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없는 사회인 야구…'단무지  배트' 공포
지난 7월 서울의 한 사회인야구 리그 경기 중 직장인 A씨가 공에 눈을 맞아 실명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3루수였던 A씨는 상대팀 타자가 친 내야 땅볼을 잡으려다 이 같은 사고를 당했다. 타구 속도가 A씨의 생각보다 훨씬 빨랐던 게 문제였다.

당시 타자는 ‘단무지배트’(사진)로 불리는 노란색 배트를 사용했다. 단무지배트는 일반 배트에 비해 반발력이 좋아 사회인야구 리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야구봉사리그’에서 뛰고 있는 직장인 김지현 씨(31)는 “‘단무지배트가 없으면 필패’라는 공식이 생겨 대다수 팀이 사용하고 있다”며 “노란색 배트로 공을 치면 수비수들이 겁을 먹고 뒷걸음질을 칠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사회인야구에 등장한 ‘단무지배트’에서 비롯된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일반 알루미늄 소재 배트보다 탄성이 뛰어나 내야 강습 타구가 잦은 탓에 제대로 볼을 잡지 못한 수비수들이 주로 사고를 당한다.

‘콤퍼짓(composite) 배트’로도 불리는 문제의 배트는 탄소섬유복합소재로 제작된다. 이 소재는 가볍고 탄성이 강해 골프 드라이버의 헤드 소재로도 활용된다.

인터넷 야구용품 사이트 등에선 ‘빗맞은 타구도 장타가 되는 비밀’이라는 홍보 문구와 함께 30만~50만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 고가 장비인데도 대부분의 사회인야구팀에선 단무지배트를 하나 정도 공동구매해 실전에 사용하고 있다. 직장인 강태수 씨(32)는 “단무지배트로 친 타구가 수비수들에겐 위험할 수 있지만 안타나 홈런이 나올 확률이 높아 경기에서 이기려면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단무지배트 사용으로 수비수들이 크고 작은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늘면서 사회인야구에도 배트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배트의 길이(인치)에서 무게(온스)를 뺀 숫자인 ‘드롭(drop)’을 ‘3’ 이하로 규제한다. 길이에 비해 무게가 지나치게 가벼우면 배트의 회전속도가 빨라지고, 강습타구도 자주 나오는 만큼 수비수들의 안전을 위해 마련한 기준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달리 국내 사회인야구엔 배트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다. 그러다 보니 이 기준이 최대 8드롭인 단무지배트 제품까지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다.

국민생활체육회 전국야구연합회는 이 같은 지적에 따라 내년까지 사회인야구에 배트 규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전국야구연합회 관계자는 “지금은 선수 출신의 경기 출전을 일정한 수로 제한하고 있다”며 “고탄성 배트 사용에 따른 사고가 잦아 내년부터는 공인된 배트만 사용하도록 규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설 사회인야구 리그는 전국야구연합회의 규제를 따를 의무가 없어 단무지배트 사용이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신인식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교수는 “반발력이 뛰어난 탄소섬유복합소재 배트 사용을 자제하는 사회인야구 리그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