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당뇨발…'足'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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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메디컬 탐방 - 분당서울대병원 당뇨창상 협진클리닉
당뇨환자 합병증 증가
다리절단 위험, 일반인 30배
혈관·정형·성형외과 의사, 한 자리 모여 동시 수술
피부 회복 등 효과
당뇨환자 합병증 증가
다리절단 위험, 일반인 30배
혈관·정형·성형외과 의사, 한 자리 모여 동시 수술
피부 회복 등 효과
의사들에게 건강한 장수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을 꼽으라면 다들 당뇨병을 지목한다. 당뇨병이 심장병·뇌졸중 등 거의 모든 심혈관질환 발생의 방아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투석 생활을 해야 하는 만성 신부전증을 비롯해 실명을 유발하는 망막 질환의 최대 원인도 당뇨병이다. 특히 발의 말초신경이 손상돼 오는 ‘당뇨발’은 매우 흔한 합병증이다. 최악의 경우 발을 절단해야 한다. 당뇨는 더 이상 미래의 재앙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2년 당뇨 입원율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당뇨 관련 질병으로 입원하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351.4명이다. 멕시코(380.6명), 오스트리아(355.2명) 다음이다. OECD 국가의 평균 160명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특히 남성(380.2명)이 여성(351.4명)보다 입원율이 높았다. 국내 최초로 당뇨창상 협진클리닉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을 만나 당뇨병 합병증에 대해 알아봤다.
가장 흔한 당뇨 합병증 ‘당뇨발’
15년째 심한 당뇨를 앓고 있는 이민기 씨(65)는 얼마 전 발목을 절단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당뇨로 발 감각이 둔해져 발뒤꿈치 상처가 악화되는 것을 방치한 것이 화근이었다. 다니는 병원에서 상처 치료를 했지만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의료진은 그대로 두면 상처로 세균이 들어가 패혈증이 발생해 생명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절단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이씨는 고심 끝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당뇨창상 협진클리닉이 있는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다. 혈관·정형·성형외과 의사들이 함께 모여 당뇨 환자를 동시에 치료하는 시스템이라고 들었다. 병원은 우선 상처 감염을 치료하고 다리혈관을 확장한 뒤 허벅지의 피부를 떼어내 발뒤꿈치 상처 부위에 이식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씨는 1개월 동안 단계별로 치료를 거친 끝에 다리 절단 없이 완쾌할 수 있었다.
하지절단 비율, 일반인의 30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외상을 제외한 다리 절단의 가장 큰 원인이 ‘당뇨병성 족부병변’, 즉 당뇨발이다.
한국당뇨병학회에 따르면 당뇨발이 발생한 환자의 하지절단 위험은 일반인에 비해 무려 10~30배나 높다. 당뇨발은 혈액순환 장애와 혈관 속 높은 당 수치가 신경세포를 죽여 감각을 무뎌지게 하는 것이 원인이다. 처음에는 발의 감각 이상 정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점차 감각이 없어지고 상처가 생겨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염증으로 발전해 절단하는 경우가 많다.
당뇨발은 상처의 위치와 크기, 감염 여부, 다리혈관질환 동반 유무 등 상황에 따라 처방과 치료가 달라진다. 통상 3~4개 진료과를 거쳐야 한다. 당연히 협진에 따른 치료가 까다롭고 복잡하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당뇨발 치료를 위해 국내 처음으로 2009년부터 혈관외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교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진료하는 당뇨창상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환자가 진료과를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한 공간에서 환자를 동시에 진료하는 방식이다. 의료계에선 기존의 대학병원 협진과 차별화되는 획기적인 시스템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번 마취로 3명의 교수가 함께 수술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서면 3명의 의사가 환자를 함께 촉진한다. 이태승 혈관외과 교수는 환자 다리의 맥을 짚고, 다리 혈관의 혈류상태를 소리로 체크한다. 다른 쪽에선 이경민 정형외과 교수가 발의 구조적인 변형을 살피고, 김백규 성형외과 교수는 감염 여부를 판단한다. 치료 방향은 3명의 의사가 의견을 종합해 결정한다.
3명의 교수가 한 번의 마취로 수술을 한꺼번에 시행하는 경우도 많다. 이태승 교수는 “협진 수술은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당뇨발 환자들이 반복적인 마취를 피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수술의 경과도 함께 좋아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뇨발 협진시스템을 구축한 뒤 피부와 함께 신경·혈관을 동시에 이식하는 고난이도 유리피판술 성공률이 32%나 높아졌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이 같은 결과를 최근 대한당뇨병학회에 보고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2년 당뇨 입원율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당뇨 관련 질병으로 입원하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351.4명이다. 멕시코(380.6명), 오스트리아(355.2명) 다음이다. OECD 국가의 평균 160명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특히 남성(380.2명)이 여성(351.4명)보다 입원율이 높았다. 국내 최초로 당뇨창상 협진클리닉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을 만나 당뇨병 합병증에 대해 알아봤다.
가장 흔한 당뇨 합병증 ‘당뇨발’
15년째 심한 당뇨를 앓고 있는 이민기 씨(65)는 얼마 전 발목을 절단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당뇨로 발 감각이 둔해져 발뒤꿈치 상처가 악화되는 것을 방치한 것이 화근이었다. 다니는 병원에서 상처 치료를 했지만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의료진은 그대로 두면 상처로 세균이 들어가 패혈증이 발생해 생명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절단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이씨는 고심 끝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당뇨창상 협진클리닉이 있는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다. 혈관·정형·성형외과 의사들이 함께 모여 당뇨 환자를 동시에 치료하는 시스템이라고 들었다. 병원은 우선 상처 감염을 치료하고 다리혈관을 확장한 뒤 허벅지의 피부를 떼어내 발뒤꿈치 상처 부위에 이식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씨는 1개월 동안 단계별로 치료를 거친 끝에 다리 절단 없이 완쾌할 수 있었다.
하지절단 비율, 일반인의 30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외상을 제외한 다리 절단의 가장 큰 원인이 ‘당뇨병성 족부병변’, 즉 당뇨발이다.
한국당뇨병학회에 따르면 당뇨발이 발생한 환자의 하지절단 위험은 일반인에 비해 무려 10~30배나 높다. 당뇨발은 혈액순환 장애와 혈관 속 높은 당 수치가 신경세포를 죽여 감각을 무뎌지게 하는 것이 원인이다. 처음에는 발의 감각 이상 정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점차 감각이 없어지고 상처가 생겨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염증으로 발전해 절단하는 경우가 많다.
당뇨발은 상처의 위치와 크기, 감염 여부, 다리혈관질환 동반 유무 등 상황에 따라 처방과 치료가 달라진다. 통상 3~4개 진료과를 거쳐야 한다. 당연히 협진에 따른 치료가 까다롭고 복잡하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당뇨발 치료를 위해 국내 처음으로 2009년부터 혈관외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교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진료하는 당뇨창상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환자가 진료과를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한 공간에서 환자를 동시에 진료하는 방식이다. 의료계에선 기존의 대학병원 협진과 차별화되는 획기적인 시스템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번 마취로 3명의 교수가 함께 수술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서면 3명의 의사가 환자를 함께 촉진한다. 이태승 혈관외과 교수는 환자 다리의 맥을 짚고, 다리 혈관의 혈류상태를 소리로 체크한다. 다른 쪽에선 이경민 정형외과 교수가 발의 구조적인 변형을 살피고, 김백규 성형외과 교수는 감염 여부를 판단한다. 치료 방향은 3명의 의사가 의견을 종합해 결정한다.
3명의 교수가 한 번의 마취로 수술을 한꺼번에 시행하는 경우도 많다. 이태승 교수는 “협진 수술은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당뇨발 환자들이 반복적인 마취를 피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수술의 경과도 함께 좋아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뇨발 협진시스템을 구축한 뒤 피부와 함께 신경·혈관을 동시에 이식하는 고난이도 유리피판술 성공률이 32%나 높아졌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이 같은 결과를 최근 대한당뇨병학회에 보고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