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사무소에 상주하는 정정태 지평 변호사(왼쪽부터), 박희경 로고스 변호사, 한윤준 율촌 미국변호사가 지난달 13일 호찌민시 인민위원회(시청·유럽풍의 주황색 지붕 건물) 앞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뒤로 보이는 동상은 베트남에서 국부로 칭송받는 호찌민이다. /호찌민(베트남)=양병훈 기자
베트남 호찌민사무소에 상주하는 정정태 지평 변호사(왼쪽부터), 박희경 로고스 변호사, 한윤준 율촌 미국변호사가 지난달 13일 호찌민시 인민위원회(시청·유럽풍의 주황색 지붕 건물) 앞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뒤로 보이는 동상은 베트남에서 국부로 칭송받는 호찌민이다. /호찌민(베트남)=양병훈 기자
“올해 점포를 3곳 더 낼 계획인데 새 사업장에서도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하나요?”(정성원 롯데베트남쇼핑 지원팀장)

“베트남에서는 1사업장 1노조를 강제하지만 설립 의무는 상급 노조에 있고 사업자가 해줄 필요는 없습니다.”(정정태 법무법인 지평 호찌민사무소 변호사)

“기존 점포에서 오락 사업도 하고 싶은데 어떤 절차가 필요합니까?”(정 팀장)

“베트남 정부에 투자허가서 변경을 신청해야 합니다. 관련 절차를 진행하도록 도와드릴게요.”(정 변호사)

베트남의 경제 수도 호찌민시 한복판에 있는 ‘응우옌 티민 카이’ 거리. 이곳 랜드마크인 ‘센텍타워’의 법무법인 지평 호찌민사무소에서 정 팀장은 지난달 13일 정 변호사(40·사법연수원 32기)를 만나 질문을 쏟아냈다. 롯데마트의 베트남 현지 법인인 롯데베트남쇼핑은 2011년부터 지평에서 법률자문을 받고 있다. 정 팀장은 “지평의 도움으로 베트남 7호점까지 성공적으로 확장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한국에서 인수합병(M&A)을 전문으로 했던 경력을 베트남에서도 십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간 센텍타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금호아시아나 플라자’에서도 한국 로펌 변호사와 한국 기업인이 상담하고 있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현지 법인인 ‘금호아시아나 플라자 사이공’을 통해 이곳에서 오피스 빌딩, 호텔, 레지던스, 상가 등이 있는 복합단지를 2009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이곳 오피스 빌딩에는 법무법인 율촌 호찌민사무소가 입주해 있다. 설립 당시부터 율촌과 고문 계약을 맺고 있는 금호아시아나 플라자 사이공의 이용남 법인장과 한윤준 율촌 미국변호사(45)는 같은 층에 사무실을 두고 수시로 왕래한다.

이 법인장은 “과도한 보험을 요구하거나 계약기간 중에 몰래 사무실을 빼버리는 등 입주자들과 분쟁이 적지 않은데 율촌이 근접 지원을 해주고 있어 든든하다”며 “소송에 얽혀 베트남 로펌을 써야 할 때도 율촌이 믿을 수 있는 곳을 소개해준다”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양은용 변호사가 동남아시아팀장을 맡아 한국과 베트남을 수시로 오가면서 서울 본사와 유기적인 업무 협력을 하고 있다”며 “다른 동남아 지역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율촌의 첨병기지 역할도 호찌민사무소가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이 최근 중국을 대체하는 한국 기업들의 투자 지역으로 각광받으면서 한국 로펌 사이에서도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한뱅크베트남(신한은행 베트남 법인)은 당기순이익에서 2012~2013년 2년 연속으로 현지 진출 외국계 은행 55곳 가운데 2위를 기록했는데, 이때 지평 호찌민사무소가 밀착 서비스를 제공했다. GS건설은 호찌민시 지상철 건설사업에서 시공을 총괄하며 율촌 호찌민사무소의 자문을 받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11년 2482곳이던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 수는 지난해 3352곳으로 늘었다. 근래 베트남에 들어오는 외국 자본 가운데 한국인 투자가 금액 기준으로 2~3위다. 한국 기업은 외국에 진출해서도 의사소통 등의 문제로 한국 로펌을 선호하기 때문에 한국 로펌의 ‘파이’도 커졌다. 중국에는 한국말이 가능한 중국 동포 변호사 등 경쟁자가 있지만 베트남에는 그마저도 없다.

법무법인 로고스 호찌민사무소도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지평이 입주한 센텍타워 16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네 개 층만 더 올라가면 로고스 호찌민사무소다. 베트남에 첫 진출한 2011년부터 로고스를 이용하고 있는 롯데닷비엣(롯데홈쇼핑이 참여한 베트남 합작법인)의 손병삼 법인장은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인 만큼 미디어와 관련한 규제, 인허가 등이 매우 까다롭다”며 “로고스 베트남변호사의 법률적 지식이나 인맥이 넓어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로고스 호치민사무소는 지난해 CJ그룹 최대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베트남 총괄 대표사무소와도 자문 계약을 맺었다. CJ그룹이 지난 1월 베트남에 진출한 계열사를 한 곳에 모으기 위해 22층 건물 ‘제마데프트 타워’를 매입할 때도 로고스가 자문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호치민무역관, 한국무역협회(KITA) 호치민사무소도 로고스의 자문을 받는다. 박희경 로고스 호치민사무소 변호사(32·42기)는 “KOTRA, KITA가 중소기업을 주로 지원하기 때문에 이들과 월고문계약을 맺은 로고스도 한국 중소기업을 많이 돕는다”고 말했다.

이들 로펌 사무소 세 곳이 호찌민시에서 올리고 있는 성과는 혁혁하다. 지평, 율촌, 로고스가 고정 고문 계약을 맺고 있는 한국 기업은 각각 22곳, 23곳, 10곳이다. 고문 계약을 맺지는 않았지만 거의 고정적으로 찾아오는 기업까지 포함하면 이들이 확보한 고객은 두 배 넘게 불어난다. 단발성 자문까지 합치면 연간 수행하는 자문은 수백건에 이른다. 지역사무소 세 곳에 상주하는 변호사 인력이 각 5명 이하(베트남변호사 포함, 수습 제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자문이다. 이들이 현지 고객에게 밀착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밖에 율촌은 미얀마에도 투자, 지난 2월 양곤 사무소를 설립했다. 본사 출신 미국변호사와 미얀마 현지 변호사 등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의 투자 진출 자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양곤 중심부에 고급 호텔 2개동을 운영하는 대우인터내셔널 호텔 프로젝트, 한국서부발전의 500㎿ 규모 가스복합발전소를 건설하는 타케다발전소 프로젝트 등을 자문하고 있다.

지평은 2012년부터 미얀마 양곤 주재를 시작했다. 변호사 인력만 5명이고 미얀마 공인회계사 1명과 미얀마 컨설턴트 6명도 있어 로컬 로펌에 못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행한 큰 건으로는 포스코강판과 미얀마 국영기업의 컬러강판 제조 합작법인 설립 자문, 롯데칠성과 미얀마 음료업체 MGSB의 합작 투자회사 설립 자문, 인천공항컨소시엄의 미얀마 한따와디 신공항 건설사업 자문 등이 있다.

박 변호사는 “베트남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곤란한 일을 당해도 로펌을 어렵게 생각해 찾아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법률 상담도 좋지만 그게 아니어도 한국 기업인들이 스스럼 없이 와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는 열린 장소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호찌민(베트남)=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