트킨즈’의 리더로 데뷔한 조용필은 가요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돌아와요 부산항에’ ‘단발머리’ ‘모나리자’ ‘킬리만자로의 표범’ ‘바운스’ 등 수많은 명곡을 남겼고, 데뷔 50년이 지난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가요계에 따르면 조용필은 올해 스무 번째 정규 앨범을 발매하기 위해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조용필은 국내 콘서트 최다 관객 동원 타이틀을 보유한 것은 물론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며 “이번 공연을 통해 그의 무대를 오래 기다린 팬들이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선아 기자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맏형’ 진(사진)을 필두로 차례대로 입대하기로 했다. 지난 15일 부산에서 열린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BTS의 그룹 활동은 2년 이상 ‘쉼표’를 찍게 됐다.BTS 소속사 하이브 산하 빅히트뮤직은 17일 “진이 이달 말 입영 연기 취소를 신청하고 이후 병무청의 입영 절차를 따를 예정”이라며 “다른 멤버들도 각자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병역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올해로 만 30세인 진은 애초 지난해 입대 대상이었지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추천을 받아 지금까지 입영이 연기됐다. 2020년 개정된 병역법에 따르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예술·체육 분야 특기자 가운데 문체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은 만 30세까지 입영을 연기할 수 있다.문제는 그 이후다. 현행 병역법은 국위 선양에 기여한 예술·체육 분야 특기자에게 군복무 대신 34개월간 예술·체육요원 대체복무를 허용하고 있다. 사실상 ‘군 면제’인 셈이다. 하지만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대중문화예술인은 예술·체육 분야 특기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중문화계를 넘어 정치권에서도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국위 선양에 앞장선 BTS를 군 면제해주는 것이 오히려 더 큰 국익’이란 주장과 ‘병역에 민감한 국민 정서상 특혜처럼 비칠 수 있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섰다. 예술·체육 분야 특기에 대중문화를 포함하도록 하는 병역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의 논의도 지지부진한 상태다.이런 상황에서 BTS가 입영 연기를 자진 철회하면서 진은 입영통지서가 나오는 대로 현역으로 입대하게 됐다. BTS는 사흘 전인 15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같이 노래하고, 춤추고, 뛰어놀아요. 가을밤 서늘한 공기를 뜨겁게 만들어요!”지난 15일 저녁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 마이크를 든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의 제안에 5만 명이 넘는 ‘아미’(BTS 팬무리)가 ‘보랏빛 응원봉 물결’로 화답했다.이날 열린 ‘옛 투 컴 인 부산’ 콘서트는 지난 6월 단체활동 중단을 선언한 BTS가 4개월 만에 ‘완전체’(멤버 7명 전원 참여)로 뭉친 무대였다.군 입대를 앞둔 멤버들이 있는 만큼 자칫 ‘마지막 완전체 공연’이 될 수 있다는 소식에 국내는 물론 해외 팬도 대거 몰려들었다. 웬만한 국제행사를 능가하는 경제 유발 효과를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보랏빛으로 물든 부산이번 공연은 무료로 열었다. 2030년 세계박람회를 부산이 유치하는 데 BTS도 힘을 보태겠다며 별다른 대가 없이 무대에 올랐다.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공연장 내 관객 수를 5만 명으로 제한해 입장하지 못한 팬 1만2000여 명은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야외 주차장과 해운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부산을 찾지 못한 세계 곳곳의 아미들은 위버스, 제페토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안방’에서 공연을 즐겼다. 이 공연의 위버스 스트리밍 수는 4907만 건을 넘어섰다.화려한 폭죽과 함께 검은색 옷을 맞춰 입고 나온 7명은 ‘마이크 드롭’ ‘런’ 등 강렬한 퍼포먼스로 공연을 열었다. 미국 빌보드 차트에 오른 ‘버터’ ‘다이너마이트’ 등 히트송이 이어졌다. 아미들은 곡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응원봉을 흔들며 공연을 즐겼다.BTS가 ‘아이돌’을 부를 땐 세계 각국에서 온 아미들이 ‘얼쑤 좋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예술가가 꽃에서 영감을 얻었다. ‘태양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노란색 해바라기로 희망을 그렸고, 인상주의 화풍의 창시자 클로드 모네는 빛의 방향에 따라 다채로운 색깔을 띠는 자연의 풍경을 수련을 통해 표현했다.꽃은 사진작가 김예랑에게도 ‘영감의 원천’ 역할을 한다. 그는 어두운 배경 아래 장미, 작약, 해바라기 등 다양한 꽃을 카메라에 담는다. 액자에는 언제나 꽃이 담겨 있지만, 그는 사람 사는 얘기를 담았다고 했다. “사람 사는 모습을 꽃으로 표현한 것”이란다.17일부터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멀티 페르소나’에서 공개하는 신작도 그렇다. 어떤 작품에선 꽃이 화려한 모자 뒤에 숨었고, 다른 작품에선 리본으로 포장돼 있다. 김 작가는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사람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가면을 쓰고 살아가잖아요.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과 감추고 싶은 마음을 동시에 갖고 있죠. 스스로를 포장해 보여주고픈 욕망과 가면 뒤에 숨고 싶은 비겁함을 꽃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어요.”왜 김 작가는 사람의 본능을 꽃에 빗댔을까. 김 작가는 “꽃의 일생이 사람의 인생과 닮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꽃이 피고 지는 게 마치 사람이 한평생 살아가는 모습을 ‘빨리감기’한 것과 비슷하지 않냐”고 그는 말했다.화병에 꽂힌 여러 종류의 꽃을 찍은 ‘화지몽’ 연작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에선 칠흑같이 검은 배경 위로 화려한 색깔의 꽃다발이 빛처럼 떠오른다. 김 작가는 “안개꽃과 함께 있을 때 장미가 더욱 빛
"오늘은 여러분과 함께하는 페스티벌이에요. 지금 이 자리에서 같이 춤추고 뛰어놀고 노래 불러주시면 그만입니다. 이 서늘한 공기를 제대로 뜨겁게 만들어 볼게요!"지난 15일 저녁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이렇게 말하자 큰 환호와 함께 '아미(BTS 팬덤)' 5만 여명이 응원봉으로 만든 보랏빛 물결이 크게 일렁였다.지난 6월 단체 활동 중단을 선언했던 BTS가 4개월 만에 '완전체'로 뭉쳤다. 이날 열린 '옛 투 컴 인 부산' 콘서트를 위해서다. BTS가 국내 콘서트를 연 건 올 3월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서울'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입대 전 마지막 콘서트…"믿음이 필요한 시점"이번 공연은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힘을 보태기 위해 무료로 열렸다. 이날 안전상 이유로 관객 수를 약 5만 명으로 제한한 탓에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한 팬들은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야외주차장과 해운대 특설무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공연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전세계의 아미들도 일본 TBS, JTBC과 위버스, 제페토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안방'에서 공연을 즐겼다.화려한 폭죽과 함께 올블랙 의상으로 맞춰입고 나타난 7명의 멤버들은 '마이크 드롭' '달려라 방탄' '런' 등 강렬한 퍼포먼스로 공연을 열었다. 미국 빌보드에 차트인했던 '버터' '다이너마이트' 등 히트송도 연달아 불렀다.아미들은 곡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응원봉을 흔들며 공연을 즐겼다. '불타오르네'를 부를 때는 빨간색 응원봉들이 모여 거대한 불 모양을 만들었고, '버터플라
인간의 삶은 돌봄으로 시작해 돌봄으로 끝난다. 갓 태어난 아기는 부모의 돌봄을 받으며 자라고, 성인이 되면 반대로 부모나 자신이 낳은 아이를 돌보기도 한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간병인이나 의료진, 가족의 돌봄 속에서 눈을 감는다. 돌봄은 인간의 삶과 뗄 수 없는 활동이다.하지만 돌봄을 정식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돌봄의 가치는 빛이 바래고 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영국 내 비공식적 돌봄노동 규모는 595억파운드(약 94조원)로 추산된다. 세계 그 어느 국가에서든 무보수 돌봄노동 규모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에서 절반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영국 가디언지의 부편집장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매들린 번팅은 이렇게 가려진 돌봄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그는 간병인, 간호사, 의사, 사회복지사, 아이를 키우는 부모, 부모를 돌보는 자녀 등 ‘돌봄 당사자’를 5년간 취재했다. 최근 출간된 <사랑의 노동>은 수년간 취재의 결과물이다.이 책에서 번팅은 돌봄에 대한 이분법적 관념을 깨뜨린다. 사람들은 종종 돌봄활동을 ‘이성 대 감성’, ‘숙련 대 미숙련’ 등으로 나눈다. 사실 현장은 그렇지 않다. 예컨대 간호사들은 거동이 힘든 환자를 씻길 때 그들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스킬을 사용한다. 목욕하는 동안 일부러 눈을 마주치지 않거나, 환자가 전에 살던 곳 또는 날씨 등을 이야기하면서 노련하게 어색한 상황을 피한다. 언뜻 보면 지극히 감성적인 접근 같지만, 상당히 전문적이고 숙련된 기술을 수반하는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단순히 돌봄의 가치를 찬양하는 내용만은 아니다.전통적인 가족 제도가 와해된 지금
합스부르크 왕가의 컬렉션은 그 자체로 ‘유럽 문화예술의 보고(寶庫)’다. 합스부르크 가문은 13세기부터 20세기까지 유럽 땅의 절반을 지배하며 명작을 대거 수집해왔다.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되는 작품도 규모와 종류 양면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합스부르크 왕족의 초상부터 철갑옷, 무기, 공예품까지 총 96점의 작품이 관람객을 찾는다. 놓치면 후회할 만한 주요 전시품을 큐레이터와 함께 선별했다. 흰 드레스를 입은 사랑스러운 공주스페인 국왕 펠리페 4세의 궁정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그린 ‘흰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는 이미 많은 사람에게 친숙한 작품이다. 흰 드레스를 입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귀여운 어린 공주를 그린 이 작품의 모델은 펠리페 4세의 딸인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다. 공주의 초상은 총 3점이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은 다섯 살 때의 공주를 그린 작품이다.벨라스케스는 공주와 정혼한 열한 살 연상의 외삼촌 레오폴트 1세에게 공주가 성장하는 모습을 초상으로 그려 보냈다고 한다. 그리기 까다로운 드레스의 레이스와 주름의 질감을 벨라스케스만의 노련한 색채 기술로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이 돋보인다. 벨라스케스는 스케치에 공들이기보다 대강 형상만 잡은 뒤 붓놀림을 다양한 두께와 농도로 사용하곤 했다. 이 작품도 벨라스케스의 화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갑옷 등 소장품으로 엿보는 왕족의 생활합스부르크 왕가를 이끌었던 왕족들의 소장품도 볼 수 있다. 1508년 신성로마제국 황제에 오른 막시밀리안 1세는 갑옷으로 군주로서의 위엄을 드러내곤 했다. 당시 갑옷은 정치적·군사적 권력의 상징이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의 창업자 방시혁 의장(오른쪽)이 13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50억원을 기부했다. 이번 기부로 방 의장은 사랑의열매가 운영하는 ‘한국형 기부자맞춤기금’의 열 세 번째 회원이 됐다.한국형 기부맞춤기금 프로그램은 기부자 의사를 반영해 기금 사업을 구성하는 ‘맞춤형 기금사업’이다. 10억원 이상을 한 번에 기부하거나, 기부 약정하는 사람만 가입할 수 있다. 기부금은 학교 밖 또는 시설보호 청소년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사용된다.방 의장은 서울 정동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열린 이날 가입식에서 “음악 창작가와 기업인으로 성장하기까지 여러 방면의 도움과 지지를 받았다”며 “조금이나마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금을 통해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청소년들이 자신 있게 꿈꾸고 진취적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들이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한 후 다시 사회에 기여하고 환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방 의장은 지난해에는 ‘포니정 혁신상’ 수상금으로 받은 2억원을 사회에 환원했고, 올 6월에는 모교인 서울대에 2억원을 쾌척했다.이선아 기자
합스부르크 왕가의 컬렉션에는 그리스로마신화의 신들이 자주 등장한다. 피터르 파울 루벤스가 그린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도 그렇다. 올림푸스의 최고 신인 주피터(제우스)와 전령의 신인 머큐리(헤르메스)는 인간 세상을 살펴보기 위해 정체를 숨긴 채 프리기아의 한 마을을 방문한다.하지만 집집마다 문전박대를 당했고, 노부부 필레몬과 바우키스만이 그들을 유일하게 따뜻하게 맞아줬다. 이 그림에서 머큐리가 손 위에 와인잔을 공중에 떠 보이며 정체를 밝히자 필레몬은 깜짝 놀라 가슴에 손을 얹고 있다. 바우키스가 신들을 대접하기 위해 거위를 잡으려고 하자 주피터가 ‘무리하지 말라’며 한쪽 손을 들어 말린다.얀 스테인의 ‘바람난 신부를 둔 신랑’도 자세히 보면 재밌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느 여관에서 열린 결혼식 피로연 장면을 표현한 이 작품에선 나이 많은 신랑이 결혼식용 왕관 대신 지푸라기를 꽂은 초라한 모자를 쓰고 있다. 천장 위엔 화환이 매달려 있고, 그 사이로 사슴뿔이 나와 있다. 신부가 바람을 피웠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마을 사람들은 마치 그들을 조롱하듯 미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이 그림의 작가 스테인은 ‘네덜란드의 김홍도’로 불린다. 그는 여관을 직접 운영하면서 농촌과 도시 양쪽의 중산층 생활을 관찰했고, 그 모습을 풍속화로 옮겼다. 스테인은 도덕적 교훈을 담은 계몽적 작품도 많이 남겼다. 이 작품 역시 ‘간통하지 말라’는 교훈을 퍼뜨리기 위해 제작됐다.‘합스부르크 600년-매혹의 걸작들’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십자가 모양 해시계’에도 흥미로운 비하인
유럽의 중앙에 자리잡은 오스트리아는 비행기로 11시간 넘게 가야 할 만큼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한국과는 인연이 꽤 깊은 나라다.한국과 오스트리아의 관계는 1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첫 만남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은 동아시아에 구축할 새로운 거점 가운데 하나로 한국을 점찍고 대형 이양선을 끌고 조선을 찾았다. 당시 조선은 청나라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항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892년 조선과 오스트리아가 수호통상조약을 맺게 된 배경이다. 조·오 수호통상조약은 최혜국 대우, 치외법권 인정 등이 포함된 불평등 조약이었다.오스트리아의 압박에 따른 불평등 조약이긴 했지만 고종은 수교를 기념하기 위해 프란츠 요제프 1세 황제에게 조선의 갑옷과 투구를 선물로 보냈다. 갑옷과 투구에는 비와 구름을 의미하는 용이 그려져 있다. 농경사회에서 풍요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갑옷과 투구는 프란츠 요제프 1세의 수집품으로 등록돼 빈미술사박물관에 보관됐다. 130년 전 고종이 우정의 표시로 보낸 조선의 갑옷과 투구(사진)가 한국을 찾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수교 후에도 조선과 오스트리아는 활발히 교류를 이어갔다. 1897년엔 수교 5주년을 맞아 빈궁정 오페라극장에서 조선 왕자와 양갓집 규수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발레극 ‘코레아의 신부’가 초연됐다. 하인리히 레겔이 쓴 극본에 오스트리아 작곡가 요제프 바이어가 음악을 더하고, 빈궁정발레단 수석무용수 요제프 하스라이터가 춤을 짠 작품이다.청일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 공연은 당시 발레극으로는 이례적으로 그해 시즌 최고 레퍼토리로 선정돼 5년간 장
서울 이태원역과 한강진역의 중간 지점에는 가운데가 뻥 뚫려 특이하게 생긴 건축물이 있다. 건물 절반이 비워져 있다. 빈 공간에는 철제 지붕, 벽, 프레임만 있다. 텅 빈 공간의 옆에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감상실이 있다. 전 세계에서 모은 LP판 1만여 장이 빽빽이 꽂혀 있는 곳이다. 음악감상실에 들어가면 빈 공간 사이로 펼쳐지는 서울 도심의 풍경을 한눈에 담으며 음악의 울림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현대카드가 만든 뮤직 라이브러리다. 현대카드는 최근 이곳을 포함해 디자인·트래블·아트·쿠킹 라이브러리, 공연장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전시 공간 ‘스토리지 바이 현대카드’ 등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로 ‘대한민국 건축의 날’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건축의 날 표창은 대부분 건축계 원로나 유명 건축사무소 등이 받았다. 일반 기업이 표창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상자를 선정하는 국토교통부는 “현대카드가 지난 20여 년간 건축과 문화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공간을 조성해 ‘건축의 대중화’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모두가 디지털 공간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 건축으로 현실 공간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는 평가다.이선아 기자
초원의 호숫가에서 목을 축이려 과나코가 고개를 숙이는 찰나. 마침내 몸을 바싹 낮추고 있던 퓨마가 돌진한다. 퓨마는 낙타과 동물 과나코의 천적이다. 숨막히는 추격전 끝에 퓨마는 자기보다 세 배나 큰 과나코의 목덜미를 무는 데 성공한다. 퓨마는 과나코를 쓰러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과나코는 사력을 다해 목을 흔들어 댄다. 과나코는 가까스로 퓨마를 떨쳐내고 저 멀리 도망친다. 퓨마의 사냥 장면은 마치 한 편의 액션 영화처럼 긴박감이 넘친다.넷플릭스의 5부작 다큐멘터리 ‘지구상의 위대한 국립공원’은 동물 다큐멘터리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준다. 퓨마뿐만 아니다. 아빠 고릴라에게 잘 보이기 위해 대나무를 능숙하게 타려다가 풀썩 떨어지는 세 살짜리 마운틴고릴라, 기나긴 가뭄과 밀렵의 위험 속에서도 50년을 살아남은 희귀 코끼리 ‘슈퍼 터스커’는 그 어떤 인간사에 견줘도 부족함이 없는 스토리를 보여준다.위대한 국립공원 다큐멘터리는 또 하나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에미상’을 안겨줬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달 에미상 시상식에서 ‘우수 내레이터 상’을 받았다. 최초의 TV 기자회견을 했다는 이유로 1956년 특별상을 받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에 이어 에미상을 받은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이 됐다.에미상 수상에 빛나는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전문 성우에 버금가는 차분하고 신뢰감 있는 목소리로 ‘대자연의 보고’ 국립공원을 조명한다. 유년 시절을 하와이에서 보낸 오바마 전 대통령은 스스로 자연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오바마가 태중에 있을 때부
젊은 암컷 퓨마가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던 과나코 무리를 보고 몸을 바싹 낮춘다. 과나코가 호숫가에서 목을 축이려 고개를 숙이는 순간, 퓨마가 그들을 향해 돌진한다. 숨막히는 추격전 끝에 퓨마는 자신보다 3배나 큰 과나코의 등에 올라타 목덜미를 덥썩 문다. 목을 흔들며 퓨마를 떼어내려는 과나코와 날카로운 이빨로 급소를 노리는 퓨마의 신경전이 이어진다. 마침내 과나코는 퓨마를 뿌리치고 가까스로 초원을 빠져나온다. 긴장감 가득한 이 장면은 마치 한 편의 액션 영화를 연상시킨다. 넷플릭스의 5부작 다큐멘터리 ‘지구상의 위대한 국립공원’은 ‘동물 다큐멘터리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깬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스토리가 있다. 아빠 마운틴고릴라에게 잘 보이기 위해 대나무를 능숙하게 타려다가 풀썩 떨어지는 세 살 난 아기 고릴라, 기나긴 가뭄과 밀렵 위험 속에서 살아남은 50살짜리 ‘슈퍼 터스커’ 코끼리 등을 보다 보면 그들만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이 작품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에미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지난달 초 열린 에미상 시상식에서 오바마 전&n
지난달 28일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앞 석촌호수는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예전과 별다른 것 없는 풍경을 ‘핫스폿’으로 만든 주인공은 이날 밤 호수에 띄워진 18m 높이의 거대한 노란색 고무 오리였다. 2014년 석촌호수에 설치돼 한 달간 약 500만 명이 관람한 ‘러버덕’이 8년 만에 돌아온 것이다.반응은 뜨겁다. 공식 제막식(9월 29일) 전날부터 ‘러버덕의 귀환’을 축하하기 위해 수백 명이 모였고, 약 2주 만에 인스타그램엔 관련 게시글이 10만 건 넘게 올라왔다.어릴 적 욕조에 띄워 놀던 러버덕은 단순히 귀엽기만 한 장난감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약 4000만 명)을 모은 대형 공공미술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작가 플로렌타인 호프만(45)은 2007년부터 고향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시작으로 60여 개국에 러버덕을 띄우고 있다.거대한 고무 오리에 담긴 메시지는 ‘평등’이다. 높이 18m의 오리 앞에선 모두가 작아지고, 평등한 존재가 된다. ‘석촌호수 러버덕 프로젝트’에 맞춰 방한한 호프만은 제막식 전날 기자와 만나 “러버덕은 인종이나 성별을 떠나 모두를 하나로 만든다”고 말했다. 이번에 ‘원조’ 러버덕과 함께 띄운 ‘레인보 러버덕’도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레인보 러버덕은 다양한 색깔을 품고 있는 것처럼 각기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포용한다”고 설명했다.호프만은 특정 장소에 딱 맞는 작품을 설치하는 것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4년 영국 런던 템스강에는 거대한 하마 모양의 나무 조각을 설치했다. 과거에 이 강에 하마가 살았던 데서 착안한 것이다. 2020년에는
폭 50~60㎝의 캔버스들이 마치 모자이크처럼 서로 이어져 있다. 그렇게 연결된 108개의 캔버스가 가로 10m, 세로 3m의 거대한 캔버스를 만들어낸다. 그 위에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새하얀 구름과 같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청명한 가을 하늘을 그린 듯한 이 작품은 사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보도사진의 일부다. 2001년 미국에서 3000명 가까운 희생자를 낸 9·11 테러 사고다. 여객기가 110층 높이의 초고층 쌍둥이 빌딩과 충돌하면서 생긴 붉은 불꽃과 하얀 연기. 홍순명 작가(63·사진)는 이 비극적인 사건을 담은 사진 중에서도 빌딩 윗부분에 초점을 맞췄다.그는 중심과 주변을 전복시키는 ‘사이드스케이프(Sidescape)’ 작업을 20년째 진행 중이다. 사이드스케이프는 ‘주변(side)’과 ‘풍경(landscape)’을 합쳐서 만든 단어다. 중심에서 비켜나 있는 주변부를 조명해 주류와 비주류, 다수와 소수 등 이분법적 위계를 해체한다. 캔버스 100여 개가 만들어낸 대작홍 작가의 사이드스케이프 작업이 이번에는 ‘재난’이라는 주제로 돌아왔다. 서울 진관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열고 있는 개인전 ‘비스듬히 떨어지는 풍경-재난, 가족’에서다. 홍 작가는 세계 각국에서 재난 상황을 찍은 보도사진의 한 부분을 캔버스에 옮겼다.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독특하다. 작가 자신조차 미술관에 작품을 걸기 전까지는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한다. 경기 파주에 있는 작업실에서 그가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캔버스의 폭은 50~60㎝ 정도. 이렇게 작은 캔버스 100여 개에 그림을 그린 뒤 합치면 폭 10~20m의 대작이 된다. 그가 소규모 갤러리보다는 거대한 전시공간을 갖춘 미술관에서 주로 작품
"보고 싶었어요. 사랑해요!"지난 8일 저녁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88 잔디마당. 영국 팝 스타 앤 마리가 어눌한 한국말로 이렇게 말하자 관객들이 환호하며 "미 투"를 외쳤다.이날 오전부터 서울엔 비바람이 세차게 불었지만, 올림픽공원만큼은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22(이하 슬라슬라)'를 즐기기 위한 관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슬라슬라는 공연기획사 프라이빗커브가 여는 음악 페스티벌이다. '여유로운 삶의 발견'이라는 주제로 2017년 처음 시작했다. 이번 페스티벌은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열렸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사흘(10월 8~10일) 가운데 8~9일은 단숨에 표가 매진될 만큼 많은 음악 애호가들의 기대를 모았다.이날 헤드라이너(주요 공연팀)는 저녁 8시30분부터 시작한 앤 마리의 공연이었다. 검정색 털 모자와 하얀색 긴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앤 마리는 '챠오 아디오스(CIAO ADIOS)'로 공연을 열었다. 이어 'X2', '텔 유어 걸프렌드(Tell your girlfriend)' 등 지난해 발매한 정규 2집 '테라피(Therapy)' 수록곡을 연달아 불렀다.앤 마리는 곡을 마칠 때마다 한국말로 "재밌어요?" "사랑해요" 등을 외치며 팬들과 소통했다.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자 "여러분, 추워요? 추우면 저랑 같이 춤춰요"라고 말하며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팬들도 앤 마리가 감성적인 곡을 선보일 때면 핸드폰 조명을 켜서 흔들었다. 앤 마리를 국내에 알린 대표곡 '2002'를 부를 땐 수천 명의 관객들이 함께 따라불렀다.그는 한국 팬들에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는 메시지도 남겼다. 그는 "어렸을 때는 '내 코가, 내 턱이, 내
남산은 서울의 상징이자 한국의 상징이다. 서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남산타워는 한국을 알리는 특급 랜드마크로 부족함이 없다. 지금의 한국뿐만 아니다. 조선시대에도 남산의 의미는 남달랐다. 1394년 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천도하면서 남산은 ‘신성한 민족의 산’으로 여겨졌다.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한 해 농사가 잘되면 감사를 올리는 영성제를 지냈다.일제강점기에도 우리 민족과 영욕을 같이했다.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일본은 한양을 잠식하기 위해 남산 곳곳에 통감부, 총독부, 신사 등을 세웠다. 강제병합 후에는 대한제국 최초의 국립묘지인 장충단을 없애고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이름을 딴 박문사를 세웠다.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이 남산에 주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민족의 굴곡진 역사를 함께한 남산을 잘 알아야 현재와 미래를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남산에 대한 애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10년 넘게 남산에 올랐고, 2017년부터는 각계각층 인사를 초청해 남산 역사 탐방도 시작했다.<푸른 눈썹 같은 봉우리, 아름다운 남산>은 윤 회장이 수년간 연구한 남산의 역사를 담았다. 책 제목은 조선 정조 때 글솜씨로 유명했던 이덕무가 남산을 두고 “남쪽 산은 자각봉처럼 빼어난 곳이 없는데, 푸른 눈썹 같은 봉우리 높이 솟아 하늘도 지척이라네”라고 쓴 것에서 따왔다.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광복 이후, 군사정권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남산의 600년 역사를 다룬다.이선아 기자
19세기 초만 해도 유리는 그야말로 ‘금값’이었다. 생산 과정이 복잡하고 이를 정교하게 조각하는 세공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탓이었다. 유리로 만든 거울은 거장 라파엘로의 작품보다 세 배나 비쌌다. 유리공예는 19세기 중반 산업혁명으로 유리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꽃피기 시작했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아르누보 사조는 유리공예의 전성기를 앞당겼다.프랑스 에밀 갈레(1846~1904)가 만든 유리 꽃병은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갈레는 유리 세공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파리와 독일 마이젠탈에서 유리 기술을 배웠다. 그는 어린 시절을 보낸 프랑스의 소도시 낭시에서 자주 본 식물 줄기와 가지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래서 갈레의 작품에선 섬세한 꽃무늬와 덩굴 등 아르누보 사조를 대표하는 특징을 볼 수 있다.갈레는 반투명한 색유리를 층층이 쌓는 ‘카메오 기법’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화려하고 풍부한 빛깔을 구현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갈레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경남 양산 한국궁중꽃박물관에서 에밀 갈레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는 오는 12월 31일까지.이선아 기자
짐 데이토란 미래학자가 있다. 1967년 앨빈 토플러와 함께 ‘미래학’을 개척한, 이 분야의 최고 구루다. 그런 그가 1990년대 말에 이런 얘기를 했다. “지금까지 경제성장의 동력이 정보와 기술이었다면, 앞으로는 상상력과 창조성으로 바뀔 것”이라고. 21세기엔 기업이건, 국가건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자본·노동·기술 등 기존 성장동력만으론 부족하고, 예술과 문화가 반드시 더해져야 한다는 의미였다.세상은 그의 예언대로 돌아갔다. 애플 스타벅스 구글처럼 상상력과 창조성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는 기업들의 세상이 됐다. 이들 기업은 핵심 경쟁력이 된 ‘상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수시로 예술을 찾았다.한국을 대표하는 ‘산업 도시’에 자리잡은 울산시립미술관이 올 하반기 특별전 주제로 ‘예술과 산업’을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울산에 있는 기업들이 예술과 만나 경쟁력을 한껏 끌어올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6일부터 자동차(현대자동차 아우디 포드), 에너지·화학(SK이노베이션), 정보기술(IT·인텔), 패션(프라다 나이키)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기업이 10개국의 15개 예술인 팀과 함께 협업한 작품을 전시한다. ○“경제성·예술성 다 잡아”전시장에 내걸린 작품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기업과 예술가가 손을 맞잡았다는 것, 그러면서도 예술적 가치가 높다는 점이다. 서진석 관장은 “작가들이 자신의 대표작에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수준 높은 작품만 골랐다”며 “전시 준비에 꼬박 1년이 걸린 이유”라고 했다.가장 큰 제1전시실(1454㎡)의 안방은 ‘각 그랜저’로 불리
지난 6월 미국 뉴욕 소호거리에 있는 체이스컨템포러리갤러리에서 한 예술가의 개인전이 열렸다. ‘현대 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를 연상케 하는 초현실주의적 그림에 미술계는 열광했다. 점당 5만~12만5000달러(약 7000만~1억8000만원)에 이르는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내걸린 작품 35점은 순식간에 ‘완판(완전판매)’됐다.그림을 그린 이는 ‘작은 피카소’로 불리는 열한 살 소년 안드레스 발렌시아(사진). 뉴욕타임스는 ‘초등학생 예술 신동’에 대해 “젊고 능력 있는 예술가가 많지만, 발렌시아만큼 빨리 실력을 인정받은 예술가는 드물다”고 썼다.발렌시아는 이번에 깜짝 등장한 초짜 화가가 아니다. 지난해 열린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아트바젤에서도 그의 출품작 17점은 단숨에 다 팔렸다. 이후 그의 그림은 홍콩에서 열린 필립스드퓨리 경매에서 15만9000달러(약 2억2800만원)에 새 주인을 맞았고, 이탈리아 카프리의 한 자선 행사에선 23만달러(약 3억3000만원)에 낙찰됐다.발렌시아는 네 살 때 부모가 수집한 작품을 보며 그림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버지(변호사)의 의뢰인인 그래피티아티스트 레트나의 그림을 비슷하게 따라 그렸고, 이를 본 부모가 그가 마음껏 그릴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한다. 발렌시아는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발렌시아의 그림은 강렬한 색채, 피카소 등 거장을 연상시키는 추상주의적 표현으로 인기를 얻었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장미셸 바스키아, 조지 콘도, 피카소 등으로부터 영감을 받는다”고 했다.발렌시아 작품 구매자 리스트
지난 6월 미국 뉴욕 소호거리의 체이스 컨템포러리 갤러리에선 한 예술가의 개인전이 열렸다. '현대 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를 연상시키는 초현실주의적 그림은 미술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한 점당 5만~12만5000달러(약 7000만~1억8000만원)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작품 35점은 단숨에 '완판'됐다. 이 그림을 그린 예술가는 '작은 피카소'로 불리는 11살짜리 소년 안드레스 발렌시아. 이제 갓 10대에 접어든 '예술 신동'에게 미술계는 열광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그를 두고 "현대 미술계는 젊고 능력있는 예술가들로 넘치지만, 발렌시아만큼 초기에 경력을 인정받은 예술가를 찾기는 어렵다"고 했다. 할리우드 톱스타·BTS도 홀린 '리틀 피카소'발렌시아가 미술계 스타덤에 등극한 건 지난해 열린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에서다.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아트 바젤에 발렌시아가 출품한 그림 17점은 큰 인기를 끌며 완판됐다. 이후 그의 그림은 홍콩에서 열린 필립스 드 퓨리 경매에서 15만9000달러(약 2억2800만원)에 팔렸고, 이탈리아 카프리의 한 자선 행사에선 23만달러(약 3억3000만원)에 낙찰됐다.발렌시아는 4살 때 부모님이 수집한 작품을 보며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변호사인 아버지의 고객 중 한 명이었던 그래피티 아티스트 '레트나(Retna)'의 그림을 따라서 스케치하는 것을 보며 발렌시아의 부모님은 그의 재능을 알아챘다고 한다. 발렌시아는 사다리에 올라 자신의 키보다 훨씬 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면서 미술을 독학하곤 했다.발렌시아의 그림은 강렬한 색채, 피카소 등 거장을 연상시키
“망하는 회사의 공통점은 직원들의 피드백이 없었다는 것이다.”메타(옛 페이스북)의 전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는 매년 팀장들을 상대로 리더십 강의를 열고 이렇게 말했다. 메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기업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건설적인 피드백이 자유롭게 오가는 분위기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중요한 건 ‘어떻게’다. 아무리 좋은 원칙이라도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문화와 구체적인 지침이 없으면 ‘허공 속의 외침’일 뿐이다. <실리콘밸리에선 어떻게 일하나요>를 읽다 보면 어떻게 메타와 같은 혁신적인 기업들이 이런 근무환경을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이 책은 메타 본사에 사원으로 입사해 약 7년간 팀장, 신규사업팀 리더, 메타 1호 디자인 전략가를 거친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 채가 썼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한국인은 많지만, 실제 실무를 경험하고 리더급까지 올라간 한국인을 소개한 책은 국내에 드물다.메타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 가운데서도 ‘피드백 문화’가 활발한 곳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피드백을 듣기 위해 매주 직원들과 회의를 연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피드백을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는 ‘절대 보복 금지’ 제도다. 만약 보복 행위가 일어나면 가차 없이 보복한 사람을 해고한다.직원들에게 피드백 기술에 대한 훈련도 꾸준히 한다. 예컨대 ‘그렇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행동을 직접 지적하는 것보다는 ‘그렇게 하면 이러한 결과를 가져오는데, 다른 행동을 할 것을 추천한다’고 임팩트(결과)를 짚는 식이다. 피드백을 받았을 땐 감정이 상해 갈등이 불
호텔의 ‘얼굴’은 메인 로비다. 호텔의 첫인상과 품격을 보여주는 곳이어서다. 고급 호텔들이 저마다 고른 최고의 예술 작품을 로비에 내거는 이유다.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높이 555m)인 롯데월드타워 76~101층에 자리 잡은 시그니엘 서울도 그런 호텔 중 하나다. 이 호텔의 메인 로비(79층)를 장식한 ‘얼굴 작품’은 미국 현대예술가 제니 홀저(72)의 ‘트루 리빙(True Living)’이다. 체크인 데스크 맞은편 벽면에 걸린 1.5m 길이의 LED(발광다이오드) 전광판이 그의 작품이다.언뜻 보면 여느 평범한 전광판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체크인 순서를 기다리는 투숙객은 물론 구경삼아 들른 사람들도 이 전광판이 값비싼 예술품이란 걸 모른 채 지나친다. 이걸 예술의 반열로 끌어올린 건 전광판이 아니라 전광판에 흐르는 메시지다. “자유는 사치일 뿐 필수품이 아니다(FREEDOM IS LUXURY NOT A NECESSITY)”, “휴머니즘은 한물 갔다(HUMANISM IS OBSOLETE)”, “자신을 넘어서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다(IT IS MAN’S FATE TO OUTSMART HIMSELF)”….마치 시(詩)처럼 13시간 간격으로 재생되는 메시지들을 곱씹다 보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시그니엘 서울이 올 1월 이 작품을 로비에 설치한 이유가 바로 이거다. 호텔 관계자는 “트루 리빙을 고른 건 시그니엘은 그저 ‘잠자는 공간’이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나 ‘사유(思惟)하는 공간’이란 의미를 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홀저는 텍스트를 활용하는 현대예술가 중 가장 잘나가는 작가로 꼽힌다.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메시지를 던지는가 하면, 전쟁 재난 성차별 등 사회적 이슈에
세계 미술계가 인공지능(AI) 기술로 시끄럽다. ‘AI가 그린 그림을 예술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커지는 상황에서 ‘AI 창작물’의 저작권 논란까지 불거졌다. AI가 예술가 역할을 대신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26일 미국 미술전문 매체 아트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사진 공유·판매 사이트인 게티이미지의 크레이크 피터스 최고경영자(CEO)는 “달리(DALL-E) 등 AI가 만든 이미지는 저작권 초상권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이들 이미지에 대한 업로드와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고 말했다.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은 개인 블로그나 뉴스 사이트 등에 올라온 이미지를 긁어모아 학습한 뒤 알고리즘을 만든다. 이를 토대로 사용자가 제시어를 입력하면 몇 분 만에 수십 장의 그림을 그려낸다. 창작 과정에서 저작권과 초상권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AI가 만든 이미지를 사고팔 경우 업로드한 사람은 물론 다운로드받은 사람도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게티이미지가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최근 들어 AI 프로그램을 활용한 창작물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후원하는 AI 연구단체 오픈AI가 지난해 AI 프로그램 달리를 선보인 후 구글(이매젠), 메타(메이크어신) 등 글로벌 빅테크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놨다. 텍스트나 간단한 스케치를 입력하면 쉽게 사실적인 그림을 창작할 수 있다.일각에선 AI 프로그램의 학습 알고리즘이 예술가들의 작품을 ‘무단 표절’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디즈니, 워너브러더스 등에서 일한 아트디렉터인 제이슨 후안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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