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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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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자칼럼] 부검

    이집트의 소년 파라오 투탕카멘의 무덤이 발굴된 것은 1922년. 그러나 그의 사인이 제대로 밝혀진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독일 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이 지난해 유전자 분석과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를 동원해 투탕카멘 미라를 부검했다. 결과는 유전적 질환으로 면역체계가 약해진 상태에서 다리 골절상을 입고 말라리아에 걸려 숨졌다는 것이다. 그가 죽은 시점이 BC 1352년이었으니 무려 3362년 만에 사인이 명확해진 셈이다. 1991년 알프스에서 발견된 얼음인간 외치(Oetzi)의 사망 원인은 화살이 쇄골하 동맥을 관통하면서 일으킨 과다출혈이었다. 미토콘드리아 분석 검사까지 한 결과, 그의 피를 이어받은 자손이 5300년이 지난 지금은 남아있지 않다는 것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부검의 위력이다. 부검은 눈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살피는 검안으로 시작된다. 냄새도 일일이 맡아본다. 그 다음 메스로 가슴부터 배 아래까지를 가른 뒤 장기를 살펴본다. 장기는 심장-폐-간-비장-신장의 순서로 떼어내 무게를 잰다. 출혈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머리는 마지막에 다룬다. 뇌를 떼어내고 경막과 두개골의 상태를 보는데 충격을 살피기 위해서다. 타살 흔적을 찾기 위해 근육 등에 남아 있는 상처 부위는 집중적으로 검사한다. 다양한 화학반응 검사와 생물학적 검사가 병행된다. 모든 검사가 끝나면 장기나 뼈를 제자리에 놓고 다시 꿰맨다. 완벽한 모습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 부검의로서의 올바른 태도라니 무척이나 힘든 작업이다.17일 급사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이튿날 부검을 받았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발표한대로 급성 심근경색이라면 사망 직후 부검으로는 좀처럼 사인을 발견하

    2011.12.20 00:00
  • '최저가 3억' 슈퍼카 람보르기니 한국시장 '한발앞으로'

    최저가가 2억9000만원에 달하는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니기가 국내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이같은 초고가 수제 스포츠카 브랜드가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건 고가의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세에 있다는 판단에서다.람보르기니의 공식 수입사인 람보르기니서울은 3일 경기도 화성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에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미디어 드라이빙 체험행사를 열고 최고속도 320㎞/h의 슈퍼카 성능을 뽐냈다.이날 성능을 공개한 차량은 가야르도 LP550-2와 가야르도 LP560-4. 후륜구동인 가야르도 LP550-2는 최고출력이 8000rpm에서 550마력, 최대토크는 6500rpm에서 55.06kg.m이며, 제로백 가속시간은 단 3.9초다.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을 갖춘 가야르도 LP560-4는 최고출력 560마력(8000rpm), 최대토크는 55.06kg.m(6500rpm), 제로백 가속시간은 3.7초.이날 행사장에는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가야르도 LP550-2 트리콜로레와 가야르도 LP570-4 스파이더 퍼포만테가 전시됐다.람보르기니는 지난 3월에는 한국 진출 후 처음으로 국내 판매 중인 가야르도 모델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최대 3천만원에 달하는 차량 등록 비용을 지원하는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람보르기니가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모델은 가야르도 LP560-4, LP560-4 스파이더, LP560-4 비콜로레, LP570-4 수퍼레제라, LP550-2 등 총 5가지다.버톨리 지나르도 람보르기니 한국.일본 지사장은 "한국은 경제가 급성장하는 만큼 슈퍼카 시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내 총 7개 라인업을 갖추고 최소한 10대 이상의 슈퍼카를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람보르기니는 4일에는 일반 고객 50명을 초청해

    2011.06.03 00:00
  • 현대차,유성기업 파업으로 포터와 엔진 생산 24일 중단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유성기업의 파업으로 인해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는 포터와 엔진공장의 생산이 오는 24일부터 전면 중단된다.22일 현대차 울산공장에 따르면 자동차 엔진의 핵심 부품인 피스톤링을 완성차업체에 공급하는 유성기업 노사가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 도입을 놓고 갈등을 빚다 노조의 파업과 회사의 직장폐쇄로 생산을 중단했다.핵심 부품업체의 생산중단이 현대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현대차 울산공장 중 4공장에서 생산중인 포터는 오는 24일부터 생산이 모두 중단된다.또 엔진공장내 디젤엔진 생산도 할 수 없어 포터와 투산, 싼타페 디젤엔진도 24일부터 생산을 할 수 없게 된다.그동안 항상 주말 특근을 통해 전 공장에 엔진을 공급해왔던 현대차 울산공장 엔진공장은 유성기업의 파업으로 인해 이미 지난주 주말 특근에 이어 이번주 주말 특근도 하지 못했다.울산2공장에서 생산중인 싼타페도 가솔린 엔진이 장착되는 차량은 아직 재고가 남아 당장 생산차질은 없지만 디젤엔진이 장착되는 차량의 경우 이번주 중 생산이 어려울 것으로 현대차는 보고 있다.유성기업이 완성차업체에 납품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은 피스톤링, 캠 샤프트, 실린더라이너 등 엔진을 구성하는 핵심 부품이다.현대차는 피스톤링의 70%를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현대차는 "유성기업의 생산이 재개되지 않는 이상 각 공장의 생산중단 상황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밝혔다.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jhkim@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2011.05.22 00:00
  • [2009 일본경제 리포트] (下) "경제 공공의 敵은 정치"

    "아소 총리의 잘못이에요. " 일본 자민당의 이마즈 히로시 중의원 의원(63)은 정액급부금의 효과가 없는 이유를 아소 다로 총리의 책임으로 돌렸다. 자민당이 명실상부한 국민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려면 곧 있을 중의원 선거에서 아소 총리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면서도 그는 왜 아소를 탓하는 것일까. 정액급부금은 일본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전 국민(1인당 1만2000엔)에게 나눠주고 있는 현금.하지만 효과에 대한 기대는 사라진 지 오래다....

    2009.03.19 00:00
  • [2009 일본경제 리포트] (中) "현금 뿌려도 꿈쩍않는 경기, 초대형 공공사업 필요"

    도쿄산케이빌딩은 일본 도쿄에서도 임대료가 비싼 건물로 손꼽힌다. 관청 금융회사 대기업이 몰려 있는 오데마치에서도 한복판인 데다 접근성이 어느 곳보다 뛰어나서다. 이 빌딩 앞 광장에선 요즘 점심 때마다 진풍경이 벌어진다. 정오가 다가오면서 일렬 횡대로 자리를 잡은 7~8대의 마이크로버스에 직장인들이 앞다퉈 줄을 선다. 도시락을 사기 위한 줄서기 경쟁이다. 최고급 빌딩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딱히 새로운 풍경은 아니예요. 하지만 요...

    2009.03.18 00:00
  • [2009 일본경제 리포트] (上) 日열도 '제조업 붕괴' 공포 확산

    "어제 온종일 지역구를 둘러봤습니다. 답답할 뿐이네요. " 지난 13일 일본 도쿄의 ANA호텔.조찬을 함께하며 한 · 일 관계에 대해 의견을 나누자던 나카가와 마사하루 중의원 의원(59)은 어두운 표정으로 경제 얘기부터 꺼냈다. 그의 지역구는 미에현.욧카이치 스즈카 가메야마 등 주요 도시마다 자동차 LCD(액정표시장치) 플래시메모리 등 일본을 대표하는 제조시설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지역이다. 그의 하소연대로 이곳에 몰아닥친 경제위기의 충...

    2009.03.17 00:00
  • [한경데스크] 칠흙같은 밤에 떠나라

    어니스트 섀클턴이란 사람을 아시는지.100년 전 남극점 정복에 나섰다가 실패한 탐험가다. 하지만 그는 실패와 관계없이 조국 아일랜드에서 가장 존경 받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부빙(浮氷)에 난파된 26명의 대원을 634일간의 고초 끝에 한 사람의 낙오 없이 모두 구출해낸 영웅이어서다. 끝없는 얼음 바다와 벌판,수 천m 높이의 얼음 산을 헤맨 기록은 세계적인 스테디셀러가 됐고,그의 뛰어난 지도력은 데니스 퍼킨스 박사에 의해 '서바이벌 리더십'이라는 경영론으로 재탄생됐을 정도다. 섀클턴의 이야기를 꺼내든 것이 새삼스럽긴 하다. 하지만 그가 난파선을 떠나며 대원들에게 한 연설은 지금도 가슴에 새겨둘 만하다. "절망하지 않는 한 우리는 살 수 있다.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누가 우리를 구하겠는가. 움직여야 산다. "엄동설한이다.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하다는 금융위기의 추위는 그야말로 살을 에는 것 같다. 추우니 어쩌겠는가. 모두가 코트 깃을 여민 채 한 구석에 앉아 눈만 굴리는 수밖에.미동조차 없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움직임부터가 그렇다.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은 물론이다. 대기업들마저 복지안동(伏地眼動)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더 투자하라는 경영 구루(guru)들의 충고는 위기 때면 늘 그렇듯 무용지물이다. MB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당장이라도 투자에 나설 것처럼 얘기하던 기업들의 투자소식은 여전히 감감하다. 지난 8월 1%대로 주저앉은 설비투자증가율은 이제 마이너스의 가능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위기를 맞아 투자를 줄줄이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4개 가운데 1개 기업 이상이 투자를 줄였거나 축소를 검토하고

    2008.10.28 00:00
  • [한경데스크] 금융위기와 脣亡齒寒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얼마 전 워싱턴에서 열렸던 G20 재무장관 회담에서 다소 의미심장한 연설을 했다. "금융위기에 처한 신흥시장국이 외환보유액을 사용하려면 선진국 채권을 매각할 수밖에 없지요. 이는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선진국으로 전이되는 '리버스 스필오버(reverse spill-over)' 현상을 불러올 겁니다. "모르긴 몰라도 호스트였던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의 기분이 꽤 껄끄러웠을 듯 싶다. 강 장관이 폴슨에게 던진 메시지를 풀어보면 대충 이렇다. "한국이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으로 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은 귀하도 잘 알고 있을 터.그러면 한국 외환보유액의 상당 부분이 미 국채라는 사실도 알고 있겠지.그러니 어쩌겠는가. 달러를 장만하려면 미 국채를 매각하는 수밖에.하지만 한국이 미 국채를 팔아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미국이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겠다고 700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마련한다면서.그 중 꽤 많은 부분은 국채 발행으로 채워지지 않겠나. 한국 같은 신흥시장국이 미 국채를 내던지는데 그럼 새로 발행하는 국채는 누가 사주지.결국 미국이 거꾸로 다칠 거란 말씀."그게 '리버스 스필오버'다. 강 장관은 그러면 왜 이런 얘기를 했을까. 그 답도 간단하다. 선진국들이 금융위기를 G7의 틀 안에서만 풀어보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그래선 선진국이 되레 큰 코 다칠 것이란 경고인 셈이다. 신흥시장국들을 포함한 G20이 해결의 틀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 장관의 주장은 '공갈'이 아니다. 따져보자.G7이 뭔가. 미국을 비롯한 영국 일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선진 7개국의 모임이 아닌가. 하지만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자.사태의 진앙지인 미국

    2008.10.26 00:00
  • [한경데스크] '9월 위기설'의 주범은

    언론이 또 책임을 져야 하나보다. '9월 위기설' 얘기다. 정부가 위기설 유포의 주범으로 언론을 들먹이고 있어서다. 정 그렇다면 한국경제신문도 자유로울 리 없다. 지난 7월 말 '9월 위기설'을 가장 먼저 보도해 시장을 헷갈리게 만든 것이 바로 한경이었으니 말이다. 사실 한경은 정부의 잣대로 보면 매우 '불량한 신문'이다. 지난 5월에는 급증하는 단기외채를 문제 삼은 '한국 내달엔 순채무국'이라는 기사로 '공연한 걱정거리'를 만들었는가 하면 7,8월에는 나라 경제의 펀더멘털과 기업의 해외차입 여건이 악화된다는 '혹세무민(惑世誣民)성 기사'를 거의 매일 쏟아내지 않았던가. 그렇게 보면 9월 첫 날 한경의 1면 톱은 정말 가관이었다. 한국은행 및 금융감독원의 숫자와 민간경제연구소의 진단을 적당히 버무린 기사는 해외차입이 안돼 어려움을 겪어온 기업들이 '묻지마 자금 확보'에 나섰다는,시장의 불안을 극도로 자극하는 속칭 '마바라'성이 아닌가. 더욱이 이날은 다른 매체들까지 위기설에 뒤늦게 가세하면서 급기야 시장은 대혼란에 빠져들고 말았다. 정부가 제기한 언론 책임론은 대충 이런 얼개다. 펀더멘털은 멀쩡한데 언론들이 자꾸 위기를 외치다보니 시장이 움츠러들었고,정말 위기처럼 돼버렸다는 주장이다. 하긴 몇몇 못 된 매체의 충동질로 '촛불정국'이라는 심각한 혼란을 겪은 직후이다 보니 '언론 탓'이 먹힐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장은 길거리의 군중과는 다르다. 설(說)만으로는 근본적인 흐름을 바꿀 수 없는 곳이 바로 시장이다. 뒤집어 말하면 위기의 조짐이 없다면 아무리 위기설을 유포해도 콧방귀조차 뀌지 않는 곳이 시장이라는 얘기다. '9월 위기설'도 마찬가지다. '위기'는

    2008.09.07 00:00
  • [한경데스크] 촛불 뒤로 숨어든 당나귀

    지금은 떼어냈는지 모르겠다.정부와 한나라당이 '촛불 민심'에 밀려 공기업 개혁을 당분간 미루기로 했다는 발표가 나왔으니 말이다.경기도 분당 토지공사 로비에 붙어있던 현수막 얘기다."물귀신 주택공사 스스로 갈 길 가라."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개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태세를 갖추자 토공 노동조합이 서둘러 내건 현수막의 표어다.주공과 토공,두 공공기관의 악연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정권이 바뀔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공공개혁의 단골 메뉴다.사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토공이 주공을 '물귀신'으로까지 표현했을 정도로 지긋지긋한 주제다.그만큼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과제이기도 하다.그런 골칫거리가 '일단정지' 신호를 받았다.여당의 밀어붙이기에 청와대 일부 멤버들도 집권 초기 공공기관을 개혁하지 못하면 결국 좌초하는 결과를 빚을 수밖에 없다며 답답해한다니,토공 입장에선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안도의 한숨을 내쉬긴 기술보증기금도 마찬가지다.YS가 신용보증기금에서 떼어내 부산에 안겨준 선물이다.어차피 토공과 같은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는 이 기관도 시민단체와의 연합시위 덕분에 신보와의 통폐합 '위기'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다.따지고 보면 모든 게 촛불 덕분이다.촛불 집회가 미국산 쇠고기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듯,매일 밤 촛불을 들고 거리를 누빈 공기업 노조가 어찌 국민의 건강만을 염려했다고 할 수 있겠나.통폐합 대상만이 아니다.민영화 대상 공기업도 때마침 불거진 '촛불 정국'이 더없이 고맙기만 하다.'하루 수돗물 값이 14만원…'으로 시작하는 소위 '민영화 괴담'은 굳이 출처를 따져 볼 필요도 없다.괴담이 검증 기능이라곤

    2008.06.15 00:00
  • [한경데스크] 민간에 지휘봉을 넘겨라

    공무원 사회가 공황 상태인 모양이다.대통령의 관료들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어서다.타깃으로 여겨지는 옛 재정경제부 출신 관료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이루 표현하기 어렵다.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관료사회를 비난하면서 '모피아(제 식구 챙기기에 급급한 옛 재경부 관리들을 비꼬는 표현)'라는 용어까지 동원했으니 말이다.모피아 출신들은 이미 곳곳에서 배제되고 있다.대신 민간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대통령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가진 간담회에 재경부 출신 금융기관장은 한 사람도 초대받지 못했다.미국 방문에 수행할 금융 CEO 7명도 민간 출신 일색이다.인사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금융위원장과 부위원장 자리를 모두 민간에 내주더니 금융통화위원 교체 과정에서 관료들은 하마평에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공기업 인사에서도 마찬가지다.관료 출신은 원천 배제라는 소문이 원칙처럼 굳어지고 있다.물론 섭섭함을 표하는 관료들이 적지 않다.정권 교체기마다 공무원을 개혁 대상으로 올려놓고 마른 북어 두들기듯 한다는 불만에서,테크노크라트들을 마치 좌파정권의 부역자 취급한다는 볼멘소리에 이르기까지 표현도 다양하다.잘 훈련된 공무원들이 배제되는 현실을 '국력 낭비'라고까지 말하는 OB들도 있다.하지만 이런 푸념을 듣고 있노라면 관료들이 여전히 문제의 핵심을 의도적으로 비켜가려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관료들은 정권이 수 없이 바뀌었지만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난 적이 없다.정책에 대한 소신은 논외다.스스로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 말할 정도니 말이다.다만 공무원들은 정치권에 온갖 협력을 다하면서 자신들이 챙겨야 할 자리만큼은 철

    2008.04.13 00:00
  • [한경데스크] 우리 아이들의 꿈

    "'이공계를 살리자'는 얘기는 이제 그만합시다."최근 만난 정부 고위관료 A씨는 교육 현주소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중 이렇게 말허리를 끊었다."똘똘한 학생들이 공대를 가지 않기 시작한 게 벌써 20년 전이에요.요즘 성적이 뛰어난 이과생들이 가장 먼저 지원하는 곳이 어딥니까?한의학과입니다.K대 한의학과 말입니다.그 다음이 의대지요.의대도 안되면 치대를 가고,치대나 약대도 어려우면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이 가능한 생물학과 같은 곳을 갑니다.…공대요?우수 인력이 몰리던 시대는 이미 끝난 지 오래입니다."그의 결론은 간단했다.정부가 경쟁력이 없는 공과대학을 살리는 데 그 많은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우수 인력들이 공대를 20년간 외면했다면 살아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것.그의 주장은 "차라리 지금 같으면 정부가 제조업을 버리고 우수 인력이 몰린 의학계를 적극 지원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까지 이어지더니 "침이나 뜸으로 암을 고칠 수 있는 시대가 머지 않아 한국에서 열릴 것"이라는 자조로 마무리됐다.한국을 먹여살리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산업에 인재들이 20년째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는 것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의 경쟁력도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이들 간판기업의 경쟁력을 20여년 전 입사한 간부들이 유지하고 있는 셈이니,그들의 은퇴 이후가 두려울 뿐이다.청소년들이 공대를 기피하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한다한들 급여 수준이 의사와는 비할 바는 아닐 것이다.사업장이 지방에 위치해 불편한 점 또한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고,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몰라 불안

    2007.11.18 00:00
  • [Economic News] 환란 10년,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기업가정신부터 되살리자

    외환위기를 맞은 지 10년이 지났다.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것이 1997년 11월21일.한국 경제는 외부의 긴급자금 수혈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고,그 바탕 위에서 기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바닥을 드러냈던 외환보유액은 경상흑자가 이어지면서 세계 5위 규모로 불어났다.7000달러까지 곤두박질쳤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로 올라섰다.수출은 4000억달러 고지를 향해 순항하고 있고 280포인트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는 2000선을 넘나들고 있다.위기를 딛고 일어섰기에 더욱 화려해 보이는 실적이다.그러나 한국은 과연 위기를 극복하긴 한 것일까.무엇보다 기업가정신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안타깝다.1960년대 맨손에서 출발해 1990년대 선진국을 따라잡겠다며 세계를 질주하기까지,든든한 재산이 돼주었던 모험정신은 안타깝게도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다.글로벌스탠더드라는 명목 아래 밀려든 주주중시 경영과 각종 견제장치,새로운 지배구조는 기업인들이 리스크를 회피한 채 단기실적에만 매달리도록 강요하고 있다.불안한 노사관계는 여전한 숙제다.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내기는커녕 샌드위치의 공포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 기업들의 현 주소다.주식시장은 재테크 장터로 전락한 지 오래다.기업들이 증시를 통해 대규모 자본을 조달했다는 얘기를 요즘 들어본 일이 있는가.증시가 가계의 유휴자금을 산업현장으로 흘러들게 하기는커녕 기업자금을 주식 소각,자사주 매입 등으로 빨아가고 있으니 말이다.더 큰 문제는 규제의 칼자루를 좀처럼 놓으려 하지 않는 정부다.외환위기의 주범으로 재벌경영을 탓했던 정부는 기업들의 모험적인 투자를 격려하기보다는 자신들의 밥그릇

    2007.11.16 15:44
  • 환란 10년 …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 기업가정신 훼손 심각

    며칠 후면 외환위기를 맞은 지 꼭 10년째다.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것이 1997년 11월21일.한국 경제는 외부의 긴급자금 수혈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고,그 바탕 위에서 기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바닥을 드러냈던 외환보유액은 경상흑자가 이어지면서 세계 5위 규모로 불어났다. 7000달러까지 곤두박질쳤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로 올라섰다. 수출은 4000억달러 고지를 향해 순항하고 있고 280포인트까지 떨어...

    2007.11.15 00:00
  • [한경데스크] 수도권의 비애

    "경기도 화성시에 경찰서가 없다면 믿겠습니까?"설마했다.굳이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곳에 경찰서가 없다니.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자신도 취임 6개월이 지나서야 그런 사실을 알았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화성군이 갈라지면서 '화성경찰서'가 오산시에 남게 됐고,그 경찰서가 서울 크기의 1.2배인 화성시까지 덤으로 관장하게 됐다는 것이다.두 지역의 인구가 경찰서를 나눌 정도는 아니라는 이유에서다.서쪽으로 40㎞ 넘게 떨어진 서해바다의 제부도까지 커버하다보니 이 경찰서의 경찰 1인당 담당 인구는 전국 평균의 두 배인 1000명에 이른다.장기 미제사건이 많을 수밖에 없다.행정자치부가 김 지사에게 들볶이다 못해 얼마 전 화성시에 경찰서를 신설키로 했다.뒤늦긴 했어도 다행스런 일이다.시민들이 다리라도 펼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수도권이라면 흔히 분당이나 일산 용인 등만을 생각하게 된다.지방의 시각에서 보면 돈과 사람으로 넘쳐나는 곳이다.정부가 경제력 집중을 억제한다며 온갖 규제를 가해도 당연시되는 지역이다.그러나 이런 곳은 수도권의 일부일 뿐이다.소방서 얘기를 해보자.화성시에는 소방서도 없다.양주 연천 가평 등도 마찬가지다.이들 지역에 화재가 나면 다른 지역 소방서가 동원된다.가평의 면적은 서울의 1.4배다.소방차가 아무리 서둘러 출동해도 현장은 늘 잿더미가 된 뒤다.국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다.수도권 북부는 더하다.지방에도 군 단위 대학이 흔하다지만 이 지역에는 단 두 곳뿐이다.그것도 포천중문의대는 입학정원이 110명에 불과한 초미니대학이다.병원 등 다른 시설들도 대부분

    2007.09.02 00:00
  • [한경 데스크] 가격도 마음대로 하겠다고?

    미국 뉴욕시 정부가 아파트 임대료의 상한선을 정한 적이 있다.공급은 제한돼 있는데 수요가 급증하면서 세입자들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판단에서였다.그러나 그 판단은 금세 오류임이 드러났다.임대업자들은 아파트 수리를 외면하기 시작했다.임대료에 상한선이 그어져 있으니 비가 새건,파이프가 터지건 관심을 가질 턱이 없었다.동네가 슬럼화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경제학자들이 가만 있을 리 없다.얼링 올센(Erling Olsen)이라는 학자가 뉴욕시의 정책실패를 숫자화시켰다.아파트 임대료를 묶어놓은 결과 세입자들의 실질소득은 3.4% 증가한 반면 소유주들은 그 2배의 소득 감소를 경험해야 했다.소유주들은 폐허가 된 아파트를 허물고 콘도나 상업시설로 전환시켰다.어떤 지역의 아파트는 90가구에서 50가구로 줄었다.반면 수요는 120가구로 늘었다.새로운 아파트를 찾는 데 실패한 세입자들은 결국 거리에 나앉고 말았다.가격통제의 폐해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시장경제의 골간인 가격결정 시스템을 인위적으로 흔들었을 때 얼마나 큰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적인 사고 방식'으로 영세사업자에 대한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를 대폭 인하하라고 지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금융감독위원회가 추진해오던 신용카드 수수료 개선작업은 원점으로 돌아갔다.당초 13일로 예정됐던 공청회는 무기 연기됐고 이 문제에 일절 관여하지 않던 재정경제부가 뛰어들어 수수료 원가분석에 대한 용역을 회계법인에 맡기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카드의 가맹점수수료도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에서 정해지는 가격이다.가맹점의 수익기여도

    2007.07.08 00:00
  • [한경데스크] 무책임한 장관들

    노무현 대통령이 열을 받을 만도 했다.지난 3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워크숍 얘기다.장관들의 '과장된 보고'를 묵묵히 듣고 있던 노 대통령은 김성진 해양수산부 장관이 명태 어민의 피해 전망을 보고하자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고 한다.명태 어민이 몇 명이냐고 묻자,김 장관이 700명이라고 답했고,700명을 갖고 어떻게 '어업 피해가 엄청나다'고 보고할 수 있느냐며 언성을 높였다는 것이다.하지만 노 대통령이 더 파고들었다면 사태는 더 심각해졌을 것이다.장관들이 얼마나 안일하게 한·미 FTA에 대응하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김 장관이 700명이라고 밝힌 원양 명태어업 종사자 가운데 절반은 외국인 선원이다.더욱이 30%의 명태 관세가 15년 뒤에 철폐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유예기간이 10년이나 된다.협정이 발효돼도 미국산 명태에는 10년간 30%의 관세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얘기다.350명의 명태 어민들이 조금이라도 피해를 느낄 수 있는 시점은 빨라야 2018년 이후인 셈이다.주무 장관이 이런 조건들을 모두 접어둔 채 "큰 일 났습니다"만을 외쳤다는 사실에 노 대통령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이날 워크숍은 한·미 FTA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으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토론하는 자리였다.취약 업종은 이렇게 구조조정하고,산업의 체질은 저렇게 개선해 FTA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보고가 쏟아졌어야 했다.그러나 대통령의 질책에도 정신을 못차린 일부 장관들은 회의의 성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야단을 맞았다며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항의를 했다고 한다. 기가 찰 일이다.사실 많은 장관들이 FTA 협상에 매우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대통령을 도와

    2007.04.08 00:00
  • [한경 데스크] 공정위와 과징금

    공정거래위원회와 재계의 갈등은 올해도 여전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지난해 갈등의 접점이 출자총액제한제도였다면 올해 이슈는 과징금이라는 점뿐이다. 공정위는 이번 주 전원회의를 열어 정유사들의 석유류 가격 담합 여부를 판정한다. 합성수지와 설탕류 담합 여부도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심판정에 오를 것이라는 소식이다. 조사가 장기간 이뤄진 데다 과징금 규모가 많게는 2000억원을 넘을 수도 있다 하니 업계가 신경을 곤두세울 만도 하다. 해당 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과다한 과징금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과 회사의 재무안정성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더욱이 최근 군납유류 담합건과 관련한 배상판결의 사례에서 보듯 행정제재와는 별개로 민사소송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중의 고통을 우려하고 있다. 시장에서 경쟁을 저해하는 담합행위는 제재 받아 마땅하다. 권오승 공정위원장의 말마따나 '반칙하는 기업'들을 제재하는 일이 '제대로 하는 기업'들로 하여금 아무 걱정없이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늘 옳았는지는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가 2002년부터 5년간 기업과의 과징금 관련 행정소송에서 전부패소한 사례는 2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소와 이의신청으로 되돌려 준 과징금도 1000억원 규모다. 부과된 전체 과징금의 15% 선이다. 책임 있는 정부 기관으로선 치욕스런 숫자가 아닐 수 없다. 공정위의 '무리수'는 몇 가지 제도적 문제점에서 비롯된다. 무엇보다 과거의 관행을 전혀 감안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의 행정지도에 의한 가격이

    2007.02.04 00:00
  • [2007년 올해는 - (5) 중산층을 키우자] 성장통한 고용창출로 양극화문제 풀어라

    미국 와튼스쿨 교수이자 사회비평가인 제러미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이라는 저서에서 '20 대 80의 사회' 도래를 경고한 것은 1995년이었다.소득 상위 20%만 부유층으로 편입하고 그렇지 못한 80%는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불길한 시나리오다.그로부터 10여년.그의 예측은 한국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한국의 중산층은 1997년 64.8%였지만 2005년에는 59.5%로 줄어들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른 계산이다.그러면 사라진 중산층은 어디로 갔을까.3분의 1만이 상위층으로 이동했을 뿐이다.나머지 3분의 2는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17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다.리프킨은 '20 대 80의 사회' 배경을 몇 가지로 요약했다.정보화와 세계화의 급속한 진전,부와 정보의 독점,그리고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고용 감소다.하지만 한국의 양극화 현상을 설명하기에 그의 논리만으로는 부족하다.무엇보다 외환위기가 양극화의 시발점이었다는 것이다.구조조정의 과정에서 무수한 사람들이 삶의 기반을 잃었다.저성장의 늪에 빠진 경제는 10년간 좌파 성향의 정권을 거치면서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한 정책 탓이다.참여정부 들어 경제성장률 5%를 달성한 것은 지난해 한 해뿐이다.잠재성장률은 4% 초반까지 떨어졌다.당연히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중산층 몰락과 양극화의 가장 큰 이유다.여기에 부동산 정책 실패는 중산층에 회생 불능의 타격을 줬다.참여정부는 양극화 해법을 소득격차 완화에서 찾고 있다.그러나 이는 출발부터가 잘못이다.양극화 자체가 중장기적인 경제구조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분배라는 제로섬 게임은 양극화를 부채질한다.양극화

    2007.01.04 00:00
  • [한경 데스크] '폴슨 효과'와 '회전문 人事'

    "기업인 출신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미국 국민들이 헨리 폴슨 재무장관을 두고 하는 얘기다. 미국 금융시장의 경쟁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사베인스-옥슬리법으로 대표되는 반기업적 규제에 메스를 가하겠다고 약속한 게 엊그제다. 이번엔 내달 12일 자신이 인솔할 중국 방문단에 이례적으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동원키로 해 화제다. 그는 철저한 약(弱)달러주의자다. 미국의 쌍둥이적자 해소엔 달리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가 지난 9월 중국을 방문하자 대부분 사람들이 위안화 절상을 강력히 촉구할 것으로 예상했던 이유다. 그러나 그는 '위안화 절상'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단지 양국 경제가 처한 현실을 포괄적으로 논의해보자며 '전략적 경제회의' 설치를 제안했을 뿐이다. 시종일관 압박만을 가하던 직업 관료들과는 전혀 딴판이 아닌가. 중국 지도자들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고 말았다. 그러자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폴슨이 중국을 방문했던 일주일간 위안화 환율은 0.34%나 떨어졌다. 주간 단위로 가장 높은 절상폭이었다. 이른바 폴슨의 '위안화 절상 햇볕정책 효과'다. 내달 방중단에 버냉키 의장이 합류하더라도 버냉키가 나서 위안화 절상을 요구할 리 없다. 하지만 폴슨과 나란히 앉아 있는 버냉키의 모습에 중국의 지도자들과 상하이 외환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폴슨 장관은 1972년 골드만삭스에 입사해 얼마 전까지 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철저한 기업인이라는 얘기다. 협상과 대화를 앞세운 외교 무대에서의 모습부터가 상대국에 압박만을 일삼던 관료들과는 천양지차다. 과감한 기업 규제 완화도 그가 기업인 출신이 아니었다면 어려웠을 일이라는

    2006.11.26 00:00
  • [한경 데스크] 눈감은 '샤워실의 바보'

    당·정·청이 경기부양에 한목소리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사용하지 않겠다던 참여정부의 '금기'가 북한 핵실험이라는 메가톤급 변수를 만나 단숨에 깨져버렸다. 하지만 북한 핵실험은 한낱 핑계거리다. 집권당의 정책위의장이 이미 정부에 수 차례에 걸쳐 경기부양을 촉구해왔고,경제부총리도 얼마 전부터 '리밸런싱(rebalancing)'을 생각할 때라며 슬슬 군불을 때오던 터다. 사실 경기도 경기지만 지금의 지지율로 내년 대통령 선거를 치를 여당이 아니질 않은가. 어차피 부양카드를 꺼내들어야 할 시점이었다는 얘기다. 물론 경기부양은 국민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반갑기만 한 일은 아닌 듯 싶다. 쓸 수 있는 정책이라는 게 세금과 예산을 조정하는 재정정책과 금리를 조절하는 통화정책뿐인데 지금으로선 둘 다 여의치 않아서다. 재정을 동원한 경기확대라는 고전적 부양책은 1970년대 이후 세계 각국이 경험했듯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재정적자와 공공부문의 비대화로 생산성과 성장잠재력의 저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내년 예산안이 이미 국회로 넘어가 조정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그렇다. 통화정책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안정을 유지하던 물가마저 흔들릴 수 있다. 집 값도 다시 큰 폭으로 뛸 가능성이 높다. 넘치는 유동성을 자극할 뿐이란 것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부터 금리인하에 매우 부정적이다. 그의 말대로 금리의 방향성을 놓치면 시장만 혼란스러워진다. 게다가 몇 년 전 아픈 경험이 정책 선택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2003년 카드사태 얘기다. 당시 금리를 내리고,인위적으로 소비를 늘리고,건설경기를 자극한 결과는 너무나 심각했다.

    2006.10.15 00:00
  • [한경 데스크] 비전2030과 MAYA論

    '비전 2030'은 발표하지 않는 게 나을 뻔 했다.국가의 장기 비전을 담았다는 이 보고서가 뜨거운 논쟁을 낳고 있다지만 찬찬히 따져보면 논쟁거리조차 되질 않기 때문이다.가장 중요한 부분이 통째로 빠져 있는 데 여야가 맞서 무엇을 놓고 그리 논쟁을 벌이고 있는지….국가 비전이라면 마땅히 들어갔어야 할 재정전망의 부재 얘기다.재정전망이 없는,더욱이 이 부분에 대한 국민적 합의 없이 나온 비전 보고서가 무슨 의미가 있다고 다투는지 모르겠다.정부도 할 말이 있다고 한다.보고서는 완벽하게 만들었지만 정치권의 주문 탓에 최종 발표에서 재정전망이 빠졌다는 설명이다.그렇다면 발표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핵심이 빠진 보고서를 내던져 놓고 국민들에게 서둘러 재원조달 방안을 논의해달라는,이런 무책임한 태도가 어디 있는가.그런 면에서 일본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장기 비전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이 보고서도 이름이 '2030 비전'이다.역시 장밋빛이다.하지만 일본의 2030 비전은 우리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재정전망을 가장 중요한 전제로 담고 있어서다.장기 세입·출 구조를 전면 재검토하고,2010년대 초반까지 중앙 및 지방정부의 기초적 재정수지를 흑자화한다는 목표부터 상세한 실행 계획과 함께 담겨 있다.'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실현하기 위해 중앙과 지방 정부의 업무 중복을 없애고 민영화 규제개혁 등을 과감하게 추진하겠다는 전략도 구체적이다.'민간 참여에 의한 풍요로운 공(公)'을 달성하기 위한 수많은 개혁 과제는 각 부처의 세부보고서가 뒷받침하고 있다.고이즈미 총리가 재정전망을 중시하고 그 기반을 공공부문의 개혁에 둔 것은 아무리 화려한 청사진이라 해도

    2006.09.03 00:00
  • [한경 데스크] 포퓰리즘도 아닌 것이

    가관이다.선거 후 열린우리당의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그렇다.정권이 바뀌어도 절대 뜯어고칠 수 없는 정책이라며 기세등등할 때가 엊그젠데 벌써 정책을 뜯어고치겠다고 부산을 떠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정책은 누가 뭐래도 여론의 토대 위에 서야 한다.제 아무리 나라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만든 정책이라 해도 민심을 벗어나선 결코 성공할 수 없다.여론에 귀를 닫은 채 자신들의 이념만을 담은 정책에 국민들이 등을 돌린 건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사실 참여정부의 정책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8·31에서 3·30으로 이어지는 부동산 정책부터가 그렇다.강남 3구 전체를 '투기꾼'으로 전제한 정책은 출발 자체가 잘못이었다.정책을 입안한 정부 관료들조차 강남 아파트 거래의 80% 이상이 1가구1주택 실수요자였다는 뒤늦은 조사 결과에 난감해하지 않았던가.관료들 스스로 강남 집값의 해법은 공급뿐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세금폭탄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든 이유는 지금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보유세를 강화하면서도 양도세는 완화하지 않아 정부 스스로 강남 주민의 퇴로까지 막아버린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무리에 무리를 더한 정책이 생각처럼 먹혀들리 없다.청와대 관계자들은 격한 표현을 동원해 '말폭탄'을 쏟아냈지만 버블세븐뿐 아니라 수도권 전역 집값은 말폭탄을 비웃으며 오히려 뛰고 말았다.정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국민들만 또다시 낭패를 봤을 뿐이다.그 결과가 이번 선거에 나타난 표심이다.다른 정책에 대한 평가라고 다를까.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그나마 다행이다 싶던 여당의 정책수정론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한두 번 선거로 나라가 잘

    2006.06.04 00:00
  • [한경 데스크] 척화비라도 세우려는지

    선거철은 선거철인가보다.국민들과는 멀찌감치 떨어져 이념논쟁만 일삼던 정치인들이 다시 민생을 힘줘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달라진 건 없다.이번에도 후보들이 쏟아내고 있는 공약의 키워드는 경기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다.대기업 투자를 늘리고 외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저마다 규제 철폐에 앞장서겠단다.물론 믿는 사람들은 없다.그 많은 선거 공약들이 조금이라도 지켜졌더라면 이런 공약이 다시 유권자들의 귀를 간지럽힐 수 있겠는가.외국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이다.선거철 정치권이 아무리 외국자본 유치를 강조해도 외국기업들은 한국을 빠져나가는데 급급하다.마산에 위치한 노키아TMC는 생산시설의 상당 부분을 해외로 이전키로 했다고 한다.국내 최대 외국계 제조업체다.같은 지역의 일본 소니 공장도 같은 결론을 냈고 모토로라는 경기도 덕평의 생산라인을 접었다.글락소 화이자 로슈 등 다국적 제약사들도 앞다퉈 떠나고 있다.바이오 산업 육성이라는 모토가 무색할 지경이다.외국기업들의 '탈(脫) 한국'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높은 인건비와 노사 갈등,각종 규제에 그렇지 않아도 보따리를 싸고 싶던 터에 원화가치마저 크게 올라 더 이상 버텨낼 수 없게 됐다.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반(反) 외국자본 정서'가 때마침 울고 싶은 이들의 뺨을 냅다 후려갈기고 말았다.해외 언론의 우려는 그야말로 위험 수준이다.론스타의 '먹튀(먹고 튀기)' 논쟁으로 촉발된 반외자 정서가 외국 자본에 대한 원천과세의 근거를 마련한 국제조세조정법 개정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의 경제 국수주의가 극에 이르고 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원천징수 특례제도를 문제 삼을 순 없다.그런

    2006.05.07 00:00
  • [한경 데스크] 참여정부의 착각

    신문에 나올 얘기다. 전직 고위 관료 A씨가 얼마전 일선 공무원에게 당한 일이다. A씨의 집은 서울이라지만 뜰에 우물이 하나 있다. 가뭄 때 화단에 물을 주는 데 사용할 뿐 평소엔 거의 쓰지 않던 우물이다. 하루는 구청 공무원이 그를 찾아왔다. A씨 집에서 우물물을 퍼내는 바람에 이웃의 지반이 침하되고 있다는 진정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현장을 돌아다니며 진정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는 공무원이 반가워 서둘러 문을 열어줬다. 그런데 웬걸.뜰의 우물은 확인하는둥 마는둥 하던 이 공무원,지하수 사용료가 밀렸다며 느닷없이 수백만원을 부과하더란 것이다. 지하수를 사용하면 하수도료를 내야 한다는 서울시 조례가 10여년 전 만들어졌다며 사용량을 모르니 최대한 계산했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그런 사실을 통보받은 적이 없었다는 A씨의 항변은 "당시 관보를 찾아보라"는 무뚝뚝한 답에 묻히고 말았다. 분통이 터진 건 그 다음이었다. 잠시 뜸을 들이던 이 공무원,A씨에게 가까이 다가서더니 "꼭 다 내라는 건 아니지요. 제가 잘 알아서 처리할 수도 있구요…"라며 귓속말을 해대는 것이 아닌가. 평소 "공무원의 비리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부분 사라졌다"고 자신있게 말해온 그에게는 보통 큰 충격이 아니었나 보다. 아무리 전직이라지만 자신처럼 얼굴이 많이 팔린 공직자에게까지 이런 일이 벌어지니 더 할 말이 뭐가 있겠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시민단체는 참여정부의 3년을 평가하면서 25개 평가항목 가운데 사회적 차별 해소,지방 분권과 함께 부정부패 척결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참여정부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돈 안드는

    2006.03.26 00:00
  • [한경 데스크] 丙戌年 개띠 대통령에 거는 기대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사석에서 "대통령이 되고 난 뒤 내게 '광' 나는 일들은 전임자들이 해놓은 것이 많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뒤집어 말하면 임기 내에 이룰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더란 얘기다. 그래서 임기 안에 되는 것에서,2010년으로,2020년으로,더 나아가 2030년으로 '정책 시간표'를 길게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 단임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가 않다. 결론을 보자고 덤벼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넓고도 멀리 보는 정책을 구사하면 그 다음 대통령이 '광' 날 것이고 그 결과가 나라 발전의 토대가 되는 것이다. 그게 대통령이 할 일이고,국민들이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다. 새해라고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다를 리 없다. 노 대통령은 46년 개띠다. 병술년(丙戌年) 새해가 환갑인 셈이다. 모든 것을 순리대로 깨닫는다는 이순(耳順)을 넘긴 대통령에게 훈수를 두는 일도 이젠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할 말을 가릴 국민들도 아니다. 개띠 대통령답게 새해엔 이념 논쟁을 접고 밤잠을 설쳐가며 민생의 현장을 뛰는 대통령이 돼달라든가,국민들에게 충성심이 강한 대통령이 돼달라든가….그러나 더 큰 기대는 한껏 목소리를 높였던 닭띠해와는 달리 훌륭한 청력의 견공처럼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달라는 것일 게다. 노 대통령도 무수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간담회 횟수도 다른 어떤 대통령들보다 많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는 게 국민 대다수의 생각인 것 같다. 사람을 만났다지만 가려 만났고,간담회를 가졌다지만 대화의 장이라기보다는 설득의 자리였다는 이유에서다. 재계와의 대화가 대표적이다. 부진한 투자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2005.12.30 00:00
  • [한경 데스크] 주가 빠지면 어쩌시려고

    정부가 이런 호재를 내버려둘리 없다 싶었다. 주식시장 얘기다. 주가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자 정부 관계자들은 노무현 정부의 경제 치적을 포장하느라 여념이 없다. 물론 포장지는 주가다.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요즘 주가 예찬에 재미를 붙였다. 최근 조선대 특강에서 그는 "노무현 정권 비토 세력은 무역규모가 5000억달러가 되든,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든,그것은 중요하지 않고 참여정부 때문에 대한민국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한다"는 논리를 폈다. 경제가 잘 굴러가는데 왜들 시끄럽게 구느냐는 얘기다. 지난달 청와대 직원들의 학습 모임이라는 '상춘포럼' 특강에서는 한 발 더 나갔다. "주가지수가 1300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그 이상 무슨 상징적인 지표가 있느냐"며 "한국은 지금 선진국이 아니라는 증거를 댈 수 없기 때문에 선진국"이라는 궤변까지 늘어놓았다. 정부 홍보를 책임지고 있는 국정홍보처의 이백만 차장도 거들고 나섰다. 그는 인터넷 칼럼에서 경제상황이 좋다며 시장경제의 핵심지표인 주가가 사상 최고인데도 경제기자들이 괜한 비관론으로 위기를 조장한다고 타박했다. 자신이 기자 시절 경제위기론을 누구보다 많이 쓴 것을 후회한다는 자책까지 해가면서 말이다. 이 두 사람이야 직업을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그럴 수 있다고 치자.정통 경제관료라는 한덕수 경제부총리마저 정책 홍보에 주가를 들먹이고 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지난 8일 금융허브 국제세미나에서였다. 그는 정부가 금융허브 정책의 세부과제를 충실히 이행했더니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고 했다. 주식시장 시가총액과 채권발행 잔액,외환 일일

    2005.12.11 00:00
  • [한경 데스크] GM의 위기와 현대·기아차

    미국자동차노조(UAW) 위원장인 론 게텔핑거의 풍모는 멋진 콧수염만큼이나 귀족적이다. UAW가 항상 굳게 다문 입술과 굳은 표정으로 협상에 나섰던 스테판 요키치 전 위원장 대신 늘 웃는 모습의 그를 새 위원장으로 뽑자 업계는 "이제 좀 이야기가 될 것 같다"며 흡족해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그는 2003년 GM과의 첫 협상 테이블에 나서면서 "빅3가 세계 경쟁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며 조합원들의 양보를 요구했다. 사측으로선 고맙기 짝이 없는 발언이었다. 파격은 협상장으로 이어졌다. 게텔핑거는 "이번 교섭의 최대 목표는 노사 공생"이라는 말을 수 차례 되풀이했다. 노조가 먼저 '상생'을 언급하니 사측이 당황할 정도였다고 한다. 임금인상 요구도 과거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였다. 미국 언론들은 노조의 '개과천선'을 앞다퉈 보도했다. 그러나 회사가 간과한 것이 있다. 게텔핑거가 상생의 전제로 내건 조건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1998년 대규모 파업 직후 맺었던 단협은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화해무드에 취한 회사는 의료비 부담 등 핵심 이슈에 대한 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게텔핑거의 화해 제스처가 위선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회사의 실적 악화와 함께 신용등급이 곤두박질치자 릭 왜고너 GM 회장은 올초 UAW에 재협상을 요청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유산비용(Legacy Cost) 부담을 덜지 않고선 회사의 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GM이 지난해 퇴직자와 그 부양 가족에까지 의료비와 연금을 지급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52억달러.2000년보다 무려 33%나 급증하면서 회

    2005.08.28 00:00
  • [한경 데스크] 이건희 회장과 고려대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2일 저녁 그 떠들썩하던 고려대 캠퍼스를 빠져나오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마지못해 명예박사 학위증을 받아들었지만 눈에 들어온 '글로벌 프라이드(Global Pride)'라는 고려대 개교 1백주년 기념 표어엔 그만 고개가 가로 지어졌을 것이다. 어윤대 고려대 총장은 "굳이 받지 않겠다는 분을 모셔다 봉변을 당하게 했다"며 답답해 했다. 하지만 답답한게 어디 총장 뿐이랴.고려대 대다수 학생들과 23만명에 이르는 동문들은 낯이 뜨거워 얼굴을 들지 못하게 됐다고 한숨이다. 학교 설립자인 인촌 김성수 선생의 동상을 철거해야 과거사가 청산된다던 학생들이 이젠 '세계 초일류 경영인'의 학위수여식마저 엉망진창을 만들어 놓았으니 말이다. 소식을 접한 시민들도 갈수록 극렬해지는 대학생들의 행태에 기가 막힐 뿐이다. 이건희 회장은 누가 뭐래도 세계 초일류 경영자다. 이 회장이 이끄는 삼성은 이미 세계 초일류 반열에 올랐고 세계 주요 경영대학원이 가장 중요히 여기는 케이스 스터디 대상이다. 내로라는 글로벌 기업도 삼성을 벤치마킹하지 못해 안달이고 정부 각 부처도 앞다퉈 삼성을 배우자고 법석을 떨지 않던가. 구태여 고려대가 아니더라도 이 회장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겠다는 국내외 대학은 줄을 서 있다. 그런 인물을 초대해 학위를 수여하는 자리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놓은 학생들이 과연 '글로벌 프라이드'라는 의미를 알기나 하는 것인지. 백번 양보해 학생들이 뜻이 옳았다 하자.그래도 이런 의사표현 방법은 틀렸어도 너무 틀렸다. 학생답게 지성적으로 자신들의 뜻을 표현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지 않는가.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면서 문제

    2005.05.03 00:00
  • [한경 데스크] 터키와 역사교과서

    김정호 < 산업부장 > 터키를 방문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터키인들의 '한국 사랑'에 적잖은 감명을 받은 모양이다. 평소 한국인 여행객들을 '피를 나눈 형제'라며 극진히 환대해 온 터키 사람들이 수교 47년 만에 처음으로 터키를 찾은 한국 대통령에겐 오죽했으랴. 현지 유력 신문들까지 노 대통령의 터키 방문을 알리는 기사에 '터키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한글 제목을 대문짝 만하게 달아놓았다니 말이다. 한국 대통령의 터키 방문은 그야말로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한국전쟁에 참전해 7백명이 넘는 전사자,2천명이 넘는 부상자를 내며 피로써 나라를 지켜준 형제국에 예의라도 갖추게 됐으니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노 대통령도 참전 용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제야 마음의 짐을 더는 것 같다"고 말했다는 소식이다. 사실 그동안 한·터키 관계는 터키의 '일방적인 사랑'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터키를 우리의 혈맹,우리의 형제국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런 터키인들에게 우리는 몇 차례 큰 상처를 안겨준 적이 있다.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의 일이다. 당시 터키인들은 전쟁으로 쑥대밭이 됐던 '형제의 나라'가 크게 발전해 올림픽까지 개최하게 됐다는 기쁨-진심으로 반가워했다고 한다-에 모두 TV 앞에 붙어 앉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터키 선수들이 주경기장에 입장하는데 한국 관람객들의 태도가 다른 나라에 대한 그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그 때만 해도 괜찮았다. 곧이어 소련이 입장했을 때다. 모든 관람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는 것 아닌가. 터키 국민들의 섭섭한 감정은 마침내 분노로 바뀌고

    2005.04.1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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