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중국 장자강포항불수강 매각 추진 소식이 지난주 국내 철강업계를 뒤흔들었다. ‘중국 내 작은 포스코’라고 불리며 20여 년간 해외 진출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 제철소까지 매물로 나와서다. 작년에는 1700억원 영업적자를 냈지만 잘나갈 땐 연간 매출 4조원, 영업이익으로 수천억원을 벌었다. 2006년엔 기자도 현장을 취재했다. 연산 60만t의 스테인리스강 제강·열연 공장 준공을 앞둔 시점이었다. ‘리틀 박태준’이란 별명이 붙은 정길수 사장이 당시 “해외 제철소 건설 현장은 총알, 포탄만 왔다 갔다 하지 않을 뿐 전쟁터나 다름없다”고 한 말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이번 매각 추진은 중국 철강 경기 침체 속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중국은 세계 조강 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올해 3분기까지 생산량은 7억6850만t으로, 작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 건설 및 부동산 경기 침체 탓에 중국 내 수요가 곤두박질치며 공급 과잉이 발생했다. 상반기 중국 17개 상장 철강사 중 12곳이 적자를 냈다. “위기는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길고 차가우며 더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후왕밍 바오우그룹 회장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중국산 철강은 한국 등 아시아와 유럽으로 싼값에 팔려 갔다. 올 3분기까지 중국의 철강 수출은 8071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2% 증가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제품가격 급락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6.8%, 82.6% 줄었다. 철근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현대제철은 국내 건설 경기 침체라는 직격탄까지 더해졌다.8년 전에도 철강업계는 공급 과잉으로 위기에 몰린 적이 있다. 정부와 철강업계가 나서 선제적인 구조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과 한국 최고의 ‘백수저’ 셰프들이 지난 한 달간 요리 계급 전쟁을 벌였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얘기다. 우승 상금 3억원의 주인공은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씨였다. 서울 경동시장 맛집 요리사 ‘이모카세 1호’, 이탈리안 셰프 ‘트리플 스타’ ‘요리하는 돌아이’ 등은 경연 내내 요리에 열정을 불태웠다. 장호준, 정지선, 최현석 등 백수저 셰프들은 나름의 철학을 담아 요리하며 진정한 고수의 품격을 보여줬다. 특히 미국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이언 셰프’ 우승자이자 백악관 만찬 셰프였던 에드워드 리는 무한 맛대결에서 7명의 최종 경쟁자와 맞붙어 30분마다 여섯 번이나 창의적인 두부 요리를 내놓으며 실력을 입증했다.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된 흑백요리사는 국내외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지난달 17일 공개된 이후 3주 연속 비영어권 TV 시리즈 부문 1위에 올랐다. 회를 거듭할수록 K푸드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과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유행한 치맥과 영화 ‘기생충’의 짜파구리,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속 달고나처럼 말이다.최근 2~3년 동안 K푸드는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다. BBQ는 미국 내 250여 개 매장을 포함해 57개국에서 700여 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K베이커리 대표 주자인 파리바게뜨는 11개국에 590여 개, 뚜레쥬르는 8개국에 480여 개 매장을 두고 있다. 농식품 수출도 급증했다. 올해 1~3분기 농식품 수출은 사상 최대인 73억750만달러(약 9조6320억원)로 불어났다.K푸드가 이런 인기몰이를 이어가 ‘수출
한국경제신문이 창간된 1964년은 박정희 정부의 제1차 경제개발계획이 본격화해 사상 처음으로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한 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그것도 전란으로 모든 것이 파괴된 상황에서 가발용 머리카락과 코리안밍크로 불리던 쥐털을 팔아 이룩한 개가다. 물론 1964년 수출 67억달러를 기록한 이웃 나라 일본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초라한 경제력이었다. 공업화의 여명은 아직 밝아오지 않았고, 이제 막 자리 잡던 의류와 봉제공장은 비숙련 여공의 비인간적 노동으로 돌아갔다. 돈을 빌려주겠다는 일본 등의 상업차관은 넘쳐났지만 산업 원자재를 한국에 수출하거나 완제품을 저가로 본국에 가져간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 수출이 늘어날수록 무역 적자도 커지는 구조였다.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은 107달러. 전체 인구의 80%가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해 글만 깨치고 나면 모두 가망 없는 농업에 매달리던 시절이다.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은 거대한 창업국가 건설과 맥을 같이하는 일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경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자 국민도 서독 탄광과 베트남 전쟁터, 중동 건설 현장에서 함께 뛰었다. 그리고 정주영, 이병철, 구인회, 신격호, 조중훈, 박태준, 김우중 같은 당대 창업자들이 있었다. 울산 창원 구미 포항 여수의 거대 산업단지를 새로운 시설과 젊은 근로자로 빼곡히 채운 것이 그들이다.미지의 바닷길을 헤쳐 나가는데 항법 장치도 없고 지도도 없었다. 일본을 제외하고는 어떤 나라도 벤치마커가 되지 못했다. 1970년 일본의 수출은 우리나라의 23배, 1975년엔 11배에 달했다. 그럼에도 한국을 돕고 지원하는 데 인색했다. 차관과 투자에는 늘 부담스러운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의 별명은 ‘동결 중수’였다. 4년 재임하는 동안 기준금리를 마흔 번 동결하고 여덟 번만 조정해 붙여진 별명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전까지 역대 최장기간 동결 기록 보유자였다. 그렇다고 그의 성격이 우유부단한 것은 아니다. 김 전 총재는 “금리 동결도 중요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2013년 4월 청와대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서별관 회의) 불참은 그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준 사례다.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으로 수출이 둔화하고 내수도 얼어붙을 때였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청와대 인사들은 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는 “중요한 시기에 중앙은행 총재는 중앙은행에 있어야 한다”며 회의에 빠졌다. 그 다음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6개월 연속 동결을 결정했다. 한 달 뒤 금리를 내렸지만 기자간담회에서는 “통화정책 결정은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정부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지난달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로 동결했다. 작년 2월부터 13회 연속 동결이며 횟수와 기간에서 최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금통위의 고유 권한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한은이 뭐 하고 있냐’는 불만 섞인 말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금리 인하 환경이 조성돼 있다”며 군불을 지펴온 터라 더욱 그렇다. 다음날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 논란에는 “오히려 독립성이 있으니까 결정이 나오고 나서 뒤늦게 아쉽다는 입장 표명을 한 것”이라고
2년여 전 삼성전자의 한 사장으로부터 ‘애플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애플이 시가총액 3조달러를 찍고 글로벌 1위를 달릴 때였다. 인공지능(AI)폰의 선전 덕에 지난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에서는 삼성이 애플을 앞질렀지만 매출에선 여전히 삼성(20%)은 애플(43%)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최근에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고위 인사로부터 넘사벽이란 말을 또 한 번 들었다. 이번엔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를 두고 한 말이다. “정말 무시무시한 존재입니다. TSMC의 유일한 걱정거리는 국제 경쟁당국의 반독점 규제뿐일 겁니다.”TSMC는 지난해 세계 파운드리 시장(1150억달러)에서 60%를 점유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선언하며 추격을 공식화한 지도 5년이 지났다. 올해 1분기 TSMC와 삼성의 점유율은 각각 62%, 13%로 그새 격차는 더 벌어졌다. 그야말로 난공불락이다.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 10조4000억원의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AI 열풍에 따라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초격차’를 기반으로 반도체 시장에서 독주를 재개할 것이란 기대는 크지 않다.삼성 안팎에선 반도체 사업이 잘못된 길을 걷기 시작한 시점을 10년 전쯤으로 본다. 파운드리사업부로 분리되기 3년 전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 반도체연구소 내 D램 연구 인력 3분의 1가량을 파운드리 쪽으로 보냈다. 메모리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을 실증해 보인 뒤 ‘초격차’란 말이 나온 시기였다. “D램은 너무 잘하니까 연구 인력을 조금 줄여도 문
국내 증시에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27일 KB금융을 시작으로 DB하이텍, 콜마홀딩스, 우리금융이 밸류업 안내 공시를 냈다. 키움증권, 에프앤가이드는 구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까지 공시했다. 키움증권은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주주환원율 30%,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이란 ‘3개년 중기 목표’를 제시했다.한국거래소는 밸류업 우수기업으로 구성된 지수를 개발해 올해 안에 상장지수펀드(ETF)를 상장할 계획이다. 정부는 법인세·배당소득세 경감, 상속세 부담 완화 등 구체적인 세제 지원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월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들이다. 이런 밸류업 기대 속에 외국인은 올해 22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덕에 코스피지수는 지난 21일 2년5개월여 만에 2800선을 회복했다.하지만 최근 정부와 정치권의 행태는 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한국전력은 지난 21일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작년 3분기부터 다섯 분기 연속 동결이다. 여름철 냉방비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정부 압박에 마지못해 내린 결정이다. 이날 한전 주가는 4% 넘게 급락했다. 앞서 한전은 2021~2023년 43조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정부의 가격 통제로 전기료를 올리지 못한 탓이다. 수십조원 적자를 보는 기업에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한전 주가는 2022년 10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여전히 2020년 말 대비 30%가량 낮은 수준이다. 2022년 똑같이 대규모 적자를 낸 뒤 전기요금을 올린 일본 도쿄전력과
지증왕 13년 섬나라 우산국/세종실록지리지 50쪽에 셋째 줄/하와이는 미국 땅 대마도는 몰라도/독도는 우리 땅. 많이들 아는 ‘독도는 우리 땅’ 가사다. 실제론 세종실록지리지 50쪽에 독도 관련 내용이 없다. 독도가 기록된 부분은 ‘세종실록지리지 153권 지리지 강원도 삼척 도호부 울진현’이다. 50쪽 셋째 줄은 원곡자가 곡의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 바꾼 가사라고 한다.이 노랫말처럼 정치인의 독도 방문은 번지수가 틀린 경우가 종종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2년 8월 10일 전격적으로 독도를 찾았다. 현직 대통령으로선 첫 방문이었다.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 분쟁화하려는 일본에 대항해 ‘조용한 외교’로 일관해 온 그간의 기조와는 정반대 행보였다.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라지만 정권 말기 레임덕이 가속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로부터 2년 뒤 일본 도쿄를 방문한 친이계 좌장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기자에게 “내가 ‘일본에 본때를 보여주자’며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강하게 주장했다”고 말했다.이렇게 시작된 한·일 냉각기는 2015년 말 위안부 합의 때까지 이어졌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논의가 중단됐고 경제 협력의 상징인 양국 간 통화스와프도 2015년 2월 완전 종료됐다. 민간으로도 여파가 퍼졌다.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2012년 351만 명에서 2015년 184만 명으로 곤두박질쳤다. 한류스타들의 일본 TV 출연이 뚝 끊어졌고 스마트폰 등 한국 제품 판매도 급감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일본 스마트폰 출하량은 540만 대(점유율 14.8%)에서 170만 대(4.3%)로 3분의 1토막 났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드루킹 여론 조작, 국가정보원·국방부 댓글 조작, 군 부재자투표 부정 등은 정부가 선거에 불법 개입한 주요 사건들이다. 불법까지는 아니지만 관권선거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던 사례를 꼽으라면 4년 전 코로나19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 4월 14일 “국회가 코로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상정·심의해서 통과시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자들에게 미리 신청받으라”고 했다. 21대 총선 하루 전날 국무회의에서의 갑작스러운 지시였다. 당초 정부는 소득 하위 70%에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의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가 이후 당정 협의를 거쳐 모든 국민으로 확대했다. 실제 일반 가구를 대상으로 지원금을 주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한 달 뒤인 5월 13일이었다. 선거철 선심성 포퓰리즘이야 늘 있었지만 시기나 규모(14조3000억원) 면에서 이때만큼 절묘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소위 보수 진영 인사들조차 사적인 자리에서 “100만원을 어디에 쓸까” 물을 정도였으니 선거 막판 부동층 표심을 흔들기에 충분했다.그 위력은 상당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과반을 훌쩍 넘긴 180석을 차지했다. 거대 여당의 폭주는 그렇게 시작했다. 민주당은 전·월세 시장을 흔들어놓은 임대차 3법, 기업 규제 3법, 노동관계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줄줄이 강행 처리했다. 하나같이 시장 원리와 거리가 멀고 기업을 옥죄는 법안들이다. 코로나 지원금 추가 지급,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문재인 케어) 등으로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국가부채는 21대 국회 출범 전인 2019년 말 7
나는 ROTC(학군장교) 출신이다. 1992년 2월 꽃샘추위 속에 2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거쳐 학군단에 입단했다. 2년차(4학년) 선배들의 혹독한 얼차려도 감수해야 했다. 3·4학년 학기 중엔 주 8시간 군사학 강의를 듣고 여름방학이면 학생중앙군사학교에서 한 달간 집체교육도 받았다. 그렇게 해서 1994년 3월 학군 32기로 임관했다. 131학군단 동기 46명을 포함해 모두 3615명이 소위 계급장을 달았다. 지금으로부터 딱 30년 전이다.돌이켜보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장교로서 소대를 지휘 통솔한 것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로버트 엘리엇)란 말도 그때 처음 들었다. 국가 방위를 책임진다는 사명감도 있었다. 당시 복무기간은 28개월. 병사(26개월)보다 2개월 길었지만 감내할 만했다. 월급도 많았다. 소위 1호봉 기본급은 32만7000원으로 병장 월급(1만1700원)의 28배였다. 입대 전 삼성물산에 취업하고 전역 후엔 장교 출신 특별 채용의 기회도 얻었다. 이번에 개인 병적까지 공개하기로 한 것은 군 초급간부의 70%를 차지하는 ROTC의 심각한 현실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서다.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ROTC 통합 임관식에 이례적으로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선 16년 만이다. 초급장교 확보에 비상이 걸린 최근 상황과 무관치 않다. ROTC 경쟁률은 2015년 4.8 대 1에서 2022년 2.4 대 1로 반토막 났다. 지난해에는 1.8 대 1로 곤두박질쳤다. 학군단 절반은 정원을 채우지 못해 사상 처음으로 추가 모집에 나섰다. 정원 43명인 131학군단에 올해 새로 입단한 후보생은 단 2명이다.그나마 뽑힌 후보생들도 중도 포기하면서 임관자 수는 정원에 비해 수백 명 적은 실정이다
역대 최악의 주가연계증권(ELS) 참사다. 지난달에만 홍콩 H지수 연계 ELS에서 4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3년 만에 원금은 반토막 났다. 올해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의 ELS가 만기를 맞는다.이번 ELS 사태를 보면서 10여 년 전 ‘눈물의 베트남펀드’가 떠올랐다. 2006~2007년 국내 증권사들은 베트남이 ‘신 엘도라도’라며 1조원 넘는 베트남펀드를 팔았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익률은 곤두박질쳤다. 5년 폐쇄형이어서 중간에 펀드를 팔고 나올 수 없었다. 당시에도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졌다.이번에도 상황이 비슷하다. 은행 ELS 투자자 10명 중 3명은 65세 이상 고령이다. 복잡한 파생상품 구조를 이해하기 힘든 투자자들이다. 더구나 10명 중 1명은 ELS에 처음 가입했다. 투자자들은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한 상품이라더니…”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8일부터 12개 주요 판매사를 상대로 현장검사를 하고 있다. 신속한 분쟁 해결을 위해 민원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농협·하나·국민·신한은행이 차례로 ELS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최근 금융당국과 은행의 대응은 불완전판매 피해자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원금이 반토막 난 대다수 투자자는 나 몰라라 한다. 2011년 6월 한국투자증권은 베트남펀드의 만기가 다가오자 판매 보수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펀드를 개방형으로 바꿨다. 고객 의사에 따라 바로 찾아갈 수도 있고 그대로 맡길 수 있도록 했다. 2011년 23.4% 급락한 베트남 VN30지수는 2012년 24.9%, 2013년 15.8% 각각 상승했다. 원금엔 턱없이 못 미쳤지만 손실을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었다.홍콩 H지수가
한국경제인협회 출범 100일이 지났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로 존립 위기에 몰렸던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후신이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지난해 8월 한경협 회장에 올랐다. 55년 만에 기관명을 바꾸고 정경유착을 차단하기 위해 윤리위원회도 신설했다.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인 ‘갓생한끼’, ‘청년 자문단’도 운영 중이다.문재인 정부 시절에 비해 한경협의 지위는 조금 나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 때 경제사절단 구성을 주도했다. 한동안 대한상공회의소가 맡았던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옛 전경련 위상에는 아직 한참 못 미친다. 류 회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경협을 글로벌 싱크탱크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를 예로 들었다.하지만 기업들이 한경협에 기대하는 게 과연 CSIS 같은 싱크탱크일지는 의문이다. 설립 취지를 담은 ‘정관 1조’는 변함이 없다.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 올바른 경제정책 구현과 우리 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한다’는 조항이다. 기업은 한경협이 정부 정책 수립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원한다. 기업 목소리를 대변하는 ‘재계 맏형’ 역할이다. 이를 통해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주길 바란다.4대 그룹도 7년 만에 회원사로 복귀했지만 회비는 아직 내지 않고 있다. 이들 그룹이 외부 싱크탱크 보고서 몇 장을 보려고 수백억원의 회비를 내려는 건 아닐 것이다. 이미 자체 연구소도 있고 미국 워싱턴엔 거대 대관(對官) 조직까지 두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통&rsqu
연말 인사철이다. 주변에서 ‘내 나이가 어때서’(가수 오승근)를 개사한 노랫말이 간간이 들린다. “세월아 비켜라~ 사랑(일)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 한화, HD현대, 현대자동차 그룹 등은 사장단 인사를 이미 단행했다. 후속 임원 인사도 일부 실시했다. 임원들에겐 “사장이 보자고 한다”는 말이 두려울 때다. 젊은 오너 3세·4세로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하면서 나이 많은 임원은 좌불안석이다. 지난달 말 퇴임 통보를 받은 한 대기업 임원은 “사장이 부른다길래 꺼림직해서 올라갔는데, 듣던 대로 첫 마디가 ‘그동안 고생 많았네’였다”고 했다. 기업에는 인사에 암묵적인 ‘나이 룰’이 있다. 삼성그룹에서는 만 50세를 넘으면 초임 임원(상무) 꿈을 접어야 한다. 물론 쉰 넘어서도 최고경영자(CEO)가 시킬 순 있다지만 그게 원칙이다. 1996년 입사한 그룹 공채 36기는 내년부터 부장 보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최근 예외가 나오긴 했지만 사장 직급에도 ‘만 60세 퇴진룰’이 있다. 대표적 금융 공공기관인 금융감독원은 만 55세를 넘으면 보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내려오고 있다. 올초에는 1967년생, 내년에는 1968년생이 대상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나라다. 2017년 고령사회에 접어들었고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정점을 찍었다. 기업 내 고령화도 급속히 진행 중이다. 이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삼성의 한 계열사는 지금 추세대로라면 50대 비중(사무직)이 2030년 20%로 높아진다. 생산직까지 포함한 한국 제조업의 50세 이상 비중은 2021년 이미 30%를 넘었다. 50세 이상 고령 근로자 인사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나이만을 이유로 뒷방 노
지난달 17일 일본 나가노현 지노시 쇼코지에서 열린 교통안전 기원 대법회. 도요타 내부 행사에 스즈키, 마쓰다, 스바루 등 경쟁 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이 동참했다. 스즈키 도시히로 스즈키 사장과 오사키 아쓰시 스바루 사장은 처음 참석했다. 스즈키(60만 대)는 작년 일본 승용차 내수 판매에서 도요타(129만 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4개사는 자본과 연구개발(R&D) 등에서 얽혀 있다. 도요타는 스즈키 지분 4.9%, 마쓰다 5.1%, 스바루 지분 16.8%를 보유하고 있다. 스즈키와 마쓰다 역시 도요타 지분을 갖고 있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 등은 인근 다테시나산에서 4년 만에 열린 ‘2회 다테시나회의’에도 함께했다. CEO들은 교통안전은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것으로 ‘나카마 즈쿠리’(동료 만들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전·친환경 기술 확보를 위해 손잡은 것이다. 국내에서도 공급망 등에서 다른 그룹 계열사 간 제휴가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83형(210㎝) 4K OLED TV를 국내에 출시했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사용했다. 삼성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있고, LG디스플레이가 LG전자 계열사란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현대자동차는 삼성의 자율주행 반도체와 SK의 배터리, LG의 OLED 전장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이런 모습은 선대 회장 시절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삼성 현대차 등 주요 그룹은 자동차 반도체 건설 등 사업 곳곳에서 충돌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어느 정도 정리된 게 지금의 모습이다. 하지만 같은 업종 내 경쟁사 간 피 튀기는 싸움은 여전하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4일 총 8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군함 건조사업 수주 결과
한 달이 멀다 하고 나온다. K배터리 업체의 신·증설 투자 얘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만 미국 등에 4건, 13조5000억원(1건 금액 미정)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SK온은 2건 7조7100억원, 삼성SDI도 1건 4조원 투자를 공식화했다. 이 중 국내 투자는 단 2건. 충북 오창공장 증설(6000억원)과 전북 새만금 전구체 공장(1조2100억원) 투자뿐이다. 지난주 LG에너지솔루션의 캐나다 합작공장 건설 재개 소식은 이들 기업이 북미로 달려가는 이유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캐나다 연방·주 정부는 10년간 최대 15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5조원을 투자해 연간 45GWh(기가와트시) 생산 공장을 짓고 2500명을 고용하는 대가다. 보조금이 투자액보다 3배나 많다. 한국과 미국의 투자 인센티브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조지아주 정부는 SK온의 합작공장(35GWh)에 9000억원 상당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최소 3750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조건이다. 재산세 감면, 투자 감세, 도로 등 인프라 제공 등을 통해서다. 똑같이 한국에 투자할 경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는 2600억원 정도다. 설비투자 세액공제(25%) 2500억원과 지방투자촉진보조금 100억원 등이다. 이마저 투자촉진보조금 중 부지 매입가 일부를 지원받는 입지보조금에서 대기업은 예외다. 여기에 싼값에 자금까지 빌려준다.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프로그램이다. 에너지부 심사를 거쳐 자동차 및 부품 제조사에 미 국채(10년) 금리 수준에 자금을 대출해준다. SK온·포드 합작법인은 12조원, LG에너지솔루션·GM은 3조원을 대출받았다.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도 받는다.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생산할 때 셀은 ㎾h
“일본 기업 ‘킬러’로 불리며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기세로 약진을 이어온 한국 기업에 암운이 감돌고 있다. 소니·파나소닉 가전사업을 붕괴로 몰아넣은 삼성전자, 연간 생산량에서 혼다·닛산을 제치고 도요타를 맹추격하던 현대자동차, 신일철주금을 웃도는 이익을 자랑하던 ‘철의 거인’ 포스코. 이들 기업이 육중고(六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2014년 8월 일본 경제 주간지 다이아몬드가 ‘삼성전자·현대차·포스코의 추락’이란 제목으로 전한 특집호(號) 내용이다.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이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집권한 지 2년 만이었다. 이때부터 한·일 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일본 소비자의 외면 속에 한국 제품의 점유율이 곤두박질쳤다. 일본 내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삼성전자 갤럭시는 2014년 순위권(5위) 밖으로 밀려났다. 급기야 삼성은 2015년 S6부터 한국 기업에 대한 반감을 의식해 스마트폰 뒷면에 ‘SAMSUNG’ 로고까지 뺐다. 세계 시장에선 1~2위였지만 일본 시장은 난공불락이었다. 현대차도 예외가 아니었다. 2009년 일본 승용차 시장에서 철수한 현대차는 상용차 시장에서만 겨우 명맥을 유지했다. 이마저 2018년엔 버스 판매량이 12대에 그쳤다. 전년 대비 10분의 1 토막 났다. 2020년엔 단 한 대도 못 팔았다. 문재인 정부의 한·일 위안부 협상 파기, 일본 강제징용 배상 문제,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한·일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시기다. 일본은 갈라파고스섬에 비유되곤 한다. 기술이나 서비스에서 국제 표준에 맞추지 못하고 독자적인 형태를 고집해 세계 시장에서 고립된 일본 가전제품을 두고 갈라파고스화란 용어도 생겨났다. 주로 기업
지난달 검찰의 ‘가구 입찰 담합’ 기소는 경제계와 법조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가구 입찰 담합 혐의로 국내 가구업체 8곳과 전·현직 임직원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건은 검찰이 형사 리니언시를 적용한 첫 사례였다. 가장 먼저 자진 신고한 업체에 기소를 면제해주는 대신 검찰은 신고내용을 기초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앞서 직접 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2020년 12월 대검찰청 수사지침을 개정해 형사 리니언시를 도입했다. 공정거래법에 근거를 두고 리니언시를 운영하는 공정위와 다른 점이다. 법이 아니라 지침 개정만으로 도입해 ‘꼼수’란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그룹 총수가 구속되는 일이 있었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됐다. 공정위가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2개 법인만 고발한 건을 자체 수사를 거쳐 조 회장까지 기소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공정위에 추가 고발을 요청했다. 공정위 소관 사건은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검찰이 기소할 수 없도록 한 전속고발권 때문이다. 전속고발권은 이렇게 또 무력화됐다. 전속고발권은 여러 차례 존폐 논란을 겪었다. 1995년에는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을 받았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일반 형사 범죄와 달리 전문적인 경제 분석을 통해 위법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고 행정적 제재로 규제할 수 있는 공정거래 사건에 대해서는 전속고발제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정경제를 추구한다는 명분 아래 폐지 시도가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검찰총장 시절 “공정한 경쟁 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
1996년 4월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연구소에 특명이 떨어졌다. 1999년까지 리튬이온전지를 양산하라는 지시였다. 조사, 실험, 시험공장·양산공장 건설, 안정화 등에 족히 5년은 걸리는 프로젝트였다. 순서를 밟아갈 여유가 없었다. 개발 착수와 동시에 100억원을 들여 시험공장을 착공했다. 준공 시점에 제품 개발도 끝내야 했다.원재료는 배터리를 뜯어내 음극, 양극, 분리막, 전해액을 분석했다. 일본업체를 끈질기게 설득해 소니, 마쓰시타 등에 납품되는 장비들도 알아냈다. 장비 테스트를 위해 국내에서 3000개의 전극을 만들어 일본으로 공수했다. 연구원들이 3주간 3교대로 투입됐다. 이때를 ‘3천 교육대’ 시절이라고 부른다. 1997년 11월 시험공장에서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세계 최고 용량(1800mAh), 최경량(150Wh/㎏) 배터리였다. 1999년 1월엔 국내 최초로 양산에 들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0년대 들어 전기차용 배터리를 기반으로 급성장했다. 삼성SDI, SK온도 이 분야에 진출했다. 한국은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너무나 다른 美 IRA와 반도체법지난달 31일 나온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세부 지침 규정안’은 K배터리의 존재감을 재확인시켰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한국에서 광물·부품을 가공해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면 보조금을 준다는 의미다. 업계와 정부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된 건 우리 배터리 회사들이 좋아서는 아닐 게다. 한국 배터리가 없으면 미국 완성차업체가 전기차를 만들 수 없어서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수주 잔액은 올해 1000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미국 정
2001년 2월 안병엽 정보통신부 장관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새해 업무보고를 했다. 국내 통신시장을 3개의 유무선 종합통신사업자 그룹으로 개편하도록 유도한다는 게 핵심이었다. 1997년 PCS(개인휴대통신) 사업자 등장으로 5사 체제로 전환된 뒤 과당경쟁과 중복 투자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석호익 정보통신지원국장은 “신규 사업자 진입을 억제하고 기존 사업자 간에는 업계 자율로 M&A(인수합병)와 퇴출이 가능한 시장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했다. 이듬해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로 구축된 이동통신 3사 체제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22년 만인 지난 15일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선 정반대 발언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금융·통신의 과점을 깨라”고 부처에 지시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신규 사업자 진입장벽 완화 등을 포함한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을 상반기에 마련하겠다”고 했다. 22년째 이어진 3사 과점체제국내 통신시장은 과점 상태다. 작년 말 기준 SK텔레콤(40.1%) KT(22.3%) LG유플러스(20.7%)의 점유율 합계는 83.1%다. 나머지는 2010년 도입된 알뜰폰 점유율(16.9%)이다. 국내에서 20년 넘게 과점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 시장은 이미 가입자 수에서 포화 상태다. 인구 100명당 가입자가 140.6명(2021년 기준)이다. 미국(107.3명) 영국(118.6명) 중국(121.5명) 등을 크게 웃돈다. 한국보다 많은 국가는 일본 러시아 정도다.반면 사업자 수는 별 차이가 없다. 미국을 비롯해 한국 중국 일본 독일 호주 등 대부분 국가가 3개 사업자(점유율 5% 미만 제외) 중심이다. 4개사가 있는 영국은 3위(보다폰)와 4위(쓰리) 사업자 간 합병을
8년 전이었다. 도쿄특파원 시절 가와무라 다카시 전 히타치 회장을 인터뷰했다.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롤모델로 꼽은 히타치의 부활을 이끈 인물이다. 위기의 히타치호(號)를 구한 ‘최후의 남자(라스트 맨)’로 불렸다. 그가 취임하기 직전인 2008회계연도 히타치는 7800억엔(당시 10조20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일본 제조업 사상 최대 적자였다. 2013년부턴 3년 연속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2021년에는 사상 최대인 5834억엔의 순이익을 올렸다. 가와무라가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갈 당시 히라이 가즈오 전 소니 사장은 몰락한 ‘소니 왕국’을 이끌고 있었다. 2011년 소니는 4550억엔 순손실을 냈다. 그가 사장에 오른 2012년에도 4년 연속 적자의 수렁에 빠졌다. 하지만 6년 만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고 2021년엔 영업이익 ‘1조엔 벽’을 넘었다. 일본 기업 중 도요타에 이어 두 번째였다. 위기는 사업 개편의 기회난데없이 이들을 소환한 건 국내 기업들이 10여 년 전 히타치, 소니와 비슷한 위기에 직면해서다. 이들은 일본 내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문경영인 중 최고의 기업인으로 꼽힌다. 재임 시
카카오가 국민에게 밉보여도 한참 밉보인 것 같다. 지난달 ‘카카오 먹통’ 사태를 보면 그렇다. 골목 상권 침해 논란과 경영진 ‘주식 먹튀’ 문제는 차치하고서도 말이다.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이 난데없이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로 불똥이 튀는가 하면, 무료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보상이 당연해졌다.물론 자업자득인 측면이 강하다. 카카오톡은 5000만 명이 쓰는 국민 앱이다. 이를 기반으로 고속 성장했다. 총자산 32조원, 재계 서열 15위 그룹이다. 문어발식 확장에 급급한 나머지 기본인 데이터센터 확충에 소홀했다. 반나절 만에 정상화한 네이버를 보면 더 할 말이 없어진다. 심지어 데이터센터 전체의 셧다운에 대비한 훈련은 한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10년 전에도 이번과 비슷한 ‘카톡 불통’ 사태를 겪었다. 하인리히의 법칙은 그저 통계적 이론일 뿐이었다. "미안하다" 말뿐인 글로벌 빅테크카카오는 비상대책위원회 안에 원인조사·재발방지·보상대책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유료 서비스는 약관에 따라 보상을 마쳤다.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한 보상을 약속했다. 정치권 질타와 여론에 떠밀려서다. 이달 초 19일간 피해 사례를 받았다. 10만여 명이 신청했다. 단순 불만이나 하소연 수준의 신고도 일부 있다고 한다.‘국민 메신저’로서의 책임을 방기한 카카오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징벌적 보상은 곤란하다. 무료 서비스에 대한 보상은 여러 측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손해배상을 규정한 민법 393조, 전기통신사업법 33조·37조는 물론 서비스 약관 어디에도 무료 이용자 보상 의무가 없다. 그러다 보니 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카카오
“먼 미래 같았던 메타버스가 지금 바로 우리 곁에 와있습니다. 우리 런던 사무실을 새롭게 만들 때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상상한대로 직접 설계했습니다.” 존 리키텔로 유니티소프트웨어 최고경영자(CEO)는 메타버스가 3~4년 안에 현실화 될 것으로 내다봤다. 리키텔로 CEO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유니티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메타버스는 실제 모델을 실시간으로 내가 있는 공간에서 살펴볼 수 있는 환경”이라고 정의하며 “차세대 인터넷은 메타버스로 옮겨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메타버스의 미래를 이렇게 구체적으로 예상하는 것은 유니티가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어서다. 나스닥 상장사인 유니티는 실시간 3D(3차원) 콘텐츠의 제작·운영 플랫폼을 공급하고 있다. 전세계 상위 1000개 모바일게임의 70%가 유니티의 게임 엔진을 사용해서 제작됐을 정도로 게임 엔진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체다. 메타버스 기술도 앞서있어 가상현실(VR) 기기에서 구동되는 게임의 70%가 유니티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만들어졌다. 유니티의 플랫폼은 게임 업계 뿐만 아니라 건축 설계, 자동차 설계, 영화&n
뜻밖에 재물을 얻음. 횡재의 사전적 의미다. 도둑 벌채를 엄격히 금지한 중세 영국에서 폭풍에 쓰러진 나무는 주워가는 걸 허용한 데서 유래해 영어론 윈드폴(windfall)이라고 한다. 이런 ‘왕재수’하곤 거리가 먼 국내 정유회사들이 난데없이 횡재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올라 최대 이익을 냈으니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는 논리다. 국내 정유 4사는 올 상반기 12조32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미·영은 석유회사, 국내는 정유사영국은 이미 석유 및 가스회사에 순이익의 25%를 ‘에너지 수익 부담금’으로 한시 부과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지난 6일 횡재세 도입을 공식화했다. 미국은 이익률 10% 이상 석유회사에 세금을 추가로 물리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유사에 초과이득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이들은 다음달 3일 토론회를 열고 세법 개정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국내 정유사에 횡재세를 물려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은 얼토당토않다. 우선 국내와 해외 업체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국내 정유사는 모두 정제업체다. 미·영 회사들은 석유·가스를 생산하면서 정제도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해 신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말한 엑슨모빌은 세계 일곱 번째 석유회사다. 이들은 원유 생산 비용에 차이가 없어 유가가 오르면 고스란히 이익도 불어난다. 반면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전량 수입한다. 유가 상승은 그대로 원가 부담이다. 이런 구조에서 횡재라는 개념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설사 횡재세를 도입한다고 해도 적정 이익이 어
이달 초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간만에 제대로 된 보고서를 하나 냈다. 제목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의 경제적 효과와 정책 방향’이었다. 제조업 분야에서 대기업의 사업 확장을 제한한 중기 적합업종제도의 10년간 성과를 분석했다. KDI는 그동안 중기 경쟁력 제고에 한계를 보인 만큼 적합업종 신규 지정을 중지하고 현재 지정 업종도 해제 시기를 제시하는 등 점진적으로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 SW 사업도 대기업 제한정보기술(IT) 서비스 분야에서도 10년째 대기업을 얼씬 못하게 하는 제도가 있다.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의 대기업 참여 제한’이 그것이다. 중견·중기 그들만의 리그다. 그사이 덩치는 커졌지만 기술 경쟁력은 뒷걸음질쳤다. 그러다 2020년 EBS 온라인 수업 접속 장애와 지난해 코로나19 백신예약시스템 먹통 사태 등 사달이 연이어 났다. 비상 상황이 터지자 정부는 결국 대기업에 ‘SOS’를 칠 수밖에 없었다. LG CNS, 네이버, 카카오 등이 ‘소방수’로 투입돼 문제를 해결했다.대기업에 바늘구멍만 한 문을 열어둔 부문도 있다. 국가 안보나 신기술·신사업 관련 공공사업은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하지만 이 역시 소관 부처가 ‘오케이’ 해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노’ 하면 그만이다. EBS 접속장애 사태를 겪은 교육부는 4세대 지능형 나이스 구축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네 번 모두 퇴짜를 놨다.수익성은 낮은데도 대기업이 공공사업에 들어가는 건 해외 수주를 위해 필요한 실적을 쌓기 위해서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라도 들어간다. 수주를 위해서는 ‘상생점수 5점&r
일본 최장수 총리인 아베 신조 집권기에 ‘관제 춘투’라는 말이 유행했다. 정부 주도의 춘계 임금 인상 투쟁을 말한다. 2012년 집권에 성공한 아베 총리는 연초 경제계를 만날 때면 어김없이 임금 인상을 압박했다. 2013년엔 ‘3%대 인상’이란 수치까지 제시했다. 명분은 탈 디플레이션이었다. 임금 인상으로 소비가 늘고 물가가 오르면 경제도 선순환으로 전환할 것이란 기대다.하지만 아베 집권 9년간 임금은 기대와 달리 움직였다. 일본의 평균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일본 경제도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두 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고 엔화 가치는 최근 24년 내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한때 세계 2위였던 1인당 GDP는 지난해 28위로 추락했다. "임금, 올리고 싶어 올리나"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얼마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을 만나 한 발언은 ‘관제 춘투’를 떠오르게 했다. 임금 인상 ‘촉구’가 아니라 ‘자제’라는 게 다른 점이다. 그는 “최근 일부 정보기술(IT) 기업과 대기업 중심으로 높은 임금 인상 경향이 나타나면서 여타 산업·기업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물가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경제 수장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재무관료 출신으로 경제 생리를 잘 알고 있는 그가 할 말은 아니다. 더구나 노동계 간담회도 아니고 경총에서라면 더욱 부적절하다. 실업률과 임금(물가)이 반비례 관계(필립스곡선)라는 건 경제학의 기본이다. 임금은 올리란다고 올리고 내리란다고 내릴 수 있는 것도 아
포스코그룹 GS그룹 현대중공업그룹 신세계그룹도 향후 5년간 각각 최소 20조원 이상을 쏟아붓는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고 26일 발표했다. 이로써 10대 그룹의 총투자액은 윤석열 정부 임기 동안 1000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이들 4개 그룹은 투자 금액의 상당 부분을 기존 사업뿐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쓴다는 방침이다. 이들 그룹의 직접 고용 인원도 6만 명 이상 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 국내만 33조원 투자포스코그룹은 2026년까지 5년간 국내 33조원을 비롯해 총 53조원을 투자하고 2만5000명을 직접 고용한다고 밝혔다. 주력 사업인 철강뿐 아니라 2차전지 소재·수소 등을 앞세워 2030년까지 기업가치를 지금의 세 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국내 투자액을 사업 분야별로 보면 △친환경 철강생산 기반 마련(20조원) △2차전지 소재 및 수소 분야(5조3000억원) △친환경 인프라(5조원) △벤처투자 및 신기술 확보(2조7000억원) 등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친환경 미래 소재’ 대표 기업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는 방침이다.포스코그룹은 대규모 투자와 함께 그룹 사업 육성에 걸맞은 인재 확보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2026년까지 친환경 철강 생산 및 기술 개발, 2차전지 소재 및 수소 등 주요 사업 분야에서 2만5000여 명을 직접 고용한다.GS그룹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소형모듈원자로(SMR)·수소(블루암모니아) 신사업 등에 21조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이 기간에 2만20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세부적으로 보면 GS칼텍스와 GS에너지를 비롯한 에너지 계열사들이 석유화학 소재사업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14조원을 투자한다. GS건설과 GS글로벌은 건설과 인프라 사업에 4조원을 쓰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방한한다. 새 정부 출범 후 역대 최단기간에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찾는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경제안보, 기술 협력 등 한·미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 그룹 총수와 회동할 가능성도 있다.4대 그룹은 바이든 대통령을 위한 ‘선물’을 준비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70억달러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건립하는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SK·LG 등도 신규 투자나 진행 상황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방미 때 경제사절단은 약 44조원을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방한 길에 바이든 대통령이 기업인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관심이다. 문 전 대통령이 보는 가운데 일일이 삼성·LG·SK 최고경영자(CEO)를 일으켜 세우며 “생큐, 생큐”를 연발했던 그였다. 투자 유치에 혈안인 美 정부최근 만난 한 대기업 CEO는 “미국에 공장 건설을 위해 현지를 다니다 보면 깜짝깜짝 놀란다”고 했다. 주 정부마다 경쟁적으로 기업이 필요한 것을 해주겠다고 제안해서다. 경험담도 얘기했다. “어느 주는 버스를 아예 개조했더라고요. 이동 간에 버스 안에서 대형 모니터로 주지사의 프레젠테이션 영상을 틀어주더군요. ‘일정상 못 만나 죄송하다’며 세금 감면, 인프라 지원 등을 약속하더군요. 주지사의 영상이 끝나자 실무진의 추가 설명이 이어졌습니다.”국내 기업의 미국 투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수요가 있는 곳에 생산시설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 미·중 갈등
LG디스플레이는 월트디즈니의 스타워즈 시리즈 새 드라마인 ‘북 오브 보바 펫’ 제작에 OLED TV가 사용됐다고 21일 발표했다. 루카스필름은 영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화질이 뛰어난 OLED TV를 활용해 시각효과와 편집 작업 등을 했다. 루카스필름 제작진이 OLED TV로 후반 편집 작업을 하고 있다.LG디스플레이 제공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브릿지 연료’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증가하면서 2010년대 들어 수주가 끊겼던 20만㎥ 이상급 초대형(Q클래스) LNG운반선 발주가 재개됐다. 만들어본 업체가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소위 ‘빅3’뿐인 선종이다. 척당 가격이 3000억원에 육박해 발주가 본격화되면 국내 업체들의 수혜로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수주 4척 중 1척이 초대형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들어 국내 조선업체가 수주한 LNG운반선 8척 가운데 6척이 20만㎥급 초대형 LNG선이었다. 올들어 빅3가 수주한 전체 LNG선 23척 중 26%에 달한다. 한국조선해양만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간 6척을 수주해 빅3 전체 LNG선 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불과했던 것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LNG선의 크기는 운송 용량에 따라 컨벤셔널급(1만7500~18만㎥)과 Q-flex급(약 21만㎥), Q-max급(약 26만㎥)등 Q클래스로 나뉜다. 운송 용량이 20만㎥를 넘어서는 Q-flex급부터 초대형 선박으로 분류된다. 2000년내 초반 카타르가 대규모 LNG 생산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처음으로 발주가 이뤄진 선종으로, 카타르(Qatar)의 ‘Q’를 따서 이름이 붙여졌다.Q클래스는 2000년대 후반까지 카타르를 중심으로 40여척이 발주된 뒤 10년 넘게 발주가 끊겼다. 한번에 많은 양을 운송할 수 있어 기존의 13만~18만㎥ 규모 대형 LNG선에 비해 운송비 등 비용 경쟁력은 있었지만, 초대형 LNG선이 접안할 수 있는 항만 자체가 한정돼있다보니 활용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세계에서 빅3만이 건조한 경험이 있는 Q클래스 LNG선의 길이는 310~350m, 폭은 50m 이상으로 축구장 3~4개 크기다. 10년 넘게 대형 LNG선의 표준 선종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18일 현판식을 열고 출범했다. 안철수 위원장을 비롯해 24명의 인수위원과 전문위원, 실무위원 등 184명으로 구성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183명)와 비슷한 규모다. 초반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SNS’(서울·비정치인·서울대)란 지적도 받았다. 22일 국방부를 시작으로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앞으로 50일간 새 정부 국정운영의 밑그림을 그리게 된다.윤석열 당선인의 후보 시절 공약집은 440페이지를 훌쩍 넘는다. 공약 카테고리만 206개다. 소요 재원은 266조원에 이른다. 이걸 모두 실천할 수 없을 거란 건 윤 당선인도, 안 위원장도, 국민도 안다. 역대 정부도 그랬다. 박근혜 정부 공약 이행률은 42%, 이명박 정부는 39.5%, 노무현 정부도 43.3%에 그쳤다. 오히려 다 하려고 무리하다가 실패했다. 안 위원장조차 “문재인 정부는 공약을 거의 다 국가 주요 정책으로 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尹·李 공통 공약만 20여개여소야대 정국에서 새 정부가 맘대로 공약을 이행하긴 쉽지 않다.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개정 정도라면 모를까 법을 고쳐야 하면 거대 야당의 반발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난 1년간 시정은 이를 잘 보여준다. TBS 라디오 진행자 한 사람, 시민단체 지원예산 한 푼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우선순위는 분명하다. 윤 당선인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선 기간 한목소리를 낸 공약부터 하면 된다. ‘코로나19 자영업자 손실보상’ ‘기초연금 40만원으로 인상’ ‘가상자산 투자수익 비과세 5000만원으로 상향’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
20대 대통령을 뽑는 선택의 날이 밝았다. 2년여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을 마감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 새로운 국가 지도자를 뽑는 선거다. 동시에 경제 부흥을 통해 명실공히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느냐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대 전환점이다. 선거는 9일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전국 1만4464개 투표소에서 치러진다. 전체 유권자 4419만7692명 중 지난 4~5일 사전투표를 마친 1632만3602명을 제외한 2787만4090명이 투표할 수 있다.이번 대선은 사실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양자 대결이었다. 제3지대의 대안으로 나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3일 전격적으로 윤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했다. 선거운동은 역대급 비호감으로 흘렀다. 양측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놓고 각각 ‘이재명 게이트’ ‘윤석열 게이트’라며 공방을 벌였다. 두 후보의 배우자는 각각 법인카드 유용과 주가 조작 의혹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기본소득 도입’ ‘병사 월급 200만원’ 같은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냈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8일 이 후보는 서울 유세에서 ‘국민통합’을, 윤 후보는 ‘정권심판’을 강조했다.이번 대선은 투표 시간이 1시간30분 더 길고 개표 시작도 그만큼 미뤄지면서 당락이 판가름 나는 시점도 늦어질 전망이다. 초박빙 판세를 감안하면 10일 새벽에나 당선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차기 대통령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를 재건하고 협치와 소통으로 국정을 안정시켜야 한다.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통합하고 더 품격 있는 의식과 문화를 창달하는 데 앞장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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