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장님! 잠수함에서 오래 생활하면 이빨이 모두 빠집니다."

1993년 국내 첫 잠수함인 '장보고함'에 비상이 걸렸다.

오랫동안 잠수함에 승선했던 고참 승조원의 체험담이 장병들을 공포에 몰아넣은 것.그 고참 병사는 틀니까지 맞췄다고 했다.

머리가 어질어질한 건 그러려니 했는데 이빨까지 빠진다니….한국 최초 잠수함에 승선했다는 기쁨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함장의 고민이 깊어졌다.

함장은 원인부터 파악했다.

세밀하게 원인을 파악한 결과 잠수함 안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너무 높은 게 치아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기정화 장치를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전 장병이 밤을 새며 노력한 끝에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 당시 장보고함 함장으로 활약했던 예비역 해군 준장이 한국 잠수함 역사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주인공은 안병구 대우조선해양 특수선사업총괄 상무(59)로 '잠수함,그 하고 싶은 이야기들(집문당)'을 펴낸 것.안 상무의 이력에는 '잠수함'과 '처음'이라는 단어가 여러 번 중첩된다.

한국 최초의 잠수함인 장보고함의 초대 함장을 지냈고,잠수함 장교 출신 첫 전대장,첫 잠수함 전단장 등으로 활동했다.

안 상무는 2005년 해군 준장으로 전역 후 대우조선해양으로 옮겨서도 잠수함을 포함한 특수선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잠수함 사업이 시작될 때부터 첫 잠수함을 인수하며 겪은 일,잠수함 부대장을 하며 경험했던 이야기를 현장감 있게 들려준다.

지휘관으로서 직접 참여한 사람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안 상무는 "잠수함 안의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1%를 넘어가면 인체에 큰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도 모를 정도로 그 당시엔 잠수함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며 "결과적으로 지금 잠수함에 승선한 해군 장병들의 치아는 내 덕분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웃었다.

이 밖에 독일 조선소 측이 숨기는 부품의 하자를 발견해 잠수함을 다시 건조하다시피 한 이야기와 러시아의 K급 잠수함이 한국 해군의 주력 잠수함이 될 수도 있었던 숨겨진 이야기들이 매번 눈길을 잡는다.

페이지마다 스며있는 생생한 숨결 때문이다.

안 상무는 "첫 잠수함장으로서 겪은 경험들이 훗날 한국 잠수함 부대의 역사를 정리할 때나 우리나라가 새로운 무기를 도입할 때 겪을 시행착오들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심정으로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