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은 피할 수 없다. 대신 ‘잘’ 싸워야 한다. <행복한 커플은 어떻게 싸우는가>는 이를 다룬 책이다. 저자인 존 가트맨과 줄리 슈워츠 가트맨 부부는 세계적인 심리학자이며 관계 치료의 대가다. 책은 갈등과 위기를 겪고 있는 부부와 커플들이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그 방법을 알려준다. 파트너와 싸움이 잦다고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필요 없다. 사람은 저마다 성격과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다. 함께 살면 그 차이가 드러나고, 싸움이 일어난다. 연구에 따르면 성공적인 부부나 커플도 자주 싸운다. 대신 그들은 싸움의 표면 아래로 깊이 들어간다. 핵심 문제를 건드리고, 상대방이 중요시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파악한다. 이를 통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합리적이어야 하고, 감정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는 말도 틀렸다. 화가 나서 분노를 표하는 아내를 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덜 행복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살펴보니 상황이 달라져 있었다. 남편은 아내가 왜 화를 내는지 이해하게 됐고, 그들의 결혼 생활은 더 나아졌다. 반대로 분노를 억누른 아내는 남편과 점점 멀어졌고, 결혼 생활이 훨씬 덜 행복했다. 물론 화가 났다고 비난과 경멸의 말을 쏟아내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잘 싸우는 커플은 다투는 순간에도 상대의 감정을 존중한다.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며 공감하고, 시의적절한 유머를 구사해 화해를 시도한다. 성공한 커플들은 이기기 위해 싸우지 않는다. 이해하기 위해 싸운다. 가장 나쁜 것은 아예 싸우지 않고, 담을 쌓은 채 소통을 단절하는 것이다. 싸우지 않으니 괜찮아 보일 수 있지만, 문제는 안에
힐러리 맨틀(사진)은 영국 소설가다. 남들은 한 번도 받기 어렵다는 부커상을 두 번 받았다. 첫 수상작 <울프홀>은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헨리 8세의 오른팔이 된 인물 토머스 크롬웰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한 소설이다. 2009년 “권력의 미스터리를 샅샅이 탐색하며 어떻게 정치와 역사가 만들어지는지 황홀한 문장으로 드러내 보인다”는 평을 들으면서 부커상을 받았다.‘크롬웰 3부작’ 두 번째 책인 <시체들을 끌어내라>가 2012년 또 부커상을 받았고, 세 번째 책인 <거울과 빛>도 2020년 롱리스트 후보에 올랐다. 크롬웰 3부작은 500만 부 이상 팔렸고, 2024년 BBC 드라마로도 제작돼 호평받았다.1952년 영국에서 태어난 맨틀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사회복지사로 일했고, 1980년대 중반 영국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보츠와나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살았다.맨틀의 작품은 빛바랜 역사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어 과거를 현대로 소환했다. 인간 본성의 어둡고 날카로운 구석을 제대로 이해하는 작가라는 평을 들었다.임근호 기자
‘책마을’은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읽을 만한 신간을 골라 매주 토요일자 지면에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주에는 8권을 골랐습니다. 이 책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모았습니다. 링크를 누르면 자세한 서평을 읽을 수 있습니다. 링크는 아르떼에서만 작동합니다.<모든 것이 전쟁이다>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가 쓴 이 책은 ‘독점 괴물’로 변한 아마존의 모습을 다룹니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제프 베이조스의 무자비한 확장 야심과 아마존의 성장 전략을 적나라하게 파헤칩니다. 저자는 600명 이상을 인터뷰하고 수백 페이지의 내부 문서와 이메일을 분석해 책을 썼습니다. 기밀 유지 계약에 묶인 17명의 아마존 핵심 임원들과 비밀리에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서평 읽기(책 리뷰를 읽고 싶으면 클릭하세요) 2024 ‘올해의 책’ 11선한국경제신문의 문화 종합 플랫폼 아르떼에 ‘탐나는 책’을 연재 중인 국내 주요 출판사 편집자 11명에게 ‘올해의 책’을 한 권씩 추천받았습니다. 김애란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비롯해 김기태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차학경의 <딕테>,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역사책 <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서평 읽기(책 리뷰를 읽고 싶으면 클릭하세요) <대구>바이킹의 대이동이 있었던 8세기부터 최근까지 인류와 함께한 대구의 연대기를 세계사의 흐름과 함께 풀어냈습니다. 어부 집안 출신으로 대구잡이 어선에 승선한 경험도 있는 마크 쿨란스키는 7년간 시카고트리뷴 카리브해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책을 썼습니다. 1997
2017년 27세의 법학대학원 학생 리나 칸이 ‘예일법학저널’에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란 96쪽짜리 논문을 발표했다. 아마존이 소매업체를 넘어 클라우드, 물류, 미디어, 광고, 신용대출 등을 아우르는 “21세기 상거래 업계의 거인”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원가 이하의 가격 정책으로 이윤을 적게 남겨 반독점 조사를 피해 왔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입소문을 탔다.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등 정치인들이 읽고 아마존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2021년 칸은 서른두 살의 나이로 연방거래위원회(FTC) 최연소 위원장이 됐다.친기업 성향인 도널드 트럼프가 곧 대통령이 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트럼프는 “빅테크가 수년간 난폭하게 행동하며 우리의 가장 혁신적인 분야에서 경쟁을 억눌러 왔다”고 말해 왔다. 부통령이 되는 JD 밴스는 지난해 10월 임기가 끝난 칸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다.<모든 것이 전쟁이다>는 ‘독점 괴물’로 변한 아마존의 모습을 다룬 책이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제프 베이조스의 무자비한 확장 야심과 아마존의 성장 전략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책을 쓴 다나 마티올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다. 2019년 아마존 담당 기자가 된 뒤 아마존의 참모습을 깨달은 그는 600명 이상을 인터뷰하고 수백 페이지의 내부 문서와 이메일을 분석해 이 책을 썼다. 기밀 유지 계약에 묶인 17명의 아마존 핵심 임원과 비밀리에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미국엔 “아마존 됐다(to be amazoned)”라는 말이 있다. “아마존이 당신 사업 영역에 진출했으니, 당신에게 남은 것은 망할 일뿐”이라는 뜻이다. 책은 아마존이 세금을
상장지수펀드(ETF)의 시대다. 199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ETF는 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펀드를 말한다. 펀드 매니저가 운용하는 뮤추얼 펀드보다 수수료가 낮고, 환매를 기다릴 필요 없이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다. 해외주식, 테마주식, 인버스, 채권, 금, 원유, 비트코인 등 어떤 자산이든 ETF로 투자할 수 있어 투자의 문턱을 대폭 낮췄다.은 ETF를 아직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ETF 구성 원리부터 종류, 세금과 수수료, 구체적인 투자 섹터, 포트폴리오 구성 방법 등을 친절히 알려준다. 저자인 신성호는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지금은 한국경제신문에서 KEDI 지수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KEDI 지수 추종 ETF의 순자산 규모는 최근 3조원을 넘었다.요즘 주식시장은 ‘테마’에 큰 영향을 받는다. 얼마 전까진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뜨거운 테마였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엔비디아가 ‘대장주’ 역할을 했는데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사인 SK하이닉스, 반도체 장비사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를 파는 케이던스, AI 서버 구축을 돕는 오라클 등이 다 같이 올랐다. 이럴 때 AI 반도체 관련주에 한 번에 투자할 수 있는 테마 ETF가 제격이다. ETF를 활용하면 원자력, 비만치료제, 로보틱스, 방위 사업 등 다양한 테마에 쉽게 투자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분야 기업인 테슬라와 엔비디아에 동시에 투자하는 ETF도 있다.요즘 인기가 많은 커버드콜 ETF도 다룬다. 커버드콜 ETF는 기초자산을 매수하면서 콜옵션을 매도해 일정 수익을 꾸준히 내도록 설계됐다. 시장이 뚜렷이 상승하거나 하락할 때보다 횡보장일 때 투자 매력이 높은 상품이다.ETF 투자를 잘하는 사람은
“코로나19에 대항할 저렴하고 안전한 약품은 이미 존재했고, 이 같은 약품을 미국에서 사용했다면 수십만 건의 입원을 막고 그 못지않은 수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파우치 박사와 그에게 협조한 제약사들은 그런 치료를 의도적으로 억압했다. 오로지 제약사에 수십억달러 수익을 안겨줄 신약이 출시될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서였다.”이렇게 말하는 <백신의 배신>은 내년 1월 출범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게 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책이다. 그는 변호사이자 환경운동가다. 삼촌은 전 대통령인 존 F 케네디, 아버지는 법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F 케네디다.‘백신 음모론자’로 분류되는 저자는 책에서 앤서니 파우치 전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과 그의 코로나19 대책을 강하게 비판한다. 마스크 착용, 격리, 거리두기 모두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 백신도 효과가 의심스럽다고 말한다.그가 말한 저렴하고 안전한 코로나19 치료 약은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기생충 구충제인 이버멕틴 등이다. 저자는 파우치 박사가 코로나19 사망자를 늘리기 위해 이들 약의 사용을 막았다고 했다. 과학자들은 이 약들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코로나19 치료에 쓰지 말 것을 권했다.저자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담배를 삼가고, 햇볕을 충분히 쬐고 적정한 비타민D 수위를 유지하며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하는 것만으로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저자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위험한 책이다. 과학 부정론자가 어떤 주장을 펴는지 참고하는 용도로 읽
2017년 27세의 법학대학원 학생 리나 칸이 ‘예일법학저널’에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란 96쪽짜리 논문을 발표했다. 아마존이 소매업체를 넘어 클라우드, 물류, 미디어, 광고, 신용 대출 등을 아우르는 “21세기 상거래 업계의 거인”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원가 이하의 가격 정책으로 이윤을 적게 남겨 반독점 조사를 피해 왔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입소문을 탔다.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등 정치인들이 읽고 아마존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2021년 칸은 서른두 살의 나이로 연방거래위원회(FTC) 최연소 위원장이 됐다. 친기업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가 곧 대통령이 되지만 안심하기 이르다. 트럼프는 “빅테크가 수년간 난폭하게 행동하며 우리의 가장 혁신적인 분야에서 경쟁을 억눌러 왔다”고 말해왔다. 부통령 J.D. 밴스는 지난해 10월 임기가 끝난 칸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전쟁이다>는 ‘독점 괴물’로 변한 아마존의 모습을 다룬 책이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제프 베이조스의 무자비한 확장 야심과 아마존의 성장 전략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책을 쓴 다나 마티올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다. 2019년 아마존 담당 기자가 된 후 아마존의 참모습을 깨달은 그는 600명 이상을 인터뷰하고 수백 페이지의 내부 문서와 이메일을 분석해 이 책을 썼다. 기밀 유지 계약에 묶인 17명의 아마존 핵심 임원들과 비밀리에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미국엔 “아마존 됐다(to be amazed)”라는 말이 있다. “아마존이 당신 사업 영역에 진출했으니, 당신에게 남은 것은 망할 일뿐이다”라는 뜻이다. 책은 아마존이 세
“코비드에 대항할 저렴하고 안전한 약품은 이미 존재했고, 이러한 약품을 미국에서 사용했다면 수십만 건의 입원을 막고 그 못지않은 수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파우치 박사와 그와 협조한 제약사들은 그러한 치료를 의도적으로 억압했다. 오로지 제약사들에게 수십억 달러 수익을 안겨줄 신약이 출시될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백신의 배신>은 내년 1월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게 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책이다. 그는 변호사이자 환경운동가이며, 삼촌은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 아버지는 법무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F. 케네디다. 원제가 ‘진짜 앤서니 파우치(The Real Anthony Fauci)’인 이 책에서 그는 오랫동안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을 맡았던 앤서니 파우치를 강하게 비판한다. 코로나19 시기 마스크 착용, 격리, 거리두기 등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조치였다고 말하며,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도 의심한다. 그는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가 에이즈를 일으킨다는 사실조차 부정한다. ‘백신 음모론자’인 저자는 모든 것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파우치 박사 역시 제약사들과 결탁한 인물로 매도한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이버멕틴 등의 약물로 충분히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었는데, 파우치 박사가 코로나19로 사망하는 사람의 수를 늘리기 위해 이들 약물의 사용을 막았다는 것이다. 물론 과학자들은 이 약들이 코로나에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이 약들을 코로나19 치료에 쓰지 말 것을 권고했지만 저자는 이런 부분은 책에서 말하지 않는다. 저자는 평소 건강한 사
삶은 유한하지만, 예술은 영원하다. 그래서 러시아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롤리타>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썼다. “지금 나는 들소와 천사를,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물감의 비밀을, 예언적인 소네트를, 그리고 예술이라는 피난처를 떠올린다. 너와 내가 함께 불멸을 누리는 길은 이것뿐이구나, 나의 롤리타.”올해도 많은 예술가가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들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그들이 남긴 작품과 함께. 고흐가 그렇듯, 윤동주가 그렇듯 이들은 죽어서도 살아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그땐 그랬지’ 하며 추억을 떠올리는 그 순간에 우리와 함께 살며시 미소 짓는다.2024년 우리가 떠나보낸 위대한 예술가와 그들이 남긴 말을 다시 읽는다. 그들은 예술의 힘을 믿었다. “석양이 아름다운 것은 동서양이 마찬가지듯, 음악은 인류 모두의 것”이라던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 “조각이란,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장소”라던 조각가 리처드 세라, “나는 ‘예술에 내 인생을 바쳤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예술이 내 삶을 ‘줬다’고 하고 싶다”고 말한 추상화의 거장 프랭크 스텔라.그들은 사람들의 추억 속에 존재한다. “오겐키데스카? 와타시와 겐키데스(잘 지내나요? 나는 잘 지내요)”라는 영화 ‘러브 레터’ 속 나카야마 미호의 외침은 ‘태양은 가득히’ 속 알랭 들롱의 눈빛만큼이나 강렬하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라던 신경림 시, “난 뒷것이야, 너희는 앞것이고”라고 한 김민기의 노래와 연극도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다.1년 동안 우리가 떠나보낸 예술가들
삶은 유한하지만, 예술은 영원하다. 그래서 러시아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롤리타>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썼다.“지금 나는 들소와 천사를,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물감의 비밀을, 예언적인 소네트를, 그리고 예술이라는 피난처를 떠올린다. 너와 내가 함께 불멸을 누리는 길은 이것뿐이구나, 나의 롤리타.” 올해도 많은 예술가가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들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그들이 남긴 작품과 함께. 고흐가 그렇듯, 윤동주가 그렇듯 이들은 죽어서도 살아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그땐 그랬지’ 하며 추억을 떠올리는 그 순간에 우리와 함께 살며시 미소 짓는다. 2024년 우리가 떠나보낸 위대한 예술가와 그들이 남긴 말을 다시 읽는다. 그들은 예술의 힘을 믿었다. “석양이 아름다운 것은 동서양이 마찬가지듯, 음악은 인류 모두의 것”이라던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 “조각이란,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장소”라던 조각가 리처드 세라, “나는 ‘예술에 내 인생을 바쳤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예술이 내 삶을 ‘줬다’고 하고 싶다”고 말한 추상화의 거장 프랭크 스텔라. 그들은 사람들의 추억 속에 존재한다. “오겐키데스카? 와타시와 겐키데스(잘 지내나요? 나는 잘 지내요)”라는 영화 ‘러브 레터’ 속 나카야마 미호의 외침은 ‘태양의 가득히’ 속 알랭 들롱의 눈빛만큼이나 강렬하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라던 신경림 시, “난 뒷것이야, 너희는 앞것이고”라고 한 김민기의 노래와 연극도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다. 1년
‘책마을’은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읽을 만한 신간을 골라 매주 토요일자 지면에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주에는 8권을 골랐습니다. 이 책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모았습니다. 링크를 누르면 자세한 서평을 읽을 수 있습니다. 링크는 아르떼에서만 작동합니다.<다시, 리더란 무엇인가>리더가 역사를 만드는가, 역사가 리더를 만드는가? 나라 경제가 주저앉았을 때 필요한 리더는 누구인가? <다시, 리더란 무엇인가>는 이런 질문에 답합니다. 역사학자인 모식 템킨 미국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가 썼습니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마하트마 간디, 마틴 루서, 로버트 맥나마라, 마거릿 대처 등을 진정한 리더란 어떠한지 살핍니다. 서평 읽기(책 리뷰를 읽고 싶으면 클릭하세요) <2024년 출판계 10대 뉴스>2024년 출판계 10대 뉴스를 살펴봤습니다. 연초부터 소설가 황석영의 국제부커상 최종 후보, 서울국제도서전 흥행,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까지 경사가 이어졌습니다. 출판 시장은 상시 불황이라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책을 찾았습니다. Z세대 사이에선 책 읽는 모습을 자랑하는 텍스트힙이 유행했고, 전 연령층에 걸쳐 필사 열풍도 불었다. 출판계에 희망이 싹튼 한 해였습니다.서평 읽기(책 리뷰를 읽고 싶으면 클릭하세요) <하루 한 장, 작지만 큰 변화의 힘>국내 1호 기록학자인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쓴 책입니다. 삶을 변화시키는 작지만 꾸준한 실천의 힘을 강조합니다. 한국기록학회장과 한국국가기록연구원장 등을 역임하며 국가기록관리 제도의 근간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 김 교수는 이 책에서 매일의 작은 생각 습관이 지금
상장지수펀드(ETF)의 시대다. 199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ETF는 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펀드를 말한다. 펀드 매니저가 운용하는 뮤추얼 펀드보다 수수료가 낮고, 환매를 기다릴 필요 없이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아 ‘최고의 투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특히 해외 주식, 테마 주식, 인버스, 채권, 금, 원유, 비트코인 등 어떤 자산이든 ETF로 투자할 수 있어 투자의 문턱을 크게 낮췄다. <ETF 투자 7일 완성>은 ETF를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다. ETF 구성 원리부터 종류, 세금과 수수료, 구체적인 투자 섹터, 포트폴리오 구성 방법, 국가별 지수 ETF의 특징 등을 쉽게 알려준다. 책을 쓴 신성호는 한국투자신탁운용, IBK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등에서 12년 동안 펀드 매니저로 일한 뒤 신한은행 투자상품부로 자리를 옮겨 6년 동안 투자상품 전략을 제시했다. 지금은 한국경제신문에서 KEDI 지수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KEDI 지수를 추종하는 28개 ETF 순자산은 최근 3조원을 넘었다. 요즘 주식시장은 개별 기업 실적보다 ‘테마’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뜨거운 관심을 받았을 때 엔비디아가 ‘대장주’ 역할을 했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만드는 SK하이닉스, 반도체 장비사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를 파는 케이던스, AI 서버 구축을 돕는 오라클 등이 다 같이 올랐다. 이럴 때 AI 관련 주식에 한 번에 투자할 수 있는 테마 ETF가 제격이다. 원자력, 비만치료제, 로보틱스, 방위 사업 등 다양한 테마형 ETF가 있다. 서로 다른 분야의 기업인 테슬라와 엔비디아에 동시에 투자하는 ETF도 있다. 책은 요즘
경사가 가득했다. 한강과 황석영 등 한국 작가들이 세계에서 주목받았고, 출판 시장은 상시 불황이라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책을 찾았다. 서울국제도서전에 사람이 몰리고 Z세대 사이에선 책 읽는 모습을 자랑하는 텍스트힙이 유행했다. 전 연령층에 걸쳐 필사 열풍이 불고 한국 소설이 잇달아 영상화됐다. 출판계에 희망이 싹튼 한 해였다.1. 한강, 아시아 여성 첫 노벨문학상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아시아 여성 작가로도 처음이었다. ‘한강 열풍’이 불며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등 대표작들이 수상 발표 5일 만에 100만 부 넘게 팔렸다. 인쇄소는 밤새워 책을 찍어내야 했다.2. 독서는 멋진 일 ‘텍스트힙’ 유행20대인 Z세대에 ‘읽는 것은 멋지다’는 텍스트힙이 유행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에 책 읽는 모습, 책 표지, 책 속 문장 등을 찍어 올린다. 과시용 독서라는 힐난도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출판계도 반색했다. 문학동네가 카프카 100주기를 맞아 홍익대에 단 3일 연 팝업스토어 카페 ‘뮤지엄 카프카’엔 600여 명이 몰려 상품이 일찍 동나기도 했다.3. 스마트폰 시대에 ‘필사책’ 열풍책 속 문장을 손으로 쓰는 필사가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마음의 안정을 찾고 문해력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텍스트힙과도 맞물렸다.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 <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등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상반기에만 100여 종의 필사책이 출간됐다.4. 쇼펜하우어·니체 등 철학서 인기새해 벽두부터 쇼펜하우어 바람이 불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는 영화 ‘아바타’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저자 네몬테 넨키모는 에콰도르 아마존 열대우림에 사는 와오라니 부족 사람이다. 정부가 아마존 땅을 석유 기업들에 경매로 부치려는 계획에 맞서 소송을 벌여 승소를 끌어낸 주역이다. 넨키모의 회고록인 이 책은 그가 열대 우림 깊은 곳의 와오라니 마을에서 보낸 어린 시절부터 2020년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꼽힌 환경 운동가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기록했다. 넨키모가 어렸을 때 평화롭던 마을에 비행기를 타고 외부인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사탕, 옷, 귀걸이, 인형 등을 가져왔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신기한 물건을 가진 선교사가 찾아왔고, 부족을 ‘구원’한다는 명분으로 원주민 문화를 하나씩 지워나갔다. 뒤이어 석유 기업과 정부 소속 사람들이 방문해 돈을 쥐여주며 부족민들을 공사 현장으로 데려갔다. 마을의 한 원로는 빵과 코카콜라를 받고선 내용도 잘 모르는 계약서에 지장을 찍고는 석유회사가 학교와 병원을 지어주기로 했다며 자랑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외부 문명에 매혹된 것은 주인공인 넨키모도 마찬가지였다. “너도 신의 딸이 될 수 있다”는 선교사의 말에 이끌려 열 네 살에 마을을 떠나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성경 공부를 했다. 하지만 선교사 중 한 명에게서 반복적으로 성폭행을 당하는 등 갖은 고난을 겪고 탈출했다.돌아온 마을은 옛날과 달랐다. 젊은 와오라니족 사람들은 맥주와 돈에 유혹당했고, 석유 기업들의 횡포는 더 커졌다. 석유 채굴 과정에서 식수원이 오염되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을 마시던 부족이 되
놀라운 소식이 가득했다. 연초부터 소설가 황석영의 국제부커상 최종 후보, 서울국제도서전 흥행,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까지 경사가 이어졌다. 출판 시장은 상시 불황이라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책을 찾았다. Z세대 사이에선 책 읽는 모습을 자랑하는 텍스트힙이 유행했고, 전 연령층에 걸쳐 필사 열풍도 불었다. 한국 소설의 영상화도 잇달았다. 출판계엔 희망이 싹튼 한 해였다. 1. 노벨문학상 받은 한강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아시아 여성 작가로도 처음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상을 준 이유를 설명했다. 서점가에선 ‘한강 열풍’이 불었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등 한강 책이 베스트셀러를 점령했다. 5일 만에 100만부 넘게 팔렸고, 인쇄소는 밤새 책을 찍어내야 했다. 2. 황석영, 국제부커상 최종 후보 황석영의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가 영어로 번역된 책 중에 수상작을 가리는 국제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심사위원들은 “서구에서 보기 힘든, 한국에 관한 포괄적이고도 총체적인 작품”이라 평가했다. 한국 작가 책이 최종 후보에 오른 것 벌써 다섯 번째. 2016년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한국인 최초로 이 상을 받았고, 정보라의 <저주토끼>, 천명관의 <고래> 등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3. ‘정부 지원 없는’ 서울국제도서전 흥행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의 다툼 속에 국내 최대 책 축제인 서울국도제서전이 정부 지원 없이 열렸다. 흥행은 대성공이었다. 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미국 소설가다. 현대 심리 스릴러의 토대를 쌓은 인물로 꼽힌다. ‘불안의 시인’이라고도 불린다. 대표작은 1955년 발표한 장편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다. 가짜 신분을 꾸며내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사이코패스 톰 리플리가 주인공이다.이 소설은 영화 ‘태양은 가득히’(1961년)와 ‘리플리’(1999년)에 이어 올해 넷플릭스 8부작 드라마 ‘리플리’까지 여러 번 영상화됐다. 하이스미스 소설들은 리플리 같은 캐릭터로 가득하다.이면에는 하이스미스 자신의 어두운 성장 과정이 자리했다. 1921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태어났는데, 그가 태어나기 불과 열흘 전 부모님이 이혼했다. 하이스미스는 어린 시절을 ‘작은 지옥’이라고 회상했다. 열두 살 땐 어머니가 말도 없이 1년 동안 잠적해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았다.임근호 기자
“올해 초까지만 해도 막연했는데, 초록우산 멘토링을 통해 지금은 간호사라는 명확한 목표가 생겼어요. 목표가 생기니 걱정보다는 설렘을 안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전민주(21·가명) 씨는 요즘 간호사가 되기 위해 할 일을 알아보고 정리하느라 분주하다. 전 씨는 지난해 시설에서 나온 뒤 공과금 납부부터 생활비 마련, 진로 탐색 등 현실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고민이나 걱정거리를 나눌 사람도 없어 홀로 전전긍긍했다. 그런 전 씨에게 올해 참여했던 초록우산 멘토링은 특별했다.“멘토링을 통해 기쁨과 슬픔을 넘어선 다양한 감정을 느꼈고, 그 과정에서 저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었어요. 특히 제가 가진 강점 중 하나로 저 스스로가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죠. ‘나’라는 사람이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겼고, 앞으로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이겨낼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 사내코치 활동 중인 회사원들 멘토 참여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은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해 올해 멘토링 사업 ‘나다운 자립코칭’을 진행했다. 자립준비청년으로 구성된 멘티 54명은 멘토 54명과 짝을 이뤄 10회에 걸쳐 멘토링에 참여했다. 멘토들은 한국코칭협회에서 인증받고 현재 유수의 기업에서 사내코치로 활동 중인 회사원으로 본 사업에는 재능기부로 참여했다.초록우산은 각 분야 전문가인 멘토들이 자립준비청년의 특성과 상황을 더 잘 이해하고 전문적인 멘토링이 진행할 수 있도록 7명의 ‘코치 수퍼바이저’ 그룹도 운영했다. 이를 통해 멘토들에게 정기적으로 활동 피드백과 슈퍼비전을 제공하며 자립
일본 교토 시내는 오닌의 난(1467~1477)으로 대부분 불탔다. 이후 권력을 잡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재건했다. 현재 우리가 보는 교토 풍경이 이때 만들어졌다. 교토는 원래 바둑판 구조였다. 한 블록이 정방형에 가까웠다. 문제는 길과 맞닿지 않는, 가운데 공간이 낭비된다는 점이었다. 도요토미는 정사각형 블록을 가로지르는 길을 새로 내도록 했고, 지금의 직사각형 블록이 됐다.<도시를 거닐면 일본사가 보인다>는 ‘가깝고 먼 나라’인 일본의 도시와 역사를 다룬 책이다. 책을 쓴 박진한 인천대 일본지역문화학과 교수는 도쿄, 오사카, 교토 등 일본 도시 13곳을 살핀다. 도시를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일본은 실권이 없는 천황 대신 여러 무사 정권이 권력을 잡았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가 이동하며 새로운 도시가 등장했다. 오늘날 일본을 대표하는 도시들은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저자는 말한다.일본인에게 마음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아스카, 일본 최초의 도성인 후지와라경, 사슴 공원과 도다이사로 유명한 나라, 천년의 역사를 가진 교토 등이 그런 예다. 요코하마, 기타큐슈, 히로시마는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 국민국가의 수립, 산업화, 제국주의 팽창 그리고 2차 세계대전 패전에 이르는 과정에서 흥망성쇠를 경험한 도시다.책은 일본 도시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통해 일본이라는 단일한 국가 내러티브로 수렴되지 않는 다양한 모습과 근대화의 양면성을 보여준다.임근호 기자
옛날에 벌어진 일을 평가하기란 쉽다.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 왜 이렇게 하지 않았는지 쉽게 비난한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에게 역사는 현재의 일이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현재 벌어지는 일마저 어떤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는지 파악하기 힘들다.요즘 역사계에선 당시 사람들의 시선에서 역사의 현장을 바라보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쓴 <그들의 대한제국 1897~1910>도 그런 책이다. 조선이 무너지고 일제의 지배를 받기 전 혼란스러웠던 대한제국 시기를 다섯 사람의 시선에서 생생하게 되살려낸다.서구 문물을 앞장서 수용한 지식인이자 정치인 윤치호, 천주교를 포교하면서 대한제국 권력의 지근거리에서 정국을 지켜본 프랑스인 신부 귀스타브 뮈텔, 당대의 인물과 사건을 예리하게 관찰하면서 자신의 관점에서 역사책을 남긴 지식인 정교와 언론인 황현, 일반 백성 입장에서 당시를 바라본 상공인 지규식이 그 주인공이다. 책은 이들이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했다.김 교수는 “독자들이 나를 비롯한 여러 학자의 연구서에 아랑곳하지 않고 타임머신을 타고 대한제국 시대로 가서 그 시대의 인물이 돼 당대를 느끼고 고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책을 쓴 이유를 밝혔다.책은 대한제국의 주요 사건을 발생 순서에 따라 상세하게 다룬다. 1896년 2월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한 아관파천이 벌어졌을 때 윤치호는 자신의 일기에 “폐하가 적들의 땅에서 벗어난 것은 기쁜 일”이라면서도 “폐하가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심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변화를 통해 나라의 진정
‘참치’라고도 불리는 다랑어는 먹을 부분이 많다. 온몸이 근육이다. 내장이 든 복강은 최소한의 공간만 차지한다. 이유가 있다. 다랑어는 늘 쉬지 않고 헤엄쳐야 한다. 잠잘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지 않으면 물속으로 가라앉아 익사하고 만다. 다른 물고기와 달리 아가미를 적극적으로 퍼덕일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숨을 쉬려면 입을 벌린 채 빨리 헤엄쳐 물이 아가미를 지나가게 해야 한다.젊은 다랑어는 매일 자기 몸무게와 맞먹는 먹이를 먹고, 매년 몸무게가 두 배씩 불어난다. 그래서 다랑어는 인간에게 맛도 좋고, 먹을 부분도 많은 최고의 식량 자원이 됐다. 참치회로 쓰이는 참다랑어는 어찌나 많이 먹는지 현재 멸종 위기에까지 처했다.<바다의 천재들>은 다랑어살만큼이나 내용이 알찬 책이다. 생물물리학자인 빌 프랑수아가 쓰고, 일러스트레이터인 발랑틴 플레시가 그림을 그렸다. 물리학자의 시선으로 바다 생물의 경이로운 능력을 탐색하는 책이다.멸치는 식탁에 자주 올라오는 생선이다. 바다에서 보는 것은 쉽지 않다. 크기가 작아서가 아니다. 수천 마리의 멸치 떼가 앞에서 지나가도 알아차리기 어렵다. 일종의 투명 망토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얇은 은빛 층이 온몸을 뒤덮고 있어 멸치의 피부는 반짝인다. 그 덕분에 주변 바다의 색을 똑같이 띠면서 시야에서 사라진다. 멸치를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이유는 멸치 떼가 있을 만한 곳에 그물을 쳐놓았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고 잡는 것은 아니다.과학자들은 멸치의 은빛 층에 반사성이 아주 뛰어난 구아닌 결정이 여기저기 많이 박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아주 작은 거울 역할을 해 어느 각도에서 보든 빛을 균일하게 반사
옛날에 벌어진 일을 평가하기란 쉽다.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 왜 이렇게 하지 않았는지 쉽게 비난한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에게 역사는 항상 현재의 일이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현재 벌어지는 일마저 어떤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그래서 요즘 역사계에선 당시 사람들의 시선에서 역사의 현장을 바라보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쓴 <그들의 대한제국 1897~1910>도 그런 책이다. 조선이 무너지고 일제의 지배를 받기 전 혼란스러웠던 대한제국 시기를 다섯 사람의 시선에서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서구 문물을 앞장서 수용한 지식인이자 정치인 윤치호, 천주교를 포교하면서 대한제국 권력의 지근거리에서 정국을 지켜본 프랑스인 신부 귀스타브 뮈텔, 당대의 인물과 사건을 예리하게 관찰하면서 자신의 관점에서 역사책을 남긴 지식인 정교와 언론인 황현, 일반 백성 입장에서 당시를 바라본 상공인 지규식이 그 주인공이다. 책은 이들이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했다. 김 교수는 “독자들이 나를 비롯한 여러 학자의 연구서에 아랑곳하지 않고 타임머신을 타고 대한제국 시대로 가서 그 시대의 인물이 되어 당대를 느끼고 고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책을 쓴 이유를 밝혔다. 책은 아관파천, 대한제국 수립, 만민공동회 해산, 러일 전쟁, 을사늑약 등 대한제국의 주요 사건 사건을 발생 순서에 따라 상세하게 다룬다. 1896년 2월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한 아관파천이 벌어졌을 때 윤치호는 자신의 일기에 “폐하가 적들의 땅에서 벗어난 것은 기쁜 일&r
‘참치’라고도 불리는 다랑어는 먹을 부분이 많아. 온몸이 근육이다. 내장이 든 복강은 최소한의 공간만 차지하고 있다. 이유가 있다. 다랑어는 늘 쉬지 않고 헤엄쳐야 한다. 잠잘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지 않으면 물속으로 가라앉아 익사하고 만다. 다랑어는 다른 물고기와 달리 아가미를 적극적으로 퍼덕일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숨을 쉬려면 입을 벌린 채 빨리 헤엄쳐 물이 아가미를 지나가게 해야 한다. 젊은 다랑어는 매일 자기 몸무게와 맞먹는 먹이를 먹고, 매년 몸무게가 두 배씩 불어난다. 그래서 다랑어는 인간에게 맛도 좋고, 먹을 부분도 많은 최고의 식량 자원이 됐다. 참치회로 쓰이는 참다랑어는 어찌나 많이 먹는지 현재 멸종 위기에까지 처했다. <바다의 천재들>은 다랑어 살 만큼이나 내용이 알찬 책이다. 프랑스 생물물리학자인 빌 프랑수아가 쓰고, 일러스트레이터인 발랑틴 플레시가 그림을 그렸다. 물리학자의 시선으로 바다 생물의 경이로운 능력을 탐색하는 독특한 책이다. 멸치는 식탁에 자주 올라오는 생선이다. 하지만 바다에서 보는 것은 쉽지 않다. 크기가 작아서가 아니다. 수천 마리의 멸치 떼가 앞에서 지나가도 언뜻 알아차리기 어렵다. 일종의 투명 망토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투명한 비늘 아래, 얇은 은빛 층이 온몸을 뒤덮고 있어 멸치의 피부는 반짝인다. 덕분에 주변 바다의 색을 똑같이 띠면서 시야에서 사라진다. 멸치를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이유는 멸치 떼가 있을 만한 곳에 그물을 쳐놓았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고 잡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멸치의 은빛 층에 반사성이 아주 뛰어난 구아닌 결정이 여기저기 많이 박혀 있다는 사실을 알아
일본 교토 시내는 오닌의 난(1467~1477년)으로 대부분 불탔다. 이후 권력을 잡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재건됐다. 현재 우리가 보는 교토 풍경이 이때 만들어졌다. 교토는 원래 바둑판 구조였다. 한 블록이 정방형에 가까웠다. 문제는 길과 맞닿지 않는 가운데 공간이 낭비된다는 점이었다. 히데요시는 정사각형 블록을 가로지르는 길을 새로 내도록 했고, 지금의 직사각형 블록이 됐다. <도시를 거닐면 일본사가 보인다>는 ‘가깝고 먼 나라’인 일본의 도시와 역사를 다룬 책이다. 책을 쓴 박진한 인천대 일본지역문화학과 교수는 도쿄, 오사카, 교토 등 일본 도시 13곳을 살핀다. 도시를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일본은 실권이 없는 천황 대신 여러 무사 정권이 권력을 잡았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가 이동하며 새로운 도시가 등장했다. 오늘날 일본을 대표하는 도시들은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본인에게 마음의 고향이라 불리는 아스카, 일본 최초의 도성인 후지와라경, 사슴 공원과 도다이사로 유명한 나라, 천년의 역사를 가진 교토 등이 그런 예다. 지금은 지방 중소 도시에 불과한 하기와 가고시마는 메이지 유신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사쓰마번과 조슈번의 본거지이자 삿초동맹 이후 막부에 반기를 들고 일어난 도막 운동의 중심지였다.요코하마, 기타큐슈, 히로시마는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 국민국가의 수립, 산업화, 제국주의 팽창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패전에 이르는 과정에서 수많은 위기를 넘기며 흥망성쇠를 경험한 도시들이다. 책은 개항 이후 여러 도시가 겪은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통해 일본이라는 단일한 국가 내러티
“오늘 무지개다리를 건넌 두희는 17년을 함께한 나의 반려동물이다. 나는 처음으로 두희를 마음껏 쓰다듬었다. 빳빳하지만 부드러운 털들이 손끝을 지나갔다.”정덕시 작가의 장편소설 <거미는 토요일 새벽>의 첫 문장이다. 이어지는 문장은 ‘반려동물’에 대한 익숙한 기대를 깬다. “나의 이십대와 삼십대를 함께한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나를 위로할 것이다. 하지만 두희가 거미란 것을 알게 되면 어떤 사람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두희가 타란툴라라는 것을 알게 되면 질문들이 쏟아진다.”타란툴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거미류로 독성을 지녔다. 정 작가의 소설은 한국경제신문과 은행나무 출판사가 한국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만든 ‘제1회 아르떼문학상’ 수상작이다. 응모작 367편 가운데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위원들은 “개나 고양이와 달리 인간과 교감이 힘든, 거의 절대적인 단절 상태인 거미를 반려동물로 다룬 점이 굉장히 흥미롭다”고 평했다.소설은 주인공 수현이 거미 두희를 기억하고 두희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천천히 따라간다. 반려 거미에 쏟아지던 호기심과 혐오, 거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족들과의 갈등, 거미 두희를 인공적인 환경에 키우는 일에 대한 고찰, 그리고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던 두희의 빈자리를 확인하는 일까지, 주인공은 천천히 애도의 과정을 통과하며 둘 사이의 관계를 반추한다.요즘 유행하는 ‘펫로스’란 주제, 거미라는 독특한 소재에만 기대지 않는다. 이 소설의 미덕은 인간 중심적이고 따듯하기만 한 손쉬운 결론에
2010년 2월 그리스를 시작으로 유로화 위기가 찾아왔다. 당시 독일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에게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말했다. “그리스에 필요한 건 돈입니다. 도와야 한다면 지금 도와야 합니다.” 메르켈은 답했다. “당연히 나도 돕고 싶습니다. 우린 모두 유로존의 일원이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그렇지만 돈은 절대 내놓을 수 없습니다.”<자유>는 메르켈 전 총리가 쓴 회고록이다. 최근 세계 32개국에 동시 출간됐다. 메르켈이 동독에서 산 35년과 통일 독일에서 지낸 35년의 삶을 돌아본다. 사람들이 메르켈 회고록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어린 시절, 젊은 시절보다는 총리로 재임한 16년간의 일이다. 그는 합리적이고 차분한 리더십으로 호평받았지만 되돌아보면 많은 실책을 저질렀다.유로화 위기 상황이 악화할 대로 악화한 뒤에야 행동에 나섰고, 그것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등에 떠밀려 마지못해 하는 모습이었다. 메르켈은 초저금리일 때도 균형 재정을 앞세워 인프라 투자를 하지 않아 독일의 기반 시설 개선 기회를 놓쳤다.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하면서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높였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야욕을 알고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회고록에서 이런 실책에 대한 성찰은 잘 보이지 않는다. 몇 가지 사소한 실수는 인정하지만 대체로 자신의 주요 결정을 옹호한다. 예컨대 러시아 가스를 쓰지 않았다면 독일의 에너지 비용이 너무 비쌌을 것이라며 당시로선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말한다.회고록은 별다른 꾸밈이 없다. 반성도 없지만 업적을 요란하게 치장하지도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메르켈을 드러낸다. 성숙하고
“따분하다.”세계적 디자이너이자 건축가로 2027년 완공될 예정인 서울 노을섬 공중 보행로를 설계한 토마스 헤더윅이 현대 도시와 건축물에 내린 평가다. 그는 자신의 책 <더 인간적인 건축>에 이렇게 썼다. “따분한 풍경을 걷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데 올해도, 내년에도 따분한 집에서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따분한 사무실, 따분한 공장, 따분한 창고, 따분한 병원, 따분한 학교에서 평생을 일해야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1970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헤더윅은 ‘우리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린다. 그가 좋아하는 건물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카사 밀라다. 안토니오 가우디가 1912년 지은 이 주거용 건물은 물결치듯 구불구불한 외관이 특징이다. 모더니즘 열풍이 불면서 이후 세계 곳곳에 지어진 건물들은 네모반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헤더윅의 말을 빌리자면 너무 평평하고, 너무 밋밋하고, 너무 직선적이고, 너무 반짝이고, 너무 단조롭고, 너무 진지하다.모든 건물을 카사 밀라처럼 지을 순 없다. 이런 건물은 비싸다. 짓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 헤더윅 역시 이 점을 인정한다. 다만 평범한 건물이라도 조금만 신경 쓰면 지금보다 덜 따분한 건물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런던, 프랑스 파리 등의 옛 건물들을 보면 비슷비슷하게 생겼지만 그 속에 차이가 있고 이를 통해 리듬이 생겨난다는 것이다.임근호 기자
“오늘 무지개다리를 건넌 두희는 17년을 함께한 나의 반려동물이다. 나는 처음으로 두희를 마음껏 쓰다듬었다. 빳빳하지만 부드러운 털들이 손끝을 지나갔다.” 정덕시 작가의 장편소설 <거미는 토요일 새벽>의 첫 문장이다. 이어지는 문장은 ‘반려동물’에 대한 익숙한 기대를 깬다. “나의 이십대와 삼십대를 함께한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나를 위로할 것이다. 하지만 두희가 거미란 것을 알게 되면 어떤 사람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두희가 타란툴라라는 것을 알게 되면 질문들이 쏟아진다.” 타란툴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거미류로 독성을 가지고 있다. 정 작가의 소설은 한국경제신문과 은행나무 출판사가 한국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만든 ‘제1회 아르떼문학상’ 수상작이다. 367편의 응모작 가운데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위원들은 “개나 고양이와 달리 인간과 교감이 힘든, 거의 절대적인 단절 상태인 거미를 반려동물로 다룬 점이 굉장히 흥미롭다”고 평했다. 소설은 주인공 수현이 거미 두희를 기억하고 두희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천천히 따라간다. 반려 거미에 쏟아지던 호기심과 혐오, 거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족들과 갈등을 빚은 일, 거미 두희를 인공적인 환경에 키우는 일에 대한 고찰, 그리고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던 두희의 빈자리를 확인하는 일까지, 주인공은 천천히 애도의 과정을 통과하며 둘 사이의 관계를 반추하고 상실을 받아들인다. 요즘 유행하는 ‘펫로스’란 주제, 거미라는 독특한 소재에만 기대지 않는
2010년 2월 그리스를 시작으로 유로화 위기가 시작됐다. 당시 독일 총리였던 앙겔라 메르켈에게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말했다. “그리스에 필요한 건 돈입니다. 도와야 한다면 지금 도와야 합니다.” 메르켈은 답했다. “당연히 나도 돕고 싶습니다. 우린 모두 유로존의 일원이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그렇지만 돈은 절대 내놓을 수 없습니다.” <자유>는 메르켈 전 총리가 직접 쓴 회고록이다. 최근 세계 32개국에 동시 출간됐다. 메르켈이 동독에서 살았던 35년과 통일 독일에서 살아온 35년의 삶을 돌아본다. 사람들이 메르켈 회고록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어린 시절, 젊은 시절보다는 총리로 재임했던16년간의 일이다. 그는 합리적이고 차분한 리더십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많은 실책을 저질렀다. 유로화 위기는 상황이 악화할 대로 악화한 뒤에야 행동에 나섰고, 그것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등에 떠밀려 마지못해 하는 모습이었다. 메르켈은 초저금리일 때도 균형 재정을 앞세워 인프라 투자를 하지 않아 독일의 기반 시설 개선 기회를 놓쳤다.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하면서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야욕을 알고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회고록에서 이런 실책에 대한 성찰은 잘 보이지 않는다. 몇 가지 사소한 실수에 대해선 인정하지만 대체로 자신의 주요 결정을 옹호한다. 예컨대 러시아 가스를 쓰지 않았다면 독일의 에너지 비용이 너무 비쌌을 것이라며 당시로선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말한다. 회고록은 별다른 꾸밈이 없다. 반성도 없지만 업적을 요란하
“따분하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토마스 헤더윅이 현대 도시와 건축물에 내린 평가다. 그는 자신이 쓴 <더 인간적인 건축>에 이렇게 썼다. “따분한 풍경을 걷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데, 올해도 내년에도 따분한 집에서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따분한 사무실, 따분한 공장, 따분한 창고, 따분한 병원, 따분한 학교에서 평생을 일해야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1970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헤더윅은 ‘우리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린다. 그는 건축뿐 아니라 온갖 것을 디자인한다. 펭이 의자 ‘스펀 체어’가 그의 작품이다. 런던의 새 이층 버스 디자인, 2012 런던 올림픽 성화봉도 디자인했다. 미국 뉴욕의 명소가 된 베슬과 리틀 아일랜드, 구글의 마운틴 뷰 본사, 일본 도쿄의 아자부다이 힐스 등의 건축물을 설계했다. 한국엔 2027년 완공 예정인 서울 노을섬 공중 보행로가 있다. 그가 좋아하는 건물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까사 밀라다. 안토니오 가우디가 1912년 지은 이 주거용 건물은 물결치듯 구불구불한 외관이 특징이다. 하지만 모더니즘 열풍이 불면서 이후 세계 곳곳에 지어진 건물들은 네모반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헤더윅의 말을 빌리자면 “너무 평평하고, 너무 밋밋하고, 너무 직선적이고, 너무 반짝이고, 너무 단조롭고, 너무 진지하다”모든 건물을 까사 밀라처럼 지을 순 없다. 이런 건물은 비싸다. 짓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 도시에 필요한 건물을 제때 공급하려면 타협이 필요하다. 헤더윅 역시 이 점을 인정한다. 다만 평범한 건물이라도 조금만 신경 쓰면 지금보다 덜 따분한 건물이
‘책마을’은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읽을 만한 신간을 골라 매주 토요일자 지면에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주에는 8권을 골랐습니다. 이 책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모았습니다. 링크를 누르면 자세한 서평을 읽을 수 있습니다. 링크는 아르떼에서만 작동합니다.<컨플릭트>‘전쟁 백과사전’이라 할만합니다. 중국 국공내전(1946~1949)부터 현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28개 현대전을 살펴봅니다. 책을 쓴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는 미 육군에서 37년 복무하며 미국 중부사령부 사령관, 이라크 주둔 연합군 사령관, 아프가니스탄 주둔 연합군 사령관을 지냈습니다. 모든 전쟁은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항상 잘못된 판단이 이뤄지고, 혼란이 뒤따릅니다. 저자들은 ‘오판이 가득한 전쟁’의 예로 한국전쟁(1950~1953)을 듭니다. 서평 읽기(책 리뷰를 읽고 싶으면 클릭하세요)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2022년 ‘아동문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은 이수지 작가, <용을 찾아서>로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아동문학상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칼데콧 명예상을 한국인 최초로 차호윤 작가의 인터뷰도 전합니다. 차호윤 작가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침대맡에서 읽어준 동화책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서평 읽기(책 리뷰를 읽고 싶으면 클릭하세요) <인공지능 시대에는 누가 부자가 되는가>요즘 세상의 화두는 인공지능(AI)입니다. 기계가 단순노동을 대체하기 시작한 산업혁명 때처럼 세상은 커다란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누가 부자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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