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유창훈 판사에게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포털 검색창에 ‘유’자만 쳐도 유창훈 판사가 추천 검색어로 뜰 정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 여부가 26일 그의 판단에 달려 있어서다. 모든 재판이 예단은 금물이지만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는 특히 더하다. 형사소송법상 영장 발부와 기각은 판결이 아니라, 판사가 독립기관으로 행하는 명령의 형식이다. 따라서 어느 재판보다 판사 개인 판단과 양심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 ‘사법농단’ 연루 대법관들의 영장이 일곱 번 연속 기각된 뒤 막 부임한 신참 판사에 의해 무더기 발부된 것도 그래서다. 영장판사에겐 ‘침묵’과 ‘절제’가 불문율이다. 영장 심사 결과라야 대부분 원고지 한 장(200자) 미만이다. ‘구속 사유와 필요성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달랑 한 문장이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전국 법원에는 한 명 이상의 영상전담판사가 배치된다. 대형 사건이 몰리는 서울중앙지법은 보통 네 명으로 영장재판부를 운영한다. 두 명은 압수수색영장, 다른 두 명은 구속영장을 1주일씩 전담하는 구조다. 영장전담판사는 고립생활이 기본이다. 매일 10건 이상을 처리해야 하는 고단한 자리다 보니 1년 단위로 바뀐다. 봄 인사에서 영장판사로 발령 나면 ‘내년 봄에 다시 보자’는 인사를 주고받는다고 한다. 식사도 거의 동료 영장판사들과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1년 바짝 고생하고 나면 대체로 지방법원 부장판사 등 승진 코스로 직행한다. 형사재판 경력 15년 이상 엘리트 판사들로 임명되는 이유다. 영장심사는 유무죄를 결정하는 단계가 아니다. 구속 사유가 주거 불명, 증거 인멸, 도주 우려로 제한된 배경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내내 ‘강철 멘털’을 과시했다. 혼밥 뒤 ‘민생 일정이 중국인 가슴을 설레게 했다’며 균형 외교를 자찬했다. 트럼프의 무시와 김정은의 핵 고도화 뒤통수에도 ‘내가 평화를 열었다’고 노래 불렀다. 퇴임하면 달라질까 했더니 더해졌다. 엊그제 퇴임 후 첫 서울 행차에선 ‘집권 때 경제성과가 탁월했다’며 민망하게도 성공한 경제 대통령임을 호소했다. 실시간 지표가 쏟아져 좀체 선동이 먹히지 않는 분야가 경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참으로 도발적인 행보다. 임계점을 넘어선 성공 호소가 조작에 가까운 왜곡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태위태하다. 한국이 ‘10대 경제강국’에 든 때는 노무현·문재인 정부뿐이라고 자랑했지만 전형적인 침소봉대다. 노무현 정부가 2004년 처음으로 GDP 기준 ‘G10’에 진입한 건 맞다. 하지만 직전 정부와 11위로 바통 터치해 그 탄력으로 잠시 G10에 오른 뒤 13위로 임기를 끝내 흑역사에 가깝다. 자신이 11위 자리를 넘겨받아 10위로 임기를 마친 게 ‘경제 성공의 징표’라는 주장도 낯 뜨겁다. 그런 논법이면 14위에서 출발해 11위로 마감한 박근혜 정부 때는 ‘경제 태평성대’로 칭송해야 마땅하다. ‘노무현 때 2만달러, 나 때 3만달러 소득 시대를 열었다’고 공치사한 대목도 민망하다. 시간의 흐름 속에 특정 마디를 통과했을 뿐이다. 문 전 대통령이 수출, 주가, 외국인투자액을 자랑한 것도 뜬금없다. 무역 규모가 세계 8위로 한 계단 올랐지만 2010년부터 줄곧 8~9위권이었기에 별 성과가 아니다. 저금리로 글로벌 증시가 치솟은 와중의 코스피 강세도 특별할 게 없다. 또 윤석열 정부가 올 상반기에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판에 외국
화려한 이력의 한덕수 총리지만 ‘무색무취’라는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영혼 없는 관료라는 삐딱한 시선도 적지 않다. 김영삼(차관)·김대중(경제수석)·노무현(국무총리·경제부총리)·이명박(주미대사) 정부에서 두루 중용된 업보(?)일 것이다. ‘잘못되면 나라 탓’ 하는 유교적 잔재가 남아 있는 사회에서 공직자가 감수해야 할 멍에지만 과도한 측면이 있다. 총리실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현안을 꿰뚫고 있는 유능하고 합리적인 상사’라는 평이 압도적이다. 윗사람뿐만 아니라 아랫사람에게도 인정받는 능력자를 ‘처세 9단’이라는 비하적 단어로 규정하는 것은 꽤나 폭력적이다. 그가 출세만을 좇았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 7일장에 조문하지 않아 친노세력에 찍히는 일을 자초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외려 그는 할 말을 하고, 할 일은 고집스레 밀어붙인 이력이 적잖다. 스크린쿼터 축소, 미국산 소고기 수입, 한·미 FTA 체결 등 중요한 이슈에서 언제나 앞장서서 국익을 관철했다. “토끼는 한 평의 풀밭으로 만족하지만 사자는 넓은 초원이 필요하다”며 비이성적 포퓰리즘에 맞섰다. 최근 국회에서의 모습도 ‘소신 파이터 한덕수’를 돌아보게 한다. 거대 야당의 거듭되는 추경 요구에 한 총리는 “큰 재정, 보조금 확대로 잠시 늘어난 소득은 신기루”라고 반박했다. ‘묻지마 재정투입’의 부작용을 정면으로 지적한 것이다. ‘한·미·일 안보협력 확대’를 꼬투리 잡는 의원에게는 “정말 공부 좀 하세요”라고 직격했다. 종전선언 주장도 “궤변”이라고 일축했다.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는 이런 변신을 ‘출구 전략’이라며 시큰둥해하는 시각도 있다. ‘더 이상 공직을 맡을 일이
100년 전 아르헨티나는 세계 7위 부국이었다. 지금은 중간도 벅차다. 왜 몰락했을까. 정치적 후견주의에 굴복했기 때문이다. 후견주의는 정치적 지지와 재화의 교환 메커니즘을 일컫는다. 한마디로 ‘표’와 ‘특혜’의 맞바꿈이다. 아르헨티나를 망친 페로니즘의 본질이 바로 후견주의다. 후안 페론은 1946년 대통령 첫 출마 때부터 후견주의로 내달렸다. 한 달 치 급여를 ‘13번째 월급’(아기날도)으로 연말에 지급하는 입법으로 노동자들의 몰표를 받았다. 1952년의 재선 때도 그랬다. 극심한 경기 부진이 덮쳐 고전이 예상됐지만 ‘연금 대폭 증액’ 공약으로 대선 사상 최고 지지(63.4%)를 얻었다. 페론은 그렇게 성공했지만 나라는 초토화됐다. 1958년을 시작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22차례나 받았다. 3년에 한 번꼴이다. 그래도 ‘페론당’은 지금까지 13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무려 10번을 이겼다. 후견주의는 라틴아메리카의 특질이 됐다.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아기날도를 닮은 ‘더블 보너스제’로 14년을 집권했다. 차베스의 베네수엘라, 룰라의 브라질에서도 후견주의 정치는 고질적 병폐다. 후견주의는 예외 없이 파국을 부른다. 국고가 바닥나 발권력이 동원되고 초인플레이션과 경제 파탄으로 치닫는 수순도 동일하다. 새만금 잼버리는 한국도 후견주의 바이러스 오염지임을 만천하에 알렸다. 파행 원인으로 지방·중앙정부의 부패와 무능, 컨트롤타워 부재가 거론된다. 진짜 이유는 권력에 눈먼 정치꾼과 값싼 유권자 간 부적절한 담합이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새만금으로 대회 장소가 정해진 것부터 정치적 흥정의 산물이다. 정치적 결속력을 앞세운 전북의 ‘새만금 올인 베팅’
복거일 선생(77)의 작업 또는 직업을 한 단어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작가 자신은 ‘소설가’를 사랑한다. 실제로 대체역사소설 과학소설 지식소설을 개척하는 탁월함을 보여줬다. 하지만 60권이 넘는 저작을 아우르는 통섭적 지식과 시대를 꿰뚫어 보는 통찰은 작가의 전형을 넘어선다. 사실에 바탕한 역사인식, 문명사적 안목, 깊은 과학적 지식은 이념적 진영논리로 빠져들기 십상인 국내 지성계에서 독보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복 선생이 본령인 연작 소설로 문단과 사회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우남(雩南) 이승만(李承晩) 일대기를 다룬 다섯 권짜리 대하전기소설 을 내놨다. 복 선생 손에서 탄생한 이승만 이야기는 시대 흐름을 보여주는 스케일과 깊이가 남다르다. 쉬 접하기 어렵던 선조들의 독립투쟁사가 눈앞의 일처럼 펼쳐진다. 일제의 진주만 공습, 샌프란시스코조약, 볼셰비키혁명 등 수많은 세계사 명장면을 탁월한 솜씨로 버무렸다. 이승만 일대기를 넘어 오늘의 질서를 만들어낸 20세기 격동의 세계사를 써내린 대작이다. 그의 말처럼 요즘 세상에 대하소설은 시대착오적이다. 소득 증가로 즐길 일이 넘쳐나면서 시간의 기회비용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그는 2800장의 묵직한 원고를 세상에 내놨다. “우리를 알자면 역사를 배워야 하고, 이승만에 관한 지식은 우리 자신에 관한 지식의 핵심입니다.” 책 제목 은 ‘나쁜 행태는 청동에 새겨져 남고 덕행은 물로 쓴다’는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경구에서 따왔다. 만고의 성과는 물처럼 흩어져 버리고 작은 허물만 주홍글씨처럼 각인되는 세태의 안타까움이 담긴 은유다. ▷읽다 보니 ‘맞아, 대작이란 이런 것이지’라는 생각이
복거일 작가의 (사진)은 이승만 일대기 형식의 전기대하소설이다. 하지만 ‘이승만 전기’로만 규정짓는 건 장르의 폭력일 듯 싶다. 인물사를 넘어 독립투쟁사 세계전쟁사 국제정치사가 망라된 지적 산물이다. 방대한 사료와 지식에 기초한 명료한 전개가 보석처럼 빛난다. 이처럼 손에 잡히는 독립투쟁사와 건국사는 없었을 듯하다. 이보다 쉬우면서 통찰적인 20세기 국제정치 해설서도 만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승만-트루먼, 히틀러-롬멜 등 역사 속 수많은 인물의 생생한 면모는 수십 명의 평전을 읽는 느낌을 준다. 오늘 우리가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전해준다. 편견이 난무하는 혼돈의 시대에 팩트의 힘을 확인시켜주는 것도 장점이다. 독립운동, 2차대전사, 한·중·일의 나라 만들기, 미국·유럽 정치사 등 한반도를 둘러싼 숨가빴던 사건들이 잘 차려진 코스요리처럼 줄지어 등장한다.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실과 사실의 이면, 관점이 깨알처럼 쏟아진다. 역사 특종도 담겼다. 1945년의 얄타회담 밀약을 우남에게 제보해 결과적으로 한국 건국에 기여한 에밀 구베로라는 인물이 미국 언론인 에밀 헨리 고브로임을 밝혀냈다. 반전 팩트도 수두룩하다. 매카시즘으로 잘 알려진 조지프 매카시는 극우주의자가 아니라 세계 평화에 기여한 이타주의자였음을 방대한 자료로 설명한다. 비감한 선조들의 투쟁사가 쟁쟁하다. 이봉창 의사는 거사 직전 임시정부를 이끌던 김구를 마지막으로 만난 자리에서 투척할 폭탄을 두 손에 들고 환하게 웃는 사진을 남겼다. 작가는 “스스로 죽음을 찾아가면서 환히 웃음 짓는 것, 그것이 독립운동이었다”며 경외했다. 무명들의 투쟁도 먹먹하
윤석열 대통령이 얼마 전 “우리는 반카르텔 정부”라고 선언했다. “이권·부패 카르텔과 가차 없이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집권 1년여 만에 정체성 규정에 성공한 모습이다. 제 발 저린 이들이 많은지 반발이 거세다. 야권에선 ‘카르텔이라는 단어 무한반복은 어휘력 빈곤 때문’이라는 식의 수준 이하 비난이 쏟아진다. ‘용꿈’을 꾼다는 여당 정치인도 “대통령이 갑자기 카르텔에 꽂혀 오남용하고 있다”고 비아냥댔다. 뭘 모르고 하는 말들이다. 카르텔 해체는 검사 윤석열이 정치판에 뛰어든 핵심 이유다. 2년 전 정치 출사표와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도 ‘카르텔 해체’는 세 번씩 언급됐다. 카르텔과의 전쟁은 본궤도로 진입 중이다. 태양광·노조·시민단체 비리를 넘어 교육·환경·통일·문화 카르텔로 스펙트럼이 확대되고 있다. 특권·반칙 세력과의 정면 승부가 반갑지만 아쉬운 대목도 있다. 거대한 최악 카르텔은 아직 거명조차 되지 않았다. 바로 약자의 피눈물을 기득권 공고화에 악용하는 ‘서민약탈 카르텔’이다. 진보 참칭 정치꾼과 귀족노조가 이 카르텔의 주연이고, 기꺼이 한배를 탄 영혼 없는 관료들이 주연급 조연이다. 위장술에 능통한 데다 작동 방식도 은밀해 존재 인식조차 쉽지 않지만 이들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마다 약자들의 삶이 널브러진다. 문재인 정부가 서민 150만 명을 ‘금융 지옥’으로 밀어 넣은 게 대표적이다. 문 정부는 연 27.9%인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내리는 데 매진했다. 서민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것이었지만 결과는 대부업 몰락과 대출 원천봉쇄였다. 급전 조달이 막힌 저신용자가 손 벌릴 곳은 불법사채 시장뿐이다. 그렇게 150만 명이 평균금리 연 414%의
도시매력도 조사에서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서울이지만 런던의 고풍미, 파리의 세련미, 뉴욕의 자유로움과 비교하면 무언가 아쉽다. 급박한 개발과 집중에서 오는 결핍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외 MZ세대가 열광하는 성수동은 서울의 새로운 미래다. 과거 성수동은 구로와 함께 대표적인 서울의 낙후 공장지대였다. 하지만 어느새 가장 가고 싶고 숨 쉬고 싶은 ‘핫플레이스’가 됐다. 날로 ‘힙’해지는 한국을 체험하려는 외국 청년들의 필수관광코스가 된 지 오래다. 루이비통 디올 등 해외 기업들도 근사한 성공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몰려든다. 성수동 성공의 키워드는 패션, K팝 같은 문화다. 과거 핫플이던 명동·종로, 로데오거리·홍대가 주는 소비적 매력을 넘어선 ‘소프트’가 더해지자 국내외 젠지(Generation Z)가 열광했다. 젊음의 활기는 스타트업도 불러들였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성수동 상권이 급성장세를 이어간 비결이다. 서울시의 그제 압구정동 일대 재건축안은 성수동을 더욱 주목하게 한다. 서울시는 재건축 이익을 강남·북을 잇는 ‘미니신도시 조성’에 투입하는 신선하고 야심 찬 구상을 선보였다. 한강을 사이에 둔 압구정동과 성수동을 연결하는 1㎞ 길이의 보행 전용교 설치가 특히 눈에 띈다. 서울 대표 주거단지와 도보로 연결된다면 성수동의 매력은 더 폭발할 것이다. 공장지대였던 미국의 브루클린도 맨해튼과 브루클린 브리지로 연결되면서 문화·예술 중심지가 됐다. 브루클린은 뉴욕 방문객의 필수관광코스이기도 하다. 보행교 강북 끝단에 자리한 성수동 서울숲과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에 세계 최대 규모 스타트업 허브를 조성하는 것도 기대를 한층 키운다.
화려한 ‘한국의 괴담 역사’에서도 돋보이는 게 ‘ISD(투자자-국가 간 분쟁) 괴담’이다. 10여 년 전 광화문을 점령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대의 핵심 논거가 바로 ISD발(發) 사법주권 침해였다. 미국 자본이 이익 확보에 방해되는 국내 법과 제도를 제소를 통해 바꿔버릴 것이란 무시무시한 분석이 쏟아졌다. ISD 중재로 인해 한국의 공동체적 법체제가 무너져 부동산 등 공공정책이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무차별적 ISD 소송과 천문학적 배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넘쳤다. 지난주 나온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의 중재판정 결과는 ISD 괴담 종식에 다름 아니다. ‘정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개입했다’는 법원 판결 탓에 출발부터 불리한 분쟁에서 큰 선방을 거둬서다. 배상금은 690억원으로 최초 청구액 1조원의 7%에 그쳤다. 엘리엇의 삼성물산 투자 손실(매입가-처분가) 1040억원에도 못 미친다. 국제기구를 장악한 미국과의 ISD 소송은 편파 판정이 될 수밖에 없다던 선동과 사뭇 다른 결과다. 하긴 ISD 소송 쓰나미가 덮칠 것이라던 주장부터 엉터리다. 한·미 FTA 발효 11년간 ISD 제소는 엘리엇을 포함해 4건에 그쳤다. 이 중 사법주권 침해나 소송 남발로 볼 만한 사례는 없다. 메이슨 펀드의 2억달러 소송이 대기 중이지만 엘리엇 제소와 판박이여서 파괴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나머지 2건은 부동산 수용에 저항하는 재미동포들의 중재신청이다. 분쟁 당사자가 개인인 데다 청구액도 수십억원 수준이라 ISD 괴담과 무관하다. 결국 탄핵이라는 돌발 상황이 없었다면 ISD 소송 건수가 사실상 ‘제로’였을 것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어쨌거나 만만찮은 혈세 유출이 일어나게 됐으니 지금이라
중앙은행과 중앙은행장은 전통적으로 비밀주의가 신조다. 전설적인 영란은행 총재 몬터규 노먼은 “설명도 변명도 하지 않는다”가 모토였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도 전문용어를 동원한 해독 불가 발언으로 악명 높았다. 패닉의 순간에도 최종대부자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전지전능을 가장한 의도된 화법이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신비주의 전통을 뒤집는 직설화법으로 충격을 던졌다.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 장기 저성장을 우려하는 질문에 ‘하아~’라는 한숨으로 시작해 긴 쓴소리를 쏟아낸 것이다. ‘돈 풀기에 중독된 경제의 끝은 예정된 파국’이라는 게 요지다. 이 총재는 ‘이미 장기 저성장 늪에 빠졌다’고 단언했다. “구조개혁만이 해법인 것을 누구나 알지만 이해집단에 발목 잡혀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고 탄식했다. 단기 땜방에 불과한 통화·재정 확대에 매달리는 것은 ‘나라 망가지는 지름길’이라는 직격이었다. 분노가 묻어나는 작심 발언은 정치권과 정부를 향했다. ‘돌아가는 걸 보면 연금·노동·교육개혁도 하지 말자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잘 보여준다. 그의 진단대로 한국은 노쇠국이 다수인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초유의 저성장에 빠졌다. 그 와중에 출산율 자유낙하, 경제·안보 새판짜기, AI 쓰나미라는 삼각파도와 맞닥뜨렸다. 그런데도 문제 해결에 골머리를 싸매야 할 국민 대표들은 표(票) 되는 입법과 권력투쟁뿐이다. 거대 야당은 ‘돈 더 풀기’와 ‘경제 더 흔들기’에 혈안이다. 여당에선 방향타는커녕 합리적 대안 제시조차 실종이다. 구조개혁을 외쳐온 장관과 대통령실 참모들도 도대체 무얼 하는지 이름조차 까마득하다. 사실 중
20여 년 전 ‘주사파’ NL이 좌파진영을 천하통일했다. ‘PD당’이었던 민노당 당권을 장악하면서다. 단순화하면 NL은 김일성주의, PD는 마르크스주의다. ‘개족보(NL)’가 나름 ‘정통파(PD)’를 굴복시킨 건 ‘사건’이자 미스터리였다. 김정일이 공들인 대남공작의 결정적 승리라는 게 정설이다. NL의 좌파 평정은 오늘 한국에서 벌어지는 무한 갈등의 근원적 출발점이다. 그들의 세계관은 기괴하다. ‘무오류 수령님과 불패 전위당의 지도 아래 세계가 돌아가야 한다’로 압축된다. 한국을 ‘G8’으로 이끈 자유 개방 개인 인권이라는 가치에 정확히 역행한다. 어이없는 망상체계지만 ‘좌파 천하통일’을 넘어 나라를 통째로 접수할 기세다. NL 사관에 딴지 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고립과 고초가 그 방증이다. ‘김구가 김일성의 통일전선전략에 당했다’는 그의 발언은 더하고 뺄 것 없는 사실이다. 진보사학자들도 인정하는 정설이다. 그의 ‘김일성 4·3 개입설’ 역시 팩트에 기반한 합리적 주장이다. 그런데도 일파만파 설화로 비화했다. 국민의힘 대표와 ‘윤핵관’까지 망언이라며 손절에 급급하다. 한국은 누군가가 정의를 독점하고 양심의 배신을 강요당하는 낯선 나라로 전락 중이다. NL의 역사공정은 예상외로 잘 먹히고 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승만이 멸공을 외친 탓에 남침당했다”고 망발했다. 북한보다 더 북한스러운 ‘내재적 접근법’이었지만 시비는 오뉴월 실바람보다 미약했다. ‘찐 주사파’는 기실 한 줌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NL 스타일’을 장착한 생계·생활형 네트워크는 확산일로다. 최강 전투력의 민주노총을 접수한 게 2년 전이다. 건설·택배 등 ‘
이중성은 인간 본성의 한 단면이다. 선하고 고귀하면서, 동시에 악하고 천박한 존재가 인간이다. 역사에도 야누스적 스토리가 넘친다. 마르크스는 계급 해방을 주장하면서도 가정부를 45년이나 착취했다. 인간의 자유와 실존을 설파한 사르트르는 여성을 동등한 인격으로 보지 않는 남성 우월주의자였다. ‘위선과 허위의 바다’를 항해한 헤밍웨이도 명성·권력욕에 집착했다. 기막힌 위선 스토리는 주변에서도 넘친다. 조국 사태가 대표적이다. 수만 개의 SNS 말폭탄으로 정의의 사도를 자처하며 대중 스타가 된 그다. 하지만 파렴치한 입시·사모펀드·학원 비리에 깊이 개입돼 있었다. 세상만사 심판관처럼 굴다 추한 모습이 들통난 지금도 그는 잘못이 없다며 당당하다. 요즘 세간에는 조국에 견줄 만한 다크호스가 등장했다는 촌평이 나온다. ‘가장 성공한 특검’이라던 박영수 변호사가 주인공이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검으로 현직 대통령을 끌어내린 이력의 소유자다. 그런데 거물급 변호사 치고는 어울리지 않는 사건들에 그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다. 2019년 가짜 수산업자 스캔들이 시작이었다. 사기꾼에게서 포르쉐 차량을 받은 게 드러나 그해 7월 특검에서 물러났다. 이때만 해도 ‘보스 기질이라 형님 대접 좀 받았나 보다’며 이해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특검 사임 두 달 뒤 더 믿기 힘든 뉴스가 터졌다. 저 유명한 ‘대장동 사건’에 소환된 것이다. 딸·아들이 등장하는 등 대장동 일당과 그의 교류는 깊고도 광범위했다. 김만배가 관리한 ‘50억 클럽’에도 이름이 올랐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에도 이름이 들린다. 시세조종 주범으로 의
민주국가에선 여론이 권력 향배를 결정한다. 오죽하면 대통령이라는 최고권력자를 뽑을 때도 십중팔구 단일화 여론조사가 등장한다. 권력이 여론을 선택적으로 인용하며 다수의 폭정으로 치닫는 사례도 넘친다. 소설가 김훈은 이런 세태를 ‘여론조사가 최고의 권력이 되는 무지몽매한 시대’라고 개탄한다. 그래도 우리는 여론조사의 홍수를 피할 길이 없다.여론 조작은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에 다름없지만 함량 미달의 여론조사는 갈수록 극성이다. 부나방처럼 권력을 좇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달콤한 유혹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판이 취약하다. 선관위 미등록 업체를 통한 왜곡된 여론조사와 전파가 가장 일반적인 수법이다. 야권 인사가 대표인 한 업체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지지 여론이 53%에 달한다’며 여론몰이한 게 불과 반년 전 일이다.그런데 지명도와 인지도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인 한국 갤럽마저 여론 왜곡 구설에 올랐다. 편파적 질문을 통해 양곡법 개정 찬성이 60%에 달하고 반대는 28%에 그쳤다는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갤럽은 ‘쌀값 안정·농가소득 보장을 위해 찬성’ ‘정부 재정 부담 늘어 반대’라는 설문을 제시했다. 공급 과잉으로 쌀값이 되레 불안정해진다는 다수 전문가의 견해와 상반되는 문구로 ‘프레이밍 효과’를 노렸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름값 높은 갤럽의 행태는 가뜩이나 낮은 여론조사 전반의 신뢰를 곤두박질치게 한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소위 진보진영이 여론 왜곡 의혹의 중심에 서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걱정을 더한다. 해산된 통진당 이석기 전 의원은 다수의 여론조사기관을 운영하며 숱한 조작 의혹을 받았다. 작년
혼탁했던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살린 것은 북에서 온 태영호 의원이었다. 우파 정당의 덕목임에도 오랫동안 실종된 ‘품격’이라는 필수 가치의 회생을 위한 작은 불씨를 그가 던졌다.“역사적 사실도 부정하고 오직 자기주장만을 절대화해 ‘극우 색깔론’으로 악마화하는 것은 진실에 대한 지성적 태도가 아니다.” 자신이 제기한 ‘김일성 4·3 배후론’에 융단폭격이 가해지자 태 의원이 내놓은 반격이다. 날 선 지성과 품격이 감지된다.“역사적 사실 앞에서 후퇴란 있을 수 없다”며 거대 야당과의 정면대결도 선언했다. 조금만 시끄러워져도 바싹 엎드려 눈치 보기에 급급한 ‘웰빙 정당’ 특유의 비겁함은 한 톨도 없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의힘에서도 손을 건네는 동지가 전무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북에서 그런 교육받은 건 알겠는데 이제 그 물 빼야죠”라며 비아냥만 보탰다.최고위원이 됐지만 고난은 진행형이다. 국회 윤리위에서 ‘299 대 1’의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한다. 그래도 너무 외로워할 필요는 없다. ‘진실’이 일당백의 든든한 지원군이기 때문이다.제주 4·3은 1948년 5·10 총선과 건국을 저지하려는 남로당 공산주의자들의 무장폭동이다. 진압 과정에서 대규모 양민 희생이 동반됐다. 처참한 비극의 가장 큰 책임도 신생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선전포고까지 감행한 남로당 반란세력에 돌아가야 마땅하다. 태 의원 주장대로 ‘평양 지령설’을 뒷받침하는 사료도 많다. ‘총선거 반대 인민항쟁 개시’ ‘폭동으로 인민공화국 수립’ 같은 지령문이 다수 확인됐다.‘김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접대용이거나 자기 위로용 멘트일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 틀린 말은 아니다. 이승만이 폐허 속 신생 독립국의 초대 대통령을 맡아 자유민주공화국의 주춧돌을 놓은 게 73세 때다. 이병철도 온갖 회의론을 이겨내고 73세에 삼성 반도체 신화를 본격적으로 써내려가기 시작했다.나이 듦은 경험과 지혜의 축적 과정이다. 칸트는 57세에 ‘가장 위대한 철학서’로도 불리는 <순수이성비판>을 내놓았다. 오늘날 신체 나이로 치면 70세는 족히 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청춘과 노년에 대한 세상 인식의 변화는 더 가팔라지고 있다. ‘100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103)는 “내가 살아보니 90은 돼야 좀 늙더라”고 했다.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말이다. 유엔도 8년 전인 2015년에 이미 18~65세를 청년, 66~79세를 중년, 80세부터를 노년으로 볼 것을 제안했다.노익장 바람은 늘 있었다. 대표적인 곳이 정치권이다. 거대 야당에선 80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70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이재명 대표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현역 복귀를 노리고 있다. 여권에서도 이인제 등 올드보이의 내년 총선 출마설이 솔솔 나온다. 정치권 입김이 강한 금융 통신 등은 올드보이의 안마당이 된 듯하다. KT 차기 대표에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수석을 지낸 윤진식 전 장관(77)이 유력하다는 전언이다. BNK금융지주에도 70대인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등이 회장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경험과 관록을 앞세운 노년의 지혜가 있겠지만 4차 산업혁명과 선진 금융의 전진기지를 이끌 수 있을지 고개가 갸웃해진다.‘올드보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 주변 의혹에서 가장 분노하게 되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기막힌 면면이다. 쫓아가기 벅찰 정도로 복잡하게 얽힌 연쇄 사건에선 하나의 공통 코드가 목격된다. 바로 권력 주구로 전락한 운동권 잔당과 물욕 충만한 조폭의 낯 뜨거운 콜라보다.지난 10여 년간 성남 일대를 오염시킨 부패 커넥션에선 386 운동권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대장동 설계자부터 운동권이다. 민관 합동 개발의 양측 컨트롤타워인 김만배와 정진상은 각각 성균관대와 경성대 운동권 출신이다. 정씨는 고려연방제 채택을 외친 전투적 학생조직인 남총련(광주전남총학생회연합) 소속으로 활동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대장동에서 1208억원의 최대 배당을 챙긴 ‘천화동인 1호’의 이한성 대표도 성균관대 운동권이다. 운동권 정치인 이름도 오르내린다. 김태년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김만배 돈 수수설에 휘말렸다. ‘강성 NL’인 용성총련(용인성남지구 총학생회연합) 초대 의장 출신이다.쌍방울그룹 대북 사업에선 운동권의 종횡무진이 더욱 눈부시다. 쌍방울에서 4억여원의 뇌물·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화영 경기부지사가 불법을 주도했다. 김만배는 “대학 때 학생운동을 같이하며 이 부지사와 친해졌다”고 했다. 거대 야당 내 운동권 대부 격인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도 빼놓을 수 없다. 쌍방울의 '북한 광물 채굴' 베팅에 관여한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이어서다. ‘중부지역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받은 간첩 전력의 황인오 씨가 협회 부회장으로 그를 보좌했다. 성남 FC 후원금 의혹에도 운동권 이름이 오르내린다. 네이버가 40억원을 건넬 때 도관이 된 시민단체(
99년 전 ‘러시아 혁명의 아버지’ 블라디미르 레닌이 세상을 떴다. 처칠은 “혁명으로 망가진 소련을 되돌려 놓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갔다”고 장탄식했다. ‘지상낙원 건설’을 위한 무모하고 폭력적인 실험으로 치달을 소련과 세계의 운명을 예감한 것이다.지난주 ‘한국 진보경제학 대부’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가 세상을 떴다. 처칠 화법을 빌리자면 “저급한 평등주의에 감염된 한국을 되돌릴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 사라졌다”는 비감이 앞선다. 변 교수는 분배와 복지를 빙자한 ‘퍼주기’로 타락해버린 ‘K분배 경제학’의 주창자다. 변형윤발(發) ‘돈 풀기’ 처방은 부동산 폭등, 성장잠재력 추락이라는 큰 주름을 안겼다. 결자해지라고 했으니, 과오도 영향력 있는 당사자가 바로잡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그는 한마디 유감의 변도 없이 떠났다. 두고두고 갈등의 불씨가 될 배타적 성향의 무수한 추종세력만 남겼다.대중적 인지도가 높진 않지만 이른바 진보진영에서 변 교수는 ‘숨은 신’에 비견 된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선 제자 그룹인 학현학파가 경제 관련 요직을 싹쓸이했다. 이정우·강철규·홍장표·강신욱·김상조 교수 등이 주역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의 경제 브레인도 학현 일색이었다. 그는 정치·사회·역사학 등 한국 사회과학 전반을 좌편향시키는 데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별세에 부쳐 ‘변형윤 경제학’을 상찬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하지만 학현학파의 평판은 파산 지경이다. 현실 정치에 무더기로 참여해 평등에 ‘올인’
‘드루킹의 공범’ 김경수 전 경남지사 재판은 특혜의 집합이었다. 허익범 특별검사의 기소에서 대법원 2년형 확정까지 35개월이 걸렸다. 특검법에 명시된 재판기간 7개월(1심 3개월, 2·3심 각 2개월)의 5배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말을 빌리면 분명 ‘부당한 재판’이다. 김명수 사법부는 구속영장부터 기각하더니 1·2심에서 실형이 나왔는데도 수감하지 않았다. 최종심까지 불구속 재판을 받은 덕분에 그는 4년 임기 중 3년1개월을 채웠다.수사와 기소 전반도 비정상적이었다. 서슬 퍼런 ‘촛불정권과 양념들’의 좌표찍기에 특검은 시종 악전고투했다. 역대 13번의 특검 중 수사기간 연장을 자진 포기한 유일한 특검의 길을 선택한 이유일 것이다. 김경수의 유죄 죄목은 ‘네이버 업무방해죄’(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다. 정작 4133만 회라는 상상초월 댓글조작으로 민주주의를 타락시킨 혐의는 제대로 단죄되지 않았다. 2018년 지방선거 여론조작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는 곁가지에 불과하다. 핵심인 2017년 대선 댓글조작은 공소시효(6개월)가 지나 아예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김정숙 여사와 송인배·백원우 전 비서관의 수상한 행보에 대한 수사도 유야무야됐다.그가 신년 특별사면으로 28일 새벽 창원교도소에서 출소했다. 갖은 특혜와 초호화 변호인단을 쓰고도 1·2·3심에서 완패한 그의 출소의 변은 자숙이나 반성이 아니었다. ‘성찰’이라는 모호한 단어였다. “그간 성찰의 시간이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되도록 더 성찰하겠다”고 했다.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이라는 말로 복권 없는 사면에 대한 불
재판은 세상과 역사를 바꾼다. 10년 전 한 대법관이 “건국하는 심정으로 썼다”던 느닷없는 ‘징용 배상’ 판결이 여태 동북아 질서를 뒤흔들고 있는 것처럼.김명수 대법원이 보름 전 또 하나의 문제적 판결을 내놨다. 저 유명한 ‘쌍용차 옥쇄파업’ 최종심에서 노조 손을 번쩍 들어줬다. 법원 퇴거명령과 공권력 집행을 거부하며 경찰 헬기 등을 파손한 불법에 10억원대 손해배상을 명한 1·2심은 휴지 조각이 됐다. 그리하여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77일간의 무법천지를 만든 불법파업은 ‘빛나는 투쟁’의 아우라를 얻었다.2년 전 ‘전교조 법외노조 무효 판결’과 함께 사법사에 길이 남을 ‘친(親)노조’ 판결이다. 범법에 면죄부를 준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처럼 쌍용차 판결의 논리 구성도 너무나 듬성듬성하다. 법조문의 기계적 적용과 짜깁기 혐의가 짙다. 대법원은 ‘과잉 진압’이 위법이기에 극렬했던 노조 폭력은 정당방위라고 했다.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범위 내의 대응 행동’으로 봤다.대법원이 제시한 경찰의 위법은 크게 두 가지인데 모두 동의하기 힘들다. 대법원은 경찰 헬기가 고도를 낮춰 제자리 비행하며 프로펠러 하강풍을 시위대에 쏜 것을 문제 삼았다. 경찰장비를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해 생명과 신체에 위협을 가한 게 위법이라는 것이다. 헬기를 ‘공중이동’ 외의 용도로 쓰면 불법이라는 주장인가. 그렇다면 경찰차로 차로를 봉쇄하는 흔한 대응도 금지해야 마땅하다. 헬기 하강풍은 서해상 중국 불법조업 어선 단속 때도 애용하는 수법이다.대법원이 지적한 두 번째 위법은 헬기에서의 최루액 공중살포
세금고지서가 날아들면 새삼 떠오르는 말이 있다. ‘국가란 일정 영역 안에서 폭력을 독점하는 공동체’(막스 베버)라는 것을. 마치 동업자인 듯 내 쥐꼬리 월급봉투에서 당당하게 고리를 뜯어가는 그런 존재가 국가라는 것이다. 폭력이라는 속성을 교묘하게 희석한 게 ‘국민국가론’이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인 민주주의 체제는 국가 폭력과 절연했다고 주장한다.하지만 국민국가에서도 유서 깊은 국가의 강제성은 여전하다. 국민이라는 불특정 다수를 선동과 제도의 폭력으로 결집하는 포퓰리즘과 전체주의의 무수한 사례가 그 증좌다. 국민을 참칭하는 기술이 세련돼졌을 뿐이다. 자칭 민주국가 역시 국민이 아니라 권력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태반이다.‘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슬로건을 내건 문재인 정부의 탄생과 실패가 잘 보여준다. 포용은 ‘선거용 코스프레’에 불과했고 빈부 격차는 유례없는 수준으로 벌어졌다. 국가의 역할과 능력에 대한 이해 부족과 호도가 부른 예정된 결말이다. 결핍에 시달리는 국민의 불안감을 파고든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제안은 얼마나 달콤한가. 하지만 폭력 독점에 의존하는 국가는 문제해결 능력에서 시장이나 개인보다 열등할 수밖에 없다. 말로만 공정과 정의를 앞세울 뿐 한정된 재원을 지배세력의 이해에 맞춰 배분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해서다.‘문재인의 복심’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엉뚱하게 국가론을 들고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케어’ 폐기를 선언하자 “국민의료비를 국가가 대주는 것이 왜 혈세 낭비인가”라며 맹비난한 것이다. &ldqu
비정함으로 치자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빼놓을 수 없다. “권력 행사는 잔인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그런 그가 내년 예산안을 ‘비정한 칼질 예산’이라며 원상회복에 목숨 걸 태세다.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올해보다 5조6000억원이나 줄어 서민 주거복지가 파탄 나게 생겼다는 주장이다.이 대표가 ‘주거취약층 배려’를 강조하니 일견 반가우면서도 당혹스럽다. 서민주택 ‘빌런’이 뜬금없이 ‘영웅’을 자처한 형국이어서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임대아파트는 돈이 안 된다”며 외면해온 그다. 대장동 게이트가 잘 보여준다. 35%까지 가능했던 임대아파트 비율을 6.7%로 추락시킨 주역이 이 대표다. 시장 재량권을 최대한 악용하고, 고의로 의심되는 9차례 경매 유찰을 통해 임대 부지를 대거 분양용지로 전환한 결과다. 대장동 일당이 꿀꺽한 부당이익 8500억원(경실련 추정)은 그렇게 탄생했다.백현동 사업은 더하다. 민간 개발회사는 사업 초기 ‘100% 임대아파트’ 건설을 제안했다.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장은 아무 조건 없이 ‘분양 90%, 임대 10%’ 파격안에 직접 결재했다.임대주택을 둘러싼 민주당 지도부의 이율배반도 볼썽사납다. 김성환 정책위원회 의장은 불과 2년 전 문재인 정부의 임대아파트 조성계획(8·4 공급대책) 발표 때 격하게 항의했다.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임대아파트를 왜 내 지역구에 지어야 하느냐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 우원식 예결특위 위원장, 이소영 국토위원, 고용진 수석대변인도 같은 이유로 임대주택에 반대했다.임대주택 예산 5조6000억원 삭감은 문 정부가 부동산정책 실
동네북 신세도 이보다는 나을 것이다. ‘레고랜드 무리수’로 채권시장을 붕괴시켰다는 비난에 휩싸인 김진태 강원지사 얘기다. ‘50조원+α’의 막대한 혈세 낭비를 불렀다는 낙인도 횡행한다.번지수가 꽤나 틀린 공격들이다. 김 지사는 대출이자만 연 100억원인 부실 출자사와의 절연을 결행했을 뿐이다. 지방정부가 아니라 중앙정부여도 선택 가능한 적법 권리다. 회생 신청을 보증채무 변제 거부로 해석하는 것도 ‘오버’다. 처음부터 변제를 약속해왔고 일정까지 제시됐다. ‘파산 시에도 보증채무 전액을 강원도가 떠안는다’는 계약서까지 있다. 레고랜드 사태는 위험을 알리는 ‘탄광속 카나리아의 울음’ 같은 이벤트로 보는 게 합당하다.‘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을 마비시켰다’는 비판은 악의적이다. 예정된 파국일 뿐이다. PF 대출 중단은 작년 말부터 지방과 외곽지 사업을 중심으로 이미 시작됐다. 올 하반기 들어선 증권·저축은행의 대출·차환 거부가 잇따랐다. 마지막 보루였던 농협 대환대출마저 끊긴 게 8월 말부터다.‘마녀 김진태’ 프레임은 채권시장의 악습과 후진성을 고착화할 것이다. 금융사들은 PF 사태를 키운 핵심 방화범이다. 마구잡이 투자로 거대한 부동산 거품을 만들어내며 수익을 극대화했다. 사태가 터지자 이번에도 재빨리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정부 자금 지원을 압박 중이다.2011년 온 나라를 강타한 저축은행 사태가 바로 PF 부실에서 비롯된 일이다. 판박이 위기는 불과 2년 전에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돈풀기’로 초호황을 누린 PF 시장은 2020년 봄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가장 먼저 곤두박
도스토옙스키는 “돈은 주조된(coined) 자유”라고 했다. 그가 오늘을 산다면 ‘달러는 자유’라고 썼을 듯싶다. 지금 온전한 대접을 받는 돈은 달러뿐이어서다.달러 외의 모든 통화는 국경을 넘어서면 돈인 듯 돈 아닌 돈 같은 모호한 존재로 전락한다. 비트코인 이외 암호화폐를 ‘잡(雜)코인’이라고 칭하는 화법을 빌리면 달러 외에는 모두 ‘잡통화’다. 엔·유로·파운드·위안화도 매한가지다.또 달러는 ‘자유’지만 달러 기축통화 시스템은 ‘부자유’다. 잡통화 보유국은 환율·금리·산업정책 어느 것 하나 자유롭지 못하다. 킹달러로 주저앉은 세계 경제에 무력감이 확산하는 이유다. 한국은 외환위기 후보국으로 지목됐지만 속수무책이다. ‘25년 연속 흑자국’이 한두 달 경상적자에 국가부도설까지 시달리는 기막힌 현실이다.우리보다 더 분통 터지는 나라는 일본일 것이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로 이미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여기에 킹달러 쇼크가 덮치자 30년 전 수준으로 경제가 회귀 중이다. 올 무역흑자가 1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도 역(逆) 환율전쟁 여파로 위기설에 휩싸였다. 왕년의 기축통화국 영국 역시 파운드화가 추락하며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설’이 불거졌다.잡통화국들의 고난은 거의 미국발(發)이다. 플라자합의부터 재정·무역 ‘쌍둥이 적자’와 제조업 붕괴에 직면한 미국이 일본 독일 등을 압박한 결과다. 금세기의 정보기술(IT) 버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양적완화는 물론이고 진행 중인 인플레이션 쇼크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경제·통
극단적 선택을 한 ‘수원 세 모녀’는 매달 125만원의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빈곤층 사회안전망의 핵심인 기초생활보장제에 의거해서다. 무지 혹은 은둔 탓에 복지체계에서 누락되고 말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설이다. 해법도 ‘찾아가는 복지’로 집중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각지대 해소’를 강조했고, 보건복지부가 ‘빅데이터 기반 발굴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하지만 ‘발굴 실패’는 일면의 진실에 불과하다. 8년 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찾아가는 복지를 강화해 이제 읍·면·동의 복지전문공무원만 3만 명을 웃돈다. 그런데도 관악구 탈북 모자, 성북구 네 모녀, 방배동 모자, 창신동 모자 등 판박이 비극은 끝이 없다.왜일까. 발굴 실패보다 더 치명적인 ‘재원 부족’ 문제를 외면한 탓이다. 네 모녀·세 모녀·모자 비극의 당사자들은 세상을 등지기 전 대부분 국가에 수차례 도움을 요청했다. 언제나 ‘거절’이라는 답변이 돌아오자 누적된 좌절감에 삶의 끈을 놓고 말았다.주민센터 공무원들이 냉혈한이라서 거절한 게 아니다. 한정된 재원 탓에 지원 대상자 선정에 겹겹 제한을 두고 있어서다. ‘서류상 이혼 안된 남편이 존재해서’ ‘연락 끊긴 성인 자녀가 있어서’ 등 거절 사유만 오만 가지다. ‘생계급여’ 예산이래야 연 4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15% 선인 빈곤층(국민 중간소득의 50% 이하)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세 모녀 사건을 접한 윤 대통령은 ‘정치복지에서 약자 복지로의 전환’을 외쳤다. 유한한 재원을 감안할 때 정확한 판단이다. 문제는
광주광역시에서 '유통 빅3'(신세계 현대 롯데)의 초대형 오프라인 매장 출점 경쟁이 뜨겁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를 굳힌지 한참인 상황에서 이례적이고 난데 없는 현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유세때 "전국 어디에나 많은데 유독 광주에만 없다"며 복합쇼핑몰 유치를 공약한 지 불과 6개월 만의 일이다. 지난달 초 현대백화점이 미래형 문화복합몰 개발 구상을 밝히면서 테이프를 끊었다. 현대는 북구 일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부지에 '더현대 광주' 출점소식을 전했다. 서울 여의도의 '더현대 서울'에 버금가는 대규모 미래형 문화복합몰을 짓겠다며 의욕을 불태우는 중이다. 단순 유통소매점을 넘어 특급호텔, 프리미엄 영화관 등을 갖춘 엔터테인먼트형 쇼핑몰이라는 게 현대백화점의 설명이다. 2만2000개 일자리 창출효과도 기대했다. 현대의 선공에 어제 신세계가 맞불을 놨다. 쇼핑·문화·레저·엔터·휴양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체류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어등산 부지에 짓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300여개 유명브랜드 입점은 물론이고 워터파크,체험형 스포츠시설 등도 갖출 예정이다. 기존 광주신세계 백화점 역시 '광주신세계 아트 앤 컬처 파크'로 대폭 확장된다. 스타필드 3만명,컬처 파크 5000여명의 직간접 고용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 공룡' 롯데쇼핑 역시 광주 복합쇼핑몰 전쟁에 뛰어들 채비를 끝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5대 광역시인 광주에 복합쇼핑몰 하나가 없어 뒤늦게 난리법석을 떠는 민망한 장면은 '삼류 정치'의 결과다. 복합쇼핑몰은 분명 경제 문제이지만 광주에
포스코가 협력업체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날벼락 같은 대법원 판결이 엊그제 나왔다. 대법원은 도급, 파견, 지휘체계 같은 복잡한 용어와 법리로 판결을 설명했다. 요약하면 협력사 직원들을 사실상 ‘파견근로자’처럼 부렸기 때문에 파견법에 따라 직고용 의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그러나 무슨 법리를 들이대더라도 하청회사 근로자들을 직원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 자영업자에게 매장 알바를 직원으로 뽑으라고 강요하는 것만큼이나 난데없어서다. 하청회사 사장도 열심히 키워놓은 직원을 모두 뺏겨야 한다. 이런 비상식이 법의 이름으로 강제되는 건 ‘해석 오류’이거나 ‘악법’이거나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11년의 긴 재판 끝에 나온 대법 판결은 떼쓰기식 극한투쟁에 우리 사회가 잠식됐다는 증좌다. 거대노조는 ‘사내하청=불법파견’이라며 철탑에 오르는 등 지난 20여 년간 ‘불파 투쟁’에 역량을 쏟아왔다. 그런 와중에 자동차에 이어 철강업종에서도 민노총에 월계관을 씌워주는 일에 대법원이 발벗고 나선 격이다. 파견 근로자 보호를 위한 파견법은 사실상 정규직 전환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포스코가 하청근로자를 전부 직고용할 경우 추가되는 인건비만 연 2조~3조원이다. 자동차 제철을 넘어 조선(현대중공업) IT(삼성전자) 등에서도 같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파견이 원천 금지인데 하도급까지 막히면 원청·하청이 뒤섞여 협업하는 독일 일본 등과의 경쟁은 한계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산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이제 ‘불파 재판’은 이기기 힘들다는 무력감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정반
보여주기식 포퓰리즘 정책의 폐해가 끝이 없다. 문재인 정부 시절 시행된 무리한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여파로 한 청소근로자가 유명을 달리했다. 지난 주말 금융감독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정규직화로 근무강도 높아져 '과로사'금감원 청소근로자의 과로사 비극의 주인공은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년 7월 설립한 금감원 자회사 'FSS 시설관리' 소속 근로자다. 그는 금감원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청소를 서두르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겼지만 회복하지 못했다. 용역 고용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뒤 업무량이 늘어나면서 발생한 과로사로 추정된다. 정규직화에 따른 비용부담을 줄이려고 회사가 감원하는 바람에 근무강도가 훨씬 강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비정규직 제로'라는 비현실적이고 바람직하지도 않은 절대 목표를 세우고 밀어붙인 정책이 근로자 생명까지 위협중이라는 방증이다. 비정규직 제로는 문재인 정부의 '1호 정책'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식 이틀뒤 헬기로 인천공항공사으로 날아가 첫 외부일정을 가지면서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다. 당시 행사장에서 한 비정규 근로자는 '이제 희망이 보인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하지만 '비정규직=악' 이분법과 보여주기식의 무리한 정규직 전환을 두고 포퓰리즘 논란이 컸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자발적 플랫폼 노동자가 급증하는 판국에 시대착오라는 지적도 많았다. ◆불공정·부당해고·인재 구축,부작용 속출실제로 정규직화의 상징사업장인 인천공항공사는 지금껏 온갖 부작용 시달리고 있다. 비정
낙수효과와 부자 감세. 소위 ‘진보’가 시장주의 개혁을 비난할 때 조자룡 헌 칼 쓰듯 남발하는 양대 키워드다.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거대 야당의 반응 역시 한 치도 다르지 않다. 법인세율 인하(25%→22%) 계획에 대해 야당은 “또 철 지난 낙수효과 타령이냐”며 비아냥댔다. 있는 자만 위하는 ‘부자 감세’ 노력이 눈물겹다는 조롱도 보탰다.그러나 ‘낙수효과는 없고, 감세는 반서민적’이라는 인식이야말로 억지요 ‘뇌피셜’이다. 사과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처럼 투자 세계에서 낙수효과는 직관적으로 동의되는 명제다. 낙수효과의 존재를 확인한 논문도 수없이 많다. 어찌 보면 한국 경제의 기적 스토리 자체가 대기업이 앞장서고 중소기업이 동행해 만든 낙수효과의 누적 결과 아니던가.진보좌파 진영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낙수효과 실종’을 전제로 소득주도성장 전략을 주조한 홍장표 교수조차 실은 그 존재를 잘 알고 있다. 2015년 발표 논문에서 그는 “낙수효과는 정의상 존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단정하기까지 했다. ‘낙수효과는 없다’고 우긴 문재인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는 올 2월에도 청와대에서 주한 외국기업 간담회를 열고 참석한 CEO들에게 사의를 표하고 추가 투자를 독려했다. 낙수효과를 부정한다면 의미 없는 행보다.낙수효과가 명백하기에 감세정책도 정당하다. 감세가 투자와 GDP 증가를 부른다는 것은 최근 프랑스가 재차 입증했다.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 집권 5년 동안 법인세율을 33.3%에서 25%로 끌어내렸다. 그 결과 5년 성장률이 유럽 주요 5개국 중 최고가 돼 ‘유럽연합(EU)의 경제모범생’으로 대
2년 전 이맘때 강호의 최고수는 동학개미였다. 그들의 ‘미친 화력’에 코스피지수는 2020년 말 전인미답의 ‘3000 고지’를 밟았다. 1년 전 이즈음엔 주인공이 코인개미로 교체됐다. 코인 군단의 진격에 비트코인은 로켓처럼 치솟아 8000만원을 뚫었다.동학개미와 코인개미는 닮은 점도 많다. 동학개미의 ‘탈외세’와 코인개미의 ‘탈중앙’이라는 웅장한 슬로건부터 그렇다. MZ로 불리는 2030세대가 주축인 점도 닮았다. 둘이 이름만 다를 뿐 사실상 동일집단으로 불리는 이유다.너무 닮아서 쓰라린 것도 있다. 바로 외화내빈의 투자성적표다. 동학개미는 ‘증시 독립 선언’의 주역으로 기대를 받았지만 수익률은 바닥권이다. 어떻게 계산해봐도 외국인과 기관에 당한 것으로 나온다. 코인개미는 더 참담하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 들어서만 60% 폭락했다.이런 와중에 국내 개인의 1~5월 해외파생상품 거래가 5000조원을 넘었다. 한국 작년 GDP의 2.4배에 달하는 규모다. 투자 대상도 그나마 익숙한 미국 주가지수 선물·옵션을 넘어 미 국채, 원유, 금, 구리 등으로 다양하다니 더욱 놀랍다.해외파생투자의 주역도 MZ세대다. 2030세대가 해외파생투자로 몰려가는 것은 낮은 증거금과 높은 레버리지 때문이다. 1000만원의 기본예탁금이 필요한 국내 파생시장과 달리 위탁금이 100만원 미만이어도 투자가 가능하다. 투자 레버리지도 평균 20~30배로 엄청나다.문제는 성공한 투자자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제로섬의 냉정한 시장에서 정보가 부족하고 언어도 딸리는 개인이 이기는 건 당연히 바늘구멍일 수밖에 없다. 그런 탓에 지난 한 해 국내 개인은 4000억원의 해외파생투자 손실을 냈다.
"차기 대통령은 극한직업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이 문재인 대통령 시절 회자됐다. 경제 사회 외교 국방 어느 것 하나 성하지 않으니 바로 잡는 데만 5년 임기가 모자랄 것이란 얘기였다. 호사가들의 농반진반 '썰'이었지만 어느새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뒤치다꺼리' 과제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윤 정부 출범 한달도 안된 이달 초 터진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신호탄이었다. 파업계기가 된 '안전운임제 연장 여부'는 연초에 심층검토하는 스케줄이었다. 하지만 문 정부의 건설교통부와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손놓고 시간만 보내는 바람에 물류대란을 부르고 말았다. 국민 생활 체감도가 큰 전기요금 인상도 기정사실이 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어제 방송에서 "차일피일 미룰 수 없기 때문에 조만간 적정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무모한 탈원전 정책이 빌미가 돼 한전이 1분기에만 7조7869억원의 기록적 영업손실을 기록한 탓이다. 올 한해 영업손실은 무려 30조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올 만큼 비정상적인 경영을 정상화하려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부동산 시장도 후폭풍에 휩싸였다. 시장을 통제하는 '임대차 3법'이 2중·3중 가격을 만드는 바람에 올 여름 전세시장 대란이 예고됐다. 집값 상승에 편승한 무리한 '영끌 투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부실뇌관이다. 미친 부동산을 따라잡지 못한 2030세대는 그보다 접근이 쉬운 주식과 코인시장으로 몰려갔지만 역대급 가격 폭락에 망연자실이다. 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뇌관도 째깎째깎 작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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