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PC(정치적 올바름) 탓에 너무 많은 표를 잃었다.”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의 참패에 대한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의 진단이다.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부 출전을 지지하는 등 PC에 대한 집착이 유권자에게 피로감을 안겼다는 설명이다.PC주의를 둘러싼 논쟁은 치열하다. 지지하는 쪽은 차별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 하고, 부정하는 쪽은 너무 맹목적이라고 한다. 민주당 내 PC주의 확산의 시초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꼽힌다. 임기 말인 2016년 공립학교에 생물학적 성과 상관없이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지침을 내렸다. 이른바 ‘성중립 화장실’이 설치되며 논란과 반발을 불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동성애, 흑인을 차별하는 내용이 포함된 책의 학교·공공도서관 비치 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이제 PC는 민주당의 강력한 동력이 됐다. 해리스가 대선 후보가 된 것도 흑인, 여성, 비명문대라는 조건(?) 덕분이었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바텐더 출신 히스패닉계 여성 정치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도 PC주의 상징 인물이다. ‘노동 착취 기업에 세금으로 장려금을 줄 수 없다’며 아마존의 뉴욕 본사 설립을 저지한 주역이다.PC주의는 잘 작동하면 평등의 질을 제고한다. 문제는 극단주의다. 동성애에 찬성하면 선, 유보적이면 악으로 치부하는 식의 흑백논리로 만사를 재단한다. ‘남성의 시각적 강간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줘 여성 해방적’이라며 부르카를 변호하기도 한다. 피억압자의 주관적 경험과 인식을 절대적 진리로 상정하기 때문이다.도널드 트럼프는 PC주의에 대한 피로감을 십분 활용했다.
고려아연-MBK·영풍 경영권 분쟁 관전자들의 시선이 온통 국민연금을 향한다. 양측 지분율 차가 3.1%포인트에 불과해 국민연금(7.5%)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어서다. 사모펀드와 기업 간 기념비적 분쟁치고는 참으로 고약한 결론이다. 나라가 굴지의 민간 기업 주인을 점지해주는 꼴이어서다.국민연금은 준국가기구다.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이사장도 권력이 낙점한다. 당혹스런 전개에도 시장, 정부, 정치권 공히 무덤덤한 점이 더 씁쓸하다. 어느덧 간섭과 개입에 순치된 우리 경제의 일그러진 자화상일 터다.요 몇 년 새 국민연금은 약방에 감초처럼 끼어들어 상왕 노릇이다. 초일류 삼성전자마저 주총 때마다 국민연금 눈치부터 살핀다. 경계현, 이상훈 등 최고경영자 선임 때도 국민연금이 반대해 조마조마한 표 대결을 벌여야 했다.한국 간판 기업의 미래 전략까지 뒤흔든다. SK는 두어 달 전 그룹 명운을 걸고 진행한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을 국민연금 반대 속에 힘겹게 성사시켰다. LG도 미래 사업으로 점찍은 배터리 자회사 분사 당시 국민연금 반대로 곤욕을 치렀다. 네이버, 카카오 등 신산업 선두 주자도 시시콜콜 국민연금 반대에 맞닥뜨린다.기업인 공격이 수위를 넘은 지도 오래다. 전가의 보도 격인 ‘주주권 침해 이력’을 들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 연임을 저지한 게 5년 전 일이다. 당시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조 회장 연임안을 ‘찬성’ 의결해 놓고 불과 보름 뒤 ‘반대’로 돌변했다. ‘스튜어드십을 적극 행사하라’는 대통령 한마디면 충분했다.민간 기업에 사실상의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래전부터 ‘차기’로 불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리에게는 추미애도 있다”며 대통령감으로 지목한 게 2002년 말이다. 좌파 진영에 희귀한 대구 출신 여성에다 DJ가 발탁한 법조인이라는 이력 덕을 톡톡히 봤다.정치 족적도 화려하다. 헌정사상 최초 여성 6선 의원에다 첫 선출직 여성 여당 대표를 지냈다. 법무부 장관으로 국사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야권에서도 이제 그를 미래 지도자로 지목하는 분위기는 약하다. 고비마다 작렬한 수많은 무리수와 자살골 탓이다.‘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8년 당 대표 시절 “네이버 댓글이 수상하다”며 알바부대 수사를 요청했지만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특검을 꾸려 범인을 잡고 보니 당내 대권주자 김경수의 공모가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도 기여했다. 눈엣가시였던 검찰총장 윤석열을 찍어내려고 갖은 무리수를 두다가 체급만 키워줬다는 지적을 받는다.5개월 전 국회의장 선거에서 ‘모두가 놀란 추미애의 패배’에는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이재명 대표 지지로 ‘어의추’(어차피 의장은 추미애)라는 말이 돌았지만 동료 의원들은 냉정했다. 추 의원의 무리수는 소속 정당을 넘어 국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그는 “훈련을 더 빡세게 시킨다고 전쟁 위험을 막을 수 있느냐”며 평화론을 펼쳤다. 북의 무인기 도발에 대통령이 군 훈련 강화를 주문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훈련으로 지키지, 대북 뒷거래로 지키느냐”고 통탄한 대로 안보 자해에 가깝다. ‘에너지 자살골’도 걱정이다. 추 의원은 지역구(하남)
사모펀드(PEF)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제왕’으로 불린다. 블랙스톤, KKR 등이 거대 기업을 잇달아 먹어 삼키자 2004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붙인 수식어다. 돈이 말을 하는 새 금융자본주의 시대가 만개했다는 의미가 담겼다.2004년은 한국에서 PEF가 출범한 해이기도 하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 근거 조항이 마련되고 그해 12월 1호 PEF가 등장했다. 당시 재정경제부 이헌재 장관, 김석동 금융정책국장의 특명을 받고 도입 실무를 총괄한 주역이 최상목 경제부총리(증권제도과장)다.그로부터 20년, 사모펀드는 한국에서도 제왕 자리를 넘본다. 136조원의 거대 자본으로 작년 국내 인수합병(M&A)의 37%를 휩쓸었다. ‘사모펀드 종주국’ 미국과 동일한 점유율이다.그래서 토종 PEF 제도가 성공적이냐고 묻는다면 답은 ‘글쎄요’다. 기업구조조정 활성화, 신성장 산업 지원 강화라는 핵심 목표와의 괴리가 적잖다. MBK파트너스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잘 보여준다. MBK는 ‘경영진 교체=기업가치 제고’라고 주장하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기존 경영진에 문제가 적잖은 건 맞다. 하지만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 신화의 주역이다. 주주 친화 경영에서도 나름 성과를 냈다. 배당 성향이 70~80%에 달하고 밸류에이션도 높다.반면 MBK가 미는 새 경영진의 능력은 미검증이다. 숱한 실패 딜에서 보듯 MBK의 자체 경영 능력도 썩 미덥지 못하다. 누가 이겨도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결국 펀드 이익에 집착해 최고의 제련회사를 불투명한 미래로 몰아간다는 의구심이 불가피하다.공격펀드에 중국 돈이 유입되며 ‘인수 후 중국 매각설’이 부각되자 MBK는 단호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가 괴담 목록에 추가될 조짐이다. ‘방류 7개월 뒤 제주 앞바다부터 망가질 것’이라는 공포 마케팅이 극성이었지만 남해는 1년이 지나도록 푸르다. 동해 쪽빛도 변함없다. 해양 생태계 붕괴를 외치던 선동가들은 실없는 변명에 급급하다. “5년 뒤, 10년 뒤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른다”고.무한 반복되는 괴담은 고장 난 한국 담론시장의 현주소다. 일본 방류에 극렬 반대하는 전문가는 극소수다. 핵의학 등을 제외한 정통 원자력학계에선 S모 서울대 명예교수가 거의 유일할 정도다. “학계 왕따가 됐다”는 S교수의 말처럼 대부분의 전문가는 ‘방류 안전 기준을 충족한다’고 평가한다. “1L든 10L든 직접 마실 수 있다”는 전문가도 여럿이다. 그런데도 S교수의 ‘나 홀로 견해’가 다수설처럼 회자됐다. 적잖은 언론이 그에게 수없이 마이크를 내주며 학계를 과잉대표하도록 유도한 탓이다. 환경운동가,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전문가연하며 가짜뉴스를 쏟아내 힘을 보탰다.후쿠시마 괴담은 떼의 위세에 과학·이성이 무력하게 굴복한 부끄러운 사건이다. 나아가 견고한 시민사회 부재의 방증이기도 하다. 그람시에 따르면 국가는 정치사회와 시민사회의 두 바퀴로 굴러간다. 시민사회는 학교·종교·언론·사회단체 같은 다양한 시민결사체의 집합이다. 정치사회의 주인공은 정당, 시민사회의 주역은 지식인이다.한국에서 정치사회의 타락은 상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0여 년 핵연구자인 영국 옥스퍼드대 석학을 “돌팔이 과학자”로 낙인찍은 장면에서 적나라하다. 정치사회가 부패하면 시민사회의 중요
기약 없이 지체되던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재판이 최근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행정재판이 6년 만인 올 2월, 형사재판은 기소 후 4년 만인 지난달 1심 결과가 나왔다. 삼바 사태는 여러모로 상징적인 사건이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작정한 듯 한국 최고 기업 삼성의 지배구조를 겨냥해 먼지 털듯이 턴 사건이다. 그 배후에는 이재용 삼성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관계를 청탁과 뇌물수수라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엮은 거대한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2020년 삼바가 기소된 뒤 기업과 기업가에 대한 인식은 내리막을 달렸다. 당시 부회장이던 이 회장은 분식회계 검찰 소환을 앞두고 ‘대국민 사과문’을 읽었다. 부정적 인식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해 규제 입법이 쏟아졌다. 회계업계도 신뢰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주 SK그룹 사업구조 개편에 국민연금이 반대하고, 금융감독원이 두산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찾기에 월권적으로 개입한 것도 이런 맥락의 연장선상이다. 법리를 거스르는 상법개정 주장 역시 마찬가지다. 기관·재판부마다 엇갈리는 ‘분식’ 판단삼바 사태는 2018년 증권선물위원회가 경영진 제재와 함께 검찰 고발 조치를 단행하면서 시작됐다. 2012~2015년 재무제표를 분식했다는 게 고발 사유였다. 검찰이 2년 가까이 총력 수사를 펼쳤지만 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와 수사 중단을 권고할 만큼 혐의는 불분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끝내 기소를 감행했다. 재판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삼바 가치 부풀리기를 통한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형사재판이다. 다른 하나는 삼바(법인)와 경영진에 부과한 증선위 제재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이다.동일 혐의를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이 처음 제기된 뒤 8년간의 전개 과정은 혼란의 연속이다. 금융당국의 오락가락한 행보가 잘 보여준다. 분식 판정을 위한 감리를 총괄하는 금융감독원은 사태 초기 증권선물위원회에 출석해 “삼바 회계처리는 공동지배, 단독지배 모두 용인 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금융위원회도 “단독, 공동지배 중 어느 쪽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증언했다. 최고 전문가들조차 일도양단식으로 정답 내기가 무리임을 인정한 셈이다.하지만 증선위원들이 ‘어떻게 답이 두 개일 수 있느냐’고 질책하자 점점 분식 쪽으로 기울었다. 결국 “이상 없다”던 금감원의 최초 입장은 ‘2015년 회계 위법’ ‘2012~2015년 회계 모두 위법’으로 불과 4개월 만에 돌변했다. 체면을 더 구긴 곳은 증선위다. 금감원에 이례적인 재감리를 명령하는 우여곡절 끝에 분식회계로 결론냈지만 자승자박이 될 조짐이다. 재판 결과가 증선위 판단과 정반대로 나오고 있어서다.증선위는 2012~2014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삼바와 바이오젠의 공동지배하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형사·행정재판 1심에선 모두 삼바의 단독지배를 인정했다. 삼정·삼일·안진 등 3대 회계법인의 조언을 받아 삼바가 회계처리한 방식이 옳다고 판단했다. 최종 판결 전이지만 지금까지 전개만으로도 자본시장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의 증선위 체면에 단단히 금이 갔다.법원 판결에도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대목이 적잖다. 행정법원은 ‘콜옵션이 내가격에 진입한 점만으로 지배력 판단을 바꿔선 안 된다’며 분식을 일부 인정했다.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지면 실제 행
LG그룹은 오랫동안 ‘착한 기업’으로 불렸다. 정도경영으로 ‘바보 LG’라는 애칭도 얻었다. 하지만 이제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LG화학 내 배터리사업부를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하겠다고 발표한 4년 전부터다.분사 발표 당시 대부분의 애널리스트가 윈윈으로 평가했다. LG화학 주주들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알짜 사업을 떼내는 건 배신이라며 분노했다. 분리 방식인 물적분할이 대주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좌파 시민단체와 언론도 대거 결집해 ‘대주주 횡포’라며 맹렬히 공격했다.사실관계를 뜯어보면 왜곡과 오해가 많다. 소액주주가 손해 봤다는 주장부터 그렇다. 분사 발표 이후 LG화학 주가는 16개월간 63%나 올랐다. 물적분할·상장 발표 직후의 단기(10일) 주가도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앞질렀다. 배터리 성공의 과실을 대주주가 독식했다는 비난도 근거 없다. LG화학 소액주주의 배당청구권은 확대(왕수봉·최재원, 2023년 논문)됐다. LG엔솔이 상장으로 수혈한 10조2000억원을 LG화학 내 사업부로 유지한 채 유상증자로 조달했을 때와 비교한 결과다. 무엇보다 LG엔솔이 단기에 글로벌 일류로 자리 잡은 점이 LG그룹의 선택을 정당화한다.LG엔솔 사태 4년 만에 두산그룹이 동네북 신세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합병해 ‘스마트 머신’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는 구상을 발표한 한 달 전부터다. 그룹 캐시카우인 밥캣에 대한 대주주 지배력이 14%에서 42%로 높아지는 게 주요 비난 포인트다.‘돈 한 푼 안 들이고 알짜회사를 꿀꺽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공정위 권장사항이기도 한 ‘지주사의 자회사 지배력 확대’를
6년 넘게 이어온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의 분쟁에서 패색이 더욱 짙어졌다. 법무부가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ISDS) 판정 취소 소송이 지난 주말 각하됐다. 항소가 가능하다지만, 작년 6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손해배상 판정에 이은 2연속 패배다. 우리 정부는 말 그대로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패배가 확정되면 배상원금 5359만달러(약 690억원)와 지연이자를 포함해 1500억원 안팎의 혈세 손실이 예상된다. 행동주의 펀드에 굴복한 첫 아시아 국가라는 오명은 덤이다.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권력 게임으로 끌어들인 정치의 책임이 적잖다. 문재인 정부의 보건복지부는 적폐청산위원회를 꾸려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기도 전에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적폐로 규정했다. 엘리엇의 ISDS 소송 제기를 부채질하는 행태였다.‘팩트’보다 정치권과 여론 풍향을 더 의식한 검찰 수사도 돌아볼 대목이 적잖다. 검찰의 증거 취사선택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본부장 등이 유죄 판결을 받은 게 ISDS 패소의 결정적 빌미가 됐다. 이후 일성신약 등 여러 민사소송에선 잇단 무죄 취지 판결이 내려졌다. 적폐 청산 광풍이 끝난 올 2월엔 삼성물산 시세 조종, 허위정보 유포 등으로 기소된 14명이 뒤늦게 전부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ISDS 판정이 내려진, ‘버스 지나간 뒤’의 일이 되고 말았다.정부는 취소 소송 항소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재발 방지다. 정치가 기업 합병 같은 경영적 판단에 개입해 검찰을 불러내는 일은 다시 없어야 한다. 엘리엇은 정치가 경제를 압도하는 한국의 허점을 정확하게 찌르고 들어왔
‘하고 싶은 대로 오늘은 이 일, 내일은 저 일, 아침은 사냥하고 오후는 낚시하고 저녁녘엔 소를 몰고….’마르크스가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묘사한 공산사회의 목가적 일상이다. 꿈 같은 세상을 향한 70년 실험은 “빈곤의 평등”(고르바초프)으로 막 내렸다.하이에크는 설계주의가 필패하는 이유로 치명적 자만을 꼽았다. 탁견이지만, 치명적 낭만도 빼놓을 수 없다. 사회주의 전체주의 포퓰리즘 같은 선동체제에선 늘 치사량의 낭만이 발견된다.바로 그 망국적 ‘낭만 바이러스’가 한국을 덮쳤다. 엿새 전 ‘국회 기본사회 포럼’이 출범했다. 포럼 대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본사회를 “불안 없이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나라”로 정의했다. 두 세기 전 불순한 이들이 그려낸 이상적 사회와 판박이다.박주민은 ‘부족한 것은 재원 아닌 상상력과 용기’라고 했다. 위험천만한 용기다. 1인당 월 10만원 기본소득을 주는데도 올 국방비(59조원)와 맞먹는 60조원이 든다. 민주당이 목표하는 월 50만원 지급에는 연 300조원이 소요된다. 기본 금융·주택·의료·교육까지 챙기려면 글자 그대로 천문학적 돈이 필요하다.현행 복지를 유지한 채 ‘기본 복지’를 추가할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어불성설이다. 해법으로 들이민 대기업·부자 증세와 국채 발행은 실패한 ‘소득주도성장’을 꼭 빼닮은 방법론이다. 증세와 돈살포 규모가 소주성의 10배, 100배로 훨씬 대담하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기본 복지를 확충하면 소비 증가, 성장 촉진의 선순환이 뒤따를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착각이거나 위선이다. 인플레를 유발하고
자본주의적 성취를 절대 긍정하는 이들조차 마음 한 켠 의구심이 남는다. 혹시 부채로 거대한 모래성을 쌓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근원적 두려움이다.부채에 의존한 글로벌 경제는 지속 가능한 것일까. 미국은 언제까지 탈 없이 달러를 찍어내며 버텨줄까. 질문이 끊임없지만 대부분 애써 외면한다. 혹 해답을 찾아 나선 이들도 금세 자신의 작은 지식으론 역부족임을 확인하고 만다.<부채로 만든 세상>은 깊은 성찰과 폭넓은 지식으로 ‘과잉 금융’의 문제를 파고든 저작이다. 사실 부채는 식상한 주제다. 유튜브만 틀어도 석학급 콘텐츠가 널려 있다. 미국 경제학자 담비사 모요는 미국의 ‘디폴트 선언’ 시나리오까지 제시한 터다.그럼에도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이 책은 통독 가치가 분명하다. 실태 폭로, 경고라는 상투적 전개를 뛰어넘어 부채의 출생 비밀에 접근하고 있어서다. 저자가 지목하는 부채 경제의 주범은 ‘잘못 설계된 은행제도’다.비판은 신랄하다. “은행제도는 한마디로 실패한 제도”라는 첫 문장부터 그렇다. 은행의 신용 창출 과정이 보편적 법 원칙에 어긋나는데도 국가가 특별 보호하면서 모든 문제가 잉태됐다고 직격한다. 저성장, 양극화 등의 부작용도 은행에 원죄가 있음을 역사적 배경과 이론적 틀로 착착 입증해 나간다.은행 위기, 즉 뱅크런은 필연적·반복적이라는 게 저자의 일관된 관점이다. ‘부분준비제도’의 태생적 모순을 지적한다. 부분준비제도는 예금 10억원 중 1억원(지급준비율 10% 시)만 준비금으로 보관하는 영업 방식을 칭한다. 남은 9억원을 반복 대출하면 총 100억원의 신용(대출)이 창출된다.부분
자본주의적 성취를 절대긍정하는 이들조차 마음 한켠 의구심이 남는다. 혹시 부채로 거대한 모래성을 쌓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근원적 두려움이다. 부채에 의존한 글로벌 경제는 지속가능한 것일까. 미국은 언제까지 탈없이 달러를 찍어내며 버텨줄까. 질문이 끊임없지만 대부분 애써 외면한다. 혹 해답을 찾아나선 이들도 금새 자신의 작은 지식으론 역부족임을 확인하고 만다. <부채로 만든 세상>은 깊은 성찰과 폭넓은 지식으로 '과잉 금융'의 문제를 파고든 저작이다. 사실 부채는 식상한 주제다. 유트브만 틀어도 석학급 콘텐츠가 널려있다. 미국 경제학자 담비사 모요는 미국의 '디폴트 선언' 시나리오까지 제시한 터다. 그럼에도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이 책은 통독 가치가 분명하다. 실태 폭로, 경고라는 상투적 전개를 뛰어넘어 부채의 출생 비밀에 접근하고 있어서다. 저자가 지목하는 부채경제의 주범은 '잘못 설계된 은행제도'다. 비판은 신랄하다. "은행제도는 한 마디로 실패한 제도"라는 첫 문장부터 그렇다. 은행의 신용창출과정이 보편적 법원칙에 어긋나는 데도 국가가 특별보호하면서&
판·검사란 말이 입에 익었지만 검·판사로 부르던 시절도 있었다. 민주화 이전의 얘기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검사는 권력의 한 축이다. 많이 쇠락했다지만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검찰청 폐지를 선언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도 성에 안 찼는지 기어이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을 결행할 태세다. 보름 전 조국 대표가 ‘검찰개혁 4법’으로 포문을 열었다. ‘친명 강경파’ 처럼회 소속 김용민·민형배 의원이 엊그제 바통을 넘겨받았다.양당의 구상은 거의 판박이다. 검찰청을 해체하고 수사 담당 중대범죄수사청과 기소를 맡는 공소청으로 분리하는 게 핵심이다. 이대로 실현되면 전통적 의미의 검사는 사라진다. 검사는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옮겨갈 수 있지만 명칭은 수사관으로 바뀔 예정이다. 지위와 역할도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상 개개인의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 국가를 대표해 형벌권을 실현하는 독립 관청이다. 하지만 새 제도 아래의 수사관은 국무총리실 법무부 등 행정부 내 공무원에 불과하다. 초임 검사가 받는 4급 대우도 행정고시(5급) 경찰대(6.5급) 수준으로 하향하는 안이 유력하다.검찰청 폐지는 필연적으로 수사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후 3년간 기소가 3건에 불과한 데서 잘 드러난다. 25명의 검사가 포진한 공수처가 그럴진대 힘빠진 수사관이 주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이라고 얼마나 다를까.양당은 검사 힘빼기와 수사·기소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라지만 오해다. OECD 35개국 중 29개국에선 검사가 기소권을 갖고 수사를 지휘한다. 최근 오스트리
공정과 정의의 이름으로 정부가 상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회사를 위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을 ‘주주와 회사를 위해’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1500만 개미투자자의 정당한 권리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찬성하는 상법학자가 가물에 콩 나듯 귀하다. 학계만이 아니다. 대법원도 소관 부처인 법무부도 반대다. 합리성을 현저히 상실한 정책이어서다.‘민희진 사태’에 대입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주주 이익 충실’ 조항이 만들어지면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 이사들은 시쳇말로 멘붕에 빠질 수밖에 없다. 80% 지분율의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18% 소수주주 민희진 대표의 사생결단식 이해충돌을 합치할 방도가 없어서다. 방 의장의 손을 들어주면 ‘18%의 비례적 이익을 무시했다’며 서슬 퍼런 민 대표가 반발할 것이다. 민 대표를 거들면 ‘자본다수결 원칙’의 부정이 된다. 지분만큼 의결권을 행사하고, 다수결로 의결하는 주식회사 제도의 절대법칙 말이다.이사진이 감당하지 못할 더 근본적 딜레마는 주주 이익과 회사 이익의 불일치다. 엔터테인먼트 회사 어도어의 지상 목표는 뉴진스의 지속 성장이다. 하지만 민 대표는 영향력 유지·확대와 사적 손익을 최우선할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방 의장도 다르지 않다. 수틀리면 뉴진스 해체 카드까지 꺼내 들 것이다. 주주 이익과 회사 이익의 동시 추구는 ‘미션 임파서블’이다.이런 연유로 이사에게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부과한 입법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모범회사법은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믿는 방식으로 성실하게
한국 사법 시스템의 국민 신뢰도는 세계 꼴찌권이다. 영국 싱크탱크(레가툼연구소)의 지난해 조사에선 167개국 중 155위였다. ‘삼류 정치’(114위)보다 한참 순위가 낮으니 ‘사류·오류 사법’이라고 불릴 판이다. 신뢰 추락 중심에 대법관의 질적 저하와 타락이 자리한다.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의 퇴행부터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명수 대법원’은 “31년간 재판만 해온 사람의 수준을 보여주겠다”던 호언장담과 정반대였다. ‘TV토론에선 거짓말해도 된다’는 판결이 잘 보여준다.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무효, 쌍용차 옥쇄파업 손배소 무죄 등도 논란을 키웠다. 재판 지연에 따른 정의의 지연은 전 국민을 고통으로 몰았다. 재판 외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재판 충실화 예산’을 대법원장 공관 개축에 전용해 아들 부부를 입주시켰다. 버스·지하철로 첫 출근하며 ‘공식업무가 아니라 관용차를 못 썼다’던 그의 말은 부메랑이 됐다.권순일 전 대법관의 ‘기여’도 빼놓을 수 없다. 대장동 주범 김만배가 ‘형님’으로 불렀다는 그는 수없는 구설에 올랐다. 변호사 등록 없이 변호사로 일하고, ‘이재명 재판’ 관련 금품을 받았다는 어마어마한 혐의도 받는다.그런 그가 27일부터 한 법무법인 대표로 출근한다는 소식이다. ‘권순일다운’ 행보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임기 후 60% 정도가 재취업하는 대법관 행보에 대한 시선은 따갑다. 전관예우의 한가운데로 스스로 진입하는 모양새여서다. 대법관 출신은 ‘제왕적 전관’이다. 소장에 이름만 걸어도 ‘도장값’이 수천만원이고 10억원대 연봉도 예사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문장의 원작자는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B 예이츠(1865~1939)다. 그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의 첫 구절이다. 미국 코엔 형제가 영화 제목으로 차용해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예이츠는 61세 때인 1926년, 향락이 우선이고 노인을 경시하는 세상을 개탄하며 이상향 비잔티움을 갈망했다. 노인은 ‘영원한 지성의 기념비를 세운’ 세대로, 젊은이는 ‘(정신이) 죽어가는 세대’로 표현했다.먼 이국 시인의 한세기 전 울분에 공감하는 한국 어르신이 많을 듯싶다. 동방예의지국에서 노인 공경은커녕 ‘틀딱’ ‘꼰대’라며 무시하는 기류가 만만찮아서다. 비하를 넘어 차별과 혐오도 적잖다. ‘노인투표권 제한’ 따위의 잡설이 그렇다.이런 분위기에서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이 ‘고령자 운전 제한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이동권 침해’라며 노인들이 반발하자 정치권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거들고 나서 논란이 커졌다. 경찰이 단 하루 만에 ‘오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분위기는 싸늘하다.사실 고령자 운전 제한은 공감이 높은 이슈다. 인지·반응력의 자연스러운 감퇴에 따른 빈번한 사고는 전 세계가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의 남편 필립공은 98세에 이틀 연속 사고를 내자 면허를 반납했다. 일정 연령이 되면 면허를 취소하고 재시험을 치르거나, 운전 지역·시간·속도를 제한하는 나라도 적잖다.우리 경찰의 검토도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일률적인 제한은 분명 과도하다. 하지만 운전 능력을 평가해 조건부 면허제를 도입하고 시행 중인 면허 자
호모사피엔스가 지배종이 된 건 ‘허구를 상상하고 실재화하는 능력’ 덕분이라는 게 유발 하라리의 견해다. 종교·화폐·민족부터 인터넷·AI·메타버스까지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진다.‘허구의 실재화 능력’이 만들어낸 탁월한 발명품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법인(기업)’이다. 자연인처럼 권리 행사, 의무 부담 능력을 부여해 의인화한 법인은 등장 초기 냉소의 대상이었다. 18세기 말 영국 대법관 에드워드 서로는 “처벌할 육체도, 비난할 영혼도 없지 않느냐”며 법인격을 부정했다. ‘돈의 결합체’를 인격체로 의제한 발군의 상상력을 규범적 사고의 법률가가 따라잡긴 버거웠을 것이다.법인은 불과 200여 년 만에 지구를 가난에서 해방시켰다. 절묘한 유한책임, 수월한 이익 실현, 높은 영속성이라는 특질이 모험과 창의를 촉발한 결과다. 하지만 오늘 한국에서 법인에 대한 인식은 서로 대법관 시절 영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법인격에 대한 이해는 일천하고 반기업 정서는 광범위하다.그런데, 바로 지난주 작은 반전이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두나무 그룹 ‘동일인’으로 총수 김범석 의장, 송치형 회장 대신 쿠팡㈜, 두나무㈜를 지정했다. 법인의 행위능력이 자연인처럼 온전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한 결정이다.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동일인은 여러 의무를 부과받고 위반 시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법인 동일인이어도 상호·순환출자, 사익편취, 부당 내부거래 등 적발과 처벌에 실무적 공백은 없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갈라파고스 ‘동일인 제도’로 비판받는 것과 별
문화대국으로 불리기 전 프랑스는 군사대국이었다. 19세기 제국주의 때 얘기다. 특히 육군이 강했다. 나폴레옹 군대가 유럽 전역을 유린한 이후 ‘그랑다르메(La Grande Armee·대육군) 시대’를 열었다. 20세기 전반까지 이어지던 ‘최강 육군’ 위용은 1954년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굴욕적으로 무너졌다. 식민지배하던 베트남 북부에 근거를 튼 공산세력과의 결전에서 완패한 것이다. 베트남에 디엔비엔푸는 ‘국뽕’ 차오르는 승전이다. 피식민국이 자력으로 제국주의 점령군을 몰아낸 첫 사례다. 여세를 몰아 최강국 미국에 20세기 이후 유일한 패전을 안기며 공산혁명에도 성공했다.디엔비엔푸시에서 지난 7일 열린 ‘전승 70주년 기념식’에 프랑스가 처음으로 대표단을 보냈다. 국방장관과 보훈장관은 굴욕의 현장에서 “과거는 직시하되 미래를 바로 보자”고 강조했다. 베트남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 긴밀히 하자”고 화답했다. 선혈로 얼룩진 과거를 딛고 미래의 ‘베프’를 다짐한 것이다.디엔비엔푸 전투는 한국의 아픈 역사와도 맞닿는다. 1954년 열린 제네바회담의 양대 주제가 바로 막 휴전한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통일·분단 문제였다. 회담 결과는 정반대로 났다. 베트남은 공산주의와 자유주의 진영으로 ‘공존’하다가 2년 후 총선거로 통일하는 안을 선택했다. 힘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북베트남의 일종의 통일전선전술이었다. 모두 아는 대로 베트남은 공산당이 1975년 무력통일했다.한반도에서도 ‘유엔 주관으로 총선거를 치르자’는 최종안이 제시됐고 미국도 강권했다. 하지만 ‘주한 미군 철수’로 이어질 암수임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사건에서 생소하지만 자주 듣는 용어가 ‘사법 방해’다. 작년 9월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요청 국회 연설 때 사법 방해를 네 차례나 언급했다. 두 달 뒤 자녀 위장전입 의혹 등 개인 비위 논란으로 검사가 탄핵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탄핵당한 검사가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총괄’이어서 보복 논란이 거셌다.사법은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절차다. 이런 사법의 본질을 훼손하는 수사·재판의 방해 및 지연은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범죄적 행위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의 이화영 재판은 사법 방해의 백화점 격이다. 오락가락 진술은 애교다. 고비마다 민주당 의원이 대거 등장해 판사와 검사를 대놓고 압박 중이다.‘검찰청사 술판 의혹’이 화룡점정을 찍는 모습이다. 이화영은 검찰이 술판을 벌여 회유당했다며 정치판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의혹이 불거진 지 10여 일이 지나도록 반대 증거만 가득하다. 그러자 이화영은 ‘술컵에 입만 대고 먹지는 않았다’며 꼬리를 내렸다. 어이없는 번복이다. 그래도 “100% 사실”이라던 이재명 대표는 “검찰이 말을 바꾸고 있다”며 엉뚱한 말을 하고 있다. 결국 이원석 검찰총장이 직접 등판했다. “힘으로 사법시스템을 억누르려는 행태”라며 사법 방해 중단을 호소했다. 특유의 담담한 어투였지만 절규로 듣기에 충분했다.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선 사법 방해가 중대범죄다. 원 범죄보다 사법 방해죄로 더 무겁게 처벌받는 경우도 심심찮다. 미국에선 사법 방해가 대통령 탄핵 사유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
22대 총선은 예전 같으면 국민 눈높이를 통과할 수 없었을 인물 다수에게 국회 문을 열어줬다. 배타적인 개딸·조빠 부류와 세계관과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진보 극단세력들’이다. ‘이대생 성상납’ 발언의 김준혁, 사기대출 혐의 양문석 당선인이 대표적이다. ‘상식적인 민주당’을 호소한 이낙연의 광주 참패도 상징적이다. 반면 개딸 대변인 격인 정청래·박찬대, 독설가 민형배·김용민 의원 등은 넉넉한 득표로 재선됐다. 법치를 정치로 오염시켰다는 비판을 받는 ‘친문 검사’ 이성윤도 압도적 지지로 배지를 달았다. 과격·종북 성향 진보당이 3석이나 차지하며 정의당과 선수교체한 점 역시 의미심장하다.조국당 비례 12명 가운데 상당수도 ‘특권의식과 언행 불일치의 끝판왕’ 조국 대표 못잖다. 검사 출신 비례 1번은 “10개월에 41억 번 게 무슨 전관예우냐, 160억은 벌었어야지”라고 했다. 그 외 ‘정치 판검사’로 비난받은 이들, 재판·수사 대상자가 즐비하다. 자신의 범죄를 추궁 중인 ‘검찰 해체’가 이들의 최우선 의정 목표란다.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다.도덕, 품격 모두 바닥인 후보를 다수 국민이 선택하는 퇴행이 어떻게 가능할까.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80년 전에 답을 제시하고 있다. <노예의 길>에서 그는 ‘왜 최악의 인간들이 권력을 잡는가’라고 자문한 뒤 ‘전체주의로의 경도’를 이유로 꼽았다. 전체주의 분위기가 확산하면 저급한 자들이 그 사회의 정점으로 올라간다고 갈파했다.전체주의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사회의 모든 자원을 조직한다. 리더들은 공동선, 복지, 인간애 등을 앞
노무현 정부 시절 “검사 못 해 먹겠다”는 말이 회자됐다. 피고인이 검사와 대등한 당사자로 재판에 임하는 공판 중심주의가 강조되면서부터다.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은 “검사의 수사 기록을 던져버리라”고 법관들을 채근했다.그로부터 약 20년. “판사 못 해 먹겠다”는 말이 들린다. ‘판사 때리기’의 주역은 다름 아닌 ‘검새’ 비난에 앞장섰던 노무현의 후예들이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송영길 전 대표가 선봉장이다. 그는 최근 두 차례나 법정에 불출석했다. 재판 거부 사유가 기가 막힌다. 한 번은 ‘정치활동을 할 수 있게 풀어 달라’며 낸 보석 청구 기각에 따른 ‘심리적 불안정’, 다른 한 번은 ‘선거 출마자의 참정권 침해’다. “나를 죽이려 한다”며 검찰 조사를 전면 거부하고 법정에서 말하겠다더니 이제 판사도 못 믿겠단다. 부장판사 출신 그의 형이 이끄는 변호인단도 모두 불출석했다. 피고인 측에서 한 명도 나오지 않자 재판장은 “이런 상황은 상상도 안 해 봤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재판이 엉망이 됐다”는 그의 직설적 표현은 ‘판사 못 해 먹겠다’는 탄식에 다름 아니다.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판사 무시도 노골적이다. 대장동 재판에 수차례 불참하다가 간만에 법정에 출두해 “내가 없어도 진행에 지장이 없다”며 당당하게 불출석을 요구했다. 판사는 “절차는 제가 정한다”고 맞섰을 따름이다.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건의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재판 지연 행각도 노골적이다. “건강이 안 좋다”며 개정 10분 만에 법정을 떠났
유시민 작가의 억지와 궤변은 악명 높다. 과거 정경심 씨(조국 부인)의 심야 PC 반출을 ‘증거 인멸’이 아니라 ‘증거 보전’이라고 강변했던 그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진영 입맛에 맞는 잡학을 떠들어댄 덕분에 그들만의 리그에선 스타 대접이다. “구속돼도 사퇴하지 말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두둔해 개딸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최근 드러난 김준혁 수원정 민주당 국회의원 후보의 행각은 유시민조차 혀를 내두를 것 같다. ‘정조 전문 역사학자’를 자처하는 김 후보는 이 대표를 정조에 비견한 책만 두 권 썼다. 그중 한 권이 후보 경선을 앞둔 연초에 나온 <왜 이재명을 악마화하는가>라는 책이다. 제목만 들어도 피의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킨 노골적인 용비어천가 냄새가 풀풀 난다. 3선의 원내대표 출신 현역 의원(박광온)을 꺾은 것도 일방적 구애로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덕분일 것이다.역사는 혼란스럽고 때로 뒤죽박죽이다. 그 속에서 진실을 발굴하기 위해 역사학자에게는 이성적, 도덕적 균형감각이 필수다. 그런 점에서 ‘카더라’식 잡설과 막말을 쏟아낸 김 후보는 국민 대표는 물론 학자로서도 무자격이다.학자들은 정조가 남긴 가장 큰 교훈으로 ‘인간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꼽는다. ‘미천한 마부에게조차 이놈 저놈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김 후보의 언어와 행동은 완전히 반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초등생과 성관계하고 위안부와 섹스했을 것”이라고 했다. “미 군정기에 이화여대생들이 미군 장교에게 성상납했다”는 무책임한 주장도 펼쳤다. 파장이 커지자 기껏 ‘누군가가 그런 주장을
밸류업은 시대의 정의가 된 듯하다. 정부가 앞장서서 주주환원을 저평가 증시의 특효약처럼 팔고 있다.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등한시하는 기업과 경영자는 역적 취급이다. 질 나쁜 단타 행동주의 펀드들까지 옹호하는 분위기다. ‘칼잡이’ 출신 금융감독원장은 상장폐지 카드를 흔들며 압박 중이다.하지만 ‘주가=주주환원율의 함수’가 아니다. 고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은 단기 약발이라면 모를까 중장기적으로 독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래 투자 여력을 소진하는 신용도 악화 요인”(한국신용평가)이기도 하다. ‘주주환원 천국’ 미국 증시가 잘 보여준다. 코카콜라는 63년 연속 배당금을 늘린 뉴욕증시의 ‘배당킹’이지만 10년 주가상승률이 50%에 그친다. S&P500(180%)의 반의반이다. 배당수익률 8%인 대표 배당주 메이시스백화점은 10년 새 3분의 1 토막 났다.반면 무배당 회사의 성공 스토리는 지천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노배당’을 고집했다. 재직 15년 내내 무배당으로 혁신자금을 충당하며 세계 최대 기업을 일궜다. 워런 버핏의 벅셔해서웨이도 비슷하다. 1965년 창사 이후 무배당이지만 주가는 연평균 19.8%씩 뜀박질했다. ‘1달러 투자해 1달러 이상 벌 수 있다면 배당은 불필요하다’는 게 버핏의 신조다.‘자사주 매입=주가 상승’도 참 명제가 아니다. 인텔은 세계 최고 반도체회사 등극 후 2000년부터 주주환원 전략으로 대전환해 자사주 매입에만 1300억달러(약 160조원)를 썼다. 결과는 신통찮다. 기업가치가 30% 이상 쪼그라들었고 압도적 위상도 봄눈 녹듯 사라졌다. 자사주 매입이 거의 없었던 TSMC는 같은 기간 기업가치를 10배 넘게
틱톡으로 엿보는 세상은 가끔 비현실적이다. 마치 딴 세상 일처럼 너무 재미있고 자극적이어서다. 15초 남짓한 숏폼(짧은 동영상) 속 세상만 그런 것이 아니다. 틱톡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실 세계의 일도 꽤나 요지경이다.미국 하원은 지난주 틱톡 모회사 중국 바이트댄스의 미국 내 사업 강제매각 법안을 통과시켰다. 상원 표결(13일 예정)과 조 바이든 대통령 서명이 끝나면 바이트댄스는 165일 이내에 사업을 털고 미국에서 나가야 한다. 명색이 자유시장경제 종주국에서 민간기업에 ‘사업을 접어라 마라’ 명령하다니, 얼핏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틱톡의 그간 행적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중국이 미국 사용자 정보에 반복 접속했음을 보여주는 틱톡 내부 회의자료가 한 기자의 추적으로 2년 전 폭로됐다. 틱톡의 대응이 더 결정타가 됐다. ‘자료유출 책임자를 색출하겠다’며 미국 기자 2명과 자사 직원들의 동선을 추적한 게 또 폭로된 것이다. 중동 ‘가자지구 전쟁’ 관련 틱톡 동영상도 친팔레스타인, 반이스라엘 경향이 뚜렷하다. 이는 강제매각 입법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 말하자면 미국 의원들에게 틱톡은 한낱 동영상 플랫폼이 아니다.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중국 공산당이라는 빅브러더에 맞서 자유의 나라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틱톡 전쟁은 중국발 ‘글로벌 경제 정치화’의 단면이다. 중국 정부와 바이트댄스는 강제매각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자 도전이라며 반발하지만 정작 중국 내에선 틱톡 앱 사용이 막혀 있다. 유튜브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다른 나라 플랫폼도 마찬가지다.그런데 또다시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국가안
재외공관만큼 불신의 대상인 곳도 많지 않을 것이다. ‘도움을 요청했지만 남일 보듯 하더라’는 사연이 널려 있다. 긴급 사태 시 한국 대사관 대신 일본 대사관을 찾아가면 법률·의료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여행 팁도 공유된다. 공관 직원들에게는 ‘칼퇴근 종결자’라는 오명까지 붙어 있다. 탈북자가 전화하니 ‘담당자 퇴근했다’며 끊더라는 식의 스토리가 심심찮은 탓이다.낯뜨거운 일이 불거질 때마다 외교부는 과장과 오해라고 해명해왔다. 하지만 엊그제 나온 감사원 감사 결과는 그 해명과 판이하다. 뉴욕 총영사관은 국민 24명의 구금 사실을 알면서 한 명도 면회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사카 총영사관은 아예 관할구역의 수감자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았다.핵심 업무로 꼽히는 ‘기업 지원’도 엉망이었다. 2년 전 요소수 사태 때는 중국 정부의 수출제한 공고도 보고하지 않았다. 기관장 전용 차량을 도둑맞을 정도로 공관 운영도 낙제점이었다.총체적 난맥상의 원인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물과 기름 같은 인적 구성이다. 대사관 116개, 총영사관 46개 등 188개 재외공관 직원은 외교부 소속과 다른 부처에서 파견나온 주재관으로 대별된다. 외교관은 특유의 폐쇄적인 특권의식에 젖어 있고, 주재관은 몇 년 쉬러 나와 업무 긴장감이 낮다 보니 사사건건 부딪치기 일쑤다. 여기에 권력을 등에 업고 날아온 낙하산까지 끼어들면서 ‘해외에서 아군끼리 싸우다 자멸한다’는 말이 공공연하다.재외공관은 5367명이 외교부 예산3조53억원의 22.8%인 6853억원을 사용하는 거대 기구다. 하지만 ‘국민이 아니라 공무원을 위한 조직’이라는 의구심이 광범위하
마녀사냥은 언제나 정의의 이름으로 거행된다. 하지만 본질은 비이성적 야만이다. ‘이재용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은 마녀사냥 서사에 부합하는 상징적 사건이다. 참여연대 민변 진보정당 등 자칭 ‘정의의 대변자’들이 사냥 선봉대다. 그들에게 삼성은 ‘공동체를 위협하는 마녀집단’의 수괴로 제압 대상이다.1심 재판부는 이재용 회장, 임직원, 회계사 등 14명 기소자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기업 재판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일방적 판결이다. 허위 정보 유포, 시세 조종, 회계 조작 등 23개 혐의 중 단 하나의 위법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 주장 대부분을 비합리적 전제에 기초한 왜곡이자 논리 비약이라고 질타했다. 예컨대 승계작업 자체를 불법으로, 통상적 주가관리를 주가 조작으로 몰아간 비상식적 기소라는 것이다.복잡해 보이지만 쟁점은 간단하다. 이 회장이 대주주였던 제일모직이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기업가치를 뻥튀기했느냐가 핵심이다. 검찰은 이 회장이 중간지주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을 출범시켜 그룹을 장악하기로 모의한 뒤 치밀하게 분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분식은커녕 오히려 삼성의 회계 선택이 국제회계기준(IFRS)에 더 부합한다고 결론 냈다.의혹 제기부터 기소까지의 전 과정이 오해, 무지, 악의로 뒤범벅된 데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5년 내리 적자기업 삼바를 6조원대로 평가하고 상장한 게 분식과 특혜 아니면 뭐냐고 맹폭했다. 지금 삼바 시가총액은 그 10배인 60조원이다. 쿠팡은 11년 연속 적자로 뉴욕증시에 입성해 상장 첫날 시총 100조원을 넘겼다. 이런 게 자본시장 역동성이다.‘삼성 저격수’ 박
한국인에게 가장 좋아하는 과일을 물어보면 언제나 사과다. 서양인들의 사랑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루 사과 한 개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백설공주의 사과처럼 친숙한 소품이자 에덴동산의 선악과처럼 종교적 상징물 이기도 하다.이런 ‘최애 과일’이 요즘 우리네 손길을 거부하고 있다. 값이 너무 올라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고 만 것이다. 통계상 1년 새 57% 올랐다지만, 체감 상승률은 2배를 오르내린다. 설을 거치며 ‘사과의 배신’을 성토하는 여론이 불붙었다. 맘카페엔 “사과 한 개 값이 1만원에 달해 차례상에 못 올렸다” “손이 떨려 장바구니에 담지 못했다”는 사연이 줄을 잇는다.사과만의 일도 아니다. 다른 과일도 도미노 인상 러시다. 딸기 단감 감귤 복숭아 배는 적게는 50%, 많게는 100% 안팎 치솟았다. 사과 값이 오르면 대체재인 배나 감귤로 수요가 몰리고, 다시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같은 수입과일 값을 밀어올리는 구조다.어느새 한국은 사과 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가 됐다.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한국의 사과(1㎏) 값은 6.75달러로 세계 1위다. 물가가 높다는 미국(5.35달러) 일본(4.48달러) 스위스(4.27달러)를 멀찌감치 제쳤다. 오렌지 바나나 값도 마찬가지다.폭등한 과일 값은 나라 경제까지 뒤흔든다. 1월에는 소비자물가를 0.4%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역대급 파괴력이다. 이상 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 탓이라는 게 정부 해명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8년 전(2016년) 통계에도 사과·오렌지 값은 이미 세계 3위다.후진적 유통구조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수입제한 같은 과도한 농가보호 정책을 지적하지
태영건설 유동성 위기에 나라가 떠들썩하다. ‘F4’(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금융감독원장)가 연일 머리를 맞대는 것도 모자라 대통령까지 개입했다. 기껏 16위 건설사의 존망에 이리 호들갑인 이유는 ‘경제 뇌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의 향방을 가름할 시금석이어서다.돌아보면 PF의 한국 경제 공습은 가혹하고도 반복적이다. 마치 영화 속 ‘불사(不死)의 빌런’처럼. 일단 외환위기 이후 터진 위기·사고 대부분이 PF발(發)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잘 보여준다. 31개 저축은행을 파산시키고 공적자금 27조2000억원을 삼킨 원흉이 바로 PF 부실이다.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의 ‘돈풀기’로 부동산이 달아오르자 당시 저축은행들은 부나방처럼 PF로 달려들었다. 업계 여신의 4분의 1가량을 몰빵했다. 부동산 거품을 타고 초기에는 돈벼락이 내렸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만나 일순 지옥으로 추락한 게 저축은행 사태다.5개월 전 BNK경남은행에서 터진 역대 최대 횡령도 PF 사고다. 한 간부가 17개 PF사업장에서 7년에 걸쳐 2988억원을 빼돌렸다. 경남은행은 2010년에도 법인·행장 인감을 위조한 수천억원대의 어이없는 PF 보증사고를 겪었다. 이쯤 되면 불치병 수준이다.2022년 가을 ‘레고랜드 사태’ 역시 강원도의 무리한 PF 금융이 발단이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시장 급랭에 PF 대출·차환 길이 막히자 지방정부임에도 손절을 단행했고 이는 건설·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았다.PF는 장점이 넘치는 필수불가결의 선진금융이다. 하지만 작금의 태영 워크아웃 사태는 PF가 한국 경제의 ‘악의 축’으로 퇴락했음을 웅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바닥을 드러냈다. 벌게진 얼굴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건방진 놈이 한참 인생 선배들을 능멸하느냐” “이 노무 새끼”라고 훈계하고 폭언했다. “나라를 위해 뭘 했나” “내 용서하지 않겠다”며 윤석열 대통령도 위협했다. 저급한 광기의 언행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인간이 좀 덜됐다’며 고개를 저었다. ‘민주 투사’에서 ‘인간 이하’로 추락한 송영길의 정신세계는 대체 뭘까. 목표를 위해 폭력도 마다하지 않고 대중을 지도 대상으로 보는 사나운 레닌주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악의 제국’ 소련 건설의 사상적 기초인 레닌주의는 그 시절 86세대를 사로잡은 변혁이론이다. 한 장관이 ‘우월한 척하며 가르치려 든다’고 지적한 것처럼 허황하고 삐뚤어진 선민의식이 레닌주의의 한 특질이다. 레닌주의자로서 면모를 가장 짙게 풍기는 이는 다름 아닌 조국 전 장관이다. 법학자 시절 ‘법·제도에 대한 민중 통제’를 제안하는 도발적 논문까지 발표했다. 법원·검찰 같은 사법기구를 대중이 통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은 ‘법에 대한 인민의 우위’를 강조하는 레닌주의를 빼닮았다. 최근 ‘비법률적 방법의 명예회복’을 선언한 대목에서도 여전한 그의 내면이 읽힌다. ‘레닌주의자 조국’을 상정하면 공수처 설립이 ‘검찰 개혁의 핵심’이라며 그토록 매달린 미스터리도 풀린다. 3년째 개점휴업이라 지금은 무용지물로 욕을 먹지만, 조국류(類) 집권 시 여론몰이해가며 검찰·법원을 옭아매는 핵심 도구로 악용될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의 폭주 DNA도 레닌주의에 가깝다. 레닌주의 도덕의 핵심은 ‘목적은 어떤 수단도 정당화한다’는
‘근로시간 개편’ 관련 고용노동부 설문조사 결과가 다음달 초 발표된다. 좌파 총공세에 속절없이 밀려 휴전 중인 ‘주 52시간 전투’도 7개월 만에 2라운드를 시작한다. 1라운드는 괴담을 앞세운 개편 반대파가 압도했다. ‘주말도 없이 일하다 죽으라는 법’(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라는 가짜뉴스가 공중파 등을 통해 무차별 확산했기 때문이었다. 설문 결과에 대해 고용부는 함구 중이지만, 대다수 근로자가 정부의 ‘노동 유연화’ 방향성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선진 노동환경 구축이 시급한 시점에서 반갑고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2라운드도 현재로선 기대난망이다. 초장부터 터지며 트라우마에 떠는 고용부는 기력을 회복하지 못한 기색이다. 야당도 국정감사를 통해 2차 대공세를 예고했다. 문재인 정부가 만든 현행 주 52시간제는 악법이다. 나라가 근로자의 일하는 시간을 주 단위로 촘촘히 통제하며 노사의 ‘시간주권’을 박탈한 시도부터 시대착오적이다. ‘근로자 건강권’ 차원이라지만 문명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반자유 입법이다. ‘학생 건강권’이 중요하다고 ‘시험기간 새벽·밤샘 공부 금지법’을 만들 수 없는 것과 같다. 주요국 중 초과근무 상한을 주 단위로 나라가 강제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독일 네덜란드처럼 건강권에 엄격한 국가조차 주간 단위 추가근로 규제는 없다. 반기 또는 연간 총량 기준이 있을 뿐이다. 그래야 성수기·프로젝트 대응력 등 여러 측면에서 노사 모두에 유리하다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은 전문직군을 노동시간 규제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배제)’ 같은 예외 조항까지 두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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