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법대로’ 행보가 논란이다. 15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좌파 단체의 자택 인근 시위에 대해 “법에 따른 권리”라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에 “다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느냐”던 며칠 전 발언의 복사판이다.법이 정한 집회와 시위 기준을 지킨다면 문제 될 게 전혀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자유와 법치를 강조해온 소신에 비춰볼 때 당연한 반응으로 볼 수도 있다. 법률가 출신 대통령의 일관된 ‘법치 수호’ 의지로 평가해줄 여지도 있다. 지난 5년간 권력의 자의적인 법 적용에 시달린 한국적 상황에서 신선하고 용기 있는 발언으로 들리기도 한다.하지만 과격시위를 은근히 ‘방관’ 내지 ‘두둔’한 듯해 적잖이 놀라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소음에 시달리는 이웃 주민들로서는 상당히 당황스러울 것이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에 포함된다. 표현의 자유는 앙시앵 레짐(구체제) 붕괴 이후 모든 자유의 전제로 간주되는 핵심적 자유다. 공적 인물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데도 이견이 없다.그럼에도 대통령이 ‘만사법통’식의 기능적이고 형식적인 법치주의에 매몰돼 있지 않나 하는 경계심이 앞선다. 집회 시 한국의 주거지역 소음 기준은 85dB로 미국(60dB)보다 훨씬 느슨하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법 위반이 없으니 괜찮다’는 주장은 입법의 완전무결성을 전제하는 잘못된 접근이다.타락하기 쉬운 인간 본성과 잘못 결합한 법은 제도화한 폭력이다. ‘법대로’만 외친다면 지난 시절 횡행했던 거대 여당의 ‘입법 만능주의 폭주’를 비난할 근거도 희박해
1998년 월가에서 거대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파산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등이 설립한 LTCM은 파산 직전까지 압도적인 고수익으로 글로벌 투자업계를 뒤흔든 주역이었다. 파생금융상품 가격결정이론인 ‘블랙 앤드 숄즈’ 모델을 실전에 적용해 투자의 신세계를 열었다는 극찬을 받았다. 그러나 '러시아 모라토리엄'이라는 블랙스완이 닥치자 보유 중이던 러시아 채권은 휴지조각이 됐고, 1조50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부실이 발생했다. 금융공황 우려에 시장이 패닉에 빠졌을 때 구세주가 등장했다.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앨런 그린스펀이었다. 그는 과감하게 세달 연속 기준 금리를 인하했고, 돈의 힘으로 시장을 극적으로 안정시켰다. 금융사들에도 과감한 구제금융을 주선하며 빠르게 사태를 진압했다. 그렇게 ‘최종 대부자’의 존재감이 확인되자 ‘그린스펀 풋’이라는 말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가격이 폭락해도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인 ‘풋 옵션’처럼 자산시장 위기 시 그린스펀이 언제나 바닥을 든든하게 받쳐줄 것이란 신뢰였다. 그린스펀 풋은 '버냉키 풋'으로 이어졌다. 2006년 초 취임한 버냉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양적완화(QE)라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시장을 구원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증시가 40% 넘게 폭락하자 정책금리를 0%까지 내리고, 아낌없이 돈을 풀어 큰 반등장을 만들어냈다. 미국 중앙은행의 이런 행보는 '페드 풋'이라는 일반명사를 탄생시켰다. 위기 시 중앙은행이 등장해 투자자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신조어다. 버냉키의 후임 재닛 옐런 의장 시대에
인플레이션이 40년 동안의 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걸핏하면 ‘I가 온다’며 호들갑을 떨지만 근 100년 사이 진짜 인플레이션은 세 차례에 불과했다. 제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그리고 오일쇼크 때다. 물론 ‘구조적인 장기 물가상승’이라는 정통적 기준으로 그렇다는 말이다.요즘 미국과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나란히 8%대까지 치솟았다. 미국은 40년 만에, 유로존은 통계 집계(1997년) 이후 최고치다. 이 추세가 고착화한다면 우리는 네 번째 인플레와 마주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인플레는 세상 질서를 바꾼 트리거였다는 점에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나치즘은 인플레이션의 사생아’라는 주장이 정설이고, 재스민 혁명으로 유명한 10여 년 전 ‘아랍의 봄’도 식량가격 급등에서 촉발됐다.사실 현대 경제학은 인플레를 통제 가능한 ‘마이너 변수’로 봐왔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전설 폴 볼커 전 의장이 ‘무자비한 금리 인상’이라는 특효약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의장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연초까지 “인플레는 일시적이며, 우리는 대응수단을 갖고 있다”고 자신했던 것도 그래서다.그렇게 ‘손쉬운 상대’인데 어쩌다가 통제불능을 걱정하게 됐을까. 글로벌 공급망 훼손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많이 꼽지만 더 본질적인 이유는 ‘싸구려(schlock) 경제학’의 범람이다. 싸구려 경제학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루카스 교수가 오바마 정부의 재정 퍼붓기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꺼내든 용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8500억달러의 사상 최대 부양책을 내놓는 등 임기 내내 ‘
"안녕하신가, 이상 끝(Hello,period)"'김정은에게 보낼 메시지가 있느냐'는 언론 질문에 방한중이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이례적인 초간결 답변이다. 북한이 변하지 않으면 당근책은 물론이고 일체의 대화도 없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다. 김정은의 편지를 '러브레터'라 자랑하고 대화에 목매던 전임 트럼프 대통령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른 반응이다. 아무리 폭압적인 독재국가라지만 협상상대방 국가의 최고지도자에 대한 무시와 무례의 정서가 한가득이다. ◆윤석열·바이든 입에서 동시에 나온 '끝' '김정은과의 만남에 전제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바이든은 "그가 얼마나 진실하고 진지한 지에 달려 있다"고 일축했다. 지금 같은 태도로는 어렵다는 의지가 전해진다. 김정은을 무시 또는 방치하는 듯한 바이든의 발언들을 듣고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미국대사는 "오바마 정부 때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놀랍도록 닮았다"고 평가했다. 전략적 인내란 적극적인 협상도 적극적인 압박도 취하지 않으면서 북의 붕괴를 기다리는 다소 소극적인 북핵 전략을 일컫는다. 하지만 '핵에는 핵'이라는 한미공동성명을 내놓고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바이든의 행보는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와는 구별된다. 군사적 옵션과 액션플랜을 구체화한 것을 보면 전략적 인내라기보다 전략적 압박 단계로의 이행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CNN 인터뷰에서도 결연한 의지가 읽힌다. 취임 후 가진 첫 언론인터뷰에서 윤 대통령도 "북한을 달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며 바이든처럼 '끝'이라는
혁명은 ‘반항’이자 ‘부정’이다. 잔혹했던 문화대혁명의 구호는 조반유리(造反有理)였다. ‘모든 반항은 옳다’는 뜻이다. 마르크스 역시 “존재하는 모든 질서를 부정하라”고 했다. 반항과 부정이 선이기에 자식이 부모를, 제자가 스승을 고발하고 단죄하는 패륜이 쏟아졌다.문재인 정부 5년도 혁명 시기에나 볼 법한 부정과 반항으로 점철됐다. ‘촛불’이라는 의사(疑似)혁명에 무임승차한 정권의 예정된 궤도 이탈이었다. 수백년 축적의 산물인 선험적 지식과 가치를 앞장서서 뒤집은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임기 초부터 “일자리는 민간과 시장이 만드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라”는 신박한 이론을 제창했다. 그러고는 ‘공공 알바’에 재정을 퍼붓는 유치한 정책으로 5년 내내 고용통계를 분식했다. 오랜 국가채무 비율 마지노선 40%도 “설정 근거가 뭐냐”며 ‘홍백기’를 쏘아보는 것으로 단박에 무너뜨렸다.문명국 최후의 보루인 사법 시스템마저 부정됐다. 대법원이 만장일치로 유죄 판결한 ‘한명숙 사건’을 법무부 장관이 나서서 흔들었다. 조국 일가의 파렴치한 사모펀드·사학 범죄와 기상천외의 입시비리 판결에는 판사탄핵 운동까지 벌였다. ‘표창장 한 장에 온가족을 도륙하느냐’는 물타기는 지금도 끝이 없다.전복적 사고는 외교·안보도 망가뜨렸다. 문 전 대통령은 혼밥을 먹어가며 “중국몽이 전 인류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폭압적인 중국 공산당의 세계 제패 야망을 응원한 한국에 돌아온 것은 자유진영의 왕따였다. ‘북은 핵 폐기를 원하고 있고, 북핵은 한국을
오늘로 막내리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역대 최장수 장관이 5명이나 배출됐다. 문 정부 순장조가 된 홍남기 기획재정부장관, 유은혜 교육부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장관, 그리고 2020년 말에 물러난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주인공이다. 나머지 1명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인데, 그가 세운 최장수 기록은 후임 문 장관에 의해 곧바로 깨졌다. 한 정부에서 5명의 최장수 장관이 배출된 것은 좀처럼 깨지기 힘든 기록일 것이다. 정책일관성을 위해 오래 재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지만, 문 정부 최장수 장관들의 행적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점을 절감하게 된다. '최장수'라는 이정표를 세웠지만 '최무능'으로 봐도 무방한 이들이 많아서다. 2018년말 취임한 홍남기 장관은 1200일 넘게 일하며 윤증현 장관(842일)의 기존 최장수 기록을 압도했다. '홍두사미' '홍백기'라는 멸칭이 말해주듯 홍 장관의 임기는 청와대와 여당의 막가파식 재정확대 요구에 굴복한 데 따른 보상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 홍 장관은 지난주 열린 이임 기자간담회에서는 "국가채무의 절대 규모는 양호하지만 채무 비중이 올라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각별히 경계심을 주문했다. 거의 허무개그수준 아닌가. 3년 6개월전 전임자로부터 38%로 넘겨받은 국가채무비율을 50%까지 수직상승시킨 주역이 이제와 '가속'을 걱정하는 모습에 할 말을 잃게된다. 역대 정부가 오래동안 마지노선으로 지켜온 '국가채무비율 40%' 마지노선을 "근거가 뭐냐"는 대통령 질책 한마디에 포기해버린 일은 까먹은 것인지.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2018년 10월 임명돼 무려 43개월을 재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파동을 겪으며 의회 독재, 입법 쿠데타라는 말이 회자된다. 국회는 74년 역사의 형사사법제도와 체계를 한 달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손바닥 뒤집듯 해버렸다. 주권자인 국민이 배제되고, 정해진 절차가 생략되고, 헌법 정신이 훼손된 날림·부실 입법이다. 고도로 훈련되고 제도적 권한을 부여받은 전문가에 의한 권력 비리와 부패 수사는 이제 물건너갔다. 국민이 유사시 ‘적법 절차’에 따라 충분한 수사 서비스를 제공받는 일도 어려워졌다. 검찰·법원에 의한 ‘사법적 통제’라는 근대형법의 수사 원칙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어서다. 상식도 염치도 없이 ‘의원 머릿수가 정의’라고 강변하는 제왕적 입법부가 나라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참을 수 없는 입법의 가벼움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입법 강행을 결정한 건 지난달 7일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오른팔이라는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 의혹’에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린 바로 그날이다. ‘친정권 성향’의 서울중앙지검장이 지휘한 2년간 수사에서도 혐의가 나오지 않자 검언유착을 맹비난해온 민주당은 사과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하지만 순식간에 ‘봐주기 수사’ 프레임을 내걸더니 검수완박 역공을 펼쳤고, 그로부터 한 달도 안 돼 입법이 완료됐다. 공청회 한 번 없이 번갯불에 콩 볶듯 끝내버린 기막힌 즉흥 입법이다. 불과 1년 전에 시작된 검경수사권 조정도 ‘낙제점’이라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는 터다. 그 부작용을 모르쇠하고 수사권 조정의 끝판왕 격인 검수완박으로 폭주한 건 어떤 명분을 붙여도 정당화하기 힘들다.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대출을 둘러싼 새 정부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급증을 막는 일이 시급하지만 코로나로 고통받은 국민이 쏟아지는 마당에 무작정 조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역·주택·가격별로 20~70%로 차등적용 중인 LTV(주택가격 대비 대출비율)를 70%로 상향하겠다고 대선기간 중에 공약했다. 청년·신혼부부 등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게는 이 비율을 80%까지 높여주겠다고도 했다. 새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한 호응은 크다. 최근 한 설문 조사에서는 대출완화가 새 정부 출범 후 가장 기대하는 부동산 공약으로 꼽히기도 했다. 인수위가 최근 대출규제 대폭 완화 방침을 시사한 배경이다. 하지만 이런 인수위의 행보는 만만찮은 반대를 뚫어내야 한다. 특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강력한 장벽으로 부상했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에서 "그간의 대출 규제 강화는 가계부채 증가 억제에 기여하는 효과가 작지 않았다"며 "정책적 노력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 방침에 반대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미시적 대출 완화정책이 확대돼 가계부채 증가 속도에 영향을 주게 되면 물가안정, 금융안정 등에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력의 이 후보가 금융
“곳간 열쇠로 열어봤더니 밑에 싱크홀이 있고, 그걸 살짝 덮어놨더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엊그제 터진 탄식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부동산, 코로나, 재정이 전부 폐허”라며 긴 한숨을 보탰다. “국가신용 유지가 한계에 와 있다”며 홍남기 부총리가 두 달 전 국회에서 ‘깜짝 실토’한 장면의 강력한 데자뷔다.싱크홀, 폐허, 한계…. 섬뜩하고 막막한 단어의 등장은 ‘결국 올 것이 오고 있구나’라는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공포의 근저에는 감당 불가 지경의 나랏빚이 자리한다. 2017년 660조원이던 국가부채는 올해 최소 1076조원으로 치솟는다. 2018년 35.9%였던 국가채무 비율도 올 연말 50%대 진입을 예약했다. 1993년 43%에서 불과 7년 만에 100%를 넘어선 일본, 30%대에서 12년 만에 100%대로 직행한 그리스 못지않은 가속도다.‘자본주의 모범국’ 한국 경제가 싱크홀 아래로 추락하는 그림은 상상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불가능의 영역은 아니다. 지금까지 제시된 가능성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구조화된 내재적 모순이 누적돼 노동자 폭동이 터지는 경우다. 마르크스가 떠들어 익숙한 이 시나리오는 엉터리로 판명났다.안심은 이르다. ‘진짜 천재 경제학자’ 슘페터가 제시한 더 강력한 시나리오가 남아 있다. 꽤나 놀랍게도 슘페터 역시 자본주의 종말을 예견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종말에 이르는 반전 과정이다. 그는 ‘자유’를 옹호하는 덕성 덕분에 자본주의는 눈부신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성공 동력인 바로 그 넘치는 자유에 기생하는 반(反)자유적 선동가들의 득세를 막지 못해 결국 사회주의로 이행하고 말 운명이라고
오늘부터 사적모임 제한인원이 10명으로 확대되고,식당 카페 등의 영업시간은 밤 12시까지로 늘어났다.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거리두기 핵심 규제들이 거의 모두 해제된 셈이다. 치명률이 낮기 때문에 충분히 감당할수 있다는 게 방역당국 설명이다. 철저한 거리두기로 감염자를 억제해 온 정책이 불과 한두달 만에 정반대로 뒤바뀐 점이 몹시 당혹스럽다. 감염폭증 사태에 대한 방역당국의 입장은 종잡을 수 없다. 사태 초기에는 반성하며 몸을 낯추더니 지금은 "치명률이 낮아 문제될 게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비판 여론을 '정치적 공격'이라며 역공하는 감정적 대응도 너무 잦다. 오락가락 입장 자체가 불분명하지만, 방역당국은 '위드 코로나'를 위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듯 하다. 하지만 ‘위드 코로나’를 위한 사전준비가 너무 엉성했다는 점에서 방역실패에 대한 핑계와 변명에 과하다. 예방접종 등을 통해 코로나19 발생 이전으로 일상 생활을 대다수 영위하는 형태인 위드코로나에는 필수 전제조건이 있다. 그 핵심은 치료제 확보와 의료 체계의 안정성 유지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위드코로나를 위해선 “감염과 전파 억제를 최적화하는 전략을 구현해야 한다”고 설명한 대로다. 지금 우리 의료 현장은 난리통이다. 감염자는 방치돼 각자도생중이고 의료진은 번아웃 상태다. 감염돼도 숨기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샤이 코로나' 현상도 만연해있다.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씨가 마른 것은 물론이고, 중증 환자가 병상을 찾아 헤매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요양병원 등 고위
정부가 지겹도록 자랑해 온 K방역의 말로가 기가 막힌다. 한국이 인구대비 코로나 확진자 비중에서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1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기록중이다. 우리나라의 인구 1백만명당 확진자는 18만2563명(20일 0시 기준)이다. 아시아의 방역후진국으로 회자되온 일본(4만8182명)의 4배,인도(3만650명)의 6배다. 대만(917명) 중국(90명)과 비교하면 각각 199배와 2028배다. '이게 실화인가' 싶을 정도의 참혹한 성적표다. 하루 확진자 수에서 연일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어 지표 추락은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지난 20일 신규 확진자는 33만 4708명으로 아시아 전체 확진자(41만1745명)의 80.2%를 휩쓸었다. 쉬 깨지기 힘든 대기록(?)이다. 한국 확진자의 아시아 비중은 19일과 18일에도 각각 54.0%, 53.1%에 달했다. 정부는 '낮은 사망률'을 제시하며 여전히 "잘 관리되고 있다"지만, 현실호도에 불과하다. 확진자가 워낙 쏟아지다보니 20일 하루 사망자만 327명으로 아시아 전체 사망자(711명)의 46.0%에 달한다. 중국 인도 일본 등 인구대국보다 한국 사망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인구 1백만명당 누적사망자는 242명으로 일본(215명) 대만(36명) 중국(3명) 등 아시아 주요국중 1위다. '과학 방역'을 팽개치고 '정치 방역'으로 치달은 자업자득이다. 확진자 폭증 국면에서 방역 완화의 가속 페달을 밟는 정부 대응은 방역포기 선언처럼 비친다. 유행의 정점이 확인된 뒤에 하는 것이 상식적 판단인데, 왜 이리 서두르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중증화율과 사망률이 낮기 때문에 일상회복조치가 가능하다는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하루에 200~400명씩 죽어나가는 상황을 감안하면 무책임하다
발효 10주년(15일)을 맞은 한·미 FTA의 성과를 따지는 것은 이제 입 아픈 일이다. 모든 데이터가 나라를 뒤엎을 기세였던 반대운동가들의 주장과 정반대다. 10년 동안 대미 수출 증가율은 전체 수출 증가율의 3배다. ‘미국산에 밀려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던 농축수산물도 외려 대미 수출이 82% 급증했다.“나라가 망할 것”이라던 저주는 모조리 빗나갔다. 현직 판사까지 가세해 ISD(투자자-국가 소송) 조항을 “사법주권 박탈”이라며 거품 물었지만 지독한 편견으로 판명 났다. ISD 소송은 10년 동안 3건에 그쳤고, 3건 모두 사법주권 훼손과는 단 1g도 관련 없는 합리적 쟁송이다. 서민 삶이 파괴되고 양극화가 극심해질 것이라던 겁박도 선동에 불과했다. 협정 발효 직전 8.3배였던 ‘5분위 배율’(상·하위 20% 집단 간 소득 격차)은 5년 뒤 7.0배로 크게 개선됐다.지난 10년의 변화는 한국 진보경제학의 파산을 고하고 있다. 한·미 협상 시작 한 달 만인 2006년 7월 이른바 진보경제학자 171명은 “FTA가 큰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는 반대성명을 냈다. “나라 주권보다 미국 자본의 무한자유를 상위에 둔 불평등 협정”이라고 규정했다. 경제학자들의 이런 견해는 당시 달아오르던 반대운동에 기름을 퍼부었다.교역은 ‘제로섬’이 아니라 ‘윈윈’ 게임이라는 ‘비교우위론’은 여태껏 한번도 반박되지 않은 이론이다. 일종의 경제학 절대법칙을 부정하고 검증 안 된 가설에 의존하는 비(非)과학을 반복하는 한, 진보진영의 실패는 필연일 수밖에 없다.‘FTA 전투’에서 부끄럽게 패퇴했음에도 ‘K진보경제학’의 준동은 더 극성이다. 일
궤변과 말장난은 일반적으로 비민주적 전제국가의 전유물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중단해야만 러시아가 군사작전을 중단할 것"이라는 엉뚱한 발언을 늘어놓은 데서도 잘 확인된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 유치한 말장난과 궤변이 풍년이다. 중안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코로나 확진자들이 직접 투표함에 기표용지를 넣겠다고 난동을 부렸다'고 했다. 선거 부실관리에 항의하는 주권자들의 행동과 요구를 '난동'으로 매도한 것이다. 노정희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역시 일파만파인 부실·부정선거 의혹에 책임자로서 마땅히 해야할 사과가 실종이다. 당황스러울 정도의 비상식적 발언은 문재인 정부를 읽는 핵심 코드다. 청와대는 미국의 역외통제(해외직접제품규칙·FDPR) 면제국에 뒤늦게 한국이 포함된 사실을 해명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사의를 표했다'고 오히려 자랑했다. 지난달 발표된 32개 면제국리스트에서 한국이 빠진 뒤 이달 1일 국정연설에서 한국을 대러 제재 동참국가로 언급한 점을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나서서 '사의 표시'라며 자랑한 것이다. 미국의 FDPR 규제 발표직전 한국은 "러시아에 대한 독자제재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워싱턴 정가에서 "한국의 소심하고 미온적인 접근은 부끄럽고 어리석은 것"이라는 노골적 불만이 터져나왔다. 결국 제제 불참을 천명한지 나흘 만인 지난달 28일 한국은 러시아에 대한 금융·수출제재에 동참한다는 입장을 냈고, 후속 협상을 통해 FDPR 면제국에 포함됐다. 외교 참사는 뒤늦게 땜질했지만 우방과 자유
한국이 '뒤에서 세계 1위'에 오르는 최악 기록이 쏟아지고 있다.24일 아침에만 2개의 '최악' 뉴스가 전해졌다. '아이를 가장 적게 낳고, 가장 늦게 낳은 나라'가 첫번째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합계출산율(만 15~49세 여성 한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은 0.81명으로 OECD 최하위다. 합계출산률 1 이하도 왠만해선 보기 힘든 상황에서 0.81은 상상초월의 대기록으로 꼽힌다. 통상 개발도상국의 출산율이 선진국보다 높은 점은 감안하면 '세계 최저'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38개 OECD회원국 합계출산율은 1.61명으로 우리나라의 2배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 심각하다. 서울은 0.63명으로 전쟁기가 아니라면 보기 힘든 저출산율을 기록했다. 작년 한해 태어난 신생아는 26만500명으로 역대 최저다. 20년 전인 2001년(55만9934명)의 절반, 30년 전인 1992년(73만678만명)의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0.7명대로 예상된다. 지난해 결혼 건수가 처음으로 20만건 아래로 떨어졌고, 첫째 아이 평균 출산연령도 32.6세로 OECD평균인 29.3세보다 3살 이상 높아져서다. 두번째 최악 기록은 코로나 감염자 수다. 22일 하루 확진자는 17만1452명으로 미국(6만1863명) 영국(4만1130명) 일본(6만6373명) 프랑스(9만7382명) 등 확진자 폭증국으로 회자된 나라를 모두 제쳤다. 인구 100만명당 감염자수로 보면 한국이 3342명으로 2위 독일(2640명)을 크게 앞선다. 미국은 300명으로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고, 이웃 일본도 551명으로 완연한 진정세다. 다방면에서 모범국이던 한국의 이름이 '세계 최하위국'에 오르내리는 건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영끌'
외환위기가 ‘눈물의 비디오’로 기억되듯 코로나 팬데믹 비극의 상징 장면은 ‘눈물의 삭발식’이다. 자영업자 299명이 엊그제 연 광화문 집회도 그랬다. 눈물 반, 분노 반이었다. “단 2년 만에 제 인생의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나라에서 문 닫으라면 닫고, 기다리라면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 손에 남은 건 명도소송장과 압류독촉장뿐입니다.”눈물의 삭발식 후 그들은 “이제 법을 지킬 수가 없다”며 ‘24시간 영업투쟁’을 선언했다. 국가에 대한 저항 선언이다 .들끓는 절규 속에 자영업 지원 추경이 추진되고 있지만 난항이다. 여야는 정부가 제안한 ‘14조원으로는 어림없다’며 35조·50조원의 천문학적 지원을 공언했다. 하지만 스스로 정한 통과시한 14일이 훌쩍 지났고, 이제 대선 이전 통과 여부도 불투명해졌다.난항 배경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국고 부족’이다. 직전 정부에서 36.0%로 물려받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오랜 마지노선이던 40%를 단숨에 뚫었고, 올 연말엔 50% 돌파가 확실시된다. 가속도는 더 아찔하다. 향후 5년간 국가부채 증가율 예상치는 연 5.4%(국회예산정책처)로 38개 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다.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 우려에 벌써 국채금리까지 급등세다. ‘책임지고 더 많이 퍼주겠다’던 정치꾼들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이유다.나라 살림을 불과 몇 년 만에 거덜내 ‘자영업 딜레마’를 키운 주범은 두말할 필요없이 청와대와 거대 여당이다. 문재인 정부가 쌓은 빚은 직전 3개 정부(노무현·이명박·박근혜) 부채 합계에 육박한다. ‘어버이 정부’를 자처하며 ‘관제 알바’를 양산하
지난달 27일 발효돼 보름여 시행한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자 뿐만 아니라 뜻밖에 근로자에게도 위험요인으로 부상중이다. 기업들이 건강문제로 근로자의 채용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과실이 없어도 기업과 기업주를 처벌하는 방향으로 중대재해법이 과잉입법되는 바람에 사고발생 확률이 높은 근로자의 채용을 꺼릴수 밖에 없다는 게 기업들의 입장이다. 건강이 취약한 지원자를 뽑은 뒤 사고가 발생하면 최고경영자가 형사처벌 받을 개연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급팽창하는 플랫폼 노동시장에서 이런 기류가 두드러진다. 육체 노동이 많은 유통·물류·택배회사들은 채용시 지정병원에서의 건강검진을 의무화하고 기저질환자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나온다. 직업병 소견자를 사전에 걸러내는 새 '채용지침'을 마련하고, 건강검진때 ‘재검’정도만 나와도 바로 불합격시키는 회사도 등장했다. 특히 중장년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근로자들에게 중대재해법이 중대한 취업장벽이 되고 있다. 병력(病歷)이 있거나 건강에 조그만한 이상조짐이라도 있는 고령의 근로자를 채용대상에서 원천배제하려는 분위기가 만만찮다. 모호한 조항 탓에 어떤 경우에 처벌되는 지에 대한 명확성이 떨어지는 점이 소극적 채용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중대재해 발생시 고의 유무와 상관없이 경영자를 형사처벌하는 과잉입법의 유탄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 자구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게 기업들의 설명이다.신입 뿐 아니라 기존 직원들도 중대재해법의 유탄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다. 오래전 병력을&nb
서울고등법원은 사법부 내에서 상징성이 남다른 법원이다. 대법원을 빼고 나면 가장 중요한 법원으로 꼽힌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수원에 설치된 전국 6곳의 항소심(2심) 법원중 한 곳이지만, 언론에 오르내릴 만한 주요 사건의 판결을 도맡다시피하고 있어서다.서울고법은 서울·인천·경기·강원권의 항소심을 관할한다. 그러다보니 어제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이 내려진 정경심 교수나 김경수·드루킹 등 굵직한 사건의 2심은 거의 서울고법을 거쳤다. 경제계를 뒤집어놓은 통상임금 소송 2심도 대부분 서울고법에서 나왔다. 사법부내 서울고법의 지위가 권력형 비리 사건,대형 경제 사건 등의 수사를 주도하는 서울중앙지검이 검찰 내에서 갖는 위상과도 비견되는 이유다. 그런데 서울고법에서 이른바 '진보 판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져 사법신뢰를 훼손하고 있다. 대법원은 며칠전 '2022년도 고위법관 인사'에서 서울고법에 배치된 8명의 신임 고법판사중 절반인 4명을 우리법연구회와 그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임명했다. 두 단체 출신은 전체판사의 15%에도 못 미친다는 점에서 심각한 편향이다.우리법과 인권법 판사들은 '진보적 세계관'을 재판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주관적 성향이 두드러진다. 편파성과 정치성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가 잦을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최종 상고심(3심)을 담당하는 대법원은 진보 판사들에 이미 장악된 상태다. 14명의 대법관중 절반인 7명이 뚜렷한 진보성향 판사들로 채워졌다. 김명수 대법원장부터 우리법과 인권법에 모두 관여한 인물로, 진보판사의 시초격이다. 박정화·노정희·이홍구 대법
요즘 세상에 공산주의자가 어디 있겠나. 시진핑도 김정은도 공산주의자가 아니다. 공산주의의 목표는 “개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만인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 되는 아소시아시옹(연합) 형성”(《공산당 선언》)이다. 이런 고매함을 단 1g이라도 간직한 공산주의자는 멸종된 지 오래다. 모두 권력을 위해 혁명을 파는 전체주의자일 뿐이다.그런 점에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멸공’ 투쟁은 의미심장하다. 그의 #멸공 해시태깅은 쇠락한 공산주의와의 대결 선언이 아니다. 몰상식이 압도하는 공산권에서나 볼법한 코미디 같은 일이 넘치는 한국 사회에 대한 저항이다. 한국에서 사업하는 ‘죄인’인 탓에 강요당하는 침묵을 끊고 B급 언어를 활용한 기발한 메시지 발신이다. 중국 관리가 “소국이 감히 대국에…”라고 모욕해도 항의 한마디 못했다는 기사를 ‘멸공’ 태그한 데서 잘 드러난다. '멸공'이 입증한 몰상식 세상정 부회장은 상식을 말했지만 사태는 비상식으로 흘렀다. ‘멸공’은 다 죽이자는 야만이고, ‘난 공산당이 싫어요’는 혐오 조장이라는 대깨문식 삼류 논법이 판친다. 상식의 언어인 ‘멸공’마저 금기어가 되다시피 하는 어이없는 결말을 맞았으니, 희대의 코미디 아닌가.요즘 한국은 실로 코미디 천국이다. ‘용진이 형’ 코미디가 끝나자 ‘건희 누님’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공중파 TV가 검증을 빙자해 야당 대선 후보 배우자의 사적 발언을 탈탈 터는 방송을 감행한 것이다. 특정 성폭행 피해자에게 공개적으로 ‘n차 피해’를 입히는 기막힌 일도 감행했다. 방송 후 의외로 ‘걸 크러시’
검찰 손발 묶고 '특사경'으로 자본시장범죄 막을 수 있나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자본시장관련 대표정책은 특별사법경찰(특사경)제도 확대다. 증시 사기꾼들을 퇴출시켜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며 기회있을 때마다 특사경 강화를 외친다. "특사경이 현재 20여명인데 20배는 늘려서 500명은 돼야 한다" "특사경을 수백명으로 늘려 주가조작이나 펀드사기는 꿈도 못 꾸게 해야한다"는 식이다. 여당 대선후보의 관심을 반영해서인지 금융위원회는 1분기 중에 특사경 규모를 16명에서 31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두 주 전에 발표했다. 자본시장 특사경은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 등의 불공정거래 범죄 수사를 목적으로 2019년 7월 출범한 조직이다. 특사경은 압수수색, 통신조회 등의 수사권을 특혜 부여만는 만큼 금융위원회 공무원과 금융감독원 직원을 대상으로 극히 제한적으로 지명한다. 따라서 '특사경 500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마도 이 후보가 한국거래소의 '불공정거래 상시감시' 등을 특사경 업무로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 불공정 거래 행위 근절은 당연한 방향인데도 여당 대선 후보의 '특사경 20배 확충 공약'은 씁쓸하다. 전문성을 갖춘 특수수사 검사들로 구성된 서울 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여당이 전격 해체한 게 불과 2년 전 일이어서다. 합수단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를 축소하고 2015년에 설치한 전문수사조직으로 큰 성과를 거둬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다. 하지만 2020년 1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은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가 검찰개혁"이라면서 느닷없이 합수단을 해체
‘노벨 정치경제학상’이 있다면 단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몫이 아닐까 싶다. 이 후보는 지난주 서울대 경제학과 강연에서 “경제는 진리나 과학이 아니라 정치”라고 일갈했다. 또 자영업자들 앞에서는 ‘국가부채 낮추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기획재정부 관료집단을 질타했다.경제 석학인 듯 종횡무진 펼치는 이 후보의 ‘정치경제학 썰’은 파격으로 가득하다. 서울대 강연에선 기초노령수당을 지급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기본소득 최초 주창자로 지목했다. 기초노령수당은 ‘부분 기본소득’이고, 전 국민에게 확대하면 ‘보편 기본소득’이 된다는 기막힌 삼단논법이었다. ‘횡단보도가 있는 차도는 인도’라고 우기는 것과 같은 논리 비약이다. 물론 ‘부분 기본소득’이라는 말부터 ‘동그란 네모’처럼 성립 불가능한 형용 모순이다. 도발과 이단의 경제철학뒤통수를 때리는 듯한 도발도 넘친다. 이 후보는 대출 시 ‘저신용자에게 저금리를, 고신용자에게 고금리를 받는 게 정의’라고 했다. 금융회사들의 사업목적은 ‘이윤’이 아니라 ‘복지’와 ‘자선’이어야 한다고 강변한 셈이다. “국가부채나 개인부채 같은 빚이 무조건 나쁘다는 건 바보 같은 생각”이라고도 했다. 다른 나라가 진 빚은 나쁜 빚이지만 한국이 낸 빚은 좋은 빚이라는 식의 ‘내로남불 끝판’이다.국가 재정에 대한 생각은 두려우리만치 이단적이다. 그는 ‘국가부채 100%를 넘어도 문제 될 게 없다’ ‘개인부채는 못 갚으면 파산하지만 국가부채는 이월하면 그뿐’이라고 했다. 속칭 ‘
놀랍고 고무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엊그제 나왔다. 무려 10명 중 8명이 전 국민 지원금 추가 지급에 반대했다. 5명은 아예 ‘지원금이 불필요하다’고 했고, 3명은 ‘취약계층에만 주자’고 했다. 100만원(4인 가족 기준) 정도의 공돈이 생기는데도 찬성은 22%에 그쳤다. 놀라운 민의에 경외감마저 든다. 다른 여러 여론조사도 대동소이하다. 더 이상 안 먹히는 궤변과 선동거대 여당은 대선후보까지 나서서 “국가부채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낮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바람을 잡았다. 하지만 국민은 텅 비어가는 나라 곳간 사정과 ‘용돈 경제’의 작동 불가능을 이미 깨치고 있었다. 다소 과장해서 해석해보면, 궤변의 시간이 끝나고 진실의 순간이 도래한 느낌이다.돌아보면 작년 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의 1심 재판이 큰 분수령이었다. 당시 임정엽 부장판사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며 4년 징역형을 내렸다. 단 한 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에게 불리한 법정 증언을 한 증인들을 거짓말쟁이로 비난까지 한 정 교수의 허위와 부도덕을 직격했다.지난여름의 김경수 경남지사 ‘드루킹 댓글’ 재판도 진실투쟁이었다. 애초 법조계는 이 사건을 판사가 봐주고 싶어도 봐줄 수 없는 ‘빼박 재판’으로 봤다. 증거가 가리키는 사실들이 워낙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권 실세’는 “진실의 힘을 믿는다” “진실은 제자리로 돌아온다”며 끝까지 진실 타령을 했다. 여당과 소위 ‘진보네트워크’의 총공세에도 이동원 대법관은 소신 판결로 진실을 확정했다.이런 변화가 오기까지
이재명 경기지사는 국민을 세뇌하려고 작정한 듯싶다. 그제 국감에서도 ‘본질은 단군 이래 최대 환수’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모든 증거와 정황은 대장동 미니신도시가 ‘민관합동 도시 개발’이 아닌 ‘민관합동 서민 약탈’임을 가리킨다. 원주민과 지역주민, 수만 명의 입주민에게 귀속돼야 할 막대한 이익을 가로챈 토건세력에 관(官)이 판을 깔아준 모양새다.임대아파트 의무건축비율(25%)이 4분의 1로 쪼그라든 게 그 증표다. 성남의뜰처럼 공공시행사 지분이 50%를 넘으면 도시개발법에 따라 임대주택을 25% 이상 넣어야 한다. 하지만 여러 편법으로 임대 비율은 6.7%까지 내려갔다. 지방자치단체의 재량권 남용과 고의가 의심되는 임대부지 유찰을 거쳐 1000가구가 넘는 임대주택이 대거 일반분양으로 전환됐다. 서민 주거복지를 희생시켜 설계집단의 주머니에 막대한 현금을 꽂아준 결과다. 서민 몫이 설계자들 주머니로대장동 원주민들도 피눈물을 삼켰다. 행정력을 동원한 밀어붙이기에 땅을 시세의 절반값에 넘겨야 했다. 낮은 수용가에 반발해 소송한 이들이 모두 승소한 데서 공공의 폭력성이 잘 드러난다. 고가에 분양받은 입주민도 모두 피해자다. 지자체가 인허가를 해결하고, 고가 분양 길을 터주니 화천대유의 ‘돈 쓸어담기’는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단군 이래 최대인 5503억원 공익환수’ 주장도 영 민망하다. 환수 내역을 보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받은 사업배당이익(1822억원)과 공원·도로·터널 공사 등 도시기반시설사업 부담액이 전부다. 배당금 1822억원은 최대 골칫거리인 토지 매입 문제를 해결해주는 등 핵심 역할을 수행한 데 따
논쟁 수준에 머물던 기본소득제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경기도는 내년부터 면단위 지역 한 곳을 선정해 농촌기본소득을 시범실시키로 했다. 소득·자산·노동 유무와 상관없이 전 주민에게 월 15만원(연 18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실험에 착수한 것이다. 시범마을은 26개 경기도내 면을 대상으로 공모해 내달 선정할 예정이다. 성공적이라고 판단되면 대상 지역을 확대한다는 게 경기도의 설명이지만, 현재로선 추가 확대는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서 “세계최초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이미 못을 박았다. 이재명 후보는 2023년까지 전 국민에게 1인당 연 25만 원, 2024년 이후에는 1인당 연 100만 원의 기본소득 지급을 공약했다. 또 19~29세 청년(약 700만 명)에게는 연 100만 원씩의 청년기본소득을 추가 지급할 계획이다.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국토보유세·탄소세 신설, 비과세·감면제도 구조 조정 등을 제시하고 있다. 기본소득제 도입이 이슈가 되면서 학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석학들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다산경제학상 수
‘대박, 먹방, 오빠’ 등이 최근 영국 옥스퍼드사전에 새로 올랐다. 다음 업데이트 때 실릴 한국 관련 단어 0순위는 동학개미, 서학개미가 아닐까 싶다.개인투자자들의 해외파생상품 거래액이 올 들어 8월 말까지 5144조원(약 4조3076억달러)에 달했다. 벌써 GDP(2020년 1933조원)의 2.5배라니 입이 안 다물어진다. 투자대상도 해외지수·원유·구리·통화 등으로 휘황찬란하다. 이쯤 되면 서학개미가 아니라 ‘서학공룡’이나 ‘서학매머드’의 면모다.‘개미’라는 말은 1989년 무렵 등장했다. 코스피가 처음 1000을 찍자 논 팔고 소 팔아 증시로 몰려드는 이들을 지칭하면서 생긴 용어다. 얕잡아보는 뉘앙스가 강했지만 지난해 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외국인의 한국 주식 투매에 맞서 증시를 방어해 내는 모습에 동학개미라는 별칭이 붙었다. 반(反)외세를 내걸었던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기대감의 표현이었다. 한국 증시 부진에 해외로 눈돌리는 투자자가 급증하면서 작년 8월부터는 서학개미라는 말도 생겨났다. 서학개미의 올 해외주식 매수도 9월까지 19조6000억원에 달한다.주목할 건 동학개미, 서학개미 할 것 없이 바닥을 기는 수익률이다. 동학개미운동이 절정이던 작년 3월부터 1년간 동학개미 수익률은 평균 -1.2%(수수료·세금 포함)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70% 급등했다. 서학개미는 더 부진하다. 올 상반기 투자주체별 순매수 상위 10종목 수익률은 동학개미와 서학개미가 각각 -0.3%, -5.4%에 불과하다. 외국인과 기관이 6.3%, 5.0%로 저만치 앞서 달린다.원인으로 몰빵투자와 단타매매를 빼놓을 수 없다. 한 종목에 올인하는 동학개미 비율이 32%에 달한다. 주식보유기간도 8
"(설명)안해도 됩니다" "더 심한 얘기 하기 전에…"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위원회 결산심사에서 최근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이 안도걸 기획재정부2차관에게 쏟아낸 폭언에 가까운 말이다. 재난지원금 '보편지원'의 길을 터는 시정요구사항을 주문하는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다. 당시 요구내용은 "향후 재난지원금 편성시 신속집행 및 소비진작 사업은 보편지원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은 선별지원으로 설계하는 등 제도 개선을 모색하라"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국회가 마음대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줄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들라는 요구다. 코로나 사태 이래 다섯 번의 재난지원금 예산을 편성하면서 기재부는 일관되게 선별지원을 주장했다. 치솟는 국가채무비율이나 경제적 효율을 감안할 때 취약계층에 두텁게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으로, 상식적인 판단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요구가 관철되면 기재부는 정치권의 '보편지원' 압박을 거부하기 어렵게 된다. "피해 범위. 피해규모, 지원의 시급성,다른 제도와의 정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안 차관이 난색을 표한 이유다. 예산편성권을 가진 기재부 차관의 재고 요청을 맹 의원은 "안된다"며 단칼에 잘랐다. "담당 국장의 설명을 들어달라"는 요청도 "안해도 된다"며 거부했다."(시정요구사항이) 상임위원회를 다 넘어온 건데 뭐가 문제냐" "더 심한 얘기를 하기 전에 이대로 나가겠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갑질이자 헌법위반 소지마저 다분한 부적절한 행태다. 헌법 제54조는 예산안 편성권을 정부에, 심의ㆍ확정권은 국회에 부
정부(지방정부)가 예산을 탈털 털어 '최상위 부자 12%'에게만 생활비를 나눠주는 해괴한 정책이 기어코 현실이 됐다. 경기도 의회가 중앙정부의 5차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 소득 상위 12%에게 한 사람당 25만원씩 지급하기 위해 6348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15일 의결한 것이다. 지급대상은 253만7000명, 시기는 내달 1일 부터, 사용기간은 연말까지다. 사용처는 정부 상생 국민지원금과 동일하다.이 이상한 정책에는 '전 도민 재난지원금'이란 이름이 붙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사이다라는 말을 증명하듯 말을 꺼낸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전광석화처럼 관련 절차를 마무리지었다. 추경 통과후 브리핑에서 이 지사는 "소득이 많다는 이유로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없는 차별이 될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논리이고 이해하기 힘든 설명이다. 고소득자와 저소득자를 어떤 경우에도 구별하지 않는 절대적 평등을 달성하는 게 차별없는 좋은 세상이라 주장하는 것인가. 그런 신념이라면 소득이 많다는 이유로 고소득자에게 일정한 누진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합리적 이유없는 차별'이 될 수 밖에 없다. 소득이 많은 사람이 공동체를 위해 더 많은 재정적 부담을 하자는 한국과 세계 만국의 생각은 졸지에 비합리적인 약탈이 되고 만다. 이 지사는 전 국민이 모두 보상받아야 하는 이유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국민이 겪고 있다"는 점도 제시했다. 이 역시 사실관계에 대한 왜곡이다. 올 2분기 가계소득만 봐도 1분위(
곳곳에서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이름이 다시 들려온다. 경기동부연합 ‘몸통’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내란선동죄로 수감된 지 7년 만의 일이다. 가장 늦게까지 가장 급진적 생각을 고집하다 자멸했던 배타적 진보좌파 그룹이 더 거대하게 업그레이드하고 재등판한 모습이다.최근 터진 일련의 비상식적 사태에선 높은 확률로 경기동부연합이 거론된다. 민노총 산하 택배노조의 야만적 행태에 대리점장이 죽음으로 저항한 가슴 먹먹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망자 모욕’ ‘돈 갈취’ ‘비(非)노조원 폭언·폭행’을 서슴지 않는 택배노조를 4년에 걸쳐 키워낸 주역이 경기동부 출신 활동가다. 통진당 후신 격인 진보당의 김재연 대선후보는 대리점 접수에 나선 택배노조의 과격 파업 현장을 방문해 격려하기도 했다. 보폭 확 넓힌 '이석기 지하당'어처구니없었던 ‘충북동지회’ 사건에서도 경기동부연합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김정은 충성 혈서’까지 쓴 주모자들에게 북한은 경기동부 출신 인사를 포섭해 제도권 진보정당으로 침투하라는 지령을 내렸다.9개월 전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의 당선이 ‘화려한 컴백’의 신호탄이었다. 경기동부가 처음으로 낸 독자후보였던 양 위원장의 승리는 ‘찐 NL’의 민노총 접수를 알린 ‘사건’이었다. 종북 성향 탓에 진보진영에서도 따가운 시선을 받던 소수파가 택배·마트·학교·건설 등 비정규직 노조에 공을 들이는 새로운 접근으로 대반전 스토리를 썼다.양 위원장은 당선 일성으로 “정권과 자본은 낯선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선포했다. 그
정보나 경호의 세계에서 노출은 금기다. 정체를 숨긴 ‘블랙’이든 신분이 공개된 ‘화이트’든, 비밀 유지가 철칙이다. 이를 어기는 것은 이적행위로 간주된다.이른바 ‘고발 사주’ 사건에서 드러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행적이 이런 상식과 너무 판이해 놀랍다. 정보수장의 동선이 SNS에 고스란히 노출된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 박 원장은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 씨의 SNS에 얼굴과 실명이 드러난 본인 계정으로 댓글까지 달았다. 서울 도심 호텔에서 사적으로 만나 식사하고 조씨는 그 식당 내부를 자랑하듯 찍어올렸다. SNS만 봐도 국정원장의 동향이 웬만큼 파악될 정도다.이는 그와 주변인들의 신변에 위험을 부르고, 결과적으로 국익을 해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한국인 인질을 구한 뒤 구출 요원에게 선글라스를 씌우고 같이 사진을 찍어 공개한 김만복 전 국정원장에 못지않은 부적절한 처신이다.해외 정보기관들은 정반대다. 1948년 출범한 이스라엘 모사드는 1979년 이전까지 일반인은 존재조차도 몰랐다. 영국의 국내 담당 MI5와 해외 담당 MI6도 1909년 창설 후 1989년 보안법 제정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깃털처럼 가볍고 극도로 부적절한 공직자 처신은 국정원장만의 일도 아니다. 잡범 수준의 가짜 수산업자에게 특별검사, 부장검사, 경찰 총경이 줄줄이 속아 넘어갔다. 여당 국회의원은 국회의장을 ‘개의 자식’을 연상케 하는 ‘GSGG’란 이니셜로 조롱했다. 지탄이 커지자 ‘공공선(general good)’을 강조한 것이라며 ‘아무말 해명’을 내놓았다.관료도 마찬가지다. 최소한의 직업적 의무나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등 4대 공적 연금의 부실이 우려한 것보다 훨씬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1~2025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올해 6조6763억원인 3대 직역연금 (공무원·사학·군인연금)의 적자는 2025년 11조2499억원으로 2배 가량 치솟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하나같이 적게 부담하고 많이 받는 방식으로 잘못 설계됐기 때문이다.이런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필요한 국민 세금이 올해에만 7조원, 2025년에는 11조원으로 추정된다. 연금 지출은 ‘자기부담 원칙’에 따라 자체조달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큰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다보니 관련법에 따라 공무원연금은 2001년, 군인연금은 1973년부터 세금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정부 들어 공무원 숫자가 급증한 점을 감안하면 향후 ‘세금 땜질’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더구나 그간 흑자를 유지해온 사학연금마저 2023년 8000억원대의 대규모 적자를 시작으로 부실이 본격화된다.3대 직역 연금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이다. 아무리 긍정적 시나리오를 돌려봐도 20년 내에 적자전환 하고, 30~40년 뒤에는 기금 고갈이 불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이 문재인 정부 4년의 국정운영 성과를 발표하면서 부동산 정책을 자랑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어제(26일) 국회에서 연 '2021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의 일이다. 그는 "OECD 평균 집값 상승률이 7.7%인데 한국은 5.4%에 불과하다. 다만 이를 설명한다고 해도 국민들께서 쉽게 납득 못 하는 상황"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어떤 데이터를 인용했는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쯤되면 가당찮은 선동에 다름아니다. 부동산 폭등으로 집 없는 사람은 좌절감에, 집 있는 사람은 치솟는 세금에 고통받고 있는 엄연한 사실도 이제 부인하는 것인가. 설사 그런 데이터가 있다해도 부분적인 사실일 뿐이며 집값 전세값이 천정부지라는 점은 청와대에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특히 건설교통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의 시세 통계가 엉터리라는 점이 드러난 게 바로 엊그제다. 표본을 2배로 늘리자 6월 9억2000여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값이 7월에는 11억930만원으로 2억 가량 급등했다. 불과 한달 만에 19%나 폭등했다는 의미인데 뜬금없이 집값 상승률이 5.4%에 불과하다며 자화자찬이라니.이 실장은 불과 사흘 전인 지난 23일 역시 국회에 나가 "부동산 매매 시장과 전세시장이 안정되지 못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흘 전에 있었던 부동산 혼란이 그새 사라질 수는 없다. 아무리 듣고 싶은 말만 듣는 듣는 여당의원들 앞이라지만 '아님 말고' 식으로 상활따라 바꿀수 있는 말은 결코 아니다.부동산을 둘러싼 청와대와 여권의 깃털보다 가벼운 행동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주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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