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8세 여아를 성폭행해 평생장애를 입힌 '조두순 사건'을 기소하면서 관련 법률을 잘못 적용한 사실을 국정감사에서 시인했다. 피해자가 13세 미만이어서 일반 형법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법)'로 기소해야 했음을 지적한 본지 보도를 인정한 것이다.

▶한경 10월6일자 A32면 참조

검찰은 특히 경찰에서 성폭력법으로 송치했는데도 이를 바꿔 형법으로 기소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보다도 법을 모른다"는 치욕스런 비판을 받았다.

◆"담당 검사 착오로 법 잘못 적용"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청사 15층에서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 등 9개 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조두순 사건'에 대한 검찰의 처리가 미흡했다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은 "조두순 사건 재판 결과는 국민의 법감정과 괴리된 것은 물론 법적으로도 잘못됐다"며 "13세 미만의 아동 성폭력에 대해서는 성폭력법이 있는데 검찰이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적용한 형법상 강간치상(상해)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인 반면 성폭력법상 13세 미만 아동강간죄는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이 훨씬 강하다. 조두순 사건의 피해 아동은 사건 당시 8세였다.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이 이어 "경찰에서 송치할 때에도 죄명이 (형법상) 강간상해였느냐"고 묻자 이건주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장은 "송치 당시에는 성폭력법이었다"고 답해 좌중이 술렁거렸다. 이 지청장은 성폭력법 대신 형법으로 죄명을 적용한 이유에 대해 "성폭력법이 2008년 6월 개정됐는데 개정 전에는 아동 강간상해에 대해 무기징역 등이 빠져 있어 오히려 형법을 적용하는 것이 더 무겁게 처벌됐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이 "사건은 법 개정 후인 2008년 12월 일어났다. 경찰은 제대로 적용했는데 검찰이 잘못한 것"이라고 지적하자 이 지청장은 "착오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이에 이 의원은 "검찰이 경찰보다 법을 몰라서 되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홍일표 한나라당 의원은 "범인이 교회에 무단으로 들어갔음에도 건조물침입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도 잘못"이라고 다그쳤다.

◆"지휘 감독 철저히 할 것…징계 대상은 아냐"

검찰이 항소를 제기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이주영 의원은 "형법 10조에서는 위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에 대해서는 심신장애를 적용하지 않는다"며 "조두순은 본래 술마시고 범행을 많이 하던 사람으로 감경이 잘못됐는데도 검찰이 항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순형 의원은 "이 사건 공소장을 보면 A4용지의 4분의 3밖에 안 된다"며 "아동 성범죄를 엄단하겠다는 의지는커녕 법 기술자가 기계적 · 사무적으로 처리한 흔적이 역력하다"고 꼬집었다.

한상대 서울고검장은 이에 대해 "피의자가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던 상황이어서 유죄를 받았다는 것에 집착해 양형까지 신경을 못 썼다"며 "상당히 아쉽다. 지휘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답했다. 한 고검장은 그러나 "사건처리의 형식적 기준은 맞았고 구체적 타당성이나 양형에 대한 감각이 부족했던 것이라 징계를 전제로 하는 감찰대상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그러나 "검사가 직무를 태만했을 때 징계토록 한 검사징계법에 해당되는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