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천재’ 존 폰 노이만은 1944년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세계 최초의 범용 디지털 컴퓨터인 에니악(ENIAC)을 접했다. 단번에 컴퓨터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애니악 후속인 에드박(EDVAC) 설계에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폰 노이만 구조’를 고안했다.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메모리에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 중앙처리장치(CPU)로 보내 처리하는 방식이다. PC와 스마트폰 등 현재 대부분의 컴퓨터가 이 구조를 따른다. 인공지능(AI) 시대에 폰 노이만 구조는 골칫거리다. AI 학습을 위해선 방대한 데이터가 메모리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오가야 한다. 그 전송 속도가 GPU 연산 속도보다 느린 까닭에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 GPU 성능이 높아져도 병목 현상을 해소하지 못하면 성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그래서 발명된 것이 고대역폭메모리(HBM)다. HBM은 D램을 여러 겹 위로 쌓은 것으로, GPU 바로 옆에 붙인다. 길은 넓히고, 거리는 짧게 해 데이터가 메모리와 GPU 사이를 빠르게 오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술술 읽히는 친절한 반도체 투자>는 반도체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과 국회 보좌진 등이 만든 연구 모임인 ‘팀 포카칩’에서 쓴 책이다. 반도체가 무엇인지부터 한국 반도체 산업의 역사,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현황과 전망, 주요 업체와 인물, 미래 반도체 기술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정말 쉬운 말로 쓰였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전문 용어를 빼놓고선 반도체를 알 수 없다. 반도체 제조 과정만 해도 웨이퍼, 산화, 노광, 식각, 증착, 패키징 같은 말이 등장한다. 설계만 하는 팹리스, 제조만 하는 파운드리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다보면
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총성이 끊이지 않는다. 홍수와 지진 또는 대형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도 늘고 있다. 참혹한 비극의 현장에서는 구조를 요청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그들을 향한 여러 구호의 손길이 이어진다. 참사 현장에서 가장 먼저 살려야 하는 대상은 당연히 ‘사람’이다. 희생자를 수습하고, 부상자를 치료하고, 더 이상의 피해가 이어지지 않도록 당장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다면 재난의 현장에 있던 ‘동물’은 어떻게 될까? 사람들과 함께 그곳에서 함께 살아가던 수많은 생명체의 고통은 누가 돌볼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지옥 같은 재난의 현장에서 동물은 늘 뒷전일 수밖에 없다. 출간 전부터 이미 대단한 입소문을 일으키던 책 <세상에서 가장 슬픈 천국(Der traurigste Himmel auf Erden)>의 인기가 대단하다. 독일에서 11월 20일 출간되자마자 ‘아마존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기록하면서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책에는 ‘비둘기 아버지’라고 불렸던 저자가 전 세계 재난의 현장을 누비며 위기에 처한 동물의 생명을 구하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바깥세상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 때문에 집 밖으로조차 잘 나가지 못했던 말테 지에르덴(Malte Zierden)이 어떻게 용기를 내서 동물 보호 운동가가 되었는지, 그리고 또한 어떻게 ‘동물 보호’가 자신이 사명이 되었는지 소개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동물들의 생명을 살리는 아름답고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해 줄 것을 권한다. 첫 시작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22년 초 화장실에 있는 작은 창문 쪽으로 찾아온 비둘기가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던 말테의 친구가 됐다.
소설가 김금희(사진)는 자신을 ‘인천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1979년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직장을 옮긴 아버지를 따라 세 살 때 이사해 인천에서 쭉 살았다. 2014년 펴낸 첫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에는 인천 주변부 풍경이 잘 담겨 있다. 2018년 펴낸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도 인천이 배경이다. 50명 넘게 사망한 1999년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 사고가 이야기를 이끄는 중요한 소재다.김금희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인하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6년 동안 출판사 편집자로 일했다. 회사를 그만둔 이듬해인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해 등단했다.‘IMF 세대’인 김금희는 우리 시대의 보편적인 문제들, 특히 젊은 세대가 직면한 막막한 현실을 정직하게 다룬다. 그의 소설은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하되 냉소적이지 않은 태도로 인물들의 삶을 그려낸다. 과거를 직시하는 것도 특징이다. 등장인물들은 좌절된 현실을 거부하거나 도망치는 대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것을 성장의 계기로 삼는다.그는 최근 새 장편소설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출간했다. 창경궁 대온실을 배경으로, 그 안에 숨어 있는 비밀과 개인의 역사를 재구성했다.임근호 기자
미국에서 8월에 태어난 아이들은 9월에 태어난 아이들보다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로 진단받고 약을 먹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유는 9월 1일이 입학 기준일인 곳이 많기 때문이다. 8월 31일에 태어난 아이는 그 전해 9월 1일에 태어난 아이보다 364일 어리지만, 둘 다 같은 학년이 된다. 초등학교 때 1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신체적, 정신적 발달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교사와 부모는 같은 학년의 아이들에게 동일한 기대치를 적용하고, 이는 의사의 진단에도 반영된다.<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은 ‘의학계의 괴짜 경제학’이라고 할만한 책이다.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 보건의료 정책을 연구하는 두 저자는 경제학적 관점으로, 그동안 의료 현장에서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은 현상들에 주목한다. 의사의 정치적 성향이 환자의 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왜 여름에 태어난 아이들은 독감에 더 잘 걸리는지 등이다.이들이 분석에 사용한 수단은 ‘자연 실험’이다. 학자들은 어떤 현상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통제된 실험을 진행하곤 한다. 신약의 효과를 밝힐 때 많이 하는 무작위 통제 실험(RCT)이 그런 예다. 하지만 RCT는 비용이 많이 든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현실적으로 RCT를 적용하기 힘든 상황도 많다.그 대안이 자연 실험이다. RCT를 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자연적으로 발생했을 때 이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8월에 태어난 아이와 9월에 태어난 아이는 모든 면에서 거의 동일하다. 유일한 차이는 입학 연도다. 이를 활용해 입학 연도가 두 집단의 특성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낼 수 있다.여름에 태어난 아이가 독감에 잘 걸리는 이유도 비슷한 방법으로 알아낸다. 어
“위대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워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실패를 맛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입니다.”애플에서 부사장을 지낸 토니 퍼델(55·사진)은 ‘아이팟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스타트업 제너럴매직과 대기업인 필립스 등에서 일하다가 2001년 애플에 입사했다. 10개월 만에 휴대용 음악 재생기기인 아이팟을 개발했다. 아이폰 개발에도 참여했다. 애플을 나온 뒤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제조하는 네스트랩스를 창업했고, 2014년 이 회사를 32억달러를 받고 구글에 팔았다. 지금은 빌드콜렉티브를 세워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최근 한국에 <빌드 창조의 과정>을 출간한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내 멘토 중 상당수는 세상을 떠났고, 이제 내가 그 질문 공세에 시달리는 사람이 됐다”며 “일종의 ‘조언 백과사전’으로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빌드 창조의 과정>은 여러 기업을 거치며 제품 개발에 헌신한 그의 여정과 미래 기업가를 위한 조언을 담은 책이다. 2022년 미국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호평받았다.퍼델처럼 좋은 멘토를 계속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그래도 괜찮다”며 이렇게 말했다. “공식적인 멘토링을 기다리지 마세요. 주변 누구에게서든 배울 수 있습니다. 성공한 사람이 아니어도 됩니다. 당신보다 몇 년 앞서 있는 사람이면 됩니다. 다른 사람의 실수, 실패한 상품에서도 배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배우려는 열정과 호기심입니다.”좋은
한국은 석탑의 나라다. <탑으로 가는 길 2>는 이 석탑들을 둘러본다. 기업인 출신인 저자는 “아무리 내구성이 강한 석탑이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탑도 변하고 그 탑을 둘러싼 주변 풍광도 변한다”며 “탑에 대한 현재의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몇 년 동안 책과 논문을 읽고 틈만 나면 카메라를 둘러멘 채 돌아다닌 결과물이 이 책이다.탑은 소재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나무로 된 목탑, 벽돌을 쌓아 올린 전탑, 돌을 깎아 만든 석탑이다. 중국은 전탑의 나라, 일본은 목탑의 나라다. 한국도 처음엔 목탑을 세웠다. 하지만 화재에 약했다. 일본과 달리 질 좋은 건축용 목재를 얻기도 쉽지 않았다.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석탑은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석탑이다. 목탑을 모방한 초기 석탑이다. 당시 백제시대 목조 건축 양식을 최대한 돌로 표현하려고 했다. 가벼운 나무를 써야 하는 양식을 돌로 구현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현재 석탑 윗부분이 많이 파손됐는데, 수평 부재가 하중을 견디지 못한 탓이다.이후 맹목적인 목탑 모방에서 벗어나 세련되고 창의적인 석탑이 등장했다. 충남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이 그런 예다. 미륵사지 석탑에 나타난 실험 정신과 원시성을 탈피해 단아하고 아름다운 조형미를 보여준다.저자는 “당대 최고 장인들의 기술과 피와 땀이 녹아든 창작물이 탑”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우수한 문화유산인 탑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게 돕는 책이다.임근호 기자
“위대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워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실패를 맛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입니다.”애플에서 부사장을 지낸 토니 퍼델(55)은 ‘아이팟의 아버지’라 불린다. 그는 스타트업 제너럴 매직과 대기업인 필립스 등에서 일하다 2001년 애플에 입사했다. 10개월 만에 휴대용 음악 재생기기인 아이팟을 만들었다. 아이폰 개발에도 참여했다. 애플을 나온 뒤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만드는 네스트랩스를 창업했고, 2014년 이 회사를 32억달러에 구글에 팔았다. 지금은 빌드 콜렉티브를 세워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 <빌드 창조의 과정>을 출간한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내 멘토 중 상당수는 세상을 떠났고, 이제 내가 그 질문 공세에 시달리는 사람이 됐다”며 “일종의 ‘조언 백과사전’으로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빌드>는 여러 기업을 거치며 제품 개발에 헌신한 그의 여정과 미래 기업가를 위한 조언을 담은 책이다. 2022년 미국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호평을 받았다. 퍼델처럼 좋은 멘토를 계속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그래도 괜찮다”며 이렇게 말했다. “공식적인 멘토링을 기다리지 마세요. 주변 누구에게서든 배울 수 있습니다. 성공한 사람이 아니어도 됩니다. 당신보다 몇 년 앞서 있는 사람이면 됩니다. 다른 사람의 실수, 실패한 상품에서도 배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배우려는 열정과 호기심입니다.”좋은 멘토를 알아보는 그
미국에서 8월에 태어난 아이들은 9월에 태어난 아이들보다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로 진단받고 약을 복용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유는 9월 1일이 입학 기준일인 곳이 많기 때문이다. 8월 31일에 태어난 아이는 그 전해 9월 1일에 태어난 아이보다 364일 어리지만, 둘 다 같은 학년이 된다. 초등학교 때 1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신체적, 정신적 발달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교사나 부모는 같은 학년의 아이들에게 동일한 기대치를 적용하고, 이는 의사의 진단에도 반영된다. <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은 ‘의학계의 괴짜 경제학’이라 할만한 책이다. 하버드 의대에서 보건의료 정책을 연구하는 두 저자는 경제학적 관점으로, 그동안 의료 현장에서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현상들에 주목한다. 의사의 정치적 성향이 환자의 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왜 여름에 태어난 아이들은 독감에 더 잘 걸리는지 등이다. 이들이 분석에 사용하는 수단은 ‘자연 실험’이다. 학자들은 어떤 현상의 인과 관계를 밝히기 위해 통제된 실험을 진행하곤 한다. 신약의 효과를 밝힐 때 많이 하는 무작위 통제 실험(RCT)이 그런 예다. 하지만 RCT는 비용이 많이 든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현실적으로 RCT를 적용하기 힘든 상황도 많다. 그 대안이 자연 실험이다. RCT를 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자연적으로 발생했을 때 이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8월에 태어난 아이와 9월에 태어난 아이는 모든 면에서 거의 동일하다. 유일한 차이는 입학 연도다. 이를 활용해 입학 연도가 두 집단의 특성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낼 수 있다. 여름에 태어난 아이들이 독감에 잘 걸리는 이유
한국은 석탑의 나라다. 정확한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탑으로 가는 길 2>는 이 석탑들을 둘러본 탐방기다. 저자 김호경은 KDB산은자산운용 대표 등을 지낸 금융인으로, 퇴임한 뒤 국가유산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는 일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역사학자도 미술사학자도 아니지만, 우리나라 탑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그는 “아무리 내구성 강한 석탑이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탑도 변하고 그 탑을 둘러싼 주변 풍광도 변한다”며 “탑에 대한 현재의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책과 논문을 읽고, 틈만 나면 카메라를 둘러메고 며칠씩 돌아다닌 결과물이 이 책이다. 탑은 소재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나무로 만든 목탑, 벽돌을 쌓아 올려 만든 전탑, 돌을 깎아 만든 석탑이다. 중국은 전탑의 나라, 일본은 목탑의 나라다. 한국도 처음엔 목탑을 만들었다. 하지만 화재에 약했다. 일본과 달리 질 좋은 건축용 목재를 얻기도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석탑은 익산 미륵사지 석탑이다. 목탑을 모방한 초기 석탑이다. 당시 백제 시대 목조 건축 양식을 최대한 돌로 표현하려 했다. 가벼운 나무로 만들어야 하는 양식을 돌로 만들다 보니 문제도 생겨났다. 현재 미륵사지 석탑의 윗부분이 많이 파괴됐는데, 수평 부재들이 하중을 견디지 못한 탓이다. 이후 맹목적인 목탑 모방에서 벗어나, 세련되고 창의적인 석탑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이 그런 예다. 미륵사지 석탑에 나타난 실험 정신과 원시성을 탈피하고 단아하고 아름다운 조형미를 보여준다. 저자는 “당대 최고 장인들의 기술과 피와 땀
‘책마을’은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읽을 만한 신간을 골라 매주 토요일자 지면에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주에는 8권을 골랐습니다. 이 책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모았습니다. 링크를 누르면 자세한 서평을 읽을 수 있습니다. 링크는 아르떼에서만 작동합니다.<젊은 인민의 초상>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 기자이자 중국 전문 논픽션 작가인 피터 헤슬러가 쓴 책입니다. 그가 2020~2021년 2년 간 쓰촨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만나고 경험한 중국과 그곳의 젊은이들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습니다. 저자는 책에서 시진핑 세대와 중국의 미래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그저 관찰하고 보여줄 뿐입니다. 서평 읽기(책 리뷰를 읽고 싶으면 클릭하세요) <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람>미술 칼럼 ‘그때 그 사람들’로 인기를 끌고 있는 성수영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의 책입니다. 올해 상반기 펴낸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의 후속작입니다. 명작 뒤에 숨겨진 천자 화가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들여다 봅니다. 국내에 제대로 알려진 적 없는 화가들의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저자는 “해외 미술사학자들의 책과 논문, 세계 각지 미술관의 최신 전시 카탈로그 등을 통해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최대한 수집했다”고 설명합니다.서평 읽기(책 리뷰를 읽고 싶으면 클릭하세요) <테슬라 리부트> 테슬라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입니다. ‘테슬람’이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왜 우리가 테슬라와 머스크에게 열광하는지, 인공지능(AI) 혁명 속에서 테슬라가 얼마나 고군분투하는지, 그리고 테슬라에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살
“노벨문학상은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담론 형성과 비평 기반이 강화돼야 합니다.”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은 11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취임 100일 기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를 지낸 그는 지난 8월 임기는 3년의 번역원 원장에 취임했다.전 원장은 한국 작가들이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는 데에는 번역원의 도움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이 그런 예다. 그는 “한강 작가는 번역원이 가장 많은 액수를 지원한 작가”라며 “총 10억원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한 작가의 책 76종을 28개 언어로 번역하는 데 8억5000만원, 국제 문학 행사나 도서 전시회에 한 작가를 파견하는 데 1억5000만원가량을 지원했다. 번역원은 한국 문학의 세계적 위상을 더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한국 문학에 대한 해외 담론 형성 △글로벌 문학 네트워크 강화 △번역대학원 설립 등이다. 해외 담론 형성은 한국 문학이 단순히 번역되고 소비되는 것을 넘어 학술적 탐구와 비평을 통해 한국 문학의 깊이와 매력을 세계에 알리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외국 문학 연구자와 번역가, 출판 관계자가 참석하는 포럼을 열고, 현지 언어로 한국 문학을 논하는 글을 쓰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과 해외 문학계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서울국제작가축제 등 국내외 작가, 번역가, 출판인이 협업하고 소통하는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번역대학원 설립은 번역원이 현재 운영 중인 번역아카데미를 대학원 수준의 교육 기관으로 격상하는 방안이다. 교
사모펀드는 적대적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고, 기업 인수 후에는 사람을 왕창 자른 뒤 알짜배기 사업을 팔아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사모펀드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니다. <사모펀드 투자와 경영의 비밀>은 그렇게 말한다. 책을 쓴 김태엽은 사모펀드 운영사 어펄마캐피탈 한국 대표다. 기업을 인수하고 매각하는 방법, 신사업 추진, 기존 사업 정리, 인재 영입 등을 알려준다.어떤 직업이든 실상은 겉보기와 다를 때가 많다. 사모펀드도 마찬가지다. 명품 정장을 입고 멋지게 꾸며진 사무실에 출근해 컴퓨터 화면 속 숫자를 분석하며 일할 것 같다. 그렇게만 해선 좋은 거래를 따올 수 없다. 기업 대표에게 ‘형님’ 하며 넙죽 엎드려야 하기도 하고, 몇 개월을 쫓아다니는 끈기도 있어야 한다.기업을 인수해도 끝이 아니다. 남들 눈에도 좋아 보이는 기업은 비싸다. 남들이 잘 못 보는 장점을 찾아 기업을 인수해야 하는데, 그런 기업은 체질을 개선한 뒤 매각해야 차익을 거둘 수 있다. 상당한 수고가 필요하다.사모펀드업계에서 오랫동안 구른 저자는 자기 경험과 노하우, 실패담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가 성장 정체에 빠진 기업을 인수한 일이 있었다. 창업주는 소수 지분을 유지한 채 뒤로 물러나기로 해서 젊고 유능한 대표를 외부에서 데려와 앉혔다. 그런데 창업주가 자꾸 회사 경영을 간섭해 곤욕을 치렀다. 저자는 이런 사례를 들며 회사를 고르는 기준에서 좋은 사업 모델보다 좋은 경영진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설명한다.임근호 기자
1957년 라디오 국산화를 놓고 락희화학(현 LG화학) 내에서 찬반양론이 팽팽했다. 그때 창업자인 구인회 사장이 이렇게 말했다.“우리가 영원히 PX에서 외국 물건만 사 쓰고 라디오 하나 몬 맹글어서 되겄나. 누구라도 해야 할 거 아닌가. 우리가 한번 해보는 기라. 먼저 하는 사람이 고생도 되겄지만 고생하다 보면 나쇼날이다, 도시바다 하는 거 맹키로 안 되겄나.”이듬해 금성합성수지공업사를 금성사(현 LG전자)로 이름을 바꾸면서 라디오 국산화 사업이 본격 추진됐다. 그렇게 최초의 국산 라디오는 금성사 1회 공채에 수석 합격한 기술자 김해수에 의해 1959년 11월 15일 출시됐다. 대한민국 전자산업의 원년으로 평가되는 해다. 국산 라디오 보급이 쉽지는 않았다. 박정희 대통령이 나섰다. 밀수품을 근절하고, 전국 농어촌에 라디오 보내기 사업을 벌이면서 활로가 열렸다.<한국인의 발명과 혁신>은 부산대에서 ‘인물로 보는 기술의 역사’를 가르치는 과학기술사학자 송성수 교수가 쓴 책이다. 한국인이 주도한 발명과 혁신 사례를 모았다. 최무선과 장영실, 정약용부터 한국 최초의 여성 양의사 김점동, 근대 건축을 개척한 박길룡, 가난한 목공에서 동명그룹 총수가 된 강석진, 한국 철강산업을 만든 박태준 등이다. 현대자동차, 삼성 반도체, 쿠쿠전자 등도 혁신의 주역으로 등장한다.저자는 서양 중심의 연구와 서술에 아쉬움을 느껴 한국의 사례를 찾고 모았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지폐를 장식하는 인물에 아쉬움이 느껴진다. 이 책에 나온 사람 중 한 사람을 지폐 인물로 해도 좋지 않을까.임근호 기자
사모펀드는 적대적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고, 기업 인수 후에는 사람을 왕창 자른 뒤 알짜배기 사업을 팔아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사모펀드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니다. <사모펀드 투자와 경영의 비밀>은 그렇게 말한다. 책을 쓴 김태엽은 사모펀드 운영사 어펄마캐피탈 한국 대표다. 책에는 솔직한 사모펀드 업계 얘기가 담겼다. 어떻게 하면 사모펀드 운용사에 입사할 수 있는지부터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하고 매각하는 방법, 신사업 추진, 기존 사업 정리, 인재 영입, 무능하고 부패한 인사의 손절 방법 등을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과 함께 풀어낸다. 어떤 직업이든 실상은 겉보기와 다를 때가 많다. 사모펀드도 마찬가지다. 명품 정장을 입고 멋지게 꾸며진 사무실에 출근해 컴퓨터 화면 속 숫자를 분석하며 일할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만 해선 좋은 거래를 따올 수 없다. 기업 대표에게 ‘형님’ 하며 넙죽 엎드려야 하기도 하고, 몇 개월을 쫓아다니는 끈기도 있어야 한다.기업을 인수해도 끝이 아니다. 보통 남들 눈에도 좋아 보이는 기업은 비싸기 때문에, 남들이 잘 못 보는 장점을 찾아 기업을 인수해야 하는데, 그런 기업은 체질을 개선해 기업 가치를 올려놔야 매각해 차익을 거둘 수 있다. 그 기업 체질을 개선하는 일은 상당한 수고가 필요하다. 사모펀드에 관한 책은 여러 권 있다. 그 가운데서 이 책이 돋보이는 이유는 솔직함이다. 사모펀드 업계에서 오랫동안 구른 저자는 ‘아재 개그’와 함께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실패담까지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가 성장 정체에 빠진 기업을 인수한 일이 있었다. 창업주 회장도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창업
1957년 라디오 국산화를 놓고 락희화학(현 LG화학) 내에서 찬반양론이 팽팽했을 때 창업자인 구인회 사장이 이렇게 말했다.“우리가 영원히 PX에서 외국 물건만 사 쓰고 라디오 하나 몬 맹글어서 되겄나. 누구라도 해야할 거 아닌가. 우리가 한 번 해보는 기라. 먼저 하는 사람이 고생도 되겄지만 고생하다 보면 나쇼날이다, 도시바다 하는 거 맹키로 안 되겄나.”이듬해 금성합성수지공업사의 이름을 금성사(현 LG전자)로 바꾸면서 라디오 국산화 사업이 본격 추진됐다. 독일인 H. 헨케와 한국인 김해수가 이 일을 맡았는데 둘은 제품 설계를 놓고 상당한 논쟁을 벌였다. 김해수는 최신형 일제 라디오를 모방해 옆으로 길고 나지막한 몸체를 선호했다. 헨케는 유럽 중세 교회처럼 아래 위로 긴 상자에 윗 면이 둥그스름한 구조를 밀었다. 회사 간부들의 투표한 결과 김해수의 견본이 절대 다수의 지지를 얻었다. 그 후에도 크고 작은 의견 다툼이 끊이지 않았고 헨케는 계약 기간을 다 채운지 못한 채 금성사를 떠났다. 그렇게 국산 라디오 1호는 금성사의 김해수에 의해 1959년 11월 15일 출시됐다.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원년으로 평가되는 해다. 국산 라디오 보급이 쉽지는 않았다. 그때 박정희 대통령이 나섰다. 밀수품 근절에 나섰고 전국 농어촌에 라디오 보내기 사업을 벌였다. <한국인의 발명과 혁신>은 부산대에서 ‘인물로 보는 기술의 역사’를 가르치는 과학기술사학자 송성수 교수가 쓴 책이다. 한국인이 주도한 발명과 혁신 사례를 모았다. 익숙한 이름인 최무선과 장영실, 정약용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양의사인 김점동, 한국 근대 건축을 개척한 박길룡, 가난한 목공에서 동명
“저는 세상을 바꿀 수는 없으나 아무리 미약한 빛이라도 세상을 비추도록 도울 수는 있습니다. 진실이 제게 다가와 ‘애나, 지금이야. 해야만 해’라고 말한다면 도전하고 저 자신을 바꾸며 그리할 것입니다.”제8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을 받은 북아일랜드 소설가 애나 번스(사진)는 6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수상 소감을 말했다. 1962년생인 번스는 오랫동안 무명에 가까웠지만 2018년 세 번째 장편 <밀크맨>으로 북아일랜드 출신으로는 처음 영국 부커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1960~1990년대 북아일랜드 유혈 분쟁 시기인 ‘트러블’을 경험한 번스는 종교분쟁과 혐오, 폭력으로 삶이 황폐해지는 당시의 모습을 소설에 담았다.번스는 “북아일랜드는 분쟁의 시기를 지나왔고, 한국 역시 분단의 아픔을 겪었다”며 “이런 공통점으로 인해 수상이 더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또 “이호철 작가는 평화와 용기의 상징으로 알고 있다”며 “암울한 시기를 거치며 직접 글을 써보겠다고 생각한 것이 나와 비슷하다”고 했다.그는 최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 작가에 대해 “두 작품을 읽어봤고 지금은 <소년이 온다>를 읽고 있다”며 “아주 훌륭한 작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소년이 온다>를 두고 “잔혹함과 증오를 매우 사실적이고 현실적으로 묘사했다”고 평가했다.이호철통일로문학상 특별상을 받은 김멜라 작가도 이날 자리를 함께했다. 김 작가는 장편 <없는 층의 하이쎈스>와 소설집 <적어도 두 번> 등을 펴냈다.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서울 은평구
“저는 세상을 바꿀 수는 없으나 아무리 미약한 빛이라도 세상을 비추도록 도울 수는 있습니다. 진실이 제게 다가와 '애나, 지금이야. 해야만 해'라고 말한다면, 도전하고 저 자신을 바꾸면서 그리할 것입니다.”제8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을 받은 북아일랜드 소설가 애나 번스는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수상 소감을 말했다. 1962년생인 번스는 오랫동안 무명에 가까웠지만 2018년 세 번째 장편 <밀크맨>으로 북아일랜드 출신으로는 처음 영국 부커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1960∼1990년대 북아일랜드 유혈 분쟁 시기인 ‘트러블’을 경험한 번스는 종교 분쟁과 혐오, 폭력으로 삶이 황폐해지는 당시의 모습을 소설에 담아왔다.번스는 “북아일랜드는 분쟁의 시기를 겪었고, 한국 역시 분단의 아픔을 겪었다”며 “이런 공통점으로 인해 수상이 더욱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또 “이호철 작가는 평생 수많은 위험과 고난, 슬픔을 겪었고 평화와 용기의 상징으로 알고 있다”며 “암울한 시기를 거치며 직접 글을 써보겠다고 생각한 것이 나와 비슷하다”고 했다. 그는 최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 작가에 대해 “두 작품을 읽어봤고 세 번째로 지금 <소년이 온다>를 읽고 있다”며 “아주 훌륭한 작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소년이 온다>를 두고 “잔혹함과 증오를 매우 사실적이고 현실적으로 잘 묘사했다”고 했다.이호철통일로문학상 특별상을 수상한 김멜라 작가도 이날 자리를 함께했다. 장편 <없는 층의 하이쎈스>와 소설집 <적어도 두 번> 등을
‘책마을’은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읽을 만한 신간을 골라 매주 토요일자 지면에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주에는 8권을 골랐습니다. 이 책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모았습니다. 링크를 누르면 자세한 서평을 읽을 수 있습니다. 링크는 아르떼에서만 작동합니다.<2차대전 해전사>전쟁 역사학자인 크레이그 L. 시먼즈 미국 해군사관학교 명예교수가 쓴 책입니다. 1939년 10월 독일 잠수함이 스코틀랜드 북부 해안의 스캐퍼플로에서 영국 전함을 격침한 사건부터 1945년 9월 도쿄만에 정박한 USS 미주리호에서 일본이 공식적으로 항복하는 사건까지를 다룹니다. 책은 상세하면서도 간결합니다.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사건들을 서술하지만, 편집이 잘 된 영화처럼 지엽적인 부분까지는 다루지 않습니다. 덕분에 1000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인데도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서평 읽기(책 리뷰를 읽고 싶으면 클릭하세요) <가난한 찰리의 연감>찰리 멍거 전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1924~2023)의 강연 중 유명한 11개 강연을 엮었습니다. 그밖에 청중과 질의응답, 소년 시절부터 엄청난 재정적 성공을 거두기까지의 생애, 투자 원칙과 동업자 워런 버핏의 회고 등이 담겼습니다. 제목은 멍거가 생전에 존경한 벤자민 프랭클린의 <가난한 리처드의 연감>에서 영감을 받아 지었습니다. 멍거 특유의 유머와 재치, 통찰이 잘 드러납니다. 서평 읽기(책 리뷰를 읽고 싶으면 클릭하세요) <연기와 재><연기와 재>는 메디치상을 받고 맨부커상 최종후보 등에 오른 인도 출신의 세계적 소설가 아미타브 고시가 아편전쟁에 관한 고문서를 연구해서 쓴 역사 에세이입니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을 사용하면 정말 환경보호에 도움이 될까.<일회용 지구에 관한 9가지 질문>은 그런 의문에 답한다. 책을 쓴 정종수는 과학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으로 40년간 기후 환경 분야 연구와 기술 상용화에 헌신했다.텀블러와 에코백은 당연히 환경에 도움이 된다. 다만 텀블러는 최소 200번, 에코백은 1200번 사용해야 효과가 있다. 제조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커피 전문점의 일회용품을 줄인다면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한국의 연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1000만t인데, 커피 전문점에서 나오는 일회용품은 연간 수백t에 불과하다. 1만분의 1도 안 된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플라스틱을 제작하는 것이 너무 싸 재활용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처음부터 플라스틱을 덜 쓰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재생에너지도 만능이 아니다. 풍력과 태양광 등은 면적당 전력 생산량이 적다. 국토가 넓고, 평지가 많고, 인구밀도가 낮은 나라에 적합하다. 한국에선 원자력 발전이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저자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개인의 노력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다만 근본적 원인을 제거해야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임근호 기자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주역으로 수출산업이 꼽힌다. 철강, 화학,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이다. 하지만 그 전에 농업이 있었다. 농업 혁신은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가능하게 했다.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농산물을 생산하자 풍부한 노동력이 제조업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당신이 모르는 진짜 농업 경제 이야기>를 쓴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제조업 발전은 농업의 성장이 선행되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한국은 1962년 공업과 농업 발전을 동시에 추진하는 ‘농공 병진 정책’을 채택했다. 그해 설립된 농촌진흥청의 대표적 성과가 1971년 개발한 ‘통일벼’다. 잘 쓰러지지 않고 병에 강하고 면적당 수확량이 많은 벼였다. 1977년 쌀 생산량이 600만t을 넘어서며 식량 자급을 달성할 수 있었다. 통일벼는 단점이 많았다. 7~8년 동안만 재배됐다.통일벼는 한국이 새로운 벼 품종을 연구개발하는 노하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품종 개량 기술은 다른 농작물에도 활용돼 한국 농업 발전에 기여했다. 요즘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한국 딸기가 그런 예다. 2021년 기준 딸기 수출액은 7100만달러(약 930억원)로 15년 사이 12배 증가했다.농업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높여주는 책이다. 옛날 어딘가의 농촌 풍경에 멈춰 있는 우리 머릿속의 농업과 전혀 다른 세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임근호 기자
바다가 중요해졌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때문이다.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전투의 상당 부분은 바다에서, 특히 남중국해에서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바다엔 지켜야 할 것도 많다. 주요 물자가 오가는 수송로를 지켜야 한다.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의 97%가 지나는 해저 통신 케이블도 지켜야 할 대상이다.바다가 중요한 때는 또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다. 전쟁 중반까지 영국과 미국은 힘을 못 썼다. 독일 잠수함 U보트에 해군력이 밀렸기 때문이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도 연합군이 제해권을 되찾고 나서야 가능했다. <2차대전 해전사>는 이 시기 바다에서 벌어진 일들을 되돌아본다. 저명한 전쟁 역사학자인 크레이그 L 시먼즈 미국 해군사관학교 명예교수가 쓴 책이다.1939년 10월 독일 잠수함이 스코틀랜드 북부 해안의 스캐퍼플로에서 영국 전함을 격침한 사건부터 1945년 9월 도쿄만에 정박한 USS 미주리호에서 일본이 공식적으로 항복한 사건까지를 다룬다. 책은 상세하면서도 간결하다.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사건을 서술하지만, 편집이 잘 된 영화처럼 지엽적인 부분까지는 다루지 않는다. 그 덕분에 1000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인데도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지금 미국은 양면 전쟁을 꺼린다. 유럽에서 러시아 혹은 중동에서 이란과 싸우면서, 아시아에서 중국과 상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2차 세계대전 때도 마찬가지였다. 1920년대부터 미국은 일본과의 전쟁 가능성에 대비했다. 하지만 작전 지역의 군수 지원이 항상 문제로 지적됐다. 하와이에서 8000여㎞ 떨어진 필리핀해까지 함대를 보내기에는 보급선이 불안정했다. 하지만 1941년 11월 26일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면서 미국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주역으로 수출 산업이 꼽힌다. 철강, 화학,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이다. 하지만 그 전에 농업이 있었다. 농업 혁신은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가능하게 했다.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풍부한 노동력이 제조업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당신이 모르는 진짜 농업 경제 이야기>를 쓴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제조업 발전은 농업의 성장이 선행되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책은 농업을 산업과 경제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농업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는 오해를 깨부순다. 한국 사회가 풍족해지면서 농업의 중요성은 간과되고 있다. 왜 수출 산업처럼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느냐고 타박한다. 농업 대신 부가가치가 더 높은 산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나온다. 저자는 이렇게 반박한다.“산업을 축구에 비유하면 반도체나 자동차는 공격수이고, 농업은 최종 수비수다. 최종 수비수의 임무는 안정적 방어를 통해 공격수의 다득점을 돕는 것이다. 최종 수비수가 공격수처럼 골을 많이 넣겠다고 공만 따라다니면 동네 축구가 된다. 우리나라의 농업은 기적 같은 발전을 이뤘지만 국민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왜냐하면 농업을 자꾸 반도체나 자동차 같은 산업과 단순 비교하기 때문이다.”선진국치고 농업을 등한시하는 나라는 없다. 미국은 농업 강국이다. 미 농무부엔 11만명이 근무한다. 국방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부처다. 싱가포르 정부는 2019년 4월 식품청을 출범했다. 10%대인 식량 자급률을 2030년까지 30%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얼마 뒤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
바다가 중요해졌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때문이다.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전투의 상당 부분은 바다에서, 특히 남중국해에서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바다엔 지켜야 할 것도 많다. 주요 물자가 오가는 수송로를 지켜야 한다.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의 97%가 지나는 해저 통신 케이블도 지켜야 할 대상이다.바다가 중요했던 때는 또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다. 전쟁 중반까지 영국과 미국은 힘을 못 썼다. 독일 잠수함 U보트에 해군력이 밀린 탓이었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도 연합군이 제해권을 되찾고 나서야 가능했다. <2차대전 해전사>는 이 시기 바다에서 벌어진 일들을 되돌아본다. 저명한 전쟁 역사학자인 크레이그 L. 시먼즈 미국 해군사관학교 명예교수가 쓴 책이다.1939년 10월 독일 잠수함이 스코틀랜드 북부 해안의 스캐퍼플로에서 영국 전함을 격침한 사건부터 1945년 9월 도쿄만에 정박한 USS 미주리호에서 일본이 공식적으로 항복하는 사건까지를 다룬다. 책은 상세하면서도 간결하다.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사건들을 서술하지만, 편집이 잘 된 영화처럼 지엽적인 부분까지는 다루지 않는다. 덕분에 1000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인데도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지금 미국은 양면 전쟁을 꺼린다. 유럽에서 러시아 혹은 중동에서 이란과 싸우면서, 아시아에서 중국과 상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2차 세계대전 때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1920년대부터 미국은 일본과의 전쟁 가능성을 대비했다. 하지만 작전 지역에 대한 군수 지원이 항상 문제로 지적돼 왔다. 하와이에서 8000여 ㎞ 떨어진 필리핀해까지 전함 함대를 보내기에는 보급선이 불안정했다. 하지만 1941년 11월 26일 일본이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 정말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될까. <일회용 지구에 관한 9가지 질문>은 그런 의문에 답한다. 책을 쓴 정종수는 과학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으로 40년간 기후 환경 분야 연구와 기술 상용화에 헌신해 왔다. 텀블러와 에코백은 도움이 된다. 대신 텀블러는 최소 200번, 에코백은 1200번 사용해야 효과가 있다. 제조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한국의 연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1000만t인데, 커피 전문점에서 나오는 일회용품은 연간 수백t에 불과하다. 텀블러와 에코백, 종이 빨대 사용이 큰 영향을 주긴 어렵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이 너무 싸 재활용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서로 다른 유형의 플라스틱을 섞어 재활용하면 품질이 낮아진다. 결국 처음부터 플라스틱을 덜 쓰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재생 에너지도 만능이 아니다. 풍력과 태양광 등은 면적당 전력 생산량이 낮다. 국토가 넓고, 평지가 많고, 인구 밀도가 낮은 나라에 적합하다. 한국에선 원자력 발전이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책은 원자력에 대한 공포가 과장됐다고 말한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를 살펴보면 실제 인명 피해 규모는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화력 발전이 더 위험할 수 있다. 대기 오염 등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 보호를 위해 굳이 힘들게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개인의 노력은 여전히 중
‘책마을’은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읽을 만한 신간을 골라 매주 토요일자 지면에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주에는 8권을 골랐습니다. 이 책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모았습니다. 링크를 누르면 자세한 서평을 읽을 수 있습니다. 링크는 아르떼에서만 작동합니다.<트럼프의 귀환> 등 미국 대선 관련 책들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열립니다. 이를 앞두고 많은 책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에 관한 책도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책이 많습니다. 왜 이렇게 미국인들은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하는지,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이 어떻게 트럼프의 열풍을 씨앗을 뿌렸는지, 트럼프가 대통령이었을 때 미국 행정부는 어떻게 작동했지 등이 이런 책들에 담겨 있습니다. 책마을이 그런 책들을 살펴봤습니다. 서평 읽기(책 리뷰를 읽고 싶으면 클릭하세요) <댄 애리얼리 미스빌리프>댄 애리얼리는 세계적인 행동경제학자입니다. 그런데 2020년 지인으로부터 이상한 메시지 하나를 받았습니다. “댄, 당신이 이렇게 변했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네요. 언제부터 그렇게 돈을 밝히셨나요? 사람이 어쩌면 그렇게 확 바뀔 수가 있죠?” 알고보니 코로나 백신이 여성을 불임으로 만든다는 음모론 속 악당이 돼 있었습니다. 애리얼리는 음모론자와 대화도 해봤지만 전혀 설득할 수 없었습니다. 이미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은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지요. 애리얼리는 그들을 이해해보고자 이 책을 썼습니다. 왜 평범한 사람들이 비이성적인 믿음을 갖게 되는지 알아보는 책입니다. 서평 읽기(책 리뷰를 읽고 싶으면 클릭하세요) <일본의 30년 경험에서 무엇
‘세계가 일본처럼 변하고 있다.’얼마 전까지 세계적인 화두였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지만, 경기가 일찍 꺾인 유럽은 다시 디플레이션에 위협받고 있다. 중국도, 한국도 그렇다.<일본의 30년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는 그런 점에서 눈에 띄는 책이다. 책을 쓴 시라카와 마사아키는 2008~2013년 일본 중앙은행 총재를 지냈다. 글로벌 금융위기, 동일본 대지진, 유럽 국가 부채 위기가 연이어 벌어진 때였다. 1972년 중앙은행에 들어간 그는 일본 경제의 거품과 붕괴도 목격했다. 현재 아오야마가쿠인대 특임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700쪽이 넘는 이 책에서 당시 일본 경제 상황과 중앙은행의 대응, 그리고 그 경험들이 주는 교훈을 논한다. 박기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와 민지연 한국은행 통화정책국 과장이 번역을 맡아 전문성을 더했다.저자는 중앙은행가지만 통화 정책과 환율 정책만으로 경제를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시적으로 인공호흡기를 댈 수 있지만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산업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일본 전자산업의 몰락은 엔고 때문이 아니라 삼성전자나 LG전자에 뒤진 경쟁력 때문”이라며 “문제의 근원을 그대로 두고 금융 대책만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 누구도 이를 반박하거나 거스르기 매우 어렵게 된다”고 했다. 한국에도 교훈을 준다. 원화 가치를 낮추는 것이 당장 수출을 늘리는 데 도움은 되지만 여기에 안주하면 장기적인 경쟁력이 떨어진다.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담았다. 저자는 1980년대 일본 경제의 거품은 기준금리를 올리는 타이밍을 못 맞춘 데서
회고록은 매력적인 장르다. 몇 년 전 출간된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의 <슈독>은 솔직하고 생생하게 그의 삶을 드러내 찬사를 받았다. 국내에서도 회고록 출간이 늘고 있는 가운데 ‘회고록 쓰는 법’을 알려주는 <나와 타인을 쓰다>가 나왔다. 책을 쓴 베스 케파트는 미국 작가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 회고록 쓰기를 가르치고 있다.저자는 회고록을 쓰려면 먼저 “자신의 입장을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분노, 자기 과시, 부당함, 불운, 절망, 화를 지나 자비로 나아가는 작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회고록 작가는 행동을, 선택을, 기분을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했다. 많은 회고록이 이 지점에서 실패한다. 가해자를 고발하면서 실패하고, 글의 예술성을 구현하지 못해 실패한다. ‘내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만드는 공감 능력에서 패배하기도 한다.처음부터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없다.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저자는 작은 것부터 써볼 것을 권한다. 일상의 한 부분을 짧은 메모로 남기는 것, 일기를 쓰는 것, 블로그를 하는 것 등이다.저자에 따르면 회고록은 사실을 쓰는 글이 아니다. 진실을 쓰는 글이다. 진실은 관점에 따라 변하고 시간에 따라 변색한다. 그것을 다루는 언어는 최대한 신중해야 하고, 글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들은 연민과 사랑의 손길로 어루만져져야 한다.글쓰기도 기술이다. 책으로 배운다고 잘 쓰게 되는 건 아니다. 방향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회고록을 잘 쓰기 위해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려준다.임근호 기자
댄 애리얼리. 미국 듀크대 교수이자 세계적인 행동경제학자다. <상식 밖의 경제학>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같은 대중서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에게 2020년 지인이 메일을 보냈다. “댄, 당신이 이렇게 변했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네요. 언제부터 그렇게 돈을 밝혔나요? 사람이 어쩌면 그렇게 확 바뀔 수가 있죠?”알고 보니 자신이 음모론 속 악당이 돼 있었다.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음모론이 한창일 때다. 그가 빌 게이츠, 일루미나티(18세기 후반 독일에서 결성된 비밀 결사 조직)와 공모해 전 세계 여성을 불임으로 만들어 세계 인구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백신 접종이 그 수단이라는 내용이었다. 그가 여러 나라 정부와 손잡고 시민을 통제하고 조정하는 일을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애리얼리는 적극 항변했다. 연락처를 알게 된 음모론자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이런 말이 돌아왔다. “순진한 척하지 마세요. 당신이 어떤 분이고 또 뭘 하는지 다 알고 있으니까요.”해명할 때마다 그들은 애리얼리의 말을 왜곡해 자기 주장의 근거로 삼았다. 해명을 그만두자 잘못을 인정했다는 증거로 해석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조차 그런 음모론에 빠져들었다는 점이다.‘왜 하필 내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괴로워하던 그는 그들을 이해해 보기로 했다. 그 결과 탄생한 책이 <미스빌리프>다. 책은 사람들이 어떻게 잘못된 믿음에 빠져들게 되는지 탐구한다. 애리얼리는 ‘잘못된 믿음의 깔때기’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입구가 넓고 안이 좁은 깔때기로, 깊이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개미지옥 같은 함정이다.깔때기를 기웃거리는
“저는 원래 출판사 편집자였어요. 2019년 런던 도서전에 출장 가서 머물던 호텔에서 메이드(객실 청소부)와 마주친 경험이 저를 작가로 이끌었습니다.”최근 서울와우북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캐나다 소설가 니타 프로스(사진)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메이드>를 데뷔작으로 쓰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회의를 마치고 잠깐 올라간 방에서 메이드와 마주쳤어요. 서로 깜짝 놀랐죠. 구석으로 뒷걸음질 치는 메이드 손에는 제가 침대에 아무렇게나 던져둔 땀에 전 조깅 바지가 들려 있었어요.” 그때 깨달았다고 했다. 메이드가 얼마나 눈에 띄지 않는 존재인지, 메이드가 객실 고객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2022년 출간된 이 추리소설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프로스는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한국엔 2023년 출간됐다. 주인공 몰리는 사회성이 부족하고 소통 장애가 있지만, 순수하고 따뜻한 품성을 지닌 메이드다. 어느 날 호텔 방에서 악명 높은 재벌 회장의 시신을 발견하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몰리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것처럼 묘사된다. 프로스는 “몰리의 병명을 밝히지 않은 것은 의도적이었다”며 “독자가 그런 것을 모른 채 몰리의 눈으로 세상을 보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출판사 입사 전 특수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다. 견학도 다녔는데 커피숍 같은 곳들이다. 아이들을 위해서기도 하지만 사회에 이런 아이들을 보여주고 익숙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프로스는 “몰리 캐릭터를 만들 때 학생들의 가장 좋았던 점을 모았다”며 “아이들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했다.임근호
‘세계가 일본처럼 변하고 있다.’ 이는 얼마 전까지 세계적인 화두였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지만, 경기가 일찍 꺾인 유럽은 다시 디플레이션에 위협받고 있다. 중국도, 한국도 그렇다. <일본의 30년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는 그런 점에서 눈에 띄는 책이다. 책을 쓴 시라카와 마사아키는 2008~2013년 일본 중앙은행 총재를 지냈다. 글로벌 금융위기, 동일본 대지진, 유럽 국가 부채 위기가 연이어 벌어진 때였다. 1972년 일본 중앙은행에 들어간 그는 일본 경제의 거품과 붕괴도 목격했다. 현재 아오야마가쿠인대 특임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700쪽이 넘는 이 책에서 당시 일본 경제의 상황과 중앙은행의 대응, 그리고 그 경험들이 주는 교훈을 논한다. 박기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와 민지연 한국은행 통화정책국 과장이 번역을 맡아 전문성을 더했다. 저자는 중앙은행가이지만 통화 정책과 환율 정책만으로 경제를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시적으로 인공 호흡기를 댈 수 있지만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산업 경쟁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그는 “일본 전자 산업의 몰락은 엔고 때문이 아니라 삼성전자나 LG전자에 뒤진 경쟁력 때문”이라며 “문제의 근원을 그대로 두고 금융 대책만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 누구도 이를 반박하거나 거스르기 매우 어렵게 된다”고 했다. 이는 한국에도 교훈을 준다. 원화 가치를 낮추는 것이 당장 수출을 늘리는 데 도움은 되지만, 여기에 안주하면 장기적인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담았다. 저자는 198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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