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출판사 편집자였어요. 2019년 런던 도서전 출장 가서 머물던 호텔에서 메이드(객실 청소부)와 마주친 경험이 저를 작가로 이끌었습니다. 최근 서울와우북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캐나다 소설가 니타 프로스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메이드>를 데뷔작으로 쓰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회의를 마치고 잠깐 올라간 방에서 메이드와 마주쳤어요. 서로 깜짝 놀랐죠. 구석으로 뒷걸음질 치는 메이드 손에는 제가 침대에 아무렇게나 던져둔 땀에 전 조깅 바지가 들려 있었어요.”그때 깨달았다고 했다. 메이드가 얼마나 눈에 띄지 않는 존재인지, 메이드가 객실 고객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며칠 뒤 집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 주인공 몰리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종이가 없어 컵 밑에 있던 냅킨에 받아 적었죠. 그게 <메이드>의 서문이 됐습니다.” 그 서문은 “나는 당신의 메이드다. 당신이 객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내가 무엇을 보게 될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신나서 구경하러 나갈 때 유령처럼 방에 들어가 청소하는 사람이다.”로 시작한다. 2022년 출간된 이 추리소설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프로스는 앤서니상, 배리상, 굿리즈 초이스상 등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한국엔 2023년 출간됐다. 주인공 몰리는 사회성이 부족하고 소통 장애를 가졌지만, 순수하고 따뜻한 품성을 지닌 메이드다. 어느날 호텔방에서 악명 높은 재벌 회장의 시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독특하고 미심쩍은 행동 탓에 몰리는 단순한 목격자가 아닌 용의자로 의심받게 된다. 책은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지만, 몰리
회고록은 매력적인 장르다. 몇 년 전 출간된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의 회고록 <슈독>은 찬사를 받았다. 가진 것이라곤 무모한 열정과 끈기밖에 없던 청년이 맨땅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기업을 일군 이야기를 솔직하면서도 위트있게, 또 생생하게 전했다. 국내에서도 회고록 출간이 늘고 있다. 좋은 평가를 받는 책은 드물다. 자기 자랑, 폭로성 회고, 무미건조한 사실의 나열 등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 타인을 쓰다>는 회고록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 베스 케파트는 미국 작가이며, 펜실베이니아대에서 회고록 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저자는 회고록을 쓰려면 먼저 “자신의 입장을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분노, 자기 과시, 부당함, 불운, 절망, 화를 지나 자비로 나아가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회고록 작가는 행동을, 선택을, 기분을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했다. 많은 회고록이 이 지점에서 실패한다. 가해자를 고발하면서 실패하고, 글의 예술성을 구현하지 못해 실패한다. ‘내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만드는 공감 능력에서 패배하기도 한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경기에 이를 수 없다. 회고록 쓰기도 다른 글쓰기와 다르지 않다. 기초부터 쌓아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책은 작은 것부터 써볼 것을 권한다. 일상의 한 부분을 짧은 메모로 남기는 것, 일기를 쓰는 것, 블로그를 하는 것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그렇게 쓰다 보면 들떴던 감정은 가라앉고, 미처 몰랐던 자신의 생각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에 따르면, 회고록은 사실을 쓰는 글이 아니다. 진실
‘책마을’은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읽을 만한 신간을 골라 매주 토요일자 지면에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주에는 8권을 골랐습니다. 이 책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모았습니다. 링크를 누르면 자세한 서평을 읽을 수 있습니다. 링크는 아르떼에서만 작동합니다.<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좁은 회랑>, <권력과 진보>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책을 소개합니다. 3권의 책 모두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가 주저자로 썼습니다. 책들은 국가 간 빈부격차의 원인을 분석하고, 시민 사회와 국가 권력 사이의 균형을 강조하고, 인공지능 등 기술 발전이 사회 전체의 진보로 이어질 수 있는 방법을 살핍니다. 다양한 사례를 들어 경제학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아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들입니다. 논증이 엄밀하지 않다는 비판도 듣지만 저자들의 아이디어는 눈여겨볼 만합니다. 서평 읽기(책 리뷰를 읽고 싶으면 클릭하세요) <넥서스>인공지능(AI)이 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괜찮을까요? <사피엔스>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는 6년 만에 낸 신간 <넥서스>를 통해 ‘AI의 위험성’에 경각심을 가질 것을 권합니다. AI가 이전의 다른 기술과 다른 점은 스스로 배우고 결정하는 능동적인 행위자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AI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확실하게 알 수 없고, AI를 통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하라리는 지적합니다. 규제를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인간 사회는 분열돼 협력이 힘든 상황입니다. 경쟁국보다 앞서기 위해 AI 발전에 더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AI 입장에선 규제를 피하기 유리한
“도스토옙스키 소설의 매력은 돈이 전부인 세상을 직시하며 돈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돈의 의미를 제대로 읽어내는 동시에 돈을 넘어서는 절대 불변의 가치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무엇이 삶을 부유하게 만드는가>에서 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명예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책을 다수 번역한 석 교수는 한국에서 첫손에 꼽히는 러시아 문학 전문가다. 그는 이 책에서 도스토옙스키 작품과 그의 삶을 살펴본다.도스토옙스키가 당대의 작가들과 다른 점은 항상 돈에 쪼들렸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 민중을 교화하고 인류에게 신의 섭리를 전달하고 예술의 전당에 불후의 명작을 헌정하려는 거룩한 목적이 아니라 당장 입에 풀칠하기 위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빚을 갚기 위해, 선불로 받은 원고료 때문에 소설을 썼다. 즉 그는 팔리는 소설을 써서 돈을 벌어야 했다.그래서 그는 늘 독자의 기호와 시장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당대 사회와 일반 대중의 마음을 읽어내 그에 부합하는 소설을 쓰려고 노력했다. 놀라운 혜안으로 돈을 이해하고 당대뿐 아니라 미래의 인류 사회에서 돈이 수행하는 막강한 역할을 꿰뚫어 봤다.그는 현실주의자인 동시에 이상주의자였다. “그는 돈이 지배하는 현실적인 관계를 그리는 한편 끊임없이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다른 관계를 꿈꿨다. 그의 작품이 철저하게 이중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석 교수가 이 책과 함께 펴낸 <인생의 허무는 어디에서 오는가>는 톨스토이를 다룬다.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젊은 시절엔 술과 도박을 즐기는 등 방탕한 생활을 했으나 중년기에 접어들며 기독교적 가치관에 깊
“19세기 산업혁명 때의 문제가 21세기에도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소수의 나라가 산업혁명을 주도했고, 앞선 기술로 세계를 정복하고 침탈했습니다. 인공지능(AI) 혁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때처럼 몇몇 국가가 선두 주자로 나섰습니다. 세계 다른 국가를 지배하고 착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세계적으로 4500만 부 팔린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가 6년 만의 신작 <넥서스>를 펴냈다. 지난 15일 국내 언론과 한 화상 인터뷰에서 그는 AI로 인한 여러 위험성을 경고했다.그중 하나는 “AI가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행위자”라는 점이다. 지금껏 정보기술은 단순히 인간을 연결하고, 인간의 말과 결정을 기록하는 도구였다. 점토판, 인쇄기, 라디오, 신문, TV 등이 그랬다.“물론 AI의 긍정적인 잠재력은 엄청납니다. 과학 발견, 신약 개발, 기후변화 해결 등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위험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AI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측하기 어렵고, 인류가 만든 어떤 기술보다 통제하기 힘듭니다.”2016~2017년 미얀마에서 자행된 반(反)로힝야 폭력 이면에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례가 그의 책에 실렸다. 유엔 조사에 따르면 ‘사용자 참여 극대화’라는 목표를 부여받은 페이스북 알고리즘은 시행착오를 통해 분노가 참여도를 높인다는 사실을 학습했다. 사람의 명령이 없었지만 이용자의 분노를 자극하는 콘텐츠를 추천하기로 결정했다.하라리는 편향된 데이터를 통해 학습한 AI가 여성, 특정 인종,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품을 수 있는 점, AI 기술의 소유와 접근성에 따라 19세기 산업
1929년 태어난 머리 겔만은 신동이었다. 세 살 때 복잡한 암산을 했다. 월반을 거듭해 14세에 고등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미국의 명문 예일대에 입학했다.고고학이나 언어학을 공부하겠다고 하자 아버지가 말했다. “그따위 학문은 굶어 죽기에 딱 맞지” 하고 물리학을 권했다. “내가 보기에 요즘 물리학은 눈부시게 발전하는 것 같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그렇고 양자 이론이라는 새로운 물리학도 그렇고.”선견지명이 있었다. 겔만은 1969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쿼크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증명한 공로였다. <세 개의 쿼크>는 이런 쿼크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저자 김현철은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다. 원래 시인이 꿈이었다는 그는 전작 <강력의 탄생> 때부터 ‘이야기가 살아 있는’ 대중과학서를 선보이고 있다. <세 개의 쿼크>는 입자물리학과 핵력의 역사를 다룬 삼부작 가운데 두 번째 책이다.물리학자들은 원자가 가장 작은 입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곤 전자, 양성자, 중성자까지 찾아냈는데 1947년 이제껏 본 적 없는 입자 두 개가 우주에서 발견됐다. 이들 입자가 쿼크라는 더 작은 입자로 이뤄져 있을 거라고 이론으로 보여준 사람 중 한 명이 ‘쿼크의 아버지’ 겔만이다.어니스트 로런스, 이휘소 등 다양한 물리학자가 등장하면서 세상의 비밀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임근호 기자
“19세기 산업혁명 때의 문제가 21세기에도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소수의 나라가 산업혁명을 주도했고, 앞선 기술로 세계를 정복하고 침탈했습니다. 인공지능(AI) 혁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때처럼 몇몇 국가가 선두 주자로 나섰습니다. 세계 다른 국가를 지배하고 착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4500만부 팔린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가 6년 만의 신작 <넥서스>를 펴냈다. 지난 15일 국내 언론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그는 AI로 인한 여러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중 하나는 “AI가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행위자”라는 점이다. 지금껏 정보 기술은 단순히 인간을 연결하고, 인간의 말과 결정을 기록하는 도구였다. 점토판, 인쇄기, 라디오, 신문, TV 등이 그랬다.“물론 AI의 긍정적인 잠재력은 엄청납니다. 과학 발견, 신약 개발, 기후 변화 해결 등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위험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AI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측하기 어렵고, 인류가 만든 어떤 기술보다 통제하기 힘듭니다.”2016~2017년 미얀마에서 자행된 반(反)로힝야 폭력 이면에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례가 그의 책에 실렸다. UN 조사에 따르면 ‘사용자 참여 극대화’라는 목표를 부여받은 페이스북 알고리즘은 시행착오를 통해 분노가 참여도를 높인다는 사실을 학습했다. 사람의 명령이 없었지만 이용자의 분노를 자극하는 콘텐츠를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하라리는 편향된 데이터를 통해 학습한 AI가 여성, 특정 인종,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품을 수 있는 점, AI 기술의 소유와 접근성에 따라 19
“도스토옙스키 소설의 매력은 돈이 전부인 세상을 직시하고 돈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돈의 의미를 제대로 읽어내는 동시에 돈을 넘어서는 절대 불변의 가치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무엇이 삶을 부유하게 만드는가>에서 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명예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책을 다수 번역한 석 교수는 한국에서 첫 손에 꼽히는 러시아 문학 전문가다. 그는 이 책에서 도스토옙스키 작품과 그의 삶을 살펴보며 ‘세계적인 대문호’의 너무나도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도스토옙스키가 당대의 다른 작가들과 달랐던 점은 항상 돈에 쪼들렸다는 점이다. 그는 러시아 민중을 교화하고 인류에게 신의 섭리를 전달하고 예술의 전당에 불후의 명적을 헌정하려는 거룩한 목적이 아니라 당장 입에 풀칠하기 위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빚을 갚기 위해, 선불로 받은 원고료 때문에 소설을 썼다. 즉 그는 팔리는 소설을 써서 돈을 벌어야 했다. 그래서 그는 늘 독자의 기호와 시장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당대 사회와 일반 대중의 마음을 읽어내 그에 부합하는 소설을 쓰려고 노력했다. 놀라운 혜안으로 돈을 이해하고 당대뿐 아니라 미래의 인류 사회에서 돈이 수행하는 막강한 역할을 꿰뚫어 보았다. 그의 소설은 현대적이고 통속적이다. 속물적인 소재인 돈을 살인, 치정과 함께 버무려 대중적인 추리 소설과 멜로 드라마의 기본 골격을 충실히 따른다. 한편 그는 현실주의자인 동시에 이상주의자였다. “그는 돈이 지배하는 현실적인 관계를 그리는 한편 끊임없이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다른 관계를 꿈꾸었다. 돈이면
1929년 태어난 머리 겔만은 신동이었다. 세 살 때 복잡한 암산을 했다. 월반을 거듭해 14세에 고등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미국의 명문 예일대에 입학했다.고고학이나 언어학을 공부하겠다고 하자 아버지가 말했다. “그따위 학문은 굶어 죽기에 딱 맞지.” 물리학을 권했다. “내가 보기에 요즘 물리학은 눈부시게 발전하는 것 같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그렇고 양자 이론이라는 새로운 물리학도 그렇고. 너처럼 똑똑한 아이라면, 그건 한번 해볼 만한 학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선견지명이 있었다. 겔만은 1969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쿼크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증명한 공로였다. <세 개의 쿼크>는 이런 쿼크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김현철은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다. 원래 시인이 꿈이었다는 그는 전작 <강력의 탄생> 때부터 ‘이야기가 살아 있는’ 대중과학서를 선보이고 있다. <세 개의 쿼크>는 입자물리학과 핵력의 역사를 다룬 삼부작 가운데 두 번째 책이다. 19세기 말부터 숨 가쁘게 발전한 물리학은 원자가 가장 작은 입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곤 전자, 양성자, 중성자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세 입자면 원자를 만들 수 있었고, 원자는 다시 분자를 이루고, 분자로 물질을 창조할 수 있었다. 1947년 두 명의 영국인이 이제껏 본 적 없는 입자 두 개를 우주에서 발견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이 낯선 입자는 시작에 불과했다. 1962년까지 우주와 가속기에서 발견된 입자는 100개가 훌쩍 넘었다. 이 입자들이 쿼크라는 더 작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을 거라고 이론으로 보여준 사람 중 한 명이 겔만이다. ‘쿼크의 아버지’로 불리는 겔
역대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를 전시하고 있는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에 소설가 한강의 얼굴이 걸린다. 미래의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를 위해 비워놓은 자리다.교보문고 광화문점과 세종로 지하보도를 잇는 출입구 통로엔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초상화를 걸어놓은 전시 공간이 있다. 알베르 카뮈, 가르시아 마르케스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 12명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마리 퀴리, 김대중 등 노벨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부문별 2명씩 총 6개 부문 22명의 초상과 업적을 담은 그림이다. 박영근, 이동재, 이인, 최석운 등 네 명의 중견 화가가 각각의 독특한 화법으로 그렸다.그 가운데 얼굴 부분을 거울로 만든 빈 초상화 공간이 있다. 미래의 노벨상 수상자를 위한 자리다. 소설가 한강이 한국의 두 번째 노벨상이자 첫 번째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2014년 전시 공간을 재조성한 지 10년 만에 이 자리가 채워지게 됐다. 교보문고는 빈 초상화 밑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라며 “이미지는 준비 중”이라고 표시했다.노벨상 전시 공간은 1992년 교보문고 광화문점 재개점 때 처음 선보였다. 교보생명과 교보문고를 세운 대산 신용호 창립자의 아이디어였다. 전시 공간은 2010년 광화문점 리노베이션 후 사라졌다가 10년 전 다시 생겼다.신 창립자는 1992년 대산문화재단을 설립했으며 지금까지 30년 넘게 문학 지원을 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을 산하에 두고 한국 문학책 번역·출간을 지원해왔으며 한강이 2016년 부커상을 받는 데도 기여했다.한강의 책은 노벨문학상 발표가 이뤄진 지 엿새 만인 16일 누적 기준으로 100만 부를 돌파했
“2025년에는 자신을 최고로 만들기 위한 소비 흐름 ‘미-맥싱(Me-Maxing)’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세계 90개국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입소스는 내년 한국에서 나타날 주요 흐름 가운데 하나로 미-맥싱을 꼽았다. 입소스코리아의 엄기홍 부대표와 유은혜 팀장이 함께 쓴 <입소스 마켓 트렌드 2025>에서다. 책은 입소스코리아에 축적된 시장조사 자료와 전문가 분석, 소비자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내년 한국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11개 트렌드를 꼽았다. ‘기술 와우’ ‘과거로의 여행’ ‘혁신적 허무주의’ 등 9개 글로벌 트렌드도 담았다. 한국과 글로벌 트렌드를 함께 볼 수 있는 책은 국내에서 유일하다. ○소비를 통해 자존감 추구현재 10대와 20대인 잘파세대가 추구하는 미-맥싱은 외모, 경력, 개인의 성장 등 다양한 면에서 자신을 개선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최고로 만들어가는 것을 뜻한다.대학생의 전유물이던 ‘과잠’이 보편화한 것도 미-맥싱 사례 중 하나다. 요즘은 중·고등학생도 소속감과 연대감을 표현하기 위해 과잠을 입는다. 몇 반인지 적힌 키링과 볼펜, 반 친구들 사진으로 제작한 스티커, 휴대폰 케이스 등 학급 굿즈도 유행하고 있다.미-맥싱의 다른 사례는 ‘셀프 큐레이팅’이다. 자기를 가장 잘 드러낼 방법을 찾으려는 시도다. 성격유형검사(MBTI)가 유행한 이유다. 그 연장선상에서 헤어·체형 컨설팅, 유전자와 생활 패턴을 바탕으로 한 건강관리 컨설팅 등에도 잘파세대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인공지능(AI)이 발달하고 매장 무인화가 가속화하면서 나타나는 흐름도 있다. 책은 이를 ‘호모 아티피쿠
제29회 김달진문학제가 12~13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소사마을 김달진 시인 생가에서 열렸다. 이곳 출신 월하(月下) 김달진 시인(1907~1989)의 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시사랑문화인협회(회장 최동호)와 창원시김달진문학관(관장 이성모)이 주최하는 김달진문학제는 국내 시인뿐만 아니라 외국 문인들까지 폭넓게 참여하는 국제 시축제다. 문학제 첫날 행사로 문학의집서울(이사장 김후란)과 공동으로 마련한 문학강연이 먼저 펼쳐졌다. 박덕규 문학평론가는 ‘김달진 시인의 작품 세계’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김달진 시인은 탈속 지향의 시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며 "이는 잠언의 형식과 ‘자기 응시’라는 방법론 등 두 가지 형태에 힘입어 의미를 더욱 뚜렷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열린 제35회 김달진문학상 시상식에서는 시 부문 공동수상자인 김수복·고두현 시인이 상패와 상금 1500만원을 각각 받았다. 올해 평론⸱학술 부문 수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김수복 시인은 1953년 경남 함양 출생으로 1975년 ‘한국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2009년 편운문학상, 2010년 서정시학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2019년부터 4년간 단국대 총장을 지냈고 현재 한국시인협회장을 맡고 있다. 수상 시집 <의자의 봄날>(서정시학, 2024)은 모든 작품을 넉 줄로 구성한 4행 시집이다. 심사위원들로부터 “깊이 있는 양식적 자각 속에서 펼쳐진 단형 서정의 향연은 삶과 풍경에 대한 순간적 발견 과정을 발화하는 ‘노래로서의 서정시’의 전형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두현 시인은 1963년 경남 남해 출생으로 1993년 중앙일보 신
“우리가 쓰는 말, 시적 언어에는 고통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힘이 숨겨져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말과 문자로 형제애를 꽃피울 그런 문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밖에 있는 악만큼이나 우리 안에 있는 어둠을 밝히는 언어가 필요하지요.” 제15회 창원KC국제문학상 수상자인 튀르키예 시인 메틴 투란(Metin Turan)은 “우리의 언어에 깃든 놀라운 치유력으로 온 세계를 어루만지는 것이 시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창원KC국제문학상은 창원시가 2010년 마산⸱진해와 통합하면서 한국문학 세계화와 국제 교류를 증진하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진해 출신 시인이자 한학자인 김달진(1907~1989)을 기리는 김달진문학관이 주관한다. ‘K’는 김달진⸱경남⸱코리아, ‘C’는 창원의 영문 첫 글자다. 매년 인본주의 정신을 실천하는 해외 문인을 수상자로 선정한다. 메틴 투란은 올해 5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문화적 암흑기인 튀르키예의 1980년대에 많은 문예지를 창간하며 문단을 이끌었고 이후로도 시대적 고민과 실존적인 활동으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시인”이라는 평을 받았다. 지난 12~13일 김달진문학제에 참가한 그를 창원시 진해구 소사마을 김달진문학관에서 만났다. 그는 방한 직전 튀르키예 최고 권위의 ‘튀르키예 시인상’을 받았지만, 자신의 겹경사를 제쳐두고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한다”는 말부터 꺼냈다. 전 세계 30개국 언어로 번역돼 폭넓은 사랑을 받는 ‘세계 시인’다운 인사였다. 그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거의 40년 전이다. 1987년 한국외국어대 터키학과 1기 학생들이 졸업앨범을 준비하며 그동안의 연구 결
역대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를 전시하고 있는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소설가 한강의 얼굴이 걸린다. 미래의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를 위해 비워놓았던 자리다.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세종로 지하보도를 잇는 출입구 통로엔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초상화를 걸어놓은 전시 공간이 있다. 알베르 카뮈, 가르시아 마르케스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 12명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마리 퀴리, 김대중 등 노벨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부문별 2명씩 총 6개 부문 22명의 초상과 업적을 담은 그림들이다. 박영근, 이동재, 이인, 최석운 등 네 명의 중견 화가가 각각의 독특한 화법으로 그렸다. 그 가운데 얼굴 부분을 거울로 만든 빈 초상화 공간이 있다. 미래의 노벨상 수상자를 위한 자리다. 소설가 한강이 한국의 두 번째 노벨상이자 첫 번째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면서 2014년 전시 공간을 재조성한 지 10년 만에 이 자리가 채워지게 됐다. 교보문고는 빈 초상화 밑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라며 “이미지는 준비중”이라고 표시했다.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을 산하에 둔 교보생명 관계자는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인 수상자가 나올 것이란 기대에 자리를 마련해 둔 것”이라며 “그 염원이 이뤄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노벨상 전시 공간은 1992년 교보문고 광화문점 재개점 때 처음 선을 보였다. 교보생명과 교보문고를 창립한 대산 신용호 창립자의 아이디어였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보면서 큰 꿈을 키우고 독서를 통해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초상화 액자 하나를 비워두고 ‘주인을 기다립니다’라고 써놓았는데, 그
지난 10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후 닷새째 외부 활동을 자제해 온 소설가 한강이 이틀 뒤 공식석상에 나서는 일정을 앞두고 있다.한강이 참석하는 첫 번째 외부 행사는 오는 17일 열리는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이다. 고(故) 정세영 HDC그룹 명예회장을 기려 2005년 설립된 포니정 재단은 지난달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 시상식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포니정홀에서 열린다.참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포니정 재단 관계자는 “아무것도 답해줄 수 없다”고 했다. 재단 측은 참석할 것이란 전제로 행사를 준비하고 있지만 한강 작가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부담을 느껴 불참하거나 대리 수상자를 보낼 가능성이 있다.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불참한다면 작가의 첫 공식 행보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강은 그 자리에서 노벨상 수락 연설을 한다.임근호 기자
지난 8월 세계 증시가 출렁였다. 원인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로 돈을 빌려 미국 등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전략이 엔 캐리 트레이드다. 일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자 엔화 가치가 치솟았고, 엔 캐리 자금은 손실을 피하기 위해 급히 포지션을 청산할 수밖에 없었다.<모두의 금리>는 현대 경제 시스템의 중추신경과 같은 금리를 설명한 책이다. 책을 쓴 조원경은 기획재정부 국장, 울산시 경제부시장을 거쳐 UNIST(울산과학기술원) 교수 겸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예금부터 채권, 외환, 주식, 부동산, 원자재, 암호화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산에 금리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알기 쉽게 풀어낸다.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처음 벌어진 일이 아니다. 저자가 2011년 기재부 대외경제총괄과장일 때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났다. 일본인들은 거품 경제 때 싸게 대출해 외화로 사들인 해외 자산을 팔아 엔화로 바꿨다. 바꾼 엔화를 재건에 사용하면서 엔화 가치가 올랐고, 그 결과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며 여기저기서 파산 소식이 들렸다.은행에 돈을 넣어두고 주식에 투자하는 등 재테크에도 금리는 영향을 미친다. 책은 명목 금리와 실질 금리의 차이, 복리의 효과, 대출 금리, 안전한 금융회사를 판단하는 법, 세후 소득의 중요성 등 일상에 필요한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주식과 관련해선 경기 민감주는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을 때 사서 PER이 낮을 때 팔아야 한다고 말한다. “주가가 선행하기에 이런 사이클을 읽는 게 경기 민감주 투자에서는 중요하다. 경기 민감주를 고PER에 사야 하는 이유는 그때 업황이 가장 악화해 공포가 절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 젠슨 황입니다. 여러분은 저를 ‘가죽 재킷을 입고 무언가를 세 번 반복하는 남자’로 더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하하하.”젠슨 황은 2016년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 등장해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늘 가죽 재킷을 입는 이유에 대해 젠슨 황은 한 행사에서 “무슨 색 옷을 입을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 생각해야 할 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대만 경영 분야 저술가 우중셴이 쓴 <젠슨 황 레볼루션>은 다른 설명을 내놓는다. “정교하게 설계된 이미지”라는 것이다. 저자는 “정장 이외의 의상은 만화 캐릭터나 슈퍼히어로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다”고 했다.책은 요즘 가장 주목받는 기업가 젠슨 황을 다뤘다. 간결한 필치로 핵심만 뽑은 ‘요약 노트’ 느낌이다. 젠슨 황은 1993년 30세에 엔비디아를 공동 창업했다. 1995년 내놓은 첫 제품인 PC용 멀티미디어 카드 NV1부터 실패했다. 3차원(3D) 구현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1997년 NV3에 와서야 자리를 잡았고, 1999년 나스닥시장에 상장했다.젠슨 황은 말했다. “많은 창업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지만 일단 성공하면 안전한 길로만 가려하죠 . 새로운 곳에 투자한다고 트렌드가 올 것이라는 보장은 없으나 투자하지 않으면 새로운 시대를 창조할 수 없습니다.”임근호 기자
“하루 동안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져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54)이 처음으로 공식 반응을 내놨다. 그는 11일 출판사 창비를 통해 서면으로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강은 “수상 소식을 알리는 연락을 처음 받고는 놀랐고, 전화를 끊고 나자 천천히 현실감과 감동이 느껴졌다”며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창비 측은 “한강이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며 “보다 자세한 소감은 12월 10일 노벨문학상 시상식에서 낭독되는 수락 연설문을 통해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한강의 공식 소감은 네 줄에 불과했지만 그의 생각들은 10일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상당히 드러났다. 노벨위원회가 유튜브에 공개한 인터뷰에서 한강은 약 7분간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침착하고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수상 소감을 이어 나갔다. 그는 “매우 놀랍고 영광스럽다”고 했다. 인터뷰 동안 “놀랐다(surprised)”는 말을 다섯 번이나 반복했다.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됐을 때 전 세계가 떠들썩했지만 한강 본인은 그때 아무것도 몰랐다고 했다. “누군가 전화해서 얘기해줬어요. 아들과 저녁 식사를 막 끝낸 참이었죠. 아주 평화로운 저녁이었어요. 정말 놀랐습니다.” 이날 하루 한강은 “책을 조금 읽고 산책했다”며 “매우 편안한 하루였다”고 했다.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한강은 “어릴 때부터 번역서뿐 아니라 한국어로 된 책들을 읽으며 자랐다”며 &ldquo
소설가 한강(54)이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동안 고은 시인, 황석영 소설가 등이 후보로 거론됐지만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24년 전인 2000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이후 두 번째다. 봉준호 감독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BTS의 빌보드 1위,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6관왕 등 K콘텐츠가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는 가운데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K콘텐츠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스웨덴 한림원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소설가 한강에게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표현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림원은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고, 각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한다”며 “그는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설명했다.한림원은 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의 소설을 거론하며 “한강 작품은 정신적 고통과 육체적 고통의 대응, 즉 동양적 사고와 긴밀한 관련이 있는 고통의 이중 노출이 특징”이라고 했다.한강은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수상 소감으로 “매우 놀랍고 영광스럽다”며 “어릴 때부터 영향을 받은 여러 작가의 모든 노력과 힘이 나에게 영감을 줬다”고 말
그때도 한강이었다. 2016년 한강 소설가가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후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 문학을 향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외국 책의 국내 출간과 한국 책의 해외 출간을 돕는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는 “한강의 부커상 수상 이후 외국에서 한국 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지금은 한국 소설과 에세이 등이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K콘텐츠의 한 축을 담당한다”고 말했다.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한국 작가가 이름을 올리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2018년 한강의 <흰>, 2019년 황석영의 <해 질 무렵>, 2022년 정보라의 <저주토끼>와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이 올랐다. 2023년엔 천명관의 <고래>, 올해는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가 최종 후보에 올랐다가 아깝게 수상을 놓쳤다.이 밖에 2022년 윤고은의 <밤의 여행자들>이 영국추리작가협회(CWA)에서 주는 대거상 번역추리소설 부문을, 2020년 손원평의 <아몬드>가 일본 서점 대상 번역소설 부문을 수상하는 등 한국 문학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상업적 성공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해외에서 팔린 한국 문학 작품은 185만 부에 달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K팝을 넘어 K힐링 서적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된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출간을 앞둔 <공방의 계절> 같은 소설이다.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영화와 드라마, 클래식, 대중음악, 미술, 음식 등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8월 세계 증시가 출렁였다. 원인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로 돈을 빌려 미국 등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전략이 엔 캐리 트레이드다. 일본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올리면서 엔화 가치가 치솟았고, 엔 캐리 자금은 손실을 피하고자 급히 포지션을 청산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의 금리>는 현대 경제 시스템의 중추 신경과도 같은 금리를 설명한 책이다. 책을 쓴 조원경은 기획재정부 국장, 울산시 경제부시장을 거쳐 현재 UNIST(울산과학기술원) 교수 겸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예금부터 채권, 외환, 주식, 부동산, 원자재, 암호화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산에 금리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알기 쉽게 풀어낸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처음 벌어진 일이 아니다. 저자가 2011년 기획재정부 대외경제총괄과장일 때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다. 일본인들은 거품 경제 때 싸게 대출해 외화로 사들였던 해외 자산을 팔아 엔화로 바꾸었다. 바꾼 엔화를 재건에 사용하면서 엔화 가치가 올랐고, 그 결과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며 여기저기서 파산 소식이 들렸다. 은행에 돈을 넣어두고, 주식에 투자하는 등 재테크에도 금리는 영향을 미친다. 책은 명목 금리와 실질 금리의 차이, 복리의 효과, 대출 금리, 안전한 금융 기관을 판단하는 법, 세후 소득의 중요성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예컨대 연 이자율이 10%로 똑같더라도 단리는 10년이 지나야 원금과 이자가 같아지지만, 복리는 7.2년 정도가 지나면 원금과 이자가 같아지게 된다. 주식과 관련해선 경기 민감주는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을
“엔비디아 CEO 젠슨 황입니다. 여러분은 저를 ‘가죽 재킷을 입고 무언가를 세 번 반복하는 남자’로 더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하하하.” 젠슨 황은 2016년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 등장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세션을 진행하며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공식 석상에서 항상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프레젠테이션이나 인터뷰 때 중요한 아이디어를 여러 번 반복해 강조하는 습관을 유머 있게 표현한 말이다. 항상 가죽 재킷을 입는 이유에 대해 황은 한 행사에서 “어떤 색 옷을 입을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 생각해야 할 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대만 경영 분야 저술가 우중셴이 쓴 <젠슨 황 레볼루션>은 다른 설명을 내놓는다. “정교하게 설계된 이미지”라는 것이다. 저자는 “리더의 이미지가 기업의 이미지가 된다”며 “정장 이외의 의상은 만화 캐릭터나 슈퍼히어로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책은 요즘 가장 주목받는 기업가인 젠슨 황을 탐구한다. 생애를 자세히 다룬 전기는 아니다. 간결한 필치로 핵심만 뽑은 ‘요약 노트’ 느낌의 책이다. 황은 1993년 30세에 엔비디아를 공동 창업했다. 성장 과정은 험난했다. 1995년 내놓은 첫 제품인 PC용 멀티미디어 카드 NV1부터 실패했다. 제대로 3D 구현이 되지 않았고 비싸기만 했다. 일본 게임사 세가가 황을 믿고 도와준 덕분에 겨우 파산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1997년 NV3가 성공했고, 1999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책은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 점’을 황의 강점으로 꼽는다. 황은 이렇게 말했다. “대만의 많은 회사 창업자는 처음에는 실패
‘책마을’은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읽을 만한 신간을 골라 매주 토요일자 지면에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주에는 8권을 골랐습니다. 이 책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모았습니다. 링크를 누르면 자세한 서평을 읽을 수 있습니다. 링크는 아르떼에서만 작동합니다.<당신이 모르는 자유주의>“1800년부터 현재까지 ‘대풍요’에 기여한 것은 공권력이나 투자, 심지어 과학 자체도 아닌 바로 인간의 자유다.” <당신이 모르는 자유주의>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입니다. 영어 원제가 더 직관적입니다. ‘나를 내버려두면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 줄게요(Leave Me Alone and I'll Make You Rich)’입니다. 저명한 경제사학자인 디드러 낸슨 매클로스키 미국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아트 카든과 같이 썼습니다. 서평 읽기(책 리뷰를 읽고 싶으면 클릭하세요) <소방의 역사>현직 소방관이 쓴 책입니다. 인류과 불과 싸워 온 역사를 되짚습니다. 역사적으로 고대 그리스, 이집트, 로마 등 문명이 번성한 곳은 예외 없이 엄청난 화재 피해를 입었고, 이후 소방 기술이나 조직이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는 불을 다루고 화재 진압 능력과 기술 및 소방 조직을 발전시켜 온 과정”이라고 설명합니다. 서평 읽기(책 리뷰를 읽고 싶으면 클릭하세요) <다르파 웨이>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다르파:DARPA)이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창의적인 군사 연구기관으로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책입니다. 다르파는 끊임없이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했습니다. 인터넷, 범지구적 위치 측정 시스템(GPS), 스텔스 기술, 무인 드론과 같은 우리 생활 속에서
“1800년부터 현재까지 ‘대풍요’에 기여한 것은 공권력이나 투자, 심지어 과학 자체가 아니라 바로 인간의 자유다.”<당신이 모르는 자유주의>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다. 영어 원제가 더 직관적이다. ‘나를 내버려 두면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 줄게요(Leave Me Alone and I’ll Make You Rich)’다. 저명한 경제사학자인 디드러 낸슨 매클로스키와 미국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아트 카든이 같이 썼다. 1942년 태어나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부하고 시카고대 등에서 교수를 지낸 매클로스키는 <부르주아의 덕목> <부르주아의 평등> <부르주아의 위엄>이라는 ‘부르주아 3부작’으로 유명하다. 3부작은 하나가 600쪽이 넘는 벽돌책들인데, 그 3부작의 정수를 모아 요약한 책이 바로 <당신이 모르는 자유주의>다.매클로스키는 사람들이 ‘부르주아 딜’을 받아들인 데서 변화가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부르주아 딜은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을 강조하는 고전적 자유주의의 확산이며, 쉬운 말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을 뜻한다. 이와 함께 상인과 제조업자 등 이전에 하찮게 여긴 이들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생겨났다.부르주아 딜과 경쟁하는 것은 블루블러드(귀족주의) 딜, 볼셰비키 딜, 비스마르크 딜, 관료주의 딜이다. 블루블러드 딜은 태생적 귀족 혈통에 경의를 표한다. 볼셰비키 딜은 다 같이 나눠 갖자는 공산주의다. 비스마르크 딜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를 보호자로 받아들이라는 현대의 복지국가에 해당한다. 관료주의 딜은 행정국가다. 세세하게 규정을 마련해 두고 거의 모든 일에 허가를 받도록 한다.사람들을 내버려 두
달러는 강력한 무기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미국 재무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들과 이들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경제 제재를 가했다. 당시 세계 최대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루살도 포함됐다. 루살은 하루아침에 달러 기반 금융 시스템에서 퇴출당했고, 고객과의 거래가 끊겼다.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알루미늄 가격은 30% 넘게 치솟았다. 유럽 각지에 알루미늄을 공급하던 루살의 아일랜드 공장이 현금 부족으로 문을 닫자 유럽 기업들 사이에 난리가 났다.<달러 전쟁>은 블룸버그 기자인 살레하 모신이 썼다. 미국 재무부를 오랫동안 출입한 그는 달러가 ‘세계의 통화’로 부상한 과정을 다룬다. 1944년 브레턴우즈 회의부터 1990년대 미국 재무부 장관 로버트 루빈의 ‘달러 강세 원칙’, 트럼프 시절 일들을 언론인 특유의 생생한 어조로 전한다.미국 재무부에는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있다. 1950년부터 있었지만 거의 주목받지 않았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핵심 부서가 됐다. OFAC 제재 대상 목록에 오른 인물과 기관은 서구권에서 경제 활동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원제가 ‘종이 병정: 달러 무기화가 세계 질서를 바꾼 방법’이지만 달러가 경제 제재 수단으로 쓰인 이야기는 많이 다뤄지지 않는다. 역대 재무장관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달러를 둘러싼 미국 재무부의 역사와 일화’가 이 책의 정체성에 알맞다.임근호 기자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눈이 멀어가는 중이다.”<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는 미국 작가 앤드루 릴런드의 책이다. 40대인 그는 10대 시절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았다. 조금씩 시력이 떨어져 실명에 이르는 유전성 질환이다. 아들의 졸업식과 아내의 미소를 볼 수 없을 거라는 슬픔에 시달리던 그는 언젠가 자신이 살게 될 ‘눈먼 자들의 나라’에 과감히 발을 내딛기로 결심했다.아내 릴리는 남편이 지팡이를 펼치자 당혹스러워했다. 릴런드가 지팡이를 짚으며 아들 오스카를 안고 가자, 사람들은 ‘저 눈먼 남자가 아기를 죽이고 말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이런 현실과 편견은 그에게 기대되는 보호자와 남편, 아버지라는 역할을 좌절시켰다. 자기 무의식 속에 자리한 ‘가부장이 되고 싶은 욕망’, 그리고 ‘볼 수 없다는 것은 곧 무능하다는 것’이란 사회 통념 또한 깨닫게 됐다.릴런드 가족은 돌봄과 사랑으로 통념을 이겨냈다. 아내는 릴런드가 넘어지지 않게 자기 신발을 항상 옆으로 치워뒀다. 릴런드는 점자를 배워 예전처럼 아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매끄럽게 정리된 세계가 아니라 불편한 문제가 산적한 세계지만, 사랑하는 법을 배워갔다.책은 릴런드가 시각장애인으로서의 존재 방식을 배워가며 사랑, 가족, 예술, 기술, 정치의 의미를 새롭게 돌아보는 과정을 담았다. 올해 퓰리처상 회고록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임근호 기자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눈이 멀어가는 중이다.”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는 미국 작가 앤드루 릴런드의 책이다. 40대인 그는 10대 시절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았다. 조금씩 시력이 감소해 실명에 이르는 유전성 질환이다. 아들의 졸업식과 아내의 미소를 볼 수 없을 거라는 슬픔에 시달리던 그는 언젠가 자신이 살게 될 ‘눈먼 자들의 나라’에 과감히 발을 내딛기로 결심했다. 아직 세상을 볼 수 있으니까, 자신은 시각장애인이 아니라고 릴런드는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곤 했다. 그러나 차로 사람을 칠 뻔하고, 어제 놓아둔 컵을 찾지 못하면서 자신의 시각장애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인정하게 됐다. 그는 수치심을 이겨내고 지팡이와 함께 외출을 시도했다. 아내 릴리는 남편이 지팡이를 펼치자 당혹스러워했다. 릴런드가 지팡이를 짚으며 아들 오스카를 안고 가자, 사람들은 ‘저 눈먼 남자가 아기를 죽이고 말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현실과 편견은 그에게 기대되는 보호자, 양육자, 남편, 아버지라는 역할을 좌절시켰다. 자기 무의식 속에 자리한 ‘가부장이 되고 싶은 욕망’, 그리고 ‘볼 수 없다는 것은 곧 무능하다는 것’이란 사회 통념을 깨닫게 했다. 릴런드 가족은 이런 통념이 사라진 곳에서 돌봄과 사랑의 방식을 찾았다. 아내는 릴런드가 넘어지지 않게 자기 신발을 항상 옆으로 치워두고, 편하게 음식을 찾을 수 있도록 냉장고를 정리했다. 릴런드는 점자를 배워 예전처럼 아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기 위해 노력했다. 매끄럽게 정리된 세계가 아닌 불편한 문제들이 산적한 세계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워갔
“1800년부터 현재까지 ‘대풍요’에 기여한 것은 공권력이나 투자, 심지어 과학 자체도 아닌 바로 인간의 자유다.” <당신이 모르는 자유주의>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다. 영어 원제가 더 직관적이다. ‘나를 내버려두면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 줄게요(Leave Me Alone and I'll Make You Rich)’다. 저명한 경제사학자인 디드러 낸슨 매클로스키 미국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아트 카든과 같이 썼다. 1942년 태어나 하버드대에서 공부하고 시카고대 등에서 교수를 지낸 매클로스키는 <부르주아의 덕목>, <부르주아의 평등>, <부르주아의 위엄>이라는 ‘부르주아 3부작’으로 유명하다. 3부작은 하나가 600쪽이 넘는 벽돌책들인데, 그 3부작의 정수를 모아 요약한 책이 바로 <당신이 모르는 자유주의>다. 매클로스키는 사람들이 ‘부르주아 딜’을 받아들인 데서 변화가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부르주아 딜은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을 강조하는 고전적 자유주의의 확산이며, 쉬운 말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결정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을 뜻한다. 이와 함께 상인과 제조업자 등 이전에 하찮게 여겼던 이들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생겨났다. 부르주아 딜과 경쟁하는 것은 블루블러드(귀족주의) 딜, 볼셰비키 딜, 비스마르크 딜, 관료주의 딜이다. 블루블러드 딜은 태생적 귀족 혈통에 경의를 표한다. 볼셰비키 딜은 다 같이 나눠 갖자는 공산주의다. 비스마르크 딜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를 보호자로 받아들이라는 현대의 복지 국가에 해당한다. 관료주의 딜은 행정 국가다. 세세하게 규정을 마련해 두고 거의 모든 일에 허가를 받도록 한다. 사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사진)는 미국 소설가다. 42세가 돼서야 첫 장편을 내고 이름을 알렸다. 대기만성의 표본이다.그는 1956년 미국에서 태어나 메인주와 뉴햄프셔주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에 매료된 스트라우트는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노트에 적고, 도서관 문학 코너를 좀처럼 떠나지 않는 아이였다. 청소년 시절 열렬히 글을 썼고 일찍이 자신을 작가로 여겼다.대학 졸업 후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소설을 썼지만 원고는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작가가 되지 못하리란 두려움에 시러큐스대 로스쿨에 들어갔다. 졸업 후 6개월 동안 변호사로 일했지만 그만두고 다시 글쓰기에 매진했다.대학 시간강사로 일하며 완성한 첫 장편소설 <에이미와 이저벨>을 1998년 출간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으며 여러 상을 받았다. 세 번째 소설 <올리브 키터리지>로 2009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HBO에서 미니시리즈로도 제작됐다. 2022년 <오, 윌리엄!>은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스트라우트의 소설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문체, 삶의 내밀한 곳까지 가닿는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 평범한 사람과 일상생활에 초점을 맞춰 독자의 공감과 이해를 끌어낸다.임근호 기자
달러는 강력한 무기다. 2018년 한 사건이 잘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미국 재무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측근들과 이들이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기업에 경제 제재를 가했다. 여기에는 당시 세계 최대 알루미늄 제조업체였던 루살도 포함됐다. 루살은 하루아침에 달러 기반 금융 시스템에서 퇴출당했고, 고객과 거래가 끊겼다.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알루미늄 가격은 30% 넘게 치솟았다. 유럽 각지에 알루미늄을 공급하던 루살의 아일랜드 공장이 현금 부족으로 문을 닫으며, 유럽 기업들 사이에선 난리가 났다. 이런 여파를 고려하지 못한 미 재무부는 큰 비난을 들었다. <달러 전쟁>은 미국 블룸버그 기자인 살레하 모신이 쓴 책이다. 미 재무부를 오랫동안 출입한 그는 달러가 ‘세계의 통화’로 부상한 과정을 다룬다. 1944년 브레턴우즈 회의부터 1990년대 미국 재무부 장관 로버트 루빈의 ‘달러 강세 원칙’, 그리고 트럼프 시절의 일들을 언론인 특유의 생생한 어조로 전한다. 미 재무부에는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있다. 1950년부터 있었지만 주목을 거의 받지 않았다. 2001년 9월 11일 뉴욕 쌍둥이 빌딩에 대한 테러 이후 ‘강한 힘’을 지닌 핵심 부서가 됐다. OFAC의 제재 대상 목록에 오른 인물이나 기관은 서구권에서 경제 활동을 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책의 원제는 ‘종이 병정: 달러의 무기화가 세계 질서를 바꾼 방법’이다. 그런데 달러가 어떻게 경제 제재 수단으로 쓰이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다뤄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로버트 루빈, 헨리 폴슨, 티머시 가이트너, 잭 루, 스티븐 므누신 등 재무장관들의 이야기를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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