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3) 항암제의 진화 ‥ 특정세포만 겨냥한 '표적' 항암제… 통증 줄이는 '먹는' 항암제 시대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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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정복 희망봉을 향하여 삼성암센터-한경공동기획
항암제 치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탈모와 구토다. 과거의 항암제가 대체로 암세포의 DNA를 정상세포의 DNA보다 더 많이 파괴함으로써 암세포를 죽이는 약효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나타난 부작용들이었다.
그러나 이젠 이런 고통과 불편함을 줄인 웰빙'항암제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영국 데이터모니터가 지난해 8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주요 7개국(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에서 매출액 상위 20위권 안에 있는 항암제의 2007년도 전체 매출은 261억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전체 항암제 매출의 85%를 차지했다.
소득이 높은 상위 20%가 80%의 경제력을 갖는다는 '20:80 법칙'이 항암제 시장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자료는 2017년 '톱20' 항암제 가운데 표적항암제가 12개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제 △'과녁'(암세포)을 향하되 정상세포에는 해를 덜 주는 표적(target) 항암제 △먹는(oral) 항암제 △암 예방(preventable) 백신 등을 의미하는 'TOP'항암제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암의 스위치를 꺼라
암을 유발하는 분자생물학적 특정 경로만을 차단하는 게 표적항암제다. 그만큼 정상세포에 무차별적 공격을 가하는 예전의 항암제보다 정상세포가 훨씬 적게 파괴되고 부작용이 경미하다. 세포가 증식하려면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를 거쳐야 한다. 정상세포에서는 수용체의 스위치가 필요할 때만 켜지고 바로 꺼지는데 반해 암세포에는 계속 켜져 있어 암이 증식하게 된다. 이런 신호전달체계를 표적으로 가장 먼저 개발된 게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나 전이성 위장관기저종양(GIST)을 치료하는 글리벡(이매티닙)이다. 폐암 치료에 사용되는 이레사(게피티닙)와 타쎄바(엘로티닙),대장암 치료제인 얼비툭스(세툭시맙) 등이 있다.
이들 항암제는 세포가 상처를 입었을 때 아물게 하는데 필수적인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의 과도한 활성을 막아 암을 저지한다.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VEGFR)는 암이 신생혈관을 주위 정상세포에 뻗어내 영양분을 섭취하는데 관여한다. 이를 억제하는 항암제로 아바스틴(베바시주맙) 등이 있다.
표적항암제는 타깃의 수에 따라 단일표적치료제와 다중표적항암제로 나뉜다. 넥사바(소라페닙)는 간암과 신장암에, 수텐(수니티닙)은 신장암과 GIST에 동시에 듣는 항암제다. 이는 EGFR와 VEGFR 등 여러 타깃을 동시에 공격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이들 표적항암제의 효과가 신통한 것만은 아니다. 수명연장효과가 수개월에 불과한 게 상당수다. 단독으로는 쓰지 못하고 기존 항암제와 병행해야 항암효과를 상승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환자 암세포의 분자유전학적 특성이 항암제의 공격목표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무용지물이다.
다만 앞으로는 분자유전학적 특성에 따라 환자별로 항암제에 대한 반응 여부와 부작용이 다른 것을 예측해 처음부터 최적의 항암제를 투여하는 맞춤형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얼비툭스의 경우 대장암의 바이오마커(지표단백질)인 KRAS가 정상형일 때 효과적이므로 전체 대장암 중 정상형인 약 64%에게만 선별 투여함으로써 불필요한 치료를 피하고 치료성적을 높일 수 있다.
표적항암제는 이것말고도 암세포에서만 나타나는 분자표지자를 공격하는 종류가 있다. 맙테라(리툭시맙)는 악성 B임파구에 존재하는 분자표지자인 CD20을 공격하는 합성된 단일클론항체로 비호지킨스 임파종의 치료제로 쓰인다. 이 약에 방사선 동위원소를 붙인 제발린은 암세포 부근에만 방사선을 조사해 임파종 치료효과를 높인다.
◆주사는 싫어,먹는 게 좋다
20년 넘게 사용돼 온 '쉰세대' 항암제 5-FU와 '신세대' 항암제인 젤로다 및 TS-1은 체내에 들어가면 모두 5-FU로서 항암효과를 발휘하는 약들이다. 하지만 5-FU는 주사약이라서 통증이 심하고 구내염 설사 위장관출혈 골수기능억제 감염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반면 젤로다는 하루 두 번 먹으며 5-FU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암세포에 집중 분포하는 효소를 거치므로 약물 이용률이 높다. 최신약인 TS-1도 하루 두 번 복용하며 5-FU의 부작용을 줄이는 성분과 5-FU의 전단계 물질인 테가푸르가 5-FU로 전환된 후 쉽게 분해되지 않도록 하는 성분이 첨가돼 있다. 이처럼 주사제를 경구약으로 바꾸면 통증과 부작용이 줄고 약효도 향상되는 장점이 있다. 병원에 장기간 입원할 필요도 없고 환자의 복약 순응도가 높아진다.
◆암을 예방하고 치료도 하는 백신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가다실 · 서바릭스 등 두 가지 백신이 나와 있다. 자궁경부암은 거의 모두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의한 질환이므로 매우 효과적이다. 향후엔 암 치료 백신도 등장할 전망이다. 특정 항원을 인체에 투여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시스템을 강화시키는 치료제다. 림프종 · 흑색종 · 전립선암 · 신장암 등을 대상으로 한 치료백신 연구가 활발하다. 단 치료백신만으로는 암의 완치가 불가능하고 기존 치료의 보조수단으로 이용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김원석 · 박준오 /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그러나 이젠 이런 고통과 불편함을 줄인 웰빙'항암제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영국 데이터모니터가 지난해 8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주요 7개국(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에서 매출액 상위 20위권 안에 있는 항암제의 2007년도 전체 매출은 261억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전체 항암제 매출의 85%를 차지했다.
소득이 높은 상위 20%가 80%의 경제력을 갖는다는 '20:80 법칙'이 항암제 시장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자료는 2017년 '톱20' 항암제 가운데 표적항암제가 12개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제 △'과녁'(암세포)을 향하되 정상세포에는 해를 덜 주는 표적(target) 항암제 △먹는(oral) 항암제 △암 예방(preventable) 백신 등을 의미하는 'TOP'항암제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암의 스위치를 꺼라
암을 유발하는 분자생물학적 특정 경로만을 차단하는 게 표적항암제다. 그만큼 정상세포에 무차별적 공격을 가하는 예전의 항암제보다 정상세포가 훨씬 적게 파괴되고 부작용이 경미하다. 세포가 증식하려면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를 거쳐야 한다. 정상세포에서는 수용체의 스위치가 필요할 때만 켜지고 바로 꺼지는데 반해 암세포에는 계속 켜져 있어 암이 증식하게 된다. 이런 신호전달체계를 표적으로 가장 먼저 개발된 게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나 전이성 위장관기저종양(GIST)을 치료하는 글리벡(이매티닙)이다. 폐암 치료에 사용되는 이레사(게피티닙)와 타쎄바(엘로티닙),대장암 치료제인 얼비툭스(세툭시맙) 등이 있다.
이들 항암제는 세포가 상처를 입었을 때 아물게 하는데 필수적인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의 과도한 활성을 막아 암을 저지한다.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VEGFR)는 암이 신생혈관을 주위 정상세포에 뻗어내 영양분을 섭취하는데 관여한다. 이를 억제하는 항암제로 아바스틴(베바시주맙) 등이 있다.
표적항암제는 타깃의 수에 따라 단일표적치료제와 다중표적항암제로 나뉜다. 넥사바(소라페닙)는 간암과 신장암에, 수텐(수니티닙)은 신장암과 GIST에 동시에 듣는 항암제다. 이는 EGFR와 VEGFR 등 여러 타깃을 동시에 공격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이들 표적항암제의 효과가 신통한 것만은 아니다. 수명연장효과가 수개월에 불과한 게 상당수다. 단독으로는 쓰지 못하고 기존 항암제와 병행해야 항암효과를 상승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환자 암세포의 분자유전학적 특성이 항암제의 공격목표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무용지물이다.
다만 앞으로는 분자유전학적 특성에 따라 환자별로 항암제에 대한 반응 여부와 부작용이 다른 것을 예측해 처음부터 최적의 항암제를 투여하는 맞춤형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얼비툭스의 경우 대장암의 바이오마커(지표단백질)인 KRAS가 정상형일 때 효과적이므로 전체 대장암 중 정상형인 약 64%에게만 선별 투여함으로써 불필요한 치료를 피하고 치료성적을 높일 수 있다.
표적항암제는 이것말고도 암세포에서만 나타나는 분자표지자를 공격하는 종류가 있다. 맙테라(리툭시맙)는 악성 B임파구에 존재하는 분자표지자인 CD20을 공격하는 합성된 단일클론항체로 비호지킨스 임파종의 치료제로 쓰인다. 이 약에 방사선 동위원소를 붙인 제발린은 암세포 부근에만 방사선을 조사해 임파종 치료효과를 높인다.
◆주사는 싫어,먹는 게 좋다
20년 넘게 사용돼 온 '쉰세대' 항암제 5-FU와 '신세대' 항암제인 젤로다 및 TS-1은 체내에 들어가면 모두 5-FU로서 항암효과를 발휘하는 약들이다. 하지만 5-FU는 주사약이라서 통증이 심하고 구내염 설사 위장관출혈 골수기능억제 감염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반면 젤로다는 하루 두 번 먹으며 5-FU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암세포에 집중 분포하는 효소를 거치므로 약물 이용률이 높다. 최신약인 TS-1도 하루 두 번 복용하며 5-FU의 부작용을 줄이는 성분과 5-FU의 전단계 물질인 테가푸르가 5-FU로 전환된 후 쉽게 분해되지 않도록 하는 성분이 첨가돼 있다. 이처럼 주사제를 경구약으로 바꾸면 통증과 부작용이 줄고 약효도 향상되는 장점이 있다. 병원에 장기간 입원할 필요도 없고 환자의 복약 순응도가 높아진다.
◆암을 예방하고 치료도 하는 백신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가다실 · 서바릭스 등 두 가지 백신이 나와 있다. 자궁경부암은 거의 모두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의한 질환이므로 매우 효과적이다. 향후엔 암 치료 백신도 등장할 전망이다. 특정 항원을 인체에 투여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시스템을 강화시키는 치료제다. 림프종 · 흑색종 · 전립선암 · 신장암 등을 대상으로 한 치료백신 연구가 활발하다. 단 치료백신만으로는 암의 완치가 불가능하고 기존 치료의 보조수단으로 이용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김원석 · 박준오 /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