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2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목요대화에서 묘한 대화가 목격됐다. 대선을 염두에 둔 정 총리가 외연확장의 일환으로 개최하는 목요대화는 이 날이 열번째 회동이었고, 주제는 '코로나19와 대한민국,그 과제와 전망'이었다. 자신이 총지취한 'K방역'의 성공을 주요 국정성과로 밀고 있는 정총리가 야심차게 마련한 자리에서 가장 눈길을 끈 화제는 '베트남과 대만의 방역성공이었다.’K방역’ 자랑하지만 아시아 49개국중 24위 그쳐정총리가 먼저 "베트남과 대만은 (방역이) 잘됐다는데"라고 운을 띄웠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공항을 원천봉쇄해 초기에 잡아서…"라며 말을 받았다. 정총리는 "우리는 개방경제라서 그렇게는 못한다"고 되받았다. 틈만 나면 K방역을 자랑하는 정부와 여권 핵심인사들의 입에서 나온 상당히 이색적인 뉘앙스의 대화였다. 실제로 한국보다 베트남 대만의 방역성과는 월등하다. 통계가 집히는 아시아 49개국중 한국의 인구 1백만명당 발병자 수는 252명으로 20위,사망자 수는 6명으로 24위에 그친다.반면 '진짜 방역모범국' 베트남과 대만의 성공은 시간이 갈수록 돋보인다. 제2의 팬데믹 우려에도 감염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최근 3일(6월30일~7월2일)동안의 확진자는 한국은 모두 147명(43·50·54명)에 달하지만,대만은 1명(0명·0명·1명)에 불과하고 베트남은 놀라운 0의 행진(0명·0명·0명)이다. 재확산도 비껴간 '진짜 방역 모범국' 베트남·중국베트남의 방역 성과는 특히 놀랍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충격적인 사건에는 ‘체르노빌’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코로나 사태를 ‘중국판 체르노빌 사건’이라 부르는 것처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은 ‘자본시장의 체르노빌 사건’으로 볼 만한 기념비적 스캔들이다. 삼성, 검찰, 금융당국, 회계법인, 국민연금, 참여연대, 정치권이 총망라돼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여서만은 아니다. 사건 성격과 전개 과정을 볼 때 ‘삼바 이후’의 자본시장은 ‘삼바 이전’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할 것이 분명해서다.대법원도 "분식회계 단정 못해"체르노빌 폭발과도 같은 충격파를 자초한 장본인은 다름 아닌 정부다.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16년 상장 당시 자신들이 ‘적정’을 확인해준 삼바 회계장부를 다시 헤집어보더니 2018년 11월 돌연 ‘분식’으로 판정했다. 2주 만에 낙마한 김기식 금감원장이 친정인 참여연대와 호흡을 맞춰 이슈를 꺼내놓은 게 사태의 발단이 됐다. 증선위 고발로 시작된 검찰 수사도 유례없이 가혹했다. 1년7개월간 관련 압수수색만 50여 차례 진행했다.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엊그제 검찰과 변호인으로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혐의에 대한 공방을 듣고는 ‘불기소 및 수사 중단’을 권고했다. 검찰·증선위를 합쳐 38개월이나 세상을 뒤집을 듯 수사한 결과치고는 허망하다. 삼성을 ‘적폐 수괴’쯤으로 여기는 이른바 진보진영에선 ‘삼성 장학생’들이 심의에 참여했다며 반발 중이다. 하지만 그간의 경과를 유심히 지켜본 이들에게 불기소 권고는 예상된 결과다. 법원은 심의위에 앞서 열린 8번의 판결·가처분·구속영장 심
내년 최저임금 심의 법정시한(29일)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내일(25일)과,마지막 날인 29일에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올해도 시한내 타결은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인상률'과 '차등 적용'이라는 두가지 핵샘쟁점이 모두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내년도 최저임금 관보게재일이 8월 5일 인만큼 그 때까지 한바탕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민노총은 현재 시간당 8590원인 최저임금을 내년에는 1만770원...
“권력은 감옥뿐만 아니라 군대 학교 병원 공장 회사 등 모든 장소에서 ‘몸(인간)’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일련의 기법을 동원한다.”미셸 푸코(1926~1984)는 자크 데리다와 함께 포스트모더니즘의 사상적 기초를 제공한 프랑스의 후기구조주의 철학자다. 후기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해체주의 등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일련의 상대주의적 지적 풍토를 마뜩잖게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푸코에 대해서만큼은 예외다. 1990년대 초반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푸코 신드롬’이 몰아쳤고, 그의 이름은 현대 사상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국내 인문·사회과학계에서 인용 빈도 최상위권 학자이기도 하다.푸코는 ‘지식의 견고한 축적’이나 ‘이성의 점진적 진보’라는 전통적인 역사 이해 방식, 즉 역사주의를 거부한다. 대신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권력’과 ‘권력의 폭력’에 천착했다. 그런 집요한 탐구를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재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자발적 복종’ 부르는 ‘판옵티콘’ 사회1975년 출간된 푸코의 《감시와 처벌:감옥의 탄생》은 현대사회를 보는 기존과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권력과 그 권력에 대한 ‘자발적 복종’의 메커니즘 분석을 통해서다. 자발적 복종이란 “사람들이 스스로 권위에 복종해 그 상태를 편안함의 일종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복종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상태”라는 게 푸코의 정의다.푸코는 프랑스혁명을 전후로 감옥제도와 함께 시작된 형벌제도의 변화를 ‘권력의 경제학’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했다. 감옥은 단순한 범죄자 수용소가 아니라
'자유항' 홍콩이 1997년 중국에 반환된 지 23년만에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지난해 송환법 사태에서부터 시작된 거대한 혼란은 '홍콩 국가보안법 사태'를 맞아 본토와의 극한 대립과 자본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올들어 4월까지 홍콩 헤지펀드에서만 310억 달러(38조원)가 빠져나갔다. 홍콩인들의 해외 은행계좌 개설 문의가 쏟아지고 있고, 전문직을 중심으로 이민 모색도 급증했다. 자본 유출입이 자유롭고, 인터넷 ...
35년 전인 1985년 5월. 386세대의 진격을 예고하는 ‘거사’가 터졌다. 서울 5개 대학 소속 대학생 73명이 미국 문화원을 기습점거하고 사흘간 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광주 학살 책임지고 미국은 사과하라’는 요구가 내걸렸다.당시 언급조차 조심스럽던 광주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감행된 거사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 386의 등장을 알렸고 5·18 논의는 ‘공론의 장’으로 편입됐다. 주동자 김민석은 불과 11년 뒤 서른둘에 금배지를 달고 ‘386 정치’의 선두주자가 됐다. 함운경 허인회 박선원 고진화 등도 차례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후 ‘오월 광주’는 386 정치인의 든든한 자산이자 마음의 빚으로 자리 잡았다.이런 관점에서 보면 홍콩 사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침묵은 386 정치의 바닥을 보여주는 것이다. 386의 위선을 목격하는 일이 처음은 아니다. 안희정·김의겸·조국·윤미향 사태에서도 한 줌 권력을 사유화하고 부당이득에 집착하는 타락이 극명했다. ‘아군’이라며 맹목적으로 감싸는 괴물 같은 비이성적 집단의 존재도 확인했다.'광주 판박이' 홍콩사태 외면하지만 홍콩 사태 외면은 그런 개별적 일탈이나 집단적 품성 문제를 뛰어넘는 다른 차원의 일이다. 오늘 홍콩은 386 정체성의 알파요 오메가인 ‘오월 광주’의 판박이이기 때문이다. 2047년까지 일국양제와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던 약속을 저버린 중국 정부의 전체주의적 폭주를 막기 위해 홍콩 시민들은 거리로 나섰다. ‘서울의 봄’을 악몽으로 몰고간 신군부에 맞서 가두투쟁을 벌인 한국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홍콩인들이
아니나 다를까 북한이 가만 있지 못하고 숟가락을 올렸다.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사장에 대한 지원사격을 본격화하고 나선 것이다.조국 사태 때도 광화문 네거리에 모인 시민들을 거친 언사로 폄훼하며 ‘조국 사수’에 힘을 보태려던 북한이다. 조국 사태 데자뷔인 윤미향 사태에 끼어드는 것은 시간문제였을 것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조국 사태 때 “파면요구는 남한 보수세력의 정치 쿠테타&...
17~18세기는 ‘이성의 시대’였다. 이성의 근육을 키운 인류는 19세기에 번영을 달렸고, 그 들뜬 분위기는 20세기 초입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파시즘이 등장하자 20세기는 한순간에 야만과 반(反)지성의 나락으로 추락했다. 로버트 팩스턴의 《파시즘: 열정과 광기의 정치혁명》은 파시즘의 전개 과정과 이면을 치밀하게 복기한 노작(勞作)이다. 전후 60여 년 지속된 파시즘 관련 여러 논쟁을 잠재웠다는 평가를 받는다.‘20세기의 악몽’ 파시즘은 ‘천의 얼굴’을 보였다. 전형적인 형태는 베니토 무솔리니의 이탈리아 파시즘 국가(1922~1943년)와 아돌프 히틀러의 독일 국가사회주의 나치 국가(1933~1945년)다. 비슷한 시기에 오스트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스페인 벨기에 영국 핀란드 프랑스 일본 등에서도 파시즘 운동이 꼬리를 물었다.팩스턴은 “파시즘은 1차 대전과 러시아 혁명에 대한 반동으로 태어났다”고 봤다. 당시 시대상에 대해 팩스턴은 “종전 무렵 유럽은 재건 불가능한 구세계와, 그들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신세계로 분열됐다. 인플레는 부르주아적 가치를 비웃으며 통제불능 상태로 치달았다”고 썼다. 또 1917년 러시아에서 레닌이 거둔 승리와, 더 산업화된 독일에서마저 레닌 추종자들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중간계급과 상류층을 두려움으로 몰았다고 진단했다.파시즘은 ‘이즘’이 아니라 ‘결집된 열정’그리하여 낙관적 미래 전망이 불신받고 ‘인류의 자연스러운 조화’라는 자유주의적 가정은 의심받았다. “자유주의나 보수주의 같은 기존 정치제도의 역량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회 경제적 긴장이 야기됐다”는 게 팩스턴의
‘코로나19’와의 싸움도 힘겨운 판에 또 하나의 치명적 ‘저출산 바이러스’가 한국을 뒤덮고 있다. 통계청은 그제 1분기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을 0.9명으로 집계했다. 출산율이 ‘2.1명’은 돼야 인구가 유지된다는데 낮아도 너무 낮다. 1분기는 ‘출산 성수기’다. 자녀가 또래에 뒤처지는 것을 싫어하는 많은 부모가 1분...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자 겸 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대표를 둘러싼 일련의 전개는 작년 하반기 ‘조국 사태’의 판박이다. ‘정의의 대변자’처럼 행세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이중적 행태에 국민들은 허탈해 했다. 소위 ‘진보 진영’의 조국 옹호 퍼레이드는 더 큰 자괴감과 좌절감을 안겼다. 부박한 진영 논리로 끊임없이 사실과 본질을 왜곡하려는 우리 안의 부끄러운 자회상이 적나라했...
실비오 게젤(1862~1930)이라는 독일 재야 경제학자는 ‘이자 때문에 성장이 저해된다’고 봤다. 사업가이자 아나키스트였던 그는 적정 금리를 -5.2%로 제시하기도 했다. 비웃음을 샀던 그의 이론을 재평가한 사람은 존 메이너드 케인스였다. 케인스는 “마르크스보다 게젤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울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이자는 언젠가는 사라져버릴 하나의 과도기적 단계”라고 했다. 게...
“이 이야기를 하면 그야말로 적(敵)은 100만, 나는 혼자.” 위안부 할머니들의 집단거주시설 ‘나눔의 집’에 머물다 2014년 작고한 배춘희 할머니의 말이다. 일본을 용서하고 싶은 마음을 함부로 말하기도 힘든 ‘고독’을 이렇게 귀엣말로 털어놨다는 게 박유하 세종대 교수(《제국의 위안부》 저자)의 전언이다. 이용수 할머니와 정의기억연대의 충돌에 많은 사람이 ‘언젠가는 ...
어디선가 무슨 일이 생기면 ‘짱가’가 나타나 도와주는 건 만화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한국증시에서 이 만화같은 장면이 자주 목격된다.주가가 조정받으면 어김없이 ‘동학 개미’가 등장해 증시를 떠받친다. 오래동안 기관과 외국인의 ‘밥’이었던 개인투자자의 화려한 변신이다. ‘개미’라는 용어는 미약함이 담긴 작명이지만 ‘동학개미’...
결국 재난마저 삼류 정치의 볼모가 됐다. ‘상위 30%’ 부자에게도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이 지급된다. 재원 4조6000억원은 대부분 적자국채로 조달된다. 부자들의 생활고를 걱정해 나라가 빚을 내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다. 그러고선 이제 와 대통령까지 나서서 기부를 독려 중이다. ‘상위 30%’는 지원이 필요없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는 뜻일 텐데 그렇다면 전 국민 지급안은 왜 밀어붙인 것일까. 모든 게 혼란스럽다. 설마 부자들에게서 지원금을 초과하는 기부금을 걷기 위해 밑밥을 던진 것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부자에 퍼주는 4兆로 해야 할 일가장 실망스런 대목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실종이다. 부자들의 생활비를 댈 만큼 국고에 여유가 있다면 취약계층에 대한 추가 지원부터 검토하는 게 바른 수순이다. ‘상위 30%’에게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용돈이지만 ‘존버’ 중인 한계선상의 약자들에게 4조6000억원은 너무 크고 절실하다. 전국의 일용직(75만 명), 파견·용역직(165만 명), 특수고용직(220만 명) 근로자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5개월간 지원할 수 있는 돈이다. ‘1인 가게’를 힘겹게 지키는 전국 영세자영업자 400여만 명에게 100만원씩 돌려도 5000억원이 남는다.악전고투 중인 기업 지원에 투입한다면 수십조원의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보증배수가 12~13배인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신용보증기금에 4조6000억원을 넣으면 55조~60조원의 보증여력이 생긴다. 채권담보부증권(P-CBO) 방식을 통하면 연내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31조8000억원)의 대부분을 차환해줄 만큼 인수 여력이 커진다. 기획재정부가 직접 담보 재원으로 끌어 쓸 경우 한국은
‘불필요했던 전쟁(unnecessary war)’.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2차 세계대전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가” 하고 물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에게 내놓은 답이다. 1500만여 명의 사상 최대 사망자를 낸 최악의 전쟁을 막을 기회가 너무 많았다는 회한이 담긴 한마디다.《제2차 세계대전》은 영국 총리로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긴 회고록이자 역사서다. 처칠은 “두 차례 최악의 전쟁을 고위직에서 경험한 사람은 아마 내가 유일할 것”이라며 “실수를 성찰하고, 오류를 교정하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펜을 들었다”고 밝혔다. “도덕적인 사람들의 나약함이 사악한 사람들의 적의를 어떻게 강화시켰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설명이다.맹목적 평화주의에 지배됐던 유럽총 6권 5000여 쪽의 방대한 저작을 관통하는 정서는 안타까움이다. 처칠은 ‘공포와 피비린내 나는 포격에 기초한 독재체제(나치즘)의 등장’에도 세계 지도자들은 “불편한 현실과 마주하기를 거부하고, 국익을 무시한 채 대중적 인기만 갈망했다”고 전한다. 세계의 운명이 달린 그 중대한 시기에 영국 총리였던 볼드윈은 유럽 정세에 무지했다고 개탄했다.유럽인들의 경계심은 나치 독일 지도자 히틀러의 능수능란한 수사에 무너졌다. 체코 수데텐 지역을 기습 점령한 히틀러는 “이것이 영토에 관한 내 마지막 요구”라며 할양해줄 것을 요구했다. 대재앙의 전초전이었다. 독일에 전력이 뒤지지 않던 체코는 항전 의지를 다짐했지만, 유럽 강국들은 ‘마지막 요구’라는 말을 믿고 사태를 봉합하는 데 급급했다. “전쟁을 감당할 자신과
'역시 믿을건 금'이라는 말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큼지막한 해설 기사가 신문지상을 장식하고, 금의 장점을 소개하는 방송프로도 잣다.코로나 쇼크가 부른 극심한 경기침체와 금융·자산시장 대혼란 속에서도 가격 급등과 거래급증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1년전 이맘때 트로이온스당 1200달러대이던 금값은 지금 1700달러 돌파를 앞두고 있다. 1년 상승률이 40%다. 거래도 크게 늘었다.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KRX금시장의 하루 평...
두달여 지속되는 ‘코로나 참사’는 모두에게 시련과 상실감을 안기지만, 반대로 얻는 것도 있다.극단의 위기로 인해 코로나 이전에는 알지 못했고 확신하지 못했던 귀중한 사실들을 확인하고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우리 안의 편견과 허상을 지우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안목과 지혜를 제공해 주고 있다. ◆‘무상 복지·의료’의 허상…불공정한 ‘국제 질서&rsquo...
14세기 중엽 유라시아와 북아프리카를 휩쓴 흑사병은 참혹했지만 세상을 바꾸는 동력이 됐다. 간절한 기도도 소용없고, 성직자가 더 많이 죽어 나가자 ‘신’보다 ‘인간’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이런 각성은 르네상스로 이어졌다. 노동력 품귀는 장원 해체와 농노의 도시·상공업 진출을 불러 산업혁명의 단초가 됐다. 한창 진행 중인 ‘코로나 쇼크’도 거대한 변화를 부를 개연성이...
외환위기 당시 강경식 경제부총리는 “펀더멘털은 튼튼하다”고 했다가 온갖 비아냥을 들었다. 따져보자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정부 부채가 GDP의 11%에 불과했다. 그 덕분에 대규모 공적자금 동원이 가능했다. 기업부채비율이 치솟았지만 산업경쟁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구제금융 이듬해부터 경상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던 이유다. 당시 문제는 달러 부족이었다. 국고에 돈이 있어도 ‘세계통화’ 달러가 아니면 소...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방안은 한국 포퓰리즘이 중증단계로 진입 중임을 확인시켜 준다. 지원 대상으로 유력한 ‘월 소득 710만원’을 연봉으로 계산하면 8520만원이다. 억대 연봉에 가까운 고소득자의 생활고까지 챙기겠다는 ‘어버이 정부’의 등장을 이렇게 빨리 보게 될 줄이야…. ‘재정 뒷감당이 어렵다’며 반대하는 홍남기·김상조 경제팀의 저항을 청와대 노영민·강기정 콤비가 ‘총선도 다가오니 더 신경 써야 한다’는 논리로 제압했다고 한다. ‘총선용 현금 살포’로 불러도 무방할 듯 싶다.가장 걱정스러운 대목은 눈덩이 적자국채다. 세수 부족을 메우는 적자국채는 국민이 세금으로 상환해야 해 국가 부채 중 가장 악성이다. 후손들의 지갑을 터는 격이어서 역대 정부는 적자국채 발행을 최대한 자제했다.1인당 나랏빚, 올 500만원 폭증문재인 정부는 딴판이다. ‘재정이 혁신의 마중물’이라며 방만 운영한 결과 적자국채가 폭증세다. 2018년 15조원이던 한 해 적자국채 발행액은 작년 34조원으로 뛰었고, 올해는 역대 최대인 80조원 안팎으로 치솟는다. 80조원을 30세 미만 인구 1600만 명에게 균등 배분하면 1인당 500만원꼴이다.자녀 세대 지갑에서 500만원씩 빼쓰는 이런 상황은 한국은행 잉여금 등 여유기금까지 탈탈 털어서 앞당겨 쓴 데 따른 필연적 귀결이다. 최초로 2년 연속 세수 감소가 진행되는 와중에 ‘초슈퍼예산’을 고집하다보니 본예산을 짤 때부터 60조2000억원의 대규모 적자국채 편성이 불가피했다.코로나 대응 재원도 적자국채 아니면 대안이 없을 정도로 나라 곳간이 위태위태하다. 1차 추경 11조7000억원의 88%인 10
동양에 대한 서양의 오해와 왜곡은 뿌리 깊다. 근대철학의 완성자라는 헤겔조차 ‘동양적 전제주의’라는 말을 자주 썼다. 동양은 ‘미성숙하고 무능력한 저급 사회’라는 게 헤겔의 시각이었다. 역사는 ‘동양세계→그리스·로마세계→게르만세계’의 순으로 발전한다고도 했다. 이런 인식은 19세기 제국주의 시대를 맞아 식민지 쟁탈전으로 이어졌다. 당시 영국 총리 디...
“이자는 언젠가는 사라져버릴 하나의 과도기적 단계”라고 말한 사람은 거시경제학의 대부 존 메이너드 케인스다.1936년에 발간돼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에서 그는 '이자생활자의 안락사'를 예견했다. 80여년 전 천재 경제학자의 주장에 대해 "이자가 사라진다고? 농담하느냐"고 생각한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무제한 돈을 공급하는 양적완화라는 비전통적 정책이 '...
증시는 경제의 창(窓)이다. 냉정한 투자자들의 집단적 분석과 평가가 경제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점은 거듭 입증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펀드멘탈도, 기술적 분석도 무시한채 수직하강중인 글로벌 증시의 움직임은 코로나 경제 쇼크 극복이 지난한 과정이 될 것임을 암시한다. '헬리콥터 머니'를 살포한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각국 정부는 사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국증시는 최근 한달새 20~40%에 폭락했다. 한달 하락률은...
빌 게이츠는 대학 중퇴→차고(골방) 창업→억만장자 등극이라는 미국식 성공스토리의 첫 모델로 꼽힌다.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1975년 19세에 마이크로소프트(MS)를 설립해 세계 최고 부자에 올랐다. PC(개인용 컴퓨터)라는 개념이 등장하기도 전의 일이다. 소프트웨어 시장을 개척한 그의 발걸음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도 불리는 컴퓨터산업 진화의 역사이기도 하다. MS사의 엑셀과 윈도를 처음 써보고는 감탄...
유럽을 주 전장으로 한 2차 세계대전의 결과는 참혹했다. 5500만 명의 생명이 스러졌고, 극한의 비극을 목격한 유럽인들의 상처는 누구보다 깊었다. 세 번째 전쟁을 막으려면 이웃과의 관계가 달라져야 한다는 데로 뜻이 모였다. 1946년 처칠이 스위스에서 “유럽합중국 건설을 위해 노력하자”고 역설한 배경이다. ‘하나의 유럽’ 구상은 ECSC(유럽석탄철강공동체) EEC(유럽경제공동체) EC(유럽공동체)를...
많은 이들이 ‘코로나 사태’를 더욱 힘들어하는 것은 이 판국에도 정부의 관심사는 ‘방역’이 아닌 ‘정치’라는 의구심 때문이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 보니 대책마다 꼬이고, 그 수습을 위해 또 무리수를 동원하는 양상의 반복이다. 일본의 ‘한국인 입국제한·금지 조치’에 대한 정부의 이해하기 힘든 대처가 잘 보여준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일본의 조치가...
코로나 사태의 불안하고도 수상한 전개는 여러 면에서 23년 전의 외환위기 악몽과 닮았다. 현장의 절박함과 큰 괴리를 보이는 대통령의 인식부터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생명과 안전 보호를 최우선시하겠다”면서도 “중국인 입국금지는 불가능하다”는 모순 화법으로 일관하고 있다.환란을 초래한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과 판박이다. YS는 한보사태로 부도공포증에 빠져 1997년 3월 강경식 부총리를 임명한 뒤 “구조조정은 하되, 기업부도는 내지 말라”는 이율배반적 지시를 반복했다. YS가 던진 이 ‘미션 임파서블’은 부도유예협약이라는 기형적 제도를 탄생시켰다. 부도 처리 후에 하던 자산매각·감원 등의 절차를 부도 처리 전 3개월 유예기간에 미리 진행하는 방식으로 부도인 듯 부도 아닌 ‘제3의 상태’를 만들어낸 것이다.'모순 덩어리' 文 코로나 해법얼핏 묘수로 보였다. 하지만 기아자동차에 협약이 적용되자 조삼모사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구조조정 약속을 이행하는 척하던 기아차 노사는 부도유예 기간 중 온갖 로비로 산업은행의 출자전환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이는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 추락을 불러 국책은행 산은마저 외환차입 불능으로 몰리고 말았다. 이후 IMF(국제통화기금)행은 필연적 수순이었다.강 부총리는 후일 “재직 중 기아차를 바로 부도내지 못한 게 가장 후회된다”고 토로했다. “대통령과 총리, 주무 장관이 모두 나서지 않아 혼자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였지만, 그래도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한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시대를 앞서 간 에이스 경제관료’ 강경식
전통적으로 미국은 좌파의 동토(凍土)다. 유럽이라면 노동계급이 주도하는 사회주의가 있을 자리를 리버럴리즘이 대체하고 있는 나라다. 러시아 혁명 이전까지 많은 좌파이론가들은 '미국이야말로 사회주의자가 권력을 획득하는 첫 국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민족·인종·종교의 다양함 덕분에 노동자들의 단결이 어려웠던데다, 오랜 냉전을 앞장서 수행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
예상못한 '역대급 사건'은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 싹쓸이만은 아니다. 금융시장에서도 그에 못지 않은 역대급 사건이 한창이다. 나쁜 의미에서의 역대급이라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전대미문이라는 대목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라임 사태' 얘기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국회에 나가 "라임이 유동성 확보에 실수한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까면 깔수록...
“K팝이 성공한 것처럼 한국형 헤지펀드도 성공할 것이다." 2011년 'K헤지펀드'(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을 밀어붙인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의 말이다. 헤지펀드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투기를 떠올리며 '시기상조 아니냐'고 우려하자 그가 내놓은 대답이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분석한 K팝 성공비결도 제시했다. 바로 사람(인재)이었다. "장담하건대 헤지펀드에도 최고 금융인재들이 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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