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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conomic News] 환란 10년,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기업가정신부터 되살리자

    외환위기를 맞은 지 10년이 지났다.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것이 1997년 11월21일.한국 경제는 외부의 긴급자금 수혈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고,그 바탕 위에서 기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바닥을 드러냈던 외환보유액은 경상흑자가 이어지면서 세계 5위 규모로 불어났다.7000달러까지 곤두박질쳤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로 올라섰다.수출은 4000억달러 고지를 향해 순항하고 있고 280포인트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는 2000선을 넘나들고 있다.위기를 딛고 일어섰기에 더욱 화려해 보이는 실적이다.그러나 한국은 과연 위기를 극복하긴 한 것일까.무엇보다 기업가정신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안타깝다.1960년대 맨손에서 출발해 1990년대 선진국을 따라잡겠다며 세계를 질주하기까지,든든한 재산이 돼주었던 모험정신은 안타깝게도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다.글로벌스탠더드라는 명목 아래 밀려든 주주중시 경영과 각종 견제장치,새로운 지배구조는 기업인들이 리스크를 회피한 채 단기실적에만 매달리도록 강요하고 있다.불안한 노사관계는 여전한 숙제다.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내기는커녕 샌드위치의 공포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 기업들의 현 주소다.주식시장은 재테크 장터로 전락한 지 오래다.기업들이 증시를 통해 대규모 자본을 조달했다는 얘기를 요즘 들어본 일이 있는가.증시가 가계의 유휴자금을 산업현장으로 흘러들게 하기는커녕 기업자금을 주식 소각,자사주 매입 등으로 빨아가고 있으니 말이다.더 큰 문제는 규제의 칼자루를 좀처럼 놓으려 하지 않는 정부다.외환위기의 주범으로 재벌경영을 탓했던 정부는 기업들의 모험적인 투자를 격려하기보다는 자신들의 밥그릇

    2007.11.16 15:44
  • 환란 10년 …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 기업가정신 훼손 심각

    며칠 후면 외환위기를 맞은 지 꼭 10년째다.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것이 1997년 11월21일.한국 경제는 외부의 긴급자금 수혈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고,그 바탕 위에서 기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바닥을 드러냈던 외환보유액은 경상흑자가 이어지면서 세계 5위 규모로 불어났다. 7000달러까지 곤두박질쳤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로 올라섰다. 수출은 4000억달러 고지를 향해 순항하고 있고 280포인트까지 떨어...

    2007.11.15 00:00
  • [한경데스크] 수도권의 비애

    "경기도 화성시에 경찰서가 없다면 믿겠습니까?"설마했다.굳이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곳에 경찰서가 없다니.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자신도 취임 6개월이 지나서야 그런 사실을 알았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화성군이 갈라지면서 '화성경찰서'가 오산시에 남게 됐고,그 경찰서가 서울 크기의 1.2배인 화성시까지 덤으로 관장하게 됐다는 것이다.두 지역의 인구가 경찰서를 나눌 정도는 아니라는 이유에서다.서쪽으로 40㎞ 넘게 떨어진 서해바다의 제부도까지 커버하다보니 이 경찰서의 경찰 1인당 담당 인구는 전국 평균의 두 배인 1000명에 이른다.장기 미제사건이 많을 수밖에 없다.행정자치부가 김 지사에게 들볶이다 못해 얼마 전 화성시에 경찰서를 신설키로 했다.뒤늦긴 했어도 다행스런 일이다.시민들이 다리라도 펼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수도권이라면 흔히 분당이나 일산 용인 등만을 생각하게 된다.지방의 시각에서 보면 돈과 사람으로 넘쳐나는 곳이다.정부가 경제력 집중을 억제한다며 온갖 규제를 가해도 당연시되는 지역이다.그러나 이런 곳은 수도권의 일부일 뿐이다.소방서 얘기를 해보자.화성시에는 소방서도 없다.양주 연천 가평 등도 마찬가지다.이들 지역에 화재가 나면 다른 지역 소방서가 동원된다.가평의 면적은 서울의 1.4배다.소방차가 아무리 서둘러 출동해도 현장은 늘 잿더미가 된 뒤다.국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다.수도권 북부는 더하다.지방에도 군 단위 대학이 흔하다지만 이 지역에는 단 두 곳뿐이다.그것도 포천중문의대는 입학정원이 110명에 불과한 초미니대학이다.병원 등 다른 시설들도 대부분

    2007.09.02 00:00
  • [한경 데스크] 가격도 마음대로 하겠다고?

    미국 뉴욕시 정부가 아파트 임대료의 상한선을 정한 적이 있다.공급은 제한돼 있는데 수요가 급증하면서 세입자들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판단에서였다.그러나 그 판단은 금세 오류임이 드러났다.임대업자들은 아파트 수리를 외면하기 시작했다.임대료에 상한선이 그어져 있으니 비가 새건,파이프가 터지건 관심을 가질 턱이 없었다.동네가 슬럼화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경제학자들이 가만 있을 리 없다.얼링 올센(Erling Olsen)이라는 학자가 뉴욕시의 정책실패를 숫자화시켰다.아파트 임대료를 묶어놓은 결과 세입자들의 실질소득은 3.4% 증가한 반면 소유주들은 그 2배의 소득 감소를 경험해야 했다.소유주들은 폐허가 된 아파트를 허물고 콘도나 상업시설로 전환시켰다.어떤 지역의 아파트는 90가구에서 50가구로 줄었다.반면 수요는 120가구로 늘었다.새로운 아파트를 찾는 데 실패한 세입자들은 결국 거리에 나앉고 말았다.가격통제의 폐해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시장경제의 골간인 가격결정 시스템을 인위적으로 흔들었을 때 얼마나 큰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적인 사고 방식'으로 영세사업자에 대한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를 대폭 인하하라고 지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금융감독위원회가 추진해오던 신용카드 수수료 개선작업은 원점으로 돌아갔다.당초 13일로 예정됐던 공청회는 무기 연기됐고 이 문제에 일절 관여하지 않던 재정경제부가 뛰어들어 수수료 원가분석에 대한 용역을 회계법인에 맡기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카드의 가맹점수수료도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에서 정해지는 가격이다.가맹점의 수익기여도

    2007.07.08 00:00
  • [한경데스크] 무책임한 장관들

    노무현 대통령이 열을 받을 만도 했다.지난 3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워크숍 얘기다.장관들의 '과장된 보고'를 묵묵히 듣고 있던 노 대통령은 김성진 해양수산부 장관이 명태 어민의 피해 전망을 보고하자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고 한다.명태 어민이 몇 명이냐고 묻자,김 장관이 700명이라고 답했고,700명을 갖고 어떻게 '어업 피해가 엄청나다'고 보고할 수 있느냐며 언성을 높였다는 것이다.하지만 노 대통령이 더 파고들었다면 사태는 더 심각해졌을 것이다.장관들이 얼마나 안일하게 한·미 FTA에 대응하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김 장관이 700명이라고 밝힌 원양 명태어업 종사자 가운데 절반은 외국인 선원이다.더욱이 30%의 명태 관세가 15년 뒤에 철폐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유예기간이 10년이나 된다.협정이 발효돼도 미국산 명태에는 10년간 30%의 관세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얘기다.350명의 명태 어민들이 조금이라도 피해를 느낄 수 있는 시점은 빨라야 2018년 이후인 셈이다.주무 장관이 이런 조건들을 모두 접어둔 채 "큰 일 났습니다"만을 외쳤다는 사실에 노 대통령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이날 워크숍은 한·미 FTA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으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토론하는 자리였다.취약 업종은 이렇게 구조조정하고,산업의 체질은 저렇게 개선해 FTA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보고가 쏟아졌어야 했다.그러나 대통령의 질책에도 정신을 못차린 일부 장관들은 회의의 성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야단을 맞았다며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항의를 했다고 한다. 기가 찰 일이다.사실 많은 장관들이 FTA 협상에 매우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대통령을 도와

    2007.04.08 00:00
  • [한경 데스크] 공정위와 과징금

    공정거래위원회와 재계의 갈등은 올해도 여전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지난해 갈등의 접점이 출자총액제한제도였다면 올해 이슈는 과징금이라는 점뿐이다. 공정위는 이번 주 전원회의를 열어 정유사들의 석유류 가격 담합 여부를 판정한다. 합성수지와 설탕류 담합 여부도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심판정에 오를 것이라는 소식이다. 조사가 장기간 이뤄진 데다 과징금 규모가 많게는 2000억원을 넘을 수도 있다 하니 업계가 신경을 곤두세울 만도 하다. 해당 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과다한 과징금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과 회사의 재무안정성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더욱이 최근 군납유류 담합건과 관련한 배상판결의 사례에서 보듯 행정제재와는 별개로 민사소송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중의 고통을 우려하고 있다. 시장에서 경쟁을 저해하는 담합행위는 제재 받아 마땅하다. 권오승 공정위원장의 말마따나 '반칙하는 기업'들을 제재하는 일이 '제대로 하는 기업'들로 하여금 아무 걱정없이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늘 옳았는지는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가 2002년부터 5년간 기업과의 과징금 관련 행정소송에서 전부패소한 사례는 2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소와 이의신청으로 되돌려 준 과징금도 1000억원 규모다. 부과된 전체 과징금의 15% 선이다. 책임 있는 정부 기관으로선 치욕스런 숫자가 아닐 수 없다. 공정위의 '무리수'는 몇 가지 제도적 문제점에서 비롯된다. 무엇보다 과거의 관행을 전혀 감안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의 행정지도에 의한 가격이

    2007.02.04 00:00
  • [2007년 올해는 - (5) 중산층을 키우자] 성장통한 고용창출로 양극화문제 풀어라

    미국 와튼스쿨 교수이자 사회비평가인 제러미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이라는 저서에서 '20 대 80의 사회' 도래를 경고한 것은 1995년이었다.소득 상위 20%만 부유층으로 편입하고 그렇지 못한 80%는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불길한 시나리오다.그로부터 10여년.그의 예측은 한국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한국의 중산층은 1997년 64.8%였지만 2005년에는 59.5%로 줄어들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른 계산이다.그러면 사라진 중산층은 어디로 갔을까.3분의 1만이 상위층으로 이동했을 뿐이다.나머지 3분의 2는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17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다.리프킨은 '20 대 80의 사회' 배경을 몇 가지로 요약했다.정보화와 세계화의 급속한 진전,부와 정보의 독점,그리고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고용 감소다.하지만 한국의 양극화 현상을 설명하기에 그의 논리만으로는 부족하다.무엇보다 외환위기가 양극화의 시발점이었다는 것이다.구조조정의 과정에서 무수한 사람들이 삶의 기반을 잃었다.저성장의 늪에 빠진 경제는 10년간 좌파 성향의 정권을 거치면서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한 정책 탓이다.참여정부 들어 경제성장률 5%를 달성한 것은 지난해 한 해뿐이다.잠재성장률은 4% 초반까지 떨어졌다.당연히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중산층 몰락과 양극화의 가장 큰 이유다.여기에 부동산 정책 실패는 중산층에 회생 불능의 타격을 줬다.참여정부는 양극화 해법을 소득격차 완화에서 찾고 있다.그러나 이는 출발부터가 잘못이다.양극화 자체가 중장기적인 경제구조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분배라는 제로섬 게임은 양극화를 부채질한다.양극화

    2007.01.04 00:00
  • [한경 데스크] '폴슨 효과'와 '회전문 人事'

    "기업인 출신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미국 국민들이 헨리 폴슨 재무장관을 두고 하는 얘기다. 미국 금융시장의 경쟁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사베인스-옥슬리법으로 대표되는 반기업적 규제에 메스를 가하겠다고 약속한 게 엊그제다. 이번엔 내달 12일 자신이 인솔할 중국 방문단에 이례적으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동원키로 해 화제다. 그는 철저한 약(弱)달러주의자다. 미국의 쌍둥이적자 해소엔 달리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가 지난 9월 중국을 방문하자 대부분 사람들이 위안화 절상을 강력히 촉구할 것으로 예상했던 이유다. 그러나 그는 '위안화 절상'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단지 양국 경제가 처한 현실을 포괄적으로 논의해보자며 '전략적 경제회의' 설치를 제안했을 뿐이다. 시종일관 압박만을 가하던 직업 관료들과는 전혀 딴판이 아닌가. 중국 지도자들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고 말았다. 그러자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폴슨이 중국을 방문했던 일주일간 위안화 환율은 0.34%나 떨어졌다. 주간 단위로 가장 높은 절상폭이었다. 이른바 폴슨의 '위안화 절상 햇볕정책 효과'다. 내달 방중단에 버냉키 의장이 합류하더라도 버냉키가 나서 위안화 절상을 요구할 리 없다. 하지만 폴슨과 나란히 앉아 있는 버냉키의 모습에 중국의 지도자들과 상하이 외환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폴슨 장관은 1972년 골드만삭스에 입사해 얼마 전까지 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철저한 기업인이라는 얘기다. 협상과 대화를 앞세운 외교 무대에서의 모습부터가 상대국에 압박만을 일삼던 관료들과는 천양지차다. 과감한 기업 규제 완화도 그가 기업인 출신이 아니었다면 어려웠을 일이라는

    2006.11.26 00:00
  • [한경 데스크] 눈감은 '샤워실의 바보'

    당·정·청이 경기부양에 한목소리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사용하지 않겠다던 참여정부의 '금기'가 북한 핵실험이라는 메가톤급 변수를 만나 단숨에 깨져버렸다. 하지만 북한 핵실험은 한낱 핑계거리다. 집권당의 정책위의장이 이미 정부에 수 차례에 걸쳐 경기부양을 촉구해왔고,경제부총리도 얼마 전부터 '리밸런싱(rebalancing)'을 생각할 때라며 슬슬 군불을 때오던 터다. 사실 경기도 경기지만 지금의 지지율로 내년 대통령 선거를 치를 여당이 아니질 않은가. 어차피 부양카드를 꺼내들어야 할 시점이었다는 얘기다. 물론 경기부양은 국민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반갑기만 한 일은 아닌 듯 싶다. 쓸 수 있는 정책이라는 게 세금과 예산을 조정하는 재정정책과 금리를 조절하는 통화정책뿐인데 지금으로선 둘 다 여의치 않아서다. 재정을 동원한 경기확대라는 고전적 부양책은 1970년대 이후 세계 각국이 경험했듯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재정적자와 공공부문의 비대화로 생산성과 성장잠재력의 저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내년 예산안이 이미 국회로 넘어가 조정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그렇다. 통화정책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안정을 유지하던 물가마저 흔들릴 수 있다. 집 값도 다시 큰 폭으로 뛸 가능성이 높다. 넘치는 유동성을 자극할 뿐이란 것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부터 금리인하에 매우 부정적이다. 그의 말대로 금리의 방향성을 놓치면 시장만 혼란스러워진다. 게다가 몇 년 전 아픈 경험이 정책 선택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2003년 카드사태 얘기다. 당시 금리를 내리고,인위적으로 소비를 늘리고,건설경기를 자극한 결과는 너무나 심각했다.

    2006.10.15 00:00
  • [한경 데스크] 비전2030과 MAYA論

    '비전 2030'은 발표하지 않는 게 나을 뻔 했다.국가의 장기 비전을 담았다는 이 보고서가 뜨거운 논쟁을 낳고 있다지만 찬찬히 따져보면 논쟁거리조차 되질 않기 때문이다.가장 중요한 부분이 통째로 빠져 있는 데 여야가 맞서 무엇을 놓고 그리 논쟁을 벌이고 있는지….국가 비전이라면 마땅히 들어갔어야 할 재정전망의 부재 얘기다.재정전망이 없는,더욱이 이 부분에 대한 국민적 합의 없이 나온 비전 보고서가 무슨 의미가 있다고 다투는지 모르겠다.정부도 할 말이 있다고 한다.보고서는 완벽하게 만들었지만 정치권의 주문 탓에 최종 발표에서 재정전망이 빠졌다는 설명이다.그렇다면 발표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핵심이 빠진 보고서를 내던져 놓고 국민들에게 서둘러 재원조달 방안을 논의해달라는,이런 무책임한 태도가 어디 있는가.그런 면에서 일본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장기 비전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이 보고서도 이름이 '2030 비전'이다.역시 장밋빛이다.하지만 일본의 2030 비전은 우리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재정전망을 가장 중요한 전제로 담고 있어서다.장기 세입·출 구조를 전면 재검토하고,2010년대 초반까지 중앙 및 지방정부의 기초적 재정수지를 흑자화한다는 목표부터 상세한 실행 계획과 함께 담겨 있다.'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실현하기 위해 중앙과 지방 정부의 업무 중복을 없애고 민영화 규제개혁 등을 과감하게 추진하겠다는 전략도 구체적이다.'민간 참여에 의한 풍요로운 공(公)'을 달성하기 위한 수많은 개혁 과제는 각 부처의 세부보고서가 뒷받침하고 있다.고이즈미 총리가 재정전망을 중시하고 그 기반을 공공부문의 개혁에 둔 것은 아무리 화려한 청사진이라 해도

    2006.09.03 00:00
  • [한경 데스크] 포퓰리즘도 아닌 것이

    가관이다.선거 후 열린우리당의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그렇다.정권이 바뀌어도 절대 뜯어고칠 수 없는 정책이라며 기세등등할 때가 엊그젠데 벌써 정책을 뜯어고치겠다고 부산을 떠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정책은 누가 뭐래도 여론의 토대 위에 서야 한다.제 아무리 나라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만든 정책이라 해도 민심을 벗어나선 결코 성공할 수 없다.여론에 귀를 닫은 채 자신들의 이념만을 담은 정책에 국민들이 등을 돌린 건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사실 참여정부의 정책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8·31에서 3·30으로 이어지는 부동산 정책부터가 그렇다.강남 3구 전체를 '투기꾼'으로 전제한 정책은 출발 자체가 잘못이었다.정책을 입안한 정부 관료들조차 강남 아파트 거래의 80% 이상이 1가구1주택 실수요자였다는 뒤늦은 조사 결과에 난감해하지 않았던가.관료들 스스로 강남 집값의 해법은 공급뿐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세금폭탄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든 이유는 지금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보유세를 강화하면서도 양도세는 완화하지 않아 정부 스스로 강남 주민의 퇴로까지 막아버린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무리에 무리를 더한 정책이 생각처럼 먹혀들리 없다.청와대 관계자들은 격한 표현을 동원해 '말폭탄'을 쏟아냈지만 버블세븐뿐 아니라 수도권 전역 집값은 말폭탄을 비웃으며 오히려 뛰고 말았다.정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국민들만 또다시 낭패를 봤을 뿐이다.그 결과가 이번 선거에 나타난 표심이다.다른 정책에 대한 평가라고 다를까.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그나마 다행이다 싶던 여당의 정책수정론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한두 번 선거로 나라가 잘

    2006.06.04 00:00
  • [한경 데스크] 척화비라도 세우려는지

    선거철은 선거철인가보다.국민들과는 멀찌감치 떨어져 이념논쟁만 일삼던 정치인들이 다시 민생을 힘줘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달라진 건 없다.이번에도 후보들이 쏟아내고 있는 공약의 키워드는 경기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다.대기업 투자를 늘리고 외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저마다 규제 철폐에 앞장서겠단다.물론 믿는 사람들은 없다.그 많은 선거 공약들이 조금이라도 지켜졌더라면 이런 공약이 다시 유권자들의 귀를 간지럽힐 수 있겠는가.외국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이다.선거철 정치권이 아무리 외국자본 유치를 강조해도 외국기업들은 한국을 빠져나가는데 급급하다.마산에 위치한 노키아TMC는 생산시설의 상당 부분을 해외로 이전키로 했다고 한다.국내 최대 외국계 제조업체다.같은 지역의 일본 소니 공장도 같은 결론을 냈고 모토로라는 경기도 덕평의 생산라인을 접었다.글락소 화이자 로슈 등 다국적 제약사들도 앞다퉈 떠나고 있다.바이오 산업 육성이라는 모토가 무색할 지경이다.외국기업들의 '탈(脫) 한국'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높은 인건비와 노사 갈등,각종 규제에 그렇지 않아도 보따리를 싸고 싶던 터에 원화가치마저 크게 올라 더 이상 버텨낼 수 없게 됐다.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반(反) 외국자본 정서'가 때마침 울고 싶은 이들의 뺨을 냅다 후려갈기고 말았다.해외 언론의 우려는 그야말로 위험 수준이다.론스타의 '먹튀(먹고 튀기)' 논쟁으로 촉발된 반외자 정서가 외국 자본에 대한 원천과세의 근거를 마련한 국제조세조정법 개정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의 경제 국수주의가 극에 이르고 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원천징수 특례제도를 문제 삼을 순 없다.그런

    2006.05.07 00:00
  • [한경 데스크] 참여정부의 착각

    신문에 나올 얘기다. 전직 고위 관료 A씨가 얼마전 일선 공무원에게 당한 일이다. A씨의 집은 서울이라지만 뜰에 우물이 하나 있다. 가뭄 때 화단에 물을 주는 데 사용할 뿐 평소엔 거의 쓰지 않던 우물이다. 하루는 구청 공무원이 그를 찾아왔다. A씨 집에서 우물물을 퍼내는 바람에 이웃의 지반이 침하되고 있다는 진정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현장을 돌아다니며 진정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는 공무원이 반가워 서둘러 문을 열어줬다. 그런데 웬걸.뜰의 우물은 확인하는둥 마는둥 하던 이 공무원,지하수 사용료가 밀렸다며 느닷없이 수백만원을 부과하더란 것이다. 지하수를 사용하면 하수도료를 내야 한다는 서울시 조례가 10여년 전 만들어졌다며 사용량을 모르니 최대한 계산했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그런 사실을 통보받은 적이 없었다는 A씨의 항변은 "당시 관보를 찾아보라"는 무뚝뚝한 답에 묻히고 말았다. 분통이 터진 건 그 다음이었다. 잠시 뜸을 들이던 이 공무원,A씨에게 가까이 다가서더니 "꼭 다 내라는 건 아니지요. 제가 잘 알아서 처리할 수도 있구요…"라며 귓속말을 해대는 것이 아닌가. 평소 "공무원의 비리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부분 사라졌다"고 자신있게 말해온 그에게는 보통 큰 충격이 아니었나 보다. 아무리 전직이라지만 자신처럼 얼굴이 많이 팔린 공직자에게까지 이런 일이 벌어지니 더 할 말이 뭐가 있겠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시민단체는 참여정부의 3년을 평가하면서 25개 평가항목 가운데 사회적 차별 해소,지방 분권과 함께 부정부패 척결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참여정부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돈 안드는

    2006.03.26 00:00
  • [한경 데스크] 丙戌年 개띠 대통령에 거는 기대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사석에서 "대통령이 되고 난 뒤 내게 '광' 나는 일들은 전임자들이 해놓은 것이 많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뒤집어 말하면 임기 내에 이룰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더란 얘기다. 그래서 임기 안에 되는 것에서,2010년으로,2020년으로,더 나아가 2030년으로 '정책 시간표'를 길게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 단임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가 않다. 결론을 보자고 덤벼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넓고도 멀리 보는 정책을 구사하면 그 다음 대통령이 '광' 날 것이고 그 결과가 나라 발전의 토대가 되는 것이다. 그게 대통령이 할 일이고,국민들이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다. 새해라고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다를 리 없다. 노 대통령은 46년 개띠다. 병술년(丙戌年) 새해가 환갑인 셈이다. 모든 것을 순리대로 깨닫는다는 이순(耳順)을 넘긴 대통령에게 훈수를 두는 일도 이젠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할 말을 가릴 국민들도 아니다. 개띠 대통령답게 새해엔 이념 논쟁을 접고 밤잠을 설쳐가며 민생의 현장을 뛰는 대통령이 돼달라든가,국민들에게 충성심이 강한 대통령이 돼달라든가….그러나 더 큰 기대는 한껏 목소리를 높였던 닭띠해와는 달리 훌륭한 청력의 견공처럼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달라는 것일 게다. 노 대통령도 무수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간담회 횟수도 다른 어떤 대통령들보다 많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는 게 국민 대다수의 생각인 것 같다. 사람을 만났다지만 가려 만났고,간담회를 가졌다지만 대화의 장이라기보다는 설득의 자리였다는 이유에서다. 재계와의 대화가 대표적이다. 부진한 투자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2005.12.30 00:00
  • [한경 데스크] 주가 빠지면 어쩌시려고

    정부가 이런 호재를 내버려둘리 없다 싶었다. 주식시장 얘기다. 주가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자 정부 관계자들은 노무현 정부의 경제 치적을 포장하느라 여념이 없다. 물론 포장지는 주가다.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요즘 주가 예찬에 재미를 붙였다. 최근 조선대 특강에서 그는 "노무현 정권 비토 세력은 무역규모가 5000억달러가 되든,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든,그것은 중요하지 않고 참여정부 때문에 대한민국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한다"는 논리를 폈다. 경제가 잘 굴러가는데 왜들 시끄럽게 구느냐는 얘기다. 지난달 청와대 직원들의 학습 모임이라는 '상춘포럼' 특강에서는 한 발 더 나갔다. "주가지수가 1300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그 이상 무슨 상징적인 지표가 있느냐"며 "한국은 지금 선진국이 아니라는 증거를 댈 수 없기 때문에 선진국"이라는 궤변까지 늘어놓았다. 정부 홍보를 책임지고 있는 국정홍보처의 이백만 차장도 거들고 나섰다. 그는 인터넷 칼럼에서 경제상황이 좋다며 시장경제의 핵심지표인 주가가 사상 최고인데도 경제기자들이 괜한 비관론으로 위기를 조장한다고 타박했다. 자신이 기자 시절 경제위기론을 누구보다 많이 쓴 것을 후회한다는 자책까지 해가면서 말이다. 이 두 사람이야 직업을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그럴 수 있다고 치자.정통 경제관료라는 한덕수 경제부총리마저 정책 홍보에 주가를 들먹이고 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지난 8일 금융허브 국제세미나에서였다. 그는 정부가 금융허브 정책의 세부과제를 충실히 이행했더니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고 했다. 주식시장 시가총액과 채권발행 잔액,외환 일일

    2005.12.11 00:00
  • [한경 데스크] GM의 위기와 현대·기아차

    미국자동차노조(UAW) 위원장인 론 게텔핑거의 풍모는 멋진 콧수염만큼이나 귀족적이다. UAW가 항상 굳게 다문 입술과 굳은 표정으로 협상에 나섰던 스테판 요키치 전 위원장 대신 늘 웃는 모습의 그를 새 위원장으로 뽑자 업계는 "이제 좀 이야기가 될 것 같다"며 흡족해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그는 2003년 GM과의 첫 협상 테이블에 나서면서 "빅3가 세계 경쟁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며 조합원들의 양보를 요구했다. 사측으로선 고맙기 짝이 없는 발언이었다. 파격은 협상장으로 이어졌다. 게텔핑거는 "이번 교섭의 최대 목표는 노사 공생"이라는 말을 수 차례 되풀이했다. 노조가 먼저 '상생'을 언급하니 사측이 당황할 정도였다고 한다. 임금인상 요구도 과거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였다. 미국 언론들은 노조의 '개과천선'을 앞다퉈 보도했다. 그러나 회사가 간과한 것이 있다. 게텔핑거가 상생의 전제로 내건 조건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1998년 대규모 파업 직후 맺었던 단협은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화해무드에 취한 회사는 의료비 부담 등 핵심 이슈에 대한 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게텔핑거의 화해 제스처가 위선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회사의 실적 악화와 함께 신용등급이 곤두박질치자 릭 왜고너 GM 회장은 올초 UAW에 재협상을 요청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유산비용(Legacy Cost) 부담을 덜지 않고선 회사의 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GM이 지난해 퇴직자와 그 부양 가족에까지 의료비와 연금을 지급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52억달러.2000년보다 무려 33%나 급증하면서 회

    2005.08.28 00:00
  • [한경 데스크] 이건희 회장과 고려대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2일 저녁 그 떠들썩하던 고려대 캠퍼스를 빠져나오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마지못해 명예박사 학위증을 받아들었지만 눈에 들어온 '글로벌 프라이드(Global Pride)'라는 고려대 개교 1백주년 기념 표어엔 그만 고개가 가로 지어졌을 것이다. 어윤대 고려대 총장은 "굳이 받지 않겠다는 분을 모셔다 봉변을 당하게 했다"며 답답해 했다. 하지만 답답한게 어디 총장 뿐이랴.고려대 대다수 학생들과 23만명에 이르는 동문들은 낯이 뜨거워 얼굴을 들지 못하게 됐다고 한숨이다. 학교 설립자인 인촌 김성수 선생의 동상을 철거해야 과거사가 청산된다던 학생들이 이젠 '세계 초일류 경영인'의 학위수여식마저 엉망진창을 만들어 놓았으니 말이다. 소식을 접한 시민들도 갈수록 극렬해지는 대학생들의 행태에 기가 막힐 뿐이다. 이건희 회장은 누가 뭐래도 세계 초일류 경영자다. 이 회장이 이끄는 삼성은 이미 세계 초일류 반열에 올랐고 세계 주요 경영대학원이 가장 중요히 여기는 케이스 스터디 대상이다. 내로라는 글로벌 기업도 삼성을 벤치마킹하지 못해 안달이고 정부 각 부처도 앞다퉈 삼성을 배우자고 법석을 떨지 않던가. 구태여 고려대가 아니더라도 이 회장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겠다는 국내외 대학은 줄을 서 있다. 그런 인물을 초대해 학위를 수여하는 자리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놓은 학생들이 과연 '글로벌 프라이드'라는 의미를 알기나 하는 것인지. 백번 양보해 학생들이 뜻이 옳았다 하자.그래도 이런 의사표현 방법은 틀렸어도 너무 틀렸다. 학생답게 지성적으로 자신들의 뜻을 표현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지 않는가.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면서 문제

    2005.05.03 00:00
  • [한경 데스크] 터키와 역사교과서

    김정호 < 산업부장 > 터키를 방문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터키인들의 '한국 사랑'에 적잖은 감명을 받은 모양이다. 평소 한국인 여행객들을 '피를 나눈 형제'라며 극진히 환대해 온 터키 사람들이 수교 47년 만에 처음으로 터키를 찾은 한국 대통령에겐 오죽했으랴. 현지 유력 신문들까지 노 대통령의 터키 방문을 알리는 기사에 '터키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한글 제목을 대문짝 만하게 달아놓았다니 말이다. 한국 대통령의 터키 방문은 그야말로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한국전쟁에 참전해 7백명이 넘는 전사자,2천명이 넘는 부상자를 내며 피로써 나라를 지켜준 형제국에 예의라도 갖추게 됐으니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노 대통령도 참전 용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제야 마음의 짐을 더는 것 같다"고 말했다는 소식이다. 사실 그동안 한·터키 관계는 터키의 '일방적인 사랑'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터키를 우리의 혈맹,우리의 형제국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런 터키인들에게 우리는 몇 차례 큰 상처를 안겨준 적이 있다.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의 일이다. 당시 터키인들은 전쟁으로 쑥대밭이 됐던 '형제의 나라'가 크게 발전해 올림픽까지 개최하게 됐다는 기쁨-진심으로 반가워했다고 한다-에 모두 TV 앞에 붙어 앉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터키 선수들이 주경기장에 입장하는데 한국 관람객들의 태도가 다른 나라에 대한 그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그 때만 해도 괜찮았다. 곧이어 소련이 입장했을 때다. 모든 관람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는 것 아닌가. 터키 국민들의 섭섭한 감정은 마침내 분노로 바뀌고

    2005.04.17 18:01
  • [한경 데스크] 리바이스와 사회공헌기금 .. 김정호 <산업부장>

    청바지의 대명사인 리바이스(Levi's Strauss & Co.)는 미국에서도 사회공헌 활동을 가장 잘하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이 회사는 미국 기업 처음으로 채용시 성차별이나 인종적 차별을 철폐했을 정도로 고용 균등의 기회를 중시하는데다 매년 2천만달러 이상의 기부를 통해 사회와 공동번영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리바이스가 미국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것은 무엇보다 고용 유지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이다. GAP 올드네이비 등 경쟁업체들이 앞다퉈 공장을 해외로 옮길 때도 리바이스만큼은 '기업 최고의 사회공헌은 고용유지'라며 미국내 생산을 고집해왔다. 리바이스는 카우보이를 상징하는 청바지와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기업의 이미지가 맞물리면서 '미국의 심벌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제 리바이스의 공장은 미국 땅에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1월 마지막 공장이 폐쇄되면서 이 회사의 제품은 전량 해외에서 조달되고 있다. 해외에서 값싼 노동력으로 만들어진 경쟁사의 제품과 더 이상 경쟁할 수 없게 된 결과다. 리바이스는 '사회적 책무 준수'에 매달리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6년 71억달러나 되던 매출은 41억달러 수준으로 급전직하했다. 지난해에는 3억4천9백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급기야 연간 매출 14억달러 규모의 캐주얼브랜드 다커스(Docker's)를 매물로 내놓기에 이르렀다. 리바이스가 미국내 마지막 공장의 폐쇄를 발표하자 미국인들은 "1백50년 미국의 전통이 몰락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리바이스의 매장은 텅 비어 있었다. 누구보다 철저히 사회적 책무를 자임해온 회사라지만 소비자들은 결코 리바이스를 위해 지갑을 열지 않았다.

    2004.05.23 00:00
  • [한경 데스크] 3 對 133 .. 김정호 <산업부장>

    프랑스 화장품회사 로레알은 매년 'e-스트랫 챌린지'라는 행사를 연다. 전세계 대학생과 비즈니스 스쿨 재학생들이 실력을 견주는 비즈니스 게임 대회다. 경쟁은 온라인 시대답게 인터넷 상에서 이뤄진다. 참가자들은 가상 공간의 화장품 회사 CEO가 돼 5주간 시뮬레이션 게임을 통해 회사를 직접 경영하게 된다. 올해 참가자는 3만명,1만개팀.한국 대학생들도 2백8개팀이 참가했다. 나름대로 탄탄한 실력을 갖췄다는 학생들이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였다. 1백70개팀을 추리는 동북아 예선을 통과한 한국팀은 3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2백5개팀은 가상회사의 제품원가 판매량 재고 등을 묻는 단순한 일곱개 문제를 풀어내지 못했다. 영어는 물론 전공지식과 응용능력이 모두 부족했다는 게 주최측의 평가다. 실력이 떨어져도 한참 떨어졌나 보다.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한국의 경제·경영학도들에게 창피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중국 대학생들의 '전과'가 예사롭지 않아서다. 중국은 1천1백58개팀이 신청서를 냈다. 처음에는 '인해전술' 정도로 생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한국 일본 대만 학생들이 맥을 추지 못하는 사이 중국은 무려 1백33개팀이 예선을 통과해냈다. 중국팀은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7개팀씩을 추린 MBA부문과 학부부문에 푸단대팀과 대외경제무역대학팀이 각각 이름을 올려 오는 5월 파리에서 벌어지는 최종 본선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3개팀은 모두 탈락했다. '3 대 1백33.' 이 결과를 한낱 컴퓨터 게임의 결과로 흘려버릴 수도 있다.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하는 수많은 경제·경영학도들을 매도하는 숫자라고 외면해도 그만이다. 그러나 현상은 우리

    2004.04.06 00:00
  • [한경 데스크] 국제투기자본과 국적자본..김정호 <산업부 대기업팀장>

    SK㈜ 주주총회 날짜가 다음달 12일로 확정됐다. 2대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은 참여연대의 중재도 거절한 채 표대결 의지를 다지고 있어 주총장에서의 결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만약 주총에서 소버린이 승기를 잡는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SK㈜는 SK그룹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계열사가 이 회사의 우산 아래 놓여 있다. 주총의 결과에 따라서는 고작(?) 1천7백86억원을 동원한 외국계 펀드에 자산 50조원 규모의 국내 3위 그룹이 통째로 넘어가게 된다. 기가 막힐 일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SK㈜는 유일한 순수 국내 자본의 에너지 기업이다. 이 회사가 외국인 손에 넘어간다면 순수 토종 자본의 정유사는 이 땅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된다. '에너지 주권 상실'에 대한 우려가 괜한 걱정이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덤'으로 넘어가게 되는 SK텔레콤은 국내 최대 이동통신 회사가 아닌가. 애지중지 키워온 2개의 토종 기간산업체가 실체를 알 수 없는 외국 자본에,그것도 2천억원도 안 되는 '소액'에 팔려 간다는 데 끌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SK㈜는 얼마 전 주요 일간지에 "대한민국의 힘입니다"라는 헤드카피의 전면광고를 냈다.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이 토종 기간산업체를 위협하는 외국 자본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해 달라는 SK㈜의 읍소일 것이다. 사실 이제 모든 것은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의 손에 달렸다. 아무리 수익성을 앞세우는 투자자들이라지만 자본의 세계화라는 세찬 파도에 국민경제를 그대로 내맡겨도 괜찮은가 하는 점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난해 말 하나·신한·산업은행 등은 SK㈜ 자사주 일부를 떠안아줬다. 김승유 하나은

    2004.02.22 00:00
  • [한경 데스크] "자! 모두 다, 다~다시"..김정호 산업부 대기업팀장

    새해 벽두부터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헷갈려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새해 첫날 신년사에서 '안정 속의 변화'를 화두로 제시했다. 경제활력 찾기와 민생 안정에 정부 정책의 역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한 수사였다. 하지만 그 기대는 다음날 여지없이 무너졌다. 노 대통령은 장·차관들과의 신년 인사회에서 "올해를 조용히 넘길 수는 없을 것"이라는 말을 불쑥 던졌다. 어차피 상반기는 총선과 정치개혁으로 시끄러울 것이고 하반기에는 변화의 속도를 최고로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조용히 지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는 소식이다. 노 대통령은 뒤이어 "선거에 어느 정도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고 싶다"는 얘기를 꺼냈다. '안정'은 벌써부터 '어지러운 변화' 속으로 묻혀들 조짐이다. 신년사를 보고 '혹시나'했던 기업인들은 "그럼 그렇지"하며 일찌감치 체념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대통령이 선거 관련 발언을 했는데 재계가 왜 불안해 하느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재신임'과 '10분의 1 정계은퇴' 발언으로 경제가 불안해진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경제에 무슨 충격이…"라던 대통령이 아닌가. 정치권도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이 역시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았다. 최대 경제 현안 중 하나인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은 결국 해를 넘겼다. 통과 가능성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표심을 걱정한 농촌 지역구 의원들은 TV 카메라를 의식하며 국회의장의 본회의장 진입을 몸으로 막아냈지만 국익을 생각해 이들과 몸싸움을 벌였다는 의원의 이름은 들은 바 없다. 수

    2004.01.04 00:00
  • 이건희 회장, 16일 사장단 회의

    이건희 삼성 회장은 오는 16일 한남동 승지원에서 삼성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이라크 전쟁,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내수부진등의 불투명한 경제여건 아래서도 우수한 경영성과를 거둔 사장단을 격려한다. 8일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하는 한편 내년에도 경제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자만하지 말고 계속 위기의식을 갖고 미래에 대비해 줄 것을 당부할 예정이다. 조일훈 기자 jhkim@hankyung...

    2003.12.08 00:00
  • 내년 반도체.LCD 빼곤 신규투자 없다..주요그룹 해외생산.마케팅은 확대

    주요 기업들은 내년 반도체 LCD 등 일부 호황업종을 제외하곤 뚜렷한 신규 투자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기 호전으로 투자를 확대할 요인이 발생하더라도 국내보다는 해외 생산이나 마케팅능력 확충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북한 핵문제,테러 확산,대기업들에 대한 검찰수사 확대 등 경영불안 요인들이 누적되면서 경영 전반에 보수적인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

    2003.12.07 00:00
  • [한경 데스크] 채권단의 신체포기 요구 .. 김정호 <산업부 대기업팀장>

    LG카드가 사흘째 현금서비스를 중단했다는 '중대' 뉴스가 급전으로 전해졌다. 현금서비스가 안되면 결제서비스도 안되는 것 아니냐는 고객들의 문의는 신문사 전화까지 북새통으로 만들었다. 한마디로 금융시장은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는 양상이었다. 사안이 표면화된 것은 지난주 초다. LG카드에 단기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고 채권단은 2조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키로 하는 결정까지는 신속하게 했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이 갖고 있는 ㈜LG 지분과 LG카드 지분,LG투자증권 지분,그리고 10조4천억원의 LG카드 매출채권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했고 사태는 이쯤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가 싶었다. 그러나 채권단이 구 회장 지분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고 나오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담보 부족액(6천억원)에 대해 구 회장의 연대보증을 요구한 것도 그렇지만 구 회장의 직계가족이 보유한 ㈜LG 지분을 모두 일괄 담보로 제공하라고 요구한 것이 협상을 교착으로 몰고 갔다. 관전 포인트는 역시 채권단 요구의 적정성 여부다. 대주주는 과연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며 채권단은 2조원의 여신에 대한 담보로 계열사 전부와 그룹의 지배권까지 담보로 잡을 수 있는 것인가 하는 문제가 이번 협상을 이해하는 고리다. 잘 알다시피 ㈜LG는 LG그룹의 지주회사다. LG전자 LG화학 등 33개의 사업자회사가 이 회사의 지배 하에 있다. ㈜LG의 지분을 내놓으라는 것은 LG그룹 전체 경영권을 내놓으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LG카드 한 회사의 문제로 45조원 자산 규모의 그룹 경영권을 모두 담보로 제출하라는 요구였으니 LG그룹으로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계열사들 간에 부실이 확산되

    2003.11.23 00:00
  • [한경 데스크] 기업과 정치자금 ‥ 김정호 <산업부 대기업팀장>

    재계가 SK 비자금 사건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SK 분식회계 사건이 분식회계→비자금→정치자금 논란의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익히 짐작은 했지만 일정 수준에서 사그라들던 예전의 경우와 달리 파문이 커져 나라 전체를 뒤흔들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치는 정치권 스스로도 인정하듯 3류다. 정치가 1류였다면 50여년의 짧은 정당정치사에서 그토록 많은 정당이 명멸하고 숱한 이합집산이 일어났을리 만무다. 저마다 선명성을 내세우며 새로운 출발선상에 섰지만 결과는 늘 같았다. '헤쳐모여'는 선거를 치르기 위한 수단일 뿐,언제나 혼탁한 선거와 정치자금 파헤치기 소동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도 어김없이 혼탁한 소용돌이 속으로 끌려들어갔다. 하지만 기업은 조연에 불과했다. 주연은 역시 정치권이었다. 정치자금은 기업들이 이득을 얻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기업의 약점을 이용한 정치권의 강요에서 비롯된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번 대선 때 일부 정당이 대선자금 대책회의를 갖고 10여개 기업에 모금 할당을 주기까지 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구태여 과거의 사례를 끄집어낼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정치자금의 고리에서 기업과 기업인들을 늘 서글프게하는 게 있다. 다름아닌 조연의 입지다. 주연은 모든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해 불사신으로 거듭나고 희생은 기업과 기업인들의 몫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SK 사태로 회사는 혼란에 빠지고 최고경영진은 줄줄이 옥고를 치렀다.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사례는 조연의 최후를 보는 듯해 씁쓸하기까지 하다. 대선자금 문제가 터지자마자 정치권이 서둘러 논의하고 있는 '고해성사'와 '대사

    2003.10.26 00:00
  • [한경 데스크] 盧대통령 기업인 만나야..김정호 <대기업팀장>

    기업인들 중에는 의외로 박정희 대통령 시절을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군사정권의 "철권통치"에 대한 향수가 아니다. 개발연대에 누렸던 각종 특혜와 초고속 성장에 대한 미련도 아니다. 그들은 대통령이 기업인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기울여주길 기대하며 3공 때의 기억을 끄집어 낸다. 구자경 LG 명예회장은 얼마전 연암축산원예대학을 방문한 한국경제신문 기자에게 박정희 대통령이 취한 "8.3 조치"를 예로 들었다. "은행 돈이 모자라 기업들이 울며겨자먹기로 연리 15~20% 짜리 사채를 끌어다 쓸 때야.기업들의 아우성에 견디다 못한 김용완 당시 전경련 회장이 죽을 각오로 "박통(박정희 대통령)"을 찾아갔어.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상세히 설명한 뒤 대책을 요구했어.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8.3 사채동결조치야.박통이 다른 건 몰라도 기업들의 사기는 많이 북돋워줬는데.." 8.3 사채동결 조치는 자본주의의 기본을 무시한 초법적 결정이라는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기업들의 중화학 투자를 촉발시켜 한국 경제의 기틀을 닦는데 크게 기여했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기업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국가경제의 중심축인 기업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 지,어떤 곤란을 당하고 있는 지를 파악하지 않고는 경제의 중장기 비전을 짜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일 자체가 가능하지 않으니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6개월을 되돌아 보면서 구 명예회장의 "박통 시절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건 노 대통령이 기업인들의 얘기를 듣는데 그만큼 소홀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대기업 CEO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단절" 상태로 느껴질 정도다. 노 대통령이 대기업 CEO들을

    2003.08.24 00:00
  • [정몽헌 회장 '충격'] '정몽헌 회장의 유산'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은 서울 성북동 자택까지 담보로 잡히는 등 마지막까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의 성북동 자택은 지난해 3월 막내삼촌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67) 앞으로 근저당이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 최고액은 20억원이며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가를 25억∼3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98년 계열사 증자를 위해 모 생명보험사로부터 5백억원을 빌린 뒤 지난해 상환하는...

    2003.08.05 00:00
  • "소송제기 여부 검토중" ‥ 멜빈 헤르메스 이사

    콜린 멜빈 헤르메스기업연금운용 기업지배구조담당 이사는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소송 제기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일요일 SK(주) 이사회 의결 소식을 들었나. "들었다. 이사회 의결 결과가 매우 실망스럽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 건가. 이사회 의결대로라면 헤르메스의 이익을 해치는게 아닌가. 이번 이사회 의결과 관련, 다시 소송을 제기할 건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오늘중 동료들과 만나 관련 논...

    2003.06.17 00:00
  • [한경 데스크] SK와 참여연대 .. 김정호 < 산업부 대기업팀장 >

    SK가 다시 외국 자본의 표적이 됐다. 몇 년 전에는 타이거펀드라는 국제 투기자본이 SK텔레콤을 흔들어놓더니 이번엔 소버린자산운용(크레스트 시큐리티스의 모회사)이라는 유럽계 펀드가 SK㈜를 위협하고 있다. SK의 지분 구조가 다른 그룹에 비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취약하고 기업들은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각종 규제에 묶여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을 호소해오던 터.SK 소식을 듣고 놀랐다기보다는 오히려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SK㈜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정작 놀랄 일은 다른 곳에서 터져나왔다. 소버린이 주식을 매집해 SK㈜의 제1주주가 된 뒤 참여연대를 가장 먼저 찾았다는 것.이 일을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 참여연대와 소버린의 만남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인 장하성 교수는 윤곽을 읽을 수 있는 몇 마디를 말했다. "소버린은 참여연대가 지난 수 년간 SK텔레콤의 경영문제를 일관되게 제기해왔다는 데 주목한 것 같다"는 것.SK㈜의 주식을 매집한 소버린이 SK텔레콤과 관련된 이야기를 어떤 형태로든 꺼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해진다. SK㈜는 SK텔레콤의 지분 20.85%를 갖고 있다. 시가로 따지면 3조원이 넘는다. 항간의 소문대로라면 소버린은 SK㈜의 경영에 간여해 이 주식을 팔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당연히 SK㈜의 현금흐름이 좋아져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SK그룹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된다. 소버린은 SK㈜의 회사가치가 오를수록 이득을 거두게 마련이다. 참여연대에는 그동안 줄기차게 강조해오던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선을 쉽게 이룰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2003.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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