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病' 찾는 싶으면 질환 가계도 그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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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헬스
'100세 시대' 준비는 가족력 확인부터
부모·형제자매 중 폐암환자 있을땐 일반인보다 발병률 1.95배 높아
대장암 30%가 가족력과 연관
질환가계도 어떻게 그리나
직계가족 3대와 삼촌까지 부계·모계 동일하게 표시
'100세 시대' 준비는 가족력 확인부터
부모·형제자매 중 폐암환자 있을땐 일반인보다 발병률 1.95배 높아
대장암 30%가 가족력과 연관
질환가계도 어떻게 그리나
직계가족 3대와 삼촌까지 부계·모계 동일하게 표시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윤모씨(여·48)는 얼마 전 유방암 2기 진단을 받았다. 내달 수술을 앞둔 윤씨는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 수술 결과가 걱정되기도 하지만 집안에 유방암 환자가 많은 내력이 딸들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해서다. 그의 어머니(73)가 과거 유방암에 걸린 적이 있었고, 이모도 똑같은 병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윤씨는 여러 차례 의사로부터 ‘암 가족력’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때마다 “설마 나한테 암이 생길까” 하고 흘려들었다. 검진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암 세포만 더 커진 셈이다. 윤씨는 늦었지만 다른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가족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건강한 장수의 기본 ‘가족력 점검’
최근 의학계에서는 병의 가족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암 환자 100만명 시대를 맞아 유전 질환이나 가족 간의 공유 생활습관을 꼼꼼히 따져서 발병률을 낮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의사들은 “9988(99세까지 팔팔하게 살기)이 되려면 병의 가족력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선대가 어떤 질병을 앓았는지, 현재 가족 중 누가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분석하면 앞으로 자신에게 발생 가능한 병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에게 유난히 취약한 특정 질환이 있다는 얘기고, 질병에도 일종의 ‘가계도’가 있다는 뜻이다.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심장병 비만 등 ‘생활 습관병’은 물론 한국인 사망 1위인 암도 대부분 가족력 질환으로 분류된다. 박현아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암은 직계가족 3대에서 1명만 발병해도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암에 대한 검진을 앞당기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암은 직계가족 중 1명만 있어도 가족력
국립암센터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암 사망 원인 1위인 폐암의 경우 부모나 형제자매 가운데 해당 질병을 앓은 사람이 있으면 일반인보다 발병 위험이 1.9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은 2.65배로 남성(1.69배)보다 높게 나왔다.
대장암의 30% 정도도 ‘가족력’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나 형제 중에 1명의 대장암 환자가 있으면 발병 확률은 일반인의 2~3배가 되고, 두 명이 있으면 그 확률은 4~6배로 높아진다. 최근 10년 동안 40대 이상 중년 남성의 대장암 발병률이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여서 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영국 암연구소에 따르면 대장암의 경우 대장내시경 검사를 규칙적으로 받으면 가족력에 의한 대장암 사망 위험을 7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가족 중 대장암에 걸린 사람이 발병한 나이보다 열 살 일찍 2~3년에 한 번씩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명 교수는 “육류를 즐기는 가정의 경우는 식단을 채식 위주로 바꾸고 잠도 충분히 자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의대 연구 결과 하루 6시간 이하 자는 사람은 7시간 이상인 사람에 비해 대장암 전 단계인 대장선종이 생길 위험이 50% 정도 높게 나타났다.
○대장암 가족 있다면 정기 검진 10년 앞당겨야
우리나라 중년 여성들이 많이 걸리는 유방암은 가족력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력 외에도 30세 이후 첫 아이를 출산한 경우와 폐경 후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도 유방암 발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으로 나왔다.
의료계는 “일반 여성은 40세 이상이면 2년마다 유방암 검진을 받으면 되지만 가족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검진 시기를 앞당기고 검사 주기도 1년 단위로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한다.
최근에는 모유 수유가 유방암 가족력 발병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대가 간호사 6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머니가 유방암을 앓은 여성이 출산 뒤 모유 수유를 하면 나중에 유방암에 걸리는 비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
의사들은 10년 이상 장기흡연자도 가족력이 있는 경우엔 40세 이전부터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1년에 한 번씩 찍어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일반적인 흉부 엑스레이로는 초기 폐암을 제대로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CT를 자주 찍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전립선암 가족력이 있는 남성들도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일반인들보다 4.5~8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도 보통 50세부터 받는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를 40세로 앞당기는 게 바람직하다.
담낭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담석이 생기면 미리 담낭을 절제하기도 하지만 그러지 않을 경우엔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씩 담낭암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질병 가계도 만들어 가족력 예방
질병 가계도를 그려보면 나도 모르는 가족력이 있는지 알 수 있다. 김종원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가족과 친인척의 과거를 통해 자신은 물론 자녀에게 잠재된 질환의 위험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의 정확한 흐름을 알려면 광범위한 가족 질병도를 그리는 게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본인을 중심으로 직계가족 3대(조부모, 부모, 본인 형제)와 3~4촌 친척까지만 그려도 충분하다. 범위는 부계와 모계 쪽을 동일하게 그려야 한다. 가족끼리 서로 물어보면서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가족력 가계도를 그려뒀다가 건강검진을 받거나 건강상담을 할 때 의료진에게 보여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박현아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참고 서적=건강 100세 따라하기(박민선 지음)
○건강한 장수의 기본 ‘가족력 점검’
최근 의학계에서는 병의 가족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암 환자 100만명 시대를 맞아 유전 질환이나 가족 간의 공유 생활습관을 꼼꼼히 따져서 발병률을 낮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의사들은 “9988(99세까지 팔팔하게 살기)이 되려면 병의 가족력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선대가 어떤 질병을 앓았는지, 현재 가족 중 누가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분석하면 앞으로 자신에게 발생 가능한 병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에게 유난히 취약한 특정 질환이 있다는 얘기고, 질병에도 일종의 ‘가계도’가 있다는 뜻이다.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심장병 비만 등 ‘생활 습관병’은 물론 한국인 사망 1위인 암도 대부분 가족력 질환으로 분류된다. 박현아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암은 직계가족 3대에서 1명만 발병해도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암에 대한 검진을 앞당기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암은 직계가족 중 1명만 있어도 가족력
국립암센터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암 사망 원인 1위인 폐암의 경우 부모나 형제자매 가운데 해당 질병을 앓은 사람이 있으면 일반인보다 발병 위험이 1.9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은 2.65배로 남성(1.69배)보다 높게 나왔다.
대장암의 30% 정도도 ‘가족력’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나 형제 중에 1명의 대장암 환자가 있으면 발병 확률은 일반인의 2~3배가 되고, 두 명이 있으면 그 확률은 4~6배로 높아진다. 최근 10년 동안 40대 이상 중년 남성의 대장암 발병률이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여서 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영국 암연구소에 따르면 대장암의 경우 대장내시경 검사를 규칙적으로 받으면 가족력에 의한 대장암 사망 위험을 7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가족 중 대장암에 걸린 사람이 발병한 나이보다 열 살 일찍 2~3년에 한 번씩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명 교수는 “육류를 즐기는 가정의 경우는 식단을 채식 위주로 바꾸고 잠도 충분히 자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의대 연구 결과 하루 6시간 이하 자는 사람은 7시간 이상인 사람에 비해 대장암 전 단계인 대장선종이 생길 위험이 50% 정도 높게 나타났다.
○대장암 가족 있다면 정기 검진 10년 앞당겨야
우리나라 중년 여성들이 많이 걸리는 유방암은 가족력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력 외에도 30세 이후 첫 아이를 출산한 경우와 폐경 후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도 유방암 발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으로 나왔다.
의료계는 “일반 여성은 40세 이상이면 2년마다 유방암 검진을 받으면 되지만 가족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검진 시기를 앞당기고 검사 주기도 1년 단위로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한다.
최근에는 모유 수유가 유방암 가족력 발병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대가 간호사 6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머니가 유방암을 앓은 여성이 출산 뒤 모유 수유를 하면 나중에 유방암에 걸리는 비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
의사들은 10년 이상 장기흡연자도 가족력이 있는 경우엔 40세 이전부터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1년에 한 번씩 찍어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일반적인 흉부 엑스레이로는 초기 폐암을 제대로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CT를 자주 찍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전립선암 가족력이 있는 남성들도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일반인들보다 4.5~8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도 보통 50세부터 받는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를 40세로 앞당기는 게 바람직하다.
담낭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담석이 생기면 미리 담낭을 절제하기도 하지만 그러지 않을 경우엔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씩 담낭암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질병 가계도 만들어 가족력 예방
질병 가계도를 그려보면 나도 모르는 가족력이 있는지 알 수 있다. 김종원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가족과 친인척의 과거를 통해 자신은 물론 자녀에게 잠재된 질환의 위험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의 정확한 흐름을 알려면 광범위한 가족 질병도를 그리는 게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본인을 중심으로 직계가족 3대(조부모, 부모, 본인 형제)와 3~4촌 친척까지만 그려도 충분하다. 범위는 부계와 모계 쪽을 동일하게 그려야 한다. 가족끼리 서로 물어보면서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가족력 가계도를 그려뒀다가 건강검진을 받거나 건강상담을 할 때 의료진에게 보여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박현아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참고 서적=건강 100세 따라하기(박민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