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너자2’가 애니메이션 역사를 새로 썼다. 중국 내 '애국소비'에 기댄 바 크다는 평가도 있지만, 역대 세계 1위 애니메이션 흥행작 기록을 갈아치운 건 엄연한 현실이다.문제는 한국 애니메이션이다. 자본과 거대 시장을 앞세워 급성장한 중국과 달리 한때 성장하던 한국 애니메이션은 고사 직전 위기에 몰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인설의 OK 기업'에서 C애니의 비상과 K애니의 위기에 관해 살펴봤다.원종환 기자
젓가락의 원조는 중국이다. 고대 은왕조에서 상아 젓가락을 쓰긴 했지만 대부분 대나무로 만든 나무젓가락을 사용했다. 그래서 젓가락을 뜻하는 한자 ‘저(箸)’에는 대나무 죽(竹) 부수가 들어가 있다.‘젓가락 하면 나무젓가락’이란 공식을 깬 건 한국이다. 뜨거운 국과 고기를 많이 먹는 한국인에겐 고온과 무게에 약한 나무젓가락보다 쇠젓가락이 유용했다. 내구성이 강한 쇠젓가락은 운동 측면에서도 장점이 많다. 나무젓가락보다 손뼈와 근육·관절을 더 움직이게 하고 두뇌 활동을 더 늘린다. 영남대병원 조사 결과 쇠젓가락은 나무젓가락과 포크에 비해 각각 1.6배, 2배 정도 뇌를 활성화했다. 또 쇠젓가락은 잘 미끄러져 콩 같은 작은 물체를 집을 때 나무젓가락보다 더 정교한 손기술을 필요로 한다. 손재주로 우뚝 선 한국한국인은 이런 고난도의 쇠젓가락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안다. 작은 밥알이나 미끄러운 메추리알, 물렁물렁한 묵까지 쇠젓가락으로 집어낸다. 포크만 쓰는 서양인 눈에는 경이로울 뿐이다. 나무젓가락으로 생선 가시를 발라내는 일본도 한국의 쇠젓가락 경쟁력은 인정할 정도다. 세계에서 쇠젓가락을 가장 많이 쓰는 한국이 악력 운동인 ‘총·칼·활’ 종목에서 세계 최고가 된 것도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그렇다고 한국이 쇠젓가락을 오래전부터 쓴 건 아니다. 근대화 이전엔 구리와 나무젓가락을 혼용했고 현재의 스테인리스 젓가락이 퍼진 건 1970년대다. 공교롭게도 한국 제조업의 성장 시기와 맞물린다. 철강산업 발전으로 목재보다 철을 더 쉽게 구할 수 있던 때다. 쇠젓가락의 대중화와 함께 한국은 ‘철공예’라고 할 수 있는
2021년 2월은 미국 텍사스 주민들에게 악몽 같은 시기였다. 대규모 정전으로 난방을 돌리지 못해 240여 명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도 나흘간 지속된 정전으로 4000억원의 피해를 봤다.정전 원인은 추위에 취약한 전력망이었다. 겨울이 따뜻한 텍사스의 전선 피복은 미국에서 가장 얇기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당시 영하 20도로 내려간 강추위에 속수무책이었다. 텍사스 전력망 중 절반가량이 먹통이 됐다. 게다가 다른 주와 전력망이 연결돼 있지 않아 비상 전력을 끌어오지 못해 피해가 더 컸다. 이후 텍사스는 이른바 ‘전력망 겨울화’에 매년 50억달러 이상을 쓰지만 여전히 미국 정전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텍사스에 겨울이 고비라면 플로리다는 여름이 골치다. 매번 대형 허리케인이 상륙해서다. 2020년 ‘도리안’과 2022년 ‘이안’이 대표적이다. 그때마다 50년 이상 된 노후 전선이 끊기거나 송전탑이 무너져 대규모 정전이 일어났다. 여기에 열대 폭풍과 고온까지 겹쳐 플로리다의 ‘여름 정전’은 일상이 됐다. 인근 조지아주와 앨라배마주도 비슷한 처지다. 대부분 1960년대 이후 교체하지 않은 노후 전력망이 정전 피해를 키운다. 이들 지역의 전력망 등급은 F로 미국에서 가장 낮다.캘리포니아 전력망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7일 발생한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의 발화점이 송전탑이라는 의혹이 나오면서다. 불이 난 LA 카운티의 산 중턱에 설치한 송전탑에서 불꽃이 솟구치는 영상이 연이어 공개되고 있다. 2021년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도 낙후한 전력망에서 발생한 불꽃이 원인이었다. 2018년 캘리포니아 산불도 송전선
미국 대통령 취임식 규모는 천차만별이다. 행사 비용을 전액 세금으로 충당하는 한국 등과 달리 미국은 그 비용을 대부분 기부금으로 조달해 기부액이 얼마냐에 따라 취임식 규모가 달라져서다.이런 전통은 1949년 취임한 해리 트루먼 대통령 때 시작됐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쪼들리는 정부 재정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날로 화려해지던 취임식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때 꽃을 피웠다. 배우 출신답게 각종 공연을 총망라해 취임식을 문화 축제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0만달러로 이전보다 갑절이 된 취임식 비용은 모두 기부금으로 충당했다.취임식 기부금은 계속 늘다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 처음 1억달러를 넘었다. 이 기록은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가 다시 깰 전망이다. 지난주 기부금 잠정치가 1억7000만달러를 넘어서 취임식인 20일까지 2억달러는 무난할 전망이다. 돈이 너무 많이 모여 취임식 후 남은 돈은 ‘트럼프 도서관’ 건립비로 쓰기로 했을 정도다.취임식 기부금 개별 한도를 정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금액 제한을 없앤 덕도 있지만 흥행에 성공한 원인은 따로 있다. 이른바 ‘VIP 티켓’이 불티나게 팔려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비용으로 100만달러 넘게 기부하거나 200만달러 이상 모금한 개인·기업이 그 대상이다. 이들은 취임식 때 특별석에 앉는 것 외에 트럼프 대통령 만찬과 JD 밴스 부통령 만찬 등 6가지 행사마다 각각 6장의 입장권을 받는다. 2017년 취임식 때 기부에 인색했던 미국 빅테크와 자동차 기업들이 이번엔 ‘100만달러 클럽’에 가입한 배경이다.미국 사업 때문에 어떻게든 트럼프 행정부와 인맥을 쌓아야 하는
정부가 대부업 요건을 강화했다. 대부업체가 과도한 수준의 이자를 받으면 대출자로부터 원리금을 아예 받지 못하게 하는 초강수를 뒀다. 불법 사금융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 서민들이 고금리 피해를 보는 걸 예방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대부업체를 옥죄면 합법적으로 영업하던 종소 대부업체마저 불법 사금융 영역으로 내몰리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민들이 급전을 더 구하기 힘들어질 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대부업 규제 일변도로 가는 게 능사일까. [찬성] 폭리 취하는 불법 사금융 근절…서민들 고금리 피해 예방 효과국회는 지난달 27일 불법 사금융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부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법은 하위 시행령 개정을 완료한 뒤 올 하반기부터 시행한다.개정 법안에는 대부업체가 법정 최고 이자율을 넘는 이자를 받으면 계약의 효력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회적 통념에 현저히 어긋나는 ‘반사회적 계약’이나 초고금리 대부계약을 맺으면 해당 계약은 원천적으로 무효화하게 했다. 예를 들어 대부업체가 연이율 60%를 초과하는 대부계약을 맺으면 대출자는 원금과 이자를 안 갚아도 된다. 성 착취 추심, 인신매매, 신체 상해, 폭행, 협박 등을 전제로 체결된 계약의 원리금도 전부 무효로 한다.정부는 특히 대부업 자기자본에 신경 썼다. 금융권 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자기자본은 스스로 금융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을 의미한다. 그동안 대부업 등록 요건인 자기자본 기준이 낮다 보니 신뢰할 수 없는 영세 대부업자가 난립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문제를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인수합병(M&A)을 막는 일은 그리 낯설지 않다. 2015년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2018년 퀄컴 인수전이 대표적이다. 모두 중국 업체이거나 중국 자본이 참여한 M&A다. 자국 기업이 개입한 M&A를 막고 나설 때도 적잖다. 2017년 AT&T와 타임워너 합병, 2021년 엔비디아의 ARM 인수, 지난해 슈퍼마켓 크로거와 앨버트슨 간 합병 등이다. 독과점 우려가 커진다는 명분으로 미국 법무부가 총대를 멘다.그럼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말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불허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자본이 끼어 있지 않고 독과점 우려도 크지 않아서다. 동맹국과의 공급망 강화를 강조해온 바이든 대통령의 그간 발언과도 배치된다. “경제적 자학 행위”(월스트리트저널)라는 비판도 나온다.US스틸은 상징성이 큰 기업이다. 1901년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와 ‘금융왕’ 존 피어폰트 모건 JP모간 회장이 9개 철강사를 합쳐 US스틸을 세울 때 기업 가치가 10억달러로 미국 정부 예산의 두 배를 웃돌았다. 1943년엔 미국 철강 생산량의 60% 이상을 담당하며 2차 세계대전을 승전으로 이끄는 데 힘을 보탰다. 말하자면 팍스아메리카나 시대의 공신이다.하지만 1960년대 이후 일본과 유럽 업체 공세 속에 내리막을 달려 한때 34만 명에 달한 직원이 2만 명으로 줄었다. 세계 1위인 조강량도 27위로 추락했다. 세계 4위 일본제철이 US스틸 주가(30달러)보다 80% 이상 높은 주당 55달러를 인수가로 제시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로 무산됐다.US스틸의 앞날은 다시 미궁이다. 업계에선 US스틸의 독자생존보다 경쟁 업체인 클리블랜드클리프스가 인수할 공산이 크다고 본다. 이 회
독일 헌법학자인 카를 슈미트는 정치란 적과 동지를 구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도덕이 선악의 구분이며 미학이 미추(美醜)의 대립이듯 정치의 본질은 피아식별이라는 것이다.한국 정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선거구제의 승자독식 구조여서 내 이익을 침해하면 무조건 반대하고 당리당략 앞에서 상대와의 대화와 협상은 뒷전이기 일쑤다. 정치가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문제 해결 과정과 주체가 엉뚱한 곳으로 넘어간다. 한국에선 주로 사법부가 그 악역을 맡는다. 이른바 ‘정치의 사법화’가 나오는 배경이다.대부분 헌법재판소가 해결사 역할을 담당했다. 헌재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법무부 장관, 감사원장 등 총 10건의 탄핵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1988년 이후 2023년까지 접수한 탄핵 사건(7건)보다 많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위헌법률심판과 권한쟁의, 헌법소원 등 다른 미제 사건도 1354건에 이른다.비정상적인 상황에 신임 재판관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어제 취임한 조한창 헌법재판관은 “정치적 영역에서 해결돼야 할 다수의 문제가 합의되지 못한 채 사건화되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으로 어려운 일들이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사법의 정치화’도 못지않다. 판사들이 사법적 판단에 자신의 정치 성향을 투영하는 경향이 노골화하는 양상이다. 정치적 사건에 대한 늑장 판결에서 잘 드러난다. ‘문재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은 1심 판결까지 4년 가까이 걸렸다. 유죄 판결 난 송철호 울산시장과 황운하 의원이 임기를 다 채운 뒤였다. ‘조국 사건’ 역시 1심에만 3년 넘게 소요됐다.윤석열 대통령 체포·압
미국에서 장관이 되려면 한국보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통령이 지명했다고 무조건 장관으로 임명되는 게 아니다. 국회 동의 여부가 결정적 변수가 되지 않는 한국과 달리 사실상 상원의원의 전원 찬성을 얻어야 한다.어렵게 임명된 만큼 고위직 탄핵도 쉽지 않다. 한국에선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탄핵안이 가결되면 해당 장관은 곧바로 직무정지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헌법재판소 역할을 하는 상원이 출석의원 3분의 2 찬성으로 탄핵안을 최종 가결할 때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해당 장관은 직을 유지한다. 탄핵 절차가 이렇게 까다롭다 보니 미국 역사상 최종 탄핵당한 장관은 한 명도 없다. 당연히 장관 대행으로 일하는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다.이에 비해 요즘 한국은 ‘대행 공화국’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야당 주도로 국회에서 29차례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13건이 통과됐다. 수장 탄핵안이 가결된 법무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감사원, 서울중앙지검 등이 대행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탄핵 여파는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재난 대응의 핵심 라인인 대통령과 국무총리,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4명이 모두 대행인 데다, 대통령 권한 ‘대대행’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 역할까지 맡았다. 무안공항 등 지방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 사장 자리 역시 대행 체제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임 사장이 올 4월 사임한 뒤 8개월째 후임 인선이 늦어지고 있어서다. 비슷한 이유로 정부기관과 공기업 327곳 중 30여 곳의 사장이 공석이다.외교가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탄핵 정국 이후 인사 절차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군 병사들은 편지를 주고받기 힘들었다. 편지를 써도 편지를 본국에 전해줄 우편배달부가 부족해서다. 장기간 서신 왕래가 끊긴 병사들의 불만은 하늘을 찔렀다.미군 수뇌부는 군 사기 진작을 위해 1945년 유럽 전선에서 우편배달을 전담할 부대를 창설했다. 전례 없는 징병으로 젊은 남성이 모자란 탓에 부대원들은 855명의 흑인 여성 자원자로만 구성했다. 미군 역사상 전무후무한 흑인 여성 대대였다. 6888대대로 명명된 이 부대의 활약은 눈부셨다. 여성 특유의 꼼꼼함을 발휘해 2년간 전장에 쌓인 수십만 통의 우편배달을 3개월 내 모두 처리했다. 당초 예상보다 두 배나 빠른 속도였다.대만은 정부군을 창설한 1948년부터 여군을 운용하고 있다. 최근엔 저출생으로 남성 병역자원이 모자라 부사관과 장교뿐 아니라 일반 병사도 여성 지원자 비율을 늘리고 있다. 중국과의 갈등 고조로 모병제를 징병제로 바꾸고 남성 의무복무 기간을 늘린 뒤 젊은 남성층이 강하게 반발한 상황도 고려했다.우려한 것보다 여성 자원병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남성 의무복무병보다 월급이 50%가량 많고 복무 기간(4년)은 장교(5년 이상)보다 짧아 경쟁률이 10 대 1이 넘는다. 지난해부터 전역한 여군을 예비군 대상에 넣었는데도 여성 현역병 경쟁률엔 큰 변화가 없다.한국도 대만과 비슷한 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까. 최근 대만 병역제 관련 보고서를 낸 국방연구원의 김영곤 연구원은 병역자원이 모자란 한국도 대만처럼 징병제와 모병제를 혼용하고 여성 현역병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앞서 올 4월 총선에서도 개혁신당이 이와 비슷한 ‘여성희망 복무제’라는 공약을 제시했다. 여
로봇의 원조는 체코의 차페크 형제다. 형인 화가 요세프 차페크가 체코어로 노동을 뜻하는 ‘로보타(robota)’에 착안해 인간처럼 말하고 걷는다는 개념의 로봇이란 용어를 처음 만들어낸 뒤 동생인 소설가 카렐 차페크가 1920년 본인의 소설에 최초로 로봇을 등장시키며 세상에 알렸다. 그럼에도 차페크 형제는 비행기 원조인 미국의 라이트 형제처럼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한다. 이들이 로봇 개념의 창시자일 뿐 인간처럼 생각하고 움직이는 로봇을 개발하지 못해서다.문학 작품에나 존재하던 인간형 로봇을 처음 개발한 것은 일본 혼다자동차다. 혼다가 2000년 내놓은 ‘아시모’라는 로봇은 스스로 두 다리로 걷고 계단까지 오르내려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후 도요타자동차와 중국 업체들이 앞다퉈 ‘2족형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에 뛰어들어 일부 개발에 성공했지만 대량생산 단계인 상용화까지는 가지 못했다. 기술 수준이 낮은 ‘4족형 로봇’이 군사용이나 서비스용으로 세계에 보급된 것과는 대조적이다.휴머노이드 로봇에서 가장 앞서나간 것은 미국이다. 1990년대부터 세계 로봇 투자액의 60%가량을 쏟아부었다. 미국 국방부가 주축이 돼 보스턴과 실리콘밸리에서 첨단 로봇 개발 생태계를 육성하는 데 집중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테슬라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이런 과정을 통해 성장했다.현대자동차가 2021년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13년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선보인 뒤 매년 업그레이드판을 내놓고 있다. 어제는 기존 유압식에서 벗어나 전기로만 구동하는 ‘올 뉴 아틀라스’를 공개했다. 이 로
1984년 개봉한 미국 영화 ‘최후의 스타파이터’는 외계인 간 전쟁을 어린이 게임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스타파이터’라는 아케이드 게임을 잘하는 청소년들을 전장에 투입해 외계인 악당을 물리치는 내용이다. 2014년 나온 ‘드론 전쟁: 굿킬’은 외계인 대신 테러리스트를 제거하는 과정을 담았다. F-16 전투기를 몰던 주인공이 드론 조종사로 나가 게임하듯 목표물을 명중시킬 때마다 ‘굿 킬’(좋은 살상)이라는 찬사를 듣는다.두 영화는 게임처럼 바뀐 전쟁의 모습을 그린 게 공통점이다. 방아쇠를 당겨 지척에 있는 적을 해치는 게 아니라 적을 마주하지 않고 버튼 하나로 목표를 완수하는 것이다. 현대전에선 이를 ‘버튼 누르기 전쟁’(push-button war)이라고 부른다. 적진 멀리서 적을 타격할 수 있어 살상에 대한 죄책감을 덜 느끼는 게 특징이다.드론 기술까지 발달하면서 죄책감을 완화하는 ‘버튼 전쟁’이 확산하고 있다. 가성비 좋은 무기라는 인식 때문에 너나 할 것이 드론 개발에 열을 올린 영향도 크다. 전투기 생산은 꿈도 꾸지 못하던 튀르키예와 이란 등이 드론을 만들면서 500달러(약 72만원) 정도면 손쉽게 군사용 드론을 구할 수 있다. 더 이상 2000만달러짜리 탱크나 300만달러가 넘는 미사일처럼 큰돈을 쓰지 않아도 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여기에 우크라이나는 영상 촬영용으로 쓰던 ‘1인칭 시점(FPV·first person view) 드론’을 대거 전장에 투입했다. 드론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보는 시점(1인칭 시점)으로 적을 포착해 재빨리 타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런 공격을 ‘굿 킬’이라고 여기는지 살상용 드론
1841년 4월 윌리엄 해리슨 미국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만에 폐렴으로 사망해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현직 대통령 사망이 처음인 데다 헌법에 대통령직 승계와 대통령 권한대행 관련 조항이 없어 혼란이 극심했다.당시 부통령이던 존 타일러는 권력서열 2위로 대통령의 법적 권한을 모두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의회는 “다음 대선 때까지 제한적 권한대행 역할만 해야 한다”고 맞섰다. 타일러가 의회에서 통과된 관세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자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곧바로 하원은 타일러를 몰아내는 탄핵안 표결에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부결됐지만 선거로 선출되지 않은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전무후무한 탄핵안 추진이었다.미국에서 사라진 역사가 180여 년 만에 한국에서 재현할지 모르겠다.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헌법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한 총리까지 탄핵 명단에 올려놓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이미 “한 총리도 내란 공범으로 탄핵 대상”이라며 선전포고했다.헌법상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국군통수권과 외교권, 공무원 임면권, 법률안 거부권 등을 갖는데 민주당은 특히 법률안 거부권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김여사 특검법·양곡관리법·국회법이 가결된 상태에서 윤 대통령이 직무 정지되면 한 총리가 일부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기간 중 고건 총리도 사면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쓴 적이 있다.거부권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한 총리 탄핵안까지 가결되면 정부조직법에 따라 기획재정부·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외교부
미국엔 ‘앵커 베이비(anchor baby)’라는 말이 있다. 닻을 내려 배가 정박하듯 미국 태생 자녀가 부모의 닻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동으로 시민권을 얻는 자녀를 통해 미국에 쉽게 정착하려는 원정출산 관행을 비꼬는 말로 쓰인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NBC방송 인터뷰에서 이런 원정출산 문제를 뜯어고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원정출산을 근절하기 위해 관광비자 발급을 어렵게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도 나왔다.트럼프는 오래전부터 앵커 베이비를 비판해 왔다. 첫 대선에 출마한 2016년부터 줄곧 미국에서 태어나기만 하면 시민권을 주는 이른바 ‘출생시민권’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웃기는 제도”라고 날을 세웠다.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8년과 2019년엔 잇따라 출생시민권 제도를 바로잡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말뿐이었다.출생시민권은 대통령 행정명령 하나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수정헌법 14조엔 미국에서 태어나면 부모의 시민권 여부와 관계없이 시민권을 보장받는다고 규정돼 있다. 남북전쟁 이후인 1868년 노예 신분에서 해방된 흑인들에게 시민권을 주기 위해 추가한 내용이다. 현실적으로 트럼프가 택할 수 있는 길은 개헌인데 말처럼 쉽지 않다. 미국 헌법을 개정하려면 연방 상·하원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표를 얻고 50개 주 중 4분의 3 이상 주에서 승인받아야 한다.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기 행정부 때와 달리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장악한 데다 공화당 우세 주도 늘어 난공불락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더 강경한 국경
여야가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내년 1월부터 가상화폐 투자수익에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가 여당에 이어 야당까지 투자자들의 반대에 백기를 들었다. 초기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 따라 가상자산 투자자들도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론이 컸다. 그러나 과세 체계가 제대로 갖춰질 때까지 유예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막판에 힘을 얻었다. 세수 부족 현상을 더 심화하는 결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면세가 유지된 금융투자소득과 형평을 맞춰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찬성] 자산으로 인정 않으면서…세금부터 때리는 건 모순당초 암호화폐 과세는 2020년 12월 도입이 확정됐다. 이듬해 10월에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두 차례 유예돼 내년 1월부터 과세하기로 했다. 그러나 올해 총선 때 국민의힘이 과세 시점을 연기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놨고 더불어민주당도 혼선을 거듭하다 최근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정부안대로라면 연간 250만원 이상 가상자산 수익을 올리면 소득의 20%(지방세 포함 시 22%)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민주당은 가상자산 공제액을 250만원에서 금융투자소득세 공제액 수준인 5000만원으로 상향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하자고 주장하다가 결국 정부안대로 2027년으로 유예하는 쪽으로 기울었다.여야 모두 800만 명에 달하는 암호화폐 투자자의 반발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관련 규정이 정비되지 않은 가운데 세금부터 매기는 건 앞뒤가 바뀐 처사라고 비판해왔다. 법적으로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은 채 과세하는 건 모순이란 논리다. 암호화폐 자체가 자산으로 인정되
최초 핵폭탄은 ‘죄수의 딜레마’에서 탄생했다. 연합군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국과 독일 나치 간 대결이었다. 양국 모두 핵 개발에 뒤지는 순간 패전할 것이란 두려움이 컸다.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한 미국이 1945년 먼저 원자폭탄을 개발했다.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비롯한 13만 명이 투입된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서다.이번엔 옛 소련이 자극받았다. 미국에 스파이를 침투시킬 정도로 주도면밀했다. 그 결과 미국 예상보다 빠른 1949년 원자폭탄 실험에 성공했다. 그러자 미국은 3년 뒤 원자폭탄보다 수십 배 강한 수소폭탄을 만들었고 이듬해 소련도 금세 따라잡았다. 이후 두 나라는 핵무기 수를 늘리는 데 치중했다. 1980년 초 양국의 핵탄두 수는 각각 1만 개 이상으로 늘었다.양국은 치킨게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핵 감축에 들어갔다. 1986년 양국 정상 간 합의로 핵미사일 수를 6000개로 줄이기로 했다. 양국 대결이 소강상태를 보이는 사이 주변국이 핵 경쟁에 뛰어들었다. 영국, 프랑스 같은 서방국가 외에 중국 파키스탄 인도 북한 등이 핵 개발 대열에 합류했다. 양자 대결이 다자 대결로 바뀐 ‘2차 핵 경쟁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30여 년간 세계 핵무기는 7분의 1로 줄었지만 핵 보유국은 9개국으로 늘었다.이젠 핵무기와 핵무장국이 동시에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5 세계대전망>을 통해 이 같은 시기를 ‘3차 핵시대’라고 명명했다.중국이 미·러와 함께 3대 핵 강국 구도를 형성하고 북한은 러시아와 동맹을 맺었다. 핵보유국 문턱까지 온 이란에 맞서 사우디아라비아도 핵을 갖겠다고 벼르는 중이고, 우크
“지옥 같은 필리핀 정부를 버리고 미국이라는 천국으로 가야 합니다.”1981년 필리핀 대선에 출마한 바르톨로메 카방방 연방당 후보의 출사표였다. 그는 필리핀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면 고속 성장할 수 있다는 청사진에 유권자들이 공감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필리핀 독립을 지지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대승이었다.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필리핀과 달리 푸에르토리코 국민은 미국에 거부감이 적다. 미국에 인접한 인구 320만 명의 섬나라여서 대미 의존도가 높은 영향이다. 1898년 스페인 식민지에서 미국령이 된 뒤 1917년 이 나라 국민들은 미국 시민권을 받았다. 1952년엔 자치권까지 얻었지만 미국 선거에서 참정권은 갖지 못했다. 당연히 미국 정치권에서 뒷전이었다. 푸에르토리코는 1967년부터 선거 때마다 미국 성조기의 51번째 별이 되기 위한 국민투표를 병행했다. 매번 찬성 비율이 높았지만 미국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푸에르토리코인들이 친민주당 성향이어서 공화당의 반감이 컸다. 2012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찬성했지만 공화당의 반대에 막혔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측 찬조 연설자가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 섬”이라고 부를 정도였다.트럼프가 캐나다에 대해선 정반대 발언을 했다. 지난달 말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엄포에 플로리다 마러라고로 달려온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향해서다. 트뤼도가 “고율 관세로 캐나다가 완전히 죽을 수 있다”고 하자 트럼프는 “차라리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고 받아쳤다. 트럼프 취임일인 내년 1월까지 선물 보따리를 내놓으라는 협상용 메시지겠
디스코는 본래 비주류 음악이었다. 1960년대 백인 남성 중심의 록 음악이 대세였던 미국에서 흑인과 여성,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외계층이 춤을 추면서 틀던 노래가 그 기원이다.1970년대 후반 미국 뉴욕의 지하 나이트클럽을 중심으로 디스코 전성기가 시작됐고 그때 결성된 그룹 중 하나가 ‘빌리지 피플’이다. 1976년 프랑스 출신 프로듀서가 신문 광고 등을 통해 멤버를 모집해 1978년 그 유명한 ‘YMCA’를 발표했다. ‘영 맨’(Young man)으로 시작하는 노랫말은 겉으론 기독교청년회(YMCA)가 운영하는 쉼터를 소개하고 젊은이들에게 활기를 불어넣는 내용이다. 그러나 멤버 대부분이 동성애자여서 YMCA가 동성애자의 해방 공간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런 논란을 알지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2022년 한 방송에 출연해 “YMCA가 게이들의 애국가로 불리지만 YMCA는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고 움직이게 만든다”고 말했다. 중의적인 가사보다 중독성 있는 후렴구와 디스코 음악 특유의 흥겨움이 정치적 선동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YMCA가 나온 1970년대는 미국 중장년층에게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시기인 동시에 뉴욕에서 부를 일군 트럼프 본인의 전성기와도 겹친다.이런 이유로 트럼프는 2020년 코로나19에서 회복한 뒤 나선 첫 유세 때부터 이 노래를 본인의 테마송으로 삼았다. 2020년 대선과 선거 패배 후 백악관을 떠날 때도 YMCA를 틀었다. 물론 이번 대선에선 샘 앤 데이브가 부른 ‘기다려, 가는 중이야’(Hold On, I’m Coming)를 선거 로고송으로 삼으려 했지만 노래 저작권자들이 반대하면서 저작권 문제가 없는 YMCA를 다시 한번 &lsq
시인 노천명은 ‘푸른 오월’이라는 시에서 라일락을 생동감 넘치는 봄의 전령으로 표현했다. 동서고금의 시나 노래에서 라일락꽃 향기 하면 봄을 떠올렸다. ‘첫사랑’인 꽃말도 계절의 시작인 봄과 닮았다.봄의 계절어나 마찬가지인 라일락이 이제는 새롭게 정의돼야 할지 모르겠다. 라일락꽃이 봄뿐 아니라 가을에도 피고 있어서다. 수년 전부터 경기 포천의 국립수목원에 있는 라일락은 가을에도 개화하고 있다. 앞서 진달래와 철쭉은 10여 년 전부터 봄과 가을에 꽃망울을 터트렸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아그배나무(5월 개화)와 참빗살나무(5~6월)는 올해 처음 봄·가을에 두 번 개화하는 대열에 합류했다. 일부 종에선 제철 꽃이 다른 계절에도 피는 ‘불시(不時) 개화’뿐 아니라 동일한 나무에서 낙엽과 꽃, 열매, 새순이 동시에 나기도 했다.계절을 초월하는 기현상은 이곳에서만 발견되는 게 아니다. 경기 용인의 한택식물원에서도 똑같은 모습이 관찰되는 등 전국 각지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10월 초 반짝 추위 이후 기온이 예년보다 올라가자 여름에 진 봄꽃이 겨울에 다시 개화하는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이상 고온은 올겨울까지 지속될 수 있다. 지난달까지 올해 최강 한파를 전망하던 기상청은 한 달 만에 따뜻한 겨울이 올 것이라고 급선회했다. 북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한반도 주변에 고기압이 확장해 대륙 한파를 막아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겨울옷 매장과 스키장엔 악재고, 골프장과 관광지엔 희소식이다. 겨울 해외여행도 예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그러나 따뜻한 겨울은 언제든 바뀔 여지가 있다. 한
제조를 외부에 맡기는 외주 생산은 1910년대 컨베이어벨트 방식을 도입한 포드가 본격 시작했다. 오늘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부르는 현대적 위탁생산의 시초다. 이후 OEM은 정보기술(IT), 의류, 신발 등에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OEM이 한층 진화한 건 1990년대다. 외주 업체들이 개발 역량까지 겸비하면서 제품 설계와 디자인까지 맡아 완성품을 납품한 때다. OEM과 구분해 제조자설계생산(ODM)으로 정의했다. 기술력과 디자인 능력을 갖춘 아시아 기업들이 ODM 전문업체로 자리 잡았다. 노스페이스를 생산하는 영원무역, 나이키 신발을 만드는 태광실업, 화장품 전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 국내 대표 ODM 업체들도 이 시기에 고속 성장했다.이 업체들은 업종이 달라도 모두 OEM·ODM 업체로 불렸지만 반도체업계는 달랐다. 반도체 생산 방식이 쇳물을 주형(거푸집)에 넣고 가공하는 주조 공정과 비슷해 거푸집을 뜻하는 ‘파운드리’란 용어를 썼다. 반도체 제조가 어떤 분야보다 복잡해 일반 위탁생산과 차별화한 의미를 담으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반도체 설비 건설에 천문학적 돈이 들어가 일반적 OEM과 차원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진입장벽이 높아 대만 TSMC와 삼성전자 외에 세계적 파운드리 업체로 자리 잡은 곳이 많지 않다.반도체 못지않게 위탁생산으로 크기 어려운 업종이 바이오다. 생산설비 마련에 수조원이 필요하고 사람 목숨을 다루는 만큼 높은 기술력이 필요해서다. 이런 특성을 반영해 바이오업계는 OEM과 ODM 대신 ‘의약품위탁생산’(CMO)과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이란 바이오만의 용어를 사용한다. 그들만의 리그여서 10여 년 전만 해도 스
지난해 4월 미국 조지아주의 지역 맥주인 ‘울트라 라이트 비어(Ultra Right Beer)’가 미국 전역에서 대박을 쳤다. 미국 내 부동의 1위 맥주 ‘버드 라이트’가 톡톡히 한몫 거들었다. 당시 버드 라이트가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딜런 멀베이니를 인스타그램 모델로 쓰자 트랜스젠더에 거부감이 강한 중장년 백인 남성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확산했다. 이 틈을 ‘완전한 오른쪽 맥주’를 표방한 울트라 라이트 비어가 ‘100% 워크프리(woke-free)’라는 광고 문구로 파고들었다.워크(woke)는 ‘정치적 올바름’(PC)과 같은 뜻의 단어다. 영어 동사 깨어나다(wake)의 과거분사(woken)를 흑인들이 ‘워크(woke)’라고 발음한 것에서 유래했다. 초기엔 흑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게 깨어 있자는 취지로 썼다. 하지만 미국 내 PC주의가 도를 넘자 그런 사람들을 비아냥거리는 말로 변질했고 최근엔 워크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끼리 경제권을 형성하자는 ‘안티워크 경제’(Anti-woke economy)라는 용어까지 나왔다.안티워크 진영은 좌파가 미국 기업을 장악했다고 보고 우파 색채의 대안 기업을 설립했다. 아마존에 대항하는 퍼블릭스퀘어, 유튜브를 넘어서겠다는 럼블, 히스패닉계 백설공주를 내세운 디즈니에 맞서 원작에 충실한 어린이 영화를 만들겠다는 벤트키 등이 대표적이다. 이 기업들은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지지하며 자유와 가족, 애국을 최고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트럼프의 당선으로 이들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아직까지는 미래형이다. 퍼블릭스퀘어는 올 3분기까지 3690만달러(약 513억원)의 손실을 내며 직원 35%를 해고했고, 같은 기간 럼블의 손실도 2520
한국이 해외 체류자의 병역 제도를 강화한 건 1990년대다. 세계화 열풍 속에 기업의 해외 진출이 급증하던 시기다. 이때부터 출국 후 귀국을 미루는 입영 대상자가 늘자 정부는 1999년 해외 체류자의 병역 면제 연령을 31세에서 36세로 높였다.3년 후 병역 관련 규정을 뒤바꾼 사건이 일어났다. 2002년 1월 “꼭 군대에 가겠다”던 가수 유승준 씨가 기습적으로 도미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며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이다. ‘고의적 병역기피’라는 비판이 들끓자 이른바 ‘유승준 방지법’이 생겼다. 2004년 해외 영주권자의 병역 면제 혜택을 없앤 데 이어 이듬해엔 당시 국회의원이던 홍준표 대구시장 주도로 국적법과 재외동포법 등을 개정해 한국 국적을 포기한 병역기피자의 국내 체류 자격을 박탈했다. 이어 2011년 홍 시장은 악의적 해외 거주자를 비롯한 병역기피자의 입영 면제 연령을 36세에서 38세로 올리는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 통과를 이끌었다.그럼에도 10년 넘게 해외 체류형 병역기피가 줄지 않자 다시 연령 상향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15일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해외 체류자의 입영의무 면제 나이를 38세에서 43세로 올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병역 면제를 어렵게 하자는 취지지만 연령 상한이 능사는 아니다. 30세 이후 입대하면 정상적 군 생활을 하기 힘든 상황에서 자꾸 면제 연령을 늦춘다고 한들 병역기피자가 확 줄어들 가능성이 크지 않아서다. 오히려 처벌 강화가 효율적이란 지적이 나온다.병무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 8월까지 해외 거주 사유로 입대를 거부한 병역 대상자가 1037명에 달했다. 이 중 86%가 해외 체류 이유로 기소중지(수사 중단)됐고 6%만 형사처벌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집값 안정론을 근거로 그린벨트를 풀었지만 시민단체들은 환경 보존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서울 아파트 공급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정책 집행 속도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반면 그린벨트발 아파트 공급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는 지방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것으로 서울 과밀화를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찬성] 아파트 공급난 해소에 도움…'그린벨트 원조국' 영국도 풀어정부는 ‘8·8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의 후속 대책으로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이달 5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그린벨트를 해제해 역세권 고밀도 개발로 2만 가구를 늘릴 계획이다. 경기도에서는 고양 대곡과 의왕 오전왕곡, 의정부 용현지구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3만 가구를 짓기로 했다. 수도권 그린벨트 중에서도 난개발 등으로 환경 보전 가치가 낮은 곳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정부는 2026년 상반기에 지구를 지정한 뒤 2029년에 첫 분양을 하고 2031년에 입주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그동안 사례를 보면 그린벨트 해제 후 아파트 입주까지 7년 이상이 걸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해제된 전국 그린벨트 33곳 중 22곳은 입주까지 8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그린벨트 내 주택 공급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지구 지정 전에 보상 조사를 착수하는 방식으로 행정 절차를 단축시킬 방침이다.정부가 속도전에 나선 건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조기에 주택 공급 절벽을 해소
한국 국회의원들의 학력 수준이 압도적인 세계 1위라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56개국(2015~2017년) 의회를 조사한 결과 한국 국회의원 중 3분의 1 이상이 박사학위 보유자였다. 우크라이나와 대만, 슬로베니아, 몽골 등이 한국 뒤를 이었으나 박사학위 소지자 비율이 25%를 넘지 않았다.이코노미스트 집계는 20대 한국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수치지만 올해 선출된 22대 의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300명 중 103명(34.3%)이 박사 출신(수료자 포함)이었으며 126명(42%)이 석사학위를 취득했거나 수료했다. 나머지는 모두 대졸 출신으로 고졸 이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물론 학력과 의정 성과는 특별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이코노미스트는 “학사 이상의 학위를 보유한 정치인이 더 많은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더 오래 재임하진 않았다”며 “고학력자라고 실업률을 낮추거나 균형 잡힌 예산을 짜는 일에도 더 나을 게 없었다”고 전반적인 상황을 분석했다.이 평가대로 ‘긴 가방끈’은 한국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통계청이 매년 내놓는 ‘공공기관 신뢰도’에서 국회는 수십 년째 꼴찌다. 국제적으로도 한국 국회는 탈꼴찌가 목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11월 30개 회원국 국민을 대상으로 국회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28위에 그쳤다.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나라는 체코와 칠레뿐이었고 멕시코,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등 우리가 정치 후진국으로 보는 나라보다 신뢰도가 낮았다.선거 때만 고개를 조아리고 당선 후엔 세계 최고 수준의 특권 누리기에 바쁜 여의도의 구태가 누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일부 극성 당원에게 휘둘리는 ‘
2008년만 해도 이탈리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만944달러로 미국(4만8570달러)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이탈리아 1인당 GDP는 3만8373달러로 15년 전보다 줄어 미국(8만1695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미시시피주(3만9120달러)보다도 적었다. 유럽 맹주인 독일과 프랑스도 미국 50개 주와 비교하면 40위권 밖이다.유럽의 쇠퇴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근로시간 단축을 주된 이유로 꼽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 5월 “코로나19 이후 근로시간이 확 줄어 유럽이 저성장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연기금의 니콜라이 탕겐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인은 미국인보다 적게 일하고 리스크를 더 회피한다”고 일갈했다. 2022년 기준으로 미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822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19시간) 이상이지만 프랑스는 1427시간에 불과하고 독일은 1295시간으로 OECD 꼴찌였다.미국이 유럽보다 오래 일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장시간 근로를 무조건 받아들이는 건 아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22년 엑스(옛 트위터)를 인수한 뒤 주 80시간 근무제를 실시하자 수천 명의 직원이 퇴사했다. 그런 경험이 있는 머스크가 다시 주 80시간 근무를 들고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수장으로 지명된 뒤 함께 일할 사람을 찾는 구인 광고를 통해서다. 머스크가 리트윗한 글에는 “주 80시간 이상 일할 뜻이 있는 초고지능의 작은 정부 혁명가들이 필요하다”고 써 있다. 또 “지원자 중 상위 1% 이력서만 검토하며 (뽑힌 직원의) 보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재임한 1980년대 이후 미국은 기본적으로 자유무역을 견지해왔다. ‘악의 축’ 국가들 정도만 예외였다. 울타리 없는 넓은 마당을 선호하던 미국이 급선회한 건 2010년대 후반이다. 중국이 무섭게 성장해 미국의 지위를 위협한다고 느끼기 시작한 때다.2016년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부터 대중 압박 노선은 본격화했고 뒤를 이은 조 바이든 대통령도 그 기조를 따랐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걸음 더 나아가 ‘장벽 없는 넓은 마당’ 시대의 종말을 고하고 이른바 ‘좁은 마당의 높은 장벽’(a small yard with high fence)의 시작을 알렸다. 우방국을 제외하고 중국 등 일부 국가에 한해선 높은 울타리를 치겠다는 취지였다. 특히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막기 위해 반도체,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다만 중국의 범용 상품 유입까진 막지 않았다.이런 선택적인 ‘디리스킹’(탈위험)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전면적인 차단을 뜻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변화할 전망이다. 트럼프뿐 아니라 차기 행정부 입각 후보로 물망에 오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마이클 월츠 하원의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모두 대중 강경론자이기 때문이다.이들은 관세 폭탄을 내세워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면 중국에 완전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장담한다. 중국 리스크를 선별적으로 관리해온 바이든 행정부와는 결이 다르다. 이렇게 되면 푸충 중국 유엔대사의 말처럼 좁은 마당의 높은 장벽으로 불린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넓은 마당의 철의 장막’ 수준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문제는 이런 기조
세계 최초의 여자대학이 생긴 건 19세기 중반이다. 여성 참정·노동권과 더불어 교육받을 권리에 관심이 커지기 시작한 때다. 1836년 미국 조지아주에 조지아 여대(현 웨슬리안 칼리지)가 개교했고 이듬해 매사추세츠주에 마운트 홀리오크 여자 신학교가 문을 열었다. 1869년엔 영국 케임브리지대가 거턴 칼리지라는 여대를 설립했다.19세기 후반 들어 여대는 신학대 중심에서 종합대학으로 발전했다. 마운트 홀리오크와 더불어 미국 7대 명문 여대로 불리는 ‘세븐 시스터즈’도 이때 첫발을 내디뎠다. 가장 두각을 나타낸 곳은 웰즐리 칼리지다. 교수 한 명이 평균 8명의 학생을 가르치며 여성 지도자 육성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인 매들린 올브라이트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선장인 파멜라 멜로이 등을 배출했다.웰즐리처럼 명문 여대 전통을 잇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적지 않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참전 군인의 대학 교육 등을 지원하는 ‘제대군인 원호법’이 시행되자 미국 여대들은 남자 신입생을 받으며 남녀공학으로 전환했다. 배서 칼리지(1969년), 하버드대에 합병된 래드클리프 칼리지(1977년)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도 상황은 비슷하다. 수험생들이 여대보다 남녀공학을 선호하면서 1998년 98개였던 일본 여대는 2021년 75개로 줄었다.이런 흐름에서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 1994년 성심여대(현 가톨릭대)와 대구 효성여대(대구가톨릭대)가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데 이어 상명여대(1996년)와 부산여대(1997년)가 각각 상명대, 신라대로 교명을 교체하며 남녀공학이 됐다.현재 국내에 남은 4년제 여대는 이화여대와 숙명여대 등 7곳
지난해 6월 미국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을 짓던 대만의 TSMC는 미국 직장 평가 웹사이트 ‘글래스도어’에서 별점 폭탄을 맞았다. 업무 강도가 워낙 세다 보니 TSMC를 다른 구직자에게 추천하고 싶다는 비율이 27%로 떨어졌다. TSMC 일부 직원은 “한 달 동안 계속 사무실에서 잤다”며 경쟁사인 인텔처럼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같은 시기 글래스도어에서 인텔 직원들의 업무 추천 비율은 TSMC의 세 배가 넘는 85%였다.TSMC는 직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이런저런 복지 혜택을 늘렸지만 반도체산업 특유의 고강도 업무라는 근간은 흔들지 않았다. 당시 TSMC 회장인 마크 리우는 미국 소식을 듣고 “반도체에 대한 열정이 없고 장시간 교대 근무를 할 마음이 없는 사람들은 반도체산업에 뛰어들어선 안 된다”고 일침을 날렸다. 그러면서 애리조나 공장 가동 시기를 1~2년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자체 기준에 미달하는 직원은 절대 뽑지 않았다. 열정 가득한 고급 인재를 더 뽑아 모자란 부분을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미국에선 주급 684달러(약 94만원) 이상의 고위 관리직 및 전문직, 연봉 10만7432달러가 넘는 고소득 근로자 등은 주당 40시간으로 묶여 있는 법정근로(초과근무는 무제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 노사가 합의하면 초과근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대만이나 고소득 전문직을 근로시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 일본도 크게 차이가 없다.그러나 한국에선 TSMC식 전략이 통할 수 없다.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무로 인해 연구개발(R&D) 같은 전문직도 초과근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이번주 발의하는 반도체 특별법에도 고소득 전문직에 근로시간
부모로부터 경영 DNA를 이어받아 2대 이상 기업을 이끄는 오너 경영인이 많다. 대부분 아버지가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부자간 승계였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 중 예외가 없다.그런 점에서 신세계그룹은 독특한 길을 택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에 이어 딸인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어제 ㈜신세계 회장이 됐다. 오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동일한 직급인 회장으로 두 단계 승진해 이마트 부문과 계열 분리한 백화점 사업의 전권을 맡았다. ‘부전자전’이 아니라 ‘모전여전’으로 불릴 만한 승계다.정유경 회장은 늘 “어머니가 롤모델”이라고 강조해왔다. 어머니와 같은 길을 걷기 위해 대학 전공을 미술로 선택했고 외양도 비슷하게 가꿨다. 조선호텔 상무보로 경영 수업을 시작한 20대 때부터 50대 어머니 스타일을 따라 했다. 짙은 눈화장과 빨간 립스틱을 선호하는 것이나 치마 정장보다 바지 정장을 즐겨 입는 모습, 사자머리까지 이명희 총괄회장과 판박이다. 오빠와 달리 공식석상에 잘 나서지 않고 전문경영인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하는 경영 스타일도 닮았다.어머니와 비슷한 방식으로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 사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패션업체에 백화점 매장을 내주고 수수료를 받는 기존 백화점 사업 모델 대신 신세계 바이어가 직접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편집숍을 키워 매출을 늘렸다. 백화점 매장에 미술작품을 대거 전시해 백화점을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앞장섰다. 이런 노력이 뒷받침돼 올 상반기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5조2900억여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재벌가에서 회장
정년 연장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이어 대구시가 정년을 늘리기로 하는 등 동참하는 곳이 늘면서다. 국민연금 개편과 노인 연령 상향 움직임도 맞물리면서 정년 연장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로 청년층은 내켜하지 않는다. 기업들도 인건비 부담 때문에 일률적인 정년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정년 연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의견과 성급한 추진은 부작용만 가져올 것이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찬성] 인구 고령화와 생산인구 감소로, 숙련 근로자 활용 꼭 필요최근에 정년 연장을 공론화한 곳은 행정안전부다. 이달 14일부터 행안부 소속 공무직 근로자의 정년이 60세에서 65세로 바뀌었다. 행안부 공무직은 기존 60세 정년을 맞은 해에 연장 신청을 하면 별도 심사를 거쳐 1964년생은 63세, 1965~1968년생은 64세, 1969년생부터는 65세로 정년이 늘어난다. 공무직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하는 민간 무기계약직 근로자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생겨난 직종으로 시설관리, 경비, 미화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대구시도 비슷한 방식으로 공무직 정년을 연장했다. 내년에 60세가 되는 1965년생 근로자 정년을 61세로 늘린 뒤 순차적으로 확대해 2029년에 근로자 정년을 65세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미 서울시 산하 기초지방자치단체 등도 정년을 65세로 연장했다. 몇몇 중앙 부처도 청소업 등 일부 업종에 한해 정년을 65세로 바꿨다. 60세가 넘은 근로자를 계약직 등으로 재고용하는 사업장 비중이 지난해 36%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정년 연장 움직임이 활발하다. 독일과 프랑
새 아파트가 부동산시장에 이어 음원시장도 평정하고 있다. 4인조 걸그룹 블랙핑크의 메인보컬인 로제가 싱글 앨범 수록곡으로 공개한 ‘아파트’(APT.)가 초반부터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980년대 가수 윤수일이 부른 옛날 ‘아파트’가 국내 야구장까지 진출했다면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자란 로제의 신곡 아파트는 각종 스포츠 경기장뿐 아니라 전 세계 골목골목을 누빌 조짐이다. 18일 음원을 공개한 지 하루 만에 공식 유튜브에서만 5000만 조회수를 넘었고 ‘글로벌 인기 급상승 음악’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에선 이틀 만에 글로벌 부문 2위에 올랐다.로제가 직접 작사·작곡한 이 노래는 ‘아파트 게임’이라는 한국의 술자리 놀이에서 유래했다. 참가자들이 둘러앉아 “아파트, 아파트”를 외치며 양손을 포개 아파트처럼 쌓아 올린 뒤 아래부터 손을 빼다가 술래가 처음 외친 층수에서 손을 빼는 사람이 술을 마시는 방식이다. 로제가 제작사 동료들과 재미로 이 게임을 하다가 본격적인 곡 작업을 시작했다. 로제와 이 노래를 함께 부른 미국 팝가수 브루노 마스도 이 게임이 재미있어 보여 로제의 협업 제안에 응했다고 한다. 이들은 “간단해서 분위기 띄우는 데 최고”라는 로제의 말대로 이 게임에 매료됐다. 행여나 로제가 아파트 게임보다 규칙이 어려운 ‘369 게임’이나 ‘손병호 게임’을 같이 하자고 했다면 이런 노래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브루노 마스가 연출한 아파트 뮤직비디오도 간단한 아파트 게임 속성을 충실히 반영했다. 도입 부분부터 아파트라는 단어를 반복하고 전체 가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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