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피아 방위사업 비리' 적발만 1980억대…재판대 오를 '별' 5명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해 통영함 탑재장비의 시험 평가서를 조작한 예비역 해군 장성급 간부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출범한 이후 100여일간 비리 혐의가 포착돼 기소된 군 관계자가 이미 23명에 달한 데 이어 추가 연루자 적발이 잇따르고 있다. 군함 건조, 전투기 정비, 방산물자 납품 등 육·해·공군을 막론한 뿌리 깊은 비리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예비역 대령 이어 소장도 영장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8일 통영함 탑재장비의 시험평가서를 조작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등)로 예비역 해군 소장 임모씨(56)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임씨는 2009년 통영함에 장착할 선체고정음파탐지기(HMS)의 시험평가결과서를 허위로 작성해 납품업체인 H사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임씨는 해군본부 전력분석시험평가단장(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으며 해군 군수사령관 등을 지낸 뒤 소장으로 예편했다.

임씨는 예비역 해군 대령 김모씨(57·구속)와 공모해 H사에 유리하도록 시험평가서를 꾸며 쓴 혐의를 받고 있다. H사는 통영함과 소해함 등에 들어가는 장비 등 2000억원대 납품 계약을 체결했으며 군과 검찰은 이 과정에서 뒷돈을 받은 전·현직 장교들을 무더기로 적발한 바 있다. 합수단은 지난 6일 구속된 김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상관인 임씨가 연루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김씨가 H사로부터 뒷돈을 받았는지 등을 추가 수사를 통해 밝힌 뒤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100일간 23명 재판에 넘겨

합수단은 지난해 11월21일 출범한 이래 비리에 연루된 육·해·공군 관계자 23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번에 임씨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통영함·소해함 납품 비리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미 7명이 기소됐다.

사기 금액만 240억원대에 달한 전투기 정비업체 블루니어 관련 비리 사건도 합수단 출범 후 전모가 드러났다. 합수단은 2년 넘게 도주 중이던 주범 박모씨(53)를 붙잡았으며 다른 공범도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62)은 차기 호위함 등 수주·납품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STX로부터 금품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00여일간 기소된 23명 중 군인은 예비역과 현역을 포함해 모두 15명이었다. 계급별로 장성급이 5명(모두 예비역), 영관급이 10명(현역 4명)이다. 비리가 적발된 사업 규모는 총 1981억원에 달했다. 이 중 해군이 1707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공군(243억원) 육군(13억원) 방위사업청(18억원) 순이었다.

합수단 관계자는 “방위사업 분야 비리는 국방력과 국민 안전에 직결될 수 있어 더욱 척결이 필요하다”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긴 호흡으로 수사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육군 장군 출신인 고석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군 무기 구매 과정에서 계약과 관련해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고 구매 절차가 비밀스럽게 이뤄져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게 문제”라며 “방사청의 절대적인 권한을 줄이는 한편 군 간부들이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