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53) 범죄의 경제학
지난 7월20일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 범죄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내용을 머리기사로 실었다. 한국 상황은 어떠한가.

일반적으로 범죄율은 인구 10만명당 범죄사건 수로 나타낸다. 사람이 많으면 나쁜 일도 많이 생기므로 보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범죄율은 1990년부터 2004년까지 증가 추세였다가 이후 8년간 급감과 급증, 급감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치안에 대한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범죄들, 예컨대 강력범(살인 강도 강간 방화 조직폭력)이나 절도범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상황은 좋지 않다. 2012년 이들 범죄율은 1990년에 비해 두 배 반이 넘었다. 특히 절도범 증가가 두드러진다.

범죄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사이코패스처럼 범죄자를 치료가 필요한 병리적 문제를 가진 사람으로 접근해야 하는 범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범죄가 범죄자의 ‘선택’이기 때문에 경제학에서는 범죄 역시 그 행위에 따른 편익과 비용을 분석하는 것으로 접근한다. 즉 범죄는 그것을 저지른 사람이 편익이 비용보다 크다고 판단한 결과라는 것이다.

범죄의 편익은 비교적 명확하다. 더 복잡하고 중요한 것은 범죄의 비용이다. 범죄자로서는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에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큰 비용은 잡혔을 때 감당해야 하는 벌이다. 하지만 잡히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범죄자 입장에서 비용은 확률적이다. 따라서 범죄 비용은 잡힐 가능성(확률)에 잡혔을 때의 벌을 곱한 것이 된다.

범죄를 줄이기 위해 편익을 통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잠재적 범죄자들이 느끼는 잡힐 확률이나 처벌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처벌 수준을 높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우선 인도적 차원이나 처벌 수준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 또한 처벌 수준을 높일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벌이 과중하면 잡힐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성폭행범이 살인까지 저지르는 등 추가적인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 또한 처벌 수준이 높은 죄에 대해서는 법원이 유죄판결에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어 범인이 잡히더라도 처벌받는 비율이 낮아질 수 있다. 형기가 길어지는 방향으로 처벌 수준이 높아지면 감옥을 유지하는 데에 더 많은 세금이 든다.

범죄의 편익은 통제하기 어렵고 처벌 수준을 높이는 것에 한계가 있다면, 결국 가장 유효한 범죄 경감책은 범죄자 입장에서 느끼는 잡힐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검거율이 중요한 이유는 정의를 실현하는 것에도 있지만 잠재적 범죄자들이 느끼는 잡힐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또 폐쇄회로TV(CCTV) 설치나 경보시스템,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각종 예방책에 자원이 더 투입돼야 한다. 물론 한정된 재정을 사용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하겠지만, 국가 기능 중 기본 중의 기본이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지 않은가. 선진국에 끼지 못한 게 새삼스러울 것은 없어도 범죄율에서도 아직 기본이 덜 됐다는 확인은 역시나 씁쓸하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