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게임머니 현금 거래에 대해 무죄 선고를 확정,문화 수출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국내 온라인 게임 산업이 재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게임을 통해 얻은 사이버 머니나 아이템을 현금화할 수 있으면 그만큼 유인 효과가 클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아이템을 거래하는 게임 부가 시장도 급팽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게임 아이템 시장 규모는 연간 1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현금 거래는 사행성을 부추기고 게임의 재미를 떨어뜨려 장기적으로는 한국형 온라인 게임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임머니 거래 양성화

그동안 게임 개발회사들은 온라인 게임의 필수 요소인 게임머니나 아이템의 현금 거래를 약관 등을 통해 불허해 왔다. 게이머들이 게임을 통해 획득한 사이버 재화지만,소유권이 회사 측에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 속 게임머니와 아이템이 현실의 재화와 다를 바 없고 이미 중개 사이트를 통해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용자 권리 침해라고 반발했다. 대법원은 이 논란에 대해 게이머들의 손을 들어줬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환전 금지 대상으로 규정한 '우연한 방법으로 획득한 게임머니'에 온라인 게임의 게임머니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 판결의 요지다. 고스톱이나 포커 등의 게임머니 환전은 여전히 불법이지만,시간을 들여 게임을 하면서 얻은 게임머니는 정당한 노력의 대가로 게임 이용자들이 얻은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그동안 음성적으로 이뤄져 왔던 게임 아이템 거래가 양성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템매니아를 운영하는 IMI 관계자는 "정당한 방법으로 취득한 게임머니나 아이템의 현금 거래를 업(業)으로 하는 사업자도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한 것"이라며 "게임 아이템 거래가 활성화되면 기존 온라인 게임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는 선순환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게임 시장 5조원 규모로 커질 듯

게임머니와 아이템 거래의 양성화로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는 5조원 가까이로 급팽창할 전망이다. 3조원을 웃도는 온라인 게임 시장에 1조5000억원 안팎인 게임 아이템 시장이라는 부가 시장이 새로 생겨나기 때문이다.

게임 업체들의 수익모델도 다양해질 전망이다. 일본 소니가 에버퀘스트라는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직접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국내 온라인 게임 회사들도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운영하고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리니지 같은 온라인 게임이 10년 넘도록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음성적으로 게임 아이템을 현금 거래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아이템 거래 시장을 게임사업에 적극 활용해 수익 기반을 넓히려는 게임업체들도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부작용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하지만 엔씨소프트 넥슨 등 상당수 게임업체들은 게임머니 양성화에 반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시스템 장애 등으로 게임 이용자의 게임머니가 없어지는 등 재산상 손해를 끼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고,게임머니가 너무 많아져 인플레가 생길 수도 있다"며 "게임 서비스 업체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게임 아이템을 얻어 현금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람들을 고용하는 일명 '작업장'이 기승을 부릴 수도 있고 해킹 등의 범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