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八)자 주름 펴주는 '필러'…6개월 이내 또 맞으면 위험
‘깎고(양악), 당기고(실 리프팅), 집어넣고(보톡스·필러)….’ 성형미인을 만들기 위해 쓰이고 있는 여러 기법이다. 이 중 요즘 ‘미인 만들기’에 단연 앞서 가는 것이 집어넣는 시술, 이른바 필러다.

필러는 보충제라는 뜻으로 피부의 함몰된 부위나 늘어진 부위를 메워 모양을 잡고 탄력을 준다. 최근에는 50대 이상 중년층뿐 아니라 30~40대 비교적 젊은 층에서도 필러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각턱, 미간·팔자 주름 개선에 이만한 시술이 없다는 소문이 퍼지면서다. 피부과와 성형외과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필러의 용도, 그리고 문제점을 짚어봤다.

필러 전성시대

주부 김미숙 씨(53·서울 노원구)는 입가에 깊게 파인 팔(八)자 주름이 늘 신경쓰였다.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그였지만 이 때문에 나이 들고 고집이 세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들으면서 신경이 예민해진 것. 고민을 거듭하다 얼마 전 피부과를 찾았다. 시술시간은 5분. 김씨는 1주일이 지난 뒤 팔자 주름이 펴지고 한결 탱탱해진 피부결을 느낄 수 있었다. 김씨가 받은 시술은 ‘필러’였다.

양악수술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성형·피부과업계에서 필러가 상대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시술이 간단하고 효과 또한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100여종의 필러가 개발돼 있고, 국내 임상가에서도 10여종이 쓰인다. 필러 종류가 많아지면서 최근에는 적용 부위에 따라 필러를 선택할 수도 있다.

예컨대 잔주름에는 레스틸렌 같은 히알루론산 필러를 주입하고, 팔자·미간 주름 같이 굵게 파인 곳엔 폴리머(중합체)와 콜라겐을 합성한 아테콜 필러를 넣는 식이다. 뼈의 구성 성분인 칼슘 계열 필러는 간단한 코끝 교정(코를 세우는 시술)이나 턱을 갸름하게 하는 데 사용된다.

김영구 연세스타피부과 원장은 “대부분 액상으로 돼 있어 주사로 간단하게 주입하면 돼 레이저로 피부를 깎거나 수술로 피부를 당기는 성형수술보다 시술 부담이 훨씬 작다”고 말했다. 필러는 재교정도 가능하다. 많이 집어넣은 부위에서는 빼주고, 스테로이드를 이용해 볼륨감을 줄여주기도 한다.

보톡스+필러 ‘강남권’ 점령

요즘 강남권 뷰티업계에선 필러와 보톡스가 일반화돼 있다. 두 시술 모두 성형수술과 달리 절개를 하지 않고 주사를 통해 간단히 시술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보통 보톡스는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주름을 펴거나 얼굴이나 신체 라인을 잡는 데 활용한다. 예컨대 사각턱 등을 갸름하게 만드는 데 효과적이고 잔주름을 펴는 데 좋다.

반면 필러는 움푹 들어간 곳이나 깊은 주름을 개선하는 데 많이 쓰인다. 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은 “필러는 콜라겐, 히알루론산 등을 꺼진 부분에 채워 볼륨감을 주는 시술”이라며 “미간과 이마 주름에 효과를 보이는 보톡스와 달리 필러는 꺼지고 골이 깊은 주름을 개선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주름의 상태 등에 따라 필러와 보톡스를 병행해 적용할 수도 있다.

필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부 수입품이었다. 팔자 주름을 펴는 비용이 120만~15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용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2011년부터 국내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국산 필러가 나오면서 시술 비용이 많이 내렸다. 병·의원에 따라 다르지만, 팔자 주름의 경우 대략 50만~80만원 선에서 펼 수 있다.

자주 맞으면 울퉁불퉁

필러는 내용물이 적절한 위치에 균일하게 적용되지 않으면 피부 표면이 뭉치고 울퉁불퉁해질 수 있다. 염증 반응으로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집도의의 부주의로 자칫 필러가 동맥으로 흘러가면 실명과 뇌졸중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안전성을 보장받은 정품 필러 사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동맥 위치와 환자의 얼굴 구조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전문의의 능숙한 필러 시술이 필수다. 김 원장은 “제대로 시술받으면 부기나 멍이 생기지 않고 바로 주름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만 잘못 시술하면 2~3일 정도 붓거나 멍이 들 수 있고 시술 부위가 울퉁불퉁해지면서 안면 좌우가 비대칭으로 보일 수 있다”며 “팔자 주름 시술을 할 때 필러를 정교하게 주입하지 않으면 코 옆 혈관을 압박해 코 조직이 괴사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팔(八)자 주름 펴주는 '필러'…6개월 이내 또 맞으면 위험
전문의들은 필러 자체에 문제는 없지만 과욕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시술을 너무 자주 받다 보면 시술 부위에 혈액 공급이 안돼 조직이 괴사한다는 설명이다. 얼굴이 퉁퉁 붓거나 전체적인 모양이 바뀌는 게 대표적이다. 필러는 보통 6개월~1년 정도 효과를 보인다. 그 이후에는 또 재시술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한 번 시술을 받은 뒤 대체로 6개월 이내에는 다시 시술을 받지 않는 것이 좋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김영구 연세스타피부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