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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욱진 기자
    서욱진 기자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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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욱진 국제부장입니다.

  • [시사이슈 찬반토론]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필요한가

    올해 새 학기부터 처음으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선을 보였다. 당초 교육부는 올해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의 수학·영어 정보 교과에 AI 교과서를 도입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과몰입과 예산 및 기자재 부족 등의 문제로 반대 여론이 형성됐다. 결국 지난해 말 AI 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교과서와 달리 교육자료는 학교장 재량으로 채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교육부는 해당 개정안에 대해 재의 요구를 건의했고, 국무회의에서 결국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되면서 AI 교과서는 당분간 교과서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그 대신 교육부는 2025학년도는 채택 여부를 학교 자율에 맡겼다. AI 교과서 전격 도입은 과연 필요할까.[찬성] 맞춤형 학습 지원 등 장점 많아, 교사 단순 업무 대체…집중 지도 가능정부가 AI 교과서를 적극 도입하려는 것은 우선 개인 맞춤형 학습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AI 교과서는 학생의 학습 속도와 수준을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학생 개개인의 이해도에 따라 난이도를 조절하고 보충 자료를 제공하니 학습 효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복 학습이 필요한 개념을 자동으로 추천하는 것도 가능하다.상호 활동적인, 즉 인터랙티브한 학습 환경도 조성할 수 있다. 기존 교과서보다 다양한 영상, 애니메이션, 시뮬레이션 등 멀티미디어 요소를 활용할 수 있어 학습 효과도 증대될 수 있다. 가령 AI 교과서는 실험을 직접 하기 어려운 과학 개념을 가상 실험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역사나 지리를 3D

    2025.03.31 10:00
  • [천자칼럼] 73세 소방헬기 기장

    지난 26일 경북 의성의 산불을 진화하던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박현우 기장(73)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전날 강원 인제에서 몰고 온 헬기가 “작업 중 전신주 선에 걸렸다”는 목격담이 나온다. 그런데 자동차보다 운행 난도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은 헬기를 70대가 조종해 산불까지 진화했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국내 항공기 조종사의 실질적 정년은 만 65세다. 항공안전법에선 60세로 정했지만, 국제기구 권고에 따라 5년 연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규정은 대한항공 등 인원을 수송하는 ‘운송사업용’ 비행에만 적용된다. 화물 수송 등 ‘사용(私用)사업용’은 예외다. 이번 사고 헬기는 인제군이 임대 업체에서 빌린 것으로, 연령 제한 없이 조종할 수 있다.조종사의 수급 불균형도 크다. 민간 헬기 조종사의 90%가 군 출신이다. 박 기장도 육군3사관학교 졸업 후 육군 항공대에서 비행을 시작했다. 군 조종사(준위)는 대부분 정년(55세)까지 복무한다. 소방, 경찰 등 국가기관이나 기업에 취직하는 전역 조종사의 나이가 50대 중후반부터 시작하는 이유다.2020년대 들어 민간 자격 기준까지 까다로워졌다. 채용 때 다발(엔진 2개) 헬기 경력을 요구하면서다. 하지만 아직 500MD 등 단발 헬기를 운용 중인 육군에서는 해당 경력을 쌓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결국 조종사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 됐다. 전국 119 소방헬기의 조종사 충원율은 70%대에 그치고 있다. 특히 근무를 꺼리는 지방에서는 60대 조종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2022년 양양과 2023년 예천 산불 진화 중 추락한 헬기 조종사들 역시 70대였다.강풍과 연기 속 헬기 산불 진화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위험 작

    2025.03.28 17:35
  • [천자칼럼] '승부' 개봉 유감

    2016년 한 세계바둑대회가 끝나고 열린 뒤풀이 자리에서 우승자인 중국 창하오 9단은 패자인 이창호 9단에게 공손히 무릎을 꿇은 채 복기를 청한다. 바둑 팬 사이에서 아직 회자하는 유명한 장면이다. 독설로 이름을 떨친 마샤오춘 9단도 이 9단에게는 예의를 갖췄다. 무려 열한 살 어린 이 9단의 술을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받았을 정도다.실력만 뛰어나서는 이런 존경을 받을 수 없다. ‘신산(神算)’으로 불린 이 9단은 실력과 인품을 모두 갖춘 기사다. 항상 동료 기사들에 대한 배려와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상대방이 실수했다” “운이 좋았다”는 과묵한 그의 단골 승리 소감이었다.이 9단과 그의 스승 조훈현 9단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승부’가 26일 개봉했다. 제자와 스승이 최고의 자리를 놓고 벌인 인간적 드라마는 충분히 매력적이다.문제는 배우 유아인 씨가 이 9단 역을 맡았다는 것이다. 연기력과 별개로, 유씨는 의료용 프로포폴 등 마약류 상습 투약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가 지난달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애초 이 영화는 넷플릭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공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23년 2월 경찰이 유씨를 조사하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사회적 파장이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결국 배급사 교체 후 극장 상영으로 방향을 틀었다. 물론 다른 배우와 스태프가 공들인 작품을 통째로 사장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 재판받고 있는 마약사범이 실존 인물, 그것도 전 세계 바둑 팬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이 9단을 연기한 영화 상영은 이해하기 힘들다.국내 마약범죄는 이미 심각한 수준

    2025.03.26 17:31
  • [서욱진 칼럼] '판도라의 상자' 강남 부동산

    지난 1월 14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규제 개혁 토론회. 도곡동의 한 공인중개사가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철폐해달라고 요청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해제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잘못하면 (집값에) 기름 붓는 역기능이 있을 수 있어 과감하게 풀지 못했다”며 “다행히도 부동산 가격이 지난 2~3개월 하향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덧붙였다.이 발언이 해제 한 달여 만에 뒤집힌 토지거래허가제 사태의 시발점이었다. 서울시는 그로부터 한 달 뒤인 지난달 13일 잠실·삼성·대치·청담동을 허가구역에서 전격 해제했다. 무려 4년8개월 만이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해제 발표 직후 강남권 집값이 들썩였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달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전주 대비 세 배 높은 0.06%를 기록했다.서울시는 지난달 28일 “해제 지역의 평균 매매가격은 오히려 약 5% 하락했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일부 고가 거래가 부각됐을 뿐 전체적인 가격 급등 현상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그런데도 상승세가 가팔라지자 오 시장은 지난 10일 “허가구역을 풀면 약간 가격이 상승할 것은 예상했던 바”라며 “다만 가격 상승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과도하면 다시 규제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거래허가제를 다시 도입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이달 둘째 주 강남 3구의 상승률이 7년 만에 최대를 기록하면서 강북, 도봉 등 7개 구까지 상승 전환하자 더는 버틸 수 없었다. 결국 정부와 서울시는 19일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체를 다시 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원칙적으로 서울시의 거래허가제 해제는 반시장적 조치

    2025.03.25 17:26
  • [천자칼럼] 첫 여성 IOC 위원장

    1981년 9월 30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서울이 1988년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자 밤 12시 가까운 시각에도 전국에 환호성이 터졌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세울, 꼬레아” 발표는 아직까지 감격의 순간으로 회자된다.그로부터 40여 년이 흐른 지난 20일 IOC 역사상 최초로 여성·아프리카 출신 위원장이 선출됐다. 이변의 주인공은 커스티 코번트리 짐바브웨 IOC 집행위원. 그는 2004년과 2008년 올림픽 여자 배영에서 연속 금메달을 딴 선수 출신이다.이번 선거에는 역대 최다인 총 7명의 후보가 출마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하지만 코번트리는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로 당선을 확정했다. 그의 당선에는 현 위원장 토마스 바흐의 지지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IOC 위원 109명 중 변화를 바라는 젊은 위원들이 최연소 후보(1983년생)인 그에게 표를 몰아준 것도 컸다.IOC는 올해로 설립 131주년을 맞았지만, 그동안 단 9명의 위원장이 이끌어왔다. 평균 재임 기간이 15년가량 된다. 2대 위원장 피에르 드 쿠베르탱(프랑스)은 무려 29년간 집권했다. 6월 24일 공식 취임하는 코번트리 역시 8년의 임기를 보장받고, 한 차례(4년) 더 연장할 수 있다. 장기 집권하는 IOC 위원장은 올림픽 개최지 선정, IOC 위원 선출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세계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외교적 위상도 높다.IOC는 그동안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개최국 중국의 인권 탄압을 옹호해 논란이 된 게 대표적이다. 뇌물과 향응을 둘러싼 부정부패 문제도 끊이지 않는다. 트랜스젠더 선수 허용, 러시아의

    2025.03.21 17:53
  • [시사이슈 찬반토론] 사망사고 건설사 명단 공개해야 하나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지난해 중단한 건설사 사망사고 명단 공개를 다시 추진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국토부는 사망사고를 일으킨 건설사업자 명단을 공개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건설기술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3월 5일 입법 예고했다. 건설업계와 노동계, 소비자 등의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건설업계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있는데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반면 노동계와 소비자들은 “건설사들이 안전관리에 더 힘쓰게 될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안전 인프라는 사회 안정과 발전에 필수 요소다. 하지만 사망사고가 나면 건설사 명단 공개까지 하는 게 과연 적절한 것일까. [찬성]  건설 현장에서 매년 200명 사망…명단 공개로 사회적 책임 유도해야국토부가 낸 개정안은 “건설공사 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해당 건설사업자명, 공사명 및 사망자 수 등을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건설사업자 명단 공개 절차 및 방법 등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했다.명단 공개가 이뤄지면 건설사의 경각심을 높이고 사망사고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토부가 밝힌 ‘규제영향분석서’에 따르면 매년 200명 이상의 노동자가 건설 현장에서 사망하고 있다. 특히 이 중 약 25%가 시공능력평가 100대 건설사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메이저 건설사들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지난 2월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다리 붕괴 사고는 충격 그 자체였다. 길이

    2025.03.10 10:00
  • "세계 1등 아니더라도 우리만의 '소버린 AI' 개발 서둘러야"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를 나와 창경궁 담길을 따라 10여 분 걸으면 전통 가옥들이 자리한 동네가 나타난다. 길의 끝에는 한국판 미네르바대로 불리는 태재대가 있다. 염재호 태재대 총장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를 거쳐 제19대 고려대 총장을 지낸 교육자로, 2019년 3월부터 SK그룹 지주사인 SK㈜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하지만 염 총장을 찾은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인공지능(AI) 전문가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출범한 국가인공지능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한국 AI 산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실질적인 선장 역할을 하고 있다. AI 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중국 딥시크가 메가톤급 충격을 던진 데 이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수백조원 규모의 투자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7일 염 부위원장을 만나 한국 AI 산업의 현주소와 가야 할 길에 대해 들어봤다.▷어떻게 AI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까.“1980년대 미국 스탠퍼드대 정치학 박사과정을 밟을 때부터 일본 반도체 산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1985년부터 2년간 일본 히토쓰바시대 산업경영연구소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연구했죠. 반도체와 AI는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오랜 기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 등을 맡으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AI가 어떤 미래를 가져올까요.“19세기 초 영국에서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 있었습니다. 노동자들이 방직기를 파괴하며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뺏을 것을 우려했죠. 이제 기계가 아니라 AI가 등장했습니다. 기계가 인간의 근력을 대체했다면 AI는 장기적으로 인간의 두뇌를 대신할 것입니다.”▷AI가 화이트칼라 업무를

    2025.03.09 17:35
  • [천자칼럼] 트럼프의 암호화폐 띄우기

    “나는 비트코인과 다른 암호화폐의 팬이 아니다. 코인은 돈이 아니고, 그 가치는 실체 없는 것에 기반하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7월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집권 1기 시절 그는 암호화폐를 “거품” “투기적 자산”이라며 비판했다. ‘가상자산 대통령’으로 불리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그가 180도 바뀐 것은 2022년 대체불가능토큰(NFT) ‘트럼프 디지털 트레이딩 카드’ 판매로 수백만달러의 수익을 올리면서부터라는 시각이 많다. 대선 패배 이후 재정적 압박을 받던 그가 가상자산의 사업성에 새로이 눈을 떴다는 것이다.트럼프는 지난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을 가상자산 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취임하자마자 암호화폐 워킹그룹을 신설했다. 덩달아 트럼프 일가의 암호화폐 사업도 속도를 냈다. 취임식 직전 자신과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이름을 딴 밈 코인을 발행한 게 대표적이다. 오피셜트럼프는 출시 이틀 만에 1000% 넘게 급등해 시가총액이 100억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 코인은 유통량의 80%를 트럼프그룹의 계열사 두 곳이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아들들이 주축인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은 직접 암호화폐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취임 첫날에만 1억1000만달러가량의 코인을 사들인 큰손이다.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가상자산 전략 비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외에 리플, 솔라나, 카르다노가 비축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언급된 코인들은 단숨에 급등했다. “이쯤이면 대놓고 시세 조종을 한 수준”이라는 세평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기대로 급등한 암호화폐

    2025.03.03 17:38
  • [천자칼럼] '북한 형제국' 시리아와 수교

    2015년 9월 튀르키예 남서부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살배기 아이 사진은 비극 그 자체였다. 잠자는 것처럼 엎드려 있는 아이의 이름은 아일란 쿠르디. 시리아 내전을 피해 유럽으로 가다가 지중해에서 배가 전복돼 엄마, 두 살 터울 형과 함께 익사했다. 이 사진은 시리아 난민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1946년 프랑스 식민 통치에서 벗어난 시리아는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였다. 1970년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하피즈 알아사드에서 안과의사였던 그의 둘째 아들 바샤르 알아사드로 세습된 철권통치가 53년간 이어졌다. 아들 알아사드는 ‘아랍의 봄’ 여파로 2011년 일어난 민주화 시위를 탱크와 장갑차로 무자비하게 진압해 내전을 발발시켰다. 1300만 명의 난민을 만든 내전은 지난해 12월 이슬람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함락시키며 끝이 났다. 알아사드는 러시아로 망명했고, 시리아에는 과도정부가 세워졌다.한국이 시리아와 곧 수교를 맺을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 대표단은 이달 초 22년 만에 시리아를 방문해 과도정부로부터 수교를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는 의사를 확인했다고 한다. 작년 2월 ‘북한 형제국’ 쿠바에 이어 시리아까지 수교를 맺으면 한국과 미수교인 유엔 회원국은 단 한 곳도 없게 된다. 시리아는 북한과 1966년 수교한 뒤 반세기 넘게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같은 독재국가라는 공통점 외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하자 주시리아 북한 대사관은 철수한 것으로 파악됐다.시리아는 석유나 가스 등 자원이 많은 중동 국가는 아니지만, ‘에너지 이동 통로’인 전략적 요충지다. 카타르 이라크 등의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2025.02.12 17:26
  • [천자칼럼] 아! 부산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 나오는 남천동은 1980년대 부산을 대표하는 부촌이었다. 변호사 시절의 노무현 전 대통령, 투수 최동원 선수 등 유명인도 많이 살았다. 당시 남천동 삼익비치 아파트 대형 주택형 가격은 압구정 현대 30평형대와 비슷할 정도였다. 부산은 제2의 도시로서 위상이 확고했다.그랬던 부산이 인구 감소로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록적으로 낮은 출산율의 한국에서도 특히 부산은 젊은 층의 탈출이 심해 도시가 소멸할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첨단산업으로의 전환 실패, 고급 해변 아파트 건설에 따른 집값 상승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지방 소멸이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부산을 콕 집어 지목한 것은 충격적이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과장된 것도 아니다. 지난해 신입생이 10명 미만인 부산 초등학교는 21곳이나 됐다. 부산은 고령화 도시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청년층(만 15~39세) 인구는 88만 명(2023년 기준)으로 전체의 27.5%에 불과하다. 8개 특별·광역시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반면 65세 이상 노년층 비율은 22.8%로 최고다. 젊은 층의 ‘부산 탈출’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됐다. 서울 인구가 21.5% 감소(2020~2050년)하는 동안 부산 인구는 33.57% 급감(부산연구원)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탈부산의 가장 큰 원인은 대기업 등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다. FT 역시 “부산은 삼성과 LG의 탄생지지만 지금은 한국 100대 기업 중 어느 곳도 이 도시에 본사를 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교육, 의료, 문화 등 핵심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

    2025.02.10 17:52
  • [시사이슈 찬반토론] 상장 폐지 요건, 완화해야 할까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이 최근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저성과 기업의 퇴출을 쉽게 만드는 내용이 담겼다. 한번 기업공개(IPO), 즉 증시 상장을 하면 퇴출당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좀비(부실) 기업’이 많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저성과 기업이 많은 증시는 투자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주식시장 밸류업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요건을 너무 완화하면 억울하게 상장폐지되는 기업이 나올 수도 있다. 과연 상장 유지 요건을 강화하는 게 맞는 걸까.[찬성] 10년간 매출·시총 미달 퇴출 없어…상장사 늘어났지만 지수 못 올라금융당국은 부실기업 퇴출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상장을 유지하려면 갖춰야 할 최소한의 매출과 시가총액 기준이 높아진다. 지금은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은 매출 50억원, 시총 50억원인 것을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각각 300억원과 500억원으로 상향한다. 코스닥 시장도 현재 매출 30억원, 시총 30억원 기준이 매출 100억원, 시총 300억원으로 높아진다.금융당국은 현행 기준이 유명무실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소 매출과 시총에 미달해 퇴출당한 상장사가 지난 10년간 단 한 곳도 없었을 만큼 실효성이 없었다는 것이다.또 4월부터 유가증권 상장사의 상장폐지 절차 기간은 최장 4년에서 2년으로, 코스닥 상장사의 상장폐지 절차는 3심제에서 2심제로 줄이기로 했다. 2회 연속 감사의견 미달이면 즉시 내보내는 것도 달라지는 점이다.그동안 한국 증시는 한번 상장하면 쉽게 퇴출당하지 않았다. 최근 5년(2020~2024년)간 연평균 99곳이 한국 증시에 신규 상장

    2025.02.10 10:00
  • [천자칼럼] 트럼프의 알테쉬 견제

    중국 온라인 쇼핑몰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의 공습 때문에 골머리를 앓기는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서명한 캐나다·멕시코·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행정명령에는 800달러 이하 ‘데 미니미스(De minimis·소액 면세)’ 폐지가 포함됐다.마약류 펜타닐 반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라지만 진짜 타깃은 알테쉬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중국에서 미국에 반입된 소액 배송 물품은 47억달러(약 6조3000억원)어치로 2014년 이후 2배 이상 증가했다.연간 3억 건이 넘는 중국발 배송 물건을 일일이 확인해 관세를 매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알테쉬 견제는 세계적인 추세다. 호주와 싱가포르, 브라질은 이미 소액 관세 면제를 없앴다. 일본은 1만엔(약 9만원)인 현행 면세 한도를 내년까지 재검토하기로 했다.한국에서도 알테쉬의 성장은 거침없다. 지난해 중국 직구는 전년 대비 48% 증가한 4조7772억원으로, 전체 해외 직구의 60%를 차지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중소기업의 매출이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중국 직구에 따른 피해 조사를 벌인 결과 설문 응답 기업의 53%가 ‘과도한 면세 혜택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저하’를 문제로 꼽았다. 우리 정부는 현행 150달러(미국산 200달러)인 면세 한도 하향 등 대책 검토에 나섰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 직구가 워낙 저가여서 한도 인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해 5월 국가인증통합마크(KC)를 받지 못한 물품의 직구 규제에 나섰다가 ‘소비자 선택권 침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흘 만에 철회한 적

    2025.02.04 17:33
  • [천자칼럼] 설 황금연휴 '해외로 해외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언론사의 명절 귀성 보도 현장은 주로 기차역이나 고속버스 터미널이었다. 한 아름 선물 보따리를 안은 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이들을 앞세운 귀성객들의 즐거운 표정이 카메라 앵글에 잡혔다. 하지만 이제 스케치 장소는 공항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설 연휴(1월 24일~2월 2일) 기간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가는 승객이 134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하루 평균 출발 승객이 13만4000명으로 작년 설보다 13.8% 늘어날 전망이다.경기도 안 좋아 먹고살기 힘들다지만 해외여행은 그야말로 ‘무풍지대’다. 이번 설에 인천공항을 통해서만 104만6000여 명이 국제선 항공편을 이용한다. 개항 이후 설 연휴 최대 인원(하루 평균 21만4000명)이다.설 연휴 해외여행객이 증가한 데는 1월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영향이 크다. 당정은 작년 11월부터 검토하다가 백지화한 것을 되살려 지난 8일 임시공휴일을 확정했다. 통상 한 달 전에 정해지던 것이 20일도 안 남아 결정되니 혼란도 있었다. 어차피 일해야 하는 자영업자와 직장인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고, 휴일수당을 지급하고 조업해야 하는 기업은 볼멘소리를 냈다.당정이 급하게 황금연휴를 만든 것은 어려운 경제 사정을 감안한 것이라고 한다. 탄핵 정국, 무안 항공기 참사 등으로 닫힌 지갑을 열어 내수를 진작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자 해외여행 수요만 잔뜩 늘어나 버렸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밖으로 나가면 국내 여행, 외식, 쇼핑 수요 등은 그만큼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정부는 소비 진작을 이유로 지난해 10월 1일(국군의날), 2023년 10월 2일(추석 연휴 다음 날) 등 해마다 임시공휴일 지정을 남발해왔다.지금 우

    2025.01.22 17:30
  • [데스크 칼럼] '골디락스' 정말 올 수 있을까

    숲속에서 길을 잃은 소녀는 오두막을 발견했다. 빈집 식탁에는 수프 세 그릇이 놓여 있었다. 하나는 막 끓여서 뜨겁고, 하나는 식어서 너무 차가웠다. 소녀가 선택한 마지막 하나는 먹기에 딱 좋은 온도였다. 배가 불러 졸음이 오자 침대들이 눈에 들어왔다. 소녀는 돌처럼 딱딱하지 않고, 너무 쿨렁거리지도 않는 적당한 쿠션의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 금발머리를 묶은 이 소녀의 이름은 ‘골디락스(goldilocks)’. 요즘 미국 월가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 중 하나다. 힘 받는 '노 랜딩' 시나리오파이낸셜타임스(FT)는 2004년 중국이 9.5%의 고도성장을 이루면서도 물가 상승이 수반되지 않는 것을 일컬어 ‘중국 경제가 골디락스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영국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의 주인공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즉 고성장에도 물가가 상승하지 않는 이상적인 경제 상황을 가리키게 됐다.미국 중앙은행(Fed)은 작년부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섰다. 지난해 1월 연 0.25%였던 미 기준금리 상단은 연 4.75%까지 높아졌다. 경기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소프트 랜딩(연착륙)’이냐 ‘하드 랜딩(경착륙)’이냐가 관심사였다.하지만 물가가 정점을 지났다는 평가가 나오는데도 경제 지표들은 여전히 좋게 나오고 있다. 가장 견조한 고용부터 소매판매, 도매물가까지 기대 이상이다. 이 대로라면 긴축 충격 없이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CNBC에 “우리는 연착륙에서 ‘노 랜딩(무착륙)’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 랜딩은 경기 충격 여부에 방점을

    2023.03.08 18:06
  • [데스크 칼럼] '악덕 CEO' 머스크를 위한 변론

    지난해부터 전 세계에서 욕을 가장 많이 먹고 있는 사람을 대라고 하면 아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떠오를 것이다. 이에 못지않은 인물을 한 명 더 꼽으라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강력한 후보 중 한 명이다. 그의 이름 앞에 붙었던 수식어 ‘테슬라 신화’는 이제 ‘테슬라 리스크’로 바뀌었다. 테슬라 주가는 작년 한 해 70%가량 폭락했다. 혹평받는 경영 방식머스크는 지난해 트위터 때문에 연일 구설에 올랐다. 비판의 요지는 이렇다. 트위터 인수 후 직원의 50%를 해고하는 ‘막가파식’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엉망으로 만들었고 이용자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트위터의 경영은 악화했고, 덩달아 테슬라 주가도 곤두박질쳤다.그는 수익성 강화안을 조기 시행하기 위해 트위터 직원들에게 주 7일 24시간 쉬지 말고 일하라는 지시까지 했다. 악명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고 경영자로 나선 기간은 세상에 형편없는 리더십이란 게 무엇인지 보여주는 본보기가 된 시간”이라고 혹평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도 머스크를 깎아내렸다. 그는 “큰 회사의 경영은커녕 내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일조차 머스크에게 믿고 맡기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테슬라 주가 폭락 때문에 분통이 터진 투자자들도 머스크 손절에 나섰다.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 CEO직 사임 여부를 투표에 부치자 과반수가 찬성했다. 결국 그는 후임자가 찾아지면 트위터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했다.그러나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트위터 인수 이

    2023.01.25 18:06
  • [데스크 칼럼] 中에도 할 말은 다 해야

    1592년 임진년 4월 조선을 침략한 왜군은 압도적인 전력으로 4시간여 만에 부산진성을 부수고 동래성으로 향했다. 왜군은 동래성 남문에 여덟 자가 적힌 목패를 세웠다. ‘싸우려면 싸우고 싸우지 않으려면 길을 빌려달라(戰則戰矣 不戰則假道).’한마디로 싸울 자신이 없으면 그냥 항복하라는 회유였다. 동래부사 송상현의 답은 여섯 자로 더 짧았다. “싸워서 죽는 것은 쉽지만 길을 빌려주기는 어렵다(戰死易 假道難).”‘기백(氣魄)’이란 이런 것이다.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강약을 뛰어넘는 게 정신이다. 동래성은 결국 함락됐지만, 끝내 조선이 무너지지 않은 것도 이런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선 넘은 北 미사일 도발지금 한반도는 휴전 상태다. 전쟁을 잠시 멈추고 있다는 얘기다. 이 상황을 남과 북의 대결로만 보는 시각은 없다. 북한 뒤에는 중국이, 한국 뒤에는 미국이 있다. 조태용 주미대사는 최근 워싱턴 특파원의 간담회에서 “북한이 전례 없는 수준의 도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가장 많이 발사한 때가 25발을 쏜 2019년이었는데 올해만 벌써 63발째 발사했다. 지난 9월 하순부터 지금까지 쏜 것만 32발이다.물론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에도 미사일을 쏘는 것은 기백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대적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막가는 상대가 더 까다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너무 익숙해져서 별다른 감흥을 못 느끼지만, 북한은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에도 거리낌 없이 할 말을 쏟아낸다. 박정천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한·미 연합공중훈련과 관련해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미국을 위협했다. 그렇다

    2022.12.07 17:37
  • [데스크 칼럼] Fed가 볼커를 소환한 이유

    키가 2m가 넘는 그의 입에는 항상 큰 시가가 물려 있었다. 온갖 협박과 살해 위협에 시달린 그는 권총도 지니고 다녔다. 1981년 빚더미에 앉게 된 미국 농민들은 트랙터를 몰고 워싱턴으로 올라와 그가 있는 건물을 봉쇄하고 퇴진을 요구했다. 이 남자가 경제를 망친 탓에 지미 카터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했다는 건 미국 정가의 정설이다. 마피아 두목이 연상되겠지만 아니다. 싸움꾼은 맞는데 상대가 물가다. 바로 ‘인플레이션 파이터(inflation fighter)’ 폴 볼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다. 인플레 파이터의 전설Fed가 지난달까지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자 세계 증시가 얼어붙었다. 하지만 한 번에 금리를 1%포인트 올리는 울트라스텝도 지금은 고인이 된 볼커에겐 대수롭지 않을 것이다.그는 취임 2개월 만인 1979년 10월 경기 침체 상황도 아랑곳하지 않고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단번에 금리를 4%포인트 올렸다. 연 11.5%이던 기준금리는 하루아침에 연 15.5%가 됐다. 당시 언론들은 이 조치를 ‘토요일 밤의 학살’이라고 불렀다. 볼커는 1981년 6월 기준금리를 연 21.5%까지 높였다. “볼커가 자기 키만큼 금리를 올렸다”는 웃을 수 없는 농담이 유행했다. 이런 고금리는 3년이나 지속됐다.이자율이 연 20% 선으로 치솟으며 미국 실업률은 10%를 넘어섰다.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소비는 꽁꽁 얼어붙었다. 기업들이 줄도산했지만 볼커는 눈도 꿈쩍하지 않았다. 당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토빈 예일대 교수가 사석에서 금리를 내려달라고 요청하자 볼커는 이렇게 답했다. “Fed는 금리를 정하지 않았다. 시장이 정했다.”

    2022.10.23 17:20
  • 英 신임 재무장관 "세금 올리고 지출 줄여야"

    영국 신임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제러미 헌트(사진)가 증세와 재정 지출 삭감을 예고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지난달 내놨던 감세 정책에서 ‘유턴’할 뜻을 밝힌 것이다.헌트 장관은 1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트러스 총리의 감세 정책을 두고 “너무 멀리, 너무 빨리 갔다”며 “(앞으로는 재정) 안정성을 바탕으로 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도 “세금은 사람들이 바란 만큼 줄지 않을 것이고 일부는 인상될 것”이라며 “모든 정부 부처에 추가 절감 방안을 찾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지난달 23일 트러스 총리와 쿼지 콰텡 전 재무장관은 450억파운드(약 72조5200억원)의 대규모 감세안을 담은 ‘미니 예산안’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혼란시켰다. 금리 인상 중인 영국중앙은행(BOE)의 긴축 기조와 상충했기 때문이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1.03달러까지 떨어지고 영국 국채 금리가 연 5%를 웃도는 등 시장 불안이 커졌다. 트러스 총리는 결국 부자 감세안을 철회한 데 이어 지난 14일 콰텡 장관을 해임하고 후임으로 헌트 장관을 임명했다. 그러면서 추가 감세안 철회 방침을 밝혔다.헌트 장관은 콰텡 전 장관이 내놨던 감세안의 문제점으로 고소득층 감세와 영국 예산책임처(OBR)와의 협의 부족을 꼽았다. OBR은 별도 독립기관으로 재정 전망을 내놓는 역할을 한다. 헌트 장관은 “모든 사람의 희생을 요구하는 시기에 최고 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낮춘 건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그는 16일 트러스 총리를 만난 뒤 오는 31일 새 경제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일부 현지 언론은 내년 기본 소득세율을 20%에서 19%로 1%

    2022.10.16 17:51
  • 美 30년 만에 '철도 파업' 임박…치솟는 인플레에 기름 붓나

    미국 철도 노조의 파업으로 장거리 여객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노조가 예고대로 17일(현지시간) 전면 파업에 들어가면 물류 대혼란으로 인플레이션이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미국 철도 노사가 합의하지 못해 파업이 일어나면 1992년 이후 최대 규모의 철도 파업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철도 노동자 12만5000명가량이 파업에 참여하고, 하루 평균 7000대의 장기 화물열차가 운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미국철도협회는 철도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하루 평균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철도는 2020년 기준 미국 내 화물 운송의 26.9%를 담당한다. 트럭(45.4%)에 이은 제2의 화물 운송 수단이다.미국에서 철도는 해상운송과 육상운송을 연계해주는 역할을 한다. 컨테이너선이 항구에 화물을 내리면 기차가 이 상품을 내륙으로 옮기는 식이다. 그런데 철도가 멈춰서면 화물이 최종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기 힘들다. 트럭으로 철도 운송을 대체할 수 있지만, 미국 내 트럭과 트럭 운전사가 모자라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철도 파업 시 기존 철도가 담당한 화물을 처리하려면 장거리 운행 트럭이 46만7000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결국 물류 대란으로 공급망 위기가 심화하고 인플레이션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세라 하우스 웰스파고 이코노미스트는 “철도 파업이 일어나면 인플레이션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WSJ는 철도 파업으로 여객 운송도 차질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여객철도는 화물 운송 철도회사들이 관리하는 선로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미국 여객철도공사인 암트랙(Amtrak)은 이런 점을 고려해 장거리 대륙횡단철

    2022.09.15 17:46
  • [데스크 칼럼] 누가 '미친 집값' 잡았나

    영국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가 1898년 내놓은 공상과학 소설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은 지금까지 영화, 드라마 등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걸작이다. 화성에 종말이 닥치자 거대한 눈과 촉수를 가진 화성인은 지구를 공격한다. 인간은 초록색 열선과 독가스로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이들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구가 정복당했다고 절망하는 순간 대반전이 일어난다. 화성인은 지구의 박테리아에 감염돼 갑자기 전멸한다. 그들은 인간의 반격과 관계없이 허무한(?) 최후를 맞을 운명이었다. 정권 바뀌자 안정된 부동산출범 초기부터 문재인 정부를 가장 괴롭힌 것은 집값이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두 달 뒤인 2017년 7월 “부동산 가격을 잡으면 기획재정부에 피자 한 판씩을 쏘겠다”며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2019년 11월)는 현실 부정은 끝까지 갈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은 ‘정말 부동산 부문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다”(2021년 5월), “부동산 문제는 제가 여러 차례 송구스럽다는 사과 말씀을 드렸다”(2021년 11월)며 고개를 숙였다.부동산 정책 실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거의 궤멸하다시피 한 보수정당을 되살렸고 정권 교체에까지 이르게 했다면 과언일까. 집값 급등이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이런 철옹성 같은 부동산 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놀랍게도 집값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족’이 대거 몰렸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외곽부터 하락이 시작되더니 &

    2022.08.31 17:49
  • [데스크 칼럼] 신냉전 시대 한국의 선택은

    중세 유럽 최강의 전투집단은 신앙이나 조국을 위해 싸우지 않았다. 스위스 용병(라이슬로이퍼)은 돈을 위해 싸웠다. 척박한 스위스 땅에서 돈을 받고 전쟁터에 대신 나가는 것은 거의 유일한 밥벌이였다.이들은 항복하거나 도망치지 않았다. 당장은 살 수 있을지 몰라도 일자리를 잃게 돼 살길이 막막해진다. 싸우다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매한가지였다. 신용을 잃으면 자식도 용병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끝까지 싸웠고 기꺼이 죽었다. 물론 이런 군대를 이기기는 쉽지 않았다. 종렬로 긴 창(파이크)을 앞세워 진격하는 스위스 용병은 무적이었다.그러나 변화가 없다는 게 한계였다. 결국 자신들의 전술을 그대로 모방한 독일 용병(란츠크네흐트)이 등장했다. 스위스 용병은 1512년 이들을 간단히 격파하지만, 10년 뒤 재대전에서는 참패한다. 독일 용병은 스페인 화포 등 신기술을 받아들였지만, 스위스 용병은 그대로였다. 포병의 등장은 개인의 용맹만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는 패러다임의 변화였다. 전쟁이 일깨운 '힘의 논리'세계화의 시대가 끝나고 신냉전이 시작됐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른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와 공급망 붕괴는 자급자족의 필요성을 일깨웠다. 지난 2월 터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오랫동안 잊고 있던 ‘힘이 없으면 먹히는’ 정글의 법칙을 환기시켰다.유엔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5개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가진 거부권은 힘의 논리를 잘 보여준다. 안보리 결정은 유엔 헌장에 의거해 회원국들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강제성을 지닌다. 하지만 상임이사국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안보리는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거부

    2022.07.13 17:26
  • [데스크 칼럼] 세계화의 종말 시작됐다

    “The world is closing in. Did you ever think that we could be so close like brothers?(생각해 본 적 있나요? 우리가 이렇게 형제처럼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1991년 스콜피언스 ‘wind of change’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 붕괴는 냉전 시대의 끝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1990년 독일 통일과 1991년 소비에트연방(소련) 붕괴로 1940년 이후 계속됐던 미국과 소련의 대립 구도는 막을 내렸다.이후 열린 것은 세계화의 시대였다. 미국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1999년 출간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이 변화를 ‘기술·정보·금융의 민주화’라고 했다. 세계화의 특징은 ‘연결성’이다. 지구 반대편 금융회사의 파산이 우리나라에 금융위기를 몰고 온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 세계는 하나로 엮여 있다. 위협받는 자유무역하지만 세계화 시대는 흔들리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주주 서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리가 지난 30년간 경험한 세계화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했다.전쟁 이후 독자 생존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세계를 엄습했다. 세계적 곡창지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곡물 가격을 폭등시켰다. 식량 부족을 우려한 다른 나라들까지 수출 금지에 나섰다. 인도의 밀과 설탕,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중단이 대표적이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식량을 수입할 수 있다는 믿음은 사라지고 있다. 에너지와 원자재 상황도 비슷하다. 자유무역주의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자유무역주의는 영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르도의 ‘비교우위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손쉽게 생산할 수 있는 상품에 집중

    2022.05.25 17:30
  • IPEF 참여는 '安美經世'의 시작이다

    2020년 10월 3일 이수혁 당시 주미대사는 “한국이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기대고 있는 상황에서 두 요소는 같이 가야 한다”는 발언으로 미국 외교가를 발칵 뒤집어놨다.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책 기조였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관계 설정이 다시 이뤄지고 있다. 후보 시절부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등 미국 기조에 부합하는 메시지를 던진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본보다 먼저 한국을 찾았다. 양국은 군사·안보는 물론이고 경제·기술까지 포괄하는 글로벌 전략동맹으로 관계를 격상시켰다.일본으로 건너간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한국 등 13개국이 참여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켰다. 24일에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안보협의체인 쿼드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중국의 확장을 막으려는 미국은 속속 동맹연합체를 결성하고 있다.중국은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왕이 중국 외교장관은 IPEF에 대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를 미국 패권주의의 앞잡이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당장 보복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도 참여하고 있어서다.하지만 갈등이 고조되면 언제든 ‘제2의 사드 보복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2016년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로 중국 정부는 한국 콘텐츠 등을 금지하는 ‘한한령(限韓令)’을 내렸다.한국의 최대 교역국은 중국이다. 지난해 전체 수출과 수입의 각각 25.3%, 22.5%를 차지했다. 전체 수입 중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50.2

    2022.05.23 18:00
  • [데스크 칼럼] 키이우가 함락되지 않는 이유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미사일로 공습하고 지상군을 투입하면서 전면 침공을 감행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결정은 충격이었다. 2021년 10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대규모 병력을 집중시키면서 위기가 고조됐지만 진짜 전쟁이 터질지는 몰랐다.개전 초기에는 러시아군이 단숨에 키이우를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전 세계 최강인 미군과 맞설 수 있다는 ‘붉은 군대’의 압승이 점쳐졌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됐다. 구심점이 된 코미디언 대통령이변(?)을 이끈 것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었다. 러시아의 공격이 시작되자 일부 언론에서는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이 무책임하게 NATO 가입을 운운한 게 문제였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벌써 외국으로 도망갔다는 소문도 퍼졌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이우에 남아 항전의 구심점이 됐다.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달 2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어떻게 우크라이나를 수호하고 세계를 통합시켰나’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럽의회에서 “삶이 죽음을 이길 것이며, 빛이 어둠을 이길 것”이라고 연설한 것을 두고 “찰리 채플린이 윈스턴 처칠로 변모한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우크라이나 국민의 저항도 거셌다. 해외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우크라이나인들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속속 귀국했다. 복싱, 테니스, 축구 등 스포츠 스타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폴란드 국경에는 가족을 피신시키고 다시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는 차량 행렬이 줄

    2022.04.03 17:40
  • [데스크 칼럼] '집값과의 전쟁' 이젠 끝내야

    물레방아가 유일한 생계 수단인 방앗간 주인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방아를 관찰하다가 맷돌이 회전축, 바퀴 등으로 이어져 최종적으로 물(강)의 힘에 의해 밀가루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이전처럼 가루를 잘 빻기 위해 맷돌을 관리하는 대신 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주위 우려가 컸지만, 그는 “물 없이는 어떤 물레방아도 돌아갈 수 없다”고 소리쳤다. 방치된 물레방아는 결국 엉망으로 망가진다.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 《인생론》의 이 일화는 최우선 목표가 무엇인지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벗어나 다른 것에 집착하면 의도와 상충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본연의 목표 망각한 주택 정책주택 정책의 목표는 무엇이 돼야 할까. 어렵게 생각할 필요없다. 국민이 원하는 집에서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방향은 달랐던 것 같다. ‘시장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뒀다. 한마디로 집값을 못 오르게 하고, 오른 집값을 다시 원상 복귀시키겠다는 것이다. 물론 집값이 단기간에 많이 뛰면 주거 안정을 해친다. 하지만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현실을 인정하고 여기에 맞춘 정책을 펴는 게 옳았다.이번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대결의 장으로 봤다. 상대도 명확했다. 각종 규제에도 급등세를 이어간 집값은 ‘투기의 산물’이라고 진단 내렸다. 집값 상승은 불로소득을 얻는 것이고, 과거 복부인 같은 투기 세력이 시세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내 집 마련하겠다는 실수요는 못 본 척하거나 ‘광의의 투기’로 간주했다. 전세 낀 집을 사면 실수요가 아니라 ‘갭투자’로 보는 게 대표적이다.이번

    2022.02.20 17:44
  • [데스크 칼럼] '反시장' 부동산 정책의 종말

    왕이 인간의 역사가 궁금하다고 하자 현자가 책 500권을 가져왔다. 왕이 읽기에는 너무 많았다. 현자는 20년 동안 책을 50권으로 압축했다. 하지만 바쁜 왕은 더 줄이라고 했다. 다시 20년이 흘러 책 한 권이 완성됐지만, 늙은 왕은 임종을 앞두고 있었다. 현자는 인생을 단 한 줄로 요약했다. ‘사람은 태어나서, 고생하다가, 죽는다. 인생에는 아무런 뜻이 없었다.’영국 작가인 서머싯 몸의 1915년 장편소설 《인간의 굴레》에 나오는 이야기다. 막바지에 이른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간략히 요약해볼 수 있을까.출범 초기 이 정부는 시장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고 단언했다. 이후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규제는 세제, 금융 등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 2017년 ‘8·2대책’부터 ‘규제 끝판왕’으로 불린 2018년 ‘9·13대책’, 고가 주택 담보대출을 금지한 2019년 ‘12·16대책’, 2020년 새 임대차법 등을 발표했다. 5년간 규제 쏟아낸 文정부정부는 뒤늦게 수요 억제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인정하고 3기 신도시 등 공급 확대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공공개발을 내세운 ‘2·4대책’ 등을 내놓았다.그럼 시장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시장은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규제가 나오면 잠시 주춤했지만 곧 여지없이 반등했다. 강남을 잡으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이 뛰고, 마용성을 잡으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움직였다. 6억원 초과 주택의 대출을

    2022.01.19 16:42
  • [데스크 칼럼] 2030에 더 가혹한 대출 규제

    “여기 돼지간볶음 한 접시하고 황주 한 잔 가져오라고. 황주는 따뜻하게 데워서 말이야!”생사(生絲) 공장에서 일하는 허삼관은 병원에서 피를 뽑아 팔고 나면 항상 승리반점으로 가 탁자를 치며 소리쳤다. 보혈과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소박한 음식. 피를 팔아 돈을 벌어야 하는 자신을 위한 작은 위로다. 한 번 피를 뽑으면 최소한 석 달은 쉬어야 하지만, 허삼관은 아들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열흘에 네 번 매혈을 감행한다. “설령 목숨을 파는 거라 해도 전 피를 팔아야 합니다. 아들이 간염에 걸렸거든요.”위화의 1996년 장편소설 《허삼관 매혈기》는 국공내전, 문화대혁명 등 굴곡진 중국 현대사 속에 피를 팔아 가족을 부양했던 한 가장의 이야기다. 요즘 집을 사기 위해 대출받으려는 사람들의 심정이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년부터 꽉 막히는 대출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10·26 대책’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면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된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를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것이다.이번 정부의 시각은 한결같다. 대출받아 집을 사는 것은 ‘투기’다. 가족과 실제 입주해 살 집 한 채도 예외가 아니다. 규제지역에서 3억원 초과 주택 구매 시 신규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고 기존 대출금도 회수당한다. 15억원 초과 주택은 담보대출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하지만 최근 집을 산 사람들이 정말 가격 상승을 노리면서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댄 투기 세력일까? 지금 집 사는 사람들은 불안해서 산다. 지금보다 더 오르면 영영 못 살 것

    2021.11.24 17:11
  • [데스크 칼럼] 집값 꼭지라면서 사전청약 받아라?

    “화가들은 죽고 묻히지만 자신의 작품을 통해 다음 세대에, 아니면 그다음 세대에 말을 건넨다. 화가의 삶에서 죽음은 그렇게 두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빨강머리 미치광이’로 불린 화가가 1888년 동생에게 보낸 편지다. 2년 뒤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것일까. 평생 인정받지 못한 화가로 궁핍한 생활을 하고, 고갱과의 불화로 자신의 한쪽 귀를 자르고, 정신질환으로 고통을 받던 그는 1890년 권총 자살로 37세의 생을 마감한다. 그는 생전 800여 점의 그림을 그렸지만, 단 한 점밖에 팔지 못했다. 하지만 사후 그는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이 된다. 네덜란드의 후기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이야기다. 조급증에 빠진 주택 정책미술 작품만큼은 아니더라도 정부 정책은 10년, 20년 뒤를 내다봐야 한다. 부동산 정책은 더 그렇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처럼 아파트는 빵처럼 밤을 새운다고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는 너무 조급하다. 집값 안정이라는 단기 목표만 신경 쓰다 보니 앞뒤가 안 맞는 정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지금 집값이 고점이라고 거듭 경고하고 있다.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으로 이제 거품이 꺼져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3기 신도시 등의 사전청약 물량은 대폭 늘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2024년까지 공급할 사전청약 물량을 애초 계획보다 10만1000가구 늘어난 16만3000가구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지난 7월 인천 계양 등의 사전청약에서는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졌다. 분양가가 그리 싸지 않다는 말이다. 사전청약 후 입주 때까지

    2021.10.13 17:04
  • 수도권 이달 1만8400가구 청약…광명·안양 재개발 단지 관심

    9월 수도권에서만 약 2만 가구가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분양은 여전히 ‘로또’로 평가받고 있어 높은 경쟁률이 예상된다. 서울에서도 오랜만에 신규 공급이 이뤄지면서 예비 청약자들이 대거 몰릴 전망이다. 교통, 학교 등 주거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서울 및 수도권에서 나오는 분양 물량은 최우선적으로 노려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가을 분양 성수기 시작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이달 수도권에서는 1만8424가구가 일반분양된다. 이 같은 물량은 지난달 5479가구 대비 3.4배로 대폭 증가한 수치다. 서울에서는 1744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외 경기에서 9990가구, 인천 6690가구가 나온다.가장 분양 물량이 많은 경기에서는 대단지 분양이 주목받고 있다. ‘준서울’로 꼽히는 경기 광명에서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베르몬트로 광명’을 선보인다. 광명2R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아파트다. 총 3344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은 전용 36~102㎡ 726가구다. 도보권에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이 있어 도심 접근성이 좋다.대우건설·현대건설·GS건설은 경기 안양 동안구 비산3동에서 ‘평촌 엘프라우드’를 분양한다. 지하 4층~지상 29층, 35개 동, 전용 22~110㎡, 총 2739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중 689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편리한 교통이 장점이다. 관악대로, 경수대로 등이 주변에 있고 제2경인고속도로 석수IC 진입이 수월하다. 월곶~판교 복선전철 안양운동장역(가칭)이 2026년 개통 예정이다. 학의천과 비봉산을 끼고 있는 만큼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다.경기 수원에서

    2021.09.08 15:55
  • [데스크 칼럼] 임대차법 고집하는 진짜 이유

    19세기 후반 제정 러시아 시대 시골 지주인 카라마조프가의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살인범으로 의심받는 사람은 맏아들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그는 한 여자를 두고 아버지와 다투고 있었다.“인생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이 모두 있다”는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친부 살인’이 서사의 중심을 이룬다. 물론 존속 살인은 최악의 패륜 범죄다. 하지만 양육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던 방탕한 호색한이자 지독한 수전노라면 어떨까. 이 작품은 ‘자격이 없어도 아버지이기 때문에 무조건 존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세입자·집주인 모두 고통요즘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법을 보는 부동산 시장의 시각이 딱 이렇다. 세상만사는 이익 보는 사람이 있으면 손실 보는 사람도 있는 ‘제로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임대차법은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었다. 세입자는 전세 못 구해 힘들고, 집주인은 자기 집 마음대로 못해 괴롭다. 정부는 전셋값 인상률 5% 이내로 2년 계약을 연장한 사람들은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후 1년간 서울 100대 아파트의 임대차 갱신율이 77.7%를 기록했다”고 했다.국토교통부의 페이스북 등 SNS에는 홍보 게시물까지 등장했다. 미소를 띤 40대 임차인 B씨는 “집주인이 집을 비워달라고 했지만 갱신청구권을 활용해 5% 인상으로 재계약했다”고 했다.그러나 과연 B씨는 2년 뒤에도 웃을 수 있을까. 내년 하반기께 만기가 돌아오면 30% 이상 오른 가격에 전세 계약을 맺어야 한다. 돈이 없으면 집

    2021.08.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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