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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아 기자
    이선아 기자 유통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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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과 대중문화를 다룹니다. 정확하게, 재밌게, 깊게 쓰겠습니다.

  • '빌보드 200' 정상 오른 블랙핑크…새 역사 썼다

    걸그룹 블랙핑크(사진)가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 정상에 올랐다. K팝 여성 아티스트 가운데 처음이다. 블랙핑크는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 1위에 이어 빌보드 메인 차트까지 석권하면서 세계 양대 음악 차트를 모두 휩쓰는 대기록을 세웠다.25일(현지시간) 빌보드에 따르면 블랙핑크의 정규 2집 ‘본 핑크(BORN PINK)’는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빌보드 200은 단일 곡 차트인 ‘빌보드 핫 100’과 함께 빌보드의 메인 차트로 꼽힌다. 실물 음반 판매량과 스트리밍 횟수·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 등을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본 핑크는 △실물 음반 7만5500장 △스트리밍 2만5000장 △디지털 음원 1500장 등 총 10만2000장을 기록해 1위에 올랐다. 11주 연속 1위를 ‘장기 독점’했던 라틴 팝 가수 배드 버니의 ‘너 없는 여름(Un Verano Sin Ti)’을 꺾었다.그동안 빌보드 200은 국내 걸그룹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지금까지 빌보드 200에서 정상을 차지한 K팝 그룹은 보이그룹(BTS·슈퍼엠·스트레이키즈)밖에 없었다. 세계로 넓혀봐도 걸그룹이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한 건 2008년 4월 미국 그룹 대니티 케인이 마지막이었다. 약 14년5개월 만에 블랙핑크가 이 벽을 깬 것이다.블랙핑크는 세계 팝의 중심지인 미국과 영국에서 나란히 정상에 오르면서 K팝의 역사를 새로 썼다. 본 핑크는 지난 23일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이 차트는 빌보드 차트와 함께 세계 양대 음악 차트로 꼽힌다. 본 핑크의 타이틀 곡 ‘셧 다운’은 최근 세계 최대 스트리밍 차트인 스포

    2022.09.26 17:52
  • [책마을] "탄수화물 범벅 개 사료, 패스트푸드와 같다"

    사람이 피자,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를 매일 먹으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당뇨, 고지혈증 등에 걸릴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반려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반려견이 주식으로 먹는 건식 사료가 패스트푸드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포에버 도그>는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야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가이드북이다. 세계 최대 반려동물 건강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 ‘플래닛 포스’의 설립자 로드니 하비브와 전 세계에서 SNS 팔로어 수가 가장 많은 수의사 캐런 쇼 베커가 썼다. 이들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20~30세까지 장수한 반려견의 주인, 유전학자, 미생물학자 등을 인터뷰했다. 과학적·의학적 지식을 토대로 ‘장수견’의 비밀을 파헤쳤다.비법은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건강하게 먹고, 정기적으로 운동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다. 자세한 근거와 지침을 담았다. 예컨대 시중에 파는 반려견용 펫푸드는 대개 탄수화물 기반이다. 그런데 개에게 탄수화물은 굳이 필요하지 않다. 단백질과 지방을 반반씩 섭취하는 게 건강에 가장 좋다. 탄수화물은 혈당과 염증 수치만 높일 수 있다. 게다가 건식 사료는 네 번 이상 고열 가공한 재료가 들어가 건강을 해친다.저자들은 널리 알려진 통념도 깬다. 개에게 사람이 먹는 음식을 주는 건 반려인 사이에선 금기와 같다. 하지만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사람의 음식은 개에게도 최고 품질의 음식이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자율 배식’보다 ‘시간 제한 급여’를 하는 것도 좋다. 전체 칼로리 섭취량은 유지하되 하루 음식물 섭취 횟수를 3회에서 2회로 줄이면 노화로 인한 병을 예방할 수 있

    2022.09.23 17:21
  • 참으로 우주롭다…선과 구로 조각한 '미지의 세계'

    유한한 존재의 근원적 숙명일까. 인간은 늘 우주를 꿈꾼다. 무한하고 비밀스러운 ‘미지의 세계’ 우주는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의 원천이 됐다.조각가 문신(文信·1923~1995)에게도 우주는 언제나 ‘향하고 싶은 공간’이었다. 그래서 그는 작품 속에 자신이 찾아낸 우주의 원리를 담았다. 1985년에 만든 조각작품 ‘우주를 향하여’를 보면 알 수 있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는 기하학적 형태의 조각들은 서로 얽혀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된 작품의 표면은 맑은 날에도, 흐린 날에도 언제나 하늘을 비추며 현실에 동화된다.선과 구(球)로 현실과 우주를 작품에 담아낸 문신이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서울 정동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은 문신의 100번째 생일을 맞아 대규모 회고전 ‘문신:우주를 향하여’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장르도 다양하고, 규모도 크다. 회화부터 조각, 드로잉, 도자기 등 총 230여 점에 달하는 작품이 전시돼 있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문신의 작품세계를 볼 수 있는 기회다. 韓·日·佛을 넘나든 예술가문신의 본명은 문안신(文安信)이다. 그는 1923년 일본 규슈의 탄광촌에서 조선인 노동자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를 대표하는 작품은 대부분 조각이지만, 시작은 회화였다. 문신은 다섯 살 때 아버지와 함께 경남 마산(현재 창원시)으로 와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열두 살이 되자 그는 ‘태서명화’라는 화방에 취업해 피카소, 고흐, 세잔 등 서양 미술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우고 싶었던 소년은 열여섯 살이 되던 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1943년 일본미술학교 서

    2022.09.22 16:53
  • 홍콩영화 전성시대의 ‘그 거리들’ 서울에서 미니어처로 본다

    영화 '중경삼림', '첨밀밀', '타락천사' 등 1980~1990년대를 풍미했던 홍콩 영화 속 거리가 서울에서 미니어처 작품으로 재탄생한다.홍콩경제무역대표부는 오는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D전시관에서 '홍콩 미니어처 전시회'를 연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전시회는 한국에서 개최되는 첫 홍콩 관련 미니어처 전시회다. 전세계에서 활동하는 미니어처 예술가들이 약 40개의 작품을 국내에 최초로 선보인다.작가들은 실제 홍콩 현지의 모습을 축소했다. 영화 중경삼림에서 주인공인 금성무가 유통기한이 지난 파인애플 통조림을 먹던 장소인 란콰이펑도 전시작 중 하나다.란콰이펑은 홍콩의 맛집, 클럽, 바가 모여있는 '핫스팟'이다. 현지인과 관광객들로 가득 찬 떠들썩한 거리를 미니어처로 재구성했다. 3차원(3D) 기술을 활용해 인물들의 표정과 움직임도 구현했다.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구룡반도 쿤통의 '시그니처 건물' 유만스퀘어도 전시된다. 유만스퀘어와 쿤통 거리는 배우 여명이 주연을 맡은 타락천사에 등장한 곳이다. 현재는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허물어졌지만, 이번 전시회에서 미니어처 작품으로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주최 측은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불꽃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했다.열혈남아의 주요 촬영지였던 타이오 수상마을도 미니어처 작품으로 재현됐다. 열혈남아의 여주인공인 장만옥이 이곳에 있는 식당 딸로 등장하면서 타이오 수상마을은 홍콩의 주요 관광지로 떠올랐다. 해안을 따라서 나무, 돌 위에 세워져있는 독특한 수상 가옥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해냈다.이 밖에도 첨밀밀에 등장하는 홍콩 속 도심 풍경, 영화 '신불

    2022.09.22 10:20
  • [이 아침의 디자인] 디자이너 부부가 만든 1000만원짜리 의자

    유리 섬유로 만든 흰색 판은 흐르는 물을 닮았다. 좌판을 떠받치는 다섯 개의 강철 다리는 X자 모양의 받침대 위에 놓였다. 우아하면서도 전위적인 이 작품은 디자이너 부부인 찰스 임스(1907~1978)와 레이 임스(1912~1988)가 만든 의자 ‘라 셰즈(La chaise)’다.임스 부부는 ‘20세기 디자인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독특한 가구 디자인을 통해 ‘디자인 변방’이었던 미국을 ‘디자인 수도’로 탈바꿈시켰다. 이들은 2차 세계대전 때 의료용 들것과 부목을 만들면서 합판 성형기술 등을 배웠다. 이를 활용해 좌판·등받이·팔걸이가 하나로 연결된 의자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라 셰즈는 이 중에서도 찰스 임스가 가장 좋아했던 의자다. 그는 1948년 뉴욕현대미술관의 국제저비용가구디자인 공모전에 이 의자를 출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제작 과정이 복잡한 데다 비용도 많이 들어서다. 그래서 라 셰즈는 40년 넘게 시제품 단 한 개만 있었다. 임스 부부가 세상을 떠난 뒤 스위스 가구회사 비트라가 라 셰즈를 대량 생산하면서 여러 집의 거실에 놓이게 됐다. 한 개에 1000만원을 웃돌지만, 라 셰즈를 찾는 수요는 끊이지 않는다.이선아 기자

    2022.09.21 18:24
  • "높아진 K아트 위상, 광주비엔날레서 꽃피울 것"

    “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가 첫 아시아 진출 국가로 한국을 택한 이유를 파고들면, 결국엔 광주비엔날레가 나옵니다. 국내 어느 도시도 미술에 주목하지 않았던 1990년대에 시작한 광주비엔날레가 한국을 ‘아시아의 미술 수도’로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죠.” 이숙경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21일 열린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광주비엔날레는 1995년 시작된 미술 축제다. 아트페어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사고파는 ‘미술 장터’라면, 비엔날레는 미술계에서 인정하는 ‘실력파’들이 경연을 펼치는 ‘미술 올림픽’이다. 광주비엔날레는 아시아에선 유일하게 미술 전문매체 ‘아트넷’이 선정한 세계 5대 비엔날레에 이름을 올리는 등 ‘아시아 넘버원 비엔날레’로 인정받고 있다. 2년마다 열리는 광주비엔날레의 14번째 전시회는 내년 4월 7일부터 7월 9일까지 94일간 열린다. 난민·원주민 출신 예술가도 참여내년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다. 도가철학의 고전인 에 등장하는 문구를 빌렸다. 이 감독은 “이질적인 존재를 모두 수용하는 물처럼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을 품는 비엔날레가 되기 위해 이런 주제를 택했다”고 말했다. 내년 비엔날레에는 약 30개국 80여 개 팀이 참가한다. 이 중 20여 개 팀만 한국 국적이고, 나머지는 외국 작가다. 이들은 각자 겪은 소외와 억압의 경험을 형상화한 작품들을 내놓을 계획이다. 엘살바도르에서 태어난 과달루페 마라비야(46)가 대표적이다. 그는 여덟 살 때 터진 내전으로 보호자도 없이 미국 국경을 넘었다. 신분 증명서류 한 장 없었던 그는 잃어버린 아버지의 성 마라비야를

    2022.09.21 18:20
  • 타이틀리스트, 드라이버 'TSR 3종' 전세계 동시 출시

    타이틀리스트가 23일 신제품 드라이버 TSR 3종을 전 세계에 동시 출시한다. TSR은 6년 전 타이틀리스트가 시작한 ‘타이틀리스트 스피드 프로젝트(Titleist Speed Project)’에서 탄생한 드라이버다.이번 TSR 시리즈는 TSR2, TSR3, TSR4 등 세 가지 모델로 출시된다. 골퍼들의 다양한 선호도와 퍼포먼스를 감안해 모델별로 각기 다른 성능과 선택지를 제공한다. TSR2는 빠른 스피드를 통해 최대 비거리를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TSR3는 ‘슈어핏 CG 트랙 무게추 시스템’을 통해 구질과 무게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TSR4는 긴 비거리를 위해 스핀 감소가 필요한 골퍼에게 적합하다. 타이틀리스트 관계자는 “TSR은 기존에 출시됐던 TSi 드라이버보다 한 단계 더 발전했다”며 “더 빠른 스피드, 더 긴 비거리를 위해 타이틀리스트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집약했다”고 말했다.TSR 시리즈는 출시 전부터 퍼포먼스를 입증하면서 골프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 7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TSR3를 사용한 김주형(20)이 윈덤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면서다. 그는 “그동안 TSi3를 사용하면서 매우 만족해서 바꿀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이번에 사용하고 난 뒤 예상보다 훨씬 좋아서 바로 백에 넣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TSR3를 사용한 후 페어웨이로 안착하는 횟수가 늘었고, 일관적인 샷을 보여주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볼 스피드와 스윙 스피드도 향상됐고, 바람이 많이 부는 환경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김주형뿐만이 아니다. PGA투어에 참가한 선수들 가운데 80명 이상이 TSR 시리즈를 사용하고 있다. 페덱스 컵 플레이오프에서 TSR3를 사용한

    2022.09.20 16:15
  • 왁(WAAC), 美 골프전문 브랜드 '존스'와 손잡아

    골프웨어 브랜드 ‘왁(WAAC)’이 미국 포틀랜드의 골프용품 전문 브랜드 ‘존스’와 손잡고 새로운 컬렉션 ‘존스 바이 왁’을 출시했다.이번에 선보인 컬렉션은 존스가 오랜 시간 쌓아온 역사와 디자인 요소를 왁의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한 골프백 라인과 남성 어패럴(의류)이다. 1971년 포틀랜드에서 시작한 존스는 50여 년간 골프 전문 백을 제작해 왔다. 그동안 수많은 골프 브랜드와 협업해 골프용품을 출시했지만, 존스가 파트너사와 함께 일반 의류 라인을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존스 바이 왁 컬렉션의 테마는 ‘그린에서 벗어나 일상에서 나만의 페어웨이를 꿈꾼다’는 의미를 담아 ‘비욘드 더 페어웨이(Beyond the fairway)’로 정했다. 상품은 스웨터, 카고팬츠, 캡모자, 아노락 후디, 윈드 브레이커, 양말, 캐디백 등 총 24가지다. 왁의 시그니처 컬러인 레드, 블랙, 그린을 주로 사용했다. 이번 협업을 위해 그래픽 로고도 새로 개발해 상품에 활용했다.왁 관계자는 “특히 라이더 캐디백은 수납공간이 넉넉하고 분리 구조가 체계적”이라며 “메시 소재의 스트랩을 적용해 골퍼들의 어깨 피로 및 쏠림 현상을 방지해주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존스 바이 왁 컬렉션은 공식 온라인몰인 코오롱몰과 더 카트 골프에서 구매할 수 있다.왁은 글로벌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9년 일본, 2021년 중국 진출에 이어 올해는 골프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미국 2위 골프 전문 유통업체인 ‘WGS’와 파트너십을 맺고, 지난 4월부터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왁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일본과 중

    2022.09.20 16:08
  • 여러 빛깔의 한지 쌓아…흘러가는 시간을 잡아두다

    지난 16일 오후 6시께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 폭 3m의 커다란 미술작품이 주말을 앞두고 퇴근하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멀찍이 떨어져 작품을 감상하다가 ‘도대체 무엇으로 만든 것인지’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는 사람들이 많았다.그럴 만했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붓 터치가 살아있는 유화 그림 같은데 가까이서 보면 여러 색깔로 물든 종이 뭉치가 자잘하게 박혀 있다. 제각각인 종이 뭉치의 높이가 입체감을 더한다. 최은정 작가(49)가 한지를 활용해 만든 부조 작품 ‘타임-딥 그린’이다.이날 작품 설치를 마친 최 작가의 개인전 ‘기억을 걷는 시간’이 19일 정식 개막한다. 전시회 주제는 ‘자연의 시간’. 제주도의 노을 진 하늘, 한강의 잔물결에 빛이 반사돼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 등을 담은 작품들이 걸렸다.최 작가는 시중에서 파는 색한지(色韓紙)를 접착제와 섞어 반죽한 뒤 나무 패널 위에 얹어 만든 부조 작품으로 이름을 알렸다. 작품 제작 과정은 ‘노동집약적’이다. 작가는 먼저 반죽 덩어리가 굳지 않도록 날씨가 화창한 날을 골라 야외에서 반죽을 만든다. 반죽이 완성되면 편평하게 펴서 건조한 후 칼국수 면처럼 자른다. 그리곤 패널 위에 하나씩 올린다. 입체감이 필요한 부분은 패널 위에 나무 받침을 설치한 뒤 그 위에 반죽을 올린다. 반죽을 다 올리면 단면이 보이도록 칼로 자른다. 모두 직접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 작품 한 점을 완성하기까지 평균 1년 반~2년이 걸린다.물감은 쓰지 않는다. 오로지 한지에 입혀진 색만 이용한다. 이전에는 화선지를 수성 안료로 염색해 색감을 냈지만, 더 선명한 색깔을 내기 위해 기법

    2022.09.18 17:16
  • [책마을] 지식인들이 독립운동가-변절자 나뉜 이유

    조소앙과 이광수(한국), 루쉰과 왕징웨이(중국), 후세 다쓰지와 도조 히데키(일본). 이 여섯 명은 격동의 시대였던 20세기에 전통 학문과 근대 학문을 두루 섭렵한 지식인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삶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앞의 사람들은 조국의 독립과 혁명을 위해 목숨을 바쳤고, 뒤의 사람들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조국을 배신했다. 혁명의 삶과 배신의 삶. 무엇이 이들의 운명을 갈라놓았을까.<혁명과 배신의 시대>는 ‘근대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차이를 낳았다고 분석한다. 제국주의, 민족주의, 진화론 등 근대화의 물결과 함께 동아시아로 들어온 거대 담론을 어떻게 바라봤는지에 따라 이들의 삶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역사학자인 정태헌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가 썼다. 출판사 21세기북스가 만든 ‘역사의 시그니처’ 시리즈의 첫 번째다.조소앙과 이광수를 예로 들어보자. 1887년생인 조소앙은 어렸을 때 정3품의 문관이었던 할아버지로부터 한학을 배웠다. 1902년 성균관에 입학한 뒤 황실 특파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으로 향했다. 이후 조소앙은 중국인 유학생과 어울리며 신해혁명의 민주주의 정신을 배웠고, 당시 일본에서 진행된 자유민권운동을 지켜보며 민(民)의 중요성을 느꼈다. ‘조선인은 열등하다’는 발언을 한 일본인 교장에 맞서 동맹휴학을 주도하기도 했다. 훗날 조소앙이 한국의 독립운동사에 ‘민권’이란 개념을 정립하고, 독립운동의 주체는 국민이어야 한다는 ‘대동단결선언’의 초안을 작성하게 된 배경이다.이광수도 비슷한 시기에 일본 유학을 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1892년에 태어난 이광수는 다섯 살에 천

    2022.09.16 18:06
  • 35초마다 망치질하는 '철의 거인'…쉴 틈 없는 현대인의 자화상

    꼭 미술관에 가야만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매일 출근길에 만나는 조형물, 업무차 들른 호텔에 걸린 그림, 아이 손을 잡고 찾은 백화점에 놓인 조각 중에는 유명 미술관의 한자리를 차지할 만큼 좋은 작품이 많습니다. ‘걷다가 예술’은 이렇게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을 찾아갑니다.국내 설치 미술계는 꼭 20년 전인 ‘2002년 여름’을 달군 최대 이벤트를 ‘한·일 월드컵’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설치미술품이자, 그때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설치미술을 일반 국민에게 알려준 대작이 바로 이때 데뷔해서다.주인공은 서울 광화문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해머링 맨’. 흥국생명빌딩 앞에 서 있는 높이 22m, 무게 50t짜리 거인 얘기다. 강철과 알루미늄으로 만든 이 조형물은 오른손에 망치를 든 채 구부정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리고 35초마다 오른손을 들어 천천히 망치질을 한다.해머링 맨의 ‘아버지’는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조너선 보롭스키(80·사진)다. 1942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난 그는 37세가 되던 해 뉴욕에서 연 개인전에서 높이 3.4m짜리 사람 모양 나무 조각을 내놨다. 작품의 이름은 ‘노동자(Worker)’.그가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거인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튀니지 출신 구두 수선공이 망치질하는 모습을 스케치해 작품을 디자인했다. 보롭스키는 건설현장의 막노동꾼과 청소부, 구두 수선공 등 육체 노동자는 자신과 똑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손과 몸을 써서 작업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렇게 노동을 모티브로 작품을 만들던 그는 이후 작품 재료를 강철과 알루미

    2022.09.14 17:43
  • 화장실 '비누 조각상' 손 씻어 뭉개지는 것도 예술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의 2층 화장실 한쪽엔 미술관에서나 볼 법한 조각상이 놓여 있다. 짙은 쌍꺼풀, 섬세한 옷주름, 풍성한 머리카락까지. 백화점의 럭셔리한 분위기를 돋우는 이 조각상은 신미경 작가(55·사진)가 비누로 만든 작품이다. 엄연한 예술작품이면서도 실제로 사용이 가능한 욕실용품이다. 방문객은 손을 씻을 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신 작가에게는 ‘비누 작가’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20년 넘게 비누로 고대 그리스 조각상, 불상, 꽃병 등 다양한 조각 작품을 제작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이달 초 ‘세계 3대 아트페어’ 가운데 하나인 프리즈가 서울에서 열렸을 때도 한국을 찾은 해외 미술계 VIP들이 줄을 지어 신 작가의 작업실을 찾았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 출품된 1500만~2500만원짜리 비누 작품들도 인기를 끌었다. 누구나 만질 수 있는 비누 조각상신 작가는 내년에 또 하나의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최근 서울 가산동의 작업실에서 기자와 만나 “비누 조각품 150여 점을 제작해 국내에 설치하는 ‘화장실 프로젝트 시즌 2’를 준비 중”이라며 “어떤 작품을 만들고, 어디에 비치할지 구상하는 단계”라고 했다. 2004년 처음 시작한 ‘화장실 프로젝트 시즌 1’은 신 작가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비누로 만든 불상을 영국 전역에 있는 미술관 내 화장실에 비치해 사람들이 사용하게 했다. 수개월이 지나 조각상이 형체를 잃고 뭉툭해지자 신 작가는 이들을 모아 전시회를 열었다. 영국 가디언지는 그의 프로젝트를 두고 “복잡하고 정교한 조각상이 매끄러운 구(球)로 바뀌는 과정은 박물관의 작품

    2022.09.13 18:10
  • "쓰고 지우고 파냈다…관객을 덫에 사로잡기 위해"

    미술작품은 그 자체로도 예술이지만, 만드는 과정 또한 예술이다. 잭슨 폴록이 ‘추상 표현주의의 대가’로 우뚝 서게 된 데는 캔버스에 물감을 흩뿌리거나 페인트 통을 들이붓는 ‘액션 페인팅’이 한몫했다. 미술 애호가들이 프랑스 작가 이브 클랭에게 열광한 이유 중 하나는 ‘사람 몸에 물감을 묻혀 붓처럼 사용한다’는 아이디어였다.독특한 것으로 따지면 이기영 작가도 뒤지지 않는다. 그는 ‘그리는 과정’이 아니라 ‘지우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 작가는 한지를 문자로 가득 채운 뒤 지워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종이 위에 시간을 겹겹이 쌓으면서 무의식적인 자아를 담아낸다. 특이한 제작 과정이 빚어낸 오묘한 아름다움에 국내는 물론 미국 싱가포르 일본 등 해외 미술계도 박수를 보냈다. 이 작가가 신작 20여 점을 들고 미술 애호가들을 찾았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밈에서 개인전 ‘지우고 채우고, 파내어 설치한 덫’을 연 것. 이화여대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주로 한지와 먹으로 작품을 만든다.이렇게 만든다. 한지 위에 석회가루를 얇게 뿌려서 말린다. 그 위에 먹으로 누군가의 이름, 문장, 날짜 등을 쓴 뒤 손이나 대나무 붓, 사포로 문질러 지운다. 이렇게 하면 먹이 번지면서 한지의 표면을 고루 채운다. 먹이 마르고 나면 이 과정을 열 번 넘게 반복한다. 한지 위로 여러 겹의 층이 쌓이면 날카로운 칼로 기하학 형태의 선을 정교하게 파낸다. 파낸 자리에 다양한 색깔의 물감을 채워 넣고, 그라인더로 그림 전체를 갈아내 작품을 완성한다.먹으로 쓰고 지우는 데만 열흘 넘게 걸리는 고된 작업이지만, 이 작가는 “요령을 피우지 않는

    2022.09.07 18:28
  • [이 아침의 디자인] 佛 세르주 무이 조명, 色을 입고 더 빛나다

    프랑스 현대 디자인의 선구자로 꼽히는 세르주 무이(1922~1988)를 유명하게 만든 건 조명이었다. 그에게 조명은 단순히 빛을 비추는 도구를 넘어 ‘형태의 예술’이었다. 가늘고 곧게 뻗은 검은색 기둥, 곡선이 부각된 둥근 갓은 그만의 특징인 동시에 ‘미니멀 디자인’의 상징이 됐다.무이는 1953년부터 딱 10년 동안만 조명을 만들었다. 그가 남긴 디자인은 40여 종뿐. 색깔도 모두 흑백이다. 무이가 별세한 뒤 그의 가족이 만든 브랜드 ‘세르주 무이’도 그의 정신을 이어 소량 생산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열댓 명의 장인이 마치 조각작품을 만들듯 모든 제작 과정을 손으로 한다. 그래서 조명 한 개를 만드는 데 두 달 가까이 걸린다.반세기 넘게 흑백만 고수해온 세르주 무이 조명은 최근 색깔 있는 옷을 입었다. 최근 진행한 한국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화백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서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박 화백의 작품 ‘에크리튀르’를 모티브로 해 조명의 갓과 기둥에 여러 색을 입혔다. 오는 10월 3일까지 서울 삼성동 프레인빌라 지하 1층에서 열리는 ‘세르주 무이, 박서보의 색을 입다’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다.이선아 기자

    2022.09.07 18:24
  • "어머, 이건 봐야해~" 글로벌 사진 명장들, 서울에 온다

    사진을 통해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보여주는 이탈리아 사진작가 지아코모 코스타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국내 관람객을 찾는다. 이달 9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KIPF)'에서다. KIPF는 매년 국내외 주요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선정해 선보인다. 올해 주제는 '메타 리얼리티: 현실 그 너머'다. 독특한 연출과 디지털 기술을 통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전쟁·환경 파괴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환기하는 게 이번 전시회의 목적이다.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이탈리아 대표 작가로 나서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코스타의 신작도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다. 가로 길이가 2.2m에 달하는 이 작품에선 안갯속에 파묻힌 거대한 회색빛 건축물이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환경 파괴와 극단적 개발 속에서 현대인이 느끼는 고민을 표현했다.이 밖에도 자연 속에 인공적인 설치물을 배치해 또 다른 현실을 꾸며내는 룬 구네리우센 등 200여 명의 작가의 작품 1000여점이 전시된다.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2022.09.06 14:57
  • "디지털아트, 거스를 수 없는 흐름…NFT시장 저항하다간 낙오할 것"

    “디지털 공간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거래하는 것은 이제 대세입니다. 이미 주류가 된 것에 저항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면 낙오할 수밖에 없습니다.”(카린 카람 아트시 부사장)“소통을 중요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부상에 따라 NFT(대체불가능토큰)는 미술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겁니다.”(아멜리아 레드그리프트 페이스갤러리 마케팅 총괄)지난 1일 개막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아트페어는 NFT와 디지털 아트가 미술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 KIAF의 위성 행사인 ‘KIAF 플러스’에선 NFT를 내세운 작가들의 작품이 첫날부터 완판되는가 하면, 세계 미술계 주요 인사는 “디지털 아트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입을 모았다.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이 지난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서 개최한 ‘아트토크’에서 레드그리프트 총괄은 “NFT는 오랫동안 배타적이던 미술계를 대중에게 개방하고, 진입장벽을 허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소속된 페이스갤러리는 62년 역사를 지닌 글로벌 메이저 화랑이다.오프라인 예술품 거래에서 잔뼈가 굵은 페이스갤러리조차 NFT 아트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것은 이미 NFT가 미술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페이스갤러리는 세계적인 현대 예술가 제프 쿤스의 조각을 연말께 달에 보내고, 이를 NFT로 만들어 판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패키지당 200만달러(약 25억원)에 달하는데도 인기를 끌었다.레드그리프트 총괄은 “처음 NFT가 등장했을 땐 ‘단순한 jpg 파일에 왜 이렇게 돈을 많이 써야 하느냐’고들 했지만, 이제는

    2022.09.05 17:43
  • 프리즈 낙수효과…韓 현대미술 '활짝'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아트페어를 계기로 ‘아트테크(아트+재테크)’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국내 현대미술계가 후광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서울 삼성동 오크우드호텔에서 열린 ‘한국 현대미술가 55인 특별 기획전’(사진)에는 해외 컬렉터를 비롯해 수천 명이 다녀갔다. 5일 주최 측에 따르면 ‘현대미술가 특별전’이 개막한 1일부터 나흘간 3000명이 넘는 사람이 전시장을 찾았다.구름 인파를 이끌어낸 힘은 KIAF-프리즈였다. 미술 전시 기획사 아이프매니지먼트와 한무컨벤션은 양대 행사가 열린 코엑스 인근의 오크우드프리미어호텔에서 행사를 개최했다. 십수만 명의 미술애호가가 모여드는 주변에서 전시회를 개최해 ‘낙수효과’를 노렸고 이 전략은 적중했다.기획자들은 전시 방법까지 차별화하면서 주의를 더욱 끌었다. 일반 전시장과 달리 호텔의 일반 객실에 작품을 전시했다. 호텔 6층 전체를 빌려 객실마다 특정 작가의 대표 작품 3~5점을 소파, 침대, 식탁 위에 전시해놨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하는 유리벽이나 보호선도 없다. 관람객은 마치 자기 집에 온 듯 소파에 걸터앉아 작품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김윤섭 아이프매니지먼트 대표는 “작품을 구매해 집 안에 전시했을 때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해하는 컬렉터들을 위해 이렇게 기획했다”며 “미술작품이 일상생활에 들어왔을 때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인공적인 조명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전시한 작품의 범위도 다양하다. 한국 후기 단색화의 대표주자인 남춘모 작가의 신작부터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국 미술품 최고가(9억7100만원)를 기록해 스타덤에 오른 홍

    2022.09.05 17:40
  • '발레 작가' 손태선, KIAF에 출품…첫날부터 뜨거운 반응

    '발레 작가'로 이름을 알린 손태선 작가의 작품이 이달 6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 출품됐다.손 작가는 10년 넘게 취미로 배워온 발레의 경험을 캔버스에 담는다. 그의 작품은 강렬하고 화사한 색감을 사용해 발레의 미(美)를 구현했다.부드러우면서도 역동적인 발레의 움직임을 담기 위해 그는 브러쉬보다 나이프를 택했다. 오일 페인트를 나이프로 캔버스에 두껍게 올려내 발레리나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발레 특유의 관능적인 느낌을 나이프가 잘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이번 KIAF에서 손 작가는 갤러리 클로즈(Galerie Klose)와 손 잡고 작품을 출품했다. 1992년 독일 에센에서 설립된 갤러리 클로즈는 현대회화와 조각에 중점을 둔 갤러리다. '컨템포러리 투모로우(Contemporary Tomorrow)'라는 슬로건에 따라 유망한 신진 작가를 다수 발굴하고 있다.KIAF에 출품한 작품 5점 중 3점이 행사 첫날(2일)에 예약되는 등 작품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2022.09.03 15:47
  • CJ '프리즈 서울' 전야제…최태원·이부진 등 총출동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국내 기업계 거물과 BTS RM·제이홉, 배우 윤여정·이정재·송승헌 씨 등 문화예술계 톱스타들이 1일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 총출동했다. ‘프리즈 서울’ 개막을 맞아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주최한 전야제에 참석하기 위해서다.행사 시작(오후 6시) 전부터 리움미술관으로 향하는 길목엔 행사 참석 차량이 길게 늘어섰다. 최 회장은 오후 6시20분께 제네시스 G90를 타고 행사장에 도착했다.뒤이어 배우 유아인·이정현 씨 등과 미술 애호가로 알려진 BTS의 리더 RM과 제이홉도 행사장을 찾아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전야제는 이 부회장이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기획했다. 프리즈 서울은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여는 행사다. 해외 문화예술계 고위 인사들이 서울에 몰려오는 만큼 K문화의 강점과 매력을 알리겠다는 게 목표다.이선아 기자

    2022.09.01 20:51
  • [이 아침의 디자인] 분홍꽃잎 3만장으로 뒤덮인 가상현실 속 의자 '호텐시아'

    2018년 7월 인스타그램에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3만 장의 분홍색 꽃잎으로 뒤덮인 의자 ‘호텐시아(Hortensia)’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디지털 아티스트 안드레스 라이신저가 만든 이 의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의자’다. 3차원(3D) 렌더링으로 구현해낸 디지털 이미지다.실제 존재하지도 않고, 쓸모도 없는 이 의자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라이신저는 지난해 호텐시아를 포함한 가상 가구 컬렉션을 NFT(대체불가능토큰) 온라인 경매에 내놨다. 가상의 가구를 메타버스 공간에 배치할 수 있는 권리를 판매한 것이다. 경매에서는 10분 만에 45만달러(약 6억원)어치나 팔렸다.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가상 세계에 있던 호텐시아는 마침내 현실 세계에 들어왔다. 호텐시아를 실제 제작해달라는 문의가 잇따르자 라이신저는 네덜란드 디자인 기업 무이(Moooi)와 함께 분홍색 원단으로 꽃잎을 하나하나 만들어 호텐시아를 현실로 구현했다. 가상의 제품이 실제 수요를 낳고, 제품 개발을 부른 것. ‘디자인의 힘’이 얼마나 센지 호텐시아가 보여준 셈이다.이선아 기자

    2022.08.31 18:11
  • "프리즈 밖도 뜨겁다"…맨해튼 갤러리 작가 서울 '총출동'

    나무와 갑오징어 뼈로 만든 지팡이가 허공에 매달려 있다. 오래된 누빔이불처럼 여러 색깔의 천이 바느질로 연결돼 있는가 하면 그 옆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상형문자가 적혀 있다. 서울 화동 송원아트센터에 전시돼 있는 이 작품들은 겉으로 보면 중구난방이다.하지만 이들을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삶’을 담았다는 점.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 서울의 개막을 맞아 한국을 찾은 티나킴, 앤드루 크랩스, 보르톨라미 등 뉴욕 유명 갤러리들이 소속 작가들의 작품으로 합동전시회를 열었다. 프리즈 기간(2~5일)이 끝난 뒤에도 미술 애호가들이 서울에서 프리즈의 여운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전시회의 타이틀은 ‘누적효과(The Cumulative Effect)’다. 전시회를 주도한 티나킴갤러리의 이단지 디렉터는 “거대한 미술사조나 흐름을 따라가지 않고, 작가 개인의 경험이 삶에 축적되고,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전시에 참여하는 총 12명의 작가는 각기 다른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필리핀계 미국인인 파시타 아바드의 ‘아이 원트 섬싱 인 옐로’(1990년)는 이민자로서 살아온 삶을 다양한 색깔의 천에 담았다. 그는 필리핀의 독재정권을 피해 미국으로 옮긴 뒤에도 개발경제학자인 남편을 따라 인도 이란 아프가니스탄 태국 라오스 대만 등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다. 아바드는 이 기억을 바탕으로 캔버스를 감싸고 있는 천을 서로 다른 색깔로 칠해서 꿰맸다. 그 위에는 각국에서 구한 단추 조개 비즈 등으로 장식했다.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이곳저곳 떠돌던 자신의 삶을 천을 꿰매는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2022.08.31 17:51
  • 피카소의 명작들엔 불륜의 흔적이 숨어있다

    활짝 핀 날개, 동그랗게 말린 깃털, 고개를 뒤로 돌려 깃을 고르는 뾰족한 부리….미국 서부 최대 미술관인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LACMA) 1층에는 청동으로 만든 수탉 조각이 놓여 있다. ‘입체파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1881~1973)가 남긴 몇 안 되는 조각작품 중 하나다. 이 조각에는 비밀이 있다. 피카소가 내연녀 마리 테레즈 발테르(사진)의 모습을 곳곳에 숨겨둔 것. 넓은 이마와 짧은 머리가 대표적이다.피카소는 1920~1930년대 발테르로부터 영감을 받은 작품을 여럿 만들었다. 그중 하나가 다음달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프리즈 서울’에 온다. 발테르의 얼굴에 또 다른 연인 도라 마르를 겹쳐 그린 ‘술이 달린 붉은 베레모를 쓴 여자’(1937년)란 작품이다.피카소와 발테르의 만남은 192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피카소는 46세였고, 발테르는 18세였다. 피카소가 발테르에게 모델을 제의한 것을 계기로 둘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피카소는 28살이란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발테르에게 강하게 끌렸고, 끈질기게 구애했다고 한다.하지만 당시 피카소는 우크라이나 출신 발레리나 올가 코클로바와 결혼한 유부남이었다. 변덕스러운 성격의 피카소가 코클로바에게 싫증났을 때 운명처럼 발테르가 그의 눈앞에 등장한 것이다. 발테르는 피카소가 만난 수많은 연인 가운데서도 손에 꼽히는 뮤즈다. 그는 발테르를 ‘황금 같은 뮤즈’라고 부르기도 했다. 피카소의 또 다른 연인이었던 프랑수아즈 질로가 “그녀는 피카소에게 우주적이고 초현실적인 질서와 조화의 상징이었다”고 말할 정도였다.피카소는 풍만한 곡선과 화려한 색채로 발테르의 여성적인 모

    2022.08.30 18:14
  • 유부남 피카소, 28세 연하 '황금 뮤즈'와의 금지된 사랑

    활짝 핀 날개, 동그랗게 말린 깃털, 고개를 뒤로 돌려 깃을 고르는 뾰족한 부리…. 미국 서부의 최대 미술관인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의 1층 현대미술 전시공간에는 청동으로 만든 수탉 조각상이 놓여있다.이 조각을 만든 예술가는 다름아닌 파블로 피카소(1881~1973). 회화로 더 이름을 알렸지만, 사실 피카소는 조각작품도 꾸준히 남겼다. LACMA에 전시돼있는 '수탉'(The Cock·1932년)은 피카소가 프랑스 북부의 작은 마을인 지조르의 보이젤루프 성에서 머물면서 만든 작품 중 하나다.이 조각에는 비밀이 있다. 피카소가 내연녀인 마리 테레즈 발테르의 겉모습을 부분부분 숨겨둔 것. LACMA는 작품설명에서 "넓은 이마, 짧은 머리, 특징적인 외형(high forehead, short haircut, and pronounced facial features) 등 발테르의 모습을 반영했다"고 말한다.수탉 조각상뿐만이 아니다. 피카소는 보이젤루프 저택에 머무는 동안 발테르로부터 영감을 받은 작품을 다수 만들었다. 발테르의 흉상을 만드는가하면 그녀의 모습을 회화로 그리기도 했다. 1920년대부터 1930년대 말까지 피카소가 만든 작품 다수가 발테르에게 영감을 받았다. ◆28세 연하의 '황금 뮤즈'발테르는 어떻게 피카소의 '뮤즈'가 됐을까. 그들의 만남은 192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피카소는 46세였고, 발테르는 18세였다. 피카소가 발테르에게 모델을 제의한 것을 계기로 둘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28세라는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피카소는 발테르에게 강렬하게 끌렸고, 끈질기게 구애했다고 한다.하지만 피카소는 그 때 우크라이나 출신의 발레리나 올가 코클로바와 결혼한 유부남이었다. 그들 사이에는 아들도 있었다

    2022.08.30 09:45
  • 세계 3대 아트페어 '프리즈' 大해부…서울 행사 완벽 가이드북 나왔다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의 서울 진출에 발맞춰 한국경제신문사가 내놓은 한경아르떼 무크 <프리즈 서울 2022>가 29일 정식 발간됐다. 한경은 다음달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프리즈 행사장에 부스를 열고, 이번 아트페어의 유일한 가이드북인 <프리즈 서울 2022>를 현장에서 판매할 계획이다.1991년 영국 현대미술 잡지로 시작한 프리즈는 2003년 런던을 시작으로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등지로 아트페어 영토를 확장했다. ‘아트바젤’, ‘피악’과 함께 단시일에 세계 3대 아트페어로 성장했다. 다음달 2~5일 코엑스 C·D홀에서 열리는 ‘프리즈 서울’은 프리즈가 아시아에서 여는 첫 아트페어다. 20여 개국 110여 개 갤러리가 엄선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같은 기간 같은 장소에서 한국화랑협회의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도 열린다.한경은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행사장에 부스를 내고 <프리즈 서울 2022>를 현장 판매한다. 책에는 △프리즈의 역사와 한국 진출 스토리 △주요 참여 갤러리의 대표 작가 및 작품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거장 8인의 작품세계 분석 △미술 트렌드 리포트 등을 담았다. 가격은 2만2000원.이선아 기자

    2022.08.29 18:25
  • [그림이 있는 아침] 움푹 팬 볼, 굳게 다문 입술…그는 평생 붓을 놓지 않았다

    이탈리아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는 불운한 삶을 살았다. 1884년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곧 아버지의 사업이 파산하며 가세가 기울었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병치레가 잦았다. 작품 활동도 순탄치 않았다. 평생 그림을 그렸지만 그럴듯한 전시회 한 번 열지 못했다. 그 고통을 잊기 위해 20대에 알코올과 마약에 빠졌고, 결국 1920년 36세의 젊은 나이에 결핵으로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그가 숨지자 당시 임신 8개월이었던 아내도 투신자살했다.세상을 떠나기 딱 1년 전에 모딜리아니가 그린 자화상을 보면 그의 고달픈 삶을 엿볼 수 있다. 여성을 모델로 한 인물화를 주로 그리고, 좀처럼 자기 자신은 그리지 않았던 그가 유일하게 남긴 자화상이다. 그림 속의 그는 코트와 목도리로 몸을 꽁꽁 싸매고, 눈은 거의 감겨있다시피 하다. 움푹 팬 볼, 굳게 다문 입술이 무기력함을 보여준다.그러면서도 그의 손은 팔레트를 꼭 쥐고 있다. 실제로 그는 평생 붓을 놓지 않았다. 회화, 조각 등의 작품을 꾸준히 남기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창조했다. 현재 그의 그림은 한 장에 수천억원대에 팔리며 높이 평가받고 있다.이선아 기자

    2022.08.28 18:28
  • '美 서부 최대 미술관' 안방 차지한 박대성

    미국 서부의 최대 미술관인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 주요 전시 공간 중 한 곳인 1층 레스닉 파빌리온 전시관에 들어서면 한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하얀 눈이 덮인 소나무들이 가지를 늘어뜨린 사이로 경주 불국사가 보인다.폭 10m, 높이 3m의 거대한 그림이다. 뒤로 멀찍이 물러나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은 ‘공백(空白)’이다. 한지의 빈 공간을 눈으로 표현하고, 절과 나무, 바위는 검은 먹으로 그려냈다. 화려한 채색 없이 먹의 농담으로 그려낸 천년고찰의 풍경. 박대성 화백(77)의 ‘불국설경’(1996년)이다.지난 23일 찾은 박 화백의 개인전 ‘박대성, 고결한 먹과 현대적 붓’은 다양한 인종의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작품 앞에 서서 가만히 몰입해 그림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지난달 개막한 이 전시회에는 ‘불국설경’을 포함해 총 8점의 수묵화가 걸렸다.현대 수묵화의 대가로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인 박 화백은 정식으로 미술을 배운 적이 없다. 1945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난 그는 6·25전쟁 때 다섯 살의 나이로 부모님을 여의고, 왼손도 잃었다. 초·중학교 졸업이 그가 받은 유일한 정규 교육이었다. 박 화백은 의수를 달고 평생 독학으로 그림을 그렸다.작품 대부분은 박 화백이 직접 눈으로 본 풍경이다. ‘불국설경’은 그가 1995년 불국사의 손님방에 1년간 머무르면서 딱 한 번 본 설경이었다. 이 작품의 왼쪽에 걸린 ‘금강산’(2004년)도 박 화백이 1998년 겨울에 금강산을 방문한 기억을 바탕으로 그린 것이다. 살을 에는 듯한 추운 날씨에도 금강산의 모습을 담기 위해 고량주에 먹을 타서 스케치했다

    2022.08.28 18:18
  • 보티첼리부터 고흐·폴 세잔까지…폴 앨런이 남긴 1조3000억 명화 경매 나온다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산드로 보티첼리(1445~1510)와 ‘근대 회화의 아버지’ 폴 세잔(1839~1906), 미국 팝 아트의 선구자 재스퍼 존스(1930~)까지.각 시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올가을 경매시장에 쏟아진다. 모두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인 고(故) 폴 앨런의 수집품이다. 작품 평가액만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이른다. 개인 소장품 경매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경매업체인 크리스티는 최근 앨런이 소유한 작품 150여 점을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크리스티는 오는 11월 앨런의 소장품을 경매에 부칠 계획이다.앨런은 1975년 빌 게이츠와 함께 MS를 설립했다. 악성 림프종에 걸려 1983년 회사를 떠난 앨런은 미술 경매의 ‘큰손’으로 변신했다. 2018년 사망하기 전까지 15세기부터 1990년대까지 다양한 미술품을 수집했다. 보티첼리, 얀 브뢰헬, 카날레토 등 15~18세기 거장은 물론 빈센트 반 고흐, 구스타프 클림트,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근현대 예술가들의 작품도 사들였다.앨런은 이들 작품을 박물관과 미술관에 대여해주기도 했다. 그는 생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대중들에게 놀라운 예술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앨런의 수집품이 경매에 오르는 것에 대해 “깜짝 놀랄 만한(eye-popping) 이벤트”라고 미술계에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크리스티는 어떤 작품을 경매에 내놓을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기욤 세루티 크리스티 최고경영자(CEO)는 “보티첼리부터 데이비드 호크니까지 5세기에 걸친 위대한 예술품이 나올 것&

    2022.08.26 18:10
  • LA미술관의 대표작 '공중 바위'도 하이저 작품

    23일(현지시간) 찾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의 야외 마당은 늦여름 땡볕에도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다들 큼지막한 돌덩어리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으려 분주하게 움직였다. 340t짜리 화강암 덩어리가 자리잡은 곳은 150m 길이의 반지하 경사로 위. 스페인에서 왔다는 알렉스(30)는 “LACMA 대표작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있는데, 바위가 떨어질까 무서워 그 밑으로는 못 간다”고 했다.작품명은 보이는 그대로 ‘공중에 뜬 바윗덩어리(Levitated Mass)’다. 미국 모하비 사막 한복판에 ‘도시(City)’를 세운 대지 미술가 마이클 하이저(78)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그의 대표작이다. 하이저가 이 작품의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건 실제 설치(2012년)되기 44년 전인 1968년이었다. 본격적인 작업은 2006년 캘리포니아의 한 채석장에서 우연히 거대 바위를 발견하면서 시작됐다.크고 무거운 돌을 채석장에서 100㎞나 떨어진 LACMA로 옮기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일단 돈이 많이 들었다. LACMA와 하이저는 운송비를 마련하기 위해 민간 기부자들로부터 1000만달러(약 134억원)를 모았다. 이를 토대로 2012년 2월 특별 제작한 운송 차량에 바위를 실었다. 차량은 교통 정체를 피하기 위해 한밤중에만 운행했다. 운송 도중 돌에 닿을 수 있는 가로수는 모두 뽑아 다른 데 옮겨 심었다. 신호등을 잠시 철거하기도 했다. 돌을 옮기는 길목마다 구경꾼이 구름처럼 몰렸다. 11일간의 운송 과정은 기록영화로도 만들어졌다.로스앤젤레스=이선아 기자

    2022.08.24 17:39
  • LA 뒤흔든 K팝…도요타·맥도날드도 후원하러 줄 섰다

    20일 오후 7시(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내에 있는 크립토닷컴 아레나(옛 스테이플스센터). 입구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人山人海)였다. 가까스로 표를 구입한 1만5000여 명은 각각 150m에 이르는 6개 대기줄에 몸을 맡긴 채 출입문이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티켓 구매에 실패한 수천 명은 응원봉을 흔들며 공연장 주변을 서성거렸다. 폭스뉴스, CBS, NBC 카메라는 피부색은 물론 나이, 성별 모두 제각각인 관객들의 모습을 분주하게 담았다.이들을 아레나로 끌어들인 건 ‘금발의 팝스타’가 아니었다. 이날 무대의 주인공은 한국에서 날아온 있지(소속사 JYP), NCT드림(SM), 케플러(웨이크원) 등 K팝 스타들이었다. 사흘(19~21일)간 K팝 스타들의 공연과 각종 부대 행사를 체험하기 위해 LA를 찾은 사람은 9만여 명. 이틀간 열린 K팝 콘서트(케이콘)에 3만 명만 들어간 만큼 나머지는 행사장 주변에서 열린 부대 프로그램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4050세대도 즐기는 K팝오후 8시가 되자 에이티즈(KQ)가 케이콘의 시그니처송인 ‘팝피아’로 첫 무대를 열었다. 이어 있지가 ‘달라달라’를 부르자 미국은 물론 유럽, 남미 등 세계 각지에서 온 관객들이 한국어로 가사를 따라부르기 시작했다.케이콘은 CJ ENM이 ‘K팝 세계화’를 위해 10년 전 미국 어바인에서 시작한 행사다. 모두 “한국 노래가 어떻게 세계 시장에 통하겠느냐”, “돈 내고 한국 노래 들으려는 미국인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걱정하던 때였다. 실제 행사장을 찾는 관객도 많지 않았다. 후원 기업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다.‘무모한 도전’이라며 다들 만류했지만 CJ는 흔들리지 않았다. &ldquo

    2022.08.22 17:48
  • [책마을] 코로나·흑사병보다 더 무서운 유행병 '비만'

    21세기 최악의 유행병은 무엇일까. 아마도 코로나19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약 6억 명이 확진된 데다 640만 명이 목숨을 잃었으니 말이다.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유행병이 있다. 14세기 중반 유행했던 흑사병(약 4000만 명)만큼이나 많은 사망자를 냈다. 특이한 점은 타액이나 공기로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 바이러스 박테리아 기생충과도 무관하고, 단기간 내 사망하는 게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서 서서히 죽어간다.이 병의 이름은 바로 ‘비만’이다.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뇌졸중 심장질환 등 많은 질병을 유발하며 사망률을 급격히 높인다. 현대사회에선 비만 인구가 너무나도 많아 의사들이 비만을 ‘통상적 질병’이라고 할 정도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비만의 정확한 원인을 모른다. 왜 비만 인구는 1900년대 들어서 갑자기 증가했을까.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게 돼서일까. 사무실 안에 갇혀 의자에 앉아만 있기 때문일까.미국에서 25년 넘게 의사와 임상과학자로 일해온 리처드 J 존슨 콜로라도대 의대 교수는 비만의 원인을 ‘프럭토스’에서 찾았다. 프럭토스는 음식에서 단맛이 나게 하는 과당이다. 쌀밥 빵 등에 들어 있는 포도당이 체내에서 프럭토스로 전환되기도 한다. 프럭토스는 지방을 저장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생존 스위치’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먹이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해 지방을 축적해놓고, 비상시 지방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공급한다. 현대인이 살이 찌는 건 이 스위치가 계속 켜져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당류를 먹으면 도파민이 분비돼 쾌락을 느끼도록 진화했다. 다른 동물보다 프럭토스에 더 민감하게

    2022.08.1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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