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한 뒤 생년월일을 정정해 주민등록번호가 바뀌었다면 이에 따라 정년퇴직 시점도 변경돼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2부(부장판사 김대웅)는 서울메트로 직원 이모씨(58)가 회사를 상대로 낸 정년확인 청구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이씨는 2012년 가족관계등록부상 생년월일이 잘못됐다며 법원에 정정신청을 해 주민등록번호 앞자리가 ‘56’에서 ‘57’로 바뀌었다. 같은 해 그는 회사에 변경된 생년월일에 맞춰 정년퇴직을 한 해 미뤄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서울메트로 측은 “입사 당시 인사기록카드에 기재된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정년을 산정하기로 한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며 “이씨가 오랜 기간 잘못된 생년월일 기재로 인한 인사관리상의 혜택을 누리다가 정년이 임박해서 뒤늦게 정년 연장을 위해 실제 생년월일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와 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회사의 인사규정시행 내규에 정년 기준일을 ‘직원의 생년월일’로만 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년 기준일을 실제 생년월일에 따라 산정해야 한다”며 이씨의 정년을 2016년보다 한 해 늘어난 2017년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근로자의 육체·정신적 능력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실제 연령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정년제의 성격에도 부합하며 생년월일 정정으로 이씨가 누리는 정년 연장 혜택이 길지 않아 이씨의 권리 행사가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원고 측 변호를 맡은 심정구 법무법인 스카이 변호사는 “법원이 생물학적 연령을 정년 산정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정년제 성격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게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