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인공관절처럼…심장판막도 이젠 '리뉴얼'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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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노화와 판막수술
노화로 판막 탄력성 떨어져…판막협착증 고령환자 급증
최근 경피적 치환술 성공…가슴절개 안하고 수술
안전성 높고 회복기간 짧아
노화로 판막 탄력성 떨어져…판막협착증 고령환자 급증
최근 경피적 치환술 성공…가슴절개 안하고 수술
안전성 높고 회복기간 짧아
심장은 1분에 60~70회,평생 동안 33억번을 뛴다. 세포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고 노폐물을 되받아 버리는 역할을 하는 심장과 혈관의 기능이 멈추면 생명을 다하게 된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심장도 평생에 한번은 리뉴얼해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자연치 대신 임플란트,관절염에 걸린 무릎 대신 인공관절을 심는 것과 같은 형태의 변화다. 과거에는 혈관이 막히면 풍선확장술이나 스텐트삽입술로 뚫는 게 최선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심장판막까지 교체하는 고령환자가 늘고 있다.
박표원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이 병원에서 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신규 진단된 환자 수가 1996년 46명에 불과했으나 2007년엔 309명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중 대동맥판막치환술을 받은 환자는 2001년 24명에서 지난해 72명으로 3배 늘었다. 72명 중 70세 이상이 31명으로 43%를 차지했고 60세 미만이 31%(22명),60~69세 26%(19명)였다. 70세 이상 수술환자가 2000년 2명,2001년 5명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고령환자의 수와 비중이 크게 늘었다.
심장판막은 이완과 수축을 통해 들어온 심장 내 혈액이 역류하지 않도록 문(門) 역할을 하는 소기관으로 혈액이 흐를 때에는 열리고 혈액이 통과하면 닫힌다. 선천적 · 후천적 원인으로 판막이 잘 열리지 않으면 협착증,닫혀야 할 때 잘 닫히지 못하면 폐쇄부전증이다. 후천적으로는 자가면역질환(자기 몸의 일부를 항원으로 오인해 과다하게 생긴 항체가 신체조직을 공격 · 파괴하는 질환)으로 여성에게 잘 나타나는 류마티스성 심장판막질환과 노화로 인한 퇴행성 심장판막질환으로 나눌 수 있다. 성인에게 생기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대표적인 퇴행성 심장판막질환이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심장판막수술을 받은 280명 중 26%인 72명이 퇴행성이었다. 이는 2000년 109명 중 13명(12%)이 퇴행성이었던 것에 비해 수와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박 교수는 "서구에서 85세가 되기 전까지 전 인구의 30%가량이 판막질환을 겪는다는 통계가 있다"며 "국내서도 이런 양상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판막은 심장 출구에서 수동적으로 열렸다 닫혔다하는 구조물로 심장박동 때마다 약간의 소용돌이에 시달리면서 상처를 입고 그 상처를 칼슘이나 노폐물로 메우기 때문에 심해지면 경첩이 녹슨 문처럼 뻑뻑해진다"고 설명했다.
노화가 일어난 판막은 내부 콜라겐 섬유의 균열을 일으키고 칼슘 침착을 유발한다. 판막의 문은 보통 3장인데 간혹 2장만 가진 사람도 있다. 이를 선천적 이엽성 판막이라 하는데 평상시에는 이상을 느끼지 못하지만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판막의 퇴행성 변화가 진행된다.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의 차이를 맥압이라 하는데 혈관의 탄력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다. 나이가 들면 맥압도 점차 올라간다. 정상 성인에서 맥압은 대략 35~45㎜Hg 정도인데 이 수치가 클수록 혈관이 경직돼 협심증이나 심부전증 같은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 예컨대 고령자 중 혈압이 160/80㎜Hg(맥압 80㎜Hg)인 사람은 혈압이 160/110㎜Hg(맥압 50㎜Hg)인 사람에 비해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훨씬 높다. 따라서 맥압이 60㎜Hg 이상인 경우는 혈관경직도를 높이는 원인질환인 고지혈증과 당뇨병을 적극 치료해야 한다.
심장판막수술은 기존 개흉 수술보다 안전성이 높고 회복이 빠른 방법이 나와있어 고령환자에게는 다행스런 일이다. 개흉수술은 가슴을 25~30㎝ 절개한 후 새로운 인공판막을 대체하는 수술이다. 수년 전부터는 허벅지를 통해 도관을 고장난 심장판막 부위까지 밀어올린 다음 판막을 이식하는 경피적 대동맥판맥치환술이 일반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동맥협착이나 혈관의 석회화가 진행되지 않은 비교적 증상이 가벼운 환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시행된다.
박 교수는 지난 7월 옆구리를 4~6㎝ 절개해 심첨부(명치 약간 왼쪽에 위치한 여러 혈관이 나가는 부위의 반대편에 위치한 뾰족한 부위)에 도관을 넣어 인공판막을 이식하는 경심첨부 대동맥판막치환술을 국내 처음 성공시켰다. 심첨부로 접근하면 수술 도중 인공심폐기를 돌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고 수술시간이 25~33% 줄어든다. 회복기간도 절반 이상 단축할 수 있다.
그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청진기나 심장초음파로 발병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다"며 "고령환자에게 경심첨부 판막치환술을 시행하되 실패할 경우에는 기존 수술법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