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며칠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보고대회'를 주재했다. 아니나다를까 유리한 데이타만 선별 소개하는 특유의 자화자찬으로 채워졌다. "3700만명이 9조2000억원의 의료비를 절감했다"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정책”이라고 했다. 2년 전 열린 '2주년 성과보고대회' 때도 그랬다. 당시에도 문 대통령은 "어떤 질병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를 자랑하며 '건보보장률 70%'의 임기내 달성을 장담했다. 하지만 문케어 목표인 '보장률 70%'는 물건너갔다. 최근 공개된 2019년 보장률은 64.2%로 1년 전보다 불과 0.4%포인트 올랐다. 문케어 설계 부실 탓에 쌓여있는 전임 정부에서 힘들께 쌓아온 적립금을 단번에 헐어쓰면서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보장률 확대가 미미하자 문대통령은 이번엔 '70%' 목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15세이하·65세 이상자의 혜택이 늘었다는 둥 몇몇 유리한 정황을 장황하게 풀어놓았다. 도쿄올림픽 메달리스트까지 등장시켜 "문재인 케어가 우리 삶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해 보자"는 민망한 자랑을 자신의 입으로 이어갔다. 아무리 홍보가 중요하다 해도 국정최고책임자까지 나서서 이처럼 견강부회할 수는 없다. 문대통령은 "건강보험이 세계의 본보기로 성장했다"고 자랑했다. 절반만 맞는 말이다. 세계의 모범이지만 '의료 포퓰리즘'으로 급속히 부실해지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한 진단이다. 건강보험은 흑자와 적자를 위태롭게 반복하다 2011년부터 겨우 흑자기조를 정착시켰다. 흑자규모가 20조원을
둑의 구멍이 감당 못할 만큼 커진 느낌이다. ‘토지공개념이 유일 해법’이라며 여당 대선주자들이 마구 던지는 부동산 대책 얘기다. 국토보유세, 토지배당금, 지공(地公)주의 같은 무시무시한 말들이 난무한다. 이념 과잉으로 국민에게 ‘부동산 지옥’을 안기고도 반성은커녕 ‘이참에 좌파 실험의 끝장을 보자’는 형국이다. 국민 삶과 나라의 미래를 판돈으로 건 ‘올인 베팅’이다.장황한 공약을 한 구절로 요약하면 ‘중국·북한식 토지국유제로의 이행’이다. 토지에서 얻는 이익은 ‘불로소득’이니 전액 환수하겠다는 치기가 저류에 넘쳐난다. ‘토지 불로소득론’은 오래전 오류로 판명 난 노동가치설의 변종에 불과하다. 이른바 ‘진보’의 지적 정체와 무모함은 이리도 완고하다. 공약대로면 '토지 몰수' 효과이재명 후보 진영의 최종 그림은 ‘토지초과수익 제로(0)화’다. 은행 이자를 웃도는 토지 수익을 모두 국토보유세로 환수해 기본소득으로 뿌린다는 구상이다. 이러면 땅을 소유할 이유가 사라져 자연스레 국가 귀속 수순을 밟게 된다. 이낙연 후보의 ‘토지공개념 3법’ 공약도 ‘연성(軟性) 국유화’다.추미애 후보의 ‘지대 개혁’은 더 문제적이다. 그는 3년 전에도 국회 연단에 서서 “토지세를 높여 매물로 유도한 뒤 국가가 사들이자”고 목청을 높였다. “사용권은 인민이, 소유권은 국가가 갖는 중국식”을 모범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토지 소유 없이 입주권만 거래되는 상하이·베이징의 고급 아파트가 3.3㎡(평)당 2억~3억원으로 서울 강남을 찜쪄먹을 정도라는 사실은 아는
7월 소비자물가가 2.6% 급등했다. 4개월 연속 2%대 고공비행이다. 9년 1개월 만의 최고였던지난 5월(2.6%)과 같은 상승률이다.장바구니 물가는 비명이 나올 정도다. 계란 값은 1년 만에 57% 급등했다. 채소는 더 가파르다. 최근 한달 사이 시금치는 177% 폭등했고, 배추 부추 양배추도 일제히 50% 넘게 올랐다. 실한 수박은 1통에 3~4만원을 오르내린다. 물가보다 더 걱정스러운 건 물가를 대하는 정부의 안이한 태도다. 통계청은 7월 물가 급등사실을 발표한 뒤 "폭염 등 날씨 요인이 일시적으로 상승율을 높였다"며 시큰둥했다. "하반기엔 상승률이 진정될 것"이라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선뜻 납득하기 힘든 설명이다. 물가는 폭염과 거리가 먼 지난 4월 부터 4개월 연속 2% 이상 뛰었다. 대표적 상승 품목인 계란 값이 오르기 시작한 것도 2월부터다. 날씨 때문이 아니라 수급 조절 실패의 결과였다. 작년 11월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당시 "선제적 차단"이라며 발생 농가 반경 500m이던 살처분 범위를 3㎞로 크게 확대한 뒤 공급대책을 등한시해 자초한 일이다.정부의 날씨 타령은 이번 만이 아니다. 나쁜 경제지표가 나올 때마다 기상을 원흉으로 꼽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1~2주전 블랙아웃 위기가 고조됐을 때도 정부는 유난스런 폭염을 탓했다. '묻지마 탈원전'으로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해진 근본 요인은 외면했다. 이대로라면 위기가 매년 반복될 수 밖는 구조인데도 재발방지책을 찾기보다 폭염을 탓하며 공공기관 에어콘 사용제한으로 대처했다. 연초 중국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을 때 "중국발(發)이라는 근거는 없다"며 한반도 상공의 대기정체를 탓한 것과 맥을 같이
옵티머스 펀드사기의 주범 3인방에 대한 1심 판결이 기소 1년만인 지난 주 나왔다. 이들은 공공기관 관급공사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면 3200명에게서 2018년 4월~2020년 6월중 1조3526억원을 편취해 부실채권투자, 펀드돌려막기 등에 부당사용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34부는 기소된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금융투자업자의 기본의무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윤리의식을 모조리 저버렸다며 옵티머스자산운용 김재현 대표에게는 징역 25년형을 선고했다. '조희팔 사건' 공범인 강태응의 22년 보다 3년 긴 중형이다. 하지만 '단군 이래 최대 펀드사기'라는 별칭에 걸맞게 전반적으로 합당한 단죄가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2대 주주인 대부업자 이동열씨와 이사인 변호사 윤석호씨는 각각 8년형에 그쳤다. "피해회복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참작했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미변제된 피해 금액만 5542억원에 달한다는 점이 충분히 고려된 양형인지 회의적이다. 판결에서 형량 못지 않게 관심을 집중시킨 건 벌금이다.검찰이 3인방에게 총 8조6000억원의 벌금을 구형했다.김 대표 벌금 구형액은 4조578억원으로 역대최대였다. 파렴치 수법으로 막대한 부당이익을 가로챈 만큼 사상 최고액의 벌금이 선고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결과는 딴판이다. 김 대표에게 선고된 벌금은 겨우 5억원, 이동열 윤석호 씨도 각각 3억원과 2억원에 그쳤다. 3인방 벌금을 합치며 10억원으로 구형액의 1만분의 1 수준이다. 허탈한 벌금액이 선고된 이유는 검찰이 불법 행위로 얻은 이익 규모를 구체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상 불법 행위로 얻은 이익의 5배까지 벌
요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장관이라는 자리, 참 한가한가 보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꽤 많을 것 같다. 박장관은 연초 취임 직후부터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을 챙기더니 6개월이 지나도록 그 일에 매달렸다. 그리고 엊그제 직접 4개월여에 걸친 감찰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아무리 들어봐도 기존에 알려진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뭐가 달라졌다는 것인지 알수가 없다. 많은 국민들은 법무부장관이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 사건을 떠들썩하게 재론한 만큼 뭔가 있나보다며 지켜봤다. 그런데 6개월을 파헤쳤는데도 대법원의 유죄 판단과, 대검의 모해위증 의혹 무혐의를 부정할 어떤 사실 관계도 나오지 않았다.장관이 이렇게 헛발질 해도 대한민국 법무행정은 이상없이 돌아갈 수 있는 것인지 궁금증이 커지지 않을 수없다. 한 전 총리는 건설업자 한만호(2018년 사망)씨로부터 2007년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죄로 2015년 8월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징역 2년형을 복역하고 출소했다. 검찰 한명숙 수사팀이 재판에서 위증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지난해 4월 무렵부터 여권에서 제기됐다. 이후 추미애?박범계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이어졌지만 지난 3월 무혐의로 결론나자 박 장관은 고강도 합동 감찰카드까지 꺼냈다. 한 전 총리도 지난달 30일에 나온 자서전에서 “이번 합동 감찰을 통해 나의 진실이 드러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하지만 바뀐 진실은 없었다. 감찰 도중 박 장관은 “흐지부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까지 했지만 감찰 결과 발표에서는 "누구를 벌주고 징계하려는 감
‘바지’와 ‘쥴리’에 정신 팔린 사이 ‘대동(大同)세상’이 진군 중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출사표로 던진 미래 한국의 좌표다. 그는 “억강부약으로 대동세상을 향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대 청소원 사태에서도 “누구도 서럽지 않은 대동세상”을 약속했다. 대동세상연구회라는 거대 풀뿌리 조직도 전국에서 우후죽순이다.대동세상은 유교문화권의 이상향이다. 예기에선 대동을 ‘경쟁과 쟁탈이 발생하지 않으며, 이익도 공평하게 나누는 공(公)의 상태’라고 했다. 이 지사는 “모두가 자기 몫을 누리는 공정한 세상”으로 정의한다. 개념적으로 그럴싸하다. 하지만 역사와 현실에서의 수용을 보면 무수한 갈등을 예고한다. 민족·민중사관에 경도된 586이 30여 년 전 외친 구호가 바로 대동세상이었다. 그 갈망은 북한과 사회주의에 대한 빗나간 동경으로 이어져 NL·PD라는 반문명적 일탈을 불렀다. 이른바 진보진영에선 지금도 대동세상을 ‘해방구’와 연계해 이해한다. 대동세상이란 슬로건에서 묘한 도발감이 전해지는 이유다. 30년 전 뼈아픈 실패의 기억시진핑의 ‘공동부유(共同富裕) 사회’와의 높은 싱크로율도 꺼림직하다. 이 지사가 대동세상론으로 등판한 지난 1일 시진핑도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공동부유 사회로의 이행’을 선언했다. 공동부유는 마오쩌둥 이래 중국 사회주의의 최종 지향이다. ‘함께 잘살자’는 목표는 대동세상과 대동소이하다.문제는 ‘어떻게’일 것이다. 중국은 지난달 저장성을 ‘공동부유 시범구’로 지정하고 부유층과 기업에 “사회에 보답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1985년생)의 '90도 폴더 인사'가 화제다. 국가 의전서열 7위인 그가 행사장에서 우연히 만난 '차관급' 김창룡 경찰청장(1964년생)에게 먼저 다가가 깊숙히 고개를 숙인 것이다. 수행원 한 명과 백팩을 매고 있던 이 대표는 김 청장 옆 수행 경찰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먼저 인사했다.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소탈함이 신선해 보인다며 꽤나 뜨거운 반응이다. 지하철 출퇴근 같은 탈권위주의적 모습과 맞물려 호평이 쏟아지지만 달리 생각할 부분도 많다. '0선의 젊은 정치인'이라는 개인적 입장과 '제 1야당 당수'라는 사회적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야합과 무사안일에 나라의 미래를 좀먹는 정치판을 갈아보라고 대표로 밀어준 당원들과 다수 국민의 뜻에 배치되는 일일 수 있다. 차라리 돋보인 건 김 경찰청장의 절제된 인사였다. 그는 덩달아 폴더 인사를 하지 않고 상체를 가볍게 숙이는 자세를 취했다. 군복을 입고 고개를 숙이지 않는 것처럼 경찰 조직과 제복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품격을 지켜냈다. 이 대표의 폴더 인사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김부겸 국무총리와는 양측 모두 폴더 인사를 해 머리를 부딪힐 뻔 했다. 두 사람은 양손까지 맞잡고 서로 몸을 낮췄다. 과장된 행동을 하는 코미디 프로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만남은 더 했다. 둘은 '허리 폴더'는 물론이고 무릎까지 90도 가까이 굽히며 역대급 인사장면을 연출했다. 원래 '폴더 인사'로 유명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도 이 대표는 환상 케미를 과시했다. 삼촌과 조카뻘인 둘은 보는 이들이 민망할만큼 경쟁적으로 상체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선언이 지난 19일로 4주년을 맞았다. 탈원전은 '신규 원전은 더 건설하지 않고 설계수명이 다 된 원전은 연장하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을 말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후 불과 40여일 밖에 안 지난 2017년 6월19일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면 '덜컥 탈원전'을 선언했다.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의 일이었다. 그 덜컥 선언 한마디에 신한울 3·4호기는 착공 직전 사업 추진이 보류됐고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도 백지화됐다. 멀쩡했던 월성 1호기는 2019년 말 영구 폐쇄됐다. '덜컥 선언'이라 부르는 것은 정책이 근거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방사능 물질이 위험하다'는 단순 논리로 무장한 환경운동가들의 주장에 동조한 2017년 대통령선거 공약이 근거의 전부다. 공약은 이후 적법하고 적절한 절차에 의해 실행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후 전문가 의견 수렴이나 최소한의 국민동의 절차도 없었다. 아무리 찾아도 근거가 없다 보니 오죽하면 B급 공상오락영화 '판도라'가 보여준 원자력발전소 폭발이 근거라는 말이 회자될 지경이다. 하지만 현재 국민여론은 탈원전 재고와 원전 활용이다. 9개 시민단체(사실과과학네트웍, 원자력노동조합연대, 사실과과학환경행동, 원자력국민연대, 원자력살리기국민행동, 에너지과학도시군산사랑모임, 인촌사랑방, 녹색원자력학생연대, 에너지흥사단)는 최근 3년간 9차례 여론조사에서 국민 3분의 2가 탈원전에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원자력 발전 비중 유지·확대 선호가 축소의 2
문재인 정부의 사모펀드 의혹이 까도 까도 끝이 없다. 당혹감을 넘어 두려움이 들 정도다. 일단 사건 빈도가 압도적이다. 굵직한 것만 해도 라임·옵티머스, VIK, 디스커버리(장하성 동생) 펀드, 조국(블루·레드) 펀드, 팝펀딩 사기 등 한 손에 꼽기 어려울 만큼 많다.이 와중에 김부겸 국무총리의 딸 부부가 라임 사태 핵심(이종필 부사장)과 사모펀드에 공동 투자한 게 밝혀졌다. ‘환매수수료 0원’ 등 이례적 혜택이 빵빵한 ‘황제 펀드’였다. 김오수 검찰총장 역시 ‘사상 최대·최악의 금융사기’라는 라임·옵티머스 피의자들을 변호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무부 차관 퇴임 직후 10개월 짧은 변호사 시절의 수상한 행보다. 사모펀드 사기로 3兆 증발펀드 사기의 규모도 가히 기록적이다. 사라진 투자금이 라임·옵티머스·VIK 세 건만 합쳐도 3조원이다. 결국 옵티머스 주범에게 4조5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의 벌금이 지난주 구형됐다. 검찰이 ‘옵티머스 5인방’에게 때린 벌금은 총 15조2000억원에 달한다.정권 실세들의 연루는 더 놀랍다. 정부 인가도 없이 투자금을 받아 빼돌린 VIK의 불법 행각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재정 경기교육감, 도종환 의원 등 10여 명의 쟁쟁한 인사가 도우미로 뛰었다. 옵티머스 사태 역시 처음부터 투자금 횡령을 마음먹은 악질적 사기라는 측면에서 ‘VIK 시즌2’ 격이다. 임종석 이헌재 채동욱 양호 등 ‘빅샷’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제대로 수사받은 이가 없는 점도 판박이다. 윤석헌의 금융감독원도 최소한의 시장 감시는커녕 로비에 휘둘리며 사기를 방조했다.‘조국 펀드
거대 여당 정치인들의 왕조시대에나 어울릴 법한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 놀랄 때가 많다. 제 1야당이 헌정사 최초로 '30대 당수'를 뽑으며 변신에 몸부림 치는 것과 정반대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소위 'K 진보'에 각인된 시대착오적 인식을 엊그제 재차 확인시켜줬다. 한 라디오 방송에 서 "윤석열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일종의 발탁 은혜를 입었다. 야당의 대선 후보가 된다는 것은 도의상 맞지 않는 일"이라며 공격한 것이다. "이회창 전 총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을 배신하고 대선에 출마했지만 실패했다"고도 했다. 윤석열의 대선출마와 야당행이 이뤄진다면 '주군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난한 모양새다. 송 대표의 이런 발언은 대통령 직무에 대한 심각한 오해이자, 공직에 대한 천박한 인식이다. 대통령은 논공행상하듯 공을 따져 신하에게 공직이라는 은전을 베푸는 게 아닌다. 오직 적합한 인물을 널리 구해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무원을 임면"(헌법 78조)하는 것이다. 공무원 역시 임명권자를 무한 추종해서는 안 된다.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에 "공무원은 국민전체의 봉사자"로 규정돼 있다.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도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에 의리를 지켜야한다는 의무를 지운 조항은 당연히 없다. 왕조시대를 연상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충성 강요는 수시로 반복되는 여권의 고질병이다.여당 내 차기 대선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에 대한 인식은 송 대표보다 더하다. 재정건전성을 걱정하며 자신의 대규모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을 견제하는 경제관료들에게 "
작년 7월 말 시행된 '임대차 3법'이 우려대로 결국 서민과 중산층을 저격했다. 서울에서 서민과 중산층이 많은 강북 지역 아파트 전세가격이 5억원을 돌파한 점이 움직일수 없는 증거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강북 14개구의 5월 평균 아파트 전세가는 5억115만원으로 5억원을 돌파했다. 작년 7월 4억원을 넘어선 직후 임대차 3법이 시행됐고, 그로부터 불과 10개월 만에 전세값이 1억원이나 뛴 것이다. 성실하게 일하며 악착같이 모아도 한해 1~2천만원 저축이 만만치 않은 데 서민·중산층 주거지의 전세값이 연 1억원씩 오르는 상황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도 전세값 조차 따라가지 못해 더 열악한 환경으로 이사해야 하는 이들의 울분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서민·중산층을 주거지옥으로 몰아넣은 전세시장 왜곡의 주범을 하나만 꼽자면 지난해 거대여당이 폭주 입법한 '임대차 3법'이다. 강북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이 3억원(2015년 11월)에서 4억원(2020년 7월)으로 1억원 올라서는 데 4년 8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이후 불과 10개월만에 다시 1억원이 올랐고, 임대차3법의 시행과 정확히 시기가 맞아떨어진다. 이를 아파트 전세시장의 핵심 수요자도 아닌 '1인 가구' 증가 등의 영향이라고 우긴다면 어불성설이다. 임대차 3법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전월세신고제를 도입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말한다. 이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는 작년 7월 31일, 전월세 신고제는 이달 1일부터 시행됐다. 임대차 3법 도입당시 거대 여당은 전세기간 4년(2년+2년)을 보장하고, 임대료
언제부터인가 한국 경제의 공적이자 최대 악마는 대기업이다. 저성장은 낙수효과 없이 이익을 독식하는 재벌때문이고,실업도 취업에 무심한 대기업 탓이고,투자가 안되는 것도 큰 기업들이 금고에 돈을 쌓아놓고 안풀기 때문이라고 공격한다. '삼성이 망해야 한국 경제가 산다'는 식의 공격도 끊임없다. 여의도 국회에서는 대기업 즉 재벌체제는 한국 만의 잘못된 구조라며 적극적인 규제로 '대기업 천국'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논의가 넘...
권력의 정점에 서는 순간 타락은 시작된다. 그게 인간이다. 35세에 피렌체 최고 공직에 오른 단테도 그랬다. “인생 최전성기에 문득 뒤돌아보니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는 첫 문장으로 《신곡》을 써내려간 이유다.취임 4주년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연설에선 짙은 어둠에 갈 길 모르는 권력자의 당혹스러움이 짙게 느껴졌다. 자기최면을 걸듯 자화자찬으로 일관했지만, 태연함을 가장한 눈빛은 회한과 상실감에 떨렸다. ‘잘되고 있다’ ‘믿어달라’는 메시지를 반복했지만 허공을 갈랐다. “청와대 인사검증은 원래 불완전” “백신 지연은 재원 부족 탓”이라며 ‘아무 말’을 쏟아내는 장면에선 가늠하기 힘든 깊은 불안이 배어났다. 모순된 논리로 '무오류' 강변문 대통령은 ‘자기 논거의 절대화’라는 특유의 배타적 화법을 취임 초부터 이어왔다. 실망스럽게도 이번 담화는 수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비타협적 태도가 여전함을 확인시켰다. 나아가 이런 태도가 임기 마지막 날까지 요지부동일 것임을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연설과 기자회견 전반에 과장 및 축소, 왜곡, 악마화 같은 온갖 ‘선동기술’이 총동원된 점이 그 증좌다.담화는 사실관계의 과장과 선택적 취사로 넘쳤다. 허울뿐인 몇 번의 남북 정상회담을 연 것을 두고 “평화가 유지됐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핵 고도화 시간을 벌어주는 최악의 결과를 불렀음에도, 만남 자체를 과대포장하며 본질을 호도했다. 불리한 팩트에는 축소로 대응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참패를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엄중한 심판”으로 규정한 장
일본 공영방송 NHK는 어제 "문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바라고 있지만 그임기 내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제 강점기 징용 문제나 위안부 문제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이 수용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가능할 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보도의 맥락에서 전해지는 것처럼 징용과 위안부 문제는 더 이상 '한국의 카드'가 아니다. 어느 틈엔가 우리가 대폭 양보하지 않으면 안되는 부담스런 외교 사안이 되...
쌍용자동차가 9년 만에 다시 벼랑끝이다.새 주인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국 HAAH오토모티브가 기한내(3월말)에 투자의향서(LOI)를 내지 않아 기업회생절차 돌입이 임박했다. 상징성이 큰 사업장인 탓에 법원도 백방으로 노력하고 기다려왔지만 회생절차 돌입 외의 다른 선택지가 말라버린 상황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서도 회생절차가 불가피하다는 기류다. 4·7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인 오는 8∼10일께 회생절차 돌입이 ...
전격 경질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잘못은 내로남불 정도가 아니다. 그런 위선이야 이 정부에서 수없이 봐왔다. 너그럽게 ‘퉁쳐줄’ 수 있다. 농지를 편법 취득하고 9개월 만에 대지로 변경한 대통령이 ‘농지취득 심사 강화’를 외치는 수상한 시절 아닌가.김 전 실장의 진짜 죄책은 주택시장 혼란을 빤히 예상하고도 전·월세 상한제를 감행해 ‘부동산 지옥’을 만든 것이다. 법적으로 말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서민 삶 파괴죄’다. 미필적 고의는 파괴적 결과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범죄를 내지른 경우를 일컫는다. 세입자에게 전셋값을 14%나 올려받을 즈음에는 그도 분명히 ‘임대차 3법’의 후폭풍을 인식했을 것이다. 전·월세 편법 인상으로 결국 세입자에게 최종 부담이 전가될 것이란 지적도 많은 전문가가 끊임없이 제기해온 터였다. 미필적 고의로 '부동산 지옥'김 전 실장의 미필적 고의는 감당 못할 경제적 고통을 서민들에게 안겼다. 작년 7월 전·월세 상한제가 시행되자한 달 만에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억~2억원이 올랐다. 3월 현재 평균 전셋값은 6억562만원이다. 근로자 연봉(평균 3400만원)을 18년간 모두 모아야 서울 아파트 전세살이가 가능한 현실, 지옥이 있다면 비슷할 듯싶다. 경제적 고통을 넘어 그는 서민의 꿈을 저격했다. 힘든 일상에서 돌아와 가족과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지상의 쉼터 한 칸’이라는 소박한 꿈 말이다.미필적 고의로 범벅된 정책은 임대차 3법만이 아니다.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로 달려가 ‘비정규직 제로’를 1호 정책으로 선언할 때부터 조짐이 나빴다. 운 좋게 그 시점에
현대민주주의 사회는 표현의 자유를 기본적 인권의 하나로 인식한다. 세계 각국은 언론·출판·사상 등 표현의 자유에 헌법상 ‘우월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미국에선 언론이 공직자에게 명예훼손적 표현을 해도 ‘현실적 악의’가 있는 경우에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운다. 허위임을 알았거나 ‘무모할 정도로 진위를 무시하고 보도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는 의미다.문명세계에서 확고히 자리잡은 표현의 자유 확장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사람이 존 밀턴(1608~1674)이다. 그는 1644년 발표한 《아레오파지티카》에서 ‘사상의 자유롭고 공개적인 시장(free and open market of ideas)’이라는 자유주의의 대명제를 제시했다. “진실과 허위를 공개적으로 대결하게 하는 것이 진리를 확보하는 최선”이라는 《아레오파지티카》의 주장은 그를 자유주의의 원조로 자리매김시켰다. “나에게 어떤 자유보다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알고 말하고 주장할 수 있는 자유를 달라”는 밀턴의 선언적 호소는 표현의 자유를 대변하는 단 하나의 문장으로 꼽힌다. 진실과 허위 경쟁시켜야 진리 드러나대서사시 《실락원》의 작가이기도 한 밀턴은 영국의 시인이자 사상가다. 검열제도를 도입하려는 영국 의회에 항의하는 연설문 형식으로 쓰인 《아레오파지티카》는 고대 그리스어로 ‘법정’을 뜻하는 areopagos(아레오파고스)와 ‘이론’을 뜻하는 ca가 결합된 말이다.밀턴은 사전검열과 허가제를 반대하는 이유로 현실적으로 완전 규제가 어렵고, 무오류(無誤謬) 검열관은 있을 수 없으며, 학문과 학자들에게 최대의 좌절을 안긴다는 점 등을 들었다. 국민이 알아서
중국에서 벌어진 일을 '대륙의 스케일'이라는 재치있는 말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땅이 넓고 사람도 많고, 나라 전체의 경제규모 역시 크다보니 중국에선 상식을 넘어선 일이 부지기수다. 가령 뇌물이나 횡령 사기사건이 터지면 몇억 몇십억원이 아니라 몇백 몇천억원이 기본일 때가 많다. 조(兆)단위인 경우도 심심찮다. 규모만 큰 게 아니다. 내용면에서도 남다르다. 한국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현실로 펼쳐내 놀라움을 주는...
‘분업’이라고 하면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를 많이 떠올리지만, 에밀 뒤르켐(1858~1917)이 대표적인 분업 예찬론자다. 스미스는 “분업이 생산성 제고와 산업사회 도래의 원동력이 됐다”면서도 “노동자들의 정신적·문화적 쇠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빼놓지 않았다.프랑스 사회학자 뒤르켐은 스미스의 ‘경제적 관점’을 넘어 분업을 현대 산업사회 전반을 해석해 내는 키워드로 확장했다. 그는 《사회분업론》에서 “분업은 생산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의 질적·물질적 발전에 필수적 요건”이라고 진단했다. “분업은 연대감을 높여 사회통합을 부른다”며 “분업이야말로 문명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지식인들이 ‘분업은 원자화·고립화를 낳는다’고 한목소리로 우려할 때 “분업이 해방을 부른다”는 긍정적 관점을 제시했다. 《사회분업론》이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과 함께 새로운 산업문명의 등장을 읽어내고 이론화하는 데 기여한 저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분업은 ‘소외’가 아닌 ‘유대’의 원천《사회분업론》의 핵심적 주제는 아노미(anomie: 사회적 규범의 동요·이완·붕괴 등으로 일어나는 혼돈)의 극복과 사회 통합이다. 뒤르켐은 집필 당시인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급속한 산업화와 함께 개인주의가 발호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어떻게 사회적 결속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에 천착한 그가 주목한 것이 분업이다.스미스 이래로 경제학자들은 분업을 인간 사회의 최우선 법칙이자 진
31개 관련 법률을 무력화시키고 민의도 무시한 채 정권이 밀어붙이는 가덕도 신공항 프로젝트는 사상 최대의 유권자 매수 사례로 꼽아도 손색없다. 가덕도 신공항에 투입되는 사업비를 유권자 수로 나눠보면 1인당 1000만원 선이고, 예상 투표자 기준으로는 1인당 1800만원에 달한다.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라는 말이 있었지만 까마득한 시절의 얘기다. 선거라고 해서 고무신 막걸리 받아본 적 있는 유권자는 왕성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층에는 없을 것...
장 자크 루소(1712~1778)의 《학문과 예술에 대하여》는 지식인의 곡학아세(曲學阿世)와 위선을 맹렬하게 비판한 책이다. 루소는 지식 발전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기는커녕 권력의 도구로 오용되면서 사회 풍속을 타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문과 예술이 권위를 앞세워 대중에게 ‘불량 지식’을 강요하고, 기득권에 아부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물론 공격 대상은 학문 자체가 아니라 개인적 욕심과 오만으로 덧칠된 지식인들의 ‘학문 남용’ 행태다. “학문과 예술을 배우고 습득한 사람들이 세상에 끼치는 해악”에 주목한 것이다. 루소는 진리를 구하기보다 대중의 칭찬을 갈망하는 학자는 ‘사회의 적’이며, 그런 학문과 예술은 ‘껍데기’라고 거칠게 공격했다. ‘지적 기교’에 매달리는 불량 지식인들루소가 살다간 18세기는 계몽주의 시대로 불린다. 인간의 이성과 사회의 진보에 무한한 신뢰를 보내던 시대에 루소는 용감하게도 ‘지식의 폐해’를 강조했다. 학문이 ‘사회 진보에 도움이 된다’는 통념을 거부하고 ‘사회를 퇴보시킨다’고 주장했다.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루소의 도발적 주장은 동시대 계몽사상가들의 큰 반발과 따돌림을 불렀다. 하지만 “루소와 더불어 하나의 세계가 시작한다”고 한 괴테의 평가처럼, 루소는 그 치열함을 통해 ‘진리를 위해 일생을 바친 철학자’라는 수식어를 얻었다.루소는 명예를 드높이는 일에만 집착하고, 얄팍한 학문과 지식으로 치장한 ‘못된 지식인’을 경계했다. 학자라는 이름 아래 사회 내부의 불신을 조장하고, 대중에게 왜곡된 지식을 제공하며 공동체
‘식량은 없는데 식량 대책은 넘치고, 장작은 없는데 땔감 대책만 넘치는 체제.’ 《닥터 지바고》의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국가사회주의’에 대한 촌철살인이다. 혁명의 열기가 뒤덮은 조국 소련과 동구 공산체제의 모순, 비효율을 일상의 언어로 직격한 대문호의 직관이 빛난다.‘파스테르나크 감별법’으로 보면 문재인 정부는 다분히 국가사회주의적이다. 지난 4년간 발표한 부동산 안정 대책만 25번으로, 거의 50일에 한 번꼴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시장은 폭발했고 이제 서민과 청년의 내집 마련 꿈은 ‘미션 임파서블’이다.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정권 출범 직후 떠들썩하게 일자리 상황판과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했다. ‘40대 고용증대 범부처TF’를 꾸리는 등 별의별 대책이 다 등장했다. 그런데 결과는 일자리 실종이다. 대책만 요란, 집·일자리는 실종대책에 대책을 거듭해도 안 되자 ‘특단 대책’ 동원령이 내려졌다. 1년 전보다 실업자가 100만 명이나 늘자 며칠 전 대통령이 “기존 대책을 넘어서는 특단 대책”을 지시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 역시 특단 모드다. ‘토지소유권 강탈’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닭장 아파트’ 특단 공급에 올인 중이다.국가사회주의라니 말이 되느냐고 하겠지만 쌓이는 징후는 만만찮다. ‘21세기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베네수엘라에만 있다는 부동산거래감시기구 설치가 눈앞이다. 여당 실세 의원은 ‘1가구 1주택’으로 집 소유를 제한하는 법안까지 냈다. 대통령의 특단 고용대책 지시는 부처별 일자리 강제 할당이라는 전근대적 행정을 부활시켰다.일련의 흐름은 한국이 국
온 나라에 거짓말이 차고 넘친다. '국가 의전 서열 3위'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 이상한 풍조 확산의 중심에 있다. 법관에 대한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소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거짓말로 일관하며 사법 신뢰를 추락시켰다. 해당 판사가 사직서를 내자 “수리하면 탄핵이 안 되지 않느냐”고 해놓고는 "그런 말 한 적 없다"는 거짓답변을 버젓이 국회로 보낸 것이다. 판사가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단 하루만...
‘홀로코스트(대학살)’로 상징되는 잔혹했던 나치즘은 일반적으로 아돌프 히틀러와 소수 추종집단의 악행으로 인식된다. 밀턴 마이어(1908~1986)가 1955년 출간한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는 이런 상식에 반기를 들며 나치즘과 현대사 이해의 폭을 확장시킨 저작이다. 미국 언론인 겸 교육가였던 마이어는 독일인 나치전력자 10명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나치즘은 무력한 수백만 명 위에 군림한 악마적인 소수의 독재가 아니라 다수 대중의 동조와 협력의 산물이었다”고 진단했다. 많은 독일인이 원했고, 또 참여했던 열광적인 대중운동이었다는 설명이다.“평범한 다수의 침묵과 권력 편승이 나치즘과 세계대전의 비극을 부른 ‘역사의 범죄’가 되고 말았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 재판’ 참관 후 1963년 펴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제기한 ‘악의 평범성’ ‘무(無)사유’와도 깊이 맞닿아 있는 인식이다.목수, 고교생, 빵집 주인, 교사, 경찰관 등 ‘버젓한 사람들’이 도대체 왜, 어떻게 나치가 됐을까.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는 나치당(국가사회주의 독일노동자당)에 가담했던 10인의 증언을 바탕으로 대중의 무관심이 부른 오욕의 역사를 심층적으로 조명했다. 위기의 시대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방관자와 나치 동조자들의 생각을 꼼꼼히 추적해냈다.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나치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로 평가받는 이유다.“대다수 독일인은 나치즘의 공범”인터뷰에 응한 10명의 나치 전력자는 겉보기에 선량하고, 가정에 충실한 평범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집 팔고 딸 학원도 끊었다""신용등급 추락으로 대출마저 막혔다""정부 융자금 때문에 폐업도 못한다""알바 4대 보험 연체하자 압류 통보가 왔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그제(2일) 열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기자회견장은 울분과 눈물로 가득했다. 듣는 것도 힘들 만큼 처연한 사연이 쏟아졌다. 전국 최고인 명동상권도 어림잡아 절반 넘게 문을 닫았을 정도이니 골목가게들이야 오죽할까. 자영업자들은 "지옥같은 현실을 얼마나 더 비틸지 모르겠다"며 정부 지원을 호소중이다. 그런데 이런 절규에 가장 적극적으로 답해야 할 정치권의 마음은 콩밭으로 향하고 있다. 틈만 나면 '포용'을 외쳐온 거대 여당이 꺼내든 대책은 포용을 빙자한 정치적 이권챙기기 양상이다. 이슈로 떠오른 '4차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논란만 봐도 "사람이 먼저다"라기보다 "선거가 먼저다"라는 인상이 짙다. 여당대표는 '선별+보편' 지급 방식의 4차 재난지원금 구상을 며칠전 국회교섭단체 연설에서 밝혔다. 자영업자 지원(선별)과 동시에 전 국민 지급(보편)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전국민 지원은 작년 1차 재난지권금 때처럼 '4인가족 기준 100만원'으로 잡아도 10조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 굳이 부유층과 중산층까지 지원대상에 포함해 국고를 터는 것은 '합리적 국정운영'의 의무를 위임한 주권자들에 대한 일종의 배임행위다. '안 받아도 그만'인 이들에게 뿌릴 선심성 재원이 있다면 벼랑 끝으로 몰린 이들에 대한 지원을 한푼이라도 더 늘리는 게 상생연대 정신에 부합한다. 더구나 나라빚이 창졸기간에 1000조
멘슈어 올슨(1932~1998)의 《권력과 번영》은 무엇이 한 사회의 경제적 성쇠를 좌우하는지를 파고든 저작이다. 미국 공공선택학회장을 지낸 올슨은 정치학 개념인 ‘권력’과 경제학의 관심 주제인 ‘번영’을 결합해 풍요를 부르는 권력 구조와 사회 시스템을 탐구했다. 그가 제시한 답은 ‘시장 확장적인 정부’다. △재산권 보호 △계약이행 보장 △분쟁해결 장치를 특징으로 하는, 강하면서도 제한된 정부를 의미한다. 무수한 이익단체의 공세를 뿌리치고, 이 세 가지를 충족하는 방식으로 권력이 행사되는 사회체제만이 경제적 번영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게 올슨의 결론이다.올슨은 권력을 ‘다른 폭력과 마찬가지로 타인의 것을 수탈해 내 것으로 만드는 힘’으로 파악했다. “모든 권력자의 행동 유인은 이기심이며, 권력이 국민 재산권 보호에 나서는 것은 생산의욕을 고취해 장기적으로 더 많이 수탈하기 위해서”라고 진단했다. 이익집단, 권력, 국가에 대한 《권력과 번영》의 이 같은 도발적 관점은 정치학·사회학에서도 여러 논점을 형성시켜 사회과학 전반의 발전에 기여했다. “권력은 정주형(定住型) 도적일 뿐”독재권력이든 민주권력이든 모든 권력은 권력에서 소외된 집단을 수탈한다는 게 올슨의 시각이다. ‘유랑형 도적’과 ‘정주형 도적’에 비유하며 권력의 속성을 설명한 이유다. 유랑형 도적은 강도질로 얻은 이익을 누릴 뿐 그로 인한 ‘사회적 생산 감소’라는 폐해에는 무관심하다. 하지만 특정 지역에 뿌리내린 정주형 권력은 많은 경우 세율을 낮추고 생산의욕을 고취하는 전략을 선택한다. 공공재 투자에도 큰 관
‘차베스의 짝퉁’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2013년 집권 후 인플레가 심각해지자 ‘부르주아 기생충들’ 탓으로 돌렸다. 그러고는 전자제품 가게로 군인들을 보내 싼 가격표를 붙이도록 강제했다. 기업 생산활동 규제와 퍼주기 복지라는 자신의 원죄는 외면했다.포퓰리즘에 찌든 후진국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기실 한국의 부동산 정책도 별로 다르지 않다. ‘한줌 투기꾼’이 혼란의 주범이라며 임대차보호법과 ‘세금 폭탄’으로 공급을 막고 선심성 돈풀기에 골몰한 결과가 집값·전셋값 폭등이다. 분양가 상한제라는 위헌적 가격 통제로 대응한 점도 닮았다. 재정·통화팽창 브레이크 풀려문재인 정부를 두고 연성독재니 전체주의니 설왕설래하지만 최근 일련의 국정 운영에선 ‘남미식 포퓰리즘’으로의 경사가 확연하다. 여당은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 매달 최대 25조원을 뿌릴 수 있는 상상초월의 ‘자영업 손실보상법’을 1~2주 새 기정사실화했다. 보상금을 4월 보궐선거 전에 지급하겠다며 ‘국정 2인자’가 속도전에 총대를 멨다. ‘법제화한 나라가 없다’는 당연한 이의 제기를 한 기획재정부를 ‘개혁 저항세력’으로 몰며 물불 안 가리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발권력 동원은 통화가치와 국가신인도 추락 위험이 커 대부분 국가가 금지한다. 그런데도 ‘한국형 제도’라 강변하는 것은 작년 4·15 총선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당시 여당은 14조원의 막대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카드로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했다. 이제 판돈을 10배 넘게 키운 베팅을 감행하겠다니 그 대담함이 두려움으로 다가온다.기업 &l
요즘 서민들이 가장 분노하고 좌절하는 대목은 정상적인 저축이나 직장생활로는 내집 마련이 불가능할 만큼 집값이 폭등했다는 점이다.문재인 정부 출범후 약 4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값은 평균 5억3000만 원 올랐다. 1년에 1억도 더 오른 아파트 값을 서민들이 따라갈 재주가 있을 리 없다. 2030세대가 영혼까지 끌어모아 '묻지마 아파트 매수'에 나서고 예·적금 깨고 대출까지 받아 '빚투' 주식 매수에 달려드는 이유다. ◆서울 25평형 아파트 장만에 무려 118년경실련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평균적인 근로자가 서울에서 25평형(82.6㎡)아파트를 장만하려면 무려 118년이 소요된다. 연봉의 30%를 저축할 경우를 가정해 계산한 결과다. 불가능하지만 연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두 저축해도 내 집 마련에 꼬박 36년이 걸린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21년이던 내집마련 소요기간이 불과 4년도 안돼 2배 가까이로 길어졌다.이 정부 출범후 서울 25평형 아파트 값은 평균 6억6000만원에서 11억9000만원으로 82% 치솟은 반면, 근로자 연봉은 3100만원에서 3400만원으로 9% 오르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서민 평형이라는 25평형 가격은 서울 강남에선 19억1000만원(작년말 기준)으로 20억원에 육박한다니, 보고도 믿기 힘든 현실이다. 문 정부 출범 당시 11억 원에서 거의 2배로 폭등한 것이다. 비(非)강남권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문 정부 초기 5억3000만원이던 서울 비강남권 아파트는 지금 9억8000만원으로 10억원 돌파가 목전이다. 정권별로 봐도 문 정부의 상승률이 압도적이다. 노무현 정부 출범 초인 2003년1월부터 작년 말까지 18년 동안 서울 25평 아파트는 8억8000만원 올랐는데, 이중 60%(5억3000만원)가
전문성 높은 의료진, 최신 장비, 촘촘한 건강보험 안전망,손쉬운 접근성… 한국은 다른 나라가 부러워할만한 우수한 의료보건 시스템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2019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시절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때 한국 의료의 우수성을 소개하는 전시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K방역'이 일정 정도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면 그 8할은 오랜 사회적 투자로 잘 구축된 선진의료시스...
여권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궤도이탈 발언이 점입가경이다. 28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의 쏟아낸 발언은 엇갈리는 호불호 속에서도 그를 미래지도자로 주목해온 이들에게 '이건 뭐지'라는 걱정을 안겨줄 만큼 엉뚱했다. 이 지사는 “OECD 평균 국가부채비율이 123%인데, 우리는 39%에서 44%로 올라갔다고 벌벌 떤다”며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기획재정부를 직격했다. 우등생인 학생에게 반 평균 점수에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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