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개봉한 미국 영화 ‘최후의 스타파이터’는 외계인 간 전쟁을 어린이 게임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스타파이터’라는 아케이드 게임을 잘하는 청소년들을 전장에 투입해 외계인 악당을 물리치는 내용이다. 2014년 나온 ‘드론 전쟁: 굿킬’은 외계인 대신 테러리스트를 제거하는 과정을 담았다. F-16 전투기를 몰던 주인공이 드론 조종사로 나가 게임하듯 목표물을 명중시킬 때마다 ‘굿 킬’(좋은 살상)이라는 찬사를 듣는다.두 영화는 게임처럼 바뀐 전쟁의 모습을 그린 게 공통점이다. 방아쇠를 당겨 지척에 있는 적을 해치는 게 아니라 적을 마주하지 않고 버튼 하나로 목표를 완수하는 것이다. 현대전에선 이를 ‘버튼 누르기 전쟁’(push-button war)이라고 부른다. 적진 멀리서 적을 타격할 수 있어 살상에 대한 죄책감을 덜 느끼는 게 특징이다.드론 기술까지 발달하면서 죄책감을 완화하는 ‘버튼 전쟁’이 확산하고 있다. 가성비 좋은 무기라는 인식 때문에 너나 할 것이 드론 개발에 열을 올린 영향도 크다. 전투기 생산은 꿈도 꾸지 못하던 튀르키예와 이란 등이 드론을 만들면서 500달러(약 72만원) 정도면 손쉽게 군사용 드론을 구할 수 있다. 더 이상 2000만달러짜리 탱크나 300만달러가 넘는 미사일처럼 큰돈을 쓰지 않아도 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여기에 우크라이나는 영상 촬영용으로 쓰던 ‘1인칭 시점(FPV·first person view) 드론’을 대거 전장에 투입했다. 드론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보는 시점(1인칭 시점)으로 적을 포착해 재빨리 타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런 공격을 ‘굿 킬’이라고 여기는지 살상용 드론
1841년 4월 윌리엄 해리슨 미국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만에 폐렴으로 사망해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현직 대통령 사망이 처음인 데다 헌법에 대통령직 승계와 대통령 권한대행 관련 조항이 없어 혼란이 극심했다.당시 부통령이던 존 타일러는 권력서열 2위로 대통령의 법적 권한을 모두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의회는 “다음 대선 때까지 제한적 권한대행 역할만 해야 한다”고 맞섰다. 타일러가 의회에서 통과된 관세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자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곧바로 하원은 타일러를 몰아내는 탄핵안 표결에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부결됐지만 선거로 선출되지 않은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전무후무한 탄핵안 추진이었다.미국에서 사라진 역사가 180여 년 만에 한국에서 재현할지 모르겠다.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헌법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한 총리까지 탄핵 명단에 올려놓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이미 “한 총리도 내란 공범으로 탄핵 대상”이라며 선전포고했다.헌법상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국군통수권과 외교권, 공무원 임면권, 법률안 거부권 등을 갖는데 민주당은 특히 법률안 거부권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김여사 특검법·양곡관리법·국회법이 가결된 상태에서 윤 대통령이 직무 정지되면 한 총리가 일부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기간 중 고건 총리도 사면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쓴 적이 있다.거부권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한 총리 탄핵안까지 가결되면 정부조직법에 따라 기획재정부·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외교부
미국엔 ‘앵커 베이비(anchor baby)’라는 말이 있다. 닻을 내려 배가 정박하듯 미국 태생 자녀가 부모의 닻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동으로 시민권을 얻는 자녀를 통해 미국에 쉽게 정착하려는 원정출산 관행을 비꼬는 말로 쓰인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NBC방송 인터뷰에서 이런 원정출산 문제를 뜯어고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원정출산을 근절하기 위해 관광비자 발급을 어렵게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도 나왔다.트럼프는 오래전부터 앵커 베이비를 비판해 왔다. 첫 대선에 출마한 2016년부터 줄곧 미국에서 태어나기만 하면 시민권을 주는 이른바 ‘출생시민권’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웃기는 제도”라고 날을 세웠다.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8년과 2019년엔 잇따라 출생시민권 제도를 바로잡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말뿐이었다.출생시민권은 대통령 행정명령 하나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수정헌법 14조엔 미국에서 태어나면 부모의 시민권 여부와 관계없이 시민권을 보장받는다고 규정돼 있다. 남북전쟁 이후인 1868년 노예 신분에서 해방된 흑인들에게 시민권을 주기 위해 추가한 내용이다. 현실적으로 트럼프가 택할 수 있는 길은 개헌인데 말처럼 쉽지 않다. 미국 헌법을 개정하려면 연방 상·하원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표를 얻고 50개 주 중 4분의 3 이상 주에서 승인받아야 한다.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기 행정부 때와 달리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장악한 데다 공화당 우세 주도 늘어 난공불락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더 강경한 국경
여야가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내년 1월부터 가상화폐 투자수익에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가 여당에 이어 야당까지 투자자들의 반대에 백기를 들었다. 초기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 따라 가상자산 투자자들도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론이 컸다. 그러나 과세 체계가 제대로 갖춰질 때까지 유예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막판에 힘을 얻었다. 세수 부족 현상을 더 심화하는 결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면세가 유지된 금융투자소득과 형평을 맞춰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찬성] 자산으로 인정 않으면서…세금부터 때리는 건 모순당초 암호화폐 과세는 2020년 12월 도입이 확정됐다. 이듬해 10월에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두 차례 유예돼 내년 1월부터 과세하기로 했다. 그러나 올해 총선 때 국민의힘이 과세 시점을 연기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놨고 더불어민주당도 혼선을 거듭하다 최근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정부안대로라면 연간 250만원 이상 가상자산 수익을 올리면 소득의 20%(지방세 포함 시 22%)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민주당은 가상자산 공제액을 250만원에서 금융투자소득세 공제액 수준인 5000만원으로 상향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하자고 주장하다가 결국 정부안대로 2027년으로 유예하는 쪽으로 기울었다.여야 모두 800만 명에 달하는 암호화폐 투자자의 반발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관련 규정이 정비되지 않은 가운데 세금부터 매기는 건 앞뒤가 바뀐 처사라고 비판해왔다. 법적으로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은 채 과세하는 건 모순이란 논리다. 암호화폐 자체가 자산으로 인정되
최초 핵폭탄은 ‘죄수의 딜레마’에서 탄생했다. 연합군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국과 독일 나치 간 대결이었다. 양국 모두 핵 개발에 뒤지는 순간 패전할 것이란 두려움이 컸다.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한 미국이 1945년 먼저 원자폭탄을 개발했다.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비롯한 13만 명이 투입된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서다.이번엔 옛 소련이 자극받았다. 미국에 스파이를 침투시킬 정도로 주도면밀했다. 그 결과 미국 예상보다 빠른 1949년 원자폭탄 실험에 성공했다. 그러자 미국은 3년 뒤 원자폭탄보다 수십 배 강한 수소폭탄을 만들었고 이듬해 소련도 금세 따라잡았다. 이후 두 나라는 핵무기 수를 늘리는 데 치중했다. 1980년 초 양국의 핵탄두 수는 각각 1만 개 이상으로 늘었다.양국은 치킨게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핵 감축에 들어갔다. 1986년 양국 정상 간 합의로 핵미사일 수를 6000개로 줄이기로 했다. 양국 대결이 소강상태를 보이는 사이 주변국이 핵 경쟁에 뛰어들었다. 영국, 프랑스 같은 서방국가 외에 중국 파키스탄 인도 북한 등이 핵 개발 대열에 합류했다. 양자 대결이 다자 대결로 바뀐 ‘2차 핵 경쟁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30여 년간 세계 핵무기는 7분의 1로 줄었지만 핵 보유국은 9개국으로 늘었다.이젠 핵무기와 핵무장국이 동시에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5 세계대전망>을 통해 이 같은 시기를 ‘3차 핵시대’라고 명명했다.중국이 미·러와 함께 3대 핵 강국 구도를 형성하고 북한은 러시아와 동맹을 맺었다. 핵보유국 문턱까지 온 이란에 맞서 사우디아라비아도 핵을 갖겠다고 벼르는 중이고, 우크
“지옥 같은 필리핀 정부를 버리고 미국이라는 천국으로 가야 합니다.”1981년 필리핀 대선에 출마한 바르톨로메 카방방 연방당 후보의 출사표였다. 그는 필리핀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면 고속 성장할 수 있다는 청사진에 유권자들이 공감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필리핀 독립을 지지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대승이었다.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필리핀과 달리 푸에르토리코 국민은 미국에 거부감이 적다. 미국에 인접한 인구 320만 명의 섬나라여서 대미 의존도가 높은 영향이다. 1898년 스페인 식민지에서 미국령이 된 뒤 1917년 이 나라 국민들은 미국 시민권을 받았다. 1952년엔 자치권까지 얻었지만 미국 선거에서 참정권은 갖지 못했다. 당연히 미국 정치권에서 뒷전이었다. 푸에르토리코는 1967년부터 선거 때마다 미국 성조기의 51번째 별이 되기 위한 국민투표를 병행했다. 매번 찬성 비율이 높았지만 미국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푸에르토리코인들이 친민주당 성향이어서 공화당의 반감이 컸다. 2012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찬성했지만 공화당의 반대에 막혔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측 찬조 연설자가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 섬”이라고 부를 정도였다.트럼프가 캐나다에 대해선 정반대 발언을 했다. 지난달 말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엄포에 플로리다 마러라고로 달려온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향해서다. 트뤼도가 “고율 관세로 캐나다가 완전히 죽을 수 있다”고 하자 트럼프는 “차라리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고 받아쳤다. 트럼프 취임일인 내년 1월까지 선물 보따리를 내놓으라는 협상용 메시지겠
디스코는 본래 비주류 음악이었다. 1960년대 백인 남성 중심의 록 음악이 대세였던 미국에서 흑인과 여성,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외계층이 춤을 추면서 틀던 노래가 그 기원이다.1970년대 후반 미국 뉴욕의 지하 나이트클럽을 중심으로 디스코 전성기가 시작됐고 그때 결성된 그룹 중 하나가 ‘빌리지 피플’이다. 1976년 프랑스 출신 프로듀서가 신문 광고 등을 통해 멤버를 모집해 1978년 그 유명한 ‘YMCA’를 발표했다. ‘영 맨’(Young man)으로 시작하는 노랫말은 겉으론 기독교청년회(YMCA)가 운영하는 쉼터를 소개하고 젊은이들에게 활기를 불어넣는 내용이다. 그러나 멤버 대부분이 동성애자여서 YMCA가 동성애자의 해방 공간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런 논란을 알지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2022년 한 방송에 출연해 “YMCA가 게이들의 애국가로 불리지만 YMCA는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고 움직이게 만든다”고 말했다. 중의적인 가사보다 중독성 있는 후렴구와 디스코 음악 특유의 흥겨움이 정치적 선동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YMCA가 나온 1970년대는 미국 중장년층에게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시기인 동시에 뉴욕에서 부를 일군 트럼프 본인의 전성기와도 겹친다.이런 이유로 트럼프는 2020년 코로나19에서 회복한 뒤 나선 첫 유세 때부터 이 노래를 본인의 테마송으로 삼았다. 2020년 대선과 선거 패배 후 백악관을 떠날 때도 YMCA를 틀었다. 물론 이번 대선에선 샘 앤 데이브가 부른 ‘기다려, 가는 중이야’(Hold On, I’m Coming)를 선거 로고송으로 삼으려 했지만 노래 저작권자들이 반대하면서 저작권 문제가 없는 YMCA를 다시 한번 &lsq
시인 노천명은 ‘푸른 오월’이라는 시에서 라일락을 생동감 넘치는 봄의 전령으로 표현했다. 동서고금의 시나 노래에서 라일락꽃 향기 하면 봄을 떠올렸다. ‘첫사랑’인 꽃말도 계절의 시작인 봄과 닮았다.봄의 계절어나 마찬가지인 라일락이 이제는 새롭게 정의돼야 할지 모르겠다. 라일락꽃이 봄뿐 아니라 가을에도 피고 있어서다. 수년 전부터 경기 포천의 국립수목원에 있는 라일락은 가을에도 개화하고 있다. 앞서 진달래와 철쭉은 10여 년 전부터 봄과 가을에 꽃망울을 터트렸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아그배나무(5월 개화)와 참빗살나무(5~6월)는 올해 처음 봄·가을에 두 번 개화하는 대열에 합류했다. 일부 종에선 제철 꽃이 다른 계절에도 피는 ‘불시(不時) 개화’뿐 아니라 동일한 나무에서 낙엽과 꽃, 열매, 새순이 동시에 나기도 했다.계절을 초월하는 기현상은 이곳에서만 발견되는 게 아니다. 경기 용인의 한택식물원에서도 똑같은 모습이 관찰되는 등 전국 각지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10월 초 반짝 추위 이후 기온이 예년보다 올라가자 여름에 진 봄꽃이 겨울에 다시 개화하는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이상 고온은 올겨울까지 지속될 수 있다. 지난달까지 올해 최강 한파를 전망하던 기상청은 한 달 만에 따뜻한 겨울이 올 것이라고 급선회했다. 북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한반도 주변에 고기압이 확장해 대륙 한파를 막아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겨울옷 매장과 스키장엔 악재고, 골프장과 관광지엔 희소식이다. 겨울 해외여행도 예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그러나 따뜻한 겨울은 언제든 바뀔 여지가 있다. 한
제조를 외부에 맡기는 외주 생산은 1910년대 컨베이어벨트 방식을 도입한 포드가 본격 시작했다. 오늘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부르는 현대적 위탁생산의 시초다. 이후 OEM은 정보기술(IT), 의류, 신발 등에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OEM이 한층 진화한 건 1990년대다. 외주 업체들이 개발 역량까지 겸비하면서 제품 설계와 디자인까지 맡아 완성품을 납품한 때다. OEM과 구분해 제조자설계생산(ODM)으로 정의했다. 기술력과 디자인 능력을 갖춘 아시아 기업들이 ODM 전문업체로 자리 잡았다. 노스페이스를 생산하는 영원무역, 나이키 신발을 만드는 태광실업, 화장품 전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 국내 대표 ODM 업체들도 이 시기에 고속 성장했다.이 업체들은 업종이 달라도 모두 OEM·ODM 업체로 불렸지만 반도체업계는 달랐다. 반도체 생산 방식이 쇳물을 주형(거푸집)에 넣고 가공하는 주조 공정과 비슷해 거푸집을 뜻하는 ‘파운드리’란 용어를 썼다. 반도체 제조가 어떤 분야보다 복잡해 일반 위탁생산과 차별화한 의미를 담으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반도체 설비 건설에 천문학적 돈이 들어가 일반적 OEM과 차원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진입장벽이 높아 대만 TSMC와 삼성전자 외에 세계적 파운드리 업체로 자리 잡은 곳이 많지 않다.반도체 못지않게 위탁생산으로 크기 어려운 업종이 바이오다. 생산설비 마련에 수조원이 필요하고 사람 목숨을 다루는 만큼 높은 기술력이 필요해서다. 이런 특성을 반영해 바이오업계는 OEM과 ODM 대신 ‘의약품위탁생산’(CMO)과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이란 바이오만의 용어를 사용한다. 그들만의 리그여서 10여 년 전만 해도 스
지난해 4월 미국 조지아주의 지역 맥주인 ‘울트라 라이트 비어(Ultra Right Beer)’가 미국 전역에서 대박을 쳤다. 미국 내 부동의 1위 맥주 ‘버드 라이트’가 톡톡히 한몫 거들었다. 당시 버드 라이트가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딜런 멀베이니를 인스타그램 모델로 쓰자 트랜스젠더에 거부감이 강한 중장년 백인 남성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확산했다. 이 틈을 ‘완전한 오른쪽 맥주’를 표방한 울트라 라이트 비어가 ‘100% 워크프리(woke-free)’라는 광고 문구로 파고들었다.워크(woke)는 ‘정치적 올바름’(PC)과 같은 뜻의 단어다. 영어 동사 깨어나다(wake)의 과거분사(woken)를 흑인들이 ‘워크(woke)’라고 발음한 것에서 유래했다. 초기엔 흑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게 깨어 있자는 취지로 썼다. 하지만 미국 내 PC주의가 도를 넘자 그런 사람들을 비아냥거리는 말로 변질했고 최근엔 워크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끼리 경제권을 형성하자는 ‘안티워크 경제’(Anti-woke economy)라는 용어까지 나왔다.안티워크 진영은 좌파가 미국 기업을 장악했다고 보고 우파 색채의 대안 기업을 설립했다. 아마존에 대항하는 퍼블릭스퀘어, 유튜브를 넘어서겠다는 럼블, 히스패닉계 백설공주를 내세운 디즈니에 맞서 원작에 충실한 어린이 영화를 만들겠다는 벤트키 등이 대표적이다. 이 기업들은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지지하며 자유와 가족, 애국을 최고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트럼프의 당선으로 이들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아직까지는 미래형이다. 퍼블릭스퀘어는 올 3분기까지 3690만달러(약 513억원)의 손실을 내며 직원 35%를 해고했고, 같은 기간 럼블의 손실도 2520
한국이 해외 체류자의 병역 제도를 강화한 건 1990년대다. 세계화 열풍 속에 기업의 해외 진출이 급증하던 시기다. 이때부터 출국 후 귀국을 미루는 입영 대상자가 늘자 정부는 1999년 해외 체류자의 병역 면제 연령을 31세에서 36세로 높였다.3년 후 병역 관련 규정을 뒤바꾼 사건이 일어났다. 2002년 1월 “꼭 군대에 가겠다”던 가수 유승준 씨가 기습적으로 도미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며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이다. ‘고의적 병역기피’라는 비판이 들끓자 이른바 ‘유승준 방지법’이 생겼다. 2004년 해외 영주권자의 병역 면제 혜택을 없앤 데 이어 이듬해엔 당시 국회의원이던 홍준표 대구시장 주도로 국적법과 재외동포법 등을 개정해 한국 국적을 포기한 병역기피자의 국내 체류 자격을 박탈했다. 이어 2011년 홍 시장은 악의적 해외 거주자를 비롯한 병역기피자의 입영 면제 연령을 36세에서 38세로 올리는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 통과를 이끌었다.그럼에도 10년 넘게 해외 체류형 병역기피가 줄지 않자 다시 연령 상향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15일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해외 체류자의 입영의무 면제 나이를 38세에서 43세로 올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병역 면제를 어렵게 하자는 취지지만 연령 상한이 능사는 아니다. 30세 이후 입대하면 정상적 군 생활을 하기 힘든 상황에서 자꾸 면제 연령을 늦춘다고 한들 병역기피자가 확 줄어들 가능성이 크지 않아서다. 오히려 처벌 강화가 효율적이란 지적이 나온다.병무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 8월까지 해외 거주 사유로 입대를 거부한 병역 대상자가 1037명에 달했다. 이 중 86%가 해외 체류 이유로 기소중지(수사 중단)됐고 6%만 형사처벌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집값 안정론을 근거로 그린벨트를 풀었지만 시민단체들은 환경 보존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서울 아파트 공급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정책 집행 속도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반면 그린벨트발 아파트 공급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는 지방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것으로 서울 과밀화를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찬성] 아파트 공급난 해소에 도움…'그린벨트 원조국' 영국도 풀어정부는 ‘8·8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의 후속 대책으로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이달 5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그린벨트를 해제해 역세권 고밀도 개발로 2만 가구를 늘릴 계획이다. 경기도에서는 고양 대곡과 의왕 오전왕곡, 의정부 용현지구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3만 가구를 짓기로 했다. 수도권 그린벨트 중에서도 난개발 등으로 환경 보전 가치가 낮은 곳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정부는 2026년 상반기에 지구를 지정한 뒤 2029년에 첫 분양을 하고 2031년에 입주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그동안 사례를 보면 그린벨트 해제 후 아파트 입주까지 7년 이상이 걸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해제된 전국 그린벨트 33곳 중 22곳은 입주까지 8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그린벨트 내 주택 공급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지구 지정 전에 보상 조사를 착수하는 방식으로 행정 절차를 단축시킬 방침이다.정부가 속도전에 나선 건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조기에 주택 공급 절벽을 해소
한국 국회의원들의 학력 수준이 압도적인 세계 1위라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56개국(2015~2017년) 의회를 조사한 결과 한국 국회의원 중 3분의 1 이상이 박사학위 보유자였다. 우크라이나와 대만, 슬로베니아, 몽골 등이 한국 뒤를 이었으나 박사학위 소지자 비율이 25%를 넘지 않았다.이코노미스트 집계는 20대 한국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수치지만 올해 선출된 22대 의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300명 중 103명(34.3%)이 박사 출신(수료자 포함)이었으며 126명(42%)이 석사학위를 취득했거나 수료했다. 나머지는 모두 대졸 출신으로 고졸 이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물론 학력과 의정 성과는 특별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이코노미스트는 “학사 이상의 학위를 보유한 정치인이 더 많은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더 오래 재임하진 않았다”며 “고학력자라고 실업률을 낮추거나 균형 잡힌 예산을 짜는 일에도 더 나을 게 없었다”고 전반적인 상황을 분석했다.이 평가대로 ‘긴 가방끈’은 한국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통계청이 매년 내놓는 ‘공공기관 신뢰도’에서 국회는 수십 년째 꼴찌다. 국제적으로도 한국 국회는 탈꼴찌가 목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11월 30개 회원국 국민을 대상으로 국회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28위에 그쳤다.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나라는 체코와 칠레뿐이었고 멕시코,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등 우리가 정치 후진국으로 보는 나라보다 신뢰도가 낮았다.선거 때만 고개를 조아리고 당선 후엔 세계 최고 수준의 특권 누리기에 바쁜 여의도의 구태가 누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일부 극성 당원에게 휘둘리는 ‘
2008년만 해도 이탈리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만944달러로 미국(4만8570달러)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이탈리아 1인당 GDP는 3만8373달러로 15년 전보다 줄어 미국(8만1695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미시시피주(3만9120달러)보다도 적었다. 유럽 맹주인 독일과 프랑스도 미국 50개 주와 비교하면 40위권 밖이다.유럽의 쇠퇴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근로시간 단축을 주된 이유로 꼽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 5월 “코로나19 이후 근로시간이 확 줄어 유럽이 저성장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연기금의 니콜라이 탕겐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인은 미국인보다 적게 일하고 리스크를 더 회피한다”고 일갈했다. 2022년 기준으로 미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822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19시간) 이상이지만 프랑스는 1427시간에 불과하고 독일은 1295시간으로 OECD 꼴찌였다.미국이 유럽보다 오래 일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장시간 근로를 무조건 받아들이는 건 아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22년 엑스(옛 트위터)를 인수한 뒤 주 80시간 근무제를 실시하자 수천 명의 직원이 퇴사했다. 그런 경험이 있는 머스크가 다시 주 80시간 근무를 들고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수장으로 지명된 뒤 함께 일할 사람을 찾는 구인 광고를 통해서다. 머스크가 리트윗한 글에는 “주 80시간 이상 일할 뜻이 있는 초고지능의 작은 정부 혁명가들이 필요하다”고 써 있다. 또 “지원자 중 상위 1% 이력서만 검토하며 (뽑힌 직원의) 보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재임한 1980년대 이후 미국은 기본적으로 자유무역을 견지해왔다. ‘악의 축’ 국가들 정도만 예외였다. 울타리 없는 넓은 마당을 선호하던 미국이 급선회한 건 2010년대 후반이다. 중국이 무섭게 성장해 미국의 지위를 위협한다고 느끼기 시작한 때다.2016년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부터 대중 압박 노선은 본격화했고 뒤를 이은 조 바이든 대통령도 그 기조를 따랐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걸음 더 나아가 ‘장벽 없는 넓은 마당’ 시대의 종말을 고하고 이른바 ‘좁은 마당의 높은 장벽’(a small yard with high fence)의 시작을 알렸다. 우방국을 제외하고 중국 등 일부 국가에 한해선 높은 울타리를 치겠다는 취지였다. 특히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막기 위해 반도체,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다만 중국의 범용 상품 유입까진 막지 않았다.이런 선택적인 ‘디리스킹’(탈위험)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전면적인 차단을 뜻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변화할 전망이다. 트럼프뿐 아니라 차기 행정부 입각 후보로 물망에 오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마이클 월츠 하원의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모두 대중 강경론자이기 때문이다.이들은 관세 폭탄을 내세워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면 중국에 완전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장담한다. 중국 리스크를 선별적으로 관리해온 바이든 행정부와는 결이 다르다. 이렇게 되면 푸충 중국 유엔대사의 말처럼 좁은 마당의 높은 장벽으로 불린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넓은 마당의 철의 장막’ 수준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문제는 이런 기조
세계 최초의 여자대학이 생긴 건 19세기 중반이다. 여성 참정·노동권과 더불어 교육받을 권리에 관심이 커지기 시작한 때다. 1836년 미국 조지아주에 조지아 여대(현 웨슬리안 칼리지)가 개교했고 이듬해 매사추세츠주에 마운트 홀리오크 여자 신학교가 문을 열었다. 1869년엔 영국 케임브리지대가 거턴 칼리지라는 여대를 설립했다.19세기 후반 들어 여대는 신학대 중심에서 종합대학으로 발전했다. 마운트 홀리오크와 더불어 미국 7대 명문 여대로 불리는 ‘세븐 시스터즈’도 이때 첫발을 내디뎠다. 가장 두각을 나타낸 곳은 웰즐리 칼리지다. 교수 한 명이 평균 8명의 학생을 가르치며 여성 지도자 육성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인 매들린 올브라이트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선장인 파멜라 멜로이 등을 배출했다.웰즐리처럼 명문 여대 전통을 잇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적지 않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참전 군인의 대학 교육 등을 지원하는 ‘제대군인 원호법’이 시행되자 미국 여대들은 남자 신입생을 받으며 남녀공학으로 전환했다. 배서 칼리지(1969년), 하버드대에 합병된 래드클리프 칼리지(1977년)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도 상황은 비슷하다. 수험생들이 여대보다 남녀공학을 선호하면서 1998년 98개였던 일본 여대는 2021년 75개로 줄었다.이런 흐름에서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 1994년 성심여대(현 가톨릭대)와 대구 효성여대(대구가톨릭대)가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데 이어 상명여대(1996년)와 부산여대(1997년)가 각각 상명대, 신라대로 교명을 교체하며 남녀공학이 됐다.현재 국내에 남은 4년제 여대는 이화여대와 숙명여대 등 7곳
지난해 6월 미국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을 짓던 대만의 TSMC는 미국 직장 평가 웹사이트 ‘글래스도어’에서 별점 폭탄을 맞았다. 업무 강도가 워낙 세다 보니 TSMC를 다른 구직자에게 추천하고 싶다는 비율이 27%로 떨어졌다. TSMC 일부 직원은 “한 달 동안 계속 사무실에서 잤다”며 경쟁사인 인텔처럼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같은 시기 글래스도어에서 인텔 직원들의 업무 추천 비율은 TSMC의 세 배가 넘는 85%였다.TSMC는 직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이런저런 복지 혜택을 늘렸지만 반도체산업 특유의 고강도 업무라는 근간은 흔들지 않았다. 당시 TSMC 회장인 마크 리우는 미국 소식을 듣고 “반도체에 대한 열정이 없고 장시간 교대 근무를 할 마음이 없는 사람들은 반도체산업에 뛰어들어선 안 된다”고 일침을 날렸다. 그러면서 애리조나 공장 가동 시기를 1~2년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자체 기준에 미달하는 직원은 절대 뽑지 않았다. 열정 가득한 고급 인재를 더 뽑아 모자란 부분을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미국에선 주급 684달러(약 94만원) 이상의 고위 관리직 및 전문직, 연봉 10만7432달러가 넘는 고소득 근로자 등은 주당 40시간으로 묶여 있는 법정근로(초과근무는 무제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 노사가 합의하면 초과근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대만이나 고소득 전문직을 근로시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 일본도 크게 차이가 없다.그러나 한국에선 TSMC식 전략이 통할 수 없다.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무로 인해 연구개발(R&D) 같은 전문직도 초과근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이번주 발의하는 반도체 특별법에도 고소득 전문직에 근로시간
부모로부터 경영 DNA를 이어받아 2대 이상 기업을 이끄는 오너 경영인이 많다. 대부분 아버지가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부자간 승계였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 중 예외가 없다.그런 점에서 신세계그룹은 독특한 길을 택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에 이어 딸인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어제 ㈜신세계 회장이 됐다. 오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동일한 직급인 회장으로 두 단계 승진해 이마트 부문과 계열 분리한 백화점 사업의 전권을 맡았다. ‘부전자전’이 아니라 ‘모전여전’으로 불릴 만한 승계다.정유경 회장은 늘 “어머니가 롤모델”이라고 강조해왔다. 어머니와 같은 길을 걷기 위해 대학 전공을 미술로 선택했고 외양도 비슷하게 가꿨다. 조선호텔 상무보로 경영 수업을 시작한 20대 때부터 50대 어머니 스타일을 따라 했다. 짙은 눈화장과 빨간 립스틱을 선호하는 것이나 치마 정장보다 바지 정장을 즐겨 입는 모습, 사자머리까지 이명희 총괄회장과 판박이다. 오빠와 달리 공식석상에 잘 나서지 않고 전문경영인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하는 경영 스타일도 닮았다.어머니와 비슷한 방식으로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 사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패션업체에 백화점 매장을 내주고 수수료를 받는 기존 백화점 사업 모델 대신 신세계 바이어가 직접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편집숍을 키워 매출을 늘렸다. 백화점 매장에 미술작품을 대거 전시해 백화점을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앞장섰다. 이런 노력이 뒷받침돼 올 상반기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5조2900억여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재벌가에서 회장
정년 연장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이어 대구시가 정년을 늘리기로 하는 등 동참하는 곳이 늘면서다. 국민연금 개편과 노인 연령 상향 움직임도 맞물리면서 정년 연장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로 청년층은 내켜하지 않는다. 기업들도 인건비 부담 때문에 일률적인 정년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정년 연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의견과 성급한 추진은 부작용만 가져올 것이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찬성] 인구 고령화와 생산인구 감소로, 숙련 근로자 활용 꼭 필요최근에 정년 연장을 공론화한 곳은 행정안전부다. 이달 14일부터 행안부 소속 공무직 근로자의 정년이 60세에서 65세로 바뀌었다. 행안부 공무직은 기존 60세 정년을 맞은 해에 연장 신청을 하면 별도 심사를 거쳐 1964년생은 63세, 1965~1968년생은 64세, 1969년생부터는 65세로 정년이 늘어난다. 공무직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하는 민간 무기계약직 근로자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생겨난 직종으로 시설관리, 경비, 미화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대구시도 비슷한 방식으로 공무직 정년을 연장했다. 내년에 60세가 되는 1965년생 근로자 정년을 61세로 늘린 뒤 순차적으로 확대해 2029년에 근로자 정년을 65세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미 서울시 산하 기초지방자치단체 등도 정년을 65세로 연장했다. 몇몇 중앙 부처도 청소업 등 일부 업종에 한해 정년을 65세로 바꿨다. 60세가 넘은 근로자를 계약직 등으로 재고용하는 사업장 비중이 지난해 36%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정년 연장 움직임이 활발하다. 독일과 프랑
새 아파트가 부동산시장에 이어 음원시장도 평정하고 있다. 4인조 걸그룹 블랙핑크의 메인보컬인 로제가 싱글 앨범 수록곡으로 공개한 ‘아파트’(APT.)가 초반부터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980년대 가수 윤수일이 부른 옛날 ‘아파트’가 국내 야구장까지 진출했다면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자란 로제의 신곡 아파트는 각종 스포츠 경기장뿐 아니라 전 세계 골목골목을 누빌 조짐이다. 18일 음원을 공개한 지 하루 만에 공식 유튜브에서만 5000만 조회수를 넘었고 ‘글로벌 인기 급상승 음악’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에선 이틀 만에 글로벌 부문 2위에 올랐다.로제가 직접 작사·작곡한 이 노래는 ‘아파트 게임’이라는 한국의 술자리 놀이에서 유래했다. 참가자들이 둘러앉아 “아파트, 아파트”를 외치며 양손을 포개 아파트처럼 쌓아 올린 뒤 아래부터 손을 빼다가 술래가 처음 외친 층수에서 손을 빼는 사람이 술을 마시는 방식이다. 로제가 제작사 동료들과 재미로 이 게임을 하다가 본격적인 곡 작업을 시작했다. 로제와 이 노래를 함께 부른 미국 팝가수 브루노 마스도 이 게임이 재미있어 보여 로제의 협업 제안에 응했다고 한다. 이들은 “간단해서 분위기 띄우는 데 최고”라는 로제의 말대로 이 게임에 매료됐다. 행여나 로제가 아파트 게임보다 규칙이 어려운 ‘369 게임’이나 ‘손병호 게임’을 같이 하자고 했다면 이런 노래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브루노 마스가 연출한 아파트 뮤직비디오도 간단한 아파트 게임 속성을 충실히 반영했다. 도입 부분부터 아파트라는 단어를 반복하고 전체 가사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마라톤 경기에서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착용한 신발 브랜드는 다양했는데 유독 그 대회에서만 남녀 입상자 6명 중 5명의 신발이 나이키 시제품이었다.모양도 독특했다. 밑바닥이 얇은 기존의 마라톤화가 아니라 두툼한 러닝화 같은 신발이었다. 쿠션 역할을 하는 세 겹의 탄소섬유를 넣은 영향이었다. 탄소섬유는 발바닥이 지면에 닿을 때 반발력을 키워 선수 보폭을 넓히는 기능을 했다.‘슈퍼 슈즈’라는 입소문이 돌자 나이키는 이듬해 ‘베이퍼플라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제품을 내놨다. 이후 맞춤형으로 나온 이 신발을 신은 선수들이 2시간 초반대의 남자 신기록을 연거푸 갈아치웠다. 급기야 2019년 엘리우드 킵초게(케냐)는 네 장의 탄소섬유판이 들어간 마라톤화를 신고 1시간59분40초로 완주해 인간의 한계라는 2시간 벽을 깼다.너무 쉽게 ‘서브2’를 달성하자 ‘기술 도핑’이라는 비판이 들끓었다. 과한 장비도 불법 약물처럼 금지하자는 주장이다. 결국 세계육상연맹은 2020년 킵초게의 기록을 인정하지 않고 마라톤화 규제에 들어갔다. 선수별 맞춤화 대신 일반 마라톤화만 신게 하는 한편 밑창 높이는 40㎜ 이하로 하고 문제의 탄소섬유는 한 겹만 허용했다.이 권고를 받아들여 나이키가 탄소섬유판 하나로 네 장 효과를 내는 마라톤화를 개발하자 경쟁 업체들도 비슷한 제품을 내놨다. 그 결과 올 8월 파리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선 아디다스와 아식스 후원 선수들만 메달을 따 나이키 독주 시대의 끝을 알렸다. 2시간5분이 한계로 통하는 여자 마라톤에서도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시기상조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이미 찬반으로 나뉘어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반려동물 증가로 늘어난 각종 비용을 충당할 재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개 식용 금지 로드맵을 이행할 자금도 이 세금에서 충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려동물 보유세가 생기면 세금을 낼 수 있는 사람만 동물을 키워 유기견이나 유기묘가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반면 반대론자들은 반려동물 보유세를 도입하면 세금 회피 심리로 인해 버려지는 동물이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한다. 동물 의료보험에 대한 논의 없이 세금만 부과하려 한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찬성] 세금 부과하면 유기견 예방 효과…수익자 부담 원칙이 근거반려동물 급증이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2023년에 내놓은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 비율은 2012년 17.9%에서 2022년에 25.4%로 늘었다. 동물 등록(인식표 부착)을 마친 반려견은 2017년 117만 마리에서 2022년 말 302만 마리로 1.5배 이상 증가했다. 반려견 등록률이 지난해 말 76.4%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 양육되는 반려견은 400만 마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 등록 의무가 없는 반려묘도 계속 늘고 있다.반려동물 수가 많아지면서 각종 사고도 덩달이 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개 물림 사고로 병원에 이송된 건수는 2019년 2154건에서 2022년 2216건으로 증가했다. 동물 유기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증가 추세다. 지방자치단체의 동물보호센터
온라인 댓글 하나를 올릴 때마다 중국 정부에서 5마오(약 90원, 10마오=1위안)를 받는다고 해서 붙여진 우마오당(五毛黨). 2004년 세상에 알려진 뒤 중국 내 여론을 중국 정부 입맛대로 바꾸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대만 선거에서 반중 후보를 비난하는 댓글을 조직적으로 올리는 등 해외 정치 개입도 서슴지 않았다.중국 정부가 육성한 ‘키보드 전사’들이 진화한 건 2010년 이후다. 애국적 MZ세대가 주축이 된 자발적 댓글부대가 대거 친중 온라인 여론 조성에 합류한 때다. 이들은 쯔간우(自幹五·자발적 우마오)와 샤오펀훙(小粉紅·작은 붉은 팬덤), 펀칭(憤靑·분노 청년) 등으로 불리며 스포츠와 문화, 역사 분야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국내 포털사이트가 중계한 한국과 중국의 축구 경기에서 중국 응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게 대표적 예다.최근엔 중국 관제 댓글부대와 자발적 댓글부대가 합심해 경제 부문에서도 ‘중국몽’을 설파 중이다. 홍석훈 창원대 교수 등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네이버에서 확보한 77개 중국인 추정 계정을 분석한 결과가 잘 보여준다. 이들이 전기차 배터리와 스마트폰 관련 기사에서 한국산을 폄하하고 중국산을 호평하는 댓글을 대거 단 정황이 뚜렷하다. “한국산은 무조건 거른다”거나 “중국 거 한번 타 봐야지” 같은 의도가 노골적인 댓글이 넘친다.‘인지전’으로 불리는 중국발 여론 조작 위험이 커지자 댓글에 국적을 표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엊그제 인터넷 댓글 작성자의 접속지 표시를 의무화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냈다. 김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은 예수의 제자 야곱이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걸었던 경로를 재현한 길이다. 프랑스 피레네산맥에서 출발해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800㎞가 넘는다. 이곳에서 야곱의 유해가 발견되면서 이스라엘 예루살렘, 로마 바티칸과 함께 세계 3대 기독교 성지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에서 2억 권 이상 팔린 파울루 코엘류의 자전적 소설 <순례자>라는 책에 등장해 더 유명해졌다. 하루 20㎞씩 걸어도 40여 일이 걸리는 대장정임에도 성지 순례자와 관광객을 합해 연간 50만 명가량이 이 길을 찾는다.제주 방언으로 좁은 골목을 뜻하는 올레길도 산티아고 순례길 덕에 탄생했다. 제주 출신 언론인인 서명숙 씨가 2007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뒤 제주에도 산티아고 못지않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길을 내겠다고 조성한 게 시작이다. 새로 인위적인 길을 내기보다 기존에 있는 길을 걷기 좋게 바꾸는 작업이 대부분이었다. 5년에 걸쳐 21개 도보 코스를 만들어 제주 외곽 해안선을 연결했다. 훗날 5개 도보 코스가 추가돼 제주 해안 주변의 산과 들, 오름, 섬들이 425㎞의 걷기 좋은 길로 이어졌다.15년간 1000만 명의 탐방객이 몰릴 정도로 유명해지자 제주 올레길의 수출 길까지 열렸다. 2011년 영국을 시작으로 캐나다와 스위스, 대만 등 9개국의 유명 도보 여행지에 ‘올레 우정의 길’이 생겼다. 일본 규슈는 아예 2012년 제주와 업무협약을 맺고 ‘규슈 올레길’을 개설했다.제주 올레길의 성공에 이어 이번엔 ‘코리아둘레길’이 나섰다. 제주도를 뺀 대한민국 육지 외곽을 모두 잇는 도보 여행길로 어제 완성됐다. 정부가 2009년 조성을 시작해 마지막 구간인 ‘비무장지대(DMZ) 평
서울 문래동(文來洞)은 한국 최초의 주식회사인 경성방직이 1923년 첫 방직공장을 세운 곳이다. 이후에 동양방적과 종연방적 등이 들어오면서 초기 국내 섬유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동네 이름도 유실동(실이 있는 동네)과 사옥정(絲屋町·실을 뽑는 마을)으로 불리다가 해방 후인 1946년 공식적으로 영등포구 사옥동이 됐다. 그 어느 곳보다 방적기가 많은 점에 착안해 1952년 방적기의 우리말인 ‘물레’를 음차한 ‘문래’로 동 이름을 바꿨다. 현재까지 문래동에 물레 모형 조각품과 목화밭이 많은 이유다.목화마을이던 문래동이 철강 타운으로 변한 건 1960년대다. 1968년 포항제철이 설립된 뒤 철강 수요가 급증하던 때다. 마침 청계천 고가도로 건설로 인근 철공소들이 경인고속도로 근처인 문래동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세운상가에서 철거된 철공소까지 가세하면서 문래동은 국내 최대 철공단지로 발전했다. 어떤 부품과 시제품이든 문래동 철공소 몇 곳만 거치면 2~3일 내 완성됐다. ‘문래동 장인 10명이 모이면 탱크도 만든다’거나 ‘철판으로 사람 빼고 못 만드는 게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문래동 철공소의 아성은 1990년대 급격히 흔들렸다. 주변 지역인 목동과 영등포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고 문래동도 주거지역으로 개발되면서다. 1997년 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철공소가 대거 문을 닫거나 임차료가 싼 서울 외곽으로 이전했다. 그 자리엔 카페와 식당이 들어섰고 옛 철공소 터는 예술인들의 작업 공간으로 바뀌었다. 아직 남아 있는 철공소들도 언제까지 문래동의 높은 임차료를 견디며 버틸 수 있을지 불안해하고 있다.서울시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해 선택과 경험을 제한한다.” 미국 문화평론가 카일 차이카는 <필터월드>라는 책에서 SNS가 만들어낸 알고리즘의 폐해를 이렇게 설명했다. SNS 이용자가 본인 입맛에 맞는 콘텐츠만 보게 되는 ‘필터 버블’이 지배하는 세상을 ‘필터월드’라고 부르면서 SNS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런 필터월드가 청소년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데 전문가 사이에 이견이 없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에 한 번 노출되면 성인보다 더 빨리 중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이 SNS 등에서 경험한 사이버 폭력 비율은 40.8%로 성인(8.0%)의 5배에 달했다. 지난해 미국의 온라인 아동 성학대물 신고 건수도 3600만여 건으로 사상 최대였다.이 때문에 미국은 플랫폼 회사가 직접 SNS의 유해 콘텐츠를 차단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다. 42개 주 법무장관들은 SNS에 ‘청소년 건강에 유해하다’는 경고문을 다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호주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 SNS 사용 가능 연령을 14~16세 이상으로 제한하는 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올 4월 10대 소년 7명이 SNS에서 공모해 시드니 교회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하자 야당까지 이 법안의 신속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한국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SNS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청소년의 SNS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고,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청소년의 중독성 콘텐츠를 규정하는 ‘청소년 필터 버블 방지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영국 해외 첩보기관인 비밀정보국(MI6)의 모토는 ‘항상 비밀’(Always secret)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Sember Occultus’다. 1909년 창설된 MI6가 정부 조직으로 공식화된 1992년 전까지 대부분 영국인이 MI6 존재를 몰랐을 정도로 MI6의 비밀주의는 견고하다. M16 요원의 신원도 국가 기밀로 여기는 전통이 강해 여전히 MI6국장은 이름 대신 초대 수장 맨스필드 커밍의 성에서 따온 ‘C’로 불린다.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비밀주의 역시 못지않다. 공식 모토는 ‘국가의 임무, 정보의 중심’(The Work of a Nation, The Center of Intelligence)이지만 ‘익명의 열정’(Passion for anonymity)이 비공식 모토로 통한다. 비밀주의 기조로 CIA 수장의 동선도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비공개다.이런 두 나라의 정보기관 수장이 공식석상에 섰다. 그것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공동 명의의 기고문을 싣고 FT 주최 포럼의 대담자로 참석했다. 1947년 CIA가 생긴 이후 두 조직의 수장이 공개 행사에 함께 참석한 건 처음이다. FT는 두 수장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것은 세계가 전례 없는 위협에 직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먼저 제기된 위협은 러시아였다.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은 “2022년 가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뻔했다”고 하자 리처드 무어 MI6 국장도 “러시아의 핵 위협과 도발은 계속될 것”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두 사람은 중동 정세에 대해서도 낙관론을 경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비롯한 전쟁 당사자들이 90%가량 합의에 도달했지만 가장 어려운 10%에서 난관에 봉착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최대 리스크는 중국의 부상이라는 점에도 이견이 없었다. 이 때
대형마트 의무 휴업을 도입한 지 12년이 지났다. 전통시장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2012년부터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주말 휴업을 의무화했지만 그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대형마트 강제 휴무로 인해 전통시장 매출은 늘지 않고 소비 증발만 가져왔다는 비판이 거세다. 규제 사각지대인 식자재마트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점도 부작용으로 꼽힌다.반론도 만만치 않다. 골목상권을 살리는데 대형마트 주말 의무 휴업은 적잖은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전통시장이 많은 지역에서 대형마트 규제론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대형마트 노동자가 휴일에 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도 폐지 반대론의 주요 근거다. 대형마트 주말 의무 휴업을 완화해야 할까 아니면 그대로 둬야 할까.[찬성] 시장 상인 등 약자 배려 필요…마트 근로자 '쉴 권리'도 보장해야경제적 이익이라는 측면에서만 사회문제를 바라볼 수 없다. 사회가 상호의존적인 점을 감안하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그 사회가 지속가능하다. 후생경제학에서도 사회적 약자의 삶에 초점을 맞추는 시각이 있다. 바로 ‘정의론’으로 유명한 존 롤스의 ‘롤스 기준’이다. 공리주의적 입장에 선 칼도·힉스 기준과는 차이가 있다. 롤스 기준으로 보면 사회적 약자의 삶이 좋아지면 좋은 정책이다.대형마트 휴일 규제와 관련한 이해관계자 중 사회적 약자는 누구일까. 아마도 전통시장 상인들과 대형마트 노동자를 들 수 있다. 롤스 기준으로 보자면 이들에게 이익이 되면 바람직한 정책이다. 의도와 관계없이 민주당도 롤스 기준에 입각해 움직이고 있다. 송재봉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남편은 죽었지만 이혼 신청합니다.”결혼 생활 15년 차인 가요코는 남편 사망 소식을 듣고 시댁과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특히 “어떤 음식을 해 먹였길래 내 아들이 갑자기 죽었냐”는 시어머니의 폭언은 견디기 힘들었다. 가요코는 바로 ‘사후(死後) 이혼’ 절차를 밟았다. 2018년 한국에서도 출간된 일본 소설 <며느리를 그만두는 날>의 한 장면이다.이런 일화는 소설 속만의 얘기가 아니다. 일본에서 사후 이혼으로 불리는 ‘인족(姻族·혼인으로 맺어진 인척) 관계 종료 신고’ 건수가 급증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다. 2022년에만 3000건을 넘어 2012년(2213건)에 비해 30% 이상 늘었다. 세대 간 인식 차이가 가장 큰 이유였다. 젊은 층은 결혼을 개인 간 유대 정도로 보는데 노령층은 여전히 결혼을 가족 간 결합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배우자 사망 후에 배우자 가족을 부양하는 부담에서 벗어나려고 사후 이혼을 선택한다는 얘기다.일본 민법(728조)에 따르면 생존한 배우자가 사후 이혼 신고서를 관공서에 내면 인척 관계를 끊을 수 있다. 배우자 사후에 언제든 신청할 수 있고 배우자 부모 동의도 필요 없다. 일반적 이혼과 달리 배우자의 유산 상속이나 유족연금 수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신청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긴 데다 사회 통념상 여성에게 요구되는 배우자 가족에 대한 봉양 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결혼하면 아내가 남편 성(姓)을 따르는데 본래 자기 성으로 돌아가겠다는 ‘복씨(復氏) 신고’도 인족 관계 종료 신청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한국에선 일본과 똑같은 형태의 사후 이혼을 하는
성경 마태복음 10장36절에 ‘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라는 구절이 나온다. 예수를 따르다 보면 가족끼리도 원수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올바른 길이 아니면 가족일지라도 과감하게 연을 끊어야 참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의역되고 있다.이 구절이 미국 대선에서 회자되고 있다. 여느 나라 못지않게 가족을 중시하는 미국이지만 대선 후보 가족들은 성경 구절대로 철천지원수가 됐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의 형인 제프 월즈는 동생이 부통령감이 아니라고 저격했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동생은 여러분의 미래 결정을 맡길 만한 인물이 못 된다”며 “동생의 생각을 100%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8년간 연락 한 번 하지 않고 부통령 출마 소식을 라디오로 듣게 한 동생을 저버리고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혔다. 제프 월즈는 뒤늦게 동생 선거를 방해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끝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는 거두지 않았다.앞서 7월엔 무소속 대선 후보였던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중도 하차하면서 트럼프 캠프에 합류했다. 민주당의 상징과도 같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가 트럼프 지지로 선회하자 케네디 가문 사람들은 들끓었다. 케네디 주니어의 형제자매들은 “아버지와 우리 가족이 지켜온 가치에 대한 배신”이라며 케네디 주니어를 맹비난했다.배신은 민주당 전유물이 아니다. 공화당의 거물 정치인 고(故)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아들인 지미 매케인은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정치활동을 금지한 알링턴 국립묘지 묘비 앞에서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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