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한국 보행재활로봇 시장은 국내 업체들이 넘볼 수 없는 시장이었다. 외산 제품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데다, 의료진도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기 꺼렸기 때문이다. 그랬던 이 시장에서 직원 20여 명의 국내 회사가 세계 1위 보행재활로봇 기업인 스위스 호코마를 제쳤다. 바로 피앤에스미캐닉스다. 세계 최초로 족관절을 탑재한 보행재활로봇 ‘워크봇(WalkBot)’으로 아시아, 유럽, 중동 시장을 뚫은 데 이어 미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보행장애는 뇌졸중이나 척추손상 환자들이 겪는 대표적인 후유증이다. 제대로 걷는 방법을 잊거나, 걸으려고 해도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기본적인 걷기 활동이 안 되다 보니 건강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일쑤다.보행재활로봇은 이들 환자가 다시 걸음을 뗄 수 있도록 돕는 재활 의료기기다. 피앤에스미캐닉스는 세계 최초로 족관절을 탑재한 로봇을 앞세워 ‘외산 텃밭’이던 국내외 보행재활로봇 시장을 뚫었다.최근엔 스위스의 세계 1위 보행재활로봇 기업 호코마를 꺾고 국내는 물론 러시아에서도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아시아, 유럽, 중동에서 이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3년 내 미국 시장도 본격 공략하겠다는 목표다. 세계 최초 족관절 탑재한 로봇 개발피앤에스미캐닉스가 개발한 ‘워크봇’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사람의 하지에 착용하는 로봇, 하네스가 달린 체중 지지부, 트레드밀이다. 환자가 로봇과 하네스를 착용한 뒤 트레드밀을 걸으면서 하지 근력을 강화하는 방식이다.워크봇의 강점은 일반인의 보행패턴을 그대로 구현한 움직임이다. 고관절과 슬관절뿐 아니라, 족관절
‘독일의 대표적 현대미술 축제’로 불리는 베를린 비엔날레의 주최 측이 전시회 운영 미숙으로 결국 사과했다. 미군에 의해 학대당한 이라크 포로들이 담겨진 사진전 옆에서 전시회를 열기 싫다는 작가들의 요구가 빗발치면서다. 독일 카셀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현대미술 전시회’ 카셀 도큐멘타에서도 반유대주의를 지지하는 작품이 있다는 이유로 비판이 제기되자 사무총장이 물러나야했다. 세계의 주요 현대미술 전시회들이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을 격렬하게 치르며 예술계의 시선을 빨아들이고 있다. 베를린 비엔날레 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이라크 작가들의 작품을 르벨의 작품과 가까운 곳에 배치해 큰 고통을 준 데 대해 죄송하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프랑스 예술가 장 자크 르벨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후 미군이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이라크 포로들을 학대하는 모습의 사진들을 ‘포이즌 솔루블’(Poison Soluble·2013)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했다. 사진에는 미국 군인들이 이라크 국민의 알몸 시체 더미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등의 잔인한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미군이 포로를 고문하거나 성폭행하는 사진도 전시됐다. 르벨은 이들 사진을 크게 확대하고, 미로처럼 설치된 벽면에 걸어놨다. 논란이 거세진 건 지난달 말부터다. 이라크 출신의 큐레이터 리진 사하키안은 예술 전문 잡지 ‘아트포럼’을 통해 르벨의 작품을 전시하기로 한 베를린 비엔날레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이라크 희생자들에 대한 아무런 존중 없이 잔혹
대형 콘서트장에 어울릴 법한 가수들이 있다. 화려한 군무를 선보이거나 폭발적인 고음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가수들이다.미국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20·사진)는 이 가운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단순한 비트와 몽환적인 음색이다. 그런데도 콘서트마다 ‘구름 관객’을 몰고 다닌다. 지난 15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6 빌리 아일리시’에서도 그랬다. 세차게 내린 비에도 고척스카이돔은 2만 명이 넘는 관객으로 가득 찼다.콘서트장은 화려한 무대 영상과 난무하는 레이저로 마치 전자음악(EDM) 축제를 방불케 했다. “오늘만큼은 마음껏 소리지르고, 뛰고, 춤춰달라”는 아일리시의 외침에 1층은 물론 2층 관객까지 일어나 발을 굴렀다.2015년 데뷔한 아일리시는 빌보드 차트 1위는 물론 그래미상까지 받은 세계적인 팝스타다. 특유의 우울하고 몽환적인 곡으로 미국 Z세대(1996~2010년 출생)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일리시는 자신이 앓은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솔직하게 고백해 비슷한 병으로 괴로워하는 10대들에게 힘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그의 내한 공연은 2018년 8월 이후 4년 만이다. 20분 만에 티켓이 다 팔릴 정도로 국내에도 팬이 많다. 아일리시는 첫 곡 ‘베리 어 프렌드(Bury a Friend)’를 부를 때부터 30m 길이의 무대를 뛰어다녔다. 원래는 잔잔한 노래지만 드럼 소리를 키워 흥을 돋웠다. ‘엔디에이(NDA)’를 부를 땐 레이저로 분위기를 띄웠다. 기타 리듬에 맞춰 레이저를 하나씩 켰다.이번 공연은 아일리시의 다채로운 매력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아이 돈트 워너 비 유 애니 모어(IDWBYA)
“그의 작품은 심오함과 풍자(profundity and sarcasm)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 세계 무대에서 그의 존재감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미술 거래 플랫폼 ‘아트시’는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직전 ‘이번 전시가 끝나면 당신이 알게 될 아티스트 5인’이라는 글에서 국내 미디어 아티스트 김아영 작가(43·사진)를 두고 이렇게 소개했다. 김 작가는 그해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초청된 한국 작가 3명 중 하나였다. 아트시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김 작가는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미술 부문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시작으로 2016년 파리 국립 오페라 하우스인 팔레 가르니에, 2017년 멜버른 페스티벌 등에서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가 만든 영상 작품은 독일 베를린 SF영화제, 쾰른단편영화제 등 유명 국제 영화제에 출품되기도 했다. 김 작가의 작품세계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선 합창단의 목소리를 빌려 석유자본을 둘러싼 국제적 갈등을 보여줬고, 2019년에는 금빛 광물 모습의 외계생명체가 주인공인 영상을 통해 당시 국내에서 화제가 됐던 제주 예멘 난민 사태를 다뤘다. 그는 전시마다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하고, 이를 영상·사운드·텍스트·회화 등 여러 매체를 넘나들며 보여준다. 이번에 그가 꽂힌 주제는 ‘배달 라이더’다. 개인전 ‘문법과 마법’이 열리고 있는 서울 삼청동 갤러리현대에서 최근 만난 김 작가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보편화된 직업인 배달 라이더를 새롭게 조명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배달 라이더를 중심으로 한 세계관을 완성하기 위해 직접 배달을 뛰어보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은 총 11점이다. 이
대규모 콘서트장에 어울릴 법한 가수들이 있다. 화려한 군무를 선보이거나, 폭발적인 고음으로 관객을 압도하거나.미국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20)는 노래만 놓고 보면 둘 다 아니다. 단순한 비트와 몽환적이고 속삭이는 듯한 음색으로 인기를 얻은 가수여서다. 대중에게 빌리 아일리시를 알린 '배드 가이(Bad Guy)'도 특유의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곡이다.지난 15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6 빌리 아일리시'는 이런 편견을 단숨에 깬 공연이었다. 빌리 아일리시의 노련한 호응 유도, 화려한 무대영상과 레이저로 이날 무대는 마치 EDM(전자음악) 축제를 방불케했다. "오늘만큼은 마음껏 소리지르고, 뛰고, 춤춰달라"는 빌리 아일리시의 말에 1층은 물론 2층 지정석에 앉아있던 관객까지 일어나 발을 굴렀다.30m 무대 뛰어다니며 관객들과 소통이날 빌리 아일리시를 보러 공연장을 찾은 관객은 2만 여명. 공연 시작 전부터 세차게 내린 비도 이들의 열정은 막을 수 없었다. 빌리 아일리시의 공연은 2018년 8월 이후 4년 만이다. 티켓 예매가 20분 만에 마감됐을 정도로 관객들의 기대가 컸다. 2015년 데뷔한 빌리 아일리시는 빌보드 1위를 비롯해 그래미 어워즈,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평정한 세계적인 팝스타다. 특유의 우울하고 몽환적인 곡으로 미국 Z세대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실제 빌리 아일리시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았다. 자신이 겪었던 병을 솔직하게 내보이면서 우울증을 앓고 있는 미국 10대들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첫 곡인 '베리 어 프렌드(Bury a Friend)'부터 빌리 아일리시는 길이 30m가량의 무대를 뛰어다니며 관객들과 소통
색(色)은 추상회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20세기 추상화의 거장 마크 로스코는 ‘사람의 감정을 유발하는 본질은 색과 면’이라고 믿었고, 국내 최초 추상화가 유영국도 ‘색채의 균형이 맞아떨어질 때 음악의 절정처럼 사람에게 자극을 준다’고 했다. 예술의 본질에 다가서기 위해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요소를 계속 덜어내다 보면 형태는 사라지고, 색만 남는다.국대호 작가(55·사진)의 작품도 그렇다. 그의 ‘스트라이프(Stripe)’ 연작에선 여러 색깔의 선이 캔버스를 가득 채우고 있다. 쨍한 형광 주황색, 깊고 푸른 옥색, 탁한 노란색…. 이 선들은 두께도, 질감도 서로 다르다. 아크릴 물감으로 매끈하게 마감된 선이 있는가 하면 여러 색깔의 유화 물감을 덧칠한 흔적이 느껴지거나, 나무 위에 그린 듯 거친 표면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선도 있다.이들 선에는 작가의 지난 수십 년간의 기억이 응축돼 있다. 최근 서울 청담동 갤러리콜론비에서 만난 그는 “어렸을 적부터 과거의 기억을 색깔로 기억하는 습관이 있었다”며 “형광 주황색은 다섯 살 때 철공소에 갔다가 높은 온도로 달궈진 쇠의 색깔이 예뻐서 손으로 움켜쥐었던 기억, 푸른 옥색은 처음 상경했을 때 마주했던 옛 서울역사의 모습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때로는 색깔을 통해 사회적 이슈를 환기하기도 한다. 스트라이프 연작 중 하나인 ‘S2022D803’에는 파란색과 노란색이 서로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 최근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위아래로 반전시킨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았다.그에겐 캔버스의 옆면도 작품의 일부분이
요즘 같은 주식 하락장에는 장기투자자가 많아진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란 희망을 갖고 ‘무기한 버티기’에 들어간다.하지만 모든 장기투자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건 아니다.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사장은 ‘냉정하게 주식을 멈춰야 할 때’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1981년 대우증권의 전신인 삼보증권에 입사한 뒤 40년 가까이 리서치, 자산운용, 경영 등 증권업계의 핵심 분야에 몸담았다.오랜 경험과 분석 노하우를 바탕으로 쓴 <주식투자 할 때와 멈출 때>에서 저자는 그간 국내 장기투자의 성과가 신통치 않았다고 지적한다. 대중에게 퍼져 있는 ‘장투 신화’와 달리 2000년대와 2010년대 각 10년간 종합주가지수의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5.1%, 2.7%에 그쳤다. 그마저도 업종별 지수로 좁혀보면 대부분이 이를 밑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과 비교하면 미흡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경기확장 기간이 짧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주가가 꾸준히 오르려면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경제 규모가 커져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수출은 외환위기,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미국발 금융위기, 코로나19 대유행 등을 제외하고는 크게 늘지 않았다.그렇다면 언제 주식을 팔아야 할까. 주가 등락 흐름은 세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성장률, 기업의 순이익, 고객예탁금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기업의 순이익 증감 여부가 핵심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익 규모가 작더라도 분기 이익이 연속적으로 증가하면 주가는 상승한다.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주식 외에 다양한 자산도 눈여겨보라고 제안한다. 2000년 정점을 찍었던
여행하다 보면 ‘비로소 이 도시에 왔구나’ 하고 느끼게 하는 것들이 있다. 독일 베를린에선 신호등 캐릭터인 ‘암펠만’이 그렇다. 암펠만은 신호등을 뜻하는 독일어 ‘암펠(Ampel)’과 사람을 의미하는 ‘만(Mann)’을 합친 단어다. 말하자면 ‘신호등 사람’인 셈이다.중절모를 쓴 통통한 남자 모양의 암펠만은 파란불일 땐 길을 건너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빨간불로 바뀌면 그 자리에 멈춰서 두 팔을 수평으로 벌린다. 암펠만의 역사는 꽤 길다. 1961년 동독의 교통 심리학자 카를 페글라우가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암펠만을 처음 디자인했다. 재밌고 귀여운 모양 덕분에 어린이와 노인의 사고율이 눈에 띄게 줄었다.독일 사람들에게 암펠만은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를 넘어 ‘화합과 희망의 상징’이다. 1990년 통일 이후 독일 정부는 동독에서만 쓰던 암펠만을 없애려고 했다. 그러자 동·서독 사람들이 함께 ‘암펠만 살리기 캠페인’을 펼쳤고, 정부는 결국 독일 전역의 신호등에 암펠만을 사용하도록 했다.암펠만 살리기 캠페인은 통일 이후 감정의 골이 깊었던 동·서독 사람들이 힘을 합쳐 이뤄낸 첫 성과였다. 통일 후 자격지심을 느끼던 동독 사람들에겐 희망의 씨앗을, 동독을 배척하던 서독 사람들에겐 포용의 마음을 심어줬다는 평가다.이선아 기자
2014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 한 소설에 실린 삽화 한 장이 나왔다. 미국 화가 고(故) 헨리 다저가 쓴 ‘비현실의 왕국에서(In the Realms of the Unreal)’다. 환상의 세계로 떠난 아이들이 어른들의 아동 착취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의 삽화는 75만5000달러(약 8억원)에 낙찰됐다. 이후 그에게는 ‘정식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아웃사이더 중 작품값이 가장 비싸게 매겨지는 화가’란 별명이 붙었다.이 삽화를 비롯한 다저의 작품 수백 점에 대한 상속권을 놓고 법적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다저의 작품을 소유한 다저의 옛 집주인(기요코 러너)에게 다저의 먼 친척들이 “상속권을 내놓으라”고 소송을 잇달아 제기해서다.9일 아트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다저의 친척들은 지난달 27일 미국 시카고 지방법원에 러너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이들은 “러너가 다저의 작품에 대해 상속권이 없는데도 수십년간 불법적으로 수억달러의 이익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일리노이 지방법원에 같은 이유로 소를 제기한 지 약 6개월 만에 추가 소송을 냈다.시카고는 다저의 작품이 처음 발견된 곳이다. 다저는 40여 년간 시카고의 방 한 개짜리 임대아파트에서 살았다. 병원 잡역부로 일하며 틈틈이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그는 1972년 양로원으로 이사하면서 이 방에 6권의 일기장, 5000쪽의 자서전, 1만5000쪽의 소설, 수채화·콜라주·연필 드로잉 등 수백 장의 그림을 남겼다.당시 다저는 러너에게 “방에 남긴 것 중 나에게 필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 갖다버려도 된다”고 말했다. 고아로 자란 다저는 1년 뒤인 1973년 직계 가족도, 유언도 없이 생을 마감
2014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 한 소설의 삽화 한 장이 출품됐다. 주인공은 미국의 화가 헨리 다저가 그린 '비현실의 왕국에서(In the Realms of the Unreal)'.환상의 세계로 떠난 아이들이 어른들의 아동착취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의 삽화는 경매에서 75만5000달러(약 8억원)에 낙찰됐다. 다저가 정식 예술 교육을 받지 않은 '아웃사이더' 예술가 중 작품이 가장 비싸게 팔리는 화가로 불리게 된 계기다. 이 삽화를 비롯한 다저의 작품 수백 여점을 두고 미국에서 법적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생전 다저가 살던 집 주인인 키요코 러너에 대해 다저의 먼 친척들이 그의 작품에 대한 상속권을 주장하며 잇따라 소송을 제기해서다. 9일 아트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다저의 친척들은 지난달 27일 시카고 지방법원에서 러너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이들은 "러너가 다저의 작품에 대한 상속권이 없는데도 수십년간 불법적으로 수억달러의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일리노이 지방법원에 같은 이유로 소를 제기한 지 약 6개월 만이다.시카고는 다저의 작품이 처음 발견됐던 곳이다. 다저는 생전 40여년간 시카고에서 방 한 개짜리 임대 아파트에서 살았다. 병원의 잡역부로 일하며 틈틈히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그는 1972년 양로원으로 이사하며 방에 6권의 일기장, 5000쪽의 자서전, 1만5000쪽의 소설, 수채화·콜라주·연필 드로잉 등 수백 장의 그림을 남겼다.당시 다저는 러너와 그의 남편 나단 러너에게 "방에 남긴 것 중 나에게 필요한 건 아무 것도 없다. 갖다버려도 된다"고 말했다. 고아로 자랐던
하늘을 가로지르는 전투기 굉음이 들린다. 그 옆에는 전투기의 종류(보잉 B17D)와 고도(1만m)가 적혀 있다. 잠시 뒤 스크린 위 오선지에 전투기가 내는 소리의 음높이가 하나씩 그려진다. 다음은 잠수함. ‘우웅~’ 소리와 함께 이런 글이 스크린 위에 뜬다. ‘물속, 피스톤, 낮은 음, 150~200㎐, 4분의 4박자.’전투기와 잠수함 소리를 절대음감으로 맞히는 이 훈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자국 군인들에게 했던 ‘청음훈련’이다. 서양에서 음악가들의 음고 인지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하던 훈련이 군사용으로 변질됐다. 김영은 작가는 약 80년 전 이 훈련에 참여했던 군인과 음악가 등의 인터뷰 자료 등을 통해 청음훈련을 재연했다. 헤드폰을 쓴 관람객은 잠깐 동안 제국시대의 일본 군인이 된다.서울 청담동 갤러리 송은에서 열리고 있는 김 작가의 개인전 ‘소리의 틀’은 이처럼 소리에 담긴 맥락과 역사를 알려준다. 갤러리 2층에 들어서면 16분56초짜리 영상 작품 ‘밝은 소리A’(2022)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현대 악기를 조율할 때 기준이 되는 A(라)음이 어떻게 자리잡게 됐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원래 서양 음악의 기준음은 A음보다 낮았다. 하지만 높은 음을 잘 내는 악기로 돈벌이를 하려는 악기 제작사와 소리를 멀리 전달하고 싶어 하는 군악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기준음은 점차 높아졌다. 영상 중간엔 미국 선교사가 국내에 처음 들여온 서양 피아노가 풀숲, 도로를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재연한다. 이 피아노가 싣고 온 A음이 한국인의 귀를 ‘서양 음악의 귀’로 바꾸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2017년 송은미술대상전에서 대상을 받은
2020년 하반기 국내 증시는 그야말로 호황이었다. 주식시장에 뛰어든 대다수가 돈을 벌었고, 넘치는 유동성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최고치를 찍었다. 세계 증시도 마찬가지였다. 연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급락했던 세계 주요 지수는 각국의 초저금리·양적완화 정책을 기점으로 반등했다. 상승장에 취한 사람들은 호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월가 헤지펀드 트레이더인 콜린 랭커스터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각국의 양적완화와 재정 지출이 중장기적으로 경제를 망치는 ‘대량살상무기’라고 생각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 중앙은행이 돈을 풀면서 생긴 거품이 걷히기도 전에 새로운 거품이 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예감은 들어맞았다. 2022년 현재 나스닥지수와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20% 이상 고꾸라졌고,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찾아왔다.<트레이더 콜린 씨의 일일>은 그가 어떻게 거시경제의 흐름을 읽어내며 폭락장을 예측했는지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기 전인 2019년 10월부터 2020년 6월까지 9개월간 쓴 일기를 재구성했다. 미국의 헤지펀드 트레이더들이 어떻게 팬데믹발(發) 폭락장에 대응했는지 세세하게 담겨 있다. 저자는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25년 경력의 베테랑 헤지펀드 트레이더다. 시타델, 발야스니 등 대형 헤지펀드 회사를 거쳐 숀펠드에서 글로벌채권 책임자를 맡고 있다.기관투자가인 그는 모두가 돈을 잃을 때조차 수익을 내야 한다. 그래서 시장을 거시적으로 보고, 다가올 폭락장을 예측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그는 미국 증시가 반등하기 시작한 2020년 6월에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 각국 중앙은행이 푼 돈이 미래 투자에
한지 위에 검은색 아크릴 물감이 온통 칠해져있다. 그 위로 노란색과 갈색 물감으로 태극 무늬가 그려져있고, 어린아이 같은 서툰 글씨체로 '평화', '사랑'이란 글자가 쓰여있다.다른 작품은 일반 한지보다 좀 더 두꺼운 장지가 배경이다. 아크릴 물감과 과감한 붓 터치로 빠르게 달리고 있는 말을 표현했다. 그 밑에는 '허공에 놀란 말'이라고 적혀있다. 한지라는 한국의 전통적 소재와 아크릴 물감이라는 대표적 서양화 재료의 만남이었다.이들 작품은 '한국화의 이단아', '한국화의 테러리스트'라고 불리는 고(故) 황창배 작가의 유작이다. 지난달 22일부터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유작전 '소정 황창배, 접변(接變)'에는 이처럼 동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가득했다.황창배는 한국화의 새 지평을 연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1978년 국전에서 장인어른인 철농 이기우 선생과 합작으로 그린 '세옹마도'로 한국화 최초의 대통령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밑그림을 생략하고, 한지 위에 서양화 재료를 접목하는 등 과감하고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그는 먹과 벼루 등 전통적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여느 한국화 화가와는 달랐다. 미술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원로 작가의 초대전을 해마다 열어 온 김종영미술관이 올해의 주인공으로 황창배를 선택한 배경이다.황창배에게 한국화와 서양화를 한 작품 안에 담는 작업은 전통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국화의 한계를 넘어서는 과정이었다. 황창배는 생전 인터뷰에서 "전통적 동양화를 공부하다보니 이것 또한 중국적 화법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서울 도산대로에 있는 아티스트컴퍼니 건물 한쪽 벽면엔 14m 길이의 장미꽃 한 송이가 그려져 있다. 쇠로 된 족쇄가 줄기를 옥죄고 있지만 장미꽃은 꼿꼿하게 줄기를 세우고 있다. 족쇄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굴하지 말라(Rise Above)’.대형 장미꽃이 그려진 곳은 여기뿐만 아니다.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몰 빌딩 벽엔 푸른 지구 위에 장미꽃이 피어 있고, 석촌호수 인근 갤러리 호수엔 지혜와 번영을 상징하는 코끼리 옆에 장미꽃이 놓여 있다. 롯데월드타워 1층에는 정의를 상징하는 저울이 장미꽃을 떠받치고 있다. 20번 체포돼도 길거리 예술 고집이들 벽화는 미국 길거리 예술가 셰퍼드 페어리(52·미국)의 작품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개막한 전시회 ‘셰퍼드 페어리, 행동하라’를 위해 방한한 그는 서울 시내 다섯 곳에 벽화를 남겼다. 페어리는 환경파괴, 인종·성차별, 전쟁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메시지를 강렬한 색채로 표현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은 앤디 워홀 작품처럼 실크스크린 기법과 콜라주를 사용해 포스터 같은 느낌을 준다.페어리는 2008년 미국 대선 후보 버락 오바마의 초상화 포스터 ‘희망(HOPE)’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미국 국기 색인 빨간색과 파란색 배경 위에 오바마의 사진을 실크스크린으로 새겨 넣은 작품을 포스터와 스티커로 제작해 무료로 배포했고, 오바마 캠프는 이 작품을 공식 캠페인 포스터로 선정했다.그에게 길거리는 작업실이자 전시장이다. 페어리는 미국뿐 아니라 영국, 일본, 홍콩,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돌아다니며 고층 건물과 광고판에 그림을 그렸다. 불법 그라피티로 경찰에 20번 넘게 체
드문드문 이가 빠진 기와지붕, 금 간 시멘트벽, 녹슨 대문…. 달동네에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시간은 밤이지만, 어둡지 않다. 좁은 골목마다 가로등이 환하게 켜져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캔버스 위에 한지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다. 주름진 한지는 판잣집이 지닌 세월의 흐름을 나타내고, 한지 위로 스며든 물감은 가로등 빛이 돼 달동네를 비춘다. 지난달 27일부터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열리고 있는 정영주 작가(52·사진)의 개인전은 이 같은 달동네 그림 28점으로 가득 차 있다. 정 작가는 요즘 미술시장에서 ‘핫한’ 작가다. 2020년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이 정 작가의 작품을 구매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았다. 지난 5월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인 홍콩 아트바젤에선 출품작이 ‘완판(완전판매)’됐다. 이번에도 전시회가 열리기도 전에 일반에 판매하지 않는 한 점을 빼고 모든 작품이 팔렸다. 정 작가가 달동네를 그리기 시작한 건 2008년 무렵이다. 1997년 프랑스 에콜 데 보자르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작품활동을 하던 그는 1998년 외환위기가 터지자 귀국길에 올라야만 했다. 작가로서 미처 자리 잡지 못한 시점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한국에 들어온 것이다. 이후 10년간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림은 뜻대로 그려지지 않고, 지인들은 떠나가고, 돈마저 떨어졌다. ‘살아서 뭐하나’라는 생각마저 들었을 때 그의 눈에 달동네가 들어왔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판잣집들은 도시의 화려한 빌딩과 비교돼 마치 작가 자신 같았다. 동시에 따뜻함을 느꼈다. 어릴 적 달동네에서 살았던 그에게 고향과도 같았다. 초라하지만 가족의 온기와 고향의 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곳. 그가 캔버스에 달동
그야말로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다. 약 20년 전 정영주 작가가 맞닥뜨린 현실이었다. 1997년 프랑스 에콜 데 보자르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옮겨 작품활동을 하던 정 작가는 1998년 외환위기가 터지자 귀국길에 올라야만 했다. 작가로서 미처 자리잡지 못한 시점에 '울며 겨자먹기'로 한국에 들어온 것이다. 이후 10년간 고난은 계속됐다. 그림은 뜻대로 되지 않고, 지인들은 떠나가고, 돈마저 떨어졌다. "살아서 뭐하나"라는 물음이 자연스레떠올랐다. 정 작가의 눈에 낡고 초라한 달동네가 들어온 게 그 무렵이었다. 드문드문 이가 빠진 기와지붕, 금 간 시멘트 벽, 녹슨 대문…. 다닥다닥 붙어있는 판잣집들은 도시의 화려한 빌딩과 비교돼 마치 작가 자신처럼 느껴졌다. 동시에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릴 적 부산 달동네에서 살았던 정 작가에게 이 곳은 고향과도 같았다. 초라하지만 가족의 온기와 고향의 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곳. 그가 캔버스에 달동네를 담기로 결심한 배경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열리고 있는 정 작가의 개인전은 이같은 달동네 그림 28점으로 가득 차있었다. 정 작가는 요즘 미술시장에서 '핫한' 작가다. 2020년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정 작가의 작품을 구매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았다. 지난 5월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인 홍콩 아트바젤에선 출품작이 '완판(완전판매)'됐다. 이번에도 전시회가 열리기 전부터 개인에게 판매하지 않는 1점을 빼고 모든 작품이 판매됐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이번 개인전 이름이기도 한 '어나더월드(Another World)'다. 200호(가로 259㎝, 세로 194㎝) 초대형 캔버스에 달동네 모습을 담았다. 시간적 배경
찰스 다윈은 생물의 진화가 ‘자연선택과 적응’의 과정이라고 했다. 환경에 적합한 특징을 가진 개체군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고, 같은 종이라도 각기 다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유리한 쪽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세계적인 고생물학자 닐 슈빈은 이를 좀 다르게 표현했다. 그는 지난 40억 년의 생물 진화사를 ‘시행착오와 표절, 도용’으로 요약한다. 유전자 단위에서 보면 인간의 커다란 뇌, 물고기의 지느러미, 새의 깃털과 날개는 생물이 ‘뻔뻔하게’ 서로를 베끼고, 훔치고, 변형한 결과다. 자연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위대한 발명가’라기보다 ‘모방자’인 셈이다.슈빈이 쓴 <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는 자연의 뻔뻔한 표절과 도용의 역사를 보여준다. 저자는 원래 화석을 발굴하는 고생물학자다. 2004년 북극에서 목, 팔꿈치, 손목이 있는 물고기 화석 ‘틱타알릭’을 발굴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생물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 화석만큼 강력한 도구가 유전자라고 말한다. 이 책은 화석과 유전자라는 두 축을 통해 ‘자연은 어떻게 생명을 발명해왔는가’라는 물음의 답을 찾아간다.현재 생물이 지닌 특성은 수많은 유전자가 복제된 결과다. 예컨대 우리의 큰 뇌는 인간과 DNA가 98% 이상 비슷한 원숭이에게도 없는 ‘NOTCH2NL’ 유전자 때문이다. 이 유전자는 파리에서부터 영장류까지 모든 동물에 있는 ‘NOTCH’ 유전자가 세포 분열을 통해 중복된 것이다. 유전자가 수많은 사본을 만드는 과정에서 인간은 동물보다 더 큰 뇌를 갖게 된 것이다.동물의 몸과 유전자에는 이런 사본이 가득하다. 갈비뼈, 척추뼈, 팔다리뼈 등 인
투명한 창문 너머로 보이는 탁 트인 해운대 바다, 철썩이는 파도와 함께 들려오는 갈매기와 선박 고동 소리,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마주할 수 있는 모래사장…. 여름이면 부산은 더욱 매력적인 도시가 된다. 여름 휴가철에 바다를 보러 ‘부산 호캉스’를 떠나는 사람이 많다.바닷가의 호텔이 지닌 여유롭고 풍요로운 분위기를 완성해주는 건 호텔 곳곳에 숨겨진 아트워크(예술작품)다. 단순히 눈을 즐겁게 해주는 장식품으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때로는 바닷가의 풍경을 극대화해주고, 때로는 일상과 더위를 피해 온 투숙객에게 ‘진정한 휴식’을 느끼게 해준다.부산 해운대 엘시티에 있는 ‘시그니엘 부산’의 로비는 전시된 작품만 놓고 보면 여느 갤러리 못지않다. 체크인 순서를 위해 기다리는 시간마저 이 호텔에선 ‘예술’이 된다. 3층 로비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건 허공을 유영하는 듯한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플라잉 보트(Flying Boat)’. 아르헨티나 출신인 에를리치는 일상적이고 친숙한 소재를 전복시키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천장에 비스듬히 매달려 있는 은색 보트는 물이 아니라 허공을 유유히 헤엄친다. 실재와 환상 사이, 그 어딘가에 있는 보트를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다른 한쪽에는 새까만 일곱 개의 돌덩이로 만든 김희용 작가의 작품 ‘새기다-기(氣)’가 자리 잡고 있다. 한 덩어리에 100㎏이 넘는 다섯 개의 커다란 돌이 수직으로 탑을 이루고 있다. 가까이서 돌을 들여다보면 표면 위에 무수한 나선형의 선이 새겨져 있다. 나머지 두 덩어리는 탑 주변에 조용히 놓여 있다. 단단한 돌이 주는 기운과 고요함이 특징이다.그
“내년(1995년)이 ‘바로크 건축의 거장’ 요한 슐라운이 태어난 지 300년 되는 해입니다. 그를 기리는 작품을 준비 중인데, 20세기 최첨단 기술로 표현해줄 수 있을까요.”1994년 독일 뮌스터를 방문한 백남준은 베스트팔렌미술관으로부터 이런 요청을 받았다. 바로 전 해 ‘미술 올림픽’으로 불리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금메달’(황금사자상)을 딴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가 이 지역을 찾는다는 소식에 미술관 사람들이 ‘첨단 기술과 바로크의 만남’이란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다.백남준은 곧바로 승낙했고, 작품을 설치할 장소로 슐라운이 건축한 바로크풍 건축물(로레토 교회)을 택했다. 백남준은 교회의 창문을 모두 닫아 실내를 어둡게 만든 뒤 레이저 불빛이 바로크식 중앙 돔을 가로지르도록 했다. 백남준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 손가락을 레이저와 맞대기도 하고, 레이저로 담뱃불을 붙여 담배연기를 만드는 등 10분간 퍼포먼스를 펼쳤다. 백남준 레이저 연작의 출발점이 된 ‘바로크 레이저(1995년)’ 작품이다. ○28년 만에 살아난 ‘바로크 레이저’이 작품은 그날 딱 한 번 공연하고 사라진 일회성 프로젝트였다. ‘야곱의 사다리(2000년)’ 등 극찬을 받은 백남준의 레이저 작품들의 시초란 점에서 여러 곳에서 되살리려고 했지만, 시료와 장비를 구하기 어렵다며 다들 포기했다.이랬던 바로크 레이저가 28년 만에 관람객 앞에 다시 섰다. 무대는 경기 용인에 있는 백남준아트센터다. 이곳은 백남준 탄생 90년을 맞아 지난 19일부터 ‘바로크 백남준’ 전시회를 열고 있다. 당시 작품 제작에 참여했던 이정성 엔지니어와 미디어·레이저
"'바로크 건축의 거장' 요한 슐라운의 탄생 300주년 기념작을 만들어달라." 1994년 백남준은 독일 베스트팔렌미술관으로부터 이같은 부탁을 받았다. 당시 이 미술관은 슐라운을 기념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었다. 직전해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가 마침 독일 뮌스터를 방문하자 작품을 의뢰한 것이다. 백남준은 작품을 설치할 장소로 독일의 한적한 시골의 로레토 교회를 택했다. 슐라운이 직접 건축한 바로크풍 건축물이다. 백남준은 교회의 창문을 모두 닫아 실내를 어둡게 만들었다. 그리고 레이저의 불빛이 바로크식 중앙 돔을 가로지르도록 했다. 그곳에서 백남준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 손가락을 레이저와 맞대거나, 레이저로 담뱃불을 붙여 담배연기를 만드는 등 10분간 퍼포먼스를 펼쳤다. 400년 전의 바로크 건축과 신기술인 레이저가 만난 순간이었다. 백남준의 후기 작품세계의 시작을 알린 '바로크 레이저(1995년)'다.28년 만에 되살아난 '바로크 레이저' 프로젝트가 끝난 후 교회에서 철거된 이 작품은 지난 28년간 볼 수 없었다. '야곱의 사다리(2000년)' 등 해외에서 극찬을 받았던 백남준의 레이저 작품들의 '시초' 격이지만, 사료와 장비를 구하기 쉽지 않아 재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랬던 바로크 레이저가 다시 관람객 앞에 등장한다. 백남준의 90번째 생일을 맞아 지난 19일부터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바로크 백남준' 전시회에서다. 당시 작품에 직접 참여했던 엔지니어와 후배 예술가들의 오마주 작품 '바로크 레이저에 대한 경의'를 통해 재탄생했다. 이 작품은
지난달 반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만 18세 피아니스트 임윤찬, 지난 5월 워싱턴 국제 콩쿠르에서 1위에 오른 바이올리니스트 위재원, 지난해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거머쥔 첼리스트 한재민….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현대차정몽구재단이 지원하고 있는 문화예술 장학생이라는 것이다.정몽구재단은 우수한 문화예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온드림 인재 장학사업’을 12년째 펼치고 있다. 매년 총 40명의 인재를 선발해 등록금, 학습지원비, 국제 콩쿠르 경비 등을 지원한다. 지금까지 재단의 지원 혜택을 받은 인재는 누적 2280명이다. 지원금액은 92억원에 달한다.재단의 지원은 클래식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국악, 무용 등에서도 재단의 지원을 받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인재들이 많다. 헝가리무용가협회가 선정한 최고 신인무용수인 발레리나 이유림,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로 파리발레단에 입단한 윤서후, 올해 코즐로바 국제무용콩쿠르에서 금상을 수상한 강서연 등이다.온드림 장학생으로 선정되면 등록금 전액과 학습지원비를 지원받는다. 해외 유학생들에겐 매 학기마다 최대 500만원의 장학금을 주고, 국제 콩쿠르에 출전할 땐 연간 1회에 한해 250만원의 경비를 제공한다. 수상 시엔 글로벌 우수 장학금 300만원도 받는다.재단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인과 꿈나무들을 초빙해 콘서트도 개최한다. 오는 8월 27일부터 이틀간 개최되는 ‘제8회 계촌 클래식 축제’에선 강원 평창군의 계촌 초·중학교 학생들로 이뤄진 계촌별빛 오케스트라가 첫 무대를 연다. 정몽구재단은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함께 평창 계촌마을의
지난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아트페어 ‘어반브레이크’. 전시장 안은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리듬감 넘치는 힙합 음악으로 가득 찼다. 120개의 전시 부스는 작품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다수 작품에 ‘판매 완료’를 의미하는 빨간색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어반브레이크는 아트페어 기간(21~24일)에 멧 곤덱, 니콜라스 블레이크 등 주요 작가들의 작품이 ‘완판’(완전판매)됐다고 25일 발표했다. 올해로 3회째인 어반브레이크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어반·스트리트 아트페어다. 디지털 벤처기업 어반컴플렉스가 웹툰, 타투, 그라피티, 아트토이 등 서브컬처(하위문화) 작품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기획했다. 올해는 국내외 작가 450명이 3000점이 넘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 기간 어반브레이크를 방문한 관람객은 5만 명이 넘었다. 올해 하이라이트는 세계적 팝 아티스트 멧 곤덱의 부스였다. 곤덱은 미키마우스, 심슨, 키티 등 귀여운 만화 캐릭터의 모습을 갈기갈기 찢은 듯한 그라피티를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아트페어에선 만화 캐릭터 ‘핑크팬더’ 두 마리가 서로를 껴안고 있는 듯한 레진 아트토이를 선보였다. 그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지만 사실은 다른 생각을 하는 캐릭터를 통해 사람들의 복잡한 관계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국내 한정판으로 제작한 아트토이 100점은 아트페어 기간 모두 판매됐다. 미국의 10세 ‘천재 소년’ 니콜라스 블레이크의 회화 작품 18점도 모두 판매됐다. 그는 용, 호랑이 등 신화적 생명체를 화려한 색감과 이미지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였다. 블레이크가 아시아 지역에서 개인전을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장원철 어반브
‘잠’과 ‘미술관’은 어울릴 수 없는 조합이다. 미술 작품 앞에서 꾸벅꾸벅 조는 사람에겐 여지없이 ‘교양 없다’는 핀잔이 쏟아질 테니. 하지만 서울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는 전시회 ‘나의 잠’에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게 돼지, 너구리 등 동물 탈을 쓰고 조는 사람들이다. 관람객들이 누울 수 있는 침대와 나른한 피아노 음악, 아로마 디퓨저까지…. 숙면에 도움을 주는 ‘장치’가 전시장 곳곳에 깔려 있다.지난 19일부터 시작된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잠이다.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 19명이 참여해 회화와 조각, 설치미술, 영상 등으로 저마다 잠을 표현했다. 전시를 총감독한 유진상 계원예술대 교수는 24일 “치열한 경쟁 시대에 잠은 ‘줄여야 하는 시간’ ‘불필요한 시간’으로 간주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사람이 사는 데 잠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며 “타인과 공유할 수 없는 잠의 특성을 감안해 각자 갖고 있는 ‘1인칭의 세계’를 조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당나귀와 양, 쥐, 곰, 돼지, 너구리 등 동물의 탈을 하나씩 쓰고 졸고 있는 사람들은 진짜가 아니다. 스테인리스 레진 스펀지 등으로 제작한 설치미술이다. 김홍석 작가는 작품의 이름을 ‘침묵의 공동체’(사진)라고 정했다. 작품 속 등장인물에게는 화물차 운전자, 영화배우, 경비원 등 직업을 하나씩 붙였다. 양 모양의 탈을 쓴 태권도 사범 옆에는 “주로 6~15세 어린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루 여섯 시간 퍼포먼스에 참여하면서 하루에 90달러를 받습니다”라고 쓰인 팻말을 세워뒀다. 김 작가는 &
10년 전만 해도 보행재활로봇 시장은 국내 업체들이 넘볼 수 없는 어려운 시장이었다. 외산 제품이 이미 장악하고 있는 데다, 의료진도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기를 꺼렸기 때문이다. 그랬던 이 시장에서 직원 20여 명의 국내 회사가 세계 1위 보행재활로봇 기업인 스위스 호코마를 제쳐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03년 설립된 피앤에스미캐닉스다.박광훈 피앤에스미캐닉스 대표는 24일 인터뷰에서 “아시아 유럽 중동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3년 내 미국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피앤에스미캐닉스가 개발한 워크봇(사진)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사람 하지에 착용하는 로봇, 하네스가 달린 체중 지지부, 트레드밀이다. 환자가 로봇과 하네스를 착용한 뒤 트레드밀을 걸으면서 하지 근력을 강화하는 방식이다.워크봇의 강점은 일반인의 보행 패턴을 그대로 구현한 움직임이다. 고관절과 슬관절뿐 아니라 세계 최초로 족관절 구동 부분까지 장착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환자가 트레드밀을 걸을 때 로봇이 골반부터 무릎, 발까지 잡아준다. 박 대표는 “족관절이 없으면 환자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물리치료사가 옆에서 발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설명했다.환자의 상태에 맞춰서 단계별로 보행 훈련을 할 수도 있다. 환자들이 워크봇을 착용하면 천장에 달린 하네스를 통해 역하중을 설정한다. 로봇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이런 강점을 앞세워 워크봇은 중국 인도 아랍에미리트 스페인 등 9개국에 진출했다. 지난해 매출(58억원)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지난해엔 러시아에서 호코마보다도 많은 판매량(7대)을 기록했다
‘잠’과 ‘미술관’은 그렇게 가까운 조합은 아니다. 미술작품 앞에서 꾸벅꾸벅 졸면 같이 간 사람에게 ‘교양 없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이 전시회는 다르다. 입구에 들어서면 동물의 탈을 쓴 채 벽에 기대서, 앉아서, 누워서 조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보인다. 좀 더 깊숙히 들어가면 관람객들이 잘 수 있는 침대까지 마련해놨다. 나른한 피아노 음악과 아로마 디퓨저까지 제대로 재우기 위해 판을 깔아줬다. 지난 19일부터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 ‘나의 잠’이다. 모두 19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 전시회를 관통하는 주제는 ‘잠’이다.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이 회화, 조각, 설치미술, 영상 등으로 저마다의 잠을 표현했다. 전시를 총감독한 유진상 계원예대 교수는 기획 배경에 대해 “경쟁사회에서 통상 잠은 줄여야 하는 시간으로 간주됐지만, 사실 잠은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 중 하나”라며 “타인과 공유할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한 ‘1인칭의 세계’라는 점을 조명하고 싶었다”고 했다.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건 당나귀, 양, 쥐, 곰, 돼지, 너구리 등 동물 탈을 쓴 채 저마다의 잠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화물차 운전사, 영화배우, 경비원 등 직업도 다양하다. 그 앞에는 자그마한 표지판이 있다. “양탈을 쓴 이 남성 분은 태권도 사범입니다. 주로 6세에서 15세 사이의 연령대의 어린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남성분은 하루 여섯 시간 퍼포먼스에 참여하면서 하루 미화 90달러를 받습니다.” 사실 이들은 사람이 아니다. 설치미술이다. 김홍석 작가는 이들에게 ‘침묵의 공동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이들은 잠드는 것도, 쉬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바싹 말라버린 땅, 높아진 해수면 때문에 바닷속에 잠긴 도시, 떠내려가는 빙하 위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북극곰….‘기후변화’를 말할 때 항상 따라붙는 이미지다. 그 앞에서 인간은 항상 죄인이 된다. 인간은 과잉 소비로 지구를 망가뜨리는 주범으로 묘사된다. 탄소배출 감축에 동참하지 않는 나라에는 어김없이 지구를 망치는 ‘기후 악당’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과연 사실일까. 스티븐 E 쿠닌 뉴욕대 물리학과 교수는 《지구를 구한다는 거짓말》에서 ‘인간이 기후변화를 초래했다’는 주장에 반기를 든다. 그는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에너지부 과학 담당 차관을 지내며 에너지·기후 관련 정책을 맡았다. ‘지구를 구하는 일’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그랬던 그가 기후과학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은 2014년이었다. 미국 물리학회(APS)로부터 기후 관련 공개 보고서를 업데이트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5명의 기후 전문가와 함께 데이터를 수집했다. 작업이 끝날 때쯤 그는 기후과학이 예상보다 학문적 완성도가 훨씬 떨어진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데이터의 오류’ 때문이다. 기후과학 연구논문에 담긴 데이터 중 일부가 요약본과 언론 보도 등을 거치면서 생략되거나 과장된다는 것이다.기온 상승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지난 수백년간 지구가 따뜻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최고 기온이 아니라 최저 기온이 상승한 결과였다고 분석한다. 최고 기온은 지난 50년간 상승하지 않았다. 그린란드의 빙하가 줄어드는 속도는 80년 전과 비슷하다. 저자는 지구가 온화해지고 있는 것일 뿐, 디스토피아와 같은 ‘불타는 지구’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사진)이 세계 3대 방송상으로 꼽히는 국제 에미상에서 공로상을 받는다.국제 에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국제TV예술과학아카데미(IATAS)는 19일(현지시간) 이 부회장을 에미상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에미상은 미국을 제외한 해외 우수 프로그램을 평가하기 위해 1973년 제정됐다. 캐나다 밴프 TV페스티벌, 모나코 몬테카를로 TV페스티벌과 함께 세계 3대 방송상으로 꼽힌다.IATAS는 이 부회장이 한국 문화가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데 ‘선봉장(a visionary leader)’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브루스 파이스너 IATAS 회장은 “이 부회장은 탁월한 비즈니스 통찰력과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으로 25년 이상 한류를 이끌어왔다”며 “K콘텐츠의 역사적인 이정표가 된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 등을 통해 이 부회장의 미디어산업에 대한 헌신을 확인했다”고 말했다.이 부회장은 1995년 미국 영화 제작사 드림웍스 투자를 시작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제일제당 이사였던 이 부회장은 동생인 이재현 CJ 회장(당시 제일제당 상무)과 함께 드림웍스에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해 아시아 배급권을 따냈다. 이후 영화배급투자사인 CJ엔터테인먼트(현재 CJ ENM 영화사업본부)를 설립해 300편이 넘는 영화에 투자했다. 이 부회장의 꾸준한 투자는 한국 영화가 ‘세계적 레벨’로 발돋움하는 초석이 됐다는 평가다.에미상 시상식은 오는 11월 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다.이선아 기자
스마트폰 앱을 켜고 병원 진료날짜를 예약한다. 병원에 도착하면 사용자 위치를 파악해 진료실을 안내한다. 진료가 끝난 뒤엔 대기표를 뽑고 기다릴 필요 없이 앱으로 진료비를 수납하면 된다. 앱으로 전자처방전을 약국에 보내놓으면 미리 조제된 약을 바로 수령할 수 있다. 레몬헬스케어가 개발한 모바일 스마트병원 플랫폼 ‘레몬케어’가 구현하는 모습이다.레몬헬스케어는 지난해 ‘기업공개(IPO) 철회’라는 쓴맛을 봤다. 당시 설립 4년 차였던 레몬헬스케어는 주관사의 권유로 ‘성장성 추천’ 특례로 상장을 추진했다. 기술성평가에서 ‘AA’와 ‘A’ 등급을 받으면서 성장성도 입증했다. 하지만 매출 규모에서 발목이 잡히며 예비심사만 장장 7개월이 걸렸다. 홍병진 레몬헬스케어 대표가 IPO 자진철회라는 결단을 내린 이유다.레몬헬스케어가 올 하반기 IPO 재도전에 나선다. 홍 대표는 “올해 매출을 작년보다 3배 규모로 키울 것”이라며 “올 하반기부터 IPO 준비를 시작해 내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겠다”고 말했다. “앱 사용자 수 300만 명 돌파”레몬헬스케어는 모바일 기반의 헬스케어 앱 ‘레몬케어’를 운영한다. 병원 진료 예약부터 접수비·진료비 간편결제, 전자영수증 발급, 약국으로 전자처방전 자동 전송, 실손보험 청구까지 가능한 플랫폼이다. 대기표를 뽑고 기다릴 필요 없이 앱을 통해 환자가 병원에서 거치는 모든 과정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카카오와의 협력을 통해 카카오톡 기반의 결제 시스템을 갖춰 접근성도 높였다.레몬헬스케어는 이 플랫폼을 사용자별·병원 규모별로 세분화했다.
청계천의 랜드마크인 왕골뱅이 모양의 대형 조형물 ‘스프링’(2006년)을 제작한 현대미술가 클라스 올든버그가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별세했다. 향년 93세.미국 아트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한 달 전 넘어져 엉덩이뼈 골절상을 입은 올든버그는 이후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1929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난 그는 1956년 뉴욕으로 이주해 본격적인 예술활동을 시작했다.올든버그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에 재료나 크기를 변형하는 방식으로 이름을 알렸다. 높이 13.7m에 달하는 거대한 ‘빨래집게’(1976년), 독일 상가 건물 위에 떨어진 거대한 아이스크림콘 모양의 ‘떨어뜨린 콘’(2001년) 등이 그랬다. 마지막 작품은 지난 3월 뉴욕 록펠러센터에 설치한 ‘파란색 대형 모종삽’(2022년)이다.올든버그는 1970년 만난 두 번째 부인 쿠제 반 브레겐과 예술활동을 함께하기도 했다. 청계천 입구에 있는 스프링도 브레겐이 디자인을 맡고, 올든버그와 배진환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가 공동 제작했다. 이 작품은 붉은색과 푸른색의 철판이 서로 교차하도록 꼬아올린 조형물이다. 높이는 20m, 무게는 9t에 달한다. 설치비로만 340만달러(약 34억원)가 투입됐다. 2006년 조형물 준공식 때 한국을 찾은 올든버그는 스프링에 대해 “하늘로 솟아오르는 물과 샘의 원천, 흘러내리는 한복의 옷고름, 도자기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이선아 기자
바이러스는 인류의 정복 대상이다. 하지만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활용해 오히려 병을 치료한다면 어떨까. 바이로큐어는 이 같은 발상의 전환에서 출발했다. 암 세포만 잡아먹는 항암 바이러스를 활용해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임상에 속도를 내기 위해 지난달 대장암 수술 명의로 꼽히는 박동국 단국대 의대 교수(사진)를 대표로 영입했다.18일 만난 박 대표는 “우리 몸에 유익한 리오바이러스를 활용해 세계 최초로 먹는 대장암 치료제를 내놓을 것”이라며 “면역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 난치성 대장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제공하겠다”고 했다.바이로큐어의 핵심 파이프라인은 리오바이러스를 활용한 항암제다. 사람 몸의 호흡기와 소화기관에 있는 리오바이러스는 독성을 일으키지 않는 바이러스다. 박 대표는 “키트루다 등 면역항암제가 듣지 않는 환자들에게 리오바이러스를 병용 투여하면 반응률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면역항암제가 듣지 않는 환자 중에는 암세포가 용해되지 않아 T세포가 공격할 수 있는 항원이 충분치 않은 경우가 많다. 이를 치료 가능한 상태로 바꾸려면 암세포를 깨뜨려서 T세포의 침투를 증가시켜야 한다. 박 대표는 “리오바이러스는 비정상적인 암 조직에서만 증식하는 특성이 있어 암세포를 깨뜨리고 T세포가 항원을 인식하게 한다”고 설명했다.주요 적응증은 대장암과 폐암 등이다. 종양주사제로 개발 중인 대장암 치료제 ‘RC402-IT’의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호주에서 임상 1b상을 진행하고 있다. 박 대표는 “연내 1b상을 마칠 것”이라며 “면역관문억제제와 CAR-T(키메릭 항원수용체 T세포)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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