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1911년 미국 대법원은 미국 전역의 스탠더드 오일 회사에 분할·해산을 명령했고 그 결과 스탠더드 오일은 30여개의 개별 회사로 분할·해체됐다. 이것이 반(反)트러스트법(반독점법)이 적용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례 가운데 하나인 미국 정부 대 스탠더드 오일(US v. Standard Oil of New Jersey)의 법정 분쟁이었다.

이에 대해 가장 흔히 듣게 되는 설명은 이렇다. 스탠더드 오일이 가격을 일부러 낮춰 경쟁사들을 시장에서 몰아냄으로써 그 시장의 독점사업자가 됐고, 그런 다음 생산량을 줄여 종전에 비해 훨씬 높은 가격을 받음으로써 (과거의 손실을 만회하고도 남을) 폭리를 취한 데 대해 정부가 반트러스트법인 셔먼법을 적용해 처벌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 것일까? 이 분야를 평생 연구한 도미니크 T 아르멘타노 교수는 이런 통설이 사실과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스탠더드 오일은 석유산업 전체는 물론이고 정유업에서도 독점체제를 구축한 적이 없었다. 약탈적 가격책정의 구체적 증거는 전혀 없다.

스탠더드 오일이 소위 ‘독점화’를 시도하던 시기에 정유된 석유의 생산량은 줄어들지 않았으며 오히려 늘어났다. 이를 반영해 1869년 갤런당 30센트였던 유가(油價)는 반독점 소송이 진행 중이던 1910년 갤런당 6센트로 크게 떨어졌다. 대법원은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있었다는 이유가 아니라 스탠더드 오일이 합병을 통해 시장을 독점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이유로 스탠더드 오일의 분할·해체를 명령했다.

전문적으로 반트러스트법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은 반트러스트법이 실제로는 생산을 제한하고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지 않은 여타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1984년 미국의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83%가 “반트러스트법은 시장지배력을 줄이기 위해 현재보다 더 강력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아르멘타노는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은 가장 흔히 듣는 설명에 수세대의 경제학자들이 호도돼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탠더드 오일 창업자 존 D 록펠러(오른쪽) /한경DB
스탠더드 오일 창업자 존 D 록펠러(오른쪽) /한경DB
스탠더드 오일의 분할을 명령한 대법원의 결정은 1890년 제정된 셔먼법에 근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셔먼법은 어떻게 제정된 것일까. 이 문제를 집중 연구한 후 이익집단의 로비 결과라고 결론을 내린 토머스 딜로렌조의 설명은 이렇다. 1880년대 말은 경제적 격변이 있던 시기였다. 기술이 발전하고, 철도와 운하를 이용한 운송체계가 발달하면서 운송비가 크게 절감됐으며 기술적 발전도 진전돼 대규모 생산의 이점이 크게 부각됐다. 1880년대 말은 미국이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급격히 변모하던 시기였다. 1810년 농업인구가 비농업인구에 비해 4배 많았지만 1840년에 와서는 1.6배 정도 많았고, 1880년에는 농업인구와 비농업인구 숫자가 거의 같게 된다. 이런 급격한 변화가 있었지만, 자본과 노동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이런 변화를 미처 따라가지 못한 개인이나 집단들은 불만이었고 이들이 국가의 힘을 이용하고자 했으며, 그 결과 1890년에 셔먼법이 만들어졌다. 미국 51차 의회 개회 중에 트러스트로 인해 독점화됐다고 주장된 산업 가운데 사실 여부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있는 산업으로는 소금 석유 아연 철 석탄 납 술 마(麻) 등 17개이지만 2개를 제외하고는 모든 산업에서, 1880년에서 셔먼법이 제정된 해인 1890년 사이에 생산이 늘어났다.

이 산업들에서 셔먼법이 제정되기 이전 10년 동안 국민소득의 증가 속도보다 더 빠르게 생산이 증대했다. 이는 가격도 상대적으로 다른 재화에 비해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산업들과 관련된 불만들이 셔먼법이라 불리는 반트러스트법이 제정된 배경이 된 것이다.

당시 설탕 트러스트와 석유 트러스트가 가장 공격을 많이 받았지만, 실제로 가격을 많이 내린 품목들이었다고 한다. 의회에서 셔먼법의 통과 여부를 둔 논쟁을 보면 트러스트에 반대하는 의원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윌리엄 메이슨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트러스트들은 제품을 더 저렴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유가가 배럴당 1센트로 떨어졌다고 해도 이 나라 사람들에게 트러스트가 행한 것들, 즉 정직한 사람들을 그들의 사업에서 몰아낸 것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딜로렌조는 셔먼법은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명분과 달리 가격을 낮춰, 즉 가격경쟁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로부터 자신의 제품이 선택되도록 하려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자 한 법이라고 본다.

이런 의심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렇게 가격을 내려서 경쟁자가 없어지면 다시 소비자들에게 엄청나게 비싼 가격을 받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는지 혹은 그렇게 하지는 않았는지. 실제 현실 세계에서 그런 사례가 발견된 적은 없다. 그리고 경제이론은 왜 그런 사례가 발견되기 어려운지 설명하고 있다. 생산량을 줄여 소비자들이 매우 높은 가격에 사도록 하려는 순간, 새로운 시장진입이 법으로 금지돼 있지 않은 한, 새로운 기업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딜로렌조는 아주 흥미로운 추론을 하고 있다. 1890년 10월1일자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선거 캠페인에 기부한 사람들의 관세 법안이 이제 대통령의 사인을 기다리고 있다.’ 정치시장에서의 선거기부금이 관세율을 올려 기부자들의 국내시장을 보호해주는 법안과 일종의 거래가 됐는데, 셔먼법 제정은 이런 관세율 인상 법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 이 관세인상 법안이 잘 보이지 않게 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이는 제임스 뷰캐넌, 고든 털록 등의 선도로 시작된 공공선택 경제학의 결론과 잘 부합하는 설명이 아닐 수 없다.

反독점법의 오류

넷스케이프 vs 애플…MS의 경쟁자는 누구


반(反)트러스트법에 근거해 미국 법무부가 가장 최근에 한 소송은 2001년 마이크로소프트사(MS)와의 분쟁이다.

미국 법무부의 주장은 이랬다. MS가 운영체제 시장에서 90%의 소비자 선택률(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데 MS는 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넷스케이프(Netscape)를 브라우저 시장에서 몰아내려고 했다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고 객관적인 설명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런 주장에는 MS가 속한 시장이 무엇이냐는 어려운 문제가 숨어 있다. 이를 전문용어로는 ‘시장획정’이라고 한다.

법정에서는 ‘인텔 혹은 인텔과 호환되는 칩을 사용하는 1인용 PC’를 사고파는 시장을 MS의 시장으로 간주했다. 이에 따라 애플, 선, 노벨 등 MS의 주요 경쟁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여타 컴퓨터들과 네트워킹 소프트웨어는 모두 MS의 경쟁 상대가 아닌 것으로 간주됐다. 그 결과가 90%라는 점유율로 나타났다.

MS 경영자는 자신이 제공하는 제품인 윈도의 판매에 영향을 주는 것들을 경쟁 상대로 파악할 것이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아마도 (교차)가격탄력성과 같은 지표가 시장을 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다른 제품의 가격변화가 자신의 제품 판매에 미치는 영향이 있으면 동일한 시장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의 기간을 잡아서 이야기해야 할 것인가? 기간을 짧게 잡을수록 경쟁사 제품의 가격이 내리더라도 나의 제품 판매에 주는 영향은 별로 크지 않지만 시간을 길게 잡으면 그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다. 이 기간을 정할 어떤 객관적이고도 과학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美석유기업 쪼갠 反독점법 뒤엔 이익집단 '검은 속내' 있었다
신문사의 직접적 경쟁 상대는 좁은 의미의 동업자, 즉 다른 신문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다른 매체를 통해 뉴스를 제공하는 회사, 방송사들도 경쟁 상대다. 소비자들의 시간을 게임보다 뉴스 시청에 할애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게임업체도 이들의 경쟁자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제품이 아닌 그 어떤 다른 제품을 구매하는 순간, 자신들의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할 여력은 줄어든다. 그런 점에서 모든 재화와 서비스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한다. 사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느냐 여부가 소비자의 후생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독점판매권, 독점생산권 부여 혹은 재정보조 등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자 노력할 필요성을 줄이는 매우 반경쟁적인 정책이다.

김이석 < 시장경제제도 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