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즈노가 ‘ST 시리즈’의 관성모먼트(회전상태를 유지하려는 힘)와 관용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ST-MAX 230 드라이버’를 새로 선보인다.이 드라이버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24 시즌 소니 오픈 우승자 그레이슨 머리가 사용했던 ST230 드라이버의 확장형 라인업이다. ST230 드라이버는 최근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블루베이 LPGA’ 우승자 베일리 타디 선수가 사용한 제품이기도 하다.ST-MAX 230의 가장 큰 특징은 코어테크 챔버기술이다. 헤드 솔 측에 장착된 이 기술은 기존 모델 대비 페이스의 중심점(스위트스폿)으로 더 가깝게 배치하고 더 확장시킨 게 특징이다. 탄성을 지닌 서모폴리우레탄(TPU) 챔버 안에 스테인리스 파츠를 장착해 임팩트 시 가해지는 힘을 흡수해 복원되는 반발력으로 더 높은 관용성과 안정적인 스피드, 타구감을 선사한다.이 드라이버에 적용된 또 다른 기술은 새로운 페이스 소재와 미즈노만의 독자적인 ‘코어테크 페이스’다. 페이스에는 기존 모델보다 더 가볍고, 강도가 9% 높은 ‘포지드 Ti-LFS’ 소재를 채택했다. 페이스의 중심부는 두껍게, 주변부는 더욱 얇게 한 미즈노의 코어테크 페이스 기술은 더욱 향상된 고반발 성능을 제공한다.관성모먼트를 최대치로 높여주는 헤드의 구조도 특별하다. 기존 모델과 비교해 솔의 카본 면적을 40% 확대하면서 절감된 중량을 백 웨이트에 추가했다. 이와함께 공기 저항은 줄여주고, 어드레스 자세를 취할 때 안정감을 주는 ‘다이나믹 모션’ 헤드 디자인이 적용됐다. 미즈노의 ‘퀵 스위치’를 통해 빠르고 간편하게 로프트와 페이스 앵글, 라이각 조합을 8가지 옵션으로 조정
지난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이날의 협연자는 '라벨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진 피아니스트 장에플랑 바부제(62). 연주가 시작되자 그는 우아하게 건반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런데 양손이 아니다. 왼쪽 손만 건반 위를 질주했다.그는 이날 왼손으로만 연주하는 모리스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선보였다. 20여 분간 수십 명의 오케스트라와 오직 다섯 손가락으로 대적한 바부제는 빼어난 음색과 옥구슬 같은 소리, 정확하고 절제된 연주로 감동을 자아냈다. 바부제가 선보인 이 곡은 특별한 사연으로 유명하다. 라벨이 전쟁으로 오른쪽 팔을 잃은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폴 비트겐슈타인(1887~1961)을 위해 1930년 작곡한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당대 출중한 피아니스트였고, 오스트리아에서도 유명한 부잣집이자 명문가였다. 가족들 또한 빼어난 지식인이자 문화예술에 정통한 인물들이었는데, 그의 동생은 유명한 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1889~1951)이다.남부러울 것 없는 집안에 음악적 재능까지 타고난 비트겐슈타인, 그러나 1차 세계 대전은 이 장래유망한 피아니스트의 성공적 미래를 앗아간 듯 했다. 한쪽 팔만 남은 채 집에 돌아온 그를 위해 동료 작곡가들은 잇따라 왼손을 위한 레퍼토리를 작곡했다. 라벨 외에도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에리히 볼프강 코른콜트, 폴 힌데미트 등이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왼손을 위한 협주곡을 작곡했다. 피아노 협주곡 외에 자주 연주되는 왼손용 작품은 어떤 게 있을까. 라벨이 왼손을 위한 협주곡을 작곡할 당시 선배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의 작품을 연구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생상스 역시
독일 베를린은 지금 문화예술의 메트로폴리탄이다. 늘 그랬던 건 아니다.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2000년대까지 베를린은 ‘가난하지만 매력적인 도시’로 통했다. 지난 10여 년간 전 세계 예술가와 혁신가들을 불러 모은 건 문화예술이었다. 폐허가 된 공간이 넘쳐나던 베를린 곳곳은 예술 공간이 됐다. 기차역은 현대미술관 ‘함부르거 반호프’로 재탄생했고, 문 닫은 영화제작소도 문화 공간 ‘우파파브릭’으로 탈바꿈했다. 빈집들은 예술가를 위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기반이 됐다. 베를린 장벽까지 세계적 예술가들의 캔버스가 됐으니, 베를리너의 20%는 문화예술 분야에 종사한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다.역사를 딛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데 ‘예술의 힘’을 실감한 베를린의 혁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로 불리는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대표적인 사례다. 베를린필은 15년 전 업계 최초로 클래식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디지털 콘서트홀’을 선보였다. 음악가들이 과거 작품을 재해석하는 걸 넘어 현대 기술을 적용해 물리적 한계를 벗어나려는 시도였다. 스트리밍 서비스는커녕 스마트폰조차 없던 당시엔 업계에 큰 파격이었다. 전설적 지휘자를 배출해온 ‘음악가들의 꿈’이자 가만히 있어도 전 세계 공연장에서 줄 서서 부르는 클래식 대표 브랜드 베를린필은 왜 이런 모험을 했을까. 테크와 결합한 클래식의 저장소지난 1일 베를린 티어가르텐 지역. 이곳에는 노란색 오각형 모양의 공연장 ‘필하모니아’(베를린필 전용 공연장)가 있다. 콘서트를 2시간 앞둔 필하모니아의 백스테이지는 분주했다. 무대 뒤의 또
“당시엔 완전히 불가능했죠. 단원 모두가 말도 안 된다고 했어요.”올라프 마이닝어 베를린필미디어 총괄책임자(사진·60)는 18년 전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1995년 첼로 단원으로 입사해 이듬해 베를린필 수석첼리스트가 된 마이닝어는 디지털 콘서트홀(DCH) 설립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인물이다.30년째 이곳에서 단원이자 매니저로 몸담아 온 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인터넷이 급격히 부상하고, CD 시장이 빠르게 줄어드는 변화가 있었다”며 “공연의 디지털화가 오케스트라와 클래식 음악이 계속 연주될 수 있는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지금이야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적이지만, 당시엔 스마트폰도 나오기 전이었다. 단원들의 초기 반응은 냉랭했다. 라이브 연주를 남기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빅 브러더’가 연주를 감시하는 것 같아 음악에 몰입이 어렵다”는 이야기였다.1년간 단원을 끊임없이 설득한 끝에 당시 상임지휘자인 사이먼 래틀을 비롯해 단원 모두를 디지털화에 몰두하게 했다.“실행은 더 어려웠죠. 촬영이나 녹음이 연주에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하고, 퀄리티는 좋아야 했으니까요. 시작부터 음질은 CD 퀄리티, 화질도 고화질(HD)을 원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퀄리티였고 그것과 타협할 생각은 결코 없었어요. 그래서 3년이라는 준비 기간이 필요했습니다.”그는 인터뷰 내내 ‘퀄리티’를 강조했다. 무엇보다 최고의 품질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베를린필미디어는 빠르게 무언가를 내놓으려 하기보다는 더 좋은 품질로 제작하기 위해 기다리고 준비하는 과정을 거듭했
"당시에는 완전히 불가능했죠. 단원들 모두가 말도 안된다고 했어요. "베를린필 미디어 총괄 책임자 올라프 마이닝어(사진·60)는 18년 전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1995년 첼로 단원으로 입사해 이듬해 베를린필 수석 첼리스트가 된 마이닝어는 디지털 콘서트홀(DCH) 설립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인물. 30년째 이곳에서 단원이자 매니저로 몸 담아 온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인터넷이 급격히 부상하고, CD 시장이 빠르게 줄어드는 변화가 있었다"며 "공연의 디지털화가 오케스트라와 클래식 음악이 계속 연주될 수 있는 확실한 해결책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금이야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적이지만, 당시에는 스마트폰도 나오기 전이었고, 클래식 콘서트를 생중계로 본다는 개념도 흔하지 않을 때였다. 단원들의 초기 반응은 당연히 냉담했다. 라이브 연주를 남기는 것 자체를 불편해 하는 의견도 상당했다. "'빅 브라더'가 연주를 감시하는 것 같아 음악에 몰입이 어렵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그는 1년 간 "비현실적이지 않다. 클래식 음악이 지속될 방법"이라고 단원들을 설득했고,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구체화했다. 1년 가까운 그의 설득에 결국 당시 상임지휘자였던 사이먼 래틀을 비롯해 단원 모두가 디지털화에 몰두하게 됐다는 것. "여러 고민이 있었어요. 촬영이나 녹음이 연주에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하고, 퀄리티는 좋아야 했으니까요. 시작부터 음질은 CD퀄리티, 화질도 HD를 원했거든요. 가장 중요한 건 퀄리티였고, 퀄리티와 타협할 생각은 결코 없었어요. 그래서 3년이라는 준비 기간이 필요했죠.&qu
베를린은 지금 문화예술의 메트로폴리탄이다. 언제나 그랬던 건 아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2000년대까지 베를린은 ‘가난하지만 매력적인 도시’로 통했다, 지난 10여 년간 전 세계 예술가와 혁신가들을 불러모은 건 문화예술이었다. 폐허가 된 공간이 넘쳐났던 베를린 곳곳은 예술공간이 됐다. 기차역은 현대미술관 '함부르거 반호프'로 재탄생했고, 문 닫은 영화제작소도 문화 공간 '우파파브릭'으로 탈바꿈했다. 빈 집들은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기반이 됐다. 베를린 장벽까지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캔버스가 됐으니, 베를리너의 20%는 문화예술 분야에 종사한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다. 역사를 딛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데 '예술의 힘'을 실감한 베를린의 혁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불리는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대표적인 사례다. 베를린필은 15년 전 업계 최초로 클래식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디지털 콘서트홀'을 만들었다. 음악가들이 과거의 작품을 재해석하는 걸 넘어 현대기술을 적용해 물리적 한계를 벗어나려는 시도였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커녕 스마트폰 조차 없었던 당시에는 업계에 큰 파격이었다. 전설적인 지휘자들을 배출해온 '음악가들의 꿈'이자 가만히 있어도 전 세계 공연장이 줄 서서 부르는 클래식 대표 브랜드인 베를린필은 왜 이런 모험을 했는 지 현장을 찾아가 직접 확인했다. 지난 1일 오후 베를린의 녹색 숲이 펼쳐진 티어가르텐 지역. 이곳에는 노란색 오각형 모양의 공연장 '필하모니아'(베를린필 전용 공연장)가 있다. 콘서트를 2시
분명 가만히 있는 그림인데, 이상하게 선율이 들리고 리듬이 느껴지는 그림들. '캔버스 위의 작곡가'로 불리는 윤협(42)의 화풍이다. 그의 개인전 '녹턴시티'에서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악기, 첼로의 선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콘서트가 열린다. 18일 롯데문화재단에 따르면 첼리스트 한재민(18)의 게릴라 콘서트가 오는 20일 서울 잠실동 롯데뮤지엄에서 열린다. 재단은 녹턴시티의 오후 4시 도슨트 설명 종료 후 '나이트 인 뉴욕(Night in New York)' 작품 앞에서 한재민이 약 25분간 연주한다"고 밝혔다. 만 5세에 첼로를 시작한 한재민은 2020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최연소 예술 영재로 발탁됐다. 2021년 15살의 나이로 루마니아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으며, 이듬해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상주음악가)'로 선정돼 오는 27일 자신이 직접 기획한 첫 번째 공연을 앞두고 있다. 현재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볼프강 에마뉴엘 슈미트 교수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 롯데뮤지엄 관계자는 "윤협의 작품과 한재민의 첼로 연주가 어우러져 전시장이 환상적인 공간으로 탈바꿈 하게 된다"며 "진정한 미술과 음악의 협연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윤협 작가의 개인적 녹턴시티에서는 그의 초기작푸터 신작, 회화, 조각, 영상, 드로잉 등 총 230여 점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윤협은 음악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어릴 적 어머니가 하시던 음악학원에서 즉흥 연주를 배운 경험을 지금까지도 미술로 옮겨오고 있다”고 밝힌 바
프로 연주자의 세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듯하다. 10대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는 ‘스타 연주자’가 있다면 또 다른 쪽에는 시간의 축적을 통해 만들어지는 ‘대기만성형 연주자’가 있다. 프랑스 출신 피아니스트 장에플랑 바부제(62)는 후자에 가깝다. 그는 시간의 축적을 통해 특유의 견고함과 우아함을 차근차근 쌓아 올린 피아니스트다.1962년 프랑스 라니옹에서 태어난 그는 파리 음악원에서 피에르 상캉을 사사했다. 1986년 독일 쾰른에서 열린 국제 베토벤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영 콘서트 아티스트 오디션을 통해 데뷔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뚜렷한 활동이 없었던 바부제의 음악 인생은 1995년 거장 게오르그 솔티(1912~1997)를 만나면서 달라졌다. 이때 솔티가 이끄는 파리 관현악단의 초청을 받아 버르토크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 그는 인상적인 연주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30대 중반이던 그는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주목받는 연주자로 활동을 이어갔다.이후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피에르 불레즈 등 유명 지휘자와 함께 호흡했으며 활발한 연주활동과 음반 발매로 국제클래식음악상(ICMA)이 뽑은 ‘올해의 아티스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4년 프로코피예프 음반을 시작으로 드뷔시와 라벨 음반으로 수차례 그라모폰 상을 받았다.최다은 기자
“도쿄필은 ‘완벽한 앙상블’을 추구해요. 제 역할은 잘 걷는 사람들을 가끔 날아가게 만들어주는 거죠.”한국을 대표하는 지휘자 정명훈(71)은 일본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도쿄필은 정명훈이 ‘일본의 가족’이라고 할 만큼 신뢰를 바탕으로 23년 넘도록 호흡을 맞춰온 악단이기도 하다.정명훈이 오는 5월 도쿄필과 내한 공연을 한다. 2015년 한·일 수교 행사의 일환으로 서울시향과 합동 공연한 것을 제외하면 도쿄필과 함께하는 공식 내한 투어는 19년 만이다. 도쿄필은 1911년 나고야에서 창단한 일본 최고(最古)의 교향악단으로 NHK교향악단과 더불어 일본의 양대 오케스트라로 불린다. 정명훈은 2000년 도쿄필을 처음 지휘했고 2016년에는 외국인 최초로 도쿄필 명예음악감독으로 임명됐다.5월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서 가장 특별한 점은 지휘하며 피아노 치는 정명훈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정명훈은 1부에서 베토벤 삼중협주곡을 연주하며 지휘와 피아노를 동시에 맡는다. 세 명의 솔리스트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이 곡은 특히 실황 연주에서 베토벤 음악의 풍성함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 첼리스트 문태국과 호흡을 맞춘다. 그간 자주 볼 수 없었던 피아니스트 정명훈의 면모를 다시 볼 수 있는 셈이다.2부에서는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을 들려준다. 합창은 정명훈의 단골 레퍼토리 중 하나다. 서울시향 송년음악회, 광복절 기념음악회, 시티 오브 런던 페스티벌 등 주요 공연 때 이 곡을 선택했고, 도이치그라모폰을 통해 실황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그는 이 곡에 대해 “연
“도쿄필은 ‘완벽한 앙상블’을 추구해요. 제 역할은 잘 걷는 사람들을 가끔 날아가게 만들어주는 거죠. " 한국을 대표하는 지휘자 정명훈(71)은 일본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도쿄필은 정명훈이 '일본의 가족'이라고 할만큼 신뢰를 바탕으로 23년 넘도록 호흡을 맞춰온 악단이기도 한다. 정명훈이 오는 5월 도쿄필하모닉과 내한 공연을 한다. 2015년 한일수교 행사의 일환으로 서울시향과 합동 공연했던 것을 제외하면 도쿄필과 갖는 공식 내한 투어는 19년 만이다. 도쿄필은 1911년 나고야에서 창단한 일본 최고(最古)의 교향악단으로 NHK 교향악단과 더불어 일본의 양대 오케스트라로 불린다. 정명훈은 2000년 도쿄필을 처음 지휘했고 2016년에는 외국인 최초로 도쿄필 명예음악감독으로 임명됐다. 5월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서 가장 특별한 점은 지휘하며 피아노 치는 정명훈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정명훈은 1부에서 베토벤 삼중협주곡이 연주하며 지휘와 피아노를 동시에 맡는다. 세 명의 솔리스트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이 곡은 특히 실황 연주에서 베토벤 음악의 풍성함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 첼리스트 문태국과 호흡을 맞춘다. 그간 자주 볼 수 없었던 피아니스트 정명훈의 면모를 다시 볼 수 있는 셈이다.2부에서는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을 들려준다. 합창은 정명훈의 단골 레퍼토리 중 하나다. 서울시향 송년음악회, 광복절 기념음악회, 시티 오브 런던 페스티벌 등 주요 공연 때 이 곡을 선택해왔고, 도이치그라모폰을 통해 실황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한국경제신문이 찾은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는 평일 퇴근 시간인데도 한산했다. 원체 인구 밀도가 낮은 데다 궂은 날씨 때문에 번화가인 헬싱키 중앙철도역 인근조차 사람들이 딱히 몰리지 않았다. 딱 한 곳, 공연장 ‘헬싱키 뮤직센터(Musiikkitalo)’는 예외였다. 헬싱키 명소로 꼽히는 뮤직센터 로비에는 오후 5시부터 콘서트를 보러온 사람들로 가득 찼다. 공연장 관계자 카롤리나 피카렌 씨는 “매일 최소 2개 이상의 공연이 열리고, 대부분 좌석이 찬다”며 “사람들이 오후에 공연장을 찾는 건 이곳에서 자연스러운 일상”이라고 설명했다. 전 국민 대상 체계적 예술교육세계적인 지휘자도, 훌륭한 오케스트라도 관객 없이는 무용지물. 핀란드에는 무엇보다 문화·예술적 소양이 높은 국민이 있다. 역사적으로 20세기 초 핀란드가 러시아로부터 독립하면서 전략적으로 자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강조했고, 이로 인해 정부 차원에서 예술 교육을 체계화한 영향이다. 현재까지 살아남은 여러 지역 오케스트라 상당수가 예술 애호가나 민간에서 시작됐다는 점도 그만큼 예술에 대한 국민적 애정이 컸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핀란드에는 1960~1970년대부터 수십 년간 틀을 갖춰나간 ‘예술기본교육(BEA)’이 있다. 예술기본교육은 희망자에 한해 학교 교과수업 외에 실기 중심의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공교육의 일부다. 정부 차원에서 ‘전 국민 악기 연주하기’를 목표로 한 셈.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지원 아래 학생들은 강습료의 20% 미만만 지급하면 전문가들로부터 직접 실기 중심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처음엔 음악부터 시작해 현재는 미술, 건축,
핀란드에서는 “오케스트라 없는 도시는 도시가 아니다”는 말이 통용된다. 지방 소도시라도 라이브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악단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핀란드가 음악에 ‘진심’이라는 것은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핀란드 인구는 555만여 명(2022년)으로 서울 인구(933만 명)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핀란드는 국공립 프로 교향악단만 15개로 서울(5개)의 세 배다. “인구 대비 프로 오케스트라 수가 가장 많은 나라”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질적으로는 더욱 압도적이다. 핀란드 라디오심포니 등 헬싱키 기반의 명문 악단뿐 아니라 각 지역에 양질의 악단이 고루 분포돼 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양성 교육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7세에 로열콘세르트헤바우(RCO) 예술감독으로 지명된 지휘계의 ‘신성’ 클라우스 메켈레, 여성 최초로 LA필하모닉 수석 객원지휘자가 된 수잔나 말키 같은 화제의 지휘자들 모두 핀란드 출신이다. 전통적으로 클래식의 본거지는 오스트리아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서유럽이다.주류와는 다소 떨어진 핀란드가 어떻게 예술 강국, 그중에서도 ‘마에스트로의 나라’가 된 걸까. 한국경제신문이 핀란드 헬싱키를 찾아 그 배경을 분석해봤다.헬싱키=최다은 기자
핀란드 헬싱키의 중심부 툴론라흐티 지역. 도서관과 대학 등 문화시설이 밀집된 이곳에는 모던한 외관의 공연장 헬싱키 뮤직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센터와 연결된 9층 건물은 유럽 최대 규모의 음대 중 하나인 시벨리우스 아카데미다.1882년 설립된 이 학교는 현재 헬싱키 예술대에 소속돼 있으며 지휘를 비롯해 재즈·포크음악·작곡·음악 테크놀로지 등 다양한 분야의 음악 교육으로 전문 음악가를 길러내고 있다. 가장 유명한 오케스트라 지휘학과는 합격률이 2%에 불과하다고.“우리의 메커니즘은 학교·지방자치단체·오케스트라 등 모두가 협력해 다양한 사람을 포용하고, 그 안에서 최고의 인재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학교 연구실에서 만난 에밀리 가드버그 시벨리우스 아카데미 학장(사진)은 빼어난 인재를 육성하는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핀란드에는 오케스트라, 정부 등 예술 관련 강력한 ‘커뮤니티’가 있고,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뻬어난 인재 양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시벨리우스 아카데미의 지휘 수업은 지역 오케스트라와의 연계를 통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지휘 경험을 선사하고, 5명의 객원 지휘 교수를 통해 다각적인 접근을 돕는 게 강점이다. 출중한 프로 악단과 다양한 교수진 인프라를 기반으로 양질의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다.가드버그 학장은 이런 학교 시스템이 핀란드의 위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가 어떻게 일하고,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어떻게 지원받고 있는지 등에 대해 해외를 비롯한 외부에서 상당히 알고 싶어 하죠. 우리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
올해 아카데미를 싹쓸이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 영화음악(Original Score) 부문도 오펜하이머의 차지였다. 오펜하이머의 음악감독 루드비히 고란손(39)이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음악상을 수상했다. 고란손은 30대의 젊은 나이로 2019년 ‘블랙 팬서’에 이어 두 번째 아카데미상을 받았다.스웨덴 출신 영화음악 작곡가 고란손은 ‘테넷’(2020), ‘베놈’(2018) 등 블록버스터 영화음악 작업을 통해 내공을 쌓아온 인물. 놀런 감독과 주로 작업하는 한스 짐머가 영화 ‘듄’ 작업으로 오펜하이머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고란손을 적극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18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서 영화 OST는 극을 이끌어가고, 오펜하이머(킬리안 머피)의 심리적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핵심 요소였다.영화 공식 비하인드 영상에 따르면 놀런 감독은 “오펜하이머의 지성과 감정을 잘 표현하는 바이올린을 중심으로 곡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고란손 감독은 바이올린을 비롯한 현악기, 신시사이저 등을 활용해 음악을 만들었다. 고란손 감독은 “각본을 읽자마자 바로 악상이 떠올랐다”며 “인물의 깊은 내면이 거대한 아이맥스 화면에 펼쳐지는 영화로, 여러 방면에서 한계를 뛰어넘는 영화”라고 전했다.최다은 기자
올해 아카데미를 싹쓸이 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 영화음악(Original Score) 분야도 오펜하이머의 차지였다. 오펜하이머의 음악감독 루드비히 고란손(39)이 제 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음악상을 수상했다. 이는 2019년 '블랙 팬서'에 이어 두 번째 아카데미 수상이다. 스웨덴 출신의 작곡가 겸 프로듀서 고란손은 '테넷'(2020), '베놈'(2018) 등 대형 블록버스터의 음악 작업을 통해 내공을 쌓아온 인물. 놀란 감독과 주로 작업하는 한스 짐머가 영화 '듄' 작업으로 빠지게 되면서 고란손을 적극 추천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세상을 파괴할 발명품을 개발하는 천재 과학자의 윤리적 딜레마를 화면 속에 펼쳐낸 작품. 18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서 영화의 OST는 극을 이끌어가고, 심리적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데 핵심 요소였다.영화 공식 비하인드 영상에 따르면 놀란 감독은 "‘오펜하이머’의 지성과 감정을 잘 표현하는 바이올린을 중심으로 곡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고란손 감독은 바이올린을 비롯한 현악기, 신디사이저 등을 활용해 음악을 만들었다. 'Can you hear the Music'을 비롯한 주요 테마곡은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신경을 긁는 듯한 바이올린 선율, 반복되는 리듬과 빠르게 변화하는 템포 등으로 불안하고 고뇌하는 오펜하이머의 심리를 극대화한다. '그라운드 제로'에서는 원자폭탄 실험장의 암울한 풍경을 진동음, 백색소음 등을 넣어 풀어냈으며 마지막 수록곡 '오펜하이머'에서는 과거를 지나온 오펜하이머의 우울한 심리를 처연한 바이올린 선율로 담아냈다. 고란손 감독은 “
핀란드 헬싱키의 중심부 툴론라흐티 지역. 도서관과 대학 등 문화시설이 밀집된 이곳에는 모던한 외관의 공연장 헬싱키 뮤직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안쪽은 '시벨리우스 타워'로 불리는 9층짜리 건물과 연결된다. 유럽 최대 규모의 음대 중 하나인 시벨리우스 아카데미다. 1882년 설립된 이 학교는 현재 헬싱키 예술대에 소속돼 있으며 지휘를 비롯해 재즈·포크음악·작곡·음악 테크놀로지 등 다양한 분야의 음악 교육으로 전문 음악가들을 길러내고 있다. 가장 유명한 오케스트라 지휘학과는 합격률이 2%에 불과하다고. 음악학도들 사이에서는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지휘를 배우면 어딜가도 인정받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우리의 매커니즘은 학교, 지자체, 오케스트라 등 모두가 협력해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하고 그 안에서 최고의 인재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 학교 연구실에서 만난 시벨리우스 아카데미 학장 에밀리 가드버그(사진)는 빼어난 인재를 육성하는 학교의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가드버그는 "핀란드에는 오케스트라, 정부 등 예술 관련 강력한 '커뮤니티'가 있고,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뻬어난 인재 양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지휘과 학생은 현재 총 23명, 이중 가장 치열한 오케스트라 지휘는 9명의 학생들이 배우고 있다. 현재까지 100명이 넘는 현역 지휘자를 배출했으며 학생들의 90% 가량이 프로 지휘자로 활동한다고. "우리는 인구 대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지휘자를 배출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에스토니아와 약간 경쟁을 하고 있지만요(웃음). 우리 아
"오케스트라 없는 도시는 도시가 아니다"핀란드에는 이런 말이 통용된다. 아무리 지방 소도시라도 라이브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악단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노키아, 자일리톨 등의 브랜드로 친숙한 핀란드가 음악에 '진심'이라는 건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핀란드 인구는 555만 여명(2022년)으로 대한민국 인구(5175만명)의 10분의 1, 서울 인구(933만명)의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소국(小國)이다. 하지만 핀란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협회에 등록된 국·공립 프로 교향악단만 15개로 서울(5개)의 세 배다. "인구 대비 프로 오케스트라 수가 가장 많은 나라"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질적으로는 더욱 압도적이다. 핀란드 라디오심포니 등 헬싱키 기반의 명문 악단 뿐 아니라 각 지역에 양질의 악단이 고루 분포돼 있다. 여기에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수장인 지휘자 양성 교육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27세에 로열콘세르트헤바우(RCO) 예술감독으로 지명된 지휘계의 신성 클라우스 메켈레, 여성 최초로 LA필하모닉 수석 객원지휘자가 된 수잔나 말키 같은 화제의 지휘자들을 비롯해 전(前) 서울시향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 KBS교향악단을 이끄는 피에타리 잉키넨 등 국내에 잘 알려진 이들까지…. 세계 메이저 악단을 이끄는 핀란드 출신 지휘자들만 어림잡아 열 명은 된다. 클래식계에서는 거센 '북풍'이 일고 있는 상황. 전통적으로 클래식의 본거지는 오스트리아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서유럽이다. 주류와는 다소 떨어진 핀란드가 어쩌다 예술 강국, 그중에서도 '오케스트라 대국' 또는 '마에스트로의 나라'가 된 걸까.
‘세계에서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로 늘 순위권에 드는 중국 출신 연주자 랑랑(42·사진). 지난해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생상스 피아노협주곡 2번으로 한국을 찾은 랑랑이 이번에 신보 ‘생상스’로 돌아왔다.도이체그라모폰(DG)이 발매한 이번 음반 ‘생상스’는 카미유 생상스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드뷔시, 모리스 라벨 등 프랑스 작곡가의 작품으로 구성됐다.지난 8일 화상으로 만난 랑랑은 “이번 음반을 통해 아름다운 프랑스 음악을 제대로 소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독일 러시아 작곡가에 비해 프랑스 작곡가의 피아노협주곡은 자주 연주되지 않는 것 같다”며 “제가 듣기에 프랑스 음악은 동양 음악의 느낌이 있어서, 아시아인으로서 공감이 된다”고 했다. 랑랑은 이전에도 “생상스는 과소 평가된 작곡가”라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그는 어릴 때부터 프랑스 레퍼토리에 특별한 애정을 가져왔다고 했다. “프랑스 음악은 물처럼 흐르는 듯해요. 황혼, 연무 같은 자연이 떠오르기도 하죠. 낭만과 무드, 특유의 감성도 있지요. 파리의 분위기도 중국이나 뉴욕과 달라요. 조금은 게을러져도 되는 느긋한 도시죠. 그런 분위기가 음악에도 반영이 된 것 같습니다.”잘 연주되지 않던 프랑스 여성 작곡가들의 곡을 수록한 것도 눈에 띈다. 루이즈 파렝(1804~1875), 멜라니 보니스(1858~1937), 제르맹 테유페르(1892~1983), 릴리 불랑제(1893~1918), 샤를로트 소이(1897~1955) 등 5명의 작품이 포함됐다.이번 작업에는 안드리스 넬손스가 이끄는 라이프치히게반트하우스오케스트라(LGO)와 한국계 독일 피아니스트인 부인 지나 앨리스가 함께했다. 280년 전통
'세계에서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로 늘 순위권에 드는 중국 출신 연주자 랑랑(42). 지난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한국을 찾은 랑랑이 이번에 신보 '생상스'로 돌아왔다. 도이체그라모폰(DG)에서 발매한 이번 음반 '생상스'는 카미유 생상스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드뷔시, 모리스 라벨 등 프랑스 작곡가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지난 8일 화상으로 만난 랑랑은 "이번 음반을 통해 아름다운 프랑스 음악을 제대로 소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독일, 러시아 작곡가에 비해 프랑스 작곡가의 피아노 협주곡은 자주 연주되지 않는 것 같다"며 "제가 듣기에 프랑스 음악은 동양 음악의 느낌이 있어서, 아시아인으로서 공감이 된다"고 했다. 랑랑은 이전에도 "생상스는 과소 평가된 작곡가"라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프랑스 레퍼토리에 특별한 애정을 가져왔다고 했다. 프랑스 음악 특유의 여유와 감성에 매료돼, 어릴 때부터 프랑스 인상주의 회화처럼 소리를 내려는 시도를 했다고. 최근에는 파리에 주로 거주하고 있고, 프랑스에서 대대적인 순회 연주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프랑스 음악은 마치 물처럼 흐르는 듯 해요. 황혼, 연무 같은 자연이 떠오르기도 하죠. 낭만과 무드, 특유의 감성도 있지요. 파리의 분위기도 중국이나 뉴욕과 달라요. 조금은 게을러져도 되는 느긋한 도시죠. 그런 분위기가 음악에도 반영이 된 것 같아요. "그간 잘 연주되지 않았던 프랑스 여성 작곡가들의 곡을 수록한 것도 눈에 띈다. 루이즈 파렝(1804∼1875), 멜라니 보니스(1858∼1937), 제르맹 테유페르(1892∼19
“브루크너가 독일을 넘어 전 세계에 닿을 수 있을까.”영국 문화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는 지난해 말 칼럼을 통해 이런 말을 했다. 올해로 탄생 200주년을 맞이한 독일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1824~1896)가 한층 세계적이고 보편적 공감대를 얻게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는 대목이었다. 어찌 됐건 ‘브루크너의 해’를 맞은 올해는 전 세계 공연장에 ‘브루크너의 향연’이 이어지고 있다. 그의 음악에 열광하는 이들(브루크네리안)은 클래식 마니아 중에서도 ‘하드코어’로 분류되는데, 그만큼 브루크너의 음악 세계가 다소 복잡하면서 초월적이고 깊기 때문이다. ‘브루크너 스페셜리스트’ 틸레만이 가운데 독일 베를린에서 특별한 브루크너 연주가 열렸다. 지난달 29일 베를린시 미어가르텐 필하모니홀에서 열린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 이야기다. 지휘봉은 브루크너에 대한 애착이 큰 크리스티안 틸레만(65)이 잡았다. 그는 이전에도 베를린필을 비롯한 여러 악단과 브루크너를 연주해왔고, 최근에는 베를린필의 경쟁 악단으로 꼽히는 빈 필하모닉과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음반을 발매한 자타공인 ‘브루크너 스페셜리스트’다. 브루크너뿐 아니라 바그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 독일 후기낭만에 정통한 지휘자로도 정평이 나 있다.브루크너의 대가 틸레만과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베를린필이 의기투합한 브루크너는 기대할 수밖에 없는 조합이지만 생소한 프로그램 탓에 모험이기도 했다. 이날 이들은 브루크너 9개의 교향곡 중 하나가 아니라 그가 작품 번호조차 부여하지 않은 ‘00번’(습작 교향곡)과 ‘0번’으로 불리는 d단조 교
"브루크너가 독일을 넘어 전세계에 닿을 수 있을까."영국 문화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는 지난 연말 칼럼을 통해 이런 말을 했다. 올해로 탄생 200주년을 맞이한 독일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1824-1896)가 한층 세계적이고 보편적 공감대를 얻게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대목이었다. 어찌됐건 '브루크너의 해'를 맞은 올해는 전세계 공연장에 '브루크너의 향연'이 이어지고 있다. 그의 음악에 열광하는 이들(브루크네리안)은 클래식 매니아 중에서도 '하드코어'로 분류되는데, 그만큼 브루크너의 음악 세계가 다소 복잡하면서 초월적이고 심도깊기 때문이다.이 가운데 베를린에서 특별한 브루크너 연주가 열렸다. 지난달 29일 오후 8시 베를린시 미테구 필하모니홀에서 열린 베를린 필하모닉(Berliner Philharmoniker) 공연 이야기다. 지휘봉은 브루크너에 대한 애착이 큰 크리스티안 틸레만(65)이 잡았다. 그는 이전에도 베를린필을 비롯한 여러 악단과 브루크너를 연주해왔고, 최근에는 베를린필의 경쟁 악단으로 꼽히는 빈 필하모닉과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음반을 발매한 자타공인 '브루크너 스페셜리스트'다. 브루크너뿐 아니라 바그너 R. 슈트라우스 등 독일 후기낭만에 정통한 지휘자로도 정평이 나 있다. 브루크너의 대가 틸레만과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베를린필이 의기투합한 브루크너는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조합이지만 생소한 프로그램 탓에 모험이기도 했다. 이날 이들은 브루크너 9개의 교향곡 중 하나가 아닌 그가 작품 번호조차 부여하지 않은 '00번'(습작 교향곡)과 '0번'으로 불리는 d단조 교향곡 등 두 개의 초기 작품을 연주했
1980년 10월 클래식 음악계에 이변이 일어났다. 베트남 피아니스트 당타이손이 아시아인 최초로 쇼팽 콩쿠르 우승을 차지하면서다. 동양인이라는 편견을 이겨내고 기적을 만들어냈다.1958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태어난 당타이손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에게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하노이 음악원 초등과정에 입학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이 일어나 시골로 피신했다. 피란 중에 어렵사리 피아노를 구해 그는 하루 20분 정도 연습할 수 있었으며 여의치 않을 때는 종이 건반으로 연습했다. 어머니는 프랑스인으로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이는 당타이손의 음악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그는 쇼팽과 함께 프랑스 레퍼토리가 강점인 연주자로 평가받는다.전쟁이 끝나자 당타이손은 러시아 모스크바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나 10년간 공부했다. 그는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네빌 마리너, 마리스 얀손스 등 세계적인 마에스트로와 손을 맞췄다. 베토벤 협주곡 전곡을 연주하는 ‘베토벤 마라톤 프로젝트’로 세계 투어를 하기도 했다.교육자로도 활발히 활동했다. 캐나다 몬트리올 음대에서 20년 이상 교수로 지낸 그는 2021년 쇼팽 국제 콩쿠르 우승자인 브루스 리우를 길러낸 스승으로 화제를 모았다.최다은 기자
"리산 알 가입!"드니 빌뇌브 감독의 신작 '듄: 파트2'를 보고나면, 이 말을 읊조리게 된다. 리산 알 가입은 영화 속 주요 배경인 사막 행성 '아라키스'의 원주민들(프레멘)이 믿는 메시아다. 전편에서 황제의 모략으로 멸망한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살아남은 아들 폴(티모시 샬라메). 파트2에서 폴은 프레멘 부족의 리더로 성장하고, 프레멘들은 폴을 '리산 알 가입'(메시아)으로 믿고 따르게 된다. 프레멘이 된 그는 과거와 미래를 볼 줄 아는 특별한 존재, '퀴사츠 헤더락'으로 각성하며 황제와 전쟁에 나선다. 이처럼 폴의 성장과 각성의 과정이 파트 2의 핵심이다.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드니 빌뇌브 감독은 "원작 소설은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 지나친 종교적 믿음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이라며 "원작을 충실히 살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영화 듄 시리즈는 1965년 발간된 프랭크 허버트의 SF 대하소설 '듄'을 원작으로 한다. 아라키스를 배경으로 종교, 정치 등 우주 시대의 인류사를 담은 6부작 소설이다. 압도적 스케일, 매혹적 미장센전편에 비해 훨씬 강인해졌다. 영화의 절반 정도가 전투 및 전쟁신으로 느껴질만큼 액션신이 빈번하다. 빌뇌브는 "복잡한 액션신이 많아 여지껏 찍은 영화 중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광활한 사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화려한 액션 시퀀스와 전투 장면은 장엄한 동시에 매혹적이다. 빌뇌브 감독은 사막행성 아라키스를 담기 위해 요르단에 있는 협곡 알 시크(Al Siq), 아랍에미리트의 모레 언덕 등의 장소를 섭외했다고. 이번 편에 새로 등장한 인물 중 하나인
“리산 알 가입!”드니 빌뇌브 감독의 신작 ‘듄: 파트2’를 보고 나면, 이 말을 읊조리게 된다. 리산 알 가입은 영화 속 주요 배경인 사막 행성 ‘아라키스’의 원주민(프레멘)이 믿는 메시아다.듄 파트1(2020년 개봉)에서 황제의 모략으로 멸망한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살아남은 아들 폴(티모시 샬라메). 파트2에서 폴은 프레멘 부족의 리더로 성장하고, 이들은 폴을 ‘리산 알 가입’(메시아)으로 믿고 따르게 된다.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드니 빌뇌브 감독은 “원작 소설은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 지나친 종교적 믿음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이라며 “원작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영화 듄 시리즈는 1965년 발간한 프랭크 허버트의 SF 대하소설 <듄>을 원작으로 한다.듄2는 전편보다 훨씬 강인해졌다. 영화의 절반 정도가 전투 및 전쟁신으로 느껴질 만큼 액션신이 빈번하다. 빌뇌브는 “복잡한 액션신이 많아 여태껏 찍은 영화 중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광활한 사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화려한 액션 시퀀스와 전투 장면은 장엄한 동시에 매혹적이다. 빌뇌브 감독은 사막행성 아라키스를 담기 위해 요르단에 있는 협곡 알시크(Al Siq), 아랍에미리트의 모레 언덕 등의 장소를 섭외했다고.영화는 이국적이고 용맹한 프레멘, 공포 그 자체인 하코넨, 비밀스러운 집단 베네 게세리트 등 듄의 다양한 세계를 빼어난 미감으로 그려냈다. 여기에 영화음악 거장 한스 짐머의 음악은 독특하고 웅장한 음향으로 관객을 ‘듀니버스’(듄+유니버스)에 완벽히 이입시킨다.영화를 이끌어가는 폴은 결국 영웅이 되는 길을 택한다. 샬라메는 이런
CJ ENM이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기 위해 콘텐츠·글로벌사업총괄 부문을 신설하고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위인 정종환 CJ㈜ 글로벌인티그레이션실장(사진)을 총괄로 위촉했다.19일 업계에 따르면 CJ ENM이 지난 16일 단행한 정기인사 및 조직 개편에 따라 최근까지 미국에서 근무해온 정 실장이 CJ ENM으로 이동했다. 정 신임 총괄은 2010년 CJ㈜ 미국지역본부에 입사해 본부장과 상무를 지냈고, 직전까지 CJ㈜ 글로벌 인티그레이션실을 이끌었다. 정 총괄은 CJ ENM의 예능사업본부, 글로벌, 콘텐츠 유통사업을 총괄하며 국내외 유통망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최다은 기자
우수에 찬 눈빛으로 할리우드를 사로잡은 배우 티모테 샬라메는 출중한 연기력과 스타성을 두루 갖춰 ‘제2의 디캐프리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샬라메는 1995년 미국 뉴욕주 맨해튼에서 프랑스 출신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2008년 광고 모델로 데뷔한 뒤 꽤 오래 무명시절을 보냈다. 여러 영화와 연극에 출연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크리스토퍼 놀런의 ‘인터스텔라’(2014)에 짧게 등장하며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전 세계에 존재감을 각인시킨 영화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이다. 주연 엘리오 역을 맡은 샬라메는 동성 연인과 사랑에 빠진 10대 소년의 풋풋하고 불안정한 감정을 완벽히 연기하며 호평받았다. 그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며 수많은 비평가상을 받았다.그는 상업 영화와 작가주의 성향 영화를 가리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그레타 거윅과 ‘레이디 버드’(2018), ‘작은아씨들’(2020)로 호흡을 맞췄으며 독보적인 스타일로 유명한 웨스 앤더슨의 ‘프렌치 디스패치’(2021)에도 출연했다. 드니 빌뇌브의 대작 ‘듄’(2020)의 주연으로 발탁돼 크게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에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프리퀄 영화 ‘웡카’에서 젊은 웡카 역을 맡았다. 28일 개봉하는 ‘듄2’에서도 활약할 예정이다.최다은 기자
“살면서 힘들었던 적이요? 딱히 없습니다. 음악은 즐거운 거예요. 항상 즐겁게 하려고 해요.”일본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쓰지이 노부유키(35·사진)는 지난 16일 진행한 인터뷰 내내 입가에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다음달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을 앞두고 화상 인터뷰로 만난 그는 연신 “즐거움”이라는 표현을 썼다. 새로운 곡을 익힐 때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해야 함에도 프로 연주자라면 응당 겪는 무대에서의 긴장도 쓰지이에겐 그저 ‘즐거운’ 일이다.시각장애 핸디캡 극복그는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다. 선천성 소안구증으로 시각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악보를 꼼꼼히 분석해 작곡가의 의도를 충분히 살려야 하는 클래식 피아니스트에게는 큰 핸디캡일 수밖에 없다.그러나 쓰지이에게 ‘캄캄한 시야’는 전혀 장벽이 아니었다. 그는 미국의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2009년) 무대에서 누구보다 빼어난 연주력을 선보이며 공동 우승을 거머쥐었고, 세계적인 악단과 공연장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를 두고 ‘기적의 피아니스트’라고 하는 이유다. 쓰지이는 “음악은 장애랑 관련이 없다”며 “어릴 때는 ‘왜 나는 눈이 안 보일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눈이 안 보여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악보를 보지 못하는 대신 매우 예민한 귀와 풍부한 상상력으로 청중에게 감동을 선사해 왔다. 어릴 때는 점자로 된 악보를 보며 곡을 익히기도 했고, 최근에는 주로 왼손과 오른손을 따로 녹음한 음원을 듣고 곡을 익힌다. 한 곡을 수백만 번씩 들으며 통째로 외우는 것이다. 곡의 정
우리 주변에 굴러다니는 빈 병과 빈 컵. 이들은 한때 누군가의 희로애락을 녹여주고, 갈증을 해소해주는 존재였다. 살아생전 잘나갔던 이들은 용도 폐기를 거부한다. 영생을 위해 이들이 찾아낸 명약이 바로 ‘반-환’. “반-환을 통해 진시황도 이루지 못한 불로장생의 꿈을 이루겠다”고 이들은 말한다.배유미 감독이 ‘자원순환보증금제 29초영화제’ 일반부에 출품한 ‘불로장생의 영약, 반-환’의 핵심 내용이다. 불로장생의 영약, 반-환은 19일 29초영화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중계된 수상작 발표에서 통합부문 대상을 차지했다.올해 자원순환보증금제 29초영화제 주제는 ‘다 쓰고 다시 쓰는 [ ] ’이다. 대상을 받은 배 감독의 작품은 일회용컵 반환제·빈용기 반환제를 불로장생 명약 ‘반환’으로 표현하며 영화제의 주제를 감각적으로 살려내 호평받았다.이번 영화제는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29초영화제사무국이 주관했다. 공모는 지난해 12월 20일부터 1월 27일까지 진행됐다. 일반부 316편, 청소년부 63편, 메이킹 필름 50편 등 총 429편이 출품됐고, 이 가운데 총 14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총상금은 3000만원이다.일반부 최우수상은 정홍재 감독의 ‘역잔연화_다시 쓰는 사랑’에 돌아갔다. 영화에서는 헤어진 옛 연인이 등장해 음료를 먹고 남은 일회용 컵을 돌려준다. “일회용컵 보증금을 챙기라”는 말과 함께. 일회용컵 반환제의 취지를 옛 연인과의 관계에 빗대 풍자적으로 표현해 웃음을 자아냈다.윤정연 감독의 ‘다 쓰고 다시 쓰는 운명’은 청소년부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이 영화는 버려질 운
클래식 명곡 리스트에 빠지지 않는 곡이 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3번. 전체 3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은 초인적인 힘과 테크닉을 요구해 ‘피아니스트의 무덤’으로 불린다. 임윤찬에게 밴클라이번콩쿠르 우승을 안긴 곡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3번이다.‘임윤찬의 스승’으로 알려진 피아니스트 손민수(48)가 이달 말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3번을 선보인다. 오는 28일과 29일 각각 서울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한경arte 더클래식 2024’ 공연에서다.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의 올해 두 번째 정기 연주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3번뿐 아니라 중국 작곡가 예샤오강(69)의 ‘희미한 은행나무’,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 ‘비창’을 들려줄 예정이다. 홍콩 출신 젊은 지휘자 윌슨 응(34)이 포디엄에 선다.국내에서는 생소한 예샤오강은 교향곡 협주곡 성악곡 실내악 등을 아우르는 중국 대표 현대 작곡가다.이번 공연에서 들려줄 곡은 2019년 5월 작곡된 ‘희미한 은행나무’다. 인간과 자연의 상호 의존성에 대한 고민, 자연에 대한 사랑 등을 표현한 작품이다. 예샤오강은 식물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희미한 은행나무는 그 시리즈의 일환이며 2021년 호주 멜버른심포니오케스트라가 초연했다.차이콥스키의 비창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과 마찬가지로 클래식을 대표하는 유명 레퍼토리다. 차이콥스키가 이 곡을 초연하고 9일 뒤 세상을 떠나면서 더 유명해진 작품이다.한경아르떼필은 같은 프로그램으로 오는 3월 제52회 홍콩아츠페스티벌 초청 공연에서 연주할 예정이다.최다은 기자
"살면서 힘들었던 적이요? 딱히 없습니다. 음악은 즐거운 거에요. 항상 즐겁게 하려고 해요.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츠지이 노부유키(35)는 16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입가에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내달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을 앞두고 화상 인터뷰로 만난 그는 연신 "즐거움"이라는 표현을 썼다. 새로운 곡을 익힐 때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해야 함에도, 프로 연주자라면 응당 겪는 무대에서의 긴장도 노부유키에겐 그저 '즐거운' 일이다.그는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다. 선천성 소안구증으로 시각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악보를 꼼꼼히 분석해 작곡가의 의도를 충분히 살려야 하는 클래식 피아니스트에게는 큰 핸디캡일 수 밖에 없었다.그러나 노부유키에게 '캄캄한 시야'는 전혀 장벽이 아니었다. 그는 미국의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2009년) 무대에서 누구보다 빼어난 연주력을 선보이며 공동 우승을 거머줬고, 세계적인 악단과 공연장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를 두고 '기적의 피아니스트'라고 하는 이유다. 노부유키는 "음악은 장애랑 관련이 없다"며 "어릴 때는 '왜 나는 눈이 안보일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눈이 안 보여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악보를 보지 못하는 대신 매우 예민한 귀와 풍부한 상상력으로 청중에게 감동을 선사해왔다. 어릴때는 점자로된 악보를 보며 곡을 익히기도 했고, 최근에는 주로 왼손과 오른손을 따로 녹음한 음원을 듣고 곡을 익힌다. 한 곡을 수백만번씩 들으며 곡을 통째로 외우는 것이다. 곡의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음악을 들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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